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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97) 오월의 눈꽃 이팝나무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오월이다. 이해인 수녀는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색 서정시를 쓰는 달을 오월이라 했다. 이 초록이 한창인 늦은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시기에 흰 눈이 나무에 쌓인 듯이 꽃피는 나무가 있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니고 그 모습에 잘 어울리는 하얀 눈꽃이라는 의미도 품은 치오난투스 레투사(Chionanthus retusa)라는 학명의 이팝나무이다. 이팝나무의 꽃은 좁쌀에서 이름이 유래된 조팝나무의 흰 꽃송이와 비슷해 보이지만, 조팝나무는 조밥을 붙인 것처럼 꽃이 피는 장미과의 나무이고, 이팝나무는 바람개비처럼 네 갈래로 갈라진 꽃잎의 물푸레나무과 나무로 크기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팝나무는 언뜻 꽃송이가 팝콘이 펑펑 튀겨진 모습처럼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사발에 흰 쌀밥이 소복하게 담겨 있는 것처럼 보여 쌀밥나무로 불린다. 그래서인지 이팝나무는 풍년을 점치는 나무였다. 문화재청에서 1967년 천연기념물 제183호로 지정받은 고창 중산리 이팝나무도 흰 꽃이 풍성하게 많이 피면 풍년이 들고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고 믿게 하는 나무이다. 고창 중산리 이팝나무는 특히 수형이 아름다워 만개한 모습이 장관을 이루는 나무로 유명하다. 꽃이 피는 이즈음이 되면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예측하려는 사람들이 이 나무의 꽃이 피어난 모습을 보러 온다. 더욱이 이곳의 이팝나무는 가뭄이 들었을 때 비를 내려달라 정성을 들이면 비를 내려주는 신목(神木)으로도 알려졌다. 그렇다 보니 300여 년의 오랜 세월 마을 어귀에서 풍년을 비는 간절한 바람과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며 정성을 다한 마을 사람들의 풍상을 오롯이 품고 있는 나무이다. 오래전부터 여러 이름으로 불린 이팝나무를 선조들은 여섯 가지의 도를 깨우친 나무라 하여 육도목(六道木)으로 혹은 유소수(流蘇樹)라고도 불렀는데, 유소는 깃발이나 장신구 등에 매듭짓고 꼬아서 다는 매듭 장식 술로 이팝나무의 흰 꽃잎이 모여 길게 늘어진 것이 하얀 실로 만든 술이 늘어진 것처럼 보여 불린 이름이다. 또한, 이팝나무는 식용으로 나물로 무쳐 먹으며, 중국과 일본에서는 잎을 차(茶)로 사용해 다엽수라고도 하고 한방에서는 탄율수라 하여 꽃과 열매를 중풍과 기억력 감퇴 그리고 토담증 등 다양한 약재로 쓴다. 지금의 이팝나무로 이름 붙여진 것에는 여름에 들어서는 입하에 피는 꽃이라 입하목(入夏木)이라 불렸는데 입하가 연음이 되어 이파라 불리다 이팝으로 되었다는 설이 있다. 다른 이야기로는 이(李)씨 왕조 조선 시대에서는 벼슬을 해야 임금이 내리는 이씨의 밥인 흰쌀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쌀밥을 이밥이라 하여 이밥나무가 이팝나무가 되었다고도 한다. 진안에서는 이팝나무를 이암나무 혹은 뻣나무로도 부르는데, 쌀밥나무와 관련하여 아기사리 이팝나무라 불리는 나무들이 있다. 어린아이의 시체를 묻은 일명 애기무덤을 아기사리라 하는데 마이산을 지척에 둔 진안 마령초등학교에 자리한 진안 평지리 이팝나무 군락에 담긴 슬픈 이름이다. 흉년이 들어 어른도 굶어 죽는 시기에, 먹지 못해 젖이 나오지 않는 어미의 빈 젖을 물고 죽은 갓난아이와 먹을 게 없어 배고파 죽거나 병들어 죽은 어린아이를 묻어 준 부모는 아이의 넋을 위로하면서 무덤 곁에 아가...죽어서라도 실컷 쌀밥을 배불리 먹거라...하며 쌀밥을 닮은 꽃이 피는 이팝나무를 심어주었다고 한다. 흉년과 전염병이 들면 하나둘 늘어나는 어린아이의 무덤과 함께 부모의 애달픈 마음을 담은 이팝나무가 점차 군락을 이루게 되어 흰 꽃송이가 수북한 밥꽃으로 눈이 시리게 피어난 것이다. 그곳은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의 보호를 받다가 1922년 지금의 마령초등학교가 개교하면서 학교 담장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마치 아기사리의 슬픔을 딛고 아이들이 못다 이룬 꿈들을 꽃 피우듯이 교문을 중심으로 좌우에 자리하여 아이들을 묵묵하게 지켜주고 있다. 진안 평지리 이팝나무는 1968년 천연기념물 제214호로 지정된 이팝나무 군락이다. 당시 약 280살 정도 추정된 나무를 포함하여 수나무 3주 암나무 10주 총 13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1973년부터 나무가 고사하기 시작하여 1996년 7주만 남았다가 2017년 4주에서 2018년 3주, 지금은 2주만 꽃을 피워내고 1주는 안타깝게도 고사가 진행 중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끝을 다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오래전 축대 작업 시 점질토인 논흙이 복토로 사용되면서 이팝나무의 수세가 쇠약해져 이후 생육환경을 개선하는 등 문화재 돌봄 사업의 노력을 지속하며 남은 나무들을 돌보고 있지만, 아이들의 무덤을 오랫동안 지켰던 나무 역시 시간의 흐름에서 비켜 가지 못하니 안타깝다. 작년 2020년에는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마령초등학교 총동창회가 기증한 후계목으로 인정되는 두 그루의 이팝나무가 천연기념물 이팝나무와 함께 군락을 이루며 그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또한, 전북 산림환경연구소에서는 진안과 고창 두 곳 천연기념물 이팝나무의 후계목을 완주 대아수목원에 육성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름답게 꽃을 피워내는 고창 중산리 이팝나무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후계목 그리고 해 맑은 모습으로 학교 안의 아가사리 이팝나무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지킴이를 자청하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가정의 달인 오월 초록색 서정시를 쓰며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라는 이해인 수녀의 오월의 시가 눈꽃처럼 피어난 이팝나무 아래에서 울려 퍼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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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2 18:00

[참여&소통 2021 시민기자가 뛴다] 전북 청소년활동의 현재와 미래

1,796,331, 302,999. 앞의 숫자는 2021년 4월 기준 전라북도 총 인구수다. 그럼 뒤의 숫자는 무엇일까? 2021년 1월 기준 전라북도 청소년인구수(만 9세~24세)이다. 인구 200만 명이 무너진 전라북도, 문제는 다음세대인 청소년인구도 감소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청소년이 행복한 전라북도를 외치는 기관이 있다. 바로 도내 청소년활동의 중심 전라북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를 찾았다. 센터가 그동안 걸어온 길과 비전을 통해 도내 청소년활동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부터 전라북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의 걸어온 길과 현재 그리고 비전을 확인해보자. 전라북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이하 진흥센터, 위탁법인 ㈔전라북도청소년단체협의회)는 1997년 전라북도 지역의 청소년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전라북도청소년자원봉사센터로 개소하였다. 이후 2006년 7월, 청소년 활동 활성화에 대한 국가적 욕구에 발맞추어 수련활동, 문화예술활동, 청소년 정책, 참여활동 등 종합적인 청소년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전라북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로 개편하였다. 진흥센터는 2018년 김의숙 센터장 취임 이후 청소년과 미래를 잇는 성장지원 플랫폼이라는 미션에 따라 청소년활동 및 정책 전반에 걸쳐 다양한 교육지원, 프로그램 개발, 정책 수행 지원 등을 수행하며 지역사회 청소년활동 플랫폼으로 그 역할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미션 아래 4대 사업영역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첫째, 청소년활동 현장역량증진사업으로 청소년활동 시설 및 유관기관, 지도자의 역량증진을 위한 교육과 컨설팅을 운영한다. 세부 내용으로는 지도자 맞춤형 교육, 학습동아리 지원, 프로그램 개발 보급, 컨설팅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둘째, 청소년 정책개발 실행지원사업으로 청소년 관련 정책 개발을 위한 정책제안대회, 정책포럼, 연구 조사 등을 운영하며, 청소년 자원봉사활동, 수련활동 인증제 및 신고제, 청소년 포상제 등 청소년 정책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과 홍보를 수행하고 있다.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은 청소년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나눔을 실천하고, 민주시민으로서 자질을 함양하는 활동으로 자발성, 무보수성, 공익성, 지속성 등을 그 특성으로 한다. 청소년수련활동 인증제는 청소년활동진흥법 제35조(청소년수련활동인증제의 운영) 및 제36조(수련활동 인증절차)에 의해 도입되었으며, 국가 및 지방자치 단체 또는 개인법인단체 등이 실시하고자 하는 청소년 활동을 프로그램, 지도력, 활동환경, 기록관리가 일정한 기준을 갖추었음을 심사심의하여 인증하고 인증수련활동에 참여한 청소년의 활동기록을 유지관리제공하는 제도이다. 청소년수련활동 신고제는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수련활동의 실시계획을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 수리된 내용을 공개하여 국민이 정보를 활용할수 있게 하는 국가제도다. 청소년 포상제는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만14~24세)와 청소년자기도전포상제(만9~13세)가 있는데,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는 1956년 영국 에딘버러 공작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청소년이 다양한 활동영역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활동하여 스스로의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하고 삶의 기술을 갖도록 하는 전 세계 140여 개국에서 운영되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자기 성장 프로그램이다. 청소년자기도전포상제는 청소년들이 봉사활동, 자기개발활동, 신체단련활동, 탐험활동 4가지 활동영역에서 스스로 정한 목표를 성취해가며, 숨겨진 끼를 발견하고 꿈을 찾아가는 자기성장 프로그램이다. 청소년포상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지역 운영 기관과 상담 후 e청소년을 통해 입회 신청을 하면 된다. 셋째, 수요자 맞춤형 정보제공사업으로 청소년활동 정보 수요자들의 요구에 맞추어 청소년활동 활성화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청소년활동과 정책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진흥센터에서는 홈페이지(www.jb0479.or.kr) 내 청소년 정보센터 게시판을 통해 청소년 통계, 연구 자료, 정책, 매뉴얼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청소년활동정보서비스 e청소년(www.youth.go.kr) 에서는 전국 및 전라북도 내 다양한 청소년활동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넷째, 청소년 활동 정책수행 인프라 관리사업으로 수련시설 대표간담회, 실무협의회, 방과후아카데미 실무협의회, 청소년지도자연수 등을 운영하여 학교 및 기관의 청소년활동 활성화를 위한 협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김의숙 전라북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은 진흥센터의 비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과학 환경 속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경험들이 매우 중요합니다. 청소년활동진흥센터는 청소년들이 경험과 활동으로, 타인과 나 자신을 이해하며, 그 경험을 삶까지 연결시키도록 지역사회 청소년기관, 학교, 민간과 연계하여 청소년의 성장지원을 돕는 플랫폼 기능을 잘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도내 청소년활동의 중심에 있는 전라북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를 방문하여 역할과 진행 중인 다양한 사업을 알아보았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플랫폼체제의 도입하고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청소년활동을 주도하는 전라북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 그들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를 표한다. 인구 200만이 무너진 전라북도가 가장 먼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분야가 무엇일까? 출산? 일자리? 본 기자는 다음세대인 청소년분야라고 생각한다. 청소년시기 살고 싶은 전라북도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면 in서울만을 외치는 세대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전라북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는 달라질 전라북도의 중심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진흥센터에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여 본다. 손승진 전북청소년단체협의회 팀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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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0 17:54

취임 3년차 윤권하 원광대학교병원장 “소통과 화합으로 미래 100년 혁신을 준비”

제생의세(濟生醫世) 정신으로 세상의 질환을 치료하는데 적극 참여하고 병원중심, 진료중심이 아닌 인간중심, 환자중심의 의료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3년 전 윤권하 원광대학교병원장의 취임 일성이다. 그는 지역을 대표하는 의료기관의 수장으로서 환자중심, 미래창조, 사회봉사, 효율지향이라는 4대 전략을 세우고 무엇보다도 환자중심의 신뢰받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 명품 의료서비스 제공은 물론,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지역국가와 함께하는 병원으로서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건강사회 선도를 다짐하고 있는 그를 만나 원광대학교병원의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윤권하 원광대학교병원장 - 어느덧 취임 3년차를 맞이했습니다. 병원 경영에 있어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요. 저는 평소 다산 정약용의 사상을 많이 생각해 봅니다. 그분의 사상을 요약하면 애민사상, 실사구시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람을 존중하고, 그걸 행동으로 실천하는 실용주의지요. 이에 비춰 원광대병원의 핵심적인 가치가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끊임없이 혁신을 말합니다. 하지만 혁신은 결코 새로운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소통과 화합이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병원의 지표를 보면, 소통과 화합이 잘 된 부서는 실적이 좋지만 갈등이 있는 부서는 아쉬움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 병원 내에도 다양한 부서가 존재하는 만큼 갈등요소들은 언제나 내재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구성원 간의 소통을 유도해주는 것이 방법론입니다. - 그간 원광대병원은 많은 변화를 꾀하면서 변화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성과를 소개해 주신다면. 혁신의 성과들이 가시적인 지표로도 잘 나타난 것이 사실입니다. 우선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가 선정한 2021년 대한민국 최고의 직장 병원 분야에서 전국 10위, 비수도권에서는 1위에 올랐습니다. 이것이 바로 소통과 화합의 결과지요. 저희는 장기화된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내부 구성원들을 위한 근무환경 개선과 사내 소통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행복한 직장 만들기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원광대병원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퀸터플(Quintuple)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와 권역외상센터. 그리고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응급의료전용헬기,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이 그것이지요. 특히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의 경우 7년 연속으로 적정성 평가 1등급을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작년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개발된 모바일 CT를 더욱 개선해 파이온(Phion) 2.0을 개발하고 해외수출이라는 성과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 앞서 강조하신 소통과 화합 측면의 성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원광대병원은 환자 분들과의 소통과 화합에도 애써 왔습니다. 그 결과 건강보험심사원이 실시한 제2차 환자경험평가 중 의사 평가영역과 환자권리보장 평가영역에서 호남권역 상급병원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저희 병원에 입원한 환자 분들을 존중하고 개인의 필요와 선호, 가치에 상응하는 진료서비스를 환자 분의 관점에서 제공한 결과지요. - 원광대병원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 병원의 강점은 무엇보다 원불교 정신에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맑고, 밝고, 훈훈하게라는 그 정신 말이지요. 실제로 우리 병원은 맑습니다. 그리고 밝습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밝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부에서도 평가를 할 때도, 다른 병원과 비교할 때 분위기가 다르다고 평가를 하곤 합니다. 원불교 종립병원으로서 재생의세의 가치를 전파하기 때문이지요. 이와 같은 문화와 정신이 저변에 깔려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입니다. -병원 내 혁신디자인팀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큽니다. 디자인이라는 단어 탓에 얼핏 시각적인 측면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병원의 전반적인 구조를 담당하는 팀이지요. 그 구조가 잘 만들어질 때 효율적인 활동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혁신디자인팀을 만들게 됐습니다. 사실 오랫동안 이 부분을 고민해 왔습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Center for Innovation이나 서울아산병원의 이노베이션 디자인센터가 이 개념을 도입했었는데요. 작년에 서울아산병원과 MOU를 맺게 되면서 병원장으로부터 이노베이션 디자인센터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원광대병원은 지난 2020년 1월에 출범한 미래발전위원회를 통해 우리 병원의 4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는 비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위원회는 30대에서 40대의 교수 포함 36명으로 이뤄진 조직으로, 실질적으로 우리 병원의 미래를 살아갈 세대들이며 아이디어 팩토리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진료부서 뿐만 아니라, 병원의 모든 부서도 다학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미래발전위원회에서 도출된 아이디어를 실천하기 위한 부서이자, 교두보 역할을 하는 조직이 바로 혁신디자인팀입니다. 앞으로 진료처 내에 혁신디자인팀이 배치돼 미래발전위원회에서 도출된 아이디어를 필터링하고, 구체적인 실행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며, 다시 구성원들이 그 성과를 피드백하는 구조로 운영될 것입니다. - 전북 익산에 위치한 병원으로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원광대병원의 발전은 곧, 익산지역의 발전과도 직결돼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사회의 화두가 돼 왔습니다. 저는 의료행복도시 익산을 슬로건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익산은 30만 정도의 도시이지만, 의료 인프라가 이렇게 잘 갖춰진 곳이 없기 때문이지요. 익산은 원광대학교병원은 물론 한의대, 치대, 약대 등 의료 인프라가 집적화된 지역입니다. 그래서 원광대병원을 중심으로 의료행복특구를 만들자는 주장을 해왔고, 이미 익산시와 TFT를 구성해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UBRC(대학 연계형 은퇴자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등 지역커뮤니티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개발하고 희귀난치병연구소, 의료기기산업, 바이오제약, 스마트 병원을 위한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분야 등 연구중심병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전북도민, 익산시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원광대병원은 지역의 의료책임을 맡고 있는 기관이자, 원불교가 가지고 있는 기관 중에 가장 큰 기관입니다. 이는 기관의 규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원광대학교병원이 가지고 있는 행위의 가치를 또한 말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병원은 지역의 의료만을 책임지는 수동적 입장이었습니다. 이를 지역의 활성화와 연계해 의료서비스,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산업, 의생명분야 창업 등과 연계시킨다면 익산지역이 하나의 종합의료타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광대병원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지역사회가 행복할 수 있도록 함께 한다면, 지역사회와 상생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병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기획
  • 송승욱
  • 2021.05.10 17:38

[뚜벅뚜벅 전북여행] 전주 야경 명소 : 세병공원, 아중호수공원, 기지제수변공원

5월의 저녁은 덥지도 춥지도 않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 전주 야경 명소를 찾아 저녁을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먼저 처음 소개해드릴 장소는 전주 덕진구 송천동에 있는 세병공원입니다. 세병공원은 전체적으로 크지는 않지만 아담하면서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데크 손잡이 밑으로 비추어지는 은은한 빚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아파트가 조명이 되어 주어 밤 나들이하기 정말 좋습니다. 세병공원의 낮은 아이들의 함성과 가족 단위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낮과 반대로 세병공원의 진정한 매력은 어둠이 내려앉고 데크마다 불빛이 밝혀질 때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세병공원의 진정한 매력은 아파트 불빛과 세병호의 조화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군부대 내에서 잠자고 있던 세병호와 새로운 택지지구를 통해 지어진 아파트와 만남.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잘 어울리는 이 조합. 인천 센트럴파크, 부산 더베이도 부럽지가 않습니다. 밤에도 초록빛의 싱그러운 느낌이 한 가득합니다. 낮에만 초록일 줄 알았는데 밤에도 은은한 불빛 아래 초록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고, 이런 전경은 밤의 고즈넉함이 기묘하게 아름답습니다. 화려한 빛이 가득한 도심 속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초록 식물들과 호수를 보고 있으면 바쁘고 지친 일상들을 위로받는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안내해 드릴 장소는 전주 덕진구 인후동에 있는 아중호수 공원입니다. 멀리서 보이는 아중 호수공원의 모습입니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은은한 불빛이 왠지 모를 몽환적인 분위기를 주고 있습니다. 호수에 비친 데크길 조명과 깊어가는 밤의 느낌과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해 줍니다. 이제 입구에서도 보는 아중 호수공원 모습입니다. 멀리까지 보이는 은은한 조명이 카페와 음식점 불빛 등이 잘 어우러져 있는 모습에 눈길이 갑니다. 가까이 와서 산책로를 조망해 보니 전체적으로 용 모습과 비슷한 것 같기도 했습니다. 아중호수공원은 꽤 긴 코스인데도 야경이 멋지게 펼쳐져 있어서 걷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 줍니다. 좌우로 촛불이 줄지어 켜져 있는 것 같아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시켜주고 끝이 어디일까 하는 마음마저 들게 합니다. 휴식 공간에도 비추는 조명은 은은한 조명이 있어서 멋을 더하는 것 같았습니다. 공간이 전체적으로 넓어 여러 방향으로 아중 호수의 야경을 즐길 수 있게 도와줍니다. 아중호수공원이 선사해 준 몽환적인 분위기는 외국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마지막을 안내해 드릴 장소는 전주 덕진구 혁신동과 만성동에 걸쳐 있는 전주 기지제 수변공원입니다. 멀리서 바라본 기지제 수변공원 모습입니다. 낮에는 기지제를 보는 모습과 밤에 기지제를 보는 모습이 다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지제를 밤에 보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지제라는 자연과 높은 아파트의 인공미가 만들어 내는 조화는 환상적이라는 말이 아깝지가 않습니다. 물에 반영되어 비친 아파트의 모습과 밤이 고요함이 석인 어둠 모습이 정말 웅장하기 때문입니다. 기지제 수변 공원의 산책로 길이는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아늑한 데크길 조명과 위치마다 다른 풍경은 실제로 산책하는 데 느끼는 시간을 줄여 줍니다. 또한, 데크길이 넓게 조성되어 있고, 계단이나 급경사가 없어 남녀노소 편하게 걷기에 좋습니다. 산책로 중간에 있는 휴식 공간 역시 호수 옆에 있어서 야경이 아름답습니다. 휴식 공간에 조명이 잘 되어 있어 예쁜 사진을 남기 실수 있습니다. 깊고 짙푸른 밤. 잔잔한 호수에 비친 건물 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호수를 둘러싼 수많은 불빛이 멋진 야경을 선사해 주어, 밤에 산책하기 정말 딱 좋습니다. 전주 야경 명소 3곳은 실제로 야경이 훨씬 멋있습니다. 카메라로는 눈으로 보는 그대로를 담을 수 없는 것이 참 아쉬울 정도입니다. 여러분들에게 직접 걸어보시면서 느끼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가정의 달 5월, 가족과 함께,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방역수칙 준수하면서, 전주 야경을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글사진 = 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 기획
  • 기고
  • 2021.05.10 16:43

[뉴스와 인물] “새만금에 ‘식량안보 콤비나트' 조성해야”

새만금에 식량 위기에 대비한 식량안보 콤비나트(combinat)를 조성해야 합니다. 올 3월 임기 시작과 동시에 식량안보 이슈를 들고 나온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김춘진 사장이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새만금에 식량자원의 저장가공비축 단지인 식량안보 콤비나트 건설을 제안하고 나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이같은 제안을 정부에 공식 보고까지 했다. 여기에 그는 새만금에 식품가공 공장을 집적한 식품 콤비나트를 구축해 국내 최고의 복합식품가공단지를 조성할 것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주변국에 식량을 공급하는 동북아 식량허브로 자리매김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굳이 새만금을 후보지로 꼽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새만금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대형 선박 접근이 가능한 항만과 광활한 땅, 청정에너지 등 물류중심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등 국내에 새만금만한 적지는 없다고 했다. 취임 이후 50여일 동안 식량안보 전도사로서 광폭 행보를 하고 있는 그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만나 새만금 식량안보 콤비나트에 대한 구상을 들어봤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이 '식품 콤비나트' 후보지로 새만금을 지목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장 취임을 축하하며, aT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T는 1967년 설립된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농수산식품 산업육성을 통해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와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크게 농산물의 수급안정과 유통구조 개선, 수출진흥, 식품산업 육성 등 4가지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 임기 시작 때부터 식량안보를 강조하고 나섰는데, 어떤 이유인지. 전염병과 이상기후 등으로 주요 곡물의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등 국제곡물시장이 불안정합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속에서 주요 곡물수출국들이 수출제한조치를 시행하면서 국가 차원의 공공비축정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식량 위기 상황에 대비해야 할 때이죠. 실제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2019년 기준 45.8%로 매년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사료용을 포함한 전체 곡물자급률은 21% 수준으로 곡물의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은 실정입니다. - 지난 4월 15일 당시 정세균 총리에게 식량안보 강화 방안의 하나로 식량 콤비나트를 보고했는데, 무슨 내용입니까. 식량 콤비나트는 국내에서 생산된 식량자원의 저장가공비축은 물론 해외 수입식량의 비축이 한 곳에서 이뤄지게 해 식량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한 집적단지입니다. 식량 위기 상황에 대비해 국가차원에서 식량 콤비나트를 건설해 식량의 안정적 공급기반을 구축할 필요성을 역설했죠.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주변국에 식량을 공급하는 동북아 식량허브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 식량안보 위기 상황에 대비한 주변국의 대응은 어떻습니까. 이미 체계적인 공공비축정책이 시행 중입니다. 중국은 중국저비량관리총공사를 통해 식량 주산지에서는 3개월 이상, 주소비지에서는 6개월 이상 소비량을 비축토록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쌀 100만톤, 밀 2.3개월분, 기타 사료곡물은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1개월분을 비축하고 정부가 1개월분을 추가로 비축하고 있습니다. 쌀 소비 전량을 수입하는 싱가포르의 경우, 모든 쌀 수입업자는 사전확약 수입물량을 신고하고 백미는 수입물량의 2배를 비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식량 콤비나트 후보지로 새만금을 지목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새만금은 수심이 깊어 대형 선박 접근이 용이한데다, 광활한 땅에 풍력조력 등 청정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등 물류중심지로서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새만금만한 적지는 국내엔 없습니다. 그래서 새만금에 하자고 한 것입니다. 결코 새만금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국가 식량안보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죠. 물론 인천도 있지만, 공간 부족 등의 문제로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 구상하고 있는 새만금 식량 콤비나트는 어떤 그림인지. 먼저 새만금 간척지 일대에 하역시설과 대규모 곡물 터미널엘리베이터를 건설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근에 식품가공 공장을 집적한 식품 콤비나트를 구축해 국내 최고의 복합식품가공단지를 조성하고자 합니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하지만, 해가 갈수록 그림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 식량안보 확보 외에 예상하는 경제적 효과는 어느 정도입니까. 인접한 중국은 세계 최대 식량 수입국입니다. 곡물 창고 인근에 제분 공장을 세워 가공해 중국에 수출할 경우, 연간 40조50조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여기에 국제 곡물메이저들을 유치하면 새만금은 수출전진기지가 될 수 있죠. - 식량 콤비나트는 국가차원에서 추진할 사업인데, 공사에서 추진하는 게 적절한 지. 물론 국가차원의 사업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안정적인 먹거리 수급을 책임지고 있는 aT가 싹을 틔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다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aT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 후속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현재 공사내에 콤비나트 프로젝트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습니다. 7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도 별도로 구성해 보다 구체적인 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지금은 여론도 많이 조성돼 있어 희망적입니다. - 식량 콤비나트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됐는지.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었습니다. 현역 국회의원 시절, 국내 식품전문가들과의 모임을 통해 이 분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죠. 임기 첫 날(3월 15일)부터 공론화시키고, 취임 한 달여만에 총리에게 보고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연유죠. - 식량 콤비나트 외에 임기동안 추진하고 싶은 사업은. 현재의 식량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농어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민이 참여하는 공여형 스마트 팜과 농식품 빅데이터 플랫폼 활성화, 농수산식품 수출 활성화 및 수출 확대, 농산물 직거래 플랫폼인 aT 온라인경매 등을 역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 주민참여 공여형 스마트 팜은 어떤 사업인지. 농촌의 고령인구와 도시의 청장년 인구가 상생하며 농촌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사업입니다. 마을기업이 운영하는 스마트팜 단지에서 농촌 고령층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청장년층은 스마트팜을 운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창출되는 수익 일부는 기본소득처럼 마을 전체 농가와 균등하게 배분합니다. 여기에 aT는 이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농산물 판로를 책임지고 확보해 줍니다. 신규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방 인구 유입에 기여할 수 있는 농촌의 신사업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aT가 올해 중점 추진하는 사업 중 농식품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이 사업은 공사가 축적해 온 다양한 생산유통소비 자료를 빅데이터화하는 것으로, 올 2월 농식품 빅데이터 거래소(KADX)가 출범했습니다. 188종의 데이터 개방과 농산물 물류정보 등 거래소 고유 정보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향후 자생적 플랫폼 운영체계를 마련해 농식품산업의 디지털 경제 활성화는 물론 공공민간기업 생산 데이터가 플랫폼을 통해 거래될 수 있도록 시장조성자 역할을 수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1953년 전북 부안 출생. 부안중-전주고-경희대 치대를 졸업했다. 치과의사 겸 정치인으로, 3선(171819대) 국회의원이다. 1986년부터 2002년까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치과 주치의로 활동했다. 정치 입문 후 첫 도전인 2004년 17대 총선 때 부안고창 선거구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거물 정치인었던 새천년민주당 정균환 후보를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여의도에 입성한 후 19대까지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3번 연속 금뱃지를 달았다. 이후 20대 총선을 비롯해 3차례 선출직에 도전했으나 연달아 고배를 마신 후 올 3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임기는 3년. 국회의원 시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과 보건복지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상임위를 가리지 않고 농민 보호와 농어업 활성화를 위한 입법 활동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농산물 직거래활성화와 농수산물 원산지표시 등 농어업 관련 법률의 국회 통과에 앞장섰으며, 흙의 날(3월11일) 제정을 위한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2008년 농촌진흥청이 존폐의 기로에 섰을 때는 의원 156명의 서명을 직접 받는 등 폐지 반대 운동을 펼치며 현재의 농진청이 존재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 기획
  • 김준호
  • 2021.05.09 17:56

[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예상치 못한 이별, 그리움과 상실의 옛 이야기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되는 시간, 햇살에 눈부셔 눈을 반만 뜨고 있던 시간. 내 가까운 이의 가까운 이가 작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인은 심근경색. 이송 중 운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페이스북으로 그를 찾아보니 많은 이에게 온정을 베풀었고, 강단 있게 본인의 신념을 실천했던 호인이었다. 쉰넷, 영면에 들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다. 어제까지도 활발히 일을 하던 사람을 이제는 볼 수 없다. 그 소식을 들은 친구에게 나는 어떤 위로의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가까운 이를 상실했다는 감정. 내가 아직 경험한 적 없는 감정. 그 감정을 겪는 이에게 나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미안해하는 나에게 그는 늦게 알수록 좋은 감정이라고 담백하게 말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날 나는 떠돌이처럼 하루를 돌아다녔다. 사색을 하다가, 책을 읽다가, 산책을 하다가, 영화를 보았다. 이날 하림의 〈사의 찬미〉를 듣고 마음이 쿵 하였다. 이날 다큐멘터리 영화 〈여파〉를 보고 또 마음이 털썩 하였다. 페이스북을 보니 고인을 애도하고 그리워하는 편지들이 하나둘 올라온다. 밤이고 낮이고 올라온다. 그렇기에 오늘은 그리움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최근 나주 율정점(栗亭店)을 찾으러 간 적이 있었다. 정약전과 정약용 형제의 깊은 우애를 이야기할 때 항상 등장하는 장소이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정약전은 흑산도로,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되었다. 함께 한양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던 중 이 둘이 헤어졌던 곳이 바로 율정점이었다. 율정점은 밤나무가 줄지어 있던 곳이라는 율정(栗亭)과 가게(店)가 합쳐진 단어이다. 주막과 민박이 모여 있는 작은 교통로를 상상할 수 있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이별을 직시하고 함께 내려가던 그 상실감이 어땠을까. 정약용이 쓴 시 〈율정별(栗亭別)〉에는 그 마음이 담겨있다. 초가 주막의 새벽 등잔불 시나브로 꺼질 듯, 일어나 샛별 보니 장차 헤어질 일 참혹하다. 물끄러미 마주 보며 할 말을 잃어, 억지로 말 꺼내려다 흐느낄 따름이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자산어보〉에도 율정점에 이별을 애처롭게 그렸다. 짙은 안개 속 길목에서 형제는 서로를 바라보다 헤어진다. 그 둘이 짐작한 대로 정약전과 정약용은 끝내 만나지 못하였다. 이처럼 나주 율정점은 200년 전부터 이어진 깊고 슬픈 이별의 장소이다. 최근까지 이 오래된 그리움을 마주하러 나주를 찾았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주일 전, 필자가 율정점을 방문했을 때는 그 흔적을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동행했던 신정일 선생님이 꼭 가야한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지나갔을 정도였다. 결국 블로그를 검색하여 위치를 찾았다. 율정점의 흔적이라고는 마을주민이 만든 것 같은 율정별리란 팻말과 도로 표지판 율정교차로 뿐이었다. 신정일 선생님은 과거 2차선이던 길이 6차선으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넓어진 풍경에 연신 당혹해 하셨다. 흔적이 있어야 시선이 머문다. 시선이 머물러야 추억한다. 추억할 거리가 있어야 그리움이 생긴다. 이제 이곳을 방문한 사람은 누구도 율정점을 그리워하지 못할 것이다. 〈여파〉(2021)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났다. 우연히 객사를 걷다 운이 좋게 현장예매를 하였다. 돌이켜 보니, 우연으로 관람했다는 게 부끄러울 만큼 깊은 상실의 이야기였다. 1949년 6월 6일, 친일 경찰들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약칭 반민특위)를 습격하고 빨갱이란 주홍글씨를 씌웠다. 이후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후손들은 선친의 업적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난과 이념의 굴레에 살아가고 있었다. 세상사를 살다보면 명확히 깨닫는 것들이 있다. 가령 인정받지 못한 순간, 존중받지 못한 태도. 그것이 사람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와 같은 것들이다. 후손들은 기나긴 시간을 그런 비참함과 상실 속에서 버텨나갔다. 이 모든 상황이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닌 아버지의 유산이라는 것이 억울할 따름이다. 그 모습 속 후손들의 마음을 감히 짐작하여 아래에 몇 자 써본다. 가족을 돌보지 않아 원망한다. 찢어지게 가난한 이 삶을 원망한다. 나라만을 생각한 당신을 원망한다. 그리고 당신이 무엇을 어떻게 희생했는지 다 알지 못한 나 자신을, 원망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시대가 많이 나아졌다며 담담하게 사진첩을 보며 아버지를 추억하였다. 그럼에도, 선친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외치고 있었다. 〈여파〉에는 어떤 과정과 시간을 거치며 모았을지 모를 사진들과 자료들이 잔뜩 나온다. 조명 받지 못한 사건의 자료 찾기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감히 짐작할 수 없다. 김진혁 감독과 반민특위 후손들은 오늘도 아버지의 일이자 대한민국의 역사를 천명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 왜 〈여파〉라고 지었는지에 관한 질문에 김진혁 감독은 답하였다. 미시사적 관점으로 제목을 지었습니다. 근현대사 교과서에 실린 그 짧은 한 줄의 사건, 그 사건 이후 남겨진 이들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반민특위 사건 이후 후손들의 인생의 여파.. 이 주제를 10년의 세월 동안 잡고 있는 내 인생의 여파.. 그리고 여러분이 이 영화를 본 이후의 여파.. 그런 의미로 여파(餘波)라고 지었습니다. 역사의 존재이유는 간단하다. 온전히 나를 알고 온전히 상대를 바라보기 위함이다.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에서 무슨 일들이 있어났는지 알아야 한다. 내 부모님의 부모님이 무슨 일을 경험했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의 영화를 본 오늘의 나는 너무도 부끄러웠다. 설지희 썰지연구소 소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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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5 17:45

[카드뉴스] 달라진 어린이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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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용
  • 2021.05.0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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