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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한 사회

전주에서 차량 통행량이 가장 많다고 할 수도 있는 왕복 6차선 도로의 한 켠에 B나이트클럽이 있다. 나이트클럽 앞 주변은 영업시간이 아닌 낮과 초저녁엔 사람 통행이 별로 없어 한산하지만 나이트클럽 영업시간인 밤이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나이트클럽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그저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부류도 있겠지만 대부분 친구끼리, 동료끼리 1·2차 정도의 술자리를 거친 후 그날 모임의 막판을 장식하기 위해 찾는 부류가 많다. 그들은 빠르고 강한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그날의 스트레스를 술기운과 함께 날려버린다. 모처럼 마신 술을 깨고, 스트레스도 풀고, 친구·동료들 간 우의도 다질 수 있는 기회이니 나이트클럽은 얼마나 즐겁고 유익한 공간인가. 상당수 연예인들이 그랬듯, 전북 군산 출신의 인기 배우 김성환씨도 무명시절 서울 무교동의 유명 나이트클럽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제대로 된 ‘기회’를 잡았다고 한다. 대중가요 ‘인생’이라는 히트곡도 있는 그는 나이트클럽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섞은 구성진 입담과 노래로 대중 마음을 사로잡아 성공할 수 있었다. 요즘도 가수 등 대중 인기가 좋은 연예인들은 나이트클럽에 곧잘 출연한다. B나이트클럽 앞 대로변은 한밤중으로 갈수록 클럽 손님과 택시, 승용차 등으로 크게 붐빈다. 큰 사거리에서 200여m 가량 떨어진 대로변에 택시와 승용차가 주정차 대열을 이루는 바람에 이곳을 통과해야 하는 일반 통행차량들은 잠시 병목현상에 시달린다. 자칫 충돌 등 접촉사고가 날 수 있어 서행 안전운전 해야 한다.이 곳에서 서성대는 남녀는 거의 대부분 취객이다. 나이트클럽에서 열심히 춤춰 취기가 내렸을 수 있겠지만 술취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 곳 나이트클럽을 드나드는 취객들의 상태는 올들어 왕복6차선 대로의 중앙선에 설치된 플래스틱 분리대가 말해준다. 진북터널사거리에서 마전교쪽으로 길다랗게 설치된 중앙분리대는 B나이트클럽 앞 쪽에서 대부분 사라졌다. 취객들이 도로를 무단횡단하면서 중앙분리대를 부숴버린 것이다. 이번 것은 예전 분리대보다 단단해 보였지만, 취객들의 힘은 대단했다. 교통사고 예방 차원에서 설치된 도심 중앙분리대 수난은 비단 이곳 뿐만이 아니다. 보행자는 물론 자동차도 중앙분리대를 깔아뭉개고 유턴 등 불법을 자행한다. 요즘 대통령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다. 국정의 중앙분리대가 파손된 탓이다.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10.27 23:02

독일 광부와 최순실

경남 남해의 독일마을은 요즘 관광명소가 됐다. 1960년대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파견됐던 독일교포들이 한국에 정착하도록 조성된 곳이 남해 독일마을이다. 산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입지, 빨간 지붕에 하얀 벽돌의 전통적인 독일 양식의 주택, 부인의 나라에서 여생을 함께 할 각오로 한국에 온 파란 눈의 독일인 등이 어우러져 ‘한국 속의 작은 독일’로 특화된 관광지다. 독일의 이국문화를 경험하고자 하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를 모태로 한 10월 맥주축제가 독일마을의 브랜드로 떠올랐다.전북에서도 재독교포들을 위한 독일촌 건설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과 무주군이 2003년도 적상면 일대에 독일의 한적한 농촌마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독일촌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재독교포들을 위한 30세대의 주택을 만들고, 무주 특산품인 머루주를 독일 와인식으로 개발하며, 독일 관련 문화테마단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이었다. 남해와 달리 무주계획은 이후 무산돼 아쉬움을 남겼다.무주 독일촌 건설계획은 당시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으로 있던 김제 출신의 백영훈 박사가 주도했다.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입안했던 백 박사는 한국의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1960년대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서독 정부의 원조가 필요했고, 한국의 독일박사 1호인 그가 서독경제협력단 일원으로 파견됐다. 그러나 해외신인도가 낮았던 한국에 상업차관이 순탄하지 못했다. 차관 조건으로 한국의 광부와 간호사 파견을 제안해 성사시킨 주인공이 바로 백 박사였다. 독일의 원조와 독일로 간 2만여명의 우리 젊은이들이 한국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굳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그렇게 이국만리에서 광부와 간호사로 한국의 발전과 그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산 이들에게 최근 독일을 무대로 펼치는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승마놀이’는 깊은 절망감을 줄 것 같다. 힘든 노동에도 근검절약으로 고국에 해마다 5000만 달러의 거액을 송금했던 산업일꾼들의 역사는 출처도 알쏭당쏭한 돈을 펑펑 써댄 두 모녀에게는 딴나라 이야기일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큰 힘이 됐던 백 박사가 독일에서 쌓은 공적과 이미지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각종 비리 의혹에 얽힌 최씨에 의해 허물어진 것도 아이러니다.반세기 세월 속에 이제는 하얀 머리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파독 광부·간호사 30여명의 최근 전주 방문이 그래서 더 먹먹하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10.26 23:02

부정청탁, 뭣이 중헌디…

“남에 돈가지고 지랄하느라 시간이 없나보구나 ㅎ 능력없으면 니네부몰원망해. 잇는 우리부모가지고 감놔라배놔라하지말고 돈도 실력이야…. 불만이면 종목을 갈아타야지~”최근 SNS나 인터넷상에 떠도는 글 중의 하나이다. 한 여학생이 애초 SNS에 올린 것을 한 언론이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글을 쓴 배경은 지난 2014년 이화여대 수시전형에서 승마부문 체육특기자로 합격한 뒤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문장이 썩 빼어난 것도 아니고, 일반적인 공감을 받기도 쉽지 않은 내용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 글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마다 다를 수는 있으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계층의 망탈리테(mentalite·정신구조)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그 중의 하나로 작용하는 듯하다. 이 여학생의 부모는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정윤회·최순실 씨이다.안타까움 속에서도 다행스러운 면은 있다. “돈도 실력”이고 ‘능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직접적인 증언이 그것이다. 각종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특혜는 없다”며 잡아떼고 버티는 기성세대 권력에 비하면 대단히 솔직하다. 그러나 솔직함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대학입학을 앞둔 어린 여학생의 심성치고는 너무 때가 묻었고 시커멓다. 부모의 돈을 자신의 권력으로 치환시키고 즐기려는 그 사고에는 뻔뻔함과 용렬(庸劣)함이 배어 있다. 그야말로 ‘민중은 개 돼지’라는 안하무인이 느껴진다. 상황이 이러한데, 네티즌들이 아무리 욕을 하고 죽창드립을 달면 무엇 하겠는가?그런데 최근에는 이 돈이 ‘부모의 돈’이 아니고 그녀의 부모가 국민들에게서 소위 ‘삥’ 뜯은 돈일 가능성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그녀의 모녀는 지금 언론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세상은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으로 온통 시끄럽다. 경찰관 사무실에 4만5000원 상당의 떡상자를 보낸 민원인은 김영란법 위반 1호로 재판을 받게 됐다. 학부모에게서 케이크를 받아 아이들과 나눠먹은 교사는 공무원행동강령을 위반했다며 중징계 위기에 몰렸다. 그런데 대학 입학부터 학점 취득에 이르기까지 비정상으로 일관됐고, 국민들로부터 막대한 돈을 삥 뜯어 초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의혹투성이의 이 사건에 대해서는 왜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하게 말해주지 않는가? 이쯤 되면 부정청탁은 그 내용보다는 누가 했느냐가 중요한 모양이다. 도대체 뭣이 중허냐고 국민들은 묻고 있다.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6.10.25 23:02

내년 대선과 유권자

선거가 일상이 되었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대표를 뽑는 일이 늘었다. 그 만큼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 원리로 작동되고 있다는 뜻이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다. 그간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귀중한 목숨을 민주 제단에 바쳤다. 그 희생으로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표를 선출할 때 이성적인 판단 보다는 감성의 지배를 받아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먹고 살기가 힘들다 보니까 선거를 할 때마다 분위기에 휩싸여 감성투표를 하는 유권자가 있다.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후보의 능력을 정확하게 판단해서 투표해야 함에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방선거나 농수축산림조합장 선거 때도 후보가 내건 공약이나 정책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 후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후보와의 사사로운 관계가 판단 기준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소지역주의나 연고성이 판단 기준이 된다. 지방선거 때는 지역정서에 의존해서 특정 정당만 보고 찍는 경우도 많았다.대통령 선거는 지역주의가 크게 작용한다. 후보 출생지가 어디냐에 따라 표가 왔다 갔다 했다. 국민들이 자신의 한표가 중요하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가운데 지역 연고에 의한 묻지마식 투표가 이뤄졌다. 보수 진보 보수 정권으로 뒤바꿔지면서 대통령을 잘 뽑는 게 자신한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한이 막중하다. 권력이 대통령한테로 집중되다 보니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국회에서 헌법을 고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도민들도 대선 때 곧장 지역감정을 바탕으로 한 묻지마식 투표를 해왔다. 90% 넘게 일방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 공산주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드문 사례다. 본인들이 지지했던 후보가 당선될 때는 기뻤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임기 내내 우울했다. 사실 한풀이에 가까운 선거를 했다. 그렇다고 개인의 삶과 지역발전이 바뀌지는 않았다. 대선이 일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대선은 외교 안보 국방은 말할 것 없고 경제상황이 악화될 위험에 처해 있어 중요하다. 도민들은 그간 냉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선거를 모두 경험했다. 얻은 결론은 연고주의에 의한 선거가 국론분열과 지역감정만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지금 선거판은 양당구조를 더 고착시키는 구조다. 그래서 지난 4·13 총선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그 피해가 어떻게 드러난다는 것을 똑똑히 알았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후보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 철학부터 시작해서 어떤 경험을 해왔고 그가 내세운 공약과 비전은 뭣인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역량이 부족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불통과 권한 행세로 나라를 망칠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주필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10.24 23:02

노벨문학상 선정, 그 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된 미국의 포크 가수 밥 딜런. 딜런은 최근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자로 거론되어왔지만 선정 결과는 확실히 파격적이었다. 실제 지난 13일 노벨 문학상 수상자 선정이 발표되기 직전 2016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유력했던 후보는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였다.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최근 몇 년 동안 노벨문학상 수상후보자로 빠짐없이 이름을 올려왔거니와 올해는 특히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작가다.노벨문학상 선정을 둘러싸고 국내외 평단의 평가는 여전히 극과 극을 오간다. 순수문학의 위기라는 혹평이 있는가하면, 스웨덴 한림원의 위대한 선택 같은 찬사도 이어진다.그 자신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이기도 한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티옹오는 최근 한국을 방문, 밥 딜런의 선정에 대해 대중가수로서뿐 아니라 다른 많은 의미를 찾은 것이라며 문학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딜런은 시인이기도 하지만 대중적 팝가수로 한 시대를 상징해온 인물이다. 그는 1960년대부터 반세기를 지나오는 동안 대중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온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였다. 대중들은 언제나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향해 있었던 그의 노래를 듣고 부르며 힘을 얻고 위안을 받았다.흥미로운 일이 있다. 딜런이 수상자로 선정된데 대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림원은 밥 딜런과의 직접 연락을 포기하고 그와 가까운 측근에게 수상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던 지난 13일, 딜런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수상자가 되었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지만 그는 수상 소감은 커녕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음날도 노래만 불렀다. 상황이 이쯤 되니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노벨상은 누구나가 선망하는 상이지만 수상을 거부한 사람도 있다. 외부적 여건에 의해서 수상을 포기한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 상을 거부한 인물은 두 명. 프랑스 장 폴 사르트르(문학상)와 베트남의 정치가 레 둑 토(평화상)이다. 196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사르트르는 모든 공적인 훈장과 명예를 거부하는 것이 자신의 원칙이라는 이유로, 1974년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레 둑 토는 조국 베트남에 아직 평화가 오지 않았다며 수상을 거부했다. 그 이유가 의미심장하다. 밥 딜런의 파격적인 행보, 더욱 궁금해진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10.21 23:02

김완주 문재인

참여정부의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낸 송민순 씨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가 그야말로 거대한 빙하가 돼 정국을 강타했다. 회고록에 나오는 참여정부의 2007년 UN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과 관련된 대목 때문인데, 문재인 의원이 논란의 핵심에 있다. 송민순은 회고록에서 2007년 11월 참여정부가 UN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측의 입장을 타진한 후 기권 결정을 했는데 당시 북측의 입장을 묻자고 한 장본인이 바로 문재인이라고 썼다. 이에 문 의원은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기억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문재인 실장이 일단 남북경로로 확인해보자고 결론 내렸다”고 쓴 송민순 회고록의 사실관계 확인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물론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일구삼언하지 말고 진실을 밝히라고 한다. 전북에도 똑같은 사건이 있다. 송민순 회고록 파문은 10년 전 일이지만, 삼성이 새만금에 20조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것은 불과 5년 전 일인데 거짓말 투성이다. 삼성이 지난 5월 약속 5년 만에 “새만금투자계획이 없다”고 밝혀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삼성 투자와 관련해 김완주 전 도지사는 “삼성의 새만금투자 요청이 있어서 정부에 연결해 줬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측 인사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전북도와 삼성이 주도한 것”이란다. 이는 김완주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김완주 측은 무반응이다. 전북에서 삼성은 금융과 생활가전, 스마트폰 장사로 쌈짓돈을 쓸어담고 있지만 정작 지역투자가 전무한 외부 ‘빨대기업’이다. 투자하면 좋겠지만 투자 안하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삼성의 새만금투자 철회 결정은 전혀 다른 사안이다. 이명박정부가 LH공사 본사를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돌리는 바람에 흉흉해진 전북 민심을 달래기 위해, 또 이 문제 때문에 정부와 동병상련의 입장에 처했던 김완주 전 도지사와 짜고 이반민심 수습용으로 ‘삼성 새만금투자쇼’를 걸판지게 벌였다는 의혹, 삼성은 그저 정권 압력에 못이겨 이명박·김완주 광대놀이에 출연한 보조역일 뿐이었다는 의혹 때문이다. 도백 시절 ‘매우 나쁜 짓’을 했다는 의혹과 비난이 하늘을 찌르는데도 계속 침묵하는 건 대단한 인내다. 그의 현역시절 행태와 다르다. 그건, 이제 전북에서 얻을 이익이 없기 때문 아닐까. 문재인과 김완주, 닮은꼴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10.20 23:02

전주기접놀이의 용틀임

전주기접놀이 콘텐츠 사용을 놓고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사)전주기접놀이보존회가 지난해 한국전통문화전당 개원식에 초빙된 문화단체의 공연이 보존회의 콘텐츠 도용이라고 주장하면서다. 보존회는 15년간 공들인 콘텐츠를 허가 없이 이용함으로써 공연질서를 문란케 해 법적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공연단체는 삼천동과 평화동의 여러 마을에서 전승된 민속놀이에 대해 보존회의 허가를 받을 사항이 아니라고 맞섰다. 전주시가 나서 보존회가 콘텐츠 특허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접놀이의 보존에 공헌해온 만큼 향후 공연 때 보존회를 통해 공연하도록 조치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졌다.전주시민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민속놀이를 두고 연희자들 사이에 논란이 빚어진 것은 이례적이었다. 전주기접놀이가 세상에 빛을 보기 위한 용틀임이었나 보다. 전주기접놀이가 제57회 한국민속예술제에 전북대표로 출전해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 받았다. 기접(旗接)놀이는 깃발을 갖고 노는 놀이다. 용이 그려진 깃발이어서 용기놀이라고도 부른다. 매년 백중때 모악산을 배경으로 전주시 삼천동과 평화동 일대에서 1940년대까지 연례행사로 행해졌으나 이후 간헐적으로 전승되다 중단됐다. 여러 마을이 참여해 용기이어달리기, 용기놀이, 용기부딪치기, 합굿 등을 통해 농사철의 피로를 씻고 친목을 다지는 민속놀이였다. 마을에서 치러진 마지막 기접놀이는 1956년 평화동 중평마을(당시 완주군 난전면)에서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1895년 제작된 중평마을 용기의 회갑을 기념해서다. 당시 기접놀이에 11개 마을에서 참가해 1주일간 열렸으며, 마을 공동재산인 논 3000평을 팔아 비용을 감당했다고 한다. 이후 맥이 끊겼던 기접놀이가 1970년대 중반 풍남제에서 재현됐으나 일회성에 그쳤다. 오늘의 기접놀이가 전승될 수 있었던 것은 1997년 삼천동 계룡리를 중심으로 보존회가 창립되면서다. 전주기접놀이보존회로 뭉친 회원들이 이듬해부터 매년 정월 대보름과 백중에 삼천동 일원에서 연희를 펼치며 그 맥을 이어온 것이다.맥을 잇는 과정에서 이런 우여곡절을 거쳤기에 전주기접놀이의 대통령 수상은 더욱 값지다. 큰 기지개를 켠 전주기접놀이가 박제된 콘텐츠에서 벗어나 과거 마을에서 진행됐던 것처럼 매년 모악산 자락에 휘날릴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용기를 자유자재로 흔들 수 있는 농촌 장정도 없는 현실에서 너무 큰 바람일까.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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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6.10.19 23:02

김영란법과 교각살우

어떤 기관장을 만났더니 불쑥 김영란법 이야기를 꺼냈다. 며칠 전 다른 기관과 MOU를 체결했는데, 점심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처하더라는 것이다. 업무적으로 서로 이해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갑을 관계는 더더욱 아니지만, 혹시라도 오해가 있을까봐 조심스러웠다는 것이다. ‘꼭 그래야 했느냐’는 질문은 여기서 별 의미가 없다. 행여라도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개인적인 모임도 뒤로 미루고 눈치만 살피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시범케이스’는 군대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이다. 시범케이스에 걸리면 사소한 잘못에도 가혹한 처벌과 모욕이 뒤따른다. 많은 사람들에게 경고를 보내기 위해 일부러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군 복무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 공포감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안다.그러나 김영란법은 사람들 간의 건강한 교유(交友)를 가로막고 우리 사회를 꽁꽁 얼어붙게 하기 위해 만든 법률이 아니다. 본래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부정과 부조리, 불의를 뽑아내고 그 자리를 공정과 정의로 채우자는 취지이다.사실 우리나라의 부패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는 34개 OECD 회원국 중에서 27위에 그치고 있다. 점수도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OECD 평균 69.9점에 비해 크게 낮다. 아시아권에서도 싱가포르(85점)이나 일본(75점), 홍콩(75점), 부탄(65점), 대만(62점) 등에 비해 떨어진다.이처럼 만연한 부패를 추방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있었기에 국민들의 박수 속에서 김영란법이 탄생할 수 있었고, 국민들도 다소의 불편은 기꺼이 감수하려는 마음이다.그러나 현재 김영란법을 대하는 우리의 사회 분위기는 본말이 전도된 것 같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자는데 건강한 부분이 긴장하고 있다. 큰 도둑들은 여전한데 서민들은 생활의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법이 잘못된게 아니라 권익위의 해석이 너무 소극적이고 방어적이기 때문이다.우리가 추방해야 할 것은 연줄에 의존한 부정한 관계이지, 신뢰에 바탕을 둔 건강한 사회관계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국회가 주도 돼서 국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물어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어떨까?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6.10.18 23:02

전북 농식품산업의 장래

그간 전북이 산업화에 뒤처져 다른 지역에 비해 경제여건이 안 좋았으나 부가가치가 높은 농식품산업만 잘 육성하면 전북의 미래는 걱정할 게 없을 것 같다. 전북은 농식품 분야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산학연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농촌진흥청 등 농업 관련 기관이 혁신도시에 있고 우수한 농업인력을 배출하고 연구기능을 갖춘 전북대학교 그리고 국내 굴지의 종합식품제조업체인 하림그룹이 있어 타 지역보다 여건이 좋다.2015년 기준으로 세계식품시장 규모는 5조5600억달러로 3조900억달러의 IT시장과 1조7800억 달러의 자동차 시장을 합한 것 보다 그 규모가 커지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간다. 아시아 태평양 식품시장 규모와 비중도 2014년을 시작으로 유럽식품시장을 능가하고 있다. 동북아 식품시장 규모는 14억5000만명으로 4억7000명인 EU보다 크다. 이 광활한 소비시장이 불과 2시간권에 속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물류 운송비 절감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전북이 일찍 농식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벤치마킹한 것은 잘한 일이다. 물류거점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처럼 새만금신항으로 잡았고 연구거점을 와게닝겐 URC와 같이 농촌진흥청 전북대학교 각 대학 농업연구소 그리고 핵심거점을 푸드밸리처럼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로 잡았다. 문제는 고정관념화돼 있는 경직된 사고를 어떻게 바꿔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그간 우리 농업은 소농가적 사고와 노동집약적 사고 그리고 비자본가적 사고로 움직여 왔다. 자연히 생산성이 떨어져 경쟁력이 없었다. 이 같은 경직된 사고를 기업가적 사고, 설비집약적 사고 그리고 자본가적 사고로 바꿔 놓아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경작지 면적이 우리와 비슷한 네덜란드의 농업인구가 7만인데 우리는 110만명이나 된다. 7만도 잘 훈련되고 교육받은 농업 전문가라는 것이다. 그간 적성을 고려치 않고 점수에 떠밀려서 농대에 진학한 농대생들마저 농업 현장으로 투입되지 않은 우리와는 대비된다. 네덜란드는 1950년대 이후에 규모화 전문화를 이뤘다. 그 때부터 단백질식품 생산 기반을 확대했다. 이미 농식품산업의 글로벌화를 진행했던 것이다.식량 자급률이 23.8%밖에 안 되는 우리는 농식품산업을 국가경제 의존형 1차산업에서 시장경제 지향적 산업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농어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공약을 내건 게 잘못이었다. 농업을 경제논리로가 아닌 정치논리로 접근한 게 오늘의 농업을 피폐하게 만든 주범이다. 전북은 네덜란드의 성공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농식품분야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도와 정치권도 산학연이 잘 운영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도민들도 새만금사업과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이 전북의 미래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이들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10.17 23:02

천담가는 길

‘세월이 가면 길가에 피어나는 꽃따라/나도 피어나고/바람이 불면 흔들릴라요/세월이 가면 길가에 지는 꽃따라/나도 질라요/강물은 흐리고/물처럼 가버린/그 흔한 세월//내가 지나온 자리/뒤돌아다보면/고운바람결에/꽃피고 지는/아름다운 강 길에서/많이도 살았다 많이도 살았어/바람에 흔들리며/강물이 모르게 가만히/강물에 떨어져/나는 갈라요-김용택 시인의 <천담가는길>-’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 진뫼마을에서 천담마을로 가는 길은 오래전 문화관광부가 ‘걷고 싶은 길’로 선정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이다. 섬진강은 진안군 백운면 팔공산 자락에서 생명을 얻는다. 옥정호를 거쳐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물줄기는 김용택 시인이 살고 있는 ‘진뫼 ‘ 앞으로 찾아든다. 천담과 구담, 장구목을 거쳐 적성으로 곡성으로 흐르는 물길. 그 길의 끝은 남해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시인은 90년대 초반, 천담분교에 근무했던 꼭 2년 동안 진뫼에서 천담에 이르는 이 길을 걸어 학교를 오갔다. 진뫼마을에서 천담까지는 꼭 4km, 십리길이다. 이 길 옆으로 흐르는 물길은 강이라 할 수 없을 만큼 한껏 몸을 좁히고 있다. 이 강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길에는 온갖 들꽃들이 피어나고 진다. 그 시절, 시인은 이 길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 여겼다. 그는 이 길을 오가며 철철이 피는 들꽃들의 이름을 알아내고 기억했다. 싸리꽃 달맞이꽃 쑥부쟁이 며느리 밑씻개 오이풀 여귀……. 수없이 많은 꽃들이 길을 따라 피고 졌다. 그러나 그가 기억했던 아름다운 들꽃 중에는 다음해에 피지 않는 꽃이 더 많았다. 해가 바뀌면 또 다른 들꽃들이 무리지어 피었다. 시인의 마을을 찾아오는 문학기행단들은 시인과 함께 이 길을 따라 천담과 구담을 거쳐 장구목까지 걸었다. 이 길에는 그 흔한 전봇대 하나 세워지지 않았다. 길과 길의 끝에는 마을과 마을이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 길을 일상적인 통행로로 사용하지 않았다. 자연 생태의 순정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는 비결이 거기 있었다. 이 길은 지금 잘 다듬어진 산책길로 모습을 바꾸었다. 자잘 자잘한 돌들이 뒹굴던 흙길 대신 걷기 편한(?) 포장길이 놓였다. 자연의 순정이 훼손된 감이 없지는 않으나 구불구불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가는 길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마음 순해지는 가을이다. 어수선한 시절, 걷고 싶은 길 하나쯤 마음에 넣어두길 원하는 독자들께 이 길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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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6.10.14 23:02

시그마 6

결국, 삼성전자가 11일 한국거래소 조회공시에서 갤럭시 노트7 생산 중단을 밝혔다. 제품 환불은 물론 노트7을 타사제품으로도 교환해 준다.8월 2일 미국 뉴욕에서 처음 공개된 노트7은 탁월한 방수기능 등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역대 최고라는 평을 받았다. 지난 70일간 전세계에 모두 380만 대가 나간 것으로 알려진다. 제품 가격만 모두 3조 8000억 원에 달한다. 모두는 노트7의 성공 실적도 역대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여겼다.아쉽게도, 노트7의 운명은 비운의 70일 천하로 끝나고 말았다.제품 발표 보름 후인 8월19일 한국과 미국을 필두로 판매에 들어갔는데 불과 6일만인 24일 한 인터넷커뮤니티에 발화 사례가 공개됐다. 그런데 한 두 건이 아니었다. 국내외에서 발화사고 보고가 이어지자 삼성전자는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기기공급 중단 조치를 내렸다. 9월 2일 배터리 결함을 공식 확인하고 전량 교환에 들어갔다. 하지만 미국 연방항공청이 노트7의 기내 사용 중단을 권고했고,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노트7 리콜을 공식화했다.노트7 내장형 배터리에서 결함이 발생한 것은 배터리 생산 계열사인 삼성SDI 제품을 무리하게 밀어주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노트7은 크기가 줄고 배터리 용량이 커졌는데, 이 변화된 설계에 걸맞은 배터리를 채용하지 않고 무리하게 삼성SDI 제품을 쓴 것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리콜조치를 하면서 삼성은 배터리를 타사 제품으로 교체했고, 9월19일부터 새 기기 교환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마저 얼마가지 않았다. 9월26일, 10월1일 국내외에서 또 화재 사례가 보고된 것을 필두로 각국에서 발화사고가 잇따랐다. 급기야 10월9일 미국 이동통신사들이 노트7 판매와 교환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삼성은 손을 들고 말았다. 냉정한 시장의 요구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글로벌 삼성의 치욕이다. 지난 70일간의 흥분과 긴장 속에서 삼성이 시도한 모든 반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삼성이 노트7을 포기한 것은 이미지 훼손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시장에서 사망 선고를 받은 노트7을 신속히 폐기하고, 이미 준비하고 있는 갤럭시S8로 반전의 기회를 잡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삼성은 노트7을 통해 시그마6(제품 불량률 백만분의 3.4)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시장의 혹독함을 보여 주었다. 김재호 수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10.13 23:02

김영란법과 호남차별

‘호남차별’이 이젠 지역차별의 보통명사로 굳어졌다. 그간 정치권과 지역사회, 언론 등에서 귀가 따갑도록 호남차별을 외장쳐도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 가깝게 정부의 각종 사업과 인사 기용에서 호남차별이 끊임없이 거론됐으나 돌아온 것은 메아리뿐이었다. 굳이 어떤 차별을 어떻게 받았는지 세세한 증거로 세울 필요도 없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단 1명의 전북 출신 장관이 기용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지난달 5일 첫 대표연설에서“새누리당과 새누리당 전신, 이전의 보수 정부가 호남을 차별하고 호남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며 “새누리당 당 대표로서 이 점에 대해 참회하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보수 정부와 새누리당 전체의 생각일리 만무하지만, 이 대표 본인이 보수 정당과 보수 정부에 몸을 담으며 그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진정성 있게 들렸다.물론, 이 대표의 호남차별론 주장과 반성에 정치적 의도가 없지 않을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외연 확장의 일환으로 볼 수 있고, 그는 실제 국회 연설에서도 ‘보수정당-호남연대’를 제안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의 호남 인사차별론은 신념에 가깝다고 할 만큼 일관성이 있다. 지난 8월 전주에서 가진 호남전당대회에서“탯줄을 어디 묻었느냐가 인사 기준이 된다면 그게 정상적인 나라인가”라며 호남 출신의 인사 불이익에 대해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의원 신분 때도 그는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인사탕평책을 강하게 주장했다. 호남인사 차별 사례가 있을 때마다 현장조사에 나가고 공개할 것이며,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도 했다.그런 이 대표가 최근 정읍 축산농가와의 간담회에서 ‘김영란법’이 호남 소외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해 구설수에 올랐다. 어려움을 겪는 축산농가를 설득하기 위해 법의 긍정적 효과를 부각시키기 위한 취지였겠지만 이를 호남 차별의 해소와 연결시킨 데는 갸우뚱 할 수밖에 없다. 청탁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호남소외가 부정청탁 때문이라는 것은 아무리 선의라도 견강부회다. 청탁금지법상 이해관계가 있는 개인의 청탁은 금지 사항조차 아니다. 이 대표의 호남차별론 트레이드마크가 이렇게 희화화 돼서는 진정성을 갖기 어렵다. 이 대표는 이제 당 대표다. 청탁법을 들먹이지 않고도 실천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리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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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6.10.12 23:02

소나무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나무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인들이 가장 즐겨찾는 피톤치드의 함량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몇 년전 충남대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통 소나무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Phytoncide)의 양이 편백나무 숲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톤치드는 인간에게 해로운 성분을 소독하는 항균효과와 혈관 및 심장 강화, 피부보호, 그리고 인간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진정작용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소나무는 우리 민족에게 매우 친숙한 나무이다. 어느 지역의 야산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제대로 모양을 갖춘 마을이라면 마을 초입이나 뒷동산에 으레 몇 그루 쯤의 소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금줄에 솔가지를 꽂고, 식량이 귀한 보릿고개에는 소나무 속껍질로 허기를 달랬다. 장(醬)을 담글 때면 금줄에 소나무 가지를 매달아 잡것들의 침범을 막았고, 추석때는 솔잎을 깔고 송편을 쪘다. 추운 겨울밤을 견디게 해준 땔감도 소나무와 솔방울이었다. 우리나라 애국가 제2절의 가사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로 시작한다. 소나무는 원래 생명력이 강한 나무이다. 소나무 숲에는 다른 나무나 풀이 살지 않는다. 험한 바위 등에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는 것도 소나무이며, 척박한 땅에 자라는 소나무일수록 더 오래 산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으로 인해 소나무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우리나라 100개 자치단체에서 소나무 재선충이 발병했으며, 전북에는 임실과 순창 군산 김제 익산 등 5개 지역이 포함됐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3개월 이내에 잎이 누렇게 변하고 1년이 지나면 100%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소나무와 잣나무의 사철 푸르름을 칭송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는 제자 이상적에게 선물한 그림이다. 세상이 변하면 인심도 변하기 마련인데, 끝까지 옛 의리를 지키며 유배생활을 하는 자신을 챙겨주는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다. 추사는 스스로 지은 제문에 ‘날씨가 추워진 이후에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사람이 곤궁에 처해봐야 진정한 친구를 알아볼 수 있다고 하지만, 소나무 숲의 소중함을 알기위해 재선충의 확산을 언제까지 두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재선충 방제에 대한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기대해본다. 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6.10.11 23:02

그래도 새만금

전북은 산업화에 뒤처져 경쟁력 있는 기업이 없고 아직도 생산성이 낮은 농업이 주를 이룬다. 각종 지표상 전국 최하위권이다. 김대중 노무현 진보정권 때 전북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졌지만 전북 출신 정치인들이 자신의 입신양명만 노리고 정권 실세들의 눈치만 살피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다. 광주 전남은 정권 실세들이 앞다퉈 가며 국가예산을 확보해 SOC 구축은 물론 산업단지 조성에 올인했다. 그나마 수도권 과밀화를 막고 지역균형발전을 유도하려고 노무현 대통령이 반대를 무릅쓰고 각 시도에 만든 혁신도시건설사업이 그래서 돋보인다. 당장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지만 앞으로 정주여건이 개선돼 가족들이 함께 이주해 오면 상당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혁신도시는 해당 부처들이 간섭을 최소화해서 입주기관들이 빨리 현지에 정착해야 성공할 수 있다.지금 전북은 전주 한옥마을에 연간 1000만명의 내외국인이 찾아온 것 때문에 그나마 숨 쉬고 있다. 원래부터 기업이 없어 크게 경제상황이 나빠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불황이 지속되는 바람에 그 여파가 크다. 전주는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 때문에 택시 숙박업 음식점 등지에서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아직 시 전체로 확산은 안되었지만 상당 부분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한옥마을 찾는 사람들이 체류형 관광객으로 더 바뀌어야 한다. 전주에서 머물다 보면 자연히 도내 다른 관광지까지 북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와 각 시군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아직껏 뾰족한 해답은 구하지 못하고 있다. 거창한 구호보다 현지인들의 친절한 서비스가 중요하다. 일본은 어디를 가나 누구한테도 친절하게 응대해 주지 않던가. 그래서 좋은 인상 때문에 다시 가고 싶은 곳이 되는 것.역대 정권들이 새만금사업을 백안시하거나 푸대접해 도민들이 실망했지만 그래도 전북의 미래는 새만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새만금에 삼성이 투자하겠다고 MOU를 체결한 게 정권이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었음이 속속 밝혀지지만 국책사업인 새만금 사업은 계획기간내에 끝내야 한다. LH를 경남 진주로 빼앗겨 궁지에 몰린 김완주 전 도지사가 책임론에서 벗어나려고 정부한테 MOU 체결을 손 내밀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새만금사업이 지지부진하지만 전북의 장래는 새만금에 달려 있음은 분명하다. 전북이 농식품 분야로 나가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를 벤치마킹해서 만들고 있는 산학연 체제가 빨리 정착돼야 한다. 새만금신항만을 물류기지로 삼고 연구기능과 인력양성은 농촌진흥청과 전북대학교 등 도내 대학들이 그리고 생산은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있는 (주)하림그룹에서 맡으면 된다. 송하진 지사가 할일은 산학연의 적극 지원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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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6.10.10 23:02

'독창성'의 결실

올해 노벨상 수상자 선정이 시작됐다. 생리의학 분야가 첫 번째다. 지난 3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일본 도쿄공업대 오스미 요시노리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지금까지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25명, 과학 분야에서만 22명이 됐다. 지난해에도 오무라 마사시 기타자토대학 특별명예교수가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으니 이 분야 연속 수상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 유일한 우리나라로서는 부러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눈여겨보게 되는 것이 있다. 일본 노벨상 수상자들의 면면이다. 특히 2014년 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슈지, 2015년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무라 마사시, 그리고 올해 수상자인 오스미 요시노리까지 근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의 경력은 더욱 흥미롭다. 나카무라 교수는 지역 중소기업에 다니던 평범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대학 역시 일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는 시코쿠의 도쿠시마 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니치아화학공업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이 하던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다 입사 10년 만에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어려워서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시작한 것이다. 80년대 후반 당시만 해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청색 LED 제품이었다. 고군분투하며 연구에만 여러 해 몰두했던 그는 결국 1993년 청색 LED 제품화에 성공했다. 오무라 교수는 야간고등학교 교사 출신이다. 야마나시의 지방대를 졸업, 도쿄 도립 스미다공고 야간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학생들로부터 자극을 받은 그는 5년 만에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해 연구자의 길에 들어섰다. 그 역시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열대지방 풍토병인 강변실명증의 결정적 치료 물질인 항생제 이베르멕틴 개발이 그 결실이다. 올해 수상자인 오스미 교수도 남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도 다른 연구자들이 외면해왔던 분야를 연구하다 마흔네 살 늦은 나이에 도쿄대 조교수에 임용됐다. 도쿄대는 대학에 몸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선망하던 곳이지만 그는 8년 만에 자신의 연구를 위해 시즈오카 국공립공동연구기구인 기초생물학연구소로 직장을 옮겼다. ‘오토파지’ 현상을 연구,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질환이나 암과 당뇨의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문을 연 그의 업적 역시 다른 사람들이 외면한 분야에서 빛을 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 남들과 다른 것을 하라.’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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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6.10.07 23:02

파심중적난(破心中賊難)

파산중적이 파심중적난(破山中賊易 破心中賊難·산 속에서 활동하는 도적을 무찌르기는 쉬우나 사사로운 욕망, 남을 미워하는 마음, 이기심 등 제 마음 속의 온갖 나쁜 마음들은 제어하기 힘들다). 중국 명나라 때 양명학으로 이름을 떨친 왕수인(王守仁)의 문집 양명전서(陽明全書)에 나오는 말이다. 송하진 도지사가 4일 퇴임한 이형규 전 정무부지사에게 이 글귀를 붓글씨로 써서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재직 기념’ 으로 전달했다.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라는 조언이 담겼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은 수많은 심적 갈등의 순간들을 겪게 마련이다. 리더가 내리는 단 한 번의 판단에 따라서 조직이 승승장구할 수도 있고, 침몰할 수도 있다. 나를 버리고 조직을 앞세우는 ‘선공후사’의 마음으로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는 말을 잘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사사로운 이익의 늪에 빠진 리더들이 많았다. 송하진 지사가 이형규 전 정무부지사에게 ‘마음 속의 도적을 무찌르기 어렵다’는 경구를 재직 기념으로 전달한 것은, 정무부지사 직무를 수행하면서 겪었을 마음 고생을 위로하는 것이겠지만, 어찌보면 바로 자신에 대한 위로와 경계일 것이다.한 때 ‘내 탓이오’란 글귀가 유행했다. 지금도 어느 집안 거실이나 사무실의 벽, 그리고 자동차 뒷유리에 붙은 ‘내 탓이오’란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모든 허물을 남의 탓이 아닌 내 탓으로 돌려 버리면 관계망의 갈등을 키우지 않게 되니 인간관계가 원만하게 되고 결국 마음의 안정을 찾아 행복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배어 있다. 현대사회 주요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마음을 비우라’는 말도 그렇다. 파심중적난이든, 내 탓이오든, 마음을 비우라든 결국 나를 먼저 내세우지 않는 양보와 겸양의 자세, 남이 옳을 수도 있다는 중용의 자세, 긍정의 자세를 가져야 행복한 삶을 꾸려갈 수 있다고 본다. 금수도 은혜를 입으면 그 고마움을 알고 갚는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은 부류가 적지 않다. 내 탓은 없고, 네 탓만 앞세운다. 수십년 쌓은 옛 정은 한순간에 내팽개치고, 자신의 허물을 감추고, 자신의 이익만 취하고 상대방을 공격한다. 그런 부류의 인간들은 배은망덕이다. 욕심에 취해 제 눈 속에 든 들보를 보지 못한다. 자신의 이익만 취하는데 급급한 사람은 산속의 도적은 무찌를 지 몰라도 결국 들보에 눈 멀어 모든 것을 망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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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6.10.06 23:02

구조 불이행죄

지난 1964년 3월 13일 미국 뉴욕주 퀸즈 지역에서 캐서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새벽시간에 귀가하던 중 강도를 당했다. 이 여성은 거세게 저항하면서 주위에 도움을 호소했지만 현장을 지나가던 38명에 달하는 목격자 가운데 경찰에 신고하거나 구조에 나선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결국 이 여성은 강도에게 무참히 살해당하고 말았다. 1997년 5월 미국 네바다주에서도 카지노클럽 화장실에서 친구가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신고조차 하지 않은 캐시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건이후 미국의 30여개 주에선 불구조죄에 대한 법 조항을 도입했다.지난 8월 대전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택시기사를 방치한 채 트렁크에서 본인 짐만 챙겨 떠난 부부승객 소식에 국민들이 경악했었다. 이들 부부는 당시 동남아로 골프여행을 떠나면서 공항버스를 놓칠까 봐 119 등에 구조요청없이 황급히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국민적 분노를 샀다. 지난달 30일에도 서울 동작구에서 택시기사가 의식을 잃으면서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량과 접촉사고를 냈다. 하지만 탑승했던 승객은 별다른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고 피해차량 운전자와 행인들이 119에 신고한 뒤 인공호흡을 실시했으나 병원으로 옮기던 중 택시기사는 숨졌다.이 같은 위급 상황에 처한 사람을 방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구조 불이행죄 입법이 추진된다.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을 새누리당 박성중 의원(서울 서초을)이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지난달 국회에 발의했다. 찬반 양론이 있지만 국민의 절반 이상은 착한 사마리아인법 제정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한 착한 사마리아인 법 제정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위급한 사람을 돕지 않고 지나치면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53.8%로, 위급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은 도덕의 영역이기 때문에 법제화해선 안 된다는 의견(39.1%)보다 높게 나왔다.프랑스와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러시아 등에선 구조 불이행죄 법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에선 구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땐 5년 징역, 또는 7만5000유로의 벌금 규정을 두고 있다. 지난 1997년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에게 쫓기다가 교통사고로 숨졌을 때 사진만 찍어댔던 파파라치들이 체포된 죄목 중 하나도 구조거부죄이었다.갈수록 각박해지고 인정이 메마른 우리 사회에 화재 현장에서 잠든 사람들을 구하다 숨진 초인종 의인 안치범씨는 큰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우리에게 참된 이웃이 누구인지!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10.05 23:02

어사 출두

춘향전은 한국의 대표적 판소리계 고전 소설이다. 우리의 고전·현대 소설을 통틀어 춘향전만큼 창극·연극·뮤지컬·오페라·드라마·영화 등의 다양한 소재로 만들진 작품을 찾기 힘들 것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 되며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 춘향전이다. 전북의 대표브랜드 공연도 춘향 이야기다. 2013년 뮤지컬 춘향으로 출발해 올 ‘성, 춘향’으로 이름을 바꿔 전북예술회관에서 상설공연으로 진행하고 있다. 춘향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성, 춘향’은 서양화성의 5음계를 중심으로 음악을 구성하고 미디어 파사드를 이용한 영상 기술을 활용하는 등 젊은층과 호흡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춘향전 무대인 광한루를 빼고 남원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춘향전은 남원의 보배다. 춘향전이 현재 남원의 관광산업을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춘향전이 남원의 대표브랜드 공연으로 자리잡은 것은 당연하다. 한옥마을 상설공연으로 2013년 전통창극에 뮤지컬 요소를 도입한 ‘가인춘향’으로 시작해 4년째 ‘광한루연가’시리즈로 진행되고 있다. 올 춘향전 이야기는 ‘아매도 내 사랑아’다. 이와 별도로 춘향전의 신관사또부임행차 공연이 상설로 운영되고 있다. 3일 끝난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는 올 포커스로 춤꾼 이매방과 함께 ‘춘향’에 주목했다. 남원지역 상설공연 작품과 ‘판소리 춘향가’앨범을 낸 재즈그룹 ‘두번째달’을 초대했다. 영상과 연주, 보컬이 어우러진 두번째달의 춘향콘서트 또한 춘향전의 콘텐츠 영역을 넓힌 시도로 평가받는다. 춘향전은 일반 국민들에게 뿐 아니라 문학 연구자들의 많은 관심 속에 수백 편의 연구 논문이 생산됐다. 학자들은 조선시대 신분제 속에서 양반·중간 계층·서민·기생 등의 관계 양상을 보여주는 조선후기 풍속의 역동적인 이면을 보여주는 자료로 높이 평가한다. 일반인들에게는 그런 문화사회적 가치를 떠나 춘향의 사랑 이야기에서 재미와 감동을 받는다. 작품에 담긴 풍자와 해학이 여러 형태로 재해석되면서다.그러나 무엇보다 일반인들이 느끼는 춘향전의 가장 큰 매력은 클라이맥스의 ‘어사출두’장면이 아닌가 싶다. 부패하고 잘못된 권력에 짓눌린 민초들이 권력에 맺힌 한과 설움을 ‘어사출두요!’ 한방에 날려버린다. 답답한 현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카타르시스다. 청와대가 국민과 불통인 현실에서 ‘어사출두’를 기다리는 것은 헛일이지 싶다. 더 많이 진화된 춘향전이나 기대해야 할 것 같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10.04 23:02

더치 페이

더치 페이(Dutch pay)는 우리말로 ‘각자내기’를 뜻한다. 그 어원을 찾아보면 ‘더치 트리트(Dutch treat)’로 나온다. 더치(Dutch)는 ‘네덜란드의’ 또는 ‘네덜란드 사람’을, 트리트(treat)는 ‘한턱내기’ 또는 ‘대접’을 뜻한다. 다른 사람에게 한턱을 내거나 대접하는 것을 뜻하는 더치 트리트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오랜 관습이었다고 한다. 그것을 어원으로 하는 ‘더치페이’는 그 반대의 뜻이니 그 배경이 궁금해진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1600년대 초반 아시아 지역에 대한 식민지 경영과 무역 등을 두고 서로 경쟁관계에 있었다. 적극적인 공세를 편 것은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는 동인도회사까지 세우고 영국과의 식민지 경쟁에 나섰지만 17세기 후반, 제해권(制海權)은 결국 영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후에도 네덜란드와 영국 두 나라 사이에는 반목하며 갈등을 빚었다. 이때부터 영국인들은 네덜란드인(Dutchman)을 탓하며 부정적인 의미로 ‘더치(Dutch)’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네덜란드 사람들의 오랜 관습인 ‘더치 트리트(Dutch treat)’도 트리트 대신 반대의 뜻을 지닌 ‘페이(pay) ‘로 바꾸어 사용하면서 식사를 한 뒤 자기가 먹은 음식비용을 각자 부담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됐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는 어색하고 낯설었던 ‘더치페이’ 문화가 화제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피해갈 수 없는 삶의 방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더치페이’가 보편화된 대표적인 나라다. 식당에서 모임이 끝난 후 줄을 서서 각자의 음식 값을 계산하는 그들의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흥미로운 글이 있다. 현대 일본의 대표적 문예평론가인 후쿠다 가즈야 게이오대학 교수가 자신의 저서 <나 홀로 미식수업>에서 쓴 ‘더치페이에 숨겨진 기만’의 일부다. 후쿠다 교수는 “식사에서 경제적인 문제를 생각할 때 중요한 건 요리의 가격 뿐 만이 아니다”며 “여기에는 상당히 인간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데 그건 바로 ‘누가 돈을 낼 것인가”라고 말한다. 그는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면서 동시에 식사의 즐거움을 좌우한다. 그 뿐 아니라 식사에서의 권력 관계, 보다 정확한 말로는 ‘정치’가 담겨있다”고 분석한다. ‘더치페이’ 문화가 우리의 일상에 들어왔다. 휴대폰 계산을 위한 ‘더치페이’ 앱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우리 사회에도 ‘더치 페이’ 문화가 보편화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피할 수 없다면 친숙해지는 것이 답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9.30 23:02

공무원 자살

28일 새벽 0시50분. 전북경찰 A경위가 익산 아파트에서 숨진 채 그의 부인에 의해 발견됐다. 향년 44세의 젊은 가장이었다. 아내와 자식을 남겨두고 홀로 갔으니, 지독하고 가혹한 사람이다. 그의 젊은 아내는 어린 자식들을 키우며 세파를 헤쳐가야 한다. 그의 죽음은 자살로 추정된다. 타살 흔적이 없고, 그가 사망 전날 밤 술을 마시고 귀가한 뒤 가족에게 괴로운 심정을 토로한 점, 그리고 아내에게 미처 발송하지 못한 휴대폰 문자메시지 “먼저 가서 미안하다. 잘 살아라.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 등을 놓고 볼 때,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A경위는 2000년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수사팀의 일원이었다. 그가 초년 경찰이던 때다. 2000년 8월10일 오전 2시쯤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근처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택시운전기사 유모씨(42)가 누군가에 의해 옆구리 등 12군데를 잔인하게 찔려 살해된 사건이다. 이 사건의 최초 목격자는 당시 16세였던 최모군이었다. 인근 다방에서 오토바이를 이용해 차 배달 일을 하던 청소년이었다. 최군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현장에서 남자 2명이 뛰어가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는데, 경찰은 최군이 시비 끝에 택시기사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체포했다. 최군은 결국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10년형을 선고받았다. 형기를 모두 채운 뒤 2010년 만기 출소했다. 그리고 2013년 무죄다, 억울하다며 사법당국에 재심을 청구, 끝내 재심 결정을 얻어냈다. 숨진 경찰 A씨는 지난 8월25일 광주고법에서 열린 재심 제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일로 그는 크게 괴로워 했다고 한다. 그 괴로움을 자살로 표현한 것은 큰 실수다.이 같은 일이 최근 몇 년 사이 잇따르고 있다. 남원과 임실 등에서 촉발된 가동보 특허 설계 반영 로비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전북도청 과장이 자살했고, 업체 간부도 자살했다. 부안군 승진인사 조작사건 수사가 진행되던 중에는 부군수를 지냈던 인물이 자살했다. 익산시 LED가로등 교체사업 비리 의혹에 대한 감사 등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이 자살했다. 관계 공무원 자살은 비리의 몸통을 보호하는 행위다. 그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자살을 선택한 것은 공복으로서 최소한의 정의, 양심을 저버린 행위다. 공무원이라면 진실을 당당히 말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9.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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