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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니 청춘이다] 전주시니어클럽 '바로곁애' 장양천·김영순 바리스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현상으로 오는 2026년 대한민국 국민 20%가 65세 노인이 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에 따라 국민연금 및 기초연금도 오는 2057년이면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지출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 속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 증대는 국가의 복지 부담 증가를 상쇄할 수 있는 생산적인 정책이다. 또 노인 일자리는 노인의 빈곤 완화와 더불어 심리·정서적, 사회·관계적, 건강 증진의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 ‘바리스타’라는 직업으로 제2의 인생을 살며 인생의 활력까지 찾은 전주 시니어클럽 ‘바로 곁애’ 바리스타 장양천(68), 김영순(65) 씨를 만나 건강한 삶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장양천·김영순 어르신은 전주 시니어클럽에서 노인들의 대인관계 유지 등 지역사회 소통과 고립 방지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의 시장형 사업 중 하나인 ‘바로 곁애’라는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바로 곁애' 카페는 전북경제통상진흥원 별관, 국립전주박물관, 인후동 도서관 등 전주지역에 총 3곳이 있고, 이들은 전북경제통상진흥원 건물에 있는 ‘바로 곁애’ 카페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재 누구보다도 커피를 사랑하는 장 씨와 김 씨가 바리스타가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장 씨는 “처음엔 굉장한 우연이었다”며 “길을 걷다 노인지원 체험센터에 걸린 현수막에 쓰여있는 ‘바리스타 교육’을 한다는 내용을 읽고 결정했다. 여기에 평소 커피를 좋아해 더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씨 역시 지인의 권유로 ‘바로 곁애’ 사업을 접하게 됐다고 한다. 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전주 시니어클럽은 센터를 방문하는 어르신 개개인의 적성을 검사하고 적성에 맞는 직업을 매칭해 주고 있다. 특히 청년들의 업무 효율성과 노인들의 업무 효율성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하며 세대 간의 갈등에 대한 문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김효춘 전주 시니어클럽 관장은 “시니어클럽은 노인 일자리 전문기관으로 웬만한 지자체에 모두 운영되고 있다”며 “노인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사회적 경험이나 지식을 활용할 기회가 아직 많기 때문에 저희 클럽을 통해 상담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적성과 맞는 경험을 통해 사회에 참여,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주 시니어클럽이 주관하는 사업이라 단정짓고, 채용 과정이 간결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아파트 내 택배 배달 사업인 ‘안전 택배’ 사업, 지역 내 상가를 소독하는 ‘청정 소독’ 사업 등 10개 사업으로 이뤄진 시장형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바로 곁애’ 사업에 뽑히기 위해선 서류전형부터 면접까지 일반 카페 종업원 채용 방법과 똑같은 절차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전문 바리스타 교육을 이수받고 자격증까지 취득한 후 6개월간의 인턴 기간까지 거쳐야 비로소 정식 바리스타로 거듭날 수 있다. 평생을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의 삶을 살며 남편의 빨래, 자녀의 식사를 차리는 등 집안일을 해오던 이들은 갈색 유니폼과 모자, 검정 앞치마를 두르고 ‘바로 곁애’ 카페에 발을 내미는 순간 고객의 커피를 책임지는 바리스타로 변신한다. 장 씨는 “하루에 3시간 30분 밖에 되지 않는 근무 시간이지만, 이 시간만 생각하면 너무 즐겁다”며 “자녀들도 떠나고 남편도 직장에 나가면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게 된다. 씻지도 않고, 밖으로 한 발짝도 안 움직이는 날도 많았다. 혹여 운동이나 여행을 떠난다 해도 물리적인 이유와 귀찮음으로 한계가 있었지만, 이 일을 시작한 이후 아침마다 카페에 출근할 준비를 하는 시간이 마냥 즐겁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나이가 들수록 무기력해지고 사회에서 소외되는 느낌도 받는데, 이렇게 밖으로 나오며 나 자신을 가꾸고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매일 소통하니 소속감도 생기고 내 나이보다 더욱 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바리스타 김 씨 역시 “우리 나이에 새로운 직업을 시작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며 “이렇게 즐거운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어 일석이조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내가 이런 전문적인 일을 한다고 말하면 모두가 부러워한다. 특히 친구들 또는 손주들이 놀러 오면 멋지게 계산도 하며 노년의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침과 오후 시간에 비해 직장인들이 몰리는 점심시간이나 여러 번 메뉴를 변경하는 손님들을 만날 때면 우왕좌왕 실수를 남발하기도 하지만 이런 과정까지 이들에게는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장 씨는 “카페에 들어올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며 “한평생 가족들을 위해 밥을 차리고 집을 청소한 우리 같은 주부들은 식당 알바는 기피하고 싶지만, 이곳은 방문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 일부러 30분 일찍 출근할 때도 있고 30분 늦게 퇴근할 때도 종종 있다”며 카페 일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커피’라는 관심 분야가 생기니 커피에 관련한 지식은 덤으로 따라왔다. 장 씨와 김 씨는 바리스타를 시작한 이후 다양한 커피 종류, 원두의 맛 등 커피와 관련된 지식을 쌓기 위해 전보다 더 열공중이다. 특히 주말에는 유명 카페를 탐방하며 커피 제조법에 더욱 정성을 쏟고 있다. 이들은 또한 카페에서 커피 뿐만이 아닌 빵과 과자 등 제과 제빵을 하며 ‘케이터링’ 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관심 분야와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장 씨는 “커피가 가장 많이 판매되기는 하지만 예쁜 모양으로 먹을 수 있는 제빵 또한 흥미롭다”며 “예쁘게 과자를 만들고 과일을 담을 때면 ‘조금이라도 빨리 알아서 아이들이나 지인들에게 해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고 말하며 제빵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바리스타 장양천 씨는 “사회에 소속감이 생긴다는 게 이렇게 좋은 것이지 몰랐다”며 “집에만 있을 때와는 다르게 가족을 비롯한 주변 분들의 응원으로 자존감도 올라가고 더 예쁜 커피라떼 아트를 배우고 싶다는 목표 또한 생겨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늦게나마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만나 너무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면서 “이 글을 읽을 동년배 어른들도 망설임 없이 지원해 본인의 적성에 맞는 즐거운 일터를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3.03.15 17:4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동화작가 - 박월선 작가 'VR로 만나는 오샛별'

고등학교 1학년 미술시간으로 기억한다. 봄날, 우리 반은 야외로 나가 풍경화를 그렸다. 두 시간이 주어졌는데 나는 내신을 잘 받고 싶어 남들 떠들고 노는 중에도 최선을 다해 그림을 그렸다. 교실로 돌아와 내가 그린 그림을 설명하는데 선생님 낯빛이 어두웠다. 설명이 끝나고 선생님이 차갑게 한마디를 던졌다. “넌 그림을 그리랬더니 도화지에 장난을 쳤니!”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그날의 비루한 온도와 미술선생님의 유난히 곱슬 거렸던 고수머리 한 올 한 올까지 또렷이 기억난다. 그 후로 그림을 그릴 일이 생기면 그때 일이 어김없이 떠올라 펜을 쥔 손에 힘이 빠졌다. 내게 그림은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 그런 영역에 전공자도 아닌 동화작가가 그림책을 출간했다니 놀랄밖에. 내겐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 그 작가에게는 현실이었다. 책 소개를 보니 박월선 작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취미삼아 그렸다고 한다. 취미의 영역이었던 그림을 뒤늦게 접한 이유는 타사 튜더처럼 정원을 꾸미며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 때문이다. 소망을 이루기 위해 작가는 정식으로 그림을 배웠고 2여년의 노력 끝에 <VR로 보는 오샛별>(글·그림 박월선)을 탄생시켰다. <VR로 보는 오샛별>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장치로 인해 휴교령이 내려지자 VR로 친구를 만나는 나노하의 이야기를 담았다. 나노하는 가상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VR을 쓰고 햇빛정원을 구경한다. 그곳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친구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특히 친구 오샛별과 함께 해서 노하는 더욱 즐겁다. 작가는 'VR'이라는 소재를 통해 환경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미세먼지로 인해 실재하는 세상을 마주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VR은 숨통을 트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VR로 만난 세계는 진짜가 아니다. 진짜가 아닌 세상에서 보고 들은 것도 또한 진짜일리 없다. 미세먼지나 전염병 모두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 결과물로 인해 아이들이 진짜가 아닌 가상세계에서 살 수밖에 끔찍한 현실이 올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경고한다. 커다란 창문 너머로 햇빛공원이 보였어요. 밖은 뿌옇게 미세먼지로 덮였어요. 지금 당장 공원으로 뛰어가고 싶어요. 작품 마지막에 나오는 이 세 문장을 통해 ‘현실은 미세먼지 속이지만 그럼에도 자연과 인간을 갈망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 류영선 그림책 미술평론가는 박월선 작가를 파블로 피카소에 비유했다. 파블로 피카소는 생전에 ‘나는 평생 아이처럼 자유롭게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러면서 박월선 작가의 일러스트는 천진하고 자유로운 드로잉을 바탕으로 인상주의 화풍을 표방한다고 했다. 2년 동안 누구보다 먼저 홍대 미술실에 출석해 수업 내용을 체크하고 구상했다는 박월선 작가는 성실을 무기 삼고 동심을 재능으로 장착해 아무나 해낼 수 없는 일에 도전해 결과를 창출했다. 정말이지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 그림책의 묘미는 기교를 부리지 않는 데 있다. 콜라주 기법을 사용해 그림에 변화를 준 것도 특이점이다. 세밀하게 표현된 그림을 보고 있자니 사물을 꼼꼼히 관찰한 작가의 노력이 보인다. 언뜻 보면 진짜인 듯 착각이 드는 자연스러운 색감도 좋다. 박월선 작가의 그림책 덕분에 내게 너무 먼 당신이었던 ‘그림’의 세계에 한 발 진입한 기분이다. 그 먼 옛날, 여고생의 축 늘어진 어깨를 다독이는 시간이기도 했다. <VR로 보는 오샛별>을 들고 미세먼지 없는 날 아이 손을 잡고 그림 속 자연물을 찾아 여정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자연과 사람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근혜 동화작가는 2012년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다짜고짜 맹탐정> 등 다수의 장편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출간했다. 현재 최명희문학관 상주작가로 근무 중이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3.15 17:48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 HK+연구단, 자료총서 13∙14권 출간

일제강점기 한∙중∙일 유교문화와 연구활동을 한눈에 확인할수 있는 총서가 나왔다. 전주대학교(총장 박진배) 한국고전학연구소 HK+연구단이 자료총서 제13, 14권을 발간했다고 15일 밝혔다. 자료총서 13 일제강점기 유교 단체 기관지 색인 1 – 인명 (상)(도서출판 선인, 2023, 비매품)과 자료총서 14 일제강점기 유교 단체 기관지 색인 2 – 인명 (하)(도서출판 선인, 2023, 비매품)는 일제강점기에 중앙과 지방에서 활동한 여러 유교 단체의 기관지에 실린 인명 3만여 건을 추출하여 수록한 색인집이다. 그 대상은 총 9종의 유교 단체 기관지이다. 중앙의 유교 단체 기관지는 대동사문회의 대동사문회보(大東斯文會報), 유도진흥회의 유도(儒道), 조선유교회의 일월시보(日月時報), 조선유도연합회의 유도(儒道) 등 총 4종 27개 호이다. 지방의 유교 단체 기관지는 강원도유도천명회의 유도천명회보(儒道闡明會報), 전라남도유도창명회의 창명(彰明), 충남 홍성의 유교부식회에서 발행한 인도(人道)와 유교부식회회보(儒敎扶植會會報), 개성명륜회의 명륜(明倫) 등 총 5종 13개 호이다. 일제강점기 유림 사회의 일각에서 일제에 협력하면서 유교 단체를 결성하고 기관지를 출판하는 행위와 이로써 재생산되었던 유림 사회의 모습은 전통적인 유교문화가 근대적으로 변형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위 두 권의 자료 총서는 근대 한·중·일 유학 및 유교문화의 연구에 귀중한 연구자료로서 향후 학계에서 유용한 참고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전주대 HK+연구단(단장 변주승)은 "앞으로도 자료 총서 시리즈를 통해 그동안 학계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자료들을 포함해 근현대 유교문화를 재가공하고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자료를 꾸준히 소개할 예정이다"며 "연구단은 자료 총서가 근현대 유교문화를 탐색하는 통로가 되고 공존을 지향하는 우리의 미래공동체를 열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육경근
  • 2023.03.15 17:48

3·1 만세운동 104주년 기념 특별 강연회

전북일보와 사선문화제전위가 공동으로 주최한 3·1 만세운동 104주년 기념 특별 강연회가 15일 임실문화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강연회에는 전북일보 윤석정 사장과 양영두 사선문화제전위원장, 이강안 광복회전북지부장 등 각급 기관 및 사회단체장과 장병, 주민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양영두 위원장은 “조국의 광복을 위해 피와 땀을 흘리신 독립운동 애국자들의 영전에 감사를 드린다“며 “애국선열들을 추모하고 그들의 숭고한 뜻을 국민 모두가 이어받자”고 강조했다. 기념식이 끝난 후에는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이명화 소장의 ‘임실 3·1독립운동과 민족대표 박준승의 삶’을 주제로 특별 강연회가 열렸다. 강연에서 이 소장은 3·1 독립운동과 임실의 독립운동 배경을 설명하고 아울러 전북지역 천도교의 역할과 박준승의 삶을 조명했다. 또 전북일보 조상진 논설고문도 임실 3·15 만세 독립운동의 전개와 민족대표 박준승 선생의 삶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청웅면 기미만세공원에서 민족대표 33인인 박준승 선생 3·15 만세운동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주민과 학생을 비롯 박준승 선생 기념사업회가 마련한 이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추모공연과 만세삼창, 시가행진 등을 가졌다. 전북일보 윤석정 사장은 “전북에서 일제에 가장 많이 항거한 지역이 임실”이라며 “우리 모두가 박준승 선생과 이석용 의병장 등 애국지사들의 높은 뜻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박정우
  • 2023.03.15 16:59

전주 누벨백미술관, 청년작가 장예지 초대전

꽃향기가 물씬 풍기는 싱그러운 봄날, 청춘의 단상을 화폭으로 마주한다. 전주 누벨백미술관이 15일부터 29일까지 장예지(27) 작가의 개인전 '빛'을 선보인다. 작가는 이번에 첫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대학과 대학원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평소 생각이 많은 20대 청년 작가인 그는 누구나 자신만의 감정과 삶의 바다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사람들의 수많은 생각이 모여 강을 이루고 바다만큼 넓은 사유의 무대가 펼쳐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작가는 “매번 복잡다단한 세상일에 치이고 헤매지만 끝없는 노력 끝에 다시금 자리를 잡아가면서 단단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물의 단순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내면을 파악하는 네오리얼리즘(neo-realism)을 추구하는 예술적 경향을 드러내 보였다. 전체적으로 화폭의 색감은 산뜻하면서도 온화하며 순수한 느낌 자체를 담아내려 한 흔적들이 도드라진다. 무엇보다 기존 회화의 질서에 작지만 울림 있는 반란을 일으키고 싶은 작가의 충동이 그림을 통해 감지된다. 최영희 누벨백미술관 관장은 “이번에 첫 개인전을 갖게 된 작가는 그가 만든 청량한 세상에서 차오르는 흥을 가슴에 품고 첫사랑의 떨림을 간직하고 있다”며 “코로나19란 어두운 터널에서 오롯이 희망의 빛을 찾아 뜨거운 창작열을 내뿜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전주시 효자동 서부신시가지에 문을 연 누벨백미술관은 올해로 개관한 지 10년째를 맞이한다. 최근까지 송지호, 이효문, 김하운, 김승현, 최지우 등 신진 작가를 지역에서 해마다 발굴하고 초대전을 기획함으로써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 관장은 “지역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젊은 화가들은 치열한 고민과 불확실성으로 희망과 실연을 반복하면서 슬픈 사랑을 하고 있다”며 “현재 가장 빛나야 할 청년들의 완성된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시를 지속적으로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03.14 17:47

전주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러시안 뷰티즈’

러시아 특유의 애잔하고 감미로운 선율에 취해 황홀경으로 빠져든다. 전주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7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제260회 정기연주회인 ‘러시안 뷰티즈’(The Russian Beauties)를 무대 위에 올린다. 이날 정기연주회는 상임지휘자 성기선의 지휘로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이 협연한다. 매회 다양한 프로그램 구성으로 전주 시민들에게 다채로운 클래식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성기선 지휘자는 이번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을 러시아 작곡가의 명곡으로 선정해 연주한다. 연주회 첫 곡으로 연주될 차이콥스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러시아에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 온 유명한 우화의 하나를 프랑스 작가인 페로가 동화로 구성한 것이다. 3막 4장으로 구성된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우세보로즈스키 감독과 궁정발레 안무가인 마리우스 프티파가 대본을 만들고 여기에 곡을 붙인 작품이다. 이 발레 음악은 모두 29곡으로 구성돼 있지만 그 중에서 제1번 서주와 리라요정, 제2번 아다지오, 제3번 알레그로 모데라토, 제4번 파노라마, 제5번 왈츠를 발췌해 관현악 모음곡으로 꾸며 연주하고 있다. 우울하고 슬픈 음악을 많이 쓰던 차이콥스키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발레곡들은 화려하게 작곡했다. 이 작품에서도 깊은 우울감과 말할 수 없는 비애 대신 빛나는 정서, 우아한 음악, 비약적인 리듬이 구김살 없이 나타나고 있다. 글라주노프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드보르자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기원을 두고 있다. 드보르자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상기시키는 듯 악기의 독자적인 연주가 특징이다.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낭만이 있는 음악적 언어의 전달이며 러시아만의 독특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라흐마니노프의 예술성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무렵의 작품이다. 큰 강과도 같은 도도한 흐름과 넓은 바다 같은 광활한 스케일이 유장한 호흡 위에서 폭넓게 펼쳐지는 첫 악장은 그가 품고 있던 작곡가로서의 야망과 상상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음을 증언한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03.14 17:47

민중 예술가 박홍규 판화전 ‘아리랑 고개’

날카로운 칼날 속에 배어 있는 따스함이 사람들의 마음을 이끈다. 판화를 통해 민중 예술을 펼쳐온 박홍규(64) 판화가의 ‘아리랑 고개’ 전이 14일부터 26일까지 전주한옥마을 갤러리 ‘향교길68’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판화와 채색화 등 작품 20여점을 접할 수 있다. 작가의 판화는 처음 보는 이에게도 낯설지 않다. 민주화 운동을 하고 사회 변화를 꿈꾸던 수많은 시위 현장에서 그의 작품은 깃발로 만들어지거나 걸개그림으로 사용됐다. 특히 농민운동이 활발하던 1989년에 만든 ‘삼천리 방방골골 농민의 깃발이여’란 작품은 지금도 전국 농민회 대부분의 사무실에 걸려 있는 명작으로 여겨진다. 그의 작품은 농민들이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깃발을 나부끼며 경운기를 타고 나아갈 때 농민 운동의 상징이 됐다. 작가는 몇 해 전 목판이 모두 불타는 모진 아픔을 겪었다고 한다.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그가 아픔을 딛고 새롭게 작업에 매진했고 이번에 그 결과물이 모아졌다. 작가의 작품이 강한 서정성을 품게 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전시에서 민중과 동학에 천착했던 벽을 깨고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전시 작품들의 제목부터 서정적이다. 작품 ‘바람 부는 보리밭, 내 청춘의 비망록’, ‘새 세상을 여는 사람들’, ‘아리랑 고개’, ‘저녁강’, ‘한 밤에 내리는 눈송이’ 등은 그의 칼날이 투쟁의 도구를 넘어 인간의 보편적 정서인 서정성을 조각했다. 그는 지난 40년을 농민들과 함께 살았다. 고추 수매, 한미 FTA 등 농민들이 모이는 곳에서 그의 작품은 농민 운동의 상징처럼 됐다. 작가는 이번 전시 주제를 ‘아리랑 고개’로 했다. 그는 "봉건시대를 타파하고 근대로 진출하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조선 민중의 집단 창작가요인 아리랑은 한이 쌓이고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다”고 밝혔다. 부안 출생인 작가는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했고 1999년 전주우진문화회관에서 개인전 ‘들에서 여의도까지’를 비롯해 전북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초대전, 국회 ‘빈집의 꿈’ 초대전 등 다수의 전시 활동을 펼쳤다. 전북문화저널 편집위원 및 만평을 연재한 그는 고(故) 정광훈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추모 그림도 제작했다. 지난해 광주 오월미술관에서 ‘혁명도 순정이다’란 주제로 전시를 진행했고 농민 관련 신문에 만평을 연재하고 있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03.14 17:46

문화재청, 지역 문화유산 돌봄 전문관 위촉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고, 안정적인 문화재 돌봄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하고자 올해 8명의 ‘문화유산 돌봄 전문관’을 위촉‧운영한다고 14일 밝혔다. 문화유산 돌봄 전문관은 퇴직공무원의 경험을 활용해 행정력을 보완하고 대국민 현장서비스 강화에 기여하고자 인사혁신처에서 주관하는 퇴직공무원 사회공헌사업과 연계한 사업으로 문화재청은 2017년부터 추진해 올해로 7년차를 맞았다. 문화유산 돌봄 전문관은 문화유산 분야의 업무경험과 풍부한 현장 경력을 보유한 퇴직 공무원으로 위촉해 전문관별로 2~3개의 전담 지역을 배정하고 현장 점검을 실시한 뒤 문화유산 특성에 맞는 적합한 관리방안을 지역문화재돌봄센터에 제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현장 점검 결과는 경미한 수리와 일상관리 등 지역돌봄센터에서 수행하는 돌봄 활동으로 연계되거나, 돌봄 활동으로 추진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해서는 소관 지자체에 보고해 보수정비로 연계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역 문화유산 돌봄 전문관을 내실 있게 운영해 지역돌봄센터에 효율적인 문화유산 관리 방안을 제안하고 안정적인 돌봄사업 기반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재·학술
  • 김영호
  • 2023.03.14 17:46

"백세 인생 예술 반세기" 청곡 권병렬 화백 100세 기념전

백세 인생을 맞아 반세기가 넘는 예술 인생의 곡절을 작품마다 응축해 놓은 필묵의 향연이 펼쳐진다. KBS전주방송총국(총국장 김성모)은 청곡(靑谷) 권병렬(權炳烈) 화백의 100세 기념전을 개최한다. 15일부터 28일까지 전주KBS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의 경우 새로운 봄을 맞아 ‘기운생동(氣韻生動)’이란 주제로 전북은행이 후원하고 청곡한국화연구소가 주최·주관한다. 전시 첫 날 오후 4시에는 권 화백이 코로나19 이후 소원했던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화단 후배들이 만남의 시간도 모처럼 갖는다. 권 화백은 초대 전주예총 회장을 맡는 등 그동안 50년이 넘도록 지역 예술과 문화 발전에 기여해온 전북 미술계의 1세대이자 원로로 남아 있다. 특별히 이번 전시를 통해 그는 오랜 세월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영위한 삶을 투영함으로써 그려낸 청아하고 담백한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 '대춘(待春) 봄을 기다리며', '불로장생(不老長生)', '기린토월' 등 올해 신작 10점을 포함해 한국화 2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대상의 형태보다도 작가의 마음과 뜻을 담아 표출시킨 내면에 깃든 정신세계가 작품 속에서 꿈틀댄다. 권 화백은 백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청년의 기상으로 매일 같이 열정을 담아서 필묵을 갈고 있다. 그러한 열정이 모아져 하루라도 손에서 붓을 놓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면서 하루를 새롭게 정진 또 정진한다. 그는 “아직 익지 않은 푸른 매실이 동풍에 미소 짓는 춘삼월에 소박한 전시를 갖게 됐다”면서 “백세까지 필묵을 갈고 있었다는 흔적만이라도 후일 후대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권 화백의 작품을 보면 인생의 희로애락과 예술의 장구한 기상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모든 예술은 새로워야 하고 진심을 담아야 감동을 줄 수 있다”며 “간결하면서도 청아하고 담백한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 기운을 생동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권 화백은 “매향 그득한 계절을 맞이해 100세 기념전을 통해 생동하는 봄의 기운을 작품을 보는 이들이 만끽하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주KBS 갤러리는 지난 2017년에 개관했으며 올해 공사 창립 50주년이자 KBS전주 방송 85년을 맞이해 전주방송총국 소장품 전시(7월), 조각 전시(8~9월) 및 서예 전시(9월~10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조직위원회) 등 다양한 장르의 개인 및 단체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03.13 18:50

한국전통문화전당 한지산업지원센터, 전주 전통한지 지역교과서 보급 확대

전주 전통한지가 삽입된 초등학교 3학년 지역사회교과서가 전북지역 내 남원 등 5개 시·군으로 확대 보급된다.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도영) 한지산업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전북도교육청(교육감 서거석)과의 업무협약에 따라 전주, 완주, 임실, 부안 등 기존 4개 시·군에 배포해 왔던 ‘전주전통한지 삽입 초등학교 3학년 지역사회교과서’를 올해 새롭게 남원을 추가, 총 5개의 시·군에 배포한다고 13일 밝혔다. 센터는 지난해 김천종, 강갑석, 김인수, 최성일 등 전주한지장 4명이 직접 제조한 전통한지 3200여 장(A4 기준 1만 6000여 장), 색한지 3000여 장을 학생들의 지역사회 교과서로 보급한 바 있다. 이는 전주지역 초등학교 1학기 지역교과서 6750부, 임실 250부, 완주 850부, 부안 350부에 해당하는 양으로, 올해 새롭게 남원지역 27개 초등학교 38개 학급, 600여 명의 학생들에게도 전주 전통한지가 삽입된 지역 사회 교과서 680부가 추가 보급 된다. 지역교과서에 삽입된 한지는 전주한지 장인 4명이 손수 제작한 전주 전통한지로 지도와 편지지 형태로 각각 삽입·보급됐다. 전주의 경우 초등학교 3학년 1학기에는 삽화로 그려진 전주지도로 삽입됐으며 2학기에는 오려서 쓸 수 있는 색지 형태로 삽입될 예정이다. 임실군과 남원시는 편지지 형태, 완주군과 부안군의 경우 간지 형태로 각각 삽입됐다. 센터는 한지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 유발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그동안 ‘찾아가는 전주한지이야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최근에는 지역사회교과서를 보급했던 부안의 한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 한지에 대한 높은 관심을 유도하기도 했다. 센터는 지역사회 교과서 보급 외에도 부안교육지원청이 폐교된 부안 백산면 대수초등학교에 20억원을 투입·조성한 ‘한지학교’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그동안 한지 관련 협조와 자문활동에 나선 바 있다.

  • 문화일반
  • 김영호
  • 2023.03.13 18:49

전북예술회관, ‘날은 춥지만 미술관엔 가고 싶어’ 전 개최

전북도립미술관과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최초로 공동 전시를 기획했다. 전북지역 내 문화예술계의 유관기관들이 연대와 상생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한 이번 전시는 ‘날은 춥지만 미술관엔 가고 싶어’란 주제로 지난 12일부터 오는 4월 9일까지 전주 전북예술회관에서 진행 중이다. 전시는 예술회관 기스락 1, 2전시실 및 미리내, 차오름 1 전시실에서 휴관일 없이 진행된다. 도립미술관은 소장품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예술회관으로 직접 찾아가는 전시를 기획해 도민들의 미술 문화 향유권 확대를 꾀하게 됐다. 이번 전시는 도립미술관이 해마다 소장품을 엄선해 지역 내 시·군별로 문화공간을 직접 찾아가는 기획인 ‘찾아가는 미술관’ 사업의 일환으로 도민들이 물리적 거리감으로 느끼는 접근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모두가 향유하는 미술 문화와 공유가 있는 열린 미술관을 지향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꿈틀대는 추상표현주의(앵포르멜), 생의 조건에서 생의 감각으로(민중미술), 자연을 사유하는 두 가지 방법(구상, 비구상 계열 수묵화 운동), 모든 것은 불안으로부터(전북청년작가)란 4개 주제로 여러 세대에 걸친 전북지역 작가 및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지역 내 문화예술 활동을 장려하고 관람객의 관심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전시의 관람료는 무료이며 기타 자세한 내용은 전북도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문화일반
  • 김영호
  • 2023.03.13 18:49

[이승우 화백의 미술 이야기] 김철규 작가의 '파란에 새기다-인체풍경, 주름' 전

누구보다도 순수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을 화가 장욱진 선생께서 일찍이 이런 뜻의 말씀이 있었다. 즉, 그림을 할 때 보태는 것도 중요하지만 빼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철학적이면서 우리들에는 꼭 필요한 말씀이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언제 붓을 놓을지 몰라서 혹은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자꾸 그림을 매만진다. 대게는 아쉬운 부분을 더 손질하는데 이때 선생님의 말씀은 매우 중요하며, 빈 캔버스 앞에서 그림을 설계할 때부터 와 닿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지운다"와 "뺀다"의 차이를 생각한다. 지운다는 의미가 뺀다는 의미가 같은 것인지에 대하여 말이다. 왜냐하면 김철규 작가의 표현은 지우면서 완성돼가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조소 분야로 말하자면 밖에서부터 깎아내면서 완성되는 방법이기도 해서이다. 그는 작업을 할 때 이미 철저하게 계산된 형태를 바탕으로 물감을 중첩해 쌓은 뒤 건조한 다음에 정확한 형태를 근거로 샌드페이퍼로 지워가면서 완성을 해나가기 때문이다. 이제는 '주름작가'로 유명해졌지만, 나하고는 그와의 대학 시절에 인연이 있었던 것도 모르고 처음으로 그의 그림을 마주하고는 표현이 매우 상세한 민중 작가의 탄생인 줄 알았다. 왜냐하면 그가 표현해내는 작품마다 이 땅의 소외계층의 하나인 노인들의 주름진 얼굴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느낌으로 그 주름진 노인들의 얼굴을 보며 프롤레타리이아 계층의 애환을 고발하고 있다 믿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 그들이 생각하는 민중에게 파고들기 위해 가장 사실적인 방법으로 다가가기 때문이기도 했었기에, 같은 사고의 맥락인 줄 알았다. 그랬는데 이번에 가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것만이 목적이었다면 굳이 표현을 절제하고 단순화시킬 이유가 없었는데 이번 그림들은 보는 사람들이 더 깊이 생각하고 봐야, 혹은 김철규 작가의 그림에 대한 선지식이 있어야만 비로소 느끼게 될 주름이었다. 전시실에서 잠깐 나눈 대화에서도 사람들의 그런 느낌에 약간의 서운함을 느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일반 노인들의 주름을 통해 삶의 애환이나, 우리네 인생의 유한함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고, 그렇게 이해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번 전시는 많이 생각하고 생략하여 표현된 그림들만 전시했다. 한마디로 현대미술의 특성 중의 하나라고나 해야 할 난해성이 가미되어 일반 대중성과는 많은 거리를 두었다. 뭐가 옳은 방법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의 약력을 보다가 그의 욕심의 단면을 보고 말았다. 어디에 써먹으려는지 바로 알게 되는 '조형 예술학 박사' 취득이다. 서글프다. 이놈의 나라에선 화가로 살기에 배가 고프니까. 그리고 그들은 신분만으로도 터무니없는 존경을 받아왔으니까. 그러나 이 일화는 알아두었으면 한다. 학위를 주는 권위 있는 자들이 피카소에게 학위를 주기 위해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 피카소를 찾아가서 온 취지를 고했다. 그러자 피카소가 불같이 화를 내며 "이 지구상에서 어느 놈이 감히 이 피카소에게 학위를 준단 말이냐?". 이해를 돕기 위해 전 전시회의 그림 하나를 맨 위에 소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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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13 18:45

전북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선정률 30% 그쳐

올해 전북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옛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심사 결과 선정률이 30%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여파와 물가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는 문화예술인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은 지난 10일 2023년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공모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재단에 따르면 올해 문학, 미술, 공예, 사진, 서예, 음악, 무용, 연극, 전통, 다원예술 등 10개 장르에서 모두 1125건이 접수된 가운데 341건이 선정돼 30.31%의 선정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2년에 총 1156건이 접수된 가운데 452건이 선정돼 39.10%의 선정률을 나타낸 것과 비교하면 111건이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듯 지난해와 올해 접수 건수는 1000건이 넘게 몰려 관심이 높았지만 정작 지원금액은 총 16억 5000만원으로 이전과 동일했다. 더군다나 지원사업의 선정 건수는 오히려 줄어들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단체나 개인 예술가들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 올해 장르별 선정현황을 보면 문학 93건·2억 9100만원, 음악 77건·4억 1700만원, 미술 58건·2억 6700만원, 전통 32건·1억 9000만원, 다원예술 25건·1억 7300만원, 사진 15건·7600만원, 무용 11건·6700만원, 공예 11건·5500만원, 연극 10건·6400만원, 서예 9건·5000만원이다. 장르별 최고 선정금액을 보면 문학에서 혼불기념사업회가 1000만원을 받게 됐다. 미술은 하나예술장애인창작센터 900만원, 사진은 한국사진작가협회 전북지회와 한국사진작가협회 전주지부가 각각 930만원을 받는다. 서예는 한국서예협회 전북지회와 한국서도협회 전북지회가 각각 800만원을, 공예는 전북산업디자이너협회가 900만원을 받게 됐다. 음악은 사회적협동조합 느루걸음 1000만원, 연극은 한국연극협회 완주지부와 예술집단 고하가 각각 900만원을 받는다. 무용은 대한무용협회 전북지회 900만원, 전통은 한국전통예술진흥회 임실군지회와 우방조통달판소리전수관, 한국국악협회 완주지부, 동리문화사업회, 송호은 등이 각각 900만원을 받게 됐다. 다원예술은 희망을노래하는사람들이 1020만원으로 가장 많은 지원금액을 받는다. 이와 관련해 지역의 한 문화예술인은 “지원사업의 선정을 늘리고 지역별 장르별 편중을 줄이는 등 안배를 위한 재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예술인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데 물가는 치솟고 사업 지원금액은 턱없이 부족해 어려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재단 관계자는 “사업 지원금액 중 최소 금액이 200만원인 것은 너무 적다고 해 이번엔 300만원으로 늘렸다”며 “물가 상승률과 지연 편중 등을 극복하기 위해 예산 확대 노력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영호
  • 2023.03.1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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