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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중계된 리우 올림픽 폐막식은 화려했다. 폐막식의 주제는 ‘A New World’. 폭우가 쏟아지고 강풍이 불었지만 폐막식의 축제 분위기는 온전히 살아났다. 100여 년 전 회중시계 대신 세계 최초로 손목시계를 차 이름을 알린 브라질 발명가 아우베르투 산투스두몽으로 분장한 배우가 등장해 시계를 들여다보며 본격적으로 시작을 알린 폐막식은 그 자체로 삼바축제의 현장이 되었다. 축제는 폭우 속에서도 삼바 리듬을 즐기며 입장하는 선수들의 웃음과 춤, 환희로 절정을 이루었다. 승자와 패자가 따로 없는 인류의 아름다운 축제. 올림픽 정신이 거기 있었다. 리우 올림픽은 불안한 정치상황과 경제위기를 맞은 브라질의 상황과 맞물려 개최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들의 무관심과 열악한 경기장 환경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탈도 많고 말도 많았다. 큰 사건 없이 22일 동안의 열전을 무사히 마친 것만으로도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도 있다. 때문에 성공적 올림픽으로 평가를 받지는 못했으나 리우 올림픽이 준 교훈은 따로 있다. 개폐막식에서 보여준 브라질만의 문화적 감성과 발현이다. 리우 올림픽은 개막식과 폐막식을 저예산으로 치러냈다. 개막식은 55억 원, 폐막식 예산은 14억 원 규모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이 개막식에만 460억 원, 폐막식에 7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투자했던 것을 고려하면 상상할 수 없는 예산이다. 첨단 시설이나 장치가 없이도 축제의 열기를 그래도 살려냈던 리우올림픽 개폐막식은 그래서 더욱 돋보였다. 개막식이 아마존을 화두로 광활한 자연과 역사를 담아낸 장대한 서사시였다면 폐막식은 축제의 나라 브라질의 독창적 문화를 전파하는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폐막식 공연을 만들어낸 로사 마젤란 총감독은 ‘임페라트리스 카니발 스쿨’의 책임자답게 성공적인 무대를 확신했다. “브라질을 상징하는 카니발이야말로 폐회식 행사로 제격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리우와 같은 축제를 하는 곳은 없다. 카니발은 이번 올림픽 대회의 방점을 확실히 찍어줄 것이다.” 그의 말대로 세계는 적은 예산으로도 훌륭하게 치러낸 리우올림픽 폐막식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은 2008 베이징 올림픽의 20분의 1, 2012 런던올림픽의 12분의 1의 예산만으로도 축제의 나라 브라질의 열정과 자연과 환경, 다양성에 대한 메시지를 제대로 전했으니 그럴만하다. 저예산 개폐막식의 울림이 크다.
2년 전, 밤거리에서 지나가는 여고생을 향해 음란행위를 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미국 대통령을 지낸 클린턴의 스캔들 등 어처구니 없는 수많은 성 관련 사건이 터지는 지구촌 세상이지만, 검찰의 별인 현직 검사장이 자신의 관할지역에서 길거리 음란행위를 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그는 검찰시민위원회 결정이 받아들여져 기소유예 처분된 덕분에 검사복을 벗고도 지난해 9월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할 수 있었다.최근 그는 성매매 알선 혐의로 기소된 여행사 대표 변호를 맡아 세간의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 11일 제주지법 법정에서 변론에 나선 그는 사람은 아무리 성인이라도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고, 죄인에게도 미래가 있다는 문호 오스카 오일드의 명언을 소개하며 피고인 선처를 호소했다.김 변호사 본인의 과거도 끄집어 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자신도 법정에 서 있는 피고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였다고 했다. 이제 잘못을 깨닫고 실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피고인에 대한 엄벌보다는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했다.김수창 같은 사건이 전북에서도 있었다. 지난 6월 익산에서 유명 프로야구 선수가 주택가에서 음란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돼 야구단에서 퇴출된 것이다.성 관련 사건이 자살 사건으로 번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지난 21일 남원시 고위공무원이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여직원 성추행 의혹 사건에 휘말려 있었고, 22일 피혐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성추행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는 것을 두려워 한 것일까. 그는 아내에게 여보 사랑한다. 미안해라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이런 사건은 공무원 사회에서 적지 않게 벌어진다. 학교에서는 교사와 여학생, 공직에서는 상사와 여직원 사이에서 성추행, 성스캔들 등 부적절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남자 상사나 교사는 여직원(여학생)을 격려하기 위해 어깨만 툭툭 다독거렸을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이미 현실사회는 그런 변명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성추행, 성폭행, 성매매 등 수많은 성 관련 범죄자들이 처벌되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직장 내 성교육이 진행되지만 성 범죄는 브레이크가 파열된 열차처럼 거침없다. 이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예의가 실종된 탓이다.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어제 집권 여당의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가 전북도청에서 열렸다. 재작년 전남, 지난해 광주에 이어 올해는 전북 개최 차례이었지만 도민들의 기대감이 남달랐다. 지난 9년 동안 정부 여당의 무관심과 푸대접에 변방으로 전락했던 전북에서 호남출신 첫 여당 대표가 주재하는 예산정책협의회가 열린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앞서 지난 3일 새누리당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도 전주에서 열렸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행사가 전주에서 열린 것은 32년 만에 처음이었다.이 같은 변화의 단초는 지난 4·13 총선에서 비롯됐다. 전주을과 순천에서 새누리당으로 출마했던 정운천 의원과 이정현 대표가 당선되면서 호남의 정치 지형이 바뀌었고 새누리당도 서진(西進)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문제는 새누리당의 이 같은 정치 이벤트가 보여주기식 일과성 행사에 그쳐선 안된다. 도민들은 그동안 정치권이 보여준 쇼 이벤트에 너무 식상해 있다. 선거철만 되면 장밋빛 청사진을 내걸어 표심을 흔들어놓고 선거 후에는 공염불로 그친 전례가 수두룩하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 지도부가 총출동, 새만금 현장에서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고 “새만금을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명박 후보는 “새만금에 국제 투자자를 유치해 세계에서 가장 큰 단지로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임기 5년 내내 이행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8대 대선 당시 “새만금사업을 확실하게 책임지겠다”며 새만금 특별회계 설치를 비롯 동서2축과 남북2축 도로 건설, 새만금∼김천 동서횡단철도 조기 착공, 신항만 배후 물류산업복합단지 조성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특별회계 설치는 물 건너 갔고 남북2축 도로건설은 내년 예산에서 빠졌으며 동서횡단철도는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추가 검토사업으로 밀려나고 말았다.이정현 대표는 지난 3일 합동유세 때 새만금사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과 탕평인사를 내걸었다. 어제 예산정책협의회에서도 “새누리당이 호남 발전에 앞장서겠다”면서 지역 숙원사업 예산과 현안을 적극 챙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호남 출신인 이정현 대표는 그동안 립 서비스에 불과했던 당 대표들의 언행과는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 그의 약속이 말의 성찬으로 그친다면 그의 정치생명도 끝나기 때문이다.호남의 정치 변화에 이젠 새누리당과 이정현 대표가 응답해야 할 때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인기가 없었지만 퇴임 후 미국 역사상 최고의 전직 대통령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는 1981년 퇴임 후 고향 조지아주로 돌아가 세계 평화의 전도사로, 집 없고 헐벗은 사람들의 후원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며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재임 때보다 더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처음부터 전직 대통령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우스갯말이 나왔다.카터는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중요한 정책을 폈다. 취임 후 계속해서 도덕정치를 내세웠던 카터는 한국의 인권과 주한미군 철수 문제로 한 때 박정희 정부와 불편한 관계로 지냈다. 제1차 북핵위기 당시인 1994년 미국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북한을 방문, 김일성 주석과 회담을 갖고 교착상태이던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도 했다. 퇴임 후 해비타트에서 펼치는 사랑의 집짓기운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한 카터는 2001년 한국을 방문, 군산 등에 집을 짓기도 했다.전북대가 카터의 이런 국제적 명성과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 속에 이를 활용한 대학 마케팅을 펼쳐 관심을 끌고 있다. 전북대는 올해부터 카터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지미카터 국제학부’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전북대의 카터 국제학부 설치는 작은 인연이 계기가 됐다. 전북대 국제개발협력 창의인재양성사업단이 지난해 카터센터를 방문, 카터 전 대통령과 간담회를 갖게 된 게 출발점이었다. 카터는 사업단 학생 50명과 가진 간담회에서 남북분단 상황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평소 관심을 표명했고, 세계적 수준의 관련 전문 인력이 양성될 수 있도록 요청한 전북대에 협조를 약속하면서 이뤄졌다고 한다. 전북대는 ‘인권과 평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비정부기구인 카터센터와 손을 잡은 것만으로 대학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며칠 전 카터센터 실무자들이 전북대를 방문, 학부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발전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대학측은 아프리카와 남미 등 저개발 국가 농업기술을 지원하는 카터센터의 활동에 참여하고, 한반도평화 교양과목을 신설해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내년 개교 70주년에 맞춰 카터 전 대통령을 직접 대학에 초청해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대규모 국제학술 심포지엄도 가질 계획이란다. 카터 미국 전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가 없었던 전북대가 작은 인연을 씨앗 삼아 대학의 위상을 높일 계기로 삼으려는 발상이 돋보인다.
요즘 도민들은 박근혜 정부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개각 때마다 전북 출신을 기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장 차관 없이 잘 살아왔는데 그걸 견디지 못하겠냐는 것이다. 더 이상 애걸복걸 하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다. 구걸해서 장차관 임명 받아봤자 무슨 좋은 일이 생기겠냐는 것. 호남 출신으로 첫 새누리당 대표가 된 이정현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호남 출신을 중용해 달라고 건의한 사항이라 내심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아니올씨다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더 이상 기대를 거는 것은 자존심 상할 노릇이다. 지금부터는 우리 스스로가 정신 똑바로 차려 살길을 찾아야 한다.4·13 총선 때 전북 정치판을 확 바꿔 버리는 것 처럼 용기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지금은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들 한테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19대 국회의원들 처럼 존재감 없이 여의도나 왔다 갔다 하는가를 잘 살펴야 한다. 의정활동을 잘 하면 힘찬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못 한다고 생각하면 가차없이 혼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살길이 없다. 국회의원들도 생각을 잘 해야 할 것이다. 이 정권서 전북이 차별 받고 찬밥 먹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므로 어떻게 의정 활동을 해야 할 것인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운천 의원은 집권 여당 소속이기 때문에 정부측과 가교역할을 하면 된다. 국민의당이나 민주당은 야당이므로 정권교체를 위해 현 정권의 실정을 낱낱히 공개해야 한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본연의 야당 역할을 해야 한다. 개원한지가 2개월여 밖에 안돼 아직은 현황 파악에 주력하겠지만 정기 국회가 열리면 그 때부터 포문을 열어야 한다.문제는 3당이 협치(協治)를 할 것으로 기대를 가졌지만 서서히 균열 조짐이 나타난다. 은연중 총부리를 내부로 돌리고 있다는 사실에서 감지할 수 있다. 선거가 끝났으면 선거 때 있었던 불미스런 일들은 승자가 안고 가는 도량을 발휘해야 한다. 진정성을 갖고 도정을 열심히 이끌고 있는 송하진 도정을 어떻게 해서든지 흠집내려고 해선 안된다. 설령 잘못한 일이 있으면 잘 하도록 지적해서 고쳐 나가도록 하면 된다. 국민의당이 7석을 차지해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특정 국회의원이 송 지사가 세계 잼버리 대회를 새만금으로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모습까지 평가절하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일은 숫적으로 열세인 전북정치권의 존재감을 중앙정치 무대에서 새롭게 각인시켜 나가는 길 밖에 없다. 밖에 나가서는 큰 소리 못치고 안에서만 분란을 일으키면 졸장부 국회의원 밖에 안된다.국회의원은 입법 활동에도 충실해야겠지만 그 보다도 국가예산 확보가 더 중요하다. 내년도 국가 예산 확보하는 걸 보면 국회의원들의 대략적인 능력을 알 수 있다. 쥐 못 잡는 고양이는 도태시켜야 하듯 국가예산 제대로 확보 못하는 국회의원은 팽시키는 게 낫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우리는 학문연구와 신체단련을 위한 수많은 지침들을 갈고 다듬는다. 그런데 ‘생각하는 기술’ ‘말 잘하는 기법’ ‘기하학 입문’ ‘지리학 개론’ 등 온갖 유용한 가르침들로 넘쳐나는 세상에 왜 ‘침묵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이는 없는가? 그것이야말로 그 중요성에 비해 터무니없이 푸대접을 받아온 삶의 기술이 아니던가? ’ 18세기의 세속사제인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가 고전 <침묵의 기술>을 쓰게 된 이유다. 말과 글이 넘쳐나는 시대에 <침묵의 기술>은 제목만으로도 흥미롭다. 이 책이 발간된 것이 1771년, 300년 전에도 말과 글이 차고 넘쳤던 모양이다. 세속사제이면서 사회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문필가이자 논객이었던 저자는 종교문제와 사회윤리, 문학을 주제로 수많은 글을 썼다. 이 책에 담아낸 종교적 주장들 역시 비단 종교에 국한된 문제라기보다는 참여적 논객으로서의 정치적 사회적 발언으로 이해되는 것들이다. 디누아르가 정리한 침묵의 유형이 있다. 신중한 침묵, 교활한 침묵, 아부형 침묵, 조롱형 침묵, 감각적인 침묵, 아둔한 침묵, 동조의 침묵, 무시의 침묵, 정치적 침묵이다. 그는 이러한 침묵의 유형을 각종 담화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신중한 담화, 교활한 담화, 아부형 담화, 무시의 담화 같은 예다. 침묵의 유형을 담화의 유형으로 적용해보니 ‘무시의 담화’는 이렇게 설명된다. ‘자존심과 오만함을 전제로 하며 상대를 일고의 주목할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하기에 가능한 담화다. -중략- 문제는 그가 침묵함으로써 무시하는 상대가 실은 중요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각종 비리 의혹으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사퇴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정작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보도로는 외레 한 발 더나가 이번 개각의 인사검증까지 그에게 맡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디누아르의 유형 분류로 보자면 일종의 ‘무시의 침묵’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중요한 것은 그 침묵의 대상이 국민이라는 점이다. 300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부활하여 재해석되고 있는’ 고전 <침묵의 기술>은 침묵의 가치와 미덕을 설파하지만 무조건 침묵의 절제만을 강조하진 않는다. 디누아르는 열네 가지 침묵의 원칙을 제시하면서도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듯이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있다’며 ‘말을 해야 할 때 입을 닫는 것은 나약하기 때문이다’고 분명하게 비판한다. 지금이 침묵해야 할 때인가 묻고 싶다.
새만금사업이 1991년 착공됐을 때 30년 내 완공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위기는 없었다. 1991년 착공, 방조제 공사가 진행됐지만 불과 5년만인 1996년 시화호가 ‘죽음의 호수’로 변하면서 공사 중단과 재개, 법정소송 등이 이어지며 하대백년 처지가 됐다. 군산 비응도에서 신시도를 거쳐 부안 대항리까지 잇는 33㎞ 방조제 건설로 만들어지는 118㎢ 규모의 인공 새만금호수에 더러운 만경강과 동진강물이 유입되면 악취가 진동하는 죽음의 호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1999년 1월부터 2년간 공사가 중단됐고, 2006년 3월까지 5년 가깝게 새만금사업 중단 소송이 벌어졌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사가 계속됐지만 방조제가 완공된 것은 19년만인 2010년 4월이었다. 3년 전에는 새만금개발 및 투자 유치 등을 전담하는 정부기관인 새만금개발청이 출범했고, 정부는 2020년까지 전체 72.7%를 매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동서 2축도로를 착공했고, 남북 2축도로도 추진하고 있다. 관건은 예산이다. 정부는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새만금 예산 배정에 매우 인색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매립 계획공정 72%는 현재 예산배정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새만금투자에 나서겠는가. 정부는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7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면서 헛발질만 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일본 도레이사가 새만금에 입주,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는 등 일부가 새만금산단에 입주했지만 기대했던 대다수 기업들이 새만금을 외면하는 상황이다. OCI, 삼성이 투자를 철회했고 외국 자본들은 이제 눈길도 주지 않는 분위기다. 바닷물이 일렁거리는 수면이 언제 ‘상전벽해’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느 넋나간 자본가가 거액을 내놓겠는가. 삼척동자도 배꼽잡을 노릇이다. 국회 김관영의원(군산·국민의당)이 17일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건설을 골자로 하는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에서 그가 ‘총대를 멨다’. 내국인 카지노는 안팎으로 뜨거운 감자다. 당장 외부에서는 강원랜드를 보유한 강원도가 반발하고, 전북지역에서도 ‘도박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새만금카지노는 어제 오늘 제안이 아니다. 그동안 틈만 나면 거론됐다. 이제 제대로 공론화 해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계기로 건국절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13년과 지난해에 이어 경축사에서 또다시 ‘건국’이란 단어를 언급함에 따라 그동안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에서 제기해 온 건국절 제정론에 힘을 실어 주려한다는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당장 야권과 진보 진영측에선 “반역사적·반헌법적”이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광복 71주년을 맞아 열린 청와대 초청 오찬에서도 김영관 전 광복군동지회 회장은 “건국절 주장은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고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반면 보수단체들은 1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한민국 건국 68주년 기념 국민대회’를 열고 “오늘은 해방 71주년이지만 동시에 건국 68주년 기념일”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건국절을 지정하고 광복절과 함께 기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들은 건국의 기점을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1948년 정부 수립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가는 국민과 주권 영토 등 세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주권과 영토를 빼앗겼기 때문에 정부 수립일을 건국절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8년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광복절 행사 이름을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및 광복 63주년 경축식’으로 하려다 광복단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자 취소했었다. 2008년 한나라당과 2014년 새누리당 소속 일부 의원들도 정부 수립일을 건국절로 제정하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헌법 위배 논란으로 중단되기도 했다.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건국절 제정 사업을 추진하는 대한민국사랑회와 대한민국건국회에 매년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특정단체가 정부 보조금을 4년씩 지원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우리 헌법 전문에는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대한민국의 뿌리와 법통이 임시 정부에서 시작됨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1948년 정부수립 기념사와 1948년 국회 개회사에도 대한민국 30년 8월 15일로 기록돼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을 1919년 4월 11일 임시 정부 수립일로 인정한 것이다.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헌법 66조 2항에 규정해 놓고 있다.
모든 게 ‘스마트’하지 않고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다. 농업도 첨단기술과 융합해 ‘스마트 농업’으로 변신 중에 있다. ‘스마트 팜’은 농사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여 만들어진 혁신형 농장을 말한다. 사물 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농작물 재배시설의 온도·습도·토양 등을 측정 분석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 최적 환경으로 제어한다. 미국·일본 등에서는 농업을 미래 유망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2012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스마트 전문화 전략을 도입해 경쟁력 향상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구글의 토양 데이터 분석기법을 적용해 농업생산성 개선에 나섰으며, 일본의 경우 스마트 영농시스템 구축에서 나아가 영농관련 플랜트 및 설비 수출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영농 선진국들이 로봇과 지능형 농기계 도입 IoT 기반의 3세대 모델까지 보급됐으나 우리의 경우 ICT 위주의 원격감시와 제어가 가능한 1세대 수준을 갓 넘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는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를 위해 2014년부터 스마트 팜 보급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농식품부는 2년 전 민간기업과 협업으로 세종시와 청학동에 창조마을을 출범시킨 후 스마트 팜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 팜 도입 후 생산량 증가와 수입 증가가 이뤄지고 있고, 농업인 평균 연령이 8세 낮아졌다는 게 농식품부의 효과분석이다. 스마트 팜이 농업의 대세인 상황에서 LG CNS가 최근 새만금 산업단지에 대규모 스마트 팜 단지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LG는 총 사업비 3800억원을 투자해 76.2ha(23만 평) 규모로 첨단온실, 식물공장, R&D센터, 가공 및 유통시설, 체험 단지 등을 갖춘 복합단지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전국 농민단체들이“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막겠다”고 반발하면서 사업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북도의회가 ‘LG의 농업진출 저지 결의안’을 채택했고, 전북도는 수수방관이다. 농업단체의 입장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집행부와 의회가 막연한 삼성의 새만금 MOU에 대해 목을 매면서 정작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갖고 있는 LG에 대해 이렇게 냉담한 지 이해하기 어렵다. 농업과 새만금의 미래를 위해 LG의 투자가 필요하다면 도의회와 집행부가 나서 농업인들과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새만금에서 한국농업의 미래가 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일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많다. 우체통도 그 중 하나다. 더 이상 손 편지를 쓰지 않게 된 시대에 우체통의 역할은 미미하다. 우체통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편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통계로는 1993년 만해도 우리나라에 5만7599개의 빨간 우체통이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 해마다 감소하기 시작해 2004년에는 3만 6012개로, 2006년에 2만7317개로 줄었다. 불과 10여년 만에 3만개가 줄어든 셈이다. 빨간 우체통이 줄어든 것은 물론 통신수단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대체 통신이 다양하게 개발되면서 우편물 활용은 큰 폭으로 줄었다. 2000년대 들어 빠른 속도로 보급된 인터넷은 우체통의 존재를 위협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됐다. 기업의 카탈로그 홍보조차도 인터넷 메일로 대체된 환경 변화를 보자면 살아남아 있는 우체통의 존재는 더 반갑다. 흥미로운 것은 우체통의 감소가 도심보다 농어촌지역에서 더 두드러졌다는 사실이다. 전북도 예외는 아니어서 해마다 감소의 폭이 크다. 우체통이 급격히 줄기 시작한 2000년 초반을 보면 2003년 2416개, 2004년 2239개, 2005년 2130개 등 해마다 100개 이상의 우체통이 지속적으로 줄었다. 전북우정청에 확인해보니 2008년 1600여개 남아 있던 것이 다시 조금씩 줄어들어 지금은 1046개가 남아 있다. 알려지기로는 전라북도에서 가장 오래된 우체통은 전주 중앙동 전주우체국 앞에 놓였던 우체통이다. 말하자면 전라북도 1호 우체통이었던 셈인데, 이에 대한 정확한 사료는 없지만 전주우체국 개국일로 미루어볼 때 1896년 2월 16일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북우정본부와 전주우체국이 새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전주우체국은 경원동우체국으로 바뀌었지만 우체통은 살아남았다. 반가운 것은 근래 들어 우체통 감소폭이 적어 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우체통은 1884년 우정총국이 출범하면서 처음 설치됐다. 초창기 우체통은 나무로 된 사각함. 일제 강점기 이후 빨강색 우체통이 보급되었다. 다른 나라들의 우체통을 보니 노란색, 파란색, 녹색, 오렌지색 등 색깔이 다양하지만 빨간색 우체통을 사용하는 나라가 가장 많다. 지난 주말, 시골길을 지나다 먼지 뒤집어 쓴 빨간 우체통을 보았다. 아직 건재한 우체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반갑다.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빨간우체통은 소통의 상징이다. 쓰임의 효율성만으로 그 존재를 위협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난해 전주대사습놀이 심사위원 매수사건이 결국 사실로 기울어가고 있다.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했지만, 검찰은 돈을 주고받은 정황이 있어 물의를 일으킨 두 사람 모두 불구속 기소한 것이다. 아직 사법부 판단이 남았지만, 대사습놀이 출전자와 심사위원 사이에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던 것은 일부나마 확인됐으니 대사습대회에는 오점이 됐다. 이 사건은 2015년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부문에 출전했던 정모씨(45)가 당시 대회 심사위원 이모씨(판소리명창)를 지난 1월 사기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이 사건의 대체적인 개요는 정씨가 ‘2015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기간 중인 지난해 5월 30일 전주시 송천동 소재 이씨 집에 찾아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과 수표 700만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정씨는 대회 예선에서 탈락했다. 실력이 부족했던 셈이다. 그렇지만 정씨는 가만 있지 않고 이씨를 사기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정씨가 이씨에게 잘 봐달라는 부탁을 하며 70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이렇다 할 증거가 없다”며 검찰에 무혐의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의심을 풀지 않았다. 정씨와 이씨를 불러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하는 등 정씨 주장에 무게를 싣고 사건을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 보았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돈은 받았지만 바로 돌려줬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검찰은 이씨의 유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검찰 관계자는 “저명한 대회의 명성에 누를 끼친 점 등을 고려해 고소인과 피고소인 2명 모두에게 배임죄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말했다.판소리계에서 심사위원과 출전자 사이에 돈이 오갔다가 철퇴를 맞은 대표적 인물은 명창 조모씨다. 그는 1998년 국악경연대회 판소리 심사와 관련, 1위 수상자 등으로부터 3,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벌금 1,000만원 등 유죄판결을 받았다. 일생을 판소리에 바쳐 인간문화재가 됐지만 범죄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사실상 모든 것을 잃었다. 2007년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보유자 자격이 박탈됐다. 최근 김영란법으로 떠들썩하다. 부패없는 사회를 만들자더니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며 법을 고치자고 난리법석이다. 부적절한 선물, 경조사비로 떠받쳐진 것이 한국경제의 실상이었던가. 냄비 속의 개구리는 결국 죽게 돼 있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연일 폭염 속에 열대야 현상까지 계속되면서 징벌적 전기요금 누진제가 잠 못이루는 국민들을 더 열받게 만들고 있다. 무더위를 식히려 비싼 에어컨을 들여놓았지만 전기요금 폭탄 우려에 마음대로 켜지도 못한 채 짜증나는 여름을 나고 있기 때문이다.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지난 1974년 제1차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2차 석유파동 때인 1979년에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12단계로 나눠 최대와 최저 구간의 전기요금 차이가 19.7배에 달했으나 지난 2004년 이후 현행 6단계로 조정됐다. 하지만 월 100㎾ 이하를 사용하는 1단계의 경우 전기요금이 ㎾당 60.7원이지만 500㎾ 이상 사용하는 6단계는 709.6원으로 무려 11.7배나 많아 사용량이 많을수록 징벌적 요금이 부과된다. 반면 산업계에 적용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81원, 일반용은 kWh당 105.7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전기사용 절약을 유도하고 전력을 적게 쓰는 저소득 가구의 요금부담을 낮추자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현실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가구당 월평균 전력사용량은 지난 2002년 188kWh에서 2006년 220kWh, 2015년 229kWh로 계속 증가하고 있고 저소득 가구의 전력소비도 함께 늘어나면서 이들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도 퇴색됐다.누진제를 적용하는 주요 국가들도 일본의 경우 3단계에 1.4배, 미국은 2단계에 1.1배, 중국은 3단계에 1.5배로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은 아예 누진제가 없는 단일요금을 부과하고 있다.이러한 불공정한 전기요금 체계로 인해 한국전력이 지난 2014년 20개 대기업에 대해서는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팔아 7000억원 이상 손실을 본 반면 주택용 전기는 원가보상률이 104%에 달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11조원에 달했고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우리나라 전력 사용비율을 보면 주택용은 13.6%에 불과했고 누진제가 없는 산업용은 56.6%, 상업용은 29.8%에 달했다. 은행이나 일반 상가에서는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펑펑 트는데 전력사용 비중이 낮은 가정에서만 전기를 절약하라며 징벌적 요금 폭탄을 물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때문에 지난 2014년 8월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요금 부당이익 반환 청구’ 소송에 8일 현재 3500여명이 참여했다. 정부는 부자 감세를 이유로 반대만 하지말고 현실에 맞는 가정용 전기요금 체제를 도입해야 마땅하다.
리우 올림픽이 무더위를 삼키고 있다. 어디 무더위뿐이랴. 사드김영란법여야 전당대회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등 국내 각종 이슈들이 올림픽 블랙홀로 쏙 들어갔다. 우리는 왜 올림픽에 그리 열광할까. 기본적으로 승부의 세계는 짜릿하다. 승부에 이해가 얽힐 경우 그 강도는 더하다. 올림픽 경기는 최고의 선수들이 겨루는 승부의 장이다. 선수들은 국가를 대표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들이 겨루는 곳마다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이 쏟아진다.가장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 선수들이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를 거머쥘 때다. 개막과 함께 한국 남자 양궁 트리오가 첫 금메달로 국민들을 기쁘게 했다. 우승 뒤에는 하루 600발까지 연습에 매진했다는 선수들의 뒷이야기가 감동을 더한다. 한국 여자 양궁 또한 단체전에서 8연패를 기록하는 위업을 이뤘다. 올림픽 전 종목을 통틀어 3번째 대기록이란다.올림픽의 감동은 한국 선수들의 선전에만 있지 않다. 성적을 떠나 악조건을 딛고 당당하게 경기를 치른 선수들의 인간승리가 더한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는 난민들이 대표팀을 꾸렸다는 게 개막 전부터 화제였다. 비행기 티켓 값을 지불하지 못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 할 뻔했던 나이지리아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일본과 스웨덴을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이런 감동의 스토리는 경기가 진행되면서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이런 감동을 지켜보면서 전북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예전 같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올림픽 때면 으레 전북 출신 선수들의 고향을 찾아 TV로 중계되는 경기를 응원하는 가족들과 친지들의 모습을 스케치 기사로 담곤 했다. 84년 LA올림픽에서 전북 출신으로 첫 금메달을 땄던 레슬링의 유인탁과 복싱의 신준섭을 시작으로, 이후 전북은 많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배출했다. 전주 출신의 박주봉은 올림픽을 통해 배드민턴 황제라는 칭호를 받았고, 진안 출신의 역도 금메달리스트 전병관에게는 작은 거인이란 별칭이 붙었다. 전주에 유인탁 체육관, 남원에 신준섭 복싱체육관, 익산에 김동문 배드민턴체육관이 세워졌다. 올림픽이 준 선물들이었다.올림픽을 지나치게 정치적 혹은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많다. 그러나 역경을 딛고 세계 정상에 오른 선수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가 감동적인 드라마다. 국민들이 올림픽에 열광하는 이유다. 기왕이면 전북 선수들을 주인공으로 한 감동 드라마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김원용 논설위원
선거에서 이길려면 후보의 상품성이 제일 중요하다. 타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요즘 우리사회가 선진사회로 가면서 도덕성을 으뜸 가치로 내걸기 때문에 도덕성에 흠결이 있으면 선거 치르기가 힘들다. 돈 많은 것 보다는 후보의 신언서판을 우선시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나 시장 군수선거에 나가려면 3대에 걸쳐 그 사람 집안 내력이 까발려지기 때문에 어떻게 처신하면서 살아왔느냐가 중요하다. 정당공천도 중요하지만 첫째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하다.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으면 아예 접는 게 낫다. 선거직에 나오는 사람은 평소부터 자기관리가 잘 된 사람이라야 적합하다. 갑자기 낙하산 공천을 받고 나온 사람들은 지명도가 낮아 실패한다. 당에서 전략공천을 받았지 유권자 한테 인정 받은 게 아니라서 그렇다는 것.선거는 한마디로 종합예술이다. 사람의 마음을 하나씩 얻어야 하므로 엄청나게 공을 들이지 않으면 표를 얻을 수 없다. 유권자는 그냥 대충 표를 찍지 않는다. 그간 유권자들이 선거를 수 없이 치르면서 많은 학습을 해왔기 때문에 한표 한표를 소중하게 던질줄 안다. 여촌야도 현상도 무너졌고 지역주의 벽도 깨져간다. 농촌서도 매스컴과 입뉴스를 통해 같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수해서 알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정치적 식견이 높아졌다. 종편이 생긴 이후 농촌 경로당은 선거의 중심지로 변했다. 노인들끼리 들은 정보를 토대로 열띤 토론을 하므로 그곳에서 정보를 파악하는 게 여론조사 보다 더 정확하다. 예전같이 사탕발림식 선거운동을 하면 표가 안나온다. 진정성을 갖고 유권자를 대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선거는 후보 혼자서 하는 게 아니고 조직을 통해 운동을 하는 것인 만큼 돕는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하다. 후보자는 괜찮은데 운동원 보기 싫어 표를 안찍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 만큼 운동원 역할이 크다. 그간 선거가 잦다보니까 농촌에도 전문가 뺨치는 선거꾼들이 많아졌다. 이들이 어떤 후보 한테 붙어서 선거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선거가 과열될 수도 혼탁해질 수도 있다. 통상 선거가 연고주의 선거로 가다 보니까 선거꾼들의 농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0대 총선 때도 이 같은 현상이 드러났다. 메뚜기도 한철이듯 먹고 살려고 선거판에 뛰어 들기 때문에 이들한테 알게 모르게 들어가는 돈이 엄청나다. 영수증 처리도 못하고 집어 주는 ‘검은 돈’이 거의가 선거꾼들 한테 들어간다. 돈 선거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지만 그래도 알게 모르게 선거를 치르려면 뭉칫돈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아무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감시의 칼날을 번득이지만 프로들은 교묘하게 법망을 비켜 간다. 간혹 아마추어들이나 돈 주다가 적발된다는 것. 벌써부터 선거꾼들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먹잇감을 찾아 움직인다. 오랜 세월 정치판 주변서 놀다 보니까 선거꾼들이 하나의 직업(?)이 돼버렸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세계적인 조각가 야스다 칸(安田侃)의 고향은 홋카이도의 비바이다. 비바이는 50년대까지만 해도 탄광도시로 이름을 알렸던 도시다. 이시카리탄전에 속해 있는 비바이탄광은 미쓰비시광업이나 미쓰이광산과 같은 대규모 탄광을 비롯해 크고 작은 탄광이 몰려 전성을 이루었다. 그러나 에너지가 석유로 대체되기 시작하면서 문을 닫는 광산이 늘어나기 시작, 탄광도시는 과거의 역사가 되었다. 이곳에 세계의 예술애호가들이 주목하는 공간이 있다.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다. 이곳은 애초 폐교였다. 한때 인구 1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전성기를 맞았던 비바이는 폐광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학교도 자연히 문을 닫게 됐다. 비바이시는 이 지역 출신인 야스다 칸에게 1981년 폐교된 이 학교에 아틀리에를 조성해 줄 것을 제안했다. 탄광도시의 흔적이 남아있는 풍경과 그곳에서 놀고 있는 유치원 아이들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저 아이들을 위해 마음을 열 수 있는 공간을 이곳에 만들겠다’고 결심한 야스다에게 ‘아르테 피아차’는 필생 사업이 되었다. 1992년 문을 열었을 때 야스다의 작품은 세 점이 전부.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40여점 작품이 전시장으로 변신한 낡은 공간과 7만 헥타르에 이르는 거대한 자연 속 공간에 놓여있다. 모두가 공간을 위해 제작되어 하나둘씩 더해진 것들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관객들이 보고 만져보면서 그 느낌을 소중히 간직하고 마음을 열 수 있기를 바라는 의도를 담아 제목도 붙이지 않았다. 푸른 잔디밭이 펼쳐지는 ‘아르테 피아차’는 거대한 야외조각공원과도 같다. 공간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아름다운 조각들과 낡은 공간의 조화는 더욱 큰 감동이다. 야스다는 왜 ‘아르테 피아차’를 필생사업으로 삼았을까. “이탈리아인은 2,000년도 전에 만들어진 것에서 영감을 얻어 1,000년 후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거리에 조각을 설치한다. 홋카이도 유수의 탄광도시로서 번창했던 흔적이 남아 있는 구 초등학교 교사나 탄광주택가가 있던 자리를 아트작품으로 재생한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는 과거에서 계승되는 시간을 의식하게 하고, 자기를 깊이 돌아보는 시간을 주는 공간이다. 그런 장소가 지금 일본에는 너무 부족하다. 그 때문이라도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는 앞으로 몇백년이 지나도 보존되어야 한다.”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를 보면서 우리의 수많은 폐교의 변신을 돌아보게 된다. 작가의 고향지키기가 부럽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칼날이 서슬퍼렇다. 중국 내 최고 권력을 향해 달려가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와 저우융캉(周永康) 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부 부장, 궈보슝(郭伯雄) 전 중국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4명이 반부패 칼날에 제거됐다. 사형은 면했지만, 추악한 부패 호랑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서 일생을 보내다 사라질 것이다. 한 때 잘 나가던 권력가들이 ‘썩은 생선’꼴이 돼 감옥으로 간 이유는 권력을 빙자해 부를 축적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형을 모면한 것은 문화대혁명 이후 ‘피의 정치보복’ 고리를 끊겠다는 중국 권력층 불문율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이미 정치적으로 날개 꺾이고 목이 잘린 궈보슝 등 4인으로선 가시방석 위에 앉아 여생을 살아가야 하니, 사형보다 큰 고통일 것이다. 정치인들에 대해서 명줄을 끊는 극형을 자제하는 중국이지만, 부패 기업인 등에 대해서는 가차없다. 마약범도 마찬가지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선 민주주의란 이유로 부패한 권력가, 기업가 등에 엄청 관대하다. 첫째, 제아무리 부패한 행적을 보인 범죄자라도 극형이 없다. 둘째, 가끔씩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다. 양국의 국가체제가 다르긴 해도, 국가를 지탱하는 근간은 크게 다를 이유가 없다. 부패 척결도 그 중 하나다. 국가를 지탱하는 기둥을 좀먹는 부패 정치인, 공무원, 기업가에 대한 대응에서 대한민국의 수준은 아직 낮다. 요즘 검찰 사기가 말이 아니다.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 뜨릴 막강한 힘을 가진 현직 검사장과 전직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앞다퉈 구속 기소됐다. 권력 상층부 청와대 민정수석은 부패 혐의에 몰려 있다. 현재 상황만으로도 인생을 그르치고, 가족과 조직에 큰 누를 끼쳤다. 사법고시 합격했다고, 검사장 됐다고 축하받고 기세 등등하던 그들의 인생, 거악을 뿌리 뽑겠다고 검객 흉내를 내던 그들의 인생이란 이제 한낱 버러지 몸부림 정도가 됐다. 남원시 산내면 실상사 앞 금호공예 김을생 옹은 스님들이 도를 닦느라 삼시세끼 애용하는 바리때를 만들어 판매하는 장인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그는 금호공예 전시관 앞에 ‘복짓는 법’을 새겨두고 있다. 남에게 베풀어라, 남을 존경하라, 부모 은혜를 알고 공경하라, 가난하고 병든 이웃을 도와라. 복짓는 인생을 살라.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지난 2월 개봉돼 누적 관객 350만 여명을 동원한 영화 귀향은 온 국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비극적인 삶과 일본군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고발한 귀향은 꽃다운 소녀들의 아픔과 참상을 애잔하게 화면속에 투영시켜 관객들로부터 탄식과 울분을 자아냈다. 지난달에는 일본에서도 영화가 처음 상영돼 일본인과 재일동포들에게도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일본군 위안부로 끌려 간 강일출 할머니의 증언으로 시작된 영화는 당시 20만 여명에 달하는 우리 소녀들이 일본군에 짓밟히고 무참히 학살당하는 만행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들 소녀 가운데 살아 돌아온 238명만이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되었고 현재는 40명만이 생존해 있다. 이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지원하기 위한 화해·치유재단이 지난달 28일 발족했다.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은 일본 정부가 출연하는 10억엔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재단 출범에 앞서 피해자 할머니들의 동의와 관련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충분한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아 졸속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재단 이사장을 맡은 김태현 성신여대 교수가 기자회견장에서 “재단에서 그 돈을 주면은 신장이식 수술하는데 3000만원 드는데 나 그걸 하고 싶다” “자녀들에게 좀 주고 싶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전하면서 피해자 할머니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단순히 돈 문제로 인식시켰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1995년 위안부 문제가 쟁점이 된 유엔 베이징 여성회의가 열리기 전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을 추진했다. 기금은 국가 예산이 아닌 국민 모금을 통해 마련하려는 꼼수를 부렸지만 일본 내부에서조차 국제사회를 향한 정치적 퍼포먼스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또 아시아지역 위안부 피해자 대부분이 이같은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일본 정부가 내놓는 쥐꼬리 지원금으로 해결될 수 없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 그리고 위안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려면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이에 대한 법적 배상만이 해법이다.이번에 발족한 정부의 화해·치유재단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겨선 안된다. 일본군에게 당한 아픔보다도 정부의 일방적 합의와 어설픈 지원책이 피해자 할머니들을 욕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위안부 재단보다 시급한 것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과 존엄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다.
전봉준 장군이 공주성을 공략하기 전에 점괘를 보니 계룡산의 경천을 조심하라는 괘가 나왔다. 계룡산 인근의 경천 땅을 조심하라는 괘로 여기고 이곳의 공략을 주저하다 관군에게 패했다. 그런데 계룡산은 충남뿐 아니라 순창에도 있었다. 점괘는 순창 계룡산 인근 피노리에 살던 김경천을 조심하라는 것이었는데 정작 이를 경계하지 못해 체포됐다. 전봉준 장군이 체포된 것을 두고 채집된 구전이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동학농민군 최고지도자의 체포를 바라본 당시 민초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순창 피노리와 김경천은 동학농민혁명의 종지부를 찍게 한 반혁명의 역사적 장소며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전봉준 장군은 태인전투에서 패한 후 관군과 일본군의 추적을 피해 도피 길에 올랐다. 전봉준의 피신 목적지가 처음부터 피노리는 아니었다. 태인 종송리에 숨어 있던 혁명의 동지 김개남과 재기의 뜻을 도모하기 위해 우회 통로로 삼은 곳이 피노리였다. 마침 순창지역에는 동학교도들이 많이 살고 있었고, 그를 안내했던 김경천은 옛부하였다. 그러나 믿었던 부하의 밀고로 붙잡혀 혁명가의 꿈도 함께 막을 내렸다.순창군이 10년 전 피노마을 전봉준 피체지를 복원했다. 전봉준이 붙잡힐 당시의 주막과 초정, 관련 사진과 자료를 갖춘 전시관과 기념비, 농촌 생활 체험관을 세워 역사탐방 체험 관광코스로 만들었다. 당시 기념비 문구를 두고 정읍시가 반발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봉준 장군 피체지표석과 피체유적비에 밀고자의 출신지를 정읍 덕천면으로 넣은 것을 두고서다. 정읍지역 사회단체들은 굳이 밀고자의 출신지를 넣고, 그것도 출신지를 강조하려는 듯 본문 고딕체를 쓴 것에 항의하며 비문 철거 등을 요구했다. 이에 맞서 순창지역 사회단체들은 정읍에 있는 전봉준 장군 허묘에 순창 피노에 살고 있는 김경천이 밀고 했다는 비문 철회를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순창과 정읍간 밀고자를 놓고 벌인 줄다리기도 이제는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순창군이 오는 2018년까지 30억을 투자해 피노마을을 농촌관광 거점마을로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어두웠던 역사적 장소로 방치하지 않고 오히려 농촌마을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접근 자세가 돋보인다. 혁명의 꿈을 접게 된 곳에서 그 역사를 되새기고, 자신에게 아픈 역사가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자원이 될 수 있다면 전봉준 장군도 기꺼이 응원할 것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각 시·군별로 민선 6기가 들어섰지만 그간 단체장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를 살펴보면 천차만별이다. 통상 단체장은 한번 선출되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3연임 할 수 있다. 지사는 성격이 다르지만 시장·군수들은 자신이 특별히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12년은 무난히 할 수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단체장이 시·군정을 12년간 책임 짓는 것은 긴 세월이다. 공무원들도 단체장 눈밖에 나면 승진은 커녕 그만둘 각오를 해야 한다. 그 만큼 단체장이 갖는 권한이 무소불위에 이를 정도로 막강하기 때문에 그렇다.단체장이 되고 나면 그 순간부터 재선을 꿈 꾼다. 단체장들은 주로 밥 먹고 하는 업무가 표와 관련된 일들이다. 각종 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것은 표밭 관리 차원에서 반드시 가고 심지어 점심 저녁도 겹치기로 돼 있다. 자기 돈 안들이고 재선 표밭을 누빈다. 그 만큼 현직한테 프리미엄이 주어진다. 단체장들이 움직이는 족족 보도자료를 만들어 각 언론사에 배포, 일 잘하는 단체장으로 도배질 한다.현실은 어떠한가. 중앙에 가서 국가예산 많이 확보했다고 자랑했던 단체장들이 임기 마치고 나면 업적이 없어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간 군수를 잘했다는 평을 들어온 고창군 정도나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산간부 쪽은 차이가 많이 난다. 그간 민선 5기동안 무슨 일을 해놓았는지 모를 정도다. 주로 표가 많은 노인복지에 심혈을 기울인 탓인지는 몰라도 경로당 만큼은 잘 해놓았다. 현직에 있을 때 자신 만큼 열심히 일한 단체장도 없다고 큰 소리 친 시장·군수마다 무대 뒤로 빠지면 그렇게 왜소해 보일 수 없다. 그 이유는 인기에 영합한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시·군정을 해왔기 때문이다.전시행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진정성 없이 별다른 일도 하지 않고 직원들 모여 놓고 자화자찬만 하는 단체장은 보신성 월급쟁이 밖에 안된다. 단체장은 정책을 수립해서 예산 집행을 해야 하므로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예산의 효율성·생산성 등을 따져야 하는데 그만한 전문성이 있느냐는 것. 표 많이 얻어 단체장은 되었을 망정 유능한 단체장 되기는 쉽지 않다. 요즘 행정이 전문성을 추구해 가기 때문에 예전처럼 정치성만 내세워서는 곤란하다.초선 단체장들이 노력에 비해 성과를 못낸다. 중앙부처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가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체장에 대한 평가는 본인이 하는 게 아니다. 의회와 언론 그리고 사회단체 주민들이 하는 것이다. 말만 버지르게 잘하는 단체장이 일 잘하는 게 아니다. 매일 말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다 보니까 단체장들 만큼 말 잘하는 사람도 없다. 빈수레와 속빈강정이 요란하듯 그간 2년간 뭣을 했는지 잘 살펴야 한다. 4·13 총선 때 처럼 단체장도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지역정서에 의존해서 단체장이 된 사람이 또 재선하려고 전시행정이나 일삼는 것은 필요없다. 한 방에 보내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얼음장수 아저씨가 땀을 뻘뻘 흘리며 빙수기를 힘 있게 돌리면 ‘드르륵 드르륵 ’ 가늘게 갈려나오는 얼음. 그릇위로 얼음 가루가 소복이 쌓이면 달콤한 시럽과 잘 삶아진 팥덩어리가 얹히고 찰떡이 놓여졌다. 3-4분 만에 완성되는 팥빙수 한 그릇. 입안으로 스르르 녹아들던 얼음가루의 맛은 얼마나 달콤했던가. 마음씨 좋은 얼음장수 아저씨가 만들어주었던 전통팥빙수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 대신 현대식 인테리어의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들어내는 알록달록 현란한 색깔의 온갖 과일과 젤리가 얹혀진 ‘퓨전 빙수’가 그 자리에 놓였다. 빙수는 이제 여름에만 찾는 먹거리가 아니다. 빙수의 종류도 다양해져 더 이상 팥빙수는 빙수의 대명사가 되지 못한다. 팥빙수, 과일 빙수, 쟁반 빙수, 눈꽃 빙수……. 모양도 다양하고, 동원되는 재료도 많다. 큼지막한 유리그릇에 담겨져 나오는 빙수의 양도 그렇지만 빙수의 고유한 맛도 달라졌다. 한 숟가락 입에 넣으면 스스로 녹아내렸던 얼음가루 빙수는 이제 옛말이다. 빙수 마니아들의 말을 빌리자면 오늘날 인기 있는 빙수의 특징은 얼음 가루가 아닌 얼음 조각이다. 얼음과 결합하는 재료도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각양각색의 과일 조각이 동원되는 것은 공통된 기본. 팥빙수조차도 팥과 과일의 경계가 없다. 이쯤 되면 팥빙수의 놀라운 변신이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니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얼음을 갈아 삶은 팥을 넣어 만든’ 팥빙수의 유래다. 여러 가지 설중에서도 ‘기원전 3000년경 중국에서 눈이나 얼음에 꿀과 과일즙을 섞어 먹은 것’이 가장 오래된 유래다. 기원전 300년경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시아를 점령할 때 만들어 먹었다는 설과 로마의 정치가이자 장군인 카이사르가 알프스에서 가져온 얼음과 눈으로 술과 우유를 차게 해서 마셨다는 설도 더해진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는 베이징에서 즐겨 먹던 프로즌 밀크(frozen milk)의 제조법을 베네치아로 가져가 전했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 서빙고(西氷庫)의 얼음을 관원(官員)들에게 나누어 주자 얼음을 받은 관원들이 이것을 잘게 부수어 화채 등을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유래를 보니 오늘날 다양하게 분화된 빙수가 오히려 빙수의 원형에 가깝다. 더구나 팥빙수는 잘게 부순 얼음 위에 차게 식힌 단팥을 얹어 먹는 일본음식이 일제강점기 때 전해진 것이란다. 이쯤 되면 팥빙수의 변신은 빙수의 귀환이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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