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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영남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NEXT PRESIDENT 뉴코리아 비전과 도전>

영남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책 문구 발췌)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지난 50년간 영남 출신의 대통령들이 집권했다. 호남은 김대중 전 대통령 단 한 명이다. 다시 지역감정을 내세워 호남 출신에 역차별하는 불리한 구도와 선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담은 책이 나왔다. 호남 출신 리더가 자격이 있다면 기회를 주고 적극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지다. 친노,친문이라는 세력도 호남의 적극적인 지지 없이는 생겨날 수 없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국가비전전략가이자 4차 산업혁명독일전문가인 김택환 경기대 특임교수는 차기 대통령이 보여줘야 할 비전을 <넥스트 프레지던트-뉴코리아 비전과 도전>(자미산)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차기 대통령이 제시해야 할 비전과 전략, 리더십,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와 해법 등을 담았다. 책은 프롤로그, 6부, 에필로그로 구성돼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인터코리아에서 뉴코리아로의 전진을 제시한다. 제1부는 뉴코리아의 비전과 전략, 제2부 뉴코리아 독트린, 제3부 4차 산업혁명 선도와 낙오된 경제민주화 실현방안. 제4부 미래 청년세대와 여성에게 제시해야 할 희망, 제5부 대한민국의 권력법칙과 제왕적 대통령제의 불운한 역사, 제6부 넥스트 프레지던트 차기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6부는 대선 예비주자로 거론되는 여야 12명의 후보를 빅데이터와 해석학적 기법에 의해 분석했다. 저자가 분석한 유형에 따르면, △이낙연-통합개혁의 리더십 △이재명-인파이터 리더십 △정세균-임무수행형 리더십 △김두관 풀뿌리 리더십 △김종인 관리의 리더십 △홍준표 애국의 리더십 △오세훈 감성 수호자형 리더십 △유승민 공화주의 리더십 △원희룡 실사구시형 리더십 △윤석열 조직 보스형 리더십 △안철수 CEO형 리더십이다. 에필로그는 저자가 펼치고 싶은 핵심주장을 담고 있다. 저자는 광주에선 노무현 돌풍이 불었기 떄문에 당선을 거머쥘 수 있었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호남 민심을 얻어서 당선됐다며리더십과 역량에서 호남 출신의 후보자 낫다면 적극적으로 친노 친문들이 밀어주는 게 인간적인 도리가 아닌가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면서 친노 친문 세력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이제 호남을 이용한다는 생각보다는 의리를 보여줄 때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성균관대를 졸업한 후 독일 본대학교에서 언론학과 정치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세계신문협회, 한국신문협회 자문위원을 지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중앙일보 기자, 광주 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을 거쳤으며,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이기도 하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3.10 18:40

[신간] 소목 조준환 작품집 <사진놀이 50년>

아동문학가 조준환 씨가 자신의 사진인생을 오롯이 담은 작품집 <사진놀이 50년>(한국사진문화원)을 펴냈다. 작품집에는 그가 50여 년의 세월동안 찍어왔던 사진 300여 점이 담겼다. 330여 페이지에 달한다. 두꺼운 책자 속에는 돌 뿌리와 풀 한 포기, 시골집과 농토, 들 풍경, 해와 구름, 강물, 꽃 한송이, 학생들과 축제 등 인간과 자연의 모습, 그리고 정서가 담겨 있다. 부록에는 그가 평생 동안 함께한 가족사진을 실었다. 조준환 작가는 내 삶의 이야기가 오롯이 사진과 함께였기에 그 동안 촬영한 사진 중에서 나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딸, 그리고 손자 손녀들의 모습을 부록으로 실었다며 훗날 아이들이 할아버지의 사진놀이 책을 보고 또 볼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사)한국사진작가협회 김양평 이사장은 조준환 작가의 사진에는 화려한 색채가 기교른 없다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는 고향과 향수에 대한 그리움을 노스탤지어(nostalgia)적 감성으로 일깨워주는 힘이 있다고 평했다. 조준환 작가는 1971년 전북미술대전 사진부에 작품자애로 입선 데뷔했다. 50년 간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공모전에 300여점 입선했고, 전북사진대전과 대한민국사진대전 초대작가를 지냈다. 개인전은 14회 열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3.10 18:40

[신간] 최정아 시인, 시집 ‘나무들의 이중성’

시는 나의 마음을 꺼내보는 일이다. 사물에게 나를 건네보는 일이다. (시인의 말) 최정아 시인이 시집 <나무들의 이중성>을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총 57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내면, 그리고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바깥 세계와 교섭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배한봉 시인은 최정아 시인의 시 세계는 인유적 비유와 마술적 상상력이 융합돼 자아와 세계의 일체감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인유적 비유와 마술적 상상력이 서정시의 원리와 결합하면서 존재 탐구나 인생 통찰의 원심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순록의 뿔을 꿈꾼 적 있어/ 나무들이 거센 눈발 받아내고 있다/ 우-우/ 대설주의보다// 달려보고 싶다는 간절함에/ 그렇게 서 있었던 것일까/ 하늘이 뿔에 찔린 듯 눈이 쏟아진다 (나무들의 이중성 일부) 표제작인 나무들의 이중성은 이러한 시인의 시적 특질을 잘 드러낸다. 시인은 거센 눈발을 받아내는 나무들을 보면서 순록을 끌어들이고, 인유적 비유와 마술적 상상력은 삶의 이면에 가 닿는다. 남원 출신인 최정아 시인의 시집은 <밤에도 강물은 흐른다>, <봄날의 한 호흡>이 있다. 중산시문학상, 석정문학 촛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3.10 18:29

[신간] 여섯 명의 시인, 동시집 ‘참 달콤한 고 녀석’ 엮어내

전북지역 시인이 여섯 명이 손을 잡고 동시집 <참 달콤한 고 녀석>을 엮어냈다. 전북동시읽는모임에서 활동하는 김경숙, 송현주, 이영희, 이옥란, 정지선, 최성자 시인이 그 주인공들이다. 함께 동시를 읽고 생각을 나누며 동심의 길을 걸어온 동인들이 그동안의 성과를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경험, 삶이 담겨 있지만 서로 다르기에 그만큼 더 풍성하고 아름답다. 전체 6부로 구성된 이 동시집은 부별로 한 시인의 작품 12~13편씩을 수록해 놓았다. 1부는 동시와 동화를 쓰는 김경숙 시인이 아이들과 사물의 마음을 그리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시골 학교 아이들을 만나 독서 수업을 하는 그는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모든 것을 친구로 생각한다. 딱풀, 핫도그, 여치, 백구와 같은 동물과 사물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가 틀린 답 박박 지울 때/너는 찌르르 찌르르 여름 지우고//내가 문제 쓱쓱 풀 때/너는 찌르르 찌르르 가을 부르고(숙제 친구 일부) 너희들,/싸우고 등 돌린 친구들 있으면//딱! 기다려//내가 간다(딱풀 일부) 2부는 송현주 시인의 작품을 모았다. 자연에서 배운 나눔과 배려가 묻어나는 동시가 많다. 이는 시인이 산골 마을에서 자라면서 배운 마음을 아이들도 가졌으면 하는 소망으로 동시를 썼기 때문이다. 짝꿍에게 주고 싶은데 깨질까 봐 걱정인 쌀과자, 검정 봉다리에 생선을 듬뿍 넣어 주는 생선가게 할매 등을 읽다 보면 나누고 베풀고 싶어 하는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3부에서는 그림책 활동가와 동화구연가로 활동하는 이영희 시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만경강이 시작되는 고산에서 나고 자란 시인. 너른 들을 부드럽게 휘돌아 흐르는 강의 마음을 닮아서일까? 그의 동시는 강처럼 포근하고 넉넉하다. 앞니 빠진 할머니에게 석류 두 알을 끼워드리고 싶어 하는 석류알, 푸릇푸릇 열무 속에 숨어 있던 달팽이를 지키고 싶은 돌돌돌 모두 시인의 마음처럼 따뜻하다. 4부는 이옥란 시인의 작품들로 장식했다. 30여 년간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시인의 발상과 표현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시인은 생물과 사물들을 사람처럼 생각하고 그들의 말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옷장 속의 옷들의 말 나가고 싶어, 운동화의 말 운동화 일기, 인형과 필통의 말 내가 밀린 이유 등 시인에겐 모든 것을 비춰보는 마법의 거울이 있는 것만 같다. 5부에서는 아이들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낸 정지선 시인의 작품을 모았다. 시인의 동시는 아이들의 마음을 실감 나게 표현한 것이 매력이다. 툭,/하면 삐지는 짝꿍//콩,/때려주고 싶지만//꾹,/눌러 참는다//딱,/두 명뿐인 2학년//쭈-욱/함께 지낼 내 짝꿍 (짝꿍 전문) 6부의 최성자 시인은 아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 관심이 많다. 아이들을 대변해 그들의 마음을 간곡하게 표현한 동시들이 눈에 띈다. 수능시험이 멀었는데도 시험 공포에 빠져 걱정이 앞서는 벌써부터,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의 심리를 표현한 사춘기 모두 아이들의 마음을 콕 집어낸 듯이 표현했다. 작가들은 동시를 쓰면서 어린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됐고, 언제 어디서 만나도 동시는 참 반갑고 좋은 선물이 됐다. 잊고 지냈던 꿈을 다시 꾸면서, 허투루 보았던 주변에 관심을 갖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됐다며 우리들의 다채로운 마음이 어린이들에게도 오롯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3.10 18:2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경옥 동화작가 - 임정자 ‘물이, 길 떠나는 아이’

책이 많지 않던 시기에는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할머니의 입을 통해 옛이야기를 한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옛이야기는 이처럼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개연성이 부족하기도 하고 영웅소설처럼 하늘 신이 불쑥 끼어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이야기 속에 현실을 그려내면서 소망이 얹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다는 이분법적인 단순한 플롯에도 쉽게 빠져들기 일쑤다. 《물이, 길 떠나는 아이》는 2005년에 처음 출판되었던 동화이다. 그러다가 2020년에 새롭게 출간된 개정판이다. 이 작품은 옛이야기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마치 할머니가 옆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흡입력이 있다. 주인공 물이는 자식이 없는 부모님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맑은 물을 떠 놓고 삼신 할매한테 기도하면서 얻은 귀한 아이였다. 하지만 삼신 할매 옆에 있던 선녀의 잘못으로 아이의 옷 솔기를 터지게 하는 실수를 하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 결함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삼신 할매가 부모님의 기도와 정성에 대한 보답으로 물이를 보내주었는데도 어머니는 아들이 아닌 것에 서운함을 드러낸다. 이렇게 어머니의 말은 독이 되어 새로 태어난 아이는 영혼의 한 조각을 잃고 만다. 영혼의 한 조각은 구렁이가 되어 주인공과 삶을 같이 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물이 곁에는 늘 구렁이가 함께 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결국 부모와도 함께 살 수 없게 된다. 구렁이와 함께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사람들의 편견과 허위와 욕망에 부딪친다. 그럼에도 물이는 끊임없이 자기완성을 위해 삶을 개척해 나간다. 비록 옛이야기라는 옷을 입었지만 물이를 통해 인간은 누구나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다라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 그 어떤 사람도 완벽하게 태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들의 결함을 통해 성찰의 기회를 얻게 되고, 서로 의지하며 삶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이 책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수많은 길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삶은 먼 길을 돌아가야 할 때도 있고, 평탄한 길을 걷듯 편안하기도 하고, 견딜 수 없는 힘겨운 날도 있다. 때론 자기완성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기여해야 할 때도 있고, 기여했음에도 이해받지 못할 때도 있다. 이렇듯 완전하지 않은 인간이 살아가며 겪게 되는 많은 어려움도 자기완성의 일부분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되새기게 하는 책이다. 우리가 맞이하는 하루하루는 예측할 수 없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준비 없이 맞이하는 시간들이 많지만, 인간만이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세상과 관계를 맺기 위한 방식을 스스로 검토하고 결정해 나간다. 어느덧 살갗에 닿는 기온이 달라지고 있다. 날씨보다 마음이 얼어붙었던 한 해가 지났다. 이제 우리에게 수시로 다가오는 변화와 시련들을 감내하는 시지프스로 하루를 열어야 하리라 본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3.10 18:29

국립민속국악원 상설공연 무대 <담판>, <목요다락>

국립민속국악원(원장 왕기석)이 이달부터 상설공연 담판과 목요다락을 새롭게 선보인다. 담판은 명창의 판소리를 듣고 그 의미와 사설을 알아보는 시간이다. 왕기중 원장과 원기중 박사가 진행하고, 전문가가 출연해 그 날 나온 판소리를 해설한다. 10일 예정된 담판은 미산제 수궁가를 다룬다. 수궁가는 동편제의 우직함과 서편제의 계면성이 조화를 이루는 소리로 상,하청을 넘나드는 음과 화려한 시김새가 특징이다. 국악계 아이돌이라 불리는 김준수 국립창극단 단원이 출연해 미산제 수궁가 중 길짐승 상좌다툼, 범 내려온다에서 일개한퇴 대목을 들려준다. 담판은 3월 매주 화요일 오후 1시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 온라인 공연 서비스도 운영한다. 매주 목요일 다양한 장르의 전통공연예술로 즐거움을 나눈다는 의미를 지닌 목요다락은 다양한 장르의 전통공연예술을 선보인다. 11일 선보일 공연은 이순지곡(耳順之曲)이다. <공자,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이순은 60대를 이르며, 예순 살부터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듣고 보았을 때 곧 이해가 된다고 한데서 나온 말이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김영길 전 예술감독이 출연해 종선류 아쟁산조, 쇠춤, 세대의 아쟁을 위한 헛튼가락, 흥타령 시나위 등을 들려준다. 상설공연 담판은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목요다락은 오후 7시이에 볼 수 있다. 예약은 카카오톡채널과 전화로 가능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전예약제로만 운영하며, 관람료는 전석무료이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3.09 20:02

[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마한성립 전야(前夜)의 고고학 증거

인류가 남긴 인위적인 구조물이나 도구들은 당시 문화와 사회상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고고학적 자료들이다. 그 가운데 무덤유적은 전통성과 지속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종족 집단의 출자나 성격을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곧 새로운 묘제가 갑자기 출현하는 것은 집단의 이동을 의미하거나 강력한 문화적 영향을 가정할 수 있지만, 대부분 전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만경강 유역의 익산과 전주완주지역에서 점토대토기와 흑도장경호, 세형동검과 동경, 그리고 철기가 부장된 토광묘가 집단을 이루고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토광묘는 청동기시대의 묘제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철기문화의 유입과 더불어 새로이 축조된 묘제로 이해되고 있다. 이 묘제는 중국의 동북지방이나 한반도 서북지방에서 이주해온 집단에 의해 축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마한 성립의 주체세력으로 보는 것이 보편적인 시각이다. 마한 성립의 주체인 토광묘 집단은 만경강 유역에 갑자기 안착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마중물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집단들의 흔적들이 속속 들어나고 있다. 이러한 선행적 집단에 의해 축조된 묘제는 토광묘를 기본 속성으로 하지만 내부에 목관을 안치하고 이를 돌로서 둘러싼 소위 적석목관묘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장된 유물에서 보면 점토대토기나 세형동검을 비롯해서 토광묘의 출토유물과 성격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출자가 동일한 집단임을 알 수 있다. 적석목관묘는 한반도 서해안 일대의 경기 충청 전라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발견되고 있는데, 만경강유역의 토광묘처럼 군집을 이루지 않고 대부분 1기?2기 정도 분포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이 분묘에서는 세형동검이 다수 부장되고, 특히 기원전 4세기경에 해당하는 나팔형동기, 방패형동기, 검파형동기와 더불어 팔주령, 동경, 간두령 등 의기와 관련된 유물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곧 적석목관묘의 피장자는 종교적 제의를 주관하는 오늘날 사제와 같은 역할을 했던 사람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적석목관묘의 분포 의미는 만경강유역에 토광묘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이전에 선행적으로 들어온 집단으로서 청동기를 비롯한 문물을 분배해 주고, 제의를 주관함으로서 세력화와 집단화를 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통성이 강한 지석묘와 송국리 묘제 영역에서는 강한 배타성이 작용했을 것으로 세력화를 꾀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적석목관묘를 축조한 피장자는 풍부한 제의적인 청동기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장으로서의 자리매김 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다만 기층 송국리문화나 지석묘 사회와는 차별되는 제의 주관자로서 이후 토광묘 축조인들이 집단으로 이주해 올 수 있는 정보나 기회를 제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3.09 19:44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42) 초속(超俗)의 달관, 참선비 근정(槿丁) 조두현 시인

근정(槿丁) 조두현 선생(1925.7.30.~1989.12.28.)은 전북 완주군 비봉면 내월리 211번지에서 9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54년 전북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1952년 삼례중 고교 교사, 1954년 익산 남성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1977년 전주대학교 교수, 1978년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선생의 제3 시집 『책장을 넘기다가』의 발문을 쓴 이상비 교수의 글에는 근정(槿丁) 집안의 자녀교육에 관련한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선생의 증조부가 황소로 밭을 갈고 있는데, 한 장사꾼이 책을 짊어지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증조부가 그를 불러 무슨 책이냐고 물으니 칠서(七書), 즉 사서삼경(四書三經)이라 대답하니 즉석에서 자신의 황소와 책을 바꿔왔다는 이야기다. 황소 한 마리면 당시로는 매우 큰돈이었기에 이를 본 이웃들이 모두 놀랐다는 것이다. 이렇듯 황금보다 학문을 중시했던 집안의 전통은 자연스럽게 자손들에게 이어졌다. 근정(槿丁)의 구남매(九男妹)가 모두 각 분야에서 훌륭하게 된 것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게 하는 집안 내력 아닌가. 선생은 1958년 『현대문학』에 「애가」 외 세 편의 시와 「한시신역」으로 추천 완료되어 등단하였으며, 1967년 『어느 門 밖에서』를 비롯하여 『증언』, 『책장을 넘기다가』 등 세 권의 시집을 펴냈다. 또한, 근정(槿丁) 선생은 한문학에 조예가 깊어 1971년부터 일지사, 동아출판사, 금성출판사 등에서 중고등학생용 한문 교과서 저자로 활동했으며, 다수의 한문학 연구서와 대학교재 등을 출간하여 한문학과 한문 교육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선생은 고달픈 삶 가운데에서도 생명 의지를 지적으로 승화시킨 시 세계를 보여주었다. 특히 그의 시 「청명절(淸明節)」은 자연과 인생에 대한 무심한 관조와 달관의 자세를 잘 드러낸 대표적인 작품이다. 어제 밤에 비가 부슬거리더니 새벽에는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몸이 노곤하여 달력을 바라보니 모레가 청명(淸明)이 아닌가 창을 열어놓고 뜰을 걷다가 백목련이 봉곳이 방울져 지금 잎이 돋아나고 있는데 거울에 비친 내 머리털이 더욱 희어져 보이는 것은 이 봄의 탓이 아닌가 이 세월의 탓이 아닌가 -청명절(淸明節) 전문 홍석영 교수는 근정(槿丁) 선생을 평생 삶의 도반(道伴)이라고 생각하면서 함께했다. 특히, 남중동 황새골에서 대문을 마주하고 살 만큼 늘 가깝게 살았다. 두 분은 9.28 수복 이후 익산의 남성학교에서 만났는데, 당시 남성학교에는 장순하, 천이두, 이동주, 박항식, 최학규, 김영협 등 훗날 한국문학의 대들보가 된 분들이 재직하고 있었다. 이들은 남풍(南風) 동인회를 조직하여 문학과 인생을 논했고, 어쩌다 논쟁이 치열해지면 근정(槿丁) 선생은 그건 아녀, 아녀.하며 장자풍(莊子風)의 푸근한 인간미를 보였다고 한다. 천이두 교수은 근정(槿丁)의 첫 시집 『어느 門 앞에서』의 발문에서 선생은 재학 중에 연비동인회(燕飛同人會)를 결성하여 좌장이 되었는데, 당시 동기들은 만학(晩學)의 선생에게서 형장(兄丈)다움을 느꼈다고 했다. 항상 따뜻이 보듬고 아우르는 온후한 선생에게는 어느 구석에도 문사연(文士然)하는 모서리가 없었다고 했다. 당시 함께한 국문과 1회 동기들이 박병순, 이기반, 조두현, 진을주, 최승범, 최진성, 김영협 등 모두 거목이었으니 얼마나 든든했을까. 이보영 교수는 그의 제3시집 『책장을 넘기다가』의 발문에서 근정(槿丁)의 시는 아름다운 자연과 사물의 완상과 찬미, 조촐한 선비다운 자적(自適), 초속적(超俗的)인 달관과 범용(凡庸)의 진덕(眞德)에 대한 긍정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내가 한 그루 나무로 서 있을 때 그 나무에서 돋는 이파리는 어떤 빛깔일까 내가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날 때 그 꽃에서 풍기는 향기는 어떤 냄새일까. 내가 한 마리 새로 울음을 울 때 그 새의 부리에서 울리는 소리는 무슨 가락일까. 내가 한 개의 열매로 맺을 때 그 열매의 속에서 타고 있는 불은 무슨 이야기일까 -「열매」시 전문 - 이 시는 2000년 솜리예술회관 뒤뜰에 세워진 선생의 시비에 새겨진 시다. 이 시에는 늘 성찰하면서 청아한 삶은 누리고자 했던 선생의 학수천년(鶴壽千年)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송남 이병기 시인은 근정(槿丁)선생 송수(頌壽) 시문집에서 「걸어 다니는 무궁화」라는 시에서 선생의 삶을 기린 바 있다. 겉으로 하얀 꽃 이파리 / 깊은 마음일수록 속으로 타는 불덩어리 / 이웃을 깨우치고 / 들뜬 선잠을 사랑으로 재우던 자장가를 불러주셨던 분이 선생이라고 했다. 근정(槿丁)의 제자 송하춘 교수는 「우리 조두현 선생님」이라는 글에서 스승을 높이 우러렀으며 김병기 교수도 생아지부(生我之父)에 견줄 만큼 큰 스승의 사랑을 회고하였다. 이렇게 높은 학덕과 훌륭한 인품을 보여준 선생의 참 선비상을 오늘에 되살리기 위해 그의 고향 비봉공원 무궁화 동산에 빗돌 하나 세워줄 것을 제안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참고 : 근정 조두현 선생 송수 시문집 『학수천년(鶴壽千年)』 외 /송일섭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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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09 19:01

[단독] 프랑스국립기록원 한국한지 존재 확인

프랑스 국립기록원이 고려시대 한지로 추정되는 문서를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가 중국 원(元)나라 간섭을 받던 13세기, 고려왕이 원 황제에게 공물로 바친 종이가 프랑스왕에게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문서를 두고는 전주에서 제작한 한지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관심이 집중된다. 한지와 한복, 한옥, 한식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단체 한스리그(공동대표: 손주경, 천상묵)는 지난 2019년 프랑스국립기록원에서 한지로 추정되는 문서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8일 한스리그 관계자는 전주시와 2017년부터 바티칸 비밀수장고에 있던 교황 요한 22세-충숙왕 서신(1333년), 고종 황제-교황 비오 10세(1904년) 서신을 한지로 복본하는 과정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서가 한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은 프랑스에 있는 아시아 박물관인 기메(Guimet) 박물관장과 바티칸기록원에서 고문서를 담당하는 엔리코 플라이아니 박사가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기록원에 따르면, 문서는 1289년 원나라 황제 쿠빌라이의 일족인 몽골족이 지배하는 일칸국(바그다드 위치)의 왕이 프랑스 왕에게 보낸 서신이다. 고려 충렬왕(1264~1308년)이 쿠빌라이에게 조공으로 바친 종이를 일칸국에 교역물품으로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일칸국 왕이 고려 종이를 프랑스 왕에게 보낸 서신으로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 <고반여사> 등과 같은 사료는 추정을 뒷받침한다. 이들 사료에는 고려가 원나라에 고려종이를 공물로 바친 사실이 나와 있다. 특히 중국사람의 취미를 설명한 명나라 사료인 <고반여사>는 원나라가 종이를 공납받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기술자를 징발해 현지에서 직접 제조하게 했다는 기록까지 있다. 당시 일칸국 성직자가 원나라를 오갔다는 사료는 고려 한지가 일칸국에 전달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경교 사제인 라반 바사우마(Rabban Bar Sauma)는 1287년 바그다드, 북경, 아비뇽 교황청 등을 다니며 일칸국의 사자(使者) 역할을 했다. 실제 프랑스 기록원이 가진 문서에도 Papier Coreen으로 적혀있어, 고려 한지임을 추정케 한다. 넓게는 전주에서 제조된 한지라는 추정까지 나온다. 고려시대 전주와 진안은 종이, 먹, 벼루 등을 생산했던 부곡으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한스리그 관계자는 전주한지라는 추정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몽골문서 내용을 계속 추적해왔던 하버드대 엔칭도서관과 한국 동양사학계, 전주 한지 전문가 등과의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3.08 18:24

남원 수지미술관 특별기획전 ‘아틀리에 팝업스토어’

남원 수지미술관의 특별기획전 아틀리에-팝업스토어가 다음 달 25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지역 작가인 김지우, 송지호, 이일순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들을 하나둘 꺼내 보인다. 김지우 작가는 세상을 살아가며 만나는 인연들이 서로에게 이롭기를 바라는 마음을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꿈꾸는 소녀(몽연), 다른 세상을 꿈꾸는 물고기(몽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표현하고 있다. 전주 출신인 김 작가는 원광대 조소화를 졸업했다. 송지호 작가는 행복한 토끼의 모습으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마술 같은 이야기를 익살스럽고 동화적으로 나타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완주 출신인 송 작가는 원광대 한국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일순 작가는 아는 사람을 주제로 회화 작업을 이어왔다. 이 작가는 아는 사람 연작은 그들에 대한 오마주로 시작됐고, 형상화 과정을 통해 관계의 깊이를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형태를 단순화시켜 그들만의 개성과 나와의 관련성을 기하학적인 모양, 단순화된 사물과 기호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가는 전북대 미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심은희 수지미술관장은 작가들의 미감을 고스란히 전시 공간에 담아 작품들을 매개로 감상자가 작가의 아틀리에에 들어온 듯한 인상을 주도록 했다며 따스한 봄날에 예술적 사색을 즐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3.08 18:06

전주국제영화제, 여성 독립영화 감독 7명 조명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여성 독립영화 감독 7인을 집중 조명한다. 조직위는 8일 특별전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을 통해 세계 각국에서 활약한 여성 감독 7명의 작품 15편을 공개했다. 스페셜 포커스는 전주국제영화제가 그해 가장 중요한 화두 또는 복기해야 할 주제를 제시하는 섹션이다. 스페셜 포커스에서 주목한 첫 번째 감독은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최초의 여성 다큐멘터리스트 체칠리아 만지니 감독이다. 사회정치적 문제들을 과감하고 독특한 연출력으로 풀어내는 만지니 감독의 데뷔작 <미지의 도시>(1958) 등 초기 단편 총 6편을 소개한다. 한국 실험영화의 내외연을 확장하는 데 기여한 한옥희 감독의 작품은 단편 4편을 준비했다. 한옥희 감독은 1970년대 여성실험영화집단 카이두클럽을 이끌며 여성 영화인의 활동과 실험영화 제작에 앞장섰다. 이번 스페셜 포커스에서는 억압받던 한국 사회에서 급진적이고 전위적인 영화 언어를 다각도로 표현한 작품 <구멍>(1973), <중복>(1974), <색동>(1976), <무제 77-A>(1977)를 만나볼 수 있다.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한옥희 감독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이해하는 시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20세기 이란 뉴시네마의 대표 감독이자 시인인 포루그 파로흐자드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도 소개한다. <검은 집>(1962)은 한센병 환자 수용소에서 12일간 거주하며 그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낸 다큐멘터리로, 당시 폐쇄적인 이란 사회의 정치와 종교를 향한 비판적 목소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배우로 더 잘 알려진 바바라 로든 감독과 안나 카리나 감독의 대표작 2편 역시 독립예술영화 역사에서 다시 새겨봐야 할 작품으로 이번 스페셜 포커스에서 조명한다. 1964년 토니상 연극 부분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바바라 로든 감독의 유일무이한 연출작 <완다>(1970)는 길거리를 떠돌다 은행 강도 사건에 휘말린 한 여성의 실화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영화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칸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누벨바그의 대표 얼굴로 알려진 배우 안나 카리나 감독의 첫 번째 연출작 <비브르 앙상블>(1973)은 자유로운 히피 여성이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아나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안나 카리나는 이 작품으로 1973년 칸영화제에 초청됐고, 스타 배우가 상업영화가 아닌 예술영화 감독이 된 초기 사례로 기록됐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듀녜멘터리라는 자신만의 영화 형식을 만든 감독 셰럴 두녜이, 뉴아르헨티나시네마의 초기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알베르티나 카리 감독 역시 올해 스페셜 포커스에서 주목한 감독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이들 7명의 영화에 대해 산업 논리와 관습에서 벗어나 기존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화 형식을 제시하고, 사회에서 금기시된 주제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등 거침없는 도전을 시도했던 작품이라 설명하며 실존과 자유 의지라는 인간 보편의 가치에 질문을 던지는 이들의 영화가 현재의 비평과 만나 새로운 영화 역사를 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여성영화 전문 OTT 플랫폼 퍼플레이와 협업해 스페셜 포커스와 관련한 토크 프로그램과 이벤트, 릴레이 온라인 특별전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전주영화의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퍼플레이와 함께하는 릴레이 온라인 특별전은 5월 8일부터 21일까지 퍼플레이 홈페이지에서 진행된다.

  • 영화·연극
  • 문민주
  • 2021.03.08 18:06

[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우리가 알아야 할 색채 ⑥

또 천주교의 성직자가 입는 여러 가지 색상의 옷에도 관심을 기울여 보자. 12세기의 교황 이노센트 3세의 기준을 보면 흰색은 환희결백승리영광불사(不死)의 상징으로 혼례 때의 천사 및 청문 된 사제의 제식에 사용되었고, 빨간색은 불과 피, 신의 사랑을 상징하여 신이 사랑의 불꽃을 피우는 성령제 혹은 순교자의 제식이나 수난일과 성령 강림제에 쓰였으며, 초록색은 희망행복, 영원한 생명으로 성직자의 연륜을 나타내는 데 사용되었고 검은색은 애도를 상징하여 장례식과 성금요일에 쓰이도록 한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우리나라를 일컬어 자칭 백의민족이라고들 하지만 이는 우리를 미화시킨 것으로 염색하는 시간과 공력이 없어서이다. 옛 사극을 보라. 조정에서의 관복에는 흰색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계급과 신분을 나타내는 데 쓰였으니 평민들이 채색된 옷을 입을 수 있는 기회는 고작 혼례 때나 아이의 첫돌과 같이 특별한 날에만 허용되었다. 녹의홍상이라거나 때때옷 등이다. 왕이나 귀족들에게만 염색된 옷이 허용되었고 그나마 등급을 나누어 입게 했다. 조선 왕조를 보면 정 13품과 종 12품은 붉은색, 정 46품과 종 36품은 파란색, 79품은 초록색, 사법을 담당하는 관리들은 검은색 등으로 구분하였다. 서양 르네상스 시기의 많은 성화에 나타난 옷의 색상을 살펴보자. 성모마리아나 예수와 같이 중심인물에 채색된 색채에는 파란색이 많이 쓰이고 그 중심인물에게서 멀어질수록 파란색의 농담이 엷어짐을 볼 수 있다. 당시 파란 안료가 다른 색 안료보다 몇십 곱절 비쌌기 때문이다. 햇빛이 없는 곳에는 의사가 찾아간다. 햇빛이 없으면 색도 없어서이다. 색채를 잘 이용하면 병원을 비롯한 각 사업장에서도, 아이들의 성장과 학습 능력에도, 하물며 사랑도 얻는다. 나폴레옹이 어느 날 연회를 열었다. 황후 조세핀은 그 당시 황제의 총애를 얻고 있었던 후궁이 그날 어떤 색의 드레스를 입을 것인지 염탐하라 일렀다. 파란색의 드레스를 입을 것이라는 정보를 듣고 연회장의 커튼 모두를 초록색으로 바꾸고 본인은 붉은색 계통의 드레스를 입어 다시 사랑을 얻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3.08 18:06

‘정읍에 온 피카소’… 코로나19에도 입소문 타고 ‘흥행’

나는 사물을 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대로 그린다 (파블로 피카소) 파블로 피카소는 입체주의 거장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다. 입체주의는 회화를 본대로 그리는 사실주의적 전통에서 해방시킨 20세기 가장 중요한 예술운동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그 시작에 피카소가 있다. 지난 5일 찾은 정읍시립미술관에서는 특별기획전시 피카소와 동시대 화가, 정읍에서 사랑에 빠지다가 한창이었다. 지역 미술관에서 피카소와 동시대 화가들의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느꼈다. 전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오후 5시 입장 마감)까지 매시간 입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 시간당 최대 인원은 50명, 관람 시간은 50분으로 제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8일 개막한 전시는 지난 6일 기준 총 2200명(관내 928명, 관외 1272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관람객이 가장 많을 때는 344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라는 제약, 지역 미술관이라는 한계를 고려한다면 성공적인 수치다. 미술관은 전시 해설 서비스를 중단한 대신 QR 코드를 활용한 오디오 가이드도 도입했다. 특별히 이날은 김미라 아이안 소장이 전시 길라잡이로 기자와 동행했다. 제1전시실은 재료, 기법, 장르 구분 없이 모든 걸 블랙홀처럼 흡수해 자신만의 세계로 만드는 피카소의 예술적 삶을 조망하는 공간이다. 피카소는 자신의 능력을 회화나 조각에 한정시키지 않고, 판화와 도자를 통해 폭넓은 방식으로 펼쳐냈다. 전시에서는 알제의 여인들의 판화본을 포함해 동물, 투우, 얼굴 등을 주제로 만든 도자와 은접시 그리고 여성의 신체를 그린 유화와 드로잉을 소개한다. 김 소장은 관람에 앞서 현대미술에서 본대로 그린다는 오랜 틀을 처음 깬 사람이 피카소였다며 회화에 원시점이 아닌 다시점을 넣은 것은 당시엔 혁명적이었다. 한 화면에 다시점을 구사한 것은 더 잘 보여주려는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카소의 판화에 대해서는 판화를 복제 개념이 아닌 제작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알제의 여인들 판화 역시 회화적 기법을 더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걸 알 수 있다. 자클린과 이젤은 피카소의 마지막 연인이자 아내인 자클린 로크를 모델로 한 작품이다. 피카소는 자클린을 모델로 한 작품을 평생 400여 점 남겼다고 한다. 빛나는 부엉이와 같이 부엉이를 소재로 한 작품도 눈에 띈다. 피카소가 도자기도 빚었다는 사실에 놀라는 이들도 있을 듯하다. 사실 피카소는 1946년부터 프랑스 남부 발로리스 아틀리에에서 도자 작업을 했다. 전시에서는 접시, 물병 등 다양한 형태의 도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의 도자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캔버스를 3D로 가져다 놓은 듯한 인상을 받는다. 제2전시실은 20세기 동시대 화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해 피카소가 살았던 시기의 다양한 미술 흐름을 알 수 있도록 했다. 김 소장은 이 시기를 예술의 용광로로 표현했다. 조르주 브라크, 마리 로랑생,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호안 미로, 장 포트리, 장 뒤뷔페, 모리스 드 블라맹크, 루치오 폰타나 등 다다이즘, 입체파, 초현실주의, 야수파와 같은 다양한 예술 사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몇몇 작품을 살펴보면, 샤갈의 파리 하늘의 두 남녀는 그의 아내이자 뮤즈인 벨라와 자신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더해져 감동을 준다. 브라크는 피카소와 함께 입체주의를 창안했는데, 바나나와 복숭아가 있는 정물은 입체파와 야수파적 특징이 동시에 나타나 눈길을 끈다. 또 제3전시실에서는 피카소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앙드레 빌레르의 사진들을 소개한다. 그의 카메라 렌즈에 포착된 변장한 피카소, 뽀빠이 모습을 한 피카소, 게리쿠버가 선물한 모자와 권총을 든 피카소를 통해 작품으로는 경험하지 못했던 인간 피카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미디어영상과 AI를 활용한 국내 작가들의 체험 콘텐츠도 전시의 백미다. 전시 기간, 브라크의 큐비즘과 달리의 초현실주의 등을 재해석한 미디어영상 작품이 전시되고, AI를 활용해 피카소 화풍으로 시민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체험이 진행된다. 전시는 오는 5월 16일까지 이어진다. 월요일은 휴관.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3.07 17:14

진안에서 정여립의 대동정신과 죽도 관광화 세미나 열려

죽도선생 정여립이 펼친 대동사상을 재조명하고 그가 조직한 대동계의 활동 본거지로 알려진 진안 죽도의 관광자원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진안군에서 주최하고 대동사상기념사업회(이사장 신정일)에서 주관한 정여립의 대동정신과 죽도 관광화 세미나가 지난 5일 진안문화의 집에서 열렸다. 문화재청과 전북일보, 전북시인협회, (사)전라정신연구원, (사)한국미래문화연구원이 후원한 이날 세미나에는 신정일 이사장, 전춘성 진안군수, 김광수 군의회 의장, 안호영 국회의원, 전북일보 윤석정 사장과 정하선 동래 정씨 화수회 회장 등 정씨 가문 후손 다수, 우덕희 진안문화원장 , 9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는 조선시대 임진왜란 직전 정여립이 주창하면서 전국에 확산시킨 대동사상이 세계 최초의 공화주의 사상이라는 사실을 규명하고 이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고증해 관광자원화하는 데 지역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축사에서 전춘성 군수는 오늘 이 세미나가 정여립을 재조명하는 새로운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호영 국회의원은 대동사상은 물질만능주의,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판치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고 이를 널리 알리는 데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이 있다면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은 만민 평등과 주권재민을 주장한 선각자 정여립이 진안 죽도를 본거지로 삼은 사실을 학생 시절엔 몰랐었다며 세미나를 통해 죽도가 관광자원화 되면 우리 진안이 자랑스러운 고장으로 비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 주제발표 및 토론 이날 세미나에서 <정여립의 기축옥사와 진안 죽도, 어떻게 재조명할 것인가?(신정일 이사장)>, <정여립과 승병세력(조용헌 경기대 초빙교수)>, <진안 정여립의 죽도 관광자원화 개발 방향(최영기 전주대 관광학과 교수)> 등의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주제발표에서 신정일 이사장은 정여립의 대동사상은 서구에서 공화사상을 주창한 영국의 올리버 크롬웰의 청교도혁명보다 60년(1649년)이 앞서고 프랑스 대혁명(1789년)보다 200년이 앞선다. 조선왕조실록, 연려실기술, 대동야승 등 역사자료에서 정여립 등 1000명의 조선 천재들이 죽임을 당한 기축옥사(1589년)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진안 죽도인데 정여립의 사망지이자 천혜의 자원인 이곳을 관광자원화하면 훌륭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헌 교수는 당시 천민이던 승려들은 신분에 차별을 두지 않는 대동계와 접촉하면서 기축옥사 3년 후에 일어날 임진왜란을 미리 예견하고 전쟁에 대비한 무장조직이었다며 승려들의 비밀결사 조직인 당취의 지도부 서산대사와 사명대사는 대동계와 교류하면서 승병들을 훈련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영기 교수는 정여립의 피난처였던 진안의 죽도를 진안 역사문화관광지로 활성화시키면서 연계 관광지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진안의 죽도를 정여립을 추모하는 역사문화 관광벨트로 재구성해 진안의 이미지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역사테마 탐방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최규영 진안향토문화연구소장은 이른바 정여립 사건은 역모인가 혁명인가에 대해 아직 논란이 정리되지 않은 사안이다. 예를 들면 정여립의 사망지가 죽도가 아닌 부귀면 다복동이라는 역사 자료도 있다. 그런데 기축옥사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기 전에 관광자원화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수권 JTV 편성제작국장은 왜구의 소규모 침범이 아닌 대규모의 왜란을 대비하기 위해 대동계를 설립했다는 조용헌 교수의 주장은 조금 과장된 면이 있는 것 같다며 승병들이 대동계와 교류했다기보다 오히려 정여립과 인연 맺기를 주저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원용 전북일보 선임기자는 기축옥사의 가해자였던 송강 정철과 관련된 것들은 전국 곳곳에서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 선비들이 대거 숙청된 전라도에서조차 그렇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였던 정여립의 경우는 그를 기리는 사당 하나 없다며 정여립과 죽도의 관광자원화는 그저 신격화를 시키자는 게 아니고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재료가 될 것이라 말했다.

  • 문화일반
  • 국승호
  • 2021.03.07 16:1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