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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참희 시인, '따뜻한 한마디 두 번째' 시집 발간

엄참희 시인이 2번째 시집 <따뜻한 한마디 두 번째>(신아출판사)를 펴냈다. “위기에 처하여/ 절망 속에 허우적거릴 때/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고 했듯이/ 또 하나의 불행이 함께하고/ 홀로 헤쳐 나가는 길은/ 너무 힘들다/ 살기 위하여/ 치열하게 경쟁하는 삶의 장터서/ 곁눈질할 틈이 없다/ 슬픔도 기쁨도/ 돌고 돌아서/ 언젠가는 나에게/ 닥칠 수 있는게 당연하지/ 함께 아울려가는 세상살이/ 불우한 이웃을 향한/ 마음의 위로가/ 상처받은 날개를/ 아물게 하는 큰 치료제이다/ 따뜻하게 건네는/ 말 한마디가/ 천금(千金)보다 더 뜻이 깊다”(시 ‘따뜻한 말 한마디’ 전문) 시집에는 ‘1부 나를 찾아서’, ‘2부 가족과 함께’, ‘3부 일상의 고마움’, ‘4부 자연과 더불어’ 등 총 4부로 구성됐으며, 100편의 시가 담겨있다. 10여 년 전 예기치 못한 사고의 후유증으로 괴로워 하던 엄 시인은 퇴원 후 ‘걷기’를 시작했다. 엄 시인에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으로 그가 삶 속에서 장애물을 마주칠 때마다 걷기를 통해 방향을 찾았다. 그때의 감정과 일화 등 시인 본인의 삶에 대한 기록을 담았다. 시집은 엄 시인의 어머니, 시인이 겪은 사고, 시인의 일상 등 본인의 이야기로 채워 간략한 일기장처럼 읽힌다. 또 긍정적인 표현력으로 독자에게 희망을 전하기도 한다. 엄 시인은 “첫 시집에 지면이 부족해 수록하지 못한 시들을 엮어 이번 시집을 발간했다”며 “평소 생활하는 가운데 떠오르는 생각을 평이하게 기술하는 등 저의 삶을 기록한 시로 가볍게 마주해 편안하게 읽어주시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임실 출생인 그는 전북대학교 농대를 졸업해 2018년 ‘표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엄 시인은 현재 한국문협회원, 전북문협회원, 전북시인협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06.07 17:4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작가-알도 레오폴드 '모래 군의 열두 달'

새벽 4시는 눈보다 귀가 먼저 열리는 시간이다. 사방이 어둠에 둘러싸여 있을 때 귀는 가장 먼저 세상이 열리는 소리를 듣는다. 밤새 울던 새가 사라지자 그 침묵을 깨고 아침의 문을 여는 새들이 온다. 때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고자 때로 구애를 하고자 새들은 아침 고요의 침묵을 연다. 사방은 새 울음으로 둘러싸여 있다. 아마 어둠이었더라면 귀가 더 먼저 더 빨리 반응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새들이 나는 모습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새들의 울음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가만 눈을 감아 본다. 왼쪽, 오른쪽, 아니 앞뒤에서 새들이 울어댄다. 듣고 있으니 정신이 혼미할 정도이다. 어디선가 들리는 새소리, 분명히 귀에 익은 소리다. 하지만 분간할 재간이 없다. 어젯밤에 들으면서 마음에 새겨두었지만 각오는 어디로 갔는지 아침에도 구분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 새소리를 따라간다. 멀리서 소쩍새가 울고 검은등뻐꾸기, 그리고 호반새도 울었다. 비가 온 후 습도가 높을 시간대에는 새들이 우는 소리가 멀리까지 들린다. 오늘처럼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이면 새소리는 더 높고 멀리까지 전달된다. 어제와는 분명히 다른 소리다. 새소리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난 후, 새소리가 더 잘 들리는 특별한 경험을 하는 건 나만은 아니다. 여전히 구분은 쉽지 않지만 조금은 새와 더 친해진 느낌이다. 가만가만 눈을 감고 그 소리를 따라가 본다. 잘 듣다 보면 어디 하나쯤 내 귀에 익은 소리가 들릴 것이다. 그래 저기 어디쯤에는 되지빠귀, 꾀꼬리, 그리고 검은등뻐꾸기 소리도 들린다. 아, 딱새와 박새가 내는 소리가 저런 거였던가. 잠깐 새소리를 듣는 사이에 온갖 생각이 스치듯 지나간다. 어제 사람들 반응이 뜨거웠던 호반새 소리를 들으며 더듬더듬 새의 흔적을 따라가 본다. 나비를 공부할 때도 그랬지만 새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어디 새만 그러랴. 식물도 그렇고 곤충도 제대로 아는 게 없다. 속도에 취해 주변을 관찰하는 힘을 잃어버린 때문이다. 눈앞에 현란한 모습에 취해 눈 감고 새 울음소리를 들어보는 일을 잊은 때문이다. 알도 레오폴드가 지은 『모래 군의 열두 달』은 자연에 대한 나의 무지를 일깨우기에 충분한 책이다. 처음부터 이 책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고흐가 당대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했던 것처럼 이 책 역시 초창기의 반응은 그렇게 뜨겁지 않았다. 하지만 입소문을 거듭하여 출판한 지 25년 동안 100만 권 넘게 팔리면서 오늘날 『침묵의 봄』과 더불어 환경생태학을 이야기하는데 가장 중요한 책으로 꼽히고 있다. 자연에 눈을 뜬다는 것은 실로 경이로운 일이다. 어제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보냈던 나무 이름이 궁금하고, 지금 울고 있는 새 이름이 무엇일까 알고 싶어진다. 내 눈앞에서 스쳐 지나간 나비 이름이 이름을 더듬거리며 상상도 해보는 것이다. 이 책은 한 편의 감성소설을 읽는 느낌을 준다. 자신의 주변을 소소하게 더듬어가는 몇몇 섬세하고 유려한 표현은 우리를 위스콘신의 숲속으로 이끈다. 어둠에서 우리가 위로받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청각뿐이다. 그리고 그 소리를 길라잡이 삼아 우리는 나무로, 숲으로 온 신경을 쏟는다. 어둠이 빛으로 변할 때 우리들은 귀로 세상을 읽는 데서 벗어나 눈으로 마주하게 된다. 어제까지 안 보이던 벌레가 갉아 먹은 잎이 보이고 하늘을 나는 새 이름이 궁금해지면 이제 당신도 자연으로 발을 옮길 때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3.06.07 17:40

장성원 작가, 장편소설 ‘풍상’ 펴내

언론인에서 정치가로, 정치가에서 소설가로 인생 3모작을 살고있는 장성원 소설가. 그가 두 번째 소설집 <풍상(風霜)>(문예바다)을 발간했다. 1966년 동아일보에 입사한 그는 1975년 동아일보 자유언론 실천 운동으로 해직을 당했지만, 1981년 다시 동아일보에 복직해, 동경 특파원,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 부국장 등을 역임하며 언론인으로서의 인생을 장식했다. 그 후 새정치국민회의 창당 발기인과 당무위원, 제15·16대 국회의원(김제),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의장, 최고위원, 고문 등을 역임하며 정치인의 삶으로 인생의 2모작을 가꾸었다. 그런 그가 지난 2018년 ‘국제문예’로 등단하며 소설가로 인생 3모작을 맞이했다. 장 소설가가 최근 발간한 두 번째 소설집<풍상(風霜)>은 통상 ‘일제 36년’이라고 하지만 일본군이 조선 왕궁을 무력으로 점령한 이후, 일본의 일개 공사가 조정을 좌지우지하고 사실상 나라의 주권을 빼앗은 1894년부터 1945년까지의 이야기다. 책은 김제시 금구현 출신의 두 인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역사소설로, 주인공들의 삶 속에 그 시대 민족의 고난을 담았다. 또한 작가는 소설을 통해 항일 독립역사를 다시 상기시키며 오늘날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우리 선인들은 백절불굴 정신으로 항일 독립운동을 부단하게 계속하며 민족의 기개를 떨쳤으니 이 시기는 민족사의 가장 치열한 장(章)이기도 하다”며 “작품 속 주인공 장태수의 품행은 장현식의 행적을 정사(正史)는 이선근 역사학자의 저작, ‘대동단사건’과 관련해서는 신복룡 교수의 책을 참고했다"며 소설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험난한 시대를 살아간 우리 선대들의 간난고초와 희생을 되돌아보며 우리와 자손만대 유구하게 살아가야 할 낙토(樂土)를 보전하기 위해 우리의 힘을 길러야 한다”고 밝혔다. 김제 출생의 장 소설가는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해 서울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사회학과를 수료했다. 또 미국 하와이대 이스트웨스트 센터 제퍼슨 펠로우십 과정을 이수한 바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06.01 17:28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감상문 공모전, 고은별 '당신의 존재를 믿겠다는 약속'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감상문 공모전(혼불의 메아리)에서 고은별 (30·서울) 씨가 대상을 받았다. 수상 작품은 김명주 작가의 <검푸른 고래 요나>를 소재로 한 ‘당신의 존재를 믿겠다는 약속’이다. 고은별 씨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작품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났고, 시대와 삶을 조망하는 시선과 글을 대하는 긍정성이 글의 짜임을 완전하고 튼튼하게 했다”는 평을 받았다. 고 씨는 “<검푸른 고래 요나>는 아프고 슬프고 가난한 이들의 삶을 모국어의 땅에 조요(照耀)히 세운 최명희 선생님의 마음조차 엿볼 수 있는 글이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올해 4명으로 확대한 우수상은 김세나(38·군산) 씨의 <경계선에서 피어나는 오로라를 마주하기>, 김소영(38·익산) 씨의 <만남의 기쁨과 상실의 슬픔, 그 반복 속에서 우리가 마음을 나누며 살 수 있다면>, 박상섭(42·군산) 씨의 <경계 밖의 존재를 위해>, 조남숙(62·대전) 씨의 <고래인간과 포스트휴머니즘>이 차지했다. 심사는 김근혜(동화작가), 김미영(문학박사), 김병용(소설가), 서철원(소설가), 오은숙(소설가), 전선미(최명희문학관 학예사), 정성혜(얘기보따리 사무국장), 최기우(극작가), 최아현(소설가) 등 문학인과 학계 및 관련 전문가들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올해 응모작들은 시대적 정체성과 맞물려 작가의 문학적 기량을 깊이 있는 측면에서 다룬 감상문이 다수를 차지했으며, 감상문으로 충실한 형식과 기술 방식을 보여주는 응모작이 많았고, 개인적인 의견을 깊이 있는 시각으로 들려주는 응모작도 상당수였다”라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05.30 17:51

올해 독서의 달 대표 슬로건 ‘펼쳐보자 책도, 꿈도’ 당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김준희, 이하 출판진흥원)은 25일 2023년 9월 독서의 달 슬로건 공모 결과 대표 슬로건으로 ‘펼쳐보자 책도, 꿈도’ 등 우수 당선작 20건을 선정·발표했다. 지난 3월 15일부터 4월 14일까지 31일간 진행된 독서의 달 슬로건 공모 이벤트에는 총 164건의 슬로건이 접수됐으며 이중 대표 슬로건 및 우수 슬로건으로 20건이 최종 선정됐다. 대표 슬로건은 ‘펼쳐보자 책도, 꿈도’가 차지했고, 우수 슬로건 19건은 ‘다독다독(多讀多讀) 꿈을 토닥이는 책 읽기’, ‘책으로 눈맞춤, 미래로 발맞춤’, ‘책은 한장한장, 꿈은 성큼성큼’, ‘독서의 즐거움, 일생의 이로움’ 등이다. 선정 심사는 표현력, 목적 적합성, 활용성, 성실성 등 심사항목에 맞춰 진행됐으며 심사위원들은 “접수된 슬로건 대부분이 우수했으나 명확한 메시지 전달, 슬로건으로서의 간결성, 포스터와의 적합성 면에서 뛰어난 슬로건을 선정하기 위해 고심했다”고 밝혔다. 출판진흥원 관계자는 “9월 독서의 달을 홍보하고 전 국민에게 독서활동을 권장하기 위해 독서의 달 포스터 제작 및 배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선정된 슬로건은 독서의 달 포스터 제작과 각종 독서진흥 사업에 활용된다”고 말했다. 독서의 달 포스터는 전국 공공도서관, 지자체 등에 배포될 예정이며 출판진흥원(kpipa.or.kr)과 독서IN(readin.or.kr) 누리집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5.25 17:40

전직 언론인들이 추천하는 '말과 생각'

“말(言)은 말(馬)보다 힘이 세다!” 전북지역 방송국에서 활동했던 기자, 아나운서 등 전직 언론인들이 스피치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말 잘하는 법에 대한 책들을 각각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정헌 전 앵커의 신간 <사람을 살리는 말의 힘>(새빛)은 깨달음의 말과 글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말과 글이 넘치는 세상에서 50대 초반의 전직 뉴스 앵커가 쓴 책은 그만의 축적된 삶과 내공이 드러나 있다. 저자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앞서 자신을 가다듬는 시간을 이 책을 통해 가졌다고 털어놓는다. 사자성어, 시, 말, 책, 영화 등에서 좋은 말과 글을 듣고 주변 사람과 나누기 위해 이 책을 냈다고. 저자가 머리말에 이야기한 글을 보면 겸손하면서도 탄탄한 사람이란 걸 느끼게 한다. 그러한 겸손은 그가 인생의 파도를 지나오면서 흡수했던 말의 힘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처럼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말의 힘이 와 닿는다. 저자는 “바쁜 세상에 독서도 힘겨울 때가 있어 글의 양을 채우기보다 최대한 압축해 읽기 편하게 만들었다”며 “이 책은 그저 좋은 말, 좋은 글만 모아 놓은 책이 아니라 깨달음이 버무려지고 농축된 책이다”고 밝혔다. JTV전주방송에서 14년 동안 취재기자로 일한 저자는 JTV 아침뉴스, 저녁 8시뉴스 메인 앵커로 활약했으며 2011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JTBC 창립 멤버로 메인 앵커를 맡았다. 최동석 전 아나운서의 신간 <말이 힘이 될 때>(클랩북스)는 어긋난 관계를 풀고 단단한 신뢰를 쌓는 가장 인간적인 소통 법을 제시한다. 아나운서 생활 20년 내공을 가진 저자는 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얕은 기술보다 진심의 깊이에 있음을 강조한다. 관계를 무너뜨리는 것도 말이고 관계를 풀고 돈독히 다지는 것도 말이다. 그만큼 말은 사람 사이에 피어나고 관계 속에 존재한다. 진심을 담은 위로의 말은 상대의 마음을 녹아내리게 하고 뾰족하게 날이 선 분노의 말은 상대의 가슴을 찌른다. 저자는 아나운서 경험뿐 아니라 일상에서 접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진정한 말의 힘을 깨우친다. 여기에 더해 간결하고 담백한 사과의 말, 참지 않아야 하는 사랑의 말, 말문을 여는 칭찬의 말, 무거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유머의 말 등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저자의 다정하고 진심 어린 조언이 담겨 있다. 특히 저자는 말의 온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섬세한 태도를 꼽는다. 저자는 “한 번 뱉은 말은 지워지지 않는 자국을 남기기에 말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잘못을 질책할 때는 상대가 합당한 사유와 절차대로 이뤄졌다고 느끼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2004년 KBS 30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저자는 아나운서 최초로 KBS 뉴스9 앵커로서 뉴스를 진행했고 KBS전주방송총국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5.24 17:4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황지호 소설가, 모악작은도서관 ‘까치밥 시동인 회보 130호’

‘시(詩)가 뭐냐’는 질문에 김종삼 시인은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라는 시에서 ‘엄청난 고생 되어도/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이 세상에서 알파이고/고귀한 인류이고/영원한 광명이고/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답한 바가 있습니다. ‘시’의 본질을 묻는 ‘우문’에 삶의 근본을 밝힌 ‘현답’으로 응수한 시인의 혜안에 고개를 끄덕이긴 했습니다만, 정작 ‘알파’의 삶에 관심을 갖지 못했습니다. 활자와 문장의 바다, 추상과 관념의 미로, 이익과 손해의 구렁만 헤맬 뿐 행간의 길을 걷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순하고 명랑하며 귀하고 슬기로운 사람들께서 다달이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었음에도 10년을 허송세월했습니다. 10여 년 전, 모악산 주변에 사는 주부들께서 동인을 결성하고 글 강의를 청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시(詩)라는 글자를 파자 하면 절(寺)에서 스님네들이 하는 말(言)로서 그 뜻은 세상살이의 부질없음과 형언할 수 없는 깨달음을 전하며, 그 소리는 불경 소리의 율격을 닮아 멀리 저승까지 퍼진다.’ 라는 그럴듯한 말에 속아 한 계절 허언을 경청하셨었지요. 매시간 책상 위에 따뜻한 차 한 잔을 준비해 주셨고, ‘작가님’이라 공손히 불러 주셔서 어깨가 천장까지 닿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의 인연을 잊지 않고 삭망에 맞춰 회보를 보내주셨습니다. 130호째 입니다. 답을 한 적도 없고, 좋다 나쁘다 뜻을 전한 적도 없는데, ‘우공이산’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 우직함이나 무던함보다 더 위대한 것은 내내 시를 쓰셨다는 것입니다. 시를 쓰기 위해 마음을 들여다보고 삶을 반추했다는 것입니다. 언어의 숲에서 단어의 나무를 흔들어 치마폭에 문장을 담아왔다는 것입니다. 정작 20년 전 시 쓰기를 포기한 저에게, 허황한 말을 난발하는 저에게, 인연을 그리 소중히 여기지 않는, 부족한 저에게 죽비 소리를 전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무연히 앉아 그 가르침을 들여다봅니다. 회보도 책이라면 책인데 면지나 헛장도 없이 표지 뒷면이 바로 본문입니다. B4 크기 종이 양 면에 네 페이지를 인쇄하여 반절로 자른 뒤 스템플러를 박아 만든 회보는 총 10장, 20 페이지입니다. 연하늘색 색지를 붙여 스템플러 박은 자리를 가리고 ‘책등’을 만들었습니다. 스템플러를 박은 마음은 단정하고 색지를 붙인 손길은 고와 수수하고 정갈한 옷감 같습니다. 회보가 곧, 시를 품고 있는 누대의 배냇저고리 같습니다. ‘바람결에 날개를 달고’라는 제호 아래에 씨앗이 흩날리는 민들레 한 포기를 그리셨습니다. 씨앗이 어지럽게 날리니 바람은 분명 왜바람. 그 바람 타고 표지 밖으로 날아가는 민들레 씨가 이소영, 김숙미, 김설강, 유선희, 백경남, 김미현, 권명화 시인께서 지금까지 보내주신 소식 같습니다. 내려앉은 곳을 본 적이 없으므로 지금도 멀리 퍼지고 있을, 꽃을 피운 적이 없으므로 세상 모든 꽃을 품고 있을 시(詩)의 씨앗, 당신들의 마음 같습니다. 이제 일곱 분만 남은 동인은 여섯이 되고 다섯이 되었다가 언젠가는 사라지겠지요. 사라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라진다고 사라지는 것이겠으며 보이지 않는다고 안 보이는 것이겠습니까. 바람 따라 사라졌던 꽃씨가 봄날 온 들판을 수놓는 것처럼 선생님들의 노래도 여기 그리고 그곳, 지금 그리고 그때, 당신 그리고 내 안에서 피고 지지 않겠습니까. 황지호 소설가는 202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으로 등단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3.05.24 17:39

제17회 바다문학상, 대상 신춘희 시인 선정

제17회 바다문학상 대상에 신춘희 시인의 시 ‘도시의 귀신고래’가 선정됐다. 본상은 강지연 수필가의 수필 ‘바다라는 우물’이 뽑혔다. 또한 전북지역에 거주하고 해양문학 발전에 힘쓴 공로자를 찾아 수여하는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에 정군수 시인이 선정됐다. 전북일보사와 ㈜국제해운이 주최하고 바다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한 바다문학상은 바다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무량의 보고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바다문학상은 청·장년기를 바다에 헌신한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이 바다의 소중함을 문학적으로 일깨우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바다문학상운영위는 지난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시와 수필 부문 미발표 순수창작물을 공모했다. 작품 공모 접수 결과 총 428명이 1186편을 응모했다. 이 가운데 시 부문에 330명이 990편, 수필 부문에 98명이 196편을 지원했다. 운영위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심사위원 7명을 위촉하고 지난 6일 전주 전북문학관에서 본심을 가졌다. 전국적으로 공모한 시 부문 심사에는 신달자 시인, 소재호 시인, 김영 시인이 맡았으며 수필 부문은 김경희 수필가와 양영아 수필가가 맡았다. 심사 결과 바다문학상 대상은 시 부문에 응모한 신춘희 시인의 ‘도시의 귀신고래’가 선정됐으며 본상은 수필 부문에 응모한 강지연 수필가의 ‘바다라는 우물’이 뽑혔다. 대상에 선정된 신춘희 시인은 “너무 멀리 가버린 시에 지쳐 주저앉으려는 순간 심사위원들이 일으켜 세워줬다”고 소감을 전했다. 본상에 선정된 강지연 수필가는 “바다의 문학적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은 운영위에서 심사를 맡았으며 그 결과 정군수 시인을 선정했다. 정군수 시인은 “바다가 주는 혜택과 고마움을 문학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알리고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바다문학상 대상에게는 해양수산부 장관상과 순금 10돈, 상금 300만원이 수여된다. 본상은 전북일보사 회장과 ㈜국제해운 대표이사 공동시상으로 상패와 상금 300만원이 주어진다.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에는 해양수산부장관 표창장과 순금 10돈이 수여된다. 한편 제17회 바다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6월 13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5.21 17:17

교원문학회, 제7회 교원문학상 시상식 개최

교원문학회(회장 김계식)는 지난 20일 전주 초원갈비 연회장에서 아동문학가 이길남 하서초등학교 교장과 수필가 김형중 전 전북여자고등학교 교장에 대한 제7회 교원문학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수상자들은 최근 3년 동안 각각 3권의 수필집, 시집(시조집), 이론서, 한시해설서 등을 펴낸 문학활동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길남 교장은 수상 소감에서 “평생 초등교원으로 근무하며 아이들과 함께 글을 써오기도 하고 든든한 교원문학회 울타리 안에서 지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형중 수필가는 “평소 선망했던 교원문학상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상하면서 어설픈 작가로서의 매듭을 짓는 계기를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왕성한 문학활동으로 교원문인의 위상을 드높인 수상자들에겐 인물사진이 새겨진 상패와 상금 200만 원이 각각 수여됐다. 한편 이날 교원문학상 시상식은 <교원문학 제8호> 출판기념회를 겸해 열렸다. 지난 2016년에 창립한 교원문학회는 전국 전, 현직 교원문인들로 이뤄진 문학단체다. 시인과 수필가, 소설가, 평론가, 아동문학가 등 회원 52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해마다 동인지 <교원문학> 발간 및 ‘교원문학상’을 추진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5.21 17:16

'갈등과 대립'⋯김욱 전 서남대 교수 '민주화 후유증'

추운 겨울이 가고 어김없이 화창한 봄날이 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도 올해 43주년을 맞이했다. 신군부 세력에 저항한 민중시위의 외침은 민주화의 토대가 됐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 <민주화 후유증>(개마고원)은 저자가 5공 청산과 민주화의 역사를 꼼꼼히 짚어본 것이다. 1987년 6·10 민주항쟁과 대통령 직선제란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민주화의 기틀이 다져진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엄혹했던 군부 통치를 청산하고 민주화란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연 지도 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국내 정치 상황은 진보와 보수의 세력 간 진영 논리에 갈등과 대립 양상으로 치닫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이야말로 민주화의 후유증이라고 부를 만하다. 책의 저자인 김욱(65) 전 서남대 법학과 교수는 민주화 후유증이 타협적 민주화에서 비롯된 것이란 결론에 도달한다. 직선제 개헌 요구로 6·29 선언을 이끌어내고 5공 청산과 민정당 타파를 청문회와 3당 합당이란 출구로 절묘한 타협 과정이 있었음을 직시한 것이다. 민정당과 단절하는 과정을 거쳐 민자당이 탄생했고 5공 잔재를 일소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민주화 진전에 일익을 담당했다. “즉 원했든 원치 않았든 현실의 역사는 타협의 과정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상의 역사를 내세워 현실의 역사에 이상적 화풀이만 하는 건 부질없는 정신적 사치일 뿐이다.”(책의 본문 중에서) 저자는 민주화 후유증으로 적대적 공생의 늪에 빠진 당파정치를 극복하려면 민주주의 조건으로서 복수정당제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여태껏 민정당 승계로 간주해왔기에 국민의힘을 거부해왔던 명분도 호남의 더불어민주당 일당구도를 합리화할 명분도 무의미해진다는 논리에서다. 저자는 광주일고와 연세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후 연세대 대학원 법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서남대 교수와 사법시험 출제위원,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그동안 <인물과 사상> 등에 평론을 써왔던 그는 주요 저서로 <책혐시대의 책읽기>(제24회 한국출판평론상 수상), <악플을 달면 판사님을 만날 수 있다고?>(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4년 3월 청소년 권장도서), <누가 이순신을 쏘았는가>(제1회 황금펜 영상문학상 우수상) 등 다수가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5.17 17:06

“전북 시인 재조명”⋯ 최명표 '전북시인론' 발간

전북 출신 시인들의 시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연구서가 지역 문단에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최명표 문학평론가가 <전북시인론>(신아출판사)를 새로 펴낸 것. 이 책은 신아지역문학연구총서로 저자가 정리해놓은 전북 시인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편찬 수록했다. 책은 시인에 따라 총 7부로 나눠 45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이뤄졌다. 1부는 ‘이병기론’으로 저자가 가람을 추모하며 발표한 소론과 일화 등을 더해 고담한 인품을 담아냈다. 2부 ‘김해강론’은 전북 문학이 근대적인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할 무렵 활약한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3부 ‘신석정론’에서는 해방기 시인의 사색과 방황으로부터 문학의 뿌리가 된 그의 작품세계를 관찰한다. 4부 ‘강인한론’은 예술 방면에 두각을 나타낸 시인의 초상을 조명한다. 5부 ‘이가림론’에서는 깔끔한 시풍으로 서정을 노래한 시인의 면모를 탐구한다. 이밖에 6부 ‘기타 시인론’과 7부 ‘시집평’을 통해서는 저자가 새로 발굴한 시인들의 시집을 소개하고 해설도 곁들였다. 정읍 출생인 저자는 계간 <문예연구>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북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전북문학상 평론 부문, 김환태평론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전북지역시문학연구>, <전북지역아동문학연구>, <한국현대아동문학연구>, <한국근대소년운동사> 등과 편서로는 <김창술시전집>, <이익상단편소설전집>, <정렬시전집>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5.17 17:06

오태민 작가, '내 삶의 한 번쯤은-우리 땅을 걷다' 출간

뙤약볕이면 뙤약볕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땅끝마을에서 임진각까지의 자유로운 도보여행 기록. 오태민 작가가 <내 삶의 한 번쯤은-우리 땅을 걷다>(신아출판사)를 출간했다. 책은 오 작가의 친근한 말투와 섬세한 표현력으로 마치 그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오 작가는 “퇴직이 다가오며 지금껏 발을 딛고 버텨 살아온 이 땅을 한번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곳까지 걸어보고 싶었다”며 “출발하기까지 두 번 세 번의 의지를 다져 우리나라 지도의 내륙 최남단 해남 땅끝 탑으로 가 발 도장을 찍었다”고 말하며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글 사이사이 배치돼 여행기를 부연 설명해 주는 투박한 흑백 사진 역시 오 작가의 구불구불한 여정만큼 재밌는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그는 “당시 스마트 폰 대신 디지털카메라로 여행 사진을 찍어 메모리 칩에 저장하던 중 분실로 인해 원본을 잃어버렸다”며 “그나마 서랍에 보관하던 기록 초고본에 사진이 프린터 된 것이 흑백으로나마 살아있어 다행히 책에 첨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보여행의 기록 중 단연 눈길이 머무는 대목은 오 작가의 고향인 ‘전라북도’였다. 실제 독자와 친근한 지역 속 오 작가가 겪은 사건 사고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오 작가는 “도보여행은 나에게 새롭고 아름답고 또 여느 스승 못지않게 훌륭한 가르침을 베풀어 줬다”며 “걷는 덕분에 그동안 내내 자유롭고 행복했다. 앞으로도 그동안 걸었던 우리의 땅과 길은 잊지 않고 나의 기억 속에 살아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임실 출생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해 전주시청에서 30년 동안 근무했다. 현재 오 작가는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사무차장, 전북문인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05.17 17:06

송경호 수필가, 첫 번째 수필집 ‘걷고 싶은 길’ 발간

아침저녁으로 걸어 다니는 일상의 길을 모티브로 해 글감의 사유를 경쾌하게 써 내린 수필. 송경호 수필가가 등단 1년 만에 첫 번째 수필집 <걷고 싶은 길>(인간과문학사)을 발간했다. 토속적인 정서로 유년 시절의 체험을 소환해 현재와 대비해 표현한 책은 ‘소소한 바람’, ‘그믐에 뜬 보름달’, ‘돌절구에 뜬 달’, ‘없음에서 얻은 행복’, ‘초봄 달팽이’ 등 총 5부로, 45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기성찰의 문학인 수필을 통해 인간의 삶과 여러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자아 투영으로 독자에게 전한다. 자신이 체험한 바를 서사로 풀어내 일기 쓰듯이 완성한 대부분의 서사 수필과 달리, 송 수필가의 이번 작품에는 작가의 자연 친화 사상을 구체화하는 등 기존의 수필에서 전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또 그의 수필 제목을 보면 ‘돌담’, ‘돌절구에 뜬 달’, ‘배냇저고리’ 등 이제는 잊혀진 옛 사물 혹은 민속품과 같은 것들로 작가의 토속적이고 복고적 취향이 담겨있다. 송 수필가는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면 게으름뱅이처럼 보이지만 삶의 여유와 배려를 가진 달팽이를 생각하곤 한다”며 “인생 이모작의 출발점을 지나 늦게나마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삶의 시간이 멈출 때까지 헛되지 않게 흔적을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전주 출생으로 전라북도 보건환경연구원 총무과장직으로 정년을 맞아 지난해 ‘인간과 문학’으로 등단했다. 현재 인간과문학파 회원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05.17 17:0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정경 시인- 세라 망구소 '망각 일기'

1월 2일부터 수영장에 등록했다. 일주일에 다섯 번. 새벽 다섯 시 반이면 수영장으로 간다. 난생처음 수영장이라는 곳에 발을 디딘 날부터 수영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름을 붙여놓으니 뭔가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겠으나 실상은 내가 얼마나 겁먹었고, 물은 또 얼마나 많이 먹었으며, 모든 게 구제할 길 없이 엉망진창이었는지를 고백한 다음 무턱대고 지난날을 참회하는 기록일 뿐이다. 5개월 차에 접어들자 그마저도 듬성듬성 이 빠진 데가 늘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 연달아 읽은 일기에 관한 책들이 떠올랐다. 문보영 시인의 『일기시대』와 세라 망구소의 『망각 일기』 두 책 모두 일독을 권하고 싶었지만, 그중에도 『망각 일기』를 요 며칠 책상에 올려두었다. 최근에서야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세라 망구소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회고록 작가이다. 줌파 라히리는 그를 “오늘날 영미 문단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작가”라고 상찬하기도 했다. 다양한 글쓰기를 하는 세라 망구소는 오랫동안 일기를 썼다. 이 책의 첫 문장도 “나는 25년 전부터 일기를 썼다”이다. 기억과 순간을 붙들기 위해서 “단어로 따지면 8만여 개에 달하는 분량”의 일기를 써왔다는 것이다. 어쩐지 처절하고 사무치는 결기 같은 것이 문장과 문장에서 묻어난다. 『망각 일기』의 첫 페이지는 이렇게 열린다.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았다. 그게 내가 가진 가장 큰 문제였다.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을 기록하지 않고 하루를 마감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 『망각 일기』, 7쪽 작가는 강박적이고, 집요하게 기록하는 삶, 쓰는 자의 삶을 산다. 기록하지 않으면 망각에 이르고, 종국에 그 삶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오랫동안 시달렸다. 그에게 “일기 쓰기는 무엇을 생략할지, 무엇을 잊을지를 솎아내는 선택의 연속”이었으며, 25년간 일기 쓰기는 “하루 치의 청결을 책임지는 필수 일과”가 되었고, “일기 쓰기를 그만두느니 차라리 씻지 않는 편을 택”할 정도다. 눈치챘겠지만 이 책에는 세라 망구소가 그간 쓴 방대한 분량의 일기가 단 한 줄도 인용되지 않았다. 이것은 일기에 관한 글이다. 시간과 그 시간 속 존재들을 기록함으로써 사라지지 않도록 박제해두려했던 마음의 무늬들. 마치 주문과도 같은, 기도와도 닮은 간절함. 그 근원적인 불안과 강박으로부터 어떻게 놓여나고 필멸을 받아들이게 되었는가에 관한 성찰의 흔적이다. 옛 문고판이 떠오를 만큼 책의 판형도 작고 페이지마다 여백이 많은 책이지만, 쉽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글은 아니다. 군더더기 없이 예리하게 벼려진 문장들은 그 앞에 한참을 머무르게 한다. 나의 옛일을 불러들이고, 잊고자 한 일과 기억하고자 했던 순간들을 펼쳐 보인다. 기억하기 위해, 망각하기 위해 사람들이 하는 일을 생각했다. 재밌는 건 일기 쓰기를 통해 생의 단 한순간도 빈틈없이 붙잡고 싶어했던 그의 고군분투를 완전히 전복한 사건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인데, 바로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이어지는 경험이다. 아이를 낳아 기르며 작가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기억은 잃어버리고, 반대로 생애 초기의 기억은 생생하게 떠올리기도 했다. 그가 구축해온 세계가 뒤죽박죽됐어도 작가는 여전히 일기를 쓴다. “미래는 계속 생겨나”고 우리가 사랑해마지않는 필멸의 존재들이 안간힘을 다해 빛나는 이 세계를 조금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꽃. 나는 그 꽃을 미스터리로 남겨둬도 괜찮았다. 아니, 미스터리로 남겨두는 편이 더 나았다. 그래서 다른 아이가 관목의 빈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섰다. - 『망각 일기』 39쪽 김정경 시인은 201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검은 줄」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골목의 날씨』가 있다. 자칭 ‘산책중독자’. 오래된 골목을 유람하며 채집한 이야기로 시도 쓰고, 산문도 쓰며 살고 있다. 현재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3.05.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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