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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p, Share, Save 우리에게 남을 것은 사람이야’ 포스터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전국의 단풍 절정이 ‘지각’ 현상을 맞이하는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 변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 되고 있는 요즘, 문화계 역시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여러 작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 속에서 사라져가는 멸종위기 동물들의 현실을 예술로 담아낸 특별한 전시가 전주에서 열렸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오는 24일까지 소리전당 전시장(갤러리 R, I)에서 ‘Snap, Share, Save 우리에게 남을 것은 사람이야’ 전시를 개최하는 것. 사비나미술관 기획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역전시활성화전시로 선정돼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예술을 통해 관람객들이 멸종위기 동물들과 깊이 공감하고, 환경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됐다. 총 8명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해 멸종위기 동물들을 주제로 회화, 디지털회화, 미디어아트, 조각, 사진, 페이퍼 아트 등 2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Snap! 순간을 담은 멸종위기동물의 아름다움’, ‘Share! 인간과 멸종위기동물의 공존의 노래’, ‘Save! 멸종위기동물과 환경을 위한 보호의 메시지’ 등 3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먼저 ‘Snap’에서는 고상우 작가가 청색 사진으로 담아낸 멸종위기동물과 이재혁 작가가 종이에 기록한 새들의 아름다움, 사진작가 플로라 보르시가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눈 맞춤을 표현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Share’에서는 김창겸 작가가 미디어 아트로 구현한 ‘만다라로 노래하는 공존과 상생’과 안윤모 작가가 캔버스로 보여준 ‘인간과 동물들의 공존의 순간’, 조세민 작가가 설치작품으로 표현한 인간문명과 자연환경의 경계의 무너짐 등이 전시된다. 마지막 ‘Save’에서는 금중기 작가가 공존의 성찰을 담은 금속 동물조각 작품과 멸종위기동물 수달을 도자기로 만들어낸 장덕진 작가의 작품도 선보여진다. 또 전시는 생물 다양성과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쉽게 표현해 관람객에게 예술적 경험을 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시장 내부를 구경하며 찍은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기후 변화와 생태계 보전에 대한 인식을 전한다.⋯ 유료(성인, 청소년 1만 원 / 어린이, 경로 5천 원)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며 휴관일 없이 운영된다. 티켓 예매는 네이버와 인터파크에서 가능하며, 자세한 문의는 전화(02/736-4371/ 063-270-8000)로 가능하다.
고명구춤익재(대표 고명구)이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춤을 잇다 '팔무뎐' 무대를 5일 오후 7시30분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소공연장에서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전북특별자치도에서 무형유산으로 지정받은 6종목의 춤과 향토문화재로 지정된 2종목의 춤을 실연하는 자리로 도내에서는 처음 펼쳐지는 무대이다. 무대에는 조갑녀 민살풀이춤을 전수받은 정명희 조갑녀전통춤보존회 대표를 비롯해 금파-김무철로 전승된 한량무를 이수한 애미킴, 전라삼현승무 이수자 김지춘, 수건춤 이수자 김일환, 군산소화권번 장금도의 살풀이춤 명맥을 잇고 있는 송미숙 등이 오른다. 이외에도 애기무 이수자 배형숙, 호남살풀이춤 이수자 장인숙, 전북특별자치도무형유산으로 지정된 호남산조춤 이수자 장태연의 아름다운 몸짓을 감상할 수 있다. 공연을 기획·연출하는 고명구 대표 "전북에서 무형유산으로 지정받은 6종목의 춤과 향토문화재로 지정되어 활동중인 2종목의 춤 등 총 8작품을 전승받은 이수자들이 실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무형유산의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싶었다"며 "스승의 가르침을 받으며 자부심을 가지고 춤 세계를 지켜나가는 이수자들의 모습을 현장에서 관람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2024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된 이번 공연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전화(010-8643-8921)로 하면 된다.
한국화가 이봉금은 살아가는 것은 언제나 공존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 인생을 살면서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편안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힘듦을 견디는 과정이 ‘공존’의 모습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봉금 개인전 ‘공존(共存)–coexist’이 5일부터 10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 1층에서 열린다. 작가는 장지 특유의 거친 느낌과 종이에 번진 먹의 흔적을 표현하기 위해 이번 전시에서 담묵(淡墨)을 쌓아올리는 적묵(積墨)기법의 작품을 선보인다. 먹이나 물감을 쌓아올려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수십 번을 덧대 이뤄낸 먹과 색의 조화는 전통과 현대의 미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공존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공존’이란 무엇일까 질문했다”며 “내가 만나는 모든 공간과 시간과 사건들을 나 이외의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 그리고 나와 맞지 않는 불편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견뎌내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언제나 공존하는 것”이라며 “먹과 물감을 쌓아올려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수십 번 덧대지는 과정은 어쩌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일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봉금 작가는 전북대학교 미술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2009년부터 총 16번의 개인전을 치렀으며, 조형아트서울과 국제경기안산아트페어 등 다수의 아트페어에도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동안 국제경기안산아트페어 대상, 배동신어등미술대전 특선, 한국미술대상전 우수상 등을 받았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오는 10일까지 덕수궁 덕홍전(서울 중구)에서 ‘무형유산 창의공방 레지던시’ 성과전시회를 연다. ‘무형유산 창의공방 레지던시’는 국립무형유산원이 전통기술의 가치를 확산하고 전승자의 창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입주형 프로그램이다. 공모 심사를 통해 선정된 참가자들은 일정기간 동안 국립무형유산원에 마련된 공방에 입주하여 작품을 기획·제작하며, 올해까지 총 47명의 이수자가 참가해 140여 점의 작품을 창작했다. 10회째를 맞은 올해는 국가무형유산 매듭장 이수자 박선희, 화각장 이수자 이종문,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 소목장 이수자 윤순일까지 총 4명의 전승자가 참가했으며, ‘찬란’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를 통해 각기 다른 기억과 마음을 담아낸 무형유산 작품 12종 24점을 선보인다. 매듭장 박선희 이수자는 순백의 명주실로 짜여진 매듭 조형을 통해 스스로의 내면을 조명한 ‘나(self&ego)’, 다양한 형태의 매듭으로 삶에서 형성되는 여러 관계를 형상화한 ‘너(you&me)’, 개별 자아를 상징하는 7개의 매듭이 갈라지고 통합되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담은 ‘우리(Connection)’를 선보인다. 화각장 이종문 이수자는 온화한 백색과 유려한 곡선의 자태에 각기 다른 용과 봉황이 새겨진 3개의 화병이 화려한 소뿔 각지(角紙)와 어우러져 하나의 화려한 달이 된다는 의미를 보여주는 ‘달(月), 화(華)를 품다, 삼합일화월(三合一華月)’을 제작했다. 단청장 안유진 이수자는 소목을 깎아 만든 구름모양의 틀에 꽃, 나무, 봉황 등 다양한 요소로 장식해 지치고 불안한 마음을 치유해 줄 아름다운 세상을 표현한 ‘우화(雨華)’, 박종영 동적 예술(키네틱 아트) 작가와 협업해 강한 생명력을 지닌 여름과 한 해의 결실을 맺는 가을의 계절감을 담은 ‘단청 순환, 여름’, ‘단청 순환, 가을’을 공개한다. 소목장 윤순일 이수자는 경복궁 강녕전 월대와 지붕의 특징을 전통 소목 기법으로 섬세하게 승화해 평상, 좌탁(앉아서 쓰는 책상), 긴 형태의 이동식 전등(장스탠드)으로 제작한 ‘안녕(安寧)’, ‘안정(安靜)’, ‘안온(安穩)’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전시 기간 중 토·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만 13세 이하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화각장의 소뿔과 단청장의 문양을 활용한 소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무료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되며, 현장접수로 참가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행정안전부( 이하 행안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공진원)과 함께 오는 18일부터 28일까지 주민등록증의 새로운 디자인 기획안 공모를 시작으로 주민등록증 디자인 공모를 진행한다. 이번 기획안 공모와 함께 ‘국민 아이디어’도 공모해 주민등록증 디자인 개선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 ‘주민등록증 디자인 공모’는 1단계 기획안, 2단계 디자인 공모로 진행한다. 1단계 공모에서는 주민등록증 디자인 기획 제안과 참가자의 주요 실적을 바탕으로 심사해 6인(팀) 내외를 선정한다. 6인(팀)에는 2단계 디자인 공모 참여를 위한 보상비 각 3백만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공모에는 대한민국 국적의 개인 디자이너 또는 그래픽, 서체, 색채 등의 각 분야 전문가가 공동의 팀을 이뤄 참여할 수 있다. 내년 상반기에 진행하는 2단계 디자인 공모에서는 1단계 공모를 통해 선정한 6인(팀)이 참여한 가운데 디자인 작품 심사와 발표 심사를 거쳐 최종 1인(팀)을 선정할 계획이다. 최종 선정 1인(팀)은 주민등록증 새 디자인 개발에 참여하게 된다.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국민 아이디어’ 공모에서는 새로운 주민등록증에 대해 제안하면 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국민 의견은 향후 디자인 개발에 반영해 새로운 주민등록증의 활용성을 높일 예정이다. 디자인 기획안 공모는 공공디자인 종합정보시스템에서, 국민 아이디어 공모는 소통24에서 접수한다. 공모 관련 세부 사항은 공공디자인 종합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2025년 한글서예 국가무형유산 종목 지정 촉구를 위한 서명 운동에 돌입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서명운동은 한글서예가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에 지정되도록 힘을 모으기 위해 마련됐으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다음 달 말까지 온-오프라인(On-off line)으로 실시한다. 조직위는 비엔날레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과 각종 전시행사를 통한 오프라인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며, 서명한 명부는 국가유산청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조직위원회는 지난 2022년부터 한글서예를 국가무형유산 종목으로 지정하기 위한 탄탄한 밑그림을 그려왔다. 학술연구용역과 학술대회를 거쳐 이를 준비를 진행했고, 이를 토대로 지난 5월 한글서예 국가무형문화유산 종목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또 조직위 자체적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전문가 의견 수렴은 물론 국가교육위원회를 방문하여 자문을 구하는 등 종목 지정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었다. 아울러 우선 도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 확산을 위해 이달 초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개최되는 ‘2024 기념공모전’과 ‘학생서예공모전’에도 명부를 비치해 오프라인 서명운동도 병행할 예정이다. 송하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은 “한글서예가 국가무형유산 종목에 지정되면, 우리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보존되고, 후손들도 한글서예의 우수성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한국 서예 발전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서명운동에 국민께서 많이 동참해 주셔서 한글서예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는데 온 힘을 보태달라”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월 국가유산청에서 국가무형유산 신규 지정 8개 종목(선화, 매기사냥, 울산쇠부리소리, 한글서예, 가야진용신제, 사찰음식, 소싸움, 태권도) 중 한글서예가 조사대상에 선정된 바 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고전문학은 오랜 세월 동안 전해져 오며 수용자에게 지혜와 영감을 주며, 인간의 본성과 삶의 진리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제공한다. 그중 인간의 고뇌와 갈등, 야망과 탐심 등이 뛰어난 시적인 언어들로 잘 표현하며, 시대를 뛰어넘는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한 이야기를 소재로 만들어진 오페라 공연이 열렸다. 호남오페라단은 지난 2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오텔로’의 2번째 무대를 공연했다. 지난 1일부터 진행된 이번 공연은 호남오페라단의 제53회 정기공연임과 동시에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축하하고, 전주 시민의 고급문화 향유를 위해 마련됐다. 이번에 공연된 작품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오셀로>를 소재로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로, 1887년 초연돼 140여 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고있는 작품이다. 특히 이번 공연의 지휘자에는 이탈리아 전문 오페라 지휘자 클라우디오 마리아 미켈리가 초청돼, 이탈리아 오페라의 자존심이라고도 불리는 이번 작품의 진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줬다. 공연은 키프로스 근처에 침입한 터키 함대를 무찌르고 총독 오텔로가 섬에 도착하는 장면인 ‘제1막/ 바다 쪽으로 난 키프로스 섬의 정체’로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 합창단의 조화로운 하모니로 막을 올렸다. 총 4막으로 구성돼 2시간 20분가량 진행된 무대는 오텔로 장군의 열등감과 이아고의 악랄함, 데스데모나의 결백 등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을 충실히 드러내며 휘몰아치듯 전개됐다. 객원 성악가들이 올랐던 공연 첫날과 달리 호남오페라단원들만이 출연한 이날 공연은 드라마틱한 관현악과 극적이고 감정적인 요소가 강한 아리아와 중창 등을 통해 객석의 분위기를 주도 했다. 또 이번 공연에서 특별히 눈길을 끈 요소는 1막에서부터 4막까지 전개되는 이야기에 맞춰 팔색조처럼 전환되는 ‘무대 연출’이었다. 실제 이날 무대에는 조명과 영상이 활용돼 3명의 주요 등장인물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했으며, 극의 흐름에 따라 변경되는 장소 역시 세심히 구현돼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원어로 진행된 작품 공연 속 이탈리아 원어를 한국어로 번역해 주는 과정, 극의 흐름과 자막이 맞지 않는 상황이 연출돼, 관객에게 혼란을 안겨줘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날 공연장을 방문한 이수현 (33·송천동)씨는 “지역에서 보기 드문 오페라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라 해서 공연장을 찾았다. 무대 연출과 구성부터 배우 간의 합, 오케스트라의 연주 등 모두 훌륭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람했다”며 “하지만 무대 첫날도 아닌 두 번째 날인 오늘, 무대와 자막이 맞지 않는 등의 소소한 실수가 종종 눈에 띄어 아쉬웠다”고 감상 소감을 밝혔다.
이발소가 사라집니다. 남자는 이발소 여자는 미장원, 엄연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꼬맹이 적 엄마 손에 끌려가던 미장원을 사내들이 제 발로 찾아듭니다. 그래요, 지금은 미장원이 아니라 ‘현대 헤어아트’, ‘미래 헤어디자이너 샵’이더군요. 이발소엔 빨갛고 파랗고 흰, 삼색 등이 뱅뱅 돌아가지요. 16세기 프랑스 어느 이발소에서 시작되었다던가요. 이발사가 외과 의사를 겸했던 당시 동맥, 정맥, 붕대를 상징했답니다. 이웃집 바리캉을 빌려 쓰던 까까머리 시절, 오래 기름칠을 안 했던 거겠지요. 숫제 머리털이 뽑혔지요. 어쩌다 명절 때 큰맘 잡수신 아버지 덕에 면 소재지 이발소에 간 적 있지요. 진학 못 한 친구가 머리를 감기던 삼거리 이발소, 그랬을 리 만무지만 빨랫비누 칠한 내 머리통을 박박 더 세게 문지르는 것만 같았습니다. 1900년대 생 남자라면 한 페이지쯤 추억이 남아있을 이발소가 영화 뒤로 사라집니다. 이젠 골목 안에나 발길 끊은 손님을 기다리는 나이 지긋한 이발사가 몇 남았을 뿐입니다. 문득, 폴폴 더운 김 나는 수건으로 얼굴을 불리고 수염뿌리까지 밀어주던 면도가 그리워졌지요. 골목 안 이발소 문을 밀었습니다. 옛날 그 냄새가 아니었습니다. 살구 비누 냄새도 면도 거품 냄새도 연탄난로 냄새도 없었습니다. 쓱 쓱 가죽 띠에 문지른 시퍼런 면도날이 갑자기 무서워졌습니다.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서 송창식이 부르던 ‘왜 불러’, 경찰의 장발 단속을 피해 도망치던 청춘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습니다. 잡히지 않고 점점 멀어졌습니다.
김제시 광활면 용평마을에서 발아한 새싹 작가들의 네 번째 전시 김제에서 열리고 있다. 시골 노인정에 모여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던 20여 명의 어르신이 가랑비에 옷 젖듯 예술의 매력에 빠져, 어엿한 작가로 변신해 대중을 찾은 것이다. 예비사회적기업 이랑고랑(이하 이랑고랑)은 12월 31일까지 김제에 소재한 카페 ‘태랑 1918(김제시 요촌동 두월로 225)’에서 ‘어머니 같이 행복한 사람이 없다고 해’전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평균나이 87세를 기록하는 곽귀선·김덕례·김숙자·김정순·김종수·노완진·라순애·박안나·박양순·박점순·이금순·이선례·이영숙·임순랑·임화순·전지숙·조곤순 작가와 이랑고랑이 함께 만들어낸 이야기다. 새싹 작가들이 참여한 전시에서는 지난 4년 동안 이랑고랑이 문화예술 불모지에서 발굴해 낸 17인 작가의 약 30점의 회화 작품과 함께 평범했던 시골 할머니들이 모델로 나선 화보와 그 과정이 담긴 3편의 영상 작품을 통해 ‘희망’과 ‘가능성’을 전한다. 집 앞 마당에서 바라본 꽃과 풍경, 사랑하는 가족들, 젊은 시절에 대한 추억 등을 투박한 붓질과 정감 있는 언어로 표현해 보는 이에게 웃음을 짓게 한다. 또 매일 입던 꽃무늬 티셔츠와 일 바지가 아닌 검정 드레스와 화려한 메이크업으로 변신해 예술의 무궁무진함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장에는 전시 작품과 함께 이들의 작가 노트도 만나 볼 수 있어 인상 깊다. 지금껏 작가 노트를 작성해 보지 않았던 탓에 이들의 노트는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지만. 허례허식 없이 짧고 굵게 작품에 대해 직관적으로 설명해 준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황유진 이랑고랑 대표는 “기존의 작가들도 작가로서의 본인을 홍보하는 기회가 적은 현재, 아마추어 작가는 대중 앞에 설 기회가 더욱 적다”며 “80세가 넘어서 시작한 예술활동으로도 대중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도 광활면 용평마을 할머니와 재밌게 놀며, 어르신들이 품은 예술에 대한 꿈을 더욱 응원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전시는 이랑고랑이 주최·주관하고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지원하는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열리게 됐다.
매드김(김성빈) 작가가 9일부터 17일까지 명산여관(전주시 덕진구 신기1길10-4)에서 개인전 ‘바리바리’를 개최한다. 명산여관은 1980년대 지어진 공간으로, 지난 10월부터 정강 작가의 기획전 ‘###: 머물다-가기’를 선보였다. 이후 두 번째 전시로 매드김 개인전 ‘바리바리’를 전시회를 연다. 작가는 급격한 문명으로 인하여 만발 자체를 넘어서 남발하는 시대의 심각성을 조명한다. 남발로 가득한 풍경 속에서 현대인들의 고유성은 보편화되고, 정적이 흐르는 순간 허무함과 허망함이 거대한 존재로 자리하고 있음을 캔버스 위 색채와 질감으로 드러낸다. 매드김 작가는 “전시에서는 인간의 부정되어지는 감정들을 명산 여관에서 표현하고자 한다”며 “불편한 자아 속에서도 언젠간 나를 증명하고, 자신을 부정하는 그런 ‘바리’임을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향유 갤러리 ‘Hard Boild, Hard Mad’ 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단체전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 사용자 공유공간 PlanC에서 개인전 ‘일장춘몽’ , 서학동 사진 미술관에서 ‘태-몽(殆-夢) 시대의, 태몽(太夢) 꾸기’ 단체전 등에 참여한 바 있다.
지역 공연계를 끌어 나갈 공연예술단체들이 11월 한 달 동안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이며 도민들의 감수성을 높인다. 전주문화재단은 오는 3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팔복예술공장과 전주한벽문화관을 무대로 ‘2024 전주 공연예술페스타’를 개최한다. 이번 페스타는 ‘(재)전주문화재단 공연예술지원’ 사업의 선정작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이기 위해 기획돼, 음악·무용·연극 등 다양하면서도 개성 뚜렷한 작품들이 관객을 찾아간다. 창작 초연 부문에 선정된 1개 단체와 우수레퍼토리 부문에 선정된 4개 단체의 공연이 오른다. 창작 초연 선정작 임은주 현대무용단 Dance Project of Lim의 ’자라나라’는 예술가이자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창작자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질문에서 출발한 창작무용 작품이다. 공연은 오는 3일 오후 4시, 팔복예술공장의 이팝나무홀에서 펼쳐진다. 우수레퍼토리 부문 선정작 ‘소용돌이’도 팔복예술공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제40회 전북연극제에서 우수연기상을 받은 극단 마진가의 ‘소용돌이’는 한층 보완된 내용으로 무대를 채운다. 오는 10일 오후 4시, 팔복예술공장 이팝나무홀. 오는 20일 오후 7시 30분 전주한벽문화관에서는 공연예술창자소 극단 데미샘이 선보이는 ‘새로운 우주의 가로보행’이 공연된다. 1930년대 경성, 현실에 부딪혀 꿈을 포기할 뻔한 주인공이 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지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단체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오케스트라 PAN도 이번 페스타에 참여해 ‘최명훈의 밤’을 선보인다. 최명훈 작곡가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곡들로 채워진 이번 공연은 오는 28일 오후 7시 30분 전주한벽문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페스타의 마지막을 장식할 작품은 서로 아트컴퍼니의 ‘KNOCK’이라는 작품으로 서로를 감싸고 이해하게 되는 소통의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를 무용으로 선보인다. 공연은 12월 5일 오후 7시 30분 전주한벽문화관. 2024 전주 공연예술페스타의 공연은 전 좌석 2만 원이며, 이 밖의 자세한 사항은 전주문화재단 누리집을 참고하거나 전주문화재단 문예 진흥팀(063-211-9277)으로 문의하면 된다.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사람, 사건, 책이 있습니다. 대학생 때 세를 살았던 서완산동 언덕집은 오가는 골목길이 퍽 좁았습니다. 새마을 사업 때 길을 낸, 리어카 한 대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은 실골목이었으나 제법 많은 행인이 오갔습니다. 효자동과 중화산동을 연결하는 지름길인지라 이른 새벽에는 막노동하시는 분들이, 다음에는 학생들이, 밤중에는 막걸리에 취한 행인들이 흥얼거리며 왕래했었습니다. 한번은 그 골목길에 할머니 한 분이 쓰러져 계셨습니다. 쓰러진 사람을 뛰어넘어 등교할 수는 없고 곁에 앉아 이유를 물으니 ‘너무 어지러워 걷지를 못하겠다’는 겁니다. 언덕 너머에 있는 인력사무소를 통해 조적‘메지’일을 다니시는데 오늘은 갈 수가 없겠다고 하십니다. 당신 인생 같은 좁은 골목길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고 서러운 말씀을 하십니다. 사시는 곳은 삼천동. 소주병과 담배꽁초가 너저분한 자취방에 모실 수 없어 부축해 큰길로 나왔습니다. 주머니를 뒤지니 학생 식당 식권 몇 장과 현금 4.000원이 전부였습니다. 택시 잡아 뒷자리에 모시고 기사님께 현금 전부를 드리며 댁까지 모셔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여유가 있으시면 들어가시는 모습을 지켜달라 말씀드렸습니다. 기사님이 염려 말라고 그러겠노라고 눈을, 고개를, 곰처럼 끄덕였습니다. 출발하기 직전 할머니께서 창문 너머의 저를 지긋이 바라보셨습니다. 그 찰나에 참 많은 말들이 오고 갔습니다. 압니다. 제가 지금 이렇게 고기반찬을 먹고, 자가용을 타고, 두 아이를 키우고, 따뜻한 방에 누워 시집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때의 그 공덕 때문임을 압니다. 할머니의 눈빛, 그 간절한 축원으로 저와 우리 식구들이 살아올 수 있었음을 압니다. 「초승달과 밤배」란 책도 그랬습니다. 예민한 사람으로 태어나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술주정을 겪는 사춘기 소년을 위로해 준 책. 자칫 더 그르칠 뻔했던 심성과 인생을 바로잡아 준 책이 초승달과 밤배입니다. 저를 글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준 책 한 권을 고르라면 저는 또「초승달과 밤배」를 고르겠습니다. 훗날, 아내가 ‘이제 마지막 책을 써야지’라고 권하면 저는 그때야 비로소「초승달과 밤배」를 쓰겠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삼신할매인지도 모를 그 할머니의 시간을 초월한, 미리 준 선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통해 정채봉 선생님을 알았고 그래서 읽었던‘숨 쉬는 돌’, ‘오세암’ 등은 제 안에 글을 쓰게 하는 슬픔 같은 것, 그리움 같은 것을 심어주었습니다. 나머지 서평은 그 정채봉 선생님의 서문으로 갈음하겠습니다. ‘(사춘기) 떡잎을 제치고 나타난 본잎에는 악성이 깃드는 것일까. 부단한 외부와 내면의 충동은 자신을 혼란케 한다. 작은 것을 원하던 꿈이 거대한 것으로 바뀌기도 하고, 목적지 없는 방황에 흐르기도 하며, 심지어 까닭 없는 분노에 시달리기도 하는 것이 이때이다. 난나의 방황과 반항은 청춘의 영원한 명세서이기도 하다. 이 세례를 받음으로써 비로소 인생 여정을 다스려 나갈 힘을 얻게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간밤을 설치고/ 달려왔다/ 산수유 노란 물결 따라 달려온/ 구례 화엄사/ 절 마당 가로질러/ 대웅전 앞 돌계단을 올라서니/ 각황전 곁에/ 삼백 년 예불로 키운/ 홍매화 한 그루/ 그 향기/ 도량에 가득하다/ 활활/ 타오르는 저 불꽃 찾아/ 전국/ 여기저기서 날아든 불나비들의/ 야단법석/ 그 속에/ 나도 풍덩 빠져버렸다.”(시 ‘화엄사 홍매화’ 전문) 류인명 시인이 네 번째 시집 <화엄사 홍매화>(신아출판사)를 발간했다. 책은 총 다섯 부로 구성돼, 연기적 세계관과 철학적 담론의 메시지를 전하는 65편의 신작 시로 채워졌다. 시집 속 작품은 쉽게 읽히는 등 난해하지 않고, 간명하다. 동시에 근원적 불안을 지닌 고독한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위안을 전한다. 김광원 시인은 평설을 통해 “시인의 시를 감상하게 되면, 그의 시 창작 과정은 결국 자신의 천명을 발견해, 실천하고 그 도의 세계를 익혀나가는 긴 수련의 과정이었음을 알게 된다”며 “긴 과정을 거쳐 마침내 네 번째 시집을 상재하는 류인명 시인께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계속 주옥같은 시들을 굴리어 내길 축원한다“고 말했다. 류 시인은 부안 출신으로 1998년 전북경찰청에서 정년퇴임 후 2006년 <한국 시>로 등단했다. 현재 그는 전북문인협회와 전북시인협회 이사, 온글문학 운영위원장, 표현문학·미당문학·전북불교문학·전주문인협회·부안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시집으로는 <바람의 길>, <둥지에 부는 바람>, <바람 한 점 손에 쥐고> 등이 있다.
등단·비등단 작품 구분 없이 좋은 작품이면 실릴 수 있는 문학전문지 <저널문학가 동행>(수정샘물)의 4호가 새롭게 나왔다. 총 400여 페이지 이상으로 구성된 문학전문지에는 포토시조·포토시·포토에세이·포토픽션 등 세상에 처음 태어난 장르를 비롯해 일반 시, 소설, 수필 등의 작품이 실렸다. 많은 작품이 실린 만큼 작품을 창작해 낸 작가들의 연령대 역시 20대부터 80대까지 고루 분포됐다.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감으로 책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이 있는 풍경-특집’에서는 20명의 수정샘물문학회 회원의 작품을 다룬다. 이번 초대석에서는 류선희 시인의 ‘바람의 비가(悲歌)’, ‘조율하기’와 장현숙 시인의 ‘수박은 여름’이라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어지는 ‘수정샘물문학회 수상작’ 소개 코너에서는 시·수필·포토시·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작가 엄세원·강기영·황민자·이연옥·김정량·박경화·허춘자 등 7인의 작품과 함께 심사평도 만나볼 수 있다. ‘재외 작가 코너’에서는 포토에세이로 밴쿠버의 풍경을 전하는 노순자 작가, 35년 이민 생활에도 식지 않는 모국어 열정을 보여주는 조예인 작가의 단편 소설, 낯선 캐나다 땅에 새로이 발을 붙인 민정희 작가의 수필이 연재돼 있다. ‘유년의 명작노트’ 코너에는 이연옥 작가와 정희정 작가의 글을 다룬다. 책의 마지막은 ‘저널문학가 동행 신인상’의 영예를 안게 된 작가 8인의 수상작과 수상소감 등을 소개하며, 작가로서 첫발을 내딛는 수상자들의 수줍음과 설렘을 그대로 담아냈다. 문학전문지 동행 운영위원회는 편집 후기를 통해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내기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책을 마주할 독자들을 생각하면 설레는 마음이 가득하다”라며 “해마다 발전해 갈 ‘저널문학가 동행’을 앞으로도 지켜봐 주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김용택 시인(76)이 약 5년 만에 에세이 <아침산책>(나남)을 펴냈다. 모든 귀중한 것이 그러하듯 시인의 글을 읽기 위해서는 잠시 기다림이 필요했다. 침묵 끝에 세상에 나온 에세이 <아침산책>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순환하는 사계절이 담겨 있다. 무료한 시골의 시간을 아름다운 풍경화로 표현한 글에는 정겨운 이웃들의 모습과 자연에 대한 애정, 삶에 대한 통찰이 어우러져 반짝인다. “지금 네가 괴로운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곳을 향해 지금 당장 한 발을 내디뎌 보라. 내일은 두 발이 될 것이고 모레는 세 발을 가고 싶고 그다음은 나도 몰래 서른 발을 떼고 있을 것이다(…중략…)어떤 시작이든 시작은 언제나 늦지 않다”(236쪽)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따뜻한 사유는 에세이집 전체에 번뜩인다. 봄날 홍매화로 물든 순천의 풍경 얘기나 자신이 한 일로만 글을 쓰겠다는 시인의 다짐, 콩 심은 밭을 쪼아대는 비둘기와 실랑이하는 마을 이웃 종길 아재의 모습, 아내와의 일상 등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얻은 사유와 지혜는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특히 김훈, 이문재, 김사인 등 동료 문인들과의 인연을 담긴 글도 읽는 맛이 있다. “김훈은 우리 마을에 처음 온 기자다(…중략…) 집이 눈 속에 갇혔다 (…중략…) 깊고 추운 밤이었다. 눈떠 보니 김훈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자고 있었다. 외풍이 심했을 거다. (…중략…) 그가 <문화일보>인지 <시사저널>인지, 근무할 때다. 김훈은 어디에 있나 두리번거리는데, 저쪽 끝에 웬 근사한 사내가 커다란 파이프를 물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가만 보니 그였다. 엄청 멋있었다.”(200~201쪽) 시인은 1982년 섬진강을 담은 시로 등단, 시를 쓰며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쳤다. 덕치초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직했으며 지금도 그곳에 살며 강을 걷고 시를 쓴다. 시집 <섬진강>,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 <모두가 첫날처럼>,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등이 있다. 김용택 에세이 <아침산책> 출간을 기념해 오는 11월 13일 오후 7시 전주한옥마을 공간 봄에서 북토크가 열린다. 이번 북토크는 스승과 제자로 만나 이제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후배 문인 하기정 시인과 대담 형식으로 꾸며진다.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며 오랜 시간 따뜻한 언어로 세상을 이야기 해 온 만큼, 이번 북토크에서도 시인만의 따스한 삶과 문학세계에 관한 이야기 등을 나눌 예정이다. 북토크는 사회적기업 마당이 주최·주관하며 3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참가비는 2만 원이다. 행사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사회적기업 마당 기획팀(063-273-4823)으로 하면 된다.
호소력 짙은 어휘를 구사하는 박미혜 시인이 시집 <꽃잎에 편지를 쓰다>(인간과문학사)를 출간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유려한 글솜씨로 감정의 진폭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봉우리가 언제 피었는지/겨울 빈 가지만 추위에 떨고 있다가/어느새 꽃이 만발했다//돌이켜 보면/내면에서부터 피어오른/소복 입은 아낙네 치맛자락이다//하늘을 향해 손을 저어 팔랑거리는/한 송이로 핀/내 어머니 얼굴이다//해질 무렵/내 신장보다/높은 곳에서 내 인생을 묻는/목련꽃이여/마음을 슬프게 하는 아련한/눈빛 안에/하늘 육신의 순백이다//”(‘목련’ 전문) 시인은 시 말미에 목련의 꽃말을 떠올릴 수 있는 문장을 배치하여 ‘어머니=고귀함’을 연상시킨다. 오랜 세월 자식을 위해 헌신한 ‘고귀하고 숭고한 정신’을 표현한 것이다. 호병탁 문학평론가는 평설을 통해 “시인은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숨김없이 토로한다”며 “문학작품이 발휘하는 지속적 호소력의 원천 중 하나인 ‘진실의 제시’ 기능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운 관념적‧추상적 언어를 사용해 난해함을 야기하지 않는다. 투박하지만 절실한 정감을 독자들에게 토로하여 감정의 진폭을 살려내는 특징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전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2018년 월간 <한맥문학> 11월호에 시 ‘십일월의 어머니’ ‘그 눈빛’ 외 3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등단 후 전북문단, 전북펜문학, 신문학 등에 꾸준히 시를 발표하면서 다양한 시적 실험을 통해 독창성을 확보해가고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 한국문인협회 전주지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내년 전주세계소리축제 무대에 소리축제와 국립극장 합작인 창극 '심청'이 오를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이를 두고 지역 문화예술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29일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소리축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두 단체는 업무협약을 맺고 창극의 세계화를 위해 ‘심청’을 공동 제작하기로 했다. 예산은 국립극단 6억 원, 소리축제 4억 원 등 총 10억 원이다. 이번 심청은 전통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국악관현악과 서양관현악, 오페라 요소 등을 다양하게 접목시킬 구상이다. 기존 창극과는 색다른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작품 연출은 독일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오페라 연출가 요나 김이 나서며, 무대 디자인 역시 독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창극 사상 최대의 예산이 투입되는 '심청' 프로젝트를 두고 지역 예술인의 민심은 엇갈렸다. 소리축제와 국립극장 협업 소식에 지역 문화 발전을 기대하는 목소리와 전북이 가진 문화적 소재 배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충돌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같은 해 5월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창극단 역시 정기 공연으로 ‘심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 A 씨는 “20년 이상의 역사성을 지닌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국립극장과 함께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지역 주민들에게 국립극장의 고품질 공연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문화적 경험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예술인 B 씨는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전북자치도의 예산으로 개최되는 엄연한 지자체의 축제”라며 “국립극단과의 협업은 좋지만, 연출진부터 단원들까지 외부 인력이 오를 이번 프로젝트에 도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이 사용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 ‘소리축제와 지역 소속 예술단과의 또 다른 협업’에 대한 제언도 들어볼 수 있었다. 예술인 C 씨는 “연출과 무대디자이너 등이 정해질 정도면, 프로젝트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일 것”이라며 “지역 소외를 주장할 것만이 아닌 소리축제의 폐막작 등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를 도내 예술단과 협업해 만들어내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부단체와의 협업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가 이뤄진다면, 소리 축제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가 될 것”이라며 “이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현재는 냉정히 지켜볼 때, 평가는 내년 소리축제가 시작되고 난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여성국극을 활용한 드라마 정년이가 화제를 모으면서 전북의 여성국극도 재조명 받고 있다. 국극은 소리‧무용‧연기가 한데 어우러진 오늘날 뮤지컬과 비슷한 장르로, 소리의 고장 전북에서도 여성 국극이 활발했었다. 다만 TV‧영화매체 등장으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됐고 2000년대 들어서는 간신히 명맥만 잇고 있다. △창극의 변형양식 ‘여성국극’ 여성국극은 1948년 여성 소리꾼 30명이 남성 중심의 국악계에 반발해 여성국악동호회를 결성하면서 태동했다. 기존의 창극이 소리 중심의 공연 양식에 머물던 것과 달리, 여성국극은 소리와 춤, 그리고 연기가 곁들어진 공연예술로 확장하며 다양한 레퍼토리를 보여줬다. 판소리를 토대로 하되 대중적인 음악과 화려한 의상, 무대장치 등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여성국극 배우는 여성 역할은 물론 남성 역할까지 맡아 자유롭게 애정표현을 하고, 대중성을 바탕으로 공연을 선보여 팬덤 문화를 만들어냈다. △홍성덕‧이소자…전북에서 여성국극 화려한 부활 꿈꾸다 1960년대부터 영화의 흥행과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여성국극은 급격히 쇠퇴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재기의 움직임이 시도됐고, 1980년대 말 이옥천, 홍성덕 선생 등이 중심이 되어 전통 국극의 부흥에 힘썼다. 부안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소리꾼으로 자란 홍성덕 선생은 판소리 명창으로 시작해 여성국극의 부흥을 이끈 인물. 국악의 발전과 국악인의 처우 개선에 힘쓰며 오직 ‘국악’에만 열중했다. 1993년부터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를 조직해 매년 한 편 이상의 여성국극 작품을 올리며 부활 신호탄을 쏘고 있다. 여성국극 전성기 시절을 이끌었던 이소자 선생도 ‘여성국극’의 온전한 부활을 꿈꾸며 지난 2013년 남원에 햇님여성국극보존회를 설립했다. 남원과 특별한 연고는 없었지만, 전 재산을 여성국극 기금으로 내놓으며 남원을 여성국극을 살려내는 터전으로 만들고자 했다. △국악계 전체 긍정적 영향력 기대 1987년도부터 여성국극 부활에 헌신하며 매년 1편씩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홍성덕 명창은 29일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 ‘소리의 고장’ 전북에서 여성국극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지역에서 여성국극을 선보일 무대 자체가 없다보니 주로 서울‧수도권에서밖에 공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홍 명창은 “드라마 흥행으로 여성국극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생겨 무척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무작정 활성화하려기보다는 정말 멋있는 소리와 춤을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정년이 흥행으로 국극뿐 아니라 국악계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이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영대 전북도립국악원장은 “드라마로서는 처음으로 국극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주목받고 있는데, 결국 국극은 창극보다 관객친화적인 장르”라며 “우리소리와 우리 극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수 있도록 창극을 중심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열적인 색채로 바다와 꽃을 표현하는 문인화가 임경주의 첫 개인전이 29일부터 청목미술관에서 열린다. 그의 작품은 대상에 대한 감흥을 간결하면서도 생동감 넘치게 표현한다는 특징이 있다. 자신의 시각과 정신으로 자연을 재해석해 자유롭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내면의 세계를 화폭에 담았다. 그렇게 완성한 20점의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임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수채화를 접하고 먹물에 매료되어 문인화도 접하게 됐다”며 “손끝의 작품들이 모아졌음을 보고, 세상에 빛을 본다면 어떨까 하는 조심스런 마음으로 선보인다”며 첫 개인전을 열게 된 소감을 밝혔다. 부안에서 태어난 작가는 일본 광도 평화미술대전 초대전, 아시아미술대전 초대전, 한국‧중국‧몽골‧베트남 초대전 등 국내외 다수의 초대전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예술작가협회 회원, 한국예술작가협회 초대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경주 개인전은 오는 11월 3일까지 청목빌딩 2층에 위치한 청목갤러리 전시실에서 진행한다.
제32회 목정문화상수상자로 문학 부문에 김영(66) 시인, 미술 부문에 박종수(77) 화가, 음악 부문에 이명배(57) 국악 지도자 각각 선정됐다. 목정문화재단은 28일 제32회 목정문화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수곤)를 열고 이와 같이 선정했다. 목정문화상은 도민의 문화적 삶과 문화 욕구 충족을 위해 고(故) 목정 김광수 선생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목정문화재단이 제정한 상이다. 도내 향토문화 진흥을 위해 공헌한 문화예술인 또는 단체를 찾아 시상하고 있다. 재단은 1993년부터 매년 문학, 미술, 음악 등 3개 부문에 걸쳐 현재까지 총 87명에게 부문별 1000만 원씩의 창작지원금을 시상했으며, 제30회 목정문화상부터 부문별 수상자에게 창작지원금을 2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해 지원하고 있다. 문학 부문 수상자인 김영 시인은 1995년 <자유문학>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해, 그의 모교인 만경여자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명예퇴직했다. 문단 경력으로는 전북문인협회장과 전북문학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석정문학회 회장과 한국문협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미술 부문 수상자인 박종수 화가는 왕성한 창작활동으로 작품 발표와 함께 창작 열정을 보여주며,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등 전북 미술의 기틀을 다지는 데 힘썼다. 이처럼 예술적 역량은 물론, 수많은 작가를 배출하고 함께 활동하며 지역 예술계에 미친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마지막 음악 부문 수상자인 이명배 국악지도자는 잊혀가는 익산의 유일한 들노래, 익산 삼기농요의 명맥을 잇고자 홀로 외로이 들노래 복원 작업에 청춘을 바치는 등 지역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시상식은 다음 달 22일 오후 4시 전주 더메이호텔 2층 그랜볼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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