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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와 함께하는 JIFF 2013] 에너지 넘치는 영화에 가장 높은 점수 주고파

기자는 13일 소설가 김영하에게 서면 인터뷰를 보냈다. 이틀 째 답이 없자 불안한 마음이 들어 확인 메일을 띄웠다. 작가는 원래 서면 인터뷰는 하지 않는데 전주에서 꼭 마주치게 될 것만 같아 간단하게나마 답을 달았다고 썼다. 다음은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 전주국제영화제 방문은 처음이다. 어떤 인연으로 숏!숏!숏! 2013에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참여 소감, 감독에 대한 기대도. 늘 가고 싶었는데 숏!숏!숏! 2013 덕분에 계기가 생겼다. 감독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이상용 프로그래머의 추천을 믿고 승락을 했다. 나는 늘 젊고 무모한 예술가들의 편이다. 대담하고 이상한 작품들이었으면 좋겠다. - 비상구는 지난해 출간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의 전작 같다. 여기서 취향의 계급화를 지적했는데, 여기에 문제의식(?)을 갖게 된 시점 혹은 사건이 무엇인가. 등단 이래 늘 우리 문학이 잘 다루지 않았던 영역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비상구는 90년대 이래 한국문학이 중산층, 지식인 중심으로 쏠린 데 대한 나의 문학적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위만 보고 살아서 그렇지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비상구와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의 세계는 아주 가까이에 있다.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오빠가 돌아왔다 등 자신의 문학을 영화화한 작품을 보면서 문학과 영화는 어떤 점이 비슷하고, 또 어떤 점이 다른가. 혹시 자신의 작품에 배우 출연 제의를 받거나 출연해볼 생각은 없는지. 출연할 생각은 없다. 소설과 영화의 차이에 대해서는 폴 오스터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영화는 평면에 투사된 이미지로 구성된 2차원의 예술인데 반해 소설은 3차원이다. 독자가 직접 개입하고 적극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해야만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참여하는 한국경쟁 심사할 때 주안점을 두는 대목은.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가장 꼭 보고 싶은 섹션이나 영화가 있다면. 소설을 보든 영화를 보든 작가의 에너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영화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 이번에 다뤄진 비상구, 피뢰침, 마지막 손님 의 문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다면. 비상구의 마지막 대사인 니미 씨팔이다 이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3.04.23 23:02

[전북일보와 함께하는 JIFF 2013] 오빠가 왔다

소설가 김영하(45)는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 힘든 작가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김영하는 현재 17년차 작가다. 2004년 한 해 동만 동인문학상, 이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고, 2012년 자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겼던 이상문학상까지 탔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한국 문단에서 보기 힘든, 분류하기 애매한 작가로 간주돼 왔다. 그도 그럴 듯 김영하의 소설은 스펙트럼이 넓어서 이런가 싶으면 저렇고, 저런가 싶으면 꼭 저렇지도 않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몇 분 만에 내리는 과단성을 보이는 한편 글이면 글, 말이면 말 뭐든지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예술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궁리 끝에 찾아낸 방법이 퍼즐 맞추기다. 퍼즐 조각 몇 개로 김영하란 큰 그림을 조립할 수밖에 없었다. ■ 그를 키운 8할은 군대 그는 1968년 12월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군인 아버지를 따라 진해, 양평, 파주, DMZ, 잠실 등 전국을 유랑했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뒤늦게 헌병대 수사과에서 군 복무 중 199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낙선. 제대 후 그 해 8월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으로 덜컥 등단해버린다. 그러나 글쓰기의 든든한 밑천은 군대에서 영창 간 수감자들에게 일기쓰기를 지도한 경험에서 나왔다. 이는 훗날 단편소설 비상구와 장편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의 글감이 됐다. 낮에는 나라를 위해 충성하고, 밤에는 나이트클럽에서 일을 하다가 손님들과 싸움이 붙어 감옥에 들어오고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탈영병이 돼야 하는 저간의 사정 등을 목도한 그는 그것이 바로 야생의 삶이라고 여겼다. 취향의 계급화에 대한 문제의식은 그때 생겼다. ■ 얼리어답터 대학원에 진학한 뒤 1991년, 그는 컴퓨터 통신을 시작했다. 이후 인간관계는 컴퓨터 통신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하이텔의 바른 통신을 위한 모임 문예 분과에서 활동했으며, 통신망을 통해 글을 발표하는데 새로운 흥미를 느꼈다. 애플 컴퓨터 사용도, 3년 째 이어오는 팟 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의 시작도 작가 중 그가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었다. 미국 맨하튼 소호에서 우연히 들은 팟 캐스트 강좌를 계기로 뚝딱 하고 만들었던 것. 몽상‧산책․쇼핑․강연 등을 실컷 한 뒤 정말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비로소 하나씩 팟 캐스트를 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좋다. 최근 낭독에 더 많은 비중을 두면서 독자들이 수면용으로 쓰는 게 아닌가 하는 혐의가 짙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 베스트셀러 작가(?)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인생의 가장 인상적인 기억을 물었을 때 초등학교 4학년 때 자전거를 처음 탄 순간이라고 했다. 일말의 불안감, 새로운 세계로 가는 경쾌함이 교모하게 얽혀 있어서다. 흥분 혹은 불안하지 않으면 곧잘 싫증을 잘 느끼는 작가는 그러나 소설 쓰기는 참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늘 망했다는 심정으로, 그래도 끝을 맺자는 기분으로 글을 쓴다. 하지만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무늬만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책 20여 종은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중국, 네덜란드, 폴란드, 터키 등 12개국의 언어로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반면 1990년대부터 줄곧 그의 책을 펴낸 출판사 사장은 그를 두고 명성은 있는데 실속이 없는 작가로 분류한다. 베스트셀러가 분류될 법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검은 꽃, 오빠가 돌아왔다 ,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등이 이제껏 10만부를 넘긴 적이 없어서다. 스스로도 폭발적으로 팔리진 않으나 절판되지 않고 매년 꾸준히 찍는다는 데 위안을 삼는다. 출판사 사장은 매년 자기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여기거나 파괴하고픈 사람이 생겨나는 것 같다며 객쩍은 농담을 하곤 한다. ■ 고양이 홀릭 지난 4일 그의 페이스 북엔 이런 글과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2년 전 하늘로 간 방울이를 직접 그려 주문‧제작한 반팔 셔츠. 작가는 방울이 2주기 기념 셔츠라고 했다. 책 랄랄라 하우스를 보면 그가 키웠던 두 마리 고양이, 도도한 방울이와 식탐 많은 깐죽이 입양기가 구구절절 소개돼 있다. 알츠하이머 비슷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그의 품을 떠난 방울이는 그의 표현대로라면 무해한 어리석음으로 웃음을 주었고 지칠 줄 모르는 식탐으로 기쁨을 주었고 타고난 아름다움으로 집 안을 빛냈다. 지난해 랄랄라 하우스 재발간을 기념해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어리석고 식탐 많고 아름다운 고양이 방울이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까지 썼다. 그의 말마따나 사랑은 누군가를 바보로 만든다. ■ 영화 이야기 소설가로서는 이례적으로 내 머릿속의 지우개로 대종상 각색상,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같은 다방면의 활동을 두고 평론가 류보선은 그를 잡식성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도 한 때는 자신을 저주하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3년 남짓 영화 감상기를 썼고, 담당 기자가 영화 얘기에만 집중하라, 우리는 쫀쫀하지 않지만 광고주는 쫀쫀하다고 잔소리를 듣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화를 빙자해 자전적 수필로 써낸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 이야기는 피 끓게 통분할 이야기까지도 구름처럼 가볍게 주고받는 그만의 독특한 시각이 잘 드러났다. 영화에 아부하지 않고 자기 매체의 독자성을 주장한 이 책을 보면서 두 작가는 소설이 최고, 만화가 최고라고 했으나 행여나 베스트셀러가 될까 두려워하기도 했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3.04.23 23:02

[전북일보와 함께하는 JIFF 2013] 잘 가라 ‘X새끼’야

그러니까, 문제는 사회였다. 외롭고 가난한 10대. 행운 따위는 애초부터 봉인된, 희망이라곤 찾을 길 없는 가난에 내몰렸다. 어떤 남성들에 의해 성을 유린당하기도 했다. 마치 식칼이 폐부 깊숙이 찔러 들어오는 듯한 고통이었다. 로랑 캉테 감독의 폭스 파이어는 사춘기 시절 지독한 성장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자신을 위무하기 위한 영화다. 이 영화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성폭력을 경험하고 난 뒤 상처 입은 소녀들이 다시 세상에 맞서는 과정을 그렸다. 갱단(FOXFIRE)으로 변신한 소녀들은 남성들을 유혹한 뒤 돈을 갈취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이 그들에게 가한 폭력의 방식을 고스란히 되갚음으로써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영미권 대표 작가인 조이스 캐롤 오츠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가슴팍에 돌덩이 하나 얹은 것 마냥 답답할 수 있을 것이다. - FOXFIRE는 조이스 캐롤의 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어느 정도 원작에 충실했는가. 소설은 흐릿한 기억을 따라간다. 영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된다. 예를 들어 소설에서는 갱단 폭스파이어가 해체되고 난 몇 년 뒤 매디(Maddy)는 이야기들을 한 데 모은다. 영화를 위해 몇 번의 대본 작업과 이후의 수정작업을 거쳤으나 여기 저기 흩어진 것들을 순서대로 만들어 보려는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영화에서는 갱단을 조직하고 그 안의 삶과 갱의 해체에 관한 내용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소녀들이 가진 에너지를 가능한 자세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매디의 내레이션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관한 당혹스러운 기억으로 인해 느끼는 현기증에 관한 것이다. - HEADING SOUTH 이후 당신의 모든 영화가 다 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 다르다. 종종 영화 대본이 삶의 복잡성과 비교해 봤을 때 지나치게 논리적이라 여겼다. 책은 영화보다 원인과 결과를 풀어내는 방식이 어렵고 또 그것을 알려주는 시각적인 자료가 많다. 내가 소설에서 찾는 부분은 이런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항상 이전에 일어난 대로 어떤 일이 자연스레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분명히 보여주려고 한다. 그래서 하나의 정확한 장면을 꼬집는, 말하는 장면은 피하고 싶다. 의미를 확연히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병렬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각본을 쓸 때 사실인 내용은 편집할 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의미, 시제를 모호하게 만드는 순간을 재구성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 영화의 배경이 된 1950년대를 어떻게 바라봤는가. 나는 미래는 밝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내가 관심 있는 미국의 모습은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에 있는 내용보다 더 과격다. 이 책은 미국 자본주의 경제의 화려함에 관한 역사를 넘어서서 계급투쟁, 인권 운동, 파업 등과 같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역사에 관한 문제도 다룬다. 그 시절의 투쟁은 오늘날 투쟁의 현재 진행형이라 여겼다. -로랑 캉테가 시대극 영화 필름을 만드는 게 놀랍게 느껴진다. 시대극 영화를 하게 된 이유가 또 있다. THE CLASS를 영화로 옮길 때 했던 방식을 차용 해 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1950년 미국 시대처럼 자연스럽게 그려보면 어떨까 했다. 이렇게 하면 머릿속에 남아있는 유명한 많은 영화의 클리셰를 불러들일 수 있다 고 생각했다. 많은 역사적인 영화들은 세팅이나 복장 혹은 그 시대에 사용했던 언어를 보면 그 시대를 대변하는 박물관에 온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 영화에서 다소 작위적이지만 1950년대를 자연스레 연상되도록 노력했다. 이 영화의 진행 방향은 내레이션을 취해 고전적 부분과 손으로 촬영하는 방식, 다큐멘터리 액자 방식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면을 두루 포함시켰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촬영 기법과 주제에서 모두, 시간을 초월하는데 중점을 뒀다. - 주인공은 어떻게 선발했나. THE CLASS 주인공을 뽑을 땐 우리 팀이 설정해 놓은 워크샵을 자발적으로 방문한 사람들을 두고 뽑았다. 반면 이번 영화에서는 내가 직접 배우들을 찾아 다녔다. 토론토에서 한 달간 머물렀는데 10대 청소년을 만날 수 있을 만한, 모든 장소를 돌아다녔다. 학교나 문화센터나 소년원 등등. 캐스팅 감독도 인터넷에 공고를 띄워 500여 명의 청소년들을 심사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배우를 뽑는 것과 뽑아놓은 배우들을 갱단에 같이 녹여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 이전 작품에서는 중요시 했던 가족 간 관계가 이번에는 부차적으로 보이는데. 조이스 캐롤 오츠는 레그를 부모가 사랑으로 신경을 써 주지 않은 허클베리핀과 비교했다. 그들 부모는 제가 많아서 자식을 놔둘 수밖에 없었다. 매디 엄마는 딸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의지한 채 살아가고 있고, 레그 아빠도 생활보호 대상자에다 알코올 중독으로 살아간다. 영화 속 소녀들은 이미 버림받은 이들의 자식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에겐 이미 부모조차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모들과 머리를 박고 싸울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이미 그들에겐 부모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아이들이 어른이 되기까지 너무 어두운 성장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지. 사춘기 시절이 제일 힘든 시기였다. 나이가 많이 들었어도 잘 잊혀지지 않는다. 인생을 혼자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았고, 그러나 언제나 순한 양처럼 행동해야 하는 상황이 나를 더 내성적이고 움츠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내가 찍은 사춘기 시절은 비교적 순수한 시절을 강조한 것이다. THE CLASS 이후 오츠의 소설을 차용하고자 했던 내 바람이 꾸준히 청소년에 관한 영화를 계속 만들라는 마음의 빚으로 남게 된 것 같다.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 많은 것들이 결정되어 버리는 순간들과 우리가 한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순간들을 되돌아보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3.04.23 23:02

[전북일보와 함께하는 JIFF 2013] 대중성 예술성 '융합'…시민 문화 갈증 '해소'

v:* {behavior:url(#default#VML);}o:* {behavior:url(#default#VML);}w:* {behavior:url(#default#VML);}.shape {behavior:url(#default#VML);}전주국제영화제 고석만 집행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에 정답이 있다 고석만 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어떤 색깔이 나올까. 지상파 방송에서 인정받았던 출중한 연출력이 영화제에서 어떻게 발휘될까. 영화제의 메가폰을 잡은 지 6개월. 고석만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대한 영화계 안팎의 기대만큼 그 스스로도 어깨가 무거웠을 것 같다. 그는 취임 당시 전주영화제의 방향성과 관련해 컨버전스(융합)의 실천과 일상성의 확보를 내세웠다. 전주영화제의 본래 가치를 지키며 그 가치를 더욱 두텁게 하는 게 이 두 가지라는 나름의 판단에서다. 영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가 폭발하는 글로벌 컨버전스를 만들겠다는 그의 각오는 디지털 대안이라는 전주영화제의 기치와 닿아있다. -올 영화제가 지난해와 차별성이 있다면. 전주영화제가 갖고 있는 정체성에다 플러스 알파해서 대중성을 가미했습니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아보려 했습니다. 영화궁전만 하더라도 남녀노소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을 많이 차려놓았습니다.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지프 토크도 대중성을 겨냥한 것이다. 공간을 집약시킨 것도 올해 영화제의 특징입니다. -부산영화제에 비해 톱스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불만이 많다. 레드 카페를 화려하게 만드는 것은 집행위원장의 능력과 정비례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부산영화제와 직접적 비교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예산만 하더라도 부산의 1/5에 불과하고, 교통편을 비롯해 인프라시설에서 열악합니다. 여기에 상업성을 내세우는 부산영화제와 차이가 있습니다. 유명 배우가 아니더라도 전주영화제를 찾는 훌륭한 영화인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폭스 파이어 개막작에 감독과 배우가 직접 찾는 것도 평가할 일입니다. -올 영화제에 특별히 권할 만한 영화가 있다면. 인도영화 특별전에 주목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인도 곳곳을 누비며 현지에서 찾아온 영화들입니다. 뉴델리 중심이 아닌 인도 각 지역에서 제작된 10편의 영화를 골랐습니다. 역대 흥행에 성공한 발리우드(인도 영화 통칭)의 그늘에 가려 소개되지 못한 다양한 언어와 풍경을 담은 영화들입니다. 개인적으로도 10편 모두 보고 싶습니다. -전주영화제가 갖는 의미를 어떻게 보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정체성만으로 볼 때 세계 어떤 영화제와 비교하더라도 최상이라고 봅니다. 영화제는 미래 언어를 창조하는 장입니다. 더 나가면 현 정부에서 말하는 창조경제를 다른 데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문화가 인문학역사산업을 끌어안고 IT마당에 놀게 하는 게 창조경제라고 생각합니다. 위원장으로서 전주영화제 관객들의 이중성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영화제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면서 대중성을 찾고 있는 있다는 이야기죠. 이번 영화제를 통해 이것저것 검증할 것입니다. 킬러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영화제에 뒤늦게 뛰어들어 준비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예산 부족 등이 오히려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많은 스태프들이 바뀌었지만 고정 관념을 깨기가 사실 힘들었습니다. 벽처럼 느껴졌거든요. 열악한 예산 때문에 아이디어 창안에도 한계가 있긴 했습니다. -평소 영화제의 일상성을 강조해왔는데요.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마니아층이 어디인지 살펴보았는데 40대 전후 주부들이 많습니다. 20대 젊은 영화마니아들이 의외로 적어 이들을 끌어낼 방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깊고 넓은 서비스를 통해 깊은 예술세계를 맛볼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폼 내지 않고 차분하게 진행할 것입니다. 전북인들의 문화적 갈증이 심각할 정도지만, 처음부터 벌컥벌컥 들이킬 수 있는 탄산음료를 제공하면 탈나기 십상이죠. 미지근한 물에서 시작해 찬물, 그 다음 달콤한 탄산음료가 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갈증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찾을 것입니다. * 고석만 집행위원장은 초등학교 때 부모를 따라다니며 전주에서 개봉하는 영화들을 모두 섭렵할 만큼 영화 마니아였다. 중학교 3학년 때는 공보처 주최 시나리오에 응모할 만큼 영화가 좋아 대학 전공도 연극영화과를 택했다. MBC PD시절 청소년드라마 제3교실, 수사반장, 제1공화국 등 공화국시리즈 거부실록, 야망의 25시, 땅 등 국민적 사랑을 받은 많은 작품들이 그에 의해 태어났다. 국립영상간행물제작소 소장과 K-TV대표를 거쳐 2003년 EBS 사장을 지냈으며,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직전에 여수엑스포 총감독을 역임했다.

  • 영화·연극
  • 김원용
  • 2013.04.23 23:02

[전북일보와 함께하는 JIFF 2013] 영화산업의 메카 전주…인프라 구축 더욱 매진

v:* {behavior:url(#default#VML);}o:* {behavior:url(#default#VML);}w:* {behavior:url(#default#VML);}.shape {behavior:url(#default#VML);}송하진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의 영화와의 인연은 그리 길지 않다. 젊은 시절 문학과 예술(서예)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지만, 영화는 가까이 하지 않았다. 영화를 접한 시기는 지난 2006년 전주시장에 선출 돼 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였다. 올해로 7년째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남다른 열정을 쏟으면서 영화에 대한 지식이나 안목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짧은 영화 한 편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내기도 한다. 특히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영화산업이다. 영화산업이 지니고 있는 사회경제적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영화와 관련된 인프라 구축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로 7년째 조직위원장을 맡고 계시면서 본 영화의 매력은 무엇이라 보는지. 파급력입니다. 여러 문화예술 장르 가운데 영화만큼 파급력이 큰 장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또 영화는 일반 문학이나 예술과 달리 대중들에게 직접적으로 감흥을 전달해 주고 있다. 이런 매력이 있는 영화가 전주에서 촬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주를 전국 제1의 영화촬영 도시로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주가 영화촬영도시로서 내세울만한 장점은 무엇인가. 그동안 여러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했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전주는 영화촬영하기가 가장 편한 도시라고들 합니다. 전주에는 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와 영상위원회,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영화촬영에 협조하기 위해 경찰 등 16개 기관으로 구성된 유관기관 협의회가 있습니다. 이처럼 영상위원회와 유관기관협의회 등을 갖추고 있는 도시는 없습니다. 이것이 손꼽히는 전주만의 장점입니다. 여기에 전주 특유의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죠. -그동안 영화촬영과 관련된 인프라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어떤 게 있습니까. 전주영화종합촬영소가 건립됐고, 그 안에 병원 이동식 세트를 갖춘 J2스튜디오와 J1스튜디오, 야외촬영센터, 야외세트장이 있습니다. 또한 영화후반작업을 위해 음향마스터링센터와 디지털 편집실과 색 보정실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영화촬영을 위한 카메라도 13대에 달합니다. -외국의 영화촬영소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영화 촬영에 관심이 많다 보니 외국 출장 때면 반드시 영화촬영소를 방문합니다. 미국의 워너 브러더스와 중국의 장춘 등을 방문했는데,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합니다. 특히 중국의 장춘에는 소품 창고가 있는데, 그 규모를 보고 놀랬습니다. 지역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돼 전주에도 그런 소품창고를 하나 짓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영화자체 보다는 영화산업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아직까지는 영화에 대해 잘 모릅니다. 영화 마니아인 아들 덕분에 영화와 관련된 정보를 얻고 있는데요, 제 자신은 영화 보다는 영화산업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영화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인데요, 가장 큰 게 일자리 창출입니다. 영화 1편이 촬영되면 600700명의 스텝들이 지역에서 수개월동안 숙식을 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단역 배우 등을 포함하면 단기간에 3000명 정도의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그리고 최근 3년간 전주권역에서 촬영한 영화가 152편에 달한데, 영화인들이 지역에서 소비한 직접 지출비용만도 181억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영화에도 직접 출연한 적이 있는데요.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 올리기와 프랑스 감독 클레르 알비의 전주, 어떤 한국도시라는 다큐 2편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모두 출연료를 받지 않았는데, 임권택 감독이 달빛 길어 올리기 촬영 후에 한지를 주기에 받은 적이 있습니다. 너무 귀해 아직도 쓰지 않고 보관하고 있습니다.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영화인들을 많이 만났을 텐데, 그 가운데 가장 닮고 싶은 인물이 있습니까. 부산국제영화제를 현재의 위치로 끌어올린 김동호 명예위원장입니다. 이 분도 처음에는 영화인이 아니었습니다. 구 문화부차관을 지내는 등 행정을 맡기도 했는데,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영화인이 됐죠. 특유의 유머감각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영화거장들과 친분을 맺는 등 인적 네트워크 다양합니다. 집행위원장을 퇴임 후에는 단편영화(주리) 연출(감독)로 화제를 낳기도 했는데요, 저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2030분 정도 분량의 영화 한편을 만들고 싶습니다. -연출을 한다면 어떤 장르의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까. 한국적 정신이 담긴 영화인데, 독 짓는 늙은이나 부채를 제작하는 과정 등 심오한 장인의 혼을 영상에 담고 싶습니다.

  • 영화·연극
  • 김준호
  • 2013.04.23 23:02

[전북일보와 함께하는 JIFF 2013] 지금 여기 이 시대를 주목한다

v:* {behavior:url(#default#VML);}o:* {behavior:url(#default#VML);}w:* {behavior:url(#default#VML);}.shape {behavior:url(#default#VML);}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영화는 대개 불편해도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가학적 취미가 있는 유능한 애인 같다. 불편하지만 결코 떠나버릴 수 없는. 불편한 이유는 이렇다. 영화는 한 번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지 못한 계층의 육성을 다룬다. 휴머니즘의 필터로 걸러진 얌전한 대상이 아니라, 핏발 선 눈으로 카메라 렌즈를 째려보는 그런 이들에게, 희망은 없어도 썩은 제도의 심장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는 투박한 미학에 의미를 부여하곤 했다. 그러나 전주국제영화제는 더 넓은 저항과 연대의 지평으로 나가는 출구의 영화들로 변화의 출발점을 삼았다. 쉽게 말해,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 없었다는 영화감독은 물론 영화평론가들의 권유에 약간 몸을 움직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주영화제는 진화한다. 올해 초청된 영화는 46개국 190편(장편 120편‧단편 70편). 첫 번째 징후는 영화와 문학의 만남이다. 영화가 한 장면과 삶을 접속시켜 풀어가듯 문학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삶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소설가 김영하의 단편소설 3편을 이상우‧이진우‧박진성과 박진석 감독이 완성한 숏!숏!숏! 2013은 역대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기획으로 거듭났다. 카프카 탄생 130주년을 맞아 기획한 카프카 특별전에서는 인간과 삶에 대한 끝없는 절망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또 다른 영화를 선물한다. 두 번째 징후는 Her stories다. 개막작 폭스 파이어(FOXFIRE)와 폐막작 와즈다(WADJDA)가 공교롭게도 소녀 시대의 성장기를 다뤘다. 클래스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2008)을 받은 프랑스 로랑 캉테 감독의 폭스 파이어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성폭력을 경험한 뒤 피멍 든 소녀들이 세상과 맞서는 것으로 조이스 캐롤 오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와즈다는 또래 남자 아이들처럼 자전거 살 돈을 구하기 위해 이슬람 경전인 코란 암송 대회에 나가는 것을 그린다.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 감독 하이파 만 알수르의 첫 장편영화. 세 번째 징후는 국제영화제 위상에 부합되는 규모의 상금 인상이다. 앞으로 세계 영화계를 책임질 신인 감독들의 발전 가능성을 미리 엿보는 국제경쟁 중에서 1편을 선택해 전북대가 수여하는 전대상(대상상금 2000만원)이 신설됐다. 국제경쟁한국경쟁에 선정된 한국영화 1편에 전용관 개봉(2주 이상)홍보마케팅비 2000만원을 지원하는 CGV무비꼴라쥬상은 현금 1000만원과 차기 작품을 위한 기획개발비로 1000만원을 추가로 지급된다. 네 번째 징후는 스타들의 방문이다. 국제경쟁 심사위원으로 배우 정우성과 류승완 감독은 낯이 익고, 개막작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2012 산세바스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케이티 코시니가 로랑 캉테 감독과 방한한다. 한 시대란 수많은 자발적 노력과 다가와 부딪치는 우연이 덩어리를 이루며 만들어낸 산물이다. 과거를 복원하려는 복고주의가 때로는 공허한 이유는 그 시절을 만들어냈던 여러 요인들을 다시 갖출 수 없는 상황에서 그저 돌아가자고만 외치기 때문이다. 아울러 과거 역시 불안정한 상태였고, 또 현재란 그 과거가 도달하려고 애썼던 분투의 산물이란 걸 잊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 있어야 할 곳은 언제나 바로 지금 이 자리다. 올해 JIFF는 그래서 바로 여기, 지금 이 시대의 영화에 주목했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3.04.23 23:02

[전북일보와 함께하는 JIFF 2013] 바다의 미스터리 이방인이 풀다. 에드윈 감독

두 차례에 걸쳐 전주국제영화제에 단편을 소개하며 인연을 맺은 에드윈 감독(35)은 올해 디지털 삼인 삼색 누군가의 남편의 배에 탄 누군가의 아내(SOMEONE'S WIFE IN THE BOAT OF SOMEONE'S HUSBAND)를 선보인다. 그는 지난해 동물원에서 온 엽서를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상영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유망주로 떠올랐다. 이번 영화에서는 전설을 쫓아 머나먼 사와히 섬을 찾은 이방인 마리나가 전설 속의 주인공과 같은 이름을 가진 또 다른 이방인, 수캅을 만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인도네시아의 절경 속에 담아낸다. 그는 나는 바다와 특별한 유대가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자랐지만, 유감스럽게도 바다를 좋아해 본 적은 없다. 바다는 가까이 갈수록 늘 불편했고, 종종 울렁거리기까지 했다. 바다는 미스터리와 호기심으로 이뤄진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 같았고, 이 느낌을 꼭 영상화하고 싶은 욕구가 늘 있었다. 내 영화는 비교적 간결한 플롯을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떠나는 여인의 이야기를, 그 여인의 공허함과 욕망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대양에 펼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김정엽
  • 2013.04.23 23:02

[전북일보와 함께하는 JIFF 2013] ‘가족 죽음 그리고 죄’ 끝나지 않은 고백

지난해 국제경쟁 심사위원과 위기의 여자들을 상영하며 전주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던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58). 올해도 디지털 삼인삼색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STRANGER WHEN WE MEET)으로 다시 전주를 찾았다. 사랑의 예감, 위기의 여자들, 일본의 비극, 백야 등 전작에서 가족 죽음 그리고 죄(罪)에 대해 이야기했던 그는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에서도 이 카드를 선택했다. 그간 4편의 영화에 직접 출연하며 보여줬던 자기 고백적인 이야기가 이어진다. 영화에서 남편 가와무라 료이치가 도쿄에 출장을 간다. 이 사이 아내 유키코는 초등학생 아들 겐지와 함께 내연남과 외출에 나선다. 하지만 자동차 사고로 아들 겐지는 죽고 유키코도 평생 한쪽 다리를 절어야 하는 장애를 안게 된다. 료이치와 유키코는 여전히 함께 살지만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말도 오가지 않는다. 매일 같은 식당에 가서 마치 남처럼 점심을 함께 먹는 모습이 묘한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게 만든다. 이번 작품은 내용형식적 측면에서 지난 2007년 발표한 사랑의 예감과 닮아 있다. 사랑의 예감은 살인 사건으로 딸을 잃은 남자, 죄책감에 시달리는 가해 소녀의 어머니 이야기다. 둘은 일상에서 마주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서로를 지나친다. 하지만 어느새 서로를 소중한 존재로 느끼게 된다.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은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의 시나리오 초고는 사랑의 예감을 발표할 당시에 쓴 것이지만 여러 조건상 실현하기 어려웠다. 실화는 아니지만 부부 사이의 용서를 그리고 싶었다. 결국 내 아내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누군가는 고바야시 감독에 대해 아마도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겠느냐며 그가 워낙 술을 좋아해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죽음에 대해 자각하게 됐고 가족의 소중함을 영화로 표현한 것 같다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고바야시 감독도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죄인의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적인 관점을 빌어 말하면 결국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죄를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사람은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번 영화에서도 사랑의 예감에서 보여준 형식적 실험은 계속된다. 언어적 소통을 전혀 하지 않는 괴이한 부부를 다룸으로써 부부 관계 속의 이방인을 그려냈다. 또 내면의 갈등을 생생히 묘사하기 위해 무성영화의 요소를 빌린 영화적 실험을 감행했다. 경애하는 트뤼포 감독처럼, 열병에 걸린 것처럼 영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던 그는 이번 영화도 속전속결로 찍었다. 그는 항상 즉흥적인 방식으로 마지막 순간에 모든 걸 걸고 영화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짧은 제작 일정이지만 전혀 문제없었다며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관객들을 안심시켰다. 이어 디지털 삼인삼색을 통해 디지털이 아니면 불가능한 영화 제작 실험과 필름 시대가 지녔던 보편성을 동시에 불어넣고 싶다. 나는 디지털 영화가 비주류가 아닌 주류 문화로서 계속 남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삼인삼색은 그 선도자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에서 한국어 대사로 한국 배우만을 캐스팅 해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기획은 올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의 프로젝트 마켓에 출품할 예정이다. 다가오는 시대의 영화 제작은 국가와 국가, 회사와 회사 간의 공동 제작이 아닌 제작하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연대가 중요하다. 나는 전주와 그 근교에서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영화·연극
  • 김정엽
  • 2013.04.23 23:02

[전북일보와 함께하는 JIFF 2013] "우리보다 영화 많이 본 사람 나와!"

v:* {behavior:url(#default#VML);}o:* {behavior:url(#default#VML);}w:* {behavior:url(#default#VML);}.shape {behavior:url(#default#VML);} 영화를 본다. 이 행위는 분명 관객들에게는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같은 영화를 수 십번 본다면? 십중팔구 졸음과 사투를 벌여야 할 것이다. 특히 취향이 아닌 영화라면 더욱 고역이다. 그래도 끝까지 다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초 단위로 끊어서.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소화하고 있는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 기술팀과 자막팀이다. 그러나 이들의 존재는 영화제 내내 베일에 싸여있다. 좀 더 잔인하게 이야기하면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들이 없다면? 영화제는 사건사고에 시달릴 것이다. ■ 어둠의 가족 기술팀 기술팀은 자신들을 어둠의 가족이라고 자학(?)했다. 그럴 만도 하다. 이들은 두 가지 의미에서 빛을 볼 일이 없다. 하나는 진짜 어두운 곳에서만 일을 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엔딩 크레딧에 이들의 이름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기 때문. 그래서 은막에 잠시라도 이름이 나오는 자막팀이 조금은 부럽다. 하지만 자막 없는 영화는 볼 수 있어도 영사기 없는 영화는 못 본다라는 말처럼 기술팀 없으면 영화제 안 굴러간다. 기술팀의 첫 번째 미션은 작품이 결정된 뒤 상영에 앞서 기술적인 문제점을 체크하는 것. 수백만 컷이 넘는 아날로그 필름들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다 보면 눈알이 튀어나온다. 또 여러 포맷들의 상영작들이 원활이 돌아가는지 예측을 하고 영화관 여건에 맞게 여러 가지 변수들을 제거한다. 영화제 기간에도 수시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은 기본. 필름으로 만든 영화의 경우 손을 이용해 실제 상영해보고 얻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최상의 상영 여건을 제공한다. 이쯤 되면 영화는 감상이 아닌 숨은 오류 찾기가 된다. 이 때문에 기술팀의 조미혜(31)씨는 자신의 열정이 최고의 스펙이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는 생의 감각 등 3편의 단편 영화를 연출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부산이 고향이지만 전주영화제의 매력에 빠져 이곳에 왔다. 벌써 6년째다. 조씨는 감독을 하면서 전체적인 틀을 꿰뚫어 보는 게 힘들었지만 영화제의 전반적인 상황을 지켜보며 감독으로서 역량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공은 자원에너지공학. 현재 직업은 곶감 회사의 유통직. 정말 영화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남자 정철(29)씨. 그는 전공도 직업도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직접 필름을 만지고 겪어보는 것들이 재미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영화제가 끝나면 여행을 가고 싶다던 이들이 있어 전주국제영화제는 이상 무. ■ 조용한 가족 자막팀 자막팀 사정은 좀 낫다. 영화 마지막에 올라오는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나오고 기술팀이 그토록 갈망하는 햇빛도 본다. 하지만 사무실 분위기는 절간을 방불케 한다. 많게는 4시간 가까이 되는 영화를 뚫어지게 봐야 하는 것은 기본. 수 십번 반복해서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모조리 체크해야 한다. 같은 팀원들과 나누는 말보다 영화 주인공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막팀이 조용한 가족인 이유다. 자막팀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스포터, 오퍼레이터 두 가지로 나뉜다. 음성에 맞게 자막의 길이를 잡아주는 게 스포터, 영화관에서 영상을 상영할 때 프로젝터를 통해 자막을 함께 상영하는 게 오퍼레이터다. 보통 자막이라 하면 번역까지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번역은 따로 한다. 하지만 영어 등 외국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문장 단위로 끊거나 배우들이 말하는 뉘앙스를 자연스럽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 자막팀은 대체로 대사가 많지 않은 영화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대사가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마저 피할 수는 없다. 가장 힘든 점은 배우들의 말이 서로 빠르게 교차하는 부분이다. 수 백번을 돌려봐도 알기가 어렵다고. 자막팀원들은 배우들의 입만 바라보며 외롭게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간다. 자막팀은 영화 내용을 거의 외울 만큼 자신이 자막을 단 영화에 자부심이 강하다. 인천에서 인권을 주제로 한 극단을 운영하고 있는 자막팀 남윤호(30)씨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처음이다. 국문학을 전공해 아이들에게 논술을 무료로 지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자막을 단 영화 하랄 정육점(HALAL BUTCHER SHOP)을 강추했다. 남씨는 영화제 준비로 전주의 참 맛을 즐기지 못했는데 영화제가 끝나면 전주의 볼거리 먹을거리를 찾아 맘껏 즐기겠다고 말했다. 관객보다 먼저보고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라고 자신을 소개한 자막팀 이지현(25)씨는 묻지마 사랑(BLINDLY IN LOVE)을 추천했다. 20대 중반의 팔팔한 청춘답게 사랑영화를 추천했지만 그렇다고 묻지마 자막은 달면 안돼요!

  • 영화·연극
  • 김정엽
  • 2013.04.23 23:02

[전북일보와 함께하는 JIFF 2013] 숏!숏!숏! 2013 '비상구' 이상우 감독

변태 감독, 한국 영화계 이단아. 이상우 감독(42)은 사람 속깨나 긁는 영화를 제작해왔다. 자신의 영화 엄마는 창녀다 , 아버지는 개다 등에서 가족 간 불통으로 이어지는 지옥도를 그려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금기시된 부모를 개, 창녀로 내몬 그의 영화적 실험은 언짢고 불편하다. 하지만 혹독하고 매운 결말에 다가갈수록 다시 화해로 돌아온다.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숏!숏!숏! 2013에 출품할 비상구의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인 그와 전화로 만났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영화에서 보여준 과격함과는 다르게 수줍음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올해 영화제의 폐막작 와즈다의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을 극찬했다. 용기가 많은 분 같다.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성감독이 그것도 여성의 성장기를 다루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라는 것. 그가 유일하게 건드리지 못한 금기에 도전하는 감독에게 경외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그의 전작들도 만만치 않았다. 하이파 감독 못지않게 너무 센, 아니 경악 자체에 가까운 작품을 내놨다. 지난해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된 지옥화부터 나는 쓰레기다까지, 그가 영화 심의를 받을 때마다 제한 상영가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 때문에 그는 요즘 자체 검열을 한다. 이런 그에게 전주국제영화제는 해방구다. 영화제는 검열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영화제가 열리는 고사동 일대가 어린 시절 살았던 청량리 일대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도 그를 편하게 하는 요소다. 우선 여기서 그에게 씌워진 몇 가지 오해를 풀고 가자. 그 중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느냐는 것. 유감스럽게도 그는 아주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실제로 그의 카카오톡에는 아버지 사랑합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사진이 올라와 있다. 이번에 출품하는 영화 비상구 이야기를 꺼내자 다시 거침이 없는 그로 돌아왔다. 김영하의 원작 소설 비상구를 읽어 봤냐고 묻자 솔직히 난 책을 잘 안 읽는다. 그런데 숏!숏!숏! 2013 때문에 책을 읽었고, 바로 내가 만들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촌을 무대로 벌어지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내 고등학교 시절 방황했던 것과 닮았다. 당시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막 살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고민과 내가 하는 고민이 맞닿아 있었다고 답변했다. 원작에서는 주인공 두 명이 등장하지만 영화에서는 네 명의 주연으로 나눠 서로에 대한 결핍을 이야기하며 한국사회의 무기력함을 과감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 단골 레퍼토리가 빠졌다. 가족을 모티브로 영화를 찍었던 그는 이번에는 가족이 배제됐다. 원작소설에 가족 이야기가 없기도 했거니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전작에서는 롱 테이크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컷 편집을 주로 하면서 영화의 속도감을 강조했다. 그렇다 해도 그를 흠모하는 팬들은 실망할 필요가 없을 듯. 그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영화 내용은 여전히 하드코어 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주변사람들이 자꾸 영화에 카메오나 주연으로 나오지 말라고 하는데 이번에도 나왔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런 걱정 아닌 걱정을 하는 것은 자신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이미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 바비에서 본의 아니게 자신의 광팬들에게 잠시 실망감을 줬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게 바비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남의 돈 들여 찍은 첫 영화고, 또 상업배우와 함께 했다는 것. 그는 내가 왜 맨날 강한 영화만 찍어야 하느냐며 순한 영화도 찍어보고 싶었다고 항변했다. 그의 변절 아닌 변절을 방송인 김구라에 비유하자 김구라씨를 좋아한다. 그도 욕을 많이 먹었지만 이제는 날카로운 개그로 자리 잡지 않았냐? 닮고 싶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여전히 팬들의 계속된 요구가 신경 쓰이는가 보다. 영화를 찍을 때마다 자극적인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함께 자신의 영화가 더 많은 사람들이 관람했으면 한다는 간절한 심정을 전했다. 내 영화는 다운로드로만 본다. 이제 당당히 극장에 걸고 싶다 는 감독은 내년에 50억 가량 제작비가 투입되는 상업영화를 찍는다. 그렇다고 해도 그의 변절(?)에 손가락질 하지말자. 김구라를 용서해준 문희준의 마음을 기억할지어다.

  • 영화·연극
  • 김정엽
  • 2013.04.23 23:02

[전북일보와 함께하는 JIFF 2013] 오감을 넘어 육감적인 전북의 매력에 빠진다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기간 동안 전북 곳곳은 축제의 물결이 된다. 인디밴드의 향연인 메이드인전주뮤직페스티벌, 친환경 축제인 고창 청보리밭축제, 영원한 사랑의 상징인 남원춘향제, 전주의 맛과 멋에 취할 수 있는 전주한지문화축제까지 숱한 볼거리가 당신을 사로잡는다. ■ 메이드인 전주 뮤직페스티벌 4월 26~28일 전주 영화거리 일대 레드 제플린, 딥 인투, 슈퍼스타. 올해로 4년째인 메이드인 전주 뮤직 페스티벌 의 가장 큰 특징은 전북의 인디밴드들이 대거 출연하는 것.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유명한 공연팀도 있지만, 참가 라인업부터 주로 전북에서 활동하며 실력은 좋으나 인지도를 얻지 못한 공연팀들이 대다수다. 매년 조금씩 컨셉을 달리해 열리는 페스티벌은 점점 그 명성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소리축제와 같은 기간에 열려 3일 동안 1000명이 넘는 관객이 모이기도 했다. 또 50여개의 팀이 참가하는 페스티벌은 전국에도 손꼽을 정도이며 전북의 인디밴드를 알리는 데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도 스타피쉬, 크림, 블랙홀, 시베리안허스키, 아프리카, 게으른 오후 등 정상급 실력을 뽐내는 45개 밴드가 출동한다.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 레드 제플린, 딥 인투, 슈퍼스타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의 입장권은 올래티켓(http://www.loeticket.kr/)에서 공연 전날까지 판매하며 티켓을 미리 구입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현장 판매도 할 예정. ■ 고창 청보리밭축제 4월 20일~5월 12일 고창군 공음면 영화 웰컴투 동막골, 허브, 만남의 광장 등의 촬영지로 유명한 청보리밭이 올해에도 영화제를 찾는 관객을 맞는다. 2004년 전국 최초로 보리라는 테마로 개최된 이번 축제는 청보리밭, 그 이야기 속으로라는 주제로 고창군 공음면 학원관광농장 일원에서 펼쳐진다. 살아 숨쉬는 푸른 보리밭 사이를 거닐다보면 어느새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 눈과 마음까지 설레게 하는 푸른 보리밭에서 봄의 생동감과 정취를 느끼며 다양한 공연과 체험행사를 만끽할 수 있다. 올 축제에서는 줄타기 명인 고수의 공연, 보리밭 속 포토정원, 청보리 방송국운영, 보릿골 체험마당, 승마체험, 스템프 랠리, 주말 작은 음악회 및 마술쇼 등이 펼쳐져 색다른 추억과 감동을 선사할 계획이다. 특히, 청보리밭과 관련된 잉어못호랑이왕대밭도깨비숲백민기념관 일대의 구전되는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엮은 인형극을 새롭게 선보인다. ■ 전주한지문화축제 5월 2일~5일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완주 대승한지마을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전주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볼거리는 전주한지문화축제다. 그간 한옥마을 일대에서 열렸던 전주한지문화축제가 올해는 한국전통문화전당 주변으로 자리를 옮겨 개최된다. 한국전통문화전당, 한지산업지원센터, 완주 대승한지마을 일대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 '전주한지 물결, 한류와 함께Ⅱ'란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다린다. 한지와 패션의 만남은 현대적이면서도 실험적이다. 개막식에서는 축하공연과 퍼포먼스, 한지로 만든 다양한 의상을 선보이는 한지패션쇼가 진행된다. 국내외 디자이너가 한지를 소재로 만든 생활한복과 전통한복, 웨딩드레스, 연주복, 액세서리 등을 공개한다. 한지의 우수성과 활용성을 K-Culture(한류문화)에 접목시킨 전시체험공연과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된다. 특히 다양한 한지 공간디자인을 통해 한국전통문화전당을 한지로 꾸밀 한지쉐이크, 한지스타일 공연 등 한지와 관련된 공연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 부안마실축제 5월 3일~5일 부안군 일대 시원한 봄바람과 함께 멋진 해변을 걷고 싶다면 부안을 추천한다. 올해 2회째 맞는 부안마실축제는 먹고보고돕고자고놀고라는 다섯 가지 테마로 마실에 나선다. 축제기간에는 메인 프로그램인 오색마실을 중심으로 8개 분야 58개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특히 변산반도의 아름다운 절경을 병풍 삼아 파도소리와 갈매기의 향연이 펼쳐지는 명품길 부안마실길에서 걷기행사는 이번 축제의 백미. 걷기 구간은 변산해수욕장에서 고사포해수욕장까지 7㎞ 정도. 이 구간은 사랑의 낙조공원, 출렁다리, 전망대, 해안자연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데크다리 등이 설치돼 있어 걷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7080라이브 음악공연, 마실길 먹거리 쉼터 운영, 추억의 흔적 남기기도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 또 고사포해수욕장 송림 숲에서는 1박2일간 해풍 속 캠핑이 열린다. 이와 함께 축제기간에는 철쭉분재 전시, 부안전통옹기 전시, 부안생활사박물관, 부안수필시화 전시, 마실먹거리촌 등 전시‧판매프로그램이 마련되고, 도울장승 전시체험, 청자 전시체험, 곰소천일염 체험이 진행된다. ■ 남원춘향제 4월 26일~30일 남원 광한루 일대 봄꽃이 절정을 이룬 계절, 춘향과 몽룡의 사랑 꽃도 피어난다. 제83회 춘향제가 26일 열녀 춘향을 기리는 전통 제례를 시작으로 창극 춘향전, 춘향국악대전 등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먼저 축제 첫날부터 4일간 명창 선발을 위해 춘향국악대전이 펼쳐진다. 춘향국악대전은 제1회 장원 조상현을 비롯해 성창순, 최승희, 김영자, 남해성, 안숙선 등을 배출했다. 광한루 누각에서는 춘향국악대전 대통령상 역대 수상자와 남원 출신 명창이 판소리 춘향가를 연창, 축제 분위기를 달군다. 춘향전을 12마당으로 연출, 남원 시내 일정 구간을 도는 춘향전 길놀이도 열린다. 춘향 그네 타기, 신관 사또 부임 행차 등 색다른 체험도 준비됐다. 춘향과 몽룡의 로맨스를 색다르게 느껴보고 싶다면 춘향사진 촬영 대회나 토피어리로 만들어진 사랑의 정원에 가보는 것도 추천. 춘향제의 꽃인 춘향선발대회와 광한루원 인근에 사랑 체험마당, 풍물장터도 조성된다. 상모돌리기, 윷점, 난타 등 전통놀이는 덤. ■ 군산꽁당보리축제 5월 1일~5일 군산시 미성동 주민센터 쌀을 전혀 섞지 않고 보리만으로 지은 밥은 건강에도 좋지만 옛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꽁보리밥의 추억을 되새기는 제8회 군산꽁당보리축제가 열린다. 14만㎡가 넘는 광활한 보리밭이 가슴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가족과 연인 단위의 관광객에게는 푸르른 추억을, 보릿고개를 기억하는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선사한다. 이번 축제에서는 보리밭 미로 찾기, 추억의 닭잡기, 보리피리 만들기, 꽁당보리 탁본 뜨기, 보리개떡 만들기, 보리 구워먹기 등의 체험행사가 열린다. 원두막에서 펼쳐지는 보리성 쌓기도 이색적이다. 보리국수보리빵 등 추억의 먹을거리를 즐기고 보리밭 포토마당, 페이스페인팅 등 축제 한마당으로 재미를 더한다.

  • 영화·연극
  • 김정엽
  • 2013.04.23 23:02

어두운 사춘기와 작별하고 싶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영화는 대개 불편해도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불편한 이유는 대개 이렇다. 한 번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지 못한 계층의 육성을 다루거나 핏발 선 눈으로 카메라 렌즈를 째려보는 그런 이들에게 돌직구를 날릴 수 있는 투박한 미학에 의미를 부여했다. 영화 '클래스'로 2008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프랑스의 로랑 캉테 감독이 개막작 '폭스파이어'(FOXFIRE)를 들고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는다. 캉테 감독은 블루칼라 아버지와 화이트칼라 아들의 갈등을 담은 데뷔작 '인력자원부'(1999)로 프랑스 영화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두 번째 영화 '타임아웃'이 2001년 베니스영화제에서 '돈키호테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폭스파이어'는 현존하는 영미권 대표 여성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하지만 감독은 "영화는 소설처럼 주인공의 흐릿한 기억에 따라가기 보다는 시간의 흐름에 충실하는 방식으로 다가갔다"고 설명했다. 영화 곳곳에 깔리는 메디의 내레이션은 당혹스러운 기억들로 인해 느끼는 현기증에 가깝다. 감독이 피멍 든 소녀의 성장기의 배경을 1950년대 미국으로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모든 것이 밝고 가능한 미래를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관심을 기울이는 미국의 모습은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에 있는 내용보다 더 과격하다는 감독은 미국 정복과 자본주의 경제의 화려함에 관한 역사를 넘어서 계급투쟁, 인권 운동, 파업 등과 같이 그 때 그 시절의 투쟁이 '현재 진행형'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에게 너무 어두운 성장 터널을 걷게 하는 것에 대해 감독으로서 책임감은 느끼지 않는지 물었다. 신문만 들춰봐도 더 잔혹한 이야기가 차고 넘치지만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이밀 필요가 있느냐는 것. 그러자 감독은 "혼자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세상, 순한 양처럼 행동해야 하는 상황으로 더 내성적으로 변한 사춘기 시절을 아직 떨쳐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이 영화는 "우리가 한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순간들을 되돌아보기 위해 만든 영화"라면서 "'THE CLASS' 이후 오츠의 소설을 차용하고자 했던 내 바람이 청소년에 관한 영화를 만들게 된, 마음의 빚이 됐다"고 고백했다.로랑 캉테 감독은 1961년 프랑스 출생. 다큐멘터리 '철야'로 영화계 입문, '타임아웃'(2001)으로 '제58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평화영화상·돈키호테상, '클래스'(2008)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수상.

  • 영화·연극
  • 김정엽
  • 2013.04.23 23:02

올 전주국제영화제 '소녀시대' 주목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걸 그룹 소녀시대가 외친 노랫말은 '삼촌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지만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소녀들을 어리다고 놀리다가 진짜 큰 코 다친다. 자유, 독립, 소통의 정신을 잇는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고석만4월25일~5월3일 전주영화의거리 일대)가 올해는 '소녀 시대'에 주목했다. 개막작 '폭스 파이어(FOXFIRE)'와 폐막작 '와즈다(WADJDA)' 모두 '소녀 시대'의 성장기를 다뤘다. 이외에도 20편에 가까운 영화들이 직간접적으로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개막작 '폭스파이어' 이 땅에서 남자로 산다는 건 애초부터 일종의 죄악일지 모른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남자란 존재는 종종 여자에게 상처를 남겼다. 로랑 캉테 감독의 '폭스 파이어'는 이유 없이 성을 유린당해야 했던, 처연하고 힘겨운 소녀들의 삶의 방식에 주목한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성폭력을 경험하고 난 뒤 상처 입은 소녀들은 갱단 '폭스파이어'를 조직해 남성들을 유혹한 뒤 돈을 갈취하는 방식으로 세상이 그들에게 휘둘렀던 폭력에 대해 복수한다. 이들의 어두운 성장 터널을 따라가다 보면 가슴팍에 돌덩이 하나 얹은 것 마냥 답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폐막작 '와즈다'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 감독으로 주목받은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 남녀의 생활영역이 엄격히 구분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감독이 남성 스텝에게 명령을 내리며 영화 현장을 지휘하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현실은 고스란히 영화 속 이야기에 녹아든다. 주인공인 십대 초반의 소녀 와즈다는 또래 남자아이들처럼 자전거를 타는 것이 꿈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주인공 와즈다가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암송하는 대회에서 우승하는 장면. 이슬람 문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코란은 율법으로 가득차 있는 전통적 세계지만 소녀는 대회 우승 상금으로 자전거를 사고자 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변화할 미래를 표상하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다양한 섹션 속 '소녀 시대'들위탁시설에서 학대 받는 10대 소녀를 다룬 오자와 마사토 감독의 '깃털(REMIGES국제경쟁부문)', 춤을 통해 세상의 두려움을 떨치는 여고생 이야기를 담은 이찬호 감독의 '플랑멩코 소녀(한국단편경쟁부문)',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동떨어져 생활하는 소녀를 그린 웡 첸시 감독의 '이노센트(INNOCENTS월드시네마스케이프)' 등 소녀들의 이야기는 영화제 내내 계속된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3.04.23 23:02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 클래스' 공개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지난해 폐지됐던 '마스터 클래스'가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시 선보인다.(재)전주국제영화제는 20일 폐지됐던 전주국제영화제 대표 프로그램 '마스터 클래스'를 올해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마스터 클래스'는 영화의 거장들과 관객들이 만나 영화에 대해 토론과 강연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다.올해는 국제경쟁 심사위원인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과 류승완 감독이 '마스터' 자격으로 관객들을 만난다.류승완 감독은 '류승완의 컷: 속도와 충돌의 구현'을 통해 독특한 형식의 카메라 편집을 선보였던 류승환 감독의 촬영 비밀이 공개할 예정이다.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은 '나의 영상 문법'을 주제로 현대 예술영화의 리얼리즘과 영화 미학의 경계에 대해서 심도있는 논의를 전개할 예정이다.두 프로그램은 각각 28일 오후 5시, 28일 오후 2시에 한국전통문화전당 2층에서 진행된다.이 밖에도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학술행사인 '시네마 클래스'와 영화제 상영작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토크 클래스'도 영화팬을 기다린다.고석만 위원장은 "국낸 관객들에게 다양하고 풍부한 영화 세계를 열어온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도 알찬 구성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면서 "이벤트 부분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준비했으니 와서 즐겨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연합
  • 2013.04.19 23:02

류승완·다레잔 감독 마스터 클래스 연다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위원장 고석만) 프로그램 이벤트가 공개됐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프로그램 섹션 재편성과 함께 이벤트 부분에서도 많은 변화를 줬다. 영화제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관객이라면 올해 '지프 클래스'와 '지프 톡'을 주목하자. △지프 클래스 JIFF CLASS프로그램 이벤트의 대표 프로그램인 '마스터 클래스'. 지난해 일시적으로 폐지됐던 '마스터 클래스'가 올해 다시 부활해 깊이 있는 영화 강연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올해 '마스터 클래스'의 주인공은 국제경쟁 심사위원 자격으로 영화제를 찾는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과 류승완 감독. 류승완 감독은 27일 오후 5시부터 한국소리문화전당 2층에서 '류승완의 컷 : 속도와 충돌의 구현'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연다. 류 감독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핸드헬드와 고속편집, '부당거래'에서는 극단적인 와이드 샷과 클로즈업을 병치하는 등 매 작품마다 신선한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카자흐스탄의 거장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은 28일 오후 2시 한국소리문화전당 2층에서 '나의 영상 문법'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은 영화예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스크린에 옮길 수 없다는 점을 꼽는다. 이번 마스터 클래스 '나의 영상 문법'을 통해 다레잔 오미르마예프 감독은 자신의 영화 세계영상문법을 청중에게 전달할 예정이다.이와 함께 시네마토크 클래스에서는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학술행사가 열리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정한 작품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지프 톡 JIFF TALK프로그램 이벤트의 또 다른 변화는 '지프 톡'이다. 지프 톡은 지프라운지와 극장에서 벌어지는 토크 행사로, 무대인사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는 '지프라운지 톡', 영화와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콘서트 톡', 평론가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하는 '크리틱 톡', 영화 제작진들과 방담을 나누는 '시네마 톡'등 4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다양한 인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영화가 전하는 축제토론의 장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또 '핸드 프린팅 행사', '야외상영', '청소년 특별전 : 유스보이스'까지 다양한 프로그램 이벤트들이 관객들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 영화·연극
  • 김정엽
  • 2013.04.18 23:02

전북연극제 최우수작품상 '민들레 아리랑'

제29회 전북연극제에서 문화영토 판(대표 백민기)의 '민들레 아리랑(작·연출 백민기)'이 최우수작품상을 차지했다. 최우수 연기상은 극단 명태의 '청춘예찬'에서 간질 역으로 열연한 양상아씨에게 돌아갔다.심사위원회(위원장 박병도)는 "극단 문화영토 판의 '민들레 아리랑'은 현재 한국사회의 다문화가정사를 다룬 소재로 여러 문화의 충돌과 이해 그리고 분단의 현실까지 복합적으로 그려낸 시의성이 돋보인 작품"이라면서 "창작 초연작으로서 희곡적 구성의 참신성과 완성도를 보여주었으며 다양한 인물군의 탄력적 조합이 돋보였다"고 밝혔다. "올해는 창작 초연작 등 훌륭한 작품들이 많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큰 상을 받아 기쁘다"던 백민기 대표는 "지역을 대표해 전국연극제에 나가는 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을 더 가다듬어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문화영토 판이 내놓은 '민들레 아리랑'은 북에서 내려온 어머니를 중심으로 외국인 며느리, 사위의 다문화 가족 관계, 그리고 남북 분단의 상흔이 복합적으로 설정돼 각기 다른 인종, 문화, 인물 등이 충돌하며 한국사회의 쟁점을 무대화한 작품. 백민기 대표는 "10년 동안 이주여성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일종의 부채의식이 마음속에 생겼다"며 "우리나라도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었던 만큼 이들의 이야기를 꼭 연극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문화영토 판의 '민들레 아리랑'은 오는 6월 충남 홍성에서 열리는 '제31회 전국연극제'에 전북 대표로 출전한다. 한편 지난 9일부터 도내 9개 극단이 참여해 경연을 벌인 제29회 전북연극제는 양적으로 풍년을 이뤘지만 질적으로는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다.심사위원회는 "원작이 갖고 있는 구성의 충실도나 이를 무대화하는 제반 메커니즘의 활용에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며 "작가의 의도가 온전하게 관객에게 전달되지 못했고 초·재연을 떠나 의미의 불학정성 등 정제와 숙성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출품작 중 6편이 장착·각색되어진 작품으로 양적 발전을 이뤘으나 이에 머물지 말고 체계적 스터디가 제도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관행적으로 이뤄진 시상에서 벗어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전북연극제의 위상의 걸맞는 수상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수작품상=극단 무대지기(대표 김정숙)의 '959-7번지'△장려상=극단 둥지(대표 문광수) 의 '고물섬 표류기', 우리아트컴퍼니(대표 정찬오)의 '아내의 뒤를 쫓는 남자'△희곡상=백민기(민들레 아리랑·문화영토 판) △연출상=김정숙(959-7번지·무대지기)

  • 영화·연극
  • 김정엽
  • 2013.04.17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