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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옷 색깔만 보고 찍으면 지역의 미래 없다

민주당 공천 갈등 후유증 증폭 역량 있는 새 인물 발굴엔 뒷짐 맹목적 투표 지역발전에 걸림돌 내일부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운동이 본격 개시된다. 전북에선 254개 선거구에 455명이 출사표를 내걸었다. 평균 경쟁률로 보면 1.8대1로 역대 지방선거 중 최저치다. 이미 51곳에서는 투표도 없이 당선인이 정해졌다. 도의원 후보 22명과 기초의원 후보 29명 등 모두 51명이 단독으로 출마해 무투표 당선됐다. 이렇게 무투표 당선자가 많은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최고치다. 보수와 진보 진영이 사상 최대 접전을 펼쳤던 대통령 선거 직후 치러지는 지방선거인데다 전북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민주당 결집세가 강했던 만큼 다른 당에서는 후보를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공천이 곧 당선’인 선거 풍토는 지방 정치에도 바람직하지 않고 지역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견제 없는 지방 정치, 투표 없는 지방 선거는 정치적 퇴행과 지역의 퇴보만 부추길 뿐이다. 이번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공천을 보면 감동도 없고 혁신도 없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보다 물갈이 폭은 좀 컸지만 선거 브로커와 여론조사 조작 파문, 후보 자격 심사에 대한 이중 잣대 논란, 유력 인사 입김설, 계파 줄 세우기 등 뒷말만 무성한 채 개혁과 혁신은 방향을 잃었다. 오히려 공천과정에서 갈등 증폭과 반발, 역선택, 탈당, 무소속 출마 등 많은 문제점만 드러내고 말았다. 게다가 민주당의 지방선거 공천자 중 78명, 약 30%가 전과자로 드러나 엄정한 도덕성 기준이 무색할 따름이다. 매번 지방선거 과정을 보면 답답함뿐이다. 전북 정치권이 지역정서에만 기댈 뿐 참신한 인물 영입이나 유능한 인재 발굴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선 인물 면면을 보면 낙후와 쇠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대와 희망을 찾기가 어렵다. 전북은 오래전부터 소멸 위기 경고등이 켜졌다. 출생 인구 격감에다 20·30세대까지 대거 고향을 등지면서 군 지역은 물론 시 지역도 위기다. 올해 들어 14개 시·군 중 전주를 제외한 13개 시·군이 소멸 위기지역으로 분류됐다. 전주도 인구 증가가 정체되더니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13개 시·군이 전주를 떠받쳤지만 이들 지역이 소멸 위기에 처하면서 전주도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전주가 전북 발전의 앵커로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이 소멸 위기를 극복하려면 리더십의 변화가 절실하다.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경쟁시대에 미래 비전 능력과 실행 역량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내건 인물과 민주당 공천자를 보면 전북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역 발전에 대한 미래 비전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견인해 나갈 역량이 있는지 궁금하다. 자방자치의 전도사 격인 이와쿠니 데쓴도 전 일본 이즈모 시장은 “미래 비전이 없는 단체장이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역설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초강세가 예견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몇 군데를 제외하곤 민주당 후보가 크게 앞서는 형국이다. 이러한 맹목적인 지역정서는 지역 발전에 별 도움이 안 된다. 누굴 내보내든 당선 가능성이 높으니 굳이 공들여 역량 있는 인물을 발굴하고 영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전북과 14개 시·군이 쇠락의 길에서 벗어나려면 묻지마 식 투표는 끝내야 한다. 후보의 면면과 인물 됨됨이를 잘 살펴봐야 한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뭔가 내세울 만한 성과와 업적은 있는지, 지역을 살릴만한 역량과 비전은 무엇인지 꼼꼼히 따지고 판단해야 한다. 또 옷 색깔만 보고 찍으면 지역의 미래는 없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5.17 14:15

체육인들과 도민이 차기 교육감에게 거는 기대

지난 4월 한 달여 동안 전북 14개 시·군 체육회 소속 종목단체장들과 전라북도체육회 산하 72개 종목단체장들, 원로 체육인 등을 대상으로 마련한 정책 간담회는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최근 언론에서 전북도교육감 선거의 관심도가 시들하다며 흥행이 저조하다는 보도와는 정반대였다. 차기 교육감이 과연 누가 될 것인가는 체육인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정책 간담회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한마디로 불신과 희망을 동시에 토로하는 흥미로운 대화의 장이었다. 3선을 이어온 김승환 현 교육감에 대한 피로도와 함께 지난 12년간의 학교체육 정책에 대한 불만의 볼멘소리가 어김없이 터져 나왔다. 반면 전북 교육을 이끌어갈 새로운 교육계 수장 선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도내 체육인들은 도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학교 체육 행정에 차기 교육감이 메스를 대고 과감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학교 체육의 근간인 도내 초·중·고에서 엘리트 선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이로 인한 팀 해체가 도미노처럼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전북도교육청은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간담회 참석자들이 주장하는 주요 골자였다. 인기 종목인 축구와 야구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종목에서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처럼 어린 꿈나무 선수들이 전북 체육을 이끌어가고 나아가 대한민국 체육을 선도해야 하는데 꿈나무 발굴과 육성은커녕 씨가 마르고 있는 실정이다. 특단의 행정이 나오지 않고서는 더 이상 전북 엘리트 체육의 희망과 변화의 바람은 메아리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전라북도와 전북체육회 등 체육행정을 담당하는 기관이 있지만 학교체육의 중장기적인 설계의 주인공은 그래도 전북교육청이 우선이다. 그래서 체육인들 사이에서는 이번 전라북도 교육감의 선출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전북체육회장 자격으로 우리 도내 체육인들에게 학교체육에 대한 많은 건의 사항과 요구의 목소리를 들었다. 먼저 차기 교육감에게 체육 특기교사를 매년 3∼5명 정도를 임용해 달라는 입장이 단연 으뜸이었다. 전북체육 발전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고 노력한 도내 출신 우수 선수 및 지도자들의 자긍심 고취와 사기진작 차원에서 체육 특기교사를 모집 인원의 20% 정도를 선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체육을 선도한 이들 선수와 지도자들의 타 시도 유출이 지속되고 있는 냉담한 현실을 토로한 것이다. 차기 교육감의 결단으로 현실이 된다면 체육계는 쌍수를 들고 이를 환영할 것이다. 현재 체육 교사들을 가리켜 문무(文武)를 갖춘 교육자라고 칭한다. 문과 무가 균형 잡힌 체육 교사의 등용이 필요하다. 실기에 능한 엘리트 선수 출신 체육교사들은 이제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건강한 육체에서 건전한 정신이 나오는 법이다. 예전 같이 적극적인 학교 운동부 부활 추진도 차기 교육감이 풀어야할 숙제다. 우리 전북지역에 초중고가 768개 학교(초 425, 중210, 고133) 운영 중인데 전체 학생 192,791명 대비 겨우 2,945명이 운동선수로 등록되어 있어 전체 대비 1.5%에 불과한 수준이다. 엘리트 꿈나무 선수 감소에 따른 전북체육이 고사 위기 직전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런 이유로 도내 모든 학교에서 1학교 1종목 육성을 새로운 차기 교육감에게 바라고 있다. 학교장들에게 재량권을 위임한다며 그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고 차기 교육감은 자신이 책임을 지고 이를 반드시 적극 실행해야 한다. 노련한 관록과 젊은 패기로 상징되는 차기 교육감 후보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강선 전북도체육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5.17 14:09

수두·볼거리 주의보, 학교 감염병 관리 강화를

각급 학교의 일상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수두와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 등 감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동안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강화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던 수두·볼거리 등 바이러스 질환이 5월부터 각급 학교의 정상 등교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는 질병관리청의 경고가 나왔다. 특히 수두와 볼거리는 학교와 학원 등에서 전파돼 유행 기간이 장기화되고 규모가 커지는 경향을 보여 주의가 필요하다. 급성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미열과 가려움증 및 발진성 수포(물집)가 생기는 수두는 2급 감염병으로 매년 3~6월, 10~12월 학기 중에 환자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볼거리 바이러스 감염으로 이하선 부종이 발생하는 2급 감염병인 볼거리도 주로 3~6월에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코로나19 유행 기간에는 교내 밀집도 조절,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 강화로 수두와 볼거리 감염도 감소세를 보였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2020년 전북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수두 집단감염 발생비율은 각각 9.2%와 5.3%로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그러나 초등학교의 집단감염 발생비율은 72.4%로 울산(80.0%)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일선 학교의 감염 예방 대책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감소했던 수두와 볼거리 감염이 전면 등교 이후 2018년~2019년 수준으로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최근 예방수칙 강화를 권고했다. 학교 정상화로 밀집·밀접한 단체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감염 확산 우려도 높아진 만큼 예방접종 완료, 개인위생 준수, 감염 의심 증상시 진료를 받고 감염력이 사라진 뒤에 등교·등원을 재개하는 ‘3대 예방 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수두와 볼거리는 감염된 환자의 침방울(비말)과 콧물 등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실내 마스크 착용 등 기본 방역수칙 준수가 중요하다. 기침 예절을 지키고 체험학습이나 야외활동 후 손씻기를 생활화하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감염병으로 부터 안전한 학교 만들기에 교육 및 보건 당국과 학부모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5.17 11:15

유권자 선택권 없는 지방선거 제도 개선 필요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전북에서 광역의원 후보 22명과 기초의원 후보 29명 등 모두 51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전북도의원의 경우 지역구 36곳 가운데 61%에 달하는 22곳에서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거 무투표 당선은 전북뿐만 아니라 광주·전남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 호·영남이 마찬가지다. 광주·전남에선 기초단체장 3명과 광주시의원 11명, 전남도의원 26명 등 총 61명이 투표 없이 당선됐다. 대구는 기초단체장 2곳과 광역의원 20곳, 경북에선 기초단체장 1곳과 광역의원 18곳 등 모두 40곳이 단독 출마로 무투표 당선됐다. 경남에선 광역의원 5명과 기초의원 17명, 부산에선 기초의원 33명이 단독 출마로 무투표 당선됐다. 전국적으로는 313개 선거구에서 기초단체장 6명을 비롯해 기초의원 282명, 광역의원 106명, 비례 기초의원 99명, 제주 교육의원 1명 등 모두 494명에 달한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때 496명이 무투표 당선 이후 20년 만에 최대다. 반면 지방선거 평균 경쟁률이 1.8대1로 역대 최저치다. 전라북도 역시 254개 선거구에 455명이 등록해 1.8대1을 기록, 역대 최저 기록을 보였다. 이처럼 무투표 당선자가 급증하는 반면 지방선거 경쟁률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함에 따라 지방선거 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대통령 선거 직후 지방선거가 치러짐에 따라 보수와 진보 양강 구도 속에 제3당이 퇴조하면서 다른 선택지가 사라졌다. 여기에 호남과 영남지역은 지역정서와 대선 결집력이 상승작용을 하면서 ‘공천이 곧 당선’인 일당 독식 구도가 더욱 심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북 역시 정당의 공천만 있을 뿐 유권자의 선택은 없는 이상한 선거를 치르는 폐단을 낳고 있다. 이러한 폐해는 고스란히 지역과 주민의 피해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인물 선택이 없다 보니 지역은 쪼그라들고 젊은 층은 떠나가면서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따라서 지방선거에 있어서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든지 아니면 단독 출마 후보라도 주민들에게 찬반을 물어서 당선자를 뽑아야 마땅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5.16 17:58

열린 청와대 닫힌 국민청원

이명박 정부 시절 2년 가까이 청와대 출입기자로 일하면서 청와대 경내에 들어간 날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청와대 취재 시스템이 출입기자들이 머무는 춘추관에서의 브리핑과 대통령의 공식 일정과 행사를 취재하는 풀 기자(공동기자) 운영 방식이어서 청와대 경내에 드나들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도 개인적으로 비서실동에 들어갈 경우 만날 사람과 시간 등을 미리 약속하고 보안 검색을 거친 뒤 출입이 가능했다. 그래서 대부분 청와대 밖에서 점심과 저녁 식사 자리를 만들어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을 만나거나 전화로 취재하는 경우가 일상이었다. 이처럼 청와대는 출입기자에게 까지 닫힌 공간이었다. 철저한 통제 속에 운영되던 청와대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지난 10일 국민들에게 완전 개방됐다. 지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4년 만이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6차례에 걸쳐 6500명씩 매일 3만9000명이 청와대를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오는 21일까지 청와대를 관람할 수 있는 신청자 접수에 231만2740명이 몰려 관람 및 신청 기간이 연장됐을 정도로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 문이 열린 날 국민들의 소통 창구였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문을 닫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100일째인 2017년 8월 19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취지로 개설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문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며 4년 8개월여 만인 지난 9일 낮 12시 운영이 종료됐다. 청원글이 30일 안에 20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청와대 또는 정부 부처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개설 이후 올해 2월까지 총 5억1600만명이 방문했다. 누적 게시글 111만건 가운데 293건이 20만 명 이상 동의를 얻어 정부의 답변을 이끌어냈다. 지난 2020년 4월 17일 게재된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란 제목의 청원에 271만5626명이 동의하는 등 ‘텔레그램 n번방 사건’관련 청원에 총 769만명이 지지를 보내면서 성폭력 처벌법 개정을 이끌어 냈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음주 운전자 처벌 강화(윤창호법),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도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시작됐다. 국민청원 게시판은 일부 거짓 청원, 비방 청원으로 민원 해결의 장이 아닌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국민 소통의 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더 많았다. 윤석열 정부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행정안전부의 광화문 1번가 등 각각 운영되던 국민 민원 플랫폼을 하나로 통폐합하고 보완해 새롭게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열린 청와대 처럼 국민들의 관심을 끌 새로운 국민 소통 창구의 멋진 등장을 기대한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5.16 17:46

기사 댓글에 ‘기레기’라고 쓰면 처벌받나요?

의뢰인은 시사에 관심이 많은 시민이다. 어느 날 핸드폰으로 기사를 보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화가 났다. 의뢰인은 포털 사이트에 ‘기레기’라고 댓글을 달았다. 의뢰인은 기자에게 고소당했다며, 이 경우 어떻게 되는지 물어왔다. 2021년 3월 대법원 판결을 각색했다. 흔히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댓글을 달았을 때,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린다면 범죄이다. 사실을 적시한 경우 명예훼손, 구체적 사실이 아닌 경멸감을 표현한 경우 모욕이다. 간단하게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한 반감을 표시하는 차원에서 ‘기자가 돈을 받았다.’, ‘기자는 전과자다’라고 쓴다면 구체적 사실이 적시된 명예훼손이고, ‘기자가 기레기다’라고 했다면 사실의 적시가 없기에 모욕이다. 쉽게 말해 모욕죄는 욕을 하지 말라는 거다.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기자를 낮춰 부르며 맘에 안 드는 기자에게 쓰는 말이다. 즉, 기레기는 욕이고, 이를 댓글에 쓴다면 모욕죄에 해당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댓글에 모욕적 표현이라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을 경우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그 논리구조는 모욕적 표현을 썼다면 범죄이다. 하지만 타당성 있는 사실을 전제로, 자신의 판단을 밝히고, 그 판단의 타당함을 밝히기 위해 부분적으로 모욕적 표현이 사용된다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부품 안전성 논란을 옹호하는 기사에 대해 안전성 논란에 대한 비판적인 취지에서 댓글을 작성한 것이고, 이러한 논란에 대한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기레기’란 단어가 비교적 폭넓게 사용된다는 점 등을 판단의 이유로 들었다. 흔히 ‘기레기’란 댓글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기사의 제목만 봤다면, 써도 된다고 오해하기 쉽다.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표현을 썼다면 범죄이다. 그 범죄가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았다는 점을 밝히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댓글’ 가급적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조심하길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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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6 14:35

‘기린원(麒麟苑)’과 ‘전주동물원’의 사이에서

1978년 6월 10일에 개원한 전주동물원은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희귀동물, 천연기념물을 포함하여 각종 포유류, 파충류, 조류, 어류 등 1,000마리가 넘는 동물들을 사육하고 있다고 한다. 전주 동물원 개원 당시, 한옥형태를 갖춘 정문에 건 ‘기린원(麒麟苑)’ 현판은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가 강암 송성용 선생이 중후한 필치로 쓴 명작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현판은 사라지고 한글로 새긴 ‘전주동물원’이라는 현판이 내걸렸다. 일부 시민이 ‘기린도 없는데 간판은 왜 기린원이냐’라는 지적을 했고, 기린을 들여온 후에는 “동물원에 기린만 있는 게 아닌데 왜 하필 기린원이냐?”라고 물었으며, 혹자는 한글이 아닌 한자로 쓴 간판이니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여 결국 한자 현판 ‘麒麟苑’을 내리고 ‘전주동물원’이라는 한글 간판을 걸게 되었다고 한다. ‘간판(看板:보는 판)’은 개화기에 일본에서 들어온 말로서 상가의 영업내용을 알리기 위해 써 거는 판을 말한다. 간판이라는 말이 들어오기 전 우리나라 시장에는 간판이라는 게 따로 없고 ‘약(藥)’, ‘주(酒)’ 등 파는 물건 이름을 벽에 써 붙이거나 깃발에 써서 거는 것이 고작이었다. 시장에 벌여놓은 물건 자체가 간판 역할을 했기에 굳이 간판을 걸어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대신 현판문화가 발달했다. ‘현판(懸板“달아 놓는 판)’은 집의 이름을 짓고 그 이름을 써서 건 것으로서 건축의 한 양식이었다. 현판을 걸어야만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된 것으로 여겼다. 경복궁의 정문에는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미친다.”는 의미의 “광피사표, 화급만방(光被四表 化及萬方)”이라는 말에서 ‘光’과 ‘化’ 두 글자를 따서 ‘광화문’이라는 현판을 걸었고, 종을 울려 시간을 알리는 집에는 ‘믿음을 펼친다(普信)’라는 의미를 담아 ‘보신각(普信閣)’이라는 현판을 걸었다. 궁궐이나 사우는 물론 개인의 집에도 깊은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짓고 현판을 제작하여 걸었다. 전주 동물원도 건축양식의 완성과 함께 깊은 의미를 담기 위해 ‘기린원’이라는 현판을 건 것이다. 현판 ‘기린원’의 기린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목이 긴 동물 즉 쥐라프(giraffe)라고 부르는 그 기린이 아니다. 한자문화권에서 말하는 기린은 상상의 동물로서 수컷은 기(麒), 암컷은 린(麟)이라고 한다. 용의 머리에 사슴의 몸, 소의 꼬리에 말의 발굽과 갈기가 있으며 린(麟)은 이마에 뿔이 하나 있고 기(麒)는 뿔이 없다고 한다. 쥐라프를 기린으로 명명한 것은 중국 명나라 때 아프리카로부터 쥐라프를 들여온 이후의 일이다. 전설상의 기린은 덕이 높은 성인의 출현을 알리는 전조(前兆:조짐)로 나타난다고 한다. 중국뿐 아니라 우리 역사에도 기린에 대한 기록이 보이는데 고구려의 건국 시조 주몽은 건국의 대업을 완성한 후 기린을 타고 승천했다고 한다. 전주 동물원 ‘기린원’은 덕망 높은 지도자가 나올 조짐을 전주에서 기린이 나타나 온 세상에 처음으로 알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다. 지금 우리는 한자를 도외시함으로써 참으로 많은 것을 잃고 있다. 역사와 문화의 깊은 의미가 사라지고, 학생들의 문해력은 날로 낮아지고 있다. 전주동물원에 다시 ‘기린원’ 현판이 내걸리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2.05.16 14:33

곡물가격 상승과 식량안보

최근 세계 곡물 가격이 큰 변동 폭을 보이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곡물가격이 원유, 비료 등 국제원자재 가격과 동조화되며, 생산과 소비 등의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IMF는 물가충격을 경고하면서, 식량과 에너지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 등이 더욱 압박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 곡물 가격의 변동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인 현상으로 고착화되고 있어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곡물생산의 지역 편중성, 교역의 특수성, 독점적 곡물시장 구조 등 구조적 요인이 곡물 수급불안을 상시 야기하고 가격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곡물가격의 변동성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정적 식량확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곡물 수요량의 80%수준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세계 곡물 가격 변동성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지난 2020년 기준 1,717만톤의 곡물을 수입하는 세계 7번째 곡물수입국으로, 곡물자급률은 20.2%에 불과하다. 여기서 쌀을 제외할 경우 3.2%에 그친다. 특히, 밀 0.5%, 옥수수 0.7%, 콩 7.5%의 자급률은 크게 우려되는 수준이다. 국가별 식량안보 수준을 비교 평가하는 세계식량안보지수(GFSI)는 2021년 32위로,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 생산, 해외농업개발과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 등 식량안보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소기의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목표 자급률을 2008년부터 5년 마다 설정하고 있으나, 매번 하향 조정 하고 있다. 2022년 곡물자급률 목표치 27.3%는 당초 2013년에 32.0%로 설정하였으나, 2018년에 다시 △4.7%p 하향 수정하였다. 2008년 세계 곡물 가격파동 이후 해외 식량조달사업을 추진하였으나, 답보 내지 중단 상태로 2018년 기준 국내 누적 반입물량은 3만톤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법적 구속력과 국가재정의 뒷받침 부족에 기인한다. 세계 곡물 가격파동의 주기적 순환구조와 주식인 쌀 자급의 착시 현상으로 인한 낙관적 인식도 한 몫을 차지한다. 그러나 세계 곡물가격 변동성 심화는 식량 대외의존도가 큰 국가일수록 물가불안은 물론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발생시킬 수 있다. 특히, 금번 곡물파동은 세계 각국이 자국 식량수요 충족을 위해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등 이른바 ‘식량무기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위기가 현실이 되기 전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첫째, 식량문제를 국가안보로 인식하고 식량안보 규정을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기초식량의 안정은 사회 안정성 유지의 기본조건이며, 적정 식량재고와 일정 수준의 국내 생산 유지는 국가의 기본 책무이기 때문이다. 둘째, 식량안보 강화, 지속가능한 생산·소비, 먹거리 접근성 보장 등을 위한 정부의 ‘국가식량계획’의 실효적 추진으로 식량위기 대응을 위한 국내 식량자급능력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 셋째, 농업진흥지역 중심으로 우량농지를 보전하여 농지 이용율을 제고하고, 논·밭 활용 다양화로 쌀 자급기반은 유지하되, 기초식량 생산 장려를 위한 직접지불제 도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해외 사료곡물의 안정적 국내 반입을 위한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해나가야 한다. 국가는 농업생산의 기초 보존, 식량 생산 및 자원의 효율적 사용, 농업 및 식품사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식량자원의 낭비 방지 등에 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으로 우리 국민의 식량안보를 지켜나가야 한다. 식량이 무기가 되는 불안한 미래에 맞서 탄탄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재호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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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6 14:31

선거 통해 바라 본 하반기 전북지역 부동산시장

이번 대통령선거의 결과가 부동산 정책과 각종 관련 사건에 따른 영향으로 당락이 전적으로 결정되었다는 평가에는 동의 못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최대 이슈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2012년 미국 대선에서도 클린턴은 압도적 우세였던 아버지 부시를 상대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선거 구호로 당선됐다. 그리고 이재명후보의 판교 대장동 개발사업에 따른 인허가 과정과 윤석렬 당선인 처가의 부동산 차명투기 후폭풍으로 인한 블랙홀이 모든 사안을 빨아들이고 네거티브와 마타도어 판치는 ‘부동산 게이트’ 대선으로 만들고 말았다. 이처럼 선거에서 경제분야 부동산 정책과 그 결과는 지난 대통령선거부터 6월1일 예정된 지방선거에까지 선거의 ‘핵’으로 등장하고 있다. 전북지역은 올해 하반기에 부동산 광풍이 거세게 불어올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단체창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200층 타워, 50층 디지털 플랫폼 지원센터, 새만금특별자치도와 제2혁신도시 건설등 부동산 개발사업의 호재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공동주택 가격 상승의 요인도 기다리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철근 및 레미콘등 건설 원자잿값이 폭등했고 이에 따른 분양가상한제에 적용되는 ‘기본형건축비’ 그리고 ‘표준형건축비’는 임대아파트에 반영되는데 건교부가 비정기적인 사유로 인한 인상을 긍정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작년 대비 평당 공사비가 약 30%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전주시를 비롯한 타 시군도 분양가 상승 규제는 사실상 물건너 갔고 새롭게 취임하는 단체장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시행사와 시공사들도 분양가, 공사비를 올려 받기 위해 아파트 공급계획을 정부의 ‘기본형건축비’ 인상이 예상되는 하반기로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새로운 정부의 부동산 관련 공약과 정책기조를 살펴 보면 6월에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서 조정대상지역을 해제와 기획재정부는 새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통합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한시적 배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은 부동산시장에 실수요자인 서민들에게 긍정적 시그널 보다 투자자들에게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강행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역대 선거 결과를 보더라도 새 정부와 민선단체장 취임 초기에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민심을 얻기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출발한다. 이렇게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개발 호재와 새로운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면서 전북지역의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어느 때 보다 역동적이면서 실수요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달 익산참여연대가 시민을 대상으로 고분양가 근절을 위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투기 근절을 위해서는 강력한 분양가 통제가 필요하다는 대다수 시민들의 답변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명한 나무D&S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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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6 14:26

지방선거, 청년층 관심·참여 이끌어야

6·1 지방선거 후보등록이 마무리되면서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은 점점 더 선거에서 멀어지고 있다. 정당의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열기가 달아올랐지만 그 뿐이었다. 일당독주 체제인 전북에서는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선거구도가 더 단단하게 굳어졌고, 이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지방선거에서 더 멀어지게 했다. 정당 공천을 받은 지방의원 후보 상당수는 이제 적극적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단체장 후보 이름조차 잘 모르는 유권자가 부지기수이고, 어떤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지는 더더욱 모른다. 특히 청년층의 무관심이 심각하다. 일당 독주체제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청년 유권자들에게 후보들의 진정성 없는 공약과 유명무실한 청년정책은 실망과 무관심만 키웠다. 아예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거리낌없이 밝히는 청년도 적지 않다.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층의 지방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외면, 그리고 불신풍조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우선 지역정치권과 후보들이 청년층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역소멸 위기의 해법을 청년정책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양한 지역발전 정책을 내놓을 수 있지만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들기 위한 청년정책에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또 청년들도 지방선거에 관심을 갖고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청년 유권자의 선거 무관심이 후보들의 청년정책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하지만 그 꽃을 제대로 피우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한다. 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외면은 앞으로 4년 동안의 지역살림을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게다가 지역소멸의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서 말이다. 6·1 지방선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후보들이 내놓은 지역발전 청사진을 꼼꼼히 살펴보고, 누가 지역의 참 일꾼이 될 지를 결정해야 한다. 지역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성숙한 유권자의식을 기대한다. 아울러 지역 정치권과 후보들도 차갑게 돌아선 청년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정책 발굴에 더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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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5.16 11:26

전주 한옥마을 관광경찰 운영 적극 검토를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전주 한옥마을에도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관광경찰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관광경찰은 경찰청과 문체부가 주요 관광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행위를 막아 ‘안전한 관광한국’을 구현하자는 취지에서 도입, 지난 2013년 출범했다. 관광경찰은 현재 서울과 부산, 인천경찰청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은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주요 관광지에서 관광객 보호와 범죄 예방, 불법행위 단속, 관광 안내 등 다양한 관광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북경찰청에서도 지난 2017년 7월 전주시와 협의를 거쳐 한해 10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의 이미지 제고와 치안서비스 향상을 위해 관광경찰대를 창설해 운영했다. 그러나 잇따라 발생한 결원을 충원하지 못하면서 전주 한옥마을 관광경찰대는 만 2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라졌다. ‘취지는 좋았지만 결국 낯내기식 행정으로 치안력만 낭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결원 충원을 위해 외국어를 잘하는 경찰관을 찾아봤지만 마땅한 직원이 없었다’는 게 운영 중단의 이유였다. 전북의 대표 관광지로 한해 방문객 1000만명을 훌쩍 넘겼던 전주 한옥마을은 지난 2018년부터 방문객이 감소세로 돌아섰고, 설상가상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객이 급격하게 줄면서 침체기에 빠졌다. 전주가 글로벌 관광거점도시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심장부인 한옥마을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침체에 빠진 전주 한옥마을을 다시 국내외 관광객이 북적이는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명소로 세우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전략으로 전주 한옥마을 관광경찰대 운영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의 관광 심장부인 한옥마을은 외국인에게도 분명 매력적인 곳이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위드코로나 시대, 다시 활짝 열리게 될 글로벌 관광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활동할 관광경찰대를 재창설해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물론 전북경찰청과 전주시가 협력해 이전의 경험을 토대로 안정적인 운영방안도 마련해 놓아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5.15 19:11

전북 독자권역화 정책 반영 정치권 나서라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된 전국 5개 메가시티 구상에서 제외돼 전북·제주와 함께 강소권 메가시티를 요구했던 강원도가 특별자치도 설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국을 5개 광역경제권과 2개 특별자치도로 육성하는 5+2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모색되면서 독자권역화를 위한 발빠른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강원과 달리 전북의 독자권역화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강원도의회는 새 정부 출범일인 지난 10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촉구 건의문’을 채택하고 대통령실과 국회,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등에 송부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이미 발의된 강원특별자치도 설치관련 법안을 심사하면서 강원도의회의 의견 제출을 요청한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강원특별자치도 설치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특별자치도 입법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에는 현재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과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및 환동해경제자유특구 지정 특별법이 발의된 상태로 행안위는 이들 2개 법안을 병합 심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회의원과 도의회까지 나서는 등 강원도 정치권의 의견이 결집된 상태여서 강원특별자치도 법안은 행안위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이르면 7월 초 제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원과 달리 전북의 독자권역화는 감감무소식이다. 안호영 국회의원이 지난달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새만금 경제자유특별지구 지정 등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한 상태지만 법안 논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강원특별자치도 설치가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된 것과 달리 전북의 독자권역화는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전략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난 4일 전북을 찾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전북 독자권역 설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광역경제권 설정에 대해 더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지만 지역 여론이 제대로 반영될 지 의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북 국회의원과 도의회 등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지방선거에 함몰돼 미래 전북 발전을 위한 큰 구상이 소홀히 다뤄져선 안된다. 전북 정치권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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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5.15 19:10

바꿔야 할 정치적 토양

상당수 도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반기지 않은 눈치다. 그 이유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한테 83%라는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도 석패한 탓이 크다. 도민들은 이 후보 한테 80% 이상만 주면 대통령이 되는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공표하지 못한 깜깜이 선거기간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마지막으로 표 결집을 가져왔지만 0.73% 차이로 분누를 삼켜야만 했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내서 투표한 결과가 이렇게 박빙으로 승부가 갈리자 지금도 멍하니 멘붕 상태에 빠진 사람이 많다. 그러나 마냥 슬퍼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이 돼서 전임 대통령과 달리 청와대가 아닌 용산에서 집무를 보고 있다. 국정을 이끌어 갈 윤석열 정부의 장차관 인사들이 속속 발표 되고 있다. 전북 출신으로는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었던 장상윤씨가 교육부 차관으로 유제철 전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이 환경부 차관으로 발탁되었다. 전북이 MB정권 때는 장차관이 없어 무장관 무차관 시대를 맞았지만 이번 윤석열정권 때는 구색을 맞춰준 것 같다. 정권 출범 때 어떻게 진용을 갖춰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역대정권마다 지역차별 없이 인사탕평 내지는 고르게 인재를 중용하겠다는 말들을 서슴없이 해왔다. 하지만 승자독식주의라서 말처럼 그런 균형 잡힌 인사는 거의 없었다. 우선 자기 사람 챙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표를 많이 준 지역 출신들을 많이 등용했다. 인수위 때부터 서오남이란 말이 회자 되었듯 서울대 출신으로 50대 남성들이 장차관 등 요직에 많이 기용됐다. 전북에서 보수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14.4%를 얻은 것은 역대 대선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호남권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다. 그렇지만 전북 출신들이 인사에서 거의 비껴갔다. 표도 많이 주지 않은 사람들이 욕심이 많다고 할 수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역균형발전을 유난히 강조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기대를 가졌다. 물론 이번 인사가 다가 아니기 때문에 다음 인사기회 때는 전북 출신을 어느정도 기용해 달라는 뜻이다. 인재등용은 대개 선거결과에 따른 논공행상이 하나의 원칙이나 다름 없다. 사실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이 비례대표이지만 이번 대선기간 동안 호남권에서 죽어라고 선거운동을 했다. 문재인 전 정권 때도 전북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그 만큼 열심히 뛴 의원이 없다. 10년 전 정의원이 전주에 내려온 당시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것이다. MB정권 때 광우병 파동으로 장관직을 물러나면서도 진정성을 갖고 지역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결과가 오늘날 자랑스러운 5.18광주인상을 보수정당 출신으로 최초로 받게 되었다. 도민들도 집권세력이 전북을 소외시켰다고 불평불만만 하지 말고 경쟁의 정치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먼저 정치적 토양을 만들어줘야 한다. 전북에서도 국민의힘 출신을 선출직으로 뽑아줘야 한다. 선거 때마다 민주당 일당구조 위주로 갔다가는 백년하청이 될 수 있다. 집권당 국힘 후보 한테도 어느 정도의 표를 줘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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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2.05.15 19:09

잊지 못할 나의 스승님

누구에게나 평생을 통해 잊지 못할 스승님이 한두 분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런 은사님이 국민학교 5․6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이다. 그 선생님은 옥구 출신으로 군산사범학교를 나와 초임 발령을 받아 벽지인 우리 고장으로 오신 총각선생님이셨다. 그 당시는 교통이 안 좋은 때라서 군산에서 우리가 사는 곳(고창 해리)까지 오려면 거의 하루가 다 걸렸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눈동자가 예리하신 선생님이셨다. 내가 5학년 2학기 때부터 6학년 졸업 할 때까지 우리 반 담임을 하셨는데 참으로 열성적인 선생님이셨다. 그 당시는 중학교도 입시를 치르고 들어가는 시절이었다. 그래서 6학년 담임은 입시 성적에 따라 평가 되곤 했다. 그 시절엔 중학 입시를 위해 초등학교도 과외수업을 했다. 6학년은 6교시 정규 수업이 끝나면 매일 두 시간씩 과외수업을 하고 하교를 했다. 이른 봄이나 겨울철이면 해가 서산에 넘어가 어둑어둑할 때 집에 돌아오곤 했다. 초등학교는 담임이 혼자서 중간에 빈 시간도 없이 하루면 정규시간 여섯 시간에다 과외수업 두 시간 모두 여덟 시간을 매일같이 하셨으니 얼마나 힘들고 피곤하셨을까? 요즘 중․고교 교사들은 하루 보통 서너 시간밖에 않는다. 그래도 힘들다고 한다. 어느 날인가 녹음이 우거지고 제법 덥기 시작해지는 초여름쯤이었을 것이다. 선생님께서 한참 열을 올려 열심히 수업을 하시다 갑자기 고개를 쳐들고 코를 움켜잡고 계셨다. 수업하시던 책을 교탁에 놓으시더니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칠판 옆에 있는 세수대에 가서 홀로 코피를 씻으시는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도 철없는 우리들은 우두커니 바라만 보고 있을 뿐 누구 하나 나서서 닦아드릴 줄도 몰랐다. 이렇게 열심히 헌신적으로 우리를 가르치셨기 때문에 당시 우리 반의 입시 성적은 놀라울 정도의 성과를 냈다. 워낙 시골의 궁벽하고 조그마한 벽지 학교였기에 우리 학교에선 당시 전북 최고 일류학교였던 ‘전주 북중’을 십년에 한명 정도 들어갈 둥 말 둥 할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 반에서만 두 명이나 들어갔다. 그래서 면내에 경사가 나다시피 했다. 우리 선생님은 당연히 영웅시 되었다. 나는 공부는 잘 했지만 가정이 워낙 가난하여 고향에 있는 시골 중학교를 수석으로 들어갔다. 점수를 따져보니 이 중학교를 들어간 학생 중에서도 3등까지는 북중에 들어갈 수 있는 점수였다. 당연히 우리의 담임 ‘문현식’ 선생님의 공이었다. 내가 선생님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것은 비단 선생님의 이러한 공로 때문만이 아니다. 나와 같은 마을에 아주 친한 친구 ‘이기주’라는 같은 반 친구가 있었다. 그 집에선 아들을 전주 북중에 보내기 위해 6학년 초부터 담임선생님을 가정교사로 모셔왔다. 난 이 집에서 5학년 때부터 이 친구와 함께 먹고 자고 뒹굴며 공부를 해왔던 터라 선생님 밑에서 함께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일생을 통해 내가 가장 공부를 열심히 한 때는 바로 이 6학년 때인 것 같다. 지금 생각하기에 아마 선생님은 숙식만 친구 집에서 해결하시고 무보수로 우리를 가르쳐 주셨던 것 같다. 어느 누가 이럴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난 이 선생님을 평생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난 지금은 이 선생님의 행방과 생존 여부를 모른다. 지금 살아 계신다면 팔순이 넘으셨을 텐데 어디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선생님 죄송하고 한없이 그립습니다! /이남규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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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5 13:55

지방시대, 새만금을 전북의 성장거점으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새 정부의 국정 목표 중 하나이다.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희망의 지방시대를 모토로, 지역이 주도하는 균형발전을 추진하면서 지역별 혁신성장의 기반을 마련해나가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지역균형발전 실현을 위한 새 정부의 강한 추진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지난 4월 2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지역균형발전 비전의 주요 실천과제로 새만금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을 선언했다. 또한, 6월 1일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 지역의 후보들도 새만금 관련 많은 공약을 제시하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는 새만금을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축으로 삼아 전북의 성공시대를 이끌어야 한다는 새 정부와 전북도민의 기대와 희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 기대와 희망을 새만금에서 실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며, 국가 예산 확보와 이해관계 조정, 지역사회 동의 등 어려운 문제를 헤쳐 나가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일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소통하고 힘을 모아야 이뤄낼 수 있는 일이다. 새만금 사업이 갖는 공공의 목적과 추진 의지를 담아 새만금을 더욱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소아를 버리고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임기 5년은 새만금이 재도약하는 전환기로 삼아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이다. 현재 새만금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체 사업의 78%를 완성할 계획이다. 공항‧항만‧철도 등 핵심 기반시설과 주요 프로젝트가 대부분 이 시기에 추진된다. 그런 의미에서 새 정부의 5년은 실질적으로 새만금개발의 문을 활짝 여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대통령도 많은 관심을 보이며 “임기 내 새만금개발 사업을 마무리”하고, “글로벌 기업이 앞다퉈 모이는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 기회를 십 분 활용해 새만금개발의 속도를 한층 높여야한다. 정권교체기와 지방선거 등으로 새로운 정책이 자리 잡는 동안 새만금 사업 공약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우선, 전북 지역의 핵심 공약인 새만금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을 통해 입주기업에 세제 혜택과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국제학교와 대형 의료기관 유치 등 정주 여건을 개선해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스마트 수변도시와 스마트그린 산단을 빠르게 조성하고 투자유치 공모사업인 테마마을, 해양레저단지, 첨단복합단지 등을 구축하며, 내년으로 다가온 세계잼버리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세계에서도 주목하는 새만금을 만들어야 한다. 남북도로 준공, 항만‧공항 등 기반시설 구축과 신산업 육성 등을 통해 새만금개발을 앞당겨야 한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마음가짐으로 새만금을 대한민국 지역균형발전의 성공모델이자 전북의 성장동력으로 만들자. 새만금이 갖는 무한한 잠재력을 활용해 도전적이고 전향적인 목표를 세워나감으로써, 미래 성장거점 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전북도민께서 모든 역량을 함께 펼쳐주시길 바란다. /양충모 전 새만금개발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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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5 10:05

어른이 되어가는 중

카페에서 음료를 기다리거나 버스를 기다릴 때면 연락처 목록을 뒤적인다. 평소 문자보다 전화를 좋아하는 탓에 시간과 시간 사이에 틈이 생기면 어딘가로 전화를 걸곤 한다. 그렇게 3분도 안 되는 짧은 통화를 하곤 다시 일상에 집중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 꽤나 고요함을 즐긴다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허세는 거짓말이었나보다. 그 날도 어김없이 전화를 걸기 위해 연락처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지금 일하려나?’, ‘지금 수업중이려나?’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채워지면서 음악 어플로 손이 향했다. 예전 같으면 아무생각없이 눌렀을 번호들이었지만 갑자기 망설여졌다. 어릴 적 미디어에서만 본 현대인의 거짓말 1위 “언제 밥 한번 먹자.”유형이 내 현실에도 등장한 것이다. 해가 가면 갈수록 늘어가는 전화번호 속 정작 마음 놓고 전화 걸 사람들이 줄어가는 게 느껴진다. 딱히 그들과 껄끄러운 관계가 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고등학생 시절 같은 드라마를 본다는 이유 하나로 친구가 된 짝꿍은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붙어있다가 보니 저절로 ‘제일 친한’이라는 수식어를 갖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 우린 서로 술이 먹고 싶거나, 가고 싶은 카페가 있거나, 심심할 때 바로바로 서로에게 전화해 불러낼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다 다른 대학에 입학한 후 각자 일이 생기고, 애인이 생기고, 다른 친구들을 챙기다 보니 저절로 만남의 빈도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통화를 끊으며 나누었던 “내일 봐.”는“나중에 한번 보자.”로 바뀌었고, 쓸데없는 대화로 시끄러웠던 내 핸드폰도 점점 조용해졌다. 우리는 특별한 이유 없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 뒤로 서로의 학업, 취업 등으로 인해 나와 친구들 사이에 희미한 벽이 생긴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가 심심하니까 전화를 걸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전화가 가능한 상황인지를 묻는 문자를 먼저 보내게 되었고, “지금 내가 속이 상하니 나와.”가 아닌 “몇월 며칠 몇 시가 괜찮아?”를 물어보게 된다. 처음엔 친구와 만나지 않는 삶이 상상되지도 않았지만 지금 친구가 빠진 내 일상은 너무나도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다. 미래에 대한 방안이 성적뿐이던 고등학생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 우리는 사회인으로 현실을 유지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과 해야 할 일들이 태산이다. 그렇게 저절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서로에게 더 소홀해질 것이고 서로에게 ‘제일 친한’ 사람도 ‘제일 잘 아는’ 사람도 아닐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희미한 존재가 되어가고, 서운한 감정은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연락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지금, 이 글을 쓰는 나조차도 끊어진 인연을 먼저 이어 붙일 용기가 없다. 만약 이 사람이 내 연락이 불편하면 어떡하지? 인사 뒤엔 무슨 얘기를 해야 하는 거지? 라는 고민이 먼저 들고 내 순수한 안부 인사가 다른 꿍꿍이로 보일까 걱정하기도 한다. 그렇게 나 혼자 잘 지내겠거니. 그러려니. 하며 단정 짓고 포기해 버린다. 아직 부모님 손을 잡고 걷는게 좋고, 언니들의 챙김을 받는게 당연한 ‘우리집 막둥이’인 나는 버스를 탈때 성인 요금은 지불하고,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고 해서 나 자신을 어른이라 생각해 본적이 없다. 하지만 넘쳐나는 전화번호 속 가벼운 안부를 물어보기 어려운 관계가 늘어갈수록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오늘도 버스정류장에서 그냥 노래나 들어야겠다. /전현아 전북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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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5 10:01

전북경진원 생생장터 지역업체 외면해서야

전북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전북경제통상진흥원이 생생장터 운영을 위한 외부 용역업체를 선정할 때 지역 기업을 외면하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지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활성화를 도모하려면 다양한 지원과 인센티브를 통한 육성책이 필요함에도 타지역 업체를 선호하는 것은 전북경제통상원의 설립 목적과 비전에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한 농·특산품에 대한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인 ‘전북 생생장터’를 운영 중이다. 전북 생생장터 운영 위탁을 받은 전북경제통상진흥원은 외부 용역업체 선정을 통해 판매관리 등 운영 전반을 위탁업체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위탁업체 선정 때 최저가격을 입찰한 업체 순으로 적격심사를 거쳐 낙찰자를 결정하다 보니 자본력과 규모를 갖춘 타 지역업체가 전북 생생장터 운영을 도맡고 있다. 현재 위탁 운영업체도 대전 소재 쇼핑몰 전문 컨설팅회사가 맡고 있으며 충분한 인력과 자본력을 갖춘 이 업체는 전남지역 온라인 쇼핑몰도 함께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위탁 운영업체 선정 방식으로 인해 전북 생생장터는 지금까지 서울 등 타 지역업체가 맡아왔고 전북 지역 업체가 수주한 것은 지난 2015년과 2016년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전북생생장터 운영비는 연간 1억 1000여만 원으로 용역 규모로는 적은 편은 아니다. 물론 인터넷 쇼핑몰로 운영되는 전북 생생장터는 판매실적 등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전북에서 생산되는 지역 농·특산물을 알리고 판매 실적을 올려 생산농가에 수익을 안겨줘야 한다. 외지의 큰 업체의 경우 인터넷 쇼핑몰 운영에 대한 노하우와 실력이 축적돼 전북 생생장터 운영에 유리할 수 있다. 그렇지만 타 지역업체가 전북 생생장터 운영을 도맡게 되면 지역업체는 자연 고사할 수밖에 없고 전북지역의 인터넷 쇼핑몰 운영기반은 붕괴할 게 뻔하다. 전북경제통상진흥원은 지역에 있는 인터넷 쇼핑몰 위탁 운영업체도 전북 기업인 만큼 가산점이나 입찰 우선권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들 업체에 대한 육성과 지원도 전북 기업을 살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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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5.12 19:09

도시의 지도

“전주는 엘도라도(El Dorado)예요. 아직 금을 캐내지 않은 금광의 상태. 그런데 엘도라도로 가는 지도가 없는 것 같아요. 지도가 없다 보니 자기 발밑에 금광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것을 찾고 있는 거죠.” 10여 년 전, 전주의 출판문화를 연구했던 글씨미디어 홍동원 대표가 들려준 말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문자와 언어를 연구하며 디자인의 영역을 개척해온 그가 도시를 보는 관점은 특별했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것이 있다. 도시의 미래를 위해서는 ‘도시의 지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도시의 지도를 만드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 그는 “그 도시가 걸어온 역사와 전통을 잘 읽어내면 그것이 바로 지도가 된다”고 말했다. 그 도시가 갖고 있는 것, 도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자는 것, 그것이 곧 그가 말하는 도시의 지도 만들기였다. 돌아보면 국가와 도시의 미래를 열었던 ‘지도’들이 적지 않다. 프랑스가 2만 달러 시대를 맞았던 시기, 미테랑 대통령이 프랑스혁명 20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했던 <그랑프로제(Grands Projets)>도 그중 하나다. 도시연구자 강동진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테랑의 <그랑프로제>는 20세기 말, 정치 경제 예술 전반에 걸쳐 국제적 위상이 떨어지고 있던 프랑스의 힘을 되살려낸 '파리의 도시문화혁신프로젝트’다.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오르세미술관, 라빌레트 과학산업관과 공원, 라데팡스 상업지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국립도서관 등 오늘날 파리의 랜드마크가 된 공간들이 모두 <그랑 프로제>의 결실이다. 관심을 끄는 이 공간들의 특성이 있다. 모두 ‘낡아 쇠퇴하거나 버려졌던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문을 닫은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폐쇄된 도살장을 과학과 책 읽는 공원으로 바꾸었으며 낙후지역에는 국립도서관을 유치하고 프랑스혁명의 역사적 장소였던 바스티유 광장에 오페라극장을 건설한 <그랑프로제>. 들여다보면 파리의 역사와 전통을 잘 읽어내 만들어낸 훌륭한 ‘도시의 지도’였다. 이 ‘도시의 지도’로 파리는 쇠퇴의 위기에서 날아올랐다. 강교수의 분석처럼 ‘싹쓸이 밀어내기식 도시계획이 아니라 공간 치유에 두터운 문화를 중첩시킨 혁신의 개념’으로 ‘파리의 역사와 현대미학을 조화시키고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한 문화중심의 도시 쇄신’을 추진한 성과다. 십수 년 전의 ‘도시의 지도’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6.1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자치단체장 출마 후보들의 공약을 마주하면서다. 아쉽게도 도시를 새롭게 이끌겠다는 후보들의 야심찬(?) 공약에는 하나같이 도시의 역사를 읽어낸 힘이 보이지 않는다. 역사와 현재, 미래가 호흡하는 ‘도시의 지도’를 가진 리더를 만났으면 좋겠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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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05.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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