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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천 암각화 모티브…책마을해리 그림책 '바위고래의 춤'

한반도 선사시대 문화의 정수 ‘반구천 암각화’를 모티브로 한 그림책 <바위고래의 춤>(책마을해리)은 다양한 감각을 활용한 화면 전환으로 책장이 경쾌하게 넘어간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 제147호 천전리 각석과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를 아우르는 명칭이다. 조영진 작가의 감각적인 그림과 김남수 작가의 생생한 필치가 돋보이는 그림책 <바위고래의 춤>은 석벽에 영원히 박제된 고래들을 통해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동화적 상상력이 담긴 이야기와 정갈한 색감, 세밀한 묘사로 완성된 그림은 최소 3000년 전 선사시대 사람들이 새겨둔 예술작품인 반구천 암각화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감각적 자극을 제공하기 위해 색의 질감을 풍성하게 활용하고 이를 통해 시‧청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림책 <바위고래의 춤>에 그림을 그린 조영진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암각화를 보고 현실에 존재하는 동물들 사이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기괴하고 아름다워 선각(선을 새겨 넣는 방식)을 찾게 됐다. 모험에 대한 심리를 굵은 선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신석기 인류의 고래사냥 흔적을 바탕으로 상상력이 더해진 그림책 <바위고래의 춤>은 고래들이 춤추면서 높이 뛰는 모습을 말의 운율로 표현해 흥겹게 따라 읽을 수 있다. 또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역문화유산을 그림책으로 쉽게 풀어내 흥미롭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16 17:06

시대와 사람을 품다…박송월 시집 '수선화 꽃불 켜다' 출간

화려한 수사나 상징보다는 맑은 심상과 삶의 근원적 의미를 담담하게 전달하는 박송월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수선화, 꽃불 켜다>(북매니저)가 출간됐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로 오랜 시간 흔들림 없는 시의 지층을 다져온 박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절제된 언어로 시대와 사람을 품는다. 시적 대상을 포착하는 시인의 눈은 섬세하고 조심스럽다.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며 행복이든 불행이든 치밀하게 들여다본 생의 단면을 실마리 삼아 풍경으로 그려낸다. “내려놓고 또 내려놓고/다 내려놓아야/살 수 있는/생(生)의 원리/어찌 알았을까//비우고/또 비워야/높이 올라 제 길을 찾는/삶의 이치/어떻게 터득했을까//뿌리 내릴/한 줌 흙만 있다면/주저거림 없이/내려앉은 민들레 꽃씨 하나//이제부터는/신의 가호가 있기를/간절히/기도하는 시간”(‘민들레 꽃씨 하나’ 전문) 그가 작품으로 형상화한 세상은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애처롭다. 시편에서 시인은 어떤 악조건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민들레 꽃씨를 우리의 인생으로 빗대어 표현한다. 87편의 시를 총 5부로 나눠 수록했다. 수록된 시들은 고통을 드러내면서도 절규하기보다는 침착하게 마음의 균열을 어루만지며 조곤조곤한 서정으로 위로를 건네 큰 울림을 준다. 소재호 시인은 평설을 통해 “시란 감동적 정서의 언어 예술이라고 할 때 박송월 시인의 시 갖춤은 필요, 충분조건을 확보했다”며 “삶의 일상이, 인간학의 시적 변용을 거쳐 박송월의 시에 당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는 철학도 과학도 종교도 아니지만 시적 철학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지닌다. 서정시다우면서 곰곰이 명상을 유발하는 시의 체지에 박송월 시인의 시는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박송월 시인은 군산 출생으로 1997년 <문학 21>로 등단했다. 청사초롱문학 동인, 군산문인협회와 전북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멍텅구리 사랑>, <네게로 가서>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16 17:06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복원을 위한 생활 담론, 수필집 '죽어서 삼일'

“좀 더 사랑했어야 했다. 좀 더 용서했어야 했다. 좀 더 나를 내주었어야 했다. 사랑하기 위한 지혜를 기도로 간구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아쉬운 세월을 뒤로하고, 이제야 내게 남아 있는 불확실한 짧은 기간이나마 여한이 없도록… 훌훌 덜어 여한이 안 남도록 죽어서 삼 일을 마치며 본향으로 갈 수 있도록,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수필 ‘죽어서 삼일’ 중에서) 수필가 이의가 등단 18년 만에 세 번째 수필집 <죽어서 삼일>(좋은땅)를 펴냈다. 이번 책은 노년에 접어들어 더욱 또렷해지는 삶의 의미, 인간관계, 자연에 대한 사유를 고요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제목처럼 생과 사의 경계를 응시하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저자 특유의 사색과 기도 같은 고백이 담겼다.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꿀벌의 실종, 플라스틱 쓰레기 같은 현대의 환경문제부터 매화차 한 잔에 깃든 봄날의 기억, 가족과 문우들의 따뜻한 모습까지 삶의 파편들이 정성스럽게 엮였다. 격정 없이 묵묵히 걸어온 세월의 끝자락에서 저자가 전하는 이 수필들은, 삶이 익어가는 한가운데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감각들을 일깨운다. 수필집의 해설을 맡은 김영 시인은 이번 책을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복원을 위한 생활 담론”이라 평했다. 김 시인은 “이번 원고를 읽으며, 저자가 철저히 자신을 점검하고 돌아보는 문장들로 채워져 있음을 느꼈다”며 “환경, 신앙, 사회문제를 아우르며 생활 철학을 성찰하고 풀어놓은 글들”이라고 평가했다. 또 “수필가는 스스로의 삶에서 저지른 오류와 잘못을 정신적 이약(醫藥)을 통해 반성하고 발효시키고 있다”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절대자, 사람과 자연의 공생에 대해 깊이 사유한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이의 수필가는 2007년 <대한문단> 수필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수필집 <여자 나이 마흔둘 마흔셋>, <오이밭의 새둥지>를 펴낸 바 있다. 행촌수필문학상, 이더스에세이 작품상, 완산벌문학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16 17:06

윤기묵 시인, 시와 산문으로 ‘기억의 복원’을 노래하다

시인 윤기묵이 시집과 산문집 두 권의 신간을 나란히 펴냈다. 푸른사상 시선 206번으로 출간된 시집 <곰팡이도 꽃이다>와 같은 출판사의 산문선 58번으로 나온 역사에세이 <교하와 염하 사이: 한강 하구 조강 이야기>다. 형식은 다르지만 두 책 모두 과거를 되짚고 기억을 복원하려는 ‘시간의 문학’이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시집 <곰팡이도 꽃이다>에는 시인이 과거를 성찰하고 기록하며, 새로운 역사의 진행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식이 녹아 있다. 윤 시인은 정약용의 말을 빌려 “나라를 걱정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고, 시대를 슬퍼하고 세속을 개탄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며, 역사가란 결국 승자의 기록이며 기억을 둘러싼 쟁투의 결과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렇기에 역사란 권력을 쟁취한 이들의 전리품일 수도 있다는 비판적 시각에서, 시인은 역사의 교훈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허위와 기만을 드러내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시인의 시선은 이름 없는 존재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한 시들로 이어진다. 곰팡이도 결국 꽃을 피워 간장을 띄우고 술을 빚듯, 낡고 버려진 것 속에서도 생명이 움트는 경이로움을 포착하고 있다. 이병국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지난 역사를 반성하고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통해 우리의 어리석음을 부끄러워하며, 이를 바탕으로 모든 존재를 포용해 새로운 역사를 기록해갈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며 “앞으로의 역사는 그렇게 다시 쓰여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전하고 있다”고 평했다. 역사에세이 <교하와 염하 사이>는 김포를 중심으로, 파주 교하에서 강화 말도까지 이어지는 한강과 조강 유역의 지리와 역사를 탐색한 책이다. 조강은 한강과 임진강이 합수하는 교하에서 시작해 김포와 강화를 지나 예성강이 합류하는 교동도 앞 말도까지 흐르는 물길을 뜻한다. 이 물길은 한성 백제의 위례성, 고려의 개경, 조선의 한성을 잇는 한반도 역사의 큰 흐름과 함께해왔다. 책은 ‘조강물참’, ‘갑비고차’, ‘평화누리’ 등 3부로 구성돼 23편의 이야기를 통해 시간의 층위를 따라 공간의 기억을 복원하고, 우리가 지나쳐온 땅의 역사를 어떻게 계승해야 할지 묻는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지역의 숨은 이야기들이 윤 시인의 시선으로 되살아난다. 윤 시인은 “현대에 이르러 조강은 남북한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중립수역이 됐다”며 “지금은 군사분계선을 나타내는 부표만 강물 위에 떠다니지만, 언젠가는 배를 띄워 조강을 건널 날이 꼭 오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통일 한국이 오면 조강과 김포는 다시 한반도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16 17:0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영종 시인 - 유종화 시집 '그만큼 여기'

바깥이 아득한 것들은 눈 밟는 소리를 냅니다. 건조대에서 나부끼는 옷의 실밥 같죠.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 같죠. 만져도 손을 베지 않습니다. 그러나 알갱이는 잘 여물어 있습니다. 그림의 마크 로스코가 그러죠. 색의 면은 힘세고 단순하지만, 가장자리는 숨결같이 나풀거립니다. 시의 유종화가 그러죠. “공황장애로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는” 화자와 “할아버진 나만 좋아해 하며 짱짱한 개망초꽃님으로 오시는”(‘얼굴’ 중) 손녀의 메시지는 진하지만, 안으로 팔을 잡아끄는 언어는 연하죠. “좋은 노래는/ 끝으로 갈수록/ 첫 소절 입김이었// 다”(‘짹!’ 전문). 첫 입김을 보면 그 노래를 판가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첫’은 시작을 보여주는 것만은 아닙니다. 나아갈 곳을 가리켜주죠. 왜 거길 가야 하는지도 알려줍니다. 첫울음, 첫맛, 첫걸음, 첫말, 첫돌, 첫인상, 첫사랑, 첫날, 첫비…… 헤아릴 수 없죠. 순수와 무서움과 설렘이 펄럭이죠. 발끝에 차이는 이슬 소리가 새로이 들리죠. 뇌를 ‘띠옹’하게 하는 냄새가 나죠. 부러져 잔디밭을 뒹구는 햇발 같죠. 은빛 테두리를 뽐내는 구름 같죠. 하지만 끝으로 가는 길은 복숭아씨같이 단단합니다. 그 길은 한걸음 한걸음 따복따복 걷는 것이죠. 온몸이 짜임새 있게 짜여 걷는 것이죠. 가는 곳을 짐작하고 걷는 것이죠. 처음부터 끝까지 팔과 다리를 한결같이 움직이며 걷는 것이죠. “오른쪽이 내장산이야/ 근데 왼쪽도 내장산이야/ 그 줄기거든”(‘당신’ 전문). 좌우가 다를 바 없습니다. 단풍 빛깔이 무르지 않고 야무지기 때문입니다. 빗발이 그 사이로 발을 쏙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나에게/ 넌 ‘우우’를 잘하는 놈이야,라고 말한다// 이 사람 저 사람을 연결하여 한 판 만드는 일을 잘한다는 말인데/ ……// ‘우우’의 말뜻은 말야/ 함께 가는 거기부터가/ 선물 같은 생의 길이라는 거야”(‘우우’ 중). 사람을 잇는 일을 시인은 ‘조금 심란하고 무책임한’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함께 가면 꽃무릇 같은 것이라 합니다. “하늘이 높은 까닭은/ 땅 위가 편하라고 그랬다는 걸/ 나처럼 철없는 놈도 맘 편하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개울물은 많으나 적으나 흘렀고/ 나도 그만큼 그만큼 여기다”(‘하늘이 높은 것은’ 중). 시인은 철이 없어 날이 서있지 않습니다. 아니, 철이 덜 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중심은 흔들림 없이 강한데 변두리는 헝겊처럼 여립니다. 중심엔 묵직한 한 방이 있죠. 아니, 가운데가 어딘지 모르고 힘차게 날리는 바람 자루 같죠. 아니, 볼 때까지는 보이지 않죠. 하늘엔 천장이 없습니다. 장대를 짚고 날아도 머리를 찧지 않습니다. 비행기가 10km 남짓 상공을 보며 여행해도 콩~ 코를 부딪치지 않죠. 시인은 땅 위가 편하라고 그랬다 합니다. 적으나 많으나 그만큼, 그렇게 ‘아프고, 사랑하고, 살아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영종 시인은 2012년에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에 선정돼 2023년에 첫 시집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를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7.16 16:44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아현 소설가-권진희 '언제라도 전주'

서울에서 전주로 다시 내려오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혹자는 나를 붙잡으며 내려가면 심심해서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때는 자신도 떠밀려가는 느낌이 들어 우물쭈물하느라 속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언제고 그때의 선택이 알맞았다고 자부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그에 대한 대답을 상상해 보면 어떨까. 신변잡기의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할 말은 다음과 같다. 전주에서 사는 일은 꽤 분주하고 바쁘다! 날이 좋으면 천변과 근교의 산책로를 걸어야 하고, 여름이 되면 시원한 도서관으로 피서하러 다니고, 틈틈이 전주국제영화제, 책쾌, 독서대전을 구경하러 나서야 하고, 때때로 무형유산원에서 열리는 공연도 보러 가야만 하고, 온갖 생활체육대회와 축제를 즐기느라 바쁘다고 말이다. 물이 좋은 동네라서 늘 맛이 좋고 신선한 식재료며 제철음식이 눈에 띈다. 그러나 즐길 것이 넘쳐나는 통에 잠시 해찰하면 타이밍을 놓치고 만다. 날짜가 지난 현수막을 보며 바닥에 발을 구르는 일은 매년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항상 고개를 죽 늘이고 두리번거리며 재미와 제철 따위를 찾아다녀야만 한다고. 숨도 쉬지 않고 말할 수 있을 테다. 이런 나의 심정을 한 권으로 정리한 책을 찾았다. 여느 때처럼 콩나물국밥을 시원하게 한 그릇 먹고서 남부시장을 어슬렁거리던 날이었다. 책날개 속 작가 소개가 내 마음을 한 번에 훔쳤다. ‘전주에 살면 무슨 재미냐는 말에 맛집과 책방 이름으로 랩을 하고, 지하철이 없으면 뭘 타고 다니냐는 말에 한옥마을에서 비빔밥을 타서 전북대에서 콩나물국밥으로 환승한다고 농담합니다.’ 작가 소개에서도 느껴지듯이 『언제라도 전주』는 작가가 전주에 가지고 있는 애정뿐만 아니라 그의 취향, 시선, 유머로 가득하다. 겹치는 것이 있으면 반가움에, 새로운 것이 있으면 호기심에 정신없이 책장을 넘겼다. “어떤 사람들은 고작 며칠 머문 다른 나라 다른 도시 전체를 잘 아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머문 시간만큼, 헤맨 땅만큼 겨우 알 뿐이다. 여행지 뿐만 아니라 고향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더 큰 도시, 더 많은 가능성과 더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도시를 동경한다. 그러나 짐작뿐이지 않나. (133쪽)” 이 구절이 마음이 콱 박혔다. 언젠가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왜 전주에 있으려고 해요?’ 그때 나는 오래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전주만큼의 분주함이 좋아요’ ‘도시는 고유한 속력을 갖는다’라던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전주만의 고유한 속력이 딱 알맞은 사람인 셈이다. 돌아오는 주말에 건지산 둘레길을 걸어볼 요량이다. 언젠가 가봐야지 하고 미뤄둔 것이 벌써 수년이 되었다. 작가는 가을의 건지산을 추천했지만 예습하는 셈 치기로 했다. 책 안에는 가까워 언제든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다 한 번도 가지 않은 여러 얼굴의 전주가 수두룩하다. 이참에 다같이 『언제라도 전주』의 목차 중 무엇이라도 골라 새삼스레 전주 여행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최아현 소설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아침대화>로 등단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7.09 19:25

진심으로 가득 채운 김근섭 저자의 가족문집 '삶 그리고 그리움'

고희를 넘긴 아마추어 작가가 가족과 함께 삶의 기록을 엮은 문집을 출간했다. 정읍 출신 김근섭 씨가 펴낸 책 <삶 그리고 그리움>은 은퇴 후 시작한 문학 활동의 결실이자, 가족과 나눈 시간과 사랑, 용기를 한 권에 담은 소중한 기록이다. 40여 년간 임상수의사로 일했던 김 씨는 은퇴 후 고향에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번 책은 ‘하나, 수필’, ‘둘, 칼럼’, ‘셋, 소설’, ‘넷,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그간 마음속에 머물던 이야기들이 글로 정리돼, 독자에게 담백한 감동을 전한다. 특히 마지막 장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에는 김 씨의 아내 반영희 씨를 비롯해 세 자녀 김지명, 김현창, 김세윤 씨가 각각 써내려간 가족의 기억과 시선이 실려 눈길을 끈다. 또 이번 문집의 편집은 장녀 김지명 씨가 직접 맡아 의미를 더했다. 저자의 첫째 딸인 김지명 씨는 “이 책은 아마추어 작가와 어느덧 글을 쓰게 된 가족들, 그리고 그보다 더 어설픈 가짜 편집자가 함께 만든 결과물”이라며 “칠십이 넘은 나이에 문학이라는 꿈을 좇는 아버지의 여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어 감사했다”고 말했다. 저자 김근섭 씨는 머리말에서 “인생의 길목을 한참 돌아선 뒤에서야 비로소 숨을 고를 수 있었다”며 “은퇴 후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매 순간, 오래된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서툴고 부족한 글일지라도 살아온 시간과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글들이 책으로 묶이게 되어 기쁘면서도 조심스럽다”며 “앞으로는 자연의 품에서 문학과 벗하며 조용히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을 조금씩 담아가며, 남은 시간을 따뜻한 기록으로 채워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김 씨는 전주고와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수필 전문지 <문학고을>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정읍영화인협회장과 정읍수필문학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09 16:07

“3분 안에 울림을”⋯김자연 아동문학가, 창작구연동화집 '잘타의 초대' 발간

짧지만 깊은 울림을 담은 창작 구연동화집이 출간됐다. 정제된 문장으로 재미와 감동을 전해온 김자연 아동문학가가 새롭게 펴낸 <잘타의 초대>(청개구리)는 구연을 목적으로 집필한 짤막한 동화 12편을 엮은 책이다. ‘창작구연동화’란 말 그대로 이야기꾼이 낭독하며 몸짓으로 들려줄 수 있도록 구성된 동화다. 이야기 하나당 소요 시간은 약 3~4분. 구연에 최적화된 분량인 원고지 10매 내외로, 구성이 단순하고 등장인물도 제한적이다. 짧은 이야기 안에 뚜렷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김 작가는 동화연구대회 심사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오며 구연동화의 현실과 필요를 절감했다고 말한다. 작가는 “매년 많은 동화구연가가 배출되지만, 구연되는 동화는 늘 비슷했습니다. 가치관도 아이들도 변했는데, 이야기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게 아쉬웠다”며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기존 동화를 구연용으로 개작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구연 시간과 형식에 맞는 동화를 찾지 못해, 개작한 작품을 반복해서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창작 구연동화의 필요성을 느껴 이 책을 펴내게 됐다”고 밝혔다. <잘타의 초대>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 다름에 대한 이해, 자아존중 등 어린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아이들은 물론 함께 듣는 어른들에게도 따뜻한 울림을 전한다. 김 작가는 김제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자랐다. 1985년 <아동문학평론> 신인상,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대표작으로 동화집 <거짓말을 팝니다>, <초코파이>, <수상한 김치 똥>, <항아리의 노래>와 동시집 <피자의 힘>, <감기 걸린 하늘> 등이 있다. 현재 아동문학잡지 『동화마중』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09 15:53

김기화 세 번째 시집 '어둠을 밀어내는 돌'

김기화 시인이 10년 만에 세 번째 시집 <어둠을 밀어내는 돌>(인간과문학사)을 출간했다. 신선한 발상과 간결한 화법으로 개성적인 시세계를 펼쳐온 김기화 시인의 신작으로 시인은 우연의 순간에 문득 생겨나고, 움직이고 사라지는 존재들의 근원을 파고든다. 탄생과 소멸을 거듭하는 생(生)의 내밀한 풍경을 다채롭게 그려내며 독자들을 풍요로운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오늘은/내가 받은 소중한 선물이다//미래로 내딛는 길목이며/내 작은 인생길이다//풀꽃처럼 풋풋하고/향기로워야 할/햇살 퍼지는/새 아침에//산책길가에 솟아나는/샘물 같은 오늘이다//어제와 같은 오늘도 오늘과 같은/내일을 생각하며 노래해야 할 오늘이다”(‘오늘’ 전문) 여든 여섯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활달한 상상력과 다정한 어법이 도드라지는 김 시인의 시는 유쾌하다. 시인은 때로는 유머와 위트가 섞인 입담으로 위태롭고 안온한 삶에 위로를 건넨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시인의 시적 변화가 눈부시다. 감각과 의미의 상투성을 전복하는 다각적 시각으로 대상의 이면에 끈질기게 다가가 "빛 속의 어둠과 속의 빛이 마주치는 시점"을 뚫어낸다. 5부로 엮은 시집에는 스무행을 넘지 않는 시가 태반이다. 그만큼 최소한의 정제된 언어로 삶의 장면과 시적 대상의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 힘을 쏟았다는 의미다.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시들에 깃든 간명함이 인상깊다. 김남곤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이제 여든 중반을 넘어선, 육신은 비록 야위었지만 돌 속에 숨겨진 태초의 미열처럼 그의 정신세계는 곧고 마르지 않는 맑은 향미가 스며있다"며 "공허해진 이 시대, 시인을 만나면 노을 깃든 늙은 과수원길 모퉁이를 손잡고 함께 거닐고 싶어진다"고 했다. 1939년 완주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2004년 월간 ‘문예사조’ 시 부문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온글문학상, 아름다운 문학상, 향토작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산 너머 달빛> <고맙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09 15:19

정양 시인 '추모의 밤' 18일 오후 6시30분 전북작가회의 사무실

故정양(1942~2025) 시인을 기리는 추모의 밤 행사가 18일 오후 6시 30분 전북작가회의(전주시 완산구 중산중앙로 35. 302) 사무실에서 열린다. 행사는 전북작가회의가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 한내문학회, 신흥고동문회가 후원한다. 정양 시인의 49재에 맞춰 치러지는 이번 행사는 정동철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다. 행사장에 전시 공간을 따로 마련하여 시인의 자필 원고와 시집, 사진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또 고인을 직접 추모할 수 있도록 헌화대도 따로 조성했다. 추모 영상 상영 이후 전북작가회의 유강희 회장, 한국작가회의 강형철 이사장, 소설가 이병천 선생, 작가 이은홍 씨의 추모사가 진행된다. 추모사에서는 시대와 문학, 사람과 인생에 대한 정양 시인의 삶과 가치관을 기릴 예정이다. 시인을 추모하는 정동철 시인의 헌시 낭송에 이어 대표 시 낭송도 이어진다. 김헌수 시인의 ‘내 살던 뒤안에’의 낭송을 시작으로, ‘물 끓이기’, ‘눈 오는 밤’, ‘가을밤’이 낭송될 예정이다. 박남준 시인의 노래와 명창 이연정, 명고 장인선 고수의 창작 판소리가 추모 음악으로 헌정될 예정이다. 박태건 시인의 사회로 좌담도 열린다. 제자 이동주 씨, 김영춘 시인, 문병학 시인이 좌담회에 참여해 시인의 가르침과 인간적 면모를 되짚는다. 고인의 언어와 삶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사람을 어떻게 기르고 시대를 어떻게 감동하게 했는지 회고할 예정이다. 한편, 민중의 삶을 시로 담아낸 정양 시인은 지난 5월 3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시인은 1942년 김제 신풍리에서 태어나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천정을 보며'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1977년 윤동주 시에 관한 평론 '동심의 신화'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평론가로도 활동했다. 원광고, 신흥고, 우석대학교 등에서 후학을 길러냈다. 모악문학상과 아름다운 작가상, 백석문학상, 구상문학상, 교육부장관표창, 황조근정훈장 등을 받았다. 시인은 전북작가회의 창설을 주도하며 지역 문단의 토대를 다지는 것과 동시에 후배 문인들의 삶과 문학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지난 2016년에 김용택·안도현 시인 등과 함께 지역 출판사 ‘모악’을 창립해 지역 문학의 자생력을 기르고, 자본에 귀속되지 않는 지속적인 출판 생태계 조성에 힘썼다. 그동안 <까마귀떼>(1980) , <살아 있는 것들의 무게>(1997), <길을 잃고 싶을 때가 많았다>(2005), <헛디디며 헛짚으며>(2016), <암시랑토앙케>(2023) 등 10여 권의 시집을 통해 시대의 그늘진 곳을 비추고, 지역어와 지역문화의 문학적 가치를 재정립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07 15:15

[제19회 바다문학상 찾아주는 바다문학상] 시작시작 밀려오는

시작시작 밀려오는 자판을 두드리는 동안 마음을 수평선에 걸어둔다 잘라낸 손톱이 아쉬운 낱말보다 먼저 자라난다 물 젖은 문장을 뒤적거리는 가마우지들과 풀렸다고 생각하면 엉기고 열렸다고 생각하면 막히는 글줄들, 그리고 자판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동안 여지없이 다시 자라는 손톱들 눈치 없이 깜빡거리는 커서와 걸핏하면 캄캄하게 저무는 노트북을 다 식은 커피 향기 아래 펼쳐두고 조가비들이 수행하는 죽림 해변으로 한 소식 들어보러 간다 한 말씀 챙겨보러 간다 간신히 찾아낸 문장들은 껍데기만 남았고 나는 바다의 순례자가 되어 서성거린다 始作 時作 試作 詩作 해안으로 다시 밀려오는 파도들 해안선 너머까지 자라는 손톱들 해무를 덮고 까무룩 잠들었던 수평선과 수평선에 걸터앉아 다리 그네를 타는 먼 섬에는 닿지 못할 것 같은 문맥이 끝없이 이랑 진다 조개들의 가부좌가 즐비한 해변에서 하얗게 삭아 내리는 파도의 오도송을 귀 어두운 소나무에 기대어 듣는다 가끔 갸웃거리며 듣는다 문장을 기르는 잘피밭은 아직 무성하다 △김영 시인은 1995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후 전북문인협회장, 전북문학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눈감아서 환한 세상>, <파이디아>, <쥐코밥상> 등이 있다. 전북문학상, 석정촛불시문학상, 월간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석정문학회장을 맡아 전북 문학과 문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7.06 16:53

'꽃 피워라 새만금'⋯전북문인협회 제20회 새만금문학제 성료

전북문인협회가 주최한 제20회 새만금문학제가 지난 5일 오후 2시, 부안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에서 열렸다. ‘꽃피워라 새만금’을 슬로건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새만금의 미래를 함께 상상하고, 빠른 개발과 환경 보존의 조화를 염원하는 문학인의 목소리를 담은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김호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과 김민정 월간문학 주간,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김항술 새만금간척박물관장, 전북문협 이동희·김영 고문 등 10여 명의 내빈을 비롯해 도내 문학단체장과 제2회 새만금전국디카문학작품 입상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문학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디카문학 입상작 전시와 함께 새만금 문집 <꽃피워라 새만금이 발간·배포됐고, 2부에서는 문학강연과 시극, 진도북춤놀이 등 문학과 예술이 어우러진 무대가 펼쳐졌다. 3부에서는 문채문학상과 디카문학작품 시상식이 진행되며 대미를 장식했다. 백봉기 전북문인협회장은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이라는 뜻깊은 장소에서 시민들과 문학을 함께 나누는 자리였다”며 “이번 문학제를 통해 새만금의 문화적 가치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개발과 환경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는 미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06 15:10

[제19회 바다문학상 대상작] 미역귀

제19회 바다문학상은 올해 전년(1202편)보다 377편이 늘어난 총 1579편이 응모됐다. 부문별 응모작을 보면 시 부문이 1308편으로 전년(996편)보다 312편이 늘었다. 수필 부문은 271편으로 전년(206편)보다 65편이 더 접수됐다. ‘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통하지 않았던 제19회 바다문학상 수상작을 3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미역귀 1. 간절한 습襲, 어느 시절 낙화였을까, 일몰이 돌아와 길게 누운 모래톱에 검은 꽃 한 송이 일생을 놓지 못해 누군가를 두겠다는 간절한 이 몸짓, 2. 귀가 없는 것들이 태어나는 기형의 계절은 해마다 찾아오고 해파리의 반란이 이어져요 소리 없는 습격처럼 누우 떼가 지나가고 휘어진 등뼈가 심해를 떠돌아요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 벙어리가 된 어머니가 물의 언어를 찾아 심해를 헤엄쳐요 아버지를 삼킨 파도보다 더 높게 울던, 아버지를 부르다 부르다 귀 멀고 만 수천의 비문을 헤집어 숨을 가두고 말았어요 빛이 거세된 모래톱, 시들지 못하고 어느 생으로 달아나다 묶인 발의 절규 속에 검붉은 액체가 흘러나와 땅속으로 깊게 가라 앉았어요 3. 찢어진 물방울들은 어느 곳에 머물러 저녁을 어루만지고 있는지 물결 속으로 쏟아낸 먼 기억들이 딸려 나와요 생의 표피를 밀착한 수화처럼 한 송이 적막꽃이 되었어요 신전을 들여 지느러미를 키우던 물의 방은 더는 자라지 않고 물의 알집 자꾸 흩어져 뿌리가 떠다니는 꽃을 감고 심해를 떠돌아요 신앙 같았던 젖은 생이 까맣게 질린 마지막 한 걸음, 아마존 해안처럼 여자비가 내리고 언제나 아버지의 목소리를 기다려요 한 쪽 귀가 없는 어머니가 아득한 포구에 한 쪽 귀를 가져다 대어요 4. 기슭에서 읽은 검붉은 압화의 통문장, 비린 생은 간수 머금은 발효가 된 울음, 허연 땀방울을 부리고 모래톱의 위패를 완독 해요 텅 빈 해안 검은 꽃송이 비틀려 눈물겨운 사그랑이 몸피, 맥을 놓치고 물소리로 가는 수천의 밤 앙다문 꽃으로 피어난 어머니의 육탈은 구불구불한 전생이었죠 바다 한 채 모신 모천의 그물에는 발화된 꽃잎이 사이사이 박혀 있어요 △정연정 시인은 전남 담양에서 출생했다. 지난 2012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전북군산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말줄임표로 왔던 그날> <가까스로 내리는 꽃비> 등이 있다. 2023년 한국꽃문학상과 2020년 전북시인상을 받았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7.03 19:31

"해양문학에 깊이 더하고 국민과 바다 이어주길"

바다의 소중함을 알리고 해양문학 발전을 위해 제정된 제19회 바다문학상 시상식이 2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전북일보사와 ㈜국제해운이 주최하고 바다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19회 바다문학상은 대상(시)에 정연정 시인, 본상(수필)에 김미정 수필가가 선정됐다.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은 김영 시인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에는 서창훈 전북일보사 회장, 윤석정 ㈜국제해운 대표이사, 류승규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소재호 바다문학상운영위원장, 백봉기 전북문인협회장,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이형구 전북시인협회장, 김현조 전주문인협회장, 정군수 시인, 이소애 시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올해 바다문학상 응모작이 유독 많았다. 심지어 해외에서 응모작이 왔을 정도로 바다문학상에 대한 문학적 성취와 권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내년에 20주년을 맞는 바다문학상이 앞으로도 질적·양적으로 바다처럼 넓고 깊어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윤석정 국제해운 대표이사(전북일보 사장)는 “내륙지방으로 이뤄진 전라북도는 바다에 관심이 크지 않다. 바다에 관심을 두게 하자는 의미로 바다문학상을 제정하게 됐다”며 “내년이면 바다문학상이 20주년이 된다.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류승규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은 해양문학에 깊이를 더하고 국민과 바다를 가깝게 이어주는 바다문학상 운영위원회와 수상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류승규 청장은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미래의 자산이다”며 “2007년부터 시작해 올해 19회에 이르기까지 바다문학상이 바다의 가치와 인식제고에 폭넓은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정연정 시인에게는 해양수산부 장관상과 상금 300만 원과 순금 10돈이 수여됐다. 본상 수상자 김미정 수필가는 전북일보사 회장과 ㈜국제해운 대표이사 공동 시상으로 상패와 상금 300만 원을 받았다. 찾아주는 바다문학상 수상자인 김영 시인에게도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과 순금 10돈이 수여됐다.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을 받은 김영 시인은 “망해사 앞바다를 보면서 시인을 꿈꾸고 문학의 싹을 틔웠다. 망해사는 동해나 남해에 비해서 (물이) 깊지도, 맑지도 않다”라며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확 달아오를 줄 안다. 망해사 앞바다의 낙조와 낙조를 바라보며 늙어가는 팽나무, 범종 소리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 앞으로 바다처럼 더불어 사는 삶을 살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바다문학상은 바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매년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문학상이다. 올해는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작품 공모를 진행했다. 접수 결과 시 부문에서 435명 1308편, 수필 부문에서 134명 271편 등 총 569명 작가의 작품 1579편이 접수됐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02 18:25

냉철하고 단정한 언어로 '사랑'을 사유하다…김잠선 ‘이브의 지혜’

사람의 내면을 꿰뚫는 투명하고 냉철한 현상학적 시선과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미지로 독특한 시 세계를 펼쳐온 김잠선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이브의 지혜>(신아출판사)가 출간됐다. ‘사랑’을 주제로 펴낸 이번 시집은 사물과 내면을 골똘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날카롭고 지적인 통찰과 예민한 감성이 어우러진 단정한 75편의 시가 수록됐다. 새로운 각도로 일상을 들여다보며 세상의 양면적 속성과 존재의 본질을 파고드는 철학적 사유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시집은 1장 이브의 탄생에서 자신과 타자를 알아채는 이브의 세계를 담아냈다. 이브의 지혜라는 타이틀이 붙은 2장에서는 사랑과 이별을 극복한 이브가 다른 존재의 탄생과 성장을 이끄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마지막 3장 판도라의 상자에는 현상을 이루는 이면들을 시편으로 표현한다. “바로, 그 순간/너는 있었다/존재자로서 다른 무엇이 있기 이전/그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지닌 채/기척도 없이/너는 있다가//(…중략…)//너를 생각하던, 바로/그 찰나/너는/있는 무엇으로/모든 현 존재자의 삶을/기약하며/너로부터 파생된/모든 물음을 묻는다//나는 그렇게 태어났다”(‘이브의 탄생1’부분) 김잠선의 시에는 욕망과 억압에 얽매인 존재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묻어있다. 시인은 내면을 응시하는 비평적 시선으로 어둠에서 빛을, 과거에서 미래를 응시하는 태도로 관조와 성찰의 시편을 선보인다. 장신대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한 시인은 전북대에서 흄의 미적 속성으로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위조예술을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으며 여러 기관에서 미학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기린봉에 인문학당을 마련해 운영하며 청년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펴낸 시집으로는 <이브의 관점>과 <아담의 아들>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02 18:2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경옥 동화작가-로이스 로리 '기억전달자'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여름의 태양이 강렬하게 내리쬐고 있다. 빨간 태양은 불길처럼 타오르고 해가 질 때는 사위어가는 빛깔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뭇잎들은 금방이라도 초록 물이 주르륵 흐를 것 같다. 아무리 바빠도 계절에 따른 변화를 민감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여름 한가운데에 놓인 여러 색깔과 형태의 다름은 다양한 감정을 불러온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에 색깔이 사라진다면, 계절이 사라진다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면, 선택하지 않아도 먹는 것과 직업에 대한 고민이 없어지고, 아이를 낳지 않아도 배급받을 수 있다면, 나이가 들어도 질병이나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감정의 동요 없이 일상을 맞이하고 보낼 수 있다면 어떨까? 무채색의 사회, 변화가 없어서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는 사회라면? 위와 같은 사회를 보여주는 작품이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이다. 작품 속 사회는 모든 것이 규격화되어 있다. 아이를 낳는 산모가 따로 있고, 차이가 가져오는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거울도 없는 사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나이도 정해져 있고, 주머니가 있는 재킷을 입는 것도 선택할 수 없다. 1년에 50명의 아이만 낳을 수 있는 사회, 배우자도 신청해야만 한다. 이곳은 공동체에 적합한 사람이 되도록 표준화된 교육을 받는다. 가정마다 스피커가 있어서 모든 것을 통제한다. 마치 ⟪1984⟫나 ⟪멋진 신세계⟫처럼 암울한 미래 세계를 보여준다. 살아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에 당혹스럽기도 하고, 위험한 일에 직면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인간의 나약함에 무기력해지기도 하지만 끝끝내 이겨내기도 하고, 반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기억 전달자⟫속의 규격화된 사회도 흔하지 않지만 우발적 상황을 맞닥뜨린다. 이에 대처하기 위한 최후의 처방은 ‘기억 전달자’이다. 기억은 과거로부터 모든 어려운 상황을 겪어낸 경험의 축적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기억을 가지지 못한다. 즉, 색깔, 계절, 사랑, 할머니, 할아버지, 죽음, 전쟁, 고통, 행복, 크리스마스의 저녁, 썰매, 언덕, 냇가, 초록의 나뭇잎 등을 기억 전달자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사라진 도시. 그러나 ‘늘 같음 상태’가 유지되어야 평온하다고 여기는 이곳도 우발적인 현상 앞에서 당혹스러워한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게 과거의 기억이다. 기억은 평안함을 위한 처방전인 셈이다. 과거 선조들이 경험했던 기억들. 그 사회에서 주인공 ‘조너선’이 12살이 되던 해 직업 직위를 받는데 ‘기억 전수자’가 되어 기억 전달자로부터 그동안 알지 못했던 감정들을 하나씩 전수받는다. 그러면서 자신이 속한 사회가 철저하게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가 산모들이 낳은 아기들을 키우는 보육사이면서도 몸무게가 미달 된 아이들을 임무해제 시키는 것을 목격하고 절망한다. 임무해제는 이 사회에서 필요 없는 존재를 죽이는 것이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몸무게가 미달 되거나 밤에 우는 아기들은 임무해제 시킨다. 조너선은 기억 전달자로부터 사랑과 기쁨, 고통, 전쟁, 추위, 햇볕의 따스함, 가족의 일상, 하늘에서 내리는 눈에 대한 감촉들을 느끼며 용기라는 감정을 전수받고 자신이 사는 곳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조너선의 집에서 돌보던 가브리엘은 밤에 운다는 이유로 임무해제를 앞두고 있다. 조너선은 어두운 밤, 가브리엘을 자전거에 태우고 마을을 떠난다. 마을을 벗어나자 비를 맞기도 하고, 배가 고파 산딸기나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허기를 채우며, 눈보라 속에서 추위에 떤다. 평온하고 안락한 것을 버리고 오직 기억 전달자가 전해준 따스함과 사랑을 기억해내며 발길을 멈추지 않는다. 조너선이 선택한 삶은 평온을 깨뜨린 것이다. 평온 대신 인간의 희로애락을, 많은 감정을, 자연에 펼쳐진 색깔을, 계절을 얻었다. 이제 일상은 위험과 고통, 인내와 고난과 아픔과 상처, 슬픔, 우울, 연민, 증오, 체념 등을 안고 살아내야 한다. 그러나 조너선의 선택에 위로를 건네지 않으련다. 입체적인 일상 속에서 다양한 삶의 결을 느낄 수 있으니까. 다양한 기억을 소유하고, 자신의 기억까지 만들어가는 삶은 누군가의 길잡이가 될 것이라 믿는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힘겨운 시간도 미래의 등불이리라. 이경옥 동화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번 째 짝>으로 등단했다. 이후 2019년 우수출판제작지원사업과 지난해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 선정됐으며, 2024년 안데르센상 창작동화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7.02 18:25

후쿠시마 원전 참상, 사진소설로 재탄생 ‘파라-다이스’

어떤 사건은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대체 왜? 라는 물음에 사로잡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에 머무르게 한다. ‘만약에’라는 가정으로 수없이 친 가슴에는 결국 ‘그 순간 우리는 무엇을 했나?’라는 분노가 들어찬다. 2011년 천재(天災)와 인재(人災)가 겹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 사건을 목도한 이들이 그렇다. 그들이 겪은 고통은 생과 맞닿아 있어 더욱 가혹하다. ‘지금, 여기’의 문제지만, 무색무취의 방사능이 사라졌다고 망각한 국가정책은 언젠가 삶을 송두리째 흔들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재일조선인 작가 故서경식은 사진작가 정주하(67)에게 후쿠시마 사진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을 기록하고, 기억할 사람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정주하 작가는 2015년부터 후쿠시마 희망목장의 소들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되고 방사능에 노출된 소들은 버려졌다. 죽음만 남은 땅에서 한 목부는 소들이 자연사할 때까지 돌보겠다며 희망목장을 운영하게 된다. 정주하 작가가 소들을 찍은 연작에 붙인 제목은 '파라-다이스'이다. 거부 혹은 확장이라는 의미를 가진 그리스어 접두사 ‘파라(para-)’에 ‘죽음(dies)’을 결합했다. 인간의 과오로 고기가 될 운명에서는 벗어났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거부당한 아이러니가 내포되어 있다. 지난 1일 전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주하 작가는 “희망목장에 있는 소들을 보면서 제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사진으로 기록했다”며 “죽이지 않아 죽지 못하는 소들이고, 죽지 않기 때문에 살아가야 하는데 어쩌면 삶이 죽음보다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까지 이어진 '희망 목장' 에 대한 기록을 최근 사진소설집 <파라-다이스>(연립서가)로 출간했다. 정주하의 연작 사진에 소설가 백민석과 황모과의 소설을 엮었다. 2023년 별세한 서경식 작가가 기획한 책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참상을 사진과 소설로 표현했다. 백민석의 소설 ‘검은 소’는 무국적자처럼 살아온 재일조선인 출신 게이코가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망친 죽음의 땅이 된 후쿠시마로 향하는 이야기다. 황모과 소설 ‘마지막 숨’은 2023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죽은 인어 고기를 먹고 목장의 소들이 불로불사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2810년 인간은 죽지 않는 소들을 우상화하지만 소들은 전설과 신화가 되기를 거부하며 죽음을 택한다. 작가의 사진에서 출발한 소설은 외형상 ‘사진소설’로 볼 수 있지만, 단순한 결합이 아닌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언어와 이미지)를 절취하여 또 다른 세계로 형성됐다. 이미지와 텍스트가 충돌하면서 서로를 보완하고, 더욱 풍성하고 생생한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 작가는 “그동안은 이미지에 텍스트가 결합된 출판물은 종종 접할 수 있었지만 소설이라는 장르적 시도는 흔치 않았다”며 “사진과 문학을 결합해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독특한 지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며 "범람하는 사진으로 인해 사진이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렇게 문학과 결합돼 새 장르로 탄생돼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02 16:55

최수란 시인, 첫 시집 '당신의 어둠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출간

최수란 시인이 첫 시집 <당신의 어둠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시인동네)를 시인동네 시인선 255번째 책으로 펴냈다. 이번 시집은 등단 절차를 생략한 채 세상에 내민 시인의 첫 언어다. 그 언어는 부서진 채로도 여전히 타자를 향해 열려 있으며, 시는 관계의 윤리에서 출발해 끝내 타자에게 도달하려는 시적 여정으로 읽힌다. 문학평론가 오민석은 해설에서 이 시집을 바흐친의 ‘다성성’ 이론을 통해 조망한다. 시인의 언어는 단일한 목소리가 아닌, 끊임없이 다른 발화자와의 응답 속에서 구성된다. 독백과 진술이 아닌 질문과 응답, ‘너에게로 가는 먼 길’이라는 제목처럼 이 시집은 너와 나, 자아와 타자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고, 떠난 자와 남은 자, 말해지지 않은 이름들을 불러내는 시적 공간이다. 본문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밤”과 “바람”은 실존의 불확실성과 상실을 상징하는 이미지다. 하지만 시인은 사라짐을 단순한 소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사라진 것들’을 끌어안고, 그들과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시적 몸짓을 이어간다. 또 이 시집은 텍스트 내부에서도 다성적인 구조를 지닌다. “나”, “너”, “당신”, “사람”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한 편의 시 안에서 공존하고, 시인은 자신의 목소리를 타자의 자리로 내어주며 듣는 태도를 실천한다. 최수란의 시는 불확실한 세계를 향해 질문을 던지며, 말해지지 않은 존재들을 끝내 호명하고자 한다. 그 호명이야말로 사라진 것들의 존재 가능성을 증명하는 시적 윤리이자, 이 첫 시집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조심스럽고도 단단한 요청이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02 16:54

조두진 작가 연작소설 '365번째 편지' 출간

4가지 색깔의 사랑을 담은 연작소설이 나왔다. 기자이자 소설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조두진 작가가 네 가지 사랑의 빛깔을 담은 연작소설집 <365번째 편지>(이정서재)를 출간했다. 이번 소설집은 사랑을 말하지 못한 사람, 사랑을 알아보지 못한 사람, 그리고 너무 늦게 서로를 알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본질과 상처를 조용히 되묻는다. 총 네 편으로 구성된 이번 연작 가운데 첫 작품 ‘이치카’는 너무나 사랑했기에 오히려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365번째 편지’는 첫눈에 운명을 알아본 한 사람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대를 애타게 바라보는 이야기다. 작가는 이 작품 속 질문을 통해 전체 연작의 정서를 압축한다. “왜 나는 당신을 첫눈에 알아봤는데, 당신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을까?” ‘리에의 사랑’은 사랑이 아닌 이유로 사랑을 묻어야 했던 사람의 슬픈 선택을, 마지막 작품 ‘못생긴 여자는’은 변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여전히 예쁜 얼굴인데 왜 그 사람은 못생긴 사람이 돼버리는가를 묻는 난처하고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조 작가는 “사랑은 언제나 양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며 “먼저 알아본 사람과 끝내 알아보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침묵의 시간이 길게 흐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연인 스스로는 알지 못하지만 사실 두 사람이 오랜 세월 서로를 찾고 기다려온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365번째 편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마주한 네 인물을 통해, 독자에게 자신의 사랑은 어떤 색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누구의 이야기에 마음이 가장 먼저 닿는지에 따라, 독자는 자신이 어떤 사랑을 그리워하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조 작가는 임진왜란 말기 일본군 장교의 시선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그린 장편소설 <도모유키>로 제1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경북 안동의 400년 된 무덤에서 발견된 ‘원이 엄마의 편지’에서 영감을 받은 소설 <능소화>는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필리핀 이주노동자의 삶을 다룬 단편 <게임>으로 근로자문학제 대통령상을 받은 바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02 16:18

공동체 위한 리더의 자질, 무엇이어야 할까

‘어떤 사람이 공동체의 리더가 되어야 할까. 리더가 갖추어야 할 기본과 덕목은 무엇일까.’ 30여 년의 공직 생활과 변호사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와 시민 상생, 공익 실현을 고민해온 이건리 변호사가 신간 <공동체를 살리는 리더의 품격>(지식과감성)을 펴냈다. 2년 전 출간된 <공동체를 살리는 리더의 기본>에 이은 두 번째 리더십 저서다. 이 변호사는 “아무나 리더가 될 수 없고, 아무나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진정한 리더십의 품격에 대해 성찰한다. 책은 다년간의 공적 직분 수행과 분쟁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살리는 리더의 자질을 네 가지로 정리하고 이를 다시 열 가지 키워드로 풀어낸다. 그가 첫 번째로 제시하는 자질은 ‘공감하는 사람’이다. 진실과 정직, 신뢰를 바탕으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구성원들로부터 믿음을 얻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헌신하는 사람’이다. 구성원을 섬기는 자세와 함께, 기꺼이 책임을 감당하고 자율·책임·분업·협업의 조화를 통해 성과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세 번째는 ‘희망을 주는 사람’이다. 순리와 상식, 비전, 공정성과 정의를 갖춘 인물이어야 구성원에게 희망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네 번째는 ‘통합하는 사람’이다. 포용의 리더십과 함께, 만기친람하지 않고 인치(人治)가 아닌 시스템으로 조직을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변호사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리더십이 실종됐다”며 “삶 속에서 마주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순간들을 통해 리더로서의 품격을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지만, 공동체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품격은 갖춰야 한다”며 “거창한 구호가 아닌 실천적 태도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건리 변호사는 서울대 법과대학 재학 중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 16기 수료 후 1990년 검사로 임용됐다. 2009년 검사장으로 승진해 2013년까지 검찰에 몸담았으며, 현재는 법무법인(유한) 동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깊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공익 활동에 힘쓰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02 15:25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