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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겁의 인과가 빚은 찰나의 경이…사진가 유백영 개인전 ‘생명’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절벽의 돌 틈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무수히 밟히는 시골 길바닥의 질경이와 차가운 꽃샘추위를 뚫고 고개를 내민 홍매화까지, 억겁의 세월 속에 켜켜이 쌓인 인과(因果)는 사진가 유백영의 렌즈 끝에서 비로소 ‘생명’이라는 이름으로 피어난다. 40여 년간 찰나의 기록에 매진해온 유백영 사진작가가 오는 27일부터 전주 서학동 사진미술관에서 개인전 ‘생명’을 연다. 이번 전시는 1981년 사진가로 입문한 이래 자연과 인간, 그리고 치열한 예술의 현장을 기록해온 작가가 윤회하는 모든 생명의 가치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가 개인의 커다란 시련을 극복하고 피워낸 결과물이라 더욱 뜻 깊다. 몇 년 전 ‘생명’을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던 중 당한 큰 사고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까지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무산될 뻔한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선 작가는 고요한 바위틈의 소나무나 질경이 같은 기존의 소재를 넘어 거친 숨을 내뱉으며 무리지어 달리는 말들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이번 신작에 담아냈다. 이향미 전주부채문화관 관장은 발문을 통해 “작가가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와 준비한 ‘생명’은 고요함 속에 거친 풍랑이 있고, 거친 숨소리 속에 담담함이 공존한다”며 “그의 작품은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결코 멈추지 않는 강한 생명력의 연대를 느끼게 한다”고 평했다. 유 작가는 지난 20여년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속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무대 위 인생을 기록해온 공연 사진의 대가로 꼽힌다. 그는 화려한 무대뿐만 아니라 사라져가는 무형유산 어르신들의 얼굴과 오래된 기차역, 법원 청사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역사를 재해석하는 기록자의 사명을 묵묵히 수행해왔다. 그의 투철한 기록 정신은 독보적인 이력으로도 증명된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속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무대·공연 사진 최다 촬영’으로 전북문화기네스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 뉴욕 유엔본부 특별전 출품 및 내셔널 지오그래픽 수상 등을 통해 국내외에서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 대한민국 법원의 날 수상, 전주시 예술상, 전북예총 하림예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국립전주박물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는 2월 8일까지. 박은 기자

  • 전시·공연
  • 박은
  • 2026.01.22 09:44

‘인구 5만' 지켜낸 고창군, 생활인구로 인구정책 판 바꾸다

고창군이 주민등록인구 5만 명(2025년 12월 말 기준) 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인구감소 시대 속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숫자 방어를 넘어, 생활인구 확대와 지역 상생을 통해 인구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22일 고창군에 따르면 출생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자연적 인구 감소 흐름 속에서도 전입·전출로 대표되는 사회적 인구의 순유입을 이끌어내며 주민등록인구 5만 명을 지켜냈다. 이는 지역 행정과 교육, 경제를 유지하는 최소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민선 8기 고창군이 추진해온 ‘인구지키기 투트랙 정책’이 있다. 최근 2~3년 사이 아파트 신축·분양과 특성화 중·고교의 경쟁력 강화로 유입 인구를 끌어올리는 한편, 지역 밖으로의 유출을 막는 데에도 행정력을 집중해왔다. 특히 군은 관내 유관기관과 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인구 5만 지키기 범국민운동’을 전개하며 주소 이전 독려, 지역 정착 분위기 조성에 힘써왔다. 이 같은 민·관 협력 방식이 실질적인 인구 유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고창군 인구정책의 또 다른 축은 ‘생활인구’다. 군은 주민등록인구에만 매달리지 않고, 통근·통학·관광·체험·업무 등으로 지역을 찾는 사람들까지 지역 활력의 주체로 포괄하는 전략을 일찍이 도입했다. 농촌유학, 워케이션, 문화공동체 조성, 체류형 관광콘텐츠 확충 등이 맞물리며 고창군의 생활인구는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준 고창군 생활인구는 42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약 7만 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고창군의 ‘체감 인구’는 주민등록인구 5만 명을 훌쩍 넘어 지역경제와 공동체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창군은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인구정책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정주인구를 지키는 동시에 생활인구를 확대하고, 나아가 관계인구가 다시 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군은 인구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주거·일자리·교육·문화·관광을 연계한 종합 전략을 추진 중이다.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문 협업 체계 역시 고창군 인구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누구나 고창에 오고 싶고, 오래 머물며, 지역과 상생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도 생활인구 확대와 지역 상생을 통해 인구 개념의 판을 바꾸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고창=박현표 기자

  • 고창
  • 박현표
  • 2026.01.22 09:22

[건축신문고] 전북특별자치도, 지역 건축의 역할

매년 가을 전북에서는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북건축문화진흥연합회가 주최하는 건축문화제가 열린다. 2025년 11월에도 제26회 전북특별자치도 건축문화제가 개최돼 도민 참여 프로그램과 학생 건축공모전, 건축올림피아드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다. 특히 도내 건축사들의 준공 작품을 대상으로 공공·민간 부문 건축문화상을 시상하며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이 행사는 전북 건축의 성과를 소개하는 소중한 기회지만, ‘전북다운 건축’을 보여주기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날 건축은 국제적 양식의 영향으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형태와 재료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서 케네스 프램프톤은 ‘비판적 지역주의’를 통해, 세계적 양식과 지역적 특성 사이의 균형을 강조했다. 이는 전통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지리·문화적 맥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건축의 정체성을 회복하자는 제안이다. 이 흐름을 구현한 건축가로는 안도 다다오와 루이스 바라간이 있다. 이들은 형태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빛, 재료, 공간이 만들어내는 촉각적 경험까지 중시하며 지역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담아냈다. 전북 건축도 이제 이 질문 앞에 서 있다. 전주와 지리산, 덕유산, 새만금, 호남평야와 강과 바다를 품은 이 땅에서, 가장 전북다운 건축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쉽지 않은 길이지만, 전북 건축사들이 이 고민을 설계로 풀어낼 때 전북은 ‘가장 한국적인 건축 문화의 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경제일반
  • 기고
  • 2026.01.21 19:0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경옥 동화작가-이라야‘파이트’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누군가와의 관계라는 굴레에 갇힌다. 그중에서도 부모의 사랑은 사람이 성장하는데, 필수 조건이자 심리적 요새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라야’ 작가의 청소년 소설 <파이트> 속 주인공 하람이에게 부모라는 존재는 안식처가 아닌, 결코 정복할 수 없는 거대한 절벽과 같다. 열일곱 살 하람은 오빠가 왜 죽었는지, 엄마가 왜 자신을 외면하는지 모른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선교사인 아빠는 늘 다른 사람들을 챙기느라 바쁘고, 엄마는 딸의 존재 자체를 지운 듯 살아간다. 캄보디아의 낯선 땅에서 하람은 철저히 혼자였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한 가지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이렇게 자란 아이는 그 상처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작가 이라야는 그 답을 격투기에서 찾는다. 하람이에게 격투기는 단순한 꿈이 아니다. 정서적으로 무너질 것 같은 순간마다 하람이를 붙들어주는 언어이자,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방식이다. 링 위에서 주먹을 맞고도 쓰러지지 않는 것, 흔들리면서도 스텝을 멈추지 않는 것. 이 행위들이 하람이의 삶 자체와 겹쳐진다. 격투기 장면들이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절박한 내면의 리듬으로 읽히는 건 그 때문이다. 맞아도 버틴다는 것, 그것이 하람이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이다. 하람이는 어머니로부터 철저히 거부당한 아이였다. 사랑받아야 할 권리를 박탈당한 채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을 택한 하람이의 발걸음은, 마치 끝없이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부조리한 형벌과 같다. 우리는 흔히 결핍의 치유가 그 결핍의 근원(가족)으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기 쉽다. 그러나 작가는 하람이의 여정을 통해 이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깨뜨린다. 무책임한 부모에게서 얻지 못한 사랑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땅을 밟는 순간부터 마주친 이름 모를 타자들의 ‘작은 선의’다. 한국의 계절을 의식하지 못하고 캄보디아에서 입고 왔던 얇은 옷을 입고 겨울의 차가운 기온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이때 낯선 이들이 다가와 옷을 건네는 소소하지만 낯선 다정함, 그 찰나의 눈빛, 그리고 예기치 못한 손길들. 하람이는 가족이라는 좁은 울타리 밖에서 비로소 자신이 세상에 존재해도 괜찮은 사람임을 확인받는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 존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시지프스의 굴레’라는 부조리한 현실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 끝없는 형벌의 과정을 견디게 하는 힘은 반드시 특별하고 거창한 관계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라는 혈연 공동체가 주지 못한 온기를, 생면부지의 타자가 내민 떨리는 손길이 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예상치 않은 위안을 준다. 이처럼 사랑은 우리가 알 수 없는 형태로 흐르고 있으며, 그 통로는 때로 가장 뜻밖의 장소에서 열린다. 결국 하람이의 ‘파이트(Fight)’가 단순히 링 위에서의 치열한 싸움만이 아니라 자신을 거부한 세계에 맞서, 타인의 선의를 동력 삼아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려는 생존의 몸짓이다. 만약 지금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지 못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하고 싶다. 나를 구원할 사랑이 꼭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와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대신 이 땅 위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타자의 눈빛과 손길을 느껴보라고. 누군가는 나를 향해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시지프스의 바위를 함께 받쳐줄 소중한 타자가 될 수 있다라는 것을. 이경옥 동화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번 째 짝>으로 등단했다. 이후 2019년 우수출판제작지원사업과 지난해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 선정됐으며, 2024년 안데르센상 창작동화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진짜 가족 맞아요>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6.01.21 19:05

노로바이러스 감염 증가세

겨울철 노로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예방 수칙 준수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1일 전북특별자치도가 도내 의료기관 10곳을 분석한 노로바이러스 표본감시 신고 현황에 따르면 도내 노로바이러스 감염 환자는 2026년 1월 첫째 주 12명에서 둘째 주 28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1월 첫째 주 3명, 둘째 주 10명과 비교해도 크게 늘어난 수치였다. 전북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노로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병원급 의료기관 210곳의 표본감시 결과 노로바이러스 환자 수는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히 증가해 1월 둘째 주 548명으로 최근 5년(2021~2026년) 사이 최고 수준의 발생량을 기록했다. 전체 감염 환자 중 0~6세 영유아의 비율이 39.6%로 높은 상황이기도 했다. 노로바이러스는 매년 늦가을부터 이듬해 초봄까지 주로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48시간 내로 구토, 설사, 복통, 오한,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난다. 주요 감염 원인은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물 또는 어패류 등 음식물 섭취지만, 사람 간의 전파나 환자 분비물에 의한 감염도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집단 급식소 조리사의 손이 바이러스에 오염되면 집단 감염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노로바이러스는 영하 60도의 환경에도 버틸 수 있고, 적은 양으로도 감염이 가능할 정도로 전파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노로바이러스 감염경로가 확인된 사례 102건 중 63건(61.8%)이 사람 간 전파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렇듯 노로바이러스의 감염력이 강한 만큼, 감염을 피하기 위해서는 예방 수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외출 후나 식사 전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씻어야 하며, 채소와 과일은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겨 먹어야 한다. 또한 음식물은 중심 온도 85℃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하는 등 충분히 익혀서 섭취하고, 물도 끓여서 마시는 것이 좋다. 아울러 칼과 도마는 반드시 소독하고 채소용, 고기용, 생선용 등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감염 환자가 발생했다면 관련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48시간 이상 등교와 출근을 자제하고, 감염증 환자와는 공간을 구분해서 생활해야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환자가 사용한 물건을 락스 희석액(락스 1 : 물 39 비율) 등으로 소독하고, 용변 후에는 반드시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려야 한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공동 급식을 하는 경우가 많고 스스로 손 위생을 관리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오상민 전북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로바이러스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손 위생이 가장 중요하고, 굴과 같은 매개체는 잘 익혀 먹어야 한다”며 “특히 집단 감염 예방을 위해서 증상이 있는 조리 종사자와 보육시설·요양시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증상 호전 48시간 후까지 근무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문경 기자

  • 사회일반
  • 김문경
  • 2026.01.21 19:05

전주인재육성재단, 기준 없는 ‘선택적 복지비’ 지급

전주인재육성재단이 ‘선택적 복지제도’를 기준 없이 운영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전주시 감사관실에 따르면 전주인재육성재단은 선택적 복지제도 운영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채 2023년부터 2025년까지 910만원의 선택적 복지예산을 직원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주시가 2023년 모든 출연기관이 동일하게 소속 직원 1인당 60만원의 선택적 복지비(복지포인트)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도 재단은 2024년 84만원, 2025년 85만원의 예산을 편성하는 등 복지포인트 예산을 기준액보다 총 49만원 과다 편성했다. 정산도 소홀했다. 재단은 소속 직원이 퇴직 등의 사유로 신분 변동이 발생하면 복지포인트를 정산해야 하지만, 2024년 3월 퇴직한 직원에 대해 복지포인트를 정산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해당 직원의 초과 사용분(20만원)을 환수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재단은 각종 법정의무교육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재단은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 개인정보 보호 교육, 퇴직연금 교육 등을 일부 실시하지 않았다. 이 밖에 전주시 감사관실은 재단의 직원 채용 절차, 규정 정비도 지적했다. 재단은 심사위원 제척·회피, 예비합격자 선정 등을 소홀히 했다. 또 다자녀 가정 지원자 가점 부여도 부적정했다. 한편 전주시 감사관실은 전주인재육성재단에 대한 종합 감사를 실시해 시정·주의 등 행정상 처분 10건을 내렸다. 직원 2명에 대한 훈계 처분도 통보했다.

  • 전주
  • 문민주
  • 2026.01.21 19:05

[타향] ‘따뜻한 금융’이 희망이다

여우도 나이가 들면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머리를 둔다고 한다. 내무부의 후신인 행정안전부에 있을 때 전북도 행정부지사 등을 지내며 틈틈이 내 고향과 중앙정부를 잇는 가교역할을 해왔다. 퇴임 후 전국 곳곳에 뻗어있는 새마을금고 살림을 챙기던 중 설 명절이 다가오니 전북의 산천이 부쩍 눈앞에 아른거린다. 수구초심(首丘初心)으로 전북의 미래에 한 방울의 경험을 첨가해 보고자 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 도시가 그렇듯, 전북도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거센 파고에 직면해 있다. 인체에 혈행이 원활해야 하듯 지역 사회가 활기를 되찾으려면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자금이 돌아야 한다. 바꿔 말하면 우리 지역의 실핏줄을 돌게 하는 ‘자생적인 경제 생태계’의 복원이 시급하다. 우리 민족 고유의 상부상조 정신을 계승한 새마을금고와 지방자치의 파수꾼인 행정안전부가 함께 추진하는 사회적연대경제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밥 열 술이 모이면 한 그릇이 된다는 십시일반의 지혜로 고난을 헤쳐왔다. 1998년부터 ‘사랑의 좀도리 운동’을 펼친 새마을금고는 태생부터가 거대 자본의 논리가 아닌, 서민과 이웃이 서로를 믿고 자본을 모은 ‘관계 금융’이다. 이윤의 극대화를 지향하는 시중 은행들이 수익이 나지 않는 지방 점포를 폐쇄하고 떠날 때, 묵묵히 지역민 곁을 지키며 버팀목이 되어준 곳이 바로 새마을금고다. 이제는 그 역할을 넘어 ‘사회적연대경제’라는 시대적 소명을 전북의 토양 위에 꽃피우면 어떨까. 사회적연대경제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지역에서 창출된 부(富)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다시 지역 내의 소상공인, 청년 창업가,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구성원의 자발적인 협동과 민주적인 참여로 자본보다 사람, 나아가 사회적 목적을 우선으로 하는 경제활동이다. 1970년대 유럽에서 대규모 실업, 고령화 등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사회적연대경제가 부상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프랑스에는 약 20만 개의 사회적연대기업이 활동하고, 238만 명이 이들 기업에 종사한다. 민간 일자리의 14%,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전북은 농생명 산업과 전통문화라는 훌륭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가진 3,198개(점포 수)의 지역 밀착형 네트워크가 전북의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 기업과 결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지역 청년들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놓아주고,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에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전북의 현실에서, 새마을금고의 지역 커뮤니티 센터 지원 사업은 단순한 복지를 넘어 ‘지역 사회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인프라다. 금융이 차가운 수 놀음이 아니라, 사람의 온기를 품을 때 비로소 지역은 살아 숨 쉬게 된다.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는 근고지영(根固枝榮)의 이치는 경제라고 다르지 않다. 전북의 풀뿌리 경제를 지탱해 온 새마을금고가 주축이 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 구성원들이 그 혜택을 나누며 다시 지역에 투자하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전북의 저력과 새마을금고의 ‘따뜻한 금융’이 만날 때, 우리 고향은 다시 한번 힘차게 도약할 것이다. 사람 중심의 사회적 금융이 전북 곳곳에 스며들어 메마른 지역 경제를 적시고 희망의 싹을 틔우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는 전북도 행정부지사·행정안전부 차관보를 역임했다.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6.01.21 18:02

[기고] 지상의 땀방울과 하늘의 날개가 만날 때, 생명은 다시 뛴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고, 찰나의 순간 삶과 죽음의 경계가 결정된다. 특히 중증외상 환자에게 시간은 단순한 물리적 흐름이 아니라 곧 ‘생명’ 그 자체다. 심정지나 대량 출혈이 발생한 환자에게 허락된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오늘도 전북의 도로 위를 달리는 119구급차와 하늘을 운항하는 닥터헬기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고 있다. 전북권역은 험준한 산간 지역과 넓은 농촌, 복잡한 고속도로망이 공존하여 의료 자원의 불균형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지리적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에서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전북소방의 119구급대원들이다. 이들에게 현장은 단순히 환자를 싣는 장소가 아니라, 환자의 중증도를 정확히 판단해 닥터헬기를 요청할지 결정해야 하는 긴박한 결단의 장이다. 대량 출혈을 동반한 다발성 장기 손상이나 뇌·흉부의 치명적 외상 환자를 마주했을 때, 구급대원의 신속한 판단에 의한 닥터헬기 요청은 지상의 한계를 넘어 권역외상센터라는 최종 목적지까지 환자를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생명줄이 된다. 현장의 구급대원이 확보한 기초 정보와 초기 처치는 헬기 이송의 성패를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며, 이들의 냉철한 판단력이야말로 생존의 첫 단추를 끼우는 핵심 역량이다. 닥터헬기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빠른 이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방(119구급대)과 의료진의 빈틈없는 공조 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그 진가가 비로소 완성된다.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환자를 응급처치하며 인계점으로 이송하는 동안, 하늘에서는 전문의가 탑승한 헬기가 날아오른다. 이 과정에서 구급대원이 전송하는 환자의 실시간 정보는 헬기 내 의료진을 거쳐 병원 수술팀까지 전달된다. 덕분에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모든 수술 준비가 완료되는 이른바 ‘프리-어라이벌(Pre-arrival) 시스템’이 작동하게 된다. 1분 1초가 급한 외상 환자에게 구급대원과 헬기 의료진이 나누는 짧고 명확한 교신은 곧 환자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동력이 된다. 지상의 구급대원이 닦아놓은 기초 위에 하늘의 의료진이 전문 처치를 더하며 병원 문을 통과하자마자 즉시 최종 치료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팀플레이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처럼 중증외상 대응의 본질은 각 주체의 역량을 하나로 묶는 협력에 있다. 119구급대의 정확한 판단과 닥터헬기의 기동력, 그리고 권역외상센터의 수용 역량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 사람의 생명을 온전히 살려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한 이착륙을 위한 인계점 확보와 같은 인프라 구축은 물론, 헬기 소음이나 일시적인 불편함보다 내 이웃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따뜻한 지지는 구급대원의 발걸음을 더욱 빠르게 하고 닥터헬기의 프로펠러를 멈추지 않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 전북권역의 응급의료 체계라는 거대한 생명 그물망에서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119구급대와 닥터헬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매듭이다. 지상의 땀방울과 하늘의 날개가 만나 골든타임이라는 희망의 현실을 만들어낼 때, 전북특별자치도는 비로소 외상 환자들에게 든든한 보루가 될 수 있다. 오늘도 사이렌 소리와 프로펠러 굉음을 울리며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이들의 숭고한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더 깊은 신뢰와 응원이 필요하다. 생명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하늘과 땅에서 함께 달리는 이들의 위대한 동행에 지역사회 전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1.21 18:02

[사설] ‘존엄한 죽음’ 이제 정면으로 응시할 때다

고령화 시대, ‘존엄한 죽음’, ‘품위 있는 마무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도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사전에 서약한 사람이 크게 늘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북의 ‘사전 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총 18만 4824명에 달했다. 이는 2022년 등록자 9만 2416명에 비해 2배나 증가한 수치다.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의 성인이 향후 임종과정에 접어들었을 경우를 대비해 연명의료를 받을지 여부와 호스피스 이용 의사 등을 미리 문서로 작성해 두는 제도다. 의사 표현이 불가능해졌을 때를 대비한 일종의 자기결정권이다.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사전에 뜻을 밝힌 국민은 지난 2018년 제도 시행 이후 해마다 늘어 지난해 320만명을 넘어섰다. 제도의 취지가 알려지고,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는 등록기관이 확대되면서 등록자가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의미 없는 연명보다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가족에게 부담을 남기지 않겠다’는 책임의식과 ‘자기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는 자기결정권 중시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이제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우리 사회가 연명의료 중단 문제, 존엄한 죽음의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준비해야 할 때다. 초고령화 사회, 만성·말기 질환자가 증가하고 돌봄 부담이 늘어나는 사회구조적 문제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사람이 늘고,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 ‘웰다잉(Well-dying)’이라는 말도 익숙해졌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사회가 정말로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제도는 마련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죽음에 대한 대화가 꺼려지고, 의사는 환자 가족의 감정이나 의료 관행 앞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연명치료 중단 권리를 인정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개인적 선택 이후의 시간까지 사회가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고통 없이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전달체계를 확대·정비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1.21 18:01

[사설] 차단과 저지는 완주를 고립시킨다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완주군 방문을 둘러싼 갈등이 또다시 격화되고 있다. 완주·전주 행정통합 논란 이후 김 지사의 완주 방문은 이미 두 차례나 무산된 바 있다. 그럼에도 22일 도지사 방문을 앞두고 물리적 저지까지 거론되며 사태는 한층 더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행정통합에 대한 반대는 주민들의 정당한 권리며,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정치적 의사다. 통합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불신과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어떤 명분도 공적 행정 일정의 물리적 차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대화를 막는 순간, 주장과 명분은 힘을 잃는다. 이미 두 차례나 도지사 방문이 성사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에도 대화가 막힌다면 완주가 스스로 소통을 거부하는 지역으로 비칠 수 있으며, 이는 지역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도지사 방문이 행정통합의 당위성을 설득하거나 홍보하는 정치적 무대로 활용되어서도 안 된다. 통합 문제는 여전히 민감하고, 최종 판단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군민이다. 광역단체장이 지역 방문을 통해 통합 논리를 재차 강조하거나 우회적으로 주입한다면, 또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밖에 없다. 유희태 완주군수가 밝힌 것처럼 이번 방문은 특정 사안을 강행하거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완주가 직면한 현안과 미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정책 협의의 장이어야 한다. 수소산업과 피지컬 AI, 국가산단과 문화선도산단, 일자리 창출과 정주 여건 개선 등은 통합 찬반과 무관하게 도와의 협력이 완주군에 절실한 과제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찬반의 충돌이 아니라, 원칙 위에서의 차분한 소통이다. 통합 문제는 통합 문제대로, 지역 발전과 민생 현안은 또 그에 맞게 분리해 논의할 성숙한 정치력이 요구된다. 도지사 방문이 갈등의 불씨가 아니라, 오히려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되도록 만드는 책임은 도와 군, 정치권 모두에게 있다. 반대의 뜻이 분명하다면, 공개적이고 당당하게 토론의 장에서 밝혀야 한다. 도지사 앞에서, 도민 앞에서 논리로 설득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지금 완주에 필요한 것은 ‘차단’이 아니라 ‘대화’다. 문을 걸어 잠그는 순간, 완주는 스스로 말할 권리마저 내려놓게 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1.21 18:01

[의정] ‘통합’이라는 격랑 속 전북

전북도민들께서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신 덕분에 최고위원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전북도민들의 간절한 바람과 주신 말씀들 가슴 속 깊이 마음판에 새기고 일하겠습니다. 전주역에 내려 시민들을 만나 뵐 땐 한없이 겸손하지만, 용산역에 내려 국회에 가서는 제 뒤에 175만 도민들이 계시기에 당당하게, 힘있게 전북의 요구를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전북 앞에는 엄청난 쓰나미 같은 파도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전남ㆍ광주, 광주ㆍ전남통합! 충남ㆍ대전, 대전ㆍ충남통합! 이 거대한 쓰나미가 전북 바로 옆 지역, 전남과 충남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치권의 합의와 정부의 인센티브, 국회의 입법적 뒷받침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통합 특별시에 4년간 20조원 재정지원과 공공기관 이전 등 파격적인 지원을 발표했습니다. 지방선거 전 행정통합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말씀 “이번에 통합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만큼 지원하겠다!” 어떻게 들리시나요? 전남ㆍ광주, 충남ㆍ대전 통합의 파고는 전북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전북 바로 위 충남과 아래 전남이 통합되면, 마치 전북은 두 항공모함 사이에 끼인 쪽배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대한민국은 분명히 통합이 대세입니다. 이 통합의 격랑 속 전북은 어떻게 해야 될까요? 사실, 전북은 30년 전부터 핵심도시 전주와 완주 통합을 시도했습니다. 전주와 완주가 통합하여 서울 면적보다 1.7배가 큰 통합시를 만들자는 시도가 무려 4차례나 있었죠. 특히, 이번 4번째 전주ㆍ완주, 완주ㆍ전주 통합 시도는 2024년 완주군민들의 요구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극심한 찬반 주장만 부딪힐 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웃 충남과 전남 통합으로 이제 전북도 뒤처져선 안 된다는 급전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도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저는 전주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통합에 찬성합니다. 전주 발전뿐 아니라 전북회복의 길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을 만나면 통합이 필요한 이유, 시민들이 통합을 원하는 이유, 30년간 통합이 번번이 좌절된 이유를 설명하며,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신임 지도부의 청와대 만찬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대통령께 전주ㆍ완주 통합상황을 말씀드렸습니다. 전북이 전남ㆍ광주과 대전ㆍ충남 통합 사이에 낀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대통령님이 전북에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드렸습니다. 전남ㆍ광주, 충남ㆍ대전 통합 인센티브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고, 스스로 통합을 결단했기에 정부로부터 인센티브를 받는 것입니다. 전북이 먼저 통합결단을 해야 비로소 전북과 통합지역에 대한 인센티브를 정부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통합이라는 전국적 흐름에 정치권과 통합 관련 단체, 도민들은 전북을 살린다는 대의 앞에 결단해야 할 때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말씀을 우리 전북에 다시 대입하여 봅니다. 전주ㆍ완주 통합, 앞으로 “두고두고 후회할 일 없어야 한다!” 전북 회복 마지막 기회가 우리 앞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과거 열강에 둘러싸인 구한말 때처럼, 결단을 미루다 기회를 놓쳐선 안 됩니다. 전북회복과 전북도민들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앞장서 당당하게 전북의 요구도 말하겠습니다. 전북회복, 대한민국회복, 국민과 시대의 요구입니다. △이성윤 국회의원은 제61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당 최고위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 오피니언
  • 기고
  • 2026.01.21 18:01

[오목대] 동계올림픽 유치 꿈꿨던 전북

겨울 스포츠는 크게 보면 빙상 종목과 설상 종목으로 나뉜다. 빙상 종목은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컬링, 쇼트트랙 등 말 그대로 얼음 위에서 즐기는 스포츠다. 박진감 넘치고 선수들의 표정조차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반면 눈 위에서 열리는 스키나 바이애슬론 등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편이다. 실외에서 치러지는 까닭에 한파나 폭설 등 날씨 영향을 받기 쉽고 거리가 멀어서 잘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2월 6일부터 22일까지 이탈리아에서 열린다. 그런데 공식 명칭이 매우 특이하다.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처음으로 하나의 도시가 아닌 두 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두 곳 명칭을 쓰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금융·패션 중심지인 밀라노와 알프스 산악 휴양지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분산 개최된다. 두 도시 간 거리는 무려 400㎞ 가량 떨어져 있다. 전주와 서울의 거리가 대략 200km인 점을 감안하면 2036 하계올림픽때 분산개최를 할 경우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작금의 국제질서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소치다. 사실 이번 동계올림픽은 IOC가 ‘올림픽 어젠다 2020’을 통해 강조하는 올림픽의 지속 가능성과 비용 효율성을 실천하기 위한 첫 실험의 무대다. 경기장 건설을 최소화해 환경 파괴도 줄이고 비용을 대폭 줄이겠다는 의도가 실현될지 여부가 관심사다. 전북은 동계올림픽과 관련, 쓰라린 기억을 안고 있다. 전세계 대학생들의 스포츠제전인 97년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이어 여세를 몰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고 했으나 끝내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한국은 아시아에서 1991년 일본의 삿뽀로 동계U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대규모 국제 동계스포츠 행사를 개최하게 돼 도민들의 기대는 엄청났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첫 유치의 걸작이자 한국 동계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본격적인 국제대회 유치에 성공한 기억은 생생하다. 물론 무주리조트를 운영했던 ㈜쌍방울 개발측의 사업적 동기가 작동한 측면이 많았으나, 어쨋든 동계U대회에 이어 내친김에 동계올림픽까지 도전하고 나섰던 전북의 꿈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모기업인 쌍방울의 몰락, 상대적으로 취약한 전북의 인프라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전북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결정적 원인 하나는 지역사회에서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출신 정치 지도자들이 좌고우면하면서 중앙정계 실세로 부각했던 강원 정치권에 제대로 맞서지 못한 것이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수백년, 수천년 역사는 유사한 과정을 밟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지역사회의 지도자들이 지금 꼽씹어 볼 문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6.01.21 18:00

김관영 지사, 완주군 방문 연기…"통합 갈등 격화 우려"

22일 예정됐던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의 완주군 방문이 잠정 연기됐다. 김 지사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지역 발전의 해법을 찾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한 방문이지만 완주·전주 통합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격화되면 안 된다고 판단해 방문을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현재 완주는 미래를 향한 중대한 분기점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는 만큼 완주군의회와 지역사회가 충분히 고민하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합을 둘러싼 찬성과 반대 의견 모두 완주를 사랑하는 군민들의 진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잘 알고 있다”며 “지금은 도의 방문보다 지역 내부의 숙의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방문 연기에도 불구하고 완주·전주 통합 논의의 동력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통합의 시계는 멈추지 않았으며, 오히려 변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을 지나고 있다”며 “방문을 잠시 미룬다고 해서 완주 발전과 전북 도약을 위한 도의 노력까지 멈추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영호 기자

  • 정치일반
  • 김영호
  • 2026.01.21 17:38

李대통령 “이전 공공기관 서울 전세버스 못하게 했다”···하지만 전북은 ‘여전’

속보=이재명 대통령이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수도권 셔틀버스 운용과 관련해 “중단”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1월 5일자 1면 보도) 하지만 전북지역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현재도 여전히 주말 통근 목적의 전세버스(셔틀버스)를 운용 중인 것으로 조사돼 향후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이재명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주말이 되면 서울로 다 온다는 것 아닌가. 서울 전세버스로 차를 대주고 있다고 해서 못하게 했다.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가 없지 않냐”고 꼬집었다. 전북지역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12곳 중 주말을 전후해 수도권 등 대도시권으로 이동하는 전세셔틀버스를 운용하는 기관은 국민연금공단(이사장 김성주), 한국전기안전공사(사장 남화영), 지방자치인재개발원(원장 안준호) 3곳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기관들은 이전 초기 수도권 왕래 불편 등을 이유로 전세 셔틀버스를 운용해 왔으나, 이후 이주율 제고 등 운영방침 변경을 이유로 운용을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ALIO) 공개자료 및 나라장터 입찰공고 등을 종합하면, 해당 기관들은 셔틀버스 운용을 위해 매년 수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집행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2026년 본부직원 주말 통근버스 임차 용역’ 관련 입찰을 통해 약 6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반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고 내용에는 월별 출퇴근 각각 8대의 버스를 투입해 월 64~72회 가량 버스를 운행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으며, 행선지는 서울·부산·대구 등 주요 대도시권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역시 관련 용역입찰 과정에서 한 차례 공고를 취소한 이력이 있으나, 약 1억4000만원 규모 예산이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은 별도의 용역 공고가 확인되지 않았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현재 폐지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며, 국토교통부 및 보건복지부 측에 셔틀버스 운용 필요성을 전달한 상태”라며 “향후 관계부처 방침에 따라 운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와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은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경수 기자

  • 경제일반
  • 김경수
  • 2026.01.21 17:33

지방소멸 막으려면···“소수 도시 자원 집약”

최근 정부가 광역 대도시권으로의 행정구역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소수도시에 자원을 집약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수도권 집중은 왜 계속되는가: 인구분포 결정요인과 공간정책 함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수도권 집중 완화가 공간정책의 가장 큰 목적이라면, 비수도권 공간구조를 선제적으로 대도시 위주로 재편하는 것이 가장 유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집적경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관점에서 비수도권 대도시·산업도시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면 수도권 일극집중의 심화를 피하면서도 국민경제 후생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도시에 인구가 모이는 핵심 요인을 생산성과 쾌적도 두 가지로 제시했다. 생산성이 높은 도시는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 사람을 끌어들인다는 설명이다. 또한 모든 도시는 고유의 생산성, 쾌적도, 인구수용비용을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도시 규모가 결정된다고 봤다. 생산성이 높은 도시는 높은 임금으로 인구를 증가시킬 수 있고, 쾌적한 도시는 같은 임금 수준에서도 거주 수요가 늘어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아도 인구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구수용비용은 통근시간, 주거비 등 혼잡도 증가에 따라 도시의 편익이 감소하는 정도를 뜻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기준 수도권의 인구수용비용은 전국 평균 대비 62%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비수도권의 인구수용비용은 134.8%로, 수도권의 인구수용비용이 비수도권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2005~2019년 전국 161개 시·군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같은 기간 수도권의 생산성 상대우위 강화가 수도권 인구비중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생산성 증가와 비수도권 산업도시 생산성 감소가 지역을 넘어 전국적 공간구조 변화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또한 2010년대 혁신도시와 세종시 건설은 인구수용비용을 낮춰 대상 도시의 성장을 유도했으나, 충분한 생산성 증가가 동반되지 않아 인구유입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결론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소도시 SOC 투자 방식의 효율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소도시에 대한 SOC 투자는 비용이 편익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일본의 철도망이 막대한 유지비용과 인구 감소에 따른 수요 저조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사례를 들며, 인구수용 비용이 지나치게 높은 소도시는 주민들이 권역 내 대도시나 근교로 이주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보고서는 “공간적 자원배분이 효율화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조율이 필요하다”며 “지방정부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공간정책의 효율성을 담보해야 하고, 지방분권 등의 접근이 재정과 거버넌스, 나아가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야기해 지역뿐 아니라 국민경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수 기자

  • 경제일반
  • 김경수
  • 2026.01.21 17:31

‘2026년 전북형 늘봄학교’ 본격 추진

‘2026년 전북형 늘봄학교’가 본격 추진된다. 전북형 늘봄학교는 초등 저학년 돌봄 공백 해소와 학부모 양육 부담 경감을 목표로 학교 안과 학교 밖을 연계한 통합 돌봄·교육 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먼저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매일 2차시 무상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한다. 놀이·체험·기초학습·정서 지원 등을 중심으로 학생 발달 단계에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해 방과후에도 안전하고 질 높은 교육·돌봄이 이뤄지도록 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교육 수요가 증가하는 초등 3학년을 대상으로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권(연간 50만원)’을 새롭게 도입한다. 해당 이용권은 학교 안 선택형(교육) 프로그램의 수강료와 교재·재료비 등에 사용할 수 있어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 완화와 늘봄학교 참여 확대가 기대된다. 학교 안 늘봄을 강화하는 동시에 학교 밖 늘봄은 보다 내실화한다. 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 청소년시설 등 209개 학교 밖 늘봄기관과 연계해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전주·군산·고창 등에서는 ‘온동네 돌봄·교육센터(舊 거점형늘봄센터)’를 운영해 지역 단위 공동 대응 모델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학교·지자체·지역기관이 함께하는 늘봄 협의체도 구성·운영한다. 학생 안전도 한층 강화한다. 초등 1~2학년을 중심으로 ‘동행 귀가’원칙을 적용하고, 늘봄지킴이 인력을 확대해 귀가 안전을 보장한다. 오선화 미래교육과장은 “전북형 늘봄학교는 단순한 돌봄을 넘어, 학교와 지역이 함께 아이의 성장을 책임지는 교육·복지 통합 모델”이라며 “학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늘봄 환경을 만들어 저출생 시대에 대응하는 전북형 교육정책으로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이강모 기자

  • 교육일반
  • 이강모
  • 2026.01.21 17:31

전북일보문우회, 책으로 건네는 21인의 위로 ‘당신을 위한 작은 위로’

불완전하고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의 삶을 비추는 작은 빛들이 있기에 사람은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런 빛이 돼 독자에게 삶의 위로와 희망을 건네고자 한 책이 출간됐다. 전북일보문우회의 서평 에세이집 <당신을 위한 작은 위로>(걷는사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책은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문학인 21명이 58권의 책을 매개로 삶의 상처와 회복, 위로와 희망의 순간을 기록한 서평 에세이 모음집이다. 작가들은 각자의 삶에서 마주한 문장과 서사를 통해 외로움과 불안, 좌절의 시간을 되짚으며, 그 과정에서 건져 올린 감정과 사유를 독자와 나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과 점점 각박해지는 현실 속에서 무심히 지나쳐 버리기 쉬운 마음의 결을 다시 불러내며, 책이 지닌 위로의 힘을 조용하지만 단단한 언어로 전한다. 참여 작가는 경종호·기명숙·김정경·김헌수·박태건·안성덕·이영종·장창영 시인, 김근혜·김종필·이경옥·장은영 동화작가, 김영주·이진숙 수필가, 문신 문학평론가, 오은숙·정숙인·최아현·황보윤·황지호 소설가, 최기우 극작가 등으로, 모두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문인들이다. 이들은 시와 소설, 동화와 수필, 평론과 희곡 등 서로 다른 장르의 언어를 지니고 있지만,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에 남길 수 있는 흔적에 대해 진솔하게 응답한다는 점에서 공통된 결을 이룬다. 이번 서평 에세이집은 화려한 해답이나 거창한 메시지를 담고 있진 않다. 하지만 삶의 곁에 조용히 앉아 가만히 손을 잡아 주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외로움과 상처, 불안과 좌절의 순간에서 만난 문장들은 감사와 회복의 언어로 이어지고, 마침내 다시 일어설 힘으로 피어난다. 책 속에는 눈물과 용기, 그리고 세상을 향한 애정이 고스란히 스며 있으며, 위로와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삶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들의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단단한 울림을 지니고 있다. 개인의 체험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독자의 삶과 포개어지며,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때 삶의 풍경 또한 달라질 수 있음을 가만히 일러준다. 이는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다시 세계와 연결되고자 하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문학적 여정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전북일보 지면을 통해 다년간 독자들과 꾸준히 호흡해 온 신춘문예 출신 문인들의 글을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오랜 시간 글을 통해 삶을 나눠 온 작가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만난 책과 그 책이 건넨 위로의 순간을 고유한 시선과 다채로운 감성으로 풀어낸다. 때로는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쉼을, 때로는 다시 걸어갈 용기를 건네준 문장과 기억들이 모여 하나의 에세이로 완성됐다. 전북일보문우회는 2007년 결성된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문학인들의 모임으로, 작가 인터뷰와 서평, 기획 연재 등을 통해 문학의 저변을 넓히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저자들은 “서평집을 펴내기까지 작가들이 느꼈던 기쁨과 슬픔, 희망과 배려의 순간들이 독자들의 삶에도 잔잔한 울림으로 스며들기를 바란다”며 “이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지친 일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스스로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건네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전현아 기자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6.01.21 17:30

굳이 해석하지 않아서 좋은, 박태건 시집 ‘고려인 만두’

199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삶의 파편을 오로지 시로 이야기해온 박태건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고려인 만두>(걷는 사람)가 출간됐다. 다정하고 다감한 삶의 이면에서 발견한 격정을 시로 형상화한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모악) 이후 5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은 걸쭉한 입담으로 고향 마을의 자연과 사람살이의 애틋한 정경을 그려내면서 토속적인 서정과 서사가 어우러진 이야기시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30여 년의 시력(詩歷)이 증명하듯 깊은 통찰력과 삶의 애환이 담긴 다정다감한 시편들이 잔잔한 울림으로 여울지면서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밤새 눈은 내려 어머니 눈썹도 하얗게 내린 아침에 검은 보자기 안에서 충혈된 눈으로 밤을 꼬박 세웠을 다라이 속의 물고기들 갯배는 꾸덕꾸덕 말린 생선 같이 오래 앓은 속앓이를 바다 너머로 보내곤 했는데 그때마다 바다는 물고기처럼 파닥거렸는데/ 다라이는 어머니를 태우고 미끄러지네//흘러가세요 어머니,/흘러가세요”(‘어머니의 빨간 다라이’ 부분) 박태건 시인의 시는 쉽게 읽힌다. 따로 해석할 필요 없이 세밀하고 감성적인 필치로 삶의 풍경을 그려내고, 익살과 해학을 곁들여 살갑고 능청스럽게 펼쳐놓은 사람의 이야기를 가만히 감상하면 된다. 특히 시인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생명의 흐름을 포착함으로써 현실의 모습과 의미를 한층 선명하고 두텁게 만든다. 눈으로도 읽지만 마음으로 읽는 59편의 따뜻한 시편들은 별다른 수사나 감정을 내세우지 않아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윤석정 시인은 발문을 통해 “박태건 시인의 시는 마치 이야기를 읽어주는 전기수처럼 우리의 감각을 흔들어 대면서 보는 맛, 듣는 맛, 먹는 맛을 선사한다”라며 “그의 시적 공간은 현실에 뿌리를 둔 채 시 이미지를 확장한다”고 밝혔다. 익산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자랐고 군산에서 살고 있는 박태건 시인은 199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과 시와반시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인문서 <익산 문화예술의 정신> 등이 있다.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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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21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