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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화백의 미술 이야기] 유승옥 작가 전시

오늘은 유승옥 전시를 보러 길을 나서려 아침 일찍 장애인 택시를 예약하고 전주의 청목미술 관에 도착하였더니 1층에서는 재불 작가 손석의 전시 준비가 한창이었다. 글로벌한 작가답게 흥미로운 것이 많아 글로 만들어져도 좋을 그림들이었으나 관심 있게만 둘러보고, 내 원래의 취지가 이 지역의 작가만 다루자는 것에 충실하기 위하여 유승옥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거의 추상회화이다. 사진을 찍으며 진지하게 한 바퀴를 돌았으나 아직 감이 안 잡힌다. 이 작가에 대해서는 사전 정보가 전무하니 더욱 작가의 의중을 짐작하기 어려워 또 한 번 둘러본다. 우선 원의 형태가 눈에 많이 띈다. 그러다가 2018년 10월에 있었던 전시의 팸플릿을 보고 그 원들이 달항아리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다른 의미도 있겠으나 모름지기 내 편의를 위해서 그렇게 짐작을 하고 추리를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달항아리를 소재로 삼으면 그 주제를 위해서 질감을 묘사하는 흔적이 있어야 하고 명암과 음영률을 따지는 일루젼의 효과에 신경을 몰두하는 것이 달항아리 작가들의 일반적 시각인데 그런 객관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것을 차용하여 자기의 주관만을 표출하고자 했음이 여실히 눈에 띈다. 말하자면 달항아리가 주체가 아니라 달항아리는 단지 작가의 주관을 표현하기 위하여 차용되어진 것이라고 보였다. 그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들은 달항아리의 실체보다 차원이 높고 깊은 불성이었고, 만다라였으며, 거기에 연유한 인간애였다. 자기의 변을 강하게 어필하려다 보니 어쩌다 하모니즘 경향의 작품도 더러 보인다. 이런 마음은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들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해야 할 말은 많은데 한정된 공간에서의 욕심이었다. 여기에 지역의 선배로서 한 마디만 조언하겠다. 장욱진 선생이 하늘나라로 가셨을 때 이름 잊은 서울공대 교수가 무슨 신문인가에 산업만 찾고 고위 공직자나 정치가, 연예인들에게만 쏟아지는 이 나라의 분위기를 질타하는 긴 글을 본 적이 있다. 위대한 화가의 별세 소식에 인색한 미디어에 대하여 이 나라의 고급문화는 죽었다고, 그것도 공대 교수가 쓴 분통 터지는 글을 본 적이 있는 만큼 위대한 철학자이고 예술가인 장욱진 선생. 내 젊은 날, 선생이 일찍이 발표한 "강가의 아뜨리 에"라는 책을 읽으며 "이 글은 잉크를 찍어 쓴 게 아니고 넘쳐서 나오는 잉크로 썼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할 만큼 너무나 자연스럽게, 쉽게, 그러면서도 있는 감동을 모두 느끼게 쓰여졌던 책, 위대한 사상가였던 선생은 내가 아직도 말뿐이지 가끔 놓치고 있는 한 마디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그림에 있어서도 보태기보다 빼는 것이 더 힘들다"는 말씀, 같이 기억하자.

  • 문화일반
  • 기고
  • 2023.01.09 18:15

김완순 교동미술관장, 지역 문화공헌 기여...국무총리 표창 수상

김완순 교동미술관장이 지역 문화공헌 및 박물관·미술관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한다. 2023년 박물관·미술관인 신년 교례회가 9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이 후원하는 신년 교례회에서는 매년 국내 박물관·미술관 활성화와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를 대상으로 정부 포상을 수여하고 있다. 올해 대통령 표창은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국무총리 표창은 김완순 교동미술관장, 신동조 부산광역시립박물관 지방학예연구사가 받는다. 김완순 교동미술관장은 올해 사립미술관 중 유일하게 국무총리 포상자로 선정됐다. 김 관장은 전주 한옥마을에 방치된 공장 터를 도지재생의 일환으로 미술관을 개관했다. 15년간 약 100여 회의 기획 전시를 무료로 개방하고 도민과 관광객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문화공헌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평이다. 또 여러 사업 추진을 통해 문화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융복합 문화예술 강의의 토대를 마련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매년 '교동미술상' 선정으로 문화예술 인력 창출 및 지역 예술계의 성장과 문화 발전에 기여하며 사회적 공헌자로서 역할을 수행한 관장으로 평가받았다. 김 관장은 "지역 문화예술계가 더 든든히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3.01.08 16:31

한국의 옛이야기 속 귀신·도깨비, 캐릭터로 다시 태어나다

장난을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한국 요정들이 나타났다. 바로 올랑즈. 올랑즈는 깜짝 놀라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모양새를 나타내는 순우리말 '올랑올랑'에서 따온 말로, 한국 옛이야기 속 귀신과 도깨비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들이다. 한국문화콘텐츠 스타트업 올디가 옛이야기 속 귀신, 도깨비를 캐릭터화했다. 한국의 옛이야기를 현대인들이 공감할만한 콘텐츠로 재해석하기 위해 캐릭터 하나하나에 옛이야기를 붙이고 의미를 부여했다. 옛이야기로는 사람이 사는 집에 몰래 내려와 신발을 훔쳐가는 귀신 야광귀, 어둠에 대한 공포를 의미하는 귀신 어둑서니, 둘이 같이 있어야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쌍둥이 도깨비 이야기 등을 활용했다. 올랑즈는 전체적으로 짓궃은 장난꾸러기 같은 이미지를 하고 있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귀여운 요정의 형태를 하고 있다. 귀신이라고 하면 으스스하고 무서운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올랑즈를 통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기획했다. 올디는 한국의 옛이야기를 보다 재미있고 실감 나게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올랑즈를 통해 사람들이 모르는 이야기,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이야기 등을 세상 밖으로 꺼내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최지승 올디 문화기획자는 "앞으로 올랑즈를 온라인 스토어, 교육·애니메이션 콘텐츠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옛이야기 속 귀신과 도깨비 이야기, 한마디로 한국의 이야기를 홍보화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 역할을 올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디는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서 올랑즈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고 있다. 올랑즈와 관련된 굿즈(물품)인 달력, 텀블러, 스티커, 메모지 등을 판매 중이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3.01.05 17:17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국립국악원 분원의 역할

새해가 밝았다. 계묘년 첫 주 전통예술계의 뜻깊은 소식을 전하니 그것은 지난 28일 강릉시가 추진한 '국립국악원 강원분원 건립 연구용역비' 예산 2억 원이 국회 본회의에 통과되어 올해 정부 예산이 되었다는 보도이다. 국립국악원은 1951년 부산 용두산에서 개원하여 현재 서울을 포함 전라북도에 두 곳, 전라남도 한 곳, 부산광역시 한 곳 등 네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소속된 분원들은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담은 콘텐츠로 전승과 보급, 연구, 발굴에 매진하고 있으며, 지역의 다양한 거점을 확보하여 지역문화 균형발전을 이루고자 노력해 왔다. 하지만 온전한 지역 전통문화의 균등한 거점을 두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강릉시는 이러한 지역문화 발전의 초석 마련을 위해 국립국악원 강릉분원 유치 목적을 두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립국악원 강릉분원의 설립은 수도권과 더불어 지역 균등의 국가발전 주춧돌이 될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지역경제 회복,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균형발전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자생력을 만들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전통문화의 중심을 음악에 두고 예악 사상과 연결하여 인격 수양의 방편으로 삼았으며 민족의 심성과 정서를 그대로 투영하여 존재가치를 잇는 중요한 정책의 주체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중심에는 국가예술기관인 국립국악원이 있으며, 전통예술의 연구, 보급, 진흥 그리고 공연이라는 큰 역할과 기능을 두고 문화 국가발전 전략으로 매진하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그러한 국가발전 전략을 기반으로 분원을 설치하여 지역의 전통예술 진흥에 힘쓰고 있으며, 설립된 각 분원은 지역의 특화된 전통예술 기반을 바탕으로 많은 공연과 연구가 진행 중이다. 1992년 전라북도 남원을 근거로 처음으로 국립민속국악원이 개원되었으며 이후 2004년 전라남도 진도에 국립남도국악원, 2008년 부산광역시에 국립부산국악원이 개원되었다. 강릉시에서는 미래세대를 겨냥한 ‘미래 교육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미래형 국악원을 목표로 의지를 다지고 있다. 통일 한국 및 전 세계 한민족의 문화동행을 위한 ‘한민족예술종합자료관’ 운영, 국악의 현대화, 세계화를 위한 ‘국악 3.0시대의 플랫폼’ 운영 등 타 분원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건립할 예정이다. 특히 분원 건립은 강릉단오제, 강릉농악 등 지역 국악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며 2026 ITS 세계총회 등 강릉시에서 유치하는 각종 국제행사에서 국악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등 지역 전통문화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현대의 전통공연예술은 각각의 특색을 지닌 지역성과 정체성이 존재하는 전통 콘텐츠에 의해 재창조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 강원도 강릉시는 다양한 국가 문화예술 운영기관의 거점 지역으로, 또한 전통공연예술의 허브로 그 전통과 맥을 이어 나가고자 하는 시작점에 서 있다. 지역의 특수성은 한국 전통공연예술의 세계화에 있어서 중요한 요건이 되며, 고유한 우리 문화유산의 예술적 가치와 더불어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중요한 핵심이 될 것이다. #국립국악원 #강릉시 #강릉분원 #국가 품격

  • 문화일반
  • 기고
  • 2023.01.05 17:03

파도가 넘실거리는 서학동사진미술관 골목...벽화로 활기 찾아

골목은 주민들의 발걸음으로 다져지고 같은 숨결로 이어진다. 골목이 골목답게 살아 있어야 아름다운 도시가 되고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이 되는 법이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삭막해진 서학동 예술마을의 서학동사진미술관 골목이 개성 있는 골목으로 다시 태어났다. 도내 미술인 김지연·박민수·이일순·이적요·최은혜·한숙 등 6명과 골목 주민들이 서학동사진미술관 골목의 썰렁한 벽을 스케치북 삼아 벽화 작업에 나섰다. 그동안 미술관 골목은 화분 텃밭, 벽걸이 식물 등으로 정겨운 분위기였다. 지난 2021년부터 도시재생사업으로 골목이 획일화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일각에서는 "예전 골목이 따뜻하고 정겨워서 좋았다"는 의견과 "오히려 아무것도 없으니 골목이 깔끔해졌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밖에 서학동 예술마을 특성상 수많은 문화예술인과 관광객이 드나들기 때문에 옛 골목길 정취를 다시 느낄 수 있고 다시 찾고 싶은 골목, 마을로 만들자는 목소리도 다수였다. 이에 김지연 미술관장을 필두로 도내 미술인과 골목 주민들이 똘똘 뭉쳐 일명 '서학동사진미술관 골목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내용은 벽화 꾸미기. 김 미술관장은 골목이 삭막하고 답답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바다를 그려 넣고, 바다만 있으면 쓸쓸하고 춥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는 생각에 자연을 더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우여곡절 끝에 골목 입구는 타일로 나무와 꽃, 풀잎 등 자연을 표현하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시원한 바다 풍경의 회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꾸몄다. 골목 살리기에 주안점을 두고 추진한 골목 프로젝트는 평소 만나지 못했던 이웃들과 만나 벽화를 통해 소통하게 만들고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다. 다른 골목 주민들도 미술관 골목을 보며 서로 골목도 해 주면 안 되느냐는 의견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목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일순 작가는 "서학동예술마을현장지원센터의 도움이 있어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주민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벽화로 인해 마을 주민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친해지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관광객들이 벽화 때문에 골목 안까지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3.01.03 17:40

전주문화재단, 전국 단위 굵직한 표창 수상 '쾌거'

전주문화재단이 전국지역문화재단 대상 연말 유공자 표창에서 김진·선지영 차장이 각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과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장상을 각각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표창은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에서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공로가 있는 전국 기초 문화재단을 대상으로 하는 시상이다. 전국지역문화재단 사업 중 가장 성과가 뛰어난 사업과 공적이 탁월한 직원을 선정해 표창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창작기획팀 김진 차장은 지역 예술가의 실험적 작품 개발 지원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역 특화사업 발굴, 예술가의 새로운 매체에 대한 영감을 전하는 전시를 기획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예술가들이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을 넘어 해외까지 확장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고 판로를 개척한 공이 크다.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장상을 수상한 경영지원팀 선지영 차장은 지역 내 대학 및 산학협력단, 환경단체, 시민단체 등과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며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등 지속 가능한 ESG 경영을 실현하는 데 적극 기여했다. 조직의 안정성과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직원 역량강화 교육을 추진하고 업무 과정 개선 등 운영상 미비점을 선제적으로 보완해 왔다는 평이다. 백옥선 대표이사는 "직원들이 그동안 지역문화진흥 및 발전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더 나아가 국가 문화 발전에 기여한 결과를 일정 부분 인정받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3.01.03 17:39

서예로 다지는 새해 새 각오 - 청소를 잘 하자

“청소를 잘 하자. 주변이 잡다하면 고를 게 많아져서 인생을 낭비한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송웅정씨의 말을 재구성하여 써본 나의 새해 각오이다. 청소(淸掃)의 뜻은 ‘(빗자루로)깨끗하게 쓴다.’이다. 그런데, 누구라도 쓸고 닦기 전에 먼저 잡다한 물건들을 정리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일상으로 사용하는 청소라는 말에는 ‘정리’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주변에 물건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고 잡다하게 널브러져 있으면 필요한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또 적당한 것을 고르느라 헛된 시간을 보낸다. ‘불과 몇 분밖에 안 되는 시간’이라며 간과하다보면 평생 동안 그렇게 낭비하는 시간이 일생의 1/10, 2/10 혹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정리를 포함한 의미의 청소를 잘해야 하는 이유이다. 주변의 환경을 정리하는 청소도 잘 해야겠지만 그런 청소보다 더 중요한 청소는 마음의 청소이다. 마음 청소를 못하여 오래된 원망과 미움을 가슴에 안고 산다든가, 쓸데없는 물욕, 권력욕, 과시욕에 사로잡혀 늘 허덕이며 산다면 삶을 그만큼 낭비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청소하지 못하여 이것저것 손 안대는 것이 없이 서둘다 보면 결국 이루는 일은 하나도 없고 그저 ‘공자망(空自忙:헛되이 스스로 바쁨)’의 안타까운 삶을 살게 된다. 고를 옷이 많아서 매일 아침 옷을 골라 입는 데에 필요 이상의 시간을 쓴다면 그 또한 인생의 낭비이다. 마음 청소를 잘하여 마음으로부터 쓸데없는 것들을 내 보내면 삶이 그만큼 가볍고, 가벼운 만큼 알찬 내실로 내 안을 다질 수 있다. 주변 청소, 마음 청소가 나를 알차게 하는 지름길이다. 유가(儒家)들이 사용한 어린이 교육 교재였던 「소학(小學)」 의 첫머리에서도 어린이가 먼저 몸에 익혀야 할 일로 “쇄소(灑掃)”를 들고 있다. “먼지가 일지 않도록 물을 뿌리고 비로 쓴다.”는 뜻이다. 어릴 적부터 주변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부터 몸에 배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물건에 치이거나 잡다한 생각에 얽혀 들어서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가르친 것이다. 필자가 40여 년 동안 교육현장에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청소를 잘 하는 학생이 대부분 공부도 잘한다. 주변을 정리하는 능력이 학습내용을 정리하는 능력으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공부를 잘 하게 되는 것이다. 청소는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어린이 교육의 항목이다. 어린이에게 공부할 시간을 많이 주기 위함이라는 이유로 부모나 교사, 혹은 미화원이 청소를 대신해 주는 것은 오히려 어린이를 공부는 물론 제 앞가림도 못하게 하는 어리석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젊은이든 노인이든 새로 한 해를 맞을 때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유한성을 실감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한한 삶을 보다 더 알차고 뜻깊게 사는 길은 주변청소와 마음청소를 잘 하는 데에 있다. 새해 아침에 붓을 들어 한번 써 보도록 하자. “청소를 잘 하자. 주변이 잡다하면 고를 게 많아져서 인생을 낭비한다.”라고.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서예가·서예평론가

  • 문화일반
  • 기고
  • 2023.01.03 17:38

[이승우 화백의 미술 이야기] 이수아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그 계절이 다시 오면 수령 600살쯤 된다는 노란 은행잎들이 소복하게 마당에 쌓여 있을 전주 향교에 가는 길 초입 향교길 68번지. 이곳에는 그 번지를 그대로 살려서 더 멋져진 '향교길68'이라는 갤러리가 있다. 그곳에서는 풋풋한 젊은 작가 둘이서 각각 개인전을 하고 있었다. 먼저 들어서서 오른쪽의 공간에서는 전북대학교에서 석사 학위 과정에 있는 이수아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이, 왼쪽의 공간에서는 젊은 조각가 김승주의 개인전이 열렸다. 먼저 이수아의 '( ) 새'전을 보면 대학을 중국에서 보낸 이수아가 겪은 외국 생활의 치열한 외로움에서 유발됐을 생각이 젊은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심각하고도 절실하게 가감 없이 표현돼 있었다. 여기서 '새'는 날아다니는 새가 아니라 사이의 준말이니 '틈'을 뜻하는 의미다. 괄호와 괄호 사이의 절박한 틈을 표현하는 것이다. 일(생활, 작업, 외로움 등)과 일 사이의 완충된 공간과 시간의 틈, 사이에서 느꼈을 여유로움이라거나 반전을 꿈꾸는, 또는 회복하려는 귀중한 공간이나 시간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으리라. 멍 때리는 시간이라도 좋고, 그 시공간의 절실함이라도 좋다. 제작 방법을 유추해 보면 재료의 선택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종이에서는 각이 잘 잡히기 때문에 틈을 만들려는 본인의 의지에 걸맞지 않다. 전공으로 많이 접해 왔던 한지의 물성을 깨닫고 한지를 바탕으로 먹물의 농도로 그러데이션을 준다거나 비슷한 유사색상으로 통일감을 줘 염색하고 접어 틈새를 만들었다. 그래서 틈새라는 단어, 즉 표현하고자 원했던 것을 사실적으로 이뤄냈다. 실제 나이보다 훨씬 노련하고 철학적인 명제를 훌륭하게 해낸 것으로 보인다. 그림이라는 것이 남보다 뛰어난 기능도 있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리움의 준말이기도 하기 때문에 철학적인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미술의 변화는 기능의 발달이 아니라 철학의 시대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3.01.02 18:04

[도전하니 청춘이다] 시니어들의 뜨거운 도전...도전하니 청춘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부터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오는 2025년 상반기 만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이는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이하 시니어)인 셈이라는 뜻이다. 최근 의료비 증가, 기대수명 증가 등 여러 사유로 일하고 싶은 시니어가 늘어나고 있다. 도내 곳곳에서도 시니어를 쉽게 볼 수 있다. 시니어도 청년 세대와 마찬가지로 궁금한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는 것이다. 없는 살림에 자식 키우느라 소 팔고 땅 팔았던 시절을 살아온 지금의 시니어들. 늦게서야 그동안 해 보고 싶었던 일, 해야만 했던 일 등에 주저 없이 도전하는 모습이다. 전북도립미술관,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의미 있는 인생 2막을 꿈꾸는 시니어들을 만났다. 모악산 자락에 있는 전북도립미술관. 매일같이 꼬불꼬불 비탈진 길을 오르는 시니어들이 있다. 기본 왕복 두세 시간.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치는 시간이지만 관람객과 마주하는 시간을 기대하며 버스에 오르는 시니어들. 그들은 미술관 전시장 곳곳에서 밝은 미소와 상냥한 목소리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거대한 미술 작품 앞에 서서 전시 안내와 작품 설명까지 마다하지 않는 미술관의 꽃이라 불리는 시니어 도슨트 장춘실 씨, 자원봉사자 권길자 씨와 이야기를 나눠 봤다. 할머니 도슨트가 되고 싶은 장춘실 씨 "춘실아, 너 자신을 잘 보살피렴." 지력과 체력을 잘 관리해야 미술관을 빛낼 수 있기 때문에 나 자신을 잘 보살펴야 한다고 말하는 장춘실(73) 씨. 전직 국어 교사이자 오래된 작품 컬렉터다. 장 씨는 33년을 교사로 살았지만 늦게나마 10대부터 관심 있었던 미술과 사랑에 빠졌다. 그는 "3관이 나를 살렸다. 나를 먹여 살린 8할은 3관이다. 도서관, 영화관, 미술관. 나이 먹고 나서야 그토록 좋아하던 미술관에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새로운 전시 들어오는 날, 작품 설치하는 날, 관람객 만나는 날. 미술관에 있으면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의 미소를 보면서 힘을 얻는다는 장 씨는 미술관에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바로 할머니 도슨트. 그는 "33년을 국어 교사로 살면서 다짐한 게 있다. 조직 속에 들어가서 위아래 따지는 거 안 하기. 돈 욕심 내지 않기. 그냥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할머니 도슨트로 오래오래 미술관에 있으면서 관람객들에게 기분 좋고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미술관서 살아 있음을 느끼는 권길자 씨 "호적아, 너는 계속 나이 먹으면서 가라. 나는 안 가련다." 팔순을 앞두고 있는 나이에도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이 너무 많은 자원봉사자 권길자(77) 씨. 과거에는 자식뿐만 아니라 조카까지 거둬야 했었다. 권 씨는 자식 4명, 조카 5명 총 9명을 키워야 했다.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육아에만 전념했었다. 65세가 돼서야 진정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았고 10여 년 동안 일하고 있다. 그는 "이 나이 먹고도 출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다니면서 점점 내가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를 새로 아는 게 즐겁고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는 것도 신기하고 마냥 재미있다"며 "특히 관람객을 마주하다 보니 머리, 옷도 다 신경 쓰는 편이다. 자연스럽게 나를 가꾸게 되고, 아끼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며 지금이 행복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권 씨에게 과거의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나를 먼저 챙기고 자식을 챙겼으면 좋겠다. 나를 먼저 아끼고 보살피고, 나이 많다고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사람과 마주하고 하고 싶은 일 하는 시니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발걸음을 옮겨 국립전주박물관 로비에 들어서니 연신 "어서 오세요", "맛있게 드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등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인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박물관 1층에 들어선 '바로곁애 카페'. 이곳은 지역 시니어 사회 참여를 위해 전주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카페다. 말끔한 유니폼 차림으로 커피 머신 앞에 선 시니어들. 커피를 건네주는 시니어들의 마스크 속 환한 미소가 손님들의 기분까지 덩달아 좋아지게 만든다. 이곳에서 시니어 바리스타 박종미·이다민 씨와 마주했다. 오히려 일하고 마음이 여유로워진 박종미 씨 "종미야, 너 대단하다. 잘했고 잘하고 있어." 1년 동안 바리스타로 일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박종미(63) 씨. 카페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커피나 차 종류에 관심을 가지고 따로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게 박 씨의 설명이다. 어떻게 하면 손님들에게 더 예쁜 커피, 더 맛있는 차를 건넬 수 있는지 고민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하는 것도 기쁘지만, 카페에 나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손님들에게 환한 미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것도 카페에 있으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안정된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며 "집에 있을 때는 한없이 우울해졌었는데 밖으로 나와 활동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했다. 살면서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다는 '바리스타'. 바리스타로 지내면서 오히려 젊었을 적보다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는 박 씨다. 그는 "시니어가 되면 무언가를 새롭게 한다는 것은 무서운 것 같다.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있으면서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처럼 다른 시니어도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해 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나'를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 이다민 씨 "하고 싶었던 것, 해 보고 싶은 것 다 해 보면서 나 자신한테 몰두하고 있어요." 밝은 미소 뒤에 감춰진 아픔이 컸던 이다민(62) 씨. 2019년에 암 선고를 받고 2년 가까이 쉬면서 우울증까지 심해졌다. 그런 그를 환한 세상으로 이끈 것은 바로 바리스타. 이 씨는 카페에서 손님들을 만나고 동료들과 함께 하면서 건강이 좋아졌다. 그는 "평생 한 번 밖에 못 보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잠깐이나마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 나누고 인사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 항상 기분 좋게 손님, 동료를 마주하다 보니 혼자 있으면서 화가 나고 불안했던 마음이 많이 진정됐다.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살기 위해 '돈'만 보고 달렸던 세월이 원망스럽기도 하단다. 지금처럼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에 대한 후회이기도 하다. 이 씨는 "바리스타를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고 많이 움직이다 보니 매일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끼고 즐겁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더 좋은 일자리들이 많아져서 더 많은 시니어들이 행복한 세상을 경험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3.01.01 17:34

[새해특집 - 동물민속학자에게 듣는 토끼 이야기] 문화 영웅적 속임수의 명수, 꾀보 토끼

2023년 계묘년의 수호동물, 토끼 2023년 계묘년의 주인공은 토끼다. 토끼는 십이지 띠동물 가운데 넷째로 을묘(乙卯) 정묘(丁卯) ․ 기묘(己卯) ․ 신묘(辛卯) ․ 계묘(癸卯)의 순으로 육십갑자가 순환한다. 십이지의 토끼[卯]는 방향으로는 정동(正東), 시간적으로는 오전 5시에서 7시, 즉 해가 떠오르는 시간과 방위를 지키는 시간신과 방위신이다 토끼는 장수의 상징(an emblem of longevity)이며, 달의 정령(the vital essence of the Moon)이다. 조그맣고 귀여운 생김새, 놀란 듯이 쫑긋 세운 양쪽 귀를 가져 연약하고 선한 동물로 보이지만, 토끼는 영특하고 슬기로운 꾀보, 꾀쟁이다. 옛사람들은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장생의 약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의 모습을 그리며, 토끼처럼 천년만년 평화롭게 풍요로운 세계에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살고 싶은 이상세계(理想世界)를 꿈꾸어 왔다. 달의 정령이자 장수의 상징, 토끼 토끼는 달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토끼는 달 속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장생의 약방아를 찧고 있다. 계수나무는 아무리 잘라도 잘라도 다시 살아나는 불사목(不死木)이다.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는 토끼는 불로장생의 영약을 만드는 존재이자 불로장생 그 자체의 상징이다. <토끼전>에 나오는 토끼의 간을 불로장생의 영약으로 여겨져 별주부가 목숨을 걸고 찾아 다녔다. 토끼는 장생의 선약을 찧어 만드는 존재일 뿐 아니라 스스로도 천년을 사는 영물로 알려져 있다. 토끼는 달의 정령이자 장수의 상징이다. 불교 설화에서 토끼는 부처의 전생인 제석환인을 위하여 스스로를 소신공양한 자기희생의 상징으로 묘사되고 있다. 옛날 누가 진실로 보살도를 닦고 있는지 시험하고자 제석환인이 노인으로 변신하여 여우, 원숭이, 토끼에게 먹을 것을 청했다. 여우는 생선을, 원숭이는 과일을 가져왔으나, 빈손으로 돌아온 토끼는 불 속에 제 몸을 던져 제석환인을 공양하였다. 불교에서 최고의 공양으로 여겨지는 소신공양을 통해 달에 그려진 토끼는 후세의 본이 될 자기 희생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불교에서 토끼는 불사(不死)와 공(空), 토보살의 상서로운 존재이다. 토끼는 소신공양한 자기희생의 상징이다. 옛 건축에는 기둥과 서까래 사이에 거북이를 타고 있는 토끼를 조각했는데, 이는 그 건물이 불이 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초가나 목조로 이루어진 건물은 불에 굉장히 취약하다. 용궁으로 가는 토끼와 거북이 조각과 그림은 불교적이면서 교훈적인 내용과 함께 용궁, 바다, 물의 의미로 불을 제압하려는 의도이다. 한 쌍으로 그려진 토끼그림은 다정하고 화목한 부부관계를 의미한다. 달 표면에서 육안으로 살펴볼 수 있는 ‘달 토끼’ 모양은 39억 년 전 거대 운석과 충돌한 흔적이라는 우주과학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제 달 속에서 불로장생의 약방아를 찧던 이야기 속의 토끼는 사라졌지만, 실제 토끼와 인간과의 교감은 애완용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토끼는 생명공학을 위한 희생으로 인간을 대신해 실험대 위에 오른다. 사육이 쉽고, 번식이 빨라 유전자 형질전환 실험에 토끼가 쓰인다. 토끼는 실험동물로서 유용하고 약품의 독성시험이나 면역학적 실험에 많이 쓰이고 있다. 토끼는 ‘용왕구하기’ 대신에 현대판 ‘인류구하기’를 하고 있다. 영원한 꾀보, 토끼 토끼가 한국문화 속에서 어떤 존재로 상징화되든지 간에 그 바탕이 되는 것은 꾀가 많고 지혜로운 동물이다. 토끼는 체구가 크고 힘은 강하나 우둔한 동물들에게 저항하는 의롭고 꾀 많은 동물 구실을 도맡아 한다. 토끼는 꾀보와 꾀쟁이, 지혜와 슬기로운 존재이다 옛날 이야기에서 토끼는 힘이 약하고 몸집이 작은 것에 반비례하여 매우 영특하고 착한 동물로 그려진다. 토끼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또다른 소재인 호랑이 등의 맹수에 비하면 약한 동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꾀와 영리함으로 다른 강한 동물에게 지거나 이용당하지 않고 오히려 이용함으로써 골탕을 먹이는 존재이다. 토끼는 남을 해살하지 않는 심성 때문에 곧잘 평범한 서민이나 백성들로 비유된다. 토끼를 민중으로 호랑이를 양반이나 관리로 빗대어 표현한다. 호랑이는 권력이나 지위를 앞세운 탐관오리나 양반을 빗대고, 토끼는 그 반대쪽 입장에서 밟히고 시달려야 하는 서민이다. 약한 백성이 강한 존재들을 이기는 방법은 곧, 지혜이다. 토끼가 호랑이를 골탕 먹인 것은 양반이나 나쁜 관리들에 대한 백성들의 마음 속 반란이다. 토끼 이야기는 백성들의 강한 저항 의식과 삶의 지혜가 결집되어 있다. 자라의 꾐에 빠져 경황없이 용궁 속에 따라 갔다가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자기의 간을 꺼내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챈 토끼가 기지를 발휘하는 대목은 토끼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대목이다. 자신의 간을 배밖에 내놓았다가 필요할 때만 넣고 다닌다는 얘기로 용왕을 속이는 토끼의 재치는 기발하기 이를 데 없다. ‘교활한 토끼는 굴이 셋이다’처럼 꾀 많은 토끼가 굴 셋을 연결시켜서 비상시에 이용하듯이, 무슨 일은 하든지 비상대책을 세워서 안전하게 해야 한다. 턱시도에 타이를 맨 플레이보이(playboy), 토끼 토끼는 귀가 쫑긋하고, 입은 째졌고, 꼬리가 짧으며, 깡충깡충 뛰는 뜀박질이 경쾌하고 빠르다. 귀여움, 영리함, 신속함이 토끼의 공통된 특징이다. 이 때문에 토끼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중 하나이고 일찍부터 각국의 캐릭터로 사랑받아왔다. 어린 시절 부르던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의 동요 ‘반달’에 투영된 토끼의 모습은 최근 유아용품이나 초등학생 학용품의 토끼 캐릭터로 나타난다. 토끼는 다산의 동물이다. 왕성한 번식력의 토끼의 특성을 감안했는지는 모르지만 미국 유명 성인잡지 '플레이보이'(Playboy)의 로고가 '턱시도 타이를 매고 귀를 쫑긋 세운 토끼'이다. 이 플레이보이 토끼 로고는 디자인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인기 많은 로고 중 하나이다. 지혜와 슬기의 토끼는 달의 정령이자 장수의 상징으로 한국문화 속에서 전승되어 오고 있다. /천진기 민속학 문학박사·동물민속학자·전 국립민속박물관장

  • 문화일반
  • 기고
  • 2023.01.01 14:48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ESG 경영실천 선포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ESG 경영 선언을 선포했다.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은 지난달 30일 재단 전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ESG 경영에 대한 실천 의지를 모으고 재단의 ESG 경영 방향과 철학을 발표했다. 도내 문화와 관광 진흥을 위한 공공기관으로 ESG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목표다. 선언문에는 탄소 절감 노력, 지역사회 공헌,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추진 의지와 행동규범 등을 담았다. 재단은 이전에 ESG 경영 도입을 위해 대내·외적 환경 분석과 내부 설문조사, 임직원 간담회 등을 실시해 지속 가능한 경영체계 구축의 방향성을 정리했다. 앞으로도 지역 사회와의 동반 성장에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2023 비전 전략과 연동해 구체적인 목표와 과제를 수립·추진할 계획이다. 이경윤 대표이사는 "ESG 경영은 미래세대를 위한 재단의 의무로 생각하고 도민들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단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종무식을 갖고 올해 지역 문화예술 진흥과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모범적이고 혁신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하고 우수한 성과로 공적이 인정된 직원에게 도지사, 대표이사 표창장을 수여했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3.01.01 14:19

[2022 전북 문화계 결산] ③ 종교, 여성

올해 종교·여성계는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했던 행사들이 하나둘 정상 개최를 알리며 활기를 되찾았다. 불기 2566년 부처의 탄생을 축하하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봉축행사를 열고 태공당 월주 대종사 1주기 추모 다례제 봉행, 금산사 개산 1423주년 개산대법회 공개 행사, 4대 종교가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종교문화축제 등 종교계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개최됐다. 여성계는 제11대 젠더문화축제, 제50회 전북여성백일장, 맞춤형 직업교육훈련, 양성평등 정책 강화 위한 전북행동 발족 등 지역사회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종교계 행사 3년 만에 정상 개최 지난 5월 8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도내 각 사찰에서는 봉축 법요식, 사찰 문화행사 등을 개최했다. 김제 금산사는 봉축 법요식과 함께 불교 문화체험 행사인 한지 등 만들기, 도자기 펜던트 만들기, 인경 체험, 관등놀이 등으로 구성해 사찰 찾는 방문객을 반겼다. 완주 송광사는 염주 만들기, 헌화 릴레이 등 부처님 오신 날에 집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전주 참좋은우리절은 전주한지 전통 등 만들기 대회, 다문화 가족 문화축제 한마당, 마술쇼 등을 진행했다. 이중 김제 금산사는 태공당 월주 대종사 1주기 추모 다례제, 개산 1423주년 개산대재를 봉행했다. 동체대비, 요익중생의 삶을 살아온 태공당 월주 대종사 추모 다례제 스님 400여 명, 시민 400여 명, 총 800여 명이 모여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3년 만에 개최된 공개 개산대재 행사에는 금산사 사부대중과 시민, 도합 1000여 명이 자리했다. 금산사 주지 일원 스님은 "일심의 근본 자리를 깨우쳐 부처의 참모습을 보고, 인류의 행복과 세계 평과 그리고 국가와 민족, 사회를 위해 일생동안 부단히 보살행을 실천하자"고 강조했다. △4대 종교, 한자리에 모이다 4대 종교(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가 한자리에 모이는 화합의 장, 2022 세계종교문화축제가 3일간 전주, 완주에서 열렸다. 주제는 '종교, 자연과 인류의 벗'으로 여는 마당, 세계명상포럼, 종교인 토크쇼, 풍남문 퍼포먼스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화합과 상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보냈다. △양성평등 실현 위한 생태계 구축 올해 여성계는 지역사회 양성평등에 주안점을 둔 사업과 행사로 가득 찬 한 해였다.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는 지역사회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연계적 사업을 운영하고 여성특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했다. 전북여성단체연합은 각종 기자회견 및 집회를 열기도 하고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전북행동을 발족했다.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는 올해 사회적 가치 실현 사업 확대, 젠더문화축제, 전북여성백일장 및 기념식, 블로그 기자단이 간다, 여성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창업캠프 등 여러 사업을 추진했다. 내년에는 여성 오피니언 리더 네트워크 활성화, 호남정치학교, 가족친화사업, 맞춤형 직업교육훈련, 일·생활균형문화 확산 사업, 직원 업무 만족도 향상을 위한 복지제도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북여성단체연합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전북여성대회, 희허락락 여성 영화제 등을 개최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 추모식,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성평등 정책 강화 위한 전북행동 발족 관련 기자회견을 마련하는 등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은 "다가오는 2023년에도 실질적 양성평등 실현과 여성의 경쟁력 향상에 사회적 책임과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해 전북 여성의 미래를 선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2.12.29 16:28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전국 문예회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은 전국에 퍼져있는 문예회관을 활용하여 지역 주민에게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서 주관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사업 중 큰 예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공연되는 전통예술분야를 살펴보면 다양한 기획과 제작으로 실험성, 보편성, 희소성, 대중성 등 각각의 가치를 추구하는 작품들이 전국을 무대로 펼쳐지고 있으며 내년에도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고 있다. 필자 또한 사업과 관련해 2023년도 최종 민간 작품선정 심사를 하는 기회가 주어져 많은 고민과 설렘, 그리고 작품을 만드신 분들에게 향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 시간이었다. 방방곡곡 사업을 심의하면서 가장 먼저 판단했던 것은 어떤 작품을 선정하면 관객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흥미로운 공연으로 기억될까 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지향점이었다.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작품. 그것은 특별함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전문예술가로서 풀어야 할 어려운 작업 중 하나이다. 우선 지역은 수도권과 문화향유의 접근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 선택된 작품은 지역 주민이 쉽고 편하게 그리고 친근감 있게 유도할 수 있는 대중성에 주안을 두고 다가서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 예술성을 생각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 접근이란 가치에 더 가까이 생각해야 하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작품선정에 대한 판단 기준은 그래서 상이하다. 예술성과 대중성. 물론 이 두 토끼를 잡는다면 성공한 수작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세상의 창작은 목표를 위해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목적을 위한 방편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지역에도 많은 민간 예술 창작과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넉넉지 못한 예산이지만 열정과 성의를 다해 만드는 작품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전통예술 작품은 더욱 그렇다. 서두에 거론한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을 예로 들자면 매년 창작되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공모에 참여하는 전국 민간 전통예술 작품만 해도 140여 건이 넘는다. 하지만 선출되는 작품은 30여 건에 불과하고 이 또한 문예회관의 선택을 받아야지만 그나마 예산을 지원받아 공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결코 쉽지않은 과정인 것이다. 국공립예술단체도 이제 관객이 없는 작품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 창작의 고뇌는 자신만의 싸움이 아니다. 우리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각과 이해도 중요한 요건임을 다시금 깨닫자. 창작의 실험성에 놀라움과 특별함으로 다가올 수 있는 관객도 있겠지만, 창작의 대중성에 즐거움과 행복함으로 다가오는 관객도 많다는 것을 잊지 말자. 다가오는 2023년 우리 전통예술가들의 기쁨과 행복을 기원하며. 활기찬 검은 토끼를 잡는 계묘년 한 해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 문화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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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29 16:10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운영 방식 '결정'...내년부터 인력 1명 파견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운영 방식을 두고 새어 나오던 잡음이 하나둘 정리되는 모양새다. 현재 미술관은 서울관에 상주 직원 2명을 배치하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1명만 배치할 예정이다. 최근 미술관은 보증금 7억 5000만 원, 연 임대료 2억 지불, 많지 않은 미술관 내 인력을 서울관에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어 전북도의회, 미술관 운영자문위원회에서도 같은 문제로 지적받으며 서울관 운영 방식에 변화를 줄 계획이었다. 미술관은 본관 기획 전시에 2명의 인력이 배치되는 것을 감안해 도내 미술인에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 크게 작품 반·출입 시 출장 형태 인력 배치, 중앙 무대에서 활동하는 비평가 매칭, 희망 작가에 한해 출장 형태 인력 배치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관은 도내·수도권 미술인 등과 간담회를 거쳐 미술관이 가장 힘을 실었던 비평가 매칭 제도 도입은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이애선 관장은 "도내·수도권 미술인 등 간담회를 거쳐 전체 의견을 모으고, 종합 설문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비평가 매칭에 대한 반대 의견이 대다수라 내년부터 상주 직원을 1명 배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장은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 중 비평가 매칭, 상주 직원도 두면 안 되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이 의견처럼 두 가지 대안을 다 수용할 수 있도록 미술관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2.12.2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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