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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최지영 개인전 ‘공(空)과 원(圓)’ 국회 아트갤러리서 개막

최지영 작가의 열여덟번째 개인전 ‘공(空)과 원(圓)’이 29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 아트갤러리(국회의원회관 1층)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추천과 갤러리 엠버의 기획으로 마련됐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공(空)과 원(圓)’. ‘공’은 비움이며 고요를, ‘원’은 채움과 생동을 상징한다. 최 작가는 이 두 개념을 화폭 위에서 병치시키며 공간과 형상의 긴장, 정지와 운동, 존재와 무(無)의 경계를 탐구한다. 단순한 도형의 반복을 넘어 비움과 채움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풀어내 관람자에게 성찰의 시간을 제안한다. 작가 노트에 따르면, 그의 작품 속 ‘원’은 단순한 도형이 아니라 중심을 향해 확장되거나 중심에서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에너지를 품는다. 이는 존재하려는 의지이자 형상을 향한 열망이다. 반면 ‘공’은 형상 자체를 가능케 하는 잠재의 장(場)으로, 고요하면 빛이 되고 긴장되면 무게가 된다. 작가는 이 비어 있는 영역과 그 위에 놓인 형상 간의 호흡을 조율하며 철학적 사유와 인문학적 성찰의 여정을 관람자에게 건넨다. 특히 이번 개인전은 국회라는 정치·문화의 중심 공간에서 열려 예술과 철학이 만나는 특별한 장(場)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작가는 전북자치도 출신으로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과 박사과정에 있으며, 작품 활동과 더불어 지역의 대표적인 도슨트로서 왕성한 해설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9.28 18:30

전북도립국악원, ‘이 땅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시리즈 마지막 ‘작(作)' 오른다

강렬한 타악의 울림이 공간을 가르자, 흰 꽃잎 같은 오브제를 든 여성 무용단원들이 무대 위로 스며든다. 은수사 청실배나무의 꽃과 열매로 등장한 무용 단원들에게서는 마치 수호신이 깃든 듯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낸다. 이어 두 남녀 무용 단원이 등장해 격렬한 춤사위로 하늘로 오르지 못한 산신 부부의 전설을 그려내며, 무대는 순식간에 신화와 현실이 교차하는 경계로 변한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무용단이 선보이는 창작무용극 ‘작(作)–산과 사람이 빚은 걸작, 마이산’의 시연 장면이 지난 2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대연습실에서 공개됐다. 4년에 걸친 예술 여정을 마무리하는 이혜경 예술감독의 마지막 무용단 정기공연이자, ‘이 땅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무대다. 다음 달 2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공개될 ‘작’은 진안 마이산을 둘러싼 신화와 설화를 현대적 무용 언어로 새롭게 풀어낸다. 천(天)·신(神)·인(人)·지(地)를 상징 삼아, 자연과 삶이 어우러진 ‘진안’의 이야기를 담은 신령한 공연으로 도민과 마주한다. 이 땅의 평안과 안년을 기원하며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이 맞닿는 경외의 순간들을 장엄하게 그려낼 이번 무대는 서곡 ‘하늘이 빚다’에서 시작해 산과 인간이 공존하는 에필로그 ‘산을 건네다’까지 여덟 개의 장으로 이어진다. 청실배나무의 신앙, 이성계 건국 설화, 수마이봉과 암마이봉의 전설, 돌탑의 기원 등이 춤과 음악, 소품을 통해 살아난다. 올해 공연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 대학과의 협업이다. 전주대 싸울아비 태권도 시범단은 2장의 태권무 장면을 힘차게 채우고, 우석대 국악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장구 객원 연주단은 빗소리를 닮은 장구의 울림으로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무대 위에서 장구는 더 이상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하늘과 인간, 자연을 잇는 상징으로 변한다. 안무는 금척무와 태권도 품새를 결합해 역동성과 절제를 동시에 담아냈다. 직선과 곡선이 교차하는 동선은 마이산의 산세와 기운을 시각화하고, 금척과 말발굽 소리를 담은 ‘박’은 한국적 상징을 강화하며 작품에 무게감을 부여한다. 연출에는 조주현, 작곡에는 장석진이 함께했고, 전체 구상의 중심에는 이혜경 예술감독이 참여해 작품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강화했다. 이 단장은 “마이산은 하늘과 인간이 함께 빚고, 바람과 시간이 다듬은 걸작”이라며 “신화와 전설, 자연과 인간이 빚어낸 산의 이야기가 춤과 소리로 되살아나는 순간, 무대 위 마이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우리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술가는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무대는 저의 마지막 정기공연인 동시에 무용단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공연은 만 8세 이상 관람할 수 있으며, 전석 무료로 진행된다. 예매는 전북도립국악원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9.25 17:08

'가을밤 새기는 추억'⋯디데이팝스오케스트라, 26일 '행복나눔 음악회'

선선한 바람 속 추억을 새기기 좋은 가을밤, 도민과 함께 음악으로 마음을 나누는 무대가 열린다. 디데이팝스오케스트라는 오는 26일 오후 7시 전북특별자치도 야외공연장에서 ‘2025 전북특별자치도민과 함께하는 행복나눔 음악회’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창단 14주년을 맞은 디데이팝스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를 겸해 마련됐다. 단순한 연주회가 아니라 도민과 함께하는 화합의 장을 표방하며, 약 500여 명의 지역민이 참여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연주 무대에는 색소폰 아마추어 동호회원들을 중심으로 트럼펫, 트럼본, 리듬 파트(기타·드럼·피아노·신디사이저·퍼쿠션 등)의 전문 연주자, 그리고 가수들이 함께한다. ‘Under The Double Eagle’을 비롯해 팝과 가요 등 15곡을 빅밴드 편성으로 들려줄 계획이다. 2008년 창단된 디데이팝스오케스트라는 전문 연주자 단체는 아니지만, 음악을 통해 여가를 즐기고자 모인 아마추어 단체다. 그러나 꾸준한 연습과 열정을 통해 매년 정기연주회를 이어오며 지역사회와 호흡해 왔다. 올해는 특히 문화예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도민들과 함께하는 무대를 준비해 의미를 더한다. 김병진 디데이팝스오케스트라 대표는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음악이 주는 위로와 기쁨이 필요하다”며 “이번 공연이 도민들의 삶에 작은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9.23 16:46

논과 들, 마을이 무대가 되는 '시골 국제예술제 푼수들’ 열린다

농촌의 자연과 마을이 무대가 되는 특별한 예술제가 관객을 맞이한다. 오는 26~27일 양일간 김제시 만경읍 대동리에서 제4회 ‘시골 국제예술제 푼수들’이 열린다. 코로나 팬데믹 직후 작은 모임으로 시작된 이 축제는 매년 공감대를 넓히며 ‘마을과 함께하는 예술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슬로건은 ‘생명은 축복이다’로, 인간·자연·공동체·예술이 함께 호흡하며 회복과 공존의 가치를 나누는 데 방점을 뒀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탄소중립 농촌문화마을’ 조성이다. 서승아 2025년 시골국제예술제 푼수들 총감독은 “농촌 환경 문제는 도시보다 주목받지 못하지만 오히려 더 심각하다”며 “자연과 예술의 접점을 넓히고, 일상 속 마을 자원을 무대 삼아 친환경 축제를 실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예술제의 무대는 논과 들, 바람과 하늘, 그리고 주민들의 삶이다. 별도의 인공 구조물 없이 마을과 자연이 하나의 배경이 되고, 주민들 역시 주요한 참여자가 된다. 본격적인 일정에 앞서 진행된 ‘새만금 생태길 플로깅’은 환경보호와 예술적 성찰을 동시에 경험하는 특별한 체험형 프로그램이었다. 또 폐기물을 활용해 제작된 ‘신묘한 아트 자판기’ 프로젝트를 통해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예술에 대한 실천도 이어갔다. 축제 기간에는 △농민의 권리를 환기하는 ‘생명의 대동깃발’ △고보연·김덕신 작가의 작품으로 꾸민 탄소중립 오브제전 ‘세:터’ △대동마을 고복금 작가가 주민의 삶을 담아낸 회화전 ‘세:간(世間)’이 마련된다. 또한 지역 설화를 바탕으로 주민과 예술가가 함께 만든 ‘주민창작 마당극’도 무대에 올라, 일상과 예술이 맞닿는 가치를 전한다. 특히 축제는 지난해부터 김제시 생생마을플러스 사업 등 다양한 기관의 협력과 후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북 탄소중립지원센터와 손잡은 올해 사업에 대해 서 감독은 “예산 없이 자원봉사로 시작했지만 점차 지역과 공공기관의 지원이 늘어나며 지속 가능한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행사 이후에도 ‘농촌 국제 레지던시’와 ‘연출가 학교’ 등 장기 프로젝트가 이어질 예정이다. 국내외 예술가들이 농촌에 머물며 창작과 교류를 이어가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목표다. 서 감독은 “이번 축제가 단순히 한 번의 잔치로 끝나지 않고, 농촌 마을이 문화예술의 거점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9.23 16:45

[전시리뷰] "좋은 예술은 통한다"… 한글서예 예술성, '청년 시대소리-정음'으로 증명

좋은 예술은 한 마디로 즐겁다. 고전 예술이 주는 우아함이 있는가 하면, 현대 예술은 신선한 자극과 충격을 준다. 제15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연계행사로 전주현대미술관에 마련된 ‘청년 시대소리-정음(正音)’에서 선보인 새로운 도전은 고리타분하게 여겨졌던 한글서예도 예술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시도였다. 이번 전시는 만 39세 이하 청년 서예작가 20명이 참여했다. 회화·한국화·미디어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한글서예와 융합해 이를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으로 풀어냈다. 단순한 시각적 자극을 넘어서 한글서예를 활용한 프로그램은 새로운 예술 영역으로 자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시는 두 가지 흐름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전시 ‘지금, 청년의 소리’에서는 전통적인 서예의 필법을 기초로 삼으면서도 오브제와 설치, 입체형식 등 현대적인 매체와 빙식을 적극 활용해 청년 작가들의 실험성과 개성을 최대한 살려냈다. 임지선 작가의 ‘사맛디하다’는 관점의 이동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구청미 작가의 ‘99정음’은 운세뽑기 체험처럼 나무 막대기에 좋은 글귀를 적어놓고 관람객이 뽑아볼 수 있도록 전시를 꾸며놨다. 마치 제품을 열어보기 전까지 어떤 상품이 나올지 모르는 랜덤 박스처럼 작품 앞에는 관람객들로 가득했다. 두 번째 전시 ‘내일을 품은 정음(正音)’은 서예와 회화, 한국화, 미디어 아트 세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다. 각 분야마다 청년 서예작가 5~6명과 타 장르 작가 1명이 팀을 이루어 협업 작품을 선보였다. 미디어영상과 한글서예가 결합된 미디어아트 ‘먹빛의 울림’은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관람객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23일 전시장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미디어 환경에 익숙해서인지 한글서예가 미디어 영상과 합쳐지니 더욱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며 “서예에 대한 선입견을 덜어낼 수 있었던 전시이다.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회화와 서예가 결합한 ‘바람이 지나간 자리’와 ‘우리의 소리’작품도 돋보였다. 특히 ‘우리의 소리’는 압축 스티로폼 등을 활용해 인간의 몸으로 형상화했는데, 이를 포토존으로 활용하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한글서예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청년 시대소리-정음' 전은 다음달 26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제15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26일부터 한 달 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북예술회관 등에서 열린다. ‘고요 속의 울림’을 주제로 아시아와 유럽, 미주, 중동 등 전 세계 50개국 3400여명의 서예가들이 참여한다. 한글과 한자 뿐 아니라 각국의 다양한 문자의 서예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9.23 16:43

대둔산, 동학농민혁명 최후항전지⋯2025 동학농민혁명기념관 특별전시 개막

동학농민혁명의 최후 항쟁지로 알려진 대둔산을 주제로 한 특별전이 정읍에서 열린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내년 2월 22일까지 ‘대둔산, 동학농민혁명 최후 항전지’를 주제로 특별전을 연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관 특별전시실에서 약 5개월간 진행된다. 전시는 사진작가 임채욱의 작품으로 꾸며진다. 임 작가는 그동안 북한산과 무등산 등 국내 산들의 풍경을 한지 작업으로 표현해온 중견 작가로, 이번 전시를 위해 수개월간 대둔산 곳곳을 직접 답사하며 그 아름다움과 역사적 의미를 담아냈다. 대둔산은 완주군과 충남 논산·금산에 걸쳐 있는 해발 878m의 산으로,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져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 웅장한 풍광에는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1894년 겨울, 공주 우금티 전투에서 밀려난 동학농민군이 마천대 남서쪽 미륵바위 일대에 근거지를 두고 항전을 이어간 곳이기 때문이다. 농민군은 극심한 추위와 무기 열세 속에서도 관군과 일본군에 맞서 싸웠으나, 1895년 2월 18일 결국 최후를 맞았다. 재단은 이번 전시에서 임 작가의 사진 작품 외에도 한지 설치 작품,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영상 등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대둔산에 깃든 자유·평등·인간 존엄의 가치를 오늘날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임 작가는 “지난겨울 국회 앞과 광화문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청년들을 보며 130년 전 동학농민군이 떠올랐다”며 “간절한 꿈을 품고 산으로 향했으나 끝내 돌아오지 못했던 농민군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신순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은 “동학농민혁명은 근대사의 암울한 시기 속에서 타오른 불꽃이자,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라며 “이번 전시가 벼랑 끝에서도 희망을 꿈꾸었던 농민군의 정신을 되새기고 미래와 연결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막식은 23일 오후 4시 동학농민혁명기념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열린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9.23 16:25

전북 미술을 보다…갤러리 파인아르테 초대전 'JB 동시대 Leading 30'

‘이종만 송만규 이일청 강용면 조현동 김철규 송지호 김선강 이가립….’ 미술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가운데 몇 사람의 이름은 들어봤을 테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 한두 점은 또 어디선가 봤을 것이라 자신한다. 미술관처럼 어떤 공간이었을 수도, 미술 잡지 같은 인쇄물이었을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북을 기반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쳐가고 있는 이들은 누가 더 유명하다, 누구의 작품이 더 가치가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걸출한 작가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전시가 전주에서 열리고 있다. 최근 한옥마을 내 개관한 갤러리 파인아르테(공동대표 김경희·김순아)에서 다음 달 12일까지 초대전 ‘JB 동시대 Leading 30’을 개최한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당대의 대표작을 통해 전북 미술의 흐름을 통찰하는 전시이다. 시간에 따라 변해 온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만들어낸 구상‧추상‧설치 작가 30명의 작품 30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작 대부분 전북이 지닌 미술적 잠재력과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작품들로 지역의 특수성을 세계적 언어로 변주한다. 특히 지역 미술계가 공립‧사립 및 사회와 연대를 강화하고 협력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기획으로 작가들의 작품 세계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김순아 공동대표는 전시 서문을 통해 “작가들의 작품과 역량의 탁월함, 빼어남, 기발함 그리고 그 이상의 성취를 존중하는 오마주 전시로 기획했다”며 “단순히 작품을 나열하는 차원을 넘어 전북이 지닌 미술적 잠재력과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한다”고 밝혔다. '갤러리 파인아르테'는 동시대 작가와 컬렉터가 효율적으로 협업하고 매개하는 예술공간이 되고자 마련됐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9.22 18:50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흔적과 자취를 위한 입소문, 소리 넥스트 2025

<소리 넥스트>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원하는 ‘장르별 시장 거점화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신체와 정신의 훈련을 통해 전통음악의 어법을 익힌 동시대 음악가의 음악 작품을 한국 너머로 전달하여 음악가의 파급력을 넓히고자 하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보통 시장에서는 ‘유통’이라는 개념으로 이해되는데, 유통은 단순히 복제된 상품을 이동시키는 행위를 넘어 생산과 소비의 ‘연결’과 각 단계 이해관계자의 ‘교환’과 ‘분배’를 아우른다. ‘연결’과 ‘교환’, ‘분배’는 단순히 산업만을 위한 용어가 아니며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따라서 음악의 유통에서도 ‘연결(connect)’, ‘교환(exchange)’, ‘분배(distribution)’를 경제적 관점이 아닌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 가치를 매길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소리 넥스트는 ‘음악’이라는 인문 영역과 ‘마켓’이라는 경제 영역을 아우르는 성취의 좌표를 찾으려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음악 쇼케이스의 성패는 일반 기업 전시와는 다르다. 상품 고유의 기능과 성능은 무용하고 현장을 찾은 이해관계자와의 고차원적 ‘연결’을 통한 파급력이 작품의 차 단계 진입에 큰 영향을 미친다. 8월 13일에서 8월 15일까지 3일간 이어진 쇼케이스는 현장을 찾은 사람들이 음악 공연을 통해 공감하고 연결될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을 조성했다고 볼 수 있다. 8월 13일에는 지금 시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HAEPAARY와 추다혜차지스를 각각 오프닝과 클로징으로 두고 새롭게 미적 지평을 탐색하는 예술가 조선아와 공상을 ‘소리 프론티어’ 시간으로 배정했다. 다음날에는 소리 프론티어로 우리음악집단 소옥과 시나비를 기존 아티스트인 그레이바이실버, 반도, 잠비나이, 64크사나 사이에 배치했다. 기성 뮤지션의 공연 사이에 신인 뮤지션을 배정하겠다는 결정 뒤에는 위험 요소가 있다. 기획단에 의해 추천되고 섭외된 ‘소리 초이스’의 공연과 공모와 심사를 통해 선정된 신인 발굴 프로젝트 ‘소리 프론티어’를 두고 대개는 비교를 통한 공연의 질적 차이만 머릿속에 남기 때문인데, 올해 소리 넥스트의 공연 구성에서는 공간, 시간, 스타일이 고려된 타임테이블 구성으로 비교보다는 흐름에 집중할 수 있었고, 흐름이 자연스러워짐에 따라 모든 아티스트가 시너지 효과를 누렸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여운은 다음날로 이어져 전북도립미술관 내 미지의 섬과 같은 공간인 웰컴 라운지에서 첼로가야금과 힐금의 공연이 열리며 주변 환경과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 음악 마켓에서는 공연을 통한 감각적 ‘연결’도 중요하지만 통찰력을 위한 서로 간의 탐색과 토의 역시 중요하다. 올해 소리 넥스트에서는 3회의 소리토크도 열렸는데 ‘전통음악 기반의 새로운 음악들’, ‘아시아 음악 생태계의 연결과 확장’, ‘전통예술 해외진출 모델과 전환과 전략’을 주제로 각자의 의견을 나누었다. 앞서 말했듯 연결과 교환과 분배는 소통 없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우리의 시야를 넓히고 귀를 늘이는 순간적 카타르시스를 이런 토크 세션에서 경험할 수 있다. 올해 소리 넥스트에는 8인의 해외 델리게이트와 10인의 국내 델리게이트가 참석했다. 모두 음악 공연계에서 내로라하는 경력을 자랑하는 전문가들이다. ‘유통’의 관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들이 다양한 상황 속에서 ‘소리 넥스트’의 음악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 공통의 경험을 통해 교환만을 위한 평가가 아닌 상호가 문화적으로 영향을 줌으로써 다가올 미래의 새로운 흔적을 함께 새겼다는 점에서 소리 넥스트의 핵심 가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끝> 이수정 DMZ 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 예술감독은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공동 창립자로 프로그램 기획, 아티스트 프로그래밍 및 섭외를 담당한다. 콘텐츠의 가치를 담아내는 페스티벌, 콘서트,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운영한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5.09.22 18:49

문화가 있는 날, 합창으로 즐기는 라틴 댄스의 진수

전주시립합창단이 클래식 무대를 벗어나 색다른 음악과 춤으로 관객을 만난다. 합창단은 오는 25일과 26일 오후 7시 30분 덕진예술회관에서 기획공연 ‘DANCE DANCE DANCE’를 선보인다. 매달 ‘문화가 있는 날’에 맞춰 특별한 레퍼토리를 준비해온 합창단이 이번에는 팝, 재즈, 삼바로 무대를 꾸며 가을밤에 흥겨운 울림을 전한다. 무대의 첫 장은 재즈 스탠다드 넘버로 열리다. 경쾌한 스윙 리듬이 돋보이는 ‘Swing With Me(싱 싱 싱)’와 서정적인 선율의 ‘On a Clear Day(맑은 날엔)’가 울려 퍼지며 관객을 재즈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어 브라질 보사노바의 창시자 주앙 지우베르투의 작품 ‘Bim-Bom’, 단 하나의 음에서 출발해 화성과 리듬을 확장해가는 독창적 구성의 ‘One Note Samba’, “너무 더워서 삼바를 출 수 없다”는 위트 있는 가사로 웃음을 자아내는 ‘Too Hot to Samba’ 등 라틴 재즈의 대표곡들이 합창단의 목소리로 새롭게 재해석된다. 듣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라틴 특유의 리듬이 가을 무대에 활력을 더할 전망이다. 합창단은 대중에게 친숙한 곡들도 준비했다. 세계적인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히트곡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 애니메이션 <슈퍼밴드 3>의 트레일러 송으로 알려지며 인기를 끈 ‘Handclap’이 그 무대다. 여기에 뮤지컬 영화 <로키 호러 픽처 쇼>의 넘버 ‘토요일 밤에 일어난 일이야’를 통해 락의 자유분방한 기운을 합창 무대에 녹여내며 공연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공연에는 실력파 연주자들이 밴드로 참여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인다. 건반에는 강우현·이마르, 타악에는 정훈, 베이스기타 정송기, 드럼 장찬양, 색소폰 김병열이 함께한다. 여러 오케스트라와 가수들의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에너지 넘치는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DANCE DANCE DANCE’라는 제목처럼 이번 공연에는 춤의 향연도 펼쳐진다. 프로 라틴챔피언 은일·홍형민을 주축으로 한 트렌디댄스팀이 참여하고, 현 아마라틴 챔피언 길정호·박한비와 송이랑, 홍유진 등 실력 있는 댄서들이 무대에 올라 라틴 댄스의 진수를 선보인다. 화려한 의상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합창과 춤이 결합된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공연은 전체관람가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으며,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도 권장된다. 전석 유료 공연으로 관람료는 1만 원이다. 특히 문화가 있는 날인 25일에는 전석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 티켓 예매는 나루컬쳐(1522-6278)를 통해 가능하다. 전주시립합창단은 “클래식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시민에게 새로운 감동을 전하고 싶다”며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이번 무대가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9.22 17:51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초청공연 '그리스 레베티코' 열린다

그리스의 대표적 민중음악 ‘레베티코’ 공연이 전주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국가유산청 국립무형유산원(원장 박판용)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초청공연 ‘그리스 레베티코’ 무대를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총 3회에 걸쳐 선보인다. 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인류무형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이해와 공감을 넓히기 위해 2014년부터 매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종목을 초청하여 이어온 공연이다. 올해 무대에 오르는 '레베티코'는 20세기 초 감옥과 항구 도시의 선술집에서 시작된 삶 속에서도 공동체의 정체성과 연대를 지켜낸 음악이다. 2017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 목록에 공식 등재되며 가치를 인정 받았다. 공연에서는 레베티코 특유의 정서와 음악적 깊이를 보여주기 위해 그리스 민속음악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연주자들과 함께한다. 그리스의 대표적 전통 현악기인 부주키 연주로 정평이 난 ‘그리고리오스 바실라스(Grigorios Vasilas)’를 비롯해 맑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의 ‘스타브룰라 마놀로풀루(Stavroula Manolopoulou)’ 등 8명이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영화 ‘레베티코’와 ‘그리스인 조르바(Zorba the Greek)’ 등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 음악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정교회 비잔틴 성가대가 들려주는 그리스 동쪽 지역의 음악적 전통을 담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비잔틴 성가’도 특별히 감상할 수 있다. 또한 27일 오후 4시 30분에는 얼쑤마루 소공연장에서 ‘레베티코가 지나온 길: 감옥과 선술집에서 국제적 음악유산으로’를 주제로 미니 세미나가 진행된다. 아테네 대학교 교수이자 세계적 민속음악학자인 람프로스 리아바스(Lampros Liavas)가 강연에 나서 레베티코의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전할 예정이다. 국립무형유산원 관계자는 “유산원은 다양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매년 해외 인류무형유산 초청공연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제교류와 문화협력을 확대하며 세계 무형유산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연과 세미나는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공연 시간은 26일은 오후 7시30분, 27일은 오후 2시와 7시30분이다. 공연 관람 예약 및 문의사항은 국립무형유산원 누리집을 확인하면 된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9.22 17:19

특자3도연극제, 전주 우진문화공간서 두 번째 무대 오른다

전북특별자치도연극협회는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2025년도 특자3도연극제’를 연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이후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연극제는 전북·제주·강원 특별자치도의 대표 극단들이 참여해 각 지역의 개성과 색깔을 담은 작품들을 무대에 올린다. 첫날에는 제주특별자치도의 극단 세이레가 준비한 ‘슈퍼우먼 설문대’(정민자 작·연출)다. 제주의 창조신 설문대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굳세고 강인한 제주 여성들의 삶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농사와 가사, 생계를 동시에 책임져야 했던 여성들의 모습은 단순한 신화적 상징을 넘어 오늘날 제주 여성들의 현실로 이어진다. 작품은 설문대와 후손들의 이야기를 통해 고단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현대 가정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둘째 날 무대는 전북특별자치도의 극단 자루가 이어간다. 오지윤 작·연출의 ‘럭키복희’는 불행과 절망 속에서도 삶을 버텨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발랄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주인공 ‘복희’는 이름처럼 행복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좌절과 실패, 사회적 억압 속에서도 끊임없이 의미를 찾으려는 복희의 삶은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닮아 있다. 연극은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평범한 이들의 모습에서 관객에게 공감과 울림을 전한다. 마지막은 강원특별자치도의 씨어터컴퍼니 웃끼가 선보이는 음악극 ‘봉천내 사람들–만두 전성시대’(이석표 작·연출)다. 원주 도심을 흐르던 봉천천과 그 주변에 자리 잡았던 만두집을 배경으로,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가족과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았다. 만두를 빚으며 삶을 지탱해온 사람들의 애환과 유대가 따뜻한 음악극 형식으로 펼쳐진다. 단순히 한 가족의 이야기에서 나아가, 도시 재개발과 함께 사라져가는 동네와 그 속에서 기억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려낸다. ‘특자3도연극제’는 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발한 세 지역이 연극을 통해 문화예술 교류의 장을 넓히고,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뜻깊은 무대다. 단순한 방문·교류 차원을 넘어 지역 연극의 다양성을 확인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연극제 중에서도 실속 있고 의미 있는 축제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조민철 전북특별자치도연극협회장은 “이번 연극제를 통해 세 지역 연극인들이 서로 교류하고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극제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극제는 전석 무료로 진행되며, 관람 신청은 네이버 폼(https://naver.me/517a2By2)을 통해 가능하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9.21 18:52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전주세계소리축제 속의 월드뮤직 공연들

올해 여름에도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한반도의 음악 애호가들을 즐겁게 할만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닷새 꽉꽉 채워 준비하였다. 예년처럼 우리 전통음악 기반 무대가 대부분인 가운데, 클래식 혹은 팝 장르 외연에 쉽게 포섭되지 않는 이른바 월드뮤직 범주의 인상적인 공연들이 섞여 있었다. 이중 스페인 성악 앙상블 ‘비구엘라’의 무대를 가장 기억에 남는 연행으로 꼽겠다. 이들의 음악에는 다양한 기타류 현악기에 더해 유리병, 종, 삽, 그리고 항아리를 막대에 붙여 만든 가내수공업 버전의 레벡(유럽의 찰현악기)이 사용되었으며, 박수 소리로 이끌어지고 고양되는 리듬 속 힘 충만한 노래들이 세련되게 수놓아졌다. 인류의 삶 속에서 음악이란 주변 일상 환경의 사물과 소리의 가능성으로부터 우러나는 것임을 새삼 보여주는, 그리하여 먼 동네의 소리와 그에 묻은 문화의 형상을 감각하게 하는 높은 완성도의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8월 16일 명인홀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 월드뮤직 어워드> 수상자 ‘미야타 마유미’의 쇼(shō) 독주는 압도적이었다. 일본 궁중음악에서부터 현대음악사의 최전선에 있는 작곡가들의 작품까지를 숨 막히는 집중력으로 40분여 이어 나가는 모습을 더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주지 못해 아쉬울 정도였다. ‘디아스포라’라는 축제 키워드를 잘 보여준 <윤은화의 양금로드> 무대 초입에서는 양금의 친척들인 중동의 산투르 및 중국의 양친 등이 한반도의 양금과 번갈아 등장하였다. 풍성하고 즐거운 비교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면서, 음악적 전통들이 어떻게 세계와의 다양한 교류 속에서 탄생하는지를 보여주는 기획이었다고 여겨진다. 폐막일 저녁 야외무대를 연 ‘시부시 치리멘타이코’의 공연도 즐거웠다. 다양한 크기의 타이코(대고, 즉 큰북)를 중심으로 한 타악 앙상블을 선보인 이들은 청소년 중심의 젊은 공연단으로, 앳된 모습에서 도무지 나올 것 같지 않은 힘과 절도, 합을 보여주었다. 중간중간 일본 전통문화를 테마로 한 연주 요소들을 통역 해설과 함께 삽입하며, 타국의 관객들을 위한 문화번역의 노력을 세심히 보여주었다. 이렇게 올해도 소리축제는 좋은 기량과 빛나는 기획의 여러 소리들을 소리문화의전당 무대에 성공적으로 초대하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한반도 밖 ‘세계의 소리’들이 ‘세계소리’축제에서 ‘변죽’ 내지 ‘고명’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인상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아쉽다. 국가의 이름을 달아 만든 기획 꼭지 [스페인 포커스]는 사실상 두 팀뿐이라 의도가 읽히지 않았고, 몇 무대는 다른 주요 무대 앞이나 사이에 삽입된 느낌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고즈넉하고 흥겨운 어쿠스틱의 미학을 보여준 비구엘라의 무대가 밴드-팝 앙상블의 증폭된 음향 사이에 끼어 상대적으로 초라해지는 대신 결이 맞는 팀들과의 라인업 속에서 드러났다면 어땠을까. 시부시 치리멘타이코의 타악이 한국의 청소년 앙상블과 나란히 배치되어 비교 감상이라는 ‘세계음악적’ 경험으로 묶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루 정도는 국내외 다양한 소수 장르 연주자나 악단에 초점을 두는 밤을 구성하였다면 어떨까. 비중 확대는 어렵더라도, 구성과 배치에 있어서의 아이디어들을 통하여 낯설고 귀한 타지의 소리들을 좀 더 아름답고 의미있게 전달하는 전주세계소리축제로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애정을 담아 제언해 본다. 박종현 전통음악평론가는 국민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이며, 재단법인 월드뮤직센터에서 기획을 맡고 있다. 인류학 연구자이자 대중음악 창작·연행자이기도 하다. 제11회 국립국악원 학술상 평론부문을 수상했으며, 창작자로서 독집 음반(<생각의 여름>)이 EBS SPACE 공감의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5.09.21 18:51

김화숙&현대무용단 사포, 창단 40주년 기념 프로젝트⋯공연·사진집·사진전 아우른다

김화숙&현대무용단 사포(이하 사포)가 창단 40주년을 맞아 대규모 기념 프로젝트를 연다. 공연과 사진집, 사진전을 아우르는 이번 기획은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몸으로 기록해온 예술의 궤적을 집대성하는 자리다. 핵심은 기념 공연 '구름이 흐르는 숲'이다. 오는 26~27일 군산 ‘공감선유’에서 열리는 이번 무대는 사포가 2020년부터 이어온 ‘공간탐색 프로젝트’의 네 번째 시리즈다. ‘공간탐색 프로젝트’는 전북자치도의 역사와 문화를 품은 특정 장소를 찾아 춤으로 시간의 기억과 공간의 흔적을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올해는 근대문화 도시 군산의 ‘공감선유’를 배경으로, 소나무 언덕과 대숲, 어머니 산 아래의 고요한 풍경 속에서 받은 위안을 무용으로 풀어낸다. 공연은 갤러리와 정원, 초가집을 무대로 삼아 장소 이동형으로 진행되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체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40주년 기념 프로젝트는 무대에 머물지 않는다. 무용단의 발자취를 사진으로 아카이빙한 사진집 <사포, Out of the stage>가 출간된다. 이 사진집은 1985년 창단 이후 국내외 무대에서 펼쳐진 주요 장면과 무용수들의 일상을 함께 담아냈다. 무대 위 긴장감 넘치는 동작과 리허설 현장의 땀방울, 그리고 공연을 준비하는 숨은 뒷모습까지 포착해 사포의 40년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또 사진전 ‘찰나의 춤, 영원의 몸짓’도 함께 열린다. 전시는 무대 위 순간과 무대 밖 일상을 병치해 ‘춤의 현재와 기억’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사포의 무대에 꾸준히 함께해 온 민세기 사진 작가의 작품이 공개돼. 오랜 협업의 결실을 보여줄 예정이다. 사포는 1985년 창단 이래 지역과 시대를 아우르는 독창적인 레퍼토리로 한국 현대무용의 지평을 확장해왔다. 단체는 37회의 정기공연을 통해 거의 매년 새로운 창작품을 발표햇으며, 단원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소극장 시리즈를 선보이며, 지난 40년 동안 이들은 실험적인 무대, 지역 공동체와의 협업, 국제 교류를 통해 한국 현대무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왔다. 이번 40주년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념이 아니다. 무대 예술의 본질이자 한계를 넘어, 춤을 기록하고 남기는 또 다른 시도로 주목된다. 김화숙 예술감독은 “40년을 돌아보니 사포의 무대는 언제나 지금 여기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며 “앞으로도 몸의 언어를 통해 새로운 세대와 대화하는 무대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9.18 16:46

행복과 사랑, 따뜻함 가득…송지호 개인전 '일상의 선물'

동글동글한 몸집에 반달 눈웃음을 지으며 꽃을 한아름 안고 있는 토끼, 어깨동무한 채 환하게 웃고 있는 토끼, 악기를 연주하고 연주소리를 듣고 있는 토끼…. 송지호 작가의 그림은 언제나 사랑스럽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행복과 사랑, 따스함이 가득해 주목받는 전시로 꼽힌다. 이른바 ‘행복토끼’ 작가로 유명한 송지호 초대 개인전 '일상의 선물'이 30일까지 기린미술관에서 열린다. 작가의 작품 속에 주로 등장하는 토끼 캐릭터는 작가 자신과 딸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유대를 시각화한 작품 35점을 사랑스럽고 익살스럽게 표현해 선보인다. 그의 대표작 ‘기분 좋은 하루’를 비롯해 ‘너라는 선물’, ‘설레임’ 등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의 풍경과 희로애락의 순간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아기자기하고 섬세하게 표현된 토끼와 일상의 감정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내 전시 몰입감이 준다. 사랑과 우정, 희망 등 순수한 감정 중심의 세계관이 차곡차곡 쌓여 관람객들에게 서사적 감동까지 선물한다. 송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이번 전시는 소소한 순간들을 모아 '일상의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담아냈다"며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하고, 시시해 보여도 소중한 그 모든 평범한 날들이야말로 삶이 건네는 가장 큰 선물임을 나누고자 한다"고 밝혔다. 원광대학교 한국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송지호 작가는 다수의 미술대전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누벨백미술관, 인사아트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우진문화재단 청년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9.18 16:43

음악으로 나누는 위로와 공감⋯이음음악협회, '기억의 정원2' 개최

지역 내 치매 가족을 위한 힐링 콘서트 ‘기억의 정원’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음음악협회는 오는 20일 오후 5시, 전주문화공간 이룸에서 ‘제2회 치매 가족을 위한 힐링 콘서트-음악으로 물들이는 기억의 정원’을 열고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공연은 9월 21일인 ‘치매 극복의 날’을 기념해 마련된 것으로 치매 환자와 가족, 지역사회가 함께 치매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음악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나누는 뜻깊은 무대가 될 전망이다. 올해로 2회차를 맞는 이번 공연은 ‘배움과 치유’라는 두 축을 강화해 돌아왔다. 실제 이날 공연에 앞서 전주병원 신경과장 김지성 전문의가 강연자로 나서 ‘치매 예방과 관리’를 주제로 치매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고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강연을 펼친다. 이후 무대는 바리톤 석상근, 소프라노 송난영, 테너 심용석, 첼리스트 김인하, 플루티스트 정현진, 피아니스트 박찬근 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음악가들의 공연으로 채워진다. 이음음악협회는 “치매는 더 이상 환자 개인과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함께 안아야 할 과제”라며 “이번 ‘기억의 정원’은 전문의 강연을 통해 치매에 대한 지식을 나누고, 음악 공연으로 정서적 위로를 전달하는 이중적 의미의 무대다. 치매 극복의 날을 앞두고 시민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위로받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전석 초대로 진행되며, 치매 가족과 전주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공연과 관련한 문의는 문화공간 이룸(063-223-5323)으로 하면 된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9.18 16:37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선명(善鳴)한 소리꾼들의 존재증명

당대의 명문장가 한유가 친구 맹교에게 보낸 「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에는 음악 또는 소리란 무엇인가 하는 그의 통찰이 드러난다. 그런데 그 통찰이 너무도 그럴듯하다. “음악이란 것은 가슴 속에 답답한 것이 있어서 밖으로 새어 나온 것이니, 그중 소리를 잘 내는 것을 선택하여 이것을 빌려 소리를 내게 하였다.” 하늘은 선명(善鳴), 곧 ‘잘 우는’ 자(것)를 선택하여 울도록 하였다. 한 사람의 소리꾼은 그저 재주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곧 잘 울기에 하늘이 선택하여 울도록 한 것이다. 2025년 전주세계소리축제 ‘성악열전’ 시리즈에 선택된 범패의 동희 스님, 가곡의 조순자, 경기민요의 이춘희, 그리고 순창 금과들소리는 그 표현이 적실한 소리꾼들이다. 특히 세 분의 여성 가창자들은 각 장르에서 최고의 어른이지만, 전성기가 지나고 있기에 예전만큼 짱짱한 소리가 나올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예인들과 한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범패는 불교의례 음악으로, 고도의 학습이 필요해 이를 전문으로 하는 ‘재승(齋僧)’ 또는 ‘어산(魚山)’ 집단이 존재한다. 전통적으로 이 집단은 남성 중심이었는데, 이곳에서 동희 스님은 최고의 어산, 이른바 ‘어장(魚丈)’에 오른다. 범패의 명인이었던 송암 스님에게 배운 소리를 당대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그의 무대는 치열한 예매 경쟁 끝에 소수만이 경험할 수 있었으며, 정교하고 엄정한 소리로 종교음악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창작 성악곡으로도 활용되는 가곡의 최고 명인은 영송헌 조순자이다. 소녀 같은 성품과 목소리를 지닌 그는 80대에도 맑은 소리를 구사하며, ‘풍류방 한바탕’ 무대로 옛 가객들의 소리판을 재현했다. 세세한 뜻을 몰라도 한 음 한 음을 수놓듯 만드는 소리에 관객은 깊이 감동했다. 대중적 성악곡인 경기민요의 대표 명창은 이춘희다. 꽹과리를 치며 부른 ‘회심곡’은 세월이 더해져 더욱 깊은 맛을 냈고, 스승 안비취의 소리를 떠올리게 하였다. 함께 무대에 오른 제자 강효주와 채수현의 소리 또한 경기민요의 전승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앞서 3명의 개인 여성 성악과 대조적으로 순창농요 금과들소리는 집단, 남성의 소리로, 실내가 아닌 마당에서 몸짓과 함께 공연됐다. 농요, 이른바 들소리는 선소리꾼이 메기고 여럿이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기계화와 이농으로 실제 농삿일을 하며 부르는 시대는 지나고 이젠 공연예술화 되었다. 소중한 지역 문화유산으로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순창 금과들소리는 그 가치만큼이나, 젊은 선소리꾼의 옹골차고 정감있는 소리가 매우 탁월하였다. 제법 소리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극도로 잘하는 이는 손에 꼽힌다. 바로 그 손에 꼽히는 자가 한유가 말한 선명(善鳴), ‘잘 우는 자’일 것이다. 하늘이 내놓은 그들과 함께한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성악열전’은 그야말로 뜨거운 소리 전시판이어서 내년의 성악열전을 더더욱 기대케 한다. 김형근 학자는 민속학과 무형유산학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무속을 주전공으로 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전 국가유산청 무형문화재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전통연희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한국의 탈춤’ 등재 신청서를 작성하는 등 국내외 무형유산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대 무형유산정보연구소를 거쳐 현재는 국립경국대(구 안동대) 문화유산학과(민속학과)에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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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16 18:51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심청을 불사르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창극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으로 재독 오페라연출가 요나 김이 연출한 창극 <심청>이 공연되었다. 세계 초연작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공연되었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 속에서 K-팝만큼이나 중요한 한국 판소리를 널리 알리고 문화적 공감대를 얻는 데에 전주라는 지역이 큰 기여를 한 거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요나 김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오페라 계에서 그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는 연출가로, 한국과 독일 문화의 경계에 있는 소수자인 듯하면서도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문제의식을 보이며 주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예술가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 판소리 <심청가>를 독일 문화권의 시선으로 문화번역하면서 심청 이야기를 초국가적인 동시대 소녀들의 수난사로 해석하고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창극’을 연출했다. 요나 김은 라이브 카메라 등 영상 매체를 주된 연출기법으로 활용하면서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이면을 시각화한다. 청각적으로는 익숙한 판소리 <심청가>가 흐르면서 시각적으로는 ‘익숙하지 않은 장면’을 통해 충돌하는 공감각적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유럽의 한 칙칙한 응접실 공간에서 파자마 차림에 썬글라스를 쓰고 등장한 심봉사는 곽씨부인 죽음 뒤 아기 심청을 원망하는 무기력한 내면의 소유자로 형상화된다. 심청에게 공양미 삼백석을 요구하는 이기적인 면모를 보이고 남성으로서의 성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다 집안 곳곳에 묻어나는 심청의 자취를 감각하고는 끝내 눈물을 터뜨리고 딸을 팔아 눈을 뜨려 했던 자신의 죄과를 고백한다. 피 끓는 심정으로 고백을 한 덕인지 심봉사는 눈을 뜨게 되지만 그가 눈을 떠서 바라보게 된 것은 시각 장애인이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형벌에 가까운 고통이었다. 심청이 인당수에 빠져 죽는 과정에서 인부들에 의해 몸이 묶이고 돌덩이를 달고 입막음 당하며 피 흘리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합창으로 구현되는 ‘심봉사 눈뜨는 대목’이 노랫말처럼 기쁨이 넘치는 기적의 순간이 아니라 심봉사와 관객 모두가 잔인한 장면에 고통으로 일그러지게 되는 순간이었다. 심청은 부채 대신 담배를 들고 있으며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어른들의 요구에 대자로 누워버리는 행동을 보인다. 교복 입은 심청은 인당수에서 죽어 버렸고 이후 그녀처럼 고단한 삶을 반복하는 여성 노인, 소녀, 다양한 국적의 어린이들이 객석과 무대에서 등장하고 사라진다. 그러나 작품 속 심청은 죽었지만 심청과 유사한 처지에 놓여 있는, 즉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폭력에 시달리는 소녀들은 진실의 눈을 가렸던 검은 띠를 스스로 풀고 시공간을 벗어나 자신을 구원한다. 심봉사와 더불어 동서고금의 소녀 심청들에게 관습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그들의 몸을 유린하며 자본주의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묵과하는 모든 이들은 ‘감은 눈 위에 뜬 눈을 붙인’ ‘눈 뜬 시각 장애인’으로 표현된다. 가난을 핑계 삼아 어린 딸을 사고파는 이야기나 심청을 몸 파는 여자의 서사로 다시쓰기한 예술 작품들과 유사한 문제의식을 보이는 듯하면서도 다국적 소녀들의 등장과 동시대 디지털 성폭력 등을 연상시키는 설정 등을 통해 요나 김은 판소리 <심청가>에 대한 새로운 이면을 창극으로 형상화한 것이라 여겨진다. 비극적인 정서 속에서도 막간 타악기 연주자들의 북 퍼포먼스가 역동적인 흥을 불러일으키며 더블 캐스팅 된 김우정, 김율희,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각기 다른 몸의 감수성으로 낯선 심청과 심봉사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김향 창극평론가·호서대 교수 현재 호서대학교 창의교양학부 교수이며 한국공연(희곡, 연극, 창극)평론가이다. 한국공연문화학회, 판소리학회, 한국연극학회,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등에서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 『창극의 이면론』(아카넷, 2024)이 대한민국학술원 2025 우수학술저서로 선정되었고 『유희와 치유-김향의 세 번째 공연평론집』(연극과인간, 2016) 등 공연평론집과 다수의 논문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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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15 18:22

공예로 꽃피운 우정…전주시-가나자와시 국제교류전 연다

일본 혼슈 중앙부에 위치한 도시 가나자와는 일본 전체 생산량의 99%를 차지하는 금박공예를 비롯해 지역의 독특한 기모노 염색법인 가가유젠, 칠기, 도자기 등이 고루 발달한 '전통 공예' 도시다. 일상 속 공예문화 생활화를 목표로 전통공예 전승교육·공예인 지원·공예문화 산업화에 앞장서고 있는 전주시는 ‘수공예 중심’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전통 공예를 주력으로 계승하여 '공예 도시'로 거듭난 전주시와 일본 가나자와시가 우수 공예품을 전시하는 국제교류전을 연다. (사)한지문화진흥원(이사장 김혜미자·전북무형문화재 제60호 색지장)은 16일부터 28일까지 '제24회 전통공예품전' 1차 전시를 하얀양옥집과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 개최한다. 지난 2002년 자매도시를 맺은 두 도시는 해마다 전통공예 작품 교류전을 추진해왔다. 올해는 전주에서 교류전을 열고 일본 작가 아키토모 미호, 마에다 마치코 등의 금속 및 상감 공예품을 선보인다. 특히 가나자와의 전통 공예품인 가가상감과 금박공예 등 장인의 손길을 엿볼 수 있는 작품 1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상금향합을 비롯해 브로치, 부케 등 쓰임새와 형태가 다양한 공예품들도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공예의 현대적 변신도 확인할 수 있다. 한땀 한땀 손끝으로 일궈낸 지승원형합을 포함해 유물함, 받짇고리 등 생활도구도 대거 선보인다. 젊은 공예작가 허석희 색지장 이수자가 재해석한 '책가도'도 눈여겨 볼만하다. 민화 중 하나인 '책가도'는 학문과 미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우리 고유의 정물화 장르이다. 책과 도자기·문방구 등 여러 기물을 그린 그림을 책거리라고 하고, 책거리 중 서가(책가)로만 구성된 그림이 책가도다. 그간 한국 전통문양을 소재로 한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여 온 작가는 전통의 틀 안에서 현대적인 감성을 살려 책가도를 새롭게 풀어냈다. 김혜미자 한지문화진흥원 이사장은 “전주시와 가나자와시는 여러 면에서 많이 닮아 있다”며 “지난 세월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한결 같은 마음으로 교류전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원해주신 전주시와 가나자와시, 공예가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한지문화진흥원과 가나자와시 국제교류과가 주최하고 전주시와 가나자와시가 후원하는 이번 교류전은 1차 전시를 마무리 한 뒤 9월 29일부터 10월 18일까지 한국전통문화전당 1층 전시실에서 2차 전시를 진행한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9.15 17:44

익산 구도심에 다시 켜진 소극장 불빛, '솜리소극장' 개관

익산 구도심에 소극장 공연예술의 불빛이 다시 켜졌다. 2018년 ‘아르케 소극장’이 문을 닫은 뒤, 민간이 운영하는 50여 석 규모의 솜리아트홀이 외롭게 무대를 지켜왔으나, 7년 만에 ‘솜리소극장’이 문을 열며 끊겼던 전통이 되살아난 것이다.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는 이를 기념해 오는 20일부터 닷새간 개관 공연을 마련, 전국 예술인을 한자리에 모은다. 90석 규모의 작은 극장 개관이 특별한 이유는 솜리소극장이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소극장 문화의 계보를 잇는 상징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과거 수많은 소극장 무대를 통해 지역 예술인들은 역량을 키우며 전국적인 예술가로 성장해 왔다. 실제로 익산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활발한 연극 운동과 실험적 무대로 전국 연극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운영난과 문화환경 변화 속에 소극장들이 잇따라 사라지면서 공연예술 생태계는 급격히 위축됐다. 이번 개관은 그동안 공백을 메우고 지역 문화 지형에서 소극장이 지닌 의미를 회복하는 시간으로 기록된다. 또 솜리소극장은 익산시의 법정 문화도시 사업의 성과이기도 하다. 익산은 2021년 말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뒤, 2022년부터 5년간 지역 고유의 문화를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키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번 소극장 조성은 그 성과가 가시화된 대표 사례라는 평가다. 개관 기념 공연은 ‘전통·추억·낭만·풍류·예술’을 주제로 다채롭게 꾸려진다. 첫날인 20일 ‘전통’ 무대는 조통달 명창이 판소리 ‘수궁가’를 들려준다. 21일 ‘추억’ 무대는 나훈아의 대표곡 ‘고향역’을 중심으로 임종수 선생의 제자인 가수 김운이 출연한다. 22일 ‘낭만’ 공연에서는 익산을 대표하는 룩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팬텀싱어 출신 테너 최진호와 함께 가을밤 앙상블 무대를 선사한다. 23일에는 ‘풍류’를 주제로 이리향제줄풍류, 익산목발지게노래, 이리농악이 번갈아 오르며 전통음악의 진수를 전한다. 마지막 날인 24일에는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을 시민과 함께 감상하며 소극장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모색한다. 앞으로 솜리소극장은 공연에 그치지 않고 MZ세대와 새로운 문화 수요를 겨냥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전시, 북카페, 주민 커뮤니티센터 등과 연계해 창작·교류·실험이 가능한 다층적 문화 거점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 관계자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야구 관람 문화를 소극장에 접목해 중계·응원 프로그램으로 선보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MZ세대 취향과 생활 문화적 요구를 반영해 재미있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원도연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장은 “솜리소극장은 시민들의 공간이자 예술가들의 무대”라며 “과거의 열정이 되살아나 지역문화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9.15 17:22

전통과 현대의 울림⋯관현악단 정기연주회 ‘아르누보Ⅲ’ 개최

가을밤,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무대가 전주에서 펼쳐진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이 오는 18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제52회 정기연주회 ‘아르누보Ⅲ’를 무대에 올린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공동 기획으로 마련된 이번 연주회는 국악원 관현악단의 대표 브랜드 공연으로 자리 잡은 아르누보 시리즈의 세 번째 무대다. 2022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판소리 서사를 토대로 새로운 창작곡을 선보이며 전통과 현대, 동서양의 음악적 융합을 지향해왔다. 이번 무대는 교향시와 협주곡, 대합창이 어우러진 네 작품으로 구성된다. 첫 곡은 작곡가 최지혜의 신작 교향시 ‘심청’이다. 판소리 ‘심청가’를 소재로 심청의 효심과 희생, 환생의 이야기를 여섯 장면으로 풀어냈다. 국악 관현악 기법에 현대적 화성을 결합해 서사적 감동과 극적 긴장감을 동시에 전달한다. 두 번째는 이용탁 예술감독이 직접 작곡한 판소리 협주곡 ‘춘향가 中 님 그리는 대목’으로, 장문희 명창이 협연한다. ‘갈까보다·쑥대머리·내 죄가 무슨 죄인가’ 등 춘향가의 대표 대목을 갈라 형식으로 엮어, 명창의 깊은 소리와 관현악의 조화를 들려준다. 이어지는 무대는 홍정의 작곡의 양금·마두금 협주곡 ‘바람의 노래’다. 몽골 민요 선율을 바탕으로 창작된 곡으로, 초원의 바람과 자유로움을 표현한다. 양금 연주에는 윤은화 세계양금협회 이사가, 마두금은 부레브쿠 뭉크진 몽골 국립문화예술대 교수가 함께해 국경을 넘어선 음악적 교류를 선사한다. 공연의 대미는 서순정 작곡의 칸타타 ‘해원(解寃)’이 장식한다. 전남 진도의 씻김굿을 모티브로 한 대규모 합창 교향곡으로, 소프라노와 판소리, 합창, 무용이 함께한다. 망자의 원을 풀고 천도를 기원하는 다섯 악장으로 구성됐으며,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협연자로는 신은혜 소프라노, 국립창극단 출신 이세헌·한단영, 국악원 무용단, 위너오페라합창단이 출연한다. 이용탁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예술감독은 “아르누보 시리즈는 단순한 기획 공연을 넘어 전통 판소리 서사를 현대 교향악으로 확장한 전북 고유의 레퍼토리”라며 “전북이 창작국악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동시에, 우리 음악의 정통성과 예술성을 대한민국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은 초등학생 이상 가능하며, 전석 1만 원이다. 예매는 NOL티켓과 소리문화의전당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공연 당일 로비에서는 ‘K-뮤직 공연여권’ 발급과 스탬프 날인 이벤트도 진행된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9.14 18:27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