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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공연장 '돈 먹는 하마' 될라

군산시와 익산시가 야심차게 건립중인 복합문화공간이 인구 규모에 맞지 않게 지어져 예산이 낭비될 우려가 크다.군산시가 760억을 투자해 짓고 있는 예술의전당의 경우 인구 규모에 맞지 않는 대규모 공연장이어서 벌써부터 '돈 먹는 하마'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군산시는 '근대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근대역사문화관(공연장)·박물관 건립을 진행해왔다. 시는 국비 확보를 위해 근대역사문화관·박물관을 분리, 근대역사문화관을 복합문화공간인 예술의전당으로 짓고 있다.군산예술의전당은 지곡동 새들공원 내 4만1609㎡(연면적 1만8616㎡·지하 1층, 지상 3층)에 1200석 대공연장과 450석 소공연장을 갖춘 시설로 2012년까지 완공 예정이다. 총 사업비 760억원중 680억원은 군산시가 부담한다. 하지만 예술의전당은 인구 26만인 군산시가 2016년까지 인구 57만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해 건립하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올해 전북도의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아 군산에서 공연을 올리는 문화예술단체만 봐도 (사)한국예총 군산지회, (사)한국무용협회 군산지부, 군산국악관현악단, 극단 동인무대 등 10여 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1200석 대공연장은 지역 단체가 이용하기엔 값비싼 대관료로 인해 중앙의 대형공연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1인당 10만원 안팎의 티켓을 사서 공연을 볼 수요층이 두텁지 않은 가운데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온혜영 군산시 문화체육관광과 담당자는 "예술의전당은 50만을 목표로 한 국제 관광 기업 도시를 위해 멀리 내다보고 짓는 것"이라며 "800석 규모의 군산시민문화회관의 경우 시립예술단 공연으로 객석이 꽉 찰 때가 많아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문화예술인들은 많지 않다.익산시는 390억원을 들여 어양동 신흥근린공원 내 2만1202㎡(건축연면적 1만610㎡·지하 2층, 지상 3층)에 1200석 대공연장과 상설·기획전시가 가능한 미술관, 주민편의시설 등을 갖춘 복합문화센터를 건립한다.자치단체 재정 부담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대공연장만 마련한 익산시는 익산솜리문화예술회관의 600석 공연장을 중소형 무대로 활용할 계획. 예산 투입을 최소화했다고는 하지만, 익산시도 건립 이후 비슷한 고민거리를 안게될 것으로 보인다. 센터 운영비 부담을 줄이려다 보면, 수익 사업 위주로 이뤄져 지역의 문화예술 진흥은 외면한다는 비난을 받기가 쉽다.결국 군산이나 익산에 건립중인 복합문화공간이 지역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확대하는 곳으로 거듭나려면, 관객들의 수요를 조사하고 그에 부합하는 기획력을 갖춘 전문가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복합문화공간의 효율적인 운영과 관객 개발을 위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행정 편의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또한, 시설 건립 때부터 공연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여건에 맞는 시설물을 들여놔야 예산이 이중 부담되지 않는다는 조언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1.08.10 23:02

"완판본의 고장 전주, 명맥 잇기 문화운동을"

올해는 고려가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1011~1087)을 만들기 시작한 지 1000년을 맞는 해다. 거란의 침입으로 위기에 처한 고려인들은 현종 2년(1011) 불력(佛力)으로 나라를 구하겠다는 염원으로 불경을 목판에 새겼으나, 고종 19년(1232) 몽골의 침입으로 불에 타 소실됐다. 경남 합천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국보 32호·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초조대장경에 이어 국내에선 두번째로 다시 제작한 재조대장경(1236~1251)이다. 재조대장경은 현존하고 있는 목판 문화유산의 정수. 그러나 재조대장경에 비해 초조대장경은 인쇄본마저도 국·내외에 산재되어 있는 실정이다.지난해부터 완판본의 고장인 전주에서 초조대장경 복원에 참여하고 있는 목판서화가 안준영(54·대장경 문화학교 대표)씨를 만났다. 국내·외 흩어져 있던 초조대장경 인쇄본은 (사) 장경도량고려대장경연구소(종림 스님)를 통해 구축됐다. 안씨의 초조대장경 복원은 올해 초조대장경 발원 1000년을 기념한 '한·일 공동 초조대장경복원간행사업'으로 경북대 연구팀(남권희 교수)의 자문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안씨는 고증을 통해 복원한 고려 한지에 전통 먹(墨)으로 한지를 인쇄해 초조대장경을 원형에 가장 가까운 권자본(두루마리)으로 복원하고 있다. 안씨를 필두로 한 제자들은 지난 3월 금강경·화엄경·반야바라밀다경 등 100권만 우선 복간했으나, 2014년까지 초조대장경 복원은 진행될 예정이다.그렇다면 1000년 세월을 견딘 초조대장경 인쇄본이 현재까지도 생명력을 갖는 비결은 뭘까. 그는 한지, 먹, 삭힌 풀 등을 이유로 꼽았다. 닥나무를 100번 이상 두드려 만든 한지의 장점은 질기다는 것이다. 그는 "한지는 먹물을 잘 빨아 들이며, 보존력이 높다"고도 했다. 종이 위의 글씨는 검은빛이 잘 바래지 않는 송연묵(松煙墨)이 사용됐다. 송연묵은 송진이 많이 엉긴 소나무 가지나 옹이인 '관솔'을 태워 나온 그을음에 아교를 섞어 만든 것. 10년씩 삭힌 풀과 숙련된 글씨 새기는 기술 등도 필요했다.경북 청도가 고향인 그가 연고가 전혀 없는 전주에 오게 된 것은 이곳이 완판본의 고장이기 때문이다. 전주는 고전 소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심청전, 춘향전, 구운몽 완판본을 통해 한글을 널리 보급하는 출판문화의 탯자리. 완판본은 사투리가 많아 향토색이 짙고, 서체가 다양해 다양한 글꼴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귀중한 사료이다. 때문에 그는 자신이 설립한 대장경 문화학교를 통해 전주에서 훈민정음 언해본과 용비어천가, 심청전 등과 같은 완판본 복원과 관련 전시·체험교육을, 경남 덕유산에 위치한 이산각 연구소에서는 판각기능인 양성을 해오고 있다.그는 "전주가 출판문화의 중심지가 됐던 것은 판소리가 대중화되면서 판소리 사설을 인쇄하기 위한 목판본이 만들어졌고, 질이 좋은 전주 한지를 통해 명맥이 이어져왔던 것"이라며 "전주가 이 위상을 다시 찾으려면, 소리와 한지 분야의 장인들과 함께 문화운동 차원에서 완판본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1.08.09 23:02

동초제 거목 오정숙 명창 유품 익산시에 기증

동초제 국악의 거목이자 춘향가 기능보유자인 무형문화재 故 운초 오정숙 명창(1935~2008)의 유품 415점이 익산시에 기증됐다.(사)운초 오정숙 판소리 보존회 배기봉 이사장은 지난 5일 익산시와 유품 기증 협약식을 가졌다.이날 기증된 유품은 그가 생전 공연에 사용하던 부채, 북채, 신발, 장신구 등 공연소품을 비롯해 명창 표창장 등 각종 상장, 의복, 레코드판, 팜플릿, 책, 신변잡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시는 이 유품들을 입점리 고분전시관에 전시할 계획이다.배기봉 이사장은 이날 기증 협약식에서 "오정숙 명창이 이곳 출신은 아니지만 평소 익산을 사랑했던 선생님의 공적을 기리고 국창 정정렬 명창을 배출한 익산이 국악의 고장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기증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이에 이한수 시장은 "오정숙 명창의 유품을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 및 전시에 최선을 다해 그의 높은 뜻을 보다 기려나가겠다"고 답했다.한편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춘향가 기능보유자인 오 명창은 스승인 동초 김연수 명창에게 다섯마당을 사사받고, 지난 1972년 춘향가를 시작으로 홍보가, 수궁가, 심청가, 적벽가의 완창 발표회를 갖는 등 일생을 국악 열정에 쏟았다.

  • 문화일반
  • 엄철호
  • 2011.08.09 23:02

완주 무궁화 전국축제 개막…역사 교육장으로 승화

나라꽃 무궁화 제21회 전국 축제가 8일 개막돼 15일까지 완주군 고산 자연휴양림 입구 무궁화테마식물원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무궁화를 올바로 이해하고 우수성을 알리며,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를 통해 누구나 무궁화와 가까워지고 어울릴 수 있도록 열리는 무궁화축제는 '내 마음에 지지 않는 꽃 무궁화'가 주제이다.어른은 물론 특히 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킬 이번 축제는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흔하게 접하기 어려운 소중한 체험을 선사할 예정이다.또 축제 개막에 맞춰 8일 개장하는 무궁화 오토캠핑장은 국내 최대 무궁화 관련 기반시설을 갖춰 볼거리를 제공하고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하는 등산코스까지 많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무궁화축제의 주요 행사는 8~10일 3일간 진행된다.무궁화 꽃·잎·꽃잎으로 만든 떡·차·쌈 등 무궁화음식을 맛볼 수 있고 티셔츠·얼굴·손에 무궁화꽃·단풍·곤충·과일 등을 그리는 페이스페인팅을 할 수 있다.무궁화꽃 누루미 부채만들기, 나무액자 만들기, 한지 만들기, 천연 무궁화꽃 연료추출을 시연하고 체험하는 천연염색, 월남쌈·중국만두 등을 맛보는 다문화음식 체험 등의 행사가 마련되고 있다.9일 오후 3시30분부터 6시까지 마을 예술단의 숲속 음악회가, 10일 오후 5~6시에 35사단 의장대의 시범이 선보인다.무궁화동산을 관람하면서 참여 행사로 무궁화사진 콘테스트, 무궁화배 서바이벌게임, 미션 임파서블, 골든벨을 울려라, 다트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등이 준비됐다.축제 기간 무궁화 분화·무궁화작품·한지공예품이 전시되고 무궁화 분화 보급, 한방체험, 농·특산물 직거래가 이뤄진다.정부가 정한 무궁화의 날(8월 8일)인 8일에는 기념행사로 축제 개막식, 식물원 개장식이 열렸고 완주군의 무궁화 대표도시 선포식이 거행됐다.또 유아와 초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무궁화 동요제를 비롯 문과(글짓기), 무과(서바이벌), 예과(그림그리기) 대회가 펼쳐졌다.이날에는 무궁화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심포지엄이 고산자연휴양림 산림휴양관에서 열렸다.△무궁화의 세계화 추진전략(무궁나라 김영만 대표) △세계인의 사랑받는 무궁화 품종에 대한 연구(국립산림과학원 권해연 박사) △무궁화 관련 정책과 추진방안(산림청 최수천 도시숲경관과장) △완주군의 무궁화 글로벌지역 브랜딩 전략(완주군 박해섭 산림공원과장) 등의 주제발표가 이어졌고 신구대 이창경 교수가 좌장을 맡아 자유토론이 벌어졌다.꽃이 피고 지는 것이 끝이 없어 이름 지어진 무궁화(無窮花).꽃말은 일편단심, 은근과 끈기이다. 일본인들은 무궁화의 정체성을 훼손하기 위해 무궁화에 진딧물이 많다는 말을 지어냈다. 하지만 무궁화는 장미·국화에 비해 진딧물이 적어 5월에 한 번만 방제하면 된다.아침 일찍 꽃이 피었다가 황혼 무렵이 되면 시들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나, 여름에서 가을에 이르기까지 새로 난 가지의 밑에서 위로 향하면서 차례차례 꽃을 피워내기 때문에 오랫동안 꽃이 피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국화(國花) 무궁화를 주제로 조성된 무궁화 오토캠핑장이 완주군 고산면 오산리 고산자연휴양림 입구에서 무궁화축제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무궁화 오토캠핑장은 △무궁화 테마식물원 ▲다목적 캠핑장 ▲만경강 수생생물관찰원 △밀리터리 테마파크 등으로 구성돼 있다.총 11만4137㎡ 규모의 무궁화 테마식물원은 무궁화동산, 무궁화전시·박물관, 자생식물원이 조성돼 있다.15m×15m의 거대한 크기로 형상화 된 무궁화 꽃이 볼만한 무궁화동산의 'WJ'(완주의 이니셜)라는 큰 글씨는 테두리에 황금편백이 심어져 모양을 더욱 뚜렷하게 해주며 산철·영산홍·자산홍·백철 등 형형색색의 꽃을 피워내는 철쭉류가 심어져 있다.무궁화꽃 형상은 꽝꽝나무이며 꽃술(암술·수술) 부분에는 '남천'이 심어져 있다. 반엽식물로 자웅동체인 남천은 잎이 빨간 색이어서 꽃술을 4계절 고운 빨간색으로 단장하고 있다.9만5786㎡ 규모 무궁화동산은 소나무 등 교목류 32종 1286본, 무궁화 등 관목류 44종, 복수초 등 초본류 27종 까지 총 11만8908본이 심어져 있다.무궁화 전시·박물관은 1만3860㎡ 규모로 무궁화 화계, 무궁화 품종원, 세계의 정원, 식물원(온실) 등이 있어 무궁화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15㏊의 광활한 면적에 조성된 자생식물원은 난대·아열대 식물원을 겸하는 세계 나라꽃 전시관(4491㎡), 산책로 및 자생식물단지가 조성돼 있다.다목적캠핑장은 카라반 35대를 수용할 수 있는 캠핑장과 취사장, 고산자연휴양림 방문객이 이용하는 500대 규모의 무료주차장이다.1만2070㎡에 조성된 만경강 수생생물관찰원은 수생식물 테마전시실, 수생식물 관찰원, 물놀이 체험장 등이 있고 서바이벌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가지전투장과 런닝슈팅장·중화기사격장 등으로 구성된 밀리터리 테마파트는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았다.완주군 박해섭 산림공원과장은 "무궁화축제와 무궁화 오토캠핑장은 고산자연휴양림과 연계, 자연생태 탐방·체험·학습공간으로 활용되고 우리나라 최고의 무궁화 공원이 될 것"이라면서 "4계절 볼거리·즐길거리가 풍부한 만큼 많은 관광객의 방문을 바란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백기곤
  • 2011.08.09 23:02

[김용택의 거리에서] 정자나무와 풍언이 아제

내가 살던 임실군 장산리 마을 앞 강 언덕에는 250년 쯤 되는 느티나무가 있다. 느티나무 밑에 정자를 지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느티나무를 정자나무라고 부른다. 정자나무를 서어나무를 심어 가꾸는 마을도 있고, 팽나무를 심어 가꾼 마을도 있고 소나무나 참나무를 심어 가꾼 마을도 있다. 마을 입구나 마을 뒤나 마을과 마을의 경계나 뒷산 고개 마루에 심어 가꾼다. 우리 동네 앞 강 언덕의 느티나무는 서춘 할아버지가 심었다고 한다. 크고 우람해서 마을 사람들이 그 그늘 아래로 다 들어가 쉴 수 있다. 뜨거운 여름 날 점심을 먹고 동네 남자들은 모두 이 정자나무 그늘로 찾아 든다. 정자나무 밑에는 동네 사람들이 누워 쉬고 잘 수 있도록 넓적한 돌들을 주워다가 침대처럼 여기 저기 만들어 놓았다. 정자나무로 모인 사람들은 윗옷을 벗어 붙이고 앉아 장기도 두고, '꼬니(고누의 방언·땅이나 종이 위에 말밭을 그려 놓고 다투는 놀이)'도 두고 아이들은 모래밭에서 씨름도 하고, 공기놀이도 하고, 눈곱만한 풀잎을 정자나무 껍질 속에 숨겨 두고 찾기 놀이도 하고, 들 독을 드는 힘자랑도 하며 놀았다.'풍언'이라는 호를 가진 아제가 있었다. 풍언이 아제는 아주 짧은 곰방대에다가 담배를 피웠는데, 한 뼘 곰방대를 물고 짚신을 만들거나 맷방석을 만들거나 망태를 만들었다. 나는 풍언이 아제가 정자나무아래서 잠을 자는 것을 보지 못했다. 풍언이 아제는 놀지 않고 늘 무슨 일인가를 했다. 풍언이 아제는 물건들을 만들면서 늘 이야기를 했다. 정말 웃기는 이야기들은 잘도 했는데, 풍언이 아제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정자나무 밑에 자고 있던 사람들이 다 깨어나고 아이들은 어느 덧 아제의 주위를 삥 둘러싸고 이야기에 귀들 기울였다. 아제는 이야기를 끊고 맺고 힘주고 빼고 멈추는 일들을 적절하게 유지하며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을 바짝 긴장시키기도 하고 느슨하게 풀어주기도 하며 '관객'들을 가지고 놀았다. '풍언'이라는 호가 風(바람풍)에 言(말씀언)을 썼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풍언'이라는 말이 그 아제에게는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호였다. 앞 산 머리에는 뭉게구름이 솟고 앞 강에서는 고기 떼들이 구름 그림자처럼 돌아다니고 정자나무에서는 와가리라는 매미들이 와그르르 와그르르 울었다가 그치고 울었다가 그치는 사이 풍언이 아제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더위도 심심함도 다 사라졌다. 풍언이 아제가 만든 모든 도구는 다 예술작품이었다. 솜씨가 빼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아제가 만든 도구 속에는 동네의 모든 이야기가 촘촘히 엮이고 또 담겨 있기 때문이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11.08.08 23:02

"문화일자리 정책 전환 강소 예술단 육성해야"

문화일자리 관련 정책이 단순히 급여를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별 공연예술단 육성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연예술단을 육성할 경우 문화예술분야 일자리창출은 물론, 지역을 대표하는 콘텐츠까지 제작되는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전북발전연구원은 7일'강소(强小)공연예술단 육성 통한 공연시장 활성화 및 문화일자리 만들기'보고서에서 "전북의 문화일자리 정책이 직접 인건비를 지원하는 형식이어서 지원이 끊기면 일자리도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일자리정책의 지속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지역별로 강소예술단을 육성할 것을 제안했다.강소예술단은 규모는 작지만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보유한 예술단으로, '점프'를 제작한 (주)예감이나 '난타'를 공연하는 (주)PMC같은 예술단을 말한다.전발연은 이번 보고서에서 "도내 14개 시·군에 20개의 강소예술단을 만들어 지역의 대표 공연장과 연계해 공연콘텐츠를 개발한다면 일자리창출과 함께 지역 대표 공연콘텐츠도 보유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공연콘텐츠 제작은 노동집약적 산업인 만큼 공연예술단 육성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부족한 전북 지역의 관광자원을 보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강소예술단 육성과 관련한 사업비도 기존 지원사업을 통합하는 형식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 지원과 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사업을 결합하는 형식으로 지원한다면 예술단 1곳씩 2억원은 지원할 수 있다는게 전발연의 설명.또 예술단에게 공연제작뿐 아니라 아동·청소년,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제작과 운영 등도 맡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전발연은 강소예술단 육성을 통해 직접 고용 500명, 고용유발효과는 1900여명에 달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11.08.08 23:02

청정 위도, 예술과 한판 신나게 놀았다

'소통과 나눔, 희망'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사)한국예총 전북도연합회(회장 선기현)가 문화소외계층을 찾아가 수준 높은 공연을 펼치며 지역 주민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지난 4일과 5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전북예총은 "소외 지역이 없는 문화공간 창달"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4일 오후 1시 30분 부안군 위도해수욕장에서 열린 공연의 주제는 '청정위도 예술과 만나다'로 정했다.이날 공연에는 타울림예술단의 모듬북공연과 김민숙 씨의 민요, 이애자 명창의 판소리와 진도북춤 외에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성자 씨의 품바공연, 그리고 오문자&알타비아댄스컴퍼니의 현대무용과 벨리댄스매니아팀의 벨리댄스 등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2부 행사로 연예예술인협회 경음악단과 초대가수 김종윤, 혜미 씨와 함께하는 위도주민 노래자랑이 펼쳐져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과 위도주민들에게 모처럼 활짝 웃는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전북예총 선기현 회장은 "1년에 겨우 두번 실시하는 행사지만 도시와 농어촌을 문화로 잇게 하고 농어민들이 잠시나마 위로와 웃음을 찾고, 마음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소통의 자리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문화소외계층을 찾아가는 예술 공연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전북예총은 지난 4월 진안 백운에서 올해 제1차 오지마을 문화투어를 가진 바 있다.

  • 문화일반
  • 위병기
  • 2011.08.08 23:02

"석정문학관, 작가들 삶의 길 제시할 문학의 성지로"

10월29일 문을 열 부안 석정문학관의 관장에 허소라 군산대 명예교수(75·시인)가 확정됐다. 사무국장은 부안 출생의 김영일 시인(53)이 맡는다.부안에서 태어난 신석정 시인(辛夕汀·1907~1974)은 지역에서 활동해온 이력과 '목가시인'이라는 별칭 때문에 한국문단사에서 크게 조명받지 못했다. 40년 넘게 석정 선생을 탐구해온 허소라 관장은 "석정문학관은 일제 강점기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친일시를 남기지 않았던 석정 선생을 재조명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운 시대에 살아가는 이 시대의 작가들에게 어떤 정신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깨닫게 하는 문학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꾸준한 연구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겠다"고도 했다.김영일 사무국장은 2009년까지 한국통신(KT)에서 몸 담으면서 한국통신노동조합 지부장을 맡았고, 시집'그의 눈길(2008)'과 한시집'귀향여로(2008)'을 펴내 문단 안팎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온 경력를 인정받았다.석정 선생이 태어난 부안읍 선은리 고택 주변 부지 1만7584㎡(5300여 평)에 건립된 석정문학관은 지상 2층, 연면적 1481㎡ 규모로 건립 돼 기획전시실, 세미나실, 수장고 등을 갖췄다. 석정 선생의 유고 문집과 고인이 생전에 지인들과 주고받았던 편지, 서예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작품 등도 함께 전시된다. 석정 선생이 돌아가신 뒤 공개된 시'인도의 노래','슬픈 위치' 외에도 시대적 제약으로 인한 미발표 시, 자필 원고로 쓴 미공개 시 등 귀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1.08.08 23:02

무주 낙화놀이 감동, 새만금에서 만난다

무주반딧불축제의 명물인 '낙화(落火)놀이'를 8월 한달 동안 새만금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무주군은 6일부터 이달말까지 매주 토요일(밤 8시30분) 새만금 상설공연장 아리울 아트홀 일원에서 낙화놀이를 재현한다.가슴을 울리는 대금의 선율과 허공으로 흩어지는 불꽃의 감동이 있는 낙화놀이는 무주군 안성면 두문리 낙화놀이 보존회 회원 40여 명이 직접 참가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민속행사. 무주반딧불축제때 일반인들에게 선보이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 최근들어 무주 최고의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무주 낙화놀이보존회 박찬훈 회장은 "낙화놀이는 준비단계에서부터 재연까지 모두 주민들이 한다"면서 "전북 최고의 관광명소인 새만금에서 낙화놀이를 재현하게 돼 무척 영광으로 생각하며 주민들도 신명나게 행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줄을 타고 떨어지는 불꽃들이 마치 꽃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낙화놀이는 물위에서 즐기는 전통 불꽃놀이로, 줄을 맨 긴 장대에 한지로 싼 뽕나무와 숯, 소금 뭉치 100~200개 정도를 달고 불을 붙이면 줄을 타고 이어지는 불꽃이 장관을 이룬다.새만금 상설공연장에서 선보일 낙화놀이에는 600m의 줄에 6000여개의 낙화봉이 설치돼 그 어느 때 보다도 장관을 연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낙화놀이는 한지 뭉치가 타들어갈 때 귓전에 다가서는 소리와 바람에 흩날리는 숯가루, 그리고 물위에 어리는 불빛이 삼박자를 이뤄 깊은 감동을 준다.무주군 두문리 최일섭 이장은 "무주의 전통놀이를 전국에 알리는 것은 물론, 이를 전북투어의 자원으로 정착시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며 "낙화놀이는 반딧불이의 군무를 연상시킬 만큼 그 자태가 신비롭고 아름다워 전북의 대표 명물로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낙화놀이는 무주군 안성면 지역에서 3월 삼짓날과 4월 초파일,그리고 5월 단오날에 즐기던 고유의 민속놀이로, 무주군은 낙화놀이와 관련해 2007년 5월 안성면 두문마을에서 전북대와 함께 학술세미나 및 재현행사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12회반딧불축제 때부터 낙화놀이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두문마을 주민들은 낙화놀이에 쓰이는 낙화봉을 직접 고안하고 제작해 지난 2009년 특허를 내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으며, 낙화놀이는 반딧불축제를 통해 관광객들에게 알려지면서 '빛'과 '전통'의 볼거리로 마니아층을 형성해 가고 있다.

  • 문화일반
  • 김태인
  • 2011.08.05 23:02

저작권 위반 불법 복제물 지속 감소

저작권 보호 활동이 강화되면서 불법 복제물의적발 건수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월25일부터 100일간 '2011 서울클린 100일 프로젝트'를 펼쳐 불법복제물 273건, 7만9천909점을 적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적발 건수와 적발 점수가 각각 11%, 19% 감소한수치다. 단속은 문화부 저작권경찰과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가 함께 펼쳤다. 용산 등 서울 시내 역세권과 번화가 주요 판매 거점 200여 곳을 중심으로 단속했다. 합동단속반은 불법복제물 단속과 함께 제작공장 적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번 단속에서는 총 5건의 제작공장을 적발했으며 지난해보다 150%가 늘어난 3만2천136점의 불법복제물을 수거했다. 문화부는 "불법복제물 유통의 온상으로 여겨지던 용산 지역에 지난 4월부터 불법저작물 단속신고센터를 운영한 이후 용산 지역 21개 거점 중 5개 지점이 휴점 및 폐점했다"며 "서울 25개 자치구 단속 대상 거점도 전년 대비 약 27%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또 불법복제물 유통의 단위당 규모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영상물의 건당 평균 단속 점 수는 316점에서 195점으로 줄어들었다. 문화부는 "8월말 대학가 개학을 앞두고 출판물 불법 복제물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연합
  • 2011.08.04 23:02

[백제 왕도의 중심 익산] "세계유산 등재되면 품격있는 역사도시…"

익산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최완규 위원장(56)이 익산역사유적지구를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올린다고 했을 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반신반의도 아니었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의 기개가 필요했다. 2006년부터 익산시와 힘 쏟은 익산역사유적지구가 2009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르자 최 위원장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 여기엔 백제 무왕의 '익산 천도설'이 깔려 있다.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무왕이 왜 익산에 천도 했을까'이다. 그는 "백제는 웅진시대 이후 왕이 귀족에 의해 피살되는 등 내부 갈등이 심했다"고 했다."성왕은 부여로 수도를 천도해 왕권 강화를 하면서 백제 부흥을 꾀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관산성 싸움에 패하면서 다시 혼란에 빠졌죠. 특히 마한계 토착세력은 국호를 남부여로 바꾸는 데 반발했습니다. 혼란한 정국을 안정시키기 위해 익산 천도가 필요했을 겁니다."두번째 질문. 그렇다면 왜 '삼국사기'에는 '익산 천도설'이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을까."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이 어떤 사람입니까. 묘청의 서경 천도를 진압한 장본인입니다. 천도라는 말을 쓴다는 게 용납이 되는 사람일까요. 그런데 우리 사가들이 여기에 안 나왔다고 소수설로 치부해 버리니, 그게 답답할 따름입니다."특유의 직설화법으로 학계를 비난하는 데에도 거침이 없었다. 그는 "무왕의 탄생 설화(용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내용)와 서동 설화의 러브 스토리 등은 사실 여부를 떠나 스토리텔링 자산으로서도 의미가 깊다"고도 했다.마지막 질문. 그렇다면 익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그는 "익산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품격있는 역사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새로운 역사를 꿈꾼 모든 사람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그 중 진정성이 없는 사람은 실패했고, 진정성 있는 사람은 성공했다. 그는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새로운 역사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세계유산에 등재될 때라고 답변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1.08.04 23:02

[백제 왕도의 중심 익산] ①프롤로그

올해 익산·부여·공주역사유적지구를 통합한 '백제역사유적지구(가칭)'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 등재 대상에 선정되면서, 마한에 뿌리를 둔 백제사의 단층을 재발견하게 됐다. 백제 문화권으로 공주·부여만 떠올리는 역사적 과오(過誤)를 바로잡기 위해 익산역사유적지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본보는 '백제 왕도의 중심, 익산'을 통해 백제 왕도의 저력을 찾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등재 가능성을 검토한다.▲ 백제 왕도 익산의 정체성익산 미륵사지 석탑 기단부에서 발굴된 '금제사리봉안기'로 인해 1400년을 이어온 '서동왕자(무왕)와 선화공주의 로맨스'는 금이 갔다. 여기에는 백제 무왕(600~641)의 왕후(사택씨의 딸)가 재물을 바쳐 절(가람)을 창건하고 기해년(639)에 사리를 봉안해 왕실의 안녕을 기원했다는 내용이 기록됐다. 학계는 미륵사를 세운 백제 무왕의 왕후가 선화공주가 아닌 허구의 인물일 수 있다는 사실에 논란을 거듭했다. 반면 이 기록은 백제 무왕의 '익산 천도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단서로 주목받았다. 미륵사지 석탑에서 나온 사리봉안기의 문양이 왕궁리 5층 석탑의 사리함 문양과 일치, 익산을 백제사의 수도로 봐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 것. 무왕이 익산에 새로운 백제 도읍으로 건설했다는 기록이 담긴 중국 육조시대의 문헌'관세음응험기(觀世音應驗記)'로 인한 '익산 천도설'을 재점화시킨 것이다.익산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최완규 위원장은 백제 왕도 익산의 정체성은 마한의 고도(古都), 백제 왕도(王都)에서 찾을 수 있다고 확언한다. 익산은 마한에 뿌리를 둔 백제문화로 부여·공주와 차별화된다는 것이다. 최완규 위원장은 "이를 통해 무왕 때 마한 고도인 익산으로 천도하면서 이주한 부여계의 백제 왕조와 마한 토착세력의 통합이 이뤄졌다"고 주장해왔다. 여기에 익산 천도는 법왕 때부터 계획됐으며, 마한 세력을 아울러 왕권 강화를 꾀했던 무왕에 의해 실행됐다고 강조했다. 백제 왕실이 불교에 의탁해 왕실의 권위를 높이려고 했다는 것이다.▲ 세계유산 등재 요건 가능성본래 익산역사유적지구는 부여·공주역사유적지구와 별개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 등재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백제 고도와 관련한 세 지역을 통합할 것을 제안, 가칭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세계유산 우선 등재 목록에 올랐다.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성, 진정성, 완전성, 비교유산 등을 갖췄기 때문이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성은 전인류가 공감하면서도 차별화된 문화유산을 뜻한다. 특히 익산역사유적지구는 궁성, 국가사찰, 왕릉, 산성 등 고대 도성과 관련된 유산이 거의 그대로 보존돼 있어 당시 도성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절대적 가치를 갖췄다. 우리나라가 왕궁리 유적에서 나온 화장실·정원 유구, 미륵사지 석탑의 건축 양식, 왕궁리 유적과 입점리 고분에서 나온 중국제 사기 등을 통해 중국, 일본과 교류해왔다는 걸 보여준다. 미륵신앙 세계관이 담긴 미륵사의 가람 모형, 동양 최고·최대 목탑의 양식이 표현된 미륵사지 석탑, 왕궁리 5층 석탑과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견된 사리장엄은 7세기 전반 백제인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보여준다.상대적으로 보존이 어려운 목조 건물이 상당수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재로 보호되고 있어 진정성과 완전성에도 합격점을 받았다. 또한 익산역사유적지구는 안으로는 왕궁·미륵사지 권역과 입점리 권역으로, 밖으로는 경주역사유적지구, 중국 뤄양·일본 교토와도 비교 가능하다는 평가다.▲ 백제역사유적지구, 해결 과제'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관건은 지자체간 조율, 재원 확보, 통합사무국 마련, 추진 인력 확보, 지역 주민들의 관심 등이다. 특히 전북도와 충남도, 익산시와 공주시, 부여군이 각기 역사유적지구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주·부여역사유적지구가 '백제문화권 = 공주·부여'라는 인식을 선점했다는 이유로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주도권을 행사하려 하는 데다, 익산역사유적지구 역시 무왕의 '익산 천도설'이 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려면 일정 정도 시간이 요구된다. 지난 7월 '백제역사유적지구'의 통합사무국과 준비위원회 마련 과정에서 이같은 갈등의 단면이 연출됐다. 통합사무국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문화재 주변 정비, 주민 홍보, 등재 대상 유적 정리, 등재 신청서 작성 등을 총괄하는 곳으로 이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누가 사업의 주도권을 갖느냐가 결정될 수 있다. 하지만 사무국 위치는 지자체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산이 백제 왕도였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려면 세계유산의 가치 규명과 보존관리계획 수립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학계는 학술 조사, 학술대회 개최, 유적 정비사업 등을 통해 익산 왕도의 가치를 규명해야 하며, 지역 주민·지자체 등은 교육을 통해 문화유산 보존·관리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켜야 한다. 지난달 익산역사유적지구를 돌아본 이상해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회장이 남긴 말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가 갈수록 까다로워진다. 등재되더라도 보존·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특히 해당 유산이 있는 지역 주민들의 열기와 협조가 중요하다. 익산역사유적지구는 주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곳보다 적극적이다. 나는 여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1.08.04 23:02

전주 남부시장의 밤…멋과 맛, 그리고 흥겨움이 '가득'

호남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인 전주남부시장, 그곳에서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밤 이색적인 야시장이 펼쳐진다. 문광부와 전주시가 주최하고 (사)이음과 남부시장 번영회가 주관하는 2011 남부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오는 6일부터 20일까지 계속된다.이번 남부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청년장사꾼 만들기'를 주제로 지난 5월 시작돼 6월과 7월에는 장사아카데미를 진행했다. 이번 달에 열리는 야시장은 청년장사꾼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음악과 함께 마시는 커피, 캘리그라피 문화상품, 이야기 담은 사진 등 그동안 장사를 위해 준비해왔던 품목들이 선보인다. 또 남부시장에서 팔고 있는 물건들에 부가가치를 더한 문화상품이 판매되며, 우리지역에서 공방을 운영 중인 젊은 예술가와 문화의집 등이 참여해 저마다 개성있고 재미있는 물건, 특색있는 음식판매 및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야시장의 재미는 한마디로 왁자지껄한 흥겨움이다. 이번 남부시장 야시장에서는 현장의 흥겨움을 더하기 위해, 보름 내내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한다. 전통공연, 비트박스, 아카펠라, 재즈, 락 등 공연과 함께 댄스와 퍼포먼스 등 야시장의 흥겨움을 더할 풍성한 공연이 펼쳐진다.한창 야시장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15일에는 현장에 온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남부시장 노래자랑이 열린다.노래자랑을 위해 남부시장 상인회에서는 막걸리를 준비해, 옛 장터의 분위기를 재현할 계획이다.13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되는 '남부시장 보이는 라디오'도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12일에는 교통방송에서 가요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는 정진권 씨가, 13일에는 교통방송의 '달리는 라디오 교통방송입니다'의 조준모 씨, 그리고 14일에는 전주 MBC '여성시대'를 진행하고 있는 이덕형 씨가 남부시장 청년장사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정영아씨와 호흡을 맞춰 진행한다.이번 야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남부시장 캠프'다. 전국에서 찾아온 청년들이 남부시장 하늘정원에서 먹고 자면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재능을 맘껏 선보인다.춤테라피, 칵테일 제조법, 텃밭만들기, 상인들에게 시 써주기, 남부시장 로고송 만들기 등 남부시장을 찾아온 청년들이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남부시장 상인들과 함께 다양한 워크숍 프로그램들을 진행한다.

  • 문화일반
  • 위병기
  • 2011.08.03 23:02

전북문화재단, 지역실정에 맞는 '전북형' 모델을

전북문화재단 설립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가부간 결정을 해서 중단하든, 아니면 속도를 붙여 출범시키든 조속히 결단을 내리는게 중요하다. 만일 출범한다면 전북문화재단은 지역 실정에 맞는방향으로 설정돼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우선은 도내 열악한 도내 지역 실정에 맞는 소규모형 문화재단 형태로 출발하되, 점차 규모를 키워나가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소위 '전북형 문화재단'으로 돼야 한다는게 도내 문화예술인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북형 문화재단'은 문화정책 수립과 문예진흥기금 운용, 문화시설 운영, 문화예술단체 지원, 문화예술 교육사업 중 전북의 현실에 맞는 목적 사업을 설정한, 작은 규모의 문화재단이다. 전북도가 올해 조직한 '문화재단 설립 추진을 위한 TFT'는 문화재단 역할과 사업범위가 정리되지 않은 만큼 '전북형 문화재단'의 출범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윤걸 예원예술대 교수는 "전북은 특히 전주는 전주세계소리축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 민간단체가 역량을 쌓아가면서 잘 운영하고 있다"며 "민간이 전문성과 효율성을 발휘하고 있는 조직을 문화재단에 무조건적으로 통합시키기 보다는 전북의 지형도에 맞는 사업을 분명히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하지만 2009년 전북대 다문화연구소가 실시한 '전북문화재단 설립 운영 기본 계획 수립 및 예비 타당성 연구 결과'에서는 '통합형 전북문화재단' 설립이 제시됐다. 이는 문화정책 수립, 문예진흥기금 운용, 문화시설 운영, 문화예술단체 지원, 문화예술 교육사업 등을 총괄하는 곳으로 3대 문화시설(한국소리문화의전당·전주세계소리축제·전북도립국악원) 등을 단계적으로 통합해나가는 안이다. 문화재단을 규모화 하려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소리전당 통합이 우선시된다는 의견이다. 관련 용역을 맡았던 이정덕 전북대 교수는 "문화재단이 단순히 문화예술진흥기금 배분에 그쳐서는 안되고, 각종 시설을 관리·운영 해 시너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가지 검토 결과가 전혀 다른것 같지만 결국 규모가 큰 문화재단이 열악한 운영비 확보를 위해 지역의 예술단체와 경쟁하는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은만큼 지역의 문화예술단체와 동반성장을 하는 형태가 바람직스러워 보인다.▲ 다른 시·도는 어떻게대구광역시는 지난해 김순규 전 문화부 차관을 재단 대표로 임명해 문화재단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당초 계획안과는 달리 시가 실제 정책을 추진하고, 문화재단은 문예진흥기금과 시의 전략사업만 넘겨 받아 마찰을 빚고 있다. 시가 넘겨준 사업은 문화예술진흥기금지원사업이 유일해 문화재단이 하는 역할이 '회계·감사'에 그친다. 시는 문화예술행사·시설 위탁마저 미루고 있는 데다 올해 넘겨준 대구컬러풀페스티벌도 별도 기획단에서 총괄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문화재단 스스로 문화사업을 추진하려는 노력이 미미하다고 평가하고, 문화재단은 시가 재단을 시 산하단체로 여긴다고 반발하고 있다. 문화재단 출범에 194억이 투입됐으나 지난 1년간 유치한 기금은 기부금 성격에 해당되는 1억1000만원에 불과, 유명무실한 조직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올해 출범한 광주문화재단 역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계의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해 '문화수도 광주'의 큰 틀을 그려낼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조직 구성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조직이 방대하다 보니 간부급 인력이 현장 인력 더 많은 기형적 구조를 않고 출범하게 된 것. 문화재단의 기금 적립도 풀어야할 숙제로 꼽힌다. 광주광역시가 출연한 80억원, 기존의 재단 기금 2억원을 합쳐 82억원이 조성돼 있다. 내년 사업비로 11억여 원을 확보했으나, 추가 사업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도지사의 마인드가 독립성 확보 관건전북문화재단 출범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독립성 확보에 있다. 2009년 '전북문화재단 설립 운영 기본 계획 수립 및 예비 타당성 연구'에 따르면 도지사가 이사장이 되는 게 유력한 것으로 검토됐다. 도지사가 문화재단 이사장이 될 경우 예산 확보가 용이하며, 정책 추진력이 뒷받침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문윤걸 예원예술대 교수는 "문화재단도 도의 커다란 문화예술정책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고, 예산도 도의회가 쥐고 있기 때문에 도지사가 이사장이 됐든 도지사가 임명하는 다른 인물이 이사장이 됐든, 문화재단이 도로부터 완벽한 독립성을 보장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제했다. 다만 대안으로 문화재단이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사결정권을 갖춘 소위원회 구성을 제시했다.반면 도지사와 공무원들의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정성엽 (사)풍남문화법인 사무국장은 "공무원들이 문화재단을 독립적 기관이 아닌 산하기관으로 여기는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며 "공무원이 사전에 협의를 안하거나 보고하지 않고 예산을 안주다 보면 실무자가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공무원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역구조가 양산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1.08.03 23:02

"기적의 무대 꼭 보여드릴게요"…청각장애 아이들의 무한도전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들이 과연 음악공연을 할 수 있을까? 들리지 않는 귀로 빠른 비트의 댄스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출 수 있을까?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음악공연을 하겠다며 '무한도전'을 선언했다.주인공은 바로 전주시 선화학교 아이들이다. 노유리, 서유림, 강성범, 김수형, 진재혁, 김지수, 김다현, 김윤진, 김주리, 최용준 등 총 10명의 선화학교 아이들은 오는 26일 공연을 목표로 매주 모여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학교가 방학중임에도 매주 두 차례씩 모여 연습을 해야 하는 일이 결코 쉽진 않지만 아이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공연을 준비중인 맏형 진재혁(19세) 군은 "힘들고 팔다리가 아프지만 재미있다"며 밝게 웃는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공연준비가 어렵고 힘들지만 표정만큼은 자신있어 보인다.아이들이 도전하는 분야는 두 가지로 난타공연과 춤이다.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소리가 날 때 발생하는 공기의 떨림, 즉 진동을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소리를 느낀다고 한다.아이들은 이 미세한 진동을 느끼며 공연을 준비중이다.이번 공연은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기획으로 이루어졌다.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주요 테마인 '소리'를 통해 장애를 넘어 모든 이들과 소통하는 소리축제의 지향점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됐다. 공연의 테마도 '소리는 마음으로 듣는 것(Sound is in your mind)'이다. 소리축제측은 이번 공연을 '콩콩스테레오'로 이름붙여 온라인 프로모션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콩콩스테레오' 공연은 26일 오후 7시 전주한옥마을 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에서 펼쳐진다. 이날 아이들의 부모 및 학교 선생님, 그리고 일반 시민들을 초청해 아이들의 이 놀라운 도전의 성과를 공개한다.선화학교 아이들의 공연(난타 : 선화시대팀, 춤 : 무한선화팀)은 축제 기간 '소리프린지' 무대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소리축제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소리가 장애와 편견을 넘어 모든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고, 함께 공유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한 것"이라면서 "아이들의 '무한도전'이 결실을 거둘 공연날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많은 분들이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위병기
  • 2011.08.02 23:02

"문화재단, 실익없는 논쟁 그만…道 결단 내릴 때"

김완주 도지사가 지난 2006년 선거 공약으로 내건 전북문화재단이 5년 째 논란만 거듭하면서 표류하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계 안팎에서는 도지사가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이해관계인들의 갈등 구조 속에서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2009년 관련 조례가 제정된 데 이어 지난해 본예산 편성까지 했던 전북도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고, 도의회는 '여론수렴 후 해법제시'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수년째 논란만 거듭하고 있는 전북도는 또다시 "쟁점 정리가 미흡하다"며 "다른 지역의 사례를 더 검토한 뒤 내부검토와 토론을 거쳐 설립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비생산적 논의만 거듭한 채 결정을 못하고 있는 전북문화재단 문제의 걸림돌과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 본보는 두차례에 걸쳐 이를 다룬다. / 편집자 주△ 전북도와 도의회의 조변석개2006년 선거 때 김완주 지사가 문화재단 출범을 공약으로 제시한 뒤 간담회만 46차례나 했던 전북도는 2009년 조례를 제정한데 이어 2010년에는 본예산 편성까지 마쳤으나 이 예산안이 도의회에서 삭감된 후 지금까지 1년 가까이 차일피일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전북문화재단의 문화시설 통합범위와 출범시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2011년 6월)까지는 방향을 설정할 계획이다."김완주 지사는 지난해 10월 도의회에서 백경태 의원(무주)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도지사는 도와 재단간 역할과 기능을 명확히 하고,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타 시·도의 사례와 직무분석을 통해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이후 도는 TF를 가동하면서도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작 추경에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도는 또다시 "더 많은 비교검토가 필요하다"며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처음엔 도지사가 문화재단을 띄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지난해부터 그 반대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참모들도 입장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지난 2009년 6월 문화재단 설립 기본계획 수립에 이어 2010년 10월 출범 로드맵을 표방했던 전북도의 태도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일관성을 잃은 도의회의 행보도 도마에 올랐다. 2009년 조례 제정 당시 사실상 모든 입장이 다 결정됐으나, 지난해 7월 제9대 도의회가 출범했다는 이유로 재검토에 들어갔다. 타 시·도 방문, 토론회를 가진 도의회는 새로운 구상안을 제시한다고 했으나, 1년 가까이 감감 무소식이다.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원회(위원장 배승철·이하 문건위)는 올들어서도 문화재단 관련 논의를 하지 않았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전문성 부족과 안이한 태도가 문화재단 출범을 가로막고 있다"며 전북도와 도의회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전북문화재단 출범하면 문제 많나전북도나 도의회가 문화재단 출범의 걸림돌로 제시하는 것은 크게 3가지다.도지사가 이사장을 맡을 경우 옥상옥 우려가 크고, 한국소리문화의전당 통합에 따른 공룡화, 지역 문화계 밥그릇 싸움 가열화 우려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지역 문화계에서는 전북도가 이러한 우려를 하면서 신중론을 제기하는 것은 하나의 구실에 불과할 뿐 속내는 문화재단 출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사안의 본질은 도지사 측근을 둘러싼 일부 인사들의 기득권 지키기라는 것이다. 전북도나 도의회가 기득권 상실을 우려해 문화재단 출범에 미온적인데다 일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문화재단 문제가 논란만 거듭한다는 것이다. 문화재단이 출범할 경우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전북도의 입김이 줄어들 수 밖에 없어 굳이 문화재단을 만드는 데 어느 누구도 앞장서지 않는 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볼 수 있다.지역 문화계 일각에서는 "문화재단이 출범하면 결국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이 통합될 수 밖에 없는데 이의 수탁을 맡은 예원예술대 차종선 이사장과 김완주 지사의 특별한 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지사 선거 때 선거대책본부 고문과 본부장을 지낸 차 이사장이 소리전당을 맡은 상황에서 도지사가 이를 당장 빼앗는 것은 부담이 되기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관측.배승철 도의회 문건위 위원장의 애매한 처신도 입방아에 자주 오르고 있다. 배승철 위원장은 지난 2009년 문화재단 관련 조례가 제정될 때 입법 과정에 직접 참여한 당사자임에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자신들의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은 바 있다. 배승철 위원장과 차종선 이사장은 고교 선·후배로 알려졌다.일부에선 문화예술계 인사간 갈등 구조로 인해 재단 출범이 늦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인사 낙점설이 나돌면서 견제하는 쪽에서 '문화재단 불필요론'이 확산됐다는 것. 소위 새로운 문화권력 태동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데다,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문화재단 출범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도지사 수장으로 인한 옥상옥 우려나 '공룡화' 문화재단 역시 설득력이 높지는 않다. 도는 문화재단 회의론을 펴면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포함한 3대 문화시설의 통합에 관한 입장 정리도 하지 않은 상태. 지역 문화계는 문화재단 출범을 지지부진하면서 가부간 결정하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익없는 논쟁 그만, 결단 내려야"문화재단 출범을 여론 떠보기로 하려는 건지 뭔지 알 수가 없다"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전북도나 도의회가 명쾌한 입장을 결정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용역이나 토론회 혹은 신중론만을 되풀이하면서 혼란과 갈등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문화예술인들은 "최고 의사결정권을 가진 도지사가 확고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며 "확신이 없이 여론추이에 따라 정책을 펴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도가 그림을 잘못 그려가는 것 같다"면서 "큰 축에서 얘기해야 하는데 이것 저것 건드렸다 반응이 안 좋으면 후퇴하는 식으로 일관하면서 행정의 일관성과 신뢰감을 떨어뜨리고 있다"고도 했다.다른 시·도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제기됐으나 치열한 논란 끝에 어떤 형태로든 매듭을 지은 지 오래다. 한 문화예술인은 "왜 전북에서만 옥상옥이나 공룡화 우려가 제기되느냐"며 "이미 오래 전에 끝난 쟁점을 또다시 거론해봐야 말장난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시·도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유독 전북도만 결론을 못내리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만일 타당성이 없으면 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하면 될 문제를 질질 끄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1.08.02 23:02

[김용택의 거리에서] 물난리

몇 년 전 강원도에 엄청나게 많은 비가 온 적이 있었다. 사람이 죽고 논과 밭이 유실되고 도로가 절단되었다. 산에서 물과 흙더미와 나무가 거꾸로 내달아 내려오는 모습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때 어느 마을의 한 노인이 도로가 잘린 곳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저기 허물어진 도로가 옛날에 물길이었어."우리들은 지금 흐르는 물길을 막고 돌려 그 곳에 집을 짓고 도로를 내고 생태공원을 만들고 있다. 바다를 메워 집을 짓고 횟집을 짓는다. 바닷가나 계곡에 가보면 정말 전문가가 아닌 우리들이 보아도 위태로운 곳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나라 수도인 서울, 그것도 강남에 쏟아진 '물 폭탄'이 만들어낸 물난리를 보면서 우린 또 기가 질린다. '무섭다'를 지나 전 국민이 공포감에 벌벌 떨었다. 비가 오면 서울이 왜 이리 물난리 지역이 되는가. 물이 갈 길을 다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빗물이 스며들 땅의 숨구멍을 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막아 버리니 빗물이 어디로 가겠는가. 이번 같은 사태는 비단 서울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우리나라 마을들은 모두 산을 등지고 있거나 산이 없는 마을이라도 멀리 산을 등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뒷산 양지 바른 산에 조촐한 묘가 있고 그 산에 기댄 작은 마을들은 평화로워 보였다. 사람들이 살 곳과 죽은 후의 명당을 찾는 일이란 바로 물과 산과 바람과 햇빛을 잘 살피고 그들의 흐르고 머물 길을 거스르지 않고 잘 보살피는 일이었다. 나무 한그루 돌멩이 하나를 건들 때도 농부들은 손이 없는 날 날을 받았다. 자연을 고려하고 배려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지자체가 공들여 예산을 투자를 하는 곳 중에 하나가 생태공원, 둘레길, 올레길, 마실길, 산책길 조성사업이다. 가만히 두면 그 곳에 자연이 만들어 놓은 생태 공원인데, 사람들이 몰린다 싶으면 멀쩡한 강과 산에 나무를 베어내고 파헤쳐 사라진 길을 생짜로 만들고 그 곳의 생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나무와 풀들을 심고 연못을 만들어 생태공원을 조성한다. 서울 우면산 산사태는 산 아래 집짓기와 생태공원조성사업의 원인이 컸다고 한다. 지구의 기후가 변했다. 지구에 가해지는 폭설, 폭우, 가뭄, 지진, 해일, 태풍 등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지 오래다. 거기에 대한 사람들의 대책은 역행 아니면 속수무책이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11.08.01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