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농부는 농산물을 생산해 먹고 산다. 소유 전답의 크기, 천재지변, 병해충 등 각종 변수에 따라 울고 웃고 하지만 농산물은 농부 삶의 기반이다. 생선이나 육류, 옷, 신발, 모자 등 각종 생활 필수품은 구입한다. 잉여 농산물을 팔아 현금을 만들고, 그렇게 손에 쥔 현금으로 각종 필요 물품을 구입해 살아간다. 공존 시스템이다. 대통령, 다이아몬드 숟가락을 물고 나온 졸부 등 권력과 명예와 부를 거머쥐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결국 농부가 생산한 농산물과 어부가 잡은 수산물, 중소기업 근로자가 만든 제품이 있기에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한다. 제 아무리 하늘을 찌르는 권력과 부도 결국 목숨처럼 한계가 명백한 인간 삶의 일부일 뿐이다. 지구상의 모든 살아 있는 개체는 태어나서 영양분을 섭취하며 일정 기간 살아간다. 가장 중요한 번식 임무를 마치면 종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죽는다. 농부든, 사업가든, 정치가든, 예술가든 모든 인간이 마찬가지다. 다른 종과 인간의 차이는 있다. 인간은 생각하고, 연구하고, 응용하고, 감성이 풍부하고, 이성적이면서도 포악한 기질이 깃들어 있고, 끝이 없는 욕망 덩어리라는 점일 것이다. 인간의 제어할 수 없는 욕망은 인간을 지구상 절대패자로 만든 요인 중 하나다. 적어도 현재 상황에서 인류의 미래는 거침없어 보인다. 그 속에서 인간의 행복이 나름 있겠지만, 수많은 불행이 싹을 틔워 꽃을 피우는 것도 현실이다. 전쟁과 테러, 살인, 강도, 강간, 안전사고, 천재지변 등 인간사회에 존재하는 불행 가운데 상당부분은 인간 속에 깃든 ‘상대를 재물삼아 욕망을 채우려는 DNA’ 때문이다. 그 DNA가 크게 활성화되면 순박하던 농부가 괭이, 호미 내던던지고 창칼을 손에 쥔다. 정치가는 추악한 야망을 키우고, 재력가는 사욕을 넘어 권력을 넘본다.인류의 발전 동력 중 하나는 반복과 경험을 바탕으로 응용력을 높이는 기질이다. 그 기질은 때로는 독, 때로는 약으로 작용한다. 그 기질이 ‘상대를 재물삼아 욕망을 채우려는 DNA’를 자극하면 개인은 물론 조직이 붕괴된다. 천사처럼 속삭이는 악마의 기질은 필부필부처럼 평범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더 발전하고 성숙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상대를 배려하고, 나누고, 긍정적으로 소통 하면서 진화하도록 설계된 종 아닌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