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제19회 바다문학상 시상식이 2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전북일보사와 ㈜국제해운이 주최하고 해양수산부와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가 후원하는 바다문학상은 지난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시와 수필 부문 미발표 순수창작물을 공모했다. 접수 결과 시 부문에서 1308편, 수필 부문에서 271편 등 총 1579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올해 수상자는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에 김영 시인, 대상(시)에 정연정 시인, 본상(수필)에 김미정 수필가가 선정됐다. 바다문학상 대상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상과 상금 300만원 및 순금 10돈이 주어지며 바다문학상 본상에는 전북일보사 회장과 ㈜국제해운 대표이사 공동 시상으로 상패와 상금 300만 원을 수여한다. 또 찾아주는 바다문학상 수상자에게는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장과 순금 10돈이 수여된다.
얼마 전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는 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수많은 장학생을 후원했고 학교를 설립하여 국가에 헌납했으며 인권, 문화, 역사를 위해 평생을 낮은 자세로 섬기면서도 대가를 바라거나 명성을 얻으려 하지 않았다.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철학으로 묵묵히 촛불을 밝혀 온 그분을 보며 ‘나는 과연 어떤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중 만난 책이 ‘2025 전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김소영의 <어떤 어른>이다. 오랜 기간 독서 교실을 운영해 온 김소영 작가는 수많은 어린이를 만나는 동안 ‘좋은 어른’이 되고자 애써왔다. ‘존경받을 수 있는 어른, 닮고 싶은 어른, 때론 기대고 싶은 어른’이 되기를 바라며 노력했다. 작가는 어린이에게 예의를 갖추어 대한다. 아이들에게 물 한 잔을 줄 때도 가장 좋은 컵과 받침까지 준비한다. 어린이에게 비속어를 쓰지 않고 존대를 하며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한다. 그런 소소한 배려와 넉넉함이 어른의 품격을 만든다고 강조하며 때론 ‘냉정한 비판 속에서도 품격과 유머를 잃지 않는 어른’이 되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 흔히 ‘좋은 어른’이 되려면 큰 업적을 세우거나 세상을 바꾸는 특별한 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화려하거나 위대한 인물이 아닌, 일상 속에서 묵묵히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평범한 사람들에 주목한다. 돌아보니 내 곁의 수많은 어른들은 성실하게 일상을 대하며 소중함을 일깨운 분들이었다. 봄이 오면 쑥버무리나 쑥개떡을 해서 싱그러운 봄을 먹이시던 어머니, 축의금 봉투에 정성스럽게 축하 편지를 써넣던 이웃 언니,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주던 아저씨, 태풍 부는 날 우산을 함께 쓰며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준 아주머니까지. 지금도 그들은 내 마음속 어른으로 살고 있다. 최명희 소설 <혼불>에서 “우리 사람의 정신 속에는 반드시 정신의 눈이라 할 혈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올바른 곳에 제대로 있고, 그 혈을 보는 눈이 밝은 사람을 세상에서는 어른이라고 한다”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의 눈’이란 단순한 나이나 경험이 아닌 성찰과 바른 도리, 세상을 품을 수 있는 품격을 뜻할 것이다. 내 주변의 좋은 어른들 또한 묵묵히 자신의 혈을 지키며 세상을 비춰온 그런 존재였다. 나 또한 언젠가 돌아보았을 때 부끄럽지 않을 어른의 모습을 갖추고 싶다. 소중한 일상을 성실히 지키며 살아가는 일. 그런 수많은 작은 일상들이 모여 한 사람의 품격이 빚어지고 그것은 내가 속한 공동체의 품격이 될 것이다. 그렇게 소중히 마음의 혈을 지키며 살아가다 보면, 이웃에, 내가 속한 사회와 국가에 한 줌의 소금 역할을 하는, 조금은 괜찮은 어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어떤 어른>은 바쁘고 거친 세상 속에서 느리더라도 바른 길을 걷고자 애쓰는 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책이다. 그런 길 위에서 품격 있고 고요히 빛나는 어른이 되도록 안내할 것이다. 다가오는 ‘전주독서대전(2025.9.5.~9.7)’에서 김소영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진숙 수필가는 전직 국어교사 출신으로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이후 최명희문학관에서 “혼불” 완독 프로그램 진행하며, <우리, 이제 다시 피어날 시간> 오디오북 출간했다
전주 출신 김소형 시인이 첫 시집 <너는 사각거리고>(파란)를 펴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는 ‘그냥’, ‘새파란 눈’, ‘머나먼 나무’ 등 시인의 감성이 묻어나는 57편의 시가 수록됐다. 김 시인은 2021년 계간 <애지>를 통해 등단했다. 이번 시집은 등단 이후 언어와 존재, 구조와 감각의 틈을 탐색해온 시인의 문제의식과 시적 사유가 집약된 성과다. 시인은 현실을 규정하는 말의 경계를 의심하고, 그 틈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감각을 시적 언어로 포착하는 데 주력한다. 시 ‘초대받았어’는 시집의 지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사각/ 갑자기 눈앞이 황해졌어/ 나를 찔러 대던 가시들이 얼음처럼 굳더니/ 사각거리고 조각으로 부서졌어” 사각거림은 세계를 인식하는 촉감이자 언어가 도달하지 못한 감각의 파편이다. 시인은 언어의 구조를 해체하며 일상과 사물, 존재와 부재를 새롭게 사유한다. 또 다른 시 ‘그냥’에서는 “그 수백의 반어를/ 그림자와 착각과 무지와 환영과/ 그럼에도 아름다운 것들을/ 단 한마디 말로 눈감아 버리는”이라며 ‘그냥’이라는 단어가 지닌 소거의 힘과 무심함을 성찰한다. 황정산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시는 말로 말을 부전하고, 말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이라며 “김소형 시인은 이 시집에서 시인의 길이 얼마나 지난하고 괴로운지, 그러면서도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잘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어 “그의 시어는 타락한 세상의 말들을 태초의 싱싱한 소리들로 바꾸고, 직선과 사각으로 구획된 삶을 둥근 곡선의 화합의 세계로 이끈다”고 덧붙였다. 김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언어로부터 파생되는 울림과 진동에 주목하며, 말의 감각을 되살리고자 하는 시도를 이어간다.
노유섭 시인의 열두 번째 시집 <슬픔을 이긴 기쁨으로>(인간과문학사)가 출간됐다. 세상사 고달픔 속에 한세월 무르익은 기품이 묻어나는 이번 시집은 총 5부로 나눈 85편의 시를 묶었으며 넓어진 시인의 품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세상을 거두는 일에 대한 긍지를 보여주는 시인만의 성실한 태도는 세상의 모든 슬픔을 헤아리듯 다정하다. “그늘이 있는 당신,/햇빛이 있어 아름답다//온통 밤인 양 어두웠으면/어찌 그늘이 있으리//그늘이 있는 당신,/나무그늘인 양 쉼이 있어/따뜻하고 편안하다//그 그늘에서/그리운 사랑의 편린들을 회억하고/못 가본 슬로시티도 여행한다//하면 그늘이 있는 당신,/앞에는 햇빛이 있기에/대지에 숨어 있어도/풀꽃처럼 아름답게 빛난다”(‘그늘이 있는 당신’ 전문) 시집은 시인이 최근 3년 안에 쓴 작품들로만 채워졌다. 자연경관이나 삶의 현실에 대한 서정적이며 감성적인 접근과 동시에 전쟁과 충돌, 갈등 양상에 대한 비판 의식도 담겨있다. 시가 가진 양가적 면모를 다양한 소재와 깊어진 시적 사유로 섬세하게 표현한 시인은 서정과 감성의 다채로운 시 세계를 펼쳐 보인다. 김종회 문학평론가는 서평을 통해 “노유섭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읽는 관점에 따라 우리 또한 ‘견자’의 심경으로 각기 시의 면면을 공유했다”며 “그의 시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서도 정문일침을 결행하고, 직접적인 발설이 없이도 진중한 의미를 산출한다”고 소개했다. 광주에서 태어난 노유섭 시인은 광주일고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1990년 ‘우리문학’과 1997년 ‘한글문학’에서 각각 시와 소설로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풀잎은 살아서> <희망의 실타래를 풀고> <유리바다에 내리는 눈나라> <아름다운 비명을 위한 칸타타>를 비롯해 소설집 <원숭이의 슬픔> 등을 출간했다.
“왜 글을 써야 하는가, 요즘 들어 세월의 속도감이 빠르고 변화가 심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아서이다. 여태껏 허겁지겁 살아온 나의 인생이 허송세월을 살아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양인섭 수필집 <쇠똥구리의 궤적>(신아출판사) 서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저자는 인생이라는 거센 풍파 앞에서 문학이라는 동반자를 만나 자신의 인생을 '글'로 기록해야 하겠다고 다짐한다. 긴 세월 글을 가까이에 두고 지내왔지만, 왜 글을 써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미처 알지 못했다. 칠순이 되어서야 자신의 인생을 기록하기 위해 펜을 집어든 저자는 집요하고 끈질기게 되물었다. '왜 글을 써야 하는가'. 그렇게 거듭된 질문 끝에 찾아낸 해답들을 역동적인 언어들로 엮어 수필집 <쇠똥구리의 궤적>으로 펴냈다. 저자는 이번 수필집에서 자아도취나 주관성에 함몰되기보다는 외부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감정을 끝까지 추척해 표현했다. 주관적 언어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들을 켜켜이 쌓아 하나의 서사로 구축해낸다. 책은 총 7부로 구성되어 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기억, 아버지와 6‧25 전쟁에 대한 단상 그리고 어린 시절 추억과 교육‧문화에 대한 담론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펼쳐낸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삶의 의미와 교육·문화 현실에 대한 비판 등 세상을 향한 메시지들이 빼곡히 담겨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쓰지 않고 직접 경험하고 실천한 것들만 간추린 글이기에 더욱 큰 울림을 준다. 짧지 않은 시간을 통해 작가가 확신하게 된 것, 그래서 세상에 널리 퍼트리고 싶은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작가는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역정이 최선을 다하고 알차게 살아왔는지 스스로 일일삼성 하듯이, 매년 정월 초하루 날에 나 자신을 성찰한다”며 “쇠똥구리의 궤적처럼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점점이 남아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저자는 정읍에서 태어났다. 충북대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북대 교육대학원을 수료했다. 전주고, 전주생명과학고, 정읍제일고 교사로 근무했으며 퇴직 후 글을 쓰며 수목원을 운영하고 있다.
간명한 언어와 따스한 서정의 삶의 의미와 시대의 진실을 노래하는 김응혁 시인이 시집 <씨눈>(신아출판사)을 펴냈다. 생을 관조하는 깊이 있는 성찰로 울림을 주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삶과 문학의 시원에 관한 내용을 단정한 언어로 보여준다. 짧은 서정 속에 담긴 긴 서사들은 깊은 울림으로 가슴에 와닿는다. 시집은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 여명, 2부 마의의 고혼, 3부 한길 50년의 멍에, 4부 별빛을 주제로 한다. 5부에는 5편의 시평과 후기가 담겨있다. “전라도 햇강아지같이 혀를 내미는 들/김제, 만경, 진봉, 광활/해가 운장산 꼭대기에 두둥실 떠올랐다/심포항 바닷속으로 쏘옥 빠지는 들/얼음판 고랑 밑에도 물은 흐르고/지독한 추위 속에서도 들풀은 살아 있나니/IMF의 한파가 아무리 무섭다 하여도/고개를 들고 다시 일어서는 것은/이름 없는 들풀이니라/(…중략…)/언제 가진 사람들이/앞장서서 이 땅을 파본 일이 있더냐/일어서거라/밟히고 밟혀서 뿌리가 내리듯/힘차게 일어서거라, 둘풀들이여”(‘빈들4’ 부분) 이번 시집이 특별한건 시의 소재를 발견하는 시인의 눈길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시인은 시집 전반에 걸쳐 고향산천에 대한 기억을 하나의 공간에 빗대어 표현한다. 여기에 학자로서 습득한 지식과 깨달음을 쉽고 편안한 시어와 어법으로 전달한다. 고향과 가족에 대한 기억은 지역의 사회적 문화적 문제의식으로 확장되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시편으로 승화됐다. 이 때문에 김 시인의 단단한 시적 사유를 찬찬히 따라 가면 인생의 불가해한 이면을 마주하게 된다. 시인이 표현한 문장들은 어딘지 낯설지만 비유와 이미지가 명징하게 그려져 매력적이다. 김현정 세명대 교수는 서평을 통해 "그의 시에는 삶과 문학의 시원에 관한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우직한 발걸음을 통해 시인은 생의 근원을 파악하고 역사와 현실의 이면을 엿보게 된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일이 역사와 현실, 문학의 길과 맥이 닿아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1936년 완주 삼례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재학 당시 신영토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원 재학 중 완주 삼례 하리 초포고등공민학교를 인수하여 석전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하고 지역사회에 봉사했다. 이후 전주 신동아학원, 익산 남성학원 등에서 후학을 지도했다.
“한 나라나 민족에 있어 문화가 곧 국력이고 역량입니다.” 일제가 왜곡한 전통 지리서 ‘산경표’의 복원과 모악산 클린 운동에 평생을 바쳐온 김정길 수필가가 여섯 번째 수필집 <공들이기>(청어)를 펴냈다. 첵 제목 ‘공들이기’는 유년 시절부터 “매사에 탑을 쌓듯 공들여야 한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되새기면, 지난 40여 년간 우리 산하를 발로 누비며 문화 역사를 서사시로 써온 작가의 신념을 오롯이 담고 있다. 책은 총 6부로 구성됐다. 먼저 1부 ‘우리 땅, 전라도 천년의 풍상’에서는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아 선조들의 삶과 숨결이 서린 고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록한 이야기를 전한다. 2부 ‘금강산아, 내 소원 풀어다오’는 북한의 금강산과 백두산, 동북공정에 잊혀진 고구려 땅을 둘러보며 그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한다. 이어 3부 ‘금강, 내 삶의 이정표’에서는 금강과 섬진강, 만경강, 동진강, 인천강 등 지역에서 발원하는 하천을 직접 답사해 일제강점기 왜곡된 발원지와 문헌들을 바로잡고, 강을 중심으로 한 지리 문화사를 정리했다. 4부 ‘깨달음의 성지 모악산’은 모악산지킴이 회장을 맡아 봉사해온 작가가 모악산의 유래와 인물, 자연환경, 문화유산 등을 총망라한 글이다. 5부 ‘전주의 문화의 꽃 바우설화’는 전주 일대의 거북바우, 장군바우, 각시바우 등 9개 바우에 얽힌 비보풍수와 세시풍속 설화를 담았다. 마지막 6부 ‘공들이기’는 공을 들인다는 삶의 태도를 바탕으로 한 서정적 수필로, 작가의 체험과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작가는 “전북이 낳은 문화는 백성을 위한 문화이자 온 겨레의 문화”라며 “풍요롭고 훈훈한 인정과 우아한 예(禮)와 학(學)의 고장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욱이 일제가 왜곡한 전통 지리와 잊힌 고유지명을 재조명해 ‘전북의 산하’를 시군별로 엮는 사명감이야말로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문화 유산의 산실인 전북이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선정된 것처럼, 앞으로도 역사문화의 정체성을 살려가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작가는 2003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했으며, 전북문인협회 수석부회장,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회장, 행촌수필문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문인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수필집 <어머니의 가슴앓이>, <울림> 등 6권과 교양도서 <전북의 백대명산을 가다>, <전라도 천년의 숨결> 등 10여 권이 있다. 수상 경력으로는 제21회 한국문협 작가상, 제28회 전북문학상, 2021 새전북신문 문학상 대상, 제5회 한국문학신문 수필부문 대상 등이 있다.
2025년 5월 8일, 향년 79세로 타계하신 스승께서는 생전에 단언하신 바 있다. 문학의 본령은 깃발을 꽂는 데 있다고. 문학은 모든 예술 활동 중에서도 가장 느리게 도착하는 후발대지만, 그 느림 속에서도 깃발을 꽂는 행위로 인간의 삶 한가운데 종지부를 찍는다고. 이후로도 삶은 이어지지만 그것은 변주일 뿐이라고. 그러니, 느리게 간다고 초조해할 필요 없고 빠르게 간다고 우쭐할 것도 없다고. 스승의 단언에 오독이 없길 바라며, 청년 시절 고향 강릉을 떠나온 스승께서 환갑이 넘어 다시 찾은 뒤에 하신 말 또한 깃발에 관한 것이었다. “마침내, 내 이름이 새겨진 깃발을 고향 땅에 꽂았다.” 그 한마디가 닫힌 강의실 안을 감돌던 회환과 맞물려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았다. 뚜렷한 인과를 설명할 순 없지만, 아마도 그때부터 나는 어머니의 죽음을 준비했었는지 모른다. 사신의 그림자가 언제쯤 어머니를 덮칠지 몰라, 마음 한구석이 불안으로 젖어 있던 날들이 많았으니. 새 정부 출범의 깃발이 오른 달에 『아주 편안한 죽음』이라는 책을 소개하자니 어딘지 어색하다. 그럼에도 시몬느 드 보부와르의 이 책은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면은 이재명 정부와 공명한다.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1963년 10월 24일 목요일 오후 4시.” 저자의 어머니가 집에서 쓰러지고 병원에 옮겨진 다음 날, 대퇴골 골절 소식을 전화로 들은 시각이다. 어머니는 검사 중에 암이 발견되고 한 달여 만에 세상을 떠난다. 그동안, 저자가 병원에서 어머니를 수발하며 느끼고 사유한 것들이 책의 중심을 이룬다. 끝내 타인일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고,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자신을 용서하는 것도 수발의 시간 속에서 비롯된다. 관찰과 사유의 문장이 자주 등장하며 마음과 시선을 붙잡는다. 밑줄을 긋고 그 여백에 저마다의 사유를 뻗어나가게 만드는 책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죽음과 돌봄에 대해 더 깊은 웅덩이를 파는 경험을 하게 된다. 책 후반에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담론이 스민다. 이를테면 192쪽에서 “엄마가 그 수요일 아침에 돌아가셨더라면 ~ 악몽과 슬픔 등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나 역시 치매에 걸린 어머니로 인해 겪은 긴 시간의 감정을 하나씩 떠올리게 한다. 193쪽 “엄마의 임종을 늦춤으로써 ~ ,”는 함께한 시간이 회한 없는 작별로 이어졌음을 드러낸다. 194쪽에서는 “공포와 고통과 싸워 얻은 승리를 통해 ~ 실상 엄마의 죽음은 비교적 편안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결국, 이 책의 제목 『아주 편안한 죽음』은 수사적 미화가 아니라 정서적 실체와 가깝다. 집이 아닌 병원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죽음을 맞이했지만, 가족의 손길을 느꼈기에 다른 세계로 떠나는 저자의 어머니는 분명, 안도했다. 스승님의 말처럼, 문학은 결국 깃발을 꽂는 행위인지 모르겠다. 보부아르는 어머니의 죽음 위에 언어의 깃발을 세워 사유를 이끈다. 그것은 인간이 타인의 죽음을 곁에서 바라보며 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적 제의다. 전체적으로 소설적 구성을 띠고 있지만, 회환이나 감정의 파동보다는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을 냉철하게 응시하려는 철학적 에세이에 가깝다. 책은 죽음을 대하는 감정의 바닥을 관찰하는 동시에, 독자에게 불편하고 진실한 질문을 던진다. 오은숙 소설가는 202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을 계기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해마다 1학년으로 입학하는/ 신입생 모종들/ 수런수런 크고 있다/ 교실 밖에서 선생님 가르침/ 엿듣는 모종들~/ 어느새 익어갈 무렵/ 친구들 키재기, 맛자랑이 한창이다/ 1학년 1반 청양고추/ 1학년 2반 방울토마토/ 1학년 3반 파프리카/ 1학년 4반 가지/ 나는 매워졌다고/ 나는 달달해졌다고/ 나는 근육 빵빵/ 자랑하며 크고 있다”(시 ‘스쿨 팜’ 전문) 일상의 관찰을 해맑은 상상력으로 확장시킨 임숙례 시인이 동시집 <작은 속삭임 글과 그림이 되다>(신아출판사)를 펴냈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돼 있으며, 초등학생의 순수하고 밝은 세계를 포착한 동시 60여 편이 수록돼 있다. 임 시인은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삶의 심지이자 에너지”라고 말한다. 주말이면 전주의 초등학교 교정을 산책하며 그곳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을 취미로 삼는다. 시집에는 전주초등학교, 완산초등학교, 풍남초등학교, 남초등학교, 송북초등학교, 오송초등학교 등 시인이 실제로 찾았던 6곳의 초등학교 풍경이 시인의 감성 어린 시선으로 그려져 담겼다. 시인은 “주말이면 가끔 초등학교 운동장을 걷는다. 축구하는 아이들의 함성은 마치 2002년 월드컵 때처럼 벅차게 다가오고, 그네를 타며 이야기 나누는 아이들은 나부끼는 꽃잎처럼 예쁘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해맑은 세상의 희망이자 빛”이라며, “새처럼 재잘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어린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순수한 목향장미 향이 퍼지는 계절, 꽃을 그리고 글을 쓰며 이번 동시집을 엮었다”고 덧붙였다. 임숙례 시인은 1999년 <시와산문>수필 부문 등단을 시작으로, 2019년 <소년문학>을 통해 동시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저서로는 산문집 <가끔씩 뒤돌아보며 산다>, <좋은 생각으로 살고 싶어요>, <할머니의 보물창고>, 동시집 <꿈을 꾸며>, <동시가 있는 텃밭>, <꽃, 나무, 그림으로 소통하다> 등이 있다. 현재 전북문인협회, 시와산문문학회, 동심문학회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근대시기 부안의 대표 유학자였던 초은 신관열의 한시 작품을 엮어 국역한 <초은시집>이 한국문화사에서 출간됐다. 이번에 나온 책은 신관열이 남긴 유고집 <초은유고(憔隱遺稿)> 가운데 권 1~3에 수록된 한시만을 골라 한글 번역과 함께 정리한 것이다. ‘초은유고’는 신관열이 1906년 직접 작성한 필사본을 토대로 1909년 동생 신제열과 아들 신기량이 목활자본으로 간행한 6권 3책의 유고집이다. 이 가운데 권 1~3은 대부분 시 작품으로 구성돼 있으며, 부안의 명승지를 직접 답사하고 지은 기행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부안 지역의 시계(詩契) 동료였던 신동영, 황관수 등과 주고받은 차운시도 다수 수록돼 있다. 이번 국역 작업을 맡은 홍순석 저자는 간행사에서 “’초은유고’ 원본은 현전하는 것이 거의 없고, 한자로만 구성돼 있어 한글세대의 후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며 “이번 ‘초은시집’이 초은 신관열 선생의 시재를 널리 알리고, 근대시기 지역 유림의 문학 활동을 조명하는 자료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초은시집’은 특히 한 지역의 토박이 문인이 고향의 산천을 직접 탐방하고 시문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단기 체류 외방인이 남긴 유산기(遊山記)류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지역 문화와 출판 활동의 정황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서지학 자료로도 평가된다. 홍 저자는 끝으로 “이번 책이 간행되기까지 큰 도움을 준 신관열 선생의 후손 신이영 선생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홍 씨는 성균관대에서 한문학을 전공했다. 이후 강남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보사주간, 출판부장, 인문과학연구소장, 인문대학장 등을 역임했으며, 초은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 동안 <성현문학연구>, <양사언문학연구>, <한국고전문학의 이해>등 70여 권의 책을 냈다.
전북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양병호 시인이 36년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며 기념 시집 <그리워라 홍길동>(시간의 물레)을 펴냈다. 시인은 참신함을 바탕으로 시적 상상력과 감성적인 언어들을 결합해 이채로운 59편의 시를 선보인다. 독특한 화법과 개성적인 목소리뿐 아니라 내용적인 면에서도 문화예술인들의 성취를 재생하는 헌정시집의 성격을 띠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문학개론 시간의/ “사랑은 전쟁이다”메타포/서양사의 플루타르크 영웅서사/음운론의 우물라우트/그 어디에도/내 손목을 땃땃허게 잡아줄/회회아비가 없었네/쥐 오줌내 스리슬쩍 풍기는 자취방에서/고요한 이 밤에 어이해 나 홀로 잠 못 이루나//그건 너/그건 너/바로 너 때문이야(…중략…)”(‘그건 너 바로 너’부분) 시인은 정돈되고 진솔한 언어들로 문화와 예술, 철학을 모두 아우른다. 고급과 저급, 순수와 통속이라는 학문적인 경계 설정이 아닌 한 시절을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문화’자체를 시로 보여준다. 지나온 추억을 생동감 있게 리메이크하고, 패러디하며 삶의 처연함을 웃음과 해학으로 표현한 점도 인상적이다. 미래를 낙관하지도 그렇다고 현재에 좌절하지도 않는 한 시절을 오롯이 담아낸 시편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지그시 누르며 깊은 감동을 전달한다. 김유중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시집은 시인이 문화, 예술, 철학 등을 접하면서 떠오르는 갖가지 상념들을 틈틈이 메모해 써내려간 내밀한 인생의 비망록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순창에서 태어난 양 시인은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사, 문학석사‧문학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 회장과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또한‘전북문학’을 발행하고 있다. 그동안 시집 <그러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하늘 한번 맑게 반짝이더라> <구봉서와 배삼룡> 등을 출간했다.
종교학자가 돌연 유기견 보호소를 설립해 3000마리의 개들을 구조하면서 얻은 삶의 깨달음을 담은 <개에게 배운다-삼천 마리 개들을 구조하며 깨달은 것들>(판미동)이 출간됐다. 저자 김나미는 2012년 태국 유기견 보호소에서 1년간 봉사활동을 하며 지체 장애견 보디를 알게 됐다. 자신의 보살핌을 받으며 하루가 다르게 밝아지는 보디의 표정을 보고 저자는 유기견 보호소를 세우겠다고 결심한다. 2016년 김포에 유기견 보호소를 설립해 수천 마리의 개들을 살리고 이들의 가족을 찾아주며 동물보호 활동에 전념하게 된다. 저자는 13년간 동물보호활동가로서 마주한 참담한 구조 사례들을 실었다. 이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 동물복지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들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해결 방안까지 제시한다. 지자체 동물보호 감독관 임명, 학대자의 동물 재소유 금지, 개식용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 마련까지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들을 촘촘히 기록했다. 저자는 종교 전문 칼럼니스트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 귀국한 후 오랫동안 종교의 벽을 넘어 구도자들의 삶을 취재해왔다. <조선일보><중앙일보> 등 주요 일간지와 종교 신문에 종교 칼럼을 연재했다. 2011년부터 개인 동물보호 활동가로 3년간 활동한 후, 동물보호 단체 세이브코리언독스를 설립했다. 보호소를 정리한 2023년부터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고통 받는 개들을 위해 봉사하고 노견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역병으로 쓰러진 사람들을 위해 천막을치는 손들은 분주하고/ 아침저녁 매연 속을 출퇴근하는 길/ 빙하역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눈빛이나 표정이/ 하늘로 뿜어 대는 분수나 바람의 기척으로 일어서는 한/ 빙하는 계속 살아 있을 것이다/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언젠가는 빙하역에 도착하리라는 신념으로/보일 듯 사라지지 않는 신기루처럼/ 새로운 얼굴을 피뤄올리는 사람들이 있는 한/ 빙하역도/ 북극곰도/ 그들을 오래도록 기억할 거예요”(시‘빙하역에서’ 중) 전주 출신 이광소 시인이 신간 시집 <빙하역에서>(상상인)를 펴냈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세속적 삶에 대한 피로와 사회적 자아에 대한 거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순수’라는 신화적 공간으로의 회귀를 노래한다. 표제작 ‘빙하역에서’는 “역병으로 쓰러진 사람들을 위해 천막을 치는 손들”, “매연 속 출퇴근길”, “빙하역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눈빛 등을 통해 삶의 고단한 현실을 포착하면서도, 그 속에서 ‘빙하’라는 이상향을 꿈꾸는 시적 열망을 드러낸다. 작품에서 ‘빙하’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세속적 욕망과 폭력, 오염으로부터 격리된 순수의 상징으로 제시된다. 시인은 “결빙 상태로 살아가는” 세계를 그리워하며, “불에 녹지 않는 나라”,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생명체만 사는 곳”을 갈망한다. 이는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오히려 오염되지 않은 본래적 존재를 회복하려는 언어적 실천이자 존재론적 선언이다. 이번 시집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얼굴’의 이미지는 시적 자아의 해체와 변신을 암시한다. 사회적 상징으로서의 ‘얼굴’을 벗어던지고, 고정된 자아로부터 탈주하려는 시인의 태도는 “얼굴을 지우되, 응시를 포기하지 말라”는 선언으로 응축된다. 시집 해설을 맡은 오민석 문학평론가는 “이광소 시인의 시를 지배하는 철학적 정조는 ‘결별’”이라며 “그는 지루한 시간과 결별하고, 반복되는 현상과 규정된 얼굴들과 헤어진다. 시인은 하나의 궤도에 머무는 것을 거부하며, 변신과 해체의 고원에서 무위의 잠재력을 펼친다”고 평했다. 이광소 시인은 1965년 문공부 신인예술상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대표 시집으로는 <약속의 땅, 서울>, <모래시계>, <개와 늑대의 시간> 등이 있다.
진솔하고도 우아한 사색이 돋보이는 박유선 신작 수필집 <황혼즈음 첫사랑>(신아출판사)이 출간됐다. 산문 읽는 즐거움을 전달하는 박유선 작가는 이번 책에서 자신만의 우아한 사색이 담긴 필치로 일상과 맞닿은 마음을 보여준다. 시와 수필로 구성된 이 책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꽃과 자연 풍경을 보고 느낀 것에서 시작해 그 감정에 얽힌 추억과 자신만의 생각을 풀어놓으며 매일의 반복을 특별한 순간으로 전환한다. 특히 작가의 수필은 자연과 같은 삶, 자연을 닮아가는 삶, 자연스러운 삶에 대한 흔적들로 가득하다. “2024년 여름은 불같은 더위로 높은 온도에, 온열환자 사망자가 발생하는 이변이 생기고 있다. (…중략…) 지난해에 입었던 옷 한참 뒤적여 가장 가볍고 시원할 것 같은 것 겨우 찾아 입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가마솥에서 끓던 뜨거운 김이 동시에 몸을 감싼다”(p. 45) 작가는 자신을 돌보는 귀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표현한다. 마치 마음껏 슬퍼하고 난 뒤 찾아오는 개운함, 아픔을 온전히 껴안기로 다짐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환희의 순간들이 어우러져 있다. 섬세하고 깊이 있는 문체로 일상을 전달하는 <황혼즈음 첫사랑>은 각자가 품고 있는 상처를 보듬고 따뜻한 위로를 선물한다. 박유선 작가는 한국창작문학과 대한문학에서 각각 시와 수필로 등단하며 문학활동을 시작했다. 전북문인협회, 꽃밭정이 수필, 한노을문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제PEN 한국본부 전북위원회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수필집 <가시꽃> <아름다운 사랑의 약속>등이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문학관이 오는 19일 오후 2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 1층 중회의실에서 시조 특강 ‘문학광장’을 연다. 이번 문학광장은 연중기획 강연으로 마련됐으며, ‘시조야 놀자!’라는 제목 아래 시조문학을 중심 주제로 삼는다. 강사로는 양점숙 시조시인이 나서, 작가적 시원과 문학적 여정을 바탕으로 시조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양 시인은 국문학 박사로 가람시조문학상, 전북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장상, 시조시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가람기념사업회 명예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시조집 <기다림의 날 뒤에>를 비롯해 10여 권의 작품집과 논문집 <60년대 시조 연구> 등이 있다. 백봉기 전북특별자치도문학관장은 “이번 강연을 통해 시조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양점숙 시인의 깊이 있는 시 세계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북특별자치도문학관은 오는 25일에도 문학 특강을 이어간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각각 당선된 이력이 있는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이승하 교수를 초청해 시문학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북작가회의(회장 유강희 시인)가 주최하는 문학 산책이 오는 19일 오후 6시 30분, 전북작가회의 사무실(전주시 완산구 중산중앙로 35. 302호)에서 열린다. 행사는 아동문학가 하미경 작가의 사회로 진행된다. 이번 문학산책에서는 아동문학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전은희, 최성자, 이창순 작가를 초대해 강연 및 대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민 대상 질의응답 시간도 준비돼 있다. 전은희 작가는 2011년 ‘KBS창작동화제’ 로 등단한 이후 <열세 살의 콘서트>, <웃음 찾는 겁깨비> 등 청소년 소설과 동화에 집중해 왔다. 이번 문학산책에서는 최근작 <벨루가의 바다>에서 다루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화두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2019년 ‘소년문학’으로 등단한 이창순 작가는 작품 <토끼의 후예>를 중심으로 환경오염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동화와 동시에서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짚어볼 계획이다. 2023년 ‘한국서정문학’ 동시 부문 시인상을 통해 등단한 최성자 시인은 동시 창작의 근간인 순수함과 행복을 시에서 어떻게 구현했는지를 문학산책에서 설명한다. 학생부터 성인까지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학산책은 예비 작가, 교육 관계자, 글쓰기를 취미로 하는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에는 세 작가의 작품이 전시·판매되며, 행사 후 저자와의 기념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전북작가회의 홈페이지 또는 유선 연락을 통해 사전 신청할 수 있다.
지난 주말 무주산골영화제에 다녀왔다. 깊디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그 느낌이 좋아서 무주를 남몰래 애틋해 했고, 작은 영화관 하나 없는 곳에서 영화제를 연다는 그 무모함이 멋져서 매년 응원하는 마음으로 영화제 기간에 무주를 찾곤 했다. 덕유산에서 별 반짝이는 밤하늘을 처마 삼아 피크닉 매트에 앉거나 누운 사람들과 섞여 영화를 봤다. 상영작은 마지막까지 흥미로웠고, 숲을 통과하는 바람에선 서늘하고 알싸한 맛이 났다. “아까 별똥별 봤어?” 하는 웅성거림을 바람결에 들었다. 여행 가방을 끌고 어디론가 총총히 사라지는 사람들. 체력을 다 소진한 지인과 나는 이른 새벽, 굽은 길을 더듬어 집으로 돌아왔다. 조금 전까지 축제 한복판에 있었음에도 어쩐지 그 중심에서 비켜난 듯한 느낌이 선명해서 앤드루 포터의 <사라진 것들>이 떠올랐다. 이 책에는 서너 페이지 분량의 초단편을 포함해 소설 열다섯 편이 수록돼 있다. 각각 다른 인물들의 독립적인 이야기이지만, 마치 모든 작품이 연결된 연작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 화자가 모두 40대의 중년 남성이라는 점과 주인공이나 주변 사람이 예술계에 몸담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일 수 있겠다. “참 이상한 일이다. 마흔세 살이 되었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다니, 삶의 어느 시점에서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다니. - ‘라인벡’ 부분 <사라진 것들>은 ‘잃어버린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첼로 연주자가 희소 질환으로 한순간에 재능을 잃어버리고(‘첼로’), 부를 거머쥔 절친한 친구가 갑자기 실종된다거나(‘사라진 것들’), 한 소녀가 부부의 관계를 영영 바꿔놓고 무성한 소문들 속으로 자취를 감춰 버린다든가(‘히메나’) 하는 사건들 말고도 일상의 작은 틈새로 조금씩 빠져나간 것들도 있다. 부모가 되기 전과 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에 대해 다루는 ‘담배’는 아이가 생겨남으로써 변한 일상을 그린다. “그때 우리가 어떻게 알았겠어? 그 모든 게 변한다는 것을. 그런 우리가 영원할 순 없다는 것을, 첫아이가 태어나면 담배가 영원히 사라지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 와인과 심야의 여유도 사라진다는 것을. 이제 우리가 함께하는 인생은 더욱 풍부해지고, 사랑과 선의는 두 배가 되고, 집안에는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웃음과 더 많은 재미가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줄어들겠지.” - ‘담배’ 부분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사라진다. ‘한때’라고 부르는 다정함에 속해 있던 것들이 흩어지고, 흘러가고, 흐릿해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간’과 ‘존재함’ 사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 나는 ‘상실’을 감당해야 한다. “밖에서는 가끔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젊은이들이 허공에 대고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 나는 그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된 것일까?” (‘오스틴’) 낭만이 넘쳐흐르는 무주를 떠나오면서 나는 정확히 이 문장과 하나가 됐다. 술 대신 따뜻한 차를 홀짝이며 거실의 1인 소파에 앉아 평안을 느꼈다. 때때로 “예전에 지녔던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혹은 버려두고 떠나왔다는 느낌”(오스틴)이 들고는 했지만, 그 서운함에서 한 발 비켜나면 새로운 발견이 더 많아진다는 사실. 밤의 잔디밭 위에서 얇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연인과 셔틀버스 기사가 틀어놓은 트로트와 어둠의 종아리를 씻기는 계곡의 물소리 같은 것. 부재를 채우는 것 역시 시간이 우리 삶 속에 일찌감치 파종해 놓았음을 <사라진 것들>을 읽으며 깨닫게 된다. 김정경 시인은 201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검은 줄'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골목의 날씨>가 있다. 자칭 ‘산책중독자’. 오래된 골목을 유람하며 채집한 이야기로 시도 쓰고, 산문도 쓰며 살고 있다. 현재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어미 소 혀를 길게 빼 송아지를 핥는다/ 귀에 가 젖는 입김/ 그렁그렁한 눈망울/ 뻔하다/ 사랑한다는 말/ 안 들려도 보인다”(시‘사랑, 보다’ 전문) 중견 시조·시인, 김수엽 씨가 등단 33년 만에 세 번째 시조집 <자음과 모음이 흙과 만나>(도서출판 상상인)를 펴냈다. 이번 시집에서는 ‘엄마’와 ‘어머니’가 구분되며, 김수엽 시조가 표현하고자 한 ‘사랑의 기척들’이 더욱 정교하게 나타난다. 시집에는 근원적 ‘숨소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숨기척’이라는 말로도 재현될 만한, 김수엽 시조의 ‘사랑의 기척들’이 눈시울을 적시는 시편들로 재탄생하고 있다. “아가야/ 지금 내가/ 네 앞에서 웃는 웃음/ 내 엄마가 내 앞에/ 늘 웃던 웃음이란다/ 날마다/ 내 얼굴 비춘/ 우리 엄마 사랑의 등(燈)”(시 ‘상속받은 웃음’ 전문) “도시로 가고 싶다는 새 구두 한 켤레/ 신발장에 섬겨온 아버지 내 아버지는/ 맨발로 모내기를 하며/ 흙탕물만 신는다/ 신발은 애 온몸을 지상에 띄우는 숨/ 흙냄새 한편이 되어/ 들판을 누벼오던 발/ 적당히 절룩이면서 닳아지는 걸음들/ (중략)기꺼이 텃받처럼 가까이 곁에 두고/ 마음이 또박또박 읽어온 그 이름을/ 날마다 문 여닫을 때/ 반짝반짝 품는다”(시 ‘아버지의 구두’) 이처럼 김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그의 삶과 시조의 토대가 된 ‘어머니’의 눈물과 ‘엄마’의 희망 외에도 삶을 뒤척이게 한 아버지에 대한 인식이 특히 눈길을 끈다. 또 그는 시조의 상투성을 벗고 비교적 우리말을 통해 독자가 접근할 수 있는 쉬운 길을 내주는 등 현대성과 대중성을 추구하고 확보하려는 노력에 몸부림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전해수 평론가는 “김수엽 시인은 지금껏 시조를 통해 시인 자신과 독자를 만나려 한, 사랑의 한 방식을 넌지시 펼쳐 보이며, 반평생을 안아 온 가난한 사랑이 김수엽 시조에 내정된 과거 시간을 청청히 걸어 나와 마침내, 우리 앞에 걷고, 가난하지 않은 사랑의 기척을 들고 당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완주 삼례 출신인 김 시인은 1992년 중앙일보, 199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작가는 우리 시대 현대시조 100인선 <상쇠, 서울가다>와 <등으로 안을 수 없다>를 출간했다. 현재 그는 전주에 거주하며 전북시조시인협회장과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부의장직을 맡고 있다.
책마을해리 청년 출판학교의 첫 결실 <매개진 01>(도서출판 기역)이 출간됐다. 매개진은 인간과 비인간,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라는 뜻을 품고 있다. 도서출판 기역의 청년출판 브랜드 낳의 첫 책인 <매개진 01>은 ‘지금, 나, 여기’를 주제로 일곱 청년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겨울날 이우현, 홍주은, 허유나, 신혜진, 손가빈, 김진영, 김문무 등 일곱 명의 젊은이가 책마을 해리로 모였다. 서울, 부산, 파주, 광주 등 각자 사는 곳은 다르지만 모두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는 청년들이다. 이들은 그렇게 4박 5일간 책 은하계로 불리는 책마을해리에서 특별한 여정을 보내며 지금의 ‘나’를 오롯이 들여다본다. 그리고 스스로 지금, 이곳의 나를 통해 과거의 자신을 칭찬하고 위로한다. “2차 합평에서는 역시 내가 헤매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었지. 좀 더 고민해보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는데 의외로 여울이에 대한 스승의 반응이 좋았다. 발표 자료를 만들며, 뭐라도 고민한 티를 내기 위해 여울이의 캐릭터성과 작품 주제와의 연결성을 강조한 탓이었는지도 모른다”(96P) 실제 <매개진 01>에는 코로나 사태로 미뤄진 스무 살 작별여행을 5년이 지난 후에야 다녀온 주은의 이야기부터 애니메이션으로 졸업전시를 준비하는 열음의 고민과 노력 등 20대 청년들이 마주한 슬럼프와 극복 방법들이 차곡차곡 기록되어 있다. 이대건 책마을해리 촌장은 펴내는 글을 통해 “2024~2025 첫 시즌 청년 출판학교에 함께한 벗들의 마음이 글로 모였다”며 “로컬투어며 로컬인터뷰며 엿새의 계획은 폭설과 눈보라에 파묻히고 말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해리의 겨울에서 우리는 차분하게 글 걸음을 떼었다. 지금, 여기, 나와 우리는, 언젠가 제 어미들의 몸에서 나와 세상에 첫걸음 디딘 감각을 불러오듯 글의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책마을해리 청년 출판학교는 책과 관련해 떠오르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는 출판학교이다. 정해진 장르나 매체, 주제 없이 각자의 기획과 각자의 속도를 가지고 개인과 공동체의 사유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휴대폰에 갇혀 지내는 어린이가 자연과 친구가 되면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 그림책 <안녕? 나의 친구들>(예문)이 출간됐다. 박월선 아동문학가는 바람을 느끼려면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록달록한 그림과 아기자기한 문체로 전달한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아이들이 햇볕을 느끼고 자연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공지능(AI)과 경쟁하고, 핸드폰만 들여다봐야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주체적인 자아를 찾아가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서문에서 “건강한 정신과 신체는 부모가 해줘야하는 가장 기본적인 교육”이라며 “대한민국 학원가에서 유치원 아이들이 대학입시를 위해 혹사당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타샤튜더 할머니처럼 정원을 가꾸고 그림을 그리고, 어린이들을 찾아다니며 그림책 읽어주는 할머니의 모습을 꿈꾼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박월선 작가는 전북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아동문학평론을 비롯해 동화집 <딸꾹질 멈추게 해줘> <닥나무 숲의 비밀> <네 멋대로 부대찌개>(공저) 등이 있다. 현재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독서토론논술을 지도하고 있다.
문자의 굴레를 벗고 조형의 실체가 되다, 전주현대미술관 기획전 ‘한글이 숨 쉬다’
익산문화재단, 31일 청년포럼 개최
숲속 도서관에 울려 퍼지는 시와 선율…박태건 시인 낭독 공연
고은시인, 김제지평선 아카데미 특강
소박한 분청사기의 멋…국립전주박물관 테마전 '고창 용산리 분청사기'
[한자교실] 중차대(重且大)
[이은혁의 글씨로 만나는 옛 글] ⑤왕순(王珣)의 백원첩(伯遠帖)
김동헌 조각전, 돌에 스민 소박하지만 따뜻한 감동
[흐름]누드, 모델 김진영씨
거침없는 여성들 '화랑가 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