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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문화자산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 안정’으로 재도약 기틀 세워야

축제 사유화와 도지사 측근 임금 특혜, 조직 운영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른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가 최근 신임 조직위원장을 선출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조직을 둘러싼 위기감은 여전하다. 9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직위에서 벌어진 문제의 본질은 25년간 조직을 불안정한 임시기구 형태로 방치해온 구조적 모순과 위기상황에서도 자율성을 이유로 관리·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전북도의 방관에 있다는 지적이다. 소리축제는 올해로 26회째를 맞았으나 운영 주체는 여전히 임시조직이라는 불안정한 틀에 갇혀 있다. 보통 조직위는 올림픽처럼 단발성 행사를 위해 꾸려지는 한시적 기구 형태다. 소리축제는 20년 넘게 상설 축제로 운영되다보니 고용 불안과 조직의 연속성 결여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리축제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전북도는 조직이 뿌리를 내릴 시스템은 고민하지 않은 채 매년 당장의 관객수 같은 화려한 성과에만 치중했었다”며 “성과를 쫓느라 뿌리가 썩어가는 줄도 몰랐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축제를 담당하는 구성원들의 이탈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만 축제조직위에서 퇴사한 인원이 부장과 팀장 등 관리자급을 포함해 6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 큰 문제는 관리·감독기관인 전북도의 무책임한 태도다. 도는 이번 조직위원장 인선 과정에서도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웠으나, 현장에서는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조직에 인사검증 책임을 통째로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리자급 인원이 대거 퇴사한 상황에서도 도는 “인사는 조직의 고유권한”이라며 거리를 뒀다. 실제로 이번 인선 과정에서 외부 추천위원이나 조직위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는 따로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쇄신의 대상인 내부 실무진이 차기 조직위원장 후보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응렬 소리축제 사무국장은 “외부 추천위원회를 열거나 조직위원에게 추천을 받아서 인선이 이뤄졌다면 좋았겠지만 상황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소리축제 내부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지는 부분이 있고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조직위원장이 선출된 만큼 축제가 안정화를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탓에 차기 집행위원장 선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베테랑 문화기획자 A씨와 예술경영 및 정책을 연구해온 학계 전문가 B씨, 전통예술의 보존‧전승에 앞장서 온 국악계 중진 인사 C씨 등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으나 인선 작업은 답보 상태다. 조직이 불안정하다는 소문에 후보들이 잇따라 고사하고 있어서다. 조직위는 인력난 속에서도 설 명절 전까지 후보를 확정해 2월 말에는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소리축제가 위기를 넘어 제자리를 되찾으려면 전북도가 축제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계 관계자는 “전북도는 문화적 가치를 지닌 소리축제를 파트너가 아닌 귀찮은 하청업체쯤으로 취급해 왔다”고 꼬집으며 “당장 눈앞의 성과 채우기에 급급한 태도를 버리고 예술가와 함께 성장하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25년간 쌓아온 소중한 문화자산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번 진통이 일회성 질책을 넘어 근본적 체질 개선의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박은 기자

  • 문화일반
  • 박은
  • 2026.02.09 17:22

속도의 시대, 읽고 쓰는 시간을 묻는 공간 ‘익스’

“달면 삼키고, 쓰면 된다.” 인공지능과 영상 콘텐츠가 일상을 점령한 시대, 읽고 쓰는 행위는 점점 삶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긴 문장은 부담이 되고, 사유의 시간은 알림과 스크롤 사이로 밀려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읽고 쓰는 시간’ 자체를 다시 묻는 작은 공간이 전주 인후동의 한 골목 어귀에 문을 열었다. 서점 ‘잘익은 언어들’ 건물 2층에 자리한 ‘공간 익스’다. 이달 초 문을 연 이 공간은 카페나 스터디 공간이 아닌, 읽고 쓰는 행위를 중심에 둔 체류형 공간을 표방한다. 완성된 결과물보다 머무는 시간과 사유의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실험에 가깝다. 공간 익스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서점 ‘잘익은 언어들’과 카페 ‘해류’를 함께 운영해 온 이지선 대표의 문제의식이 있다. 이 대표는 “지역의 작은 서점 특성상 방문객 대부분이 뚜렷한 목적을 갖고 책을 구매하러 온다”며 “책을 산 뒤 곧바로 돌아가기보다, 잠시라도 책을 읽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독서가 사라져가는 시대라는 말이 익숙해졌지만, 읽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하고 싶었다”며 “읽는 것만큼이나 글을 쓰는 행위 역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창의력을 키우는 중요한 활동이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장사성을 앞세우기보다, 읽고 쓰는 삶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서로를 응원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서점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마주하는 익스는 약 20여 평 규모로, 10석 남짓의 좌석이 마련돼 있다. 공간 안에는 창작과 독서에 방해되지 않는 차분한 음악이 흐르고, 이용자를 맞이하는 작은 쟁반과 컵, 짧은 문장의 엽서가 놓여 있다. 의도적으로 단정하게 구성된 공간은 이용자가 스스로 집중의 리듬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이용자는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공간비를 결제한 뒤 음료를 고르고 자리를 정해 머무르면 된다. 노트북을 들고 글을 써도 되고, 책을 읽다 마음에 남는 문장을 필사해도 괜찮다. 스마트폰 사용이 집중을 방해한다면 1층 서점에 잠시 보관을 요청할 수도 있다. 현재 공간 익스는 서점 ‘잘익은 언어들’ 운영 시간에 맞춰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운영되고 있다. 설 연휴 기간에도 설날 당일을 제외하고 문을 열 계획이다. 운영진은 당분간 시범 운영을 이어가며, 이용자들의 체류 방식과 필요에 따라 공간의 운영 방식과 구성 역시 유연하게 조정해 나갈 예정이다. 공간 익스는 읽고 쓰는 행위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둘러싼 관계와 흐름을 확장하는 시도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읽기와 쓰기를 매개로 한 소규모 큐레이션 페어인 ‘문구 페어’와 플리마켓 등을 통해 창작자와 독자가 느슨하게 연결되는 장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읽고 쓰는 삶의 방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다. 도서관이나 카페에서도 독서와 글쓰기는 가능하다. 그러나 익스는 보다 개인적이고 사적인 시간에 방점을 찍는다. 이 대표는 “시장성이나 효율보다, 혼자인 시간을 방해받지 않고 누릴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란다”며 “아직은 실험 단계지만, 읽고 쓰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6.02.08 16:40

시민 삶의 질 높이는 예술⋯전주시립예술단, 2026년 공연 전략은

전주시립예술단이 올 한 해 동안 시민의 일상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공연 운영에 나선다. 공연장 중심의 정기공연에서 벗어나 찾아가는 공연과 연합·상설 공연을 확대해 공공예술단으로서의 역할과 시민 체감도를 동시에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2일 전주시립예술단 운영사업소에 따르면 2026년 전주시립예술단은 연간 총 159회의 공연을 추진한다. 공연은 정기·기획공연 54회, 연합·상설공연 12회, 찾아가는 공연 69회, 기타 외부 협력공연 24회 등으로 구성됐다. 올해 예술단은 공연 형식과 공간을 다변화해 시민 누구나 생활권 안에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술단별로는 시립교향악단과 국악단이 각각 31회, 합창단 30회, 극단 55회의 공연을 선보인다. 교향악단·국악단·합창단·극단이 함께하는 합동공연도 12회 마련돼 장르 간 협업과 예술적 시너지를 도모한다. 주요 기획공연으로는 시립교향악단의 ‘왕의궁원 프로젝트’ 연계공연 ‘영원의 하모니–천년을 넘어’가 오는 3월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유적지와 예술을 결합해 전주의 역사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확장하는 시도로 기대를 모은다. 이어 국악단은 12월 전주시민과 예술인 등 100여 명이 함께 참여하는 ‘다(多)함께 송년음악회’를 통해 시민 참여형 공연을 선보인다. 합창단은 약 15회의 공연일정과 함께 지난해 제작한 전주시 노래 ‘그곳에서’에 활용될 영상 콘텐츠를 제작에 중점적으로 힘쓸 예정이다. 마지막 극단은 보이스피싱 등 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한 공익 단막극을 제작해 공연의 공공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강화한다. 공연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있다. 문화소외시설과 소규모 복지시설, 관내 도서관을 순회하는 찾아가는 공연을 확대하고, 권역별 생활권과 한옥마을 등 일상 공간에서도 맞춤형 공연을 선보인다. 예술단의 거점 장소인 덕진예술회관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공연을 운영하며, 수능을 마친 고3 수험생을 위한 특별기획공연도 마련해 청소년 관객층과의 접점도 넓힌다. 전주시립예술단은 이번 공연계획을 통해 시립예술단이 공연장 안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의 삶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공공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고 있다. 전주시립예술단 관계자는 “예술단별 특색을 살린 공연과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향유의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6.02.02 19:07

전주시, 영상산업 장밋빛 비전 제시…정작 영화제 예산은 제자리

전주시가 문화 향유를 넘어 수익을 창출하는 문화산업 도시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브랜드 가치에 AI(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입혀 미래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영화도시의 핵심 동력인 영화제 예산은 비슷한 수준에 머무는데다, 시설 구축 계획과 달리 전문 인력과 재정 확보 방안은 여전히 안개 속이라는 지적이다. 전주시는 2일 문화체육관광국-문화‧관광 분야 기관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6년 문화정책 비전’을 발표했다. 간담회에는 노은영 전주시 문화체육관광국장과 최락기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용선중 전주관광재단 대표이사, 전주국제영화제 민성욱‧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전주시는 ‘세계를 선도하는 K-컬쳐 산업도시로의 도약’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시가 보유한 영화적 자산에 첨단기술을 입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러나 발표된 비전과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예산은 약 55억원 규모다. 전주시 33억원, 국비 7억원, 전북자치도에서 2억원 등을 지원한다. 나머지 13억원은 영화제가 기업 후원과 사업을 통해 스스로 충당하는 예산이다. 사실상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긴축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영화제도 빠듯한 살림으로 치러내고 있는 상태에서 시가 발표한 청사진이 실제 실행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의견이 나온다. 민성욱 공동집행위원장은 “(예산 부분은) 시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고 있다. 하지만 관광거점도시 예산이 중단됐기 때문에 영화제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영화제는 게스트 초대가 중요한데 해외 게스트를 초청할 때 예산이 없어 자비로 참석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며 “30회를 앞두고 있는 영화제는 완성형에 가깝지만, 예산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따른다”고 덧붙였다. 이에 전주시는 영화‧영상산업 인프라 확충을 통해 문화가 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전주의 미래 먹거리이자 중점 육성 정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전주독립영화의 집 건립, K-Film 제작기반 확충과 함께 AI 기반 VFX(시각특수효과) 후반제작시설 조성 등 영상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주시가 주력하는 VFX 분야가 고가의 장비보다 이를 다룰 전문 인력들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이다. 수도권에 이미 산업 생태계가 구축된 만큼 단순히 공간과 장비만 제공하는 방식의 전략은 뚜렷한 효과를 나타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대해 노은영 국장은 “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VFX 후반제작)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관련 제작사 유치를 위해 업무협약 등을 체결해 나갈 계획”이라며 “전주만의 문화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은 기자

  • 문화일반
  • 박은
  • 2026.02.02 19:07

예산없어 기로연 중단…흔들리는 전주의 뿌리 ‘기령당’

전주의 정신을 지켜온 429년 역사의 기령당이 행정의 무관심과 예산 빈곤 속에 고사 위기에 처했다. 과거 전라감영 관찰사가 부임 직후 가장 먼저 찾을 만큼 영광스러운 역사를 자랑했으나, 현재는 일반 경로당과 다를 바 없는 처우에 그치며 전주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령당은 1597년 창건돼 현존하는 경로시설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곳이다. 단순한 쉼터를 넘어 지역 원로들이 학문과 풍류를 즐기며 지방자치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이처럼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임에도 턱없이 부족한 예산 탓에 노후화된 건물 보수는커녕 최소한의 운영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1일 전주시에 따르면 현재 기령당은 ‘노인복지’ 시설로 분류돼 있다. 이에 따라 지원되는 예산은 연간 약 570만 원의 운영비가 전부다. 400년 넘는 목조건축물의 특성상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지만 건물 유지‧보수나 전통 계승을 위한 별도의 예산은 없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문화재 관련 예산이 따로 책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부족한 예산 탓에 전주의 무형자산인 ‘기로연(耆老宴)’ 행사마저 중단됐다는 점이다. 조선시대 기로소의 전통을 계승해 오랫동안 사회 원로를 예우해 온 전주의 대표적인 행사지만, 불과 1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2017년 이후 8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인력 처우는 더욱 열악하다. 24시간 상주하며 시설을 지키는 관리인의 수당은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월 30만원이 전부다. 사실상 개인의 희생에만 기대고 있어 화재나 도난 등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는 충분하다. ‘전주시 향토문화유산 보호 조례(제23조)’를 보면 필요시 예산의 범위에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원 근거가 명확함에도 전주시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이를 외면하는 것은 명백한 소극행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라 역사적 위상에 걸맞은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상칠 기령당장은 “전라감사가 부임하면 가장 먼저 찾던 곳이 바로 이곳 기령당인데, (전주시가) 역사적 가치를 몰라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는 35명의 당원이 내는 연회비와 찬조금으로 기령당을 운영하고 있다”며 “환경 정비가 시급한데 예산 확보가 어려워 현상만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전주 기령당은 전주시에서 가장 오래된 경로당으로, 본래 활을 쏘던 활터인 군자정(君子亭)으로 알려져 있었다. 1949년 이후에 경로시설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건물의 상량문에는 1844년에 건립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현재는 1920년대 살림집의 건축 특성을 갖춘 정면 5칸, 측면 3칸의 목조 건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문에는 설송 최규상이 쓴 편액이 걸려 있다. 박은 기자

  • 문화일반
  • 박은
  • 2026.02.01 11:31

[안성덕 시인의 ‘풍경’]포장마차

길모퉁이 포장마차가 보입니다. 오늘 처음 나왔을 리는 만무, 내가 너무 밝았었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카바이드 등불이 전등으로 푸른 포장이 투명으로 바뀌었네요. 끼니 놓친 이들의 요기가 되고 하소연할 곳 없는 이들의 푸념을 부추기던, 차수 바꿔도 멀뚱멀뚱한 인생들의 욕받이가 되던 포장마차가 거반 사라졌습니다. 30년 전만 해도 수많은 마차가 변두리 공터나 정류소 옆에, 서부로 도심으로 달려가던 길 멈추고 포장을 둘러쳤지요. 하룻밤 몸을 녹이고 허기를 지우고 더 멀리 가겠다는 다짐이었겠지요. 아니, 아니 실비 같은 인생들 입에 잔 소주에 닭발, 꼼장어, 돼지껍데기……, 한입 넣어주며 맨정신엔 꺼내 놓을 수 없는 사연 들어주겠다는 말이었겠지요. 국수, 우동, 참새구이, 꽁치구이, 닭똥집……, 그 많던 메뉴 다 사라지고 겨우 붕어빵에 꼬치 오뎅으로 이름이나 잇고 있네요. 맨 처음 길 가던 마차를 세우고 포장을 둘러친 이, 찬바람이나 막고 이슬이나 피하려는 것 아니었겠습니다. 끔벅끔벅 올려다본 하늘의 별이 너무 아득해, 깊고 푸른 은하수가 너무 시려서 차마 눈 가려두었겠습니다. 그런데 마차를 몰던 이들과 마차를 기웃거리던 이들 모두 머나먼 서부에 도착했을까요? 금맥을 찾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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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31 08:11

‘국악의 현대화·대중화·세계화’ 국립민속국악원 2026 비전 발표

국립민속국악원은 국악을 기반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공공 전통예술 플랫폼’의 역할을 강화하고, 국악의 현대화·대중화·세계화 흐름을 주도하는 대표 기관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국립민속국악원은 29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6년도 공연 사업계획’을 발표하며, 비전인 ‘국민과 세계가 함께 누리는 국립민속국악원’ 실현을 위한 핵심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민속국악원은 올해 주요 업무 가운데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진 점으로 △공연장 관람환경 개선 공사에 따른 상·하반기 공연 운영 이원화 △‘국악을 국민 속으로’ 공연 확대 △대표창극 ‘춘향’과 기획(기악단) 공연 제작 △접근성이 높은 생활형·맞춤형 프로그램 확대 등을 꼽았다. 민속국악원은 올 하반기(8~12월) 예원당 객석 환경 개선 일정에 맞춰 공연 운영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제작·기획·확산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운영 체계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관람환경 개선은 설계(3~5월)와 공사(8~12월)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관람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상반기에는 예원당 중심의 제작·기획 역량을 집중하고, 하반기에는 지역 현장과 외부 중심으로 확산을 강화해 사업 효율성과 관객 접점을 함께 높인다. 대표 콘텐츠 제작 역량도 한층 강화한다. 대표창극 ‘춘향’을 새롭게 제작해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예원당에서 총 3회 선보인다. 판소리 ‘춘향가’의 핵심 대목을 바탕으로 서사와 음악의 완성도를 높여 동시대 관객과의 공감대를 확장하고, 창극 특성화 기관으로서 대표 레퍼토리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상설·기획공연 운영도 내실 있게 확대한다. ‘광한루원 음악회’(총 16회), ‘K-국악 스테이지’(총 17회), ‘다담’(연 5회), ‘소리 판’(총 6회) 등을 운영하며, 설날·신년 공연과 지역축제 연계 공연, 대외협력 공연도 연중 추진해 공공 공연으로서의 역할과 관객 접점을 넓힌다. ‘국악을 국민 속으로’를 중심으로 지역 공연 확산도 폭넓게 추진한다. 3개 작품, 14회 규모로 운영하며 경기 용인·광명, 경북 예천, 경남 김해, 충북 진천, 전남 영광·완도 등 전국 7개 지역에서 ‘강강숲에 떨어진 달님’, ‘숲속음악대 덩따쿵’, ‘별이와 무지개다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지난해 대표창극 ‘독갑이와 수레노래’는 국립극장 교류 공연을 통해 관객과의 만남을 확대한다. 교육·체험·연구 분야는 국민 체감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내실을 다진다. 청소년·일반인·소외계층을 아우르는 수요자 맞춤형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하고, 공연 성과를 기반으로 아카이빙을 강화한다. 아울러 지역 기관·대학과 연계한 민속음악 연구 자료 축적도 확대한다. 전시·체험 콘텐츠 역시 운영 품질을 고도화해 공공 문화서비스의 접근성과 만족도를 함께 높일 방침이다. 국제 교류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오는 7월 일본 오사카와 오키나와에서 각각 1회 공연을 열어 현지 관객과의 접점을 넓힌다. 중국과의 교류는 양국 정상 간 문화 교류 확대 기조에 맞춰 중국 중앙정부 및 문화예술협력기관과 협의를 이어가며, 전통예술 분야 공연·포럼 등 교류 과제의 추진 방향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김중현 국립민속국악원장은 “올해 국립민속국악원은 전통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관객과 시대가 공감하는 방식으로 확장해 ‘국민과 세계가 함께 누리는’ 국악의 가치를 높여가겠다”며 “대표창극 제작과 상설·기획공연 확대, 지역 확산, 객석 환경 개선, 국제 문화 교류를 차질 없이 추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문화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세계인에게 K-국악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6.01.29 18:56

전북문화관광재단 지원사업, ‘단년도 회계·디지털 장벽’ 개선 시급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의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이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행정편의적 운영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지역 예술생태계의 마중물이 되어야 할 지원금이 1년 단위 회계원칙과 디지털 장벽에 가로막혀 창작의 질적 저하와 예술인 소외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27일 재단에 따르면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은 문학, 시각, 공연 등 기초예술 전 분야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재단의 대표 공모사업이다. 도내 예술가들에게는 작품 제작과 발표를 위한 필수 재원으로 매년 수많은 예술인과 단체가 참여할 만큼 의존도가 높다. 문제는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앞세운 경직된 회계구조가 창작 환경을 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3~4월에 예산이 교부되면 예술인들은 불과 7~8개월 안에 작품 창작부터 발표, 정산까지 모두 마쳐야 한다. 사실상 사료 고증이 선행돼야 하는 역사콘텐츠나 긴 집필 호흡이 필요한 문학 장르에서는 물리적인 시간 부족으로 완성도를 타협해야 하는 처지다. 이와 달리 유연한 지원 체계를 갖춘 타 시·도 재단과 대조를 이룬다. 서울문화재단은 ‘준비-창작-확산’의 단계별 지원 트랙을 구축해 예술인들이 2~3년에 걸쳐 작품을 심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충북문화재단 역시 특정 장르에 대한 다년도 지원사업을 운영 중이다. 지원 절차의 ‘디지털 장벽’ 또한 고령 예술인들을 소외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재단은 행정의 투명성과 형평성을 위해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을 통한 온라인 접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원로 예술인들에게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도내 활동 예술인 중 60대 이상은 2348명으로 전체(6456명)의 36.4%에 달한다. 상당수 원로 예술인들이 복잡한 본인 인증과 파일 변환 등 온라인 절차에 가로막혀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행정 편의를 앞세운 비대면 시스템이 지원이 절실한 원로 예술인들을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이에 재단은 현행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공감하며 국비사업 지방 이양이 완료되는 2027년을 목표로 지원체계 전면 개편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강준석 재단 창작지원팀장은 “문학 등 호흡이 긴 장르에 대해 기획과 제작을 잇는 다년도 지원트랙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천천히 개편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도의회 예산 승인 시점(12월 말)상 공모를 무작정 앞당길 수는 없다. 올해는 최종 발표를 3월 중순으로 앞당기는 등 행정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인력 부족의 어려움을 전했다. 강 팀장은 “현재 가용 인력으로 하루 70건 이상의 문의를 응대하고 있어 모든 고령 예술인을 대면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향후 기초문화재단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지원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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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27 18:30

전북문화관광재단, 도내 관광업계 ‘생성형 AI 실무교육’ 수강생 모집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이경윤) 전북관광기업지원센터는 도내 관광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관광기업 재직자 AI 역량강화 교육’ 수강생을 모집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교육은 2월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전북관광기업지원센터 1층 컨퍼런스룸에서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전북대학교 글로컬사업추진단의 ‘전북권 재직자 맞춤형 재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해 한국능률협회가 위탁 운영한다. 강의는 한국AI직무협회 김지연 대표가 맡는다. 교육 첫날인 4일에는 ‘AI의 이해와 기본 다지기’를 주제로 기초 이론을 학습한다. 이튿날인 5일에는 실무 적용에 초점을 맞춰 생성형 AI를 활용한 기획 및 보고서 작성,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보도자료 작성법 등을 다룬다. 또한 감마(Gamma) AI와 구글 제미나이(Gemini) 등 실제 업무에 쓰이는 도구 활용법과 PPT 시각자료 생성 기술도 교육 과정에 포함됐다. 모집 인원은 도내 관광기업 재직자 15명 내외로 선착순으로 마감한다. 접수 기간은 27일부터 2월 2일 오후 5시까지다. 참여를 원하는 재직자는 전북관광기업지원센터 누리집에 게시된 신청 링크나 포스터의 QR코드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이경윤 대표이사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발맞춰 도내 관광기업이 실질적인 업무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전북관광기업지원센터(063-230-4215)로 문의하면 된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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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27 18:30

국가유산청 ‘무형유산 전승 혁신’ 선언, 단절 위기 넘을 수 있을까

국가유산청이 최근 공개한 2026년 주요 업무 내용 중 중점 추진 과제로 ‘무형유산의 온전한 전승과 창의적 계승’을 설명하며, 전승 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무형유산 보유자의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번 대책이 전승 단절의 위기를 넘을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형유산 전승 현장에서 ‘세대 단절’에 대한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보유자와 전승교육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이를 이어갈 후계자는 충분히 유입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은 남아 있지만, 이를 몸으로 기억하고 실천할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내 무형유산 보유자의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무형유산 보유자의 평균 연령은 75.8세로, 2021년 평균 73.9세보다 약 2세 높아졌다. 전체 보유자 170여 명 가운데 70~80대가 70% 이상을 차지하며, 90대 보유자도 1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종목은 보유자 장기 부재로 전승 단절 위기에 놓여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가유산청은 올해부터 무형유산 전승 구조 전반을 손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보유자 장기 부재로 단절 위기에 처한 국가 긴급보호 종목을 대상으로 미래 전승자 발굴을 확대하고, 전승 기반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는 바디장과 나주샛골나이가 대상 종목으로 포함돼, 공모를 통해 차세대 전승자를 선발·육성할 예정이다. 지역무형유산에 대한 전국 단위 전수조사도 추진된다.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지역 대학 주도의 일제 조사를 통해 전통 지식, 구전 전통표현, 생활관습, 전통놀이·축제 등 지역 무형유산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조사 결과를 기록화와 콘텐츠 제작으로 확산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승 체계 규제 개선도 병행된다. 전승교육사 인정 시 ‘5년 이상 이수자’로 제한됐던 자격 요건을 폐지하고, 이수자 외에도 일반 전승자와 전수교육생까지 참여 범위를 넓혀 전승자 다양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여전히 다르다. 도내에서 무형유산 전승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전승자 A 씨는 “전승 기술을 배우겠다는 청년들은 분명히 있지만, 끝까지 남을 수 있는 환경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승은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 시간 동안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보니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를 자주 보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자격 요건 완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교차한다고 밝혔다. A 씨는 “전승교육사 문턱을 낮추는 것은 필요하지만, 자격 취득 이후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제도 개선이 단순한 참여 확대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전승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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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27 17:50

국립전주박물관, 인문학 강좌 ‘조선의 기록문화’ 수강생 모집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은 오는 2월 4일부터 6월 10일까지 성인을 대상으로 ‘박물관 인문학 조선의 기록문화’ 강좌를 운영한다. 이번 강좌는 기록문화의 중요성을 알리고 지역민에게 인문학 학습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강의는 매달 한 번씩 열린다. 첫 순서인 2월 4일에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조선의 기록화와 장식화’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3월과 4월에는 전주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3월 3일에는 이수미 전 국립광주박물관장이 ‘태조어진과 전주’를, 4월 1일에는 오항녕 전주대 교수가 ‘조선왕조실록과 전주사고본’을 주제로 각각 강단에 선다. 5월 6일에는 김문식 단국대 사학과 교수가 ‘조선왕실 기록문화의 꽃, 의궤’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마지막 회차인 6월 10일에는 양미영 한지조형 작가와 함께하는 ‘역사의 기록, 공예와 만나다’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모든 강좌는 오후 2시에 시작된다. 2월부터 5월까지 열리는 대중강연은 사전 예약과 현장 접수가 모두 가능하다. 다만 6월 체험강좌는 앞선 강좌 수강생 중 신청자를 대상으로 선착순 모집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자세한 내용은 국립전주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하면 된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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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27 14:41

고창군 대안 없이 ‘초서문화관’ 폐쇄…진학종 선생 작품 수장고 신세

고창군의 성급한 폐쇄 결정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서예 거장 취운 진학종 선생의 작품이 3년째 수장고에 갇혀 있다. 행정 편의를 앞세운 결정이 지역의 소중한 문화자산을 사장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취운 진학종 선생은 추사 김정희 이후 맥이 끊겼던 초서(草書)의 세계를 독보적으로 구축한 서예가다. 그는 자신만의 힘 있는 필체인 ‘취운체’를 완성해 한국 서예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거장으로 평가 받는다. 26일 고창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22년 11월 선운초서문화관을 폐쇄하고 진학종 선생의 기증작품 82점을 고인돌박물관 수장고로 이관했다. 당시 군은 전시공간이 협소하다는 이유와 함께 향후 건립될 군립미술관으로의 통합관리를 약속하며 폐쇄를 결정했다. 문제는 대체 시설인 군립미술관 건립이 행정 절차 등의 문제로 발목이 잡히면서 발생했다. 당초 계획과 달리 미술관이 착공 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존 시설이 문부터 닫아버린 탓에 3년 넘게 전시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관성 없는 공간 운용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공간 협소를 이유로 서예관 문을 닫은 해당 건물은 이후 사진전시관을 거쳐 현재 미디어갤러리로 운영 중이다. 지역의 한 예술인은 “확실한 대안 없이 성급하게 용도를 변경해 작품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작품 관리 방식 또한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창군은 "폐쇄 당시 유족과 합의를 거쳤으며 항온‧항습 등 작품 보존 환경을 위해 박물관 수장고 보관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는 시민들이 작품을 향유할 기회를 차단한 셈이 됐다. 최근 타 지자체의 행보와도 대조적이다. 실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경우 국내 최초로 ‘개방형 수장고’를 도입해 관람객이 보관된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제주도립미술관 등 다수의 지자체에서도 전시 공백기를 줄이고자 유휴공간을 활용해 기증품을 공개하는 등 시민들의 볼 권리를 보장하는 추세다. 이에 고창군은 고창군립미술관(가칭) 건립사업의 행정절차를 마무리 짓고 오는 3월 착공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군은 내년 7월 준공 후 미술관 등록 절차를 거쳐 2027년 하반기에는 정식 개관하겠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미술관 건립 지연으로 부득이하게 전시 공백이 길어진 점은 있다"며 “미술관 완공 전까지 전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올해 안에 별도의 공간을 리모델링해 진학종 선생의 작품을 포함한 기증 유물 상설 전시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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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6.01.26 17:32

전북민예총 박정훈 이사장 선출…경쟁 후보 감사로 선출 변화 시동

극심한 내홍을 겪어온 (사)전북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전북민예총)이 진통 끝에 제12대 이사장으로 박정훈 후보를 선출했다. 선거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과 고성이 오가는 파행이 빚어졌으나 경쟁했던 후보를 감사로 선출하며 새 집행부 구성을 마쳤다. 전북민예총은 24일 전주 솔담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이사장 선거를 진행했다. 이날 선거는 현장에서 후보등록을 마친 뒤 곧바로 투표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투표에는 정회원 가운데 43명이 참여했으며, 개표 결과 박정훈 후보가 29표를 획득해 14표에 그친 김갑련 후보를 누르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신임 이사장의 임기는 오는 2월 1일부터 2년이다. 총회는 이사장 선출과 함께 상대 후보였던 김갑련 후보를 감사로 선출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회원들은 박윤호 현 이사와 함께 김갑련 후보를 감사로 선출했다. 이사장직을 두고 치열하게 경합했던 인물에게 집행부 감시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선거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조직 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새 집행부는 꾸려졌으나 선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무처(집행부)는 회의장 입구에 “본 총회는 내부회원 대상 비공개회의로 진행되며 언론 취재 및 녹음·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폐쇄적인 운영 방침 속에 투표권과 참관 자격을 두고 사무처와 일부 지회 간의 충돌도 발생했다. 갈등의 핵심은 회원 자격에 대한 유권해석이었다. 전주민예총과 익산민예총 소속 임원들이 당연직 이사 자격을 근거로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자 사무처에서 이를 막아서며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한민욱 사무처장은 “전주민예총과 익산민예총은 전북민예총과 별개의 법인”이라며 “당연직 이사라 하더라도 회비를 납부한 정회원에게만 참관과 투표 권한이 있다”고 진입 불허 사유를 밝혔다. 이에 전주민예총과 익산민예총 관계자들은 “당연직 이사임에도 회비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참관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상식 이하의 진행 방식”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간 고성과 막말이 오갔으며 회의장은 한때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전북일보는 박정훈 신임 이사장의 향후 운영계획 등을 듣기 위해 사무처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다음달 출범을 앞둔 박정훈 체제는 총회 과정에서 불거진 회원 자격 논란과 조직 내 갈등 해소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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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25 16:58

[안성덕 시인의 ‘풍경’] 시든 꽃

된서리가 시린 날이었습니다. 대한(大寒)이 톡톡히 이름값 하던 날이었습니다. 도청 청사 앞에 줄지어 서 있는 근조 화환을 본 아홉 살 손녀가 물었지요. “할아버지, 그런데 웬 꽃이 이렇게나 많아요?” “글쎄다, 도지사가 새로 뽑히셨나? 도의회 의장이 바뀌셨나? 나도 모르겠구나.” 말도 안 되는 소리 얼버무렸습니다. 떠난 이들을 추모하는 것은 언젠가 그들 뒤를 따라가야 할 숙명을 안고 세상에 온 남은 이들의 자기 위안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이유는 여럿이겠지만, 그중 먼저는 망자의 사후를 지키며 애도하는 것일 겁니다. 하긴,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죽은 어미 곁을 지키는, 어미의 죽음을 애도하는 코끼리가 뉴스 된 적도 있었네요. 새끼들은 죽은 어미에게 자기 몸을 갖다 대기도 했으며, 어두워져 사자와 하이에나 떼가 몰려와도 밤새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조화는 시들었습니다. 애끓는 하소연의 현수막도 너덜거렸습니다. 땡볕과 된서리에 데였으며 삭풍에 소리 내어 울고 있었습니다. 반년도 넘었다네요. 삭발하고, 상여를 메어도 책임 있는 자 그 누구도 모르쇠랍니다. 돈벌레 유골 장사 사기꾼들에게 당했건만, 책무인 관리 감독 못 한 도지사도 시장도 선거철에만 악수하잔다고, 코빼기도 안 보인다고 눈물짓던 유족의 눈에 핏발이 서렸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1,800여 망자들의 피눈물인 듯 노을이 유난히 붉었습니다. 영문 모를 손녀의 손을 꼬옥 움켜쥐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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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24 08:12

설립 20주년 맞은 전주문화재단, ‘통합 문화플랫폼’으로 대전환 선언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최락기)이 설립 20주년을 맞아 전통문화와 현대예술을 아우르는 ‘통합문화플랫폼’으로의 대전환을 선포했다. 지난 21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재단은 지난 20년의 성과를 기록하고 미래 20년을 설계하기 위한 6대 핵심전략을 공개했다. 재단은 올해 △미래기술 기반 문화 확장 △전주한지의 글로벌 자산화 △문화예술 선순환 생태계 구축 △전통문화의 일상화·세계화 △전주형 K-컬처 글로벌 확산 △문화공간 운영전략 고도화를 핵심전략으로 추진한다. 먼저 오는 3월에는 세계적 거장 마르크 샤갈의 원화 350점을 공개하는 특별기획전을 팔복예술공장에서 개최하며, 판소리와 AI를 결합한 실감콘텐츠, K-장단 기반의 ‘장단바이브’ 등 융복합 예술사업도 병행한다. 글로벌 행보도 구체화했다. 프랑스 파리 ‘JEC World’ 참여와 국외 한식당 메뉴판 배포 등을 통해 한지의 외연을 세계무대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지역 예술인의 성장을 돕는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위해 청년작가들의 전국 단위 교류를 지원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예술교육 브랜드 고도화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한복과 한식, 전통놀이를 K-콘텐츠의 핵심자원으로 재해석하고, 유럽 예술교육기관과의 국제협력을 통해 전주의 문화경쟁력을 강화한다. 공간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현재 운영 중인 주요시설 중 △한국전통문화전당 △팔복예술공장 △한벽문화관 △전주천년한지관 △전주공예품전시관 등 5개 거점을 핵심공간으로 지정해 기능을 전문화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한국전통문화전당을 전통문화 아카이빙 컨트롤타워로, 팔복예술공장을 미래 문화 제작 거점으로 육성한다. 한벽문화관은 시민 문화 향유와 체험, 전주천년한지관은 한지 정체성 상징공간, 전주공예품전시관은 유통·소비 플랫폼으로 역할을 명확히 분담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비대해진 사업 규모에 따른 실행력이다. 관리 시설이 늘고 사업 영역이 확장되면서 재단의 역량 분산은 불가피해졌다. 예산과 인력의 효율적 배분 없이는 발표한 비전과 전략들이 실효성 없는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방대한 사업계획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정교한 ‘선택과 집중’이 향후 정책 성공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최락기 대표이사는 “2026년은 지난 20년을 돌아보며 문화예술이 전주 미래 경쟁력이 되는 다음 20년을 설계하는 출발점”이라며,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잇는 전략적 문화정책을 통해 시민의 일상이 문화로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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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6.01.22 17:15

전주세계소리축제, 최철 신임 조직위원장 선임…“내실 다져 재도약”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이하 소리축제)는 21일 열린 조직위원 총회를 통해 최철 21세기병원 대표원장을 신임 조직위원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번 선임은 지난 3년간 축제를 이끌어온 이왕준 전 조직위원장이 지난해 10월 임기 종료 의사를 밝힘에 따라, 후임자 검토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됐다. 최철 신임 조직위원장은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 신경외과 임상교수를 역임한 의학박사다. 현재 21세기병원 대표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대한신경외과학회와 국제근골격레이저수술학회 정회원 등 의료현장과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최 위원장은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고문과 전북특별자치도 문화관광재단 이사를 지내며 지역 문화예술계 및 예술인들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소리축제 측은 최 위원장이 병원 운영을 통해 쌓은 전문적인 리더십과 지역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축제를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최철 신임 조직위원장은 “소리축제는 전통을 기반으로 세계성과 동시대성을 함께 품은 전북의 소중한 문화자산”이라며 “그간 축제가 쌓아온 성과를 존중하면서 조직운영의 안정과 축제의 내실을 다져 다음 도약을 준비하겠다”라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또한 “예술가와 관객, 지역사회가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축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리축제는 오는 2026년 개최 25주년을 앞두고 예술적 성과와 공공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전환점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신임 위원장 선임을 계기로 축제의 정체성을 공고이 하고 국내외 예술교류 확대와 안정적 운영 기반 구축을 통해 지역과 세계를 잇는 전북 대표축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어갈 계획이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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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21 16:13

매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지역은 준비됐나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운영돼 온 ‘문화가 있는 날’이 오는 4월부터 매주 수요일로 확대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역문화진흥원은 문화 향유의 일상화를 목표로 제도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주 4.5일제 확산이라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문화 인프라와 예산이 부족한 지역에서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문화진흥원은 최근 문체부 업무보고를 통해 ‘문화가 있는 날’ 제도 확대 시행 계획을 보고했다. 정광열 지역문화진흥원장은 “문화가 있는 날에는 영화 관람객 수가 다른 평일보다 29.6% 많고, 약 1510만 명이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 달에 한 번으로는 문화의 일상화에 한계가 있어 매주 수요일로 확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확대 시행을 정부가 추진 중인 주 4.5일제와 근무시간 유연화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하는 흐름으로 해석한다. 공공기관과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수요일이나 금요일 오후 근무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늘면서, 평일 낮 시간대 문화 향유 수요 증가를 염두에 둔 판단이 정책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화가 있는 날’ 역시 주말이나 퇴근 이후에 집중됐던 문화 소비를 평일 일상으로 확장하겠다는 취지다. 문체부는 제도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용섭 문체부 지역문화정책관은 “2월 중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4월부터 문화가 있는 날을 확대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화진흥위원회도 관객 회복 방안으로 구독형 영화 패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지역 문화 현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도내에서도 문화가 있는 날이 운영되고 있으나, 제한된 예산과 낮은 공연 단가로 인해 프로그램의 질과 다양성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 인해 문화 향유층이 혜택을 활용하기 위해 수도권이나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임진아 전북문화관광재단 경영기획본부장은 “제도 확대는 향후 관련 사업비를 마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주 4.5일제 확산과 맞물려 평일 오후 문화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에서 매주 수요일을 채울 콘텐츠와 운영 주체를 발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 제도 안착까지는 1~2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역 문화공간 현장에서는 운영 부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박홍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문화사업부장은 “전당이 자체 제작 공연으로 문화가 있는 날 우수 사례로 선정된 경험은 있지만, 매주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고민이 크다”며 “공연 준비에 이틀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대관 일정과 공연장 관리 부담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설공연이나 요일 고정 프로그램이 많은 지역 구조상, 단계적인 운영과 현실적인 지원 방식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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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아
  • 2026.01.20 17:57

유응교 전북대 명예교수, 제22대 전라시조문학회장 취임

전북 시조문학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전라시조문학회’는 20일 전북사회복지회관 강당에서 제22대 유응교 신임 회장(전북대 명예교수)의 취임식을 개최하고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이날 행사는 이석규 한국시조협회 명예이사장을 비롯해 우범기 전주시장, 국주영은 전북도의원, 최무연 전북예총 회장, 백봉기 전북문인협회 회장,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소재호 시인, 류희옥 시인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석해 신임회장의 취임을 축하했다. 유응교 신임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시조는 우리 민족의 혼과 숨결이 깃든 고귀한 전통문화예술”이라며 “600년 넘게 면면히 이어져온 이 아름다운 정신적 유산을 계승하고 시대에 맞게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임기 2년 동안 전라시조문학회가 질적·양적으로 보다 성장할 수 있도륵 3대 공약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시조의 저변 확대를 위한 회원 배가운동 전개 △회원 간 유대감 형성을 위한 소통과 화합 강화 △지역 문화행사 참여 및 사회봉사활동 앞장 등이다. 유응교 신임회장은 공학박사이자 전북대 학생처장을 역임한 명예교수다. 1996년 <문학21>로 등단했으며 이후 꾸준한 창작활동으로 문단에서 신망이 두터운 중견 문인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저서로는 <전북의 꿈과 이상>, <애들아! 웃고 살자>, <까만콩 삼형제> 등 다수를 펴냈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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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6.01.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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