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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알려져 있는 정양은 판소리나 한시에도 정통한 지식을 지니고 있는 문학 연구자이다. 정양이 판소리에 애정을 가졌던 것은 판소리가 민중의 전통 구비 장르로 이름 없는 민중의 창작물이었기 때문이다. 판소리는 지배층의 이데올로기에 편승하는 듯하지만 이면으로는 그 지배층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수행한다. 그렇다면 공역이긴 하지만 한시 번역서를 출간하기도 했던 정양의 한시에 대한 애착이 언뜻 수긍이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판소리와 달리 한시는 한자로 쓰인 기록 장르로 주로 양반들이 향유했던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공무도하 公無渡河 저 임아, 그 물을 건너지 마오. 공경도하 公竟渡河 임은 그예 그 물을 건너셨네. 타하이사 墮河而死 물에 쓸려 돌아가시니, 당내공하 當奈公何 가신 임을 어이할꼬. (정병욱 번역) 공무도하 公無渡河 물 건너가지 말라니까 공경도하 公竟渡河 끝내 건너가더니 타하이사 墮河而死 저렇게 빠져 죽었네 공장내하 公將奈何 이 노릇을 어쩌면 좋아 (정양 번역) 그러나 백수광부의 꿈 실린 한역시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의 번역을 보면, 한시 번역 작업을 통해 추구한 정양의 문학관을 짐작할 수 있다. 정양의 번역을 그 유명한 정병욱의 번역과 비교해 보자. 정병욱의 번역에는, 백수광부의 아내가 남편을 부르는 임이라는 존칭어와 건너지 마오, 건너셨네, 돌아가시니의 높임법이 사용되었다. 정양의 번역에는 존칭어도 높임법도 보이지 않는다. 뱃사공일로 먹고사는 이 시의 주인공 내외는 분명 일반 하층민이다. 더구나 물에 빠져 죽은 남편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격식 있는 언어가 사용될 리 없다. 건너가지 말라니까/끝내 건너가더니, 저렇게 빠져 죽었네, 이 노릇을 어쩌면 좋아에는 민중의 언어가 육성처럼 옮겨져 고스란히 살아 있다. 민중의 삶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번역한 공무도하가처럼, 정양은 산문집 백수광부의 꿈에서 여인을 뿌리치고 강물을 건널 수밖에 없었던 소시민 가장 백수광부의 현실적 고통을 통해 사회사적 감동을 복원해 내고 있다. 몸조심 하느라 건너려 하지 않는 강물을 목숨 걸고 건넜던 백수광부를 권력자들이 금기시한 저항 정신을 실천한 비극적 영웅으로 보고 그 백수광부를 우리 역사 속에서 소환하여 백수광부의 꿈이 모든 지배와 억압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인간을 회복하기 위한 꿈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이 실현될 물 건너 마을을 인간 해방의 공간으로 보았다. 물론 인간 해방의 실현이라는 이 유토피아적 시공간이야말로 정양이 그의 산문집 전편을 통해 보여준 정양의 꿈과 노래였다. * 김혜원 시인은 문학과 사진을 전공했다. 지난 201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먼지가 당선됐고, 지형과 환경에 대한 사진 작업과 함께 시와 사진의 상호텍스트성에 대한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현재 명지대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연구교수로 있다.
부처가 폐쇄회로 카메라에 실시간으로 찍힌 자신의 모습을 TV 화면 속에서 보고 있는 이 작품은 라는 제목의 여러 버전 가운데 하나이다. 종교적인 구도자이며 동양적 지혜의 상징인 부처가 현대문명의 상징이자 대중매체인 TV를 보고 있다. 화면 속 자신에 빠져든 나르시스적인 태도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화면 속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성찰한다는 진지한 메시지를 던진다. △백남준은 미디어아트의 선구자이다. 동양철학이나 한국의 전통 사상을 서구의 아방가르드와 결합해 세계적이면서도 한국적인 고유의 양식을 창출했다. 작품 안내=이문수(전북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전주 누벨백미술관(관장 최영희)은 사회 각계각층의 애국심을 모아 특별한 전시를 완성했다. 다시 이는 독립물결이 전주에서 새로운 파도를 만들지 이목이 쏠린다. 항일, 불매운동, 독립정신을 주제로 오는 5일부터 12일까지 관람객들을 맞는 이번 전시에는 모두 75명이 작품을 냈다. 학생, 일반인, 전업 작가를 막론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함께 만들었다. 누벨백미술관은 이에 앞서 지난 8월부터 특별전에 참여할 작가를 공모했다. 주제만 명시하고 서양화, 한국화, 서예, 공예 등 분야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나이와 경력에 구애받지 않고 나라를 위해 바른 목소리를 낼 이들을 찾았다. 이번 전시는 한국을 향해 무모하게 경제전쟁의 불을 지핀 일본정부에 대항하겠다는 뜻으로 기획했다. 사회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경제독립과 일본상품 불매운동에 발맞춰 우리 국민들의 결연할 의지와 저항정신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겠다는 의도다. 덕분에 결코 흔들리지 않고 민족의 자주와 자존을 드높이겠다는 다짐이 한 자리에 모였다. 특히, 올해가 3.1독립만세운동의 100주년이 되는 해인만큼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의 시대정신과 애국심을 일깨우고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뜻에도 날개를 달았다. 참여자들은 저마다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바라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지어서 저마다의 애국심을 담아냈다. 공모 기간에는 김승수 전주시장, 최용범 전북도 행정부지사를 비롯해 지역의 작가, 학생들도 정성이 담긴 글귀와 예술작품을 보내오는 등 전북도민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는 설명이다. 최영희 누벨백미술관 관장은 전시를 여는 소감에 대해 어려운 주제인데도 정성스럽게 작품을 준비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며 참여자들의 뜨거운 나라사랑이 도민들과 함께 한 마음이 돼 더욱 성숙한 국민의식이 완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화는 민족의 삶과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사용됐던 그림인 만큼 실용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당시 시대상이나 소망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더욱이 익살스럽고 서민적인 멋을 담고 있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민화의 매력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 김영순 씨의 개인전 민화 - 삶에 스며들다가 오는 8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 2관에서 열린다. 한지공예에 민화는 편안하게 스며듭니다. 그 편안함이 좋아 하나 둘씩 만들며 그리게 됐고, 그러는 사이 내 삶에도 민화가 조금씩 스며들었어요. 김영순 작가는 생활용품으로 사용하는 한지공예에 그 편안함을 그대로 담고 싶은 마음에서 민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작가는 민화 그리기는 기다림의 연속이라며 그 이유로 작업하는 내내 몰두하고 설렌다고도 말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한지공예에 색을 쌓는 전통채색기법의 민화를 선보이며 전통적으로 전해져오는 민화의 색을 재현하는 데 집중했다. 더불어 안료의 농도, 붓질의 횟수, 아교포수의 알맞은 양 등 다양한 요건에 신경을 기울였다.
극단 모레노가 2017년 허심탄회, 2018년 매듭에 이어 올해 힐링드라마 3탄으로 벽을 준비했다. 오는 5~6일 이틀간 전주 문화공간에서 펼치는 이번 공연에는 연극 속에서 심리극을 만난다는 주제를 녹여냈다. 인생에는 수 많은 벽이 있을 거야. 어떤 벽은 다른 이들이 만들어 놓지만 대부분은 네 스스로 만들게 돼. 이번 작품에는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벽이 등장한다. 가정, 학교, 직장 등 어디에나 존재하는 벽은 어디에서 시작되어 끝나는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관람객들이 이 공연을 통해서 피하지 않고 마주보는 용기와 지혜를 경험한다면 또 다른 출발점에 서는 소중한 시간으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을 담았다. 극단 모레노는 이번 힐링시리즈를 통해 연극과 예술의 치유적인 만남의 무대가 관객들에게 새로운 선물이 되길 바란다며 관객들은 일상의 삶 속에 부딪치는 아픔, 고통,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치유되는 모습 속에서 일상의 변화를 경험했으면 한다고 소개했다, 연극 속에서 심리극을 만나는 구조인 만큼 이 작품은 연극 속에서 삶의 모습을 조망하고, 나를 발견하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관객들은 제4의 벽을 통해 삶의 축소된 모습을 바라본다. 심리극은 관객이 주인공이 돼 자신의 문제를 무대에 이야기해보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바라보게 된다. 대본구성에 류명희, 연출에 염정숙, 총괄기획에 박인주가 참여했으며 박희석, 염정숙, 김희진, 김준, 서원일, 김성희, 홍정화, 김진형, 박종현, 유다솜이 출연한다. 문의는 063-227-0436.
김제 지평선팜합창단(단장 박종원)이 지난달 30일 김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제5회 정기연주회 한반도 숲조성 음악회를 열었다. 지평선팜합창단은 이날 최재영 씨의 지휘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 연가, 바람이 불어오는 곳, 아름다운 나라 등 귀에 익은 곡들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또 지평선팜합창단 단원들로 구성된 여성중창단과 에테르나보체중창단, 남성중단이 각각 개성있는 목소리 특색있는 화음을 선보였고, 뮤지컬 가수 나현수, 판소리 조준희, 소프라노 오현정 씨가 게스트로 출연해 다양한 음악을 들려줬다. 이날 객석에는 박준배 김제시장과 시민 500여 명, 조용식 전북경찰청장, 유나이티드꼬레아 김원웅 이사장을 비롯한 각 지부 관계자 등 참석해 박수를 보냈다. 박종원 단장은 한반도 숲 가꾸기사업은 언젠가 꼭 이뤄질 남북통일에 대비하는 지혜라며 이번 음악회를 통해 북한의 황폐화된 산림의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정기연주회는 지평선팜합창단과 (사)유나이티드꼬레아(이사장 김원웅)가 주최했으며, 1인 1만원의 성금으로 북한의 산림 녹화에 동참하는 의미를 담았다.
아름다운 산, 완주 동상면 연석산 품에 안겨있는 미술관. 지금 그곳에 가면 동네 사람들의 따스한 얼굴과 치열한 창작열을 만날 수 있다. 완주 연석산미술관(관장 박인현)이 27일까지 진행하는 동상골 사람들의 얼굴, 그리고 이야기 II전과 레지던스 2기 입주작가인 권구연 작가의 성과 보고전. △초상화에 그린 평범한 삶의 가치 먼저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동상골 사람들의 얼굴 그리고 이야기 II에서는 연석산미술관과 완주군 동상면사무소가 협업을 통해 완성한 어르신 공경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 한지에 곱게 채색한 동상골 어르신 13명의 초상화. 주름살의 깊이 만큼이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들을 사진과 함께 전시한다. 남한테 피해 주지 말고 건강하고 정의로운 인생을 살아가세요.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특히 어르신들이 살아온 삶 이야기를 짧게 소개하고, 젊은 세대를 위한 덕담도 함께 전한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지원한 어르신 공경 프로젝트 사업 취지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삶은 존귀하며, 그 삶의 흔적 또한 역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풍경이 있는 설치, 권구연 작가 바람 결 같은 기간 제2전시실에서는 레지던스 2기 입주작가인 권구연 작가의 성과 보고전인 바람 결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 그는 한지 고유의 성정을 살리면서 바람 결을 질박하게 담은 풍경적인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주변에서 채집한 나뭇가지에 무심하게 노끈을 늘어뜨리고, 욕심 없이 한지를 덧붙였다. 비평가 매칭으로 참여한 이문수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은 권 작가의 작품에 대해 인위적인 제작을 넘어 흐르는 것을 포착했다. 자연에 대한 무심한 통찰을 통해서 하나로 응축한 풍경이다며 최소한의 작위를 통해 그냥 그대로를 표현하면서 진정한 삶을 사는 무위(無爲)에 다가서는 듯하다고 했다. 권 작가는 전북대 미술학과 졸업했고, 같은 대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8차례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라시아스 합창단오케스트라의 2019 크리스마스 칸타타 전주 공연이 지난 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렸다. 이날 공연에는 관객 2000여 명이 찾아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라시아스합창단 박은숙 단장이 12막 지휘를 맡았고, 러시아 공훈 예술가인 보리스 아발랸(Boris Abalyan) 그라시아스합창단 수석지휘자가 3막 합창을 지휘했다. 한편 이날 전주 공연에서 해바라기 후원회는 온기나눔프로젝트를 통해 전북 5개 단체 80여 명에게 무료관람을 지원하는 등 총 200여 명을 초청해 나눔을 실천했다.
지금은 익산이라 부르지만, 옛 이름 이리였다. 완주 동상에서 시작된 물길이 삼례를 지나 제법 큰물이 되어 만경강이라 했다. 이리역을 출발한 기차가 종착역 목포를 향해 내닫다가 길게 목이 쉬어 우는 만경강 어디쯤, 목천포(木川浦)가 있었다. 남겨 두고 떠나는 사람, 보내고 남는 사람, 눈물이 강물에 넘쳤겠다. 그 목천포 강둑에 갈대가 무성했더란다.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떠나간 사랑을 부르며 사나이가 운다. 말없이 보낸 여인이 눈물을 아랴 가슴을 파고드는 갈대의 순정 못 잊어 우는 것은 사나이 마음, 지키지 못한 사랑에 사나이가 흐느낀다. 목천포에서 사랑을 키운 작사 작곡가의 자전적 이야기라 알려진 노래 <갈대의 순정>, 여름내 갈대숲에 드나들던 개개비 떼도 이젠 없다. 사나이의 순정인 듯 오늘도 갈대는 흐느끼고, 속도 모르고 하늘은 또 저리 시리게 푸르다. 소설처럼 영화처럼, 사랑은 왜 이루어지지 않고 오래 남아 가슴을 저미는 걸까?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엇갈리는 걸까.
변영섭 전 문화재청장고려대 명예교수 지난 두 달 동안(2019.10.01-12.01) 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에서 귀한 전시가 열렸다. 수묵정신전은 전북의 역사 문화 저력이 돋보이는 기획이었다. 막상 전시장에 들어가 보니 기대 이상의 놀라움과 감동이 느껴졌다. 요즈음 보기 드문 수묵화 전시인데다 이응노, 장우성, 권영우, 서세옥, 김호석 등등 이름 있는 대가들과 젊은 세대의 작품까지 알차게 꾸민 전시 의도에 공감이 갔으며, 무엇보다 은은한 묵향의 울림이 오래 남는 진실성이 깃든 전시였다. 이번 수묵정신전은 전북이어서 가능하고, 전북에 어울리며, 전북답다는 인상을 남겼다. 제2전시실에 전시된 이삼만, 이정직, 황욱, 송성용 등 앞 세대 전북 어르신들의 서화 작품은 수묵정신의 수준을 잔잔하고도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전북과 수묵정신은 잘 결속되고 살아 있었다. 수묵정신이야말로 예향 전북의 다양한 문화자산 가운데 으뜸 품목으로 맥맥히 자리매김할 가능성 자체이며, 그리하여 전북은 이 땅의 수묵정신을 선도할 역사적 책무를 가지기도 한 것이 아닌가 한다. 시대가 바뀌어 예술의 내용과 형식이 다양해지고 화려하고 감각적인 색체 선호하는 경향이 짙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수묵의 가치란 시공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묵은 여러 색 가운데 하나에 그치지 않고 차원을 달리하는 의미를 가진다. 수묵은 여백(餘白)과 짝하여 사물과 존재의 본질을 그려낸다. 그 근거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와 관련이 있다. 21세기 문화의 시대이다. 문화는 사람을 사람답게하는 것이요, 사람은 향상하는 존재라는 것이 문화시대에 유효한 인간관이다. 고래로 동아시아 지식인들이 지향한 이상가치는 진(眞)선(善)미(美) 일치였다. 인격완성의 길에 내면이 평화롭고 고요(寂靜)한 상태에서 맛보는 미적가치는 담박(淡泊)소쇄(瀟灑), 즉 맑고 시원함이다. 맑고 시원함은 단지 여러 맛 중의 하나가 아니라 가장 높은 수준의 보편가치로서 누구든 그 경지에 도달하여 누리는 고상한 맛인 것이다. 요컨대 인격완성의 길에 쌓은 내공이 그대로 작품의 격조로 드러나는 것이다. 맑고 시원한 작품을 하려면 맑고 시원한 인품을 지녀야 한다. 예술이 생활이요, 생활이 예술, 예술과 생활이 하나라는 뜻이다. 이것이 동아시아 문예정신이다. 사람은 자유를 추구한다. 장자(莊子)는 가장 사람다운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소요유(逍遙遊)라 하였다. 유유자적(悠悠自適) 산야를 노니는 여유를 꿈꾸던 사람들이 산수(山水)를 그려 방에 걸어두고 보았다. 시서화(詩書畵)를 즐기고 산수정신을 담아내는 문예의 매체로서는 맑고 시원한 수묵이 제격이었다. 수묵은 농담(濃淡)의 무궁무진한 변화에 따라 실로 수많은 표정을 담아낼 수 있다. 동아시아 서화의 근간이 되는 붓과 먹, 필묵(筆墨)은 어떤 색채로도 대체할 수 없는 미묘하고 탄력 있는 낭창낭창한 생명력을 드러낸다. 잘 다루어진 수묵은 시적(詩的)이고 기운생동(氣韻生動)한다. 장식성과 구구한 설명이 배제된 수묵은 고차원의 정신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수묵정신은 인간의 높은 정신 가치를 드러내는 길이기에 과거가 아니라 현재요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예향 전북은 각별한 감성과 끈기의 고장답게 의식주 생활문화를 풍성하게 발전시켜왔다. 뿐만 아니라 고상한 정신 가치를 지향하는 수묵의 세계에까지 성과를 낸 점에서 남다른 평가를 받을만하다. 수묵의 보편성에 눈뜨고 오늘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고자 시도한 전북도립미술관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수묵정신전! 이 의미 있는 기획 전시가 1회에 그치지 말고 예향 전북의 이름을 달고 국내와 국외 다양한 지역에서 순회전을 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변영섭 전 문화재청장고려대 명예교수
(재)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위원장 김승수, 이하 조직위)가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영화제)를 함께 만들어 갈 프로그래머를 공개 모집한다. 새로운 집행위원장 후보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프로그래머 집단 사임에 대한 후속 조치다. 또한 조직위는 이충직 집행위원장을 이어 영화제를 이끌어갈 새 집행위원장 후보도 압축해 의사를 타진하는 등 내년 영화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와 이상용장병원 프로그래머는 이사회가 김 수석 프로그래머의 집행위원장직 수행을 반대했다며, 지난 11월 끝으로 영화제와 결별했다. 이들은 이사회가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으며, 지난 7년의 시간에 대한 온당한 평가가 없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쏟아진 시선은 따가웠다. 무책임한 행태라는 것. 집행위원장으로 인정받을 수 없으니 등을 돌렸다는 것은 7년간 영화제와 함께 한 프로그래머로서 정당하다고 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위는 올해 초 영입한 문성경 프로그래머와 호흡하며 영화제를 가꿀 책임감 있는 프로그래머공모에 팔을 걷었다. 프로그래머 공개모집은 지난 2010년에 이후 20년 영화제 역사상 두 번째다. 계약기간은 조직위 전문위원 규정에 따라 정하며, 영화제 상영작 프로그래밍을 담당하게 된다. 원서 접수는 16일까지 전자우편(recruit@jeonjufest.kr)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방문 및 우편 접수 불가. 지원서는 영화제 홈페이지(http://www.jiff.or.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지원 자격은 조직위 인사규정 제12조(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다른 법령에 의거 응시자격이 정지되지 아니한 자, 국제영화제 영화 프로그래머 업무 경력자, 영어 가능자이다. 영화 제작수출입마케팅비평 및 관련 기관 근무 경력자, 제2외국어 가능자를 우대한다. 1차 서류전형 합격자는 18일 개별 유선 통지할 예정이며, 2차 면접은 서류 전형 합격자에 한해 세부 일정을 개별 유선 통지한다. 또한 조직위는 제21회 영화제 스태프 2차 모집도 진행한다. 10개 팀, 41개 파트이며, 원서는 11일까지 전자우편을 통해 접수한다. 공개 모집 관련 자세한 문의는 영화제 경영지원실 063-280-7914. 한편 제21회 영화제는 2020년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마중물이 됐던 1894년 전후 조선 사람들. 서세동점 시기 제국주의 침략자들의 한쪽 손에는 총이 들려있었고, 나머지 한손에는 카메라가 들려있었습니다. 그들의 앵글에 포착된 조선 민중의 다양한 얼굴, 역사가 된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봅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민중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사진전이 정읍에서 열리고 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사장 이형규)이 내년 4월까지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서 진행하는 포토그라프 Photograph, 1894 민중 The People 기획특별전. 이번 전시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던 1894년과 그 전후 시대, 조선인을 찍은 사진 원본 21점과 확대 인화본 74점을 소개하고 있다. 간식 먹는 일꾼, 갓을 쓴 한국남자, 긴 담뱃대를 물고 있는 노인, 호기심 많은 사람들. 동학농민혁명 당시 민중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사진들이다. 1894년 당시 조선에 들어와 청일전쟁을 취재했던 프랑스 출신 화가이자 기자인 조르주 비고(1860~1927)가 찍은 사진들, 조선을 여행하고 여행기를 남긴 영국 여행가 이사벨라 비숍(1831~1904)이 찍은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영국에서 변호사이자 사진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는 테리 베넷(1958~)이 수집한 1860~1900년대 한국 사진과 해양사학자로 활동했던 김재승 박사(1943~2011)가 수집한 1870~1890년대 사진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1부 다양한 얼굴 조선의 민중, 2부 삶을 일구는 위대한 땀방울, 3부 일상이 역사가 된 그들의 생활 등으로 구성됐다. 이형규 이사장은 올해는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황토현 전승일, 5월 11일)이 제정된 뜻깊은 해라며 이번 전시는 사진으로 보는 동학농민혁명이라는 대주제로 내년까지 이어지는 특별기획 시리즈의 첫 장이다. 사진을 통해 격변기 조선 민중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섬유미술을 전공한 김민자 작가가 3일부터 8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 본관에서 다섯 번째 개인전 바람꽃 그리고 Waltz를 연다. 바람꽃 그리고 Waltz 연작, 해바라기, 꽃비가 내리면 등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그가 꿈꾸는 삶의 희망을 작품으로 옮겨 펼쳐 놨다. 마티에르의 재질감에 비중을 둔 전통 한지조형과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복합매체 표현이라는 독창적인 기법을 실험하며 완성한 작품들. 어떤 형식에 붙들리지 않기 위해 노력이 담긴 작품들이다. 김 작가는 싸늘해진 날씨에 옷깃을 세우고, 발걸음을 재촉하며 바삐 걷는 이들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며 작품 주제나 소재는 삶의 이야기와 또는 꿈을 꾸는 희망적인 이야기이다고 했다. 이창규 원광대 미술대학 명예교수는 그녀의 전시를 축하하며 꽃을 소재로 한 많은 작품에서 그 꽃 안에 존재하는 그녀의 심상의 상징성이 내포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진솔한 음성으로 감상자에게 대화를 건네 온다고 했다. 김 작가는 호원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원광대 미술대학원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했으며, 300여 차례 단체초대전에 참여했다. 한국미술협회, 전북미술협회, 가람섬유조형회, 한지조형작가협회, 한국공예가협회, 색깔로 만난 사람들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립전주박물관 역사실에는 644042cm 크기의 검은색 나무 상자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투박하게 보이는 검은색 상자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정성껏 단단하게 만든 상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상자가 바닥에 바로 닿지 않도록 상자의 발인 족대足臺를 달아두었고, 상자를 구성하는 나무판들이 사이가 벌어지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각 면마다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의 감잡이를 3개씩 부착해 두었습니다. 한아름이 넘는 상자의 크기만큼이나 큰 물건을 보관하기 위한 상자였던지, 뚜껑과 몸체를 일반 경첩이 아닌 고리 모양의 경첩을 달려있으며, 뚜껑을 열었을 때 뚜껑을 안정적으로 받치기 위한 받침대가 있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상자의 양쪽 측면에는 활모양의 들쇠가 달려 있어, 상자를 종종 들어 올려 이동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상자 앞부분에는 宣祖實□, 第□櫃라고 적힌 종이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종이 메모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상자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상자입니다. 상자 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선왕조실록은 책 크기가 약 5233cm 정도로 일반 서적보다 크기가 컸으며,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 최고급 종이를 사용했습니다. 최고급 종이로 만든 나라의 보물인 실록은 어떻게 상자 안에 담겨 있었을까요? 그 과정은 실록을 편찬하고 봉안하는 전 과정을 기록한 <실록청의궤>에 잘 남아 있습니다. 그 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실록 상자는 천궁과 창포 가루 주머니를 상자의 바닥에 넣고 저주지楮注紙(닥나무로 만든 종이)로 덮는다. 실록은 홍정주紅鼎紬 4폭 보자기에 부록부터 권 번호 역순으로 넣어서 싼 후 저주지와 천궁, 창포 주머니를 넣고 상자를 닫는다. 상자에 담은 후 총재관總裁官이 자물쇠를 잠그고 이 자물쇠를 저주지로 봉하고 봉안한 날짜를 적는다. 자물쇠 열쇠도 저주지로 두르고 총재관이 착함하여 자물쇠 중간에 매단다. <승정원일기>의 습기를 막는 데는 창포가루 만한 것이 없으니 실록이 지금까지 무탈한 것은 전적으로 창포가루 때문이다.라는 기록처럼, 천궁과 창포는 방충, 방습 효과를 위한 것이고, 자물쇠와 열쇠를 종이로 봉안하는 것은 실록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역사를 공명정대하고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해 왕조차도 보지 못하게 했을 정도로 보안에 철저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인류 역사상 단일왕조 역사서로서 가장 규모가 큰 책입니다. 국립전주박물관 상설전시실 역사실에서 조선왕조실록을 품고 있었던 투박하게 보이지만 단단한 상자를 감상하며, 역사를 기록하여 후손에게 전하려 한 우리 선조들의 마음을 떠올려 보기 바랍니다. /이기현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전주 완산골, 삼천동 등 서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져오던 씻김굿이 고증을 거쳐 무대화됐다. 지난달 29일 오후 7시 전주한벽문화관 공연장에서 열린 천년 혼 씻김의 굿 무대에서는 전주씻김굿의 재발견을 주제로 삼았다. 성주굿, 칠성풀이, 제석굿, 오구세왕풀이, 길닦음 등 무가 형식을 바탕으로 다섯 개의 거리로 풀어낸 것. 불교와 해학적 성격이 강한 굿거리인 제석굿과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달라고 비는 성주굿 등 인간 수명에 대한 기원과 망자에 대한 위로가 주를 이뤘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천병호(전주 삼천동) 씨는 평소 무가음악이라고 하면 낯설게 느껴졌는데 오늘 공연은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민초들의 삶과 이야기를 잘 담고 있기 때문일까. 피아노, 바이올린과 국악기의 조합도 조화로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프리민속그룹 놉의 대표이자 전주민예총 회장을 역임한 이형로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뜻있는 예술가들이 뭉쳐 수년간 쌓인 사설과 무가를 정리했다. 이번 무대에는 이형로(피아노), 송기영(클래식 기타), 김민희(바이올린), 조세훈(장구), 김형태(모듬북), 정준호(피리) 등 다수의 연주자가 참여했으며 소리에 이은아민강희김나연김보경 씨가 함께 했다. 이형로 예술감독은 전통음악을 현대에 맞게 재창작함으로써 지역의 음악 다양성을 제공하고자 했다며 다소 실험적이고 낯설기도 하지만, 무대와 거리공연을 통해서 관객들과 만나며 민속적이며 대중화된 형태의 음악을 선보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통 문인화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여온 휘묵회가 네 번째 전시회를 열었다. 오는 12월 15일까지 한 달간 전주 갤러리 카페 오브제. 이 자리에서는 휘묵회의 동호회원 23명이 모여 준비해온 사군자문인화 작품 30여점과 문인화를 활용한 생활소품 등 30여점을 함께 소개한다. 이들은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이 따뜻한 가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을 각 작품에 담았다. 그동안 각종 공모전과 지역의 문화예술행사에 참여해 작품을 전시하고, 이를 통해 기량을 연마해온 휘묵회 회원들은 대중과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심현재 씨는 슬로 라이프에 관심이 많아진 요즘 시대에 좀 더 느리게 살아보자는 마음이 여유로운 삶을 살게 한다고 생각한다며 차 한 잔과 함께 문인화를 감상하는 시간으로 대중의 마음에 편안한 감동을 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사)한국예총 완주지회(회장 국장하, 이하 완주예총)는 지난 30일 완주 봉동읍행정복지센터 대강당에서 제4회 완주예술인의 밤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박성일 완주군수, 최등원 완주군의회 의장, 두세훈 도의원, 완주군 의원을 비롯해 김남곤 시인, 소재호 시인,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 완주 문화예술인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완주예술상 시상식도 함께 진행됐다. 완주예술상에는 연예예술인협회 오해연 회원과 음악협회 박준현 회원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완주예총 발전에 공헌한 조미애 자문위원과 연예예술인협회 진영언 회장이 공로패를 받았다. 국중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완주는 예술과 공존하며 살기 좋은 도농복합도시이다며 출연진과 참여자가 한 덩어리가 되어 공감하는 즐거운 밤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성일 완주군수도 완주예총이 문화 예술의 중심에 서서 완주 군민의 삶의 질을 높여준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내년에도 완주 문화예술이 더 꽃 피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2부 공연에서는 연예예술인협회 진영언 회장의 대금연주를 시작으로 음악협회 박준현 회장의 향수 열창이 이어졌다. 국악협회 손현배 회장은 기타연주를 통해 참석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문인협회 박은주 회장의 시낭송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온화하고 자연적인 한국의 전통 종이 한지가 차갑고 현대적인 금속을 만나 동시대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 부조화의 소통 속에는 자연을 통한 치유로 나아가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조호익 개인전 표리부동이 열고 있는 전주 누벨백미술관에서 만난 조호익 작가는 닥섬유, 동박, 도기, 옻칠을 입힌 수많은 표리부동의 군상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전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가장 잘 표현하는 사자성어가 표리부동(表裏不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온전하지 못하고 겉과 속이 다른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질문하고 싶었어요. 작가의 말을 들으며 전시장을 둘러보니 저마다 사용된 소재도, 색상도, 크기도 다른 모습들이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형태를 찬찬히 살펴보니 활짝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꽃봉오리로 보였다가, 둥그렇게 말린 틈 사이로 무언가를 들여다봐야 하는 망원경 같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작품의 이름은 모두 표리부동이다. 황동 소재로 든든한 기둥을 만들었으며 반원의 조형적 형태를 한 몸체에는 옹기 흙과 닥섬유 등을 사용해 고향 생각 나는 따스한 정서를 입혔다. 그것을 치장하는 것을 옻칠이다. 생칠, 정제칠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다. 무엇보다 작가가 이번 작업을 하며 고집했던 건 자연이었다. 자연과 친숙한 재료를 선택하겠다는 신념은 이번 작업 내내 저를 따라다녔어요. 예술과 자연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자연재료인 닥섬유, 옻, 흙을 활용해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특별한 장치도 들였다. 전시장 한 쪽에 차지하고 있는 서큘레이터다. 이것을 작동시키면 바람이 순환하며 황동 기둥을 작게 흔든다. 대지에서 새싹이 움트듯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게 작가의 해설이다. 표리부동 군상의 높이는 이 서큘레이터를 향해 수직선 그리듯 점점 높아진다. 이에 대해 조호익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낮은 대지에서 높이 솟은 언덕배기를 따라 걸어올라가듯 자연의 모습을 닮아가고자 하는 현대인의 마음을 생각하며 위치를 잡았다며 온전한 원 형태가 아닌 반원으로 형태를 정한 것도 완전하지 않은 존재이자 굴곡 있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조호익 작가는 완주군 소양면에서 한지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를 도와 자기 분야에 대한 경험을 넓혀왔다. 전통공예의 가치를 배우는 일은 한지공예 작가로서 뿌리를 단단히 내리기 위한 토양이 됐다. 2015년부터 전국안동한지대전, 전국한지공예대전, 대한민국한지대전 등 여러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올해는 전국한지공예대전에서는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번 전시는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서 2년간 미술과 한지공예를 공부한 작가가 그 결실을 모아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지난달 28일 시작한 이번 전시는 1일 오프닝 행사를 갖고 오는 4일까지 이어진다.
제가 지금까지 배워왔던 것을 전부 쏟아 붓겠다는 기분으로 만들었어요. 학교와 공방을 오가며 남은 시간마다 틈을 내서 작업했습니다. 제 생각을 표현하는 게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신 것 같아 기쁩니다. 제20회 익산 한국공예대전 대상 수상자 이정식 씨(강원 원주27)는 목칠공예 작품 이름인 안빈낙도처럼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리듯 나무 결을 따라 평안한 한국의 멋을 담아냈다. 진부하지 않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이정식 씨가 학생 때부터 직장인이 된 현재까지 쭉 이어온 창작 신념이다. 이번 작품은 한국의 목조건축물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 서랍 앞판을 장식하기 위해 수묵화 느낌이 나는 무늬의 목재를 사용했다. 한국적인 조화로움과 조형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옻칠 기법이 돋보이는 이 작품에는 작가가 한국적으로 적합한 소재를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정식 씨는 대학교 재학시절부터 수많은 공모전을 준비해 온 터라 이번 공예대전에서도 졸업작품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정식 씨는 중앙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과에서 공예를 전공했다. 2018 남원시 옻칠목공예대전 특선, 2017 지방기능경기대회 목공예 은메달, 2017 전국나무장난감 공모전 대상, 2016 익산 한국공예대전 입선 2회 수상하는 등 관련 공모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도내 시군에서 겨울을 주제로 다양한 겨울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어른들의 추억을 되살리고, 아이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줄 겨울축제는 12월 20일 완주 윈터푸드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남원, 진안, 무주, 임실 등 5개 시군에서 다양한 테마를 가지고 개최된다. 임실 산타축제(12.21~25)와 무주 초리꽁꽁놀이(12.21~20년 2.2), 진안 마이산 소원빛축제(12.28~20년 1.1), 남원 동동동화(20년 1월)축제가 예정돼 있다. 전라북도에서는 관광 비수기인 겨울철에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시군 겨울축제와 가볼만한 겨울 여행지 추천, 수도권 방문 홍보 등을 통해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시군 축제 정보와 겨울철 주요관광지 등을 일러스트 지도로 표현한 홍보 책자인 동감(冬感)전북을 제작해 고속도로 휴게소와 시군 관광안내소, 고속버스터미널 등에 배포해 겨울 여행지 전북을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황철호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전북에서 겨울 낭만과 추억을 가득 안고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올 겨울 여행을 전북에서 할 것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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