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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젊은 무용인들 무대서 자신의 끼를 뽐내다

전북의 무용을 이끌어나갈 차세대 무용인들이 우리춤작가전에 출연한다. 우진문화재단은 2021년 무용분야 초청공연사업인 우리춤작가전에 출연할 6명의 무용가를 선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공모는 신인춤판과 젊은 춤판 등 2개분야로 나눠서 진행됐다. 먼저 신인 춤판부분에는 윤시내(28), 정민지(29), 정종웅(26)이 뽑혔다. 윤시내 무용가는 아담과 이브라는 주제로 삶을 만끽하기 위해 창조된 낙원에서 사소한 유혹이 화근이 되어 인간을 신을 노하게 했고 낙원은 영원히 닫혀버리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다는 내용을 선보였다. 정민지 무용가는 항해라는 작품을 통해 인생이라는 바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희노애락을 선보였다. 정종웅 무용가는 Tandem oritur questo라는 작품으로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을 읽고 영감을 받아 무용으로 승화시켰다. 우리는 각자 생각하는 방향성은 다르지만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내용을 담았다. 젊은 춤판에는 김슬기(31), 설륜성(39), 윤지아(40) 무용가가 선정됐다. 김슬기 무용가는 당신의 순간들이란 무용을 통해 예상치 못한 순간의 변화 앞으로 마주할 인생의 순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설륜성 무용가는 귀를 기울이면이란 작품으로 , 나 자신에게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이야기를 담았다. 윤지아 무용가는 마르지 않는 샘이란 작품으로 삶을 대한 우리 내면의 이야기를 무용으로 승화시켰다. 이들의 무용은 향후 있을 우리춤작가전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 문화일반
  • 최정규
  • 2020.12.10 18:03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실장의 전통문화 바라보기] 이날치는 누구인가?

요사이 뜨겁게 전통문화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은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동영상으로 조선의 아이돌 이날치를 표방하며 부른 범 내려온다란 노래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도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 영상은 벌써 3억 뷰를 훨씬 넘어 세계인들이 함께 느끼고 즐기는 콘텐츠가 되었다. 전통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로서는 참으로 반갑고 멋진 일이다. 자, 그러면 이날치는 누구일까? 사람 이름인가? 우스갯말로 생선 이름인가? 사뭇 전통예술의 이해가 없으면 그냥 지나칠 명사이다. 이날치는 조선 후기 이름을 날리던 8명의 명창 중 한 분의 예명이다. 이날치(본명 경숙敬淑) 명창은 옛 전통 예술가들이 그랬듯이 한 분야의 명인만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젊어서 줄을 탔는데 줄타기를 할 때 날치처럼 잘 탄다 하여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판소리 북을 치는 고수로 활동하다가 소리에 뜻을 두고 당대 서편제의 명창 박유전과 정창업의 제자로 들어가 계보를 잇게 된다. 이날치의 목소리는 성량이 커 그의 소리가 10리밖에서도 들렸으며 나오는 수리성(쉰 듯한 목소리)도 기교가 넘쳐 많은 청중의 심금을 울렸다고 전한다. 또한 박유전에게 배운 새타령을 부를 때면 새들이 소리를 듣고 날아와 앉을 정도였다 하니 그의 판소리는 과연 자연의 소리였나보다. 이날치 명창은 1870년대 고종 황제의 친아버지인 흥선대원군 앞에서도 소리를 하게 된다. 당시 대원군의 친형 이최응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했는데 지인이 이날치가 명창으로 능히 사람을 울리고 웃긴다는 말을 듣고 대장부가 어찌 광대의 재주에 울고 웃나라며 그를 불러 자신을 울리고 웃기면 천금을 주겠으나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 했다 한다. 이날치는 주저 없이 자신의 장기인 심청가 중 심청이 공양미 삼백 석에 팔리는 대목을 불렀고 이최응은 감동하여 눈물 흘리고 이날치 명창에게 큰돈을 하사했다는 일화가 전해져 온다. 오늘날 이날치 명창의 소리 멋을 이날치라는 이름의 밴드가 맛깔스러운 얼터너티브 (Alternative 비슷한 것 같지만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소리로 탈바꿈시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앰비규어스라는 댄스컴퍼니와 협업하며 판소리의 발림을 외국인까지도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촌스럽지만 흥겨운 춤사위로 만들었다. 그들은 몇 년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무심코 지나칠 B급 감성을 시대의 주류인 A급 한류로 재탄생시키며 세계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바로 우리 전통예술의 귀한 명창 이날치 이름을 높이면서 말이다. 현재, 이날치 명창의 정통 소리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이시며 필자에게 처음으로 국악을 알려주셨던 이날치의 손녀 이일주 명창이 전주에서 대를 잇고 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0.12.10 16:13

전북도, 웅치전적지 국가사적 지정위한 TF구성, 대상 구역 최종안 도출

웅치전적지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을 위한 전북도 차원의 TF가 구성돼 본격활동에 들어간 가운데, 국가사적 신청을 위한 대상 구역 최종안이 나왔다. 전북도는 9일 오후 2시 전주비전대학교 비전관에서 전북도청 문화유산과 국철인 과장과 도 관계자, 하태규 전북대학교 교수, 완주군과 진안군 문화재 업무 담당자, 학계 관계자 등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웅치전적지 문화재보호구역 재설정 TF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웅치지전적지 문화재구역 지정안 4개를 검토하고 해당 지역 주민 의견을 듣는 등 사적지정 연구용역 추진상황을 검토하는 한편, 신속한 국가지정 문화재(문화재 보호구역) 지정 노력을 위한 토론을 벌였다. 회의 결과 덕봉길 지구와 웅치길 지구를 포함한 연계 보호구역 지정 안(지적과 지형고려)이 최종 안으로 도출됐다. 이 안은 전체면적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아닌, 주민재산권 문제 등 감안해 역사적 상징성, 진정성이 있는 주요 지점(포인트) 형태로 선 지정 신청을 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면적은 38만여㎡로, 기존 도 사적 면적 360만 여㎡보다 1/10가량 줄어든 면적이다. TF 총괄책임관은 윤여일 도 문화체육관광 국장이 맡으며, 학술조사팀과 행정지원팀, 현지 대응팀 3개팀으로 나뉜다. 학술조사팀은 심정민 전주비전대교수가, 행정지원팀은 전북도 학예연구관이, 현지대응팀은 완주군과 진안군의 학예연구사들이 맡았다. TF는 사적지정을 위한 도와 시군의 유기적인 업무추진과 기관과 학계, 언론 관련 전문가의 효율적 협력체계 마련을 위해 구성됐다. 향후 추진상황 등을 공유하고 논의한 뒤 최종안을 골자로한 주민 공청회를 내년 1월 중으로 연후 3월 예정된 문화재청 지정위원회에 최종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하태규 교수는 문화재 보호법에 정한, 지정위원회에서 지정할 수 밖에 없는 사적요건을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 국철인 과장은 되도록이면 완주와 진안군 의견을 수렴해 하나의 안을 만들고 문화재청 지정위원회에 신속히 상정해야한다. 지자체들 주민 설득과 합의가 신속히 이뤄져 국가 사적 지정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백세종
  • 2020.12.09 19:11

[신간] ”글쓰기로 존재 확인”… 전북 문단들 동인지 펴내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감염병 위기로 사람 간의 거리를 둬야 하는 요즘, 전북지역 시인수필가들이 문학인과 문학의 거리는 멀어지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작가들이 힘든 한 해 동안 지치지 않고, 오히려 더 활발히 써 내려간 글들을 묶은 문집들이 잇달아 나온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 펜을 놓지 않은 문학인들의 결실이 값지다. 전북시인협회는 연간 작품집 제22집 <시의 땅>으로 한 해를 갈무리했다. 이번 문집에서는 50년 동안 시만 보고 달려온 이운룡 시인의 일간지 인터뷰와 제21회 전북시인상 수상자인 김계식정연정 시인의 수상 작품소감 등을 특집으로 다뤘다. 고(故) 정희수 시인 5주기를 추모하며 유족이 엄선한 시편들을 통해 시인의 시 세계도 살펴봤다. 김현조 전북시인협회장은 전북시인협회에서는 어렵고 혼란한 시기에도 많은 시를 썼고, 사회를 아름답게 장식했다며 시인의 사명 중 하나는 사회를 아름답게 기록하는 데 있다. 시인들이 기록하고 전시하는 문자와 의미의 아름다움은 어려운 시기에 더욱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수필가대회 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로 개최하지 못한 제2회 전북수필가대회의 아쉬운 마음을 담아 문집 <나는 수필가>를 발간했다. 윤철 전북수필문학회장은 어렵게 시작한 수필가대회를 어떻게든지 전북 수필 문단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으로 이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비대면 방식인 문집 발간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집은 도내 수필가들이 한 해 동안 삶에서 길어 올린 120여 편의 글들로 채워졌다. 김남곤 전 전북예총 회장, 손광성 수필가, 안성수 제주대 명예교수의 문학 지상특강도 실렸다. 또 특집으로 수필의 문학성과 철학성 등을 주제로 한 발표를 다뤘다. 전주풍물시동인회는 사화집 제29집 <그믐달을 씻어 안쳐 놓고>를 펴냈다. 김남곤, 김기찬, 김미림, 김영, 문금옥, 박영택, 박철영, 소재호, 신해식, 심옥남, 우미자, 유인실, 이동희, 이문희, 장욱, 정군수, 조기호, 조미애, 조정희, 조춘식, 진동규, 최만산 시인의 작품과 시작노트가 함께 담겼다.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는 동인지 제19집 <모악 에세이>를 발간했다. 초대글로는 김우영 문학평론가의 글을 실었다. 회원들의 글쓰기 열정이 돋보이는 작품들도 모아 정리했다. 김형진 문학평론가의 부정적인 현실에서 찾고 싶은 긍정의 역사, 배귀선 원광대 교수의 수필의 액체성과 이미지를 주제로 한 평론도 소개했다. 순수필동인은 동인지 제4집 <유리벽 너머>를 내놨다. 이번 호에서는 제2회 순수필문학상 당선작 소식, 제1회 순수필문학상 수상자 초대글 등을 다뤘다. 이와 함께 이경옥, 이명화, 이순종, 전성권, 황점복, 박갑순, 박영임, 신영규 수필가 등 회원들의 작품을 모아 엮었다. 이명화 순수필동인 회장은 미력하나마 순수필동인들의 열정이 어두운 세상 한 구석쯤 밝힐 수 있으리라는 욕심으로 이번 문집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2.09 18:3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시인 - 황경택 <숲 읽어주는 남자>

나무의 심장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세상에 나무의 심장소리를 들어본 사람이 얼마나 있으려나. 아마도 거의 없겠지만, 이 책은 나무의 심장소리를 사랑해 온 한 남자의 숲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인 안도현도 보일러 공장 아저씨는/살구나무에 귀를 갖다대고/몸을 비벼본다(<시인>)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숲 읽어주는 남자라니 제목부터 매력적이다. 우선 표지부터 고즈넉한 숲을 만나러 가고픈 마음이 저절로 들게 한다. 이 책은 숲과 더불어 살면서 삶의 지평을 넓혀온 저자의 진솔한 생활기록이자 친절한 숲 해설 안내서이다. 책 군데군데 있는 세밀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가 직접 그린 세밀화는 그가 얼마나 숲을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가를 말해준다. 필요하다면 사진으로 쉽게 처리할 수도 있었겠지만 구태여 손과 정성이 많이 가는 세밀화를 택한 마음이 정겹다. 올해 우연한 기회에 생태해설사 수업을 들으면서 꽃과 나무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계절꽃 이름이야 그렇다 해도 초살도나 결각과 같은 단어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어휘였다. 토종민들레와 서양민들레를 구분하는 법도, 계수나무 잎이 익어가면서 달달한 솜사탕 냄새를 풍긴다는 것도 올해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무심히 스치며 이름으로만 알던 꽃과 나무들이 얼마나 많던가. 이 책은 숲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이나 숲과 친해질 준비를 마친 이에게는 안성맞춤인 해설서이다. 책에는 우리 사는 동네의 공원과 가로수, 남산과 북한산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숲을 읽어주는 남자답게 여러 나무와 숲이 머금고 있는 내밀한 이야기를 정결하게 풀어놓는다. 이 책은 때로 숲에 관한 백과사전을 읽는 느낌이 들다가도 맛깔스러운 수필을 읽는 느낌이 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는 나무와 숲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숲에 깃들어 사는 다양한 생물에 대한 살뜰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토끼풀 이야기며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였던 손기정 선수와 얽혀 있는 대왕참나무 이야기도 흥미롭다. 책 곳곳에는 알아두면 요긴한 꽃과 나무 이야기가 보석처럼 숨겨져 있다. 만약 당신이 이 책을 만난다면 내년 봄을 간절히 기다릴 것이다. 어쩌면 서둘러 들판에 나가 민들레와 냉이를 구분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겨울을 이긴 봄꽃이나 새순을 토해내는 나무를 만나면 당신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가슴은 거칠게 뛸 것이다. 저자는 본문만으로는 아쉬웠는지 나무와 친해지는 7단계를 부록으로 남겨 두었다. 조금은 어색할 수도 있지만 나무와 좀 더 친해지기 위해서 꼭 필요한 단계이다. 그의 표현으로 하자면 나무 식별하는 법이지만 내게는 나무와 친해지는 법으로 읽힌다. 이 책 한 권으로 세상을 더 풍성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당신의 인생이 더 따뜻하고 풍요로워질 것만큼은 확실하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12.09 18:35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36) 광활한 우주 속으로 들어간 천재 시인, 박정만

박정만 시인 시인은 1946년 8월 26일, 전북 정읍시 산외면 상두리에서 태어났다. 전주고등학교 2학년 때인 1965년, 시인은 경희대학교 주최 고교생 백일장에서 시 「돌」로 장원으로 뽑혔다. 1967년에는 경희대학교 문예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대학 1학년 때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겨울 속의 봄 이야기」가 당선되었다. 1972년에는 문화공보부 문예 작품 공모에서 시 <등불설화>와 동화 <봄을 심는 아이들>이 당선되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 후, 시인은 학원문화사ㆍ중앙문화사 등의 출판사와 월간문학, 어깨동무 등의 잡지사에서 근무하였고, 1980년에는 고려원의 편집부장이 되었다. 1979년에는 첫 시집 『잠자는 돌』을 낸 이래 『맹꽁이는 언제 우는가?』, 『서러운 땅』, 『저 쓰라린 세월』, 『무지개가 되기까지는』, 『혼자 있는 봄날』, 『어느덧 서쪽』, 『슬픈 일만 나에게』 등의 시집을 냈고, 유고시집으로 『그대에게 가는 길』이 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시인에게 불행한 일이 닥쳤다. 시인은 1981년 5월 한수산 필화사건에 연루되어 보안사령부로 끌려가서 모진 고문에 시달렸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시인은 회사를 그만두고 3개월 동안 유령처럼 누워서 지내다가 집을 뛰쳐나와 유랑하는 등 시인의 방황은 끝이 없었다. 보안사에서 당했던 치욕의 순간을 잊기 위해 밤낮 술독에 빠지면서 더 큰 고통에 휘말렸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나던 날, 시인은 제목도 없는 다음과 같은 2행짜리 시를 남겨 놓고 세상을 떠났다.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일찍부터 뛰어난 재능으로 좋은 시를 열심히 썼던 시인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의 사인(死因)은 간 경화였지만, 그의 죽음은 1981년의 한수산 필화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아무 죄도 없는 한 시인이 이렇게 참담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 이는 무도한 역사가 빚어낸 재앙이었다. 당시 한수산은 중앙일보에 『욕망의 거리』라는 소설을 연재하고 있었다. 이 소설은 1970년대 남녀 간의 만남과 사랑을 통속적으로 그려냈는데, 다음과 같이 군(軍) 관련된 언급이 있었다. 하여튼 세상에 남자 놈치고 시원치 않은 게 몇 종류가 있지. 그 첫째가 제복 좋아하는 자들이라니까. 그런 자들 중에는 군대 갔다 온 얘기 빼면 할 얘기가 없는 자들이 또 있게 마련이지. 이것이 당시 군사정권의 수뇌부에게 눈엣가시가 되고 만 것이다. 이것을 자신들의 정권을 모독하고 비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군 보안사(당시 사령관은 노태우였다)에서는 한수산과 중앙일보사의 문화부 관련자 손기상, 권영빈, 정규옹, 이근성, 그리고 여기에 의외의 인물 박정만을 잡아갔다. 시인과 한수산은 서로 잘 알지 못했다. 보안사에서 한수산에게 연루자를 대라며 윽박지르자 박정만의 이름을 댄 것이다. 한수산은 시인과 아무 관련이 없으므로 금방 풀려날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조사도 하지 않고 시인을 극악무도하게 짓밟아 버렸다. 정치도, 권력도, 이데올로기에도 관심이 없었던 시인에게는 매우 억울하고 분한 일이었다. 이때부터 시인의 영혼은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했다. 시인의 첫 시집은 1979년 12월 고려원에서 낸 『잠자는 돌』이다. 이 시집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한국적 서정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다. 김재홍은 시평에서 소멸과 애환의 표층 정서와 순결한 생명력과 부활 의지라는 심층구조로 이루어진 시집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 시집의 비극적 현실은 어둠으로 표상되고, 어둠의 종결은 죽음의 세계로 귀착된다.라고 했다. 이마를 짚어다오. 산허리에 걸린 꽃 같은 무지개의 술에 젖으며 잠자는 돌처럼 나도 눕고 싶구나. -중략- 무덤에서 하늘까지 등불을 다는 눈감고 천 년을 깨어 있는 봉황(鳳凰)의 나라. 말이 죽고 한 침묵이 살아 그것이 더 큰 침묵이 되더라도 이제 내 눈을 감겨다오, 이 세상 마지막 산, 마지막 선(禪) 모양으로. -박정만의 시 「잠자는 돌」의 일부 첫 시집의 표제작 「잠자는 돌」에는 그의 비극적 종말을 예감한 듯 잠자는 돌처럼 나도 눕고 싶구나라고 읊더니, 그렇게 시인은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시인과 가까웠던 사람들은 시인을 대책 없는 낭만주의자라고 불렀다. 이혼 후, 세 아이를 홀로 키우면서 압박이 대단했을 법한데, 시인은 돈 버는 일보다 술 마시고 시 쓰는 일에 더 신명을 냈다. 황동규 시인은 박정만의 시선집 『해지는 쪽으로 가고 싶다』에서 시인의 문학을 서정적 서정시라고 했다. 이는 다른 사람의 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포괄적 역설 혹은 포괄적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의 시 「저 강물 속으로」에는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 참다운 삶으로 변모하려는 기원이 담겨 있다. 그런데, 막상 이어지는 표현 강물 속으로, 푸른 치마를 뒤집어쓰고 뛰어들고 싶다에서와 같이 포괄적 역설 기법을 썼다는 것이다. 강원도 영월에서 문성재 쪽으로 몇 마장쯤인가 들어가면 무릉도원이라는 곳이 있다. 무릉이라는 마을과 도원이라는 마을이 한 마장쯤 격해 있는데, 구불구불한 산굽이를 타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그 냇물 속으로는 가을 강의 단풍들이 어지러운 색동저고리처럼 갓을 펴고 있었다. 아, 나는 살고 싶다. 저 강물 속으로, 푸른 치마를 뒤집어쓰고 뛰어들고 싶다. -「저 강물 속으로 」 전문 시인의 삶에는 1981년 한수산 필화사건 외에도 1987년에 쓴 시 300편 사건이 있다. 시인은 1876년 여름, 20여 일 동안 술독에 빠져서 연달아 300편의 시를 정신없이 썼는데, 이는 그때까지 자신이 써온 시보다 더 많은 숫자다. 시인은 시를 쓴 후, 날짜와 시간을 분 단위까지 기록했다. 이는 술에 취한 황홀경 속에서 시의 영감을 얻고, 마치 접신(接神)의 경지에서 시를 쏟아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떨어진 단추처럼 헌 고무신처럼 메마를 땅으로 자꾸만 흘러간 목숨 언제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피리어드 찍듯이 그렇게 흘러간 목숨 외씨버선으로 고리짝에 눈깔만 남아. -「흘러간 목숨」(1987년 9월 9일 새벽 5시 30분) 하루에도 몇 수씩 시를 썼지만, 이때 시인은 자신의 삶을 피어리드(마침표) 찍듯이 그렇게 흘러간 목숨으로 보았다. 마치 다가올 죽음을 예감이라고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은가. 그의 초기의 시는 기존 작가들의 시류와 비슷했지만 한수산 필화사건 이후에는 서서히 다가드는 죽음의 그림자를 예감한 듯, 직설적으로 죽음을 언급했다. 간이 점점 무거워 온다 검푸른 저녁연기 사라진 하늘 끝으로 오늘은 저승새가 날아와서 하루내 내 울음을 대신 울다 갔다. -「죽음을 위하여」 일부- 그해 10월 2일 일요일 오후 서울올림픽 폐막식이 있던 그 시간에 시인은 아무도 없는 봉천7동 연립주택 1층, 시인의 집에서 홀로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그가 운명한 시간은 세 자녀도 모두 집을 비운 상태여서 아무도 그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메아리도 살지 않은 산 아래 앉아 그리운 이름 하나 불러 봅니다. 먼 산이 물소리에 녹을 때까지 입속말로 입속말로 불러봅니다. 내 귀가 산보다 더 깊어집니다. -「산 아래 앉아」 전문 이 시는 시인의 고향 내장산 호수 옆에 세워진 시비에 새겨져 있다. 메아리도 살지 않은 산은 어디이며, 그리운 이의 이름은 누구일까. 그리고 광활한 우주 속으로 사라진 시인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시인의 한(恨) 많은 삶을 되돌아보면서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가를 돌아보게 한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12.09 18:27

[신간] 김택곤 전 JTV사장 <들꽃은 꺾이고 별은 지다>

김택곤 전 전주JTV사장이 역사의 격동기 속 한국인들의 고난과 좌절 그리고 희망을 담은 책을 발간했다. <들꽃은 꺾이고 별은 지다>(신아출판사). 이 책은 미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던 한국과 관련된 미국정부의 비밀문서에 적힌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이 문서에는 1944년부터 1951년까지 민족의 격동기 시절의 한국인의 고난과 좌절, 희망에 대한 기록물이다. 내용을 기록한 4000여의 문건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주관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해설을 가하는 정도로 적었다. 해당 문건 속 1944년 8월 버마에서 버려진 위안부 소녀에 관한 심문보고서가 있고 목숨을 건 서울진공작전을 앞둔 광복군들의 난투극에 관한 문건도 언급된다. 또 우라늄을 찾기 위해 남한전역에서 수색작전을 벌인 미군극비문서도 있다. 찬탁과 반탁을 둘러싸고 극한대결에 휘말린 군중들에 관한 정보보고가 있으며 이승만과 김구, 미군정과 미 국무성간 갈등을 보여주는 비밀문서들은 우리의 기존인식과 다른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는 1950년 전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정치학과,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73학번)를 졸업했다. 광주MBC사장, JTV전주방송사장으로 방송경영을 맡았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극동대학교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2.09 17:53

[신간] 이재숙 시인 <꽃의 표정은 열매의 내일이다>

조용한 어느 한 날/바람이 많이 흘러간 날/기억도 기억 나지 않을 어느 여름 날/모든 결실을 근원으로 보내며 속사이리라/ 참으로 힘들고 포근했노라고 이재숙 시인이 펴낸 두 번째 시집 <꽃의 표정은 열매의 내일이다>(이랑과 이삭) 속 늙은 올리브나무의 한 구절이다. 세월의 흐름에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95편 작품을 총 7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어 엮었다. 시의 성격에 따라 빨강비닐끈 풍향계, 평생 여행중, 파트너, 나에게 부치는 편지, 내 사랑 전주, 등으로 묶었다. 작품들은 시인이 접한 세상의 사람들과 자연 그리고 사회현상과 역사성을 관통하고 있다. 특히 시인은 30 여년간 미술과 중등교사로 재직하면서 회화작업을 통해 얻어지는 감흥이 절창으로 이었다. 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노래했지만 피는 표정이 매달릴 열매의 미래라고 노래하는 시인의 말은 심오하다. 이 시인은 시에 맘을 뺏긴 세월이 평생이다 시인이라는 이름을 얻고 끝없이 배우고 사랑했다며 극히 개인적인 소소한 일상과 내가 속한 사회와 자연 그리고 여행에서 얻은 깨우침을 구분해 모아봤다고 시집을 설명했다. 그는 전주여자고등학교와 전주교육대학교를 졸업, 1999년 전주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됐다. 이어 자유문학 시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했다. 제3의 문학 평설부문에 추천완료를 했다. 제1회국제해운문학상 대상, 전주예술인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 <젖은 것들은 향기가 있다>를 펴낸 바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2.09 17:53

[신간]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김영주 작가 첫 동화 <레오와 레오신부> 발간

김영주 작가의 첫 동화가 발간됐다. <레오와 레오 신부>(푸른생각). 이 동화의 주인공은 성당에 가기 싫은 소년 레오다. 신앙심 깊은 가정에서 태어나 원치 않은 성당에 억지로 다녀야만 하는 열한 살 소년 레오. 어른들이 강요하는 신앙과 성당에 다니면서 왜 저래?라고 하는 사람들의 선입견이 불편하기만 하다. 어느 겨울 날, 레오가 다니는 성당에 새로운 보좌 신부가 왔다. 레오와 세례명이 똑같은 레오 신부다. 레오 신부는 추운 날씨만큼이나 차갑고 냉랭하기 그지없다. 장난치고 떠드는 아이는 가차 없이 꾸짖고, 미사에 늦는 사람은 내쫓아 버린다. 어느 날 학교 친구들과 축구 시합을 하던 레오는 햄버거를 먹으러 가는 것도 포기하고 미사에 늦을세라 성당으로 달려갔다. 5분 지각! 땀을 뻘뻘 흘리며 슬그머니 자리에 앉으려는데, 레오 신부님은 레오를 내쫓고 말았다. 햄버거도 포기했는데, 5분밖에 안 늦었는데 속상한 마음에 급기야 다시는 성당에 오지 않겠다며 뛰쳐나온 레오. 레오는 정말 성당에 가지 않게 되었을까. 반항적인 레오와 까칠한 레오 신부는 사이가 좋아질 듯하면서도 매번 어긋나고 충돌한다. 레오는 주위 사람들과 갈등을 빚고 상처도 입지만, 결국은 문제를 스스로 헤쳐 나간다. 미사에 나갈지 말지도 스스로 결정하고, 복사가 되기 위해 노력도 한다. 이 동화는 스스로의 의지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김 작가는 이야기 속 주인공 레오는 갈등과 위기를 겪고, 충돌 속에서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그 해답과 치유 방법을 자기 스스로 찾아낸다며 이야기에서 강요된 신앙으로 무조건 행복할 거란 편견을 깨고 싶었다. 까칠하고 완고한 레오 신부님도 어린 레오에게 배우는 모습을 바라볼수 있다. 우리는 서로의 거울이 되어 살아야 한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우석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2018년 동화 <가족사진>으로 동양일보 신인문학상(동화 부문)을 수상하고, 같은 해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마키코 언니>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는 초등학교 글쓰기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2.09 17:53

김종선 사진작가 ‘예술인의 초상’… “작가들의 아우라”

매일 행사장과 공연장에서 전북 예술인들을 만나는 사진작가로서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예술인의 초상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애써온 인물들에 대한 아카이브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2016년부터 2년 주기로 예술인의 초상이라는 이름으로 사진전을 열고 있는 김종선 사진작가가 이번에는 미술작가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 전시는 많은 예술인을 담지는 못했지만, 대형 출력으로 디테일에 집중했다. 오는 16일까지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리는 전시의 부제는 獨(홀로 독)이다. 홀로 고독과 싸우며 작업에 집중하는 미술작가들을 나타낸다. 카메라 앞에 선 미술작가들은 박승만, 유휴열, 이경태, 조현동, 임택준, 소빈, 윤철규, 소찬섭, 조헌, 이정웅, 강용면, 김성민, 이종만, 최춘근, 류재현 등 모두 15명이다. 모두 남성 작가들인데, 사진 사이즈에 부담을 느낀 여성 작가들이 촬영을 고사하면서 이번에는 함께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사진은 가로 110㎝, 세로 165㎝로 대형으로 출력했다. 김 작가는 두 번째 전시 때 무용가들을 촬영해 내걸었는데, 스냅사진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서 사이즈를 대형화해 예술인의 아우라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작가의 눈은 어떤지, 손은 어떤지 찬찬히 오래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흑백사진으로 출력한 것도 특징이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작가들의 작품 색 변화를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모노톤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촬영은 30분을 넘기지 않았다. 그는 미술작가들이 스튜디오에 와서 촬영할 때는 30분 이상을 넘기지 않으려고 했다며 연출이 아닌 작가 본연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하고 싶었다. 지나고 보니 처음 촬영했던 컷들이 제일 자연스럽고 좋았다고 말했다. 2016년 예술인의 초상 첫 번째 전시는 장르 구분 없이 도내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 2018년 두 번째 전시는 현대무용과 한국무용 등 무용인들을 기록했다. 다음 전시에서는 국악인들을 담은 사진들을선보일 예정이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0.12.08 18:34

제9회 천인갈채상 이왕수 연출가·박규현 연극인

이왕수 연출가박규현 연극인 한 해 동안 전북지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친 젊은 문화예술인에게 수여하는 제9회 천인갈채상 수상자로 이왕수(35) 연출가와 박규현(43) 연극인이 선정됐다. 천인갈채상은 천년전주사랑모임이 주관, 지역 문화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25세 이상 45세 이하 예술인들을 격려하기 위한 상이다. 수상자는 기금 모금에 참여한 시민 1000명이 모바일 투표를 통해 선정한다. 이왕수 연출가는 2016년 문화예술공작소를 만들어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을 연출해왔다. 전주문화재야행 총감독으로 지역 청년예술가와 함께 축제를 제작해 2018년 최우수 야행, 2020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야간명소 100선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밖에 지역 예술인을 위한 무료 프로필영상 제작사업, 비대면 문화예술콘텐츠 개발사업 등을 기획추진했다. 현재 지역 연극배우들과 전라감영 역사해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박규현 연극인은 2002년 처음 연극을 시작해 현재까지 무대공연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15년부터는 창작소극장과 창작극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유희, 꿈, 아 부 조부, 필경사 바틀비 등 50여 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전주시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동문거리 프로젝트, 전주시 차없는거리 프로그램 연출기획도 맡았다. 시상식은 오는 28일 개최된다.

  • 영화·연극
  • 문민주
  • 2020.12.08 18:34

공립'미술관'도 사상 첫 정부 평가, 도내 미술관 통과 '촉각'

전국 공립미술관들이 사상 처음으로 정부평가를 받는 가운데, 도내 공립미술관들에 대한 평가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문화계 등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공립미술관의 질을 높이고 그 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평가인증제도를 시행 중이다. 공립 박물관 평가는 2017년도부터 진행됐고, 미술관 평가는 올해가 처음이다. 문체부는 7월 평가기관 대상 사업 설명회를 시작으로 8월부터 11월까지 서면 평가와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최종결과는 오는 31일 나올 예정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우수한 박물관과 미술관에는 인증서(인증기간 2년)가 발급된다. 인증 박물관과 미술관은 해당 사실과 내용을 표시할 수 있다. 평가대상은 전북의 공립미술관인 전북도립미술관, 익산예술의 전당 미술관, 무주 최북미술관 3곳이다. 주요평가기준은 △설립 목적의 달성도 △조직인력시설 및 재정 관리의 적정성 △자료의 수집 및 관리의 충실성 △전시 개최 및 교육프로그램 실시 실적 △공적 책임 등 5개 항목이다. 먼저 전북미술계의 중심축인 도립미술관은 최근 타 기관 공모사실로 물의를 빚었던 김은영 관장의 리더십과 교육 기획, 교육 운영 전문성, 취약계층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에 대한 평가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익산 예술의 전당 미술관은 전시공간으로서의 노력, 미술관만의 독창적인 역할이, 최북미술관은 앞으로의 운영계획 등이 평가 관심사다. 도립미술관 관계자는 지난달 문체부 현장심사에서 미술관의 역할과 적극적인 실험, 전시기회 등 전반적인 부분을 적극 어필했다면서 좋은 점수가 나올 것으로 믿어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익산예술의전당 관계자는 현장심사에서 공연과 미술을 함께 운영하다보니 미술관의 독창적인 운영방법과 비전을 많이 물어봤다면서 지표에 맞는 노력을 하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공개에서 공립미술관 외에도 전북에 자리를 잡고있는 무주 국립태권도박물관, 익산 전사박물관, 전주국립전주박물관 등 3곳 국립박물관에 대한 평가도 함께 공개된다.

  • 문화일반
  • 최정규
  • 2020.12.08 18:15

[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마한 연구의 시각

최완규 원광대학교 교수, 마한백제문화연구소장 한국 고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 마한에 대해서 문헌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하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마한을 종족의 명칭이나 문화계통적인 의미로 보는 시각이며, 둘째는 지연적, 정치 사회적으로 통합된 정치체로 보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전자의 관점에서 마한을 바라본 대표적인 연구자는 민족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선생인데, 그는 「전후삼한고」(1925)와 「조선상고사」(1931)에서 삼한을 전삼한과 후삼한으로 구분하였다. 이러한 전후 삼한의 구분은 고조선 준왕의 남쪽으로 이주 시점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전삼한은 단군조선이 신(眞)조선 불(番)조선 말(馬)조선으로 분화한 것이며, 말조선을 제외한 위치는 중국의 요서와 요동에 걸쳐 있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말조선은 한반도의 기자조선으로 마한의 전신으로 인식하고 있다. 결국 마한을 비롯한 한(韓)은 북쪽의 고조선을 구성하고 있던 종족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며, 북에서 남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이병도는 준왕의 남천으로 비로소 남한지방에 한이라는 종족명이 등장하고 이것이 점차 확대되어 남한 전체를 한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어서 신채호와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후자의 관점은 지연적인 또는 사회적인 단위의 정치체로 보는 시각으로 최근 연구자들의 통설이 되고 있는데, 그 주된 내용은 마한을 비롯한 삼한을 소국연맹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근거는 『삼국지』나 『후한서』에서 고조선 준왕의 남천지를 韓地로 특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남부에는 준왕의 남천 이전부터 한이 성립되어 있었고, 이것이 곧 마한이라는 것이다. 곧 북방에서 종족이 이동하여 한을 성립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 선주 토착 집단들의 점진적인 발전의 결과로 韓이 대두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를 바탕으로 한다면 한반도 중남부 지역에 넓게 퍼져 있는 청동기 문화를 바탕으로 한문화권이 형성되며, 한 소국들이 연맹체를 구성해 나가는 과정이 마한의 성립과 관련된다는 것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0.12.08 18:15

완주 진달래학교 할머니들, 작가되다

완주군 성인문해 진달래학교 할머니들이 직접 쓰고 그린 동화책과 그림책이 출판됐다. 8일 완주군은 동화책 칠십고개, 그림책 살아온 새월 중 가장 행복하지 2권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칠십고개는 교육부 성인문해 특성화 사업에 선정돼 진행된 것으로 지역 동화작가를 초빙, 진달래학교 삼례지역 심화반 어르신 5명과 함께 전래동화를 각색하고 삽화를 그려 완성했다. 주요내용은 구렁이의 원한, 호랑이와 여우의 금강산 주인다툼. 천 냥 내기 수수께끼, 끝없는 이야기, 용왕의 딸과 소금장수 다섯 가지로 할머니들의 손글씨를 실어 정감을 살렸다. 또한 살아온 새월중 가장 행복하지는 작년 나를 보고 예쁘게 빵끝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든 그림책으로, 진달래학교 삼례, 비봉, 고산지역 34명 어르신이 참여했다. 어르신들은 나이가 많지만 지금도 그림 그리고 공부하는게 좋다며 글을 쓰는 몇 달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딸이 기대한다고 했는데 멋진 책이 나와 즐겁고 빨리 자랑하고 싶다고 작가가 된 소감을 전했다. 서진순 도서관평생학습사업소 소장은 이번 책을 통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어르신들 삶 속에서 동화책과 그림책 수업이 특별하고 의미있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 앞으로도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군은 코로나19 추이를 보며 올해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통하여 만들어진 동화책, 그림책, 성과집 등을 소개하는 평생학습 온(溫)택트 성과 공유회 행사를 12월 중순경 진행할 예정이다.

  • 문학·출판
  • 김재호
  • 2020.12.08 17:47

정읍시, 동학농민혁명 역사 담은 책자 ‘발간’

정읍시가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 1주년을 맞아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혁명 발상지의 긍지를 높이기 위한 책자를 발간했다.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산하 연구기관인 동학역사문화연구소 조광환 소장, 곽형주 부소장, 이진우 운영위원이 공저로 등록된 책자는 정읍동학농민혁명사이다. 책에는 동학농민혁명의 배경과 전개 과정, 제2의 동학농민혁명으로 평가받고 있는 기해농민봉기 등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서술했다. 그동안 진행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미흡했던 부분을 더욱 보완해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교재로 사용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특히, 봉건제도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일어난 고부 농민봉기부터 동학농민군의 최초이자 최대의 승리인 황토현전투, 그리고 이어진 전주성 점령 등 동학농민혁명의 주요 무대와 전개 과정을 담아냈다. 또한, 전주화약 체결 이후 집강소 운영을 통해 농민들이 꿈꿔왔던 관민상화 정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이와 함께, 동학농민혁명 이후 일어난 의병항쟁과 31 만세운동, 독립군의 항일운동으로 이어진 과정을 실증적으로 접근해 자세히 집필했다. 시는 이번 책 발간을 통해 동학농민혁명의 민중민족적 의의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확장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진섭 시장은 책자 발간을 계기로 더 많은 자료가 모아져 온전한 동학농민혁명사가 복원되기를 기대한다며 시민들도 동학농민혁명에 깊은 관심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임장훈
  • 2020.12.08 17:11

[서유진 기자의 예술관람기] 앙리 마티스 특별전: 재즈와 연극

앙리 마티스 작품 '어릿광대' 20세기 최고의 예술가를 꼽으라면 앙리 마티스와 파블로 피카소, 바실리 칸딘스키를 조금도 주저치 않고 꼽을 수 있겠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년 12월 31일~1954) 탄생 150주년 기념 마티스 특별전: 재즈와 연극이 10월 31일 개막, 내년 3월 3일까지 서울 대치동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다. 프랑스 출신 야수파의 기수 마티스가 창안한 기법 컷 아웃으로 제작된 재즈 시리즈, 드로잉, 석판화, 발레공연용 무대의상, 로사리오 성당 건축 등 다채로운 작품 120여점이 전시된다. 원색의 마술사로 불리는 마티스는 평화로움과 조화로움, 즐거움과 행복감을 주는 작품을 창조한 예술가다. 마티스는 20세기 초 야수파의 시기를 지나 점차 순수하게 장식적인 방향으로 전환한다. 아라베스크나 꽃무늬를 배경으로 한 평면적인 구성과 순색의 대비로 그만의 독특한 작품을 구현한다. 마티스는 순수한 색채와 단순한 선만으로도 눈부신 빛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냉철하고 풍부한 지성으로 그림에 예술적 질서까지 부여한다. 이런 점이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꼽힐 것이다. 마티스는 말년에 몸이 불편해지자 거의 모든 시간을 침대나 안락의자에서 보냈다. 그림을 그릴 수 없으므로 색종이를 오려 붙이는 컷아웃 기법을 창안한다. 마티스는 단순하지만 선명한 색상의 색종이를 오려 붙여 역동적인 선과 포즈가 살아 움직이는 완성도 높은 컷아웃 재즈 시리즈를 내놓는다. 늘 마음속으로만 염원하던 마티스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였다. 몇 개 되지 않은 선과 색으로 그토록 풍부하고 시적인 미감을 창조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특히 로열 블루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젊은 시절부터 모아 온 마티스 작품집과 책자를 오랜만에 꺼내보고 읽었다. 나는 관찰과 감각, 체험을 통해 색을 선택한다., 스타일은 그 화가의 마음에 있는 질서와 품위에서 나온다.라고 말한 마티스의 어록을 되뇌어본다.

  • 전시·공연
  • 서유진
  • 2020.12.07 18:36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