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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수 시인 동시집 '콩밭에 물똥'

김도수 시인이 동시집 <콩밭에 물똥>(푸르사상)을 펴냈다. 마치 한 폭 그림처럼 자연의 평화로움과 따스함이 한껏 담긴 동시집이다. 친구네 콩밭에 실수를 하고 콩잎으로 살짝 덮어 놓았다는 표제작 콩밭에 물똥을 비롯해 똥시계, 꼬마시인, 별똥별, 올챙이, 반딧불이와 같이 자연과 함께하는 아이들의 평화롭고 재미있는 장면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작품마다 햇빛과 바람, 물과 흙을 양분으로 삼아 꽃을 피우는 식물처럼 아이들도 꿈을 갖고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는 시인 마음이 녹아 있다. 동시집에는 전주군산완주 지역의 초등학생들이 직접 그린 그림 28점도 함께 실렸다. 김 시인은 봄이면 종달새, 뻐꾸기 계속 따라오며 노래 불러 주던 등하굣길의 용쏘 강변길 잊히질 않아 가끔 걸어 본다. 돌이켜 보니 산골에 살면서 자연이 주는아름다운 선물을 많이 받고 살았다며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어울려 많은 추억을 쌓아 보라고 권한다. 문신 시인은 추천의 글에서 김도수 시인이 산 너머에 일군다는 비탈 밭에는 고추나 열무 대신 막 눈을 뜬 동시 모종이 푸르게 펼쳐져 있을 것만 같다. 한두 편의 동시를 얻기 위해 열 개도 넘는 씨앗을 심어 놓고 나머지는 응원하는 씨앗(참깨 심기)이라고 말하는 그의 동시법을 알고 나니 그의 동시를 읽는 일이 씨앗 한 줌을 손에 쥐고 그 씨앗의 꿈을 응원하는 것처럼 가슴이 마구마구 설렌다고 밝혔다. 동시집은 제1부 엉덩이에 똥시계, 제2부 후루룩 쩝쩝, 제3부 통통통 떼구루루, 제4부 곡괭이 든 해님 등 4부 50편 104쪽으로 구성됐다. 김 시인은 임실 섬진강가에서 태어나 깨복쟁이 친구들과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직장 따라 오랫동안 객지의 삶을 살다가 퇴직한 뒤 밭농사를 짓느라 가족들과 함께 고향의 집을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고 있다. 저서로는 산문집 <섬진강 푸른 물에 징검다리>, <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 시집 <진뫼로 간다>가 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1.06 17:41

[신간] 독립운동가 ‘마명 정우홍’의 생애를 조명하다

정읍 태인 출신의 독립운동가 마명 정우홍 선생의 문학논설조선불교사화가 신아지역작가총서 4권에 담겼다. <마명 정우홍 전집>(신아출판사)은 계간 <문예연구> 편집위원으로 있는 최명표 문학평론가가 엮었다. 마명 정우홍(馬鳴 鄭宇洪, 18971949) 선생은 암울한 일제강점기에 혁명가, 작가, 언론인, 재가불자로서의 많은 발자취를 남겼다. 민족해방운동에 나서면서도 창작에 매진했다. 마명은 불자가 되어 한국 불교사를 정리, <조선불교사화>라는 옥고를 집필해 장기간 신문에 연재하기도 했다. 내장산록에 자리를 튼 구암사에서 박한영을 만나고 나서 인도의 고승 마명의 삶을 닮겠다는 의지로 법명 겸 필명을 마명으로 자호했다. 해방 후 마명은 서울신문 편집국장으로 재직하며 조국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각종 논설을 썼다. 재가불자들의 모임인 거사림을 조직해 불교대중화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같은 혁혁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학자들로부터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일부 학계에서는 대구 출신으로 요절한 아나키스트 마명(馬明)과 그를 혼동하기도 했다. 게다가 다량의 문학작품을 창작한 작가인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마명 정우홍 전집> 제1권은 정우홍이 남긴 문학 관련 작품인 시와 소설, 수필, 서평 등을 한데 모았다. 제2권에는 그가 발표한 논설을 싣고 제3권에는 그가 생전에 강조했으며 해방 후 직접 출판했던 재건주의와 완전변증법과 관련한 글을 모아 엮었다. 제4권은 그의 저서 조선불교사화를 통째로 묶었다. 이번 전집의 엮은이 최명표 씨는 평소 전북지역의 문학자료를 정리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마명의 운동 이력을 추적한 덕분에 식민지 시대의 사상운동과 노동운동을 지도하던 전북지역 출신의 운동가가 되살아났다. 더욱이 마명은 많은 문학작품을 발표한 작가로, 전집 발간을 통해 그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과정이 한국근대문학사의 한 국면을 담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명표 씨는 마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기존에 전집을 발행한 소설가 이익상과 박열이 연결되는 전북지역의 아나키즘운동사를 집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1.06 17:27

[신간] ‘존폐 위기’ 농어촌 작은학교의 현실과 가능성을 구하다

30여 년간 김제에서 농촌학교 교사로 근무한 남궁윤 씨가 작은 학교의 실제를 담은 책을 발간했다. <농어촌 작은 학교의 현실과 가능성>(무명인)에는 현재 존폐 위기를 겪고 있는 농어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적은 학생수 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미래를 결정 짓게 될 교육현실을 보며 적잖은 걱정과 위기를 느꼈다고 전한다. 남궁 씨는 자신이 가르치는 중학교의 학생들이 어떤 현실에 놓여 있는지 깨달은 후, 교사들이 대부분 기피하는 방과후 돌봄교실을 4년간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학부모, 교사관리자가 좌충우돌해야 했던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더불어 4년에 걸친 활동을 비판적으로 되돌아보고 농어촌 작은 학교 정책의 현황과 함께 정부와 전북교육청의 정책적 한계를 지적했다. 향후 농어촌 학교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이 책을 통해 농어촌의 작은 학교가 처해있는 현실과 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무던히 애썼던 저자의 활동을 돌아보노라면 농어촌 작은 학교의 가능성이 떠오른다. 동시에 독자에게 다양한 문제의식을 일깨우면서 현재 한국사회에서 교육의 가치는 무엇이고 교사는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남궁윤 씨는 김제 출신으로, 공주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고향인 만경읍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전교조 전북지부 농어촌교육발전특별위원장, 전북교육청 농어촌교육희망찾기 TF 위원, 전북교육청 민관협력위원회 농어촌교육활성화분과 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만경중학교 교사이자 기업 후원형 돌봄 학습클리닉 프로젝트와 쉼터를 기획운영하고 있다. 전북교육연구소 소장, 전북교육청 민관협력위원회 운영위원장 역할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1.06 17:27

[신간] 생명을 유지해나가는 본질, 상실 딛고 집에 가 닿을까

부안 출신의 강민숙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둥지는 없다>(실천문학사)의 발간과 함께 상실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강 시인은 1990년대 중반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를 통해 많은 독자의 심금을 울렸다. 그리움을 낳아 기른 슬픈 시인의 사랑을 노래했다는 평도 받았다. 나이 서른에 남편의 사망신고와 아이의 출생신고를 동시에 해야 했던 기구한 운명은 둥지를 찾아 떠나는 여정 앞에 시인을 서게 했다. 둥지가 없다는 사실은 상실을 의미하며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상실을 떠올리게 한다. 둥지를 잃고 몽골과 티베트를 거쳐 인도, 히말라야,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둥지를 찾아 떠나는 그의 여정은 끝이 없다. 바람의 구두가 된 시인은 지구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자신이 보고 듣고자 했던 실체에 대해 생각한다. 마침내 시인은 애초부터 인간에게 둥지는 없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인식하면서 궁극적인 실존에 질문을 던진다. 치열한 몸부림을 치는 것이야말로 뭇 생명들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도전이자 사명(使命)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제 떠나지 않고도 만나는 인연이고 싶다는 시인의 말이 그렇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생명을 영위하는 방법이 각기 달라도 생명을 받아 유지해나가는 본질은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54편의 시편에 배어 있다. 신경림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어둡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강민숙 시인은 두려움 속에서 날개를 접고 어둠을 응시하며 떠는 새의 연약한 모습에 자신을 비유하곤 했다며 그에게 시는 어둠을 이겨내고 일어서는 버팀목이 됐는데, 만약에 시가 아니었다면 그는 어둠속 그림자로 묻혀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1년 등단한 강민숙 시인은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를 비롯해 1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아동문학상과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1.06 17:2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길상 시인 - 최일남 소설집 ‘국화 밑에서’

최일남 소설에 자주 보이는 방언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비교적 최근작인 <국화 밑에서>에도 방언과 비속어, 사어(死語) 및 한문 투 표현이 여전히 많다. 한문 투나 비속어가 태반인 소설은 읽기 불편하다. 현대적이거나 쉬운 말로도 작가가 지향하는 세계나 가치를 담아낼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에까지 미치면 이미 작품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물론 현대적 언어의 사용이 소설이나 시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관행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도 모국어의 표현 가능성을 극대화한 이런 소설들은 어느 사이 쑥 들어가고 말았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구호 아래 말뿐만 아니라 우리 고유의 문화도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일반적인 상식에 비추어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공동체적 가치관이 사라지고 간편 장례 혹은 맞춤 장례라는 미명 하에 행해지는 요즘의 병원 장례의식은 윤리의식의 마비와 비인간성을 넘어 문화적 질병에 이른 수준이다. 작가는 이러한 현대 장례 풍습의 문제점을 여러 인물들의 대화와 해학적 진술을 통해 제시한다. 그 신랄한 비판은 국화 밑에서의 아냐 영안실이 비좁기 때문에 바깥에도 따로 천막을 치던 시절이었어. 빈터에 가마솥을 걸고 고향에서 가져온 쌀로 어머니의 솜씨를 본떠지었다고 했는데 밥맛이 어떻게나 입에 달던지 고인의 유언에 따른 거랬어. 문상 오시는 분들에게 절대로 밥장사 밥을 드리지 말라고 일렀다는 그 어머니의 따뜻한 뜻과 유족의 정성에 감복할 밖에라는 대목에서 절정에 이른다. 그들이 자주 쓰는 방언들은 사라져가는 이런 풍습과 문화를 복원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개심심한, 하냥, 아사리판, 께복젱이, 들이당짝, 듬성드뭇하다, 어금버금, 칙살스럽다, 호도깝스럽다, 헤실바실, 가년스럽다, 심심파적, 어지빠른. 이 소설집의 또 다른 한 축은 노년의 죽음에 대한 관심사가 반영된 물수제비다. 표면적으로는 먼저 떠난 아내의 죽음과 그 추억을 주제로 취급하고 있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작중인물들이 나누는 대화 도중의 침묵이다. 죽음은 세상 너머의 일이다. 죽음을 앞 둔 노인에게 여러 가지 상념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에 따른 침묵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과 너무나 느슨한 삶에 대한 자성으로서의 침묵이 아닐까. 그 침묵 속엔 그의 정신적 재생의 가능성이 공존하고 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정신적 여유를 찾고 매사 진지하게 삶에 복무한다는 것은 어쩌면 노년에 되찾은 삶의 여유이면서 생과 사를 초월하는 행위인 것이다. 박교장이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 그리 나쁜 건 아니란 말을 한 것도 노년에 이르러 삶의 깊은 의미를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소설에서 여러 장례 풍습과 노년의 삶이 방언, 비속어 및 사어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전주 출신인 최일남 소설가가 구사하는 전라도 방언들을 쏠쏠히 만날 수 있는 점도 이 소설집의 잔재미 중 하나일 것이다. * 이길상 시인은 2001년 전북일보와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으며, 시와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11.06 17:16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⑫ 유재 송기면의 한시…유연(悠然)한 도(道)의 세계, 깨어 있는 민족의식의 시편들

유재 송기면 초상화. 홀로 근심 안고 새벽까지 앉아서(獨抱幽憂坐達晨) / 하늘과 땅에 빌고 신에게 또 빌었네.(拜天禱地又祈神) / 어느 누가 부드럽게 덕을 품고 베풀 수 있어(何人能施柔懷德) / 온 세계를 녹이고 따뜻한 봄 오게 할 수 있을까.(四海融融各得春) -丙申元朝 전문 유재(裕齋) 송기면(宋基冕, 1882-1956)이 1956년 75세 설날 아침에 쓴 시이다. 평생 도를 구하고 학문을 하는 본뜻이 어디에 있을까를 생각한다면, 그 해답은 위의 시에서 찾아지리라. 잠도 이루지 못하고 새벽까지 홀로 앉아 천지신명께 세계평화의 봄을 간구하는 마음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본바탕인 성(性)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실천하는 도학자의 본보기를 만나게 된다. 송기면의 본관은 여산(礪山)이며, 자는 군장(君章), 호는 유재이다. 그는 김제군 백산면 요교리에서 부친 송응섭과 모친 전주 최씨 사이의 4남 1녀 중 4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 응섭공은 통정대부 승정원 좌승지에 증수되었으며, 효성이 지극하여 여러 차례 천거되었다. 유재가 5세일 때 부친이 타계하여 모친이 그 뜻을 이어 가르치게 된다. 모친은 1894년 전주에서 거처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대문호 석정 이정직(1841-1910)을 집으로 모셔와 유재를 가르치게 하였다. 유재는 석정을 통하여 시문과 서화, 예술 이론, 천문과 지리, 역산(曆算)과 의학 등 실용적 지식을 포함한 박학적 학풍의 진수를 전수받으며 20세 무렵 명성을 크게 떨치게 된다. 1910년 스승 석정이 타계하자 그의 학문을 계승한 유재는 요교정사(蓼橋精舍)에서 석정을 대신하여 수많은 후학을 가르치게 된다. 1920년, 30대 후반의 유재는 세상의 혼란을 피하여 계화도에 머물고 있는 간재(艮齋) 전우(田愚, 1841-1922)를 찾아가 예를 갖추고 사제의 연을 맺는다. 이후 유재는 도의(道義)에 뜻을 두고 이치를 궁구하는 데 전념하여 성리학의 체계를 확고히 세우게 된다. 아울러 옛것을 중시하면서도 수구론에 빠지지 않고 유신론을 강조하여 구체신용설(舊體新用說)을 정립하였고, 의(義)와 이(利)의 조화를 통한 효용을 중시하였다. 박완식의 역(譯)으로 발간된 『유재집』(2000년)에는 276제 368수의 시가 실려 있고, 이 중 180여 수가 교유시(交遊詩)다. 교유시가 많은 것은 두 스승 문하에서 수학하고 많은 제자를 둔 그의 이력과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유재의 성품에서 비롯한 것이리라. 또한 그의 시에는 경륜, 지조, 절의 내용이 뚜렷한바 그의 문학은 경세적(經世的), 실학적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서세동점(西勢東漸)의 개화기에 태어나 일제강점기, 해방공간, 남북분단의 격변기를 살면서 부당한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올곧은 삶을 관철시킨 힘은 바로 선비정신에서 비롯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근대문학이 정립되면서 문학의 주도권이 한문에서 국문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한문학이 소멸된 것은 아니다. 한문학이 소멸되는 끝자락에서 유재는 수준 높은 한시를 창작한바, 유재는 그의 글씨와 유학에 못지않은 한시를 남겼다. 그의 시는 크게 사회시와 서정시로 나눌 수 있는데, 사회시는 우국, 상시(傷時), 절의, 저항, 애민, 교유, 교육 등 다양하게 분류된다. 견훤의 묘를 지나며와 노량진, 사육신의 묘에서 두 편을 감상한다. 저무는 산마루에 올리는 술 쓸쓸하고(一杯寂寂暮山頭) / 서풍에 만고 시름으로 지팡이가 머무네.(住杖西風萬古愁) / 싸움터 묵은 벌판에 가을풀이 이울고(百戰荒原秋草沒) / 들녘의 무심한 노인 누렁소를 풀어 놓네.(無心野老放黃牛) 사육신의 죽음을 한탄하지 말라(莫恨六臣死) / 죽었어도 길이길이 아름다워라(死惟百世休) / 영령은 해와 달처럼 빛나고(靈應懸日月) / 백골은 산악처럼 무겁다네(骨亦重山岳) / 저녁 새 빈 골짜기에 울고(夕鳥號空谷) / 봄꽃은 강물에 떨어지네(春花落上流) / 내 일생 통한의 눈물(平生一?淚) / 노량나루터에 흩뿌리네(灑向鷺梁頭)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직후, 화자는 나그네가 되어 후백제의 왕 견훤의 묘를 마주하게 된다. 해 저무는 가을 쓸쓸한 날, 옛 영웅 앞에 술 한잔 올리며 옛 시절을 떠올린다. 과거 싸움터였던 들녘, 시들어가는 가을풀과 누렁소를 풀어놓는 노인의 무심한 풍경에서 화자는 무상감을 느끼고 있다. 우국의 정서를 자아내면서 동시에 달관한 인생의 한 경지를 엿보게 한다. 아울러 화자는 1920년대에 한강변 노량진에 있는 사육신 묘를 찾았다. 망국민의 비애가 사육신의 높은 절의와 만나니 그 감회는 걷잡을 수 없다. 도의를 지키고 기꺼이 목숨을 내놓은 사육신의 높은 뜻 앞에서 새도 울고, 꽃도 울고, 슬프게 흘러가는 강물 위에 망국민으로서 화자 역시 솟구치는 눈물을 흩뿌린다. 유재는 일찍부터 세속의 명리에서 벗어난 삶을 살았다. 1906년 25세 때, 조정에서 박사과 과거를 실시하여 이에 응시하고자 했으나, 시험이 문란하고 불공정하다는 것을 알고 응시를 포기하였다. 다음의 시 만조(晩眺)는 관직을 포기하고 자연과 더불어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의연한 태도를 새의 비상을 통해 잘 보여준다. 곱게 물든 저녁노을에 하늘의 반이 물들었고 / 물 위의 맑은 안개는 희미하게 사라지려 하네. / 저녁노을 비치는 산 위로 새 한 마리 날고 있나니 / 내 몸은 아직 긴 강물 그림 속에 머물고 있네. 유재는 평생 인격수양에 노력하고 명상을 하며 도인으로 살았는데, 사람을 대할 때는 진정한 마음으로 대하였다. 자신이 진리라고 믿는 것은 어떤 압력에도 굽히지 않았다. 일제도 유재의 성품을 알고 있었기에 창씨개명 같은 신민화정책을 강요하지 못했다. 다음 시는 왜경(倭警)이 칼을 들고 삭발을 강요할 때 단호하게 호통을 치고 돌아와 쓴 시다. 의를 품고 살아가는 유재의 기개를 엿볼 수 있다. 음산하게 비가 내려 앞산이 어두운데 / 무수리의 요망함이 도둑떼처럼 나타나네. / 아무리 칼로 위협한다 해도 / 내 가슴속 의리를 어찌 자르리오. 유재는 마음보다 성(性)을 더욱 존중하는 간재의 성사심제설(性師心弟說)을 계승하였으며, 방법론으로는 구체신용설(舊體新用說)을 강조하였다. 새롭게 한다는 것은 옛것으로써 본체를 삼고, 옛것은 새로운 것으로써 작용을 삼는 것이다. 본체가 보존되어 있음으로써 그 작용이 무궁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새롭게 한다는 것은 옛것을 계승함이니, 유신(維新)이란 옛것을 계승하여 새롭게 함을 말한다. 유재의 이러한 주장은 그의 시 제요교정사의 원래 우리 도는 일정한 형체가 없고 / 순리를 따르면 어디서나 넉넉하리.라는 표현과 맥이 통한다. 그러나 자신의 본래 심성을 잃지 않으면서 상황에 맞게 처신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다음 두 작품은 유재가 추구하는 도의 세계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게 한다. 못난 듯 사노라니 마음에 누(累)가 없고 / 번거로운 일 줄이니 꿈자리도 편하구나. / 한가하게 때로 홀로 걸으니 / 산수가 옷자락에 비쳐오네.(偶題), 하나도 가슴속에 누된바 없어 / 사람과 하늘 이치 본래 하나임을 알겠네. / 항상 맑은 기운 이 몸에 머무르니 / 내 마음 절로 담담하여 허공과 같네.(詠歸亭 일부) 『유재집』에는 시 외에도 편지와 각종 문집의 서문, 묘비명과 행장(行狀) 등 많은 글이 실려 있고, 『유재집』에 수록되지 않은 유고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당대 호남의 지성사(知性史)를 복원하는 데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유재는 천하와 더불어 그 예(禮)를 같이 할 수 있다면 이것은 천하의 지공(至公)이다.라고 하며 예의 실천에 지극하였다.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자의 대의(大義)를 항일로 주를 삼고, 시에서 망국민의 아픔을 다수 형상화한 것도 예의 실천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유재는 유신론에서 주장한 것처럼 삶의 본체인 성리(性理)를 떠나지 않으면서 현실 상황을 끌어안는 시적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의 한시는 유연(悠然)한 도(道)의 시학을 담고 있으며, 어느 국문 시가보다 민족의식의 각성을 보여주었다. 일제 말기, 그는 시 온양온천을 통해 성(性)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넓은 품을 보여준다. 온양온천은 우리나라의 으뜸이라. / 질병을 치료하는 데 큰 공이 있네. / 어떻게 하면 본성 잃은 자까지 치유해 / 한 세상 태평성대로 편하게 할까. 당대 본성을 잃은 자는 일제를 말함이 아니겠는가. /김광원 전북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19.11.06 17:13

무한 상상의 예술놀이터, 주민들과 함께 완성

우와! 내 키만 한 집이다. 여기에 나무 그림 그려볼까? 전주 꿈꾸는 예술터가 문을 연 5일 팔복예술공장 B동 이팝나무홀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더해졌다. 야외 예술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종이를 접고 색연필로 꾸민 집 모형이 자연스럽게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예술교육도시 선포식에서는 글자 예술을 활용한 타이포 아트 퍼포먼스가 진행돼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주 팔복초등학교 학생들은 미리 만들어온 글자판을 들고 예술교육도시전주라는 단어를 완성했다. 예술교육 과정이 담긴 영상에 이어 고사리 손으로 완성한 퍼포먼스를 지켜본 지역주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김정애 팔복동 부녀회장은 그동안 주민들과 한 마음으로 김장, 청소, 어르신 식사대접, 꽃 심기 등 다양한 자원봉사를 해왔는데 오늘 완성된 모습을 보니 눈시울이 뜨거웠다며 무엇보다도 지역의 아이들이 좋아해주고 이 공간에서 웃으며 뛰노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꿈꾸는 예술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문화예술전용시설로서 지역 청소년과 주민들이 예술가와 함께하는 창조교육공간이다. 무한 상상의 예술놀이터를 완성,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는 지역공동체를 이뤄내겠다는 염원이 담겼다. 이날 팔복예술공장에서는 창작예술학교 결과보고 쇼케이스를 비롯해 아카이브 특별전시 기억의 재생, 입주작가 릴레이 전시, 외부작가 특별전시 수직의 안팎에서가 진행됐다. 황순우 총괄감독은 시민들과 함께 B동 12층 활동실과 A동 전시실 및 스튜디오를 둘러보며 그간의 작업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예술의 원시성을 회복하면서도 학생들이 이 공간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예술교육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팔복예술공장은 학생들과 함께 경험하고 실험하는 공간으로 지속될 가치가 충분하죠. 미래세대의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할 것입니다. 2019 창작예술학교 결과보고 쇼케이스는 다시 놀이하는 그대에게라는 제목처럼 언어이미지조형몸짓사운드관객 참여매체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전시로 꾸며졌다. 관객들이 직접 쓰고 그리는 과정에서 창작과 예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A동 1층에서 진행하는 아카이브 특별전시 기억의 재생에도 관람객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전주 산업단지의 역사부터 전주 팔복동의 유래, 카세트테이프에 얽힌 이야기 등 과거의 공단과 노동자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를 전시했다. 인천광역시 부평구에서 왔다는 관람객들은 예전에 황순우 감독이 진행한 도시재생 강연을 들은 적 있다며 우리 동네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를 찾던 중 창작예술 교육과 커뮤니티를 둘러볼 겸 전주에 왔다고 전했다. 오는 14일에는 예술교육 전주 국제포럼 2019 창조력, 상상력과 놀이, 미래세대를 위한 예술교육 포럼이 열린다.

  • 문화일반
  • 김태경
  • 2019.11.05 19:09

“스무살에 만났던 우리,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스무 살에 만났던 전라도와 경상도의 작가들이 전주에서 다시 뭉쳐 아주 작은 안부를 전한다. 이번 기획 전시에는 전주광주대구지역에서 모인 강원제, 김설아, 김원, 김영규, 서완호, 장근범, 엄기준, 오명석, 윤동희, 이재호, 홍은표 등 11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오는 12일까지 전주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기획은 오래 전부터 교류해오던 광주지역 엄기준 작가와 대구지역 윤동희 작가의 대화에서 출발했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 20대에 같이 활동했던 작가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졌고, 답을 찾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한다. 각자 활동하는 지역은 다르지만, 같은 시기에 작품 활동을 하던 젊은 작가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또 어떤 작업을 하고 있을까요? 어느 날 갑자기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졌습니다. 스무 살, 오로지 창작에만 열을 올리던 시절을 지나고 삶의 무게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기로에서 다시 한 번 그들을 만나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서로의 안부가 담긴 작품을 감상하고, 각자의 미술 세계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자리로 만들 예정이다. 더불어 서로의 작품 활동 계획을 나누며 더 많은 지역의 작가들의 안부를 묻는 전시로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 전시·공연
  • 김태경
  • 2019.11.05 18:05

제27회 목정문화상 문학 최동현, 미술 이동근, 음악 수제천보존회 선정

제27회 목정문화상 수상자로 문학부문 최동현 시인, 미술부문 이동근 서양화가, 음악부문 (사)수제천보존회가 각각 선정됐다. (재)목정문화재단(이사장 김홍식)은 지난 4일 전주 덕진동 무궁화한정식에서 제27회 목정문화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수곤)를 열고 이같이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목정문화상은 고 목정(牧汀) 김광수 선생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재)목정문화재단에서 전북지역의 향토문화 진흥을 위해 공헌한 문화예술인 또는 단체를 찾아 시상하는 상이다. 지난 1993년부터 매년 문학미술음악 3개 부문에 걸쳐 현재까지 총 78명(단체 포함)에게 시상했다. 부문별 수상자에게는 각각 1000만 원의 창작지원비가 수여된다. 문학부문 수상자인 최동현 시인은 순창 출신으로 군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최 시인은 지난 1985년 남민시 동인지 <들 건너 사람들>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으며, 이후 판소리 연구에 전념해 <판소리란 무엇인가> 등 6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지난해에는 시집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를 출간하는 등 창작연구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특히 최 시인은 전북작가회의 회장과 전북민예총 초대회장을 맡아 전북 문화계의 발전에 이바지했고, 군산대학교의 인문대학장과 대학원장을 맡아 후학 양성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술부문 수상자인 이동근 서양화가는 정읍 출신으로 전 제주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를 지냈다. 이 화가는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쳐 수많은 작품을 선보였고, 동료 예술인들과의 친화력 또한 두터워 후배 화가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통 색상인 단청의 청적황흑백색의 오방색을 기본으로 수십 번의 반복적인 붓질과 지우는 과정을 거쳐 완성하는 그의 작품은 기억의 흔적과 시간의 중첩 속에 내포된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음악부문 수상단체인 (사)수제천보존회(이사장 이영자, 예술감독 이금섭)는 정읍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국악연주단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궁중음악인 수제천(壽齊天)의 정통성을 유지하고 보급하는데 앞장서 왔으며, 수차례에 걸쳐 수제천 학술대회를 개최하여 학문적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정악의 활성화로 전북 지역에 균형 잡힌 음악환경을 조성하고 도민에게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등 전통음악의 계승과 보존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오는 27일 오후 3시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 문화일반
  • 이용수
  • 2019.11.05 18:00

2019 전북독립영화제 대상에 ’거리의 가능한 불행들’

2019 전북독립영화제가 4일 오후 7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폐막식을 열고 5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전북독립영화협회가 주관하고 전북독립영화제 집행위원회(집행위원장 박영완)가 주최해 지난달 31일 개막한 2019 전북독립영화제는 총 40편(단편 35편, 장편 5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전국에 지역영화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영화제를 찾은 1500여명은 영화 관람 뿐 만아니라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하며 감독배우 등과 밀도 있게 소통했다. 올 영화제에서는 839편이 예심을 거쳤으며, 총 29편(국내경쟁 단편 19편, 장편 4편 및 온고을경쟁 단편 5편, 장편1편)이 본심에 올랐다. 대상에 해당하는 옹골진상은 이광재 감독의 단편 다큐멘터리 거리의 가능한 불행들이 차지했다. 국내 경쟁과 온고을 경쟁 섹션에 진출한 작품 중 전북독립영화제의 의미와 가장 잘 부합하는 작품에 수여하는 상으로, 차기제작지원금 300만원이 수여된다. 올해의 야무진상은 독창적인 촬영과 완성도 있는 편집으로 인물들의 단면을 세밀하게 포착해낸 이시대 감독의 사회생활이 선정됐다. 다부진상에는 인물들의 긴장 관계가 돋보이면서도 성과 욕망이라는 상징을 통해 인간 군상들의 남루한 삶의 단면과 입체적인 캐릭터를 표현한 김현정 감독의 입문반이 선정됐다. 올해의 배우상은 캐릭터의 입체성이 주는 재미와 구성의 탄탄함을 자연스러운 몸짓과 호흡, 시선으로 그려낸 작은 빛의 곽진무 배우에게 돌아갔다.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 인물의 고뇌와 공기의 흐름까지 잘 포착한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관객심사단이 선정하는 관객상으로는 김선경 감독의 기대주가 영예를 안았다. 박영완 집행위원장은 2019 전북독립영화제에 참석하고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린다며 내년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관객을 만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인사했다.

  • 영화·연극
  • 김태경
  • 2019.11.04 17:49

왼손으로 그림 그리는 안영희 작가, 첫 개인전 ‘마음의 꽃밭’

지난 2017년 오른손을 쓸 수 없게 되면서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서양화가 안영희 씨. 그가 5일부터 14일까지 전주 누벨백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안 작가는 마음의 꽃밭을 주제로 서양화 25점과 펜화 10점을 선보인다.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그림을 그릴 때 고통도 잠시 잊을 수 있었고, 내면의 열정이 그림 속에 고스란히 표현됨을 보면서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비록 오른손을 전혀 쓸 수 없지만 지금은 왼손 붓놀림도 자유로워졌습니다. 감사할 뿐입니다. 어느 날 낡은 사진첩에서 큰 합판을 메고 그림대회에 나갔던 모습을 문득 발견하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껴 붓을 잡게 됐다는 안영희 작가, 그간 그는 작품 위에 생명의 향기를 꽃피워 왔다. 안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손꼽은 대표작은 향기가 머무는 곳. 절망 가운데 희망을 부여잡고 싶다는 작가의 시련과 인내를 연꽃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우리 인생도 연꽃처럼 그렇게 피어 올라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작가는 그 자신의 모습이 암울한 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꽃을 닮아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박상규 화가는 안영희 작가의 작품은 마음속의 풍경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갈망이 누구보다 많았고 힘든 상황 가운데에도 캔버스 앞에 앉아 왼손으로 붓을 든다며 그러함에도 그림을 그리는 동안 정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참 부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고 했다. 안 작가는 한일장신대에서 미술심리치료학을 배웠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전국 온고을 미술대전과 전라북도 미술대전 등에서 특선과 입선 등을 받았다. 관람 문의는 063-222-7235.

  • 전시·공연
  • 이용수
  • 2019.11.04 17:49

숨겨진 철의 왕국 ‘장수가야’ 이미지무용극으로 피어나다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이태근) 무용단(단장 여미도)이 제28회 정기공연으로 이미지무용극 숨겨진 철의 왕국-장수가야를 전주와 장수에서 올린다. 이번 작품은 전라북도 14개 시군 각각의 독특한 소재와 정체성을 살리면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전북 문화브랜드공연으로 기획제작됐다. 8~9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첫 선을 보이고 15일 장수 한누리전당 산디관을 찾아 지역주민과 호흡할 예정이다. 이야기는 1980년대 장수지역의 모습을 재현하며 막을 올린다. 마을에서 우연히 발견된 청동거울을 전해 받은 고고학자 장교수가 청동거울의 주인을 만나기 위해 장수의 산하를 헤매던 중 1500년 전 장수가야로 여행을 떠난다. 백두대간 서쪽의 철의 왕국 장수가야에서는 주란공주와 마천천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미지무용극에 걸맞게 장면과 장면이 이어지며 한 폭의 그림과 사진처럼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릴 예정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소규모 인원이 출연하지만 풍성하고 탄탄한 춤으로 극을 구성, 우아함과 역동성을 담은 민족의 흥을 분출해낼 계획이다.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과 박광태 연출의 특별한 만남도 이번 공연에 기대감을 높인다. 작편곡에 양승환, 협력안무에 정명훈 등 수준 높은 제작진이 참여, 전북을 대표할 브랜드공연을 완성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박광태 연출은 드라마틱하며 무용수들의 연기력이 크게 요구되는 공연인 만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할 것이라며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이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장수가야인들의 기상과 삶의 방식, 장수의 저항정신과 지역의 희망찬 미래까지 그려내겠다고 밝혔다. 장수와 진안고원 일대에서 대가야의 유적이 발견되고 그 흔적을 문화예술로 승화시켜보자는 장수군의 제의가 전북도립국악원으로 들어온 것이 장수가야의 시발점이 됐다. 주요 등장인물의 이름 또한 장수지역과 연관성 있게 지었다. 숨겨진 가야의 역사와 그 시대를 가늠할 수 있는 배경을 밝히는 과정에서 군산대학교 가야문화연구소 곽장근 교수를 만나 도움을 얻었다. 여미도 무용단장은 임기 초반부터 전북을 대표할 브랜드작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국립무용단 소속 무용수로 30여 년간 무대에 오르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각오다. 여 단장은 그동안 무용단원들은 3월 장수에서의 세미나를 시작으로 장수지역의 유적지 현장을 방문하는 등 가야의 유물을 직접 만나며 그 시대를 춤으로 어떻게 그려낼지 함께 고민홰왔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잊혀져가는 한국 무용극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부활을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태경
  • 2019.11.04 17:49

전북시인협회, 5일 제20회 전북시인상 시상식

김대곤 시인. 전북시인협회(회장 조미애)가 5일 오후 4시 전주 웨딩팰리스 웨딩홀에서 제20회 전북시인상(운영위원장 정운기) 시상식을 연다. 올해의 수상작은 김대곤 시인의 책갈피. 소재호임명진 심사위원은 수상작 책갈피에 크게 공감했다며 그 공감의 폭은 거리 조정이 여타 시적 장치들과 긴밀하게 조응하는 데서 넓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한 바 있다. 남원 출생의 김대곤 시인은 전북대학교 의과대학과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저서로는 시집 <기다리는 사람에게>, <그 도시의 밤안개>, <겨울 늑대>, <가방 속의 침묵> 등이 있다. 김사은 전북원음방송PD의 사회로 진행으로 열리는 이날 시상식에서는 신정혜 피아니스트 초청 음악회가 함께 열릴 예정이다. 신정혜 피아니스트는 선화예고, 경기예고, 백석대학교 콘서바토리 출강중이며 Ensemble UI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신정혜 피아니스트는 시상식에 앞서 쇼팽의 즉흥환상곡강아지왈츠, 리스트의 라 탐파넬라, 편곡 아리랑 등을 연주해 늦가을의 정취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초청음악회는 (주)나래코리아 김생기 대표가 후원한다. 시상식에 이어 3부 행사에서는 심봉석 시, 신귀복 작곡의 얼굴과 하중희 작사, 김강섭 작곡의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을 참석자들이 함께 부르는 시간도 마련됐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1.04 17:49

전주 어진박물관 “태조어진 진본 보러오세요”

전주 어진박물관(관장 이동희)이 개관 9주년을 맞아 태조 어진(국보 317호) 진본을 5일부터 27일까지 특별 공개한다. 전주 경기전 경내에 위치하고 있는 어진박물관은 평소 태조어진 모사본을 전시하지만, 매년 개관일인 11월 6일에 맞춰 진본을 전시하고 있다. 경기전 태조어진은 현존하는 유일한 조선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다. 전주는 태조의 본향으로 그 선대들이 살았던 곳으로 이를 기념해 조선 건국 후 1410년(태종 10) 전주에 경기전을 건립하고 태조어진을 봉안했다. 이후 1872년 구본이 낡자 세초매안하고 박기준, 조중묵, 백은배 등 8인의 화사가 새로 모사해 경기전에 모셨다. 태조는 키가 크고 몸이 곧바르며 귀가 아주 컸다고 한다. 태조어진 진본과 함께 일월오봉도(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224호)와 의장물인 용선봉선도 함께 전시한다. 태조어진 뒤에 펼쳐져 있던 일월오봉도 병풍은 1872년 태조어진을 새로 모사하여 경기전에 봉안할 때 제작 한 것으로, 다른 일월오봉도와 달리 특이하게 산 양편에 폭포 그림이 없다. 어진 뒤에 펼쳐진 일월오봉 병풍은 경기전의 것이 유일하다. 용선봉선은 각각 양면에 황룡과 봉황이 그려져 있다. 왕의 위엄을 높이기 위한 의식구로 태조어진 거둥때 의장대들이 들고 따랐으며, 평상시에는 경기전 정전 내에 도열해 두었다. 경기전 용선 봉선은 조선왕실의 의식구로 유일하게 남아있어 가치가 높다. 관람 문의는 063-231-0190.

  • 문화재·학술
  • 이용수
  • 2019.11.04 17:43

[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석정집’, 전북 지역민이 마음 모아 간행하다

타고난 바탕이 뛰어나니, 재예인들 어찌 부족하랴. 보면 곧 깨달아 막히지 않고 원활하여라. 세간 명리에 벗어나고 얽매임 싫어하는 성품이셨다. 처세는 그 나름의 방법이 있어 세속에 뒤섞이지 않고 여유로우셨네. 어린아이, 아낙네도 좋아하였고 평이한 마음, 모나지 않았다. - <裕齋集> 이정직(李定稷, 1841~1910)의 제자 송기면(宋基冕, 1882~1956)이 스승 이정직이 돌아가신 후 남긴 시이다. 제자 송기면이 회고한 스승의 모습처럼 이정직은 명리名利를 따지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아우르고 보살피는 마을의 지도자였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활동한 여러 예술가들은 자신의 그림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곤 했다. 하지만 이정직은 고법古法(옛 사람의 높은 법)을 배우고 옛 스승의 경지에 이르고자 노력할 뿐, 그림과 글씨로 이름을 드러내고자 하지 않았다. 1894년 5월부터 세상을 떠난 1910년 11월까지 이정직은 김제에서 저술 활동에 전념했고, 산문 273편과 시 927제題 1279수를 남겼다. 이정직은 생전에 자신의 글을 <연석산방미정문고燕石山房未定文藁>, <연석산방미정시고燕石山房未定詩藁>등으로 정리했다. 산문은 세상의 이치를 논증하고 사물의 이치를 밝히는 내용을 담은 논변체論辯體 산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정직은 진실한 마음을 담백하고 쉬운 시어로 표현한 시를 좋은 시로 생각하고 그런 창작을 했다. 이정직의 소탈한 성품과 1910년 우리나라가 처했던 상황 때문에,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문집을 간행할 수 없었다. 마을의 지도자였던 이정직의 저술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 사람들이 힘을 모았고, 10여 년이 지난 1923년 드디어 <석정집石亭集>이 간행됐다. <석정집>에는 김영한金寗漢(1787~1950), 이건방李建芳(1861~1939)이 쓴 서문序文과 최보열崔輔烈(1847~1922)의 발문跋文이 있으며, 이정직의 오랜 벗 황현黃玹(1855~1910)이 1901년 이정직의 회갑을 맞이해 지은 경수석정선생육십일세서慶壽石亭先生六十一歲序를 서문으로 대신 싣고 있다. 이정직이 자신의 문집에 황현의 글을 받고 싶다는 스승의 평소의 희망을 제자들이 실현한 것이다. 송기면을 비롯한 <석정집>을 편집한 제자들이 이정직의 도학적道學的 측면을 부각시키려다 보니 이기설理氣說, 태극설太極說과 같은 성리학적 내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되어 있다. <석정집>은 문집 간행 이후에도 꾸준히 교정해 오자誤字를 찾아 문집에 정오표를 함께 수록하는 등 편집자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문집이다. 마을 사람들을 포근하게 감싸주던 생전의 이정직의 모습을 보여주듯 <석정집>은 제자와 지역사람들의 힘을 모아 간행됐고, 마지막 부분에는 간행에 참여한 80여 명의 제자와 지역 유지의 이름을 담고 있는 뜻깊은 책이다. /이기현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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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0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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