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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과 탈환의 방정식

장미대선이 끝나자 지방선거로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일단 승기를 잡았다. 전북에서 문 후보는 64.8%를 득표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보다 무려 3배 이상 많이 얻었다. 1년전 총선에서 7석을 차지하며 녹색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이 다시 안방을 민주당에 반납했다. 정치가 생물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지난 총선 때 민주당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도민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다. 그 결과가 신생 국민의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대선과 총선은 의미가 다르다. 특히 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실시된 선거라서 그 의미가 달랐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대선이 치러졌기 때문에 전북 유권자들은 정권교체에 방점을 찍었다. 선거 막판에 잘못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심지어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까지도 문 후보한테 표를 던졌다. 그래서 전국 최고 지지율이 전북에서 작성됐다.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후보나 당 그리고 지지자들까지도 기세등등해진다. 그간 국민의당에게 안방을 내준 민주당은 기사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지금 같아서는 대적할 자가 없을 정도로 사기가 충천해 있다. 대통령을 만들어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지난달 31일 문 대통령이 새만금을 방문해 전북 도민들의 최고 지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추미애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도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답례하기 위해 지난 7일 최고위원회를 전북에서 개최, 현안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문 대통령의 집권초 지지도가 역대 최고다. 문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하에서도 집권 한달동안 80%의 지지를 받았다. 국민들도 정권교체를 잘 했다고 하면서 모처럼만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문 대통령이 격식을 따지지 않고 국민속으로 파고 드는 모습에 찬사를 보냈다.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실질을 숭상하는 문 대통령의 파격행보에 박수를 보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현충일날 기념식장에서 보낸 메시지는 가슴 뭉클했다.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성패에 따라 내년 지선이 판가름 난다. 지금처럼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하면 내년 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이 어려워 진다. 문 대통령의 득표율이 41.4%밖에 안된데다 여소야대 구도라서 국정운영을 잘 하기가 쉽지 않다. 촛불집회로 탄생한 정권인 만큼 진정성있게 국정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 북핵문제와 적폐청산 등 문 대통령이 공약을 잘 이행하면 국민들은 계속 응원할 것이다.국민의당도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전열을 가다듬기로 했다. 국민의당도 진정성을 갖고 캐스팅 보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면 얼마든지 기회가 온다. 1승1패로 내년 지선에서 3라운드를 맞는 국민의당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노력하지 않고 상대의 잘못으로 얻은 지지는 뜬 구름과 같기 때문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6.12 23:02

가야사 복원과 제철유적

역사는 기록으로 남는다. 기록되지 못한 역사는 정사가 되지 못한 채 묻히기 일쑤다. 신라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가야국의 역사가 그렇다. 가야는 삼국시대, 한반도 남부에 있던 작은 국가 혹은 그 국가들의 연합체를 이른다. 600년 역사를 구가했지만 가야의 역사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그늘에 가려 폄훼되거나 왜곡되어왔다. <삼국사기>나 <일본서기>에 단편적인 역사가 언급되고 있을 뿐 상세하게 기록된 문헌 자체가 없는 탓이다. 최근 가야사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가야사의 연구와 복원을 포함해 달라’고 주문하면서부터다. 사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가야사 복원 사업이 부상했었다. 그러나 당시 가야사 연구와 복원 사업은 고분군이 밀집되어 있는 영남권 위주로 진행됐다. 문헌 기록이 미미해 대가야국의 중심지인 고령의 지산동 고분군을 비롯해 김해의 금관가야, 함안의 아라가야 등 왕릉급 고분군들이 가야의 역사를 조명하는 기반이 되었던 이유다. 가야는 이들 고분군에서 발굴된 유물들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철을 활용해 제작한 유물이 다량으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철 생산이 풍부했던 가야가 철을 기반으로 해운교역의 길을 열었고 경제적 문화적 풍요로움을 얻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가야는 철의 왕국으로 평가받게 됐다. 주목해야할 사실이 있다. 전북의 동부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가야유적의 실체다. 장수의 가야유적과 남원 운봉고원 등에 밀집되어 있는 가야시대 유적에서는 철을 생산하고 직접 제작까지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유물 발굴이 이어지고 있다. 전북 동부지역 가야유적 발굴을 주도했던 군산대 곽장근교수는 ‘현재까지 확인된 제철 유적만 150여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대규모 철 생산지로서의 증거가 확인되면서 장수와 남원지역 가야유적 발굴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북 동부지역 가야유적 복원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그런데도 가야사 복원 연구 사업을 앞서 진행했던 김해 고령 함안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야 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해왔다. 전북도와 장수군도 장수가야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 같은 시대 같은 권역 역사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따로 따로 추진하는 것은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않다. ‘영호남의 벽을 허무는 공동사업으로 가야사를 복원하자’는 문대통령의 바람과도 맞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세계문화유산 등재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있다. 가야사를 온전히 복원해 제대로 인식시키는 일이다. 연구자들이 앞장서고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이 더해져야 가능한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6.09 23:02

반려동물 전성시대

애완동물이라고 표현했던 귀엽고 예쁘장한 개와 고양이 등을 이제는 반려동물이라고 한다. 인구 5,000만 명이 1,000만 이상의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회다. 동물병원, 펫 스토어, 유치원, 호텔, 놀이터, 장례식장 등 온갖 관련 상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임실 오수에는 의견공원, 군산에는 도그랜드가 운영되고 있다. 그야말로 반려동물 지상낙원이다. 이쯤 되면 청년실업, 은퇴실업 등으로 삶이 팍팍해진 사람들에게 ‘개팔자가 상팔자’란 넋두리는 사실을 넘어 진리가 된다. 사회는 이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대상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반려견을 애완견이라고 표현하는 사람, 개나 고양이를 향해 물건을 던지거나 때리는 사람 등은 생각이 반듯하지 못한 사람, 동물학대자 등 온갖 비난을 들어야 한다. 예전엔 없었던 ‘사람-동물’ 관계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생명체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삶에서 중요한 일이다. 반려동물이든, 가축이든 인간과 함께하며 서로의 삶을 보완한다. 그 끈끈한 관계가 역사 기록상 수천년 계속되고 있다. 산동네, 도심 가리지 않고 집단 출몰하는 바람에 말썽꾼이 된 멧돼지가 유해동물로 분류돼 사살되곤 한다. 사실 반려동물도 때로는 유해하긴 마찬가지다. 반려동물이 항상 사랑스럽고, 귀엽고 그래서 사람에게 웃음과 안식과 행복을 안겨주는 존재인 것만은 아니다. 반려동물 중에는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는 주인을 할퀴거나 문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거나 가구 집기를 훼손한다. 아이의 간식을 뺏앗아 먹거나 심하게 짖어대 이웃 주민들의 원성을 산다. 노인이 키우던 개에게 손목을 물려 사경을 헤매는 경우, 목 줄이 풀린 채 견주와 산책하던 개 때문에 부상당하는 경우 등 유해 사례도 상당하다. 이 모든 것은 ‘말 못하는 동물이기 때문에’란 이유로 덮어지기 일쑤다. 반려동물은 그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극히 사랑스러운 존재지만 주변 사람 모두에게도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끼리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돼 사고 나는 것이 세상 일인데, 동물이 주인에 의해 얼마나 잘 통제될 수 있겠는가. 특히 타인에게는 언제든지 위험한 존재, 짜증스런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 동물이다. 동물을 사랑하려면 그 반려자들은 동물의 행동심리 등에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실질적 통제가 가능하고, 동물 반려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6.08 23:02

'철의 왕국' 복원 사업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야사 복원사업을 정책과제에 포함할 것을 지시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문 대통령이 왜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면서 그리 긴급한 현안도 아닌 가야사 복원을 주요 국정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꺼냈을까. 그것도 호영남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는 명분까지 내세웠다. 가야사의 복원사업에 호남을 그저 들러리로 세운 명분용은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실제 가야사 복원사업은 금관가야(김해)대가야(고령)아라가야(함안) 등 역사의 중심지였던 경남의 오랜 숙원이다. 신라사에 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가야사 연구와 복원에 경남은 목말라 했다. 박근혜 정부가 신라 왕경(王京)복원사업사업을 추진해 가야사 복원에 대한 경남의 상대적 소외감은 더 커졌다. 민주당 경남선대위가 이번 대선에서 가야문화 발굴 복원사업을 주요 공약으로 걸었고, 문 대통령이 여기에 각별한 애정을 보인 것이다.그렇다면 가야사 복원에서 호남은 들러리일 뿐인가. 30년간 전북지역 가야사를 연구한 곽장근 군산대 교수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오히려 전북의 가야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았다. 경남의 경우 가야사 발굴복원작업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반면, 전북에서는 많은 가야고총이 발견됐음에도 발굴이 이뤄지지 않아 더 많은 여지가 있단다. 곽 교수는 남원 운봉과 장수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고총이 350개, 제철 유적 150개로 가야사의 숲을 이룬다고 했다. 가야를 철의 왕국이라고 하지만, 가야의 중심지라고 하는 김해와 고령에서 발견된 제철 유적은 없다. 고대 국가에서 첨단 하이테크라고 할 제철 생산지가 전북 동부지역에 집중된 사실만으로도 이 지역이 가야의 변방으로 치부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여기에 전북 동부지역 봉수로의 최종 종착지가 장수로 밝혀져 가야의 중심세력이 존재했다고 추정할 수 있단다.그럼에도 가야사를 말할 때 왜 경남권만 떠올려질까. 곽 교수는 가야 사랑의 차이라고 했다. 가야사 연구자 대부분이 영남권 연고 학자들이다. 발굴 역시 경남권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고분 중의 고분이라고 할 전북 동부권의 고총이 발굴되면 장수 가야 운봉 가야라는 가야국가가 나올 수도 있다. 가야사 기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유물과 유적이 가야사를 새로 쓸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의 뜬금없는 이야기가 전북 동부지역을 가야사의 중심으로 불러올 지도 모르겠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6.07 23:02

배꼽의 매력

오는 24일부터 무주 태권도원에서는 2017 무주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지난 2014년 9월 태권도원이 문을 연 이후 가장 큰 행사가 아닌가 싶다. 대회 유치 과정에서 송하진 지사를 비롯한 전북도와 출향인사 등 많은 사람들이 뜻과 힘을 모았지만, 그에 앞서 태권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사실 10여년 전 태권도원 유치도 어렵게 이뤄졌다. 전북도와 무주군은 그 어느 지역보다도 절박한 마음으로 혼신을 다해서 유치를 준비했고, 김세웅 당시 무주군수는 군민들과 함께 강원도 춘천까지 천리길 도보행진을 하며 대내외에 여망을 과시했다.홍보전도 엄청났다. 심사단의 방문길인 무주IC에서 설천면 후보지까지 구간에는 환영인사와 유치염원을 담은 현수막이 도로를 가로 질러 빽빽히 하늘을 뒤덮었고, 후보지 주변의 울타리는 군민들의 소망을 담은 손 편지로 온통 도배했다.보여주기식 노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역의 태권도 뿌리를 찾아서 정리하고, 남한의 배꼽이라는 지정학적인 장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배꼽’이라는 표현은 상당한 호소력이 있었다. 얼핏보면 ‘오지’같기도 하지만, 서울이나 부산, 전남 등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2시간 30분 정도면 접근할 수 있는 남한의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인체에 빗대 강조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초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핫 이슈로 떠오르던 시기여서 속 마음이야 어떻든 모두가 머리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그 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지방과 균형발전에 대한 관심은 소홀해졌고, 태권도 관련 단체들은 태권도원 입주를 외면했다. 태권도원 운영단체인 태권도진흥재단의 직원들도 항상 수도권을 그리며 생활하고 있다. 무주의 배꼽은 힘을 잃었다.그러나 배꼽에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꼽참외는 생김새와 달리 일반 참외보다 당도가 훨씬 높다. 기온이 올라가면 젊은 여성들은 배꼽티를 걸치고 배꼽을 드러낸다. 배꼽에 피어싱을 하여 섹시함을 더하기도 한다. 참외배꼽을 가진 여성들은 더 예쁜 배꼽을 갖기 위해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웃음을 뒷받침하는 힘도 배꼽에 있다. ‘웃다가 배꼽 빠져도 책임 못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노무현 정부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또다시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 작업이다. 2017 무주 WTF 세계선수권대회 개최로 무주가 또다시 우리나라의 배꼽으로 위상을 되찾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6.06 23:02

전북인의 기대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북의 그림이 어느정도 맘먹은대로 그려지는 것 같다.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그렇게 설움 받았던 전북이 기지개를 켤 수 있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봄 가뭄이 극심해 논밭이 타들어가듯 그간 장·차관인사에서 철저하게 소외돼 전북민심이 흉흉했었다. 장·차관직은 고사하고 각 부처 중간 허리층에서도 철저하게 전북인재들이 배제되는 바람에 전북발전을 도모할 수가 없었다. 국가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타격을 받았다.문 대통령을 떠 받치는 인재풀이 다양하고 많다. 과거 친노세력은 말할 것 없고 친문, 선대위 조직, 민주당의원, 자문교수 등으로 넘쳐난다. 여기서 장·차관으로 발탁되는 것은 하늘에서 별 따기나 다름 없을 정도로 어렵다. 하지만 전주 출신 윤영찬 네이버부사장을 국민소통수석으로 임명하는 것을 필두로 진성준 전의원과 한병도 전의원 그리고 김우호 인사혁신처 국장이 줄줄이 청와대 비서관으로 입성했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관계로 앞으로 5년간 국정운영을 해 나갈 로드맵을 만들기 위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문위원 단장으로 김성주 전의원이 임명됐다. 그가 선거 때 열심히 뛴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문 대통령이 고창 출신 김이수 헌법재판관을 소장 후보자로 추천했다.문 대통령이 전남지사인 이낙연총리와 장흥 출신인 임종석씨를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발탁할때만해도 전북 출신들이 중용되지 않아 약간은 실망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인사에서 전북 출신들이 중용되는 바람에 큰 기대를 가졌다. 지난달 31일 바다의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새만금에 온 문 대통령은 ‘전북에서 최고로 지지를 해줘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며 전북을 친구로 여기는 각별함을 드러냈다. 정읍 신태인 출신 김현미의원의 국토부 장관 발탁이 백미로 꼽힌다. 김 장관 후보는 전주여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재원으로 경기도 고양에서 3선을 했다. 김장관 후보는 노무현 정권 때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호흡을 맞췄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20대 때 여성이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장직을 맡아 예산안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수완을 보였다.전북에서 김 장관을 반기는 이유는 그간 지지부진했던 새만금사업이 크게 달라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김 장관을 발탁함으로써 전북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을 상당부분 확인했다. 행정부지사를 지냈던 김제 출신 심보균 행자부 기획실장이 행자부차관으로 인도대사였던 조현씨가 외교부 2차관으로 발탁됐다. 그간 전북은 변방에 머물렀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서서히 챙겨지는 모습이 보인다. 국회도 진안출신 정세균의원이 의장을 맡으면서 존재감이 살아나고 고창 출신 3선의 백재현의원이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아 전북 국가예산 7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겨우내 참고 견뎌내며 생명을 싹트는 인동초 마냥 전북인들도 국가와 지역을 위해 일할 인재들이 계속 중용됐으면 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6.05 23:02

정조의 어찰첩

2009년 초, 주목을 끄는 사료가 공개됐다. 정조가 좌의정을 지낸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어찰첩이었다. <정조어찰첩>은 정확하게는 모두 6첩, 297통의 편지가 담겨 있었는데 그 내용이 대부분 정사와 관련된 것들이어서 학계에서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하며 그 존재를 반겼다. 학계가 이 어찰첩의 존재를 더욱 주목한 이유는 또 있었다. 개혁을 추진했던 진보적 군주로 알려져 있던 정조의 품성과 비밀스럽고 민감한 정치적 사안까지도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는 내용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편지의 형식이나 격과는 다른 부분들도 관심사였다. 발신자인 정조의 편지임에도 보낸 날자가 기록되어 있지 않은 반면, 수신자인 심환지는 수신한 일자와 시간을 기록하고 있어 이 편지를 후대에 알릴 목적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점도 주목을 끌었다. <정조 어찰첩>은 ‘선비 군주’로 알려져 있던 그의 이미지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정적이었던 심환지에게 비밀리에 보낸 편지가 297통이나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조가 막후 정치에 능한 정치가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게다가 신하들을 꾸짖는 편지에서는 ‘호로자식’이나 ‘주둥아리’ ‘젖비린내’와 같은 적나라한 표현의 단어들이 적혀있어 다혈질이었던 정조의 성격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이 편지의 의미와 사료적 가치 중에서도 ‘막후정치’에 능했음을 보여주는 내용들에 놀라워했다. ‘충청도의 인심을 수습하기 위해 자리를 안배할 것’을 지시하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신인 왕에게 올리게 한 뒤 이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일을 처리했으며 그렇게 올리는 글을 직접 써서 보내기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어찰첩은 정조가 작고하기 전 4년 동안 심환지 한 사람에게 보낸 편지들이다. 시대적 배경으로 볼 때 정치적인 격동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사료적 가치를 높이게 하는 대목이다. <정조 어찰첩>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가 있다. 이 어찰첩은 국왕이 지속적으로 폐기하라고 명령했던 밀찰이다. 따라서 오늘날에까지 그 존재가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랄 수 있다. 심환지가 수신일까지 꼬박꼬박 기록하고 국왕의 명령까지 거스르며 지켜 후대에 남긴 이유가 궁금해진다. 사실 극비로 다루었던 내용이 후대에 샅샅이 공개되어 역사적 사실이 바로 잡아지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박근혜정부의 기록들이 대부분 없어졌거나 기록물로 보관되어 감추어진 현실을 생각해본다. 우리의 후대는 그 기록들에서 어떤 진실을 만나게 될까.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6.02 23:02

원칙과 약속

국회가 지난 31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 인준함에 따라 문재인정부가 출범 3주만에 정상 궤도 발판을 마련했다. 엊그제 행정자치부장관과 국토부장관 등 4명의 장관을 발표한 문재인정부는 청문회 덫을 빠져나온 이낙연 총리를 내세워 후속 인사에 속도를 내게 됐다. 이낙연 총리 지명 당시 분위기는 낙관적이었다. 언론인 출신인 그가 국회의원을 거쳐 전남도지사로 재임 중이었기 때문에 별문제 없이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도 결국 필부필부일 뿐이었다. 결정적인 흠결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힘 주어 강조했던 위장전입과 병역면제 등 공직 배제 5대 원칙 범위에 일부 걸렸다는 점이다. 결국 야당이 발목을 잡았고,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는 불투명했다. 그는 부인의 위장전입,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을 받았는데 부인의 위장전입은 훨씬 치명적이었다. 자유한국당은 끝까지 총리지명 철회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의당도 부정적이었지만 문대통령이 인수위원회 등 준비과정 없이 출범한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달라며 이해를 요청하고, 좀 더 구체적인 인사원칙을 제시하면서 일부 누그러졌다. 결국 이 후보자의 국회청문회 통과는 순리를 벗어났고, 여야 힘겨루기로 결론났다. 국민의당이 협조 쪽으로 기울며 본회의 표결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문대통령과 여당은 표결을 밀어붙였고, 이낙연 후보자는 총리 자리에 안착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끝까지 반대했고, 문재인정부 출범부터 기대를 모았던 여야 협치 모드는 백척간두에 섰다. 어느 체제를 막론하고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돈과 권력이다. 돈과 권력이 민초 편에 서지 않고 민초를 짓밟는 것이 문제가 되자 법을 만들었다. 법은 민주사회의 근간이다.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그 법이 돈과 권력에 의해 유린되는 일이 많아지자 민초들이 들고 일어나 촛불을 밝혔고, 결국 문재인정부가 탄생했다. 문재인정부에 거는 민초들의 희망은 촛불에 있다. 문대통령은 공직배제5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지 말았어야 했다. 더욱 아쉬운 것은 과유불급의 이치를 외면하는 지식인들이다. 세파에 휘말리다보면 어찌 허물이 없겠는가. 정권 바뀔 때마다 정치권이 아전인수식 잣대, 제 눈의 들보는 로맨스로 알고, 남의 눈 속에 든 티는 스캔들로 보는 위선은 안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6.01 23:02

드론축구

‘하늘을 나는 장난감 비행기’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군사용으로 탄생한 드론이 항공촬영·항공측량·농업 방제·택배사업 등 산업용으로 활용 범위를 계속 넓히고 있다. 세계 드론시장 규모가 이미 7조원을 넘어섰고, 2020년 6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이런 배경 속에 우리 정부와 자치단체들도 드론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여러 시책으로 드론산업 육성에 팔을 걷었다.전주시가 2년 전 드론산업 육성에 도전장을 낸다고 했을 때만 해도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관련 인프라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너도나도 한다고 따라 나서 공연히 헛물만 켜는 것 아니냐’는 게 당시 분위기였다. 전주시는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드론 관련 사업들을 하나씩 챙겼다. 완산체련공원을 국토부 시범비행 공역으로 만든 것이 첫 출발이었다. 전북도와 함께 농업용 드론을 특화시키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세계 드론시장을 주도하는 중국과 손을 잡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한·중 3D프린팅드론 산업박람회’를 열어 가능성을 탐색했다. 전주시의 드론 관련 ‘대박’은 의외의 곳에서 터졌다. 다름아닌 ‘드론축구’다. 전주시가 드론과 축구를 결합한 신개념 스포츠로 창안한 드론축구가 드론마니아들에게 인기몰이를 하면서다. 드론축구가 지난해 등장했을 때도 처음에는 긴가민가였다. ‘세계 최초’라거나 ‘드론축구 종주시’라는 수식어가 호들갑스러웠다. 시답잖게 여겼던 그런 드론축구가 시범경기와 2017 서울국제 스포츠레저산업전(spode)을 통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탄소소재를 활용한 드론축구 개발부터 드론축구 체험장 조성, 드론축구선수단 창단, 드론축구공 전국 시판 등이 전주시 주도로 이뤄졌다. 모두 전국 최초다. 최근에는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전국 30개 드론축구단 창단식과 함께 대한드론축구협회 창립을 위한 준비위원회까지 발족시켰다. 향후 세계연맹을 만들고, 드론축구 월드컵까지 개최한다는 계획이 이제 허무맹랑하게만 들리지 않는다. 드론축구가 드론산업 육성에 얼마만큼 큰 도움을 줄 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불모지로 여겨온 드론에 대해 시민적 관심을 끌어낸 것만으로 큰 성과다. 드론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심어줬다. 드론축구를 통해 e스포츠가 더욱 활발해지고, 전주가 e스포츠산업의 메카로 자리잡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드론축구의 맹활약이 기대된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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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7.05.31 23:02

노룩패스

노룩패스(no look pass)는 말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하는 패스를 말한다. 스포츠에서 주로 상대를 속이기 위해 하는 동작이다. 수비수들은 주로 상대 선수의 시선이나 몸의 방향을 보고 다음 동작을 예측하기 때문에 공격수들이 이를 역이용해서 엉뚱한 곳을 바라보면서 자기 편에게 패스하는 것이다. 농구에서는 한 때 전주KCC에서 뛰었던 김태술 선수의 노룩패스가 일품이었다. 기교가 하도 뛰어나서 상대편은 물론 자기편까지 속을 지경이었다.최근에는 스포츠 분야가 아닌 정치계에서 노룩패스가 관심을 받고 있다. 바른 정당 김무성 의원이 공항에서 보여준 신기에 가까운 묘기가 널리 퍼지면서부터다. 보좌관을 향해 캐리어를 밀어주는 그 솜씨는 최고의 선수가 아니면 감히 흉내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보좌관과 아예 눈길도 마주치지 않는 것은 물론 캐리어를 밀어주기 이전과 밀어주고 난 이후의 동작이 마치 물 흐르듯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어어졌다.이 장면이 더욱 유명해진 것은 미국의 레딧(reddit)을 통해서다. 레딧은 미국에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에 이어 4번째로 방문자수가 많은 곳인데 ‘한국 정치인의 스웨그(swag)’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포스트가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swag’는 ‘거들먹거리다’는 뜻으로 우리말로는 흔히 ‘갑질’이라고 한다.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는 노룩패스 패러디가 등장했다. 방송인 유병재와 최일구 전 아나운서, 개그만 김대범씨 등이 나섰고, 전달되는 공(?)도 캐리어에서 폭탄, 쓰레기통 등으로 넓어졌다. 되받아치는 패러디도 있고, 컬링을 흉내낸 것도 있다. ‘노룩패스 5대 천황’까지 나돈다. 축구선수 호나우딩요, 호나우도, 안데르손의 신기(神技)에 이어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과 김무성 의원의 놀라운 쏨씨가 나온다. 그런데 ‘배 나온’ 최강희 감독이 선보이는 것은 노룩패스가 아닌 실축이다. 정치인의 행동이 하도 어이없다보니 사람들이 이렇게 해서라도 웃어보자고 나서는 것이다.그런데도 당사자인 김무성 의원은 ‘보좌관이 보여서 밀어줬다’. ‘보좌관과 눈을 마주치지 않은 것을 내가 해명해야 하느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들의 눈에는 이상한 것이 그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고, 한 번도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질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데, 정작 갑질하는 당사자만 모르는 것. 이제 이런 것들은 더 이상 노룩(no look)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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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원
  • 2017.05.30 23:02

문 대통령이 답할 차례

장미대선에서 전북인들이 64.8%를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준 것은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간절함의 표현이었다. 문 후보는 선거일 공표 이후 계속해서 지지율 선두를 달려왔지만 40% 전후 박스권에 끼여 목표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히 선거 막판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태극기 부대를 앞세운채 보수세력과 영남세력을 규합, 지지율 2위로 껑충 뛰어 올라서는 바람에 경계심이 발동, 안철수를 지지했던 도내 표심이 대거 문 후보한테 돌아섰다.도민들은 한을 품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조선 선조때 정여립난으로 100여명 이상의 엘리트들이 무고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반외세 반봉건 타파를 기치로 내걸었던 동학농민혁명 때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미완으로 끝난 동학혁명은 그후 일본군을 타파하기 위해 의병 모집으로 이어지면서 31운동의 원천이 되었다. 전북인들은 일제 침략시에도 강하게 저항하며 민족정기를 지켜온 후예들이다.한 많은 도민들은 항상 불의를 봤을 때는 누가 뭐라 할 것없이 들불처럼 일어나 분연히 대항해 온 사람들이었다. 그 결과가 동학농민혁명 발생 123년만에 촛불집회로 활활 타올랐다. 지난 추운 겨울 전주 풍남문 광장에 도민들이 모여 박근혜 전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시켜야 한다고 땅이 꺼지라고 외친 것도 동학농민혁명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학정신은 전북이 고난에 처할 때마다 빛을 발해왔다. 그 빛이 이번 대선에서 하나로 뭉쳐 문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었다.당시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도 미완으로 끝낸 동학농민혁명을 이번에는 촛불집회를 통해 명예롭게 끝냈다.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단 한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은채 시민혁명을 이뤘다. 프랑스혁명을 능가할 정도로 값진 촛불혁명이었다.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답해야 할 차례다. 동학의 후예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낡아 빠지고 나라를 망쳐 먹은 박근혜 전 정권을 타도해서 명예롭게 문재인 정권을 새롭게 탄생시켰기 때문이다.전북 도민들은 문 대통령 한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 수 있는 대통령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불균형을 균형있게 바로 잡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과거 군부독재정권하에서도 전북을 무장관 무차관으로 만들지 않았다. 이명박근혜 보수정권 9년동안 전북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전북의 장래를 밑동부터 잘라버렸다. 그간 전북 도민들은 동학의 후예라는 자부심 때문에 무던히 참고 견뎌왔다. 문 대통령이 전북 도민들의 자긍심을 세워줘야 한다. 머리 좋고 착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강한 역량 있는 전북인을 중용해야 한다. 선거 때 약속한 전북홀로서기와 새만금개발 그리고 군산조선소 살리는 방안이 즉각 마련돼서 발표돼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도민들의 사랑스런 믿음이 선거 때 처럼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전북을 살려야 나라가 탄탄해지고 부강해지기 때문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5.29 23:02

서점의 미래 '츠타야'

종이책의 생명력이 위협받고 온라인 마케팅이 확산되어가는 시대. 오프라인 서점이 전통산업으로 분류되는 것도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동네서점이나 독립서점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특별한 마케팅과 기획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그 존재 자체를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이러한 환경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을 하는 서점이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서점 츠타야다.1983년 히라카타점으로 시작한 츠타야는 현재 일본 내에 1400여개의 매장과 회원 4918만 명을 가진 서점으로 성장했다. 오프라인 서점들이 속속 문을 닫을 정도로 불황인 환경에서 연 매출 2조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는 이 서점의 비결은 무엇일까.츠타야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서점에 카페의 기능을 결합한 도쿄의 롯본기점이 문을 열면서부터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문화적 공간이 된 롯본기의 츠타야점은 젊은 고객들을 끌어모으며 관광명소로까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츠타야의 새로운 전략은 2011년 츠타야의 모기업이 된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 이 야심찬 의욕으로 기획한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로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로 문을 연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과 고품질 생활을 표방하는 개성적인 입주자들로 구성된 다이칸야마 T-site 는 도쿄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거쳐 가는 명소가 됐다.츠타야서점의 새로운 변신을 기획해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CCC의 최고경영자인 마스다 무네아키다. 마스다는 서점을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하면서 새로운 서점문화를 주도해왔다.세계가 주목하는 IT 산업이나 미래 산업과는 거리가 먼 영역에서 책을 중심에 세운 콘텐츠와 공간의 유연성을 내세우는 전략으로 혁신의 상징인 츠타야 를 성공시킨 그가 자신의 경영철학을 담아낸 책이 있다. 지적자본론 이다. 그는 이 책에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란 부제를 달았다. 그가 말하는 지적 자본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명쾌하다. 그는 사양산업은 없다고 강조한다. 끊임없이 기획하고 제안하라. 제안과 기획을 통해 고객 가치를 창출해내야 하며 모든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켜야만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도쿄의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은 2층의 낮은 건물, 나무가 있는 빈공간을 곁에 두고 이어지는 3개의 건물은 물론이고 서점 내부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수많은 고객들에게 감동을 준다.사양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끌어올린 츠타야의 혁신, 부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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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7.05.26 23:02

거스러미

나무를 가공해 제품을 만드는 장인을 목수라고 한다. 첨단 전동공구가 많이 사용되는 요즘과 달리 옛날 목수들은 생나무 벌목과 건조, 자르기와 켜기, 다듬기와 세부 가공 등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했다. 벌목에는 도끼를 주로 사용했고, 건조는 연못이나 하천, 음지 등을 활용한 자연건조 방식을 썼다. 요즘은 직경이 1m가 넘고, 길이도 10m가 훨씬 넘는 대형 원목을 순식간에 켤 수 있는 첨단 제재기가 사용되지만, 옛날 목수들은 흥부가 부인 도움을 받아 스르릉 스르릉 박 타듯이 탕개톱으로 나무를 켰다.일단 켠 재목에 정치수를 고려한 먹줄을 치고 켜거나 자른다. 이어 대패질로 정밀 가공에 들어간다. 대패질은 뱃살 생길 틈을 주지 않을 만큼 힘든 작업이다. 제아무리 대패질 잘하는 목수라도 대패질 몇 번 만으로 사각이 모두 직각인 부재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때론 수십번, 수백번의 대패질을 해야 한다.대패질에서 가장 힘든 것은 거스러미다.나무는 수종에 따라, 원목의 위치에 따라, 자라난 환경에 따라 섬유질이 단순하게 형성되지 않는다. 순결과 엇결이라는 것이 생긴다. 나뭇결은 순결과 엇결 성질을 함께 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아름답고 매끈해 보이는 나뭇결 표면을 엇결로 대패질하면 험하게 패여 버린다. 대패질 할 때마다 거스러미가 일어나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 방향은 순결이기 때문에 거스러미가 일어나지 않고 매끈하게 다듬어지지만, 나무에 따라서는 순결과 엇결이 혼재하는 경우도 있어 목수는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런 현상은 성능 좋은 전동 대패도 어찌할 수 없다. 다만 대팻날을 예리하게 갈고, 어미날과 덧날을 잘 맞춰 대패질 한다면 거스러미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래도 거스러미 문제가 완전 해결되는 것이 아니어서 사포질 마감이 필수다.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아름답고 매끈한 나뭇결 무늬를 간직한 제품이 세상에 나온다.문재인 대통령 회심의 카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4일 시작됐다. 청문회는 깨끗해 보이는 저명 인사들의 무덤이 되기 일쑤였기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초반부터 거스러미가 일어났다. 부실한 자료제출 등 흠결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걸러내겠다고 약속한 공직 5대 거스러미인 병역면탈과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을 이낙연 후보자는 어떻게 대패질할까.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5.25 23:02

그림자 짙은 명사의 고향

고창을 흔히 인물의 고장이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린 고창 출신의 정치인, 관료, 문인, 예술인들이 즐비하다. 그 중 고창이 낳은 대표적 인물이 인촌 김성수와 미당 서정주다. 친일로 낙인찍히기 전까지 이들 두 인사는 고창의 자긍심이었다. 두 인사가 고향에 남긴 유무형의 유산은 넓고 깊다.고창군 부안면 출신의 인촌 김성수(1891~1955)는 815 광복 후 한국민주당 창당을 주도했고, 한국전쟁 때인 이승만 정부에서 제2대 부통령을 지냈다. 일제강점기 때 그가 설립한 동아일보와 고려대가 지금도 건재하다. 경성방직의 설립자도 인촌이다. 한국 근현대사를 통틀어 정치경제언론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이렇게 큰 자취를 남긴 이도 많지 않다.인촌과 같은 부안면 출신의 미당 서정주(1915~2000)는 한 때 국민 시인으로 통했다.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서정주는 시의 정부다(고은 시인), 부족 방언의 요술사(유종호 교수),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시인(김재홍 교수)이라는 별칭과 찬사가 따랐다. 정치적으로는 옳지 못했으나 너무도 아름다운 시를 남긴, 문제적 인물 미당은 20세기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그가 남긴 문제들은 해결되지 못한 채로 남아있다.소설가 김영하씨가 미당을 이렇게 정리했다.미당의 문학적 성취와 몇 편의 친일시 및 80년대 신군부 찬양 등의 행적 사이에 고향 고창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미당을 기리기 위해 추진됐던 미당 시문학제가 취소되고, 질마재문화축제가 미당을 기리는 행사로 근근이 유지되는 정도다. 생가에 만든 미당시문학관 또한 지역에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대법원이 지난달 인촌 김성수에 대해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판정하면서 미당과 비슷한 문제에 맞닥뜨리게 됐다. 대법원 판결 이후 서울시는 서울대공원 내 김성수동상 철거를 심의할 예정이며, 고려대 학생들은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고창에도 기념물로 보존되고 있는 인촌 생가가 있고, 인촌로가 도로명으로 사용되고 있어 향후 인촌 지우기논란이 예상된다.대법원이 판정한 반민족친일 행위를 누구도 덮거나 감쌀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한국 근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전북의 대표적 인물을 하루아침에 무작정 내칠 수도 없는 안타까운 노릇이다. 공과 과를 함께 큰 품으로 안았으면 좋겠다. 그게 고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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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7.05.24 23:02

장미

아파트 담장위로 진분홍 장미꽃이 활짝 폈다. 옛날 시골집 울타리에서 흔히 보던 것과 똑같은 꽃이다. 서로 고개를 쳐들고 자태를 뽑내고 있지만, 별다른 특징이랄 것도 없는 평범한 크기와 모양도 흔하디흔한 장미다.장미는 그 종류가 수 만 가지나 된다고 한다. 사람들이 기존 품종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관상용으로 재배되기 시작한지도 3000년이 넘었다고 하니 이처럼 종류가 많은 것도 당연할 것이다. 지금도 연간 200여종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장미의 인기는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 사랑의 고백에도 쓰이고, 결혼식 부케에도 들어간다. 입학식이나 졸업식장에도 등장한다. ‘사랑의 사자’, ‘행복한 사랑’ 등의 꽃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색깔에 따라서 꽃말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붉은 장미 봉오리는 순수한 사랑과 사랑의 고백을 뜻하고, 붉은 장미는 사랑과 욕망, 열정, 기쁨을 나타낸다. 하얀 장미 봉오리는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입니다’는 뜻을 담고 있고, 하얀 장미는 빛의 꽃으로 존경과 순결, 매력을 뜻한다. 또 주황색 장미는 첫사랑을 뜻하고, 노란 장미는 성취와 우정을 의미한다. 보라색 장미는 영원한 사랑을 표현하며, 흑장미는 ‘당신은 영원히 나의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그렇다면 우리 아파트 담장에 피어 있는 분홍색 장미는? ‘단순’과 ‘행복한 사랑’을 나타낸다고 한다. 가장 흔하고 평범해서 다소 식상하게 생각했는데 어찌보면 아파트 단지에 가장 어울리는 믿음직스런 색깔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재미있는 것은 ‘얻을 수 없는 것’ ‘불가능한 것’이라는 꽃말을 가진 파란장미다. 파란장미는 원래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장미에는 파란 색소를 만드는 효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란 장미’의 꽃말이 ‘불가능’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파란장미를 만들기 위해 매달려왔고, 2004년 일본의 식음료 기업인 산토리홀딩스가 마침내 성공했다. 팬지에서 파란색소를 만드는 유전자 ‘블루진(Blue Gene)’을 추출해 장미에 이식한 것으로, 완전한 파란색은 아니지만 현재까지는 파란장미에 가장 가깝다.파란장미의 등장은 불가능의 극복을 의미한다. 지금은 파란 장미의 꽃말도 ‘기적’ ‘포기하지 않는 사랑’ 등을 뜻하게 됐다고 한다. 다소 상업적이긴 하지만, 지치고 힘든 젊은이들에게 꽃 선물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좀 더 자연스러운 색깔의 파란 장미가 우리나라에서 조만간 개발돼 젊은이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5.23 23:02

적폐청산

이번 대선은 촛불민심이 보수로 뭉친 태극기 세력을 제압하고 승리했다. 국민 80%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바란 것이 장미보궐선거로 이어지면서 민주당 문재인후보가 41.1%로 당선됐다. 민심은 군주의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잘못해서 성나면 갈아 엎기도 한다는 것.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평균 IQ(지능지수)가 105로 유태인보다 머리가 좋다. 무혈혁명으로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광장혁명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고 미완으로 끝난 동학혁명을 완성시켰다.도민들이 64.8%라는 압도적인 표를 문 후보에게 준 것은 다름 아닌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였다. 전북의 정치 지형은 지난 4·13 총선 때 녹색바람이 불어 국민의당이 민주당을 제치고 7석을 차지했다. 1년만에 치러진 대선에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총선 때 민주당을 잘못했다고 준엄하게 꾸짖은 것이 대선 때 약발을 받았다. 총선때만 해도 도민들은 민주당에 약이 오를대로 올라 있었다. 그간 전폭적으로 밀어준 결과가 지역 낙후냐며 신생 국민의당의 손을 잡아준 것. 국민의당은 큰 노력없이 정동영까지도 가까스로 당선되는 쾌거를 맛보았다. 국민의당이 잘해서 광주 전남북을 쓴게 아니라 그간 민주당이 잘못해서 반사이득을 취한 것이었다.민심은 언제든지 회초리를 들어 잘못하면 바꿔 버린다. 과거처럼 멍청스럽게 잘못해도 공천만 받으면 찍어 주는 게 아니라 이제는 촛불집회를 통해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에 국민주권시대에 맞게 주권을 올곧게 행사한다. 정치인들이 공천권자 보다도 유권자에게 더 정직하게 다가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늦가을부터 대다수 국민들이 추위와 싸워가며 국정농단 세력인 박 전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내서 민주주의를 지켜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제는 도도하게 발전해 가는 역사의 흐름을 막지 못한다.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민과의 약속을 속시원하게 지켜가고 있다. 신의 한수 마냥 검찰개혁을 내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완료하기 위해 조국 서울대교수를 민정수석으로 앉히면서 서울중앙지검장을 특검에 참여했던 윤석열 대전고검검사를 임명함으로써 국민들을 카타르시스에 젖게 했다. ‘돈 봉투 만찬’파문으로 감찰대상에 오른 우병우 전 민정수석 라인이 검찰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다음 적폐청산 대상은 박 전대통령 집권으로 어물쩡하게 넘어간 이명박 4대강사업, 방산, 해외자원개발 비리 등이다.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내서도 엉터리 같은 단체장이나 자기이익을 챙기려고 혈안이 돼 있는 지방의원을 팽시켜야 한다. 재선에 성공하려고 자기편한테는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대신 반대파에게는 국물도 없다는 식으로 인기영합주의에 몰두하는 단체장은 적폐청산 대상이다. 인사나 사업발주를 놓고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는 단체장은 시간만 남았다. 촛불집회를 거친 동학의 후예들은 교언영색형의 단체장을 아웃시켜야 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5.22 23:02

시인 이광웅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광주의 그날’ 즈음이면 생각나는 시인이 있다. ‘오송회’사건 주모자로 구속됐던 이광웅 시인이다. ‘오송회’ 사건은 1982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고교 교사 간첩단 사건’이다. ‘반국가 단체인 북한을 찬양 고무하고 용공사회주의 국가건설을 기도했다’던 이 사건은 2008년 재심에서 고문에 의한 조작사건으로 무죄를 입증 받았다. 시인은 이미 작고한 후였다. 시인은 중고등학교시절부터 뛰어난 문학적 재능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70년대 초반에 국어교사가 되어 좋은 교사, 좋은 시를 쓰는 시인으로 살고자 했지만 ‘오송회’사건으로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를 시인으로 세상에 알린 것은 투옥 중 출간된 첫 시집 ‘대밭’이다. 그의 누이들이 가지고 있던 시 원고를 엮어 펴낸 ‘대밭’은 분단의 비극, 입시위주의 교육현실 등 시대를 직시하면서도 서정성을 잃지 않았던 시인의 문학과 삶을 독자들에게 안겼다. 이어진 시집이 ‘목숨을 걸고’다. 사면조치로 석방 된 2년 후 펴낸 ‘목숨을 걸고’는 더 치열해진 시대정신의 불꽃이었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하라는 호소로 무디어져가는 민주화 정신을 다시 깨워낸 그의 시편들을 두고 문익환 목사는 ‘극도로 절제된 언어, 극도로 절제된 서정의 세계’라 평했었다. 고문 후유증에 위암까지 얻은 그가 1992년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세 번째 시집 ‘수선화’가 출간됐다. ‘내 생애에서의 영원이란/ 그 해 봄/ 내게 머나먼 압록의 강물같이나 바라뵈던 복직이/명절같이나 찾아와/떠나야했던 교직에 또 몸담아 살면서/귀여운 소년 소녀들에게 평화로이 우리 국어를 가르치던/그 학교/그 교정/그 화단 가운데/수선화 피인/갠 날이다. -수선화-’그러나 ‘생애에서의 영원’이라할 만큼 찬란했던 순간은 전교조 해직교사가 되는 바람에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끝이 났다. ‘터무니없이 맑으면서도 역사의 토양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시로 현실과 시대정신을 일깨웠던 순정했던 시인이 생각나는 오월. 37주년을 맞은 올해 5월 18일 광주 5.18민주묘지에서는 9년 동안 억압(?)받았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생명을 얻었다. 5월 광주의 실상에 괴로워하고 분노했었던 시인의 맑은 웃음이 생각난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5.19 23:02

이건식 시장의 사퇴

중국 한나라 때 쓰여진 책 회남자(淮南子)에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나온다. 변방에서 노인이 기르는 말이 어느날 오랑캐 땅으로 가버렸다. 노인은 적국으로 넘어가 말을 찾아올 엄두가 나지 않아 낙담했다. 그런 어느날 그 말이 준마를 데리고 돌아왔다. 노인은 매우 기뻤다. 그것도 잠시, 그의 아들이 준마를 타다가 낙마, 절름발이 신세가 됐다. 노인은 장애 아들을 보며 시름에 잠겼다. 하지만 아들은 장애 때문에 전쟁터에 나가지 않아 목숨을 건졌다. 지난 11일 대법원은 황숙주 순창군수의 부인 권모씨가 공무원 채용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사건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권 씨는 지난 2013년 4월 지인 A씨의 아들을 기간제공무원으로 채용해주겠다며 또 다른 지인을 통해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음으로써 치욕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던지게 됐다. 부인의 재판이 깨끗하게 마무리됨에 따라 황군수도 군정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를 속시원한 자세로 임하게 됐다. 반면 부패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건식 김제시장은 원심에 이어 지난 12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시장은 지난해 12월8일 특정사료업체의 물품을 시 예산으로 구입해 줘 김제시에 16억 원대의 손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배임)로 징역 1년6월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지난 3월 보석으로 풀려났었다. 이시장의 보석과 감형(집행유예)에서 특기할 점은 그가 혐의를 인정하고 1억원 공탁 등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한 행위를 법원이 긍정적으로 받아줬다는 사실이다. 새옹지마 결론을 바라는 이시장으로서야 고마운 일이겠지만, 코미디 같은 일이다. 이시장은 사건 초기 극구 혐의를 부인했다. 벼랑 끝에 몰려 변명이 통하지 않자 1억원 공탁 등을 하며 재판부에 거래를 청했다. 자백과 공탁으로 감형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뻔한 수법인데, 법원은 스스로 죄를 자백했다며 현직시장의 부패혐의에 대해 가벼운 잣대를 들이대고 말았다. 이게 법 정의인가. 문재인대통령 당선은 박근혜 부패에 대한 반발이다. 공직사회부터 정의가 바로서는 나라를 원하는 민심이다. 이건식시장에 대한 감형, 어차피 시장직 박탈형 아니냐고 강변하겠지만, 촛불 민심에 반하는 판결이다. 현시점 가장 큰 묘수는 이시장의 자진사퇴다. 그래야 등 굽은 소나무, 고향 지키며 새옹지마를 바랄 수도 있을 것 아닌가.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5.18 23:02

"요즘 이게 유행이래"

문재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의 관심사다. 평소 같으면 얘깃거리도 안 될 소소한 대통령의 일상들이 연일 언론과 SNS 등을 통해 화제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출근길에 시민들과 셀카를 찍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청와대 참모들과 커피를 들고 산책에 나선 일, 청와대 직원식당에서 줄을 서 점심을 먹는 모습, 유기견이 청와대에 입성해 ‘퍼스트 도그(First Dog)’가 됐다는 등등. 잔뜩 힘을 준 권위주의적 대통령들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의도적 연출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일련의 행보들이 국민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로 이사한 후 첫 출근길에서도 소탈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부인 김정숙 여사가 대통령의 팔짱을 끼는 모습이나, “여보, 잘 다녀오세요”라고 건네는 인사가 영락없는 보통사람이었다. 김 여사는 배웅 인사를 마친 뒤 대통령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대통령의 바지가 짧다며 옷매무새를 다듬었고, 문 대통령은“요즘엔 이게 유행이래”로 응수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부부의 격의 없는 모습과 대통령의 센스를 치켜세웠다.신임 대통령과 관련해 늘 우선적으로 화제가 되는 게 대통령과 영부인의 옷차림이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인 트럼프 멜라니아가 패션모델 출신이라는 점과 더불어 대통령 취임식때 어떤 옷을 입을지 언론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옷을 만든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옷에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세심한 부분까지 분석하는 기사가 따랐다. 프랑스 신임 대통령 마크롱이 취임식에서 입은 옷이 고가의 명품처럼 보이지만 실은 55만원 짜리 중저가 기성복이라는 소식도 외신을 탔다. 우리의 경우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옷과 관련해 많은 화제를 뿌렸다. 취임 당일 행사장 마다 각기 다른 옷을 입었던 사실을 두고 언론은 ‘5색 패션 정치’등으로 대통령의 패션정치에 관심을 뒀다. 그 대통령은 세월호 직후 한미정상회담서 부적절한 옷차림(화사한 색)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최순실 사태때 옷값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옷이 날개가 아닌, 패션정치의 파국이었던 셈이다.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취임식때 과거 대통령과 영부인들이 입은 한복패션과는 다른 정장차림이었다는 것도 화제가 됐다. 지도자의 패션이 화젯거리일 수 는 있으나 그 본질은 아니다. 문 대통령 부부의 취임 후 행보는 국민들과 편하게 소통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그 의지가 끝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5.17 23:02

공짜

세상에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공짜란 행운이자, 불로소득이다. 그에 합당한 노력이 없거나 미흡해서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굴러 들어온 복덩어리다. 누가 이를 문전박대할 수 있겠는가?옛말에도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고 했다. 양잿물은 가성소다이다. 부식성이 강한 독극물로 많이 먹으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마다하지 않고 먹겠다는 것은 공짜에 대한 인간의 유혹이 얼마나 강한지를 말해준다.그러나 유혹은 강할수록 독성이 있는 법이다. 한 가난한 농부가 있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점차 땅을 늘렸지만, 욕구를 채우기에는 항상 허기가 졌다. 결국 악마의 유혹에 빠져서 땅을 매매하기로 거래를 한다. 땅의 면적이 아니라 ‘하루동안’에 1000루불을 주기로 했다. ‘하루동안’이라는 것은 아침에 출발해서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걸어서 돌아오면 그 안쪽의 땅을 모두 차지하는 것이었다. 농부는 아침 일찍이 서둘러 떠났고, 눈 앞의 비옥한 경작지에 이끌려 출발지에서 자꾸만 멀리 갔다. 욕심을 억누르며 옆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이미 너무 멀리 왔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 기를 쓰고 내달렸지만, 결국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고 만다. 농부의 이름은 바흠이었고, 그가 마지막으로 차지한 것은 2m도 안되는 작은 땅이었다. 톨스토이의 러시아 민화집 ‘인간에게 땅은 얼마나 필요한가’의 이야기다.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한 두 번쯤의 횡재 경험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것이 과연 횡재이고 공짜일까? 내가 길 가다가 우연히 주은 1만원짜리는 오늘 아침 누군가가 떨어뜨린 뒤 아쉬워하는 돈이고, 내가 우연히 받게 된 용돈은 나를 둘러싼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베푼 호의일 것이다. 결국은 상대가 있는 제로섬 게임으로 누군가 얻으면 누군가 잃게 되는 것이다. 흔히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한다. 시식코너의 음식도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고, 여성들이 화장품을 사면 받을 수 있는 맛사지도 화장품 가격에 포함돼 있다. 결국 공짜에는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요구하는 마음이 알게 모르게 배어 있는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전북에서 64.8%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전국에서 최고의 지지율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전북 도민들의 지지가 가장 높다는 것은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문 대통령이 도민들의 기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5.1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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