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민비자
한국의 내국인 총인구는 2019년 11월 정점에 달한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인구감소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그 핵심은 저출산에 있다. 저출산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합계출산율, 즉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살펴보면, 1983년에는 2.06으로 당시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나, 1984년에 대체출산율 이하인 1.74로 떨어졌고, 그 후 꾸준히 감소하여 2021년에는 0.81로 격감하였다. 저출산은 오래된 일이지만, 인구감소는 비교적 최근에 시작되었다. 그것은 평균수명의 증가, 즉 사망력 저하 때문이다. 또한, 다행히 인구감소 개시 이후에도 노동력 부족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지 않고 있다. 이는 고령자·여성 등 비경제활동인구의 취업 증가, 기술 혁신에 의한 생산성 향상, 적정 외국 인력 도입 등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것은 불과 앞으로 5∼10년이라고 말한다. 요컨대, 한국은 생산연령인구를 대량 보유하여 ‘인구 보너스’를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이제는 인구가 줄 뿐 아니라 노인부양인구가 늘어나는 ‘인구 부담’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는 인구압력이 생산성 향상과 투자에 부담을 주고 재정 문제를 초래하여, 경제성장 엔진을 꺼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경제가 인구감소의 충격이 크게 확산하기 직전 ‘골든타임’을 누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관점을 달리하여 국내 부문간·지역간·취업유형간 노동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업종별·지역별 노동력 수급 불균형이 존재하여, 수도권과 지방의 노동시장 상황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인구감소의 충격은 이미 심각하다. 몇몇 지역에서 경제는 황폐해질 위기에 처해 있고, 지역 인구 소멸로 치닫는 곳도 한둘이 아니다. 전라북도는 전국에서 인구감소 충격이 심한 곳 중 하나다. 행정안전부는, 전라북도 14개 시군 가운데 전주시·익산시·군산시·완주군을 제외한 10개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전라북도는 법무부·행정안전부와 함께 ‘지역특화형 비자 제도’ 시범 사업 등을 시행하며, 인구감소 충격 완화 방안을 찾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전라북도는 지역 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1월 국회에서 통과되어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이 담아야 할 구체적 사항을 정비하여,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 시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역이민비자’ 제도다. 그것은 ‘전라북도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정착할 외국인에게 대한민국 정부가 발급하는 사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캐나다·호주 등 해외사례에서 시도한 사례가 있긴 하나, 예상되는 문제를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여 최선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역이민비자’ 발급 건수와 활동 범위 등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그 근거가 되는 노동시장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당연히, 현재 전라북도의 ‘빈 일자리’ 수와 분포를 분석하고, 그것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 것인지부터 출발해야 한다. 전라북도 주민, 국내 다른 지역 주민, 외국인 주민의 구성 비율도 고려 대상이다. 바늘귀에 실을 꿰기 어렵다고 해서,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 쓸 수는 없다. 정책을 섣불리 수립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전라북도의 체계적이면서 면밀한 ‘지역이민정책’ 수립을 기대한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