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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옥남(64)은 별(別)스럽게 사는 시인이다. 1998년 등단하자마자 미친 듯이 시를 써 1년 만에 첫 시집을 냈고,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는 재미를 터득했다. 공부에 전념하던 와중에도 학생들을 가르치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했다. 그리고 2017년 우연한 계기로 완주군 구이면 덕천리 들꽃마을로 터전을 옮겼다. 평소 전원생활을 꿈꾸었던 시인은 담장 없이 조용하고 아늑한 마을이 마음에 들었다. 집과 집 사이 나무, 가지에 달린 푸른 잎의 표정들이 눈에 들어왔다. “딱 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그렇게 들꽃마을과 사랑에 빠진 심 시인은 올해로 4년째 들꽃마을 ‘이장(里長)’으로 활동하고 있다. 들꽃마을은 지난 2009년 완주군이 계획관리지역으로 조성한 마을이다. 2021년 1월 1일 덕천리 구암마을 소속 하늘빛 들꽃마을에서 들꽃마을로 분리 독립돼 현재 21대 5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시인은 마을이 구암마을에서 분리 독립한 이듬해부터 들꽃마을 이장을 맡고 있다.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지역문단에서 왕성히 활동해 온 시인이 이주민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마을 이장이 된 비결이 뭘까. 지난 23일 마을에서 만난 심 시인은 어려움을 이겨낸 비결로 ‘끈끈한 공동체’를 꼽았다. 처음부터 화합했던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함께 모일 장소도 마땅치 않았고, 만남 장소가 결정되더라도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시인은 마을의 대소사를 메신저로 전송했다. 마을청소 날짜부터 완주군 지원 사업까지 주민이 알아야 하는 마을일을 한 달에 두 번씩 공유했고 자연스레 주민들도 마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변화가 생기다보니 들꽃마을 주민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마을회관이 필요했다. 하지만 마을회관 건립은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을 공유 부지를 일부 주민들이 개인 명의로 해놓으면서 증여를 받아나가는 작업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들꽃마을회로 부지 이전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얼굴을 붉혀야 하는 상황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역설적으로 시련이 닥치니 시인과 주민들은 똘똘 뭉치게 됐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감사, 미안함이 한데 어우러지며 한층 가까워지는 단초로 작용했다. 화합을 위해 열렸던 가족음악회 행사는 주민들이 모두 함께 즐겼고, 단출했던 반상회 인원들도 늘면서 마을행사로 확장됐다. 시인은 “자신이 특별히 무언가를 ‘잘해서’ 이장을 맡고 있는 건 아니다”며 “마을이 좋고 마을 사람들이 좋아서 이장 일을 맡게 됐고, 이장 연임도 결국은 들꽃마을을 지탱하는 주민들 덕분”이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40분가량의 인터뷰를 마친 뒤 문득 이장의 역할이 뭘까 고민했다. 지금껏 이장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들꽃마을 이장 심옥남이 유독 특별했다. 마을은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협력해야 발전하는 힘이 발휘된다고 믿는 열정만랩 이장을 만났기 때문이다.
무르익은 봄이었습니다. 꽃이 피고 새가 울면 소풍을 갔습니다. 가까운 절이나 큰 다리, 산 아래 야트막한 언덕이었습니다. 창경원요? 2박3일 수학여행은 졸업 학년 부잣집 아이들이나 갔었고요. 평소 구경 못 하던 하얀 쌀밥 눌러 담고 다꾸앙 콩자반 멸치조림, 국물 안 새는 찬이었지요. 기와집 친구의 김밥은 그 애 누님 솜씨였고요. 없는 물통은 마음으로나 둘러맸습니다. 어머니가 동생 몰래 주신 몇 푼 용돈을 넣어둔 개춤을 자주 확인했지요. 교문 앞에 나라비 선 장사꾼 사이를 꿀꺽꿀꺽 오갔지요. 사이다도 못 사고, 수리미 다리도 못 사고, 십 리나 안 녹는다는 오다마 한 알 오래 입에 물었던 성싶습니다. 그랬지요, 소풍날은 자주 비가 왔었지요. 폐병쟁이 5학년 3반 선생님이 학교 지키는 구렁이를 잡아먹어서 그런다고, 재작년 홍수 때 다리 건너다 헛발 디뎌 떠내려간 아래 뜸 그 가시네 심통이라고 수군거렸습니다. 밴또를 까먹고 어머니가 큰맘 잡수고 삶아주신 계란도 두어 알 가슴 두드리며 먹고 나면 보물찾기를, 노래자랑을 했었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내 눈에 보물은 영 안 보이고요. 노래자랑은 숫기 없어 옹알이나 하다가 말았고요. 소풍날 비가 온대도, 꽃이 덜 피었대도 낙담할 일 아니었습니다. 봄 소풍에 비 오면 가을 소풍 쨍했을 테니까요. 못 본 봄꽃 대신 가을 단풍 보면 될 일이었으니까요.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옛날입니다. 천상병 시인은 이 세상을 ‘소풍’이라 했지요.
전주문화재단이 전주 수공예산업의 체계적 육성과 공예작가 지원 강화를 위한 현황조사에 나선다.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최락기)은 전주에서 활동하는 공예작가와 공예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지역 공예작가 발굴 및 현황조사'를 5월부터 3개월 간 진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조사는 지역 공예작가들의 창작 여건과 활동 내용, 지원 수요 등을 파악하고 신진 작가를 발굴해 데이터베이스를 진행하게 된다. 조사 결과는 전주 수공예산업 육성과 지역 공예작가 지원 정책 마련을 위한 근거로 활용하게 된다. 조사 대상은 △국가지정 공예 및 현대 공예 분야 △공예 관련 기관, 단체, 국가문화재, 작가 △공예 또는 공예품의 개발·창작·제작·유통·전시·소비와 관련된 사업체 △종사자 1인 이상의 공방 등 지역 내 공예작가와 공예산업 종사자 전체다. 재단은 방문 면접을 통해 공예작가 숫자와 분야, 활동 경력, 공방 소재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현재 재단은 공예품전시관을 통해 공예작가와 업체에서 생산·유통하는 공예상품 554종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 73%에 달하는 405종을 전주·전북 상품으로 채워 지역 공예인들 지원에 힘쓰고 있다.
전주문화재단은 전주 예술계를 이끌어 갈 전주신진예술가지원 사업의 최종 선정자 8인을 24일 발표했다. ‘전주신진예술가지원’은 무정산 창작지원금을 비롯해 중간 과정 워크숍과 전문가 일대일 컨설팅을 운영하고 있으며, 영상 아카이빙과 결과 도록 제작, 홍보지원 등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신진 예술가들의 예술 세계 확장과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선정된 신진 예술가들은 연극·음악·시각예술 등 다양한 장르에서 뛰어난 창작 역량과 가능성을 보여준 인물들로, 지역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고된다. 예술계 첫 데뷔를 지원하는 ‘처음발표’ 부문에는 김민지 씨와 정유진 씨가 선정됐다. 김 씨는 ‘편지가 늦었소’라는 작품을 통해 배움의 가치와 세대 간 공감을 주제로 한 연극 연출에 처음 도전한다. 정 씨는 과도한 정보 속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탐구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첫 번째 개인전 ‘허구의 촉으로 이어진 세계’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디딤발표’ 부문의 공연 분야에는 김윤하 연주자·이희준 배우·최산하 클라리네티스트가 이름을 올렸다. 김 연주자는 가야금과 책을 매개체로 삼아 음악과 기록을 엮은 공연 ‘그곳에 닿기를’을 선보일 예정이며. 이 배우는 치유극 형태의 연극 ‘한 겨울의 오로라’를 통해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최 클라리네티스트는 ‘Baro-Cla’를 기획해 클라리넷을 매개로 바로크 음악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같은 부문의 시각 분야에는 김규리·문채원·박로운 작가가 선정됐다. 김 작가는 ‘만날 수 없는 곳에서 마주치지도 못 할 시간을 기다리다’ 전시를 준비하며, 장소의 특성과 이야기에 소리를 더해 재구성하는 작업을 기획하고 있다. 문 작가는 ‘Fortune Teller_ 포춘 텔러’ 전시를 통해 쓸모도 없는 운세 풀이와 같은 행위에서 파생되는 감각적 장면을 시각화한다. ‘그림자원’ 전시를 기획하는 박 작가는 콜라주 작업으로 감정이 시간 속에서 순환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선보일 계획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 빨라도 너무 빨리 돈다. 괜히 아는 척한다고 "요즘 유행인데 몰랐어?" 이야기했다가 유행이 끝나 창피당하는 일도 다반사다.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들, 트민기가 떴으니 이제 걱정 없다. 이 기사를 읽는 순간에도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유행이 올라오고 트렌드가 진화한다. 트민기는 빠르게 흐름을 포착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게 목표다. 여기서 그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 또 하나 새로운 기획을 준비했다. 전국적인 유행뿐만 아니라 전북에서 '핫'한 현장이 있다면 바로 출동한다. 이것이 우리의 임무다.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첫 번째 트민기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도 '핫'한 챗GPT AI 이미지 변환으로 주제를 정했다. 챗GPT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 트렌드가 전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의 화풍을 입힌 이미지로 변환하는 트렌드가 SNS를 중심으로 유행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새로운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모델을 공개했다. 간단한 명령어만으로도 더 구체적이고 정교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지브리 화풍을 원하면 챗GPT에 사진을 올리고 “이 사진을 지브리 화풍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간단한 사용법에 AI를 이용한 이미지 생성 트렌드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지브리 화풍 트렌드에 이어 반려동물 사진을 사람 모습으로 바꾸는 트렌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용자들은 챗GPT를 통해 반려동물을 사람으로 변환한 이미지를 원본 사진과 함께 SNS에 게시하며 인증을 이어가고 있다. 기자의 반려묘 ‘하루’도 챗GPT를 통해 사람이 됐다. 바닥에 앉아 있는 하루의 사진을 게시하고 명령어를 입력하자 성인 여성의 모습으로 변환된 이미지가 출력됐다. 이후 하루의 실제 나이인 8살을 입력하자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재구성된 이미지가 나타났다. 최근에는 사진 속 인물을 장난감 가게에서 판매하는 포장 인형처럼 바꾸는 트렌드도 떠오르고 있다. 국내 SNS에서도 챗GPT를 통해 이미지를 포장 인형으로 변환하는 방법을 소개한 영상이 16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오픈AI는 이미지 생성 모델을 공개한 첫 번째 주에만 7억 개가 넘는 이미지를 생산했다. 브래드 라이트캡 오픈AI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4일 X(구 트위터)에 “(챗GPT의 새로운 이미지 생성 모델이 발표된) 지난 화요일 이후로 1억 300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7억 개 넘는 이미지를 생성했다”고 밝혔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또한 지난달 말 X를 통해 “사람들이 챗GPT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보는 건 정말 즐겁지만 우리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며 “이미지를 생성하는 일을 좀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X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화풍 이미지로 바꿔 트렌드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전북 지역 출신 배우 이가경이 드라마 ‘선녀단식원(Fasting Love)’으로 제8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참석한다. 20일 전북독립영화협회에 따르면 이가경 배우가 출연한 ‘선녀단식원’이 제8회 칸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Korean Fiction 랑데부 섹션 상영을 확정 지었다.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은 프랑스 칸 영화제가 전 세계 드라마와 시리즈 콘텐츠 중 흥행성과 작품성을 갖춘 우수한 콘텐츠를 선정하는 시상식으로 2018년 신설됐다. ‘선녀단식원(조창근 연출, 영화사 지금)’은 가수의 꿈을 지닌 주인공이 오디션을 준비하기 위해 단식원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드라마다. 작품이 공식적으로 첫 선을 보이는 만큼 이가경 배우도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이가경 배우는 자신이 연출한 단편영화 ‘여름에 내린 눈’으로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관객들과 만남을 갖는다.
“복사꽃이 진다”는 말을 “아니 복숭아꽃이 벌써 져”라고 받더군요. 먼 산에 산벚꽃이 꼭, 탁탁 분첩으로 두드리던 사촌 누님의 얼굴인 듯 뽀얗네요. 산벚꽃 피자 복사꽃이 집니다. 저기 저 마을 개울에도 외나무다리가 있었겠지요. 눈썹달 뜨던 밤 소곤, 소곤거렸겠지요. 복숭아꽃 말고 복사꽃이라 부르렵니다. “복사꽃 지는 걸 보고 술 한잔 먹지 않는 이와는 인생을 논하지 마라” 했던가요? 분명 인생을 모를 테니까요. 밤에 먹어야 예뻐진다는 복숭아를 참 좋아했었지요. 사촌 누님도 가고, 아랫마을 그 형도 가고, 비켜 갈 수 없고 나란히 갈 수도 없던 정자나무 옆 외나무다리는 전설이 되고……. 그래요, T. S. 엘리엇의 말처럼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서가 아니라 사월은 잔인한 달 맞네요. 까맣게 지워졌던 옛일이 되살아나고, 무심한 듯 꽃은 또 피고 지니 말입니다. 복사꽃이 집니다. 핑계 삼아 술 한잔 먹어도 좋겠습니다.
“수업은 오전 10시에 있대요. 저는 그 시간에 일하는데요.” 최근 문화생활을 위해 문화센터 강좌를 찾던 직장인 김다빈(30) 씨는 강좌 검색 후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지역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유진(27) 씨 역시 문화센터를 알아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도서관이든 미술관이든 6시면 문 닫잖아요. 회사 다니면 전시 관람은커녕 문화센터 수업은 못 듣는 게 기본이에요. 문화가 ‘여유 있는 사람’만을 위한 것처럼 느껴지죠.” 이처럼 지역 청년들에게 문화는 여전히 ‘시간의 문제’다. 문화시설은 열려 있고, 강좌도 있고, 전시도 있다. 하지만 그 ‘열림’은 청년들의 생활 리듬과는 엇갈려 있다. 실제로 전주문화재단, 전북도립미술관 등 지역의 주요 전시 공간은 대부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된다. 문화센터 강좌는 주로 평일 낮에 편성돼 있고, 저녁 시간대나 주말 프로그램은 일부에 그친다. 지방 곳곳의 문화정책은 청년의 현실을 담지 못한 채, 여전히 행정 편의 중심의 낮 시간 운영 구조에 머물러 있다. 결과적으로 ‘문화시설은 있어도 청년은 이용할 수 없는’ 구조적 단절이 발생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달랐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공예박물관, 서울도서관 등 주요 공공 문화시설은 평일 밤 9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문화로 야금야금(夜金)’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야간 프로그램을 정례화하고 있다. 퇴근 이후에도 문화시설에 접근 가능한 문화정책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문화사업의 ‘양’ 자체는 지방이 수도권보다 부족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지역문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북은 자체 문화사업 진행 건수가 수도권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문화사업은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청년이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기획하고 운영하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물론 지역 곳곳에서도 청년들이 퇴근 후 참여할 수 있는 북토크, 독립서점 모임, 소규모 커뮤니티 프로그램들이 민간 주도로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규모가 작고 정기성이 없으며, 지속적인 공공 지원 구조도 미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내 야간 문화 프로그램을 정례화하기 위해서는 문화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문화시설의 연장 운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혁 문화기획자는 “문화시설의 연장 운영이 가능해지려면, 무인 운영 시스템과 탄력 근무와 같은 그에 맞는 시스템이 구축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또 기존 프로그램과는 다른, 문화 소비자의 욕구를 고려한 특색 있는 콘텐츠가 개발 역시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장 운영에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직원들의 근무시간, 즉 예산의 문제가 가장 클 것”이라며 “다수의 복지를 위한 제도라도, 소수의 권리와 복지도 함께 존중받을 방안 역시 제도적으로 준비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미식관광이 관광산업의 차세대 전략으로 주목받으면서 ‘맛의 고장’ 전북에서도 중장기적인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관광에서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지자체마다 상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지역 문화와 특성을 반영한 관광 상품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음식이 관광산업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전북만의 미식관광을 유도할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지난해 발표한 ‘2023 국민여행조사’에 따르면 여행지 활동 중 미식관광은 3위(60.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같은 기간 실시한 외래관광조사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여행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인으로 ‘식도락관광’을 꼽았다. 이에 전북도는 식(食)관련 체험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전북형 미식관광 활성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전북만의 미식관광 모델을 구축해 관광객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 통계 분석 결과를 보면 관광객들이 전북 여행을 결정하는 첫 번째 이유가 음식(43.7%)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주요 일간지에서 세계 7대 미식 도시로 전주를 선정하는 등 식문화 산업의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전북도는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지속가능한 미식관광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각오다. 올해 초 14개 시군을 대상으로 미식관광 상품개발과 운영 공모를 진행해 군산‧남원‧완주 등 세 곳을 선정했다. 3개 시군에서는 지역 자원을 활용한 미식관광 상품을 개발해 5월부터 12월까지 실제 운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문제는 미식관광을 활용한 성공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부안에서 해삼죽을 상품으로 개발해 내놨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중단됐고, 3년간 절치부심하며 수산물을 활용한 메뉴 개발에 돌입했지만 흐지부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음식관광이 아닌 미식관광에 초점을 맞춰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일회성 상품으로 개발하는 접근 방식이 아닌,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중장기적 시각을 갖춰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청나라 때부터 전해져 내려온 궁중 요리 ‘만한전석(满汉全席)’을 관광 상품화해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이 대표적이다. 만한전석은 강희제가 60세 환갑을 맞아 중국 전역에서 65세가 넘은 노인 2800여명을 황궁으로 초청해 연회를 베풀 때 차린 음식이다. 하루에 2번, 사흘 동안 이어지는 것을 기본으로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어 유럽인들에게 중국 여행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이종린 전 한국관광공사 충청‧전북권 사업단장은 “미식관광의 성패는 전북을 찾아야만 맛 볼 수 있는 음식을 상품화하는 것”이라며 “지역의 자원을 가미하고 이야기가 담긴 음식을 개발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광객들은 음식에 사용된 식재료를 어디에서 구했고, 어떠한 역사적‧지리적 배경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 한다”며 “지역을 찾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 미식관광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고수 중의 명고수를 가리는 전국고수대회가 오는 26일부터 27일까지 전주 덕진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 ㈔한국국악협회 전북특별자치도지회(이하 전북국악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판소리에 반드시 필요한 고수인의 저변 확대와 연구계승 발전, 신인 발굴·육성을 위해 마련됐다. 올해로 45회차를 맞이한 이번 대회는 6개 부문으로 대명고수부·명고부·일반부·신인부·노인부·학생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접수 기한은 오는 22일 오후 5시까지며 참가신청서 등을 작성해 이메일(jbkm23s@naver.com)로 접수하면 된다. 이 밖의 자세한 사항은 국악신문 경연대회 게시판, 전북국악협회 카페와 전화(063-262-4501)로 문의할 수 있다. 손현배 전북국악협회장은 “전국고수대회는 지난 44년간 수많은 명고수를 배출한 수준 높은 대회”라며 “국내 최고의 명창들과 권위 있는 심사위원을 선정해 참가자들의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자로 배우 김신록과 서현우가 선정됐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제26회 영화제 개막식 사회자로 배우 김신록과 서현우를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김신록 배우는 드라마 ‘괴물’(2021), ‘유괴의 날’(2023), ‘언더커버 하이스쿨’(2025), 영화 ‘접몽’(2022), ‘설계자’(2024) 등에서 미세한 감정의 결을 살려 서사와 인물을 살아있게 만드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또한 ‘재벌집 막내아들’(2022),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1’(2021), ‘지옥 시즌2’(2024), 넷플릭스 영화 ‘전란’(2024)에서는 뛰어난 연기로 전 세계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는 전주국제영화제 최초로 초청돼 상영하는 TV 드라마 ‘당신의 맛’에도 출연해 동료 배우들과 함께 ‘시네마, 담’으로도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서현우 배우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2020), ‘헤어질 결심’(2022) 등 출연 작품마다 섬세하고 탄탄한 연기로 주목받고 있다.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 웨이브 ‘박하경 여행기’(2023), ‘열혈사제2’(2024), 디즈니플러스 ‘킬러들의 쇼핑몰’(2024), ‘삼식이 삼촌’(2024) 등 TV와 OTT에서도 대체불가 배우로 자리매김해 스크린과 브라운관 모두에서 사랑받고 있다. 두 배우는 개막식 사회자로 영화제의 문을 연 뒤, 저스트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로서 전주씨네투어X마중 프로그램에 참여해 영화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한편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를 비롯한 전주시 일대에서 개최된다.
화엄사 각황전 모퉁이가 붉다 붉다 검네요. 매화는 설중매(雪中梅)와 납월매(臘月梅)를 꼽는다지요. 무심한 듯 가지 끝에 몇 송이 피웠다 사그라들어 다시 또 피워 올리는, 눈 속에 피고 싯다르타가 깨달음 얻은 섣달에 피는 꽃이 으뜸이라지요. 순천 금둔사 홍매(紅梅)가 널리 자자하다지만 구례 화엄사 흑매(黑梅)도 소문이 높지요. 차례 매기기 좋아하는 이들이 꼽은 4대 매화는 오죽헌 율곡매, 화엄사 화엄매, 선암사 선암매, 백양사 고불매라지만 어디 빈집 빈 뜰의 매화라고 그 뜻이 없을까요. 열매를 얻으려면 매실 꽃이요, 꽃을 보려면 매화랍니다. 사군자 중 하나로 은둔 선비들이 많이 가꾸었다지요. 엄동에 꽃피기만을 시를 지으며 책을 읽으며 기다렸겠지요. 홍매, 백매, 흑매, 청매, 비매, 오색매, 능수홍매, 운용매……, 매화 향기는 귀로 듣는다고 하던가요? 코를 찌르는 향기 아니라 은근히, 아득히 퍼지는 암향(暗香)이랍니다. 코로 맡는 게 아니라 귀로 듣는 문향(聞香)이랍니다. 그러니 번잡한 저자가 아닌 천년고찰이나 선비 고택에 서 있는 것이겠지요.
전북특별자치도 관광지 6곳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우수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9일 여행객들이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우수웰니스관광지 88선’을 공개했다. ‘우수웰니스관광지 88선’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여정에 따라 다채로운 형태와 다양한 선택지로 즐길 수 있도록 △자연‧숲치유(26개소) △뷰티‧스파(21개소) △힐링‧명상(20개소) △한방(9개소) △스테이(8개소) △푸드(4개소) 등 6가지 주제로 운영된다. 지난해까지 선정한 77곳에 이어 올해는 11곳이 추가됐다. 전북자치도에서는 뷰티‧스파를 테마로 한 고창웰파크시티가 신규로 선정됐다. 기존 5곳은 완주 아원고택, 순창 쉴(SHIL)랜드, 무주 태권도원 상징지구, 완주 구이 안덕 건강힐링 체험마을, 진안 홍삼스파 등이다. 우수 웰니스 관광지에 선정되면 시설별 웰니스 관광 전문가와 자문단에게 맞춤형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문체부는 시설별 수요 조사를 통해 브랜딩, 홍보·마케팅, 상품 판촉 등 원하는 분야에 대한 전략적 지원을 강화한다. 단계별 고도화를 통해 우수 웰니스 관광지의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대표 웰니스 관광 체험 상품도 개발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우수 웰니스 관광지 선정뿐만 아니라 웰니스 관광 산업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20일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치유관광산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관광공사와 함께 웰니스 관광 산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국내외에 박람회를 개최하고 참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최락기)이 ‘공예주간’에 2년 연속 선정됐다고 9일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공예주간은 손으로 빚어내는 예술, 생활 속에서 피어나는 공예문화를 주제로 매년 전국 단위로 열리는 공예문화 축제이다. 공예 전시, 체험과 마켓, 교육‧포럼 등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공예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조명한다. 올해는 5월 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 간 전국 각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전주는 올해 ‘전주공예마을여정 : 유람기’를 주제로 전주만의 색을 입힌 6개의 핵심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주요 프로그램은 △공예마을 공방유람 △공예유람 마켓 △지역 작가와 함께하는 공예체험 △공예유람 이벤트 △공예 유람 스팟 △공예작가 발굴 등이다. 공예를 직접 체험하고 감상하며, 지역 공예 생태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전주 한옥마을과 연계한 공방 탐방 프로그램과 공예 굿즈 마켓, 시민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은 공예를 관람의 대상에서 나아가 일상 속에서 향유하고 소비할 수 있는 문화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단은 이번 공예주간을 통해 지역 공예작가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전주의 공예문화가 국내외에서 주목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과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락기 대표이사는 “전주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이자, 생활 속 공예문화가 뿌리내린 곳”이라며 “이번 공예주간을 통해 전주 고유의 공예적 감수성을 널리 알리고,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일상 속에서 공예의 매력을 체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북의 문학 향유 기반이 한층 두터워진다. 7일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2025년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에 도내 5개 기관이 최종 선정됐다. 이번 선정에는 전국 78개 문학시설이 선정된 가운데 전북에서는 남원 고전소설문학관, 무주 김환태문학관, 고창 미당시문학관 등 문학관 3곳과 전주 호남문고, 군산 한길문고 나운점 등 서점 2곳이 포함됐다. 이 사업은 작가가 일정 기간 문학공간에 상주해 주민 대상 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지역 문화 활성화와 문학 향유 확산을 동시에 도모한다. 전북은 무주, 전주, 군산이 2년 연속 선정됐으며, 남원과 고창은 올해 첫 진입했다. 도는 창작 기반 제공과 도민 문화접점 확대라는 두 축을 통해, 지역문학 생태계를 더욱 견고히 다져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정석 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은 작가에게는 일자리와 창작 기반을, 도민에게는 풍성한 문화 경험을, 기관에게는 문학 기획력 강화를 제공하는 1석 3조의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문학이 지역 속에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최근 1030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텍스트힙’열풍이 전북지역 문화관광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기대된다. 전북에서 열린 각종 북페어와 문구페어 행사가 해마다 성장하고 있는데다, 텍스트힙 열풍까지 힘을 싣고 있어서다. ‘텍스트힙’은 글을 뜻하는 텍스트와 멋지다는 뜻의 힙을 조합한 단어이다.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신조어로 부상했다. 처음에는 책을 읽는 행위를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현재는 다방면으로 확장된 독서 문화를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도내 독서 문화 프로그램의 대표격인 전주 도서관 여행과 북페어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7일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 참여자수는 2022년 시작 이후 늘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 정기적으로 운영 중인 이 프로그램은 2022년 1555명, 2023년 1799명, 2024년 1712명이 참여했다. 또한 전주와 군산에서 열린 2024 북페어에도 이틀 동안 각각 7000명과 6000명의 방문객이 몰리면서 문화콘텐츠로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군산에서 전주책쾌를 방문했던 김경선(30) 씨는 북페어 방문 이후 전주의 책·도서관 문화에 매료돼 타 지역 친구들에게 ‘도서관 여행’ 참여를 권유했다. 김 씨는 “도서관 여행이라는 컨셉도 흥미롭지만, 여행 코스가 다양해서 더욱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전주의 특색 있는 도서관이 입소문 나면서 한옥마을만 찾던 관광객들이 도서관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실제 지역에서 유명한 덕진공원 연화정도서관에는 △2022년 10만4320명 △2023년 25만6124명 △2024년 15만1179명이 다녀갔다. 학산숲속시집도서관 방문자도 △2022년 1만3777명 △2023년 1만8107명 △2024년 1만9388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입소문이 난 다가여행자도서관은 △2022년 1만4592명 △2023년 1만7267명 △2024년 2만522명으로 계속해서 방문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연화정도서관은 덕진공원 준설공사로 지난해부터 방문객수가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숏폼에 길들여진 1030세대들이 책장을 넘기고, 글자를 곱씹는 행위 자체에 흥미를 느끼면서 텍스트힙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AI(인공지능)와 디지털로의 전환이 급속화하면서 책장을 넘기는 행위가 줄어든 사회적 요인이 크다고 했다. 이호준 전주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영상을 기반으로 정보만 얻으면 되는 디지털 문화에서 종이에 직접 쓰고 글을 곱씹어보는 행위가 주는 경험에 반응하는 것”이라며 “독서문화가 여러 형태로 확장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도내에서 활동하는 한 문화기획자는 북 페어와 같은 팝업문화가 지역 관광산업을 더욱 활성화 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히 책을 사서 읽고 베껴 쓰는 일을 넘어서 하루 이틀 동안만 즐길 수 있는 팝업문화가 지역 관광생태계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전주와 군산까지 찾아와서 북 페어를 즐긴다는 것은 지역 관광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며 “입소문 난 행사를 적극 지원하고 다듬어서 관광산업을 키워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장경문화학교에서 ‘완판본 맥(脈)을 이어가다-전통 판각 교실’ 수강생을 모집한다고 7일 밝혔다. 전주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출판 중심지였던 ‘완판본’의 고장이다. 한지를 이용한 목판 인쇄술과 한글 소설의 대중화를 이끈 책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대장경문화학교 완판본문화관은 전주의 출판문화 전통을 계승하고자 ‘전통 판각 교실’을 5월 2일 개강한다. 프로그램은 오는 11월 말까지 약 5개월간 완판본문화관과 전주목판서화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통 판각 교실은 ‘완판본’의 제작 기법을 직접 배우고 체험할 수 있도록 초급반(기초판각), 중급반(책판 판각), 고급반(고서적 출판)으로 구성되어 단계별로 운영한다. 이를 통해 전주의 고유한 출판문화와 판각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각 과정의 결과물은 오는 12월 결과발표회를 겸한 전시회를 통해 시민들과 공유될 예정이다. 초급반 수강료는 무료(재료비 별도)이며, 수강 신청은 전화(063-231-2212)로 하면 된다. 안준영 완판본문화관 관장은 “전주는 조선시대 출판문화의 중심이자 책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도시”라며 “완판본 판각 기능의 계승은 단순한 기술 전승을 넘어 전주의 정체성과 정신을 이어가는 중요한 작업으로 전주 출판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내려진 후 전북 예술계와 여성‧인권단체에서도 잇따라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전북작가회의 등이 소속된 한국작가회의는 파면 선고 당일인 4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마침내 그토록 기다리던 헌법재판소의 일성을 듣게 됐다”고 환호하며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거나 훼손하는 모든 전체주의 파시스트 세력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재영 전주대사습놀이 이사장은 “길고 긴 겨울이 끝나고, 이제야 대한민국에 진짜 봄이 찾아온 것 같다”며 “윤 정부 시절, 문화예술 예산의 지속적인 삭감으로 많은 불안감을 느꼈지만, 새롭게 맞이할 정권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예술계에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울 시위 현장에서 대형 깃발과 퍼포먼스로 주목받아 온 기접놀이꾼 여현수 씨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파면은 당연히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깃발에 쓰인 문구처럼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이다. 이번 탄핵을 계기로, 배고픈 예술가들이 더 안전하게 창작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군산에서 활동 중인 이진우 영화감독은 “단순히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끝난 것이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가 제 역할을 한 날”이라고 했다. 이어 “예술은 ‘손전등’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어두운 골목에 먼저 불을 밝혀주는 존재로서 더 멀리 더 깊게 비추며 굳건한 우리의 민주주의를 더욱 밝게 비춰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여성‧노동‧인권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전북평화와인권연대도 입장문을 내고 “무도한 폭력을 동원해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 했던 내란수괴가 4개월 동안 대통령직에 있었던 것이 오히려 납득할 수 없는 지연된 정의”라며 “민주공화국 시민들의 승리”라고 밝혔다. 이어 “12‧3 내란의 밤을 넘어 새로운 민주공화국으로 가야 한다. 광장과 거리에서 민주공화국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킨 노동자, 농민, 소상공인, 장애인, 어린이, 청소년, 청년, 이주민, 여성, 성소수자가 착취와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우며 평등한 사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계절은 두부모처럼 뚜렷하지 않지요. 어제 날린 눈발에도 오늘은 정녕 봄입니다. “정원의 매화가 가장 먼저 피어났으니 뒤따라 앵두, 살구, 복사꽃이 차례로 피어”나겠지요. 그래요, 당나라 시인 백낙천(白樂天)이 춘풍(春風)에서 읊었듯이요. 토요일 오후 선운사에 다녀왔습니다. 유별났던 지난겨울 탓일까요? 마음 시려 동백꽃이나 보러 갔었습니다. 대웅전을 돌아드는 어둑한 눈에 붉은 점 몇 맺혔을 뿐이었지요. 아직 불씨 같던 그 꽃망울을 후- 후-, 며칠 봄바람이 불어대면 확 살아날까요? 행여 마음 환해질까요? 동박새도 자주 들여다보았겠지요. 올해도 때를 못 맞췄습니다. 동백꽃이 늦은 게 아니라 내 마음이 급한 걸 겁니다. 하긴 한평생 걸음 맞아떨어진 적 몇 번이나 될까요? 어디 활짝 피어야만 꽃일까요? 붉은 마음 이미 꽃이겠지요. 그러니 내 헛걸음도 아주 허탕은 아니겠지요. 동백은 세 번 핀답니다. 나무에 붉고, 땅 위에 붉고, 마음에 붉답니다. 꽃은 못 보고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미당(未堂)의 시비(詩碑) 빈자리만 보았습니다. 시시비비 가릴 것 없이, 시조차 미워할 수는 없었지요. 아직 꽃 안 켠 선운사가 오랜 기억인 듯 어둑했습니다.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전북 지역 종교계와 예술계, 여성계가 ‘나라 정상화’를 염원하며 대통령 파면 촉구 의지를 밝혔다. 전북여성단체연합과 전북여성노동자회 등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윤석열 퇴진 전북운동본부는 윤 대통령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72시간 비상행동’을 선포하고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김익자 전북여성노동자회 대표는 3일 집회에 참석해 “구조적 성차별 세계 1위라는 오명 속에서도 여가부를 폐지하고, 차별이 아니라는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윤석열 탄핵을 인용하고 파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내 예술계도 나라 정상화를 염원하며 헌재가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개입하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유강희 전북작가회의 회장은 “윤석열 파면 선고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대한민국의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의의 실현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에서 당연히 윤석열을 파면선고 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조민철 전북연극협회 지회장은 ‘파면’ 선고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역설했다. 비정상적인 나라가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탄핵소추안 인용만이 답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문화예술계가 윤석열 정권 때 유난히 혹독한 재정난에 시달렸던 만큼, 일련의 상황이 끝나면 예술계 진흥을 위해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나라 재정 상황이 위태로울 때마다 예산 삭감 대상 1순위는 문화예술 분야였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예산 삭감 폭이 컸고, 힘들고 엄혹한 시기를 뼈져리게 느꼈다”며 “정상적인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종교계도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동참했다. 대한불교조계종 금산사 기획국장 응묵 스님은 “우리 헌법은 민주주의 결실이자 법치 질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이러한 법질서가 망가진다면 더 이상 우리 세대에 공정과 상식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헌법정신에 따른 정의로운 결정으로 고통스런 시간을 역사의 진보와 변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재차 강조했다.
여성계 '젠더축제'로 하나 된다
전발연 여성정책연 '전북여성 100년사' 발간 북 콘서트
제3회 전북특별자치도 예술·관광상 공모
140년 만에 되살아난 ‘전라감영 접빈례’, 옛 외교의 품격을 잇다
[한자교실] 허심탄회(虛心坦懷)
예원대 국내 최초 코미디연기학과, 18일 첫 학위수여식
조승우-강혜정, 열애설뒤 공식석상 첫만남
[템포] 탈취 가전 전성시대
보고, 느끼고, 그리는 이재원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
[생활영어] I have butterflies in my stom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