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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를 기반으로 전국을 답사하며 인문지리서 시리즈를 발간해온 향토사학자 신정일씨가 30년의 답사를 거쳐10권의 택리지를 완성했다.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완역본'을 통해서다(다음생각). '…택리지-완역본'은 신씨가 집필해 온 '새로 쓰는 택리지 시리즈'의 마지막 10권이다.완역본은 이중환이 쓴 '택리지'원본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번역하고 원문도 모두 실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택리지'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대중교양서 내지는 최고의 베스트셀러다"며 "오늘날에도 한 권의 책으로 우리나라 전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포괄적인 교양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고 말했다. 교양으로 읽는 고전으로서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로서의 역할을 하는 귀중한 책이라는 것이다.이번 완역본을 새롭게 추가하면서 기존 9권의 내용도 새롭게 다듬었으며, 시리즈 이름도 '新(신)'에서 '새로 쓰는'으로 바꿨다"사단법인 우리땅걷기 이사장인 저자는 지난 30여 년간 한국의 5대강과 수백개의 산을 오르내렸으며, 1500여 회 이상 답사를 다녔다. 조선시대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통하는 큰 길인 일곱 대로를 따라 홀로 걸으며 길에 얽힌 역사와 길 위의 사람들, 사라져 가는 문화를 직접 보고 기록했다. 답사 결과는 1권 '살고 싶은 곳'을 시작해 전라도, 경상도, 서울·경기도, 충청도, 북한, 제주도, 강원도, 우리 산하로 9권에 담겨졌다.
'누나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가을 어느 날 오후 나하고 같이 집 밖에 나왔다. 별 생각 없이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보면 볼수록 그렇게 내 마음이 아프다. 두 손을 마주 모아 다리 위에 올려두고 힘없이 입을 벌리고서 혼자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외로와 보일 수가 없다.' (서문에서)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임철완 전북대 명예교수(66)가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임일순(본명 임광례) 여사의 그림을 모아 펴낸 책 이야기다. 삐뚤빼뚤한 손글씨로 적은 '우리 누나! 임일순'(아사히 出版)은 오랜 시간 무관심했던 동생이 뒤늦게 장애를 앓으며 외로웠을 누나를 그리며 가슴에 꾹꾹 담아온 눈물 편지다. 임 교수는 '부모님을 여의고 나서야 누나의 행복을 겨우 생각했다. 회갑을 지나고 68세가 되도록 한 번도 자신의 의견을 말해보지 못했던 누나, 슬퍼도 슬프다는 말을 못했던 누나, 날마다 자신의 의견이 무시를 받았어도 못살겠다고 큰 소리 한 번 못하고 남이 모르는 그 작은 가슴 속에 다 파묻어 버리고 산 누나였다'고 기억했다.책에는 임철완 교수와 누나 임일순 여사의 그림을 지도해준 양수남 순천 선혜학교 교사 글 등과 함께 누나가 그린 경치사람동물식물부터 글자쓰기색칠공부 흔적까지 빼곡히 담겼다. 76년 간 2급 지적장애를 앓았던 임일순 여사는 펜과 종이를 친구 삼아 끄적거리는 걸 좋아했다. 달력종이, 복사용지 등에 볼펜과 사인펜, 색연필로 쓱쓱 그렸다. 13세 때 625 피난 가서 보았던 밭과 허수아비부터 자주 봐왔던 가족들, 집 밖의 세상을 상상으로 풀어낸 풍경까지 어린아이와 같은 맑은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모든 것이 따뜻하게 기록 돼 있다. 1-3 집안의 그림엔 세 명의 가족이 집 안에 옹기종기 있는 반면 집 밖에 유독 큰 허수아비가 있다. 무기를 양팔에 든 허수아비는 울타리를 만들어 가족을 보호하고픈 자신. 평생 동물원을 가보지 못한 누나는 코끼리도 사자도 맘껏 그렸다. 가장 중요한 코부터 덩치에 맞지 않은 참새 다리까지 그려낸 코끼리 그림을 보고 임 교수는 '그래도 다리까지 그렸다는 것이 훌륭하다'며 따뜻한 눈으로 보듬었다. 지난 8년 간 누나와 눈맞춤하며 살아온 임 교수는 웃은 날보다 가슴 치며 운 날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모든 시련과 고난이 그에게 축복이지 않았을까 싶다. 평생을 합리적 이성에 입각한 의학 공부에 매달려온 그를 누나는 신(神) 앞에 온전히 무릎 꿇게 만들었다. 자신의 하찮은 보살핌에 뛸듯이 기뻐하는 누나를 보면서 그것처럼 감동시키는 것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세상에 한 여자로서 감당해야 하는 불행과 행복의 임계치란 게 있다면, 임일순 여사는 겪은 불행과 행복은 필경 그 너머의 것일 게다. 그러나 이제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미소짓지 않을까. 자신이 그린 그림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게 되어서, 착한 동생이 자신을 그토록 그리워해준다는 게 고마워서.
우리나라 민주화와 인권 옹호에 열정을 쏟아온 산민 한승헌 변호사의 소장자료 특별전이 모교인 전북대 주최로 3일 대학 박물관에서 개막했다. 특별전 개막식에는 김완주 도지사서거석 전북대 총장정세현 원광대 총장서창훈 전북일호 회장전성진 전주MBC 사장윤형두 범우사 사장장명수 전 전북대 총장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장영달 전 국회의원황숙주 순창 군수 등 각계 인사 250명이 참석해 특별전을 축하했다.서거석 총장과 김완주 지사는 이날 축사를 통해 "한 변호사의 삶은 그 자체로 한국의 현대사다"며, "한 변호사가 걸어온 길과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보여주는 특별전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한 변호사는 특별전 개막에 이어 가진 '나의 삶 나의 길'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인생의 의미없는 고난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삶에서 명과 암의 극과 극을 한몸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음지 속에서 더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인간적으로 성숙했으며, 본색을 키웠고,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음지의 체험은 그런 의미에서 내삶의 양지였으며, 그래서 나는 나를 키워준 음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소장품 특별전에는 한 변호사의 어렸을 때 사진에서부터 자필 연하장과 책 제자, 고바우 김성환 화백이 그려준 캐리커처 등 개인의 삶을 담은 자료와 격동기의 변론사건 기록언론기사 등 10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회는 오는 31일까지 계속된다.한편, 전북대는 특별전에 앞서 한 변호사가 기증한 3000여권의 책을 관리하기 위해 중앙도서관에 별도'산민문고'관을 만들어 이날 개관식을 가졌다.
(사)한국완제시조보존회(회장 박인수, 이사장 김영희)와 전주한옥마을시조연구원이 주최한 '완제대상 제5회 한국국악대전 시조창 전국대회'에서 이경애씨(경기도 수원·사진)가 대회 최고상인 일반대상부 장원을 차지했다. 장원에는 전북도지사상이 수여됐다.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전주시청 강당에서 열린 이 대회에는 명창부(명인부·국창부·일반대상부·노인대상부)와 일반부(을부·갑부·특부) 7개부에 총 93명이 출전해 열띤 경연을 펼쳤다.심사위원장은 경남 진주에서 활동하는 시조계 원로 구자명씨가 맡았다. 대상부 금상은 왕향주씨(대전)가, 동상은 김태진씨(전북)가 차지했다.△명인부 금상 곽길용(전주) △국창부 금상 배서현(경기 평택) △노인대상부 장원상 김봉호(순창) △을부 금상 정준석(전남 구례) △갑부 금상 권동주(전북) △특부 금상 오연학(순창)
고은 시집 3권이 유럽 3개국에서 추가로 번역출간됐다고 한국문학번역원이 3일 밝혔다.'1인칭은 슬프다(First Person Sorrow ful)'와 '만인보(Maninbo)'가 각각 영국과폴란드에서 번역돼 나왔고 시선집 '벌레 울음(Scairt Feithi de)'은 아일랜드에서 출간됐다. 이로써 고은의 시집은 14개 언어권에서 33권이 번역됐다. 연합뉴스
전북의 대표적 편액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라금석문연구회(회장 김진돈)가 8번째 전시회로 '전북의 편액'을 주제로 잡았다(6일까지 전북예술회관 제4전시실).전북의 유명한 편액 중 25점을 추렸다. 호남제일성과 주지번의 전주객사 풍패지관 편액, 송시열의 정안당과 남고서원 강수재, 송준길의 용담에 있는 태고정편액, 송재 송일중의 흥복사 관음전편액, 창암 이삼만 임실 심포정 편액, 추사 김정희 구로정 편액과 쌍정려각에 있는 편액, 이집천의 숭림사편액, 설송 최규상 쌍벽루편액, 유재 송기면 승유재와 보령원 편액, 효산 이광열 천양정 편액, 정읍태인동헌(청령헌)과 송시열수명비, 송일중의 부풍루편액, 김제 백산제 편액, 남원 광한루 호남제일루와 계관편액, 송시열의 비비정 편액, 윤용구의 한정 등이 전시된다. 2001년 결성된 전라금석문연구회는 전북의 산하에 묻혀져 있는 금석문을 발로 수집하여, 그 금석문에 담겨져 있는 역사와 문화적 요소를 찾아내는 활동을 계속해왔다. 특히 전북역사문화학회와 함게 2007~2011까지 5년간 전북에 있는 금석문을 총망라해 전라금석문대계 5권을 출판하기도 했다.
전북무용협회(회장 김 숙)가 전북 무용인들을 아우른 '2012 초청 무용제 - 시대 공감 21예감'을 연다. 특히 올해는 전북무용협회가 KBS 전주방송총국(총국장 김영선)과 손을 잡고, 한국 무용·현대 무용·발레 등 3개 분야에 30대 위주의 젊은 무용가 팀들을 초청하는 행사로 판을 크게 키웠다. 6일 오후 7시 KBS 전주방송총국 공개홀에서 열리는 이번 무용제에 초청된 팀은 총 아홉 팀. 첫째 마당은 김정숙 무용단의 '탈놀이! 하늘을 열다', 정수영 발레아카데미의 '파리의 불꽃', 오문자 알타비아 & 댄스 컴퍼니의 '미르테의 꽃'이 장식하고, 두번째 마당은 애미아트(대표 김애미)의 '무녀춤', 발레라인즈(대표 장윤미)의 '라 실피드', 김나리 댄스 프로덕션의 '인생에게 묻고 싶다'이 이어간다. 세번째 마당은 DANCE TROUPE 발레통(대표 염광옥)의 '돈키호테', 박미애 컨템포러리의 'A High Old Time', 장인숙 널마루무용단의 '바람, 구름, 꽃잎이어라'가 장식한다. 한국 무용사에 획을 그은 최승희의 춤을 원작으로 한 애미아트의 빼어난 무녀춤와 일본에서 열린 '2012 지역 전통예능전국대회'에서 호평을 받은 장인숙 널마루무용단의 아름다운 부채 군무는 물론 남원에서 활동 중인 정수영 발레아카데미나 예원대 교수로 몸 담고 있는 김나리 댄스 프로덕션을 새롭게 만나보는 자리로서도 의미를 더한다. 전북무용협회는 이날 오문자 원광대 무용학과 교수에게 전북춤 예술인상을, DANCE TROUPE 발레통에 우수지부 단체상을 수여한다.
나무도 한 해는 쉬고 싶은 것이다올라 갈 때가 있으면 내려 갈 때가 있고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작은 것은 자연의 이치요 순리다선지 빛 감잎이 장광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영랑은 '어매, 단풍 들것 네.'하며 놀랐다. 감잎이 다 진 감나무는 가을의 또 다른 풍경이다. 가난하고 누추한 마을의 여기 저기 붉은 감을 단 감나무는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가을 서정이다. 우리 동네의 감은 거의가 다 먹감이다. 먹감은 자생적인 토종감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다른 감나무는 자라지 않는다. 내가 단감나무를 한 그루 집에다가 심었더니, 감이 안 열리고 몇 해만에 죽고 말았다. 접시 같이 납작한 접시감나무가 몇 그루가 앞산에 있기도 하고, 요즘 구례 하동에서 많이 나는 어른 주먹만 한 끝이 뾰쪽한, 우리들이 '장두 감' 이라고 부르는 감이 찬수네 앞산 감나무 밭에 한그루 있었고, 수수감이 정수네 집 샘 머리에 한그루 있을 뿐이었다. 정수네 집에 있는 수수감은 어찌나 달던지, 우리들이 늘 욕심을 내는 감이었다. 그 감은 달고, 물기가 많았다. 그 감으로 동네 아이들 설사를 멈추게 하기도 했는데, 그 감은 오래 간수 하거나 저장 할 수가 없는 게 흠이다. 마을 곳곳에 있는 먹감은 열리기도 많이도 열린다. 주로 곶감을 깎는다. 붉게 읽어 갈수록 감 한쪽이 먹빛이 들어가는데, 그래서 그 감을 먹감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감 중에는 똘 감이 있다. 똘 감은 곶감으로 깍지도 않는다. 떫기가 지독해서 잘 먹지도 않는다. 똘 감은 살보다 씨가 많다. 서리 맞은 똘 감은 지붕 위에 보관 해두었다가 추운 겨울날 내려다 먹었다. 감나무가 돈이 될 때에는 고욤나무에다 감나무를 접 붙였다. 고욤나무는 감나무 과다. 잘 자라고 강해서 사람들은 고욤나무를 가꾸어 적당하게 크면 고욤나무에다가 질이 좋은 감나무를 접붙여 가꾸었다. 고욤을 먹기도 하는데, 고욤을 따다가 작은 단지에 가득 넣어 두었다가 겨울에 수저로 퍼 먹기도 했다. 감을 딸 때는 감 망을 만들어 땄다. 감 망은 모자 같은 자루를 만들어 긴 장대 끝에 달아 높이 달린 감을 땄다. 감을 딸 때는 감나무 가지가 툭툭 잘 부러졌는데, 오히려 그것이 다음해에 감을 많이 열 개 하는 전지 구실을 했다. 감은 그 해에 새로 길어 난 새 가지에서 감이 열리는데, 감을 딸 때 감가지가 부러짐으로써 많은 가지가 새로 돋아난다. 감나무가 잘 부러진다고 해서 단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동네에서 빨래방망이나 다듬이나 떡살도 감나무로 많이 만든다. 잘 부러지지만 의외로 단단하다. 감나무로 가구를 만들었는데, 여자 속살처럼 흰 바탕에 먹물 자국 같은 무늬가 그림 같아 감나무 장롱이나 가구는 비싼 값이 나갔다. 가을 일이 끝나 가면 감을 딴다. 하루 종일 딴 감을 방에다가 쏟아놓으면, 방안이 환했다. 감이 그렇게 방 가득 쌓이면 동네 어머니들은 품앗이로 감을 깎았다. 밤을 새워 감을 깎을 때 우리는 곶감을 깎을 수 없는 물렁물렁한 감을 가려 소쿠리에 담는 일을 했다. 물렁물렁한 감은 먹기도 하고, 썰어 강가 바위위에 말려 겨울에 먹었다. 그 것을 감 쪼가리라고 했다. 방 가득 쌓인 감을 밤새워 깎아 놓으면 아버지는 아침 소죽을 끓이며 그동안 다듬어 놓은 싸리나무 꼬챙이에 감을 꿰어 헛간이나 비가 잘 들이치지 않은 처마 끝에 매 달았다. 붉은 감이 굴비모양으로 엮어져 처마 끝에 매달려 있는 모습은 참으로 고즈넉한 농촌의 서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며칠 씩 감을 깎아 건조를 시키고 나면 감을 할머니 젖가슴처럼 쪼글쪼글 말라 갔다. 감은 자연으로 자라는 우리나라 많은 과일들이 그렇듯이 해 갈이를 정확하게 하는 편이다. 나무들도 해갈이로 잎을 피운다. 우리 동네 앞에 커다란 정자나무가 있는데 정자나무는 씨가 열리는 해는 잎이 그리 좋지 않다. 나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나무들을 보고 나무가 죽어 간다고 오해를 하는 것이다. 나무도 한 해는 쉬고 싶은 것이다. 올라 갈 때가 있으면 내려 갈 때가 있고, 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작은 것은 자연의 이치요 순리다. 감이 많이 열린 해는 감이 작고, 감이 적게 열린 해는 감이 컸다. 그 또한 자연의 순리와 이치다. /본보 편집위원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81)가 펴낸 '시조로 본 풍류 24경'(시간의 물레)을 받으러 전주 고하문학관을 찾았다. 선생에게서 세월의 파도를 정면으로 응수하면서도 부드럽게 타고 넘는 결기와 여유 같은 게 느껴졌다. 그것이 시가 되었든, 시조가 되었든, 삶이 되었든 간에 따뜻하게 일상을 메우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했다. 때마침 책의 교정을 봐주고, 제목까지 다듬어준 백학기 시인이 찾았다. 백 시인은 "현대인들에게 삶의 지혜를 익히고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빼어난 시조들을 아우른 백과사전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책은 선생이 2002년부터 '시와 시학'에 연재해온 '시조 풍류'를 엮은 것이다. 200자 원고지 50매 분량의 글을 책으로 출간한 것을 두고 선생은 "팔십 평생 내세울 것은 무엇인가 생각하니 아득했다. 철들자 끝난다는 말이 있지만, 내 딴엔 풍류를 그리며 살아왔다."고 했다. 여기서 선생이 말한 '풍류'는 속기가 섞이지 않은 "맑은 바람과 맑은 물의 흐름과 같은 것"이다. 책에는 역시나 스승인 가람 선생(1891~1968)에게서 싹을 틔우고 피워낸 풍류가 곳곳에 스며 있었다. 가람 선생이 평생 흠모한 황진이를 선생 또한 사랑해 첫 순서('풍류를 꽃피운 황진이')로 넣었고, '난초'하면 가람 선생, '가람댁'하면 난초병원이 연상될 정도로 난초를 애지중지했던 가람 선생처럼 선생 또한 좋아한 난초처럼 기품 있고 지조 있는 선비 같았다. 타고난 미식가였던 선생은 '조식소식'(粗食小食) 시대를 살아온 선인들의 먹거리 풍류부터 잠풍류,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나 느껴지는 한한함의 풍류까지 짚었다. 시조로 아우른 풍류 마당이 얼마나 폭넓은 것인가를 느끼게 하는 책. 선생은 우리말 사전 안에 있지 않은 우리말을 용케도 찾아내 앉혀 놓았다. 여기에 실린 시조들은 그의 풍류에서 피어난 꽃 중의 꽃일 것이다.
시조 중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람 이병기 선생(1891~1968)의 문학관 건립이 속도를 내고 있다.갖은 고난을 받으면서 국문학 전사와 국문학 개설 등을 써내며 국문학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가람 선생의 문학관 건립이 탄력 추진을 위한 발판을 확보해감으로써 문화예술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3일 익산시에 따르면 가람 이병기 선생을 기리고,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특성화하기 위한 지역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익산 여산면의 가람 생가를 중심으로 문학관을 건립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우선 내년부터 진행될 가람 문학관 건립을 비롯해 가람 생가 주변 난초공원 조성과 유물 및 자료수집과 전시사업을 추진하는 '가람 시조마을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 1억원을 편성했다. 기본계획이 수립되면 약 68억원을 들여 2016년까지 시조문학관 건립과 난초공원 등을 조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가람 선생은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정 작업에 참여했고, 우리나라 국문학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으며, 서울대와 전북대에서 후진양성에 힘써왔지만, 아직까지 저평가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그의 많은 제자들을 비롯해 지역내에서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 대한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왔고, 익산시와 지역 정치권, 문화계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가람 문학관 건립을 비롯한 '가람 시조마을 조성'이 탄력을 받고 있다.익산문화재단 관계자는 "가람은 익산이 아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문학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신 분이지만, 지금까지 지역에서조차 소홀히 다뤄져왔고, 저평가되었다"면서 "이제 그 현실과 사정을 모두 인지하고 느낀 만큼, 익산시민 모두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가람 선생의 문화컨텐츠 사업 뿐 아니라 이를 필두로 한 시조문화도시 익산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익산시 관계자는 "내년 가람시조마을 조성을 위한 타당성 용역을 시작으로 시조문학관 건립과 유물 및 자료수집 전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지역이 낳은 문화인물과 문화재를 자원으로 한 역사도시 건설과 함께 지역 관광 인프라 구축의 효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역 여성들의 일자리 사업 성패는 취업설계사의 고용 안전이 보장될 때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도내 51명의 취업설계사들이 보수가 많지 않은 2년 계약직인 까닭이다.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센터장 김보금)가 지난 29일 전북여성일자리센터에서 도내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과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연 '전북 여성 일자리 인사·채용 담당자 교류회'에서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앞서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는 올해 경력 단절 여성에게 취업 지원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북새일지원본부와 전주·익산·군산·정읍·남원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해 206개 업체에 인턴 330명, 여성친화기업 225건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변압기 제조업체 제논전장(주) 김웅일 대표 이사는 전북여성새일지원본부의 사업 성패는 취업설계사에 있다고 전제한 뒤 2년에 불과한 취업설계사의 계약기간을 연장시켜주는 방안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력 단절 여성들과 기업을 매개해주는 전북새일지원본부는 결국 취업설계사의 역할과도 같다고 본 것. 김 이사는 "대개 취업설계사 스스로가 경력 단절 경험이 있거나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여성들이라서 구직을 원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취업 이후에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여성들의 고민을 듣고 이를 해소시킬 방안을 기업체에 전달해주는 역할까지 도맡는다"고 했다. 김종학 참바다 영어영농조합 대표 역시 "식품을 생산하는 우리 회사의 경우 여성 근로자가 9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나 고창에선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 임실에 공장을 만들어 OEM 생산을 줘야 했다"면서 "하지만 취업설계사를 통한 현장 동행 면접을 통한 취업이 된 경우 업체와 해당 업무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취업 지원 사업이 취업 연계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대한 차량 지원과 육아시설 완비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C&P 이동호 공장장은 젊은 여성 41%가 양육을 이유로 퇴사하는 데다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경우 출퇴근이 어려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공장장은 "귀농을 위해 고향에 내려왔다가 포기할 경우 취업을 위한 귀농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전북도가 젊은 여성들이 취업 전선에 뛰어들 수 있도록 24시간 양육시설을 마련하고, 시간대 별 출퇴근 지원책을 강구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낮 시간에 집에서 케이블 방송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는 여성들을 위해 케이블 방송을 통한 취업 홍보에도 신경써달라는 주문이 나왔다. 이날 교류회에 참석한 김완주 지사는 "취업설계사의 고용 안전과 근무처 양육시설·출퇴근 문제 등을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북전통공예인협회(이사장 한오경)와 전주시국립전주박물관이 공동 주최한 제17회 전주전통공예전국대전에서 최태문씨(서울)의 목칠공예 '난각 십장생 선비탁자'작품이 대상을 차지했다. 금상은 지민선씨(경기도 성남)의 목칠작품 '태조 이성계 어진'에게 돌아갔다.대상작은 잘 건조된 홍송과 고재를 사용해 백골제작 옻칠과 골회 바르기하고 도안작업 십장생도를 중심으로 꽃과 나비를 배열했다. 또 자개가 없는 공간은 난각(계란 껍질)을 끈음질 기법으로 붙여 옻칠과 금분으로 입체감을 곁들여 수 차례 칠하고 광내기 하여 완성한 수작이다고 심사위원들은 평가했다. 금상작은 세폭 병풍의 형태로 꾸며진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재현한 작품이다.목칠금속도자한지섬유서각민화 등 8개 분야에 걸쳐 공모전으로 진행된 이번 전주전통공예전국대전에는 전국에서 442종 793점이 출품됐다. 조은희 심사위원장(미협전통미술보존위원) 전년에 비해 출품작이 50점 줄어 아쉬움으로 남지만, 예술성과 제작기법이 다양해지고, 기술적인 측면과 창의성이 한층 발전된 작품들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이번대전은 지난달 26일부터 이틀간 접수를 거쳤으며, 8개 분야에 위촉된 총 24명의 심사위원들이 본선에 올라온 각 분야별 2점씩 총 16점에 대해 '예술성 40%, 전통성 40%, 창의성 20%'의 가중치에 의해 1차, 2차 심사과정을 거쳐 3점 척도 체크에 의한 총점 합계방식으로 평가했다. 대상 작가에게는 문화관광부장관상과 함께 상금 700만원, 금상 작가에게는 전북도지사상과 상금 400만원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11일 오후 2시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열리며, 입상작은 5일부터 15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은상=윤영덕조현숙(서울) '령가'(금속), 진정욱(전주)'분청사기 이중상감 모란문대발'(도자), 하윤옥(남원)'팔각상'(한지), 박희성(경기 고양)'어릴적 꿈'(섬유). 이종구(충북 진천) '고중락'(서각), 정정숙(완주) '신중탱화'(기타)△동상=조문기(경남 김해) '2013 봄'(금속), 장연우(부산) '발아'(도자), 오맹숙(남원)'교지함'(한지), 박재원(전주) '흐름'(한지), 서권옥(전주) '구름'(섬유), 박순모(경기 의왕) '사군자(서각), 박정미(경기 평택) '8폭병풍(민화), 김동경(충남 계룡) '풍물장구'(기타)
미술에 있어 촌스러움과 세련됨의 경계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서양화가 선기현(전북예총 회장)씨의 개인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0일 전북예술회관에서 개막한 개인전에서 또 한 번 색을 가감없이 풀어놓았다. "내 본업이 그림이여. 이걸 열심히 해야지." 캔버스마다 총 천연색이 가득 메웠다. 도무지 어떤 내용을 그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고 불만 섞인 장난을 내놓던 지인들이 "아, 이제서야 뭔 말 하는 줄 알겠네"라고 웃으며 농을 건넸다. 그러자 "그림이 어렵다고 호통치는 양반들 때문에 이번엔 쉽게 그려낸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특히 정형화된 색감을 배제하고 자신만의 감성으로 내놓은 그의 사계절은 영혼이 자유로운 예술가의 DNA를 보여주는 듯 하다. 평소 사람들을 잘 아우르면서도 중요한 순간엔 빠른 결단력을 발휘하는 그답게 개성있는 색을 한껏 풀어내면서도 꽉 매운 화폭에 조화롭게 표현한 캔버스를 두고 진동규 시인(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은 "평소 기현이의 활달한 성품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했다. 20년 넘게 김두해 전북미술협회 회장과 이흥재 전북도립미술관 관장과 삼인전을 해온 이들은 그의 작품 세계 뼛속까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지기들. 이흥재 관장은 "상당수 작가들이 과감하게 색 쓰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데 반해 선기현 회장은 그걸 뛰어넘는 시도를 매번 해왔다. 보통 '째쟁이'가 아닌 셈"이라고 했다.이날 개막식에는 김남곤 전북일보 사장, 장명수 전 전주문화재단 이사장, 안홍엽 필애드 대표를 비롯해 진동규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이광진 한국공예문화협회 이사장, 김두해 전북미술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전시는 6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계속된다. 이화정 hereandnow81
서석민 안동과학대 교수(50)는 올해 욕심을 버렸다. 대학 교수가 공모전에 출품한다는 것 자체에 일부에선 반기를 들기도 하지만, '죽을 때까지 작가로 남아야 한다'는 은사님의 가르침 덕분에 작가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에 의의를 둔 것. 첫 회부터 올해까지 익산한국공예대전은 벌써 세 번의 도전이다. 충북 제천 출생으로 8년 간 전북대에서 강사로 재직한 인연은 있어도 "상복은 없나 보다"하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출품한 서 교수는 수상 소식에 감사하다는 말만 몇 번이고 반복했다.그가 내놓은 테이블을 겸용한 나무 조명등'자연의 빛'은 조형성에 있어 선의 대비를 통한 한국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품. 그는 "질좋은 목재 구하는 게 가장 힘들었지만, 나무를 일정한 크기로 나눠 수직으로 붙여 조형적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고 했다. 그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새로운 기법을 창의적으로 표현해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제13회 익산한국공예대전의 3000만원 주인공(대상)은 목칠·가구 부문에 서석민 안동과학대 교수(49·안동시 송현동)의 '자연의 빛'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회(위원장 곽대웅)는 디자인 옷을 입히더라도 실용성을 놓치지 않은 작품을 우선적으로 평가해 만장일치로 대상작을 선정했다. 곽대웅 심사위원장은 대상작을 두고 "테이블과 조명의 복합 기능을 잘 연출했다"면서 "소나무를 재료로 나무의 결을 잘 살리면서도 매끄럽게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최우수상은 금속공예 부문에 무쇠로 망치질해 장인정신을 표현한 이대원(45·고양시 백석동)씨의 '테이블 030525', 우수상은 도자 부문에 이상훈(40·김제 백산면)씨의 'Be in communion with life from womb'와 섬유 부문에 강수진(24·서울 쌍림동)씨의 '마음의 옷을 입다'로 결정났다. 매년 나이·장르 구분 없이 공정한 심사로 예상을 뒤엎는 주인공들을 발굴해온 (사)한국공예문화협회(이사장 이광진)의 익산한국공예대전은 올해는 비교적 안정적인 선택을 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전 부문에 걸쳐 기술적으로 충분히 숙련된 작품들이 대거 출품되면서 빚어진 결과이기도 했다. 올해 출품작은 금속 144점, 도자 99점, 목칠 94점, 섬유 146점 등 총 483점이 출품 돼 지난해 434점보다 더 늘어났다. 전국 공예 공모전이 작가들에게 일종의 '의무방어전'으로 여겨지는 데 반해 익산한국공예대전은 민간 주도와 지역 개최의 '고충'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의 주목도는 오히려 반비례. 올해도 다양한 재료와 실험적 형식을 갖춘 작품들이 대거 출품 돼 심사위원들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야 했다. 금속·섬유 부문의 강세는 여전했고, 예술성에 치중해 실용성을 간과했던 최근 경향과는 반대로 공예가 먼저 생각해야 할 '쓰임'에 충실한 작품들이 상당했다. 금속공예의 경우 지난해가 장신구와 같이 작고 세밀한 작품이 주종을 이룬 데 반해 올해는 주전자·의자 등 생활 공예로 선회한 작품이 유독 많았다. 금속 부문을 심사한 김승희 국민대 교수는 "최우수상을 탄 테이블의 경우 무쇠를 두드린 장인 정신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조립이 가능한 테이블로 실용성·편리성까지 챙겨 높은 점수를 줬다"고 밝혔다. 도자 부문 심사를 맡은 이부웅 단국대 명예교수도"공예가 생활 속으로 더 들어갈 수 있도록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섬유 부문은 평면·부조·설치까지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이성순 소마미술관 명예관장은 "아무래도 섬유 공예는 여러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태피스트리 작품이 많다 보니 회화적 역할이 강조된다. 이중에서 섬유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실의 '결'을 잘 살리되 시대정신을 읽고 있는 작품을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술성을 강조하다 보니 기능성이 떨어진다거나 재질의 특수성을 살리지 못한 작품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지난 1일 익산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차 심사에서는 김승희 국민대 교수(금속), 이부웅 단국대 명예교수(도자), 곽대웅 홍익대 명예교수(목칠·가구), 이성순 소마미술관 명예관장(섬유)이 참여했다. 시상식은 7일 오후 2시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리며, 수상작은 7일부터 13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만나볼 수 있다.◇제13회 익산 한국공예대전 전국 공모전 수상자△ 대상 = 서석민(목칠·가구) △ 최우수상 = 이대원(금속)△ 우수상 = 이상훈(도자) 강수진(섬유)△ 특별상 = 백한승 조유리(금속) 김일완(도자) 최성범(목칠·가구) 한자순 양성원(섬유)△ 특선 = 김연희 민덕영 송재웅 강민지 강혜림(금속) 김경수 박삼칠 배세진(도자) 김 별 문희준 강호석(목칠) 방지현 김유진 여은희 김현수 임예린(섬유)
고창군과 동학학회(회장 최민자)는 29일 제8회 동학농민혁명 학술대회를 '동학의 글로컬리제이션(Gl ocalization): 고창 동학농민혁명과 동귀일체의 동학정신'을 주제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했다.동학농민혁명에 담겨진 자유와 평등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한국 근대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며, 특히 고창지역에서 태동한 동학농민혁명의 특성을 구명하고(localization 지방화), 동귀일체의 관점에서 동학의 혁명 정신을 세계화할 수 있는 접점 및 그 의의를 탐색(glovalization 국제화)하는 자리로 열렸다.학술대회는 고창지역에 동학이 전파돼 교세가 신장된 배경, 무장기포와 손화중 등 고창지역 동학농민군의 활동내용과 사회경제적 특성, 일본의 동학농민군 토벌 활동, 동학농민혁명 이후 지역 내 동학농민군의 동향, 일제강점기 고창지역 동학계 인물들의 민족운동 등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로 이어졌다.제1부 학술발표는 국방대 김한식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소주제별 발표는 김용환 교수(충북대), 김양식 충북연구소 소장, 진윤식 (사)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부이사장이 맡았다. 토론에는 임상욱 교수(숙명여대)와 최홍규 교수(경기대), 문병학 (사)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 등이 참여했다.제2부 학술발표는 서울신학대 이길용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신영우(충북대) 교수, 성주현 교수(청암대), 조규태 교수(한성대)가 각 주제별로 발표했다. 2부 토론자는 임형진 교수(경기대), 황묘희 교수(성신여대), 안외순 교수(한서대) 등이 참여했다.최민자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고창지역 동학농민군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그들의 민족정신과 사회의식을 후세대에 전승하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창지역 동학농민혁명의 태동을 가능케 한 사상적 기반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동학정신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수 군수는 "이번 학술발표회를 통해 고창에서 태동한 동학농민혁명의 특성을 살펴보고, 동학정신을 세계화할 수 있는 접점 및 그 의의를 탐색함으로써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동학농민혁명 정신의 세계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요즘 아침 출근길 맨손으로 운전대를 잡으면 머리끝까지 한기가 느껴진다. 밤새 차가워진 차 안 온도는 운전대에 응집돼 있는 거 마냥 차갑고 차갑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장갑. 혹자는 벌써부터 장갑이네, 패딩이네 하면 한겨울에는 뭘 입을거냐 하지만, 벌써부터 털옷을 입는 것보다 낫다고 위안하면서 장갑을 꺼내든다.장갑의 시작은 구석기시대로 알려졌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방한을 위해 손가락이 없는 단순한 주머니 모양의 긴 자루를 손에 끼워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재미있게도 현재의 벙어리 장갑은 구석기시대의 장갑과 가장 흡사한 모습이다.이러한 형태는 10세기까지 이어졌고 12세기 들어서야 손가락 장갑이 생겨났다.하지만 장갑의 역사가 잘 남아있는 것은 중세시대다. 이때부터는 장갑이 방한의 목적만이 아닌 신분과 연관되면서 역사에도 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시대 상류층들은 헝겊뿐 아니라 가죽으로 만든 것을 사용했고 자수나 보석으로 장식한 것을 다수 이용했는데 그 중에서도 주교(主敎)나 왕들이 사용하던 것은 보석 뺨치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이렇게 상류층 남성들의 사랑을 받던 14세기가 지나 16세기 후반, 장갑은 여성들에게도 인정받은 액세서리가 됐다. 프랑스와 앙리 2세의 왕비인 이탈리아 출신의 카트린 드 메디시스의 영향으로 시작된 화려한 장갑의 유행은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까지 이어졌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프랑스는 유럽 전 지역 중 장갑제조기술이 가장 크게 발전한 곳. 특히, 부드러운 새끼양 가죽을 이용한 장갑을 만들어 아직까지 유명한 기술로 남아 있다. 장갑이 유행한 16세기에는 여러 색의 헝겊장갑과 편물장갑이 애용됐다. 재료는 주로 새틴과 비로드, 견사의 편물 등이었으며 19세기의 남자용 장갑은 일반적으로 짧게 변화했고 자리에 따라 색을 달리 하는 것을 매너로 생각하게 됐다. 여성용 장갑 또한 남성의 것과 비슷하게 발전했는데, 19세기 초기에는 극도로 긴 팔꿈치 길이거나 그 이상의 것이 나타났고 이후 현재까지 소매가 없는 드레스에는 이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장갑을 들어온 것은 후기 조선시대로 보인다. 그 전에는 '토시'라는 것이 있어 방한의 목적에서는 장갑이 필요 없었던 것. 물론 손 보호를 위해 무엇인가 있었겠지만 그 역사는 확실하지 않다. 서양식 장갑은 개화기 때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유물로 남아있는 것은 없지만 외교관부인이 한복차림에 장갑을 끼고 찍은 사진과 관리들이 장갑을 들거나 끼고 있는 사진을 보고 짐작하고 있다. 이 당시도 가죽이나 면실을 이용한 장갑이었는데 세계 2차 세계대전 후, 합섬섬유의 발달로 나일론이나 레이온의 장갑이 보급되게 됐다. 우리가 요즘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도 이 종류의 원단들. 일단 값이 싸고 따뜻함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저렴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다.사실 원단의 변화 외에 장갑의 모습은 긴 시간동안 변한 것이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변화를 겪고 있는데 바로 스마트폰 때문이다. 정전식으로 액정을 눌러야 하기 때문에 맨 손가락이 아니면 기기를 다룰 수 없는 것. 이를 위해 손가락 부분만 따로 붙였다 뗄 수 있는 있는 디자인이 탄생하는가 하면 스마트 기기도 사용할 수 있는 특수 장갑이 만들어 졌다. 한편으로는 그 옛날 유행하던 우리나라의 '토시'가 패션 아이템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하니 패션을 돌고 도는 것이 분명하다.
국립전주박물관 미술실에는 지름이 78cm에 이르는 커다란 청동 대야가 전시되어 있다. 아무리 국왕이나 지체 높은 귀족이라 할지라도 은빛 찬란한 용과 넝쿨무늬가 새겨진 이 청동 대야를 일상적으로 사용하였을까?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수 있는 것이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에서 거행되는 아기 부처에게 물을 끼얹는 의식이다. 관불의식(灌佛儀式)이라 부르는 이 의식은 불경에 묘사되어 있는 석가모니가 탄생했을 때 용왕이 공중에서 향수를 솟아나게 하여 신체를 씻겨준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이 청동 대야는 아마도 관불의식에 쓰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어쩌면 대야에 새겨진 용은 석가모니부처 탄생 후 향수를 솟아나게 한 용왕을 묘사한 것은 아닐까? 이 대야의 용이나 넝쿨의 모습, 입사기법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고려 12~13세기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입사'는 어떤 기법일까? '입사'란 금속기물에 문양을 파고 이물질인 금·은 등을 넣어 표면을 장식하는 기법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금사와 은사로 장식한 청동기가 만들어질 정도로 오래된 장식기법 가운데 하나이다. 이러한 기법은 삼국시대 우리나라에 전해져 국왕을 비롯한 지배층의 칼 등에 입사장식이 베풀어지기도 하였다. 입사기법의 금속공예품은 고려시대에 가장 많이 만들어졌는데, 향로와 같은 불교미술품이 주를 이룬다. 조선시대에는 비록 기술은 퇴보하였지만 촛대·담배합 등 여러 생활용품에까지 확대되었다. 입사기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는 기물에 문양을 그리고 그 문양을 그대로 홈을 파서 금사나 은사를 넣는 상감 방법이다. 두 번째는 정으로 바탕을 가로와 세로로 쫀 후 여기에 문양대로 금사와 은사를 박아 넣는 쪼이게 하는 방법이다. 특히 입사기법의 상감 방법은 도자기에 영향을 끼쳐 상감청자 탄생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진정환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사
민간 주도와 지역 개최의 '고충'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주류 공모전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익산한국공예대전 전국공모전이 어느덧 열세번 째를 맞았다. 한국공예문화협회(이사장 이광진·사진)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대전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공모전이 새로운 영광의 얼굴을 찾는다. 한국공예대전 운영위원회가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금속, 도자, 목칠·가구, 섬유 등 4개 분야로 접수를 받은 결과 금속 144점, 도자 99점, 목칠 94점, 섬유 146점 등 총 483점이 출품된 상황.수상작은 27일 1차 심사에 이어 12월1일 2차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시상식은 12월7일 오후 2시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리며, 12월7일부터 13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문의 063)837-6767. ····
"숙제 하니?" "아니, 그냥 수학 문제 풀어요.""근데 왜 시험본 건 얘기 안했니."일순간 침묵. 그때서야 아들은 냉랭한 표정의 엄마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선 아빠. 아빠는 엄마와 아들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창립 14주년을 맞은 전북원음방송이 제작한 특집 방송'그림이네 이야기'(연출 김사은 PD·FM 97.9 ㎒)는 이처럼 소소한 가정사를 라디오 소재로 끌어당겼다. 김사은 PD는 "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다. 특히나 아이들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시도했다가 청취자들의 호응이 좋아 본 방송 외에 특집까지 감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림이(전주 완산서초 3)는 서양화가 김충순씨의 아들. 그림이가 엄마 국정아씨와 티격태격하는 분위기를 가감 없이 들려줘 청취자들에게 신선한 웃음과 감동을 선물한다. 당초 '책 읽어주는 엄마'로 기획했다가 이들의 재치와 웃음 때문에 모자(母子)가 주인공으로 나서게 된 사연부터 입담 좋은 김충순씨까지 섭외 요청을 했다가 "내가 나가면 방송 질이 떨어져"라고 일침을 놓은 후문까지 프로그램 앞·뒤 사연은 시종일관 훈훈한 웃음을 전한다. 평범한 엄마와 아들의 솔직한 대화, 눈높이를 맞춰가며 아들과 소통하려는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무언가족(無言家族)이 어느 나라 가족인가 싶다. 방송은 30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가량 진행된다. ···
전북 민미협 30주년 기념전 ‘동학에서 빛의 혁명까지’
140년 만에 되살아난 ‘전라감영 접빈례’, 옛 외교의 품격을 잇다
제13회 전주문학상에 허호석 아동문학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가족 힐링 요가 프로그램 운영
진정한 독립을 묻다, 김한비·유정 2인전
빛의 신비와 비물질적 아름다움을 탐구하다
'작지만 강한' 전북도립미술관의 반란
전주 MBC 특집다큐멘터리 ‘치유의 손길 생명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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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지를 품은 프랑스 예술가, 전주에서 새 빛을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