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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변화 꾀하는 전북도청 기획전시실...문화 플랫폼 기능할까

전북도청 기획전시실 운영기관이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전북문화관광재단으로 바뀔 전망이다. 대관 위주 전시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던 기획전시실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할지 기대된다. 27일 전북도와 전북문화관광재단 등에 따르면 전시 공간과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예술 지원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내년 하반기부터 운영기관을 전북문화관광재단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도청 1층에 마련된 기획전시실은 지역 예술인들에게 안정적인 전시 공간을 제공하고, 도민들에게 일상 속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5년 조성됐다. 2010년부터 도립미술관이 기획전시실 운영을 맡아왔지만, 시설 관리나 홍보 등 행정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대관 위주의 전시로만 운영되면서 활용도는 낮고, 존재감은 없는 공간으로 고착화돼버렸다는 평가다. 전북도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문화행정에 능숙한 재단에게 운영을 맡겨 전시실의 공공적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기획전시실이 단순한 전시공간이 아닌, 지역 예술의 창작 활동을 뒷받침하고 도민 누구나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공문화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기획전시실이 단순히 대관 전시만 이뤄지고 있다 보니 도민들을 위해서 전시실로만 활용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내부 회의에서 제기됐다”며 “현재 관련 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은 최근 전북도와 협의해 기획전시실 운영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운영을 위해 공간 리모델링 등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재단은 올 하반기에 예산을 수립해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한 뒤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재단 관계자는 “도립미술관과 관련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은 맞지만 아직 위탁이 100%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예산반영과 인력충원 등에 대해 전북도의 결정과 행정적 절차가 남아있는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재단에서 공간을 운영하게 되면 전시를 넘어서 문학, 장애인 예술 등 문화예술 전반의 콘텐츠를 활용한 확장성 가진 공간으로 꾸려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7.27 16:55

'예술성과 대중성 한가득' 전통과 고전, 동시대의 옷 입은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전통과 동시대 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음악 축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다음달 13일부터 17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북특별자치도 일원에서 닷새간 펼쳐진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이하 소리축제)는 올해 축제를 통해 전통음악과 월드뮤직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공연을 선보이며, 창작과 실험을 통해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는 예술가들과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특히 놀이마당에서는 ‘동시대 우리 음악의 얼굴들’을 만날 수 있다. 15일 오후 7시 30분에는 전통 관악기의 멋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피리밴드 저클이 향피리, 태평소 등으로 관객의 흥을 돋우고, 이어 오후 9시 30분에는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날치가 대표곡 ‘범 내려온다’ 등을 중심으로 흥겨운 무대를 선사한다. 16일 오후 9시 30분에는 퓨전 국악의 신예 서도밴드가 조선팝이라는 독창적 장르로 젊고 독특한 감성을 전한다. 17일 오후 8시 30분에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싱어송라이터 송소희가 본인만의 음악 세계를 담은 무대로 축제를 마무리한다. ‘전주의 아침’ 마티네 공연도 기대를 모은다. 완주 아원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14일 오전 10시 30분에는 훈·퉁소·생황 산조 무대가 열린다. 각각 송경근, 김동근, 김효영이 연주를 맡는다. 15일부터 17일까지 인재고택 학인당에서는 오전 10시 30분마다 정통과 현대를 잇는 예술가들의 공연이 이어진다. 김일구류 바이올린 산조 8월 15일 1030 학인당/사진=전주세계소리축제 15일에는 김일구류 아쟁산조를 바이올린으로 재해석한 박소현의 산조 무대가, 16일에는 연주자들의 개성을 살린 자연소 프로젝트가 한국형 클래식 앙상블의 진수를 보여준다. 17일에는 저음과 고음이 공존하는 전통 악기 철현금을 중심으로 류경화의 철현금 무대가 꾸며진다. 클래식과 재즈 공연도 눈길을 끈다. 16일 오후 4시 모악당에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고잉홈프로젝트가 함께하는 무대가 예정돼 있다. 손열음은 7년 만에 전주 무대에 오르며, 세계적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과 함께 감동적인 하모니를 들려줄 예정이다. 같은 날 오후 8시 30분에는 놀이마당에서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과 프랑스 피아니스트 벵자멩 무쎄가 듀오 공연으로 여름밤의 낭만을 더한다. 올해 소리축제는 전통의 깊이와 창작의 실험을 통해 ‘우리 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세한 일정과 공연 정보는 소리축제 공식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7.27 16:55

"문화관광-스포츠는 한 몸" 전북문화관광재단-전북현대모터스FC 업무협약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이경윤)과 전북현대모터스FC(단장 이도현)가 지난 23일 문화예술·관광 및 스포츠 분야 연계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도내 대표 기관과 기업이 협력해 다양한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도민의 일상 속 문화 접점 확대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이뤄졌다. 따라서 양측은 △문화예술·관광 및 스포츠 연계한 공동사업 발굴·추진 △보유 공간 및 채널을 활용한 상호 홍보 △정책 및 사업의 상호 공유 등을 통한 도민 문화 향유 기회 확대 △지역 발전을 위한 협력 등에 노력하기로 협의했다. 협약 체결 직후 열린 전북현대와 강원FC의 경기에서 '2025 전북특별자치도 거리극축제 노상놀이야' 사업에 참여한 전주, 익산, 남원, 진안, 고창 등 5개 시군의 144명 공연자가 함께하는 통합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1만 40000명의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며 현장 열기를 북돋았다. 이경윤 대표이사는 “전북을 대표하는 기관과 기업이 협력해 도민과 관광객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게 되어 뜻깊다”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문화예술·관광·스포츠가 함께 성장하는 지역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도현 전북현대 단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구단으로서, 앞으로도 도민과 팬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전할 수 있도록 재단과 함께 다양한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7.24 17:09

굿즈를 넘어선 기부⋯관람객이 예술 후원자가 되는 순간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일이 곧 예술인을 후원하는 기부로 이어진다면 어떨까. 전주문화재단이 운영 중인 ‘전주 문화예술 후원회 이팝프렌즈’가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팝프렌즈는 전주문화재단이 지난 2021년부터 운영해 온 문화예술 기부 프로그램이다. 개인과 기업의 참여로 현재까지 7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왔다. 최근에는 전시나 공연 등 문화 향유의 현장에서 시민 참여 기반의 기부를 유도하며 새로운 후원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팔복예술공장에서 열린 ‘20세기 미술의 거장: 앙리 마티스&라울 뒤피’ 특별전에서는 지난 22일 기준 총 1380명이 이팝프렌즈를 통해 후원에 참여했고, 약 2400만 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일부 관람객은 정기 후원자로도 전환해 단발성 기부를 넘어선 성과를 거뒀다. 전주문화재단 ‘20세기 미술의 거장: 앙리 마티스&라울 뒤피’ 특별전 이팝프렌즈 굿즈상품/사진=전주문화재단 이처럼 단순한 모금이 아닌,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지역 예술계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제시할 수 있었던 데는 ‘현장에서 직접 기부로 이어지는 구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관람의 감동을 실질적 후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것이 이번 전략의 핵심이다. 실제 특별전에서는 A3 포스터(1만 원), 골프공 세트(6개입, 5만 원), 전시 도록(정기 후원 시 제공) 등 전시 연계 문화상품을 통해 관람객이 기부에 참여했다. 신용카드와 간편결제를 지원하고, 기부 영수증과 상품을 자동으로 발송해 참여 문턱도 크게 낮췄다. 기부금은 전액 지역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위한 지원금으로 활용된다.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관람객의 참여는 지역 예술 생태계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후원 모델은 공연 현장에서도 확장되고 있다. 최근 시민 참여형 창작극 ‘댄스플로어’ 공연 기간 동안 QR코드를 통한 간편 후원이 운영됐으며, 총 51명이 참여해 109만 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영유아 대상 공연형 예술 놀이 프로그램에서는 보호자가 아이의 이름으로 ‘생애 첫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지역 예술계 역시 이번 사례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하나 교동미술관 부관장은 “문화예술 후원은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지만 그동안 시민 참여는 구조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며 “이번 사례는 전시 관람과 공연 감상 같은 일상적인 문화 활동 속에서 자연스러운 기부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도 이런 시도가 민간이 아닌 관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며 “팔복예술공장처럼 도시 외곽의 공공예술공간이 출발점이 돼 자발적 후원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 깊다. 이러한 움직임에 앞으로는 지역의 사립 미술관이나 독립 예술 공간들도 함께 동참해 예술 생태계 전반에 지속가능한 후원 구조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락기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조성된 기부금이 예술인 지원을 넘어 지역 문화복지로도 이어지길 바란다”며 “재단은 앞으로도 일상 속 문화예술 기부 생태계를 확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7.24 16:28

“새 단장” 국립전주박물관 서예문화실, 서예의 대중화 노력

최근 새 단장을 마치고 재개관한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 서예문화실이 서예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국립전주박물관이 ‘누구나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서예 전시’를 목표로 서의 조형적 아름다움과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 서예문화실을 새롭게 꾸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관람객이 전시 공간에 머물면서 서예를 감상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체험공간도 확대했다. 24일 전주박물관에 따르면 서예문화실은 △글씨의 형태를 감상하는 ‘글씨의 겉’△서예에 담긴 뜻과 감정을 살펴보는 ‘글씨의 속’ △역사 속 인물의 서예를 통해 사람과 시대를 읽는 ‘글씨의 그 사람’ △전북의 근현대 서예가들을 조명하는 ‘전북의 글씨’ △직접 글씨를 써보는 체험 공간 ‘글씨의 정원 ’ 등 5개 주제 공간으로 구성됐다. 아울러 개편된 전시실에서는 조선 후기의 대표 서예가 김정희의 ‘잔서완석루’, 정조의 ‘제문상정사’ 등 보물급 서예 작품을 비롯해 전북 지역의 근현대 서예 유산들이 함께 전시된다. 모든 전시품에는 전통 서예에 익숙하지 않은 관람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더했다. 국립전주박물관 관계자는 “서예문화실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한국 문자문화의 정수를 감상하고 직접 써보며 마음에 새기는 장소가 될 것”이라며 “지역의 자긍심을 담은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7.24 15:32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 전북도청 전시실 2026년 대관 신청 접수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애선)이 2026년 도립미술관 서울분관과 전북도청 전시실 대관 신청 접수를 시작한다고 24일 밝혔다. 도립미술관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인근에 자리한 서울분관 1~2층 전시실(234.58㎡) 대관 전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2026년 2월 25일부터 12월 20일 사이 2주 단위로 총 17회 대관 전시를 운영할 방침이다. 대관 신청 자격은 전북 출신, 도내 거주 또는 작업실을 둔 예술인이다. 최근 7년간 개인전 3회 이상 또는 단체전 5회 이상 이력이 있어야 신청 할 수 있다. 단체전의 경우에는 최근 7년간 전시 기획 3회 이상 이력이 있는 기획자가 신청할 수 있다. 이 때 참여 작가의 50% 이상이 전북 작가로 구성돼야 한다. 대상자는 서류심사와 대면 인터뷰 심사를 거쳐 선정되며 최종 선정된 전시에는 비평가 매칭, 전시 비평 모음집 발행 등이 지원된다. 비평가 매칭과 전시 비평 모음집은 전년도 참여 작가들에게 호응을 얻어 2026년도에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도립미술관은 전북도청 1층에 위치한 80평(264㎡) 규모의 전시실 대관 신청도 함께 진행한다. 회화·조각·공예·사진·영상 등 다양한 시각예술 장르의 전시가 가능하다. 전시 대관은 2025년 2월 2일에서 12월 18일 사이 2주 단위로 운영하여 총 22회 진행한다. 대관료는 무료이다. 신청 자격은 전북 출신 혹은 도내에 거주하거나 작업실을 두고 활동 중인 예술인이어야 한다. 또한 내년 하반기(7월 6일) 부터는 전시실 운영 주체가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전북문화관광재단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신청 접수는 8월 5일부터 14일까지 이메일 또는 등기우편을 통해 가능하다. 선정결과는 전북도청 전시실이 9월 2일, 서울분관 전시실이 10월 2일에 발표된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전북도립미술관 누리집(jma.go.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7.24 11:16

김종화 작가, 열한 번째 산문집 '아버지 그 이름의 무게' 출간

김종화 작가가 11번째 산문집 <아버지 그 이름의 무게>(한국문학신문)를 펴냈다. 이번 산문집은 ‘1부 아버지, 그 이름의 무게’를 비롯해 ‘2부 글쓰기 정년은 없다’, ‘3부 삶은 드라마다’, ‘4부 아내에게 부치는 편지’ 등 총 4부로 구성돼 있으며, 40여 편의 수필을 담았다. 표제작 ‘아버지 그 이름의 무게’에는 아버지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이 절절히 담겼다. 작가는 “내가 괜찮은 아들은 아니어도, 못된 아들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면서 “그 생각만 하면 회한으로 범벅된 그리움이 장마에 무너진 제방처럼 휩쓸려 내린다”고 썼다. 책에 수록된 글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잔잔한 개울물처럼 친숙하고 정겹다. 일상의 단상에서 출발한 이야기들은 섬세한 묘사와 치밀한 구성으로 산문정신의 진수를 보여주며, 개인의 체험이 어떻게 문학으로 승화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임수홍 한국문학신문 발행인은 추천사에서 “산문정신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책”이라며 이번 산문집을 높이 평가했고,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은 “공감 가득한 삶의 흔적 줍기”라고 표현하며 “작품 하나하나에는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추천했다. 김종화 작가는 전남 함평 출신으로, 1995년 국방일보 주최 제47회 국군의 날 문예공모에서 ‘소대장 일기’로 가작에 당선되며 문단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30여 년의 군 생활을 마무리하고 1999년 문예사조 수필로 재등단, 시·소설·수필·평론·시나리오 등 5개 장르에서 등단하며 활발한 창작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23 18:17

김용택 시인의 글쓰기 비법 담긴 '삶은 당신의 문장을 닮아간다' 출간

43년의 시력을 지닌 김용택 시인이 글쓰기 자서전 <삶은 당신의 문장을 닮아간다 : 김용택의 하루 한 줄 글쓰기 수업>(오후의 서재)을 펴냈다. 이번 책은 2013년 어린이들을 위한 <뭘 써요, 뭘 쓰라고요?> 출간 후 새롭게 손을 봐 재출간 됐다. 꽃과 풀 그리고 어린이와 함께 평생을 살아온 시인이 한결 같은 무구함으로 써 내린 글이라 더욱 값지다. 오랜 시간 학교에서 어린 시인을 길러냈고, 글쓰기 강연을 하면서 쌓아 올린 김용택 시인만의 글쓰기 노하우도 담겨있다. 특히 쓰고 보니 진짜 ‘시(詩)’가 되어버린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글을 만나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다. “아빠가 늦게 집에 들어오셨다/아빠는 힘들어 보였다/아빠가 중얼거렸다/희미하게 들렸다/욕이었다”(‘집에 들어온 아빠’ 전문 ) “달이 무거운지/ 땅 가까이 내려왔다/폴짝 뛰면/네 얼굴이 만져질 것 같다”(‘달’ 전문)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는 글쓰기 시작을 위한 마음가짐과 기술보다는 용기를 중심에 둔 태도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제2부에는 인연을 맺은 아이들과 아이들의 눈높이로 써 내려간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 제3부는 김용택 시인이 쓴 시와 시에 관한 생각들이 실려 있다. 김 시인은 머리글에서 “글쓰기는, 내가 살아온 세상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내가 살아갈 세상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라고 정의하며 “이 책은 고등학교를 나와 우연히 초등학교 선생이 되어 책을 읽고 시를 쓰다 보니, 다른 글들도 써졌던 나의 ‘글쓰기 자서전’”이라고 소개했다. 1948년 임실군 진메마을에서 태어난 시인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2008년 30년간의 교사 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1982년 창작과 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에 연작시 ‘섬진강’을 발표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섬진강> <나비는 숨은 어린나무> <모두가 첫날처럼> <사랑 말고는 뛰지 말자>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23 18:17

서예에서 인생을 배우다…이경화 에세이 '선을긋다'

서예가로 10년 이상 커리어를 쌓은 이경화 작가가 자신의 서예 인생을 정리한 에세이 <선을긋다: 서예와 캘리그라피에서 인생을 배우다>(머메이드)를 펴냈다. 취미활동으로 시작한 서예가 직업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에세이에는 서예와 캘리그라피에서 배운 ‘인생’에 관한 깊이 있는 사유가 담겨있다. 저자는 결혼과 육아로 ‘나’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았고, 불안했던 일상에서 마주한 서예에 매료됐다고 고백한다. 선을 긋고 문자를 완성해 나가는 행위에서 안정감과 위로를 얻은 것이다. 타고난 몽상가였던 그의 관심사는 붓을 잡고 글씨를 쓰는 방법에서 시작해 예술과 역사, 사회와 문화 영역을 넘나들며 ‘문자예술’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된다. 나아가 그의 사유에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부여된 역할이 아닌, 나로 살기 위한 ‘욕망’이 응축되어 있다. “그냥 해오던 나의 일과 서예가 주체적 관점으로 바뀌었고, 이러한 변화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바꿔주었다. 붓을 잡고 있을 때 나로 존재함은 글과 문자로 표현되며, 함께 공감하는 대상을 만날 때의 설렘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했다”(p.306) 책은 총 7개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 7장에는 서예를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붓 잡는 법, 선 긋는 방법, 자음‧모음 쓰기 방법 등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또한 한글 궁체에 현대적 해석이 더해진 작가만의 화풍이 담긴 서예 작품이 담겨 있어 시각적 즐거움을 더한다. 이경화 작가는 에필로그를 통해 “선을 긋고 선을 넘는 삶은 ‘나’를 넘어 새롭게 펼쳐질 세상으로 한 발 내딛는 용기와 도전이었다”라며 “자신을 한정 짓던 경계의 선에서 이제 한 발 내디뎠을 뿐이다. 나와 발걸음을 함께한 당신에게도 문자의 향기가 깃들길 바란다”고 밝혔다. 작가는 전주대학교 한문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석사를 수료했다. 전북서예협회 초대작가, 현대서예문인화협회 초대작가이며 지난해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우수상을 수상했다. 서예와 캘리그라피를 가르치는 기업 ‘가연’의 대표이며 어디서든 쓰기란 콘셉의 붓글씨 키트 ‘문자향’을 제작하기도 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23 18:1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작가 – 정창근'남사당의 노래'

그를 처음 만난 건 2004년 여름 전북작가회의 사무실에서다. 젊은 작가들과 어울리고 싶다며 입회원서를 쓰겠다고 했다. 한 뼘 높이의 스프링노트를 내밀고, 무작정 한글 워드 작업도 부탁했다. 일흔 중반의 노(老) 작가가 볼펜으로 힘주어 쓴 글자들은 그 자체로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일제강점기나 6·25전쟁은 뻔한 소재가 아니에요. 그 역사에서 우리는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했잖아요. 더 파고들어야 합니다. 젊은 작가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저도 조국 통일에 도움 되는 글을 쓸 겁니다. 내 남은 생을 온통 소설 집필에 바칠 겁니다.” 몇 차례의 만남에서 그는 글쓰기에 대한 당위와 다짐을 들려줬고, 그 후 20여 년 동안 쉬지 않고 소설을 쓰며 약속을 지켰다. 지난봄 작고한 정창근(1930∼2025) 소설가 이야기다. 소설가 정창근은 누구도 넘보기 힘든 수식어가 있다. 첫째는 남과 북에서 자기 뜻으로 소설을 발표한 유일한 국내 소설가다. 독일 국적으로 살던 1989년 북한 문인들의 초청으로 2주간 북한을 방문한 그는 월간지 『통일문학』(조선문인협회)에 ‘동진’이란 필명으로 소설 「들쥐」를 발표했다. 한국전쟁 후 사회개혁을 외치던 지식인들이 변절하는 상황에서 개혁의 뜻을 굽히지 않던 한 젊은이의 방황과 좌절을 그린 중편소설이다. 둘째는 90대까지 왕성한 필력을 보여준 장편소설의 장인이다. 전주 출신인 작가는 5·16 군사쿠데타 이후 민주화운동에 몸담았다가 1974년 간호사인 아내와 함께 독일로 갔고, 그곳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솟아난 노래」(1985)를 시작으로 『남산 위의 저 소나무(전 5권)』(1994)와 『포츠담 인터체인지』(1995)를 냈다. 1997년 귀국해 정읍에 터를 내리고는 오직 소설 쓰기만 매달렸다. 고희인 1999년에는 『소설 정여립』을 냈고, 2000년 ‘남북 두 조국에 보내는 독일 망명객의 사랑 이야기’를 부제로 한 『브란덴부르크 비가』, 2013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인 『슬픈 제국의 딸: 데이신다이』, 2014년 임진왜란 때 역관 홍순언의 일대기를 다룬 『마자수의 별이 되어』 등 쉬지 않고 발표했다. 국내외 문예지에 중·장편소설을 연재하고, 퇴고를 거쳐 다시 세상에 내는 일도 반복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쫓기는 심정으로 글쓰기에 몰입했고, 구상이 끊기지 않도록 펜을 잡으면 몇 날 며칠 쉬지 않고 단숨에 써 내려갔다. 심지어 90세를 넘기고도 장편소설 『보복』(2020), 『쪽발이』(2021), 『북소리』(2022)를 발표하며 상상 초월의 필력을 보여주었다. 그의 소설 쓰기가 멈췄다는 비보를 듣고 첫 만남에서 받은 『남사당의 노래』(모시는사람들·2003)를 다시 펼쳤다. 이 작품은 침묵과 인(忍)으로 힘겹고 고달픈 세월을 끌어안고 유랑했던 남사당패의 삶에 동학농민혁명을 녹여낸 그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혁명에 참여한 남사당패가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영웅이 아니라, 백성 그 자체임을 역설한다. 정창근 소설가가 평생 숱한 문장으로 전하고자 했던 고단한 삶의 애환과 예인의 혼, 폭압에 대한 항거, 시대의 해학, 따뜻한 위로가 행간 가득 스며있다. 스스로 남사당이 돼 통일의 노래를 불렀던 작가가 뱉어낸 피의 언어다. 최기우 극작가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꽃>, <달릉개>, <이름을 부르는 시간>,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쿵푸 아니고 똥푸>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7.23 18:16

고향에 대한 그리움 시가 되다…김도수 시집 '진뫼 오리길'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감각적인 시어로 묘사해 온 김도수 시인이 신간 <진뫼 오리길>(푸른 사상)을 출간했다. 시인은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자신의 고향, 임실 섬진강가 진뫼에 대한 그리움을 길어올려 시를 써왔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그리움으로 점철된 고향 진뫼의 아늑한 풍경을 섬세한 필치로 보여준다. 진뫼는 시인이 나고 자란 곳이자 떠나온 곳이며 오랜 시간을 견뎌내고 다시 돌아온 곳이다. 시인을 살아가게 한 근원이자 영혼이 때때로 깃들고자 했던 심적(心跡)인 존재인 것이다. 이 때문에 시집 <진뫼 오리길>에는 고향을 바라보는 시인의 그윽한 시선과 고향을 향한 애정어린 마음을 담은 60편의 시로 채워졌다. 특히 유려한 호흡으로 문장을 끌고 나가는 힘과 시적 사유의 깊이가 도드라지는 문장들이 곳곳에서 선명한 빛을 발한다. “복지께 덮어/아랫목 이불 속에 넣어둔/윤기 좌르르 흐르는 흰쌀밥 생각나/엎어져 무릎에 피가 나도/손 탈탈 털고 일어나/바지 내려가는 줄 모르고/신나게 달리던/진뫼 오리길”(‘하굣길’ 전문 ) 문신 시인은 “김도수 시인에게 그리움의 대상이자 도달하지 못할 세계는 단연코 ‘진뫼’다”라며 “그는 진뫼에서 나고 자라 진뫼를 떠나고 다시 진뫼로 돌아온 것일까. 그의 영혼이 때때로 깃들고자 했던 마음의 자취를 살펴보고 싶다”라고 해설을 통해 밝혔다. 시인은 임실 섬진강가인 진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직장 따라 오랫동안 객지의 삶을 살았고 퇴직한 뒤 다시 고향 진뫼로 돌아왔다. 저서로는 산문집 <섬진강 푸른 물에 징·검·다·리> , <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 , 시집 <진뫼로 간다> 가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23 17:13

전라정신 깃든 고승의 발자취⋯향토학 시리즈 첫 책 ‘남원의 고승’ 출간

전라도 땅에서 태어난 고승(高僧)들의 삶과 사상을 정리한 첫 향토학 시리즈가 발간됐다. (사)전라정신연구원은 향토문화 복원과 지역 정체성 회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전라정신 향토학 시리즈’의 첫 번째 권으로 <남원의 고승>을 출간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책은 고대부터 통일신라, 고려,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남원에서 태어나 불교계는 물론 정치·사회적으로도 깊은 영향력을 발휘했던 고승 14인의 행적을 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지역의 사상사와 불교사를 통합적으로 조망한 작업이 드물었던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원은 이번 저술에 앞서 고승의 범위를 규정하기 위해 세 가지 전제를 설정했다. 첫째, 본관이 남원이거나 부계 또는 모계가 남원에 연고를 둔 인물, 둘째, 대방군(帶方郡) 또는 용성(龍城)에서 출생했거나 본관으로 둔 인물, 셋째, 고려시대 봉작 명칭이 ‘대방공’으로 내려진 경우도 지명적 연고에 따라 남원 출신으로 분류했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선별된 고승은 법경대사, 원각국사, 현오국사, 원오국사, 부휴선수, 백암성총, 남악태우, 용담조관, 회계휘종, 용운처익, 통허치성, 용성진종, 구산수연 등 14인이다. 이 가운데는 묘지명 등을 통해 확인된 고승도 포함됐다. 김인술 전라정신연구원장은 발간사를 통해 “우리 고향에는 위대한 고승들이 많이 탄생했지만 아직까지 누구도 정리하는 작업을 못했다”며 “인불여남원(人不如南原)이란 의미도 우리 고향에 고승들이 많음을 인지한 말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향토학 시리즈를 연속해 발간하고자 계획했다”며 “그 첫 번째로 <남원의 고승>을 출간하게 됐다. 일을 시작함에 있어 비문의 훼손으로 판독이 어려워 끝을 맺기는 어려움이 있지만 시작한 일이니 인내를 갖고 이어가도자 한다. 많은 분들의 질정(叱正)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23 16:25

잊힌 문화유산의 가치 재조명하다… '전북의 비지정 문화유산'출간

전북특별자치도문화원연합회가 도내 14개 시·군에 흩어져 있는 비지정 문화유산을 조사해 <전북의 비지정 문화유산>을 발간했다. 이번 책은 제도권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점차 잊혀져가는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기획됐다. 책에는 각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비지정 문화유산의 역사적·문화적 의미가 담겼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들 유산은 조상의 삶과 지혜가 깃들어 있으며,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형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어왔다. 연합회는 이러한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것이 곧 지역 정체성을 지키고, 다음 세대에 전승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전북자치도는 지난해 ‘국가유산기본법’ 시행 이후 변화된 문화유산 정책 환경에 대응해 향토문화 조사 및 기록화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문화원연합회 또한 지역사회와 협력해 비지정 문화유산의 체계적 보존과 활용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발간에는 수차례의 현장 답사와 자료 조사, 집필 작업에 힘쓴 연구자들의 노고도 담겼다. 책은 향후 지역 문화유산의 보존 방향을 모색하고, 도민의 문화 자긍심을 되새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병태 전북특별자치도문화원연합회장은 “비지정 문화유산은 그동안 정책의 사각지대에 머무르며 보존과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이 책이 전북의 소중한 문화자산을 널리 알리고, 보존과 활용의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지역의 문화유산이 지속적으로 조명되고, 우리의 역사와 전통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번 책이 그 작은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23 16:25

디토 소비·요노족이 바꾼 문화 소비⋯지역 문화계는 준비됐나

경제 불황과 삶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문화 소비는 멈추지 않고 있다. 다만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디토(Ditto) 소비’와 ‘요노(YONO)족’이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두 소비 트렌드는 일상의 소비뿐 아니라 문화 향유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며, 지역 문화계에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디토 소비는 인플루언서나 셀럽의 취향을 좇는 소비 행태다. SNS에서 화제가 된 문화 공간이 인플루언서를 통해 소개되면, 해당 공간이 지역 내에서도 ‘핫플레이스’로 떠오른다. 문화적 취향을 스스로 탐색하기보다 신뢰하는 셀럽의 선택을 따르는 현상이다. 요노족은 ‘You Only Need One(하나면 충분하다)’의 줄임말로, 다양한 문화 활동을 두루 즐기기보다는 단 하나의 콘텐츠에 집중해 깊이 있는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층을 의미한다. 이 같은 변화는 지역 문화계에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변화하는 소비 심리에 맞춰 기획과 전략을 세운다면 청년층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지역 문화는 더욱 외면받고 소비의 장에서도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문화 소비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지역 문화 콘텐츠는 여전히 공공성을 이유로 평준화된 프로그램이나 일회성 행사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명확한 타깃과 취향을 반영하지 못한 기획이 반복되면서 청년층과 MZ세대는 수도권의 문화 콘텐츠나 온라인 플랫폼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특히 지역의 문화 콘텐츠는 SNS 확산력과 연결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문화시설 관계자들은 홍보의 한계를 호소하지만, 정작 기획 단계에서부터 온라인 확산에 적합한 콘텐츠를 고민하지 않은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비판도 있다. 디토 소비가 확산된 시대에는 지역 문화도 ‘따라가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요노족의 소비 성향도 지역 문화계에 시사점을 던진다. 다양한 체험을 조금씩 나열하는 방식보다는 깊이 있고 몰입할 수 있는 ‘원픽’ 콘텐츠가 요구된다. 전주 한옥마을의 경우에도 기존의 체험 코스를 넘어, 특정 공간의 스토리텔링과 개인화된 체험이 결합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부 문화기획자들은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주목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주에서는 일부 문화 공간이 지역 SNS 인플루언서인 ‘더 전주’, ‘9ccampus’, ‘거시기매거진’ 등과 협업해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전주문화재단도 전주의 역사와 국악 공연을 결합한 ‘전라감영 다과상’을 운영하며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시도는 주로 민간에서 이뤄지고 있다. 공공 문화재단이나 지자체의 지원사업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일부 있지만, 여전히 극소수에 그친다. 대다수 공공사업이 ‘평등한 분배’에 집중해 변화의 속도는 더디다는 지적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 A씨는 “지역의 대부분 문화 공간이 방문자의 의향이나 흥미와 관계없이, 그저 공간을 채우고 예산을 소진하는 수단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문화 소비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지만, 여전히 ‘문화는 모두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는 결국 사람들이 여가 시간에 즐기는 놀이인데,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찾지도, 소비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는 “MZ세대는 콘텐츠의 완성도보다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기획 단계부터 명확한 타깃과 소비 트렌드 분석이 필요하고, 지역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SNS 전략이 결합돼야 지역 문화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7.22 17:12

손주를 향한 할아버지의 사랑…허성철 사진전 ‘가족~은채’

사진이 갖는 의미와 역할을 많지만 가장 중요한 특징은 ‘기록’이 된다는 것이다. 필름 위에 실재를 얹은 사진은 그 자체가 역사로 남겨진다. 사진가 허성철은 이 같은 기록매체로서 사진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10여 년 동안 전북일보 사진 기자로 전북 전역을 훑었고 신문사를 그만둔 이후에도 새만금과 전주 개발 현장을 발로 뛰며 순간을 포착해왔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한 겹씩 실재를 쌓아 올린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손주를 프레임에 담았다. 오는 8월 3일까지 청목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가족~은채 My Family~Eun Chae’는 그의 열다섯 번째 개인전이자 두 번째 가족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손녀 ‘허은채’의 세 돌을 맞아 성장 과정을 기록한 사진 62점으로 채워진다. 태어난 순간부터 시간을 따라가며 한 사람의 탄생과 성장을 가족의 맥락 속에서 바라보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특히 은채의 사진과 같은 시기의 엄마와 아빠의 유년 시절을 함께 병치해 세대를 관통하는 유사성과 닮음의 흐름을 한 화면 안에 담아냈다. 여기에 작가 본인의 사진도 덧대지면서 ‘가족’이라는 삶의 공동체가 어떻게 시간을 통과하고 관계를 잇는지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허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할아버지의 시선으로 기록한 손녀의 기록사진이면서 먼 훗날 손녀가 자신의 아이를 키울 때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한 시절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한 작가는 ‘전주를 기록하다’라는 타이틀로 1990년대 중반 이후 전주가 개발되어 변해가는 모습을 기록해 전시와 함께 3권의 책자를 발간했다. 지난해 전주시 예술상을 받았다. 전북대와 예원대, 건양대 등에 출강했으며 현재는 사진과 페인팅, 포토샵을 이용한 포토페인팅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7.22 17:12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 '심청', R석 대거 초대권 지정에 관객 '반발'

“이렇게 할 거라면 차라리 한 회차를 관계자 전용 시연회로 열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 ‘심청’ 좌석 배정에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예매 개시 직후 무대 가운데 좌석인 R석 상당수가 ‘VIP 초대석’으로 봉인되어 있어 일반 예매 관객들은 좌석 선택권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22일 제보자 A씨에 따르면 다음달 1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리는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 ‘심청’에서 판매되는 R석과 S석은 앞자리 네 줄과 가장자리 일부가 전부이다. 나머지는 모두 ‘VIP 초대석’으로 묶여 있어 예매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제보자의 설명이다. A씨는 “(좌석과 관련해서) 소리축제 측에 전화로 문의를 하니 모두 VIP 초대석이라고 했다”며 “더블캐스팅이기 때문에 일반 관객을 위해 확보한 자리가 이만큼이라고 설명하는데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황당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할 거라면 차라리 한 회차 공연을 관계자 전용 시연회로 열어야 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개막공연 ‘심청’ 예매 과정에서 소리꾼들의 캐스팅 일정을 공개하지 않아 관객들로부터 불만을 샀던 소리축제가 이번에는 ‘VIP 초대권’ 확보를 위한 좌석 제한으로 계속해서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는 “VIP 초대권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소리축제가 전북도의 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는 만큼 전북도 관계자와 도의원 등 소위 ‘VIP용 좌석’을 최대한 확보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초대석 규모나 관계자 참석 여부, 배정 기준 등은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소리축제 임태영 운영지원부장은 “예전에는 개막공연을 당일에만 무대에 올렸는데 지난해부터는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다음날에도 공연을 준비해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는 행사다 보니 초대석을 확보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 내년에는 개선될 수 있도록 집행위원장과 논의해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향후 예매 절차에 대한 객석 제도 개선과 정보 공개 시스템 강화를 통해 관객이 신뢰하고 기꺼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변화 없이 동일한 논란이 반복된다면 ‘세계화’와 ‘본향의 메아리’라는 축제 슬로건은 공허한 구호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부헌 호원대 공연미디어학부 교수는 “어떠한 형태로든 관객이 좋은 좌석에서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관계자를 위해 비워뒀다는 빈약한 논리로 관객들이 볼 권리를 박탈하는 건 공연 산업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짜표(초대권)가 늘수록 공연 문화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화 소외계층을 위해 초대권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는 유료 관람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7.22 16:36

'박서보·김창열·하종현·오세열'…전주서 만나는 현대미술 거장들

국내에서 가장 비싼 미술 전시가 전주에서 열린다 박서보, 김창열, 하종현, 오세열 등 한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획전 ‘상처 그 너머(Beyond the Wound)’가 9월 18일까지 아트이슈프로젝트 전주에서 개최된다. 작품성과 대중성, 시장성을 고루 갖춘 한국 대표 미술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의 주요 테마는 ‘치유와 성찰’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각언어를 사용하며 전쟁과 시대의 격동, 실존적 결핍 너머의 치유와 성찰을 향한 회화적 수행을 이어왔다. 노동집약적이고 엄청난 내공으로 완성된 작가들의 작품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신선함과 깊이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1931-2023)의 대표 연작 시리즈‘묘법’은 화백의 작업 방식과 철학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선긋기는 목적 없는 반복 행위로 동양적 세계관에 기반한 내적 수양과 수신(修身)을 품고 있다. 한국의 전통 방식으로 제조한 한지 섬유를 캐스팅해 실리콘 젤몰드로 주조한 후, 에어브러시와 핸드페인팅으로 완성시킨 작품은 화백의 독창적인 기법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대 후반 제작한 ‘묘법 Ecriture No. 070524 (2007년)’ 등 3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창열(1929~2021) 화백의 초기 물방울 작품 ‘water drops(1973년)’ 도 만날 수 있다. 1970년대부터 물방울을 조형 언어로 구축한 화백은 물방울의 물리적 형상을 회화적으로 풀어내왔다. 김창열의 물방울은 삶의 고통을 투명하게 봉인한 시각적 명상으로 4점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마대에 물감을 밀어내며 회화의 물성 탐구를 성실히 이어온 하종현(1935~) 화백의 ‘접합’ 연작은 배압법이라는 작가만의 독특한 표현기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작가는 올이 굵은 마포 뒷면에 두터운 물감을 바르고 천의 앞면으로 밀어 넣는 배압법으로 걸쭉한 물감 알갱이를 자유롭게 변주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포 고유의 색이 보이지 않을 만큼 검게 칠한 작품 ‘Conjunction 14-145’(2014) 등 4점을 만나볼 수 있다. 소외된 것들을 끌어안는 오세열(1945~)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 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유화 물감의 화려한 기름기를 덜어내고 날카로운 도구로 캔버스를 긁어낸 작품은 일명 ‘낙서미술’로 불린다. 낙서미술을 최초로 선보인 오 화백은 소외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의미 없는 것에서 특별함을 찾아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을 해왔다. 아트이슈프로젝트 전주에서는 유년의 순수와 상처의 흔적을 중첩시켜 낙서로 표현한 ‘무제’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아트이슈프로젝트 전주 한리안 관장은 “이 전시는 네 작가의 시선을 통해 개인과 시대, 기억과 상처, 침묵과 구원의 지층을 보여준다”며 “한국 현대미술의 위상과 우리 시대가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개인과 시대의 흔적이 어떻게 형식과 물성 정신의 회화로 승화되었는지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7.21 18:31

‘맛의 도시' 전주, 외국인도 사로잡다

'맛의 고장' 전주에서 음식을 체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K-콘텐츠에 이어 K-음식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체험객이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최락기)에 따르면 한국전통문화전당 내 조리체험실 상반기 이용객은 총 2577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이 919명으로 전체의 3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 비율이 9.9% 였던 지난 2022년과 비교하면 26.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주문화재단 관계자는 "조리체험실이 전통음식과 한식을 직접 만들고 맛보는 체험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며 "올해 상반기에만 재방문율이 78%에 달할 만큼 내외국인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전주의 고유한 식문화를 보고, 만들고, 맛보는 음식 체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전주한옥마을 내 한벽문화관 조리체험실이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열었다. 한벽문화관 조리체험실은 소규모 체험이나 교육 프로그램 공간으로 최대 186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재단은 앞으로 전주 고유의 전통 식재료와 조리법을 직접 경험하고, 전통 음식의 맛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7.21 18:31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