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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한민국 문학인 어울림 한마당] 한국문인협회 김호운 이사장 "지역문학 확산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발전 동력"

부안은 10년 만에 오는 길이라고 했다. 조선 3대 여류시인으로 불리는 이매창에 관심이 컸던 소설가로서 그는 매창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부안을 종종 찾았었다. 풍부한 지역의 문화유산과 신석정 시인을 비롯한 걸출한 문인들의 뿌리인 부안은 소설가에게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도시였다. 김호운(75)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의 이야기다. 1978년 등단 후 47년간 소설가로 활동해 온 김 이사장은 '‘부안’이야말로 문학적 자산이 실재하고 예술적 감성이 깊이 흐르는 지역"이라고 자부했다. 올해 한국문인협회는 '2025 대한민국 문학인 어울림 한마당'을 부안에서 열었다. 김 이사장은 2023년 제28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매년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문인과 독자가 함께 참여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독자가 문학의 주인이라는 인식 전환을 위한 운동으로, 지난해 경상북도 예천과 안동에서 첫 행사를 치른 바 있다. 올해는 신석정 시인의 서거 51주기를 맞아 부안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참석차 10년 만에 부안을 방문한 김 이사장을 지난달 29일 모항 해나루가족호텔에서 만났다. 김호운 이사장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두 가지 변화를 꾀하고 싶었다고 했다. 문학을 독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문인끼리 진행하는 행사를 지양하는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답게 가시적인 문학 발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지역 출신 문인들 가운데 한국문학을 빛낸 분을 선정하여 그분들의 문학세계를 새롭게 재조명하는 게 이번 행사의 목적”이라며 “지역문학 확산이야말로 한국문학의 새로운 발전을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석정 시인은 한국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훌륭한 문인"이라며 "신석정 시인은 전북의 시인이 아니라 한국 문학의 줄기를 이루는 시인이며 세계문학 속의 시인으로 나아가는 것이 한국문학의 발전이라 생각해 부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도 어느덧 2년째. 그는 문학이 학교에서 배워야 할 공부가 아닌 영화나 미술, 음악처럼 일상에서도 충분히 익히고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사장은 ‘문인끼리’ 행사도 지양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인끼리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행사를 통해 문학인과 독자 모두가 '문학=일상'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고 싶다"며 "앞으로 한국문학이라는 큰 울타리에서 지역 문학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한국문인협회에서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8.31 17:10

[2025 대한민국 문학인 어울림 한마당] 문학의 뿌리와 울림 되새기다...'대한민국 문학인 어울림 한마당' 부안서 열려

2025 대한민국 문학인 어울림 한마당이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부안군 일원에서 열렸다. '대한민국 문학인 어울림 한마당'은 한국문인협회가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 출신 문인 가운데 한국문학을 빛낸 이들을 선정해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행사이다. 올해는 한국 서정시의 거목이자 부조리한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던 신석정 시인의 서거 51주기 추모 기념으로 마련됐다. 이틀 간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문학인들로 성황을 이룬 이번 행사는 신석정 시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석정시 세미나와 한국문학심포지엄, 석정시 콜로퀴엄(자유롭게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토론)을 비롯해 추모음악제와 문화행사, 문학팸투어 등으로 진행됐다. 행사 첫째날인 29일 부안 모항 해나루 가족호텔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윤석정 신석정기념사업회 이사장과 김호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김남곤·문효치 한국문인협회 고문, 권익현 부안군수, 김정기 전북도의원 등이 참석했다. 또한 올해 석정시문학상 수상자인 소재호 시인과 정군수 전 석정문학관장, 김영 석정문학회장, 김현조 전주문인협회장, 이형구 전북시인협회장 등 300여명이 함께 했다. 특히 이날 기념식에 신석정 시인의 넷째 아들 신광만 씨와 장조카 신조영 씨 등 유가족 1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신석정 시인의 넷째 아들인 신광만 씨는 “유족인 저도 매우 감격스러운 행사”라며 “한국문인협회 김호운 이사장과 회원들을 환영한다. 성대한 행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쓰신 윤석정 이사장과 김관영 도지사, 권인혁 부안군수 등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한국문인협회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신석정기념사업회 윤석정 이사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김호운 이사장은 바다문학상을 제정하고, 신석정 시인의 문학적 발자취를 남기고자 노력해 온 공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감사패를 수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념식 이후 신석정 시인의 작품세계를 되새기는 한국문학심포지엄과 석정시 콜로퀴엄 등이 이어졌다. 심포지엄에서는 시인의 문학 업적과 지역 문학의 의의를 되짚으며 문학의 사회적 역할과 미래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첫날 행사의 대미는 ‘추모음악제’가 장식했다. 무대에는 김태연, 최성수, 적우 등이 올라 공연을 펼쳤다. 둘째 날인 30일에는 참여 문인들이 함께 신석정 시인의 묘소를 참배하고, 석정문학관과 청자박물관 등을 둘러봤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문인들은 이틀 동안 신석정 시인의 문학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며 지역 문학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확인했다. 윤석정 이사장은 “전국의 문인들을 한 자리에 모실 수 있게 되어 큰 영광이다. 신석정 시인 서거 51주기를 맞이하여 우리 모두가 그 분의 시 정신을 기리는 것 또한 매우 뜻깊다”며 “행사 개최를 위해 노력해 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8.31 17:10

[안성덕 시인의 '풍경'] 가로수

좀처럼 오지 않았습니다. 잘못 들은 걸까요? 산모퉁이 저편, 빠앙 빵 거린 지가 언젠데 하루 대여섯 번 지나는 버스는 굼벵이처럼 느려터졌습니다. 어머니였을까요? 형이었을까요? 외할아버지 제삿날이었을까요? 여름방학에 서울 막내 고모 집에 가는 길이었을까요? 신작로 양편에 훌쩍 키가 큰 포플러가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전봇대가 어디까지 따라왔습니다. 먼 길을 휘돌았습니다. 열, 스물, 서른, 마흔……, 세월이 갈수록 속도는 빨라졌으며 가는 곳마다 가로수는 달랐습니다. 포플러만 있는 줄 알았건만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이팝나무, 감나무, 메타세쿼이아, 배롱나무, 마로니에, 목련 많고도 많았습니다.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 그 길에서 꿈을 꾸며 걸어가리라”, 유행가처럼 사과나무도 있었고요. 자갈길에 팡팡 튀어올랐었지요. “이놈의 똥차!” 어른들은 손잡이를 움켜쥔 채 투덜거렸지만 나는 고소했지요. ‘더 뛰어라 더!’ 깨소금 맛이었습니다. 달려왔다 달아나는 포플러를 세며 버스는 뽀얀 흙먼지 속을 덜컹거렸습니다. 추석 무렵엔 가로수 사이로 코스모스가 손을 흔들곤 했지요. 그나저나 어디서 내렸을까요? 나만 혼자 두고 어머니도 형도 간곳없습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5.08.30 08:00

신석정 시인 서거 51주기 추모기념…전국 문인, 부안에 모인다

한국 현대시의 큰 별 신석정 시인 서거 51주기를 맞아 전국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는 한국 서정시 거목 신석정 시인의 문학혼을 기리는 '2025 대한민국 문학인 어울림 한마당' 을 29일부터 30일까지 부안 모항 해나루 가족호텔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국문인협회가 주최하고 신석정기념사업회와 전북문인협회, 석정문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는 김호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등 전국 지회·지부 문인 300여명이 참석한다. 올해 행사는 신석정 시인의 작품세계를 재해석하고, 부안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전국 문학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문학축제로 꾸며진다. 특히 신석정 시인의 첫 시집 ‘촛불’을 중심으로 서정과 사상의 결합, 유토피아적 인식, 생태정신을 다양하게 조명하는 심포지엄을 열어 신석정 문학의 의미를 깊이 탐구할 예정이다. 행사 첫째 날에는 △석정시 세미나 △한국문학 심포지엄 △석정시 컬로퀴엄 △문화행사 및 추모음악제가 열린다. 둘째 날에는 신석정 문학 팸투어가 진행된다. 윤석정 이사장은 “전북에서 처음으로 귀하신 분들을 한 자리에 모실 수 있게 되어 크나 큰 영광”이라며 “신석정 시인이 남긴 ‘부조리와 현실에 대한 인간의 성실한 저항이 시인에게 요구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말씀을 되새기며 앞으로도 문학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8.28 18:04

후백제 역사와 문화를 배우다, 전북역사문화교육원 '후백제시민대학' 개설

전북역사문화교육원(원장 김경민)이 후백제시민대학 강좌를 개설해 다음달 5일부터 운영한다. ‘전북‧전남지역 균형 잡힌 후백제사의 이해’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강좌는 한국학호남진흥원의 2025 호남한국학 강좌 및 학술대회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마련됐다. 후백제시민대학은 오는 11월 7일까지 이어진다. 전북역사문화교육원은 후백제 역사문화 재정립을 위해 역사문화정비특별법과 고도지정, 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 등에 힘써왔다. 이번 후백제시민대학을 통해 역사적 깊이와 문화적 무게를 대중들에게 더욱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강좌는 총 8개로 구성됐다. 9월 5일은 이도학 한국전통문화대교수의 ‘고려보다 후백제의 국력과 군사력’, 12일은 최인선 순천대교수의 ‘후백제 왕 견훤의 충신-박영규와 김총을 중심으로’, 19일은 박해현 초당대 교수의 ‘광주 전남 지역 견훤 유적지와 견훤 전설’. 26일은 송화섭 전 중앙대교수의 ‘후백제 견훤의 역사 인식과 미륵사상’을 주제로 각각 강연에 나선다. 10월 17일은 엄기표 단국대 교수의 ‘후백제 불교 문화유산과 그 의미’, 24일은 강봉룡 목포대 교수의 ‘견훤과 왕건의 영산강과 해양쟁패전, 31일은 유철 전주문화유산연구원장의 ’전주권역 후백제유적 유물 발굴 성과‘, 11월 7일은 곽장근 군산대 교수의 ’후백제와 오월국의 국제 외교-진안 도통리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이야기 한다. 강좌는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밤 9시까지 진행되며 송하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위원장(전 전북도지사)이 후백제시민대학 학장을 맡았다. 수강신청은 오는 30일까지 전화(010-8645-2200) 또는 문자로 신청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로 진행되며 수료시 후백제역사알림이 자격증이 수여된다. 김경민 원장은 “전북역사문화를 도민과 함께 공부하고, 전북의 역사문화 알림이 양성을 위해 후백제 시민대학이 문을 열게 됐다”며 “후백제 역사문화를 재정립하고 전북 역사문화 위상을 높여가는 길에 함께 나아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8.28 18:03

제64회 전라예술제, 도민체전과 결별⋯예산, 규모 줄고 관객 모객 '시험대'

도내 순수 예술인들의 지난 1년 성과를 발표하는 무대인 전라예술제가 올해부터 전북도민체전과의 연계를 끊고, 전주·완주 문화시설 5곳에서 독립 개최된다. 도민체전 하루 전 개막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던 ‘순회형 예술제’의 기조를 내려놓고, 도심 중심의 ‘집중형 운영’으로 새판을 짠 것이다. 그러나 그간 관객 동원에 어려움을 겪어온 전라예술제가 예산과 규모까지 축소된 상황에서 모객 난항과 지역 연계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로 64회를 맞는 전라예술제는 다음 달 5일 전북무용협회의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9일까지 5일간 열린다. 공연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을 비롯해 △전주덕진예술회관(연예·음악) △전주우진문화공간(연극) △완주 고산미소시장(국악) 등에서 진행되며, 사진·문인·건축·미술협회의 회원전은 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 2·3층에서 선보인다. 개막공연은 ‘코리아 판타지: 전라도 천년의 춤’. 널마루무용단의 ‘논개 충절무’, 강선영류 태평무를 선보이는 우리춤사랑예술원 등 7개 무용단이 참여한다. 한국무용·현대무용·발레가 어우러진 무대를 통해 전문 예술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올해 전라예술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문 예술제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웠지만, 현실적인 고민도 적지 않다. 한 장소에서 집중적으로 열렸던 과거와 달리 전주와 완주 5곳으로 분산되면서 관객 동원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문화기획 관계자는 “한 곳에서 열릴 때도 관객 모으기가 쉽지 않았는데, 공연장과 전시장이 흩어지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독립 개최를 선언하면서 예산 구조도 달라졌다. 과거 도민체전과 연계될 때는 개최 시·군에서 약 1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았지만, 올해는 이 지원이 사라지면서 전체 예산이 3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줄었다. 전북예총이 영화인협회 해체로 남은 1600만 원의 여유 자본을 확보했지만, 운영에 숨통을 틔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도내 13개 시·군 예총이 함께했던 기존 구조 대신, 올해는 전북예총 산하 9개 협회(건축·국악·무용·문인·미술·사진·연극·연예·음악)만 행사를 주관하면서 프로그램 다양성도 일부 줄었다. 군 단위 예술인 A 씨는 “도민체전과 함께할 때는 문화 소외지역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예술제를 즐길 수 있었지만, 전주 중심 운영으로 지역과의 접점이 약화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예산과 규모는 줄었지만, 전북예총은 완성도로 승부하겠다는 각오다. 최무연 전북예총 회장은 “도민체전과 함께할 때는 열악한 외부 무대 환경 탓에 사진·미술·문학·건축 등 전시 부문은 작품 훼손 우려로 양질의 작품 출품이 어려웠고, 공연도 만족스럽지 못했다”며 “올해는 실내 공연과 전주·완주 중심의 운영을 통해 진정한 ‘예술제다운 예술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28 18:03

“올여름, 바보가 돼볼까요?”⋯참여와 실험의 예술 잔치 ‘스테이 풀리시’

‘Stay foolish(어리석음을 유지하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들이 어리석다고 여겨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태도를 지향하는 실험적 예술 축제 ‘스테이 풀리시(Stay foolish)’가 29일부터 31일까지 전주 모이장과 청년몰 일부 공간에서 열린다. ‘싸우는 것 빼고는 뭐든지 가능하다’는 이 축제는 참여·예술·자기표현·체험을 핵심으로, 자발적인 참여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무계획 예술 잔치’다. 2015년 소규모 실험으로 시작된 스테이 풀리시는 올해로 8회를 맞았다. 기획자 중 한 명인 이산 작가는 “예술가뿐 아닌 자기 방식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놀자는 데서 시작했다”며 “누구나 잠시 바깥세상의 일들을 내려놓고 예술과 음악을 즐기며 자기만의 바보짓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축제 역시 지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과 창작자들이 모인다. 첫날인 29일에는 노아·모아·e편한밴드·아우리, 30일에는 박종훈 퀄텟·이동운·라쳇·뮤즈그레인·여운밴드,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10to4·느린말·글로이·원조밴드 등이 무대에 올라 지역과 세 개를 넘나드는 공연을 선보인다. 이 밖에도 실험적인 공간 디자인, 시각예술 전시,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스테이 풀리시의 원칙은 ‘무지원·무정산·무상성’이다. 국가나 지자체 지원을 받지 않고, 참가자 간 금전 거래 없이 진행되는 운영 방식이 특징이다. 그 때문에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까다로운 자격요건도 없어, 무대에 오르길 희망하는 모든 뮤지션은 참여가 가능하다. 이산 작가는 “무지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지원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다”며 “과거 고산 지역에서 열렸던 축제에서는 목수 팀이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간을 만들어주거나 소고기를 대접하는 식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 협력이야말로 저희가 진정으로 지향하는 지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축제를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창작자들이 재밌게 꾸려둔 공연을 마음 가는 대로 관람하고 평가하면 된다. 작가는 “누군가 공연을 즐기라고 지시하거나 안내하는 사람 없이 자연스럽게 방문해 누워 있다가 춤추고, 음악을 즐기는 자리”라며 “처음 방문하는 관객들은 낯설겠지만, 그냥 마을 잔치에 놀러 온다는 마음으로 오면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보다, 여름이면 자연스럽게 ‘바보 세상’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며 “예술과 놀이, 그리고 공동체를 경험하고 싶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28 18:03

2025 전주국제춤페스티벌, ‘GAZE: 서로를 바라보다’⋯춤으로 세계와 하나 된다

예술가들의 땀과 열정이 빚어낸 춤으로, 전주가 다시 한번 ‘춤의 도시’로 숨을 고른다. ㈔금파춤보존회는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매일 오후 2시, 치명자산성지 평화의전당 유항겸홀에서 ‘2025 전주국제춤페스티벌(JIDF)’을 열고, 춤으로 세계를 잇는 무대를 선보인다. 올해 주제는 ‘GAZE: 서로를 바라보다’다. 단순히 무대 위에서 시선을 교환하는 행위를 넘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 세대가 어우러지는 예술적 선언을 담았다. 이번 페스티벌은 ‘사색무: 인생을 그리다’(28일), ‘풍남춤樂페스티벌–국제안무가전·국제무용대전’(29일), ‘전주국제춤페스티벌’(30일)로 이어진다. 특히 첫날 무대인 ‘사색무(四色舞): 인생을 그리다’는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사색무’는 인생을 다섯 가지 색으로 풀어낸다. △흑(黑)-삶의 시작과 진혼, 인간의 근원 △적(赤)-불꽃처럼 타오르는 생명과 열정 △청(靑)-젊음과 꿈, 이상을 향한 도전 △황(黃)-풍요와 평화, 공동체의 울림 △백(白)-귀소와 회귀, 그리고 희망을 춤으로 표현한다. 무용가와 일반인, 청년, 학생, 어린이 무용수가 한 무대에 올라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의 의미를 더한다. 둘째 날 열리는 ‘풍남춤樂페스티벌–국제안무가전’에서는 해외 안무가들의 창작 작품을 통해 새로운 춤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마지막 날의 국제무용대전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무대로, 전주가 ‘무용 허브 도시’로 도약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애미킴 ㈔금파춤보존회 이사장은 “춤은 언어 이전의 언어이며, 세대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원초적인 예술”이라며 “이번 페스티벌은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서로를 바라보고 존중하는 무대가 될 것. 세대를 잇는 교류, 전통과 현대의 융합, 그리고 지역과 세계의 연결이 이번 축제의 핵심이며 지역과 국내 예술계가 세계와 호흡하기 위한 문화적 선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북은 한국전통예술의 본산으로 우리 민족의 정신과 미학을 품고 있는 땅이다”며 “전통을 기반으로 세계와 연결되는 미래지향적 축제인 이 무대에서 지역의 ‘문화자부심’, ‘예술의 고향’을 넘어 ‘세계와 소통하는 글로벌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국제춤페스티벌을 주최·주관하는 ㈔금파춤보존회는 전북춤의 원류 고(故) 금파 김조균 선생 전북무형문화재 제17호 한량무 및 수백편의 춤유산을 계승하고 재해석하며, 한국 춤의 미래를 개척하는 문화적 전위대로 활약하고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28 07:1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작가, '사춘기, 우리들은 변신 중'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아들은 방문을 잠갔다. 꼬박꼬박 인사하던 아이가 ‘잘 다녀와’라는 말에 ‘네’라는 대답조차 인색했다. 함께 외출하자고 하면 고개를 젓기 일쑤였고 속 얘기는커녕 일상 속 대화조차 멀어졌다. 꽁꽁 잠긴 방에서 뭘 하는지, 달라진 이유를 몰라서 속이 터졌다. 심각하게 고민하는 내게 친구가 던지듯이 말했다. “드디어 시작이다. 사춘기.” 나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전주에서 동화를 쓰고 있는 다섯 명의 작가가 『사춘기, 우리들은 변신 중』이라는 책을 펴냈다. 책을 읽으며 그때 아들이 왜 방문을 잠갔는지, 닫힌 방 안에서 어떤 생각 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작품 속 아이들은 다양한 문제와 고민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가슴이 나오고 생리가 시작된 데다가 또래 여자애들과 못 어울리면 자꾸 불안한 이나, 여드름과 털, 이상한 냄새가 나 스스로 낯설고 못난 아이로 변해가는 것 같아 걱정인 주홍이는 성적인 변화가, 요동치는 감정이 혼란스럽다. 귀엽기만 하던 볼살이 부푼 찐빵처럼 느껴지고 튼튼한 허벅지가 통나무처럼 거대해 보여 고민하는 윤서, 반면에 거식증에 걸린 자신과 다르게 잘 먹고 건강한 윤서가 부러운 소희, 전학 온 친구를 질투하다 나중엔 열등감에 빠진 영서는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며 힘겨워한다. 여자친구 윤지가 아끼는 강아지를 질투할 정도로 사랑에 빠진 종범이, 아토피로 고통받는 덕준이, 필리핀 사람인 엄마를 무시하는 말을 참지 못하는 재현이 역시 어쩔 수 없이 일렁이는 감정, 상황 속에서 무기력하다. 사춘기는, 그 길을 걸어가는 아이들, 그 모든 걸 지켜보며 감내해야 하는 가족, 주변 사람들까지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아이들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감정, 행동이 버겁고, 가족들은 하루아침에 낯선 외계인처럼 변해버린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나 역시 변해가는 아이를 보면서, 수시로 솟구치는 화와 울컥 쏟아지는 눈물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다 문득 오래전 내가 겪었던 사춘기가 떠올랐다.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방문 걸어 잠그고 많이 울었던 그때, 친구가 너무 좋아서, 친구 집까지 데려다주고, 깜깜해져서야 집에 들어와 야단맞곤 했었다. 매사에 서툴러 실수가 잦았고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빨개지는 부끄러운 행동도 떠오른다. 그때 내가 깨달은 것은 ‘이 모든 게 결국엔 다 지나간다’라는 사실이었다. 아들 역시 묵묵히 지켜보면서 기다려주면 분명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었다. 이제 성인이 된 아들은 전자기기에 낯선 엄마를 가르치고 돌봐야 할 존재로 생각하는 듯하다. 나는 그저 순한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들어 올리고 있다. 장은영 동화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통일 동화 공모전, 남도의병 콘텐츠 공모전 스토리 부분 대상,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수상했고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광대특공대』, 『역사와 문화로 보는 도시 이야기 전주』, 『책 깎는 소년』,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열 살 사기열전을 만나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8.27 18:52

따뜻한 시선으로 보고 섬세한 언어로 풀다⋯전재복 시인, 한영 시선집 '푸른 비를 맞고'

“푸른 비를 맞고/ 아이 하나 낳았으면/ 땡볕에 입술 까맣게 타다가/ 쩍쩍 갈라지는 가슴패기/ 거칠게 밟고/ 우레로 오시는 靑雨(청우)/ 부끄러움도 잊은 양/ 온몸 던져 뒹굴며/ 푸른 아이 하나 배고 싶다/ 헛구역질 입덧도 요란하게/ 시들지 않는/ 아이 하나 낳고 싶다”(시 ‘푸른 비를 맞고’ 전문) 전재복 시인이 한영시선집 <푸른 비를 맞고>(리토피아)를 펴냈다. 전 시인이 1992년 한국시신인문학상 수상 이후 오랜 시간 써온 작품을 모은 첫 영어 번역 시집인 이번 책은 ‘제1부 봄: 푸른 비를 맞고’, ‘제2부 여름: 푸른 비를 맞고’, ‘제3부 가을: 풍경소리’, ‘제4부 겨울: 위로’, ‘제5부 13월: 허재비의 춤’ 등 총 5부로 구성돼 58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시집 속에는 봄비와 사랑, 인생의 애환 등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으며, 전 시인의 섬세한 언어와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특히 이번 시집은 한글과 더불어 영어로도 번역돼, 신인의 꿈과 사유를 국내외 독자와 나누고자 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펑퍼짐한 몸매/ 검붉게 그을린 민낯/ 손으로 살살 쓸어보니/ 소름 돋은 맨살이다/ 품에 안기도 버거워/ 방 안에 들일 수 없으니/ 햇볕 잘 드는 뒤란에/ 장을 담가 밀쳐 둔다/ 비바람 말없이 견디고/ 햇살도 달빛도 품어/ 깊어진 속내/ 한 세월/ 묵언수행 끄트머리/ 웅숭깊은 맛 길어 올린다”(시 ‘장 독’ 전문) 이처럼 일상 속 소중한 순간과 사랑의 감정을 포착해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는 전 시인의 이번 시집 속 작품은 감성적이고 꾸밈없는 언어로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봄 햇살, 여름비, 가을바람, 겨울의 침묵을 견디면서 나무는 꿈을 꾸고 그 꿈은 자꾸 자랐다”며 “깜깜한 땅 밑으로 멀리멀리 뻗어 나간 뿌리, 푸른 하늘을 향해 내민 수많은 가지 끝에는 어김없이 찾아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비밀의 화원 같은 다섯 번째 계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리고 내 생애 일흔다섯 번째 봄을 지나며 조심스레 숨겨둔 꿈 하나 펼쳐 든다”며 “가지 끝에 머무는 햇살처럼, 초록 잎새 쓰다듬는 바람처럼, 그대의 고운 숨결이 머물다 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 시인은 제31회 전북문학상, 제1회 바다와펜 문학상, 제8회 샘터문학상, 제8회 교원문학상, 제13회 신무군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저서로는 <그대에게 드리는 들꽃 한 다발>, <풍경소리>, <연잎에 비가 내리면>, <잃어버린 열쇠>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8.27 18:38

간결한 언어와 따뜻한 서정으로 삶을 노래하다…김계식 '별바라기'

“휴화산(休火山)이라면 몰라도//사화산(死火山) 취급은/하지 마시게//내 마음은/펄펄 끓고 있는 용암을 속 품은/화산이고도 한참 남는/활화산(活火山)이라네”(‘활화산’ 전문) 간결한 언어와 따뜻한 서정으로 삶의 의미를 노래하는 김계식 시인이 시집 <별바라기>(신아출판사)를 펴냈다. 자기성찰의 여백 속에서 큰 울림을 선사하는 시인은 그동안 단시, 산문시 등 다양한 형식을 감행하며 독특한 시 세계를 선보여왔다. “얼마만큼 갖고 싶으냐는/물음에/양손을 가슴너비만큼 폈다//겨우 그것 만큼이냐니까/이만큼만 빼고/나머지를 갖고 싶다고//이런 역발상 하나면/해결 못할 일이 무엇이랴”(‘역발상’ 전문) 이번 시집에서도 삶과 자연의 풍경에서 채집한 순간을 75편의 시로 써내려갔다. 김 시인은 찰나의 순간에서 유한한 삶의 속살과 현실을 꿰뚫는 놀라운 직관력을 짧은 서정으로 온전히 표현해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절제된 시행의 행간과 여백에 스며든 언어들은 정밀하다. 해설 대신 실린 심현옥의 신간 시집 <설익은 추억>에 관한 글도 찬찬히 읽어볼만하다. 김계식 시인의 아내로 살다가 진짜 시인이 된 심현옥의 생애 첫 시집에 대한 설명과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유려하면서 따뜻한 문장과 삶과 문학, 시에 대한 진솔한 성찰은 큰 울림을 선사한다. 1939년 정읍에서 태어난 시인은 2002년 전주교육장 정년퇴임 후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전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시집 <사랑이 강물되어> 단시집 <꿈의 씨눈> 시선집 <서른, 그 푸르른 별밭> 등을 펴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8.27 18:38

욕망에 대한 치열한 탐색, 장욱 시집 '흔들림을 놓는다'

30년간 시의 지층을 묵묵히 다져온 장욱 시인이 신작 <흔들림을 놓는다>(황금알)를 출간했다. 생의 근원적 문제와 내면에 잠복한 욕망을 향한 치열한 탐색으로 단단한 시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그는 이번 시집에서도 밀도 높은 시어를 구사해 깊은 사유와 감각을 펼쳐보인다. 장 시인은 ‘나는 누구인가? 삶이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와 같은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문제에 유독 관심이 깊다. 시인에게 존재론적 성찰은 인간이 삶을 이루는데 필수적인 화두이며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 보고 있어서다. “나이가 들수록 등이 휘는 것은/잡다한 생각들 깨트려진 모서리를 가슴으로 끌어안기 때문이리라/(…중략…)/붉음 맑음 단단함, 나의 무게를 끌어안고 세상을 걷는다/너 유홍초꽃 작은 키 다치지 않게 껴안고 가리라”(‘밤송이는 등으로 걷는다’ 부분 ) 시인의 순정한 ‘나’ 찾기와 절대의 ‘신성’ 탐구는 시집 <흔들림을 놓는다>의 주요한 테마이다. 그는 신성을 포착하기 위해 예민한 감각의 촉수를 연마하고 주의 깊게 관찰해 독자들을 몰입의 경지로 안내한다. 총 59편이 수록된 시를 4부로 나눠 엮어낸 이번 시집은 유사한 어구를 반복하고 변주함으로써 유려한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시집 전편에 걸쳐 나타난 시인의 작시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시인은 행과 행 사이를 결행 처리하여 여백의 공간에서 사유할 시간을 제공한다. 이 같은 방법은 독자가 시를 읽을 때 시상을 따라 쉽게 흘러가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독자가 시행의 의미와 의도를 사색할 시간을 확보하여 깨달음을 얻게 하겠다는 의도다. 양병호 시인은 시집 해설에서 "장욱 시인의 시 작업은 지상의 욕망을 탈색하는 정신적 고행과 닮아 있다"라며 "그는 욕망과 번뇌의 흔들림을 놓고 싶어 한다. 지상의 어둠과 갈등과 오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순수하고 자유로운 세계에서 유유자적하기를 바란다. 궁극적으로는 그는 자아가 더욱 맑아져 순정한 존재가 되기를 꿈꾼다"고 덧붙였다. 장욱 시인은 정읍에서 태어났다. 1988년 <월간문학>에서 시조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시집 <사랑살이>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 <겨울 십자가> <조선상사화> <두방리에는 꽃꼬리새가 산다> 등을 출간했다. 전주기전중학교 교장을 역임했고 풍남문학상과 한국예총회장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8.27 18:37

한국인의 뛰어난 솜씨는 어디서 왔나⋯이종선 고고학자, '솜씨 DNA' 발간

반도체 미세 공정 기술부터 양궁의 X-10 과녁 명중까지, 한국인의 유전자 속에 흐르는 ‘특별한 솜씨’를 탐구한 책이 나왔다. 고고학자 이종선 씨가 최근 펴낸 <솜씨 DNA>(HOLIDAYBOOKS)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책은 ‘한국인의 뛰어난 솜씨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스포츠·산업·역사 현장에서 드러나는 한국인의 정교한 손기술과 집중력을 다양한 사례로 분석한다. 2024 파리올림픽 양궁 5종목 석권과 1988 서울올림픽 이후 10연패라는 대기록, 프로골프·펜싱 종목에서의 성과, 국제기능올림픽에서의 연이은 최상위권 입상, 그리고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력까지, 이 책은 이 모든 성취의 저변에 흐르는 ‘솜씨의 힘’을 조명한다. 이 씨는 한국인의 솜씨 DNA를 설명하는 단서로 선사시대 유물인 ‘다뉴세문경’을 주목한다. 현대 과학으로도 재현하기 어려운 세밀한 문양을 지닌 이 거울은,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정교한 기술 감각과 손재주의 증거라는 것이다. 저자는 “반도체, 양궁, 골프, 펜싱 등은 단순한 훈련의 결과만이 아니라 대를 이어 전해 내려온 솜씨의 유전자, 즉 ‘솜씨 DNA’가 발현된 사례”라며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잠재력을 탐구하는 하나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이 씨는 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고고학, 미술사학, 인류학, 중국학을 공부했다. 홈암미술관 전 부관장, 현재 고고학자이자 미술사하가자, 수집학자, 박물관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8.27 17:21

황보윤 장편 소설 '신유년에 핀 꽃'

조선 정부가 천주교인들에게 가한 대규모 탄압을 소재로 한 소설 <신유년에 핀 꽃>(바오로딸)이 출간됐다. 황보윤 작가는 역사에 신유박해로 기록된 사건을 모티브로 천주교 사도 이존창과 청나라 출신 카톨릭 사제 주문모의 여정을 쫓는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신해년(1791년)부터 신유년(1801년)까지 10년에 걸쳐 있다. 소설은 밀사 윤유일이 북경에서 조상 제사가 우상숭배라는 주교의 밀지를 가져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로부터 1년 뒤 진산의 양반 윤지충이 모친의 상례를 유교식 제사가 아닌 천주교식으로 치르면서 사촌 권상연과 함께 참수되고 갈등은 심화된다. 종교가 아닌 학문으로 받아들여진 천주교는 실학이라는 흐름과 맞물려 학인들의 탐구 대상이 됐다. 부패한 지배 체제에 반발하며 민중 속으로 퍼져나갔고 진산의 순교로 당쟁 갈등으로 번졌다. 천주교 탄압이 점차 거세지면서 1975년 은밀하게 활동하던 중국인 선교사 주문모 신부의 체포 작전은 활개를 친다. 그렇게 신부의 도주와 잠행을 도운 신자들도 체포돼 순교한다. 작가는 주문모 신부가 사제품을 받기까지의 우여곡절과 조선에서 겪은 어려 박해 상황을 편지 형식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해 극의 몰입감을 부여한다. 또한 세 번이나 배교(다른 종교로 개종하다)한 이존창의 배교 과정과 심리 변화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소설은 갈등과 위기, 고뇌와 번민, 용서와 화해 그리고 뼈아픈 참회의 통곡이 한데 어우러져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한 시대의 인물들의 다양한 얼굴까지 생생하게 담아내 감정에 스펙트럼을 확장시킨다. 김연수 소설가는 추천사를 통해 “역사책에 건조한 문장으로 기록된 단편적인 사실을 다채로운 소설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문장들이 인상적”이라며 “신앙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따라간 것도 눈에 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카톨릭의 여명기를 이끈 이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가장 어두운 때가 지나면 새벽이 온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라고 했다. 황 작가는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우석대 경영행정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고 2009년에 전북일보와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전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소설집 <로키의 거짓말>, <모니카, 모니카> ,장편소설 <광암 이벽>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8.27 17:20

전주문화재단, '전주예술난장' 거리공연·공공미술 참여자 모집

(재)전주문화재단이 오는 10월 팔복예술공장에서 열리는 ‘2025 미래문화축제 전주예술난장’에 함께할 거리공연팀과 공공미술프로젝트 참여자를 모집한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전주예술난장은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된다. 17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팔복예술공장 곳곳이 무대가 돼 다양한 거리공연이 펼쳐지고, 시민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이어질 예정이다. 전주에술난장은 2023년 ‘도시의 거리와 공간이 곧 무대가 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전국에서 170여 팀이 공모에 지원하는 등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전주의 대표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공모는 거리공연과 공공미술 프로젝트 두 분야로 진행된다. 거리공연 부문에 선정된 팀은 공연 기회와 함께 중규모 작품 기준 최대 800만 원의 제작 지원비를 받는다. 공공미술 부문에 선정된 창작자에세는 프로젝트 당 최대 500만 원의 제작 지원비가 지원된다. 예술가들에게는 창작의 기회이자, 시민들에게는 일상 속에서 예술을 만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최락기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전주예술난장은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로, 도시의 공간과 일상이 예술로 확장되는 현장을 보여줄 것”이라며 “거리공연과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많은 예술가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3회 전주예술난장은 전주시가 주최하고 전주문화재단 주관하며, 미래문화축제와 연계해 추진된다. 자세한 내용은 전주문화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27 16:06

제12회 석정시문학상 소재호 시인 선정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주관하는 제12회 석정시문학상에 소재호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석정촛불시문학상은 김사륜 시인이 뽑혔다. 전북일보와 부안군, 석정문학관, 석정문학회, 부안군문화재단, 한국신석정시낭송협회가 후원하는 석정시문학상은 한국 문학사의 중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신석정 시인의 고결한 인품과 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 심사위원장은 신달자 시인이 맡았고 이숭원, 박종은, 이경아, 김영 시인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은 "석정시문학상 수상작인 소재호 시집 '나비 선율의 시'는 자연과 조화롭게 어울리면서 인간으로서의 독자적 자리를 확보하려는 창조적 개성이 두드러진다"고 평했다. 제12회 석정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재호 시인은 “황혼기에 들어서서야 문학의 생리를 조금 터득한 정도의 우둔한 생애였지만 제 인생 문학이란 고난의 길을 운명처럼 맞이하여 줄곧 한 길로만 달려온 어귀찬 삶이었다”며 “문학에 대한 성취는 신석정 선생님의 문학정신에 매료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전설이며 종교”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198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후 전북문인협회 회장과 전북예총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시집 <이명의 갈대> <용머리고개 대장간에는> <압록강을 건너는 나비> <거미의 악보> <초생달 한 꼭지> <나비, 선율의 시> 등을 출간했다. 수상경력은 전북문학상, 성호문학상, 원광문학상, 녹색 시인상, 중산문학상, 목정문화상, 한국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대상 등을 받았다. 석정시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0만원과 상패가 수여된다. 올해 석정촛불시문학상 수상자로 뽑힌 김사륜 시인의 시 '철공소 꽃 직원들'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상상을 축으로 대상을 재구성한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심사위원들은 "리듬과 호흡의 정연한 배치가 돋보인다"며 "오랜 숙련의 과정을 거친 노력형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평했다. 석정촛불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사륜 시인은 “문학적 여정을 묵묵히 응원해 주신 지인과 삶의 곳곳에서 깨달음을 전해준 모든 작고 낮은 존재들에게 감사하다”며 “이번 수상은 저에게 꺼지지 않는 정신의 촛불과도 같다. 앞으로도 그 촛불 정신을 이어받아 세상에 서정과 문학의 향기를 전하는 참된 시인이 될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인주 묻은 태양의 행방'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디카시집 <사건의 발단>과 <이주민> 등이 있다. 현재 안산문인협회 이사와 웹진 시인광장 디카시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석정촛불시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상패가 주어진다. 제12회 석정시문학상과 석정촛불시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9월 27일 오후 3시 석정문학관 특설무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8.27 09:03

청사 조형물 교체 민간에게 맡긴 전주시...예술계 `안일 행정' 비판

전주시청 별관인 현대해상 건물 앞에 설치된 미술작품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시청사 별관으로 쓰여 질 건물의 조형물 교체를 모두 민간에게 맡기면서다. 전주시는 법적, 절차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공적 기능을 담당할 청사 건물이라는 점에서 도내 미술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26일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해상 건물 매입을 위해 현대해상 측과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현대해상에서 건물 입구에 설치된 최종태 작가의 작품 ‘얼굴’을 회수하겠다는 계약 조건을 내걸었고, 전주시와 협의해 작품 ‘천년의 비상’으로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예술인들은 “청사 앞에 설치되는 작품을 공모 절차 없이 임의로 선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의4(미술작품의 공모 등)에 따르면 ‘건축주는 미술작품을 설치하려는 경우 작품의 다양성 확대를 위하여 공모방식을 적용하여 미술작품을 선정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민간 건물에서 미술작품을 설치하려는 경우에는 공모방식 적용이 권장사항일 뿐 의무는 아니다. 따라서 시는 계약조건에 따라 현대해상이 설치한 미술작품을 받은 것이기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연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 건축물에는 미술작품을 설치해야 한다는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현대해상이 미술품을 설치한 것”이라며 “현재 현대해상 건물은 전주시 소유가 아니다. 29일에나 소유권이 넘어 온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 예술인들은 전주시의 소극적인 대응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현대해상 건물이 시청사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술작품 교체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고 대응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지역 예술인들이 공정한 방법으로 공공미술 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해 허무하다고 토로한다. 조각가 A씨는 “현대해상에서 최종태 교수의 작품을 회수하겠다고 전주시에 알렸을 때, (작품) 공모 절차를 밟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며 “청사 앞에 놓이는 작품일수록 더욱 신중하게 결정하고 진행했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가 2018년 웨딩거리에 설치된 곰 조형물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한다. 당시에도 공모 절차 없이 특정 작품이 설치되어 비난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개선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전주시가 (현대해상) 건물을 소유한 후에 미술작품을 설치하는 건 시기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공모절차를 거쳐 작품이 채택되면 좋겠지만 따로 절차를 거쳐 작품을 선정하면 시의 예산이 투입된다. 어찌보면 그것도 예산 낭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8.26 17:43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