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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 인권변호사인 산민 한승헌 전 감사원장(78)의 개인사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우리의 현대사다. 70년대부터 80년대 혹독한 독재정권 시절 탄압받는 양심수·시국사범의 변호와 민주화·인권운동을 벌였던 그의 활동은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그대로 보여줬다.검사로 활동하다 1965년 변호사로 개업한 그는 '필화사건'과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두 번에 걸쳐 옥고를 치렀다. 1972년 '여성동아'에 쓴 '어떤 조사(弔辭)〉'로 필화를 겪으며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됐을 당시 129명의 변호인단이 그의 변론에 나서 화제가 됐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몇 권의 유머집을 낼 만큼 해학적이고 촌철살인의 유머를 구사해온 그는 8년만에 복권됐을 당시 '한 번도 하기 어려운 변호사를 두 번씩이나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박정희 대통령시절 악명 높았던 대통령긴급조치 사건을 비롯,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 민청학련 사건, 통일혁명당 사건 등의 변호를 맡으며 숱한 화제와 기록을 남겼다.민주화·인권운동 변호사로서 뿐아니라, 그는 도서출판 삼민사 주간,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위원, 감사원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대통령 통일고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다. 그의 모교인 전북대가 개교 65주년을 맞아 3일 '한승헌 변호사 소장자료 특별전'을 연다(31일까지 대학박물관). 시인으로, 인권변호사로, 저작권 관련 전문 변호사로, 정치인으로, 시민사회 운동가로 살아온 그의 인생과 한국의 현대사를 마주할 있는 자리다.특별전은 'Ⅰ부. 한국현대사, 한승헌 변호사를 만나다' 와 'Ⅱ부. 산민 한승헌, 인생人生을 걷다'로 구성됐다. Ⅰ부는 현대사 관련 사진자료와 변론 사건 기록을 통해 우리나라 현대사를 재조명하고, Ⅱ부는 한 변호사의 성장과정, 사상, 그리고 사회활동 등 인간 한승헌의 여러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자리다. 한 변호사는 특별전 개막에 앞서 '나의 삶 나의 길'을 주제로 특별 강연에 나선다(오후 3시). 개막일 특별전은 한 변호사가 직접 안내하며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 한 해 전국에서 '멋대로' '맛대로' '맘대로' 시와 놀아본 아이들이 올해도 전주에 모인다. 한국도서관협회·전북도교육청·전북작가회의(회장 안도현) 주관으로 12월 1일 오후 3시 전북은행 대강당에서 여는 '2012 청소년시낭송축제 기념콘서트'를 통해서다. 청소년들의 시낭송축제는 밋밋하게 시를 낭송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래로, 랩으로, 판소리로, 춤으로, 개그로 재기발랄하게 표현하는 무대다. '시읽기-멋대로, 맛대로, 맘대로!'를 슬로건으로 걸고 있는 시낭송 콘서트를 위해 공모를 거쳤으며, 전국 114개 중고교(전북 12개교 포함)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번 전주 콘서트에는 완산여고, 신흥고, 군산 회현중 3개교 학생들을 포함해 전국 24개교 학생들이 끼를 발휘한다.주최측은 "시가 모든 문화예술의 기초이자 꽃이고,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담뿍 담은 언어예술이지만, 청소년들의 경우 시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워야 하는 골치 아픈 장르로 전락하면서 시와 청소년 간의 거리가 멀어졌다"며, 이런 난감한 현실을 뛰어넘기 위해 2007년부터 축제 형식의 시낭송 콘서트를 마련했다고 설명한다.이날 콘서트에는 김선우 시인이 초대작가로 나와 울림 깊은 대화를 나누고, 배우 문형주 씨가 콘서트 시작과 끝을 꾸미는 깜짝 극중극 배우로 등장한다. 축하공연은 신촌블루스 보컬 출신의 여성 뮤지션 강허달림씨, 랩퍼 트루베르와 싱어송라이터 서지석씨 등이 출연한다. 콘서트 관람은 무료. 문의 070)8633-9051~3.
임실 출신으로, 군산에서 활동하는 오경옥 시인이 길은 걸어감으로써 길을 만든다를 출간했다(신아출판사). 15년 전인 1997년 월간 문학 21로 등단한 시인의 첫 시집이기에 시인의 때늦은 열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시인은 일상적 삶에서 흔히 접하는 사물과 경험들에 내재되어 있는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이를 그리움의 정서로 휘감는다. 시인의 시선은 비참한 현실이 아니라 그 현실을 찬란한 빛으로 감추는 어떤 축제적인 시간을 향해 있다. 라고 문학평론가 남기혁 교수(군산대 국문과)의 평이다. 시인은 또 자신이 살고 있는 금강하구언과 바다, 군산역 새벽시장 등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겨울 폭포낙엽설화첫눈이 함박눈으로 내리던 날겨울강겨울섬 등 서늘한 느낌을 주는 가을과 겨울을 노래한 것도 특징이다. 금강하구에서사십대 중반이라는 나이바다가 그립다는 것은누군가 그리워질 때면4부에 걸쳐 70여편의 시가 수록됐다. 군산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청사초롱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8년 매주 목요일 열린시문학교실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따스한 때론 싸늘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마음에 침처럼 꽂힌 단상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태어난 시편들이다.신수미 시인(59)이 첫 시집'왜 꽃이 아름다운가'(도서출판 이랑과이삭)를 펴냈다. 지나간 시간을 담담하게 얘기한 시인은 일상을 새로운 언어로 표현하기 위한 욕망과 집착을 오가며 시작(詩作)을 이어갔다. 난해함 보다는 간명하면서도 보드라운 서정이 깃든 시들이 많다. '십년지기 친구가 있다 / 설렘의 첫 만남은 자동차다, 그래 / 서로를 섬기는 주인이 되기로 했다 // 해를 거듭할수록 재치와 순발력으로 / 손발이 되어준 친구, 나의 분신이다 // (중략) 서로에게 길들여진 손때, 얼룩 하나하나 십년지기의 이야깃거리였다 // 오늘, 팔달로를 달리는 낯익은 차에서 / 먼 안개꽃 같은 세월을 보았다' ('십년지기 차' 중에서) 삶의 긴 여행을 거치오면서도 시인은 여전히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신 앞에 무료하게 앉았을 때처럼 그냥 편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시들이 많지만, 첨예한 사회적 이슈를 예리하게 다뤄 번쩍 정신나게 하는 시도 꽤 된다. '물폭탄이 터지다','새벽을 여는 사람들'은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사회 양극화를 비판하는 것으로 강팍하게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통일의 길'은 탈북자들의 인도적 생존 문제를 통일 의지로 표상했다. 오랜 창작의 길목에서 깨어난 시인은 "무딘 손끝을 호되게 단련시켜 주셨고 불편하신 몸으로 평설까지 써주신 이운룡 교수님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며 감사 인사를 챙겼다. 앞으로 그의 시 세계에는 파릇파릇한 봄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남원은 복 받은 땅이다.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지리산 흑돈과 남원 미꾸리가 선구적 농업인의 땀과 결합 돼 탄생할 수 있었다. 뛰어난 명성 만큼 이들 식재료 자체는 전국적으로 품질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명품 음식, 지역 식재료의 재발견'에서는 남원이 집중 육성코자 하는 '지리산 흑돈'과 미꾸리를 통해 발전 가능성을 엿본다.△ 100% 순종 버크셔 개량한 흑돈, 한미 FTA 파고 넘길 대안보통 흑돈하면 제주산 흑돈을 떠올린다. 또 토종 돼지로 잘못 안다. 물론 국내에서 자라던 돼지가 까만색이긴 했으나, 일제 강점기 이후 영국산 버크셔가 들어온 뒤 종자 관리가 안 돼 잡종이 된 상황. 그러나 지리산 흑돈은 기능성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인정받은 100% 순종 버크셔만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해발 500m에 위치한 남원 운봉 일대는 맑은 공기와 물, 일교차까지 큰 뛰어난 자연환경이다. 지리산 흑돈을 내놓은 다산육종 박화춘 박사는 오랜 연구 끝에 몸에 축적되지 않은 불포화 지방 함량을 높이면서 쉽게 분해 돼 몸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개량했다. 흑돈 성장 단계에 맞는 음악을 틀어주고, 발육이 부진한 돼지들에겐 유산균 음료까지 특식으로 제공한 결과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불포화 지방이 적당히 끼면서 촉촉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도록 개량해 짜지 않고 담백하다는 평. 박화춘 박사는 2006년 '지리산 흑돈'으로 상표등록을 하고 단가를 더 싸게 내놓으라는 유통업자들을 설득해 다른 돼지고기보다 2배 정도 비싸게 팔았다. 건강까지 생각한 친환경 먹거리(슬로푸드)로 고급화시키자는 것. 돼지고기는 소고기에 비해 향이 강한 편이라 굽기 외에도 고추장간장 양념을 곁들이고 탕으로도 조리가 가능해 다양한 조리법을 적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봤다. 박 박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돼지고기 부위인 삼겹살 대신에 비선호 부위인 뒷다리를 자연 발효시켜 '발효생햄'을 내놨다. 2000년 전부터 유럽에서 먹어온 이 발효생햄은 스페인의 하몽과 이탈리아의 파르마, 미국 컨추리햄과 같은 최고급 햄으로 간주된다. 발효생햄은 돼지 뒷다리를 통째로 소금에 절여 9~12개월 동안 그늘진 곳에서 자연 발효시켜 만드는 게 특징. 흑돈 뒷다리가 거꾸로 매달아 자연 발효 시킨다. 신기한 대목은 발효가 되면서 지방이 고기로 흘러 들어가 자연스러운 마블링이 생긴다는 것이다. 발효생햄을 제조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솔마당 오인숙 대표는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기술 지도를 받아 천연 소금과 허브를 첨가해 맛과 향이 뛰어나다"고 했다. 자연 발효시키면 수분이 30~35% 밖에 남질 않아 '드라이 햄'으로도 알려진 이 발효생햄을 먹어본 소비자들은 "오래 기다려 숙성시킨 덕분에 풍미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개 수입업체를 통해 들어온 발효생햄을 보아온 소비자들에겐 국내산은 품질이 별로일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뒤늦게 입소문이 나고 있다. △ 더 고소한 미꾸리, 치어 통해 생산량 높이는 게 과제 미꾸라지와 미꾸리는 다르다. 하지만 이것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다. 추어탕 음식점을 운영하는 대표들도 육안으로 이걸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물론 추어탕은 미꾸리와 미꾸라지로 끓이는 탕이 맞다. 하지만 미꾸리로 탕을 끓이면 더 고소하고 담백해 콩가루나 들깨가루를 많이 넣지 않아도 될 정도. 그래서 추어탕이 유명한 남원은 일찍부터 미꾸라지가 아닌 미꾸리 생산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농림식품부의 향토산업 육성사업으로 선정된 남원시는 지난해까지 3년 동안 30억을 들여 추어 브랜드 사업단을 꾸려 미꾸리 양식장을 건립하고 추어탕 가공 기술을 지원해왔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어떻게 다를까. 생물학적으론 다른 종이나, 일반적으론 미꾸리로 통칭해 불린다. 둘 다 입가에 수염이 있고 비늘이 없는 대신 미끌미끌하며 어둠을 좋아하고 가물거나 겨울이 되면 흙 속으로 들어가 동면을 한다. 몸통이 약간 둥그스럼하고 뼈가 연하고 맛이 고소한 미꾸리는 '둥글이'라고 불리고, 세로로 납작하나 뼈가 억세고 팔딱팔딱 거리는 미꾸라지는 '납작이' 혹은 '넙죽이'라 불린다. 대개 추어탕 하면 미꾸라지로 끓인다고 알려진 것은 미꾸라지가 미꾸리에 비해 더 빨리 자라서다. 치어를 받아와 15㎝로 키우려면 미꾸라지는 1년, 미꾸리는 2년은 족히 넘겨야 한다. 게다가 미꾸라지는 1㎏당 1만8000원, 미꾸리는 1만9000원으로 미꾸리가 더 비싸다. 결국 양식업체는 미꾸라지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추어탕음식점은 미꾸라지로 탕을 끓이게 된 것. '남원 추어요리 협의회' 총무를 맡고 있는 유해조씨는 "추어탕을 좋아하는 분들은 그래도 미꾸리를 선호한다"면서 "다른 양념을 넣지 않아도 그 자체로 고소한 맛이 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른들이 추어탕을 먹으면서 맛이 예전 같지 않다고 불평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남원에서 추어탕이 유명해진 이유는 섬진강 지류에서 미꾸리나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었던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남원 운봉과 인월 등에서 많이 재배됐던, 추어탕에 들어가는 무시래기 생산도 일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남원 추어탕집의 원조는 1950년대 남원 광한루 일대 우시장이 들어서면서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새집 추어탕'과 '3대 원조 할매 추어탕'이 생긴 뒤 장사가 잘 된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이곳저곳에서 가게가 생겨났다. 광한루원 정문 일대에 형성된 추어탕 골목에서 추어탕만 파는 가게는 22곳, 다른 음식과 함께 파는 곳만 해도 35곳이나 된다. 하지만 상당수 가게가 미꾸라지를 사용하고, 남원 농기센터의 미꾸리 치어를 양식으로 받는 음식점은 4~5곳에 불과하다. 남원 농기센터 현장지원과 추어 육성을 담당하는 정의균 주무관은 "미꾸리 생산량이 적은 것은 생산기술이 체계화 돼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단 인공 부화 시설을 갖춘 시설식은 영세한 농가에겐 부담이 크고 생산량 증대는 아직 검증되지 못 했다.
"어이, 박박사!"'지리산 흑돈'을 내놓은 다산육종 대표인 박화춘 박사(50사진)의 호칭이다. 서울대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가축육종학을 전공해 석박사학위를 받은 전문가. 평생 직장으로 불리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농협중앙회를 뿌리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프라이드 농업'을 주창했다. "귀농을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어요. 취미로라면 몰라도 입에 '풀칠'할 정도 되려면 생각부터 아예 딴 사람이 돼야 할 겁니다. 단순히 농산물 자체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파는 농업인이 되자는 겁니다."그의 귀농 생활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축산 관련 설비 구입부터 행정 절차까지 몸으로 부딪치며 현장 경험을 차곡차곡 쌓았다. 3년의 준비 끝에 건립한 농장을 통해 그가 관심을 기울인 것은 돼지고기의 고급화. 한때 '똥돼지'라 불렸으나 맛이 좋기로 소문난 돼지를 개량해 고급화하는 것이었다. 2008년 다산육종을 포함한 이 지역 16개 농가가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 '친환경흑돈클러스터사업'에 선정된 것은 그의 노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현재 남원시 운봉읍 가산리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다산육종 농장은 흑돼지 1만50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3246㎡(982평)으로 시작한 돈사가 1만2231㎡(3700평)에 이른다. 최근에는 '주식회사 지리산'을 만들어 흑돈으로 만든 돈가스스테이크 등을 내놓아 대중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군산시립교향악단이 30일 저녁 7시 30분에 시민문화회관에서 제104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차이코프스키 그 삶과 음악'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정기연주회는 차이코프스키의 주옥같은 곡들이 정낙복 지휘자의 지휘로 연주된다. 특히 이번에 연주될 6번 교향곡 '비창'은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인간의 희노애락을 느끼게 하는 힘과 약동감으로 깊은 영혼의 소리를 담은 곡이라는 평가이다.또한 잠자는 숲속의 미녀 중 왈츠, 바이올린협주곡 등이 연주되며 양고운 바이올리니스트가 특별 출연해 겨울저녁을 감동의 향연으로 수놓을 예정이다.한편, 좌석권은 공연당일 저녁 6시 30분부터 시민문화회관에서 배부한다.
한국에는 아동극과 성인극은 있지만 청소년극은 거의 전무하다. 학원 때문에 극장 갈 시간이 없다 보니 공급마저 끊어진 것. 이런 상황 때문에 전북예술교육지원센터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악동(樂童), 문화예술로 지역을 즐기다' 일환으로 청소년 뮤지컬을 꺼내들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직접 기획하고 실행한 토요일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초·중학생 40명이 30주에 걸쳐 지역의 이야기를 미디어·건축·문학·뮤지컬 등을 통해 풀어냈다.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주말은 물론 최근엔 평일까지 나와서 연습하는 아이들의 열성에 "공부할 시간 까먹는다"고 조바심 낸 부모들도 있었으나, 창의력 교육의 가능성을 본 뒤 전폭적 지지로 돌아선 부모들이 많아졌다.뮤지컬'중앙시장의 악동들'은 학생들의 인기 투표로 꼽은 가장 재밌는 시나리오. 대형마트에 밀린 전통시장에서 사는 여섯 마리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흉흉해진 민심으로 "고양이들을 싹 쓸어버리겠다"는 상인들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활기를 되찾아주고자 '착한' 계획을 세우는 고양이들의 좌충우돌 모험담.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다 보니, 분위기는 시종일관 밝고 경쾌하다. 코디네이터 김주희씨는 "처음 시작할 때에는 경험도 없는 아이들이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으나, 이제는 스스로 연습에 몰두하고 쉬는 시간까지 대사를 맞춰보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공연은 12월1일 오후 5시 전주 경원동 소극장 '판'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공연 이후엔 가족들과 함께 준비하는 포트락 파티가 기다리고 있다.
(주)영무건설(회장 박재홍)이 예술가들에게 아파트 단지에 꽤 괜찮은 골방(?)을 내주기로 했다. 말이 골방이지 82㎡(25평)나 되는 그럴싸한 창작공간이다. 영무건설이 전국에 짓고 있는 영무예다음 아파트에 '뮤즈 예다음 창작스튜디오 VIE'를 열기로 한 것. 자신의 조각 작품을 사주곤 했던 영무건설에 조승기 대안공간'미테 우그로' 대표가 역으로 제안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된 일이다. 전주 평화동 영무예다음 아파트에 12월1일 문을 여는 '뮤즈 예다음 창작스튜디오'가 전국 첫 사례다.입주 작가는 닥종이인형 작가 소빈(43)씨. 지인들의 귀띔에 따르면 "재밌게 수다 떨기에 일가견이 있어 아줌마는 물론 어르신까지 아우를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작가일 것"이라고 했다. 나이·직업에 상관없이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타고난 편. 소빈씨는 "회화 중심의 작가들을 아우른 개관전을 시작으로 상설 전시는 물론 입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공간으로서 면모를 갖출 계획"이라고 전했다.영무건설은 먹고 살기 힘든 전업 작가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졸업한 뒤 오갈 데 없는 청년작가이거나 유망한 젊은 작가 등을 섭외해 전시 공간을 내주고, 작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뒀다. 입주민·작가들이 잠시 머무르다 갈 수 있도록 커피·차 등을 내놓는 카페의 개념까지 결합시킨 공간.박재홍 회장은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면서 성장하는데 보탬이 되고 싶었다"면서 "전주 평화동 1호점 개관을 시작으로 입주민들이 문화예술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언제까지나 안방에서만 놀 수 없잖아요."지난해 창단 10년 만에 극단 재인촌 우듬지(대표 김영오)가 전북연극협회에서 서울연극협회로 옮긴 이유다. 정찬호(48)씨는 자신의 고향인 정읍에 극단'友里 아트 컴퍼니'를, 김영오(48)씨는 전주에서 재인촌 우듬지 소극장(전주 경기전 돌담길 인근)을 꾸리면서 건강한 연극판을 일궈왔다. '서울 공연이 과연 가능할까' 반신반의하던 이들에게 보란 듯이 해보겠다는 오기가 발동한 듯 이들 부부는 지난 10월 출사표를 내고 40일 간 공연을 진행 중이다. 선택한 작품은 지역에서 보기 드물게 장기 공연으로 시도했던 '아주 치명적인 두 여자'에 이은 '오래전 愛'. 정씨는 "지역의 극단이 서울에서 공연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아마 전라도 쪽에서는 우리가 처음일 것이다. 이번 공연은 공연예술단체 공연장 대관료 지원사업에 선정돼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그간 지역의 단체가 서울에서 드문드문 공연을 올리긴 했으나, 거의 단발성 행사에 가까웠다. 우듬지도 지난 2007년과 2010년 잠깐 서울을 찾았으나, 벽에 부딪쳐 지속되진 못했다. "전북의 우수한 연극을 알리고 싶었어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어 서울로 본적을 옮기게 됐습니다."우듬지의 최초 로맨틱 코미디'오래전 愛'는 싱글밤 우경이 주인공이다. 상처 받은 우경을 따뜻하게 안아준 것은 결국은 아버지. 아이의 아빠 경준이 갑작스레 등장하고, 이들을 갈라놓았던 오해가 풀어지면서 사랑의 의미를 묻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씨는 "이미 지역에서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라면서 "대학로 연극의 유행이 로맨틱 코미디로 가고 있어서 잘 어울린다고 봤다"고 했다. 공연을 마친 뒤 이들은 대학로에 우듬지가 적(籍)을 둘 수 있는 소극장을 마련할 계획. 많은 지역 단체들이 단발성 공연으로 끝내는 이유가 공간이 없어서였다."극장을 빌리게 되면 '뜨내기'로 끝나더라구요. 이번 공연이 끝나고 나면 '내 극장'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이왕 도전한 거 흔적은 남겨야죠." 이들 부부의 당찬 각오가 서울의 연극판에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까. '오래전 愛'는 12월2일까지 서울 까망소극장에서 이어진다.
먼 옛날 하늘과 땅이 열리고바다가 길을 놓으니 땅길물길 하늘길이 열렸어라바람이 불었어라.어화디야 어야디야어화둥둥 어야디야바람이 분다.미래가 열린다.신천지가 열린다.(심재기'아리울'시중 도입부) 전북 미래의 꿈이 담긴 새만금을 소재로 한 교향곡'아리울'이 만들어졌다. 문학과 미술, 연극 등 각 분야에서 다뤄져온 새만금 이야기에 또하나의 문화콘텐츠가 탄생한 셈이다.교향곡은 전주대 김광순 교수가 1년여에 걸쳐 곡을 집필했다. 올해 환갑인 김 교수 개인적으로도 30년 작곡 인생의 완성판일 만큼 열정을 쏟아냈다. 위암과 투병하면서 1시간 10분짜리 5악장의 교향곡을 집필한 것 자체도 감동스럽다. 도내 음악가중에서 교향곡을 작곡, 발표하는 것은 김 교수가 처음이다."전반적으로 교향곡 작곡을 꺼려합니다. 투입 노력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음악 애호가들도 복잡하고 긴 곡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습니까." 김 교수는 전북의 가장 큰 화두인 새만금을 어떻게 음악적으로 표현할까 고민했고, 교향곡으로 만드는 게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단다. 여러 악기가 어우러져 화합을 상징할 수 있고, 스토리로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실제 작곡 과정에서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악기 뿐아니라 목소리가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심재기 시인이 참여했다. 심 시인은 새만금의 모습을 시로 창작했다. 교향곡 전체 5악장에 맞춰 생성평온자람뉘우침융성으로 구성했다. 이는 곧 새만금의 성장사며, 마지막 5악장에서 활짝 열린 새만금의 미래를 그렸다.'아리아리 아리울 터를 울리자. / 태양이 는다. / 바람이 분다./ 깃발이 날린다./ 미래가 열린다./ 신천지가 열린다./(중략)/ 둥둥둥 두두둥둥 북을 울려라 / 아리아리 아리울 터를 울리자./시 자체만으로도 교향곡의 웅장함과 장엄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이렇게 만들어진 교향곡'아리울'은 전주시립교향악단과 전주시립합창단의 연주로 29일 저녁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무대에 처음 올려진다. 120명의 단원들이 참여하는 매머드 연주회다. 지휘는 전주시향 강석희 상임지휘자가 맡는다.음악회의 또다른 볼거리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관객과 연주자들간의 소통이다. 전주대 주관 스마트공간문화기술공동연구센터가 개발한 영상 갈채 시스템이 이번 음악회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적용된다. 관람객들이 연주에 방해을 주지 않으면서 호응을 보내고, 음악 뿐아니라 영상으로 새만금의 융성을 그려낸다. 이와함께 최근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조성된 새만금개발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와 관심도 음악회의 의미를 더 값지게 할 것 같다. 작곡가 김광순 교수(60)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1979년 귀향해 소극장 '예루'를 운영하며 활발하게 지역문화예술운동을 해왔다. 오페라 '정극인"'견훤대왕', 뮤지컬 '상춘곡', 카타타 '구시포 노랑모시조개', 무용곡 '바다에서 온 여인' 등과, 매년 가곡 작품을 발표하며 전북 음악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한국의 산과 산지문화를 대표하는 지리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자치단체 차원의 적극성이 떨어져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연유산으로서나, 문화유산으로서 지리산의 자원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유산 등재기준으로 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학계에서 평가하고 있지만, 민간차원의 논의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리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자'는 운동은 남원문화원(원장 이병채) 등 지리산권 7개 시군 문화원이 중심이 돼 추진위원회(위원장 유인학 전 국회의원)를 꾸려 지난 2008년부터 서명운동을 벌이고, 국제학술대회를 여는 등의 활동을 통해 정부와 자치단체의 관심을 촉구했다.그나마 전남도는 1999년도에 일찌감치 관내 화엄사와 송광사대흥사 등을 세계유산 후보지로 고려한 적이 있고, 경상대와 순천대가 2008년'지리산권 문화연구소'를 설립해 공동으로 연구 활동을 해오고 있으나 전북도 차원이나 도내 대학들의 이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이같은 문제는 한국문화원연합회 전북도지회 주최로 27일 전주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지리산 세계복합 문화유산 등재'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서 집중 제기됐다. 복합유산은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합한 세계유산을 말하며, 국내에는 아직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된 대상이 없다.이날 심포지엄 발제에 나선 최원석 교수(경상대)는 "지리산은 수많은 사람들의 오랜 생활문화의 터전으로서 많은 역사유적과 종교경관, 생활경관이 남아 있다"며, "지리산과 지리산 문화는 지금껏 한국이라는 공간적 범주와 인식의 지평에서 평가되었지만 이제 세계유산의 보편적 가치라는 잣대와 차원으로 새로운 조명이 요청되는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히 "지리산의 문화경관은 온대 동아시아지역 산지에 역사적인 생활문화터전의 총합체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만큼 세계유산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한 유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이병채 남원문화원장은 "전 세계가 경제전쟁 못지않게 문화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문화전쟁의 상징적 척도가 세계유산을 얼마큼 보유활용 하느냐다"고 전제한 뒤, 세계유산 등재시 지리산의 생태환경과 역사인문환경의 보호는 물론 한반도 남쪽의 문화적 브랜드가치를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 원장은 또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과학적학술적정책적참여적 작업이 필요하며, 자치단체와 학자, 유산소유 단체, 시민과 축제기관의 폭넓은 참여와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서정호 순천대 교수는 "반달가슴곰 등 35종의 멸종위기 야생동식물과 많은 천연기념물, 5000종에 이르는 다양한 생물의 서식하고 있어 자연유산으로서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등재를 위해서는 등재대상과 범위에 대한 정밀측정 및 충분하고 세밀한 자원조사가 필요하고, 3개도와 인접 시군들이 협력해 잠재목록 작성 및 신청에 적극 나서는 것을 과제로 꼽았다.이날 심포지엄에는 백성일 전북일보 주필서승 전주문화원장이복웅 군산문화원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부안군은 오는 30일 저녁 7시 30분 부안예술회관 공연장에서 피아니스트'이루마 & 성악가 김동규의 The Classic' 공연이 열린다고 밝혔다.이 공연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두 거장의 만남으로 군민들에게 명품 클래식의 세계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이루마는 한국 뉴에이지 피아니즘의 감성미학을 새롭게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심플한 선율에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실어내는 그의 연주에는 감미로운 멜로디만큼이나 따뜻한 감성이 스며들어 있다. 루마라는 이름은 순수 우리말로 '이루다 혹은 이룬다'의 뜻을 담고 있다. 또한 김동규는 지난 1991년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성악 콩쿨인 제 31회 베르디 국제 성악 콩쿨에서 1위로 입상했다. 특히 성악인들이 동경하는 이태리 밀라노의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오디션에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통과해 오페라 '바다의 분노'를 시작으로 유럽에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군 관계자는 "이루마, 김동규의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을 부안군민들에게 제공하는 만큼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북시낭송협회(회장 표수욱)가 주최하는 '제8회 전북 도민을 위한 가을 밤 시낭송 대회'에서 장세원(47)씨가 대상을 탔다.지난 24일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 이날 대회에서 총 45명이 참여한 가운데 본선 진출자 15명은 자유시 1편과 김남곤 시인의 '조선낫'을 낭송해 경합을 벌였다. 대상 수상자를 비롯해 금상 수상자 조영옥 정애경 채순종 박경애씨는 이날 시낭송가 인증패를 받았다. 감사패는 석정문학회 회장인 소재호 시인과 정군수 전북문인협회 회장(전북대 평생교육원 전담교수)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은 정군수 최무연 소재호 김동수 서상철 표수욱씨가 맡았다.
김혜미자 전주전통한지공예연구회장(71·사진)이 사단법인 한지문화진흥원 이사장에 내정됐다. 현 이상칠 이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김 이사장 내정자는 전주기전대 문화전통과 교수를 지냈으며, 대한민국한지대전 심사위원·전국한지공예대전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완주군 대승마을 승지관장으로 재직중이기도 하다.한지문화진흥원은 2001년 9월 전주시로부터 전주시 공예품 전시관으로 위탁받은 이래 2002년부터 일본 가나자와 시(市)와 전통공예 문화교류 사업 등을 추진해왔다.이사장 이취임식은 12월 1일 낮 12시 전주리베라호텔에서 열리는 회원 정기총회에서 가질 예정이다. 이날 총회에서는 또 회원 및 한지 산업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판이 가능한 한지상품개발사업 지원 설명회를 열며, 한지전문가 전철 교수(전 전주대 한지산업기술연구소) 초청 세미나도 함께 열린다.
쑤꾸기 소리 따라 감꽃은 하나 둘 피어났는가? 다시는 오지 못할 푸르름 밑에 하마트면 뜨지 못할 나의 눈빛이 진정 새로운 뜻으로만 피어났는가? 의좋은 어느 집 어린 형제와 같이 돌담 위에 서로의 손짓이 보일 듯 어제 밤 너와 나와의 아쉽던 가슴 위엔 저기 저 감꽃이 쑤꾸기 소리 따라 피어 났는가? -이철균,「감꽃」 전문 '쑤꾸기'는 보릿고개가 한창일 때 마을 뒷산에서 애절하게 울어대던 새(뻐꾸기)였다. 복거일은 이철균의 이러한 '「감꽃」을 낭송하면 사랑의 애틋함으로 가슴에 파란 물살이 일어 - 지난날의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고 하였다. 시조 시인 정완영도 '바람 한 점 없는 날에 보는 이도 없는 날에 /푸른 산 뻐꾸기 울고 감꽃 하나 떨어진다.'(「감꽃」)를 발표하여 이철균의 '뻐꾸기 울음 속에 피어나는 감꽃'의 시상을 이어가고 있다. 해가 긴 봄날 '쑤꾸기 울음'과 '새하얀 감꽃'의 절묘한 매치(match)는 소박하고도 담백한 그러면서도 어린 시절 고향의 애틋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썩 좋은 시적 소재다. 그의 시에는 이처럼 '감꽃'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늦은 봄이던가 초여름이던가 아무튼 보릿고개가 한창일 때 그 조그맣고 하얀 감꽃이 '쑤꾹기 소리 따라 하나 둘 피어났다'이른 새벽이면 아직도 서늘한 아침 공기에 몸을 웅크리며 동네 아이들은 그걸 주워 먹곤 하였다. 쌉쏘롬하고 약간 떫은 맛이 있으면서도 뒷맛이 달큼한 감꽃 내음, 그걸 주워 먹으려고 이른 새벽부터 눈을 부비며 골목길을 나섰던 어린 날의 추억들이 새롭다. 그는 누군가 여기서는 소쩍새 소리 따라 귀 대이면 감꽃 어느 방에선가 너의 속삭임 부르면 돌아서서 수줍어 숨어들더니 앞산 뒷바다 끌어안고 冬天에도 붉은 달로 뜬다. 빈 메아리는 허무와 절대의 사이에서 그렇게도 울어대더니 이제는 하늘까지도 버리고 나서 감은 즉 한 개의 감 애당초 그것뿐 내 時空 앞에 꾀 벗고 섰구나. - 이철균. 「감」 부분 이 시에서도 '감'이 등장하고 앞의 '쑤구기'처럼 소쩍새가 등장하고 있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쩍새의 울음소리를 배경(back ground)으로 '꾀 벗고 우투거니 서 있는 한 개의 감'이 전경화(前景化)되어 독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 그것은 분명 '절대'와 '허무' 틈새에서 '그렇게 울어대는' 화자의 심정과 다르지 않으리라. 그는 이렇게 절대 순수의 영지를 그리워하다 감꽃처럼 잠깐 얼굴을 보였다가, 한 권의 시집을 남기고 떠난 순백의 감꽃 시인이었다. 전주에서 출생한 이철균 시인(1927-1987)은 전주북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早稻田) 제1고등학원을 졸업했다. 귀국 후 목포 문태중학교와 전주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1949년-1958)을 하면서 1953년 『문예』지에 「염원」(1953.2), 「한낮에」(1953.6), 「소리」(1954.3) 등이 서정주에 의해 3회 추천되었다. 1955년에는 전주에서 시 동인지 『南風』을 주재하여 발간하고, 잡지 『인물계』의 편집인으로 활동하였으나 60 평생을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며 시를 썼다. 그러나 말년에는 전주고등학교 재직시 동료 교사였던 서울 하희주 시인 자택 별채에서 독거하다 별세한 외로운 시인이었다. 전북문인협회는 1992년 그의 유고시 82편을 '『신즉물시초』 新卽物時抄'란 시집으로 묶어 그를 기렸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이 '동심의 시'(회장 이준섭·사진) 동인들과 동시 낭송회를 연다.12월1일 오후 1시30분 문학관에서 열리는 ''동심의 시' 동인들과 전주시민이 함께 하는 동시 낭송회'는 교과서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아동문학가들과 동시를 안주 삼아 조촐한 만남을 갖는 자리. 동시도 쓰고, 동화도 쓰고, 아름다운 노랫말도 쓰는 아동문학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동시를 낭송하며, 아이들은 노래가 된 동요를 부르고, 아동문학가는 아름다운 노랫말이 담긴 가곡으로 화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한 온 가족이 모여 만든 동시화도 전시된다. '동심의 시'는 1979년 '세계 아동의 해'에 전라도 아동문학가들이 좋은 동시를 쓰기 위해 힘을 모아 만든 단체. 경철·이준섭(부안), 박예분·진흥원·한상순(임실), 노여심(장수), 이준관(정읍), 전원범(고창) 등을 비롯해 김영미·안오일(목포), 문삼석(구례), 서향숙(여수), 이민자·이성자(해남), 이봉춘(광주), 이성관(장흥) 등 열여섯 명의 아동문학가들이 활동 중이다. 매년 동인지를 내고 있는 '동심의 시'는 올해 발간한 제30집을 통해 익산 출신 아동문학가 고영규(1947 ~2004)를 비롯해 최일환·김삼진 등 작고 문인을 특집으로 다뤘다. 장성수 관장은 "'동심의 시' 동인들의 서른 번째 동인집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출간을 축하하고, 전주 시민들을 초청해 그 기쁨을 함께 나누는 자리"이며 "특히 노여심·문삼석·이성자·이준관·이준섭·전원범·한상순 등 교과서에 동시가 수록된 아동문학가들이 다수 참여해 더 뜻깊고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신청하면 작가가 직접 사인한 '동심의 시' 동인지를 선물한다. 문의 063)284-0570.
"권력을 나누게 되는 새로운 질서, 균형, 조화. 나의 글자가 그런 세상에 작은 시작이 될 것이다."지난해 MBC의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는 한글 창제 이면의 권력 이동을 다룬 화제작이었다. 이는 훈민정음의 창제와 사용은 역사적 객체인 인민을 역사적 주체로 바로 잡은 중요한 계기이자 인민을 위한 통치 권력의 중앙 무대로 진입하게 하는 수단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한글에 관한 대다수의 논쟁은 역사적 상흔과 결부 돼 '정신'과 '가치관'의 문제로만 귀결돼왔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47)가 펴낸 '한글 민주주의'(책과 함께)는 한글의 역사적 의미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 삶에서 언어와 문자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묻고 답한 책이다. 이 책은 민주주의 원칙인 민권자주평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글민주주의'를 고찰했다. 1부에선 근대 초기의 국어 정책이 어떻게 민권을 향상시켰는지 전하며, 2부에서는 국어 정책과 국어 교육이 우리말의 주체성을 지키면서 민주적 의사소통으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3부는 다문화사회가 된 현실을 기반으로 다른 언어에 대한 폭력과 편견, 소외와 불평등에 빠지지 않고 다른 언어 공동체와의 평화적 공존을 고민해야 하는 우리의 국어 정책 방향을 이야기한다. 특히 한글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 중 중국 정부의 모바일 한글 표준화 시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자성을 요구하는 글은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다. 중국 정부가 소수 민족 문자를 위해 한글 표기체계와 키보드 표준자판을 만들려는 움직임에 관해 한국은 '한글의 동북 공정'이라며 분노해왔으나, 최 교수는 이젠 언어 민족주의를 걷어내고 한글을 제대로 쓰는 공동체가 곧 그 소유자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최 교수는 말미에 풍부한 언어학적 식견으로 자신의 고민을 확장시켜 준 인연들과 학문적 긴장감을 유지하며 조언해준 동료 교수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스스로의 성장 과업을 얼추 완수했다 싶은 어느 날, 흰 가운을 벗었다. 의사로서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았으나, 그 삶은 나 자신의 행복과는 괴리가 있어 보였다. 김성의 완주군 마음사랑병원 상임이사(57)는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놀랍게도 책과 가까워지면서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았던 시간과 작별인사를 했다. 아무리 충실한 시간을 살았다 하더라도 지금의 그가 예전의 문제를 고민하던 자신일 수는 없다. 이처럼 시간적인 불합치성을 감수해야 하지만 삶의 관찰자에 머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사진 찍기에 매료 돼 지난 2년 간 국내·외를 쏘다녔다. 삶의 풍광을 기록한 사진 260점에 자신의 잔잔한 단상을 쓰고 지인의 도움으로 영문까지 덧붙인 '강물 되어 강을 건너다'(수다) 출간 배경이다. "일반적으로 강을 건넌다고 할 적에 배를 이용해 몸이 젖지 않고 건너가길 원하잖아요. 삶이라는 강물에서 몸이 젖는 걸 주저하기 보다는, 오히려 흠뻑 젖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건너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 것도 안하고 배만 오길 기다릴 순 없잖아요. 그래서 붙인 제목이죠." 출사 기간이 고작 2년에 불과해 감히 사진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다고 하기엔 조심스러우나 그는 책 출간을 통해 새로운 성장소설을 썼다고 했다. 성장은 두 아들에게나, 자식을 키우는 부모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삶의 과제. 성장이라는 그 막막한 불확정성 앞에서 스스로에게 격려를 해준 선물에 가까운 책이다. 그는 사진을 통해, 책을 통해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읊조린다. 내 질문의 해답을 남이 찾아줄 수는 없다고, 답은 결국 자신에게 있다는 깨달음이다.
'장소는 삶이 머무는 곳이다. 그곳에서는 지극히 일상적인 삶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곳이 날 잡아둔다. 그 잠아둠의 양태는 각자 다르며 그 다름이 곧 문화가 된다. 고로 장소와 문화는 서로 동체이자 아바타이다.'전주교대 이경한 교수(사회교육학과, 지리학 전공)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우리 주변의 공간에 돋보기를 댔다. 저자는 소소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장소'가 갖는 의미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입체적으로 바라보았다. 저자 스스로 '장소'에 들어가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을 경험하고 생각하며 관찰한 느낌을 자유스럽게 드러냈다. 단순한 관찰자에 머무르지 않고 장소가 주는 사회성과 함께 바람직한 방향성까지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대형마트에 밀려 점차 설 자리를 잃어 가는 동네 가게를 두고 저자는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있는 장소'라고 보았으며, 전주 가톨릭센터에 있는 필리핀 식당을 통해 이민자들의 애환관 함께 100만 외국인시대 다문화정책을 생각하게 했다.슈퍼마켓을 동네 슈퍼부터 필리핀 식당,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고향과 다방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필리핀 식당에서 모여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이민자들을 보며 느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야기나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서는 날카로움과 함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전주 사람들이 즐겨찾으며 전주의 문화코드로 자리잡고 있는 '가맥(家麥)'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도일슈퍼전일슈퍼 등 유명 가맥집의 입지가 대로의 번화가보다 후미진 곳에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가맥의 최적입지는 이면도로와 이면도로가 만나는 사거리란다.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접근성이 가장 높은 곳이어서다. 가맥을 찾는 가장 큰 요인을 경제적 측면으로 보았다. 가맥을 찾는 사람들간에 동질성을 지니며, 비지니스 등에 관한 대화보다는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를 안줏거리로 삼는다.'몸'을 장소적으로 접근해 해부한 것도 흥미롭다. 몸이 우리은 마음을 담는 장소이자 자이를 구체화 시키는 곳으로 보고, 이를 사회학적으로 접근했다. '초콜릿 복근''S라인 몸매'를 만들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문신피어싱이물질 삽입 등을 통해 몸을 개조하려는 노력도 한다. 또 삼보일배를 통해 환경운동을 펼치기도 하며, 몸을 던져 민주화를 외치기도 했다. 저자는 세상을 보는 창이자 세상을 받아들이는 문으로 몸을 파악했다.공원은 '따로 그리고 같이 노니는 장소', 공항은 '일상으로부터 일탈을 꿈꾸는 곳', 길은 '타지의 세계로 나를 이끄는 장소', 버스 정류장은 '일터와 쉼터를 이어주는 장소'로 이야기 했다. 광고게시판다리 밑커피 전문점다방고향화장실모정과 마을회관벤치학교 등의 장소들에 대해서도 저자 나름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소수자, 즉 사회적 약자들이 살아가는 장소에 대해 정직한 목격자가 되고 싶다"는 말로 책 저술의 동기를 밝혔다.'골목에서 마주치다''다문화사회와 다문화교육''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 등의 저서가 있다.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 편집위원장, 전북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 전북혁신학교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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