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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명장과 무형문화재는 특정 산업과 예능 등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다. 하지만 명장은 산업 사회의 산물이고, 무형문화재는 전통문화의 산물이다. 명장은 실력이 탁월하고, 창의적이어서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거나 기여할 수 있는 장인이다. 그래서 문화재청이 아닌 고용노동부가 선정한다. ‘대한민국 명장’은 1986년 이후 616명 정도가 지정돼 있다. 매년 전국적으로 20명 정도 선발되는 데 그만큼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사람만 그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전통 가구 장인 소병진씨의 사례를 보자. 그는 1992년 명장이 됐지만 무형문화재 신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명장 타이틀을 디딤돌 삼아 곧바로 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지도 못했다. 그는 무려 20년 후인 2012년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그리고 2014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소목장 보유자가 됐다. 명장이 무형문화재가 되는데 무려 20년이 걸렸다는 것은 탁월한 기능과 실력을 갖췄다고 해서 곧 무형문화재가 될 수 없는 까다로움 때문이다. 무형문화재는 전통 기능, 예능의 원형을 최대한 고스란히 보전해 전승하는 작업의 주인공을 일컫는다. 실력이 뛰어나고 더불어 원형을 이어받았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무형문화재가 된다. 전승 기능 실력과 함께 스승이 존재해야 한다. 상감청자, 대장경과 함께 고려 최고 업적인 사경은 30℃ 이상 환경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아교를 금니, 은니와 섞어 경전 필사와 탱화 작업을 하는 고난도 기술을 요구한다. 이 소중한 문화유산은 유교를 중시한 조선과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그 명맥이 끊겼다. 문화재청이 전통 사경을 복원해 국내외에 확산시키고 있는 한국사경연구회 김경호 명예회장의 실력과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무형문화재’ 지정을 하지 않는 것은 국내에 전통 사경을 이어온 스승이 부재한 탓이다. 전북도가 지난달 28일 지정 예고한 무형문화재 중 한지공예 지승장 대상자에 대한 이의 제기가 나와 설왕설래한다. 색지장 분야도 자유롭지 못한 모양이다. 전통은 한 번 왜곡되면 훗날 진짜 전통이 된다. 심각하다. 적기에 바로 잡아야 한다. 전북도는 올해 예고된 8명 등 무려 42명에 달하는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게 된다. 엄청난 숫자다. 전북이 이 숫자를 자랑스러워 하려면 이번 기회에 보유자들의 기능은 물론 전승활동을 냉철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형문화재는 ‘질’이 먼저다. ·김재호 수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11.24 23:02

삼성의 역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산교육장이 되고 있다. 재단설립 과정, 승마, 대학입학 특례, 대통령 연설문 작성, 예산편성 과정, 탄핵절차, 줄기세포, 청와대 구조까지 관심을 갖게 하면서다.상식을 넓혀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라나. 상식적이지 않는, 결코 풀릴 것 같지 않은 문제들도 비선만 통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런 별천지 세상에도 전북이나 전북인은 없는 것 같다. 전북승마협회장이 유탄을 맞았다거나, 전북 출신 중 재단 이사로 ‘꼽사리’하나 낀 정도만 알려져 있다. 아쉬워해야 하나 다행이라야 하나.이 사태의 와중에서 적어도 삼성그룹을 다시 알 수 있었던 것은 수확인 것 같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가장 많은 204억원을 출연했고, 승마협회 회장사라는 명분으로 최순실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회사에 35억원을 내놓았다. 대통령 측근들도 잘 몰랐다는 비선 실세를 일찍이 간파한 삼성의 정보력에 감탄해야 하나. 그런 정보들을 일찍이 국민들에게 알렸다면 최소한 이런 혼란 상황은 막았을 텐데 안타까워해야 하나. 정경유착의 선봉에 설 수 있는 기회와 고급 정보를 바꾸길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이다.뒤집어보면 삼성이 전북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만금투자 MOU가 왜 체결됐으며, 사실상 MOU를 거둬들이면서 아무런 사과 한마디 들을 수 없었던 행간도 여기서 읽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시절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한 제스처였을 뿐이었던 셈이다. 지금에 와서 ‘최순실’도 없는 전북을 위해 회사의 미래를 걸 필요성은 더더욱 못 느낄 것이다. 삼성이 그동안 통틀어 전북에 도움을 준 것이라면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건립 때 60억원을 지원한 정도다. 초대 전북 민선 도지사의 유종근 지사 시절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맡았던 유 지사 재임 때 삼성은 전북 투자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 창구는 삼성그룹 2인자였던 이학수 총괄부회장이었다. 새만금MOU체결과 철회 과정에서 등장한, 그룹내 어떤 존재인지 조차 모르는 그런 임원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삼성의 전북투자가 없다고 우는 소리를 안 해도 될 희소식이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본사가 전북에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무릅쓰고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힘도 있고, 혜택도 준 전북의 국민연금공단을 응원하면 답이 나오지 않겠나.·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11.23 23:02

개드립

난데없이 청와대발 진돗개 출장 소리가 들려온다. 해운업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한진그룹 회장이 채권은행의 협의요청을 뒤로 하고 청와대에서 기르는 진돗개를 평창올림픽 마스코트로 지정받기 위해 스위스에 다녀왔다는 것이다. 마스코트가 이미 호랑이로 기운 상황에서 오히려 창피만 당했고, 조 회장은 그 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를 내놔야 했으며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 마디로 블랙코미디이다.요즘 사람들은 화가 넘쳐서인지 걸핏하면 ‘개’라는 동물을 입에 올린다. 개판, 개소리, 개지랄, 개망나니 등이다. SNS에서도 인터넷에도 온통 개타령이다.따지고 보면 개가 제대로 대접받은 적이 언제 있기나 했던가? 개똥, 개떡, 개쑥, 개미나리, 개진달래, 개똥 참외에서부터 개·돼지, 개나 소나, 개꿈, 개구멍 등에 이르기까지, 흔하고 하찮고 격이 낮은 것의 이름 앞에는 ‘개~’라는 말을 자주 사용해왔다. 개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할 터인데도, 요즘 우리 국민들이 불쌍해서 개들이 참고 있는지도 모른다.개는 인류가 가축화한 가장 오래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영리해서 길들이기 쉽고 용맹하고 충성심이 강해 오래전부터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우리지역 임실군 오수면에도 술에 취해 길 위에서 잠든 주인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다가 기진맥진 쓰러져 죽어간 개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수(獒樹: 개 나무)라는 면(面)의 이름도 개와 관련돼 있고, 매년 봄이면 의견제도 열린다.오늘날에도 개는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맹인에게 길을 안내하고, 재난현장에서 인간을 구조하며, 군경과 함께 경비에 나서기도 한다. 사냥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도둑으로부터 집을 지키는 역할도 한다. 고독한 사람들에게는 친구이자 반려견으로 희망을 주고 있다.넘치는 화를 어찌하지 못하면 병이 된다. 그래서 화를 지혜롭게 배출하는 요령도 필요하다. 요즘은 그 출구 중 하나가 개드립인 것 같다. ‘말이냐 방구냐, 대국민 담와, 지지율과 은행금리와의 대결, 자괴감 들고 괴로워’ 등의 개드립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유포된다. 이쯤되면 개드립이라는 이름에는 ‘개’와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구석도 있다. 억압과 긴장감을 일시에 해소케 하는 풍자와 해학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드립이라는 말을 개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6.11.22 23:02

朴 대통령 지지율

‘이게 나라여’그럼 뭣여. X 판이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로 국민들의 분노 함성이 계속해서 하늘을 찌른다. 까도 까도 끝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비리의 연속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지금 세계 그 어느 나라 지도자도 이 같은 추악한 짓은 안한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로 접어든 세계 12대 무역 대국에서 민주주의가 짓밟히고 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눈에는 국민 같은 것은 개, 돼지 정도로 밖에 보이질 않았을 것이다. 최순실과 그의 가족 정도만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광화문 촛불시위 때 왜 국민들이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는지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국면전환을 위해 느닷없이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개발 비리 사건을 터뜨린 것만 봐도 그렇다. 맞불작전을 놓고 싶겠지만 오히려 국민들의 분노만 더 커지게 하였다. 지난 16일 박 대통령은 자신은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LCT 비리 사건을 수사하고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 연루자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라”고 김현웅 법무부장관에 지시했다. 하야 위기에 내몰린 박 대통령이 국면전환과 대통령직을 지키려고 꼼수를 두는 것 같아 안타깝다.박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으로 영이 서질 않게 됐다. 그의 지지도가 땅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연 3주째 지지도가 5%에 머물러 있다. 허용오차를 고려하면 거의 제로상태다. 박사모다 친박이다란 사람들이 대통령 하야를 막기 위해 맞불집회를 열지만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최순실이 벌인 국정농단이 너무 광범위하게 저질러졌기 때문이다. 마치 암 세포가 전신으로 퍼진 것처럼 말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이가 국정을 농단할 수 있게한 몸통이다. 박 대통령이 구속된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최 선생님께 컨펌(Confirm)했나요’라는 문자메시지가 이를 잘 말해준다. 컨펌은 최종 확인이라는 뜻이다. 이것만봐도 최순실은 박대통령 위에 있는 비선대통령이었다.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말대로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다. 안 전대표는 발 빠르게 사태의 중대성을 고려해서 박대통령에게 사퇴를 공식 요구했던 것이다. 국민들의 지지도가 한자릿수라면 사실상 대통령직을 수행하기가 불가능하다.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호남권은 전멸이고 서울 대구 경북도 한자릿수다. 지금 박대통령이 늦었지만 그나마 할 수 있는 길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사퇴하는 길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 그 반대 입장을 취하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백성일 상무이사·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11.21 23:02

시인의 도끼질

2012년 12월 19일 18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그날 밤. 정권교체의 한 가닥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개표 방송을 지켜본 사람들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개표 결과는 박근혜 후보의 승리. 문재인 후보와 3.6% 차이의 표를 얻어 박근혜 후보당선 확정이 방송 자막으로 뜨는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절망하고 괴로워했다. 누군가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잊기 위해 술로 몸부림쳤으며 누군가는 망연자실, 울분을 토하는 고통으로 가슴을 쳤다.시인도 그들 중 한명이었다. 이틀 사흘, 꼼짝 하지 않고 날을 보냈다. 해가 뜨는지 지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극한의 공포가 쓰나미처럼 덮쳐올 때 빠져드는 정신적 공황상태. 말 그대로 패닉상태였다. 정신을 차려야겠다 싶어 겨우 몸을 추슬러 마당으로 나갔다. 겨울에 쓸 요량으로 갖다 놓은 나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이틀 동안 도끼질을 해댔다. 눈만 뜨면 나가 허기질 때까지 도끼로 나무를 팼다. 마음의 화를 겨우 다스릴 수 있었던 것은 그 도끼질 덕분이었다.그제야 일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 약속한 하동의 고등학교 특강이 생각났다. 마음도 몸도 얼크러진 상태에서 도저히 진행할 수 없는 강연이었다. 교장선생님은 나오시기 어려우면 학생들을 선생님 댁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강연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12학년생 20~30명이 시인의 좁은 앞마당에 모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막막했다. 겨우 시작된 강연, 그러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시인은 끝내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어느 순간, 적막감이 시인의 고개를 들게 했다. 아이들은 당황스러웠을법한데도 숙연하게 앉아있었다. 한 아이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저희들이 2년 후면 투표권이 생깁니다. 저희를 위해서 강의를 계속해주세요. 시인의 울음이 다시 터졌다. 희망이 없던 나라의 희망, 아이들이었다.하동군 악양면 동매마을에 살고 있는 박남준시인의 이야기다.지난 12일의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을 보며 시인의 도끼질 이야기를 떠올렸다. 집회 현장을 지켰던 한 사회학자는 시민은 도덕적이고, 무능한 통치자라도 예의를 갖춘다고 말한다. 안으로 울분을 삭혀 스스로를 풀어내야했던 시인의 도끼질도 그러한 것이었을 게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도끼질의 결말이 민망해지고 있다. 도끼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현실이 시민들의 분노를 강력한 힘으로 일깨우고 있다. 광장의 촛불, 광장의 외침이 더 뜨거워질 차례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11.18 23:02

살신은 커녕

살신성인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희생해 옳은 일을 한다는 의미다.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희생, 남을 살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행동해야 할 최대 가치 중 하나로 살신성인 정신을 꼽는다. 아쉽게도 모든 사람이 이를 실천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런 사자성어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어리석은 인간들아, 제발 네 욕심만 챙기지 말고 이웃을 위해 희생할 줄도 알아라”라고 꾸짖고자 했음이리라. 살신성인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일수록 인간미가 넘친다. 신문 지상에, 방송에 의인과 관련된 기사가 보도되면 독자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 벌써 15년 전 일이다. 2001년 1월26일 일본 신오오꾸보역이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지하철 플랫폼에 있던 유학생 이수현씨는 취객이 지하철 선로에 쓰러진 것을 목격, 곧바로 구조에 나섰다. 일본인 카메라맨 세키네 시로씨도 함께 했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취객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선로에 뛰어든 이들은 빠른 속도로 달려온 열차를 피하지 못해 결국 사망했다. 사고 현장에는 두 사람의 의인이 보여준 숭고한 정신, 용감한 행동을 영원히 기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추모 플레이트가 설치됐다. 하지만 똑같은 사고가 일어난 미국에서 사람들이 보여준 행동은 달랐다. 뉴욕 타임스가 ‘우리 시대의 키티 제노비스’(1964년 키티 제노비스는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앞에서 살해당했는데, 이를 지켜본 38명 중 어느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사건)라고 보도했던, 2012년 1월3일 뉴욕 맨해튼 지하철역 한인 추락사 사고에서 보여준 인간의 행동은 비정했다. 한국인 한 모씨가 흑인남성에게 떠밀려 선로에 추락, 전철에 치일 위기에 처했을 때 프리랜서 사진기자 우마 압바시는 구조하지 않은 채 이 장면을 촬영했고, 뉴욕포스트는 이를 1면에 보도했다. 우마 압바시는 신오오꾸보역에서 행동한 이수현씨나 세키네 시로씨와 왜 다른 행동을 보였을까. 사람들은 우마 압바시를 미쳤다고 비난한다. 우리는 불특정한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또 하나의 인간을 보았을 뿐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인간은 초인지, 그야말로 초능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모든 인간이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그의 몸속 DNA와 살아온 환경 때문이다.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 박근혜 대통령의 행동에서 그 실례를 볼 수 있다. ·김재호 수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11.17 23:02

예언

세상이 어지러울 때 예언이 판을 친다.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는 순천의 한 스님이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변변한 하야 성명도 못하고 급히 동쪽으로 도망친다’고 했다거나, 외국의 유명 예언가가 12월 중 박 대통령의 하야를 예언했다는 글들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한 인터넷 사이트는 국내 몇몇 무당들을 대상으로 박 대통령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예측해 올려놓고 있기도 하다. 국내 사주가들의 말까지 빌려 한 나라 대통령의 거취를 예측하고 솔깃해 하는 현실이 오늘의 암울한 자화상이다.차원을 달리하기는 하지만, 박근혜 정부와 관련해 많이 인용되는 게 최근 김제시가 생가 복원을 추진하기로 한 탄허 스님(1913~83)의 과거 예언들이다. ‘월악산 영봉위로 달이 비추고, 이 달빛이 물에 비추고 나면 30년 쯤 후에 여자 임금이 나타난다’는 예언이 꼭 맞았다는 것이다. 월악산 주변에 물이 없었으나 1983년경 충주댐이 만들어지고, 그 후 30년이 지나서 여자 대통령이 나왔으니 족집게 예언이 된 셈이다. 탄허는 북극 빙하의 해빙으로 일본이 침몰하고, 서쪽으로 땅이 두 배 이상 늘어난다는 등 한국이 세계의 중심에 설 것으로 예언하기도 했다. 오래지 않아 위대한 인물들이 조국을 통일할 것이라고도 했다. 민족주의적, 국가주의적 이런 예언들을 박 대통령 지지자들이 곧잘 인용했다.그러나 불교계 존경받았던 고승이며, 유교와 노장철학 등에 달통했던 탄허 스님의 이야기마저 아전인수적 해석으로 흘러서는 그 진의가 곡해될 수 있다. 60년대 산업화과정과 군부독재의 당시 암울하고 어려운 한국사회에 희망의 메시지가 필요했던 시기였다. 그런 희망을 이루기 위해 정치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스님의 일관된 지론이었다. 스님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밤새워 고민하는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라고 했다. 지도자가 신뢰받을 때 법과 영이 선다며 논어에 나오는 한나라 재상 상앙이 백성의 신뢰를 얻기 위해 벌인 ‘말뚝 이야기’를 곧잘 인용했다. 말뚝을 옮기면 1만냥을 주겠다는 믿기지 않은 약속을 거푸 이행하면서 백성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나라의 운명이 지도자의 심성에 달렸다거나 탐심 있는 지도자를 경계하고 국민을 위한 철학을 갖추라고도 충고했다. 말로만 국운융성이 아닌, 박 대통령이 탄허의 이런 기본적인 자질론만 들었더라도 오늘의 흉흉한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이마저 스님이 생존했다면 귀를 씻는다고 할지 겁난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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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6.11.16 23:02

민심

12일 광화문 광장 집회에 모인 인파가 100만 명을 넘었다. 초등학생 어린이부터 70·80 노인까지, 저 멀리 제주도에서 전라·경상·충청도를 지나 강원도까지, 노동자·농민으로부터 사무직과 공무원까지, 민심의 불길이 활활 타 올랐다. 나이와 지역과 정치성향은 달라도, 한 데 모이니 이야기도 끝없이 이어졌다. 서로가 서로에게 귀중한 동지요,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이제 대통령이 갈 길은 정해진 것 같다. 도도히 흐르는 민심의 물결은 어느 누구도 막거나 거스를 수 없다. 옛말에도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맹자도 진심편에서 “백성이 중하고 사직(社稷)은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물며 왕권 시절에 살았던 맹자도 백성들의 민심에 비하면 사직(정부)도 군주(대통령)도 하찮은 것이라고 했으니, 대통령이 가야 할 길을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그런데 정작 걱정은 소위 위정자들의 태도에 믿음이 안 간다는데 있다. 내 논에 물대기식으로 민심을 왜곡해서 해석하고 있다. 마음은 이미 대선에 가 있고, 눈알을 굴리고 주판을 튕기느라 여념이 없다. 자기들끼리의 약속을 뒤집는 것도 손쉽다.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국가 통치권의 소유를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한 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옮기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하찮은 문제인지도 모른다. 흙수저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만리장성 스펙을 쌓고서도 매번 노력이 배신해 장미족(장기 미취업자)과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 늘어나는 헬조선의 저주받은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꿔달라는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시위장에 나와서 손에 촛불을 드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큰 사냥에 나선 사냥꾼들은 사냥감이 잡히기 전에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당장 눈앞의 공명심에 눈이 멀어 대오를 흩뜨린다면, 거꾸로 사냥을 당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대선을 생각하고 대비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얄팍한 공적쌓기로 민심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 보다는 우선 눈앞의 목표에 충실하면서 우리의 미래 정치사회 구조를 장기적으로 어떻게 바꿔 나갈지에 대한 각자의 고민과 밑그림을 국민들에게 제시한 뒤 검증받고 인정받는 과정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야당도 똑같은 x라는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6.11.15 23:02

최순실과 전북

요즘 들어 지역에 역량있는 인물이 없다고 한다. 과거 같으면 중앙 부처에서 고위직을 지낸 공직자들과 운동권 출신들이 정당으로 들어와 단체장 등 선출직에 나섰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보수정권이 잇달아 정권을 잡으면서 중앙부처에서 전북 출신들이 씨가 말라져 가고 있다. 현 정권에서 고위공직자 진출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 과장급이 안정적으로 포진해 있어야 나중에 장차관도 기대할 수 있는데 그 토대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나 힘 있는 부처에 전북 출신들이 없어 도지사나 시장 군수들이 항상 예산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MB정권 때보다 박근혜 정권들어서면서 더 심화됐다. 언제 누가 장관을 했는지조차 기억이 안날 정도로 가물거린다. 그간에 도민들은 개각때마다 이번에는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어왔다. 결과는 항상 아니올씨다로 끝났다. 지금 생각하면 대통령 위에 비선 실세가 자리잡고 있어 더 그랬던 것 같다. 전북 출신들은 최순실이라는 비선대통령을 최근 게이트가 계속 터져 나오면서 겨우 알았다. 문고리 권력 3인방이나 정윤회 정도도 뉴스를 통해 알 정도였다. 그 사람들 하고 가깝게 지내는 사람도 거의 없다. 권력자 주변에 사람이 없다 보니까 전북 출신들이 발탁 되지 않았던 것이다. 사격국가대표 출신으로 어렵게 문광부 제2차관이 되었던 박종길씨도 최순실 딸 정유라 때문에 사퇴압력을 받았다는 것. 있던 자리도 권력자 눈밖에 나면 쫓겨 날 수 밖에 없다. 전두환 군부독재정권 때도 전북 출신을 영양가 없는 장 차관 자리에 구색맞추기식으로 기용했는데 지금은 아예 없다. 전북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인사탕평과는 괴리감이 생겼다.전북은 비선 실세들이 국정을 농단하는 바람에 인사는 물론 예산 배분에 있어서도 보이지 않게 큰 손해를 입어왔다. 애걸복걸 하다시피 중앙 부처를 쫓아 다녀도 비선 실세들과 선이 닿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이들만 제대로 알았어도 대통령 공약사업 정도는 챙길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간 국정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전북은 피해가 컸다. 지난 4년간 국가예산 증가율이 19.3%였는데 오히려 전북은 매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7일 친박계가 예결위 조정위 첫 회의를 불과 몇시간 앞두고 정운천 의원을 조정소위에서 빼고 친박계인 김선동 의원으로 전격 교체했다. 이것만봐도 새누리당 불모지인 전북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 도민들은 이 정권으로부터 차별과 소외를 받은 탓으로 지금 최순실 국정농단에 더 분노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원성과 탄식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백성일 상무이사·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11.14 23:02

트럼프의 제스처

도널드 트럼프가 제 45대 미국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의 선택은 놀랍고 충격적이다. 역대 최악의 진흙탕 싸움이 된 대선 과정에서 과거의 행적이 낱낱이 드러난 트럼프의 당선에 자괴감을 갖게 될 미국인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당선 하루 만에 그동안의 입장을 완전히 바꾼 트럼프와 함께 미국이 모두 나서 통합과 화해를 외치고 있다. 당장 ‘대선 불복 시위’가 예상되는 등 미국의 통합을 향한 움직임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어찌 됐든 이런 태도 변화가 놀랍다.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호텔에서 “모든 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어 모든 미국인을 향해 화해와 협력의 손길을 내밀겠다”고 말했다.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한 데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며 “공화당원, 민주당원, 부동층 모두 과거의 반목을 청산하고 미합중국의 깃발 아래 모여야 한다”고도 했다. 국제사회를 향해서는 “뜻을 함께하는 국가들과 같은 길을 나아갈 것”이라며 “미국의 국익에 최우선을 두면서도 모든 국가가 공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제일주의를 외쳤던 기존의 입장과는 완전히 달라진 태도다.대선 과정에서 트럼프의 전략은 ‘적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미국의 이민자는 물론이고 중국과 한국, 무슬림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상식적이지 않은 공약과 주장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하며 ‘미국 우선’을 외쳤던 트럼프는 불과 하루 만에 통합과 화해를 외치고 있다. 패배를 공식 인정한 힐러리도 “우리는 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트럼프가 우리 모두를 위한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평화로운 정권 교체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트럼프가 성공하고 단합해서 국가를 잘 이끌기를 성원한다”며 “이 나라에 필요한 것은 통합과 포용, 우리의 제도와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다. 우리는 한 팀이며 민주당과 공화당이 아니라, 미국민과 애국심을 우선에 두고 있다”고 통합을 반복해 강조한다.트럼프의 통합과 화해의 손짓은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이어진다. 당장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을 완전히 바꾸었다. “미국은 한국 방어를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은 흔들리지 않고 한국과 미국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단다. 혼란스러운 이즈음 선거 하루 만에 통합과 화해를 외치는 트럼프와 미국의 진정성이 외려 의심스러워진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11.11 23:02

귀족 스포츠

레슬링은 한국 스포츠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획득 종목이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 경기 자유형 62㎏급에 출전, 금메달을 목에 건 양정모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이후 안한봉, 심권호, 김현우 등 스타들이 다수 배출됐다.브라질 리우올림픽 때 한국은 이 종목에서 금메달에 실패했지만, 어깨 탈골 부상을 딛고 동메달을 따낸 김현우 선수의 값진 스포츠 정신을 전세계에 보여 주었다. 김현우는 16강 경기에서 불리한 판정으로 패한 데 이어 어깨 부상까지 겹치는 불운을 겪었지만 악재를 모두 극복하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메달은 귀, 손·발가락 등의 변형도 동반한다.과거 레슬링과 복싱, 유도 등에서 주로 나오던 메달은 이제 양궁과 사격, 체조는 물론 동계스포츠 종목에서까지 나오고 있다. 리우올림픽 첫 공식 종목이 된 골프에서도 박인비 선수가 금메달을 따냈다. 동서고금으로 스포츠는 인간사회를 건강하고 활기차게 만들어 왔다. 스포츠는 단순한 신체건강 증진의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관계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고 나아가 조직과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천이다. 요즘 승마가 주목받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승마 국가대표 선수이고 정유라 승마를 둘러싼 추악한 반칙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사실 스포츠는 간단하지 않다.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걷기, 달리기, 배드민턴, 탁구, 배구 등도 돈이 없으면 지속적으로 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 물론 생활체육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보니 귀족스포츠로 불리는 것들이 있다. 골프, 승마, 요트 등이 그런 부류에 속한다. 요즘이야 경제력 괜찮은 사람들이 꽤 있어서 이들도 생활체육처럼 비춰지고, 즐길 수 있는 사회적 여건도 좋아지고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은 종목이다. 어쨌든 여전히 아무나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최순실이 딸 정유라의 승마를 지원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승마협회 회장사로 앉히고 100억 대를 뜯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2년 전 승마 국가대표로 발탁된 정유라는 SNS 글에서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불만이면 종목을 갈아 타야지” 운운했다.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발언한 ’그네들 집단’의 심리 표출이다. 김재호 수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11.10 23:02

연변대학교

연변은 중국 속 한국이다. 일제강점의 민족 수난기에 일제의 압박을 피해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을 우리 땅 삼아 재충전을 했던 곳이어서 더 애틋하다. 연변의 교포들의 민족적 자긍심은 어제의 이야기만이 아닌, 오늘에 살아있는 역사다. 민족교육의 뿌리인 서전학숙, 용정을 중심으로 연변의 민족 학교들의 모습, 3.13만세 운동 등 항일투쟁사가 용정중학교 역사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다. 연길시에 있는 연변박물관은 중국에서 우리 민족의 전통 풍속이 어떻게 지켜지는지 민속문물로 보여준다.오늘날 중국 교포들이 민족적 자긍심을 갖게 한 데 연변대학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1949년 설립된 연변대는 민족교육과 민족문화의 산증인이었다. 연변의 주도인 연길시에 자리잡은 대학의 부지는 일본의 관동군사령부가 있었던 곳이며, 캠퍼스를 감싸는 와룡산에서 항일 투쟁을 하다 숨진 유골이 발견돼 무명항일열사비가 세워져 있다. 캠퍼스 자체가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셈이다.연변대는 초기 문학부, 이공학부, 의학부로 출발해 지금은 21개 단과대에 석박사 과정을 합쳐 2만4000명의 학생들이 적을 둔 중국 내 대표적인 소수민족 종합대학으로 성장했다. 중국 100대 중점육성대학에 연속적으로 선정된 것이 연변대의 위상을 말해준다. 과거 70%에 이르던 교포 재학생 수가 현재 30%로 줄었지만, 민족교육기관으로서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중국 학생들에게 조선어 교육을 권장하고 있고, 실질적으로도 한류의 영향과 취업에 유리하다고 여겨 조선어 과목이 인기라고 한다. 최근 만든 한옥 박물관도 민족교육기관임을 내세운 것이다.연변대는 한국의 많은 대학들과 교류하고 있다. 전북에서도 전북대, 우석대, 원광대가 연변대와 다양한 형태의 결연 등을 통해 교류를 넓히고 있다. 전북대는 2000년대 초 1500권의 전문 서적을 기증하기도 했다. 연변대에 근래 몇 년 새 들어온 교원 중 전북대 박사 학위 자가 제일 많다고 한다.연변대에 대한 응원은 민간 차원에서도 꾸준히 이어졌다. 한국의 기업과 독지가들이 성금을 모아 대학 정문을 만든 것이 상징적이다. 이스타항공이 지난달 31일 우석대를 매개로 연변대와 항공산업 관련 교류협약을 체결한 것도 새로운 시도다. 항공수요가 급증하는 중국 여건에서 항공사가 교육과 실습의 장을 제공하고 취업도 약속했다. 전북지역 대학과 전북 연고기업에 의해 민족대학인 연변대가 더 큰 날개를 달았으면 좋겠다.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11.09 23:02

되술래잡기

무슨 생각으로 TV를 봤을까? 지난 일요일에 난 TV를 통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검찰출두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왜 TV를 켰는지,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는지에 대해서는 정말로 기억이 없다. 애초부터 기대할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검찰 출두를 앞두고 잘못을 시인하거나 죄를 인정하는 사람을 여태껏 본적이 없다. 게다가 우병우 전 수석이다. 국민의 눈에 상당한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그는 당당하고 뻣뻣하게 행동해 왔다. 애초부터 미안해하거나 고개를 숙이는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그런데 난 보고야 말았다. 기자를 쏘아보는 그 눈빛…. 섬뜩했다. 권력이 여전히 그의 수중에 있었더라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또 그는 앞으로 어떤 행동을 보일까.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현장취재에 나선 기자는 일반인이 아닌 공인이다.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국민을 대신해서 묻고 있는 것이다. 대답하기 싫으면 안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기자를 째려보는 행위는 단순히 기자 개인에 대한 도발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도전이고 모욕이다. 이는 국민들을 깔보고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태도에서 나온 것이다. 권력에 대한 맹신과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의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하긴 그런 착각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검찰의 수사와 관련해서 많은 뒷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귀빈대접이니, 황제소환이니 하는 말들이 그 것이다. 검찰이 자신의 수사대상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하며 담소를 나누고, 그것도 모자라서 행여나 추울까봐(실외도 아니고 실내인데도) 겉옷까지 마련해줬다. 팔짱 끼고 웃으면서 조사받는 모습의 사진은 흡사 우 전 수석이 검찰에게 앞으로의 수사 내용과 방향을 지시하는 장면처럼 보이기도 한다.술래잡기는 원래 조선시대 통행금지를 알리는 인경이 울리면 순라(나졸)들을 풀어 통금을 어긴 사람들을 잡아들이는 것을 흉내 내어 만든 놀이라고 한다. 이 놀이에서 순라(巡邏)가 도둑을 잡는 것이 당연하지만 오히려 도둑이 순라를 잡는다면 그것이 바로 되술래잡기다. 한 마디로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다. 기자를 째려보는 우 전 수석의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검찰도 반성하자. 관행이라고는 하지만 정치적 사건도 아니고 비리의혹에 대해 차 대접은 너무 과분하지 않은가. 그러고도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성원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성원
  • 2016.11.08 23:02

5% 식물대통령

참으로 해괴한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이 있는데도 그 위에서 비선 대통령이 국정을 농락했기 때문이다. 상상하기도 끔찍하다.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벌어진 일치고는 너무 황당무계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의심하지만,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었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지역 정서에 힘입어 대통령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은 남한을 공격하려고 연일 핵실험에 몰두하고 주변국들은 부국강병을 외치는 마당에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터져 국민을 분노케 한다.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으면서 최하위 빈국이었던 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지만, 모두가 사상누각처럼 느껴진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원래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지만 이렇게 국민이 대통령 때문에 패닉상태에 빠진 적은 없었다. 대통령이 국가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데 거꾸로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대통령은 아무나 못 한다. 통찰력, 예지력, 판단력 등 갖춰야 할 능력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처럼 안보 상황이 위태로운 나라는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북의 핵 위협을 차단하면서 경제발전을 꾀해야 하므로 그렇다. 그간 창조경제를 내세웠던 박근혜 대통령이 한 일을 보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40년 지기인 최순실한테 머리를 맡기고 그 머리에 놀아났기 때문이다. 권력의 세기는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우냐 그 거리에 비례한다. 문고리 권력 3인방도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해 힘이 셌다. 하물며 무관(無冠)의 여자가 청와대를 수석비서관 호위를 받으며 자기 집 안방 드나드는 것처럼 했으니 오죽했겠는가.깃 세운 의상서부터 연설문까지 최종적으로 손질을 가했다고 하니 어느 기업에서 돈 내놓으라고 하면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 오히려 적어서 미안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전여옥 한나라당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없고 매우 건방지며 심지어 지적능력에 문제가 있어 자기 생각을 정리하여 얘기할 줄 모르는 사람이 틀림없다고 했다. 서고에 가봐도 책이 없고 독서를 안 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것. 면도칼 테러를 당했을 때도 대전은요라고 묻는 등 모든 화법이 단문이었다는 것. 2005년 대구 행사장에서 비옷을 입었는데 그것을 머리에 씌워 줘야 할 정도였고 단종된 샴푸만 찾는다는 것. 장관들은 찾질 않으니까 그렇게 장관 하기가 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국민은 대통령을 잘못 뽑은 죄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혼자만의 나라가 아니고 국민의 나라기 때문에 어쨌든 이 시련을 극복해야 한다. 87년 610 항쟁 때 군부독재를 몰아내고도 야권분열로 또다시 군부 독재자에게 권력을 넘겨준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박 대통령의 면피용 내지는 진정성 없는 사과가 오히려 사태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번 사태로 검증되지 않은 능력 없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여순 감옥에서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눈빛이 두렵지도 않은가. 박 대통령은 사즉생의 각오로 사퇴하라.백성일 상무이사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11.07 23:02

전통주머니 '오방낭'

우리나라 전통 옷은 주머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 한복 역시 주머니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주머니가 달려 있지 않은 것이 품새로는 좋을지 모르겠으나 일상생활에서는 불편함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옛사람들은 이 불편함을 덜기 위해 주머니를 차고 다녔다. 우리 옷에 주머니가 달리기 시작한 것은 저고리 위에 덧입는 마고자와 조끼가 들어오면서부터다. 마고자는 흥선대원군이 1887년 청나라의 유폐에서 풀려 돌아올 때 입고 온 만주사람들의 마괘가 변해서 널리 입게 된 옷이다.주머니는 애초 실용적인 면에서 만들어 사용했지만 장식적인 역할을 겸하게 되어 그 종류나 모양새가 다양하게 발전했다. 오늘에 이르러 유물로 남아 있는 주머니는 조선시대 후기의 것들이 대부분인데, 의복에 달리는 두루주머니와 귀주머니 같은 일반적인 주머니나 향낭과 침낭 같은 장식적인 역할을 겸한 주머니, 수저를 넣는 수저집이나 필기구를 넣는 필낭 같은 것들이다.장식을 겸한 전통 주머니는 그 형태나 장식 방법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붙여졌다.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에 따라 색상도 다르게 만들어졌다. 남자들은 주로 옥색이나 초록색 등 푸른색 계통을, 여자들과 아이들은 분홍색 다홍색 초록색 등 선명하고 화려한 색으로 만든 주머니를 즐겼다. 주머니에는 수를 놓거나 보석을 달거나 끈에 매듭과 술을 달아 아름답게 장식을 했는데, 진주낭 수낭 오방낭 부금낭 등은 그러한 장식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오늘날 우리가 유물로 만나는 전통주머니들은 이름도 품새도 아름답다. 옛 사람들의 정성과 손길이 더해진 덕분이니 한국미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유산이라 할만하다.요즈음 달갑지 않은 이유로 수난을 겪게 된 주머니가 있다. 오방낭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복주머니의 하나인 오방낭은 우주의 중심을 뜻하는 황색과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청백적흑의 다섯 가지 색을 이어 붙여 만든 것이다. 2013년 2월 25일 광화문 광장에 대형 오방낭이 설치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에 열린 희망의 복주머니 행사였다. 주머니 안에는 국민들이 보내온 갖가지 희망이 담겨있었다. 박대통령은 이날 복주머니를 열어보면서 국민들의 소망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새 정부가 할일이라고 약속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날의 오방낭이 제대로 된 오방낭이 아니었단다. 최순실 게이트 에 놓인 거짓 오방낭의 존재. 그 안을 채웠던 국민들의 염원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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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6.11.04 23:02

대통령 운명

광복 71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68년 역사의 전면에 있었던 지도자들의 운명은 한마디로 비극적이었다. 김구 선생은 일제 때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이끌었고, 광복 후에는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해 노력한 지도자였지만 1949년 6월26일 집무실에서 육군 포병 소위 안두희가 쏜 4발의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반공 독재 세력이 그를 암살한 것이다.1995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백범김구선생 암살 진상 국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김구 암살 배후에 이승만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다. 안두희는 포병사령관 장은산(안두희의 직속 상관, 서북청년단 함께 활동)의 명령을 받았고, 김창룡 특무대장 등 군부세력이 암살 사후 처리에 적극 가담해 안두희가 사건 1년만에 형 면제 처분을 받고 군에 복귀하도록 했다. 안두희는 살인 병기였을 뿐이다. 이승만 정권이 김구의 정계 복귀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저지른 가증스런 암살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김구를 제거한 이승만 세력은 장기집권을 획책하다 결국 쫓겨났다. 대통령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꾸고, 대통령 임기 중임을 제한하는 법을 고쳐 3선이 가능하도록 했다. 1960년 3월15일 실시된 제4대 대통령과 제5대 부통령 선거에서는 자유당 이기붕 후보를 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개표조작을 저질렀다. 끝없는 야욕은 부메랑이 돼 이승만 정권을 심판했다. 부정선거 한 달 뒤 419혁명을 계기로 이승만은 하야했고, 자유당정권은 무너졌다. 국민의 승리였다.하지만 이듬해 5월 박정희 군부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정권을 뒤집고 군부독재정권을 세웠다.경제 부흥과 남침 위기를 내세우고, 민주세력을 참혹하게 탄압하며 세운 박정희의 18년 독재정권은 중정부장 김재규가 쏜 4발의 총탄 앞에서 무너졌다. 뒤이은 전두환과 노태우는 똑같은 전철을 밟았지만 살아남았다. 그들에 대한 냉정치 못한 심판은 후환이 됐다. 독재자 박정희의 DNA를 이어받은 딸, 박정희의 독재 현장을 항상 함께 했던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에 당선시키고, 국정을 맡긴 것이 결국 최순실 사건이다. 대통령 박근혜는 어제 정적의 핵심참모였던 김병준씨를 국무총리에 내정했다. 꼼수다. 대통령 하야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반대편 사람을 국무총리 자리에 앉혀놓고 대통령 자리를 지키겠다는 계산이다. 이미 국민들 눈에 투명인간이 된 마당에 뭐 그리 미련이 많은가.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11.03 23:02

넥타이 부대

흰색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출퇴근하는 넥타이부대는 주로 사무직에 종사하는 소시민들이다. 생산현장의 노동자들과는 달리 시위나 집회에 참여해 본 경험이 별로 없고 투쟁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정치적으로는 냉소주의와 허무주의가 강하고, ‘바꿔봐야 그 X이 그 X’이라는 생각에 여간해서는 행동으로 나서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에 무관심하다거나 정치를 모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들의 정치에 대한 지식과 절망감이 때로는 술자리를 빌려 표출되고 분노로 전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날이 바뀌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그저 별 탈 없이 하루하루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족을 부양하는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살아간다.넥타이부대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30년 전인 87년 6월 항쟁 때이다.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온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고, 연일 시위가 이어졌다. 사무실의 넥타이부대들은 점심이나 퇴근 시간에 시내를 오가면서 시위대와의 거리를 점차 좁히더니 6월 10일 전국적으로 펼쳐진 반독재투쟁에서는 큰 무리를 이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고, 누가 누구에게 권유한 것도 아니었는데 하나씩 둘씩 자발적으로 모이다보니 커다란 세력이 됐다. 그 엄청난 규모에 시위를 주도한 측도, 거기에 참여한 넥타이부대도 모두가 놀랐다. 그렇게 해서 무너뜨린 것이 독재권력이었고, 쟁취한 것이 대통령직선제였다. 민주주의를 쟁취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망이 서슬퍼런 독재권력의 칼날을 압도한 것이다. 이런 넥타이부대가 최근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순실씨 국정농단으로 일컬어지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또 SNS 등을 통해서 각종 정보를 퍼 나르고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는 예삿일이 아니다. 소시민이지만 집안에서 가장인 그들의 참여와 행동은 곧 온국민의 저항운동이고, 거부할 수 없는 물길이기 때문이다.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거국내각 등 수습책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수습보다는 진상규명이 우선이다. 정치권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30년전 6월 항쟁 때에도 6·29 항복선언을 얻어냈지만, 대선에서는 독재정권의 계승자에게 또다시 권력을 내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선 눈 앞의 이해관계나 내년 대선에서의 유불리 등만을 따지다가는 또다시 비슷한 잘못을 범하지 말란 법이 없다. 민심을 잘 읽고 민심을 따르라. 민심이 곧 천심이다. 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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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원
  • 2016.11.02 23:02

한우데이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기념하는 국가기념일과 상관없이 요즘 ‘각종 데이’가 넘쳐난다. 오죽하면 애주가들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원래 먹는 날, 화끈하게 먹는 날, 수도 없이 먹는 날, 목이 터져라 먹는 날, 금세 먹고 또 먹는 날, 토하면서 먹는 날,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먹는 날’이라고 했을까. 그렇다고 무슨무슨 데이를 꼭 상술로만 보고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공감을 받지 못하면 그들만의 데이가 될 것이고, 특별한 이벤트가 일반의 많은 공감대를 얻을 경우 자연스럽게 하나의 문화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그저 즐기면 그 뿐이다. ‘각종 데이’중에는 식품과 관련된 게 유독 많다. 인삼데이(2,23)·삼겹살데이(3,3)·오이데이(5.2)·유기농데이(6.2)·육포데이(6,4)·고기데이(6,6)·추어탕데이(7,2)·엿데이(7,7)·라면데이(8,8)·쌀데이(8,18)·구구(치킨)데이(9,9)·와인데이(10,14)·애플데이(10,24)·한우데이(11,1)·가래떡데이(11,11) 등이 그 예다. 8월8일은 장어데이기도 하다. 풍천장어로 유명한 고창군이 이날을 장어데이로 삼은 것은 장어를 먹고 팔팔하게 살아보자는 의미와 활발하게 움직이는 장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 것이다.오늘은 한우데이다. 2008년 한우협회 등 관련 단체들이 한우 소비 촉진을 위해 정한 날이다. 한우가 최고라는 의미로 ‘1’이 3번 겹치는 날을 정했다거나(4번 겹치는 날은 이미 가래떡데이여서), 한자로 소우(牛)를 파자하면 3개의 1이 나온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전통적 가치관인 천지인 사상을 모티브로 해서 ‘3’(1+1+1)을 표현하는 11월1일로 정했다고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2008년은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이 타결된 후 이를 반대하는 촛불집회로 전국이 들끓었으며, 그 와중에 한우데이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아픈 역사도 함께 안고 있다.올해도 1일을 전후해 전국 각지에서 ‘대한민국이 한우 먹는 날’이벤트를 개최한다. 한우협회 전북도지회는 4일부터 이틀간 전북도청 광장에서 ‘대한민국이 한우 먹는 날’을 연다. 한우고기 할인판매 행사, 한우비빔밥 1000명분·불고기덮밥 500명분 나눔행사, 어린이 한우 그리기대회 등이 마련된다. 부정청탁방지법 시행 후 한우 소비가 줄고 가격이 내려가면서 농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한다. 그렇고 그런 데이가 아닌, 축산농가에게 힘을 보태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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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6.11.01 23:02

김완주 책임론

삼성이 20조원을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2040년까지 투자하겠다고 한 약속은 처음부터 황당무계했다. 이명박 정부가 LH를 경남 진주로 옮기기로 하면서 전북의 저항에 부딪힌 것을 해소하고 또 그 것을 빼앗겨 코너에 몰린 김완주 전 지사가 출구전략을 세워 탈출토록 하는 한편 삼성 이건희 회장은 정부 경제정책이 낙제점이라고 비판해 역린을 건드린 점을 만회하려고 짜맞춘 삼자 간의 합작품이었다.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키로 한 것은 정권이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MB정권이 LH를 진주로 결정하고 발표만 남겨 놓자 김 전 지사는 사즉생의 각오로 LH를 진주로 빼앗길 수 없다며 정부를 상대로 투쟁에 나섰다. 도내에는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로 홍수를 이뤘다.삭발까지 하며 강하게 김 전 지사가 나선 듯했으나 MB한테 항상 원죄 같은 게 따라 붙어 투쟁에 한계가 있었다. 김 전 지사가 MB 새만금 대선 출정식 때 새만금특별법이 통과 되지 않은 책임이 한나라당에 있다고 몰아 붙여 고춧가루를 뿌린 게 화근이었다. MB가 대통령이 되자 김 전 지사는 자신의 발언을 무마하려고 청와대에 온갖 선을 대서 화해 제스처를 썼다. 민주당이 언론악법 철회를 위해 가투를 벌일 때 김 전지사가 MB한테 200만 도민의 이름으로 사은숙배 형식의 새만금 감사 편지를 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교착상태에 빠진 정국의 국면전환을 위해 편지를 공개하겠다고 동의를 구하자 김 전 지사가 응낙했던 것. 민주당 이종걸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은 적장에게 항복문서를 바친 것이나 다름 없다며 김 전 지사를 출당 조치토록 지도부에 요청했다.김 전 지사는 LH 유치 실패에 따른 공방이 거세게 일자 책임을 벗기 위한 출구전략이 필요했다. 그게 김 전 지사가 요청해서 만들어진 삼성의 새만금 MOU다. 김 전 지사는 2011년 4월 27일 삼성과 MOU 체결 다음날 LH 무산에 따른 이명박 정부 규탄 플래카드를 삼성투자 환영 플래카드로 대체토록 지시했다. 하루 만에 세상이 바뀌었다. 20일 뒤 LH의 경남 이전이 발표되고 임채민 국무조정실장은 넉달 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정부에 밉보인 삼성은 마지못해 관계개선 차원에서 새만금 투자를 수용했던 것 같다.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이재용 부회장을 국감증인으로 출석시키려 했으나 무산되자 국민의당 측이 지난 24일 삼성사장단과 간담회를 주선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성과가 없었다. 결국 삼성한테 면죄부를 준 통과의례였다. 다시금 김 전 지사의 책임론이 불거진다. 민선 지사인 김 전 지사는 도민들한테 석고대죄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 더 한심스러운 건 도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긴 김 전 지사가 지난 4월부터 도민은행인 JB우리캐피탈 고문이 됐다. 기사 딸린 고급승용차와 사무실을 제공 받으면서 고액 연봉까지 받고 있다. 왜 김한 JB금융지주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수당문 현판을 떼어낸 김 전 지사를 고문으로 시켰을까.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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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6.10.31 23:02

명장의 손

페라가모, 베르사체, 티파니, 프라다, 아르마니, 구찌. 달갑지 않지만 소비자는 세계적 명품들에 열광한다. 명품의 실체는 브랜드의 이미지로 존재한다. 이미지는 현대인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었다. 이미지로 결정되고 이미지로 존재하는 실체는 더 이상 공간과 시간을 구분하지 않는다.우리에게도 명품이 있다. 전통공예의 맥을 이어온 장인들이 손으로 만들어내는 공예품이 그것이다. 전주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장인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다. 그만큼 안목과 솜씨가 빼어난 장인들의 활동이 탄탄하다는 증거다.전주의 전통공예 부문의 기능보유자는 17명. 악기 옻칠 침선 소목 단청 유기 지우산 나전 낙죽 모필 부채 한지발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공예품은 쓰임이 생명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옛사람들의 일상에서 숨쉬었던 수많은 공예품들은 기계에 의해 대량 생산되는 상품들에 그 자리를 내주고 쓰임의 영역에서 도태됐다. 수많은 우리의 전통공예품들이 이미 사라져버렸거나 기법의 전수가 단절된 이유다.오늘에 이르러 소장품의 가치로만 그 맥이 이어지고 있는 전통공예품의 현실은 안타깝다.다행스럽게도 1년에 한번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올해도 전주 경기전 안에 있는 어진박물관에서 장인들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회의 이름은 명장의 손. 그 의미가 깊다. 장인의 손끝에서 모든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을 공예품은 그 자체로 깊은 품격과 아름다움을 품어낸다. 기계로 만들어진 상품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전시실 안은 아름답다.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작품들이다. 올해는 특히 장인 두 명의 손길이 더해졌다. 5년 전에 문화재로 지정됐지만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전주사람이 된 이종덕 유기장과 지난해 지정받은 곽종찬 모필장이다. 단절될 위기에 처했던 전통공예의 기능이 새롭게 발견돼 이어질 수 있게 되는 일은 반갑다.장인들의 기능을 기록한 영상물을 보면 전통공예의 가치가 더 새로워진다. 그중의 하나, 대나무 마디 위에 인두로 무늬를 그려 넣는 낙죽이 있다. 전기인두를 이용하면 손쉽게 작품을 낼 수 있지만 전통방식인 화로만을 사용하는 명장은 고집스럽게 이 길을 지켜간다.쉽고 편리함만을 좇는 이 시절에 어렵고 고단한 길을 기꺼이 가는 명장들의 선택은 경이롭다. 어진박물관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도 이 전시회는 특별한 기회다. 명장의 손이 전하는 선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10.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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