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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제목이나 겉표지에 낚여 덜컥 사버릴 때가 있다. 책 펼치자마다 아뿔사! 낚였군.해도 이미 내 손에 책이 온 후. 후회막급해도 소용없고, 책표지 뒷장 바코드 아래 책값을 두고두고 째려본 들 어쩌겠는가! 그 충동에 구입한 시집이 있었다. 『슬픔에도 주량이 있다면』은 한 치의 주저도 없이 사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집을 펴고 한 일은 목차를 보고 시를 찾았다. 목차 어디에도 없었다. 책을 잡으면 끝장을 보기도 전에 잠이 몰려오는 나를 단 한번에 온읽기를 시켜버렸다. 아주 고단수가 따로 없다. 처음에는 안 보이는 게 약이 올라 읽다, 나중에는 오기로 읽었다. 어쩜 그 말이 그 말인 셈이지만. 콩나물 국밥에 다진 청양고추 넣어 말아버린 것을 어쨌든 찾았다. 나중에 들은 후문이지만, 출판사 대표가 제안해 나온 제목이란다. 박수서 시는 『슬픔에도 주량이 있다면』처럼 기막힌 시어들이 숨어있다. 시인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어느 날 하루는 박 시인이 철 한 수저를 먹었는지 뜬금없이 내게 물었다. 형, 나하고 친해서 사람들한테 욕먹지? 난 망설임 없이 냅다 대답했다. 그래! 박수서는 별종 중에 별종이다. 나는 곁에 별종 하나 있는 게 좋다. 뽕작시의 선두주자, 자칭 삼류시인, 고독한 미식가를 사랑하는 고독한 미식가다. 어찌 보면 시인이 만든 한 장르이다. 사뭇 기괴한 물건이 따로 없지만 이 별종이 나는 좋다. 서문에 일출을 보러갔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라면 한 그릇 먹었더니 해가 중천에 떴더라 하면서 그렇게 한눈팔다 시를 잃었다고 말한다. 박수서는 어쩌면 인생에 서 먹을 라면 한 그릇이 너무 많은지 모른다. 그래서 매일 삶이란 무엇이냐?하며 징징거린다. 그런 식으로 시를 갈급하고 있다는 속마음을 둘러대는지 모른다. 『빈집』을 보면 박수서 자신을 보는 것 같다. 시를 못 쓰고 막걸리를 마실까, 소주를 마실까 고민할 때면 빈집처럼 부산해진다. 정신을 빼놓는다. 박수서 시인은 시 쓸 때는 세상 진중하다. 나는 가끔 몸살 난 박수서를 보면 쌍화탕 한 병 주듯 시 써라! 한다. 시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익어갈지 감나무에게 감히 물을 수 있었을까! 자신이 덜 익었음을 진정으로 깨닫고 가기 쉽겠는가? 『거미』시를 읽고 누군가 말했다. 기죽고 힘들어하지 마시게나. 다 보기 나름이라네. 요즘은 매일 위기와 동거하는 세상 같다. 다들 힘내자는 말 대신『거미』의 시구로 마무리 하련다. 죽지 못하고 끝까지 줄 위에서 버티는 것은 스스로 거미줄을 먹어치울망정 세상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폭설보다 더 큰 위력으로 몰려오는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따뜻한 위로가 될 글감들을 찾게 하면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해준 고향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차표끊다. 먼 먼 그리운 역을 향하여 中> 고창출신 국명자 작가가 수필집 <차표끊다. 먼 먼 그리운 역을 향하여>(신아출판사)를 펴냈다. 책에는 국 작가가 도시를 떠나 마음이 편안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겼다. 이 책에서 작가는 고향을 가난하고 불편했으며, 심심하기만 했었던 곳으로 칭한다. 하지만 우리들 옆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더 크고, 너그럽고, 따뜻한 무언인가로 감싸 안아주는 곳이라고도 설명하고 있다. 즉 어린시절 가난과 고단함을 준 곳이지만 지금은 그런 고향이 그립고, 따뜻함이 더 큰 곳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눈길에 닿았던 정다운 모든 것들과 미소 나눴던 모든 사람들과 가슴 저리게 펑펑울 게했던 곳이 고향이라며 그런 고향이 그리웠고 그곳으로 달려갔더니 무너져내리던 나를 다시 불끈 일으켜 세워주고 있다고 고향의 그리움을 설명하고 있다. 고향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작가는 남편이 떠난 뒤 삼년 간 외로이 홀로 써왔던 작품 12편도 이 책에 담았다. 국 작가는 무엇이건 주어진 대로 감사하면서 살면 괜찮은 삶이 될 것이라며 늘 위로해주고 살 길을 터주셨던 그분을 뵈울 날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창 출생으로 1983년 한국수필로 등단해 전북수필 창립회원, 표현 동인으로 활동했다. 제3회 전북수필문학상(1990), 표현문학상(1993), 제7회 전북문학상(1995)을 수상했다. 부부칼럼 에세이집 <따갑게 미소롭게>,<내 모습 이대로>, <다시 만나기 위하여> 등의 수필집이 있다.
군산 출신 이내빈 시인이 세 번째 시집 <그녀의 속눈썹>(지식과 감성)을 펴냈다. 인간적 본성에 대한 연민과 애정의 눈을 가지고 이번 시집을 통해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연민과 연대의식의 연장 선상에서 우리들의 자화상과 대비시키며 5부에 걸쳐 80편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이내빈 시인은 한 편의 시는 생명을 가진 삶의 치열한 흔적이다. 자연의 모든 것과 삶의 이야기, 시대의 문제의식을 탐미하거나 공허함과 쓸쓸함의 뒷모습도 때로 무거운 무게로 가슴을 짓눌렀다며 두 눈을 부릅뜨고 세상을 바라보며 나만의 방법으로 절실하게 접근하려 하지만 늘 통속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자책에 밤잠을 설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살아있는 생명의 존재형식이 공부하고 닦는 것이라면 생을 바쳐도 완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흘러가는 시간과 살아있는 모든 것을 음미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내빈 시인은 현재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신아문예대학작가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진북문화의집 생활문화센터가 문화의집 개관 20주년을 맞아 특별 사진전을 개최한다. 진북문화의집은 지난 2000년 전주시 제1호 문화의집으로 개관했다. 20년간 시민들의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해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생활문화동아리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진북문화의집은 지난 20년간의 활동 기록이 담겨있는 100여 점의 사진들을 한 달 동안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들은 음식, 공연, 공예, 동아리 등의 소주제로 구성돼 진북문화의집 1층부터 3층까지 계단 벽면에 전시된다. 또 개관 20주년을 맞아 제작한 기념 영상은 과거로부터 걸려온 전화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의 드라마 시그널을 패러디했다. 2010년의 직원과 2020년의 직원이 지난 20년의 생활문화 변천사를 이야기하고 향후 20년의 비전을 세운다는 내용이다. 영상은 진북문화의집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전선자 시인 제5회 전북불교문학상 수상자로 전선자(72) 시인이 선정됐다. 전북불교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심사평을 통해 전선자 시인은 일의 선후나 사물의 본질을 분별하는 능력이 뛰어나 탐구적 진취성에다 문화 융성의 실천궁행을 접목하는 일에 헌신함으로써 우리 문학의 풍토를 비옥하게 가꿔왔다며 이 세상의 생명체와 사물을 사랑으로 포용하는 시안과 불교적 심상은 시의 깊이와 폭, 넓이를 환하게 밝혀주는 불(佛)빛이 될 가능성이 짙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전 시인은 이번 상은 스스로를 뒤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남은 생의 시간을 더욱 겸손하게 살라는 많은 분의 채찍으로 알고 전북불교문학상을 그 어떤 상보다도 가슴 뿌듯한 마음으로 고맙게 받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전주 출신인 전 시인은 1990년 시대문학 수필 신인상, 1996년 한맥문학 시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집 <그 어디쯤에서 나는> <달 같은 세상 하나> <묵언하다>, 수필집 <숨겨진 방> <여정은 짧고 길은 멀고>가 있다. 전북여류문학회장, 전북불교문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김환태문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있다. 시상식은 30일 무주 김환태문학관에서 열린다.
서해안고속도로 건설구간내의 발굴조사를 통하여 마한 분묘유적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마한 사람들의 집자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고고학 연구에서 죽음의 공간인 분묘와 삶의 공간인 집자리는 매우 중요한 대상이 되고 있다. 그것은 분묘를 통해서 축조 집단의 계통을 살필 수 있고, 집자리를 통해서는 당시의 자연환경이나 기후, 그리고 생업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시골의 자연부락에서 볼 수 있듯이 당시 마한 사람들도 삶의 터전인 취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집단적으로 분묘를 축조하고 있어 삶과 죽음의 끈끈한 연결 고리 속에서 살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것은 아마 한 곳에 오랫동안 정착하면서 농업을 주 생업으로 삼았던 마한 사람들의 혈연 중심적인 사회적 현상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 마한 사람들이 선호했던 집자리의 위치는 낮은 구릉의 남동쪽의 사면을 선택하여 취락을 형성하고 있었고, 유구의 중첩이 이루어진 곳도 많아 오랜 기간 동안 정착생활을 영위했던 것으로 보인다. 집자리는 대부분 나지막하게 기반토를 판 소위 움집형태인데, 청동기시대 집자리에 비해 현저히 낮게 파서 축조하고 있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구릉의 사면을 파서 집자리를 축조하고 있기 때문에 발굴조사에서는 높은 쪽의 벽면은 잘 남아 있는 반면에 낮은 쪽의 벽면은 유실된 경우가 많았다. 마한 집자리의 평면형태는 방형이 대부분이며 한쪽 벽에 입구처럼 돌출된 예도 있다. 그 규모는 소형에서 대형까지 다양하지만, 평균적으로 각 변이 57m 정도로서 45인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한편 한 변이 11m이상 되는 대형도 발견되는데 이는 공동의 집회장소로 활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부시설 가운데 눈에 띠는 것은 네 벽의 하부를 따라서 도랑을 두르고 밖으로 출구를 두고 있는데, 이는 집 내부의 습기를 배출하기 위한 시설이다. 또한 지붕을 결구하기 위해서 내부에는 기둥을 세웠던 구덩이가 노출되기도 하는데, 방형을 이루고 설치된 네 개의 기둥을 세웠던 방식은 마한 특유의 구조로서 알려져 있다. 취사시설과 관련된 부엌자리는 한쪽 벽에 붙여 시설되어 있고, 솥을 받칠 수 있도록 장란형토기를 뒤엎어서 두 개를 세운 받침이 발견되고 있다. 때로는 부엌 아궁이 턱받침 토제품이 발견되기도 한다. 마한 집자리에서 출토되는 유물은 주로 생활용 토기로서 귀때토기나 장란형토기, 시루, 단경호, 이중구연토기 등 다양한 기종이 발견되고 있다.
올해 전북문화계 중 학술문화재 분야는 반가운 소식들이 많았다. 한국전쟁이후 소실됐던 전라감영이 70여 년 만에 재창조 복원됐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무성서원의 중수기 편액이 발견됐다. 웅치전적지 국가사적 지정노력 등 전북의 문화재 지정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한 반면, 전주시역사박물관과 어진박물관에 대한 직영전환에 따른 논란도 불거졌다. △ 70여 년 만에 시민 곁으로 돌아온 전라감영 지난 7일 전라감영은 준공식을 갖고 시민의 품에 안겼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전라도를 관할했던 전라감영은 1951년 한국전쟁 중 폭발사고로 완전히 사라졌다. 전주시와 전북도는 2017년부터 총사업비 104억 원을 투입해 구도청사를 철거하고, 동쪽 부지에 선화당 및 관풍각, 연신당, 내아, 내아행랑, 외행랑 등 7개 핵심건물을 복원했다. 먼저 전라감영 내부 세 번째 출입문인 내삼문(內三門)은 이번 재창조 공사과정에서 전라감영의 정문으로 새롭게 자리했다. 임금의 덕을 베풂으로써 백성을 교화한다는 뜻을 품고 전라감사 집무실이었던 선화당은 조선시대 관찰사 집무실이자 전라감영의 핵심 건물로 높이 10.9m 팔작지붕 아래 정면 7칸, 측면 4칸 규모로 웅장한 옛 모습 그대로 재현됐다. 전라감영이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재탄생될 때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996년 전북도청사 이전이 확정된 후 전라감영 복원 문제가 본격 거론됐다. 복원이 논의되자 구 도청사에 입주했던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셌다. 구 도청사가 가진 역사적인 시간도 무시할 수 없고, 현대사의 문화재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로 전라감영복원에 부정적인 시각들이 존재했다. 여러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20년 넘는 시간이 허비됐다. 그렇게 2016년 전라감영지 발굴조사를 통해 관풍각, 내삼문, 비장청 등의 연관 시설을 확인하고, 통일신라시대에서 고려시대까지 추정되는 건물터 등이 확인되면서 전라감영 복원이 진행될 수 있었다. △ 사라진 무성서원 편액, 다시 주인의 품으로 임실군은 흥선대원군(1820~1898)의 서원철폐정책 당시 정읍 무성서원의 역할을 짐작해볼 수 있는 편액이 발견했다. 이 편액은 임실출신의 한 인물이 이 작은 것이 무성서원의 발전에, 전북 문화풍토에 작은 울림이라도 일으켰으면 한다면서 임실군에 기증했다. 기증된 편액은 1907년에 제작된 것으로 가로 92㎝, 세로 25㎝, 두께 2㎝ 정도의 송판에 흰색 글씨로 전 만경군수 정인희가 쓴 것이다. 해당 편액은 시간이 지나 일부 지워진 부분을 제외하곤 대체로 온전한 상태다. 현재 무성서원의 편액은 서원철폐정책 이후의 편액이 존재하지 않아 그 가치가 더 크다. 현판은 초반부 최치원을 칭송하는 내용, 중반부 글을 작성하게 된 이유, 후반부 당시 무성서원의 역할 등이 담겼다. 임실군은 해당 편액을 연구분석 한 후 내년 정읍시와 협의를 통해 기증할 방침이다. △ 웅치전적지 국가지정문화재 승격위한 움직임 활발 올해 전북은 임진왜란(1592~1598선조 25~31년)당시 전주부성을 향해 침략해오는 왜군에 맞서 조선 관군과 완주 소양진안 부귀 주민을 포함한 의병연합군 3000여 명이 사투를 벌인 전투현장인 웅치전적지에 대한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다. 지난 6월에는 완주군이 전라문화연구원에 의뢰해 발굴조사한 결과 옛 웅치길(완주군 소양면 신촌리~진안 부귀면 세동리) 일원에서 성황당 터봉화 터 진지 터 등의 유적들을 확인했다. 또 유적 토양을 채취, 조선군 시신 매장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총 인, 총 칼슘의 함량을 분석해 조선군 무덤을 최초로 확인했다. 전북일보는 지난9월 27일 창간 70주년을 맞아 웅치전적지 국가지정문화재 승격 위한 재조명 학술대회를 개최했고, 전북도를 중심으로 정치권과 학계가 뭉쳐 웅치전적지 국가지정문화재 승격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 전주역사박물관, 어진박물관 직접운영전환 논란 올 연말은 전주시의 전주역사박물관과 어진박물관에 대한 직영운영전환이 큰 화두였다. 지난달 27일 전주시의회 문화경제위원회가 시가 제출한 전주역사박물관과 어진박물관의 민간위탁 동의안을 부결하면서 직영전환에 돌입했다. 그런 과정 중 직원들의 고용승계 문제가 터져 나왔다. 갑작스런 직영 전환에 시는 고용승계를 깊이 고민했으나, 공개채용을 실시하며 직원들을 거리에 내몰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민간위탁 동의안을 부결시킨 시의회도 직영전환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전라감영 선화당 주련문(柱聯文)의 내용이 담긴 <풍패집록>을 전주역사박물관이 확보했다. 전주역사박물관은 지금까지 찾아지지 않은 전주지역의 기록물 <풍패집록>을 발굴했다고 29일 밝혔다. <풍패집록>은 전주지역의 관아, 성문, 학교, 군진, 누정 등의 상량문ㆍ중수기ㆍ시문 등을 비롯해사가(私家)의 재실과 정려기 등을 일일이 필사하여 엮은 책이다. 이 책은 조선말전주사람 채경묵이 편찬한 필사본으로, 1책이며 유일본이다. 편찬시기는 조선말 1890년께로 추정된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을 보면 늦게는 간재 전우선생이 1891년에 지은 <발김효자행실>이 실려 있다. 전라감사 서호수가 찬한 <희현당중수기> 말미에는 개국 505년 병신(1896)에 훼철되었다고 세필로 표기해 놓았다. 이 세주는 추기한 것으로 보인다. 책에는 전주지역 총 108개의 상량문ㆍ기문류와 69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 중에 상량문기문류 84개, 시 63편 정도가 <완산지>에 실려 있지 않은 내용들로 그 가치가 더욱 중요하다. 이 책은 조선말 전주의 풍경을 일상 속에서 저 깊은 곳까지 속속들이 생생하게 보여주는 1차적 기록물로 전주의 역사문화를 풍부하게 해주고 이를 복원해 가는데 획기적인 자료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관아건물들의 상량문, 기문, 시 등이다. 전라감영 선화당과 작청의 주련문을 비롯해 관풍각, 연신당, 재가청 등에 걸려 있던 편액들이 필사되어 있다. 전라감영 선화당을 복원하고 주련문을 붙이지 못했는데 이제 이 문제도 해결될 수 있게 됐다. 전주 동헌에 걸려 있던 많은 편액들도 책에 필사돼 있다. 동헌의 편액들은 통치행정을 담고 있는 것들로 조선시대 전주지역의 지방통치를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동헌에는 아전들의 세금포탈을 금하는 일, 환곡, 향임 택임을 비롯해 지방통치에 필요한 자료 등이 담긴 편액이 이 책에 담겼다. 관방시설인 남고산성, 위봉산성, 만마관 등의 기문들도 필사되어 있다. 공북루, 진남루, 승금정, 비비정, 한벽당 등 전주지역 누정과 다가정, 천양정, 읍양정, 군자정 등의 활터의 기문과 시 등이 필사되어 있다. 향교와 희현당, 양사고 등의 교육 관련 건물, 풍남문, 패서문 등 전주성의 문루에 대해서도 알려진 기록물과 다른 기문들이 필사되어 있다. 채경묵은 평강채씨로 전주에 세거한 가문의 후예다. 그는 조선말 전주지역의 이런 기문들을 일일이 답사하고 모아서, 필사했다. 채경묵은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명사들조차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풍패집록>의 가치가 확인됨에 따라 전주역사박물관은 이 책을 매입해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은 <풍패집록>의 영인본 출판에 들어갔으며, 1월 중순경에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출간될 방침이다.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은 전주에 대한 새로운 자료를 발굴해 출간하는 것으로 박물관 일을 마무리하게 되어 뜻깊다고 말했다.
올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전북지역 미술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계에 언택트 바람이 불었다. 도내 공연영상계 역시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관객들과의 접점을 넓혀갔다. 그러나 미술계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온라인 전시에 대한 미술계의 엇갈린 시각을 반영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까지 바라보고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직접 관람을 온라인이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온라인 전시 시도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전북 최대 미술 축제인 전북나우아트페스티벌은 온라인 전시관을 열며 변화를 모색했다. 전북도립미술관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휴관이 길어지자 온라인 전시 서비스를 제공했다. △ 언택트 바람, 전북은 조용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문화는 미술계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미술관들이 VR(가상현실), 동영상 플랫폼 등을 활용한 온라인 전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북지역 일부 미술관이나 미술단체에서도 온라인 전시 등을 시도했으나 대부분 오프라인 기조를 유지했다.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활용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바일 전용 홈페이지를 구축하지 못했거나 관리마저 부실했다. 전북 미술계의 큰 축제 전북나우아트페스티벌(JAF)은 올해 최초로 나우아트 온라인 전시를 운영했다. 100% 오프라인 형태로 진행했던 전시에 온라인을 추가해 온오프라인 전시를 병행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휴관 조치로 오프라인 전시관은 개막과 동시에 문을 닫기도 했다. 또 전북도립미술관은 급변하는 문화 환경 변화에 대응해 유튜브를 통한 작품 설명 등 온라인 강화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공립미술관을 중심으로 전시장이 휴관을 반복하며 오프라인 전시의 대안 모색필요성이 대두됐다. △ 미술관 개관미술모임 창립 코로나19로 미술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미술관 개관과 미술모임 창립이 이뤄지며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완주군 구이면에는 후배 양성과 도민들을 위한 전시 공간인 유휴열 미술관이 개관했다. 당초 이곳은 유휴열 작가의 사적 공간이었으나, 공적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하겠다는 유 작가의 뜻에 따라 전북 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미술관 개관과 더불어 전북청년미술상 부활도 논의되기 시작했다. 도내 중견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미술모임들도 창립돼 눈길을 끌었다. 청년과 원로작가 사이를 이어온 중견작가 14명은 현대의 전북 미술을 이야기하는 현전(現全)을 창립했다. 또 서양화, 동양화, 사진, 도예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9명이 함께하는 AX 그룹도 창립하며 도내 화단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한국의 대표 구상화가이자 지역 화단의 거목인 서양화가 박남재 화백이 별세했다. 박 화백은 자연과 인물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예술정신으로 70년 가까운 화업을 일궈왔다. 또 미나리 미술가 김충순 화가가 서울에서 치를 예정이었던 전시를 한 달여 앞두고 유명을 달리해 큰 안타까움을 샀다.
배동신 작품 '누드' (1983) 예술이란 무엇인가? 하루 종일 이 질문에 기다려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질문이 잘못된 것일까? 그건 아닌데, 지금은 답이 없는 시대인 모양이다. 이런 답답한 시대를 살다보니 모든 게 헷갈린다. 얼마 전 광주 출신 수채화가 배동신에 대한 글을 썼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열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수채화가였지만 위대한 화가였다. 그가 그린 무등산이나 여체 그리고 과일 그림들은 조형의 본질을 열정적으로 추구한 예술 작품들이었다. 생전에 그의 작품들에 대한 평가가 높게 언급되었지만, 그는 잘 팔리는 인기 작가는 아니었다. 오로지 그림 밖에 모르고, 그림을 통해서 자신이 제일 관심이 있는 조형의 비밀을 표현했지만, 생전에 그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조형의 비밀 속에는 곧 존재의 비밀, 너와 내가 세상을 사는 이유 같은 게 옹골지게 들어있지만,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시대를 앞서 갈수록 그것을 알아보는 지인을 만나기 어렵다. 적당히 포장해서 예술적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경우는 많지만 진정한 예술성을 들이대고 그것으로 승부를 거는 작가는 매우 드물다. 관객의 눈 역시 진짜를 알아보는 경우는 드물다. 예술품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심리 역시 진정한 예술계와는 먼 풍경이다. 예술 역시 예술을 아는 사람들 경계를 넘어 일반화하기 어려운 동네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코로나로, 삶의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로 고민스러운 사람들에게 예술은 무엇으로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사실 삶의 고뇌에 빠진 사람들에게 예술은 그 무엇도 말을 건네기 어렵다. 그러나 삶도 하나의 그림자일진대, 예술 이외에 그 무엇이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다는 말인가? 지극한 고통 앞에서도 예술을 즐길 수 있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삶이다. 그리고 그 만한 역량을 가진 위인은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튼튼한 바탕을 형성한 것이 틀림없다. 인간은 한없이 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그 연약한 틈 사이로 마음으로 느끼는 진정한 가치에 눈을 뜬 자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강한, 가치를 아는 개체가 된다. 진정한 시민은 민주적 평등성 너머로 삶의 개체적 진실에 눈을 뜬 사람이다. 그것을 덮고 단순이 평등성만을 주장하다면 저열한 바닥으로 추락한다.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기도 하다. <끝>
지역 최초로 반려동물과 함께 관람하는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반려동물 학대가 빈번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주에서는 반려동물 공원마저 님비현상(NIMBY)현상에 떠밀려 표류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 속 또 하나의 가족인 반려동물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지역 최초로 반려동물이 입장 가능한 전시인 자연스럽개 in 전주 전(展)을 내년 2월 7일까지 진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반려동물과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전시에 초대된 조원경 작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친한 벗인 반려동물과의 교감과 소통을 이야기한다. 전시는 총 4가지 주제로 펼쳐진다. 반려견들의 감정을 시각적 향기로 표현한 너에게 꽃히다(꽃이다+꽂히다), 가족을 만난 8마리 유기견들의 따뜻한 이야기 내 개로, 네잎 클로버처럼 옆에서 위로가 되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의미의 내 잎, 클로버, 관람객들의 따뜻한 손길로 완성돼 채워질 우리 강아지, 내가 그려줄게! 아틀리에다. 조원경 작가는 나에게 반려견은 옆에 있는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어 주며 내 삶의 동반자이자 가장 친한 벗이라며 코로나19 상황 속 반려동물들의 웃음을 통해 지치고 힘든 일상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즐거운 에너지가 전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미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기획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지역에서 준비된 많은 공연과 전시가 취소되고 문화생활이 어려운 시기이다며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연말연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5인 이하 개별관람으로만 진행된다. 마스크 미착용 시 입장이 제한되며, QR코드를 통해 방문기록을 제출해야 한다. 반려동물은 반려인 관람객과 다른 반려동물을 위해 매너패드와 목줄을 필수로 착용하고, 동물보호법상 규정된 견종은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한다.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서예교류전이 전주에서 펼쳐진다. 한중문화협회 전북지부(지부장 박영진)는 2020한중서예교류전을 지난 25일부터 1월 1일까지 전주 Y갤러리에서 개최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교류전에는 중국서예작품 41점, 한국작가 60점, 수묵동연회 회원 작품 63점 등 모두 164점이 전시된다. 다만, 참가작품이 많은 한국작품은 2회로 나누어 전시한다. 중국작품과 한국작품은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20일까지 중국 강소성 염성시서법가협회 전시장에서 선보인 바 있다. 전시회에서 한글의 세계화와 묵향으로 표현한 한글의 아름다움과 멋스러움, 작가들의 개성을 표현한 작품들이 소개되면서 중국 서예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2020년도 한중서예교류전의 중국작가 작품은 작품마다 개성이 있고 서체가 다양하며 작품을 시작하는 붓이 물 흐르듯 막힘이 없고 구성과 예술성이 돋보이고 일필휘지라는 의미를 이해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작품이다. 협회는 지난 2002년 중국강소성인민대외우호협회와 우호협약을 체결하고 한중청소년교류, 한중태권도교류, 한중부녀연합회교류, 한중공예교류 등을 해왔다. 특히 한중서예교류전은 한중교류 25주년, 전라북도 방문의 해에는 강소성남경도서관 전시장에서 한중서예교류전을 개최했다. 한중교류 25주년 행사에는 송하진 전라북도 지사와 중국강소성공무원서법가협회장과 휘호를 하는 등 상호 신뢰와 우의증진으로 다양한 교류를 추진, 진행하고 있다. 박 지부장은 이번에 출품한 한국의 작품들은 전체의 의미와 뜻에 중점을 주면서 예술성, 창작성이 뛰어난 작품이라며 작품을 출품해 주신 서예가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넉넉한 인심과 전라도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를 한데 느낄 수 있는 연극이 펼쳐진다. 극단 모레노는 29일 오후 7시30분 전주 창작소극장서 연극 욕쟁이 할매와 전주막걸리를 무대에 올린다. 모레노는 꽃심이 전주의 정신, 더 나아가 한국의 꽃심이라는 생각으로 전주 이야기를 해마다 연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고 있다. 욕쟁이 할머니와 전주막걸리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걸판진 욕을 통해 전주의 넉넉한 인심과 맛, 멋을 생각하게 하고, 사람 냄새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다. 작품 속 욕쟁이 할매와 이모의 삶에는 몇 개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한옥마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이야기, 1960년대 어느 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할머니의 식당에 찾아온 이야기, 저물어 가는 12월 단골 손님이었던 시인들이 욕쟁이 할머니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네는 훈훈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극단 모레노 염정숙 대표는 전주의 맛과 멋, 인정과 풍류를 연극에 담았다며 2020년 12월의 끝자락에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지만, 우리는 욕쟁이 할머니를 만나 위로받고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전문배우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다수 참여해 눈길을 끈다. 송일섭 씨(전북재능시낭송협회 회장)를 비롯해 편성후, 원숙, 김희진, 유현진, 임지연, 김민선 씨 등이 출연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전 예약한 20명 만 객석에 앉을 수 있다.
온갖 종류의 방에는 개인의 역사와 시대의 역사가 흐른다. 누군가에게 방은 휴식의 공간이기도 하고, 다시는 돌아보고 싶지 않은 상처의 공간이기도 하다. (박예분 아동문학가)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스란히 보듬어 안고 호흡하는 방은 양면성을 지녔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내 방과 타인이 존재하는 네 방이 있다. 익산여성의전화가 전시회 내 방, 네 방을 통해 근현대 익산시 철인동 지역을 중심으로 살아간 여성의 아픔에 자유와 평화의 숨결을 불어 넣는다. 오는 31일까지 익산 문화예술의거리. 이번 전시에는 박성애(애니메이션), 박예분(동화), 이현지(설치미술), 정하영(설치미술), 최수현(일러스트) 작가가 참여한다. 작가들은 각자의 표현 방식을 빌어 내 방, 네 방에 대해 이야기한다. 박예분 작가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편견과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자 하는 여성의 정체성을 주제로 성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동화로 풀어냈다. 이현지 작가는 건물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누군가의 숨결로 형상화해 표현했다. 익산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그동안 외면하고 있던 네 방의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를 위한 말 걸기를 시작하려 한다며 네 방에 채운 자물쇠를 함께 풀고, 그들에게 자유와 평화와 성 평등의 숨결을 불어 넣고 싶다고 밝혔다.
김용옥 시인 김용옥 시인이 한국현대시인상을 받았다. 한국현대시인협회는 제43회 한국현대시인상 수상자로 김용옥, 정송전 시인을 선정했다. 한국현대시인협회는 1978년 한국현대시인상을 제정해 등단 20년 이상의 시인을 대상으로 매해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최승범, 권일송, 이병훈 시인이 수상했다. 1988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한 김용옥 시인은 중앙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시집 <서로가 서로를 원하는 이유는> 등 6권과 수필집 <生놀이> 등 11권을 발간했다.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과 한국문인협회 이사, 감사를 역임했다. 현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이다. 이번 수상 시집 <새들은 제 이름을 모른다>는 수많은 너 중에서 억겁의 인연으로 합일돼야 나가 된다는 깨달음과 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85편의 시를 담고 있다. 김 시인은 시는 나의 존재 방식이라며 화장 단장한 외모를 보이느니, 알몸을 드러내듯이 시를 쓴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수없이 많은 남과 다른 남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셀 수 없는 그대와 그대들의 집합이다. 현대시인상에도 그대들이 가득 들어 있다. 고개 깊이 숙여 이 상을 받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은 29일 오후 3시 서울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에서 열린다.
올해 공연영상계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예술인들이 무대에 서지 못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간 꺼려왔던 온라인 송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됐다. 소리의 고장 전북의 뭉개진 자존심을 이번 3명의 국가무형문화재로 선정되면서 우뚝세웠고, 전북 연극인들은 전국대회에서 각종 상을 휩쓸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 사상초유의 무관객, 비대면 공연 전주 국제영화제 개막날 매년 4월초 열리는 전북 연극인들의 축제인 제36회 전북연극제가 비대면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코로나19로 인해 한 달 연기 돼 지난 5월 7일부터 9일까지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펼쳐진 연극제는 관객없는 연극제를 진행하고 온라인 송출을 시도했다. 같은 달 28일 진행된 전주국제영화제도 그 타격은 컸다. 축제기간에 넘쳐나던 영화의 거리에는 사람을 보기 힘들었고 전주국제영화제의 심장인 옥토주차장에는 상징인 전주 돔도 세워지지 못했다. 영화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레드카펫 행사도 축소됐다. 개막식에도 한국 경쟁과 한국 단편 경쟁, 국제 경쟁 등 3개 경쟁 부문 감독과 심사위원 등 최소 인원만 참여했다. 무관객 영화제를 지향, 세계 38개국 영화 180편(장편 115편단편 65편)이 국내 실시간동영상서비스(OTT)인 웨이브(WAVVE)를 통한 전례없는 온라인 상영형태로 진행됐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파격적인 시도를 택했다. 개막공연인 잇다(Link)는 직접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볼 수 없었지만 전 세계 아티스트들과 실시간 온라인 합주를 진행했다. 러시아, 대만, 독일, 캐나다, 이란, 스페인 등 해외 9개 지역에서 14개국의 아티스트들은 시간도, 장소도 각기 다른 곳에서 온라인을 통한 하나된 연주를 선보였다. 하지만 각기 다른 기술적 문제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소리축제는 많은 아티스트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행사 이후에 전주역 광장에 마련된 특설 무대에서 19X19 챌린지를 진행하기도 했다. △ 소리고장 전북의 자존심을 되찾다. 이난초, 김수연, 김일구 명창 국가무형문화재 선정 올해 전북은 판소리 다섯마당 중 수궁가, 적벽가, 흥보가 등 3마당에서 국가무형문화재를 배출했다. 그 시작은 지난 4월 남원을 중심으로 활동한 이난초(59여)명창이다. 남원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이난초 명창이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흥보가) 보유자로 인정됐다. 이어 지난달 전북에 기반을 둔 김수연(72) 명창과 김일구(80) 명창이 각각 수궁가와 적벽가 보유자로 인정됐다. 이난초 명창은 1980년대 남원 국악의 상징인 고(故) 강도근(본명 강맹근) 명창에게 소리를 배우고 이어받아 적통의 자리에 우뚝 서게 됐다. 군산출신인 김수연 명창은 8세 무렵 군산국악원 소리 선생이었던 고 김재경 명창에게 소리를 배우면서 판소리에 입문했다. 이후 우아하고 기품 있는 소리로 잘 알려진 김세종제 춘향가와 심청가를 성우향 전 보유자로부터 전수받았다. 이후 고 박초월 명창에게 흥보가와 수궁가를 배웠다. 김일구 명창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적벽가의 이면을 잘 표현하며 소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무엇보다 판소리외에도 아쟁, 가야금 등까지 섭렵했다. 그는 전남 화순 출신이지만 2001년부터 예향의 도시 전주에 정착해 한옥마을에 온고을 소리청을 개관하고 활동하고 있다. △ 전국대회서 전북예술팀 수상 휩쓸다. 올해 세종에서 열린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전북대표로 출전한 극단 까치동의 조선의 여자가 단체상 은상(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상)을 수상했다. 또 최우수연기상에는 조선의 여자에서 세내댁을 맡은 김경민 배우가, 신인연기상에는 송동심 역을 맡은 지현미 배우가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선배들에 이어 청소년연극제에서도 전주제일고가 최우수상 수상을 수상하며 연극계의 겹경사였다. 전주제일고등학교 연극부 까멜레온은 경남 밀양에서 치러진 제24회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최우수상(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까멜레온에 속한 육송 학생과 유단우 학생은 각각 최우수연기상(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상)과 우수연기상(경남교육감상), 김송비 학생은 스태프상(한국연극연출가협회장상)을 받았다. 우수지도 교사상(한국대학연극학과 교수협의회장상)도 까멜레온을 지도한 오귀선 교사에게 돌아가 개인수상도 휩쓸었다.
양정숙 동화작가가 동화집 <알롱이의 기도>와 <충노, 먹쇠와 점돌이>를 펴냈다. <알롱이의 기도>는 혼자 사는 할아버지와 유기견 알롱이의 이야기이다. 병치레가 잦아 주인에게 버림받은 알롱이는 오일장에서 할아버지를 만난다. 알롱이는 병이 나자 또 버림받을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알롱이를 살뜰히 보살핀다. 이번엔 할아버지가 쓰러져 119구급차에 실려 간다. 그리고 동화는 알롱이의 기도로 끝이 난다. 양 작가는 할아버지와 알롱이는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라는 점에서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이 결코 불행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있기 때문이라며 어린이들에게 서로 베풀며 사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가치인지를 말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충노, 먹쇠와 점돌이>는 왜병과 맞서 싸운 의병장 고경명의 두 충노, 봉이와 귀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작가적 상상력을 더했다.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에서 양반들은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으나, 그들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고경명은 노비들을 평등하게 대할 뿐만 아니라 왜군이 쳐들어오자 솔선수범해 전쟁터로 나간다. 먹쇠와 점돌이도 그 뜻을 함께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 인간적인 배려와 자기희생 정신이 계층 간 대립을 해소하고 함께 대의를 이루게 만든 것이다. 순창 출신인 작가는 조선대 문예창작과, 광주교육대 대학원 아동문학교육과를 졸업했다. 1995년 수필과 비평 수필 신인상, 2016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으로 등단했다. 동화집, 그림동화, 수필집 등 다수를 펴냈다.
코로나19로 꼼짝없이 발이 묶인 사람들이 추억의 랜선 여행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좋아하던 여행을 못 가게 된 여행작가 산들(장창영)도 비행기 대신 SNS를 타고 랜선 여행을 떠났다. 그 여정의 기록을 시집 <우리 다시 갈 수 있을까>로 남겼다. 시집은 인스타그램의 사진을 소재로 한다. 여행잡지 <뚜르 드 몽드>에서 여행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여행작가 산들은 여행을 갈 수 없는 현실적 제약을 해소할 대안을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했다. 인스타그램 사진을 대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집은 코로나 시대가 빚은 우연의 결과물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옹이 때문에 넘어지는 일도 있고/ 더 나아지는 일도 있다/ 옹이가 다른 이에게는/ 희망이었을까 절망이었을까 (관계에 대하여 부분) 그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의 사진과 이야기를 토대로 시를 써서 선물했다. 시를 선물 받은 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이 시집에 등장하는 인친은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홍콩, 러시아, 미국, 포르투갈까지 다양하다. 특히 이 시집은 작가와 독자의 협업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뜻깊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힘든 시기였지만 작가는 이 기간에 시를 쓰면서 많은 위로를 받고 행복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간절히 기다리는 희망은 포기하고 싶은 절망의 마지막 끝을 헤집고 온다. 이 시집이 힘든 고난의 시기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시집은 코로나 시대 랜선 여행에 지친 이들, 앞으로 코로나 종식 이후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는 이에게 뜻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시집 제목이 <우리 다시 갈 수 있을까>이지만 가고 싶다는 열망으로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들(장창영)은 시인이자 여행작가로 200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서울신문, 불교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가학과 피학을 곱씹는 사고인 듯/ 수줍은 프릴 속 파괴적 살사인 듯/ 좀 더 놀라워/ 피 한 방울 솟구쳐 떨어진 지점에/ 분분한 해석들의 숭어리// 꽃의 수술을 보았는지/ 결코 아물 수 없는 환각일 거야 (장미의 행방 부분) 김명이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사랑에 대하여는 쓰지 않겠다>를 출간했다. 두 번째 시집 <모자의 그늘>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시집에는 대표시 완전한을 비롯해 ㅁ, 투명한 계산법, 암호 카페 등 64편의 시가 담겨 있다. 두 번째 시집을 발간한 뒤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김 시인은 불안, 불완전, 불온한 언어와 감성을 빌어 불확실해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불완전성과 욕망의 덧없음을 이야기한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딛고 있는 모든 구조물의 허상을 드러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감정 모두가 우리 삶의 일부임을 이해하고, 어두움과 불안이 지배하는 자리에 끊임없이 새로운 희망의 꽃모종을 심어야 한다고 시인은 이야기한다. 그는 첫 번째두 번째 시집이 가족과 고향이야기라면, 세 번째 시집은 인간 본성에 관한 이야기라며 코로나19 등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살아가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 이를테면 어두움, 공포, 불안, 불완전함을 끄집어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발간 의미를 전하기도 했다. 완성을 꿈꾸지만 결국 미완과 결핍으로만 확인되는 우리의 삶. 시인은 그래도 삶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언어의 이면을 통해 말하고 있다. 황정산 평론가는 이를 두고 김 시인의 시는 말 자체의 의미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단어와 단어 사이의 맥락에서 스스로 창조된다며 그것들은 우리에게 안전하고 완전하다고 생각되는 우리의 삶에 균열을 내고 우리가 얼마나 불안한 경계에서 헤매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견디기 위해 얼마나 많은 헛된 욕망에 의지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대전 문학단체인 오정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시인은 전북 임실 오수 출신으로 2010년 <호서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엄마가 아팠다>, <모자의 그늘>이 있다. 한남문인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시 한 편 읽는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다면 우리 사는 일이 왜 지지부진하겠는가! 세상의 철벽 앞에 시는 무기력하고 시인의 시 쓰기는 무모한 도전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시를 읽는 일은 우리가 세상의 벽만은 되지 않겠다는 버둥거림이 아닐까? 젖은 서사는 아무리 구겨도/날개를 펴지 않는다라는 시구를 읽다가 시집을 잠시 덮었다. 점심 무렵 우편물을 찾아왔으니 오후 서너 시쯤이었을 것이다. 9월이었고 맑았고 아무 일 없는 날이었다. 심심하기 그지없었던 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무방비였던 나는 젖은 서사라는 말을 흠뻑 뒤집어써버렸다. 바야흐로 그날 오후가 온통 흥건해져버렸던 것이다. 이것이 김영 시인의 시 사물들의 본적을 만나게 된 정황이다. 새벽마다 반송되는 나의 미래는/언제나 부러진 기억 쪽으로 수납된다라는 시구는 저녁 어스름이 슬금할 무렵에 읽었다. 낮밤의 기수역에서 마음이 산란했는지도 모르겠다. 무턱대는 성격도 아닌데 그 구절을 덥석 잡아채고 말았다. 묵음은 모든 불안의 본적이다라는 구절에 이르러 한번 더 마음이 삐끗했다. 시를 읽다보면 주춤거리며 말려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 시를 읽는 일이 그랬다. 이것이 김영 시인의 시 일어서는 묵음을 읽고 난 소회다. 김영 시인의 시집 <파이디아>에서 두 편의 시를 먼저 풀어놓는 것은 공교롭게도 두 시가 존재의 본적을 다루고 있어서다. 본적은 존재의 근원을 확인하고자 하는 제도화된 형식이라는 것을 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응되는 형식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김영 시인은 파이디아(paidia)를 전면에 내세웠다. 소개하자면 파이디아는 무질서한 상황을 즐기는 아이들의 놀이 형식을 어원으로 삼고 있다. 제도화된 존재와 질서 없는 존재 사이에 어떤 연관이라도 있는 것일까? 이것을 해명하기 위해 시집을 꼼꼼 읽었고 곰곰 생각했다. 삶은 규칙 없는 놀이(파이디아1-흐르거나 머물거나)에 닿았다가 기원이 다른 사유가 한 페이지에 머무르는 것은, 갈등을 부르는 존재 방식이었나 봐요(파이디아2-숲이 되는)를 짚은 후 세상은 같은 문장을 다른 의미로 읽어주지요(파이디아3-대성당)에 다다라서야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다. 질서와 무질서, 규칙과 변칙이 사실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세상이 인간 존재의 기원이라고 한다면, 그 세상은 질서 있고 규칙적인 같은 문장으로부터 무질서와 변칙으로 이루어진 다른 의미가 탄생하는 곳이었다. 하나의 뿌리(본적)에서 여러 갈래의 가지를 뻗어 탄생하는 것이 우리의 삶(존재)이라는 생각으로 시집 읽기를 갈무리했을 때는 밤이 깊어 있었다. 밤은 모든 존재의 본적처럼 살아 있는 것들을 흠뻑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렇게 시를 읽는 일은 자주 나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의 삶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우리의 시선이 어디를 겨냥해야 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시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견고한 세상의 벽과 맞선다. 김영 시인의 시집 <파이디아>를 읽고 우리 인간의 본적이 인간 자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면 소박한 것일까? 사소할지라도 새겨둘 만한 일이다. 시 읽는 일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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