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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새도… 돌가루로 빚은 눈부신 색채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스케치북에 풀칠하고 그 위에 색 모래를 뿌려 그림을 그린 기억이 난다면 이 전시가 반가울 것이다. 돌가루로 눈부신 색채를 표현하는 석채화가 김기철의 기획전이 오는 26일까지 무주 최북미술관에서 열린다. 색이 있는 돌을 곱게 갈아 그 가루로 채색한 그림, 석채화. 세월이 흘러도 본연의 색을 잃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김 화가는 일반적인 그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처음의 빛을 잃기 때문에 늘 적당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며 석채화의 변하지 않는 영원성에 매료돼 30년간 천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그윽한 수묵화부터 꽃과 새를 주제로 한 화려한 채색화, 음영의 섬세함을 담아낸 인물화 등 다양하다. 판매되는 재료가 아닌 무주 인근을 돌며 직접 채취한 돌을 찧어 갈아서 쓰는 것도 특징이다. 작품의 아름다움과 지역의 자연이 담긴 특별함에 매력을 느낀 무주군에서 김 화가에게 제안해 현재는 무주 전통공예테마파크에서 활동하고 있다. 무주에 터를 잡은 지 올해 6년째라는 그는 관객에게 무엇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미래도 바뀔 수 있다. 관객이 좋은 것을 보고 좋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지역사회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김 화가는 국내와 필리핀, 태국, 호주, 헝가리 등 국외에서 다수의 전시 경력이 있다. 한국서화협회 공예 은상, 대한민국 남북통일 예술협회 공예 은상,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스포츠서울 미래 혁신 CEO 문화예술대상 등을 받았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8.08 19:34

5가지 전통악기, 개성있는 산조 가락

사회적기업 마당이 주최하는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이 9일부터 9월 6일까지 매주 목요일 전주한옥마을 공간 봄에서 열린다.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은 사회적기업이 마당이 27년 동안 지속해온 기획 공연. 마당을 무대 삼아 관객과 소통해온 국악의 일상성을 되살리고자 정형화된 무대를 탈피해 하우스 콘서트 형식을 취한다. 전통문화의 맥을 잇는 명인을 조명하고, 차세대 명인을 발굴하는 등 우리 것에 대한 열정으로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산조를 주제로 한다. 2015~2017년에는 산조별 명인의 농익은 연주에 젊은 연주자가 함께 호흡을 맞추는 무대로 구성했다. 올해는 산조별 다섯 연주자를 초대해 산조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무대로 만든다. 여러 유파의 가야금산조를 전부 섭렵한 김일륜 명인은 최옥삼류 산조의 일인자로 꼽히는데, 이번 무대에서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로 그 진수를 보여준다. 또 악기별 중견 연주가들의 무대도 관심을 끈다. 권민정(거문고), 서정미(대금), 장지연(해금), 신성운(아쟁) 등 지역 무대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연주가들이 참여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김일륜 명인은 1980년대 중반 최초의 가야금 중주단인 서울 새울을 창단해 가야금 앙상블의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 1990년 후반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가 된 이후에는 최초의 가야금 오케스트라 숙명가야금연주단을 만들어 국악 대중화의 새로운 물꼬를 텄다. 현재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 중앙가야스트라 예술감독, 중앙가야금합주단 대표를 맡고 있다. 권민정 거문고 연주자는 임동식류 거문고 산조와 거문고 독주곡 푸리를 들려준다. 권 연주자는 윤화중 선생에게 한갑득류 거문고산조와 임동식편 거문고산조를, 이형환과 김무길 선생에게 신쾌동류 거문고산조를 배웠다. 현재 연희악 술대질 대표, 동리문화사업회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상임 단원인 서정미 대금 연주자는 원장현류 대금 산조 전 바탕, 국립민속국악원 기악단 상임 단원인 장지연 해금 연주자는 지영희류 해금 산조, 전주시립국악단 수석 단원인 신성운 아쟁 연주자는 김일구류 아쟁 산조 등을 연주한다. 서 연주자는 국가 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국가 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이수자다. 장 연주자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4호 삼현육각 전수자로 현재 비움과 채움 동인으로 있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08.08 19:34

취임 한달 김수영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전북에 출판문화산업 꽃 피우겠다"

전북지역에 출판문화산업의 꽃을 피우겠습니다. 다양한 산업문화적 지원을 통해 지역 출판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전북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존재한다는 것을 도민들이 자랑스러워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달 11일 제3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 원장으로 취임한 김수영(53) 신임 원장은 7일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 원장은 출판진흥원의 비전과 함께 전북 출판문화 발전을 위해 출판진흥원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직접 설명했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김 원장은 출판계 블랙리스트, 낙하산 인사 등 출판진흥원의 과오에 대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 기관에서 블랙리스트에 의한 지원 배제가 이뤄지고, 전임 원장들이 정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휘말려왔기 때문이다. 2012년 설립된 출판진흥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의로 원장을 임명해왔다. 출판진흥원은 기존 원장 선임 방식에서 벗어나 임원추천위원회를 두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출판계 의견을 수렴했다. 김 원장은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임된 첫 출판계 출신 원장이다. 그만큼 출판계 안팎의 기대도 크다. 그는 출판인 목소리가 반영된 첫 출판계 출신 원장으로 출판독서계와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점을 가슴에 새기고, 출판문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정부와 출판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현장정책독자 중심의 출판진흥원을 강조했다. 그동안 출판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중장기 출판문화산업 정책을 수립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앞으로 다양한 소통의 장을 통해 출판문화산업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하고, 정책 수립집행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며 정책연구통계센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제안집행하는 기관으로 거듭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독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다. 최근 출판진흥원 내 지역출판지원팀을 신설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와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저자 풀(Pool)을 활용한 출판진흥원 주최 강연 프로그램, 책과 음악이 결합한 인문학 콘서트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 어린 시절부터 책이란 매체를 접하도록 복합문화공간을 건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 원장은 연세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연세대 대학원, 독일 콘스탄츠대 대학원에서 철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에서 편집부장, 편집주간, 대표이사 등으로 재직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로도스출판사 대표를 지냈다. 2014년부터는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도 활동했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08.07 20:32

신명 넘치는 굿판 지친 심신 달래보세~

한여름 열기로 가득한 8월이면 임실 필봉마을은 분주해진다. 필봉마을굿축제를 찾아오는 손님을 맞기 위해서다. 필봉마을굿축제는 필봉농악 3대 상쇠인 고(故) 양순용 명인의 추모 굿을 근간으로 지속확대된 축제. 지역민들이 만들어가는 축제인 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느끼는 정감이 남다르다. 임실필봉농악보존회가 주최주관하는 제23회 필봉마을굿축제가 16일부터 19일까지 임실군 강진면 필봉농악전수관에서 열린다. 임실필봉농악은 호남 좌도 농악의 대표적인 풍물굿이다. 오랜 세월 임실 필봉마을에서 전승된 마을 풍물굿으로 1988년 8월 국가무형문화재 제11-5호로 지정됐다. 대한민국의 농악은 2014년 전통문화의 공동체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필봉마을굿축제 기간 필봉 놀이마당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1-5호 임실필봉농악과 제11-3호 이리농악, 제11-2호 평택농악, 제11-6호 구례잔수농악 등 농악을 중심으로 한 공연이 펼쳐진다. 농악 외에도 국가무형문화재 제81호 진도다시래기, 제73호 가산오광대, 제49호 송파산대놀이 등 국내 대표 무형문화유산 공연이 이어진다. 또 취락원에서는 한옥자원 야간상설공연 히히낭락 필봉, 대동관에서는 창작연희극 농자두레놀이를 선보인다. 중국 덕양시 문화관 예술단을 초청해 중국 쓰촨성 소수 민족의 다양한 전통음악을 접하는 기회도 마련했다. 특히 올해는 인문학적 성격을 강화했다. 그 대표적 프로그램이 필봉마을 당산나무 아래에서 섬진강 시인 김용택과 함께하는 인문생태콘서트. 생태학적 관점에서 풍물굿을 바라보는 필봉마을굿축제와 한국풍물굿학회의 연합 학술대회도 같은 맥락이다. 김용택 시인, 김준권 판화가, 여태명 서예가, 양진성 상쇠 등 예술가 4인이 모여 나누는 토크콘서트도 열린다. 토크콘서트 후에는 김광숙 명무, 이창선 대금연주자의 공연이 이어진다. 전수생과 일반인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전수 교육 프로그램은 상쇠 뽑는 과정을 비롯해 탈춤, 소고, 노래굿 등을 경험해볼 수 있다. 필봉농악 체험, 전통문화 체험, 더위 극복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각종 겨루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제6회 양순용배 전국 풍물굿 경연대회, 제6회 전국 전통연희 생활문화동호인 경연대회, 제13회 전국 전통연희 개인놀이 경연대회 등 3개 주제를 중심으로 경연을 펼친다. 전문가 중심이 아닌, 일반인이 일상 속에서 접하고 배운 전통문화예술을 겨루는 장이다. 임실필봉농악보존회 양진성 회장은 필봉마을굿축제가 일상과 현실에 희열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며 오시는 모든 분을 위해 정성으로 준비하고 온 마음을 다해 자리를 마련한 만큼 기쁘게, 즐겁게, 행복하게 노닐다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08.06 20:07

전주 명소가 부채에 쏙~

전주부채문화관(관장 이향미)이 개관 7주년을 맞아 지역 사진작가와 협업한 아트상품을 개발했다. 1981년 한국사진작가협회 공모전 입상을 시작으로 37년간 사진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유백영 사진작가의 작품을 입힌 전주를 보다 부채를 시판하는 것. 7일부터 한정 수량(200개)을 부채문화관 아트숍에서 판매한다. 이번에 공개한 전주를 보다 부채는 유 작가가 촬영한 전주 덕진공원 설경과 풍남문 야경이 새겨져 있다. 지난 4월 전주부채문화관에서 진행한 전시에서 선보여 큰 호응을 받았던 사진들이다. 지역민도 좀처럼 보기 힘든 전주 명소의 귀한 순간을 담은 독창적인 이미지로, 전주 대표 브랜드 부채의 문화 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수의 전시에 참여해 온 유 작가는 2001년부터 한국소리문화전당 전속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숨은 명소들을 찾아 전주유람 연작을 촬영하는 등 지역의 아름다움을 발굴하는 데 힘쓰고 있다. 유 작가는 명품인 전주 부채에 지역의 이야기를 입히면 오직 전주에서만 구할 수 있는 귀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는 조충익 전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이 제작했다. 조충익 선자장은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 선수단이 들었던 태극선을 만들었고 전라북도공예품경진대회 최우수상, 전국공예품대전 특선 등 다수의 수상 경력과 전시 경험을 가졌다. 이향미 전주부채문화관 관장은 앞으로도 전주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담은 상품 부채를 시리즈로 제작,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8.05 19:44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101) 뜬금없다, 생뚱맞다 - 거래의 기준이 되는 가격 '뜬금'

한수산의 소설 〈유민〉을 보면 “강 씨네 찰벼 논을 지나는데 뜬금없이 개구리 한 마리가 소리를 높여 울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또 TV 드라마를 보면 “뜬금없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라고 말한다. 여기서 ‘뜬금없이’라는 말은 무슨 뜻이며, 어원은 무엇일까? 요즈음도 시골에는 5일마다 장이 서는 데가 있다. 소나 돼지 같은 가축과 갖가지 농산물을 시장에 가지고 나와서 손님과 흥정을 한다. 농산물은 공산품처럼 일정한 값이 없기 때문에 흥정해 값을 매긴다. “2000원에 합시다.” “2500원은 받아야 되지. 쪼금 더 쓰시오 잉.” 줄다리기해 값을 매기고 정한다. 이렇게 서로 값을 매기는 것을 ‘뜬금’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뜬금’은 ‘일정하지 않고 시세의 변동에 따라 달리 정해지는 값’을 말한다. 명사 ‘뜬금’이라는 말과 형용사 ‘없다’라는 말이 합쳐져 ‘뜬금없다’라는 낱말이 만들어지고 이것의 부사어가 바로 ‘뜬금없이’가 된 것이다. 그래서 ‘뜬금없이’라는 말은 보통 사람들이 분위기나 주제에 맞지 않게 엉뚱한 가격을 부르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쓰는 말이다. 그리고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는 말도 비슷한 경우에 쓴다. ‘전혀 관계없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봉창은 주머니를 뜻하는 전라도 방언과는 다른 말이다. 옛날 흙벽돌집에 문틀 없이 그냥 창문을 흉내 내어 종이만 발라놓은 것이 봉창이다. 빛은 조금 투과돼 들어오는 상태인데 잠결에 문인지 창인지 구분 못 하고 봉창을 문인 줄 알고 열려고 더듬거리다가 내는 소리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된 것이다. 비슷한 뜻으로 ‘생뚱맞다’는 말이 있다. ‘생뚱맞다’는 행동이나 말이 앞뒤 상황에 맞지 않고 엉뚱하다는 뜻의 순수 우리말이다. 생소하다의 ‘생(生)’과 엉뚱하다의 ‘뚱’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합성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18.08.02 20:08

한지공예의 은은한 멋

송미령 공예가의 네 번째 개인전 韓紙美感이 오는 12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에서 열린다. 송미령 공예가는 20여 년 전 김혜미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60호 색지장을 만나 한지 공예에 입문했다. 작업과 강의해 열중해 현재는 예원예술대 한지공간조형디자인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송 작가는 실용적인 디자인과 예술을 전통과 접목한다. 전통이 갖는 고유의 기법과 아름다움, 긴 역사를 거쳐 응집되는 정체성을 현대의 실용성보편성과 적절히 융합하는데, 이에 따라 새로운 기법도 창안했다. 오색전지 기법에 기본을 두고 조각나누기 기법을 변형해 문양을 새기는 조각나누기 양각기법, 색 한지를 2~3장 미리 배접해 나전이나 자수처럼 문양을 그대로 오려 붙이는 자개박이 기법, 자수의 도드라짐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가지 색지를 미리 붙여서 양각형식으로 오려 붙이는 자수기법 등이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작가만의 창의적인 기법과 전통 기법을 적절히 보여주는 것들로 구성된다. 자수문오층장, 조각보머릿장, 단청문버선장, 약장 등 한지로 만든 가구와 소반, 항아리, 팔각반짓고리 등의 소품을 선보인다. 송 작가는 20여 년간 색색으로 배접된 한지를 칼질하면서 손마디가 모두 변형됐지만 그만큼 발전했다고 믿는다며 강단에 서고 있는 작가로서 제자들에게 발전과 도전을 심어주는 교육자의 마음가짐까지 함께 지니고 더 변화하고 발전하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8.02 17:52

[불멸의 백제] (149) 8장 안시성(安市城) ⑤

“어서오너라.” 이세민이 떠들썩한 목소리로 계백을 맞았다. 계백이 20보쯤 떨어진 거리로 다가왔을 때 소리친 것이다. 파격이다. 계백도 놀라 주춤거렸을 정도였으니 둘러선 당의 장수들은 숨까지 죽였다. 이세민이 다시 소리쳤다. “가까이 오라. 가까이.” 계백이 두 손을 모으고 다가갔다. 뒤를 우보성과 윤건, 하도리가 따른다. 진막 안이 조용해졌다. 계백과 사신들의 발자욱 소리만 난다. 10보 거리에서 계백이 발을 멈추고 이세민을 보았다. 이세민의 속눈썹까지 보인다. 당태종, 정관19년, 제위에 오른지 19년째다. 47세, 계백을 내려다보는 눈빛이 강하다. 진막 앞에 걸린 곽영탁의 머리통과 우성문의 결박된 모습은 계백에 대한 압력이다. 계백에게 참패한 무장들인 것이다. 그때 계백이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 “백제 은솔 계백이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어떠냐?” 이세민이 대뜸 물었다. “대당(大唐)의 분위기가 어떻다고 돌아가서 말할 테냐?” “폐하의 기세에 눌려 제대로 보지 못 했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앗하하.” 소리내어 웃은 이세민이 지그시 계백을 보았다. “너희들 왕, 의자와 비교하면 어떠냐?” “감히 어찌 비교를 하겠습니까? 말씀을 거두워 주옵소서.” “그래야지.” 선선히 머리를 끄덕인 이세민이 정색하고 말했다. “네가 오기 전에 말이 많았지만 살려서 보내주마. 다만 이 말 한마디는 명심하고 돌아가거라.” “예. 폐하” “내가 대륙을 평정하지 못 하고 저승에 갈 지도 모른다.” 이세민의 목소리가 진막을 울렸다. “인생(人生) 50년, 피었다가 순식간에 지는 꽃처럼 세월이 흐르지만 사는 동안 만이라도 보람을 느껴야 하느니라.” 계백도 숨을 죽였고 이세민의 말이 이어졌다.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도 다 부질없다. 귀신이 되어서 뭘 듣고 자랑으로 여기겠느냐.” “……” “순간의 영화를 위하여 나는 비열하게 살지 않는다. 이것이 군주의 마음가짐이다.” 이세민은 결국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계백이 허리를 굽혔다. “폐하. 명심하겠습니다.” “돌아가서 내 말만 전해라.” “예. 폐하.” “고구려왕, 백제왕의 자질이 나보다 나을지도 모르지만 하늘은 준비한 자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계백이 다시 허리를 숙였을 때 이세민이 문득 물었다. “너는 다음 신라왕이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 난데없는 질문이어서 계백은 쳐다만 보았고 뒤에 선 우보성과 윤진 등은 몸을 굳혔다. 이세민의 얼굴에 웃음이 떴다. “백제왕도 신라왕을 겸할 수가 있겠지. 하지만 신라인으로 누가 여왕의 뒤를 잇는 것이 나을 것 같으냐?” “김춘추가 낫겠지요.” 계백이 똑바로 이세민을 보았다. “김춘추는 왕이 되면 백제와 통합을 한다고 각서를 썼습니다.” “앗핫핫.” 다시 소리내어 웃은 이세민이 말했다. “그런가? 김춘추가 뛰어난 놈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18.08.01 19:57

[더위 탈출, 문화체험] ⑥ 아캉스(art vacance) - 비행기 티켓 대신 공연·전시 티켓을

최근 아캉스라는 신조어가 많이 들린다. 아트(art)와 바캉스(vacance)를 결합한 용어로, 도심 속 문화공간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것이다. 긴 시간 멀리 가지 않아도, 쉽게 기분을 전환 할 수 있어 호응이 크다. 올 여름엔 항공권 대신 공연전시 관람권을 끊어보는 것은 어떨까. △ 전시+공연, 온종일 놀자 전북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주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비롯해 익산예술의전당, 군산예술의전당은 공연과 전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예술공간. 연일 기록을 세우고 있는 무더운 낮 기온을 피해 온종일 놀 거리가 있는 곳이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에서는 9월 2일까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의 이름을 건 앤서니 브라운- 행복한 미술관전이 열리고 있다.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그림책 원화를 전시하고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다. 또 5일까지 전국청소년연극제 무대가 이어진다.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정기공연, 그림자 극으로 만나는 환상의 음악여행 기획공연, 판소리 창작 뮤지컬 달아 높이 올라 등 이달에도 공연이 풍성하다. 익산 예술의전당에서는 19일까지 원로 화가 박남재와 젊은 미술가 홍남기의 2인전 두개의 시간이 열리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는 익산시립예술단의 상설공연이 있고, 주말에는 태권발레, 연극, 판소리 공연 등도 열린다. 군산예술의전당에서는 오는 3일과 4일 여름 특집으로 방송뮤지컬 댄스와 클래식 공연을 마련했고, 가수 BMK콘서트, 가족뮤지컬 정글북 등 크고 작은 무대가 계속된다. 전시는 여름 시설점검으로 인해 11일부터 재개한다. △미술관 투어, 이색 공간도 추천 상대적으로 전시장이 많은 전주와 군산에서는 미술관 투어를 해도 좋다. 전주는 한옥마을 내 교동미술관, 서학동 예술마을 내 서학동 사진관, 천변길 따라가다 보면 만나는 우진문화공간, 신시가지 도심 속 누벨백미술관, 구도심의 문화공간 기린 등이 있다. 군산 창작문화공간 여인숙, 이당미술관, 예깊미술관 등은 관광지 인근에 있어 1석 2조다. 나들이 겸 근교 전시장을 찾아가는 것도 추천한다. 완주 모악산 자락에 위치한 전북도립미술관에서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교류 기획전 변방의 파토스가 9월 9일까지 진행 중이다. 남원 수지미술관에서는 26일까지 사랑을 표현하는 남원 출신 작가 6명을 초대해 전시를 열고 있다. 폐교를 재단장한 수지미술관은 전시뿐만 아니라 야외 조각공원, 쉼터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매력적이다. 서해의 드넓은 갯벌을 앞에 둔 부안 휘목미술관 역시 전시장과 함께 야외 조각공원이 인상적이다. 양곡창고를 개조한 순창의 옥천골 미술관과 섬진강 미술관, 올 여름에 운영하는 진안의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 완주 연석산 미술관, 정읍시립미술관 등도 감성을 살찌우는 곳이다. <끝>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8.01 19:57

'조선 마지막 무동' 김천흥 기리다

조선의 마지막 무동(舞童) 고(故) 김천흥 명인을 조명하는 기획전이 9월 30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 어울마루 1층 무형문화재기념관 중앙홀에서 열린다. 무형문화재기념관의 첫 기획전인 음악과 무용의 명인, 김천흥을 기리다. 올해 3월 1일 개관한 무형문화재기념관은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을 소개하고, 역대 보유자들의 업적과 가치를 조명하는 전시관이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이곳에서 특정 보유자를 집중 조명하는 기획전을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이 김천흥 명인이다. 김천흥(1909~2007) 명인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의 해금과 일무(여러 줄로 벌여 서서 추던 춤) 부문, 제39호 처용무의 무용과 가면 제작 부문 보유자였다. 1922년 14세에 이왕직아악부의 아악부원양성소에 입소한 후부터 2007년 99세의 나이로 영면하기까지, 근 한 세기에 걸친 그의 삶은 우리 전통음악과 무용의 역사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천흥 명인이 직접 사용했던 악기, 의상 등 유품과 생전 공연 영상 등을 통해 음악과 무용 두 분야에서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 그의 예술세계를 알린다. 이와 관련 그가 즐겨 추었던 궁중무용 춘앵전의 의상을 선보인다. 궁중무용 기본 동작과 발동작 영상을 함께 상영해 춤사위의 멋스러움도 살펴본다. 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통 예능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그의 생전 공연 영상들을 통해 궁중 예술과 민속예술을 아울렀던 면모도 확인해본다. 전시 관람은 무료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07.31 19:34

[더위 탈출, 문화체험] ⑤ 미술치유 - 나는 퇴근하고 그림 그리러 간다

직장 업무도 녹록지 않은 데 날씨까지 짜증스럽다. 지친 일상에 활력소가 될 돌파구가 필요한 요즘, 미술 치유가 인기다. 직장인 취미 미술과 비슷하지만, 자기가 그린 그림을 설명하며 관계를 맺고 일상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학교 미술 시간에만 그림을 그려본 기자가 지난 7월 26일 강습이 열리는 전주 문화파출소 덕진에서 직접 미술 치유에 참여했다. 이날 기존 교육생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4컷 카드 액자를 만들었지만 첫 수업인 기자는 엽서 만들기를 했다. 수박을 그리겠다고 하자 김혜인 치유 미술 강사가 질문했다. 왜 수박을 그리시려고요? 여름에 어울리는 제철과일이고 시원해 보여서요. 또 제가 요즘 수박주스를 즐겨 먹기 때문입니다. 하하. 그림만 그리면 되는 줄 알았더니 주제에 관해 말도 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기자의 일상 이야기가 나왔다. 기자, 강사, 수강생 사이에서 요즘 즐겨 먹는 제철과일에 관한 대화가 오갔다. 대부분 비전공자들이기에 사진을 보고 그린다. 연필로 밑선을 그린 후 지우개를 눕혀 살살 지워준다. 연필 흔적만 남겨야 깔끔하게 채색할 수 있다. 바탕색을 칠할 땐 비슷한 두세 가지 색으로 그러데이션을 줘야 단조롭지 않아요. 테두리는 연필처럼 날카롭게 깎아 얇고 진하게 그려주세요. 선을 선명하게 살려내야 기성품 같은 그럴듯한 디자인이 되죠. 강사가 색을 섞거나 채색하는 법 등을 맞춤형으로 가르쳐줘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10여 년 만에 색연필을 잡아본 기자도 제법 멋진 엽서를 완성했다. 뿌듯함과 만족감이 차오른다. 기자의 옆에서 4컷 카드 액자를 만들던 정유경(26) 씨는 주중엔 수업이 있는 목요일만 기다린다고 말했다. 우연히 신청했는데 이정도로 힐링이 될 줄 몰랐어요. 직장 생활을 하면 수, 목요일쯤엔 지치거든요.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 않고 예쁜 색깔을 보니까 기분 전환이 됩니다. 소소하지만 매번 내가 만든 성과물이 나오는 것도 좋아요. 현실은 내 맘처럼 안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각자 작품을 완성한 후 내용에 관해 설명했다. 정수연(21) 씨는 가족과 여름을 맞아 워터파크로 놀러 갔던 기억을 꺼냈다. 집 안 베란다가 화원이 될 정도로 식물을 좋아하는 50대 아주머니의 식물 관찰 이야기도 나왔다. 김혜인 강사는 미술 치유는 그림을 매개로 사람들이 즐겁게 소통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수업은 쉽고 함께 하는 활동이 많다. 첫 시간은 무조건 인물 컨투어 라인드로잉이다. 참여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3초간 본 후 선을 한 번도 떼지 않고 그려주는 것. 수차례 반복하면서 특징을 파악, 그림의 완성도를 높여간다. 주변 사람에 관한 관심을 높여주고 이를 통해 서로 대화하고 관계 맺기에 좋다. 김 강사는 나 역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기계적인 일상에 회의감을 느껴 그만뒀다며 미술 치유가 삶이 공허한 현대인들의 인간관계공동체 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7.3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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