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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의적 행위를 예술적 제의로 확장하다…강용면 개인전 '계반삽시(啓飯插匙)'

한국 전통의 미를 재해석하며 고유의 입체조형과 설치 작업세계를 구축해 온 조각가 강용면이 둥근 밥그릇과 밥덩이를 형상화해 선보인다. 작가의 작업 중심에는 ‘예(禮)’와 ‘법도(法度)’가 있다. 유교적 삶의 규범 속에서 체득한 것을 예술의 근간으로 삼기 때문이다. 옛 것을 익혀 새로움을 안다는 공자의 가르침을 현대 조형언어로 풀어내 더욱 신선한 자극을 선사한다.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에서 ‘계반삽시(啓飯插匙)’를 주제로 열리는 강용면 개인전에는 작가의 대표 연작 ‘온고지신’ 시리즈 신작을 만날 수 있다. 신작 ‘온고지신 고봉밥’은 브론즈와 나무, 채색된 그릇으로 구성된 대형 설치로 밥상을 형상화했다. 둥근 산처럼 소복하게 담긴 밥공기는 공양(供養)의 의미와 한국적 풍요의 상징을 드러낸다. 또 다른 작품 ‘온고지신-깻잎’은 어머니가 평생 지어온 깻잎 농사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소박한 일상의 정성과 생태적 순환의 미학을 시각화했다. 작가의 대표 연작 ‘온고지신’ 시리즈는 사유의 시각화로 전통적인 밥그릇과 제의적 상징물을 현대적 재료와 색채로 재구성해 한국미의 조형성과 정신성을 탐구한다. 우리 역사에서 궁핍한 민중들에게 소중했던 밥이자, 어머니들이 가족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곱게 떠놓았던 밥을 현 시대에 필요한 의미로 되돌아보게 한다. 전시 ‘계반삽시’는 그 연장선에서 ‘밥뚜껑을 열고 수저를 꽂는다’는 제의적 행위를 예술적 제의로 확장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이를 사라져 가는 전통과 관계를 깨우는 행위로 해석하며 밥공기·숟가락·그릇을 매개로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을 구축했다. 강 작가는 “예술은 가장 정신적인 행위이며 역사의 전통이라는 토양 속에서 훌륭한 예술작품이 탄생한다”라고 밝혔다. 작가의 작업은 단순한 전통의 재현이 아닌 전통을 ‘살아 있는 언어’로 되살리는 실험인 것이다. 전시는 11월 2일까지 진행되면 월요일은 휴관한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10.23 17:33

호남오페라단 창단 40주년 기념 무대 연다…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공연

사람이 마흔의 나이를 맞으면 세상사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일컬어 ‘불혹(不惑)’이라 한다. 1986년 창단 이래 오페라를 통한 한국음악의 세계화와 지역문화 진흥에 힘써온 ㈔호남오페라단이 올해 불혹의 나이에 이르렀다. 지난 40년의 세월 동안 지역 무대의 뿌리를 지켜온 단체는 올가을, 창단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공연으로 도민과 만난다. ㈔호남오페라단은 다음 달 14일 오후 7시와 15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베르디의 대작 오페라 ‘운명의 힘’(La Forza del Destino) 을 선보인다. 이번 무대는 창단 40주년 기념공연이자 제54회 정기공연으로, ‘3대 베르디 오페라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다. 창단 이후 40년 동안 도내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오페라의 뿌리를 다져온 민간 단체인, 호남오페라단은 이번 무대를 통해 ‘오페라 본연의 힘’과 ‘예술의 지속성’을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조장남 ㈔호남오페라단 단장은 “‘운명의 힘’은 인간과 신, 그리고 운명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며 “40년의 역사를 딛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상징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르디의 ‘운명의 힘’은 사랑과 복수, 구원이라는 고전적 주제를 장대한 음악 속에 담아낸 걸작으로, 186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된 뒤 1869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개정판이 선보이며 세계 오페라사의 명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와 함께 베르디 3대 오페라로 꼽히며, 인간의 고뇌와 신의 섭리를 함께 응시하는 서사로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에는 국내외 주요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14일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김라희(도나 레오노라), 테너 박성규(돈 알바로), 바리톤 한명원(돈 카를로), 베이스 이대범(칼라트라바 후작·콰르디아노)이 출연한다. 15일 공연에는 소프라노 임경아, 테너 이재식, 바리톤 조지훈, 베이스 이대혁 등 지역 기반 성악가들이 무대에 오른다. 지휘는 세계적인 오페라 전문지휘자 클라우디오 마리아 미켈리가 맡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함께하며 음악적 완성도를 높인다. 전주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 강명선 현대무용단이 협연해 무대의 장엄함을 더한다. ‘운명의 힘’은 주인공 레오노라, 알바로, 카를로 세 인물이 신의 뜻과 인간의 선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장엄한 합창과 극적인 아리아, 웅대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어우러지며 베르디 특유의 서사적 긴장감을 완성한다. 대표 아리아 ‘신이시여, 평화를 주소서(Pace, pace mio Dio)’ 는 절망 속에서도 구원을 향한 인간의 간절함을 표현한다. 이번 공연을 끝으로 지난 3년간 이어온 ‘베르디 3대 오페라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호남오페라단의 조 단장은 “40년 동안 지역 오페라의 한 축을 지켜온 단체로서, 도민들에게 수준 높은 정통 오페라를 선물하고자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3 17:32

"산책하듯 편안하게"…강경찬, '산책' 개인전

순백의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이 총천연색을 띠며 반짝인다. 사계절이 담긴 알록달록한 풍경과 평온한 시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색으로 채워진 말랑말랑한 나무와 동화에 나올 법한 아담한 집 등 군데군데 현실과 다른 상상의 순간들이 발견된다. 일상에서 찾은 소소한 풍경을 화폭에 담아낸 강경찬 개인전 '산책'이 29일까지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에서 열린다. 평생을 치과의사로 살아온 강경찬(64)씨는 전업 작가는 아니다. 대학시절부터 자신의 마음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캔버스에 옮겨 그렸다. 각박한 일상이었지만 그림을 그리며 자유를 느낀 강 씨는 연필 스케치부터 유화, 조소, 조각까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작품을 완성했다. 그렇게 수십 년간 차곡차곡 쌓아간 작품 70여점을 첫 전시회에서 선보인다. ‘산책’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강 씨는 특정한 주제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일상의 풍경과 마음을 천천히 따라갔고 자연스럽게 스며든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지난 22일 전시회장에서 만난 강 씨는 “산책은 아무런 목적 없이 걷는 행위이다. 이상하게 산책 후에는 행복감과 고요함이 찾아 온다”며 “익숙하지 않은 붓질,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눈과 마음이었지만 이 작은 전시가 관람하는 분들에게는 잠시 산책하듯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머물 수 있는 시간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10.23 17:30

섬진강의 가을, 시와 음악으로 물들다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는 옛말처럼, 선선한 가을볕이 살갗을 어루만지는 계절이다. 겨울의 문턱이 다가오는 짧은 가을, 일상의 스트레스를 잠시 내려놓고 낭만과 감성으로 물드는 음악회가 열린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과 예술인들이 함께하는 ‘김용택 시인과 함께하는 섬진강 음악회’가 오는 25일 오후 3시, 임실군 덕치면 강변사리캠핑장에서 펼쳐진다. 이번 음악회는 김용택 시인의 문학세계를 대중과 나누고, 섬진강의 아름다운 자연과 농촌의 정서를 음악으로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 무대에는 25현 가야금과 기타, 해금 연주자들로 구성된 실내악단 ‘써니 앙상블’이 오른다. 이들은 ‘바람의 초대’, ‘보헤미안’, ‘마이웨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 등 세 악기의 독특한 음색을 살린 연주로 관객에게 깊은 울림과 힐링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어 한국 대표 혼성 5인조 아카펠라 그룹 ‘제니스’가 가을 감성을 담은 무대를 꾸민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OST, 볼빨간사춘기의 ‘여행’, ‘가을 아침’, ‘가을이 오면’, ‘너의 의미’ 등 가을 메들리와 함께, 김용택 시인의 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우리 아빠 시골 갔다 오시면’을 가사로 한 포크송도 선보인다. ‘제니스’는 2015년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제아카펠라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실력파 팀으로, 시인의 서정적인 언어를 감미로운 하모니로 들려줄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임실군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마당이 주관하며, 사전 신청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공연 관련 문의는 사회적기업 마당 기획운영팀(063-273-4823)으로 하면 된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3 17:30

버려진 산업유산, 디지털 예술로 다시 태어나다⋯황등석산 ‘달콤한 변신’

익산 황등석산이 문화와 예술의 감각으로 되살아났다. 한때 채석장이던 공간이 애니메이션과 디저트를 결합한 체험형 예술 콘텐츠로 재탄생해 지역 산업유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산업의 흔적이 남은 거친 석산이 디지털 기술과 창의적 상상력 속에서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변신한 것. 토스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오는 25~26일 열리는 ‘2025 돌돌잔치’에서 황등석산을 배경으로 한 체험형 애니메이션 콘텐츠 ‘황등크래프트’를 선보인다. 이번 프로젝트는 (재)전북콘텐츠융합진흥원이 주관하는 ‘신기술 활용 지역 현안 해결 콘텐츠 개발·제작 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제작됐다. 황등석산은 한때 익산을 대표하던 석재 산업의 중심지였으나 산업 침체로 기능이 줄어들면서 도시의 폐허처럼 남은 공간이었다. 익산시는 이곳을 문화예술, 관광, 산업자원으로 개발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토스트는 그 과정에서 ‘문화적 감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맡았다. 그 결과 ‘황등크래프트’는 산업유산의 이미지를 디저트라는 달콤한 소재와 결합해 부드럽게 재해석한 체험형 콘텐츠로,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오감을 통해 즐길 수 있게 마련됐다. 실제 프로그램은 △이동형 테이블 맵핑 애니메이션 관람 △크럼블즈 캐릭터 쿠키 컵케이크 만들기 △삽 모양 스푼으로 즐기는 시식 타임 △한정판 타투스티커 증정 및 포토존 운영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콘텐츠에 공간 제약 없이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이동형 레이더(프로젝션) 맵핑 시스템’을 적용해 몰입감을 높였다. 대형 공연장이나 건물 외벽에서만 볼 수 있던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소형화해 이동 가능하게 만든 것으로, 향후 학교·유치원·체험관·박물관 등 다양한 공간으로의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장인복 토스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대표는 “황등석산을 단순한 산업유산이 아니라, 아이들의 감성과 예술적 상상력이 자라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했다”며 “가족이 함께 즐기며 지역의 자연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니메이션 제작사로서 현장형 콘텐츠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 첫 시도라 시행착오도 많지만, 이 과정이 지역 문화산업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스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 인재들이 함께하고 있다. 대표는 “전북은 애니메이션 산업 기반이 아직 약한 지역이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우리 지역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며 “앞으로는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인재들을 지역에서 품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1 17:49

여덟 가지 예술풍경으로 빚어낸 '미래문화축제 팔복'

기술을 키워드로 한 예술작품은 기술혁신을 넘어 오늘의 인간과 사회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전주문화재단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팔복예술공장 일대에서 개최한 ‘미래문화축제 팔복’은 이러한 명제를 관통한다. 1년 전 전주시와 함께 전통과 미래, 문화를 결합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축제는 일 년 새 전국 단위 축제로의 발전 가능성을 입증했다. 21일 전주문화재단에 따르면 3일간 진행된 축제에는 약 3만 5000명이 방문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2만5000명 방문)보다 1만 명 증가했다. 축제는 ‘팔복팔경’을 주제로 8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전통문화 요소와 현대 미디어 아트를 결합한 전시부터 첨단기술을 접목한 실험적인 공연까지 다채로운 콘텐츠가 오감을 자극했다. 특히 전국 공연계의 최신 흐름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전주예술난장은 무대 해체와 경계 허물기를 통해 ‘지속 가능한’ 예술 축제로의 확장성을 보여줬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전주예술난장은 서로 다른 관점과 형식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려는 문제의식을 담아내며 큰 호응을 얻었다. 서커스와 마임, 마술, 음악 댄스, 버블 등 거리예술부터 전통 유희 공연과 업사이클링(새활용) 악기 체험 등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들로 구성해 관객들의 만족감을 높였다. 소리를 공연 예술의 새로운 언어로 확장하는 시도가 돋보였던 ‘타악그룹 언락’과 언어를 절제하고 행동과 표정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정서를 공유한 차력단 ‘둥당애’공연은 축제의 유쾌함을 더했다. 타악기라는 한정된 악기로 소리의 다채로움을 표현하며 독창적 예술 세계를 개척하고 있는 타악 퍼포먼스 그룹 아퀴는 지역성을 품으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래문화축제 팔복’의 정체성을 선명히 각인시킨 디지털 헤리티지 전시도 축제 기간 내내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시에는 센서 기반의 반응형 전통 댄스 챌린지부터 AI와 감정을 교감하며 입체음향과 전통 회화를 시각화한 설치 작품,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디지털 풍등 체험, 인공지능과 로봇 드로잉 기술로 전통 이미지를 되살린 퍼포먼스 등 미디어 경험을 녹여낸 작품 7점이 소개됐다. 이뿐만 아니라 팔복예술공장 B동 디큐브에 마련된 ‘천년의 숨결, 미래의 빛’미디어아트는 전주의 문화유산을 빛과 소리, 촉각 등으로 융합해 완성한 작품으로 관람객에게 완전한 몰입 공간을 선사했다. 최락기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올해는 팔복동의 여덟 가지 매력적인 풍경을 뜻하는 팔복팔경을 각각의 장소에서 체험과 공연, 전시로 만나볼 수 있도록 축제를 구성했다”며 “실험으로 만들어낸 창작물이기 때문에 개선할 부분도 존재한다. 미래문화를 키워드로 하는 만큼 완성형 축제라기보다는 진화하고 발전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10.21 17:46

'감각을 깨우는 소리 여정'⋯반준혁 피콜로이스트 독주회 개최

명확한 소리와 섬세한 표현으로 주목받고 있는 피콜로이스트 반준혁이 다음 달 8일 오후 6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독주회를 열고 ‘소리여정’에 나선다. 이번 공연은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의 2025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선정작으로, 피아니스트 이윤희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무대는 피콜로의 섬세한 음색으로 그려내는 고독과 자연의 숨결로 채워질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기획된 피콜로 독주회로, 피콜로의 예술성과 독주 악기로서의 정체성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연주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플루티스트 한성은과 박지혁이 피콜로 주자로 함께 참여해 줄리아 그렌펠(Julia Grenfell)의 Piccolo Ridicolo를 국내 초연한다. 세 대의 피콜로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앙상블은 작은 악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밖에도 Amanda Harberg, P. A. Génin, Daniel Dorff, Mike Mower의 작품들이 연주되며, 피콜로의 다양한 매력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로 관객에게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반준혁 피콜로이스트는 “작은 악기이지만 그 안에 담긴 무한한 가능성과 생동감을 무대 위에서 펼쳐 보이고 싶다”며 “이번 독주회를 통해 지역 음악계에 신선한 자극을 더하고, 피콜로 독주 무대를 하나의 예술 장르로 확장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 씨는 전주시립교향악단, 익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전주챔버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으며 전주시립교향악단 인턴을 역임했다. 이후 서울챔버오케스트라,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 충남교향악단 등에서 플루트와 피콜로 객원 주자로 활약하며 연주 영역을 넓혀왔다. 2022년에는 국내 최초로 협주곡으로만 구성된 피콜로 독주회를 열어 주목을 받았으며, 앨런 스티븐슨(Alan Stephenson)의 피콜로 협주곡 전 악장을 국내 초연해 피콜로이스트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현재 전주챔버오케스트라 대표이자 Ensemble LOCO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BACH Chamber Players, IRIS Flute Ensemble 단원, Orchestra PAN 수석으로 활약 중이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1 16:56

삶의 빛으로 물든 화폭, 어르신들의 여섯 번째 동행

가을의 정취가 무르익는 계절, 붓끝에 인생의 빛깔을 담은 어르신들의 수채화 작품이 청목갤러리를 물들인다. 양지노인복지관 수채화 동호회 ‘하늘빛 수채화’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청목갤러리에서 제6회 정기전 ‘하늘빛 수채화전’을 개최한다. 수채화는 채색과 물의 농도 조절이 까다롭고, 한 번 그은 선을 수정하기 어려운 장르로 알려져 있다. 유화나 아크릴화와 달리 실수를 되돌리기 힘든 작업이지만, 회원들은 꾸준한 연습과 인내로 자신만의 표현세계를 구축해왔다. 지도강사 신재철 작가는 “물감과 물의 흐름을 스스로 제어하며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 자체가 인생의 단면 같다”며 “어르신들의 열정과 꾸준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신 작가의 지도를 받아 꾸준히 작업해온 회원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40여 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작품에는 사계절의 풍경과 꽃, 과일, 동물 등 일상 속 아름다움이 투명한 색감으로 담겼다. 봄의 싱그러움, 여름 계곡의 청량함, 가을 들녘의 황혼, 겨울의 고요함까지 삶의 온기를 담백하게 표현했다. 이와 함께 고향의 정취를 담은 시골길, 동백꽃, 모란, 사과, 모과 등 친숙한 소재들이 그려져 관람객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하늘빛 수채화 회원들은 작가 노트를 통해 “평균 나이 일흔셋의 열정으로 붓을 잡아 어느덧 여섯 번째 전시를 맞게 됐다”며 “완성된 작품을 가족과 지인에게 보여줄 때 느끼는 보람과 기쁨이 다시 붓을 들게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회원들의 인생이 스민 색채를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늘빛 수채화’는 2021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매년 전시를 이어오며 지역 어르신 미술문화 확산에 앞장서왔다. 지난 3년간 △제5회 하늘빛 수채화전(2024, 청목갤러리) △제4회 하늘빛 수채화전(2023, 양지노인복지관) △제3회 하늘빛 수채화전(2023, 청목갤러리) 등을 개최하며 활발한 전시 활동을 펼쳐왔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0 18:39

전통서예의 틀을 넘다…전주문화재단 '문자유희전' 개최

문자를 예술적 놀이의 대상으로 삼아 전통 서예의 틀을 넘어서는 실험적인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최락기)은 동문창작소 2호점 입주 작가의 창작활동 결과를 공유하는 전시 ‘문자유희전’을 24일까지 공유화음실(동문길 60)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창작소 2호점에 입주한 서예작가 이당 김진호, 청람 최동명의 창작성과를 시민들과 나누기 위해 마련한 자리이다. 두 작가의 서예 작품 2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문자유희전’은 문자를 예술적 놀이의 대상으로 삼아 실험적이고 조형적인 시도를 통한 창작물들을 선보인다. 전통 서예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필법들로 문자예술의 관계성을 제안한다. 이당 김진호는 정제된 필력과 깊은 묵향으로 문자에 담긴 정신성을 탐구하는 작가다. 청람 최동명은 자유로운 구성과 현대적 감각으로 문자에 대한 유희적 접근을 시도한다. 두 작가의 작품은 각기 다른 미학적 시선으로 문자에 접근하면서도 공통적으로 서예의 본질을 확장한다는 창작 의지를 담고 있다. 전시 기간 동안 동문거리 일대에서는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작가들의 작업공간을 둘러볼 수 있으며 다음달 10일까지 동문거리 상점에서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샵인샵’ 이벤트가 함께 운영된다. 최락기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는 입주 작가들이 문자라는 매개를 통해 예술적 실험과 성찰을 이어온 결과물”이라며 “시민들이 서예의 새로운 가능성과 깊이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10.20 17:07

중년의 삶을 희곡으로 엮다, 누에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들

일평생을 ‘삶’이란 무대 위에서 살아온 평범한 다섯 중년의 이야기가 한 편의 희곡으로 피어난다. 완주 복합문화지구 누에가 오는 23일 오후 7시 카페 실마리에서 시민들이 직접 쓴 인생 희곡을 무대에 올리는 낭독회를 연다. ‘완주, 중년 희곡’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낭독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주관한 ‘2025년 중장년 인문프로그램’에 선정된 ‘2막학교: 인생은 아름다워(이하 2막학교)’의 일환이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삶을 짧은 분량의 희곡으로 쓰고 직접 무대에 올리는 참여형 인문학 프로그램이다. ‘2막학교’는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희곡을 읽고, 쓰고, 낭독하고, 책으로 내는’ 네 가지 세부 과정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기존 희곡 작품 속 다양한 인물을 만나며 자기 삶을 되돌아보고, 개인 또는 팀 단위로 10~30분 분량의 희곡을 완성했다. 주제는 부모와 사랑, 설화, 직업, 친구 등 다양하게 펼쳐졌다. 그 결과 전체 참가자 중 열세 명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완주군 역사·문화 콘텐츠를 소재로 했거나 희곡의 장점을 살려 무한한 상상을 보여 주는 등 중년의 다채로운 빛깔을 선보인 13편의 작품을 완성했다. 김송화의 <생강생강해>, 김정연의 <완주 음식 유람>, 박미희의 <창밖의 빛>, 선태백의 <10년 후에 우리는>, 안채령의 <담치기>, 오영란의 <완주의 두 예인>, 유향덕의 <팥쥐 콩쥐>, 이남례의 <울 엄마의 꽃날>, 이덕례의 <맞선>, 이연옥의 <빨강 구두>, 이용현의 <마라톤의 팀플레이>, 정은아의 <나는 문제없어>, 주용식의 <핑계가 되지 않게> 등이다. 이날 낭독회에서는 완성된 13편 가운데 〈팥쥐 콩쥐〉, 〈완주 음식 유람〉, 〈울 엄마의 꽃날〉, 〈맞선〉, 〈10년 후에 우리는〉 등 다섯 편이 무대에 오른다. 유향덕의 〈팥쥐 콩쥐〉는 완주 이서면을 배경으로 고전 〈콩쥐팥쥐〉를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팥쥐 엄마의 재혼’과 ‘콩쥐의 혼인’ 등 주요 사건을 통해 재혼으로 갑자기 가족이 된 두 인물이 진정한 가족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김정연의 〈완주 음식 유람〉은 완주 13개 읍·면의 향토 음식을 소재로 한 창작 판소리로, 국수·순두부백반·한우·화덕피자 등 완주의 맛을 경쾌하게 풀어냈다. 이남례의 〈울 엄마의 꽃날〉은 94세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평생을 살아온 부모 세대의 인생을 담담히 기록한 작품이다. 이덕례의 〈맞선〉은 가족 간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대화를 통해 세대 간의 온도 차와 유대감을 그렸고, 선태백의 〈10년 후에 우리는〉은 중년에 찾아온 ‘끝사랑’에 대한 서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작품 기획과 구성에는 김근혜·이경옥 동화작가, 최기우 극작가, 최아현 소설가가 멘토로 참여했으며, 정경선 연출가와 조민지·이우송 배우가 무대 낭독 지도를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책임 강사로 참여한 최기우 극작가는 “열정적인 도전으로 희곡을 완성한 열세 분의 찬란한 인생 2막을 응원한다”며 “가장 인간적인 언어인 희곡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희망을 향한 두 번째 여행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낭독회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참가 신청은 네이버폼(https://naver.me/Gf0wb9nP)을 통해 가능하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0 16:54

조화롭고 즐거운 잔치, 무형유산의 현재와 미래를 잇다

가을빛이 완연한 전주에 전통과 현대, 과거와 미래가 한데 어우러지는 잔치가 열린다. 사물놀이의 북소리와 판소리의 한이 교차하고, 인공지능으로 되살아난 명인의 숨결이 무대를 채운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 일원에서 ‘2025년 무형유산축전 화락연희(和樂宴熙)’를 개최한다. ‘조화롭고 즐거운 잔치에서 빛나는 기쁨’이라는 뜻의 이번 축전은 전통과 현대, 세대와 세대, 지역과 세계가 어우러지는 무형유산 종합 축제로, 공연·전시·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먼저 23일 오후 7시 30분 진행될 개막공연 ‘무형유산의 시작’에서는 김덕수 명인의 사물놀이를 시작으로, 국가무형유산 남도들노래 보유자 고(故) 조공례의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한 ‘명인오마주’가 무대에 오른다. 판소리꾼 겸 가수 최수호의 공연과 전 출연진이 함께하는 대합창으로 축제의 문을 연다. 이어 24일에는 경기민요 보유자 이춘희, 소리꾼 이희문과 그의 그룹 ‘오방신(申)과’가 함께하는 특별공연 ‘잇고 잇다’가 이어지며, 영화와 무형유산의 만남을 보여주는 필름콘서트 ‘조선마술사’도 상영된다. 25일에는 대금산조 이생강, 판소리 고법 김청만, 거문고산조 김무길 등 명인들이 출연하는 ‘명인명창시나위’가 펼쳐진다. 뒤이어 ‘박인선과 장군님들’이 전통 탈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탈의 락, 장군의 굿’을 선보이며 축제의 흥을 더한다. 마지막 26일 펼쳐질 폐막공연 ‘화락, 끝에서 다시 피어나다’에서는 하림과 블루카멜앙상블, 소리꾼 이나래가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무대를 꾸며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 밖에도 보유자 102명의 작품 233점을 선보이는 ‘제53회 보유자작품전’(23일~다음 달 16일), 대국민 공모전 ‘한지ON: 무형유산을 담다’ 수상작 상영회(24~25일 오후 2시), 영화 ‘왕의 남자’ 필름콘서트(25일 오후 5시30분) 등 전통예술의 다양한 면모를 감상할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민속놀이터’, 공예체험이 가능한 ‘열린공방’, 디지털 기술로 무형유산을 체험하는 이동형 ‘이어지교’ 버스, 지역특화 먹거리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국가의 전통음식·음료를 만날 수 있는 ‘팔도흥마켓 & 전통미식한마당’ 등이 축제 기간 내내 운영된다. 세대 간 전승과 국제 교류의 장도 마련됐다. ‘어린이 무형유산 발표회’(24일 오후 2시), ‘재외동포 초청공연’(25일 오후 2시) 등이 열리며, 싱가포르 ‘극장 에스폴라네이드’ 관계자들도 한국 무형유산의 국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축전을 찾는다. 축전의 세부 일정과 사전예약 안내는 국립무형유산원 누리집과 인스타그램(@nihc2014), 무형유산축전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19 18:13

벼루가 닳도록 글씨에 삶을 바친 창암, 추사와의 인연으로 되살아나다

전주에서 태어난 창암 이삼만(1770~1847)은 평생 글씨를 쓰다 보니 벼루 밑창이 뚫어졌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붓이 망가지면 칡 줄기를 잘라 붓으로 만들어 썼을 정도로 글씨 연습에 매진해 왔다. 전주와 정읍, 완주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창암이 추사 김정희, 평양의 눌인 조광진과 함께 조선 3대 명필가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유배가 풀려 한양으로 올라가던 추사가 전주에 들러 창암을 찾았다. 하지만 창암은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고 추사는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명필 창암 완산이공삼만지묘(여기 한 생을 글씨를 위해 살다 간 어질고 위대한 서가가 누워있으니, 후생들아 감히 이 무덤을 훼손하지 말지어다)’라는 묘문을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완주삼례문화예술촌에서 진행 중인 조선의 명필 ‘창암 추사 재회’ 특별전은 바로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 길을 떠날 당시, 전주를 지나게 됐다. 71세였던 창암이 제자들과 함께 추사를 찾아 자신의 글씨를 보여주며 평을 부탁했고, 그때부터 둘은 서로를 존경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이번 전시에서는 창암 이삼만의 서체를 감상할 수 있는 3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창암은 해서와 행서, 초서와 대자에 능했다. 대체로 힘 있고 고박한 글씨를 썼고 그의 초서는 막힘이 없어 ‘유수체(流水體)’로 불렸다. 완주에서는 처음으로 추사 김정희의 작품 3점이 전시된다. 추사는 높은 정신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서화불분론(書畵不分論)에 따라 회화적 조형성을 함축한 글씨와 서예의 법식에 충실한 ‘추사체’를 완성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완주군에서 준비한 명품 관광지 대한민국 명화 고미술전시행사이다. 완주군이 주최하고 미술관 솔이 주관하는 특별전으로 삼례문화예술촌 제1전시관에서 내년 1월 4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10.16 16:52

가을날 즐기는 클래식 낭만…JB문화공간 '온고을 클래식 축제'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바그너 이후 독일에서 가장 뛰어난 작곡가로 꼽힌다. 그는 리스트로부터 교향시(symphonic poem ·표제를 가진 독립된 단악장의 관현악곡)의 영감을, 바그너에게선 오페라의 영감을 받아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교향시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오페라 ‘살로메’가 있다. 웅장한 관현악을 동반한 대작이기에 지역에서는 좀처럼 감상하기가 어렵다. JB금융그룹 전북은행(은행장 백종일)이 후원하는 전주 JB문화공간이 클래식 팬들을 흥분시킬 ‘온고을 클래식 축제’를 선보인다. 18일 오후 5시 JB문화공간 2층 라운지에서 열리는 '온고을 클래식 축제'는 JB문화공간의 새로운 클래식 공연 브랜드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내 최정상급 연주자들을 초청해 오페라부터 성악, 실내악까지 120분 간 풍성한 레퍼토리를 펼쳐낼 예정이다. 공연의 서막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 Strauss)’의 String Sextet from ‘Capriccio’, Op.85로 연다. 바이올린 한경진·최재원, 비올라 문명환·한지희, 첼로 김인하·최정은이 함께 하는 여섯 현의 정교한 하모니로 관객을 몰입시킬 예정이다. 연주자들의 화려하고 웅장한 연주기법과 깊이 있는 소리의 조화가 기대된다. 이어지는 1부는 소프라노 양귀비의 독창 무대로 꾸며진다. 슈트라우스의 ‘Morgen!’ 과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Deh vieni, non tardar’를 비롯해 거슈윈의 ‘Summertime’, 구노의 ‘Juliet Waltz’ 까지 서정적이면서도 화려한 곡들을 연주한다. 한국 가곡 ‘님이 오시는지’와 강원도 민요를 편곡한 ‘한오백년’을 통해 한국적 정서를 표현한다. 2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대표적 실내악 작품 ‘String Sextet Souvenir de Florence, Op.70 (플로렌스의 추억)’을 연주한다. 바이올린 한경진·최재원, 비올라 문명환·한지희, 첼로 최정은·김인하 연주자가 다시 무대에 다시 올라 차이콥스키 특유의 서정성과 강렬한 정열을 풀어낸다. 공연 중간에는 사회자와 연주자들의 해설을 통해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음악적 해석을 관객과 함께 나누는 시간도 준비했다. 전북은행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전석 무료이다. JB문화공간은 전주의 클래식 애호가들이 수준 높은 음악을 현장에서 즐길 수 있도록 고품격 클래식 공연 프로그램을 내년에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10.16 16:38

함께 만드는 진짜 축제⋯제3회 전주예술난장 열린다

가을빛이 깊어가는 팔복동이 예술로 들썩인다. 문화도시 전주의 대표 예술축제, ‘2025 전주예술난장’이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팔복예술공장 일대에서 펼쳐진다. 올해 난장은 ‘도시의 거리와 공간이 곧 무대가 된다’는 취지 아래, 2036 하계올림픽 유치의 염원을 예술로 풀어낸다. 전주시와 전국 예술가, 지역 협의체, 팔복산단 기업체 등 다양한 주체가 힘을 모아 ‘예술로 하나 되는 도시’를 만든다. 2023년 첫선을 보인 전주예술난장은 매년 새 얼굴의 예술가들이 모여 실험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공연을 선보여왔다. 지난해에는 170여 팀이 지원했고, 올해는 200여 팀 중 35개 팀이 최종 선정돼 전주 시민과 함께 도시를 축제의 무대로 바꿀 준비를 마쳤다. 축제의 문을 여는 개막식 ‘뛰어! 전주, 울려! 난장’(17일)은 전통과 미래가 어우러진 대규모 퍼포먼스로 시작된다. 이후 18일과 19일에는 서커스, 마임, 마술, 음악, 전통연희, 무용, 미디어아트 등 거리예술의 모든 장르가 팔복동 구석구석을 물들인다. 올해 행사는 예술인 기획단 ‘장단’과 전주문화재단이 손잡고 만든 민·관 협력형 축제 모델로, 전국 예술인뿐 아니라 ESG 협의체, 주민 협의체, 지역 기업체까지 참여해 ‘함께 만드는 진짜 지역축제’를 그린다. 주요 프로그램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거리예술 공연’ △도심 속 미술관 ‘공공미술 프로젝트’ △예술인 기획단을 직접 찾아보는 미션형 이벤트 ‘장단을 맞춰라!’ △합리적 가격으로 미술품을 만나는 ‘예술장터’, △푸드·플리마켓이 어우러진 ‘마을장터’, △ESG 체험형 공간 ‘예술놀이터’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진다. 거리예술 대표작으로는 유럽을 무대로 활약 중인 ‘갈매’의 관객참여형 대형 퍼포먼스를 비롯해, 전통 줄다리기를 현대 서커스로 풀어낸 안재현(봉앤줄)의 공연, 애니메이션 크루의 팝핀쇼, 전통그룹 텅연의 LED 전통놀이 한마당, 헤르츠 30인조 오케스트라의 영화음악 콘서트까지 —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무대가 펼쳐진다. 참여형 프로그램 ‘장단을 맞춰라!’는 축제 곳곳에 숨은 ‘장단’ 멤버를 찾아내는 시민 미션으로, 현장에서 예술가를 직접 만나 굿즈를 받는 등 오락성과 현장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시민과 예술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마을장터’에서는 먹거리와 볼거리, 체험이 어우러지고, ‘예술놀이터’에서는 100여 종의 리사이클링 놀이기구와 악기를 활용한 친환경 놀이마당이 열린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뛰놀며 ‘예술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다. 하형래 예술인기획단 ‘장단’ 단장은 “전주예술난장은 단순한 축제가 아닌, 도시와 예술이 만나는 실험의 장”이라며 “산업 유산과 예술이 공존하는 팔복예술공장을 배경으로,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전주가 예술의 도시로서 지닌 힘을 증명하는 자리”라고 올해 전주예술난장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모두가 함께 만드는 축제를 통해, 모두가 모인 공공의 장에서 모두가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예술의 자유로움과 도시의 활기, 그리고 미래와 전통이 어우러지는 거이의 무대 전주예술난장에서 관객 여러분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제3회 전주예술난장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전주문화재단 홈페이지 및 공식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16 16:37

탱고로 풀어내는 감정의 서사, 고상지밴드 'TANGO NOIR'

불빛 아래 흐르는 감정의 선율, 탱고가 전주에서 가장 깊은 밤을 연주한다. 전주 문화공간이룸이 오는 18일 오후 5시,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가 이끄는 ‘고상지밴드’의 공연 ‘TANGO NOIR’를 선보인다. 이번 무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 지원사업에 선정된 ‘너머의 예술–이룸’ 프로젝트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아티스트 고상지의 독보적인 음악 세계를 지역 무대에 담아낸다. 공연은 아르헨티나 탱고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명곡을 중심으로 영화음악, 자작곡, 라틴 명곡을 아우르는 감성적 크로스오버로 구성됐다. 클래식과 크로스오버, 현대음악을 잇는 ‘비르투오조 시리즈’의 흐름 속에서, ‘TANGO NOIR’는 탱고라는 장르를 통해 인간 감정의 복잡성과 시대적 정서를 음악으로 되살릴 예정이다. 무대에는 고상지(반도네온)와 피아니스트 최문석이 함께 오른다. 피아졸라의 대표작 ‘Tango Apasionado’, ‘Oblivion’, ‘Libertango’를 비롯해 고상지의 자작곡 ‘마지막 만담’, ‘ys ii’,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OST, 라틴 명곡 ‘엘 푸에블로 우니다’ 등이 연주된다. 곡마다 교차하는 영화적 색채와 서사는 탱고가 단순한 춤 음악을 넘어 감정의 언어이자 예술적 서사임을 보여준다. 고상지는 아르헨티나 오케스트라 스쿨 오브 탱고 에밀리오 발카르세를 졸업하고, 세계적 거장 발터 카스트로(Walter Castro), 고마쓰 료타(Ryota Komatsu) 등에게 사사받은 국내 대표 반도네오니스트다. 2021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수상자로, TV예술무대·열린음악회 등 방송 무대는 물론 서울재즈페스티벌, 평창대관령음악제 등 주요 페스티벌에 출연하며 폭넓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CBS 드라마 <Georgie & Mandy's First Marriage>의 메인 타이틀 OST에 참여하는 등 세계 무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함께하는 피아니스트 최문석은 라틴·재즈·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곡가이자 연주자다. 김동률, 이적 등 대중음악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비롯해 포레스텔라 조민규 콘서트의 밴드마스터로 참여하는 등 투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그의 연주는 탱고 특유의 리듬과 감성을 극대화한다. 예매는 네이버에서 ‘비르투오조 시리즈’를 검색하거나 전화(063-223-5323)로 문의하면 된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16 16:36

다채로운 실험과 도전으로 무장한 전주 신진예술가, 관객과 만나다

전주 문화예술계를 이끌어 갈 신진 예술가들이 깊어지는 가을을 예술로 물들인다. (재)전주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전주신진예술가지원 사업에 선정된 예술가들이 가을을 맞아 각기 개성 넘치는 무대와 전시로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공연 분야 선정자 이희준 연출가는 청소년과 가족 단위 관객을 대상으로 연극을 선보이며, 또 다른 공연 분야 선정자 김윤하 연주자는 가야금과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북콘서트로 관객을 찾아간다. 시각 분야 문채원 작가는 우연한 행복과 상징을 매개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사유한 전시를 선보인다. 공연 분야 선정자 이희준 연출가가 준비한 ‘한겨울의 오로라’는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상담자와 내담자의 치료 과정을 따라가는 연극이다. 심리적 치유의 여정 속에서 인간 내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 극으로 관객과 소통할 예정이다. 이 연출가는 “전주신진예술가지원 선정으로 첫 단독 연출을 맡아 프로덕션을 진행하게 돼 매우 긴장되고 설렌다”며 “공연이 관객들에게 치유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극은 오는 18일과 19일 오후 5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리며, 전석 2만 원으로 NOL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또 다른 공연 분야 선정자 김윤하 연주자는 가야금 연주와 함께 직접 쓴 글을 엮어 북콘서트 형식의 공연 ‘그곳에 닿기를’을 선보인다. 작품은 라이브 연주와 이야기가 어우러진 공연으로, 음악에 대한 갈망과 예술가로 살며 느낀 고민과 진심을 관객에게 진솔하게 전달한다. 김 연주자는 “진심을 담은 이야기와 선율이 많은 이의 마음에 닿을 그날을 기대하며,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다”며 “다가올 공연에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공연은 오는 26일 오후 5시, 전주 ‘경원동 샵’에서 열리며, 전석 1만 5000원으로 예매 및 문의는 전화(010-4605-3177)를 통해 할 수 있다. 시각 분야 선정자 문채원 작가는 전시 ‘포춘 텔러’를 통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갈망과 이에 반응하는 감각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행복을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해, 운세·징조·상징 등 미래를 점치는 다양한 사물과 의식의 흐름을 예술적 언어로 재구성해 불안한 현실을 해석하고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전시는 이달 28일 부터 다음 달 9일까지 ‘뜻밖의 미술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부대 프로그램은 전주문화재단 누리집을 통해 추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전주문화재단은 2025년 전주신진예술가지원 사업으로 △김민지(연극) △정유진(시각) △김윤하(음악) △이희준(연극) △최산하(음악) △김규리(시각) △문채원(시각) △박로운(시각) 등 총 8인을 선정했다. 전주신진예술가지원 선정자들에게는 총 3600만 원의 지원금과 함께 일대일 전문가 컨설팅, 전문가 리뷰 등을 통한 역량강화 프로그램, 영상 아카이빙과 도록 제작 등이 지원된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14 17:21

감각의 리듬으로 그린 세계, 이장우의 '경계 없는 풍경 II'

이장우(40) 작가가 구현하는 풍경은 단순한 재현이 아닌 감각과 물질, 기억과 정동이 교차하는 화면이다. 화폭을 통해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변모시키고, 시각적 경험이 아닌 촉각적이고 신체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느껴진다.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그는 4살 때 처음 붓을 잡았다. 이후 수년간 풍경 회화에 천착하며 풍성한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풍경의 감각적 리듬을 시각화하는 이장우 작가가 개인전 ‘경계 없는 풍경 II’ 을 30일까지 공간 시은에서 개최한다. 해외 및 국내를 배경으로 한 30여 점의 다채로운 회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작가는 어릴 때부터 자폐증을 앓았다고 밝혔다. 세상이 정한 기준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았지만,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장우표' 세상을 구현하며 두터운 마티에르(질감)와 색감의 조화로 미술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강원도의 풍경을 위주로 작업해 온 작가가 최근 2년 동안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작업한 근작들을 만나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부모님 고향인 전주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 시은의 채영 디렉터는 “이장우의 회화는 사실적 재현을 넘어 풍경을 감각적 리듬으로 전환한다”며 “디지털 이미지를 물성의 화면으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풍경은 감각과 정서적 세계로 확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림이 하나의 창을 구현하는 작업이라면 이 작가는 자신만의 렌즈를 통해서 촘촘히 색을 쌓아나가는 과정을 수십 번씩 이어나가 풍성하고 조화로운 창으로 완성한다. 그 과정에서 일정한 패턴이나 질감을 이용해 순수한 감각을 부여한다. 가톨릭관동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2017년 가나인사아트센터(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8년 평창올림픽 기념전과 2022년 학고재 아트센터 개인전 '물. 바람. 돌' 등을 선보였다. 한편, 이번 전시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5 전속작가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이 작가는 천안에 위치한 뮤지엄호두 전속작가로 선정돼 올 한해 활발한 전시와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10.14 17:21

[리뷰] 군산이여, 춤을 추자

군산에 왔다. 50년 만의 일이다. 군산은 부산, 인천과 함께 3대 항구였다. 군산의 역사는 깊고 문화는 빛났다. 지금은 어떤지 궁금하다. 거리에 들어서니 도시는 한적(閑寂)했다. 큰 빌딩에 매물 광고가 붙어 있다. 문이 잠기고 벽에 ‘댄싱동호회’(3층) 표시가 남아 있다.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수산시장으로 갔다. 수많은 점포와 식당은 한산했다. 인구가 줄고, 회사와 공장이 정착하지 못한 탓이라고 택시 기사는 말했다. 국립군산대학교와 예술의전당 건물이 보였다. 나는 그것에 희망을 느꼈다. 시내를 벗어나서 수왕새터길에 들어서니 ‘공감선유’ 미술관이었다. 이곳에서 <구름이 흐르는 숲> 공연을 한다. 현대무용단사포가 춤을 춘다. 기적 같은 일이다. 연간 10만에서 20만의 관객이 미술관에 온다. 군산은 다시 일어날 것이다. 일어나서 결기(決起)의 춤을 출 것이다. 산과 들에 건축가 백희성은 물이 흐르는 세 동의 건물을 지었다. 그는 파리에서 공부했다. 그는 아시아인 최초로 건축의 노벨상인 폴 메이몽상을 수상했다. 사람의 기억, 땅의 기억, 사물의 기억을 건물 속에 담아내는 환상적인 꿈의 공간을 산야 200평 공간에 실현했다. 그의 건물에 합당한 환경을 조성하고 조경을 만든 유우종 관장의 노력과 예술적 집념은 또 다른 놀라움이다. 1985년 무용단을 창단한 김화숙 교수는 원광대학교 무용과 교수였다. 그는 제자를 이끌고 40년 동안 작품활동을 해왔다. 수많은 공연 가운데서도 1995년에 시작한 ‘광주민중항쟁 무용삼부작’, 2020년 공간탐색 프로젝트로 시작한 ‘완주 산속등대’, 2022년 ‘정읍 영모재’, 2023년 ‘남원 서도역’, 2024년 ‘again 간이역’ 2025년 ‘다시 간이역에서’ 등의 야외 공연은 한국 무용계의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포의 공간탐색 프로젝트는 현재 군산에서 40주년 기념사진전과 함께 막이 올랐다(2025년 9월 26-27일). 이번 공연의 연출은 김화숙, 대본은 한혜리, 안무는 김옥, 박진경, 조다수지, 기획은 강현진이였다. 출연은 김옥, 박진경, 조다수지, 송현주, 박주희, 문지수, 유우종 등인데, 최상철 현대무용단 단원인 김정훈, 하연수, 조준서 등이 찬조 출연을 했다. 이 공연은 프롤로그로 시작되었다. 무용수 송현주는 균형 잡힌 자세와 리듬이 있는 스탭으로 숲으로 가는 길을 오르고 있다. 그가 벤치 앞에 서 있는 유우종 관장을 만나는 광경을 갤러리 1에서 관객들이 바라보고 있다. 이 장면이 바뀌면서 관객들은 갤러리 2로 간다. 선(線)의 거장(巨匠) 렌츠 클로츠(Lenz Klotz)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는 이 공간은 그랜드 피아노 음악으로 가득하다. 관객들은 피아니스트 심정미를 보면서 그의 곁을 지나 밀폐된 갤러리 3으로 이동한다. 무용수 조다수지는 벽에 걸린 그림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유연하고 아름다운 그의 무용에 관객들은 순식간에 매료(魅了)되었다. 양팔을 펼치며 호소하다가 때로는 바닥에 눕는 번민(煩悶)과 한(恨)의 무용을 관객들은 그와 함께한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무용수 김옥과 박진경이 갤러리 안으로 몸을 비틀며 진입한다. 이제 무용은 산으로 가는 시간이다. 관객들은 무용수들과 함께 야외로 나갔다. 하늘이 열리고 나무들이 숨 쉬는 자연의 빛과 어둠 속에서 구름은 영원으로 흐르고 있다. 숲속에 요정들(송현주, 박주희, 문지수, 윤정희)이 나타나서 나무를 껴안고, 땅속에 흡입되다가 하늘로 치솟으며 숲속을 질주한다. 요정들과 함께 관객들은 천상의 환희를 나누고 있다. 그들이 사라진 숲속에 무용수 박진경의 솔로 춤이 박진감 있게 전개된다. 두 개의 긴 천을 휘젓고 하늘로 날리면서 종횡무진(縱橫無盡) 달리는 그의 춤은 손(損)과 이(利)를 다 버리고 흐르는 구름이요 무아(無我)지경의 초월이었다. 절정(絶頂)의 순간은 길이 없는 무한(無限)인데 어디선가 영혼을 달래는 노래가 들려온다. 무용수 김옥이 수사(修士)의 모습으로 등장해서 경건한 동작으로 구름이 지나간 자리를 더듬고 가면서 기도를 올리고 묵묵히 숲에서 사라지면 관객들은 무용수들을 따라 들판으로 내려간다. 공연은 에필로그의 순간이 되었다. 남녀 무용수들은 결집하고 이산(離散)하면서 잔디 위를 달리고 몸을 굴리는 묘기를 펼치는데 세상은 여전히 불안하고 날은 저물고 있다. 물속으로 몸을 던지는 무용수들은 물이 되었다. 하나의 원소(元素)가 되어 자연으로 귀의(歸依)했다. 한혜리 대본은 구성이 치밀했다. 내용에 따라 안무도 적절했다. 이미지로 형상화된 무용은 다양한 상상력을 촉발했다. 김화숙&현대무용단사포는 이질적인 대립적 요소가 부딪치는 긴장감으로 계속 폭발했다. 예술은 폭발이다. 그의 무용은 전자기기 시대의 위기에서 벗어나서 우주의 근원, 생명의 원천인 자연을 알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술, 음악, 건축이 무용과 하나가 되는 예술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이 일은 무용가 한 사람 한 사람이 형상적(形像的)이며, 음향적(音響的)이며, 매체적(媒體的)인 사고(思考)가 가능해야 달성할 수 있는 일이다. 야외 공연은 시각적 확장성이 가능해서 관객이 접근하기 쉽고, 역사의 땅에서 직접 만들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다방향(多方向) 통행 예술이 되는 이점이 있다. ‘집’이란 무엇인가. 건축이란 무엇인가. 세계와 대치(對峙)하는 지상의 별이요, 과거의 정신이 아닌가. 군산의 갤러리에서 그림과 건축과 무용이 자연을 만나는 예술을 볼 수 있어서 우리는 행운이었다. 전북도와 공감선유, 그리고 사포후원회의 지원에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현대무용단사포에 큰 박수를 보낸다. 이태주 공연예술평론가는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및 대학원 졸업하였으며, 미국 하와이대학교 및 조지타운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단국대학교 영문학과 및 연극영화과 교수, 단국대 공연예술연구소장, 대중문화예술대학원장, 한국연극학회장, 한국연극교육학회장, 한국연극평론가협회장, 국제연극평론가협회(IATC) 집행위원, 서울시극단장, 국립극장 운영위원, 예술의 전당 이사를 역임했으며, 공연예술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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