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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퇴직후 재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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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제지회사 25년 경력의 ‘펄프맨’ 만수(이병헌)는 회사로부터 돌연 해고통보를 받는다. 모가지가 잘려 나가는 듯한 충격에 괴로워하던 만수는 “나는 가장이다. 나는 가족들 입에 밥을 넣어주기 위해 석달 안에 재취업에 성공하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1년 넘게 마트에서 일하며 면접장을 전전하고, 급기야 어렵게 장만한 집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무작정 다른 제지회사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정하지만 쫓겨난다. 그러자 만수는 결심한다. “나를 위한 자리가 없다면, 내가 만들어서라도 취업에 성공하겠다.” 만수는 제지회사 재취업에 걸림돌이 되는 3명을 차례로 살해한다. 제8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초청작인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의 내용이다. 살인하는 내용이 끔찍하지만 재취업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보여준다.

실제로 재취업은 쉽지 않다. 재취업을 한다 해도 일자리의 질이 낮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두 달 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2023년 기준 37.3%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3.6%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가데이터처(통계청)에 의하면 장래 근로를 원하는 고령층의 근로연령은 73.4세며 고령층 가운데 69.4%가 계속 일하고자 했다. 또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65세 이상 임금근로자 중 61.2%가 비정규직이고 절반가량(49.4%)은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일했다. 70세 이상의 경우는 60.5%가 청소, 경비, 주차, 주방, 요양보호사 등 단순노무직이었다. 사실 좋은 일자리로 꼽는 관리·사무직 자리는 거의 없다. 있다면 공무원·공기업의 고위 퇴직자들, 아니면 정치인이나 단체장 선거캠프 출신들이 독차지한다. 전관예우나 기업의 로비에 필요해서다.

노인들이 일하는 이유는 노후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다. 고령층의 54,4%가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 일한다는 답변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왜 그럴까. 빈곤율이 높고 노후 소득보장을 위한 공적연금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0.4%(2020년)로 OECD 평균 14.2%의 3배에 가깝다. 또 2025년 기준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68만원으로 1인 가구 월 최저생계비 143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노후에 일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경제적 도움뿐 아니라 고독이 자라나지 못하게 하고 소외와 우울감을 극복하게 해준다. 부부 사이에도 공간을 확보해줘 금실을 좋게 한다. 이제 퇴직 후에도 그 기간만큼 살아야 하는 시대다. 일본에서는 평생현역을 지향하고 우리나라도 노파이어족(영원히 은퇴하지 않는 사람) 시대다. 퇴직 전 미리 재취업에 대비해 전문성과 사회적 관계를 돈독히 해두면 도움이 된다.(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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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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