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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의 명창이야기] (23)학식 높았던 명창 김연수(1)-출생과 학업

지난 주까지 연재했던 임방울과 동시대를 살았던 소리꾼 중에서 임방울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김연수였다. 판소리계에서는 김연수가 호를 동초(東超)라고 했기 때문에 늘 그를 동초 김연수라 부르고, 그가 후세에 물려준 소리를 '동초 김연수 바디 판소리', '동초제 판소리' 등으로 부른다. 김연수는 소리꾼 중에서 최초로 근대식 교육을 받은 소리꾼이었다. 그래서 소리꾼이 된 뒤에 김연수가 걸어간 길은 다른 소리꾼과는 상당히 달랐다. 이제 그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김연수는 1907년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 대흥리에서 태어났다. 임방울보다 2년 뒤에 태어난 것이다. 그래서 후에 임방울과 같이 공연을 하게 되면, 연장자가 뒤에 출연하는 공연 관습 때문에 늘 김연수가 임방울 앞에 나와서 소리를 했다.금산면은 소록도 곁에 위치한 섬 거금도의 행정구역명이다. 조선시대에는 말목장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김연수는 이곳 세습 무당 가계에서 태어난 것으로 최근 확인되었다. 거금도는 상당히 큰 섬이었는데도 섬 전체가 한 사람의 무당이 관리하는 구역이었다고 한다. 김연수의 어머니 박득복은 바로 이 거금도의 세습 무당으로서 당골판을 관리했다고 한다. 김연수가 서울로 이사를 간 뒤에는 완도 평일도에 살던 이종사촌 김복만 내외가 당골판(당골 관리 구역)을 인계받아 관리했다고 한다.김연수는 2남2녀 중 장남인데, 그의 여동생 김순심은 무당의 딸이라는 조롱을 견디지 못해 보통학교 3학년 때 중퇴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김연수는 형제들을 다른 아이들이 괴롭힐 때면 아주 강하게 응징을 해서 '차돌마치'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김연수의 굳센 기질은 어렸을 때부터 이미 정평이 있었던 모양이다.김연수는 어려서부터 한문 공부를 했는데, 그의 스승은 친구 노희상의 아버지인 노연수였다. 노연수는 고흥 지방에서 노박사로도 일컬어질 정도로 알아주던 한학자였는데, 김연수는 그에게서 열네 살까지 9년 동안이나 한문을 공부했다고 한다. 아마도 공부를 해서 천대받는 처지로부터 탈출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김연수는 이후에 상경하여 서울에 있는 중동중학을 다녔다고 하였다. 일제강점기에 중학교를 다녔으면 상당한 식자층에 속한다. 일제강점기 중학교는 5년제로서 지금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합친 학제였으며, 당시 우리나라의 4년제 대학은 1924년 설립된 경성제국대학이 유일했고, 서너 개의 전문학교가 있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중동중학교의 학적에서 김연수가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분명히 김연수 자신이 쓴 연보에는 1927년에 중동중학을 수료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목포대학교의 이경엽 교수가 학적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1924년부터 1930년 사이의 졸업대장에 김연수라는 이름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창회에서 제작한 「중동 80년사」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으로서는 공식적인 문서로는 중동중학 졸업이 확인이 안 되고 있지만, 김연수 본인이 그렇게 말했으므로 일단 중동중학을 졸업한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앞으로 정확하게 확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김연수는 자신이 쓴 연보에서 중동중학 졸업 후 집에서 지내다가, 스물아홉 살이 되는 1935년 순천의 성정수 집에 머물고 있던 유성준을 찾아가 <수궁가> 전편을 배웠다고 하였다. 자신의 말에 따르면 유성준을 만나기 전까지는 판소리를 전혀 배운 바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서울에서 학업을 마치고 귀향한 후 축음기를 들으며 판소리를 배우고 익혔다고도 한다. 어떻든 김연수는 매우 늦은 나이에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분명하다. 임방울이 1929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데뷔한 데 비하면, 김연수의 판소리 학습이 얼마나 뒤늦은 것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최동현(군산대 국문과 교수)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10.03.15 23:02

동양화의 전통을 뛰어넘는 두 여성화가

동양화는 자고로 한지에 먹으로 그린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자기 색깔로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표현하는 여성 동양화가 두 명이 나란히 개인전을 열고 있다. 청담동 표갤러리 사우스에서 열리는 홍지윤의 전시는 '라이프 이즈 컬러풀'이란 제목처럼 전통적인 동양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다채로운 색감이 먼저 강렬하게 눈을 사로잡는다. 오방색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채색한 꽃 그림은 현대적이지만 동양화의 몰골법을 이용해 윤곽선 없이 자연스런 붓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검게 칠한 한지 위에 동양화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형광색 물감으로 그린 꽃이 피어나고 꽃 사이사이에는 작가가 써 넣은 시(詩)가 자리를 잡았다. 영상이라는 첨단 매체와의 결합도 시도했다. 수묵 그림에 자작시를 담아 만든 영상에는 전통과 현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함께 담겼다. '퓨전 동양화가'라는 수식어로 불린 작가는 이제 그 수식어가 지겹다는 표정이다. "이번 전시를 기반으로 해서 '퓨전'이란 딱지를 떼고 싶어요. 제 작품은 오히려 '컨버전스'(convergence.융합)에 가깝거든요. 매체가 단순히 섞이는 것을 뛰어넘어 동서고금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지점을 찾고 싶어요"전시는 30일까지 계속하고 4월1~20일 이태원동 표갤러리 서울 신관으로 장소를 옮긴다. ☎02-511-5295. 다소 '파격적'으로 보이는 홍지윤의 작품에 비해 4월2일까지 청담동 카이스갤러리에서 전시되는 김보민의 작품은 좀 더 전통 동양화에 가깝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도 역시 전통과 현대가 교묘하게 뒤섞여 있다. 모시의 질감을 살려 고색창연하게 배경을 처리한 그림은 언뜻 보면 오래된 지도 같다. 삼청동, 화동, 가회동 등 서울의 오래된 동네를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듯한 부감법으로 묘사한 그림은 옛 풍경을 담은 듯 하다. 하지만 한 번 더 들여다보면 옛 풍경에는 현대적인 건물이 자리 잡았다. 옛 풍경과 현대의 모습을 한 화면에 담아내는 것 외에 작가는 과거의 모습은 전통적인 붓질로 표현하지만, 현대 건물의 선은 라인테이프로 묘사하는 방법으로 전통과 현대를 어색하지 않게 조화한다.

  • 전시·공연
  • 연합
  • 2010.03.15 23:02

시련을 음악으로…재즈가수 멜로디 가르도트

미국 출신 재즈 싱어송라이터 멜로디 가르도트(Melody Gardotㆍ25)는 교통사고로 인한 시각과 인식 장애를 음악으로 승화한 음악가다. 19살 때 자전거를 타고 가다 차량과 충돌해 골반과 척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아침에 한 일을 저녁에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문제가 생겼다. 눈도 빛에 과민해져 지금도 선글라스를 항상 써야 한다. 가르도트는 장기간 입원하며 치료받던 중 담당 의사의 제안으로 음악 치료를 받게 됐다. 병상에서 기타를 배우고 곡을 쓰며 휴대용 녹음기에 자기 곡을 녹음했다."자동차에 치여 오랜 시간 걸을 수 없을뿐더러 계단을 오르는 일조차 이제는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겼죠. 지금의 이 모습을 회복하기까지 수년이 걸렸어요."첫 내한공연을 앞두고 14일 이메일 인터뷰를 나눈 가르도트는 힘든 지난 시간을 이같이 기억했다. 어려움을 극복한 점 때문에 '여성 스티비 원더'라는 별명을 지닌 그가 16일 오후 8시 서울 연세대백주년기념관에서 공연한다. 어린 나이에 겪은 시련 때문인지 가르도트의 음악과 음색은 20대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연륜이 느껴진다. 서정적이면서도 짙은 호소력이 특징이다. "음악가는 마음에서 들리는, 즉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사진처럼 잡아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전체 사운드를 듣고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아야 하죠. 저는 되도록 들리지 않는 음, 다시 말해 음과 음 사이의 연관성을 찾으려고 하고 이에 집중하죠."역경을 이겨낸 가르도트에게 보낸 대중의 반응은 따스했다. 2008년 발표한 데뷔 앨범 '워리섬 하트(Worrisome Heart)'는 빌보드 재즈 차트 2위를 기록했으며, 작년 발매한 두 번째 앨범 '마이 원 앤 온리 스릴(My One and Only Thrill)' 또한 빌보드 앨범 차트와 일본 팝 차트 2위까지 올랐다. 캐나다 몬트리올과 스위스 몽트뢰 등 재즈 페스티벌에서는 전회 매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두 번째 앨범에서 제가 좋아하는 곡은 '마이 원 앤 온리 스릴'과 '딥 위드인 더 코너스 오브 마이 마인드(Deep Within The Corners Of My Mind)'예요. 두 곡 모두 편안한 상태에서 만들었죠. 오케스트라의 도움으로 음악이 더 감성적으로 들립니다"가르도트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앨범에서는 느끼지 못할 활기찬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앨범과 달리 공연은 더 활기차고 다양하게 진행할 생각입니다. 앨범과는 다른 제 모습을 기대하세요."

  • 전시·공연
  • 연합
  • 2010.03.15 23:02

[전시] 이강산 개인전 '그 자연 속으로'

동양화가 이강산씨(29)의 화폭은 색을 덧칠해 견고한 밀도감이 있다.첫 개인전이 색으로만 담아낸 자연이었다면, 두번째 개인전은 나무와 산으로 구체화시키면서 색을 바르고 긁어 표현한 자연이다. 12일부터 18일까지 전북예술회관 1층 2실에서 열리는 이강산 개인전 '그 자연 속으로'."먹을 입힌 화면에 색을 바르면서 긁어내고 찢는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한국화 특유의 담백함을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해보니 나름의 맛이 있네요."작품은 가일층 화사하다. 자연이 주는 이미지를 '확' 끄집어내고 싶었다는 그는 노란색과 옥색을 통해 산뜻함을, 빨간색을 통해 열정을 드러냈다. '집으로 가면'은 화면의 2/3가 붉은색으로 도배된 작품으로 강렬함으로 압도된다. 따뜻함이나 안온함 보다는 좀 더 치열하게 작품활동을 하고픈 작가의 바람이 담겼다고 했다.색만으로도 자신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게 작가이고 싶다는 그는 먹이나 아크릴을 혼합한 기법도 시도하겠다고 욕심을 냈다. 자연이라는 주제는 동일하게 끌고 가되, 기법과 형식에서 변화를 시도하면서 자신만의 그림을 찾고 싶다고 덧붙였다.정읍 출생인 그는 단국대와 전북대 미술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그의 개인전은 19일부터 5월30일까지 정읍 문화공간 선돌 전시실에서도 계속된다.

  • 전시·공연
  • 이화정
  • 2010.03.12 23:02

[공연] 봄바람 타고 들려오는 '달콤한 재즈 멜로디'

웅산이란 이름은 열여덟에 비구니가 되기 위해 충북 단양의 한 절에 들어가 수행시간을 보낸 그의 법명에서 유래한 것. 대학시절 록 음악을 했지만, 친구가 우연히 건네준 빌리 홀리데이 음반을 듣고 재즈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다.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디바 웅산. '재즈보컬 웅산의 화이트데이 콘서트-윈디 스프링(Windy Spring)'이 14일 오후 5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다.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웅산은 카리스마 있는 중저음의 매혹적인 보이스로 객석을 압도한다. 타고난 그루브감과 블루스적인 해석은 그의 최고의 장점이자 무기. 정통 재즈에 21세기의 모던한 편곡을 가미,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강렬하게 관객들을 매료시킨다.이번 콘서트에는 브라스밴드로 구성된 캄보밴드(Combo Band)와 함께 한다. 딕시, 스윙재즈, 보사노바, 펑키까지 올드&뉴 음악스타일을 만날 수 있다.2003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발매돼 화제가 됐던 첫 앨범 'Love Letters'를 시작으로 곧 발매될 'Close your eyes'까지, 웅산의 깊고 강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는 무대다.화이트데이에 열리는 공연인 만큼 관객들을 대상으로 커플사진 이벤트와 영상 프로포즈 이벤트가 함께 진행된다.

  • 전시·공연
  • 도휘정
  • 2010.03.12 23:02

[전시] 인간의 빌딩 숲, '수묵의 색'으로 덧칠하다

동양화가 이철량씨(58·전북대 미술학과 교수)에게는 도시는 삭막한 인공물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과 함께 숨쉬고, 부대끼는 또 다른 자연에 가깝다."도시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빌딩이 올라갔다가 무너집니다. 도시가 갖는 자생력이 자연의 자정력과 비슷하다고 여겼어요. 도시 속 깊은 고요는 인간 본연의 고독과 맞물립니다. 도시와 인간은 그렇게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동반자죠."12일부터 4월 22일까지 완주오스갤러리·임실오스아트하우스·교동오스·오스아트스퀘어에서 열리는 '도시적 사유전'은 차가운 도시의 빌딩숲을 인간의 실존적 사유와 접목시킨 전시다. 도시를 소재로 한 초기작부터 근작에 이르기까지 총 60여 점이 나뉘어 걸린다.도시 개발 이전의 모습과 고층 건물로 빼곡히 들어찬 모습은 강한 수묵으로 구성됐다. 검은 수묵 숲에 등장하는 인간은 도시에서 하루하루 부지런히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 수묵의 반복적 구성은 인간의 깊은 사유를 드러내고, 원근감을 생략한 구도는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자연을 관념적으로 보면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을 표현하는 게 동양화의 특징이죠. 전주 백제로를 달리다 보면, 무더기로 있는 빌딩과 그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빈 공간이 하나의 커다란 조형물로 보입니다. 이런 여백이 오히려 도시의 형태를 뚜렷하게 보이도록 만들어요.""내 가족과 내 이웃의 삶이 엮인 거대한 도시를 가슴으로 바라보고 싶었다"는 그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건네주는 도시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도시적 사유를 캔버스에 담아내 세련되면서도 깔끔한 맛을 살렸다. 재료나 형식의 변화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픈 작가의 욕심이 담겼다.'도시의 사유전'은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토포하우스에서도 열린다. 300호가 넘는 대작이 여러 점 걸려 인간과 도시의 관계적 사유를 더욱 묵직하게 보여준다.작가 스스로 생각의 틀을 깨야 그림도 새로워질 수 있다는 철학과 고민이 반영된 전시. 도시숲을 소재로 한 다양한 주제와 변주는 앞으로 계속될 것 같다.순창 출생인 그는 홍익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서울과 전주, 광주 등에서 꾸준하게 수많은 전시를 해왔다.

  • 전시·공연
  • 이화정
  • 2010.03.12 23:02

[공연] 신명난 소리로 여는 春

'국악관현악으로 여는 봄'.해마다 객석이 차고도 넘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이선형) 관현악단의 신춘음악회가 11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열린다.이번 음악회는 곡도 봄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춤과 판소리, 봄에 잘 어울리는 악기들과의 협연으로 봄 기운이 가득하다.'춘향가' 중 어사가 된 이도령과 춘향이 재회하는 대목인, 판소리와 관현악 '이화춘풍 새봄이 들어'는 '2008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장원을 차지한 박영순 창극단 수석의 소리가 살아날 수 있도록 관현악 선율과 중복되지 않으면서도 보비위(補脾胃)하도록 관현악을 편곡했다. 한국춤과 관현악은 2009년 송년국악공연 위촉곡인 '연풍대'에서 만난다. 소고잡이놀음을 음악으로 옮긴 '연풍대'에 맞춰 이은하 무용단 수석이 춤을 춘다.거문고와 관현악 '강상유월'은 강 위에 달이 노니는 풍경을 담았지만, 거문고 특유의 주법과 다양한 리듬으로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영역과 만나고 있는 곡이다. 위은영 관현악단 수석이 협연한다.KBS국악관현악단 수석 김경아를 초대해 태평소와 관현악 무대도 펼친다. 따뜻하고 섬세한 느낌의 '오버 더 레인보우'를 음역이 좁은 태평소가 주선율이 되어 연주, 색다른 느낌을 전하며 영화 '산체스의 아이들'에 삽입된 곡을 태평소 협주곡으로 편곡한 '산체스'도 들려준다.올해 신춘음악회 위촉초연곡은 안태상의 '하늘 그리고 별'과 정동희의 '대지의 춤'. 류장영 관현악단 단장 겸 지휘자는 "정동희 작곡가는 오래전부터 위촉하고 싶었던 역량있는 작곡가"라며 "2007년 우리 신춘음악회를 통해 관현악 창작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줬던 안태상 작곡가와 함께 새로운 곡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공연관람은 무료. 국악원 홈페이지(www.kukakwon.or.kr)를 통해 인터넷 예약을 받고 있으며, 공연 당일 선착순으로 좌석권을 배부한다.

  • 전시·공연
  • 도휘정
  • 2010.03.11 23:02

'딱딱한 클래식과 친해지기'…예술계 명사들, 마이크 잡았다

왠지 설레이는 금요일 오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이인권)이 매주 둘째주 금요일 '행복한 11시의 음악이야기'를 시작한다.3월부터 6월까지 진행되는 '행복한 11시의 음악이야기'는 문화강좌와 해설이 있는 음악 감상을 겸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음악 감상회' 시리즈.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는 팁부터 오페라나 아리아, 또는 뮤지컬 넘버에 관한 에피소드까지 평소 접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예술계 명사들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다.12일 오전 11시 소리전당 명인홀에서 열리는 첫 음악이야기는 '콧수염 바리톤'으로 더 유명한 김동규의 '불멸의 오페라 아리다와 음악여행'. 남성적이면서도 중후하고 멋진 목소리를 가진 김동규는 대중적으로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2008년부터 '김동규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콘서트'를 해마다 열고 있으며, 현재 CBS라디오 '아름다운 당신에게'도 진행하고 있다.그밖에도 4월 9일 '난타'를 만들어낸 탤런트이자 문화기획자 송승환의 '화제의 뮤지컬 넘버와 문화예술의 세계', 5월 14일 클래식 방송 진행자이자 음악 칼럼니스트인 윤전경의 '즐거운 아름다운 다양한 클래식 세계', 6월 11일 박명성 뮤지컬 프로듀서의 '뮤지컬의 세계-비틀즈 음악과 뮤지컬 맘마미아'가 이어진다.참가비 1만5000원. 참가자들에게는 커피와 쿠키가 제공된다. 문의 063) 270-8000

  • 전시·공연
  • 도휘정
  • 2010.03.10 23:02

인디밴드 공간 '레드 제플린' 4년만에 다시 연 정상현 대표

2002년 전주 기린로 골목의 한 낚시점 지하에 자리잡은 '레드 제플린(LED-ZEPPELIN)'은 인디밴드들이 숨쉴 수 있는 몇 안되는 공간이었다. 4년 만에 문은 닫았지만, 꽤 많은 팀들이 다녀갔다."먹고는 살아야 하니까요. (웃음) 농수산물 공판장에서 10년 동안 배추 나르고 야채 배달하고 번 돈, 그 때 다 까먹었어요. 이제는 가능성도 보이고, 옛날에 겪었던 시행착오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시 도전했습니다. 사실 유지만 되면 다행일 것 같아요."지난달 말 다시 문을 연 아트 스페이스 '레드 제플린'. 위치도 전주시내 한복판 옛 프리머스 영화관 3층으로 옮겼다. 하지만 전설적인 밴드 '레드 제플린'이란 이름은 그대로. 정상현 대표(38)는 "음악적 영향력도 크지만, 드럼 연주자가 죽은 뒤 활동을 중단한 전무후무한 밴드"라며 "음악하는 뮤지션들이 닮았으면 한다"고 말했다."서른 넘으면서 밴드는 접었어요. '크리에이션' 활동도 했었고, 카드 대란 때는 멤버들이 전부 신용불량이라 '신용불량'이란 밴드도 만들었었죠. 얼마전까지는 재미로 나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시즌 원'으로 활동했었어요."그 역시 밴드에서 활동했던 베이스 주자. 고등학교 연합고사를 치른 뒤 친구들과 처음으로 밴드를 결성했다. 당시만 해도 '시나위' '부활' '들국화' 등 락밴드가 많이 활동하던 시절. 그는 "공부도 곧잘 했던 것 같은데 음악에 빠져 졸업할 때는 꼴등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웃었다. 물론, 밴드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한시간을 걸어 도착한 지하 연습실에서 기타 줄이 끊어질 때까지 연습하고 라면만 끓여먹던 시절이 있었다.'레드 제플린'을 접은 동안에도 악기를 판매하고 대여하는 '기타 플랜트'와 밴드 연습실 '아이 러브 락앤롤'을 운영하며, 인디밴드나 대중음악 공연을 기획하는 일을 꾸준히 해왔다. 그는 "고등학교부터 대학생, 직장인밴드까지 합하면 전라북도에만 200여개 팀이 있는데, 그런데도 공연할 곳이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복합적인 공간으로 운영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많이 오면 기획공연을 할 수 있는 여건도 더 좋아질 테고, 서로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공공적 성격을 더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밴드 앨범이나 음악 관련 티셔츠, 액세서리를 물물교환하거나 사고파는 아트마켓도 준비하고 있어요."13일에는 프로야구 출신 이상훈이 몸담고 있는 'What', 21일에는 홍대 유명 인디밴드 '네미시스', 26일에는 전북지역 대학생 동아리 밴드, 4월 3일에는 아트마켓, 4월 10일에는 직장인 밴드의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레드 제플린'은 인디밴드부터 학생·직장인·동아리 밴드까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330m²(100여평) 정도 되는 공간에, 무엇보다 악기와 음향에 많은 투자를 해 밴드들에게 인기가 좋다. 객석도 의자를 고정시켜 놓지 않아 스탠딩으로 즐길 수 있다. 대관료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창작음악발전소'라고, 법인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 공간과 창작하는 뮤지션들을 결합시켜 앨범도 내고, 지역 축제와도 연계하고 싶어요."정대표는 "홍대 클럽문화가 잘된 면도 있지만, 자본이 들어오면서 부터 문제도 생기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클래식이나 국악에 대한 정책적 지원만큼 대중음악에 대한 보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밴드 음악이 마니아들만의 음악이란 건 편견에 불과하다"며 "현장에 와보면 에너지가 엄청나다"고도 덧붙였다.

  • 전시·공연
  • 도휘정
  • 2010.03.10 23:02

입체·수묵·색채의 조화…더욱더 깊어진 작품세계

전주아카갤러리(관장 박지혜)가 전북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줄 작가들을 초대, '형상의 탐구전'을 열고 있다. 초대 작가는 서양화가 김철규(36) 박진영(47·부안교육청 교사) 이일순(38) 최광호(37)씨와 동양화가 권영주(49) 이봉금(36)씨.박진영씨는 상자를 자른 단면에 물감을 넣어 입체감있게 표현한 '대외적 관계' 시리즈를 선보였다. 박씨는 "평면에서 보여지는 색감은 약한 것 같아 깊이감 있게 보이도록 제작했다"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시각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전북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북미술대전 대상과 우수상 등 다수를 수상한 바 있다.최광호씨는 천이 펼쳐진 모습을 사진과 같은 묘사한 시리즈 '공존' 을 내놓았다."캔버스가 천으로 만들어졌잖아요. 천에 천을 그린다면, 이중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여겼어요. 현실과 꿈의 구별이 안 되는 세상에 대한 은유라고 할 수 있죠."작품의 묘미는 작가의 순수한 노동력이 보이는 손맛에 있다. 붓질한 흔적도 보이지 않을 만큼 정밀한 묘사가 돋보인다. 최씨는 원광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원광대를 출강하고 있다.이일순씨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착해질 것만 같은 작품 '은자(隱者)'를 비롯해 '기원'을 보여준다. 봄을 맞아 꿈꾸는 엄마가 된 자신을 나무 뒤에 숨어선 '은자'로 표현한 작품과 딸에게 전해주픈 기도와 믿음, 평화를 나무의 열매에 새겨 형상화한 작품 '기원' 모두 평화롭고 안온하다. 이씨는 전북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김철규씨는 인간의 양면성을 화두로 내세운 연작 '인체풍경'을 표현했다. 인체를 통해 끝없는 인간의 욕망을 , 호랑이와 학을 통해 인간의 희노애락을 의인화시켰다. 물감을 칠하고, 사포로 긁어 표현한 작품. 김씨는 군산대와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했다.이봉금씨는 수묵과 채색의 조화를 구현한 시리즈 '공존'을 내놓았다. 동양화에서 생략해왔던 그림자를 담묵으로 잔잔하게 깔고, 꽃과 나비가 어우러진 담백한 화폭으로 봄을 전한다. 이씨는 전북대 대학원 수료한 바 있다.권영주씨는 연꽃과 원앙이 어우러진 풍경을 통해 자연과의 합일을 전통적으로 풀었다. 오래전부터 '향기'를 주제로 내놓았던 다양한 작품의 연장선. 권씨는 원광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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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0.03.09 23:02

[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23)시(詩)와 클래식(1)

문학의 기원으로 민요무용(民謠舞踊, Ballad dance)을 주장한 몰톤(R.G.MOULTON, 1848~1924)은 민요무용은 운문과 음악, 무용이 결합된 최초의 예술형태라고 하였다. 이 민요무용에서 몸짓은 무용, 연극이 되고, 소리는 음악으로, 말은 시(詩)가 되었다는 것이다. 시와 음악은 하나이었다는 얘기다.그리스의 시와 음악도 하나이었다. 공연예술의 음악을 멜로스라고 했고, 완전한 멜로스는 선율, 가사, 춤이 하나로 묶여진 것이라고 했다. 플라톤은 멜로스를 가사, 리듬, 하르모니아(Harmonia, 조화:부분의 결합이 조화로운 전체를 이룬다는 개념)의 혼합이라고 했고, 아리스토 텔레스도 시의 요소를 선율, 리듬, 언어라고 했다. 이 멜로스에서 멜로디(Melody) 즉, 선율 혹은 가락이라는 단어가 생긴 것이다. 서정시, 서사시는 손가락으로 줄을 튕겨 소리내는 악기인 리라(Lyra)와 함께 노래하는 시를 의미했고, 비극은 '노래하는 예술'을 뜻하는 오데(Ode)를 포함하는 의미이었다.시에 선율을 붙힌 가곡은 시의 운율을 따라 아름답게 표현한 시 노래이다. 시를 아름답게 노래하는 예술가곡은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클래식의 한 장르다. 예술가곡(Art Song)은 시의 운율을 완전히 파악한 후에 그 율(律)에 맞춰 음악을 만드는 것, 따라서 작곡가는 작곡하고 싶은 시가 있으면 그 시를 자나깨나 외우고 암송하여 시의 운율을 익힌 후 작곡을 하는 것이다. 음악가는 시인이요, 시인은 음악가인 셈이다.16세기 말 각 성부가 다 똑같이 중요한 음악인 다성음악이 최고의 수준에 있을 때 '새로운 음악찾기'의 기치를 내걸고 연구와 토론을 벌이던 이태리 피렌체의 <카메라타> 그룹이 내놓은 의견은 그리스 음악은 시와 음악이 하나이어서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음악적으로 정교한 대위법적 다성음악 구조는 시의 내용, 표현을 오히려 방해한다며 태어나자마자 말을 배우고 말로써 모든 의사소통, 감정표현을 하는 인간은 따라서 말 즉 세련된 언어, 시와 하나된 음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아버지인 <카메라타> 그룹의 리더 빈첸조 갈릴레이는 그의 논문 <옛 음악과 근래음악의 대화(Dialogo-della musica antica e moderna, 1581)>에서 어떤 감정, 열정을 음악으로 전하는데 가장 큰 방해는 다성음악의 대위법적 기교라고 통렬하게 비판하며 시의 운율을 경시하고 서툴게 구성되어지는 선율이나, 시는 무시하고 다성음악 구조의 협화음, 불협화음만을 신경쓰는 음악은 추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음악은 시의 억양, 운율과 일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에 음악이 있으니 시인은 언어로 노래하고 음악가는 선율로 시를 쓴다는 것이다. 따라서 음악가는 극장에 가서 극본의 내용을 배우가 어떻게 표현하는지, 말의 억양과 운율을 어떻게 높게, 낮게, 빠르게, 느리게 표현하는지도 배워야 한다고 했다.말 즉 가사가 있는 클래식 장르는 예술가곡, 합창, 오페라, 오라토리오 등이 있다. 가사가 있는 음악에서 가사가 주인이냐 음악이 주인이냐의 논의는 옛날부터 있어온 논의이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런 말장난으로 심심풀이를 해서는 안된다.' 예술가곡(Art Song)의 시와 음악이 하나라고 하면 그런 논의는 정말 쓸모없는 논의이겠다. 분명한 것은 작곡가는 말이, 시가 훼손되지 않게 작곡해야 하고, 가수는 말이, 시가 잘들리게 노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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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10.03.09 23:02

'미슐랭가이드 그린' 한국판 나올 듯

여행 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 그린'의 한국판(版)이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8일 한국관광공사와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공사는 미슐랭 가이드 그린 한국판의 출간을 위해 이 책을 발간하는 미슐랭 가이드 극동아시아본부와 협의 중이다.미슐랭 가이드 그린은 미쉐린타이어가 발행하는 여행.관광 안내서다.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등 주로 유럽을 소개하는 책자가 많고 유럽 이외 지역으로는 미국과 일본, 홍콩.마카오만 이 책이 나왔다.한국판이 나온다면 아시아에선 일본과 홍콩.마카오에 이어 세 번째다.관광공사 관계자는 "미슐랭 가이드 그린 발간의 조건을 놓고 미쉐린타이어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협상 대상은 광고비 또는 출판비 지원의 규모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다른 정부 관계자는 "미쉐린 측으로부터 내년 초에 출간한다는 확답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공사는 또 레스토랑.호텔 평가서인 '미슐랭 가이드 레드' 서울판의 발행도 미쉐린 측과 협의 중이다.미슐랭 가이드 레드는 까다로운 평가와 검증을 거쳐 레스토랑에 등급(별 1∼3개)을 매겨 음식점 평가에서는 권위를 인정받는 책자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수준의 답변만 들은 상태다.관광공사 관계자는 "레드 가이드는 그린 가이드와 달리 재정적 후원을 받아 만드는 책자가 아니다"라며 "레드 가이드가 나오기까지는 몇 년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레드 가이드는 1년 이상 전문적인 교육.훈련을 받은 셰프(주방장급 요리사)들이 현지의 음식점을 암행하듯 찾아가 평가한 결과를 토대로 제작된다.손님을 가장해 음식의 맛이나 향, 품격은 물론 서비스 수준, 인테리어 등을 두루 따져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농식품부 관계자는 "레드 가이드는 전적으로 미쉐린 측이 발행 여부를 결정해 정부가 나선다고 될 일은 아니다"라며 "다만 전례를 보면 그린 가이드가 나온 국가는 모두 레드 가이드가 나왔다"고 말했다.정부는 한식 세계화와 연계해 2014년까지 레드 가이드가 출간되도록 한다는 목표 아래 국내 한식당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한식의 이미지나 인지도 개선에도 나서는 등 지원사격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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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0.03.09 23:02

[최동현의 명창이야기] (22)근대 문물이 만든 명창 임방울(5)―제자들

임방울이 근세 최고의 명창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누이 지적한 바와 같이 임방울은 근대가 만들어낸 명창, 최초의 수퍼 스타라고 할 만한 사람이었다. 소리꾼으로서의 임방울의 인기는 어떤 명창도 누려보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임방울의 소리는 제대로 전승되지 못하였다. 왜 그랬을까?사실 임방울의 소리가 전승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령 <쑥대머리> 같은 소리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부르고 있다. 생전에 가장 큰 라이벌이었던 김연수의 <춘향가>에도 이 <쑥대머리>가 들어 있으며, 김소희나 성우향 같은 명창의 <춘향가>에도 이 <쑥대머리>가 들어 있다. 그냥 단가처럼 이 한 대목을 부를 수 있는 소리꾼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임방울의 소리 한 바탕을 온전하게 다 전승해서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궁가>를 부르는 박화선, <적벽가>를 부르는 정철호 정도가 있을 뿐이다. 생전에는 인기 면에서 임방울을 능가하지 못했던 김연수의 경우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이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임방울의 소리가 전승이 끊어진 것도 아닌데 왜 끊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임방울의 소리를 이어서 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임방울을 능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방울의 소리를 전승한 사람들이 임방울의 기량을 따라가지 못하니, 임방울의 소리를 전승했다고 내세울 수 없고, 또 공연도 활발하게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임방울의 소리가 전승이 끊어진 것처럼 생각되었을 것이다.임방울의 소리를 잘 전승했던 사람으로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였던 임준옥(1928~1987)을 들 수 있다. 임준옥은 광주 출신이었는데, 6.25 무렵에 임방울로부터 <수궁가>와 <적벽가>를 전승하였다. 임준옥은 1980년 정읍으로 이사하여 정읍국악원에서 창악강사로 활동하였다. 임준옥은 임방울로부터 소리를 배우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하였다. 우선 공연이 많아 만나기도 힘들었는데, 오랜만에 만나면 그냥 한 대목 쓱 불러주고는, "많이 해라. 많이 하면 되느니라."라고만 말했다는 것이다.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친절한 지도를 기대할 텐데, 스승으로서의 임방울은 전혀 친절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스승의 소리를 그대로 따라서 불러가지고는 명창이 될 수 없다. 스승을 능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소리꾼들은 스승으로부터 '기둥'만 배우고, 나머지는 독공으로 갈고 닦아야 한다고 하였다. 임방울은 바로 그런 방식을 요구했던 모양이다.역시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인 홍정택(1921~ )도 젊어서 임방울의 협률사를 따라다니면서 임방울의 소리를 배웠다. 젊어서는 임방울의 흉내를 어찌 잘 내는지 '홍방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임방울의 소리를 오롯이 전승하지는 못햇다.명고수인 정철호(1927~ )는 전남 해남 사람으로 15세 때부터 임방울을 수종하면서 <적벽가>와 <수궁가>를 배웠다. 정철호는 임방울로부터 배운 <적벽가>를 음반으로 내는 등 임방울의 소리 전승에 애를 쓰고 있다.명고수 주봉신(1934~ )은 23세 때부터 임방울을 수종하여, 임방울의 말년을 지킨 사람이다.박화선(1930~ )은 송정리 출생으로 임방울 누님의 딸이다. 17세부터 임방울로부터 <수궁가> <적벽가>를 배웠다.임방울의 소리를 전승한 사람은 이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듯 임방울은 제자를 많이 두지 못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임방울의 능력이 너무 탁월해서 제자로 삼을 만한 재목감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임방울의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소리하러 다니느라 한가히 제자들을 가르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제자 잘 두어 갈수록 그 가치를 더해 가는 김연수의 판소리에 비하면, 임방울의 제자복 없음이 더욱 두드러지기도 한다. 그러나 임방울에게 배우지는 않았어도, 임방울을 모범으로 삼고 따르고자 하던 사람들이 얼마인가? 그런 면에서 본다면 현대 판소리꾼 모두가 임방울의 계승자인 셈이다. /최동현(군산대 국어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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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10.03.08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