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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고장 전주서 펼쳐지는 선비의 노래 ‘시조창’

소리의 고장 전주에서 선비의 노래인 시조창이 울려퍼진다. 전주시가 주최하고 ㈔한국완제시조보존회(이사장 김영희)가 주관하는 제12회 한국국악대제전 전국대회가 오는 21일과 22일 이틀간 전주시청 강당에서 치러진다. 이 대회는 전통 성악인 시조창의 맥을 잇고 전라도가 본향인 완제시조창의 멋을 알리기 위해 열리고 있다. 기초부, 일반부, 명창부로 나눠 진행하며 을부, 갑부, 특부, 명인부, 국창부에서 금은동장려상을 각각 시상한다. 또 대회 최고영예인 종합대상부에서는 대상을 비롯해 최우수우수장려상을 수여하며 노인대상에 해당하는 장원상 1명을 선정할 계획이다. 종합대상부 대상 수상자에게는 국회의장상과 상금 300만원을 수여하며 정가 1급 자격을 인정한다. 지난해에는 노인대상부, 국창부, 명인부, 특부, 갑부, 을부 등 7개 부문에 모두 168명이 출전해 갈고닦은 기량을 겨뤘다. 지난해 종합대상부 장원을 차지한 박종석 명창은 올해 대회에서 1부 축하공연에 출연한다. 대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희 이사장은 완제사설은 전라도에만 있는 시조인데 전주완산십경 1곡이 수록돼있어 전주의 자랑거리가 된다며 시조는 노인들만 하는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효와 예가 담겨 있어 인성교육에도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영희 이사장은 완제시조창을 전승한 무형문화재 제14-6호 예능보유자로 부친인 김용철 명창과 정경태, 임산본, 설명환, 박인수 명창의 뒤를 이어 완제계보를 잇고 있다.

  • 문화일반
  • 김태경
  • 2019.09.19 18:13

클래식 스타 양성원 피아니스트, 21일 소리전당서 전주 리사이틀

국내외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하며 클래식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양성원 피아니스트가 전주에서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2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서울예고와 이화여대 음악대학을 졸업한 양성원 씨는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에서 전문연주자과정(Diplom)을 최우수성적으로 졸업한 후 이탈리아 몬테베르디 국립음악원과 독일 뒤셀도르프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에서 실력을 키웠다. 특히, 독일 베를린 챔버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체코, 이탈리아 등 해외 현지에서 협연을 통해 솔로이스트로서의 뛰어난 역량을 선보이며 극찬을 받았다. 대구시향, 광주시향 등 국내외 250여회 이상의 초청연주에서도 활약했다. 이번 전주공연에서는 쇼팽의 녹턴 1번과 2번으로 시작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슈베르트의 즉흥곡 3번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순서는 아르헨티나 작곡가 알베르토 히나스테라의 피아노 소나타 1번이다. 양성원 씨는 가을밤의 서정과 음악으로부터의 깊은 감동, 강렬한 클라이맥스까지 다양한 이야기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해박한 지식과 쉽고 재미있는 진행으로 이름을 알린 장일범 음악평론가가 함께 해 클래식 음악에 대한 풍부한 해설을 전할 예정이다. 좌석 가격은 3만원이며, 전당 유료회원은 40% 할인된다. 예매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홈페이지와 인터파크에서 할 수 있다. 문의 063-270-8000.

  • 전시·공연
  • 김태경
  • 2019.09.19 18:13

조은비 플루트 리사이틀 20일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서

익산문화관광재단의 신진예술가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된 조은비 씨(28)가 플루트 리사이틀 공연을 20일 오후 7시 30분 익산솜리예술회관 중공연장에서 개최한다. 신진예술가 창작지원사업은 해당 분야의 멘토를 선정해 지역예술 신예를 육성하는 사업으로 올해는 조은비 씨를 비롯해 2명이 선정됐다. 아버지 조상익 지휘자의 딸인 조씨는 5세부터 음악을 전공한 음악 영재로 불렸다. 이후 파리음악원, 프랑스 리옹음악원을 졸업했다. 그는 각종 국제대회 콩쿨에 입상하며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현재 룩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뉴월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객원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선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필립 고베르),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티네(피에르 상캉), 플루트, 클라리넷, 그리고 피아노를 위한 리골레토 환상곡(기욤 코네숑), 두 대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리골레토 환상곡(피란츠&칼 도플러), 헝가리 환상곡(프란츠 도플러),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티나(엘딘 버튼) 등이 연주된다. 조 씨는 같이 연주하는 세계적인 플루트의 거장 마크그로웰스와 함께 다양한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가을 밤 프랑스의 정통적인 해석에 젖어드는 연주회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김진만
  • 2019.09.19 18:13

현대무용단 사포 소극장시리즈 36번째 이야기 ‘조다수지의 춤 - 비상’

최근 단원들의 개인 무대가 뜸했던 현대무용단 사포(예술감독 김화숙)가 지난 몇 해의 공백을 깨고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난다. 21일 오후 5시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사포의 소극장시리즈 36번째 이야기. 이번 무대는 전북문화관광재단의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신진예술가에 선정된 조다수지의 춤-비상(飛上)으로 채워진다. 안무를 만든 조다수지 씨는 원광대학교 무용학과와 원광대 교육대학원 무용교육과를 졸업했다. 현재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전주예술중학교에서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대무용단사포의 부대표를 맡고 있다. 이번 작품은 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모티브로 삼아 현실 속 상처를 극복하고 나아가기 위한 네 가지 이미지를 담아냈다. 흔들리다, 머무르다, 기대어라, 피어나다가 그것. 현실에 흔들리면서도 꿈에 젖어가며 조금씩 피어가는 스스로의 삶에 보내고 싶은 응원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인 피어나다에서는 참고 견디며 열정으로 피워낸 희망의 날개가 파닥거리는 희열의 순간을 녹여냈다고. 조다수지 씨는 안정적인 가정과 예쁜 아이들을 두고 무용수로서 춤을 추는 삶 사이에서 매번 흔들리고 슬퍼한다며 욕심을 내려놓아야 하는 현실이 나를 머뭇거리게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걷고 또 걸으며 이내 날아가고 피워낸다고 작품의도를 설명했다. 현대무용단 사포에 따르면 소극장 시리즈에는 애틋한 사연이 담겨있다. 1985년 창단한 사포가 지난 1990년 전주 예루소극장에서 조명기구를 달아가며 첫 발을 뗐던 단원들의 개인 발표회이기 때문. 이 시리즈에 참여한 단원들은 소극장 무대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가며 창작품을 선보였고, 의욕을 불태우며 30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왔다. 소극장을 위한 실험적인 작품으로는 취한 배(1993), 거울 없는 방(1995), 겨울 태양(1996), 누군가 앉았던 의자(1996) 등이 있다.

  • 전시·공연
  • 김태경
  • 2019.09.19 16:43

깊어가는 가을밤, 박물관 뜨락서 펼쳐지는 음악회

아카펠라, 국악,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이 선선한 바람과 어우러져 가을밤에 운치를 더한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천진기)는 9월 야간개장 문화행사로 가을날의 뜨락음악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21일 오후 7시 30분 박물관 옥외뜨락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사단법인 마당이 공동주관하며 올해로 23회째를 맞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해 환상적인 하모니로 큰 호응을 얻었던 혼성 아카펠라그룹 제니스(Zenith)를 비롯해 클래식 합주팀 에스트로 앙상블(Estro Ensemble), 국악 앙상블 지교의 매력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국 대중 아카펠라의 정점이라는 수식에 어울리는 제니스(Zenith)는 2008년 결성한 혼성 5인조 아카펠라 그룹이다. 2014년에는 대만 국제 아카펠라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팝 부문)을 거머쥐었으며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등 해외활동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악 앙상블 지교는 슬기롭고 재주가 뛰어나다, 사람을 사귀고 친구가 된다는 뜻으로 이름 지었다. 재주가 뛰어난 연주자 네 명이 모여 민속악을 주제로 예술 본연의 내면적인 멋을 추구하고 있다. 클래식 합주팀 에스트로 앙상블(Estro Ensemble)는 영감에 주목한다. 기타리스트 김우재, 오보이스트 손연지, 바수니스트 허지은이 영감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깊이 있는 화음을 만들어낸다. 이번 공연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국립전주박물관 관계자는 깊어가는 가을밤, 전주박물관에서 다양한 음악이 만드는 화음을 감상하며 생활 속 편안한 문화예술을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김태경
  • 2019.09.19 16:43

익산 쌍릉 소왕릉에서 문자 없는 묘표석 2점 발견

백제 무왕(재위 600641)에 얽힌 고대 설화 서동요의 주인공인 선화공주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는 익산 쌍릉(사적 제87호) 소왕릉에서 문자를 새기지 않은 길이 1m가 넘는 묘표석(墓表石) 2점이 발견됐다. 백제시대에 제작한 것으로 짐작되는 두 유물은 각각 석실 앞과 봉분에서 나타났고, 모양새는 전혀 달랐으며 묘표석에는 명문(銘文금석에 새긴 글자)이 없었다. 하지만 무왕 무덤으로 알려진 대왕릉에서 인골이 담긴 상자가 나온 것과 달리 소왕릉에서는 피장자를 추정할 만한 단서가 확인되지 않았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과 익산시(시장 정헌율),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소장 최완규)는 20일 오후 2시 국내에 전례가 없는 이번 무자비(無字碑) 형태의 묘표석 두 점 발견과 관련해 발굴현장 공개 및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왕릉급 고분에서 국내 최초로 이번에 발견된 두 종류의 묘표석은 석비(石碑)형과 석주(石柱)형이다. 석비형은 일반적인 비석과 유사한 형태로 석실 입구에서 약 1미터 떨어진 지점에 약간 비스듬하게 세워진 채로 발견됐다. 크기는 길이 125㎝, 너비 77㎝, 두께 13㎝이며, 석실을 향하고 있는 전면에는 매우 정교하게 가공되었고, 그 뒷면은 약간 볼록한 형태다. 석주형은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봉토 내에서 뉘어진 상태로 발견되어 원래 위치인지는 불분명하다. 길이 110㎝, 너비 56㎝의 기둥모양으로 상부는 둥글게 가공되었고, 몸체는 둥근 사각형 형태다. 이들 두 묘표석의 가장 큰 특징은 문자가 없는 무자비 형태다는 것이다. 참고로 석주형 묘표석과 비슷한 예는 중국 만주 집안(集安) 지역의 태왕릉 부근에 있는 고구려 봉토석실분인 우산하(禹山下) 1080호의 봉토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발굴조사단은 이번에 소왕릉 규모와 축조 기법도 파악했다. 봉분은 지름 12m높이 2.7m이며, 암갈색 점질토와 적갈색 사질점토를 시루떡처럼 번갈아 쌓아 올린 판축기법을 사용했다. 이같은 기법은 지난해 조사한 대왕릉에서도 확인됐다. 구조는 백제 사비도읍기(538660)의 전형적인 횡혈식 석실분(橫穴式石室墳굴식돌방무덤)으로, 석실 단면은 육각형이다. 석실 길이는 340㎝폭 128㎝높이 176㎝로, 대왕릉과 비교하면 길이너비높이가 모두 약 50㎝씩 짧다. 다만 측벽 2매, 바닥석 3매, 덮개돌 2매, 후벽 1매, 고임석 1매 구조 짜임새와 석재를 치밀하게 가공한 점은 대왕릉과 동일하며, 석실 중앙에 관대(棺臺관을 얹어놓는 넓은 받침)를 둔 점도 같다. 관대는 길이 242㎝폭 62㎝높이 18㎝로 대왕릉보다 작다. 석실 천장 고임석에서는 일제강점기 이전에 만든 길이 68㎝높이 45㎝인 도굴 구덩이가 나왔다. 고분 입구에서 시신을 안치한 방에 이르는 연도(羨道)는 짧은 편이며, 폐쇄석은 대왕릉처럼 두 겹으로 설치했다. 남쪽으로 뻗은 무덤길인 묘도(墓道무덤의 입구에서부터 시체를 두는 방까지 이르는 길)는 최대 너비 6m, 최대 깊이 3m로 조사됐다. 현재까지 드러난 묘도 길이는 약 10m다. 연구소 최 소장은 묘도는 흙을 쌓은 뒤 되파기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묘도부 끝부분에는 묘역을 표시하기 위해 다듬은 석재를 반원형으로 두른 듯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발굴조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큰 관심을 끈 피장자 추정 단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대왕릉 조사에서는 관대 위에서 인골이 담긴 나무상자가 발견됐고, 사망 시점이 620659년이고 60대 남성의 뼈라는 분석 결과가 알려지면서 641년 세상을 떠난 무왕 무덤이라는 견해에 힘이 실렸다. 최 소장은 소왕릉 주인이 선화공주인지, 미륵사지 석탑 사리봉영기에 등장하는 사택적덕 딸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인물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익산 쌍릉은 거리 180m 사이에 두고 대왕릉과 소왕릉으로 구성됐는데 대왕릉은 익산에 미륵사라는 거대한 사찰을 세운 무왕, 소왕릉은 무왕 비인 선화공주가 각각 묻혔다고 알려졌다.

  • 문화재·학술
  • 엄철호
  • 2019.09.19 16:19

“신간 저자들과 만나요” 전북작가회의, 월례문학토론회 개최

㈔전북작가회의(회장 김종필) 제2차 월례문학토론회-신간 저자들과의 만남이 오는 20일 오후 6시 30분 최명희문학관 비시동락실에서 열린다. 대상 작품은 한상준 소설가가 소설집 <푸른 농약사는 푸르다>(2019, 작은숲), 김경은 시인의 시집 <흐르는 것 모두 물이 되어>(2019, 밥북), 이강길 시인의 시집 <야생으로 돌아간 고양이>(2019, 리토피아) 세 권이다. 한상준 소설가는 농촌, 농민 문제에 대한 고발과 추궁, 그 대안을 강구해온 농민소설로 그동안 탄탄히 쌓아온 연륜을 이번 소설집 푸른 농약사는 푸르다에 녹여냈다. 김경은 시인은 시에 공간과 공간을 더하고, 색칠해 소통하는 뜻을 담은 흐르는 것 모두 물이 되어라는 시집으로 돌아왔다. 첫 시집이지만 빈틈없는 문장력을 구사한 이강길 시인은 시집 야생으로 돌아간 고양이를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일상을 읽어내며 복원하려는 끈질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월례문학토론회는 기존의 발제 형식의 토론을 벗어나 참여한 이들 모두가 발제자가 되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순서대로 김병용 소설가, 김광원 시인, 지연 시인이 발제를 맡았다. 김종필 회장은 작가가 할 일은 사실과 상상과 의견을 기록하고, 사회에 바른말을 하고, 가슴속 깊이 간직했던 응어리를 꺼내 문자로 퍼뜨리는 일이라며 전북작가회의 회원들은 그들의 작품 속에서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9.18 18:35

삶에 대한 견고한 생각, 무릎 탁 치게 만드는 ‘언중유골’

정성수 시인이 산문집 <눌변 속의 뼈>(고글)를 펴냈다. 시집, 시곡집, 동시집 등 다양한 쟝르의 책 짓기를 부지런히 이어온 정 시인의 59번 째 작품이다. 산문집에는 정 시인이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 일간지에 연재한 칼럼과 수필이 담겼다. 책은 498쪽 4부로 구성됐으며, 각 부마다 24편씩 총 96편이 실렸다. 책 장 사이사이에는 정 시인이 평소에 촬영한 사진들도 독자를 반긴다. 문인의 길은 험난합니다. 바람 불고 세상이 춥다 할지라도 어깨를 펴고 의연히 걸어가야 합니다. 자존심은 바늘끝 같아야 하고 옳지 않는 일에는 절대 굽혀서는 안 됩니다. 정 시인이 저자의 말을 통해 문인은 단순한 문자 기록자가 아니라 지성의 표상이며, 문학적 사가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는 이러한 정 시인의 믿음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이준관 시인은 표사에서 산문집 <눌변 속의 뼈> 곳곳에는 언중유골로 드러나는 글들이 많다. 인생의 진리를 터득한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무릎을 치게 되고 위로를 받는다며 삶에 대한 견고한 생각과 체험으로부터 습득한 글들은 감동이 깊고 울림이 크다고 평했다. 정 시인은 전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40여 년간 초등학교 교단에 섰다. 현재 전주비전대학교 운영교수로 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09.18 18:3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동화작가 - 서성자 장편동화 ‘돌 던지는 아이’

17년 전, 직장에서 퇴직한 나는 평생교육원의 동화창작교실을 찾아갔다. 그 곳에서 지금까지 함께하는 글벗들을 만났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서성자 작가이다. 같이 동화를 쓰기 시작했고 전북일보 신춘문예도 작가가 당선된 다음 해에 내가 되었으니 우린 참 특별하다. 서성자 작가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긍정적이고 배려심이 넘친다. 어떤 상황에서도 칭찬거리를 찾아내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특히 작고 여린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존경스럽기만 하다. 장편동화 <돌 던지는 아이>의 몽개도 마찬가지이다. 몽개는 노비라서 동생 몽이를 잃었고, 노비라는 이유로 누나 유월이를 떠나보내야 했다. 하지만 주인 집 도령 지상이의 도움으로 글을 배워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아프게 겪어야만 했던 몽개는 신분 때문에 차별받지 않고 능력으로 인정받는 세상을 꿈꾼다. 사람들은 신분의 벽을 깨자는 만적의 말에 새알로 벽치기가 아니냐고 묻는다. 그 때 몽개가 나서서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사람들은 거기에 벽이 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 살고 있잖아요. 그렇지만 알이 깨진 흔적을 보면 사람들은 그게 벽인 줄 알게 될 거예요. 돌도 던져 봐요. 던진다 던진다 생각만 하지 말고, 던진다 던진다 말만 하지 말고, 진짜로 돌을 던져 보자고요. 아마도 몽개의 이런 말은 세상을 향해 외치는 작가의 마음이었으리라. <돌 던지는 아이>는 고려 시대 최충헌의 사노비 만적이 여러 노비들과 함께 봉기를 일으킨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역사시간에 시험 공부하느라 외웠던 만적의 난을 생생하게 살려내었다. 만적, 효삼이와 같은 이름을 우리가 기억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역사 속 만적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작품 <돌 던지는 아이>에서는 몽개에 의해 살아나 진주 노비들의 난에서 활약한다. 양반의 아들 지상이가 준 조각도로 몽개가 자신과 만적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이 또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만들어 낸 결말이라고 생각된다. 작가의 말처럼 여전한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이 몽개처럼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아니, 그보다 먼저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어른들이 더 애쓰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장은영 동화작가는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통일 동화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마음을 배달하는 아이>, <내멋대로 부대찌개(공저)>, <책 깎는 소년>이 있다. <책 깎는 소년>은 2018년 전주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요즘에는 지역의 역사를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09.18 18:34

[신간] 김제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50년 역사 ‘한눈에’

흔히들 반세기 50년이라는 말을 쓴다. 쉽게 쓰는 말이지만 50년이라는 세월은 인간이나 단체에나 녹록지 않았을 무게를 담고 있다. 50세를 일컬어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뜻으로 지천명이라 부르는 것도 그런 의미일 터. 지역의 예술단체, 김제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가 50년의 세월을 이어왔다. 김제예총은 출범 50년을 맞은 올해, 그 세월의 의미를 담아 <김제예총 50년사>를 발간했다. 역사는 잊지 않는 사람의 기름진 토양이라는 제목의 발간사처럼 지난 세월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곳곳에 가득하다. 김영 김제예총 회장은 50년이라는 시간은 사람으로는 장년에 해당하는 나이이자 가장 왕성하게 활동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김제예총을 아끼고 사랑하는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책을 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50년의 방대한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기록하기란 쉽지 않았다. 김제예총 각 협회마다 가지고 있는 자료의 양이 다르고, 심지어 김제예총의 자료도 각 시기에 따라 차이가 컸기 때문. 자료들 사이의 비율을 맞춘 중간을 짚어내기가 힘들었다. 더욱이 한 단체의 역사를 기록한 책을 만들어 내는 데 있어 갖가지 욕심이 생기기 쉽고, 또 누군가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김제예총 50년사는 그 중간이라는 것을 잘 찾아낸 듯싶다. 일례로 김제 지역 예술인들의 큰 염원이었던 김제예술회관의 건립과정과 운용과정 등도 책에 담고 싶었지만, 욕심을 버렸다. 훗날 독립된 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에서다. 또 김제시민의장 문화장을 받은 분들의 자료도 대략적으로나마 소개하며 의미를 더했다. 책 속에는 김제예총과 한국예총의 연혁과 사업부터 협회별 연혁이 자세히 수록돼 있다. 한국국악협회, 한국문인협회, 한국미술협회,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한국사진작가협회, 한국음악협회, 한국무용협회 등의 김제시지부 이야기도 허투루 싣지 않았다. 책을 접하거나, 김제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 말미에 실은 부록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리랑 문학관과 문학마을, 벽천미술관, 김제농악, 그리고 서예로 본 금산사 현판 등 최근 대중의 관심을 끄는 이야기들도 빼곡히 수록돼 있다. 곳곳에 실어놓은 사진 자료도 소중한 지역유산의 모습을 살펴보는 좋은 예가 된다. 김영 회장은 소소한 바람 한 가지도 담아냈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앞으로의 김제예총 자료들을 디지털화하는 바람이다. 그는 각 개인에게 보관된 자료는 없는 자료나 마찬가지다. 예술은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하고 시대를 뛰어넘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며 시에서 예술문화의 모든 자료를 담은 아카이브 구축과 운영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발간사 말미에 쓰인 가난한 예술의 길이지만 기꺼이 걷겠다는 미래의 예술가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는 말이 50년을 이어온 작지만 강한 협회의 미래를 내다보게 한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9.18 18:29

[신간] 애써 되돌리고픈 마음의 꼬리

평생 교직에 몸 담았던 강태구 시인이 시집 <마음의 꼬리>(황금알)를 펴내며 세상의 모든 눈과 마주하며 끝까지 걷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애써 되돌리고픈 마음의 꼬리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긴긴밤, 시인은 지난 날 쩔치지 못하고 중얼거린 마음을 꼭 붙들고 바람, 돌, 풀, 꽃을 생각한다. 시인의 시선은 묻지마식 혼잣말이 가득한 세상으로 향했다가 하얀 그리움에 임 생각을 담아 보낸다. 그리고 익숙한 약속에 다시금 익숙해져버린 우리가 되돌아가고 싶은 날은 언제인지 떠올려본다. 정휘립 문학평론가는 평설을 통해 강태구 시인은 불변의 과거에 형성된 자아의 양태를 끊임없이 반추하면서, 동시에 가변적 현재에 처한 자신의 위상을 끈기 있게 관측한다며 시인의 과거태와 현재태, 그 두 가지 기세가 상호 길항하면서 재생산해내는 시편들의 결마다 함초롬히 배어나는 것은 시인의 정직한 욕망이며 그 올바른 욕망은 항시 저 너머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태구 시인은 군산 출신으로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초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다가 정년 퇴임했다. 작품 활동은 2010년 시집 <허공을 긁어오다>로 시작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9.18 18:29

[신간] “산사를 뒤돌아보며 나는 이렇게 만행 길을 떠났다”

문리(文理)가 모두 묘하여 그윽한 법칙을 이해하고 거치른 궤도를 벗어나는 것 아님이 없으니 어찌 묘법(妙法)이라 하지 않겠는가. 전북소설가협회 회장을 역임한 김한창 소설가가 <묘법연화>(도서출판 바밀리온)를 출간했다. 만행승의 구도소설이라는 부제목이 붙었다. 수행을 위해 길을 떠난 승려가 도(道)를 구하는 내용이라는 데 생각이 모인다. 이 책의 제목과 관련있는 묘법연화경은 시방삼세 모든 부처가 낳은 큰 뜻이자 9도 4생이 모두 한 길로 들어갈 수 있는 넓은 문을 일컫는다. 이 법은 보여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말의 모습이 적멸해 텅 빈 듯 근거할 수 없고 소연해 의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말하기 위해 억지로 이름붙인 것이 묘법연화라는 것이다. 바랑 메고 행전 둘러 길 떠나 가는 것은 다시 옴의 시작이라 청산 게 있으면 나 또한 있으리라. 산사를 뒤돌아보며 나는 이렇게 길을 떠났다. 이야기는 월락남방금송비, 까치 떼 울음소리, 묘법연화, 연화, 방랑승, 부처 등 6장으로 나눠 전개된다. 뒤돌아본 청산에게 이르며 나는 이렇게 만행 길을 떠났다는 작가의 말처럼 대천계삼라만상 지혜의 눈을 뜨는 인물과 동참할 수 있다. 김한창 소설가는 1999년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해 소설집 <접근금지구역>, <핑갈의 동굴>, <사슴 돌>과 장편소설 <꼬막니>, <바밀리온>, <솔롱고1>를 썼다. 지난 2010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시아거점 몽골문학 레지던스 소설작가로 선정돼 몽골 울란바타르 연구교수로 파견됐으며 현재는 객원교수로 재임하면서 한국과 몽골의 교류문집과 소설선집의 발행을 추진하는 등 한국과 몽골문학 연구에 힘쓰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문협, 몽공문학연맹회원, 한국소설가협회중앙위원, 표현문학 동인, <한-몽 문학>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9.18 18:29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 문학의 메카, 전북] ⑨ 춘향전, 최고의 고전소설 비결…한국적 한(恨)의 ‘삭임’ 미학

금 술잔의 아름다운 술은 만백성의 피요(金樽美酒千人血) / 옥쟁반의 맛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玉盤佳肴萬姓膏) /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燭淚落時民淚落) /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의 소리 드높도다(歌聲高處怨聲高) 변학도 생일잔치에 암행어사인 이몽룡이 걸인 행색으로 들어와 슬며시 내보인 시다. 이 시는 <춘향전>이 우리나라 최고의 고전소설로 일컬어지는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통쾌한 작품이다. 춘향전은 우리 한국문학의 상징이요, 보물이다. 한 개인의 창작품이 아닌, 누대에 걸쳐 여러 설화들이 꿰어져 이루어진 구비문학이요, 민중들 사이에 판소리로 불리다가 정착된 적층문학이다. 그러기에 우리 한민족의 정체성을 잘 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고, 이본(異本)만 해도 120여 종이니 이야기가 처음 만들어진 이후 살아 있는 문학으로서 민중의 사랑을 함뿍 받으며 정착된 작품이라 하겠다. 춘향전을 포함한 흥부전, 심청전, 별주부전 등의 판소리계 소설은 소설로 정착되기 이전에 판소리로 불리던 작품들이다. 춘향전을 살필 수 있는 가장 오랜 문헌이 1754년의 만화본 춘향가인데, 이는 한역(漢譯)으로 전해오고 있어 그 이전의 원(原) 춘향전은 현재 알 길이 없다. 수많은 이본 중 대표적인 것이 <남원고사>와 <열녀춘향수절가>이다. 남원고사는 1860년대 서울에서 필사된 것으로 경판본의 원류격이 되며, 가장 많이 읽히는 완판본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는 19세기 후반 전주에서 간행된 <별춘향전>의 계열로 나온 것이다. 남원고사의 춘향과 열녀춘향수절가의 춘향은 그 성격이 많이 다르다. 남원고사에서 춘향은 기생으로 나오고, 성격도 교만하며, 이중적이고 기회주의적 면모를 보인다. 반면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에서는 성참판의 서녀로서 여염집 처자로 나오고, 정숙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두 춘향의 신분과 성격이 이렇게 대조적으로 그려진 것은 당대 민중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 할 것이다. 서울 지역 양반층의 입김이 많이 들어간 남원고사에선 춘향이 비속하게 그려진 것이라 하겠고, 신분상승의 염원이 담긴 평민층 중심의 완판본에서는 춘향을 다소 미화하여 민중의 꿈을 담아낸 것이라 하겠다. 판소리 춘향가가 여러 이본의 소설 춘향전으로 거듭나면서 활발하게 읽히던 시기는 19세기로 추정되는데, 정조 이후의 19세기는 그야말로 세도정치, 삼정문란, 농민수탈 등으로 중세 통치의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시기이다. 열녀춘향수절가는 그 표제부터 유교의 윤리적 가치를 중시한 작품으로 개작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제1장에서 숙종대왕 즉위 초에 성덕이 넓으시사 성자성손은 계계승승하사로 시작되는데, 나라가 위기에 처한 조선 말기에 국태민안을 바라는 백성들의 염원이 후대의 춘향전으로 갈수록 짙어진다. 춘향이 변학도에 저항하는 것도 결국은 국가적 질서가 바로 잡히길 원하는 백성들의 소망이 담긴 것이다. 판소리 열두 마당 중 다섯 마당만 전해오는데, 이 역시 당대의 민중들의 염원과 연결된다. 골계 위주의 판소리는 생명력을 잃게 되었고, 골계와 더불어 비장미가 조화를 이룬 판소리들이 당대 민중들에게 호응을 받았던 것이다. 민중의 진정한 현실을 담는 리얼리티는 비장미와 더불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비장미는 근대적 자아의 소유자라 할 수 있는 춘향의 패배에서 비롯된다. 이몽룡과의 이별, 변학도에 의해 당하는 태형과 하옥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패배를 통해 춘향으로 대변되는 백성들의 한(恨)은 응집되며, 이는 비장미를 극대화하는 장치로서 작용한다. 오페라 춘향전 장면(2015년 오스트리아 빈) 춘향전은 판소리에서 나왔으되 판소리는 아니며, 정착이 이루어진 한 편의 소설이다. 춘향전의 원전에 가까운 것이 남원고사 계열의 경판본이냐, 별춘향전 계열의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냐를 떠나, 변형 가능한 춘향전으로서 평등사회를 꿈꾸는 민중의 뜻이 잘 담긴 것은 뒤에 간행된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에서 찾아진다고 할 수 있다. 춘향전은 이제 우리나라만의 고전이 아니라, 세계의 고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세계의 화려한 무대 위에 춘향은 오페라의 한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그 존재감을 당당하게 발휘하기도 한다. 춘향전이 이렇듯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과연 어떤 힘을 바탕으로 한 것일까. 대체로 소설은 결핍과 결핍 해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며, 여기에는 강자와 약자의 대결 양상이 나타난다. 퇴기 월매와 성참판의 서녀로 태어난 춘향의 결핍 요소는 기생의 딸이라는 점이다. 미천한 신분이 양반 자제 이몽룡과 사랑을 이루고 마침내 정렬부인에까지 오르기에는 결핍 해소를 위한 춘향의 노력, 즉 근대적 자아 개념에 눈을 뜬 한 인간의 진실적 저항이 필요했다. 여기서 발견되는 게 한국적 한(恨)의 궤적이다. 젊음의 춘정과 신분상승 의지로 출발한 이몽룡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암행어사 이몽룡과의 재회까지의 사랑 이야기에는 한국적 한의 승화 과정이 놓여 있다. 평론가 천이두는 한국적 한은 다층적이며, 부정적 한이 긍정적 한으로 승화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한국적 한의 구조>에서 밝힌 바 있다. 우리 민족의 문화적 요소에는 다른 민족과는 다르게 우리 민족의 정체성으로서 복합적인 한(恨)의 양상이 나타난다. 부정적 한으로서의 원(怨)과 탄(嘆)이 삭임의 과정을 거쳐 원(願)과 정(情)으로 승화된다. 춘향의 첫 좌절은 이몽룡과의 이별에서 찾아진다, 이몽룡으로부터 이별의 말을 들었을 때 춘향은 왈칵 뛰어 달려들며 치맛자락도 와드득 좌르륵 찢어버리며, 머리도 와드득 쥐어뜯어 싹싹 비벼 도령님 앞에 던지면서 저항한다. 춘향의 공격적 한, 원(怨)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러나 약자의 한은 이내 퇴영적 탄식으로 바뀐다. 옥중 춘향의 탄식은 이를 잘 보여준다. 춘향 이야기의 극적 전개는 옥중의 꿈을 통해 시작된다. 황릉묘(黃陵廟)의 꿈이 그것이다. 옥중 꿈속에 춘향은 역대의 열녀들을 모신 사당 즉 황릉묘에 올라 그들의 위로와 격려의 말을 듣고 용기를 얻는다. 이는 옥중에 갇혀 처참해진 춘향이의 내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신분상승 의지보다는 이몽룡을 향한 수절(또는 사랑)로 반전하는 극적 장치가 된다. 대체로 힘은 밖에서가 아니라 내면에서 이루어진다. 그 내면 변화의 힘은 옥중에 걸인 행색으로 나타난 이몽룡과의 만남에서 표출된다. 출세한 이몽룡을 기다려왔는데 이몽룡은 초라한 걸인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때 춘향은 어머니 월매에게 유언으로 부탁한다. 금명간 죽을 년이 세간 두어 무엇 할까. 용장, 봉장, 빼닫이는 되는 대로 팔아다가 별찬 진지 대접하오. 나 죽은 후에라도 나 없다 마시고 날 본 듯이 섬기소서. 모든 기대가 일시에 무너졌음에도 춘향은 오히려 이몽룡을 염려하며 돌봐 줄 것을 부탁한 것이다. 한의 독소인 공격성[怨]과 퇴영성[嘆]을 초극하여 윤리적, 미학적 가치로 삭이고 발효시킨 것이다. 승화되어 다시 태어나는 옥중 춘향의 주체성은 천이두의 한국적 한의 내재적 지향성으로서의 이 삭임의 기능이야말로 이른바 한국적 한의 진정한 고유성이라 할 것이다.라는 말에서 그 해답이 찾아진다. 임방울 춘향가나 <옥중화>에서 춘향은 이몽룡에게 본관사또[변학도]마저 괄시하지 말라는 부탁까지 한다. 본관사또 아니고 보면 열녀 춘향이 어디서 나왔겠느냐고까지 말한다. 여기서 춘항의 한은 변학도를 용서하고 오히려 감사하는 데까지 이른다. 이게 곧 우리 민족 고유의 한의 세계요, 자타를 초월한 지고한 경지라 할 것이다. 춘향의 한은 우리 민중의 한을 대변한다. 여기에 춘향전이 민중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존재한다. 이 점이 곧 춘향전의 진정한 생명력이라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역사적 산물로 이루어진 한(恨) 말고 우리 한민족 고유의 한사상이 존재한다. 한은 너와 나를 넘어선 것이며, 세계와 우주를 하나로 보는 단군 이래의 철학이다. 한은 하나이면서 전체이다. 그래서 반만 년 이상의 훨씬 전에 홍익인간이라는 통치이념이 나온 것이다. 밝음을 추구하는 근원적 저력이 내재하기에 우리 민족은 원망[怨]과 탄식[嘆]을 승화하여 소망[願]과 정한[情]의 세계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춘향전이 민족적 고전성을 인정받고 아울러 세계의 고전으로 발전해갈 수 있는 힘은 바로 삭임이라는 우리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에서 나왔던 것이다. /김광원 전북문학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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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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