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부터 갑니다!”…남원 오리정에 사람 몰린 이유
“만 원부터 갑니다!” 지난 9일 오전 남원시 오리정 경매장. 경매사의 구성진 외침이 울려 퍼지자 여기저기서 손이 번쩍 올라갔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초겨울 아침이었지만, 경매장은 사람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트럭 짐칸에서 물건을 내리는 상인들, 자리를 잡는 구매자들, 호기심에 이끌려 온 구경꾼들까지. 북적이는 현장에는 활기가 넘쳤다. 이날 경매장에는 수석, 조경수, 골동품, 전자제품, 농기계, 심지어 갓 수확한 제철 농산물까지 다채로운 물건들이 줄지어 섰고, 거래가 이어졌다. 30만 원대 수석, 10만 원대 TV, 3만 원짜리 난로, 2만 원짜리 화분 등 물건이 오를 때마다 경매장 곳곳에서는 탄식이 터지며 흥겨움을 더했다. 경매장을 운영 중인 신현복 대표는 “일요일 오후에는 수백명이 넘게 모인다”며 “요즘엔 남원뿐 아니라 전주, 순창, 임실 등 근교에서도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고 전했다. 경매장에 따르면, 경매가 열리는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에는 하루 최대 500~600건의 물품 거래가 이뤄진다. 천원짜리 수세미부터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석물·골동품까지 다양한 물건이 경매장을 거쳐 새 주인을 찾아간다. 경매장이 문을 연 지난 2021년부터 단일 거래로 가장 높은 금액을 차지한 품목은 자연석으로 1800만 원에 거래됐다. 이처럼 지역민들의 ‘놀이터’로 자리잡은 경매장은 시끌벅적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로 가득하다. 남원시 도통동에서 왔다는 김모(64) 씨는 “처음엔 구경 삼아 왔다가 지금은 매주 나온다”며 “필요한 생활용품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고, 사람 구경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구매자와 구경꾼이 뒤섞여 물건 정보를 나누며 각자의 값을 정하고, 경매사와 상인 사이에는 웃음이 오간다. 판매자들 역시 오리정 경매장을 반긴다. 오래된 가구나 재고 물품,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손쉽게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민은 “전자제품이나 공구 같은 것도 잘 팔린다”며 “제철 농산물을 농업인에게 직접 구매하기 때문에 싼값에 구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농산물 경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유통단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농업인들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신현복 대표는 “앞으로도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 농산물과 생활용품 등을 적극 받아들일 계획”이라며 “시민과 농민이 함께하는 매력적인 경매장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남원=최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