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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여성가족재단(원장 허명숙)이 가족형태의 다변화와 노동환경 전환에 발맞춘 정책 확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예산삭감과 인력난, 과도한 업무 등에 가로막혀 업무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단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업무 내실화로 정면돌파 하겠다는 방침이다. 허명숙 원장은 9일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6년 업무 추진방향과 조직관리‧운영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허 원장은 재단이 직면한 현실적 한계를 수용하고, 방대한 사업구조를 효율화해 ‘전북형 성평등 정책컨트롤타워’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재 재단 조직은 1본부 1소 3부 1팀 5센터 등 총 11개 단위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운영할 인력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재단 정원은 66명이지만 현재 현원은 57명에 불과해 두 자릿수에 가까운 인력 공백이 있고, 사업비도 지난해보다 약 10%가량 삭감됐기 때문이다. 특히 관리직과 실무진의 업무 과부하가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오는 4월 중에는 신규 채용 절차를 마무리해 조직 안정화에 박차를 가한다. 허 원장은 “올해 조직진단을 통해 업무분담을 체계화하고 인력소모가 컸던 일반교육을 과감히 축소할 예정”이라며 “대신 청년 여성을 겨냥한 프로그램과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업의 질적 내실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여성일자리 분야에서는 단순 취업 건수 늘리기에서 벗어나 상담-훈련-취업-사후관리로 이어지는 원스톱 서비스를 고도화 한다. 올해 8개 시·군에서 13개 직업교육훈련 과정을 운영해 220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취업률 85% 달성을 목표로 경력유지 컨설팅도 강화한다. 급변하는 가족구조에 대응한 포용적 지원도 확대한다. 저출생과 비혼, 1인 가구 증가 추세를 반영해 생애주기별·가구유형별 맞춤형 사업을 추진하며 정책 사각지대 해소에 집중한다. 성평등정책을 담당하는 여성정책연구소는 디지털 성폭력 범죄 현황, 일‧생활균형정책 지원체계 등 전북 현안을 담은 8건의 과제연구를 수행한다. 재단은 연구 성과를 정책 브리프와 포럼 등을 통해 도내 현장에 공유하는 등 정책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전북가족센터를 필두로 한 광역거점 네트워크를 강화해 다문화 지원사업과 가족복지서비스의 질 향상에 주력한다. 허명숙 원장은 “올해 정책의 실행력과 현장 체감도를 한층 끌어올려 여성과 가족의 일상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은 기자
축제 사유화와 도지사 측근 임금 특혜, 조직 운영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른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가 최근 신임 조직위원장을 선출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조직을 둘러싼 위기감은 여전하다. 9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직위에서 벌어진 문제의 본질은 25년간 조직을 불안정한 임시기구 형태로 방치해온 구조적 모순과 위기상황에서도 자율성을 이유로 관리·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전북도의 방관에 있다는 지적이다. 소리축제는 올해로 26회째를 맞았으나 운영 주체는 여전히 임시조직이라는 불안정한 틀에 갇혀 있다. 보통 조직위는 올림픽처럼 단발성 행사를 위해 꾸려지는 한시적 기구 형태다. 소리축제는 20년 넘게 상설 축제로 운영되다보니 고용 불안과 조직의 연속성 결여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리축제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전북도는 조직이 뿌리를 내릴 시스템은 고민하지 않은 채 매년 당장의 관객수 같은 화려한 성과에만 치중했었다”며 “성과를 쫓느라 뿌리가 썩어가는 줄도 몰랐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축제를 담당하는 구성원들의 이탈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만 축제조직위에서 퇴사한 인원이 부장과 팀장 등 관리자급을 포함해 6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 큰 문제는 관리·감독기관인 전북도의 무책임한 태도다. 도는 이번 조직위원장 인선 과정에서도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웠으나, 현장에서는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조직에 인사검증 책임을 통째로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리자급 인원이 대거 퇴사한 상황에서도 도는 “인사는 조직의 고유권한”이라며 거리를 뒀다. 실제로 이번 인선 과정에서 외부 추천위원이나 조직위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는 따로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쇄신의 대상인 내부 실무진이 차기 조직위원장 후보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응렬 소리축제 사무국장은 “외부 추천위원회를 열거나 조직위원에게 추천을 받아서 인선이 이뤄졌다면 좋았겠지만 상황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소리축제 내부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지는 부분이 있고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조직위원장이 선출된 만큼 축제가 안정화를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탓에 차기 집행위원장 선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베테랑 문화기획자 A씨와 예술경영 및 정책을 연구해온 학계 전문가 B씨, 전통예술의 보존‧전승에 앞장서 온 국악계 중진 인사 C씨 등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으나 인선 작업은 답보 상태다. 조직이 불안정하다는 소문에 후보들이 잇따라 고사하고 있어서다. 조직위는 인력난 속에서도 설 명절 전까지 후보를 확정해 2월 말에는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소리축제가 위기를 넘어 제자리를 되찾으려면 전북도가 축제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계 관계자는 “전북도는 문화적 가치를 지닌 소리축제를 파트너가 아닌 귀찮은 하청업체쯤으로 취급해 왔다”고 꼬집으며 “당장 눈앞의 성과 채우기에 급급한 태도를 버리고 예술가와 함께 성장하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25년간 쌓아온 소중한 문화자산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번 진통이 일회성 질책을 넘어 근본적 체질 개선의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박은 기자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이경윤)이 예술의 정서적 치유 효과를 과학적 수치로 입증해 냈다. 재단은 남원의료원과 협업한 ‘치유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통해 참여자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평균 10.2% 개선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8일 밝혔다. 이번 결과는 그동안 주관적 설문에 의존했던 예술교육의 효과를 맥파검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맥파 검사는 심박동 측정을 통해 혈액순환 상태와 누적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하는 과학적 지표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비행청소년, 치매위험군 노인, 발달장애인 등 5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사업은 대상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실효성을 높였다. 맥파검사 결과 참여자들은 심박동과 혈액순환 상태가 호전되며 누적 스트레스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윤 대표이사는 “예술이 정서적 회복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확인한 소중한 기회”라며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민 체감형 맞춤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재단은 이번 분석 결과를 향후 사업 전문성 강화를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박은 기자
“달면 삼키고, 쓰면 된다.” 인공지능과 영상 콘텐츠가 일상을 점령한 시대, 읽고 쓰는 행위는 점점 삶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긴 문장은 부담이 되고, 사유의 시간은 알림과 스크롤 사이로 밀려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읽고 쓰는 시간’ 자체를 다시 묻는 작은 공간이 전주 인후동의 한 골목 어귀에 문을 열었다. 서점 ‘잘익은 언어들’ 건물 2층에 자리한 ‘공간 익스’다. 이달 초 문을 연 이 공간은 카페나 스터디 공간이 아닌, 읽고 쓰는 행위를 중심에 둔 체류형 공간을 표방한다. 완성된 결과물보다 머무는 시간과 사유의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실험에 가깝다. 공간 익스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서점 ‘잘익은 언어들’과 카페 ‘해류’를 함께 운영해 온 이지선 대표의 문제의식이 있다. 이 대표는 “지역의 작은 서점 특성상 방문객 대부분이 뚜렷한 목적을 갖고 책을 구매하러 온다”며 “책을 산 뒤 곧바로 돌아가기보다, 잠시라도 책을 읽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독서가 사라져가는 시대라는 말이 익숙해졌지만, 읽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하고 싶었다”며 “읽는 것만큼이나 글을 쓰는 행위 역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창의력을 키우는 중요한 활동이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장사성을 앞세우기보다, 읽고 쓰는 삶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서로를 응원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서점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마주하는 익스는 약 20여 평 규모로, 10석 남짓의 좌석이 마련돼 있다. 공간 안에는 창작과 독서에 방해되지 않는 차분한 음악이 흐르고, 이용자를 맞이하는 작은 쟁반과 컵, 짧은 문장의 엽서가 놓여 있다. 의도적으로 단정하게 구성된 공간은 이용자가 스스로 집중의 리듬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이용자는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공간비를 결제한 뒤 음료를 고르고 자리를 정해 머무르면 된다. 노트북을 들고 글을 써도 되고, 책을 읽다 마음에 남는 문장을 필사해도 괜찮다. 스마트폰 사용이 집중을 방해한다면 1층 서점에 잠시 보관을 요청할 수도 있다. 현재 공간 익스는 서점 ‘잘익은 언어들’ 운영 시간에 맞춰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운영되고 있다. 설 연휴 기간에도 설날 당일을 제외하고 문을 열 계획이다. 운영진은 당분간 시범 운영을 이어가며, 이용자들의 체류 방식과 필요에 따라 공간의 운영 방식과 구성 역시 유연하게 조정해 나갈 예정이다. 공간 익스는 읽고 쓰는 행위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둘러싼 관계와 흐름을 확장하는 시도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읽기와 쓰기를 매개로 한 소규모 큐레이션 페어인 ‘문구 페어’와 플리마켓 등을 통해 창작자와 독자가 느슨하게 연결되는 장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읽고 쓰는 삶의 방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다. 도서관이나 카페에서도 독서와 글쓰기는 가능하다. 그러나 익스는 보다 개인적이고 사적인 시간에 방점을 찍는다. 이 대표는 “시장성이나 효율보다, 혼자인 시간을 방해받지 않고 누릴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란다”며 “아직은 실험 단계지만, 읽고 쓰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전현아 기자
조각가 배병희 개인전 ‘바디로그(BODY LOG)’가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에서 열린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도시문명 속 시스템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깎아내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배병희는 그동안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중산층이 겪는 고단함과 사회적 불안을 조형적으로 탐구해왔다. 과거에는 신념과 경험이 나이테처럼 축적되어 삶의 깊이를 만들었다면, 가속화된 현대사회는 오직 속도와 효율만을 최우선으로 요구한다. 작가는 사유의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 이 냉혹한 과정을 편집기록을 의미하는 ‘로그(LOG)’ 형식으로 재해석했다. 전시 핵심은 ‘경량화 프로토콜(The Lightness Protocol)’이다. 이는 사회 적응을 위해 자신의 본질을 스스로 제거하는 비정한 생존방식을 뜻한다. 신작 ‘OPTIMIZE(BODY)’ 시리즈는 따뜻한 질감의 목조 조각을 거친 철근과 차가운 철제 베이스 위에 배치했다. 이는 사회 시스템이라는 물리적 강제성 앞에 위태롭게 직립한 우리 신체의 조건을 시각화한 결과물이다. 전시장 바닥을 채운 톱밥과 나무 파편 역시 중요한 서사를 담고 있다. 단순한 작업 부산물이 아니라, 작가가 명명한 경량화의 폭력이 남긴 흔적이다. 효율을 위해 도려낸 시간과 삭제된 경험의 잔해를 전시장에 배치함으로써 작가는 가속의 시대에 잊힌 ‘부재의 가치’를 관람객에게 다시 호출한다. 도립미술관 서울분관은 전북 지역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업을 수도권에 소개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박은 기자
순창농요 금과들소리가 다시 한번 국가무형유산 지정에 도전한다. 앞서 두 차례 지정 탈락을 겪은 만큼 대학 입시로 치면 ‘3수’에 해당하는 이번 도전에 도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요구된다. 500여 년 전부터 순창군 금과면 매우리를 중심으로 이어져 온 금과들소리는 힘든 농사일을 품앗이하며 풍년을 기원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담은 농요다. 논에 물을 대고, 모를 심고, 김을 매는 등 구체화된 가사가 특징이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금과들소리(예능 분야)를 포함한 7개 종목을 대상으로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 지정을 위한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북의 경우 각 시·군에서 지정 신청서를 제출하면 도 문화재위원회를 거쳐 국가유산청에 추천하고, 관계 전문가 사전 검토와 무형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조사 계획을 공고한다. 계획에 포함되면 조사단을 구성해 종목 지정 가치 조사를 실시하고, 무형유산위원회 검토 후 종목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6일 순창군에 따르면 처음 국가무형유산 지정에 도전한 2015년(도 지정 신청서 제출 기준)엔 도 문화재위원회는 통과했지만,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심사에서 탈락했다. 2018년엔 국가무형문화재 보유단체 인정 여부 현장 조사까지 올랐으나, 아쉽게도 지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도 유산관리과에 신청서를 제출하며 다시 도전에 나섰다. 아직 조사 단계지만, 3수 도전 끝에 금과들소리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될지 주목된다. 순창농요 금과들소리 보존회는 또 한 번 국가무형유산 지정 의지를 보였다. 이에 보존회를 중심으로 회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전통을 잇고 있다. 순창군 또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과들소리는 2002년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참가한 지 2년 만에 대통령상을 받았고, 2005년 전북 무형문화재 제32호로 지정됐다. 2003년부터 매년 6월에 정기 공연을 열고, 전국 각지에서 연 7~8회 공연을 이어가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김봉호 보존회장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회원이 의지가 강하다. 더울 때나 추울 때나 연습하며 금과들소리를 지키고 있다”면서 “대통령상을 받은 후 목표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는 일뿐이다. 후손들에게 널리 알리고, 오래도록 계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제 평생 소신은 우리의 소리를 후대에 전수하는 것입니다.” 수십 년간 순창농요 금과들소리를 지켜온 ‘산증인’ 김봉호(90) 순창농요 금과들소리 보존회장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아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오늘도 금과들소리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본격적으로 금과들소리가 도약을 준비한 것은 1997년이었다. 당시 순창군 내 1개 면에 하나의 문화예술을 가지라는 군수의 방침에 따라 금과면 노인회를 중심으로 뜻을 모아 소리꾼 故(고) 이종호를 비롯해 주민들이 모였다. 그렇게 금과들소리는 다시 무대에 섰다. 김 회장은 “정말 회원뿐 아니라 금과면 주민들 모두 금과들소리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 보존회가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민들의 응원은 각별하기로 유명하다. 보존회원들이 매일같이 운동장에 모여 북을 치고 노래를 불러도 소음 민원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막걸리와 팥떡을 들고 찾아와 응원했던 주민들이다. 김 회장은 “도·전국 단위 행사를 준비하면서 정말 피가 나도록 연습했다”며 “여름에는 연습이 끝나고 속옷을 비틀면 땀이 물처럼 흐를 정도였다. 그래도 시끄럽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다들 우리 응원해 주느라 바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공동체 정신은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향한 도전으로 이어졌다. 앞서 두 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김 회장은 전 한국민요학회장인 김익두 전북대 교수에게 조언을 구하며 다시 도전에 나섰다. 그 결과, 올해 국가유산청 국가무형유산 지정(인정) 조사 계획의 예능 분야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 회장을 필두로 보존회원, 금과면 주민들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금과들소리 보존에 힘쓰고 있지만,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바로 회원 확보 문제다. 농촌 인구가 감소한 탓에 전승할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다. 그는 “단체 종목 특성상 최소 35명은 필요하지만, 제대로 하려면 40명은 돼야 한다“며 “2002년 대통령상을 받을 때만 해도 회원만 81명이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작고하거나 요양 중이라 당시 멤버는 저 포함해 세 명만 남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보존회원은 54명이다. 일부 40~50대 회원도 있지만, 평균 연령은 73세에 달한다. 보존회는 젊은층 참여 확대와 함께 실내 공연이 가능한 형태를 준비하는 등 금과들소리 정립에도 힘을 쏟고 있다. 김 회장은 “실내 공연은 14~16명이면 가능하다”며 “공연 요청은 많지만, 무대 여건 때문에 응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사람이 50명이니까 무대에 올라갈 수가 없다. 그래서 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 실내 공연이 가능한 형태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수‘에 도전한 만큼 김 회장의 바람도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그는 “금과들소리가 지닌 의미와 가치를 순창군뿐 아니라 도민, 전북도 모두 함께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에는 꼭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받아야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현지 인턴기자
봄입니다. 저만치 봄입니다. 해마다 겨울은 다르게 왔다 가지요. 올겨울 아니 이미 지난겨울인가요? 큰 눈이 없었습니다. 푹푹 자가웃 폭설 대신 추위가 유별났지요. 사나흘 조였다 풀어주던 날씨가 열흘 넘게 꽁꽁거렸지요. 입춘은 24절기 중 첫 번째입니다. 아직은 겨울인데 봄이라 하는 것은, 한겨울 내내 잔뜩 웅크렸을 우리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응원하는 것이겠습니다. 세내에 나섭니다. 어젯밤 유난히 크고 밝았던 달, 내린 달빛이 살얼음 위에 하얗게 쌓여있습니다. 왜가리 몇 밝은 햇살에 붉게 언 발을 녹이네요. 냇물 어디쯤 버들치, 쉬리, 피라미 끼리끼리 머리 맞대고 징검돌 틈새는 언제 풀리나? 언제나 콩콩 계절을 건너가나, 궁구하고 있을 것입니다. 냇둑의 봄까치꽃, 제비꽃은 환하게 웃음 피울 날 손꼽을 테고, 통통하게 몸집 불린 저 청둥오리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를 기다릴 거고요. 어제 오후 중앙성당 담벼락 노점에서 한 움큼 냉이를 샀습니다. 저녁 식탁에 앉아 향긋한 냉잇국을 먹으며 핸드폰 컬러링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래요 이미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을 돌았을 봄, 박인희의 ‘봄이 오는 길’로 바꾸겠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가 국회 문화극장 프로그램을 3년 연속 이어간다고 5일 밝혔다. 국회문화극장은 문화를 매개로 소통을 도모하기 위해 국회 사무처가 주최하는 문화 행사다. 매월 셋째 주 목요일마다 영화와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무료로 선보이고 있다. 영화제는 2024년을 시작으로 국회문화극장과 3년째 협력을 이어오고 있으며, 문화적 상호협력체계를 바탕으로 국회문화극장 콘텐츠의 다양화와 독립·예술영화의 저변 확대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첫 상영은 오는 19일 오후 7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다.상영작은 이희준 감독 연출작 ‘직사각형, 삼각형’과 ‘병훈이의 하루’ 두 편이다. 상영 전에는 이희준 감독과 함께하는 무비토크가 진행돼 작품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예매는 5일부터 대한민국 국회 통합예약 사이트에서 하면 된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10일간 영화의 거리 및 전주시 일대에서 개최된다. 박은 기자
동학농민혁명 2차 봉기의 독립운동 성격을 공식 인정하고, 참여자에 대한 서훈을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국회에서 다시 한 번 공론화된다. ‘동학서훈 국회 공개 토론회’가 오는 24일 오후 3시 국회 의원회관 306호(민주당 정책위 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번 토론회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 가운데 항일무장투쟁으로 전개된 2차 봉기를 독립운동으로 인정하고, 관련 서훈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정부는 1962년 을미의병을 독립운동의 기점으로 정한 이후, 1년 앞서 벌어진 동학농민혁명 2차 봉기의 독립운동 성격을 공식 인정하지 않아 논란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역사학계 연구 성과가 축적되고, 2004년 동학농민혁명 명예회복 특별법 제정, 2019년 법정기념일 지정, 2023년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등으로 2차 봉기의 역사적 위상은 대내외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토론회는 기존 네 차례의 국회 학술대회에 이어 다섯 번째로 열리며, 서훈 입법의 시급성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 이번 공개 토론회는 박수현·안호영·윤준병·이원택·강준현·민형배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민주당 문체정조위와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 국민연대가 주관한다. 발제는 신영우 충북대 명예교수와 박용규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이 맡아 서훈의 정당성과 역사적 성격을 짚는다. 전현아 기자
예수병원 구 바울기념 의학박물관(관장 주명진)이 호남지역 근대의료사의 거점으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다. 박물관은 5일 2026년 국고 및 지방비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2년 연속 국비 확보라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은 △전문인력 지원사업 △국가문화유산 DB화사업 △박물관문화사업 등이다. 특히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전문인력지원사업 선정은 박물관의 내실을 증명했다는 평가다. 2025년도 운영평가에서 우수관으로 인증받은 박물관은 이번 선정으로 소장유물의 심층 연구와 전시․교육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가문화유산 DB화 사업’에도 전국 30개 선정관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따라서 희귀 의료·선교유물의 디지털 데이터 구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전북도와 전주시가 지원하는 ‘박물관 문화사업’ 부문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35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해 기획전시와 시민참여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주명진 관장은 “2년 연속 선정은 박물관의 전문적인 운영 역량과 기획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초기 의료선교사들의 숭고한 나눔과 섬김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시민들과 공유하고 전주 근대문화유산의 중심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박은 기자
어린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단편동화 여섯 편을 엮은 동화집 <대단한 소심이>(청개구리)가 출간됐다. 백명숙 아동문학가의 첫 동화집인 이번 책은 소재와 배경은 서로 다르지만, 따뜻한 감성으로 마음을 다독이고 자신감을 심어 주며 가족과 주변의 다양한 존재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일깨우는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동화집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고 소박한 순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각 작품마다 아이들이 살아가며 지녀야 할 마음가짐과 가치, 태도를 정감 있는 목소리로 풀어내며 자연스럽게 전한다. 백 작가는 이번 동화집에서 아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고 힘들어하는 ‘관계’에 특히 주목했다. 가정과 학교, 동네에서 만나는 어른과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비롯되는 마찰과 갈등, 우정과 선의, 가족애 등 다양한 사건과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일상 이야기는 생활 체험에서 우러나는 재미와 함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표제작 ‘대단한 소심이’를 비롯해 ‘초록이의 생존기’ 등은 따뜻한 감성으로 마음을 어루만지며 자신감을 키워 주고, 가족과 주변 존재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일깨운다. 이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어떤 일이든 스스로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전한다. 작가는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마음을 만난다. 설레는 마음, 외로운 마음, 때로는 아주 작게 흔들리는 마음까지 그 모든 마음속에는 늘 ‘이야기’가 숨어 있다”며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동화는 그 작고 고요한 마음의 소리를 하나하나 따라가며 써 내려간 나의 첫 동화집”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화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라며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는 친구를 만들고 자신을 믿으며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용기가 전해지길 바란다. 어른들에게는 잠시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마음과 웃음, 두려움, 투명한 눈빛을 다시 떠올리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안 출신인 백명숙 작가는 2023년 ‘동화마중’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게으른 뇌를 깨워줄 책 읽기>, <책 쓰기를 위한 글쓰기> 등이 있다. 전현아 기자
숏폼과 알고리즘이 이야기를 소비하는 방식을 바꿔놓은 시대, 오래 남는 서사는 가능한가. 강영준 상산고 국어 교사가 쓴 <최소한의 문학>(두리반)은 이 질문에 한국 소설 100년의 시간으로 답하는 책이다. 이광수의 <무정>에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까지, 교과서에서 익숙하지만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작품들을 통해 우리 사회와 개인의 삶을 다시 읽어낸다. 이 책은 191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난 100년간 한국문학이 시대를 어떻게 사유해왔는지를 따라간다. 식민지와 근대의 모순, 전쟁과 이념의 상처,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그늘, 민주화 이후의 불평등과 젠더 문제,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진 새로운 서사까지 다섯 개의 부로 구성해 한국 사회의 굴곡진 궤적을 조망한다.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당대를 정면으로 마주한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은 문학을 철학과 인문학의 질문과 연결하는 강 교사의 해석 방식이다. 최인훈의 <광장>은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라캉의 상상계와 상징계 개념을 통해 읽힌다.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은 바우만의 ‘액체 근대’로, 조세희의 <뫼비우스의 띠>는 도시 공간을 둘러싼 자본과 권력의 문제로 확장된다. 철학이 개념으로 설명한 것을 문학이 삶의 이야기로 먼저 보여주었다는 저자의 관점은 설득력을 얻는다. 저자는 전주 상산고에서 오랜 기간 국어를 가르쳐온 현직 교사다. 책에 실린 작품 대부분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만큼, 실제 수업 현장에서 축적된 질문과 토론이 글의 바탕이 됐다. 문제 풀이 중심의 독해를 넘어, 작품을 시대와 삶의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읽기 방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실질적인 참고서가 된다. 부록으로 실린 교과 연계표 역시 교육 현장에서의 활용도를 높인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추천사를 통해 “우리가 세대를 뛰어넘어 옛 음악에 공감하는 것은 그 안에 ‘서사’가 있기 때문이며, 그 서사의 힘이 가장 집약된 매체가 바로 소설”이라며 “이 책은 근대의 태동과 이데올로기, 성장과 자본주의, 경계를 넘는 움직임을 따라가며 한국 사회의 구조를 짚고, 그 서사 속에 자신을 비춰 보게 만든다”고 평했다. 이번 책이 말하는 ‘최소한’은 분량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들이라는 뜻이다. K-팝과 K-드라마를 넘어 K-소설이 주목받는 지금, 이 책은 지극히 한국적인 서사가 어떻게 보편적인 질문으로 확장되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콘텐츠의 흐름 속에서, 한국 소설을 다시 읽어야 할 분명한 이유를 제시한다. 전현아 기자
소설 쓰기란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 사이의 간극을 메워 나가는 일이라고들 한다. 소설을 쓰다 보면 분명한 문장까지는 아니지만 첫 장면과 끝 장면을 정해놓고 글을 쓰게 된다. 물론 계획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대개 마음에 품었던 결말로 매듭을 짓는다. 그러므로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황석영 작가의 『할매』를 읽었다. 첫 문장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고, 마지막 문장은 ‘이놈아, 어디 갔다 인제 오냐.’다. 긴 서사를 걷어내고 두 문장만 남겼을 때 ‘새가 날아오자 어디 갔다 인제 오냐’고 묻는 정황이 눈앞에 그려진다. 새가 어디에서, 얼마나 오랜 기간 날아왔기에 인제 오냐고 묻는 것일까. 양팔 벌려 새를 반기는 화자는 다름 아닌 할매 나무다. 작가는 수수께끼 같은 두 문장을 잇기 위해 육백 년의 시간을 장대하게 풀어놓는다. 짐작하듯 새에게서 나무가 태어났다. 팽나무 열매를 먹은 새가 갯벌에서 죽음을 맞았고, 그 몸에서 싹이 돋았다. 어린 팽나무는 비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점점 둥치가 굵어진다. 새와 나무는 역사라는 것을 알지 못하기에 하루가 백 년이거나 육백 년이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작가는 새가 겨울철마다 날아들고 나무가 나이테를 늘려가는 자연의 시간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그 세월의 주변인으로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수도승 몽각은 나무 옆에 움막집을 짓고 살다가 바다로 들어가 스스로 칠게의 먹이가 된다. 몽각이 떠난 자리에 당골네가 들어와 자식을 낳고 산다. 자식이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또 자식을 낳는다. 새의 번식이나 매한가지다. 그렇게 한 집안의 가계가 몇 대를 거치는 동안 세상은 생명을 해치고 빼앗는 역사를 거듭한다. 병인박해와 동학혁명과 일제 징병으로 아까운 목숨 들이 꽃잎처럼 떨어지고, 서해안 간척사업에 의해 수많은 갯벌 생물이 폐사하고, 미군 전투기의 폭음이 할매 나무를 괴롭힌다. 작품의 후반부는 그래서 주먹을 쥐고 읽게 된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으며 작가가 조국 러시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게 된 장면이 있다. 로스토프 가족이 사냥에 나서는 장이었는데 자연과 러시아인의 정서를 묘사하는 문장들이 압권이었다. 당당함과 자랑스러움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할매』를 읽으며 같은 느낌을 받았다. 새와 나무, 개똥지빠귀와 갯벌, 조개와 바다, 풀과 바람과 비와 눈과 금강과 만경강과 동진강 … 새가 팽나무와 해후하고자 수없이 명멸하며 생명을 잇는 동안에 조선의 풍광이 세밀화로 펼쳐진다. 덕분에 독자는 멀리서 망원 렌즈를 통해 탐조하듯 경이로운 생명의 신비를 직관한다. 놀라운 독서의 경험이다. 사랑이 깊으면 자신이 살아가는 땅의 모든 것, 아픔과 고통마저 품어 안게 된다. 오래된 나무처럼, 작가 황석영처럼. 독서란 작가가 던진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수수께끼 같은 첫 문장과 끝 문장의 퍼즐 맞추기 또한 독자의 몫이다. 유방지거 신부가 마침내 나무를 안았을 때 할매 나무는 쉰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한다. ‘이놈아, 어디 갔다 인제 오냐.’ 가슴에 돌 하나가 얹어진다. 나무람과 안도가 뒤섞인 할매의 탄식은 유신부가 아니라 독자를 향한 방백이기 때문이다. 황석영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군산에 이사 오자마자 팽나무를 지켜드릴 것을 서원했다고 밝혔다. 그 약속으로 『할매』가 탄생했다. 방대한 자료를 응축하여 조선에서 현대에 이르는 유장한 역사를 아리랑 고개로 엮어냈다.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운율에 맞춰 노래하듯 읽는다. 할 일이 하나 남았다. 새만금 생태계 복원 미사가 매주 월요일에 전북도청에서 거행된다. 염두에 두어야겠다. 황보윤 소설가는 부여에서 태어나 우석대 경영행정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 전북일보와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었다. 소설집 <로키의 거짓말>·<모니카, 모니카>, 장편소설<광암 이벽>·<신유년에 핀 꽃>이 있다.
배순금 수필가가 일상의 소박한 풍경을 서정적인 문체로 엮어낸 수필집 <사랑, 그 보이지 않는>(수필과비평사)을 출간했다. 책에는 교단에 몸담으며 아이들과 소통했던 추억부터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철학을 담은 37편의 수필이 수록됐다. 작가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자연의 변화와 일상의 사물들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하며 그 이면에 숨겨진 사랑과 삶의 의미를 진솔하게 풀어낸다. 특히 자신만의 섬세한 감수성을 투영한 수필은 서사와 서정이 어우러져 더욱 입체적이고 호소력 짙은 여운을 선사한다. 안도 문학평론가는 평설에서 “배 수필가는 가슴으로 수필을 쓴다”라며 “이 수필집은 인생을 관조하는 자세가 잘 드러난 수필이다. 체험에서 우러나온 수필이기 때문에 신선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의 수필을 추억의 강에서 낚아 올린 서정의 탑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덧붙였다. 수필가 배순금은 계간 한국시와 월간 수필과비평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시집 <사각지대> <보리수 잎 반지>가 있다. 마한문학상과 전북문학상, 전북여류문학상 등을 받았다. 전북여류문학회 회장과 지초 문예회장을 역임했다. 박은 기자
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환기하며 작품을 통해 사유와 감성의 확대를 모색하는 책 <시네마로그: 영화를 풀다>(수필과비평사)가 출간됐다. 중국‧한국독립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FFF영화제 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해온 저자 하다감은 히든피겨스, 벌새, 소공녀 등 20편의 영화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집요하면서도 자상하게 풀어낸다. ‘영화를 알고, 영화를 보고, 영화를 좋아하게 되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고전영화부터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직관적이고도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분석해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다. “찬실이가 자신의 인생에 의문을 가질 때마다 장국영은 답을 알려주는 대신 찾는 방법을 이야기해준다.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결국, 찬실이는 ‘사는 게 뭔지 진짜 궁금해’져 자신의 삶을 살기로 한다. 영화의 마지막, 찬실이의 영화를 본 장국영은 박수를 보낸다. 스스로 성장한 찬실이의 인생에 응원과 위로를 보내는 뜻이리라”(p.51)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곁들인 하다감의 입체적인 안내를 통해 독자들은 예술적으로만 여겨졌던 영화의 세계가 격동하는 뜨거운 세계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저자 하다감은 중국 베이징영화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했고 1997년부터 영화해설과 영화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영화 속 속풀이 1‧2‧3>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영화이야기> 등이 있다. 박은 기자
종합문예지 <새만금문학>(신아출판사) 창간호가 출간됐다. 군산과 익산의 문우들이 의기투합해 시작된 <새만금문학> 창간호는 최근 지역 문예지가 겪고 있는 재정적‧분량적 축소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시와 소설, 수필과 평론, 대담까지 모든 장르를 아우르며 200여명에 달하는 필진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문예지가 200~300쪽 내외로 발간되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650여쪽에 달하는 분량은 파격적이다. 이는 단순히 페이지 수의 확장이 아니라 새만금이라는 거대한 간척지가 품은 문화적 잠재력과 확장성을 문학으로 증명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러한 지향점은 창간호 특별대담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김철규 발행인과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이 ‘새만금문학과 새만금이야기’라는 주제로 나눈 대담을 보면 새만금이 단순한 산업기지를 넘어 K-문화의 전진기지가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새만금문학>을 문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정서는 개척과 상생이다. 바다를 메워 새로운 땅을 열듯, 척박해진 순수 문학의 토양에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전국을 아우르는 필진 구성은 지역 간의 경계를 허물고 ‘문학’으로 뭉치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문학의 둑을 올린 원동력은 ‘사람’이다. 전근표, 김옥중, 김옥녀, 김병옥, 강현녀, 전재복 등 지역의 굵직한 문인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창간의 주춧돌을 놓았다. 이들은 수차례 논의를 거쳐 새만금문화예술협회를 결성하고 전국 각지의 문우들을 하나로 모으는 데 주력했다. 창간호 책표지도 남다르다. 운경 황호철 작가의 작품 ‘새만금의 큰 뜻'으로 장식된 표지는 <새만금문학>이 지향하는 역동성과 생명력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묵직한 두께감과 어우러진 작가의 작품은 독자에게 새만금의 광활한 에너지를 선사한다. 김철규 발행인은 창간사를 통해 “새만금문학은 전국의 문인을 대상으로 원고 청탁을 통해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작품으로 독자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시대적 감각과 삶의 진지한 모습에 자연을 담아 역사를 그려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은 기자
전북PD협회가 지역 현장을 깊이 있게 담아낸 제25회 전북PD상 수상작 5개 부문을 발표했다. TV정규부문은 전주MBC ‘로컬 판타지(연출 김민재‧이태령)’가 수상했다. 이 작품은 전북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머무는 삶의 공간으로 풀어냈다. 심사위원단은 지역의 일상과 삶을 중심에 둔 기획과 안정적인 연출을 통해 로컬 콘텐츠의 완성도를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TV특집부문은 KBS전주방송 ‘심어(맹남주‧홍정의)’와 JTV전주방송 ‘전북대생 이세종(김균형)’이 공동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어’는 판소리 명창 안숙선의 노년을 따라가며 이미지와 여백을 중심으로 예술가의 시간을 담아냈다. ‘전북대생 이세종’은 전북의 시선으로 5‧18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하며 지역기록 다큐멘터리의 의미를 확장했다. 라디오 정규부문은 JTV ‘신명 우리가락속으로(황윤택)’가 라디오 특집부문은 TBN전북교통방송 ‘낯냄 없는 25년, 또 다른 시작(김현정‧김승만)’이 선정됐다. 특별상은 콘텐츠 확장을 시도한 전북CBS ‘한밤의 프레이즈(송규호)’에게 돌아갔다. 나미수 전북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심사위원장)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지역 PD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축적해온 제작 역량을 고스란히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시상식은 오는 6일 전주 그랜드힐스턴 4층 셀레나홀에서 열리며 전북피디협회장 이‧취임식도 함께 진행된다. 김광수 KBS전주방송 PD가 이임하고 홍명현 전주MBC PD가 신임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박은 기자
유희태 완주군수가 완주·전주 행정통합 논의와 관련해 공감대와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일방적 추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유 군수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은 주민과 군의회, 행정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절차 속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지역사회와 충분한 합의 없이 추진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행정통합은 지역의 미래와 군민 삶에 직결된 사안인 만큼 정치적 논리가 아닌 경제적 논리로 접근해야 하며, 최종 판단은 군민의 뜻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안호영 국회의원이 통합 추진에 찬성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유 군수는 “왜 입장이 바뀌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행정과 군의회, 지역사회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뤄지기 전에 입장이 발표된 점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 “안 의원의 복안이 무엇인지 지역사회도 궁금해하고 있다”며 충분한 설명과 숙의 과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군수는 그동안 읍·면 주민설명회와 행정안전부 주관 6자 간담회 등을 통해 절차적으로 논의를 이어왔다고 설명하면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군민의 약 65%가 통합에 반대하는 상황을 언급했다. 군정 책임자로서 통합 찬성이냐 반대냐는 기자들의 집중 질문에 대해 유 군수는 `군민의 뜻`과 갈등 최소화 등의 원론적 입장을 유지한 채 찬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군의회와 뜻을 같이 하겠다고 해 현 단계에서 사실상 반대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완주군의회가 통합 논의로 지역사회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군의회가 찬반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그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안호영 국회의원과 유의식 군의회 의장 간 3자 회동이나 공개 토론 등을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고 책임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유 군수는 “공감대 형성 없이 주장만 앞서면 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관계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충분히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통합 논의가 장기화될수록 지역사회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행정안전부의 책임 있는 판단을 요청했고, “군정 책임자로서 군민 삶과 직결된 현안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완주=김원용 기자
1899년 개항 이후 항만과 철도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모해온 군산의 옛 도심에 한국 근대미술의 정수를 담은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5년 전 영업을 종료했던 전북은행 군산 나운동 지점이 리모델링을 거쳐 4일 ‘전북은행 미술관’으로 새롭게 문을 연다. 개관전은 ‘환기의 산, 수근의 길-우리가 사랑한 근대의 풍경들’이다. 전시는 개항과 산업화라는 격변의 시간을 통과해온 군산의 도시적 배경에서 출발한다. 항만과 철도가 형성되고 물류가 오가던 군산의 골목과 건물이 시대의 흔적을 담고 있듯이 전시장 안의 작품들은 당시 사람들이 마주했던 풍경과 삶의 기록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이번 전시에는 김환기, 박수근, 장욱진, 오지호, 유영국, 도상봉, 권옥연, 이대원, 박영선 등 한국 미술사의 뼈대를 구축한 9명의 작품 2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풍경을 매개로 각자가 포착한 시대의 모습을 화폭 위에 투영했다. 특히 김환기와 박수근은 시대를 해석하는 서로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김환기의 ‘산’은 흔들리는 현실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정신적인 기준점을 단단한 선과 색으로 표현해냈다. 반면 박수근의 ‘소금장수’는 산의 원경이 아니라 척박한 땅을 향한다. 고단한 삶이 이어지는 길과 시장의 공기를 특유의 거친 질감(마티에르)으로 새겨 시대를 기록했다. 오지호의 ‘설경’은 빛과 공기의 떨림을 통해 일상의 생명력을 투명하게 포착했으며 장욱진의 ‘무제’는 집과 나무 같은 최소한의 기호로 삶의 구조를 재배치해 근대가 지키고자 했던 일상의 원형을 보여준다. 여기에 강렬한 원색의 점묘법으로 생동하는 자연을 담아낸 이대원의 작품 ‘농원’은 지역에서 처음으로 공개돼 눈길을 끈다 이번 개관전은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한국 근대미술 거장들의 원화(Original)를 직접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북은행은 유휴 점포를 리모델링하고, 고가의 미술품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항온·항습 시스템을 완비했다. 자본이 오가던 은행의 금고가 지역민들에게 문화적 자산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전북은행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단순한 작품 소개를 넘어 군산이 지닌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정체성과 예술을 연결하는 기획을 지속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전북지역 작가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지역 예술 생태계와의 상생도 도모할 방침이다. 미술관 김미량 학예연구사는 “근대미술을 과거의 양식으로만 보관하지 않고 군산과 전북의 도시 기억 속에서 오늘의 질문으로 되살리는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술전시 관람의 경험이 일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는 전시’를 넘어 머무는 경험으로 확장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5월10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과 설 연휴(17~18일)는 휴관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25년 문화자산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 안정’으로 재도약 기틀 세워야
전북여성가족재단 고강도 체질개선 선언
속도에 깎여 나간 현대인의 초상…배병희 개인전 ‘바디 로그’
스트레스 10.2% 감소…예술 치유 효과 데이터로 증명
2010 미스 전북 입상자들 전라북도 홍보대사 위촉
[2004JIFF]올해 영화제를 무대로 이끈 주역들
[한자교실] 수·우·미(秀·優·美)
백제예술대 장성식 교수, '올해의 최우수 예술인' 선정..
속도의 시대, 읽고 쓰는 시간을 묻는 공간 ‘익스’
[한자교실] 파문(波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