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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로컬과 문화유산 담론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창작과 향유의 직조’

로컬과 문화유산은 어디를 향해 가는가. 전주의 문학인, 예술가, 운동가들의 사랑방이며 요즘 청춘들도 방문하는 곳이 있다. 맛있고 멋있는 전주 각계 사람들이 2차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신명난 가락이 펼쳐지는 곳. 전주 다가동의 새벽강이다. 30년이 흘렀다. 둥지를 옮기기도 했다. 그 강은 한옥거리, 동문거리, 서점거리, 차이나타운, 웨리단길 등 다양한 이름들이 흘러있다. 2019년, 내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새벽강의 장면, 소리, 맛이 좋아 문득 문득 그곳을 찾아간다. 단촐한 식탁, 주인과 손님 구별이 없는 서빙 체제, 지역 예술인들의 손때 묻은 작품, 기타와 이런 저런 악기들. - 海霧, 전주 새벽강, 다음 블로그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2009.02.13. 새벽강을 로컬크리에이터라 할 수 있을까. 무형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을까. 제도적 정의를 살피면 두 가지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새벽강에 없는가? 그렇게 물어본다면 어느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중소벤처기업부는 로컬크리에이터란 지역의 자연환경, 문화적 자산을 소재로 창의성과 혁신을 통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라고 정의한다. 유네스코에서는 무형문화유산이라 함은 공동체, 집단 및 개인들이 그들의 문화유산의 일부분으로 인식하는 실행, 표출, 표현, 지식 및 기술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전달 도구, 사물, 유물 및 문화 공간 모두라고 정의한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현대사회 획일화에 관한 대안이지만 개념과 영역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출발은 같았다. 1920년대부터 근대(modern)의 반대 의미로 전통(tradition), 향토(local), 민속(folk)이 취급되었다. 일제 강점기라는 시기적 의도가 다분히 첨가되었다. 1894년 갑오개혁 이후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은 과거의 끈을 삭제하였다. 1970년대 초부터 시행된 새마을 운동을 필두로 새로운 문화와 산업, 이데올로기가 삽입되었다. 우린 더 이상 한복 입은 할머니의 모습이나 초가집의 풍경을 추억하지 못하며, 그리워하지 못한다. 현대사회의 키워드인 경쟁과 비교, 성장의 지향점에서 지방, 향토, 문화유산은 항상 열위를 차지한다.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 보존 및 활용으로 국민의 문화적 향상 도모와 인류문화 발전 기여를 목적하며 1962년에 제정되었다. 이른 제도화는 무형문화재 지정에서 문제가 일어났다. 무형문화재 개념을 채 정립하기 전에 무형문화재를 지정되면서 일부 오류가 생겼다. 역량 있는 장인이 있더라도 마땅한 심사위원이 부족하거나, 충분한 검증이 안 된 채 지정하였다. 고령의 실기자임에도 종목의 역사적 타당성을 기술하지 못하면 탈락하기도 했다. 소목장(小木匠)은 목조건축물을 제외한 목가구를 제작하는 장인이다. 단연 소목장의 영역에는 우리의 밥상이었던 소반도 포함된다. 그러나 종목상에는 소목장과 소반장이 별도로 지정되어 있다. 또는 조선시대에는 활을 만드는 궁인(弓人)과 화살을 제작하는 시인(矢人)이 있다. 현재 무형문화재로는 궁시장(弓矢匠)이라 하여 통합 지정하였다. 변수들은 왜 나타날까. 바로 제도화로 인한 지정 때문이다. 전통사회의 장인들은 당시 기술직들이었다. 지금 우리 곳곳에 볼 수 있는 엔지니어, 제조업자, 공예가의 과거 버전이다. 그들은 직업으로서 일상 속에 살았다. 직업을 바꾸거나 직장을 옮기기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그런 유연한 삶 속에 존재하던 일이 제도와 지정을 거치며 고정되었다. 무형문화재 제도의 시작은 삶 속에서 시들지 말고 더욱 힘찬 날개를 펼치라는 조력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제도가 설립하고 사라지지 않도록 빠른 속도로 지정이 이뤄졌다. 씨실과 날줄로 엮어있던 생태계는 사라졌고 무형문화재 종목만 남았고 바라만 보았다. 지정 이후에는 무형문화재에 관한 보도와 기록화에 열을 쏟는다. 그 사이 향유했던 문화는 잊혀져갔다. 활성화는 사회문화적 맥락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가령 전북 선자장들이 여럿 존재하는 것은 전북 선비와 예인들이 있었던 과거와 국악인과 한학자들의 오늘 덕분이다. 만신들이 건재한 이유는 여전히 가정의 안녕을 위해 굿판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창작자와 향유자, 그 궤도에 어느 하나 빠지면 우리는 영영 이 멋진 풍경들을 마주할 수 없다. 제도화는 누구에게 향해 있는가? 무엇을 위해 그들을 지정하는가? 그 답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건강한 생태계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 로컬과 문화유산의 담론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흐름과 함께한다. 일반(一般)에 반하는 도전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윗세대가 성취한 모더니즘의 결과에 이면을 찾는 중이다. 인생의 정답이 정해져 있고,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옳다고 천명하는 부모님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 그러나 일반이 말하는 정답. 그 바깥에서 새로운 답을 찾는 여정이기에 모호함을 동반자로 둘 수밖에 없다. 코스가 정해진 깃발여행이 아닌 우연한 즐거움이 있는 배낭여행이기 때문이다. 로컬크리에이터과 문화유산에 관해 계속해서 새로운 대답들이 쏟아질 것이다. 축적의 시간이다. 우리는 그 시간을 즐겨야 한다. 더욱 질문해야 한다. 터전과 제도 사이에 끊임없이 짚어봐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생태계 속에 누가 향유하고 즐기고 있는지 끊임없이 상상하자. 그렇게 正과 反이 충분히 소화되어 다시 合이 되는 어느 날을 기약한다. /설지희 썰지연구소 소장 설지희 썰지연구소 소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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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06 17:50

[참여&소통 2021 시민기자가 뛴다] (1) 노인일자리 사업

집에만 있을 때는 건강이 안 좋고 힘들었는데 일을 하게 되니까 몸도 좋아지고 사람들하고 함께 있으니 마음도 편하죠. 자식들한테 용돈 달라고 손 벌리지 않아서 좋고 3년째 전주천변 하천정화사업에 나가고 있는 김순희 어르신(78가명)은 일주일에 23번씩 아침 일찍 전주 한옥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전주천변에 나가 폐지를 줍고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중간에 일을 쉴 때는 마음도 불안하고 언제 다시 시작하나 기다려졌다고 한다. 김 할머니가 참여하고 있는 노인일자리 사업은 노인의 사회활동 참여를 높이고 노인빈곤을 완화하기 위한 대표적인 노인복지사업이다. 이 사업은 일부 세금 살포하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7080대 노인 참여자의 빈곤 개선 효과 뿐만 아니라 우울과 고독, 상실감 등을 낮추고 삶의 만족도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4년 시작된 이 사업은 전국적으로 3만5000개에서 2021년 현재 80만개에 이르고 있다. 투입된 예산은 292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은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크게 공공형과 사회서비스형, 민간형 등 세부분으로 나뉜다. 한국노인력개발원(2020)에 따르면 이 사업을 위한 수행기관은 지역내 노인복지관, 대한노인회, 시니어클럽 등 전국적으로 1291개에 이르며 전담인력은 4383명이다. 이중 노인일자리 사업의 73.8%를 차지하는 공익활동은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가 대상이며 1년 중 11개월 동안 일한다. 하루 3시간씩 한 달 30시간 일하고 27만원을 받는다. 프로그램 유형은 노노케어를 비롯해 취약계층 지원, 공공시설 봉사, 경륜전수활동, 지역상생활동 등이다. 참가자의 평균연령은 76.3세며 여성노인 참여자가 남성노인 참여자보다 2.4배 많다. 사회서비스형은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지역사회 돌봄, 안전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로 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주 15시간, 월 60시간을 근무하며 주휴수당을 포함해 70여만 원이 지급된다, 2019년 2만개에서 2021년 4만5000개로 대폭 확대되었다. 정부에서 베이비부머 등 신노년층을 겨냥해 마련했다. 교육시설 학습보조, 시니어컨설턴트, 시니어 안전모니터링 등 4개 분야 13개 유형에 종사하게 된다. 민간형에는 시장형사업단, 취업알선형, 시니어인턴십, 고령자친화기업 등 4가지 유형이 있다. 이중 시장형사업단은 대개 공익활동에 비해 노동강도가 높지만 참여자의 44%가 평균 27만원 미만으로 임금이 낮은 편이다. 시니어인턴십은 기업이 60세 이상 노인을 3개월간의 인턴십 참여후 계속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월 37만원씩 최대 222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또 고령자친화기업은 다수의 고령자를 고용하고 있거나 추가 고용하는 기업에 개소당 3년에 걸쳐 25억원의 사업비 등을 지원한다. 2011년에 시작해 2020년까지 전국적으로 253개가 설립됐다. 전북에는 카페 우정(전주효자시니어클럽), 새참수레(완주시니어클럽), 전주 또바기협동조합(전주시니어클럽) 등 10여개가 운영되고 있으나 몇몇을 제외하고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면 노인일자리 사업의 개선점은 뭘까. 이화여대 산학협력단(2020)은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하고, 불합리한 체계로 일자리 개발에 제약이 있으며 수행기관 간 칸막이로 인해 서비스가 분절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일자리 수만 늘렸을 뿐 노인의 빈곤율 감소에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일자리 개발과 함께 사업참여 노인수를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활동비도 인상해야 한다. 문제는 재정인데 문재인 대통령도 당초 국정과제로 노인의 공익활동 참여수당을 2020년까지 40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더불어 베이비붐 세대가 2020년부터 노인층으로 진입하면서 노인일자리의 세대교체 준비도 필요하다. 가령 드론 전문가나 유튜브 영상 제작자, 코딩 교육자 등 새로운 노인세대를 위한 다양한 일자리 유형이 운영되어야 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김수린 박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비대면 형태의 노인일자리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면서 식자재 배달, 시니어북 딜리버리, ICT 스마트 돌봄케어 시범사업, 건강파트너(코로나 블루 예방) 등과 환경개선 관련사업이나 공영시설관리 등 실외활동 노인일자리 발굴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노인 노동 및 일자리와 관련된 법률은 노인복지법과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률, 고용정책기본법 등 4가지다. 하지만 이들 법률은 노인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노인일자리와 노인일자리 사업 등에 대한 내용 규정이 명확하지 못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노인복지법은 제23조 제1항에서 노인일자리에 대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노력하여야 한다고 임의규정으로 하고 있으나 이를 하여야 한다로 강제규정화 해야 한다. 또 제23조의2에서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을 규정하고 있으나 내용이 추상적이고 명료하지 못하다. 다른 법률 역시 각각 다른 목적으로 제정돼 노인일자리 사업만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노인복지법상에서 노인일자리 부분을 분리하여 노인일자리 사업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노인일자리지원 기본계획 수립, 지원체계 구축, 실태조사, 노인일자리 유형에 따른 지원, 지원에 대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의무, 지역사회 내 사회참여 활성화, 노인자원봉사활동, 노인여가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노인참여종합지원시스템 구축 등 노인일자리와 관련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단독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20대 국회에서 김광수, 인재근, 천정배 의원 등이 노인일자리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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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05 20:04

[뉴스와 인물] 윤종호 전북지방환경청장 “새만금 수질개선, 지역사회 소통 강화할 것”

지난 2월 8일 취임한 윤종호(54) 제22대 전북지방환경청장. 그간 윤 청장은 지역 환경문제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현장행보를 이어왔다. 새만금 해수유통 문제,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 등 윤 청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윤 청장을 만나 지역 환경 현안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들어봤다. 윤종호 전북지방환경청장이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환경대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 취임 두 달이 다 되어갑니다. 그동안 많이 바쁘셨을 것 같습니다. 아름답고 청정한 전북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맑고 깨끗한 전북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해야겠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부임 후 약 두달 동안 지역사회와 소통협력 강화를 위해 여러 지자체장과 유관 기관장들을 만났고, 전북지역의 환경현안 해결을 위한 현장점검에 집중했습니다. 우선,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총력대응을 위해 지자체장님과 면담을 통해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협조와 이행을 요청했고, 소각시설 등 미세먼지 배출 사업장을 점검했습니다. 또한, 미래차 보급을 위한 핵심사업인 수소충전소 구축 현장을 확인하고, 새만금 사업지역, 왕궁 현업축사 매입 지역 및 새만금유역 환경기초시설 등을 방문해 새만금 수질개선 사업에 대한 추진상황을 점검했습니다. - 청장님께서 추진하고자 하는 환경대책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녹색사회 전환을 위한 지역사회 기반 마련을 목표로 금년도 업무계획을 수립했으며, 이에 맞춰 주요 4대 과제를 선정했습니다. 첫 번째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지역기반 강화입니다. 친환경에너지 보급 및 온실가스 발생 저감에 앞장서겠으며, 전북지역 생태복원을 통한 탄소흡수 강화, 녹색전환 가속화를 위한 지역사회의 참여 유도를 위해 다양한 교육홍보를 추진합니다. 두 번째는 실질적 통합물관리 실현으로 유역관리체계 확립입니다. 하천관리 일원화 정착의 원활한 준비 및 관계기관 협업으로 홍수기 대비에 만전을 기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강산이 공존하는 지역 고유의 생태계 보전과 서비스 강화입니다. 고창 운곡습지 및 정읍 월영습지 등 생태계 우수지역 보전관리를 강화할 것이며, 환경영향평가 협의 및 사후관리 내실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개발과 보전에 힘쓰겠습니다. - 그린뉴딜, 탄소중립 실현 등을 약속하셨습니다. 현재까지 어디까지 진행됐나요. 환경부는 지난해 7월 경제사회의 과감한 녹색전환을 위한 그린뉴딜 방안 발표와 12월에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추진전략 및 비전을 발표하고, 올해 3월 2일에는 2021년 탄소중립 이행계획을 수립했습니다. 녹색전환을 위한 지역기반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탄소배출 및 온실가스 발생 감축을 위해 수소충전소 설치사업, 환경기초시설 내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사업 등 친환경에너지 보급 확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5년부터 새만금 생태의 자연성 회복 및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추진중인 환경생태용지 1단계(부안군 하서면 장신리 일원) 조성사업은 올해 3월 준공했습니다. 환경생태용지내 야생동식물 서식을 위한 습지 등을 조성하고, 수목 식재(69ha) 및 태양광 발전시설(100kw),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 전북은 지역특성과 맞지 않게 미세 먼지가 높은 수준입니다. 대응책을 들려주시죠. 전북지역은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이 국내 총 배출량 대비 3.9%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초미세먼지 평균농도는 전국 평균(18㎍/㎥) 보다 높게(전북 20㎍/㎥) 나타났습니다. 전북지역이 동고서저와 거대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형태로 서쪽에서 유입된 먼지가 산을 넘지 못해 정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전북지방환경청은 전북지역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생활산업수송 등 분야별로 미세먼지 발생원과 배출량 저감대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도로에서 재비산되는 먼지를 저감하기 위해 전북도 및 14개 시군과 함께 31개 도로에 대해 노면 청소차 운영을 확대하는 등 관리를 강화했습니다. 이와 함께, 올해 국비 502억 원을 지원해 LPG 신차 구입, 노후 경유차량 조기폐차 및 DPF 부착 지원, 건설기계 엔진교체 등 자동차배출가스 저감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 최근 새만금호 해수유통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먼저 새만금호의 해수 유통에 대해서는 수질 전망과 농업용수 공급계획, 내부개발사업 계획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새만금위원회에서 해수 유통 여부를 결정할 사항입니다. 지난해 11월에 개최된 제24차 새만금 위원회에서 배수갑문 확대 운영(일 1회2회)이 결정됐고, 올해 2월 제25차 새만금 위원회에서는 후속 수질관리대책 중 단기대책 종료 시기인 2023년 이후 종합평가를 통해 목표수질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월 1회 추진하던 새만금호 수질분석을 월 2회로 확대해 배수갑문 운영 확대에 따른 수질개선 효과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2020년 마무리된 새만금유역 2단계 환경개선 종합대책의 후속대책을 수립하는 해로, 향후 후속대책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과제관리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또 새만금 상류 수질오염원 저감을 위해 익산 왕궁 현업축사 매입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공공하폐수처리시설 설치 등 환경기초시설 투자도 차질없이 추진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새만금위원회에서 해수 유통에 대한 합리적인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과학적 기초자료를 확보제공할 계획이며, 지역사회와의 소통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 끝으로 전북도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환경보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계속 높아지고 있으나, 반면 실천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경보전을 위해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쓰레기 분리배출하기, 에너지 절약 등 생활 속 작은 실천에 적극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 현재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중립은 반드시 실현돼야 할 핵심과제입니다. 정부는 수소차충전소 확충, 미래차 보급 확대, 생태 복원 등 다양한 탄소중립 실현 방안을 추진중에 있으며, 충분한 소통과 공감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니, 도민 여러분의 지지와 협조를 부탁합니다. 1993년 제37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윤 청장은 해양환경 전문 행정가로 통한다. 그는 해양수산부 법무담당관실 근무를 시작으로 해양정책과, 부산지방청 환경안전과장, 국토해양부 국가건축정책기획단, 해수부 해양보전과장해양개발과장유통정책과장, 여수지방해양수산청장, 해수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수석조사관 등 해수부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2012년 해수부 해양보전과장 재임 당시 육상폐기물 해양배출 제로화에 앞장, 입법화 등 제도 선진화를 주도했다. 하수오니와 가축분뇨, 음식물류 폐기물 폐수의 해양배출을 점차 감축하고, 예외 없이 금지하는 등 런던의정서에 따른 육상폐기물의 육상처리 원칙을 이행을 위한 정책 수립과 실행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지난 2월 전북지방환경청장으로 자리를 옮긴 윤 청장은 해양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고농도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지 못하게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보람이 컸다며 해수부 근무 경험을 토대로 전북 환경문제 해결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들려줬다. 전북지역 지역 환경 현안인 새만금 수질개선 등 환경정책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힘을 쏟겠다는 의지다. 윤 청장은 전남 구례 출신으로 경희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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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정규
  • 2021.04.04 17:23

[카드뉴스] 전라북도 코로나19 현황

  • 기획
  • 신재용
  • 2021.03.31 18:16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94) 봄날의 꽃놀이, 화전놀이

어화 우리 벗님네야 화전놀이 가자스라 봄날, 꽃놀이를 청하는 정겨운 문장이다. 소설가 최명희(1947-1998)는 《혼불》에 <어느 봄날의 꽃놀이, 화전가>라는 부제를 달아 삼월 삼짇날의 풍습을 자세히 묘사했다. 비단같은 골짜기에 우리들도 꽃이 되어 별유천지 하루놀음, 화전말고 무었있소. 화전놀이 하러가세 겨우내 웅크리다 봄을 맞아 기쁜 마음으로 들뜬 여인들이 꽃놀이하는 장면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자 뱀도 동면에서 깨어나 나오기 시작한다는 음력 3월 3일을 삼월 삼짇날이라고 한다. 삼일이 삼짇으로 변형되어 불린 삼짇날은 봄이 왔음을 알리는 날이다. 삼짇날 봄을 즐기는 꽃놀이를 화전놀이라 하는데 야외에 나가 꽃을 보며 거닐다 화전(花煎, 꽃지짐)을 만들어서 먹으며 즐긴 세시풍속을 말한다. 《혼불》에서도 화전놀이가 오랜 전통인지라 조선사람들이 떼로 모이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했던 일본 경찰들도 어쩌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우리 선조들은 계절에 따라 노는 시기를 두어 즐겼는데, 유교적 가부장제하에서 조선 시대 여성들은 여럿이 모여 놀이를 즐기기는커녕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궁중이나 양반가도, 일반 백성 층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일 년에 단 하루 진달래꽃이 화사하게 핀 삼짇날의 화전놀이는 야외로 나가 즐길 수 있는 여성들의 놀이였다. 화전놀이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신라 시대 봄놀이를 하면서 꽃을 꺾은 곳이라 하여 이름 붙은 경주의 화절현(花折峴)이라는 지명이 전해지고, 김유신 딸인 재매부인이 묻혀 재매곡이라 불린 계곡에 매년 봄꽃이 필 때 여인들이 그 골짜기의 물가에서 잔치를 가진 『삼국유사』 기록을 꽃놀이의 유래로 보기도 한다. 또한, 고려 시대에는 음력 3월 3일 즈음 들녘에 나가 봄날을 즐긴 답청(踏靑)의 풍속과 봄날 시냇가에 모여 잔치를 베풀고 노래를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3월 3일 즐기는 것이 어찌 사치함이겠는가라는 것과, 남녀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은 태평 시대의 즐거운 일이라는 기록이 남겨져 있다. 궁에서는 화사하게 진달래가 피면 곱게 차려입은 왕비가 궁녀들과 함께 진달래꽃을 따다가 화전놀이를 즐겼으며, 세도가의 부인들도 이를 따라 장막을 크게 드리우고는 며느리들도 다 모아 정성 들여 준비하고는 호세와 사치를 다투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삼짇날 화전놀이가 여성들에겐 유일한 단체 놀이이자 집단 나들이였지만, 선비들은 여성과 달리 매화를 감상하며 술을 마시는 매화음(梅花飮)을 주로 즐겼으며 풍류의 일환으로 일상에서 화류(花流)를 즐겼다. 그 중, 조선의 문인 임제(1549-1587)는 작은 개울가에 돌을 고여 솥뚜껑 걸고 / 기름 두르고 쌀가루 얹어 참꽃을 지졌네 / 젓가락 집어 맛을 보니 향기가 입에 가득 / 한 해 봄빛이 배속에 전해지네.라는 맛깔나는 시로 남성들도 봄철 음식인 화전을 별미로 즐겼음을 남겨놓았다. 진달래는 화전으로 부치고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고 술을 빚었는데 진달래 꽃잎은 먹을 수 있어 참꽃, 꽃잎에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는 철쭉은 개꽃이라고 한다. 비슷한 모습이지만,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고 난 뒤에 잎이 나오고 철쭉은 잎이 나오고 꽃이 피며 솜털이 난 잎에 반점이 있다. 또한, 진달래를 두견화라고도 하는데, 나라를 빼앗긴 중국 촉나라의 망제(望帝) 두우의 넋이 두견새가 되어 피눈물을 흘리면서 날아다녀 그 흘린 눈물로 산에 붉은 꽃이 피어 두견화라 불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름 따라 진달래술을 두견주라 하고 봄날 화전을 안주 삼아 두견주를 마시는 것을 선비들은 호사라 여겼다 한다. 두견주는 가람 이병기(1891-1968)의 가문에서 즐긴 계절주로도 유명한데, 전수자인 이연호(1946년) 명인에 따르면 두견주는 집안의 진달래가 활짝 핀 것을 이용해 꽃술을 따 깨끗이 다듬어 해마다 거르지 않고 담고 있다고 하며 가을 국화주와 대표적인 계절주라 했다. 삼짇날을 즈음하여 즐긴 시절 음식으로 조선 후기 《동국세시기》에서는 화전과 붉은색 물을 들여 꿀물에 띄운 수면(水麵)을 소개했으며 각종 문헌 속의 시문이나 조리법에 삼짇날 즐긴 음식이 등장한다. 화전을 부쳐 먹으며 즐긴 놀이로는 꽃쌈(花戰) 놀이가 있다. 꽃쌈은 여러 가지 꽃을 꺾어서 꽃의 수가 많고 적음을 겨루기도 하고 꽃이나 꽃술을 맞걸고 당겨 끊어지는 쪽이 지는 내기 놀이이다. 또한, 화전놀이를 하면서 자신의 심정을 담은 화전가(花煎歌)를 지어 발표하며 문장을 뽐내기도 했다. 혼불에서 등장하는 <화전가>를 살펴보면, 너의 꽃은 무엇인가...홀로피는 국화꽃은 절개있다 대실댁 우리종부 꽃이로다 며 집안 여인들의 특징을 꽃에 빗대고는, 남편의 이야기에서는 우리 낭군은 유식하지만 가난하고 돈 없으니 허사라고 한탄하는 깊은 속내를 말하고, 널뛰기 그네뛰기 다리밟기 화장하는 즐거움은 남모를 여자의 기쁨이라 표현했다. 단 하루, 해방의 날이었지만, 풀어내고는 다시 일 년을 견뎌낸 그녀들의 동력이 화전놀이에 담겨있다. 봄날 꽃놀이에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 늙어지면 못 노나니 /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라는 노래는 그야말로 떼창을 부르며 어깨춤을 추던 화전가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그 차차차!가 건네는 맛을 알 리가 없고, 꽃놀이로 당시 시간을 즐길 줄 알았던 선조들이야말로 진정한 흥과 멋을 알던 멋쟁이였던 것 같다. 봄은 마음에 먼저 든다했다. 봄꽃이 화사한데도 코로나19로 만끽하지 못하는 우리의 봄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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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31 18:08

[김원용 선임기자의 전북 핫 피-플(people & place)] 시로 코로나 위로 주는 소야 신천희 스님

문인 스님을 만나러 갔는데 뻘쭘하게 전북독립군 총사령관이 나타났다. 김제 금구 소야문학관에서 만난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소야 신천희 스님이 대뜸 건넨 명함 맨 윗자리를 전북독립군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북독립군 이름도 낯설거니와 그 총사령관이 스님이라는 게 의외였다. 스님은 승려이면서도 타 종교를 배척하지 않는 범종교적 활동을 벌이고, 보편적 인류애를 소중히 여기는 분으로 알려져 있다. 스님이 쓴 장편동화 <남북 공동 초등학교>는 전국 초등학생의 필독서며, 술타령 시는 전국 막걸리집마다 걸려 있다.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문인이, 그것도 전북 토박이도 아닌 경남 창녕 출신의 그가 왜 전북독립을 외치고 나섰을까. 스님의 설명은 이랬다. 호남이라는 영양가 없는 범주에서 실익은 광주전남에서 다 챙기고 전북은 허울만 남은 껍데기 취급을 받는데도 누구 하나 나서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전북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도민의 마음을 모아 목소리를 내고 전북몫을 찾는데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게 이 조직을 만든 취지란다. 그는 추억이 없는 곳은 고향이 아니다고 했다. 중2까지 산 창녕보다 전북에서 더 오랜 20여년을 살았고, 여기에 더 많은 추억이 있는 만큼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은 전북인이라고 했다.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시냇물에 낙엽이 둥둥 떠내려가듯 그냥 일상에 젖어 사는 게 그가 본 전북인 모습이다. 자신이 거주하는 김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초등생도 다 아는 고전소설 <콩쥐팥쥐>에 대해 김제 사람들은 그 발원지가 김제라는 걸 잘 모른다. 그래서 오랫동안 소설에 등장하는 지명과 집성촌, 옛 문헌 등을 조사해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었고 <동화로 알아보는 콩쥐팥쥐 발원지> 책을 집필했다. 신데렐라 버전이 세계적으로 50개나 되는 만큼 김제를 발원지로 한 콩쥐팥쥐를 활용한 교육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을 꼬집었다. 스님의 전북 사랑은 지역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도 드러난다. 지역예술인들이 중단을 안타까워했던 전주산조예술제를 부활시켰고, 전주한옥마을의 문화적 깊이를 더하기 위해 마당축제 봄날은 간다를 기획했다. 전주가맥축제도 그의 기획으로 나왔다. 20년 전 금구에 터를 잡고 소야문학관을 만들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소야 스님을 만났다.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소야 신천희 스님이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조현욱 기자 - 오랫동안 이메일을 통해 배달됐던 <산골소년의 옹달샘 편지>가 중단된 걸 아쉬워 한 독자들이 많았다. 최근 다시 스님 시에 주석을 붙인 문자를 보내고 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옹달샘 편지를 묶어 산문집 3권을 냈다. 지금은 이메일이 아닌 문자메시지로 매주 월요일 1800여명의 지인들에게 보내고 있다. 코로나로 지친 분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 옹담샘의 연장선에서 재개한 셈이다. - 아동문학계에 스님 이름을 떨친 작품이 장편동화 <남북 공동 초등학교>인데, 어떻게 나왔나. 이 책의 본래 제목은 <꽝포 아니야요! 남북 공동 초등학교>인데, 남북화해 분위기가 무르익던 2000년대 초 발간됐다. 당시 북한에도 적십자사를 통해 1000권이 건네졌다. 우리 책이 북으로 넘어간 것은 지금까지 거의 없다. 비무장지대 자유의 마을에 세워진 통일시범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통일 후 교육적인 문제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한 때 비무장지대에 국제축구장과 함께 공동 초등학교 설립이 추진되기도 했고, 남북 학생간 홈스테이 교류 논의가 깊숙이 진행되기도 했으나 보수정권 출범과 함께 중단됐다. 지금도 초등학교 4학년 필독서로 꾸준히 읽히고 있는 이 책은 영화로 제작되고 역할극으로 활용되고 있다. - 스님의 시어에 똥이 자주 등장한다. 개인 홈페이지도 똥시 닷컴이다. 더럽다고 외면하는 소재를 택하는 이유가 있나. 본래 시를 썼다. 시에 니코틴 냄새, 술 냄새가 나야 하는데, 내 심성이 14살이어서 그런 냄새가 안 나오더라. 그래서 아동문학으로 바꿨다. 똥 소재로 공격을 많이 받았다. 아이들 정서에 안 좋다고. 그런데 그 뒤 똥 소재 작품이 엄청 많이 나왔다. 사실 똥만큼 정직한 것은 없다. 배탈 나면 설사한다, 오래 묵히면 제대로 된 똥이 나온다. 시도 마찬가지다. 한 편 뚝딱 하면 깊이가 없다. 사유가 없으니까. 조지훈의 승무는 3년이 걸렸다. 똥다운 똥이 나온 것이다. 조사 하나로 밤을 새우는데, 자판기에서 나오는 것처럼 하루 몇 편 썼다고 자랑하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 술도 스님의 시 소재로 많이 쓰인다.술타령은 전국 선술집에 다 걸렸다고 할 만큼 애주자가들의 애송시다. 술을 좋아하시며, 수도에 지장이 없는지. 중학교 때 축구 선수였는데, 그 때부터 술을 마셨다. 가출(스님은 출가를 가출이라고 했다) 한 뒤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술을 가까이 했다. 그렇지 않으면 무리에 끼지 못하니까. 전주에 온 후 술타령 시를 보고 전주 술꾼들이 다 덤볐다. 한 번도 지거나 비틀거린 적이 없다. 정신력이라고 본다. 술타령 시. - 스님의 글과 시는 화려한 수식 없이도 쉽게 공감을 사게 한다. 완벽하게 알지 못하면 아주 쉽게 설명할 수 없다. 모르면 에둘러서 어렵게 쓴다. 음양오행설은 상생과 상극이다. 나무의 상극은 불이다. 음양탕은 팔팔 끓는 물에 찬물을 넣어 만든다. 음양의 조화가 이뤄지는 게 음양오행인데 이걸 굳이 학설까지 동원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대금을 배울 때 소리내는 데 두 달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제대로 아는 분한테 배우면 1분도 안 걸린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로 지금까지 시집과 동시, 동화, 산문 30권 책을 썼다. - 술타령 시도 그렇지만 무릎을 치게 하며 미소를 짓게 하는 시가 많다. 작품 발상을 어떻게 하나. 창작동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뚱보새가 있다. 보통 그냥 지나칠, 집 앞 나뭇가지에 앉은 참새를 유심히 보고 지은 동시다. 불교의 수행법인 의심하고 의심하고 의심에 들어가는 불교 수행법이 창작에 도움을 준다. 문인들과 문예창작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창작강의에서도 이런 점을 강조한다. - 일반 대중을 향한 강의 활동도 왕성한 데, 어떤 강의를 하나. 수행에서 깨우친 이야기다. 실제 살아가면서 생활에서 깨우친 작은 것들이 수강생에게 직접 전달되기에 공감을 주는 것 같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누구나 관심을 갖는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다. -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깨달음을 대단한 것처럼 생각하는데, 깨우쳐 아는 것이다. 석가모니 말씀에비구야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라는 게 있다. 뗏목은 경전이다. 석가모니 경전을 팔아먹어서는 감화를 주지 못한다. 스님이라면 경전을 바탕으로 깨우침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감화다. 종교가 기복으로 가는 것은 감명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복 신앙은 살아있는 사람이 편하자는 것이지, 부처나 예수가 뭘 해주나. 종교 자체를 나는 부인한다. 신앙만 필요하다.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비는 간절한 마음이 신앙이다. 종교가 물질 위주로 흐르는 게 안타깝다. - 스님 절에 법회를 여는 불당이 없는데. 나만의 작은 공간이 있다. 사사불공이고 처처불상, 집에서 기도해도 내 간절함이 있으면 된다. 형상은 상징일 뿐, 굳이 절에 가서 기도할 필요가 없다. 불교는 개신교와 달리 믿음의 종교 아닌 닦음의 종교다, 중생과 부처의 차이는 간단하다. 부처는 자신보다 중생을 생각하고, 중생은 남보다 자신을 생각한다. 닦아서 남을 생각하는 것이 불교며, 감화다. 믿어라 믿어라 하는 것이 아니다. - 스스로를 땡추로 낮춰 부른다. 겸손인가 진심인가. 발효와 썩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땡추냐 아니냐는 나를 보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겉치레가 아닌, 마음 밭을 얼마나 일구었는지다. 몇 백만원짜리 가사 장삼을 두른다고 큰 스님이냐. 성철 스님의 누더기 옷을 본 따 일부러 누더기 만들어 입는 스님도 있다. 옷이 중요한 게 아니다. 반바지 입어도 중은 중이다. 한쪽 눈으로 보면 치우쳐 보인다. 편견이다. 두 눈으로 중심을 봐야 한다. 그걸 깨우쳐 안다고 한다. - 스님에게 영향을 주거나 닮고자 하는 분이라면 법정 스님이다. 성철과 법정 놓고 본다면, 성철은 나 혼자 알고 갔고, 법정은 뒷면이 어떻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자양분을 주고 같다. 내가 글 쓰는 것도 어찌 보면 아이들에 대한 포교다, 종교라는 걸 안 내세웠을 뿐이다. -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은. 코로나 덕분에 싸돌아다니지 않고 몇 권의 책 작업을 했다. <세상아 덤벼라, 맞장 한 번 뜨자> 인문학서와 <시 창작 이론서> 등이다. 앞으로 아이들을 위한 일에 몰두하겠다. 어렵게 사는 아이들 많다. 하루라도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 체험장 만들고 싶다. 2023년 세계잼버리 부모학교단을 만들어 소외된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스님은 나이를 끝내 14살이라고 우긴다. 나이를 안 먹고 있으며, 죽어도 14살에 죽는단다. 하필 14살이냐 물으니 중이니까로 답한다. 중2에 삶이 멈췄고, 그 때 나이 14살로 살고 있단다. 그 때 먹었던 멸치볶음이나 소시지, 계란부침이 지금도 주식이고 어른들이 먹는 음식을 잘 못 먹는다. 여기에 아픈 사연이 있다. 연탄가스에 중독된 형이 죽게 된 게 자신이 깨우지 않아서란 죄책감과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14살에 삶을 멈춘 형 대신 삶이다. 또 다른 아픔은 그가 가장 고뇌하며 지은 시 외상값에 담겼다. 어머니 이야기다. 어려서 집을 나온 후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다가 2004년 출판기념회 때 어머니를 처음 봤다. 아무리 출가했더라도 자식인데 어떻게 살고 있나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연락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불교에서 출가한다는 건 속세가 아닌 속세 인연을 끊는 것이며, 부모는 몸을 빌려준 사람으로 본다. 그래서 그는 내 어머니 내 아버지가 아닌, 주변 어른들을 모두 부모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엄마 한 마디가 눈물 나게 하고, 그런 고마운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어 외상값이라는 시에 담았단다. 그는 봉사를 수행으로 여긴다.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국수 천 그릇을 내놓으면서도 플래카드 하나 걸지 않는다. 봉사에 무슨 종교가 필요하냐며 성당 교회 가리지 않는다. 매년 부처님오신날 연등행사 대신 다문화축제를 연다. 부처님 팔아먹고 사는 게 아니라 글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이 왜 등값을 받느냐며, 인근 사찰에 가서 등 달고 이곳에서 놀라고 한다. 20년째 다문화가정 1000명을 초대해 국수 삶고 술을 대접해왔다. 고향을 떠난 이국만리에서 하루라도 고향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좋겠냐는 생각에서다. 성직자는 빈한함을 즐겨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의 수입 대부분이 저작료와 강연료에서 나오지만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다. 술타령 시만 하더라도 전국 선술집에 걸리고 유명 술 광고에 사용되고 있으나 특별히 저작권을 따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애송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단다.

  • 기획
  • 김원용
  • 2021.03.29 18:02

[뚜벅뚜벅 전북여행] 정읍 비대면 여행지 추천 - 구절초 테마공원 출렁다리와 산책로

정읍에서 가볼 만한 곳 하면 내장산과 구절초 테마공원을 떠올리실 텐데요. 두 장소 모두 가을 여행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하지만 봄, 여름 할 것 없이 사계절 아름답고 가볼 만한 곳입니다. 특히 구절초 테마공원에 지난해 12월 출렁다리가 생겨 또 하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쌓인 눈이 녹지 않은 겨울날 출렁다리를 본 후, 봄이 되어 다시 이곳을 찾았습니다. 봄바람이 사나운 날이었는데요. 제가 담아온 구절초 출렁다리와 주변 풍광을 소개해드릴게요. 구절초 터널을 지나 구절초 테마공원으로 가는 입구를 지나면 안쪽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넓진 않지만 행사철이 아닐 때는 안쪽 주차장을 이용해도 괜찮습니다. 산내면 매죽리에 자리한 구절초 테마공원은 옥정호 상류 추령천이 둥그렇게 감싸고 있는 야산입니다. 솔숲 사이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서 꽃이 피지 않는 계절에도 사부작사부작 걸으며 산책하기 좋은 곳입니다. 도착하니 가장 먼저 꽃바람 아가가 반깁니다. 꽃구름을 탄 여자아이가 구절초 동산을 보며 발을 구르고 있는데요. 꽃바람 아가는 누구일까요? 발 구르며 좋아하는 모양이 혼자 취재를 핑계로 놀러 나온 제 모습 같아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잠시 일상의 짐은 내려놓고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출렁다리가 있는 쪽으로 향했습니다. 추령천이 옥정호로 흘러가는 물길을 따라가면 두 개의 산을 연결한 출렁다리가 있습니다. 다리 양 끝의 구조물은 구절초 꽃반지 형상을 하고 있는데요. 출렁다리는 수면 기준 높이 24m, 길이 109m의 현수교입니다. 야간에는 1000여 개의 LED 조명을 설치해 은은한 아름다움을 연출한다고 합니다. 다리 입구에는 안전수칙이 게시되어 있는데, 시설에 대한 기본 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 시골 길을 따라 걷다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꽃반지에 대한 유년기의 추억을 떠올리고 연인과 함께 구절초 꽃반지만의 감성적인 힐링 공간 제공이라고 주탑 모형을 꽃반지로 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적혀 있습니다. 유년기의 추억을 떠올리며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걸으면 왠지 사랑의 약속이 변치 않을 것만 같습니다. 출렁다리를 건너 조성된 길을 따라가면 맞은편 부치봉(260.1m)으로 갈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엔 다리를 건너지 않고 망경대 수변 산책로를 따라 우회했습니다. 데크를 따라가면 구절초 출렁다리가 멀어지며 조망이 좋아집니다. 잠시 걷다 보면 출렁다리가 잘 보이는 곳에 쉼터가 있는데, 쉬면서 물멍하거나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데크가 끝나는 지점에는 새로 생긴 도로 아래 영화 촬영명소로 유명한 다리가 있습니다. 저는 다리를 건너 옥정호반을 따라 구절초 공원 다목적 광장까지 걸었습니다. 여기서 부치봉을 끼고 한 바퀴 돌아 징검다리를 건너 다시 출렁다리가 있는 장소로 돌아갔습니다. 만약 이곳을 방문하신다면 섬진강을 따라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되지만, 짧은 산책 정도를 계획하신다면 다리를 건너자마자 출렁다리 맞은편 데크 계단으로 오르면 됩니다. 거기서 혜당정까지 간 후, 출렁다리를 건너 회귀하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 이제 출렁다리를 건넙니다. 바람이 어찌나 심한지 다리가 흔들리는 것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가다 보니 다리 아래로 까마득한 물길이 보이고, 다리가 흔들리는지 내 다리가 떨고 있는지 구분조차 되질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혼자여서 그랬을까요? 사실 살짝 겁이 났습니다. 바람이 진짜 많이 불어 그야말로 출렁다리였거든요. 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잠시 햇빛을 낚으며 쉬었습니다. 이른 봄이라 소나무를 제외하고는 초록이 눈에 띄지 않고, 진달래꽃이 듬성듬성 피었을 뿐 겨울에 본 풍경과 그리 다른 느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잠시 앉아 쉬다가 물빛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옥색에 가까운 물의 빛깔과 윤슬이 어떤 예술가의 작품보다도 더 아름다웠습니다. 출렁다리 너머 산도 솔숲이어서 사계절 언제든 걷기 좋은 곳입니다. 야트막한 산으로 오르는 길엔 데크와 돌계단, 야자 매트를 깔아 보행자의 걸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그래도 돌계단이 다소 높고 가파른 구간이 있으니 천천히 숨을 고르며 오르시길 바랍니다. 드디어 멋진 정자를 만났습니다. 이 정자의 이름은 혜당정입니다. 정읍에는 꽃바람 여인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는데요. 이름은 김순희, 일제강점기 부모님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살다가 1995년 70세의 나이로 고국 땅으로 돌아왔습니다. 김순희 여사는 타국에서 억척스럽게 살며 모은 돈으로 장학회를 설립하고 구절초 테마공원 발전기금을 지원하는 등 고향 정읍을 위해 후원을 아끼지 않고 계십니다. 그래서 이 정자의 이름도 김순희 여사의 호를 따라 혜당정이라고 지었습니다. 혜당정에 오르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입구의 꽃바람 아가는 14살에 고국을 떠나 고향 땅을 그리워하던 꽃바람 여인의 어린 시절 모습이 아닐까? 저 혼자 김순희 여사의 굴곡진 삶과 아름다운 기부를 떠올리며 생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구절초 테마공원은 현재도 변신 중입니다. 둘러보며 지난해 수해 현장과 오래되어 낡은 시설물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작업 중인 굴착기와 파헤쳐진 노면을 보며 가을에 방문할 관광객을 위해 정읍시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자연경관을 해칠 정도는 아닙니다. 구절초 힐링테마관이 오픈했다는 현수막을 발견하고 가보았습니다. 안에는 구절초 상품을 판매하는 홍보관과 체험관, 편의점, 족욕 쉼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혹시 음료를 마시면서 잠시 쉴까 하고 갔다가 발길을 돌렸습니다. 현재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휴관하고 있었거든요. 구절초 향기를 맡으며 힐링테마관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구절초 테마공원 내에는 식사나 차를 마실 곳이 따로 없습니다.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하거나, 가까운 옥정호 근처 시설을 이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10분 거리에 유네스코 문화유산 칠보 무성서원이 있으니 오시는 길에 들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봄날 어딘가로 바람 쐬러 가고 싶은데 언택트 여행지로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고 계신다면 구절초 테마공원으로 오세요. 가을과는 다른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물이 휘감아 도는 꽃반지 모형의 소나무 동산과 바람에 출렁이는 꽃반지 모형의 다리, 아름다운 기부로 귀감이 되는 꽃바람 여인을 만나 보세요. 아이에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체험하는 시간, 연인과 부부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을 나누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글사진 = 오교희(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 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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