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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완판본문화관 특별전시 동의보감(東醫寶鑑), 백세건강을 새기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동의보감>의 가치와 전라감영에서 간행됐던 완영본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전주 완판본문화관(관장 안준영)에서 열린다. 전시는 23일 개막을 시작으로 9월 26일까지 이어지며, 판각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기록문화체험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이 주최하고 문화재청, 경상남도, 산청군이 후원하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동의보감 활용 홍보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된다. 허준(15391615)이 집필한 <동의보감>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의학서이다. 중국과 조선의 의서를 집대성해 1610년에 집필했고, 25책의 방대한 분량이 1613년(광해군 5) 내의원에서 목활자로 간행됐다. 특히 1719세기 전라감영(완영完營)과 경상감영(영영嶺營)에서 여러 차례 간행, 유포됐다. 이 책판은 전주 향교가 소장하고 있다가 현재 전북대학교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동의보감> 일부를 목활자로 재현한 재현판도 최초로 선보인다. 재현판은 초간본(1613) 목활자본 신형장부도의 도형이 있는 권1 내경편(內景篇) 7장 부분이다. 이와 함께 목활자와 목판을 비교할 수 있도록 권 11 잡병편(雜病編) 5장 부분도 복각, 인쇄와 출판 과정의 차이와 이해를 돕는 전시로 구성한다. 안준영 관장은 이번 전시에서 목활자 재현판과 복각 목판본을 선보일 수 있게 되어 뜻깊다며 기록문화를 기반으로 전주 한지의 세계화를 모색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지향점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7.22 17:01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 문제 매듭지어야”

1990년대 후반부터 제기된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독립군이나 의병과 마찬가지로 항일 활동을 벌였지만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우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독립유공자로 지정해 역사적 행적에 걸맞은 예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1일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해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교육관에서 개최한 정기학술대회 반일항쟁을 지향한 동학농민혁명 2차 봉기와 농민군 서훈에서는 근대사학자들이 모여 예우방안과 관련법, 2차 동학농민혁명의 반일항쟁 성격 등을 두고 논의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올 4월말 기준 동학농민혁명참여자로 공식 등록된 인원은 총3687명이다. 이들 가운데 1894년 3월 1차 봉기 참여자는 전체 6%인 211명, 9월 이후 2차 봉기 참여자는 85%인 3151명에 이른다. 2차 봉기가 서훈문제가 쟁점화 된 항일의병전쟁기이다. 유족은 모두 1만2071명이다. 자녀는 10명에 불과하며, 손자녀는 1206명, 증손녀 4590명, 고손자녀는 6265명이다. 그러나 이들 참여자와 유족에 대한 예우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추진되는 기념사업이 전부이다. 김양식 청주대 교수는 독립유공자는 국립묘지에 안장되고 국가 공훈록에 등재돼 서훈을 받는다면서 그 후손은 취업, 요양, 주택우선 공급, 정착금 등 다방면의 지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동학농민혁명 유족들은 명예만 회복됐을 뿐 실질적인 국가예우는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문제는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다. 법률은 일제 국권침탈에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해 일제에 항거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독립유공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보상토록 명시하고 있다. 심사 기준년도는 일제가 국권을 침탈한 1895년 전후부터 1945년 8월14일까지로 한정한다. 김양식 교수는 동학농민혁명은 1895년 직전에 일어났으므로 충분히 심사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동학농민혁명을 독립운동으로 볼 수 있는 지가 쟁점이다. 허수 서울대 교수는 현재 학계의 입장을 봐도 동학농민혁명을 독립운동으로 입장을 통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훈을 받는 독립유공자처럼 동학농민혁명군도 일제의 국권침탈에 항거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894년 전봉준의 일제 법정 심문에 답한 재판기록인 <전봉준공초>에는, 전봉준이 2차 동학농민혁명의 목적을 일본의 침략반대와 보국안민으로 답변한 기록이 있다. 실제 봉기를 호소하는 격문에도 국경을 침범한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의사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으며, 각 지역 일부 농민군은 일본군에 맞서 싸우기 위해 유생, 관리들과 연합전선을 추구한 사례가 있다. 배항섭 성균관대 교수는 이를 두고 동학농민군은 일제의 침략행위를 강토침략으로 인식하고 대적했다며 항일투쟁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영우 충북대 명예교수는 국왕이 일제에 포로로 인신이 구속되는 등 1894년은 이미 국권이 탈취된 상태라며 당시 동학농민군은 일본 세력의 축출을 목표로 전국에서 봉기했다고 설명했다. 관련법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 회복 및 예우에 관한 법률로 개정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법적 근거를독립유공자법에 따를 경우 기존의 법 관행상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자체 법률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김양식 교수는 역사적으로 같은 위치에 있는 518민주유공자법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며예우 방안으로 교육지원, 취업지원, 의료지원, 대부 등 구체적인 사항을 명시했는데, 동학농민혁명 특별법을 개정할 때도 이 사항을 참고해 예우조항을 조문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립묘지 조성, 동학농민군 현충사업 지원 등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바다 고려대 교수는 동학농민군혁명 참여자의 독립유공자 예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9종 전체를 살펴보면, 동학농민혁명의 성격을 반외세, 반침략, 항일 구국 투쟁 등으로 서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학농민군의 독립운동 참여가 충분히 근거를 얻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7.22 17:01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참교육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교육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교육자는 언제나 신중해야 하며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성공을 가르치되 실패를 인정하는 법도 함께 깨닫게 해주어야 하며 월등함을 교육하되 평범이란 소중함도 각인시켜야 한다.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으나 최고의 성취를 위해 노력이라는 원동력이 함께 필요하다는 것도 꼭 느끼게 해주자. 더불어 노력의 결과와 신의 축복이 함께 있음을 소중히 알려주고 그러한 결과로 나타난 모든 성취 기쁨과 실패의 아픔에 감사함을 알려주자. 자신과 함께하는 모든 이. 즉 공동체라는 테두리의 모든 구성원에게 사랑과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고 그 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함께 소통하며 서로의 화제를 이끌어 보자. 누구나 배울 수 있으나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고 상대를 경쟁자이기보다는 더불어 행복하기 위한 동반자라 알리며 서로의 손을 내밀자. 자만심과 이기심에 빠져 타인의 이로움을 질투하고 투정과 시기의 못난 시간을 보내는 이에게는 냉정한 충고와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 그 충고와 가르침에도 수긍치 못하고 자신만의 관념에 빠져 독단적인 행동과 말을 전하면 용납지 말고 그에 상응하는 벌을 주자. 백만 마디의 충고보다 진심 어린 벌 한번은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는 그들에게 이유를 찾고 주변을 돌아보게 하며 자아를 찾는 계기로 만들 것이다. 잘못을 알고 잘못을 저지르는 이는 많지 않다. 세상 모든 이는 자기 행동과 언행에 이유 있다고 생각하며 그에 상응하는 원칙도 만든다. 혹자는 잘못된 언행이나 관습을 합리적이란 판단으로 포장하고 억지 논리로 만들어 주장하며 그러한 주장은 권리로, 권리는 그 누구도 허물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 자리 잡는다. 그러한 행동과 언행은 정당한 사유 없이 규칙과 규범이 되어 버리고 자가당착을 만들어 혼돈을 키우기도 한다. 공동체. 즉 우리 사회는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모두의 공통된 동질성과 공익을 위한 사회이며 만약 사익을 위한 구성원이 만연한다면 그 공동체의 존재가치는 없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기본적인 준칙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무시하는 구성원에게 훈육은 꼭 필요하며 그에 따른 관리도 병행되어야 한다. 자신만의 사익을 쫓다 보면 개인의 감정과 주장만 난무하며 덕목을 잃어버리고 음해, 시기, 질투, 무시 등 치졸한 권리로 둔갑하여 그들만의 당위성으로 포장된다. 그러한 허위의 당위성을 공동체밖에 알려 합리화를 항상 만들고자 하지만 우둔한 그러한 모습은 이미 세상 모든 이들의 조롱거리가 될 뿐 가치를 잃어버린 목적이 된다. 교육이란 삶에 있어 옳고 그름을 알게 하고 바르게 판단하는 자아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은 교육을 중요시하며 먹고 사는 기본적인 생활 다음으로 제일로 여겼으며 현시대에도 같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남을 위한 배려가 없어지는 사회에서 다시금 바라보게 되는 단어 바로 참교육. 과거와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의 바르고 평등한 삶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교두보로 우리 교육자의 사명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귀하고 중한 역할임이 틀림없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7.22 17:01

[신간]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공주·부여

인조가 이곳에 머물렀을 때 임씨 댁에서 콩고물에 무친 떡을 진상했다. 맛이 좋아 이름을 물었으나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 사람의 성을 따 임절미라 불러 오늘날 인절미가 됐다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곳이 쌍수정이다.(본문 중) 신정일 문화사학자가 한 도시 깊이 읽기. 지역에 대한 인문적 이해 확장을 목표로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공주부여편>(가지출판사)을 출간했다. 부산, 마산진해창원, 강릉, 인천에 이은 다섯 번째 시리즈로 공주부여편은 백제의 역사문화유산을 심장부에 간직하고 있는 도시답게, 많은 고대 문헌과 인문학적 사료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공주와 부여는 백제의 흥망성쇠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도시다. 백제 두 번째 도읍지였던 공주는 공산성과 무령왕릉을 비롯한 문화유산들이 즐비하고, 부여는 정림사지와 궁남지, 부소산과 백제문화단지 등 많은 문화유산을 품고 있다. 문화사학자 신정일씨는 길 위의 철학자라는 애칭에 걸맞게 방대한 철학 지식을 백제의 역사 현장에 밀도 높게 녹여냈다. 그 땅을 살다 간 옛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도록, 시간여행자를 위한 문사철 도슨트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책은 두 도시로 여행을 떠나기 전 읽어야 할 필독서다. 지루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깨고 여행을 흥미진진한 역사드라마로 만들어줄 비법 소스와도 같다. 부여편은 1부 낙화암에 올라 백마강을 바라보다와 2부 부여의 문화와 인물을 만나다로 구성됐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백제 문화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소개했다. 신정일 문화사학자는 역사와 문화 관련 저술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작가이자 도보여행가로 1980년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발족해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으며, 1994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사업회에 참가했다.

  • 문학·출판
  • 이강모
  • 2021.07.21 17:02

[신간] 동학 소년과 녹두꽃

가슴이 싸하도록 그리움이 솟아난다. 너도 몰래 가슴을 움켜쥔 채 그 숲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겨울바람 소리가 귓전에 사납게 부서진다. 이제는 귀를 부여잡은 채 마구 달린다. 그 속에서 홍이 손짓하고 있다.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본문 중) 이마리(정환) 소설가가 소년 춘석을 통해 동학혁명과 우금치 전쟁,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젊은이들의 고뇌를 담은 <동학 소년과 녹두꽃>(행복한나무)을 출간했다. 이 소설은 일제 강점기에 연구용으로 진도에서 일본으로 반출된 유골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일본 홋카이도 대학 한구석에서 먼지를 쓰고 발견된 동농조수 수급(동학 농민 조선 수괴의 머리)이라는 백여 년 된 유골은 이마리 작가의 손에서 동학 소년 춘석으로 살아났고, 주인공 춘석은 2인칭인 너가 되어 이야기를 끌어간다. 대장간 소녀였던 춘석의 첫사랑 홍은 서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 있었고, 진주 농민운동에 참여하면서 떠돌이 생활을 하던 춘석은 홍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혼돈의 시대는 춘석과 홍이 평범하게 사랑하도록 놔두지 않았다. 구한말의 혼란과 외세의 침략에서 나라를 구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춘석은 동학농민운동에 뛰어들게 되고 운명처럼 김개남 장군을 만나 별동대 작전부터 우금치 전투까지 치르게 된다. 이때 만나게 된 하린과 형에게서 사랑과 죽음을 배우고, 믿었던 뱃사공 돌배의 배신을 겪는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홍과 함께 평범한 생활을 꿈꾸는 어린 춘석은 사랑과 혁명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과연 동학 소년 춘석의 가슴앓이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얀 눈 위에 형을 뉘었다. 하얀 눈밭에 누운 시신 둘레로 붉은 꽃이 몽글몽글 피어나고 있었다. 뒤에서는 계속 총성이 울렸다. 산을 떠메갈 것처럼 대포 소리도 펑 펑. 터졌다. (본문 중) 1894년 동학혁명이 한창일 때 조선 조정의 온갖 수탈로 백성은 피폐해가고, 청과 일본을 비롯한 외세의 개입은 조정 뿐 아니라 민초의 삶을 나락으로 뒤흔들고 있었다. 이때,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춘석과 하린 등 수 많은 동학 소년들이 마지막 격전지 우금치 전장에 나선다. 그러나 전쟁은 패배하고 일부 동학 소년들은 우금치 붉은 꽃으로 스러져 갔다. 이 소설은 우리 역사가 기억하는 우금치 전쟁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우금치 전쟁을 패배한 전쟁으로만 그리지 않았다. 주인공 춘석을 통해 불의에 항거하고 저항하는 고귀한 정신이 살아 오늘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이마리 소설가의 장편소설 『코나의 여름』,『구다이 코돌이』,『버니입 호주 원정대』는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됐고, 제3회 한우리문학상 대상에 『버니입 호주 원정대』, 제5회 목포문학상에 『악동 음악회』, 제18회 부산가톨릭문예작품공모전에 『바다로 간 아이들』, 2015년 <아르코 국제교류단 문학인>에 선정된 바 있다.

  • 문학·출판
  • 이강모
  • 2021.07.21 17:02

[신간] 생각놀이, 사유(思惟)야 말로 진정한 소유

성우 은영선이 첫 수필집 <사유(思惟), 그 진정한 소유>(해드림 출판사)를 펴냈다. 이 수필집은 인간 은영선이 삶 속에서 경험하고 사유하고 깨우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표제작 사유 그 진정한 소유는 소유의 의미를 다방면으로 조명하고, 진정한 소유가 무엇인지 추적한다. 한강과 남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조망권 값을 치르는 집에 살면서도 진정으로 한강과 남산을 소유하지 못하는 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그래서 생각놀이, 사유야 말로 진정한 소유가 아닐까라는 맺음은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한다. 성우로서의 삶에 대한 사유도 드러난다. 은영선은 목소리 연기자의 보람에서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이 되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질문에는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보고 싶었고, 가까이는 엄마가 되고 싶었던 그의 어린 시절이 투영된다. 결국 은영선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성우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성우를 이렇게 정의한다. 배우가 맡은 역할, 인물을 그저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닌 단 하루라도 정말 그 사람인 듯 살아보아야 더욱 좋은 연기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그의 글은 관심을 끄는 힘이 있다. 15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어머니에게 효도를 하고자 다짐하면서, 부모의 입장에도 서 본다. 언니와 오빠, 막내인 그를 사랑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마치 심리전을 치르는 마음으로 글이 읽히고,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독자 역시 은영선의 생각과 행동에 빨려 들어가 있다. 최원현 문학평론가는 은영선이 구사하는 젊은 감각적 언어들은 유난히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데 도란도란 정감 어린 대화 같기 때문이다며어느 사이 독자가 그의 앞에서 맞장구를 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고 평했다. 서울 출신인 은영선은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1995년 KBS성우 공채 25기로 입사했다. 성우 외화부문 신인연기상과 성우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 2019년 <한국수필> 1월호를 통해 등단했다. 현재 한국수필과협회, 사단법인 성우협회, KBS극회 회원이고, KBS 방송 아카데미 성우반 강사다. 저서로는 <목소리>가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7.21 16:36

[신간] 김송포 시인 '우리의 소통은 로큰 롤'

아침이면 익산에서 굿모닝/톡/한낮에 메밀국수 먹다가/톡톡/저녁이면 시집안에서/톡톡톡/존재를 알리기 위한 도구에 가까워질수록 숨을 크게 쉬곤 해/하루에도 수없이 커지는 동공은 깊이 빨려 들어가(우리의 소통은 로큰 롤 일부) 김송포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우리의 소통은 로큰 롤>을 내놨다. 현재 성남 FM방송에서 라디오 문학프로를 진행하는 시인은 대중적인 감수성을 풍부하게 드러낸다. 예를 들어 현대인의 대표적인 소통도구가 된 카카오톡 메신저의 신호음을 묘사한 톡, 톡톡 등의 표현은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시집에 실은 작품 58편 가운데 다수 작품을 통해서도 친근감을 엿볼 수 있다. 또 존재와 관계의 문제를 줄기차게 물고 늘어진다. 시인은 존재의 문제를 결국 사이와 관계의 문제임을 깨닫고 예리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에 대해 오민석 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는 존재의 끈들은 시인의 몸을 감싸며 따라온다며 관계의 바다에서 매생이 같은 생명의 끈들이 합쳐지고, 갈라지고, 흔들리며 다시 만나는 장면은 철저하게 액체적이다고 평했다. 전주 출신인 시인은 지난 2004년 현대시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문학우수작품상, 포항소재문학상,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출간한 시집은 <집게>, <부탁해요 곡절씨>가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7.21 16:36

[신간] 정군수 시인 '한쪽 가슴이 없는 여자'

석정문학관 관장을 역임한 정군수 시인이 6년 만에 여섯 번째 시집 <한쪽 가슴이 없는 여자>(인간과 문학사)를 발간했다. 시집은 사랑순수죽음기적영혼가족황혼시대정신 등을 주제로 한 작품 80편을 수록하고 있다. 다양한 주제를 담은만큼 비유와 상징의 맛이 신선하고 현묘한 작품이 대다수다. 독자에게 다양한 상상력과 긴장감을 불어넣어준다. 한쪽 가슴이 없는 여자를 사랑하였다/ 배가 닿지 못하는 바위섬에서/ 그녀는 억센 찔레넝쿨만 키우고 살았다/ 내가 헤엄쳐 건너가자/ 그녀는 사슴을 키우기 시작했다// 내가 한쪽 가슴이 있는 여자라 불렀을 때/ 섬은 외롭지 않고 바닷새도 날아와 알을 낳았다 (한쪽 가슴이 없는 여자 중에서) 특히 표제시는 비유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시인은 바위섬을 여린 생명의 알을 포란하는 사랑의 힘이 작동하는 공간으로 보고 있다. 왕태삼 시인은 정군수 시인의 시는 신이 없는 사랑과 영혼의 변종시학이라며 특히 시적 사유는 끝없는 변이를 부르는 팔색조라고 평했다. 이어 회화의 스푸마토(sfumato)처럼 비유와 상징은 천의무봉하며 일색 신비하다고 부연했다 김제 출생인 정군수 시인은 시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시집은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풀은 깎으면 더욱 향기가 난다>, <봄날은 간다>, <늙은 느티나무에게>, <초록배추애벌레> 등이 있다. 정 시인은한국문인협회전북지회장, 전북시인협회장, 전북대평생교육원문창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전영택문학상, 전북시인상, 목정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석정문학회 회장과 신아문예대문창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7.21 16:3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아현 작가 - 시시 벨 저, 고정아 역 '엘 데포'

언제인가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믿었다. 어느 날은 학교의 지붕이 열리고 로봇을 조종하며 세계를 구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표지가 귀여워 집어 든 『엘 데포』에서 어린 시절 나의 슈퍼 파워를 다시 찾아냈다. 후천적으로 청각장애를 얻은 시시는 학교에 가기 위해 고성능 보청기를 착용해야 했다. 가슴께가 불룩 튀어나오는 기계를 매달고, 새 학기가 시작되면 선생님에게 다가가 마이크를 건네야 했다. 종일 마이크를 목에 걸고 다니는 담임 선생님 덕에 시시는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게 됐다. 시시는 남몰래 이걸 슈퍼 파워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아이들과의 관계를 쌓는데도 이 보청기가 도움을 주기도 했다. 엘 데포(시시의 영웅 이름)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슈퍼 파워를 사용했습니다. 보청기를 들고 싱클맨 선생님이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알아내는 일이었지요.(엘 데포 中)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자습시간, 반 아이들이 모두 떠들 때도 시시는 선생님이 교실로 돌아오는 타이밍을 맞출 수 있었다. 아마 아이들에게는 영웅이나 다름없는 재능처럼 보이기도 했을 테다. 나는 오래도록 아토피를 앓고 있다. 어릴 때는 팔과 다리에만 일어나던 피부 습진이 성장기를 지나면서 손과 발에 자리 잡았다. 손에 힘을 주는 대부분의 일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고등학생이 되도록 양손의 악력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 머물렀다. 덕분에 나는 혼자 할 수 없는 일이 많았다. 특히 혼자서는 캔이나 페트병 음료를 열 수 없는 상황을 자주 마주쳐야 했다. 집에 혼자 남아 생수병을 열기 위해 시도하다 마음처럼 되지 않아 소리를 지르며 잔뜩 성을 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매번 혼자 남을 때마다 물을 마시지 않을 수도, 계속 화를 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지렛대의 원리를 정확하게 활용하는 아이가 되었다. 지렛대는 어디에서든, 무엇으로든 재료만 있다면 만들어낼 수 있었다. 영수증도, 작게 찢은 조각도, 여러 번 덧댄 실도, 가위도! 남들과 다른 것? 그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 되었습니다. 약간의 창의력과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 어떤 다름도 놀라운 것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들과 다른 것이 우리의 슈퍼 파워 입니다.(엘 데포 中) 손이 불편해 별수 없이 무엇이든 지렛대로 만들던 상상력은 나의 특별한 능력이자 슈퍼 파워가 됐다. 이제는 손에 힘이 없는 것은 큰 어려움이 되지 않는다. 나에게는 수많은 도구가 있으니 말이다. 몇 달 사이 10년이 넘도록 유일하게 멀쩡하던 엄지손가락에도 피부염이 번졌다. 엄지손가락이 편안하지 않은 삶에 또다시 적응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엘 데포』를 만나 꽤 많은 불안이 정돈됐다. 나는 도구를 무척이나 잘 쓰는 사람이니까 또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상상력이 있잖아! 하고 자신에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7.21 16:36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50)풍자와 해학, 후덕한 인품으로 세상의 빛이 된 작가 라대곤

라대곤 작가 라대곤 작가는 1940년 군산시 신영동 구시장 입구의 팔진당이라는 과자 공장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나 일곱 살 때 아버지가 갑자기 사업을 접고, 김제의 신곡리로 이사하는 바람에 김제에서 초중고를 졸업하였다. 그는 농사꾼으로 시작해서 노숙자, 악극단 단원, 연탄공장 인부, 약장사 행상, 예비 소설가, 그룹과외 강사, 회사원 등을 거치면서 숱한 고생을 하였다. 그의 자전적 수필에는 어린 시절의 곤궁했던 삶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방 한 칸에서 8남매가 잘 때, 방 가운데의 까만 솜이불 속에서는 형제들의 발이 수시로 엉키기도 하였다. 특히, 맏형의 요절은 작가의 삶을 온전히 바꿔놓았다. 하루아침에 장남이 되어 가족들에게 매이게 되자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입대하였다. 전방 근무 중 선임하사가 사준 술을 자주 마셨는데, 그 술값이 보급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큰 곤욕을 치렀다. 이 사건은 훗날 그에게 공무원 시험도 볼 수 없는 족쇄가 되고 말았다. 1965년 월간잡지 기자로 잠깐 근무하다가 술 공장을 운영했지만 실패하여 빚쟁이들을 피해 서울로 달아나 노숙자가 되기도 했다. 소달구지에 살림을 싣고 수도 없이 이사하는 바람에 장독대에는 성한 단지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러다가 폐기물 처리사업을 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게 되었다. 작품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1993년 『수필 문학』에 「고향집 감나무」를 발표하면서부터다. 이듬해 『문예사조』에 「두창이와 연주의 합창」이라는 소설로 데뷔하였는데, 이때 작가의 나이 54세였다. 출발은 늦었지만, 작품을 왕성하게 써서 악연의 세월』(1995)을 비롯하여 다섯 권의 소설집, 『망둥이』(2005)를 비롯한 세 권의 장편소설, 『한번만이라도』(1995) 등 네 권의 수필집을 썼고, 말년에는 암 투병 중에도 동화집 『깜비는 내 친구』를 3부까지 연달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으로 탐미문학상(1998)을 비롯하여 전북문학상(1999), 표현문학상(2000), 채만식문학상(2006) 등을 수상하였다. 2011년에는 군산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라대곤 작가가 문단에 끼친 영향은 세 가지 측면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영면(永眠)에 이를 때까지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하면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예리하게 포착하여 고발하는 등 치열한 작가정신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수필과 비평』의 발행과 신곡문학상제정 등으로 문단을 풍성하게 가꾼 점이다. 특히 『수필과 비평』의 발행인으로서 훌륭한 작가들을 발굴하여 배출하였으며 문인들이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도록 문단 환경을 크게 바꾼 점이다. 셋째는 고매한 인품으로 후학들에게 큰 모범을 보이신 점이다. 어려운 문인들을 보면 돈 때문에 신경 쓰이면 좋은 글 쓸 수가 없어!라면서 아낌없이 도와주셨고, 후배들의 출판기념회나 시상식 등 행사 끝마다 따뜻한 마음을 담아 일일이 응원엽서를 보내주신 문단의 자상한 어른이었다는 점이다. 작가의 서거 3주기를 맞이하여 나온 신곡 라대곤 추모문집 『어서 오소서』에는 작가와 후배 문인들이 나누었던 꿈과 사랑이 가득 이어졌다. 평론가 오양호는 작가는 군산의 백릉 채만식과 겨룰 만큼 훌륭한 역량을 갖췄다고 칭찬했다. 사업이 번창하면서 창작이 뒷전으로 밀려서 그렇지 작가의 타고난 문학적 역량은 대단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정종명은 작가는 화려하거나 섬세한 문체를 구사하지 않으면서도 힘 있는 글로 막힘 없이 술술 이야기를 풀어내는 마력을 지녔다고 하였다. 호병탁은 작가는 자신의 정신적 외상을 특유의 풍자적 문체로 통렬하게 쏟아냈다고 했다. 특히 그의 대표작 소설 『망둥어』에는 자신의 결함을 토로하는 동시에 비틀린 세상을 향한 분노가 잘 표출되었다고 했다. 특히 망둥이는 욕심이 많아서 제 살을 찢어 미끼로 써도 사정없이 물고 늘어져 자살하듯 버둥거리는 모습을 통해서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을 질타하였다고 했다. 작가는 『취해서 오십 년』이라는 수필집에서 보듯 술을 즐겨 마셨던 것 같다. 작가가 술을 자주, 그리고 많이 마셨던 이유는 따뜻해지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살기 위해서 였던 것 아니었을까. 정휘립은 <라대곤 다시 읽기>라는 글에서 그의 작품들은 서민들이 겪는 소박한 애환의 일상사를 제재로 하여 생에 지치고 마음 한쪽이 헛헛한 외로운 존재들의 행렬을 그린 풍속화집 같다고 하였다. 작가는 나이 일흔에 췌장암, 담도암 수술을 연거푸 받았고, 체중이 20kg이나 빠지는 상황에서도 한순간도 붓을 놓지 않았다. 매우 쇠약해진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손자 경아와 민재에게 들려주는 『깜비는 내 친구』라는 동화집을 6부작으로 구상하였지만, 아쉽게도 3부까지만 썼다. 이 동화집에는 호수 위로 아름다운 무지개가 뜨는 평화로운 동산의 이야기를 그의 손자와 손녀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작가의 소망이 담겨 있다. 김영(전북문인협회 회장) 시인은 작가를 권위적이지 않고 높임받기를 좋아하지 않으신 지구에 온 어린 왕자라고 회고한 바 있다. 후덕한 인품을 지닌 작가로서 후배들과 나눈 그의 꿈은 오래오래 우리 문단에 아름다운 전설로 기억될 것이다. 그의 서거 3년이 되던 해인 2016년 7월 9일 김제시 청하면 청운사에 라대곤 문학비가 세워졌는데, 그 뒷면에는 작가에 대한 문단의 안타까움과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게 하는 김남곤 시인의 글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어 오늘도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산 하나가 장중하게 허물어지던 그해 봄날, 우리들은 그대 아름다운 삶의 가치를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라며 애도했노라. *참고 : 신곡 라대곤 추모문집 『어서 오소서』(2016), 안도(전 전북문인협회 회장) 『라대곤 소설가 자료』

  • 문화일반
  • 이강모
  • 2021.07.20 18:08

전통가구 외길 50년, 소목장 천철석 첫 개인전

전통 짜맞춤 가구 제작 기법을 오롯이 지켜온 장인 정신을 인정받아, 지난 2014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9호(목가구 소목장)로 지정된 능산 천철석 소목장(63)이 전통가구 제작 외길 50년 만에 첫 개인전을 연다. 전주시 서학동에 있는 전주 아트갤러리에서 오는 24일부터 8월3일까지 일주일간 열리는 개인전 타이틀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9호 천철석, 50년 외길 인생의 혼을 담다. 소목장 인생 50년 필생의 걸작이라고 자신하는 전주장과 전주애기장, 경상, 경대, 머릿장, 교자상 등 그의 땀과 혼이 담긴 작품 20점을 선보인다. 완주군 구이면 출신인 천 소목장은 1972년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한 채 전주시 서학동 소재 안방가구 전문 제작 공장인 서라벌공예사에 입사하면서 소목장의 길을 걸었다. 이곳에서 천 소목장은 학교 공부 대신 나무를 운반하는 등 잡일을 하면서 대패와 끌을 갈았다. 김춘태 공장장의 지도 아래 수공구를 연마하고, 나무를 마름질했다. 전통가구의 기본 원리인 짜맞춤 방식으로 가구를 제작하는 기술을 배웠고, 1년 여 지나면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책상을 짜고, 장롱도 짰다. 입사 3년 만인 1975년 첫 작품 경대를 완성, 주위를 놀라게 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통가구 부문 당대 최고 실력자였던 조석진 명장(전북무형문화재 소목장)의 공방 명장공예사에 입사했다. 안은성, 조갑곤 선생으로부터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전통가구 제작기법을 오롯이 전수받은 조 명장으로부터 섬세한 전통가구 기능을 전수받으며 작품을 만들어 냈다. 2001년 고향인 구이면 두현리에 장인공방 문을 열고 독립한 천 소목장은 전통가구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느티나무와 오동나무, 참죽나무, 소나무 등 전통가구에 쓰이는 나무는 장기간의 자연건조를 거친 후 비로소 재료로 사용된다. 작품 제작 기간도 대부분 3개월 이상이고, 1년 넘게 걸리는 산고 끝에 나오는 작품이 많다. 지난 2014년 10월24일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19호(목가구 소목장)로 지정받은 천 소목장은 전라북도교육청이 운영하는 목공체험센터를 맡아 지난 7년여 동안 초중고생 목공체험, 완주 와일드푸드축제, 순창 장류축제 등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왔다. 천철석 소목장은 한옥 안방과 사랑방에 걸맞는 전통가구 디자인에는 100년 전 선조들의 검소하고 담백한 생활 철학이 깃들어 있다며 대대로 전수되는 짜맞춤 전통가구 제작기법을 이용해 가구마다 한점 한점 혼을 불어넣어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천철석 소목장은 전북기능대회 금상, 전국기능경기대회 은상, 한국공예대전 입선 등 각종 대회에서 실력을 발휘했고, 전라북도 공예박람회 공예명품 초대전 등 각종 초대전에 20여 회 참여했다.

  • 전시·공연
  • 김재호
  • 2021.07.20 17:09

무더운 여름날 선보이는 연극작품

무더운 여름날, 감동과 유쾌함을 선사하는 연극 작품들이 찾아온다. 다양한 연극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2021 대한민국소극장열전 in 전주가 21일~25일 소극장 아하아트홀에서 열린다. 대한민국소극장열전은 지난 2012년부터 각 지역의 소극장이 연합해 출발한 네트워크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전주, 구미, 대구, 광주, 부산, 춘천에 있는 소극장이 참여하며, 3개 작품이 전주에서 공연된다. 올해 2021 대한민국소극장열전 in 전주는 극단빈칸(전주, 대표 양상아)이 주관한다. 극단빈칸은 21일 오후 8시 택배 도난 사건으로 공연의 첫 스타트를 끊는다. 이 작품은 행복아파트 두 번째 이야기로 아파트에서 택배가 없어지는 사건을 통해 주위의 편견과 오해를 유쾌하게 풀어간다. 두 번째 작품은 춘천 극단 도모가 23일 오후 8시 선보이는 다시,봄날이다. 이 작품은 장년층이 나이에 위축되지 않고 시대의 어른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세 번째 작품은 대구 극단 한울림이 25일 오후 4시 무대에 올리는 맛있는 새, 닭이다. 대한민국 연극제 최초로 6관왕에 오른 이 작품은 대한민국 통닭 세계를 바라보는 발칙한 시선이 압권이다. 평화로운 한 시골 닭장에 새로운 암탉 한 마리가 찾아오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해학과 풍자가 묻어난다.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사전예약제로 운영할 예정이며 공연문의는 전화로 하면 된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7.20 17:01

[전북사의 과제] ④에필로그

1주일간 연재했던 전북사가 종결했다. 이야기의 큰 줄거리를 되짚어보면, 후백제 왕도인 전주에 대한 문헌기록과 유물유적, 고조선 준왕이 금마(익산)로 내려왔다는 기록에서 출발한 마한사, 남원장수지역에서 확인된 봉수와 제철의 존재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가야사를 소략한대로 짚었다. 에필로그에서는 전북사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인 백제사를 비롯 각 역사별로 보완해야 할 점을 제언한다. 전북의 백제사는 다른 시기 역사보다 상대적으로 논쟁이 적은 편이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관세음응험기> 등 문헌사료에 익산의 위상을 유추할 수 있는 기록이 있는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미륵사지 석탑과 왕궁리 유적, 무왕의 아내 선화공주의 무덤으로 알려진 쌍릉 등 고고학적 유물자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국사기와 왕궁리 유적은 익산이 왕도로서 존재했다는 데 힘을 보태준다. 삼국사기에는 익산에 있던 궁궐을 수리했다는 기사가 있고, 왕궁리 유적 내 오층석탑에서 발견된 사리봉안기에는 무왕을 대왕폐하라고 지칭한 명문이 있다. 이를 두고 수도를 사비에서 익산으로 천도했다는 천도설과 수도와 동일한 행정구역인 별부별부설 등 여러 해석이 나오지만, 익산이 백제 무왕대에 중요한 위치를 점했다는 해석은 연구자들끼리 일치한다. 앞서 지난 2015년에는 왕궁리 유적 주변이 시가지로 기능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왕궁리 유적에서 동남쪽 1.3㎞정도 떨어진 곳에서 우물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왕궁리와 제석사지 사이, 궁 남쪽의 탐리마을에서는 기와편, 건물터 등 생활유적도 확인됐다. 백제 왕도로서 익산의 성격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도성체계라는 전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최완규 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은 왕궁리 유적은 궁성, 미륵사는 국찰, 쌍릉은 왕릉 등으로 비정하고 고고학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익산에 산재한 유적은 동시대의 것들로 종합적인 시각에서 살펴야 익산도성 본래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다고 했다. 전주가 후백제 왕도로서 갖는 역사적 정체성은 분명하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 문헌사료에는 후백제왕 견훤이 전주를 수도로 삼았다는 기록이 분명히 존재한다. 전주 동고산성, 익산토성(오금산성, 보덕성) 등 각지에서 산성유적도 확인된다. 그러나 대부분 유적이 땅속에 매장된 상태로 성격규명이 미진한 상태다. 후삼국 시대에 존재했던 왕조의 수도인 만큼 도성, 궁성, 분묘, 사찰, 생산시설 등을 세분화해서 발굴 조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차상민 전주시 전통문화유산과 주무관(전 전라문화유산원)은 고대도시 구조라는 시각을 전제해야 한다며 여러 시설의 위치를 연계하면서 심도 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마한사는 중국 문헌 <삼국지>와 <후한서>, 한국사료인 <고려사>. <제왕운기> 등에 집단의 존재가 산발적으로 등장한다. 이를 계기로 전북 등 호남지역 사학자들은 1970년대부터 발굴에 매진한 결과, 마한사를 설명할 수 있는 토기, 분구묘, 동검, 유리구슬 등 다수의 유물을 발굴했다. 그 결과 마한이 전라도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규명했으며, 소국 11개~12개 정도가 존재했다고 분석했다. 중국-마한-변진한 왜로 연결되는 국제교역망도 밝혀냈다. 다만 기존 유물유적 발굴과 연구는 단편적 편린만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게다가 마한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자 육성과 고고학적 보완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가야=연맹왕국이라는 틀을 깨고 전북 동부 지역에 독자적으로 존재했다고 이론을 세운 점을 두고는 학계에서 평가가 긍정적이다. 가야로 통칭하는 각국에 대한 분석에서 정치체의 자율적 발전론을 간과했던 사실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다만 근거로 쓰이는 봉수의 조성시기, 제철의 입지, 문헌사료의 해석을 두고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보완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사료 자체로 문제점이 제기된 <일본서기>의 해석문제를 두고는 논리보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7.19 18:20

모던칼라, 젊은 예술학도 위한 12번째 후원전

전북지역 예술인들의 전시 도록공연 리플렛 등을 제작하는 디자인회사 모던칼라(대표 김철곤)가 젊은 예술학도들을 위한 12번째 후원 전시회를 마련했다. 모던칼라는 지난 2008년부터 도내 대학을 졸업한 신진작가를 후원하는 전시회를 꾸준하게 열어왔다. 올해는 김경모김채연 작가를 초대해 20일~25일 전주 교동미술관에서 2인전을 개최한다. 전북대 미술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경모는 남들이 보기엔 무의미한 일이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세대인 무민세대를 아크릴과 유화로 표현했다. 작품은 취업, 직장 등 치열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자극 없는 삶을 추구하는 현상을 반영한다. 전북대 미술교육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채연은 문명의 발달 속에서 마냥 편하게 생활하는 야생동물의 모습을 장지에 채색화로 표현했다. 작품 속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표상인 호랑이가 인간이 생활하는 집과 카페, 자동차 등에서 자연스레 녹아들고 있다. 멸종될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의 상황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김철곤 모던칼라 대표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화됐지만 장기간 동안 바이러스와 다투다보니 모두 지쳐있는 것 같다며전북은 확진자가 적어 전시기획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후원전은 다른 대학 졸업생과 선후배 간 작품을 공유하고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라며 바쁘더라도 전시장을 방문해 후배들을 격려해 주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지도와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7.19 18:04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