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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 거는 기대

제20대 국회의원 임기가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됐다. 야권의 분화로 전북 정치권의 주도세력이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 전면 교체된 가운데 새로운 국회가 열렸다. 도내 국회의원 수는 10명으로 19대 때보다 1석이 줄어들었지만 초선 의원이 7명에 달했던 19대 때와는 달리 4선 2명, 3선 2명, 재선 1명 등 중진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 중량감을 더했다. 정당별 의석도 그동안 민주당 일색에서 국민의당 7명, 더불어민주당 2명, 새누리당 1명 등 여야가 고루 포진해 정치적 시너지가 기대된다.여기에 전북출신 출향인사 25명이 이번 20대 국회에 입성해 중앙 정치무대에서 전북인 맨파워도 구축하게 됐다. 특히 전북출신 국회의원들이 당직 뿐만 아니라 국회직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진안출신 정세균 의원과 익산출신 이석현 의원이 국회의장 물망에 오르고 있고 익산을 조배숙 의원이 국회 부의장에, 정읍고창 유성엽 의원과 익산갑 이춘석 의원 정읍출신 김현미 의원 등이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이처럼 전북 정치의 중흥기를 맞게 된 것은 180만 도민들과 500만 출향 전북인들이 똘똘 뭉친 결과다. 그동안 1당 독주의 폐단을 막고 정치권이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전북발전을 위해 제 역할을 해달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또 지역현안과 이슈에 대해선 옹골찬 목소리를 내면서 당당히 전북 몫을 챙기라는 명령이기도 하다.그 첫 사례로 전북도 현안 법안이었던 탄소소재 융복합기술개발 및 기반조성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의미가 있다. 비록 19대 국회 임기 말이었지만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과 새누리당 당선자가 서로 공조를 통해 일궈 낸 협치의 성과물이다. 하지만 3당이 서로 치적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아직 해결해야 할 전북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마당에 성급한 내 공(功)다툼은 조급증이 아닐 수 없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 무산에 따른 대응책을 비롯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 수서발 KTX전라선 증편 등 전북 정치권이 풀어야할 현안들이 수두룩하다. 또한 전북발전을 견인할 새로운 성장동력과 희망도 만들어가야 한다.이제 20대 국회가 새롭게 개막됐다. 지난 4.13 총선을 통해 뽑힌 도내 10명의 선량(選良)들은 유권자들의 준엄한 뜻을 저마다 뼈에 새겼을 것이다. 4년 임기동안 그 마음과 다짐으로 오직 도민만 바라보고 전북을 위해 헌신하는 선량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6.01 23:02

교복과 명찰

얼마 전 고교 동창회 밴드에서 졸업기념 모임 관련 이벤트를 공모했다. 그 중 교복을 입고 고교 때 수학여행지를 다시 한 번 가자는 제안이 눈길을 끌었다. 당시의 교복을 지금까지 갖고 있는 경우가 드물 뿐더러 나이든 사람들이 교복을 입고 나들이에 나선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마는 30여년 전의 모습을 상상한 것만으로 즐거웠다. 몇 년 전 전주지역 교육위원 선거에 출마했던 어떤 분은 교복을 입고 선거운동을 펼쳐 화제가 됐다. 당선에 교복 효과가 있었는지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 자체로 유권자들의 옛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렇게 교복은 나이든 어른들에게 향수며 추억이다.1980년대 초의 학교 민주화는 교복과 두발 자유화가 화두였다. 사회 전반의 민주화운동 바람을 타고 중고교마다 교복과 두발 자유화 요구가 봇물을 이뤘다. 김옥길 문교부 장관이 1980년 1월 교복의 색상과 디자인을 학교장 재량에 맡긴다는 지침이 나왔으나 학교 현장에서는 이를 둘러싼 갈등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982년 1월 문교부가 발표한 교복자율화 조치에 따라 신학기부터 시범 실시된 후 다음해 신입생부터 중고교 자유복 등교가 전면 시행됐다.민주화운동 속에 탄생한 교복자율화 조치 이후 여학생들이 바지만 즐겨 입는다 해서 치마입는 날을 정하는 등의 웃지못할 일들이 뒤따랐다. 학생 일탈이 많아졌다는 등의 뉴스로 교복자율화 논란이 계속됐다. 이에 2년여만에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교복을 입거나 자유복을 입도록 하는 보완조치를 내놓으며 대부분 학교들이 다시 교복으로 돌아갔다.그런 와중에도 교복에 붙인 명찰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던 것 같다. 교복에는 으레 사각모형의 명찰이 붙어야 되는 것으로 알았다. 전북교육청이 교복에 명찰을 고정식으로 붙이는 관행이 학생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일선 학교에 이를 자제하도록 권고했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9년 헌법상 사생활의 비밀보호와 기본적 인권보장을 근거로 고정식 명찰 부착을 시정할 것을 권고한 사항이다. 전북지역 중고교의 39%가 이미 명찰 붙이기 자체를 없앴는 데도 학생과 명찰을 떼어놓는다는 게 익숙하지 않다. 학생인권 성장의 상징이라면 기성세대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게 무슨 대수겠나.교복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중년 세대들이 교복을 그리운 추억으로 떠올리는 것처럼, 교복의 명찰을 그리워하는 세대가 나올지 모르겠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5.31 23:02

새 깃발

413 총선이 절묘했다. 황금분할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일당 독주체제에 취해 있던 더민주당을 따끔하게 혼 내줬다. 그간 20년간이나 지역 정서의 높은 벽에 가려 단 한 석도 확보하지 못했던 새누리에 기회를 안겼다. 도민들은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모처럼만에 선택을 잘했다. 혼낼 것은 따끔하게 혼내주고 열심히 하겠다는 새누리당 한테는 기회를 잘줬다. 도민들은 국민의당이 썩 마음에는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더민주당의 대안이라는 믿음으로 7석을 주었다. 7대 2대 1. 의미 심장한 비율이다. 국민의당에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더민주당 한테는 절치부심(切齒腐心)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새누리당 한테는 열심히 잘하면 더 밀어주겠다는 신호를 보냈다.전북은 지역발전을 가져올 물실호기(勿失好機)를 맞았다. 19대까지만 해도 더민주당이 단독으로 지역을 이끌다 보니까 자만심에 빠져 국가예산 확보는 물론 많은 부분에서 전북 몫을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20대는 3각 경쟁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에 서로가 지역발전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쳐 나갈 것이다. 도 당국도 예전에는 의지할 곳이 더민주당 한곳이었지만 지금부터는 국민의당 새누리당까지 3곳이나 있어 송하진 도지사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지게 됐다. 특히 새누리당 정운천 당선자가 적극적으로 국가예산이나 현안문제를 챙길 전망이어서 더 힘을 얻을 것이다. 송지사도 당적이 더민주당이지만 도정을 3각 협치(協治) 방식으로 운영해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선거를 통해 전북 발전의 전기는 일단 마련됐으나 아직도 지역내 리더 그룹들이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게 문제다. 새로운 시대가 열린 만큼 기득권 세력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내려 놓을 일이 있으면 과감하게 내려 놓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소통이 잘돼 지역이 발전한다. 그간 지역사회가 특정단체와 집단을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까 동력이 떨어져 축 처진 느낌을 받아왔다. 농업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대외 교류가 활발하지 못한 점이 악재였다. 나이가 벼슬이란 말이 있지만 60살 넘어도 물당번도 제대로 못하는 사회라면 문제가 있는 것. 고령사회로 갈수록 지역내 리더그룹의 나이가 많아진다. 80세가 넘어도 4050대 못지 않은 열정과 정열을 가진 분이 있는 반면 젊은이들이 오히려 나이 드신 어른들 흉내나 내는 사람도 있다.어른들은 젊은피가 대거 수혈되도록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계모임 마냥 진입장벽을 높게 쳐서 끼리끼리 해 먹으려고 한다는 인상을 풍겨선 곤란하다. 지금은 통섭과 융합의 시대인 만큼 어른들은 경륜을 바탕으로 젊은층을 밀어줘 젊은층이 에너지를 역동적으로 분출토록 해야 한다. 총선을 통해 새로운 정치질서가 형성됐기 때문에 노 장 청이 조화를 이루도록 그에 걸맞는 내적 인프라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젠 낡은 깃발은 내리고 새로운 깃발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 애향(愛鄕)도 잘된다.백성일 상무이사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5.30 23:02

계남 정미소의 부활

진안군 마령면 계서리 계남마을의 오래된 정미소가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것은 2006년 봄이었다. 농촌의 정미소들이 그렇듯이 계남정미소 역시 제 기능을 포기하고 문을 닫은 지 1년. 2004년부터 전국에 있는 정미소를 찾아다니며 5백여 곳을 기록으로 담은 사진작가 김지연 관장의 열정이 이곳에 닿았다. 오래된 정미소의 외형은 남루했으나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라 이름 붙인 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은 화려(?)했다.기억과 경험을 공유하는 일을 도심도 아닌 농촌의 외진 곳에서 일구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때로는 사적인 기억이 때로는 공적인 기억이 기획전시를 통해 교차되며 관객들을 만났다. 오래된 공간의 새로운 변신은 전국적으로도 주목을 받아 이름을 널리 알렸다. 공간을 만들고 운영했던 김관장은 전주에서 마령을 오가며 꼭 여섯해동안 공동체 박물관을 지키고 일으켰다. 그러나 모든 과정을 김 관장 혼자 감당해야하는 고단함이 쌓이면서 새로운 출구가 필요했다. 다양한 통로를 모색하고, 개인적 역량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위해 사립박물관 등록을 추진했지만 공간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기존의 박물관 시설과 기능에 맞추어야하는 현실적 벽은 너무 높았다. 운영과 관리, 기획과 자료수집, 전시에 관한 모든 일을 혼자서 해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가중되는 부담. 2012년 9월, 결국 계남정미소는 빗장을 걸었다. 잠정적 휴관을 내세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김관장은 우연한 기회에 전주 서학동에 사진 전문 갤러리를 새롭게 열었다. 역시 혼자의 힘으로 이어가는 고단한 작업이었지만, 사진가와 예술인들이 김관장의 외로운 투쟁에 힘을 더했다. 그러나 역시 김관장의 무거운 짐은 휴관상태로 놓여있는 계남정미소였다.지난 21일, 반가운 메일이 왔다. 2012년 9월30일 잠정적인 휴관에 들어갔던 계남정미소의 재개관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가 신진작가들의 꿈을 깨워 벌인 일이란다.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1년에 한두 번이라도 그 명맥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김관장의 바람이 닿은 셈이다.솔직히 저는 고맙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일시적인 행사는 아닐까, 혹은 계남정미소라는 정체성에 맞는 일일까. 그러나 꺼져가는 불씨를 살린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하는 나의 생각을 한 번에 날리는 젊은 기백과 열정이 꽃피울 것으로 기대합니다.계남정미소의 부활이 반갑다. 이제 지역사회의 관심으로 답할 차례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5.27 23:02

성추행 사건

옛날 다방 풍경. 말쑥한 옷차림에 나이 지긋한 신사나, 동네 주먹이나 제비같은 치 등이 여종업원을 향해 음담패설을 하며 수작 걸거나, 급기야 손바닥으로 여성의 엉덩이 등 신체부위를 치거나 쓰다듬는다. 커피를 한 잔이라도 팔아야 하는 여종업원은 얼굴을 찌푸리거나 혹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맞장구치며 웃어넘긴다. 이런 풍경은 술집, 공장, 사무실 등 곳곳에서 벌어졌다. 여성은 을이고, 성적 노리개 대상 정도로 치부되는 경향이었다. 상당한 남성들의 머릿속에 그런 인식이 팽배한 탓에 여성이 있든 없든 남성들의 음담패설은 자리를 부드럽게 하는 기름칠로 치부되기도 했다.사회적 약자 여성들은 불특정 남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해도 그저 입술 질끈 깨물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주변 손가락질이 두려워, 너무 치욕스러워, 부끄러워 차라리 감추고 사는 것이 피해 사실을 밝히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보다 백 번 낫다고 여겼다.그런 과거 사회의 경향은 피해 여성들의 고통을 양산했고, 뜻있는 인권운동가, 지식인 등을 분노케 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고 했는데 동등한 양성 중 하나인 여성이 언제까지 남성의 추근댐, 추행, 폭력을 참고 견뎌야 한단 말인가. 그런 사회 분위기가 성숙하면서 결국 1994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특수강도강간, 특수강간, 장애인에 대한 강간, 강간치사상, 강간살인,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등 성폭력과 관련된 처벌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이후 처벌법의 변화가 있었다. 2011년부터 기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폐지됐다. 여성가족부의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법무부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분할, 시행되었다. 더불어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방지법을 한층 강화한 성매매특별법이 2004년 제정되는 등 각종 성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장치들이 강화되어 왔다. 성폭력범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강화됐고, 전자발찌 착용과 신상정보 공개까지 시행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는 전북에서 터진 김부남 사건, 대명동 화재사건 등도 크게 작용했다.이를 비웃기나 하듯 박희태 등 정치인들은 물론, 교수와 공무원, 군장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성추행 사건이 끊임없다. 이번에는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의 카페 여종업원 성추행 사건이 터졌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5.26 23:02

새로운 실험 '다울마당'

어제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전주시 시민원탁회의가 열렸다. 무려 5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개발 방향과 관련 논란을 빚고 있는 전주종합경기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놓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시민원탁회의 준비 단계부터 10명의 시민기획단을 꾸려서 기획하고 공모를 통해 500여명에 달하는 참여 시민을 모집했다. 전주시는 이날 제안된 다양한 시민의견을 바탕으로 앞으로 전주종합경기장의 활용방안을 도출해 나갈 방침이다.이 같은 전주시의 대규모 시민참여 토론과 시민회의는 전례가 없는 새로운 실험으로 눈길을 끈다. 다울마당은 김승수 전주시장이 민선6기 체제에 들어서 더 시민 속으로, 더 서민 곁으로 다가가 시민주권을 세우겠다는 의지로 도입한 민관협치 모델이다.다함께 우리 모두 지혜를 모으는 마당을 뜻하는 다울마당은 전주시의 주요 현안이나 정책을 세우고 결정할 때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제도화한 것이다. 그동안 전주시는 전주천 소풍길 만들기, 아중호반도시 만들기, 생태동물원 조성, 지속가능한 생태도시 조성, 전주 아이숲 조성, 자전거 길 만들기를 비롯 장애인일자리, 장애인형 국민체육센터 건립, 전통문화관광, 전라감영 복원 재창조위원회, 전주정신정립위원회, 전주시내버스위원회, 전주생태하천협의회, 농업혁신포럼, 전주시 청년 다울마당 등 20여개 분야에서 다울마당을 운영해왔다. 다울마당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사업 성격에 따라 일반 시민 위주로 구성하거나 의회나 전문가그룹 대학교수 등이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일각에선 전주시의 다울마당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기존에 운영 중인 각종 위원회와 성격이 중복되면서 행정력과 예산 낭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자칫 공무원들의 책임행정 회피와 함께 공조직을 무력화하면서 행정조직이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일부에서는 선거를 의식한 인기영합과 친위 세력화로 활용하려 한다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하지만 김승수 시장의 삶과 철학을 이해한다면 그의 진정성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전주시장 출마 전 자원봉사자와 청소부 구두닦이 호스피스 등 각계각층 100명을 만나 인터뷰 한 내용을 담은 두근두근 전주 36.5℃를 출간했다. 그리고 그는 시민들의 가슴 속과 삶을 모르면 시민을 안다 할 수 없으며 정치를 한다 할 수 없습니다. 시민들의 꿈과 삶이 곧 정책입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김승수 전주시장의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민선자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5.25 23:02

우리동네 음악대장

2년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2014 전주세계소리축제의 폐막공연장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에일리주현미마야바비킴하현우 등 국내 정상급 K-pop 가수들이 무대를 흔들면서다. 특히 국카스텐의 하현우는 해야 한 잔의 추억 모나리자를 열창하며 관람객들의 정신을 쏙 뺐다. 그는 열창과 함께 자신이 이날의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성장사를 살짝 공개했다. 장수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전주로 전학한 후 길거리를 쏘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단다. 아마 그 때 길거리에서 미치광이처럼 노래를 부른 아이를 기억하는 관객들이 있다면 자신을 본 것이라고 농반진반으로 지역에 대한 친밀감을 드러냈다.MBC 복면가왕에서 9연승 가왕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동네 음악대장이 요즘 가요계의 단연 화제다. 음악대장은 지난 22일 방송된 결승 3라운드에서 록의 전설 김경호마저 눌렀다. 음악대장을 무너뜨릴 수 있는 카드로 김경호가 투입돼 헤비메탈 곡인 해야를 열창했다. 음악대장은 잔잔한 트로트곡인 백만송이 장미로 응수했다. 사회자까지 그만 내려놓고 싶은 선곡 아니냐고 할 정도였으나 심사단은 또 음악대장의 손을 들었다. `백만송이` 노래가 그렇게 아름답고 처연한 노래인 줄 몰랐다거나, 음악대장은 동요를 부르더라도 가왕을 지킬 것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관련 시청자 게시판이 그야말로 감동이라는 댓글로 물결을 이루고 있다.아직 가면이 벗겨지지 않았지만 가면의 주인공은 국카스텐 하현우(35)라는 데 별 이론이 없는 것 같다. 음악대장을 이길 사람은 하현우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니. 국카스텐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8년 EBS의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다. 그룹 보컬 하현우는 2012년 나는 가수다2에서 폭발적인 가창력과 기괴하면서도 파워풀한 연주로 청중들을 매료시키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국카스텐(Guckkasten)은 중국식 만화경을 뜻하는 독일 고어에서 따왔다고 한다. 유리구슬종잇조각 등을 넣어 아름다운 무늬를 볼 수 있도록 만든 거울인 만화경은 같은 모양을 다시 나타내지 않고 천변만화(千變萬化)한다. 전주의 길거리에서 노래로 배회하던 우리동네소년이 명실공히 국가대표급 가수가 돼 전국을 들었다놨다 하고 있으니 그 자체로 만화경이다. 음악대장이 펼칠 앞으로의 만화경이 더욱 궁금해진다.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5.24 23:02

35명의 전북 국회의원

19대 마무리 국회에서 2년간이나 끌어온 탄소법이 통과된 것은 아주 잘된 일이다. 경쟁의 정치가 낳은 산물이다. 특히 새누리당 정운천 당선자가 나선 게 주효했다. 협치(協治)의 출발이 산뜻해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정치를 이번과 같이 서로 협력해서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당리 당략을 따라서 정치를 하다 보니까 되는 것도 없었고 안되는 것도 없었다. 이번 4·13 선거는 국민들의 민의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만큼 여야 정치권이 그대로 국민의 뜻을 따르면 된다. 그것을 인위적으로 바꿀려고 하면 안된다. 이미 국민이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그 틀을 손상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전북은 이번 선거를 통해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인구가 갈수록 감소하면서 도세가 약화되가고 있는데 전북 출신 국회의원이 자그만치 35명이나 당선된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인적네트구성이 아주 중요하다. 국회도 똑같다. 도내 국회의원 10명에다가 출향의원 25명을 합하면 총 35명으로 그 비율이 11.6%나 된다. 국민의당이 38명으로 캐스팅 보트를 쥔 것이나 그 수가 엇비슷하다. 전북의 각종 경제지표가 2~3% 밖에 안되는데 전북 출신 국회의원 수가 두자리 수를 차지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제헌 국회 때부터 전북 출신들이 중앙정치 무대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그 결과가 결국 김대중 선생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것이다. 이번에 전북 출신들이 대거 국회로 진출했기 때문에 이들의 힘만 모으면 전북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더민주당으로 당선이 많이 됐기 때문에 국가예산 확보도 한결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전주에서 새누리당 정운천후보를 당선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 정 당선자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내는 등 새누리에서 마당발로 통하기 때문에 정부와 새누리당 가교역할을 잘 할 것으로 기대된다.문제는 전북 출신들이 의정 활동을 잘 하도록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밀어줘야 한다.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진정성을 갖고 도정을 열심히 이끌어 가는 송하진 지사가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이 정파를 떠나 전북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도내 출신 10명 갖고는 18개 상임위원회를 커버하지 못하지만 출향의원들로 하여금 나머지를 커버하도록 하면 된다. 국회가 철저하게 상임위를 중심으로 의정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출향의원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무튼 여소야대 정치구도 속에서 전북정치가 부활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 잠룡들이 대권을 거머쥐려고 내년 대선 때까지 치열하게 경쟁을 할 것이므로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도 한층 정치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전북몫을 찾을 수 있다. 이제부터 전북 목소리를 중앙정치 무대에 울려 퍼지도록 해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5.23 23:02

그의 쉰세 살과 쉰여섯 살

1970년대 중반,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간첩단 사건이 터졌다. 1975년 11월 22일 중앙정보부가 유학생을 가장해 학원에 침투한 간첩 일당을 체포했다고 발표한 이른바 ‘재일동포 간첩단 학원침투사건’이다. 이때 간첩으로 몰려 체포됐던 유학생 중에 재일동포 이철 씨(68)가 있었다. 그는 사형선고까지 받았지만 다행히 감형이 되면서 1988년 가석방되어 일본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꼭 40년, 모국의 ‘유학생 간첩’으로 살아야 했던 그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간첩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일동포 2세인 그는 1971년 처음 모국을 찾았다. 1년 동안 우리말을 배우고 돌아갔다가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이 1973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하면서였다. 1962년 재일동포 모국 유학제도가 생기면서 많은 유학생들이 모국을 찾아들었다. 일본 중앙대학교를 다녔던 그 역시 그 중 하나였다. 그는 유학하면서 알게 된 아내와 75년 1월 약혼했다. 간첩 혐의로 체포되던 그 해였다. 당시 약혼자였던 민향숙 씨 역시 간첩방조죄로 구속되어 3년 6개월 옥살이를 했다. 일본에 있던 이 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약혼녀까지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쓰러져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쉰세 살, 젊은 나이였다. 어머니도 그 충격으로 5년 뒤 돌아가셨다. 쉰여섯 살, 역시 젊은 나이였다. 결혼 두 달을 앞두고 간첩죄로 구속되어 사형수가 된 이 씨를 민 씨는 구명운동을 하며 기다렸다. 민씨는 1988년 8월 일본에서 펴낸 책 ‘개나리꽃이 만발하는 그날을 믿으며-재일한국인 정치범 이철을 기다린다’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씨가 가석방으로 출소할 때까지 13년. 1988년 10월 28일, 명동성당에서 이들의 지각 결혼식이 열렸다. 이 씨를 전주영화제의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에서 만났다. ‘자백’은 국정원 간첩조작사건을 다룬 영화다. 담담하게 인터뷰를 하던 그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40년 세월도 그렇지만, 내 나이 쉰세 살과 쉰여섯 살을 보낼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건강하셨던 우리 부모님은 간첩죄로 구속된 아들 때문에 충격을 받고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나이 쉰세 살, 어머니가 쉰여섯 살이셨어요. 내가 그 나이가 되고 보니 부모님들에 대한 죄송함과 그리움이 너무 커서….”객석 여기저기서 깊은 한숨과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5.20 23:02

석탄재 매립장 새만금

지난 2일 군산의 시민단체가 ‘새만금개발청과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중부발전은 새만금산단 3공구 석탄재 매립계획을 즉시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17일에는 전북도의회에서 박재만 의원(군산)이 도지사를 향해 긴급현안질의를 했는데, 중금속 등 환경오염이 우려되는 석탄재로 새만금을 매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쏟아냈다. 송하진 도지사도 석탄회재 유해성 여부를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일은 농어촌공사가 새만금산단 조성용 매립토로 석탄재를 사용하면서 불거졌다. 애초 새만금종합계획에서 산단 매립토는 군산항 준설토다. 산단 전체 매립토량 1억1500만㎥ 가운데 83%에 달하는 9600만㎥을 군산항 준설토로 사용하면 군산항이 살아난다. 그런데 농어촌공사가 느닷없이 석탄재 카드를 꺼냈다. 예산이 절감 등의 이유로 한국중부발전의 대행개발 방식을 추진했고, 새만금산단 3공구를 석탄회재를 섞어 매립하겠다고 한다. 중부발전은 폐기물을 공짜로 치우고, 덤으로 땅까지 확보할 수 있다. 새만금산단 매립이 다급하지만 찜찜한 일이다. 군산항 준설토를 굳이 외면하고 중금속 오염이 의심되는 등의 산업폐기물을 새만금 바닥에 매립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지난해 군산항 준설토를 새만금 매립토로 사용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추진했던 인사가 찾아온 적이 있다. 그는 새만금산단 매립재 조달을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창안했다. 군산항 토사를 해상에서 준설한 후 군산제3공단을 관통하는 운송로를 통해 새만금산단으로 운반·매립하는 ‘파이프라인 압송공법’이다. 전북지역 11개 중소업체가 참여한 (주)KP&A는 실용화에 성공했고, 운송로 부지 관할인 군산시와 새만금산단 시행사인 농어촌공사에 제안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주)KP&A의 제안을 적용하면 군산항 준설토로만 새만금산단 전체를 매립할 수 있고, 기존 시행안보다 매립토 운송비를 3,000억 이상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농어촌공사는 제안을 외면했고, 충청도에서 발생하는 석탄회재를 반입해 매립재로 사용하겠다고 나섰다. 석탄회재는 산업폐기물이다. 전국 화력발전소 연간 발생량이 850만톤에 달하는 골칫거리다. 이것을 새만금 매립재로 사용하면 수조원에 달하는 폐기물 처리비를 아낄 수 있다. 농어촌공사와 중부발전은 이익을 보겠지만, 군산항과 준설토 압송법을 창안한 중소기업, 그리고 군산과 새만금 환경은 어찌하나.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5.19 23:02

반기문 대망론

지난 413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유력 대권주자들이 사라진 새누리당에서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거론하며 반기문 대망론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여기에 지난 15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 인사 때 대통령 비서실장에 충청 출신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을 임명하면서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용태 혁신위원장 등 충청권 인사들이 당청을 장악했다는 분석과 함께 새누리당 내에서 충청 대망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원종 비서실장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충청인 모임인 청명회 멤버로 두 사람 관계가 남다르다는 후문이다.때마침 반기문 사무총장도 오는 25일과 29일 제주와 경주 등을 잇따라 방문, 안동 하회마을에서 기념식수와 함께 안동 일대에 살고 있는 종손들도 만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반기문 총장의 이번 TK지역 방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을 찾은 것 자체가 내년 대권 행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덩달아 국내 증시에서도 반기문 테마주들이 뜨고 있다. 반 총장의 친동생이 임원으로 있는 회사는 주가가 한달새 두배 가까이 올랐고 반 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소재한 한 회사는 최근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주가가 급등했다.하지만 반기문 대망론이 현실화되기에는 극복해야 할 난관과 검증 과정이 녹록지 않다.우선 지난달 불거진 반 총장의 김대중 동향보고가 담긴 외교문서 공개는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 주었다. 반기문 총장이 지난 1985년 외교부 참사관으로서 미국 하버드대 연수중에 당시 망명중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전두환 정권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지난 주 실시한 한 여론조사기관의 대권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반 총장이 3위로 밀려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지난해 말 야권과 시민단체로부터 굴욕적이라는 질타를 받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반 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극찬했다는 발언도 논란이 되었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의 해명이 있었지만 지난 3월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반 총장을 면담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대한민국을 들썩이었던 성완종 리스트 사건도 그 단초가 반기문 대망론 때문이라고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었다.아직 반기문 사무총장이 국내 정치와는 선긋기를 하고 있지만 혹여 내년 대권에 뜻이 있다면 자신과 주변에 대한 성찰이 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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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16.05.18 23:02

오케스트라와 뽕짝

농촌에서 농요 소리가 끊긴지 오래다. 각 마을의 농요를 문화재로 보존해야 할 만큼 귀해졌다. 고된 농사일을 농요로 풀었던 과거와 달리 기계화를 이루면서다. 농촌 마을에서 매년 당산제를 지내는 곳도 거의 사라졌다. 정월 보름이면 우물과 정자, 집집을 돌면서 굿을 치는 모습이 아련한 추억이 됐다. 농촌 마을에서 이런 흥이 사라진 것은 그만큼 농촌이 활력을 잃었기 때문이다.정부나 자치단체의 마을공동체 사업도 흥을 돋우는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정보화마을, 녹색체험마을, 자연생태마을, 마을기업 등 여러 종류의 마을살리기 정책들이 수익창출을 최우선으로 둔다. 농촌마을의 고령화 속에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과거의 농촌 공동체 문화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귀농귀촌으로 편입한 세대와 기존 마을 주민들간 문화적 이질감으로 갈등을 겪는 경우도 없지 않다.지난 주말 완주군 용진읍 용교마을에서 열린 ‘꽃동리 음악회’를 다녀왔다. 이은희 전북대 음악과 교수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동네 주민과 지인들을 초청한 자리였다. 10년 전 이 마을에 둥지를 튼 이 교수는 2~3년에 한 번씩 이런 자리로 이웃과 소통했다. 이번이 5번째란다. 음악회는 전문 연주단과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민요공연단, 전북대 교수합창단, 음악과 제자들의 무대로 꾸려졌다. 클래식 연주와 가곡, 민요, 합창 등에 이어 200여명의 참석자들이 ‘보리밭’을 다함께 부르는 것으로 2시간의 음악회는 끝을 맺었다.이날 음악회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뽕짝의 만남이었다. 서울 필은 20여년 역사에 200회 가까운 정기연주회를 이어가고 있는 정통 교향악단으로, 개인이 마련한 마을 음악회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 파격이다. 여기에 마을 주민이 부른 대중가요 ‘안동역’반주까지 흔연스럽게 맡았다. 음악회 전반에 흐르는 클래식 분위기 속에 ‘안동역’은 백미였다. 참석자들을 모두 유쾌한 마음으로 박수를 치며 하나가 했다. 이 교수는 “누군지 몰라도 집 앞에 상추를 갖다놓았던 이웃 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려고 작은 음악회를 시작했다”고 했고, 강장심 이장은 “마을에 이런 음악회를 마련해줘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마을을 살찌우는 것은 수익만이 전부가 아니다. 귀촌한 인사들이 자신의 재능을 이웃과 나눠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이런 사례가 확산됐으면 좋겠다. 클래식과 뽕짝의 만남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5.17 23:02

송지사 시스템 정비

선거 결과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민의가 그대로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도민들이 국민의당 7명 더민주당 2명 새누리 1명을 뽑아준 것은 의미가 깊다. 그간 우리 지역을 지배해왔던 더민주당 일당 독식구조를 과감하게 청산하고 3당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일당 독주구도는 정치수요자를 위하는 구조가 아니라 공급자들이 쉽게 정치를 할 수 있는 낡은 구조다. 이 같은 정치구조로는 정치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 이런 시스템이 우리 지역을 오래동안 장악해서 지배하다 보니까 지역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했다.상당수 도민들이 더민주당 일당독식체제로는 지역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고 판단, 한방에 더민주당의 낡은 체제를 날려 버린 것이다. 국민의당이 이쁘고 좋아서 전폭적으로 지지를 보낸 것이 아니다. 더민주당 갖고서는 정권교체는 물론 지역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고 여기고 새로운 대안으로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이다. 여기에 대구 수성갑에서 민주당 김부겸을 그리고 전남 순천에서 새누리 이정현을 당선시킨 것처럼 전주을에서 새누리 정운천을 당선시킨 것은 절묘했다. 새누리로 정운천이 당선된 것은 야권분열에 따른 어부지리(漁夫之利)수였지만 강현욱 전 지사가 당선된 이후 20년만의 일로 의미가 남달랐다. 지역정서가 많이 완화 돼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후보 자신이 능력만 갖추면 전북에서도 새누리당으로도 해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도민들이 선택한 7대 2대 1의 3각 구조는 잘만 운용하면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다. 19대에 비해 의석이 한석 줄었지만 3당체제로 경쟁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에 ‘파이’를 키울 수 있게 됐다는 것. 이번 총선서 전북 출신이 총 35명이나 당선돼 전체 의석 중 11.6%를 차지했다. 이같은 수치는 전북의 각종 경제 지표 2~3%를 훨씬 뛰어 넘는 수치여서 전북 몫 확보가 한결 수월해질 것 같다. 지역구 의원과 출향의원들이 전북발전을 위해 조건없이 협력한다면 국가예산 확보도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더민주당 소속의 송하진 지사가 진정성을 갖고 교량역할을 충실히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송하진 지사는 총선 결과를 통해 민의를 확인한 만큼 그에 걸맞는 도정을 운영해야 한다. 총선 이전에는 더민주당 일변도로 도정을 운영했지만 이후에는 중앙정치 마냥 협치(協治)를 해야 한다. 송지사는 국민의당이 도내에서는 제1당인 만큼 국민의당의 뜻을 도정에 우선적으로 반영하고 다음으로 새누리당 뜻도 담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갈등관계가 형성돼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송 지사는 도민들의 덕으로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었기 때문에 후반부 도정을 역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을 먼저 해야 한다. 본인의 철학인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온 만큼 정무부지사를 포함 인적물갈이를 단행해야 한다. 그렇게 하도록 도민들이 총선 때 표를 던졌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5.16 23:02

시인의 농사 연장 이야기

부안 변산 모항에 살고 있는 시인 박형진은 농사를 짓는다. 그는 시인이 되기 훨씬 오래전부터 농사꾼이었다. 모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농사를 지으며 농민운동을 해왔던 그는 1992년 <창작과 비평> 봄 호에 봄편지 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시집과 산문집, 어린이책까지 그동안 펴낸 책만도 여러 권. 그만큼 농사지으며 일궈내는 창작 활동의 폭이 넓고 깊다.그가 최근 새 책을 냈다. <농사짓는 시인 박형진의 연장 부리던 이야기>다. 농사짓는 일에 쓰이는 연장 88가지를 다룬 이 책은 다양한 종류나 시인의 눈으로 잡아낸 농기구의 원형과 그 이면의 이야기가 흥미롭다.농부에게 연장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는 연장이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농부의 신체, 그 연장(延長)과 같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대로 거슬러 올라가 원시에 가까울수록 도구는 신체의 연장처럼 모습을 띠는데, 이를테면 원시시대로부터 몇 만 년이 지난 지금에도 호미나 괭이가 원시의 모습 그대로 단순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그의 이야기로 알게 된 연장의 쓰임과 종류는 단순하지 않을 뿐 더러 품새와 의미가 특별하다. 남자들이 논에서 쓰는 논 호미와 밭 호미가 따로 있고, 지역에 따라 그 모양새가 달라진다는 것이나 서로에게 존재의 이유가 되는 낫과 숫돌의 관계는 우리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또 다른 통로가 된다.나래와 번지, 깍지와 토시, 부뚜, 섬과 씨 오쟁이, 멱서리, 풍구, 구유와 여물바가지 등 여든여덟 가지 연장은 이름도 예쁘고 어느 것 하나도 쓰임이 허술한 예가 없거니와 그 과학적 구조와 원리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농사 도구로부터 도구로서 기능하며 거친 논밭을 일구는 것을 넘어 마을을 일구고 한 사회와 그 사회를 떠받치는 규범, 즉 문화를 일구어낼 수 있었던 가치를 발견한 그는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현대의 농기구들이 갖는 소모품으로서의 속성을 주목한다.안타깝게도 쓰임은 살아있으나 편리성만을 추구하는 현대에서 이들 농사 도구의 존재는 미약하다. 수많은 농기구들이 이미 현장에서 사라져버린 지금, 그는 왜 그 연장들을 다시 불러내 기록했는가.답이 책 안에 있다. 문학이며 역사이며 철학일 수밖에 없는 이글을 내 아들딸과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농촌에서 농사짓고 있는 젊은 농군들과 귀농인들이 읽는다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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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6.05.13 23:02

위기 관리

2006년 6월26일, 전북대 A총장이 연구비 비리 혐의로 직위 해제됐다. 그는 9월 1일자로 교수직도 상실했다. 비리 혐의 때문에 총장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총장 임용 직전의 신분인 교원으로 복귀하지 못한 것이다. 당시 A씨는 연구비 수천만원을 빼돌려 개인채무 변제 등에 사용한 혐의(사기)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였다.2005년 전북지역에서 터진 대학 연구비 편취 사건으로 20명의 교수와 연구원이 무더기 기소됐는데, 총장이 연루된 전북대의 타격은 컸다. A총장은 2006년 1월과 5월에 열린 1심과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받았고, 그에 대한 비난과 사퇴 압력이 거세게 일었다.결국 전북대는 6월20일 총장 선거를 치렀고, B교수를 교육부에 추천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총장 임용 결재는 떨어지지 않았고, 전북대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나락에 떨어지는 형국이었다. B씨는 3개월 만인 9월 19일 자진 사퇴했다.이후 10월25일 치러진 재선거에서 서거석 교수가 총장에 당선, 그해 12월 14일 총장 임명을 받았다. 하지만 총장이 낀 교수들의 연구비 비리, 총장 직위해제, 교수직 박탈, 총장 당선자에 대한 부적합 논란과 사퇴, 재선거 등 일련의 사태로 전북대는 망신창이가 됐다.비가 온 뒤 땅은 더 단단해 졌다. 그로부터 8년 후 전북대는 당시의 혼돈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안정됐고, 대학 경쟁력은 최고 수준으로 올라 있다. 그 비결은 지난 4일 전주 르윈호텔에서 열린 서거석 전 총장의 저서 위기의 대학, 길을 묻다 출판 기념회에서 주최측이 내놓은 찰스 다윈의 명언 끝까지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하는 종이다에서 찾아 볼 수 있다.총장이 된 서거석은 개혁을 선택 했다. 변화 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변화 노력을 한 순간도 멈춰서는 안된다고 믿었다. 앞서 변화해야 할 대상은 교수였고, 연구가 게으른 교수는 재임용하지 않았다. 대신 연구 실적이 뛰어난 교수에겐 푸짐한 당근을 제공했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으면 영원히 장 맛을 볼 수 없다. 새벽 결제를 강행하며, 재임 8년간 단 한 번도 휴가를 쓰지 않으며 뛴 그에게 한승헌 전 감사원장은 거목(巨木)이란 말이 있는데 서 총장은 거석(巨石) 아니냐고 치켜세웠다.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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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6.05.12 23:02

임을 위한 행진곡

다음주 5·18 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합창이냐 제창이냐를 놓고 기념행사를 주관하는 정부 측과 5·18 행사위원회를 비롯 5·18 유족단체 등과의 입장차가 7년째 계속되면서 반쪽행사로 전락되고 말았다. 지난해에는 대통령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말 5·18 민주화 영령들 앞에 부끄럽기 짝이 없다.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난 1997년 5·18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정부 주관으로 첫 기념행사를 개최한 이래 2008년까지 12년간 기념곡으로 제창해왔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부터 제창이 공식 식순에서 빠졌고 2011년부터는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로 진행됐다. 심지어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에 ‘방아타령’을 넣겠다고 했다가 5·18 유족 측의 강력 반발로 취소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국가보훈처는 5·18 기념곡을 정부에서 지정한 전례가 없고 북한이 5·18을 소재로 만든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사용됐다는 이유 등으로 제창을 반대하고 있다.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1년 5월 소설가 황석영이 백기완의 미발표 장시 ‘묏비나리’의 한 부분을 차용해 작사를 했고 전남대 출신으로 대학가요제에서 수상한 김종률이 작곡을 했다. 애초 이 노래는 광주지역 노래패가 만든 뮤지컬 ‘넋풀이-빛의 결혼식’에 마지막 합창으로 부르기 위해 지어졌다. 이 뮤지컬은 5·18 민주화운동 중 계엄군에게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가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것이다.그럼에도 최근 김대령이라는 필명의 재미사학자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임’은 북한 김일성 주석이고 가사 가운데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는 혁명의 완수를 뜻한다는 내용의 책을 펴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특히 노래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윤상원씨를 북한 간첩단 조직원이라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져 5.18기념재단에서 김대령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5·18 행사위원회와 5·18기념재단 광주시 등은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5·18 단체는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2013년 6월 여대야소 국회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 기념곡 지정을 의결했었다. 합창이냐 제창이냐를 놓고 5·18 민주화 영령들을 욕되게 해서는 결코 안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5.11 23:02

명품 버스

몇 년 전 중국에서 독특한 버스가 등장했다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버스는 차량에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 호피무늬를 씌운 중국 후난성 주저우시 시내버스다. 주저우시는 해당 브랜드와 상관없이 시의 이미지를 젊고 활력이 넘치도록 기발하게 꾸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해명에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중국에서 명품 로고를 차용한 짝퉁이 명품버스라는 이름으로 대중교통까지 영역을 넓혔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왔다.중국의 황당한 명품버스 이야기와 달리 진짜 명품버스가 전주의 관광명물로 떠올랐다. 지난해 연말 처음 운행에 들어간 4대의 명품버스는 빨간색 옷을 입었다. 국내에서 일부 열차와 비행기, 관광버스, 광역 노선버스 등이 빨간색을 사용하고 있으나 시내버스에 빨간색을 입힌 사례는 전주가 처음이다. 기존 시내버스와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빨간색 시내버스만으로 시민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다.전주시내 주요 관광지를 운영하는 명품버스의 외부는 한옥마을과 어울리는 형태로 디자인됐고, 야간에 불을 밝힐 수 있는 LED조명이 설치됐다. 내부에는 승객의 편의를 위해 캐리어(여행가방) 보관함이 설치됐고, 야간 운행 중에 하늘을 감상할 수 있도록 버스 천장을 여닫을 수 있는 투명창과 안내용 모니터가 있다고 한다.전주의 명품버스가 지난주부터 1000번을 달고 신규노선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신규 노선은 이전의 김제 모악산을 빼고 치명자산을 새로 포함시켜 전주동물원에서~전주역~시외고속버스터미널~중앙시장, 한옥마을~치명자산을 경유하는 코스로 짜였다. 기존 79번(친구) 대신 1000번 노선을 만들어 명품버스를 투입한 것은 전주의 1000년 역사를 상징하며, 전주의 대표 브랜드인 한옥마을의 1000만 관광객 유치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전주형 시티투어 버스는 일단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끌어낸 것만으로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명품버스 몇 대로 명품도시가 만들어질 수 없다. 명품 콘텐츠가 뒷받침 될 때 명품버스도 빛을 더 낼 수 있음은 당연하다. 중국의 짝퉁 명품버스와 같은 조롱거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눈에 띄는 색깔과 몇몇 편리한 기능을 갖춘 것만으로는 전주의 명품버스라고 자랑하는 것도 낯간지럽다. 전주시의 훙보와 달리 명품버스 디자인에서 한옥마을의 이미지를 찾기 힘들다. 버스 자체에 전주다움이 없다면 아무리 명품버스라고 해도 전주의 명품은 아니다.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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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6.05.10 23:02

새로운 정치환경

이번 4·13 총선 결과가 많은 것을 시사(示唆)한다. 그간 우리 지역을 다스렸던 앙시앙 레짐과 같은 더민주당이 여지없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정치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마치 거대한 설산(雪山)이 무너져 내린 것 같았다. 30년 철옹성이었던 더민주당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고스란히 2개월짜리 신생 국민의당 한테 안방을 내줬다. 세상 참으로 많이 변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이 실감난다. 그간에는 황색 깃발만 꽂으면 묻지마라 갑자생처럼 금배지를 달았는데 하루아침에 민심의 바다가 포효하면서 더민주당호를 뒤집어 엎어 버렸다. 모두가 선거 결과에 놀랐다. 후보들은 말할 것 없고 한발짝씩 물러 서 있던 단체장 지방의원들이 더 놀랐다.3당체제가 내년 대선 때까지 갈 것인가는 더 두고봐야 할 문제지만 이번 선거 결과가 야당 집권 가능성을 한층 높혀줬다. 내년에 야권 후보 단일화만 이뤄지면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렇게 되면 2018년에 치러질 지방선거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래서 내년 대선이 분수령이 될 것이다. 지금 흐름으로는 단체장들이 많이 바꿔질 것 같다. 국민의당 유성엽의원과 정동영 당선자가 지사 출마를 안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유 의원이 자당 출마자를 낼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그냥 지나칠 수사가 아니다. 도내에서 제1당이 국민의당이 된 만큼 도지사를 비롯 시장 군수 지방의원 후보를 낼 것이다. 자그만치 7명이나 당선시켰기 때문에 수성하기 위해서도 후보를 낼 것이고 서서히 예상 후보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송하진 지사가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도정을 챙기지만 국민의당에서 적수가 나타나면 그 결과는 장담하기 힘들다. 다음으로 전주시장이 문제다. 김승수 시장이 당선될 때는 3명의 국회의원이 같은 당 소속 더민주당이었지만 지금은 국민의당 2명 새누리당이 있어 셈법이 복잡하다. 도내에서 전주가 가장 변화의 중심지로 바뀌었기 때문에 김시장의 재선 가도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지금껏 김 시장이 추진한 업적이 괄목할 만한 것이 없어 험로가 예상된다. 물론 2년 동안에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안했지만 그래도 시민들은 기대를 걸었다. 본인은 나 만큼 열심히 일한 시장도 없을 것이라고 자화자찬 하겠지만 시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김 시장이 취임초부터 종합경기장 개발 문제로 도와 대립각을 세운 게 잘못이었다. 이미 강현욱 전지사와 김완주 전 시장 때 이뤄진 종합경기장 개발 문제를 송하진 시장이 롯데를 개발에 참여키로 한 사항을 백지화시키고 대신 시민들한테 공원으로 돌려 주겠다는 것이 패착이었다. 영세상인을 보호하겠다는 김 시장의 의지는 이해가 가지만 전주시 재정여건이 그렇게 여유가 없기 때문에 시가 돈을 들여 공원개발을 하겠다는 것은 잘못이다. 지금부터라도 김 시장은 송하진 지사와 협의해서 종합경기장 개발 문제를 원안대로 매듭짓는 게 좋다. 김시장이 낮은 자세로 새로운 정치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시정을 이끌어 가길 바란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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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6.05.09 23:02

토종 서체

전북 출신인 원교 이광사(1705~1777년), 창암 이삼만(1770~1847)과 함께 조선 후기 최고 서예가로 꼽히는 추사 김정희(1786~1856년)는 중국 청나라까지 명성을 떨친 실력가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 서예의 역사가 깊지만 특정 서예가가 고유의 예술적 특징인 ‘서체’를 구축한 경우는 소수다. 김정희의 서체를 추사체, 한호의 서체를 석봉체, 이광사의 서체를 원교체, 이삼만의 서체를 유수체라고 부른다. 토종 서체인 것이다. 아쉽게도 서단에서 서체는 왕희지체, 안진경체, 구양순체라고 하는 중국 서체가 주류다. 이들 서체가 한국 서단 표준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예를 가르치는 선생이 왕희지체를 익혔으면 제자들도 왕희지체를 이어받아 쓴다. 서예는 익히기 힘들고, 전형적인 도제식 수업으로 전수된다.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등 다양한 자체에서 특정 서체를 완전정복하려면 수십년간 익혀야 가능하다. 왕희지체, 추사체 등 다양한 서체를 골고루 익히기 힘든 구조다. 각종 서예대회에서 왕희지, 구양순 등의 서체 출품작이 주류이다 보니 자연히 추사체 등 토종서체를 익히는 분위기가 약한 생태계가 됐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왕희지, 안진경, 구양순 등의 서체에 익숙해진 서단이 그들의 서체를 최고 권위에 올려 놓고 예술성, 완성도 등을 평가하는 분위기가 토종 서체를 짓누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추사 김정희가 귀양가기 전 전북에서 활동한 당대 최고의 서예가 창암 이삼만 선생을 찾았다. 추사가 창암보다 젊었지만 그 서예 실력이 청나라까지 알려진 터였던지라 창암이 자신의 작품을 추사에게 보여주며 평을 요청했다. 자신보다 훨씬 연배인 창암의 글씨를 훑어 본 추사의 평은 냉혹했다. “지방에서는 글씨로 밥은 먹겠습니다”란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9년 후 추사가 귀양살이에서 풀려나 상경하던 중 창암을 찾았을 때 창암은 이미 세상을 떠난 상황이었다. 과거 창암에게 혹평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추사는 묘문을 남겼다. “여기 한평생 글씨를 위해 살다 간 어질고 위대한 서가가 누워 있으니 후생들은 감히 무덤을 훼손하지 말라.”우리 서단이 추사체나 석봉체, 그리고 창암 이삼만의 유수체 등 우리 토종 서예가들의 서체를 외면하는 분위기에는 추사가 창암의 유수체를 ‘촌뜨기 서예가’의 어설픈 지렁이 글씨쯤으로 얕보았던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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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6.05.05 23:02

옥시 불매 운동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의 기자회견장에 휠체어를 탄 한 소년이 나타나면서 술렁거렸다. 산소통에 연결된 호스를 코에 꽂은 이 소년은 지난 2004년 돌 무렵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가 12년째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임성준 군(13)이었다.임군과 함께 기자회견장을 찾은 어머니 권미애씨는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한국지사 대표에게 따지듯 물었다. “우리 아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알아요? 학교 친구들과 공놀이 하는 거예요.” 지난 12년간 고통과 앞으로 평생을 산소통에 의지하고 살아가야 하는데도 사프달 대표의 단 10여초간 사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항변이었다. 함께 온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들도 “지난 5년동안 100번도 넘게 전화해도 안 만나주더니…. 우리에게는 연락조차 없이 무슨 사과회견이냐”며 거세게 항의했다.정부와 국회 조사에 따르면 1·2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조사를 통해 1·2등급 판정 피해자 221명 가운데 옥시 제품 사용자는 184명이며 그 중 70명이 숨졌다. 도내에서도 피해 신청자 43명 가운데 2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그럼에도 옥시측은 지난 5년 동안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과는커녕 만나달라는 요구조차 묵살해왔다. 더욱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는데도 지난 3월 전 직원이 버젓이 태국으로 해외포상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지난달부터 검찰의 소환 수사가 본격 시작되고 국민들이 불매운동에 나서자 옥시를 비롯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가습기 살균제관련 업체가 뒤늦게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모임과 환경시민단체 등에서는 검찰수사나 불매운동을 면피하려는 진정성 없는 사과로 대한민국 소비자와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분노하고 있다.현재 환경시민단체와 소비자센터 약국 인터넷 맘카페 SNS를 중심으로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옥시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브랜드 할인이나 ‘1+1’ 행사 등을 내세워 옥시제품 판촉전을 벌여 국민들로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국회는 이제서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보상 특별법 제정과 옥시 청문회 개최, 특별위원회 설치를 통한 진상조사 등을 벼르고 있다. 돈벌이에 급급해 생명을 경시하고 피해에 대해 모르쇠와 변명, 무책임으로 일관한 부도덕한 기업 행태는 온 국민이 나서서 본때를 보여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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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16.05.0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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