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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애창곡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요즘 자신이 즐겨 듣는다는 노래 2곡을 소개했다. 박 대통령의 애창곡은 거북이의 ‘빙고’와 솔리드의 ‘천생연분’ 등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공개석상에서 처음 소개한 애청곡은 윤상의 ‘달리기’와 영화 ‘국가대표’의 주제곡이었던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였다. 평소 자신의 취향이나 기호를 잘 드러내지 않았기에 다소 의외였지만 노랫말을 듣고 보니 요즘 박 대통령의 심경을 엿볼 수 있었다. ‘달리기’는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설 순 없으니/ 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나게 억울하겠죠…”이란 가사다. ‘버터플라이’는 어리석은 세상은 너를 몰라 누에 속에 감춰진 너를 못 봐 나는 알아 내겐 보여 그토록 찬란한 너의 날개/ 겁내지 마 할 수 있어 뜨겁게 꿈틀거리는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이란 내용이다.아마도 박 대통령이 이 노래 가사를 직접 각료들에게 소개한 것은 경제살리기와 노동개혁 등 국정 핵심과제를 잘 마무리하라는 격려와 당부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파문,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최순실씨 의혹, 김재수 농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 의결 등 잇따른 파장에 따른 심경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온다.역대 대통령들도 애창곡이나 즐겨 듣는 노래가 있었지만 개인적인 취향이었기에 노래에 실린 정치적 의미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직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가요를 즐겨하지 않았지만 굳이 애창곡을 꼽자면 ‘사랑이여’와 ‘만남’ 정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 전에는 ‘아침이슬’, ‘타는 목마름으로’ 등 운동권 노래를 주로 불렀지만 공식 애창곡은 ‘이정표’와 ‘작은 연인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선 ‘선구자’ ‘그리운 금강산’ 등 가곡을, 사석에선 ‘목포의 눈물’을 즐겨 불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즐겨 부른 애창곡은 없었지만 금지곡의 대명사인 ‘아침이슬’을 좋아해 청와대 공식 행사때마다 가수 양희은씨를 초청해 부르게 했다. 군 출신인 노태우 전 대통령은 ‘베사메무초’,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방랑시인 김삿갓’ ‘38선의 봄’ ‘향기 품은 군사우편’이 애창곡이었다. 대중가요와 악연이 많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황성옛터’ ‘잘살아보세’ ‘새마을 노래’ ‘짝사랑’ 그리고 왜색이란 이유로 금지시킨 ‘동백아가씨’를 즐겨 불렀다.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은 ‘희망가’, 윤보선 전 대통령은 박재홍의 ‘유정천리’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9.28 23:02

김영란법과 소리축제

이탈리아 북동부의 베로나는 중세적 매력을 갖춘 도시다. 인구 26만명의 이 도시는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로 알려져 있으며, ‘춘향전’의 배경지인 남원시와 우호협력을 맺어 더 친숙하다. 고대·중세·르네상스 시대의 많은 기념물이 잘 보존된 베로나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아레나(Arena) 원형극장이다. 2000년 전 검투장으로 지어진 베로나의 아레나 원형극장은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40년 앞섰다. 초기 맹수와 사람의 결투장으로 주로 활용됐던 이곳은 현재 지붕이 없고 외벽이 손상된 상태지만 모든 좌석에 음향이 완벽하게 전달되는 야외 공연장으로서 유명하다. 2만명 이상 수용하는 공연장은 마이크와 음향 증폭장치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성악가의 소리를 또렷이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항아리 효과’가 날 수 있게 설계됐기 때문이란다.베로나의 원형극장이 오늘날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데는 오페라 페스티벌 덕분이다. 베로나 오페라페스티벌은 1913년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매년 6월~8월 열리는 베로나 오페라축제는 이탈리아 대중뿐 아니라 비평가들, 많은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국제적으로 지명도 높은 오케스트라, 합창단, 지휘자, 작곡가들이 무대에 서는 것을 영광으로 여길 만큼 세계적인 브랜드를 갖고 있다.전주는 2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아로나 같은 야외 공연장은 아니더라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라는 좋은 공연장을 갖고 있다. 재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전북에서 국비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이런 공연장을 만들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문화예술에 대한 전북의 높은 수준을 반영한 결과다. 지금이야 전주보다 더 좋은 공연장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지만, 20년 전 소리전당은 전국 최고 수준의 문화시설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같은 야심찬 문화축제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그런 전북의 대표적 음악축제인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김영란법 영향을 받아 동네잔치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초대권 폐지나 리셉션 취소가 축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세계소리축제가 허약하진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게 유감이다. 베로나는 역사성 있는 공연장에다 좋은 작품, 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마음가짐이 어우러져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었다. 초청장이나 리셉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민망하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9.27 23:02

전북인의 힘

외지인들은 전북인을 맛과 멋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평한다. 전북은 드넓은 평야와 바다를 끼고 있어 예로부터 먹고 사는데 여유가 있었다. 노령산맥을 중심으로 산간부에서 채취하는 산나물이 풍부해 음식맛이 다양하면서 맛갈스러웠다. 음식맛을 결정 짓는 게 장류인데 간장 고추장 된장들을 제대로 발효시켜 음식을 해먹기 때문에 음식맛이 한결 맛있다. 자연히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다 보니까 풍류를 즐길줄 알았다. 지금 전북을 소개할 때 맛과 멋의 고장이라고 하는 이유가 다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전북인은 동학혁명에서 볼 수 있듯 부정 부패에 분연히 대항할줄 아는 정의감이 강한 사람들이었다. 3·1운동 때도 도내 곳곳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충절과 예향의 고장이라는 것이 증명된다. 지금도 선열들의 애국정신과 호국정신이 후손들 한테 도도하게 전해진다. 반면 전북인들은 정부의 산업화정책에 뒤처져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살아왔으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DNA가 몸속에 배어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전북인하면 도민들을 지칭하지만 큰 개념으로는 출향인들까지 포함시킨다. 인구 187만의 작은 도로 여길 수 없는 것이 출향인이 자그만치 300만이나 되기 때문이다. 전체인구 중 10%를 차지한다.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도 10명이지만 전북출신을 모두 합하면 35명이다. 전체 국회의원수에서 11.6%를 차지한다. 그간 전북 출신 정치인들이 한국정치의 중심에 서 오면서 민주주의를 지켜왔고 발전시켜왔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전북 출신들이 중앙정치 무대에서 국가발전을 위해 전력을 다한다.전북인들은 대선 때마다 약삭 빠르게 실리만을 챙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은 안했다. 그런 유혹과 기회가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그 만큼 지조를 지켜왔다. 보수정권이 잇달아 정권을 잡으면서 전북이 상대적으로 국가예산 배분과 인재등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지만 구걸해가면서까지 시정을 바라지는 않고 있다. 정권 담당자들이 스스로 잘못을 인식해서 실천에 옮기도록 할 뿐이다. 전북인들은 왜 국민통합이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인사탕평도 말로만 하는 것 보다 행동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도민들은 현재 상황이 힘들게 돌아 가도 인내심을 갖고 견딘다. 닭이 울면 새벽이 오기 때문이다. 전북인이 출향인까지 합해 무려 500만이나 되기 때문에 조금만 애향심을 합치면 전북의 장래는 한층 밝아질 것이다. 내년 대선이 국가적으로 중요하지만 전북인 한테도 좋은 기회다. 지난 4·13 총선때처럼 여소야대의 결과가 나오면 평화적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정권교체는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9.26 23:02

리장(麗江)과 지진

실크로드와 함께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교역로로 꼽히는 중국의 차마고도(茶馬古道)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 길이가 500km에 이르고 평균 해발고도가 4000m 이상인 높고 험준한 길이지만 눈 덮인 높은 설산과 삼강병류 협곡(Three Parallel Rivers of Yunnan Protected Areas)과 같은 신비로운 원형으로 2003년 유네스코의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중국 서남부 윈난성과 쓰촨성에서 티베트를 넘어 네팔과 인도까지 이어지는 육상 무역로인 이 길의 이름은 윈난쓰촨성의 차와 티베트에서 생산되던 말을 교역했다해서 붙여진 것이다.차마고도가 시작되는 지점에 윈난성의 고원도시 리장(麗江)이 있다. 이곳에는 13세기 남송시대에 조성된 고성이 있는데, 나시족의 거주지였던 이곳 리장고성은 지형적 특성으로 예부터 무역상들의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곳이다.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지름만도 10km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의 리장고성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배경이다.1996년, 윈난성에 규모 7.0의 지진이 있었다. 200여 차례의 여진까지 이어지면서 리장 역시 도시의 3분의 1이 파괴되는 큰 피해를 입었지만 800년 역사를 지닌 리장고성은 그대로 살아남았다. 강력한 지진에도 전통 목조건물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리장고성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됐다. 1999년 4월 유네스코는 리장고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리장에는 리장고성과 함께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다. 장이머우 감독이 2000년부터 추진해온 대형프로젝트 인상(印象)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대형가무극 인상여강이다. 차마고도의 신비가 서려있는 설산고원의 도시 리장의 상징인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상여강은 리장 오지에 살고 있던 소수민족 농민들이 배우다. 나시족을 비롯한 소수민족 농민 500여명은 고향을 떠나 옥룡설산에 와 2년여 동안 혹독한 훈련을 거치고서야 배우가 됐는데, 그들이 펼쳐내는 춤과 노래는 그 자체로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리장은 지금 연간 3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관광도시가 됐다. 7~8년 전만 해도 500만 명 관광객을 자랑했던 리장의 놀라운 성장인데, 한편으로는 이러한 성장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밤이면 유흥가로 변한다는 리장고성의 밤 풍경을 전해 들으면 이 오래된 도시의 미래가 더욱 걱정스러워진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9.23 23:02

김영란법과 언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이 있다. 동서고금을 통해 어른, 권력가, 재력가 등의 행실이 얼마나 혼탁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말이다. 그네들의 도덕적 해이, 부정부패가 반복되고 또 산처럼 커지는 점입가경 현실을 보다 못한 세상이 만든 말이다. 얼마나 지독하고, 날카로운 경고인가.대한민국이 최근 결실을 본 것이 하나 있다. 소위 ‘김영란법’이다. 부정청탁을 하지도 말고 받아주지도 말자, 부정한 청탁과 관련한 금품을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취지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는 28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 법률의 적용 대상은 헌법기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공직유관단체 등 모든 공공기관이다. 제정 과정의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를 포함한 학교와 학교법인, 언론사가 포함됐다. 당연히 본사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다. 언론사가 김영란법에 포함된 것은 묘한 부분이 있다. 언론은 ‘사회적 공기’ ‘목탁’ ‘제4부’ 등으로 일컬어지는 공적 영역이기도 한 반면 본질적으로는 엄연히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김영란법의 범위에 온전히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없다. 김영란법의 취지가 엄중한 현실 앞에서 언론이 동참 의지로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사기업을 공기업으로 특정하고 부당한 제어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문제는 또 있다. 엄연히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등 선출직은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국회가 자신들은 발을 빼고 만든 법이니, 정당하지 않고 그저 우스꽝스럽다. 동서고금으로 정치하는 자들 중에서 거악이 많았다. 일선 하위공무원이 찐빵 하나 훔쳐 중징계 먹을 때 주민 표를 먹고 사는 선출직들은 ‘제3자 고충민원 전달’ 등의 명분으로 청탁하고 강요하며 얻은 이익으로 선수를 늘려가고, 배불뚝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이 하면 스캔들, 자신이 하면 로맨스 식이다.어쨌든, 법은 법이다.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 가는게 인간사회다. 언론은 이번 기회에 반성해야 한다. 단지 영화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 ’내부자들’에서 온갖 패악을 저지르는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가 현실언론에 없다고 말할 언론인은 누구인가. 김영란법을 계기로 언론은 더욱 자정 노력하며,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파헤쳐 윗물 아랫물을 맑게하는 ‘사회적 공기’로서의 임무를 다해야 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9.22 23:02

지방 소멸 위기

지난 2014년 마스다 히로야가 쓴 ‘지방소멸’이라는 책이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와테현 지사와 총무장관을 역임하고 일본 창성회 의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 책에서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인 896곳이 30년 이내에 소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08년부터 일본의 순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도쿄보다 지방에서 인구 감소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현상에 주목, 대도시만 생존하는 극점사회가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인구가 도쿄 한 곳으로 집중하는 극점사회는 인구 감소와 함께 지방 소멸을 더욱 부채질하는 주범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의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데 몰려드는 젊은이들로 실업률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되며 고령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한국고용연구원이 지난 3월 마스다 히로야가 사용한 접근방식과 분석지표를 활용한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우리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지방소멸 보고서에 따르면 30년 이내에 전국 자치단체 243곳 중 77곳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도내에서도 전주시 군산시 익산시와 완주군을 제외한 10개 시군이 여기에 포함됐다. 보고서 분석을 보면 20∼39세 가임여성인구 비중과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간의 상대비가 0.5 이하일 경우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하는데 임실군이 0.25로 도내에서 가장 낮았다. 이어 진안군 0.27 장수군 0.28 고창군 0.28 순창군 0.29 무주군 0.29 부안군 0.31김제시 0.34 남원시 0.41 정읍시 0.43 이었다. 전북도의 경우 지난 7월 기준 인구 186만5000명 중 20~39세 가임여성인구비중은 21만2000명으로 11.3%를 차지, 전국 평균 13.4%보다 2.1%포인트나 낮았다. 전북도의 합계출산율은 1.33명으로 강원도 1.25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치단체마다 인구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출산 양육비 지원은 기본이고 난임부부 의료비 지원, 미혼남녀 맞선 주선, 귀농귀촌 유치 등 각종 묘안 짜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인구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책은 일시적인 풍선효과에 그칠 수 있다. 당장 중앙 정부부터 수도권 집중 규제와 지방 살리기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지방에 자족기능을 갖춘 거점 도시를 집중 육성하고 양질의 일자리와 결혼 출산 양육 교육관련 지원을 파격적으로 늘려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선거를 의식한 선심정책에 몰두하기보다는 젊은 층의 일자리와 아이낳고 키우기 좋은 여건 만들기에 집중해야한다. 민선 단체장들이 지역의 미래에 대한 혜안을 가져야할 때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9.21 23:02

세계종교문화축제

전주 승암산(僧巖山)은 조선시대까지 ‘중방위’로 불러졌다. 스님의 염불하는 모양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산에는 태고종 사찰 승암사가 자리하고 있다.승암사는 신라 때 도선(道詵)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고 승암산이 사찰로 유명해진 산은 아니다. 오히려 견훤이 후백제의 왕도를 보호할 목적으로 쌓은 동고산성이 승암산 자락에 있으며, 풍수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오목대·이목대·자만동 등 주변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문화재급도 즐비하다.전주 한옥마을을 발밑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승암산에 치명자산(致命者山)이 있다. 최근 관광객들에게 더 많이 불러지는 치명자산에는 호남에 처음 복음을 전했던 유항검, 동정부부로 순교한 유중철(요한)과 이순이(루갈다)의 유택이 있다. 유항검 묘역이 여기에 조성된 것은 1914년이며, 천주교 차원에서 성지 논의가 이뤄진 것은 1980년대 초다. 성지 조성과 함께 1994년 순교자 묘 바로 밑에 성당이 건립돼 매일 미사를 올리고 있다. 2014년 복자의 품위에 오른 5분이 이곳에 모셔져 있어 전주를 찾는 천주교 신자들의 성지순례 코스가 됐다.전북도와 세계종교평화협의회가 오늘부터 5일간 2016 세계종교문화축제를 연다. 4대 종단(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이 참여하는 축제다. 그러나 배타성이 강한 각기 다른 색깔의 종교가 한마당에서 어울린다는 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실제 2012년 세계순례대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할 당시 4개 종단이 참여했으나 그 후 불교계가 2년 연속 불참했다. 지난해 ‘순례’대신 종교문화축제로 이름을 바꿔 불교계가 다시 참여하게 됐다. ‘순례’가 특정 종교에 치우치는 뉘앙스를 주는데 대한 불교교단의 거부감을 다른 종단에서 이해하면서다. 종교문화축제의 모태와 핵심이 ‘순례’였으나 올 축제에서는 ‘이웃종교 돌아보기’라는 이름으로 ‘종교문화탐방’이 소박하게(?) 진행된다. 축제 주최측이 제작한 팸플릿상 주차장이 치명자산이 아니라 승암산으로 표기한 것에도 눈길이 갔다. 일반 혹은 관광객들의 눈높이가 아닌, 종단 상호간의 입장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미덕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축제의 모양새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종교간 벽을 넘어 진정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는 축제의 취지를 살렸으면 좋겠다. 종교계가 새만금 반대를 위해 불교 용어인 ‘삼보일배’ 아래 뭉친 것이 아주 오래 전의 일만은 아니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타
  • 2016.09.20 23:02

매미의 5덕

가을이 오면서 어느새 여름에 맴맴하고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가 자취를 감췄다. 매미는 7년간 땅속에서 굼벵이로 지내다가 매미가 되어 짝지은 후 1주일간 살다 죽는다. 느티나무에서 구슬피 우는 매미는 수컷으로 암컷과 짝짓기 위해 5분간 운다. 짝짓기 확률은 30%에 불과하다. 매미의 생명주기가 5, 7, 13, 17년으로 소수(素數)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천적으로부터 종족보존을 위해서라는 것. 생명주기가 점차 17년까지 늘어난 것도 천적을 피하기 위해서다.고려때 이규보(李奎報)가 지은 방선부(放蟬賦)를 보자. 거미줄에 걸려 버둥대는 매미를 날려 주었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둘다 똑같은 동물이고 매미를 살려주면 거미는 굶는데 왜 놓아 주었느냐”고 힐난하자 이렇게 답하고 있다. ‘거미는 성질이 탐욕스럽고/매미는 심성이 맑을세라/배 부려드는 욕심은 채워지기 어려우나/이슬먹는 창자야 무슨 욕심이 있을 것인가/욕심 많고 더러운 놈이 맑은 놈을 박해하니/내 어찌 동정이 없을 소냐’라고 답했다.중국 진나라 육운(陸雲)은 매미를 보고 다섯 가지 덕을 갖춘 곤충이라 했다. 그의 한선부(寒蟬賦)에 나온다. “두상유관대,시문(頭上有冠帶,是文) 머리에 관대가 있으니 문인의 기상을 갖춘 것이요/함기음로, 시청(含氣飮露,是淸) 천지의 기운을 품고 이슬을 마시니 청정함을 갖춘 것이요/불식서직, 시렴(不食黍稷,是廉) 곡식을 먹지 않으니 청렴함을 갖춘 것이며/처부소거,시검(處不巢居, 是儉) 거처함에 둥지를 만들지 아니하니 검소함을 갖춘 것이요/ 응시수절이명, 시신(應時守節而鳴, 是信) 때에 응하여 자신의 할 도리를 지키어 울어대니 신의를 갖춘 것이다.그래서 옛 임금은 매미의 양 날개를 위로 향하게 형상화 한 익선관(翼蟬冠)을 쓰고 국정을 돌보았다. 매미의 성덕과 날개처럼 투명하게 선정을 펼치라는 뜻이다. 조정의 문무백관도 양 날개를 옆으로 행하게 한 관모를 썼다. 그 이유는 매미의 오덕을 망각하지 말고 공직자로서 품격을 지켜 나가라는 뜻이었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도 공직자의 덕목으로 염결(廉潔)을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했다. 오는 28일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그간 부정을 눈감아준 측면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게 통하지 않게 돼 있다. 요즘 고위공직자들의 대형 부정 부패가 잇달아 터지는 바람에 서민들이 살맛을 잃어 간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게 돼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백년하청(百年河淸)이 된다. 우리가 선진사회로 가려면 법 질서 확립이 중요하다. 국민을 개 돼지 정도로 보고 갑질이나 하는 공직자가 있어서는 절대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추석을 쇤 이 가을에 모든 공직자가 매미의 5덕을 떠올렸으면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9.19 23:02

문용 옹주

‘옹주’라는 명칭은 고려 충선왕 때부터 사용됐다. 당시에는 왕자의 정실부인, 왕의 동성자매, 종친들의 정실부인, 왕녀까지도 포함시켜 옹주로 칭했다. 조선 초기까지 고려의 제도를 계승해 대군의 부인, 왕의 후궁, 왕의 서녀, 개국공신의 어머니와 처, 왕세자빈의 어머니, 종친의 딸까지 두루 옹주로 불렀다. 옹주가 왕의 서녀를 일컫는 호칭으로만 사용된 것은 조선 세종 이후다. 옹주에 대한 대우는 공주보다는 낮지만 왕의 딸로서 존귀한 지위에 있어 국가로부터 많은 은전을 받았다.500만 관객들 부른 영화 ‘덕혜옹주’가 조선왕실의 가계도에 관심을 갖게 한다. 고종은 1황후와 1황귀비·5후궁에게서 모두 9남7녀를 낳았으나 대부분 어려서 사망하고 3남(순종·영친왕·의친왕) 1녀(덕혜옹주)만이 장성했다. 명성황후는 4남 1녀를 낳았으나 차남 순종만이 성장해 보위를 이었다. 영화로 다시 한 번 관심을 불러일으킨 덕혜옹주(1912~1989)는 귀인 양씨의 소생으로, 고종이 극진히 아낀 것으로 전해진다.덕혜옹주는 황녀인지 아닌지 끝내 진실을 가리지 못한 채 30년 전 별세한 이문용 여사(1900∼1987)를 연상시킨다. 이 여사는 최소한 전북에서는 옹주로 인정받았다. 그는 생애 마지막 15년을 전주 경기전에서 ‘문용옹주’로 살았다. 문용옹주가 자신이 고종황제의 친딸이라고 밝힌 것은 1960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0년간 전주교도에 수감된 때다. 어머니 염 상궁이 옹주를 뱄을 때 궁중에서 쫓겨나 독살됐으며, 경상도 김천에서 평민의 신분으로 어린시절을 보내다 어머니와 가까이 지내던 임 상궁의 주선으로 서울로 올라와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됐다고 한다. 중국과 만주를 전전하다가 광복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온 후 좌익운동을 하던 시동생의 도움을 받은 것이 문제가 돼 영어의 몸이 된 비운의 황녀였다. 문용옹주의 진실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본인의 말과 일부 증언, 고종과 많이 닮은 점 외에 옹주라는 증거가 없으며, 왕의 친딸이라면 어떻게 왕실혈족 기록물에 전혀 언급되지 않을 수 있냐는 게 반박 논리다. 옹주는 진위 논란이 일었을 당시 ‘다섯척 내 이 작은 체구하나 눕힐 자리조차 없구나’고 탄식했다 한다. 나라의 멸망이 가져온 왕실의 수난사다. 황실문화재단과 전주이씨대동종악원 전북지원이 지난 6월 옹주의 제사를 치렀다. 옹주라면 덕혜옹주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이었을 고인에게 그나마 위로가 될 것 같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9.13 23:02

헛인사 안하기

갈수록 살기가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돈 버는 게 예전처럼 쉽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과거에는 제도 정비가 덜된 탓으로 헐렁한 면이 많았다. 지금은 금융실명제 실시에 따른 자금 이동관계와 소득 발생에 따른 세원포착이 있는 그대로 잡히기 때문에 탈세도 쉽지 않다. 그만큼 유리알처럼 투명해졌다. 회사 돈 관리도 엄격해졌다. 오너라고해서 무작정 회삿돈을 맘대로 쓸 수 없다. 법치주의가 정착됐다는 뜻이다. 세상 사는 것을 법 하나로 통제할 수 없다. 법은 최소한으로 그치는 게 옳다. 시시콜콜한 측면까지 법이 간섭하거나 통제한다면 그건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사회생활하면서 느끼는 점 가운데 너무 헛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행동으로 옮기지도 않을 빈말들을 마구 쏟아낸다. 인사할 때 떠오르는 말이 마땅치 않아 대충 지나치기가 뭐 하니까 헛인사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어떤 말을 할 때나 진실성을 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스운 사람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길거리나 술집 등에서 만날 때마다 술 한잔 합시다 식사 한번 합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 말을 서슴없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치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드물다. 멋쩍으니까 마치 인사성 말로 하겠지만 듣는 사람은 기분 좋게 안 들린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만날 때마다 되풀이하면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다.바쁜 세상에 헛소리하면서 살 필요가 없다. 인간관계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불리하면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고 슬그머니 뒤꽁무니 빼는 사람도 있다. 단순한 인사말이라고 해서 하찮게 여기면 안 된다. 빈말이나 헛인사는 오히려 안 하는 게 낫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모두 진실해야 한다. 그래서 입구자 세 개가 쌓여서 만들어진 글자가 품격(品格)이다. 남아일언 중천금(男兒一言 重千金)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전북사회의 병폐를 진단할 때 그 원인을 거창 한데서 찾으려고 할 필요가 없다. 어찌 보면 사소한 면에서 찾을 수 있다. 광주 전남사람들이 타지 사람들로부터 대접받는 이유가 뭣인지를 생각해보면 그 해답이 나온다. 의사표시를 비교적 확실하게 하기 때문이다. 긍정과 부정의 언어를 확실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전북인들은 대충 두루뭉술한 말을 잘 쓴다. 소통할 때 모호하면 오해가 생기거나 예상하지 못한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올 추석을 전후로 헛인사 안 하는 도민이 됐으면 좋겠다.좋게 말해 정에 약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진실성이 없으면 아예 헛인사는 안 하는 게 좋다. 28일부터 김영란법도 시행되므로 모두가 바르고 정확하게 의사 표시하면서 살았으면 한다. 인간관계를 맺을 때 말로써 품위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헛인사하는 걸 적당한 처세술 정도로 여기면서 살아가면 사람이 안 붙는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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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6.09.12 23:02

가구회사의 선물

스위스의 작은 도시 바젤은 프랑스·독일과 맞닿아 있는 국경도시다. 인구 26만 명. 크지 않은 도시지만 이곳에는 의미 있고 아름다운 뮤지엄이 26개나 있다. 인구 1만 명당 뮤지엄이 하나 꼴인 셈이니 스위스 문화를 상징하는 도시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그들 26개 뮤지엄 중에는 유럽 어느 도시도 갖지 못한 뮤지엄이 있다. 하나의 캠퍼스로 평가받는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이다. 디자인 전공자들이 꼭 가보아야 할 곳으로 꼽는다는 이곳은 이제 대중들에게도 인기 있는 공간이 되어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투어’ 프로그램이 생겨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디자인의 오늘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 전시는 물론이고, 뮤지엄의 넓은 공간에 세계적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물이 모여 있어 이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장소가 되었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설립 배경은 단순했다. 1940년대 바젤에서 출발한 가구회사 비트라(Vitra)는 회사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비트라 컬렉션을 정리하기 위한 공간을 구상했다. ‘임스 체어’로 널리 알려진 가구디자이너 찰스와 레이 임스 부부, 미국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조지 넬슨, 핀란드 출신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알바 알토, 프랑스의 대표적인 건축가이자 실용주의 디자이너 장 푸르베 같은 전설적인 디자이너부터 로낭과 에르완 부훌렉 형제, 론 아라드 같은 주목 받는 현대의 산업디자이너들에게 디자인을 의뢰해 제작한 가구를 보급해왔던 비트라 컬렉션은 사실상 그 자체로 디자인의 역사였다. 1980년대, 비트라는 바젤 근처에 위치한 독일의 마지막 도시 베일 암 라인에 전시장을 건립하고 1천 6백여 점의 가구들을 전시했다. 그러나 뮤지엄의 구성은 단순히 가구 전시에만 그치지 않았다. 가구공장에 불이 난 것을 계기로 이 일대에 다양한 건축물을 들여 하나의 거대한 캠퍼스를 조성한 것이다. 그 결실은 놀라웠다. 프랭크 게리의 ‘비트라박물관’을 비롯, 영국 테이트모던 설계자이기도 한 헤르조그와 드 뫼론의 ‘비트라 하우스’, 안도다다오의 ‘컨퍼런스 파빌리온’, 버크민스터 풀러의 ‘비트라 돔’, 장 푸르베의 ‘패트롤 스테이션’, 동대문 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해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자하 하디드의 ‘비트라 소방서’, 알바로 시자나 니콜라스 그림쇼의 ‘비트라 팩토리’ 등 현대건축 거장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한 가구회사의 혁신적 발상이 가져온 결실, 우리에게는 큰 선물이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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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6.09.09 23:02

김영란법

의료 관련 사고가 터지면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주목받는다. 의료인이 선서를 지키면 존경받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탄받을 것이다. 의료인으로 첫 발을 대딛는 의료인으로서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치겠다고 맹세하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BC460~377) 선서의 대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다. 의사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지키겠다. 인종과 종교, 국적, 정당정파,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해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다.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존중하겠다. 위협 받는 상황에서도 인도에 어긋나게 않겠다.”물론 대다수 의료인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지키고 있지만 일부는 재정적 이유 등으로 도덕적 해이에 빠지고, 최악의 경우 환자의 생명을 앗는 일이 발생해 문제다. 의사의 실수, 간호사의 실수, 과잉 진료 및 수술 등으로 인한 의료사고 사망자는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일반인은 증명할 수 없는 영역이 많기 때문에, 제도적 문제 때문에 알기 힘든 탓이다. 아마 2,300년 전 히포크라테스 시대에도 의료사고가 많았을 것이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 항의, 분쟁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이를 해소 하기 위한 히포크라테스의 간절함이 ‘선서’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정부가 지난 6일 국무회의를 열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을 심의·의결했다. 오는 28일부터 본격 적용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12년 8월 처음 발표한 지 4년1개월 만에 법적절차가 마무리 됐다. 김영란법은 공무원과 교사, 언론인 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공직사회의 승진 등 인사 청탁, 사업권 등 이권 청탁, 법조 청탁 등은 한국사회의 강점인 인맥에서 출발한다. 우리 사회는 소위 인정, 얼굴 한 뼘, 말 한 마디를 법보다 중시하곤 하는 경향이 있다. 술·밥 먹고, 골프치고, 선물주고, 경조사비를 낸다. 일상이지만 과도한 게 문제다. 그게 원칙을 무너뜨리고, 결국 불특정 타인들을 침해한다. 영리한 사람들이니까, 김영란법에 대응하는 편법 매뉴얼은 물론 그에 따른 란파라치, 내부고발, 함정뇌물 등도 예상할 수 있다. 새로운 출발선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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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6.09.08 23:02

국회의장의 쓴소리

지난 1일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놓고 파행이 빚어졌다. 야당출신 국회의장으로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사드배치 결정 등 현안을 거론한 것과 관련, 새누리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이틀간 국회 운영이 마비되었다. 정 의장은 이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촉구했다. 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서도 “우리 내부에서의 소통이 없었고 주변국과의 관계 변화 또한 깊이 고려한 것 같지 않다”고 적시했다.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수장으로서 청와대와 행정부에 대한 입장 표명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난 19대 국회 때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청와대와 여당의 노동3법 등 경제선진화법 직권상정 요구에 “내가 성을 바꾸지 않는 이상 직권상정은 없다”고 거부했다. 그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 요구 때는 “직권상정은 내 사전에 없다”며 못박았다.수개월째 논란이 증폭되는 우병우 민정수석 파문과 정부의 일방적 발표로 지역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사드 배치문제를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더욱이 우병우 수석 사퇴는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제기되었고 사드 문제도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회의장 개회사는 이미 1일 오전 중에 국회 내에 배포가 되었기에 오후에 열리는 개회식에서 정 의장의 발언 내용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정세균 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하고 국회의장실을 점거한 채 국회 일정을 보이콧했다.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16대 국회 때인 2002년 3월 국회법 20조2항 개정을 통해 의장의 당적보유 금지를 명시했다. 이는 의장에게 불편부당과 중립 의무를 부여한 것으로 정권에서 추진한 법안의 직권상정, 날치기 통과 등 정권 거수기 노릇이나 하던 국회를 바로세우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당시 회의록과 본회의 제안 설명에 이 같은 국회의장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는게 나와 있다. 정권으로부터 국회의장의 독립성을 보장한 국회법을 근거로 새누리당이 정세균 의장을 공박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국회의장은 영문으로 The Speaker of the National Assembly로 표기한다. 국민과 국회를 대표해서 할 말은 해야하는게 국회의장이다. 정권을 향해 쓴소리도 못한다면 어찌 국회의장이라 할 수 있을까.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9.07 23:02

벌초

국회 인재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새(2011~2015년) 벌 쏘임 환자 발생 건수가 5만6천288건, 뱀 물림 건수가 2만775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4년간(2011~2014년) 뱀물림 9명, 벌쏘임 133명이 목숨을 잃었다. 벌초와 성묘를 하는 8~10월 사이 전체의 63%인 3만6497명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전북에서만 5년간 벌 쏘임 사고가 5061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추석을 앞두고 벌초하다 벌에 쏘이거나 예취기에 다치는 사고가 속출하고 있단다. 추석 풍속도가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주말 전국의 도로마다 ‘벌초정체’가 빚어진 걸 보면 조상의 묘소를 잘 관리하려는 마음은 아직 여전한 것 같다. 벌초는 처서 이후에 하는 게 일반적이다. 처서가 되면 풀이 성장을 멈추기 때문에 이때 벌초를 하면 비교적 오랫동안 산소를 깨끗이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음력 팔월 초하루를 벌초일로 정해 벌초를 하는 풍습이 전해오고 있다. 이날 일가가 모여 벌초하는 일을 두고 ‘소분(掃墳)한다’ ‘모듬벌초한다’고 부른단다. 벌초는 우리만의 풍습은 아니다. 중화권에서는 4월5일 청명절(Tomb Sweeping Day)을 기해 우리와 같이 묘소를 관리하고 성묘하는 풍습이 있다.벌초의 형태는 사회의 변화와 함께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보통 3대 이상이 함께 사는 대가족인 경우가 많아 벌초가 크게 문제되지 않았지만, 가까운 친척들도 전국으로 흩어져 살면서 벌초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지역에 남아있던 문중의 사람들이 벌초를 책임지고, 일가친척들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벌초비를 주는 형태가 많았다. 농촌의 고령화에 따라 이마저 여의치 않게 되면서 벌초 대행업자에게 맡기는 게 대세가 됐다. 매년 ‘벌초정체’가 반복되고 있으나 장례문화가 바뀌면서 벌초도 옛풍속이 될지 모르겠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기준 ‘전국 17개 시·도별 화장률 추이’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역 화장률은 72.1%로 집계됐다. 2001년 화장률 20.8%에 비해 격세지감이 있다. 봉분 대신 이렇게 납골당이나 수목장으로 모시는 장례문화의 변화에 따라 벌초를 추억으로 떠올리는 날이 멀지 않을 것 같다. ‘처삼촌 무덤에 벌초하듯’한다거나 ‘핑계 없는 무덤 없다’ ‘굽은 솔이 선산 지킨다’ ‘산소등에 꽃이 피었다’는 속담도 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될 성 싶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9.06 23:02

전북의 몹쓸병

불명예스럽게도 전북이 자살률 이혼률 투서 고소 고발 건수 등 안 좋은면에서 타 시·도를 앞선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경제적 낙후에서 비롯됐다. 살림살이가 어렵고 쪼들려서 생긴 것들이다. 농업사회가 중심이 되고 근간이 됐던 때만 해도 전북은 그렇지 않았다. 70년대 전후만해도 전북으로 전입해 오는 사람이 늘었다. 하지만 80년대 이후부터는 먹고 살기가 어려워지면서 차츰 수도권이나 공업화가 된 지역으로 인구가 유출됐다. 60년대 300만을 바라보던 인구가 지금은 187만대에 머물러 있다.이혼률이 급증한건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전북이 유독 높다. 최근에는 황혼이혼자가 늘지만 주로 경제적 사유로 부부가 갈라선다. 급격한 서구화로 가치관이 변모하면서 예전처럼 자식들을 위해 희생해 가면서 살려고 하지 않는다. 한번 부모가 맺어주면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성격 차이와 심각한 경제적 사유가 생기면 헤어진다. 예전에는 남편이 실직하거나 돈벌이를 못하면 아내들이 자신을 희생해가며 집안을 꾸려 갔지만 지금은 이같은 현상이 퇴색해졌다. 젊은층일수록 더한다.이혼하더라도 여자들은 할일이 많아 남자들에 비해 혼자 잘 산다. 남자들은 한번 일자리를 잃으면 쉽게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다. 경제적인 문제로 부부간에 불화가 생기면 결국 이혼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요즘 전주에는 여성들의 일자리가 많다. 본인만 부지런하면 얼마든지 돈벌이하면서 누구 구애 받지 않고 산다. 남자들 사정은 다르다. 나이 들어서는 마땅하게 일할 곳이 없다. 아파트 경비 자리도 없다. 막노동 판으로 뛰어 들어 가지 않는 한 남자들 일자리가 마땅치 않다. 이혼이 미치는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 자식들이 성인인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고 청소년일 경우에는 의외로 문제가 심각하다. 이혼이 한 가정의 파탄으로만 끝나지 않는다.경제력이 약화되면서 전북에서 안좋은 면이 많이 발생하는 것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 경제력 약화는 외부 탓이 크지만 내부 탓도 간과할 수 없다. 역대 정권들이 산업화 공업화 전략을 짜면서 전북을 소외시킨 면이 결정적이다. 사회간접시설이 확충되지 않아 공장들이 들어서지 않았던 것. 일자리가 없어 결국 외지로 떠나는 신세가 됐다. 경제력 약화의 원인이 다양하지만 도민들이 정치적으로 전략적 선택을 못한 것도 한 원인일 수 있다. 특히 소극적인 성격과 비판력이 약한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말로만 형님 동생하는 문화만 판치지 의리가 약하다. 남 죽여 달라고 고소 고발건이 난무하는 것은 건강치 못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앞에 나서지 못하면서 비열하게 뒤에다가 총질하는 측면도 몹쓸병이다. 지금부터라도 도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강단있게 적극적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9.05 23:02

판소리 북 이야기

30년 가까운 동안 판소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발로 찾아다니며 온갖 자료를 수집하고 섭렵해온 사람이 있다. 학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리꾼도 아닌 그는 지방자치단체 6급 공무원이자 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용근소장이다. 그로부터 판소리북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이 또한 그가 발로 찾아다닌 수많은 소리꾼과 노인들로부터 듣고 온갖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한 것이니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학문적인 검증(?)을 거친 것이 아니니 ‘김용근의 북이야기’ 쯤으로 해두자. 조선시대, 우리나라에서 북을 만들었던 곳은 경남의 하동과 전남의 담양, 서울의 동숭동과 남원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남원은 판소리북으로 이름을 알렸다. 판소리북의 전통은 수많은 소리꾼들이 남원을 거쳐 갔던 배경과 맞닿아 있다. 게다가 당시 남원에는 전국에서 가장 큰 소시장과 도축장이 있어 북을 만드는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초기까지도 남원 운봉의 만석꾼 별장인 운악정에는 소리꾼들이 머물면서 소리를 가르치고 공연을 했다. 그들 소리꾼들은 운악정을 떠날 때면 어김없이 남원 판소리북을 하나씩 마련해가곤 했다. 그만큼 남원 북은 소리꾼들이 갖고 싶어 하는 명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원 판소리북은 내놓고 판매하는 북이 아니라 북을 필요로 하는 소리꾼의 주문에 의해 그의 소리에 맞추어 제작되는 맞춤북이었다. 사실 남원 북을 갖게 되는 과정은 까다로웠다. 북을 주문하면 북을 만드는 장인은 소리꾼의 소리를 들어보고 체격과 앉은키를 고려해 북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소리꾼의 성음과 성량을 고려해 북통과 가죽의 두께를 정하고 다시 그 소리꾼의 소리와 맞추어가며 북을 만들었다. 과정이 까다로운 만큼 제작시간도 길어져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렸다. 옛 소리꾼들은 가르치던 제자를 독립시킬 때 그 징표로 소리북을 맞추어 주었다. 가장 최고의 북 선물은 역시 남원 북이었음은 물론이다. 북을 만드는 장인들은 하나같이 소리를 잘 구별해내는 귀명창들이었다. 소리꾼은 북이 만들어지는 동안 여러 번 찾아와 소리를 해야했는데, 장인이 그 소리를 듣고 가죽의 두께를 조절하는 등 일종의 ‘튜닝’과정을 꼼꼼히 거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북이 완성되면 스승은 붓으로 징표를 써넣었다. ‘이제 내 소리가 너한테로 간다’는 뜻이었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의미 있는 대물림이 멋스럽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9.02 23:02

마이카시대

현대차 포니는 한국 첫 고유모델 승용차, 한국을 대표하는 승용차였다.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생산된 장수 모델이다. 포니가 세상에 나온 지 40년이 지난 2016년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가 2,146만대를 넘어섰다. 마이카 시대가 현실이 된 지는 오래전 일이다. 포니2가 출시된 1985년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는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어섰다. 1992년 500만대, 1997년 1000만대, 2014년 2000만대를 넘어섰다.수입차도 7%가량 된다. 152만 대쯤 된다. 독일과 프랑스, 일본, 미국산이 주종인데, 수입차 시장이 과열되다 보니 폴크스바겐처럼 고객과 국가를 속이는 비양심적인 철면피 기업도 등장했다.국민소득 3만 불 시대라는 말은 캠핑차 등록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2007년 346대에 불과했던 것이 올해 6768대다. 약 10년 만에 20배가 증가했으니, 관광 레저산업의 열기를 추정할 수 있다.자동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성장한 것이 자동차 영업이다. 영업을 잘하려면 고객의 요구를 잘 알아야 한다.한때 고객 최고 선호 넘버는 ‘7’자 였다. 대중 사이에 행운의 숫자인 탓이다. 권위적인 자들은 1111등을 선호했다.대체로 4자는 싫어하는 분위기다. ‘죽을 사(死)’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아파트 호수나 호텔 객실, 엘리베이터 층수 등을 표시하면서 4를 건너뛰거나 4를 F로 표시, 부정의 숫자 4를 피하는 것과 마찬가지 심리다.기독교 신자 중에서는 6자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6이 사탄, 악마를 뜻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진다. 7을 좋아하는 것은 7일째 교회에 가고, 쉬기 때문이다.사업가들은 사업번창 심리로 4개의 숫자가 오름차순이 되는 번호를 선호한다. 1663은 끝자리 수가 6보다 낮으니 당연히 비선호 넘버다. 그러나 1669는 선호하는 넘버에 속한다. 1234나 3579 등은 당연히 선호 넘버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이들은 외우기 쉽지 않은 번호, 눈에 잘 띄지 않는 숫자 구성을 좋아한다. 1111보다는 4791을 선호하는 식이다.고객은 어떤 번호를 원할까. 신차 등록서비스를 해 주는 일이 잦은 영업사원으로선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고객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차량등록사업소 컴퓨터가 내놓은 10개 번호 중 4444를 선택했다면, 그는 차량 인도를 거부당할 수 있다고 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9.01 23:02

무주 반딧불이 투어

지난 주말 무주 반딧불 행사장을 찾았다. 무주읍 내도리 앞섬마을 앞 금강 상류 천변을 따라 우거진 수풀은 반딧불이가 서식하기에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해가 진 뒤 어둠이 깔리면서 마을 가로등을 모두 불을 끈 채 반딧불이를 맞이했다. 주위가 컴컴해지자 수풀 속에서 작은 불빛들이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뒤 수십,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 무리가 영롱한 빛을 발하며 아름다운 군무를 그려냈다. 환상 그 자체였다. 어린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700여 명에 달하는 탐방객들은 탄성과 환호를 그칠 줄 몰랐다.한 탐방객은 말레이시아 만타나니섬 나나문 반딧불투어도 환상적이지만 무주 반딧불이는 더 멋지다고 전했다. 이날 무주 앞섬(전도)마을과 뒷섬(후도)마을, 적상면 갈골 등 3곳에서 진행한 반딧불투어에는 서울과 대전 전주 등 전국 각 지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온 관광객 등 2000여 명에 달하는 탐방객이 찾았다. 무주 반딧불이 투어가 워낙 인기를 끌다 보니 예약하지 않으면 표를 구하기 어렵다는 게 행사관계자의 귀띔이다.환경 오염과 생태계 변화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고 개체 수가 격감하면서 동심 속 추억으로 남아있던 반딧불이는 이젠 환경지표 곤충으로 꼽는다. 개똥벌레로도 불리는 반딧불이는 전 세계에 약 2000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애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 파파리반딧불이 등 7~8종류가 산다. 멸종위기에 처하면서 1982년 국내에서 가장 많은 반딧불이가 서식하고 있는 무주 설천면 일원 반딧불이와 서식지가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됐고 2002년 1월에는 무주읍과 무풍면 일원으로 확대 지정됐다. 국내에서 곤충과 관련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장수하늘소와 반딧불이 서식지 둘뿐이다. 무주 애반딧불이는 6월 중순~7월에, 늦반딧불이는 8월 중순~9월 중순에 볼 수 있다.반딧불이는 배 끝에 있는 발광기 세포에서 만들어진 루시페린(luciferin)이라는 물질이 루시페라아제에 의해 산화되어 빛을 내며 교미를 하기 위해 암·수 모두 또는 암컷이 빛을 내어 유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무주군에서는 지난 1997년부터 반딧불축제를 개최해 오고 있으며 올해로 20회째를 맞았다. 지난 1999년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된 이래 2012년까지 정부지정 우수축제, 2013년부터 4년 연속 정부지정 최우수축제로 꼽힌 환경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부대 행사로는 전통 불꽃놀이인 안성 낙화놀이를 비롯해 전통 섶다리 공연 전라좌도 무주굿 무주아리랑 비보이댄스경연 태권도 혼 공연 등이 다음 달 4일까지 다채롭게 열린다. 이번 주말엔 가족과 함께 무주 반딧불축제와 반딧불이 투어에 가보면 좋을 듯싶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8.31 23:02

배드민턴 전설 박주봉

전북은 배드민턴의 메카다. 전북 출신의 배드민턴 올림픽 메달리스트만 해도 손가락으로 다 꼽지 못할 정도로 즐비하다. 한국이 그동안 올림픽에서 획득한 금메달 6개 중 4개가 전북 출신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배드민턴이 첫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바르셀로나에서 전북 출신 3명의 선수가 남녀 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을 시작으로, 리우올림픽까지 전북 출신의 독무대였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혼합복식 금메달을 놓고 전북 출신의 박주봉과 김동문이 대결하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 배드민턴 대표팀을 이끈 이득춘 감독, 여자복식 동메달리스트 신승찬, 이용대와 콤비를 이룬 유연성이 전북 출신이다.한국이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리우 올림픽에서 일본 여자 복식을 우승으로 이끈 일본 배드민턴 감독 박주봉이 화제가 됐다. 일본 여복 배드민턴은 준결승에서 한국을 이기고 결승에 진출, 일본 올림픽 사상 첫 배드민턴 금메달을 획득했다. 일본 여복 배드민턴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4강에 올랐으며,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2004년부터 13년째 일본 대표팀을 맡은 박 감독이 변방에 있었던 일본의 배드민턴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것이다.일본팀 우승 후 박주봉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보고 의아스럽게 여긴 사람들이 많다.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일본 국기를 가슴에 다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이 맡은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것 역시 칭찬받을 일이다. 국가가 일본이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의아한 것은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이었던 박주봉이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일본에서 지도자로 빛을 발하느냐다.박주봉은 고향 전북에서 명성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올림픽금메달리스트 이름을 붙인 체육관만 해도 전북에 여럿 있으나 박주봉체육관은 없다. 박주봉은 전북 배드민턴계에서 왕따였다. 전주농고를 졸업한 뒤 대학 진학(한국체대) 과정에서 동료 선수와 지역체육계를 등진 원죄가 있어 전북배드민턴계와 거리가 생겼으며, 그 틈이 치유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감독이 한국 배드민턴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더 큰 포부를 갖고 있다거나 개인적인 이유로 일본 감독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배타적 풍토에서 적응하지 못해 해외를 전전하는 상황이라면 한국 체육의 미래를 위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 배드민턴계의 주류인 전북의 탓이라면 더욱 안 될 말이다.고향에서 아끼고 품어야 한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8.30 23:02

마음 비우기

세끼 밥 먹고 살기가 여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이 말은 인간답게 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간 앞만 보고 죽어라고 일만 하다 보니까 물질은 어느 정도 충족된 듯 싶지만 정신 세계는 오히려 공허한 느낌이다. 인간답게 사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예전에는 잘 사는 사람이나 못 사는 사람이나 밥 먹고 사는 게 비슷했지만 요즘은 그게 아니다. 양극화가 이를 잘 말해준다. 농업이 근간을 이뤘을 때만해도 개천에서 용 나는 출세의 사다리가 마련돼 있었지만 지금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 흙수저로 나눠져 있을 정도로 계층 구분이 심하다. 교육부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의 국민을 개 돼지라고 한 망언이 공분을 샀던 것도 다 이같은 이유 때문이었다.요즘 워낙 생존경쟁이 치열한 탓인지 인간미가 갈수록 사라져 가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불과 한 세대전만해도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 오직 나와 내 가족만 잘 살면 그만이다는 이기주의만 팽배해졌다. 자본주의 발달로 개인주의가 심화되지만 너무도 빠른 템포로 사회가 변해가는 바람에 가치혼돈 현상마저 나타난다. 양심과 선악의 구분도 흐려졌다. 경제상황이 안 좋다보니까 생계형 범죄자만 늘어간다. 먹고 살기가 어려운 사람 가운데는 교도소 가려고 일부러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까지 있다.세상 살기가 힘들다 보니까 남 카드만 먼저 훔쳐 보려는 잔머리들꾼들로 넘쳐 난다. 자연히 조직이나 사회에서 간만 보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자신이 그 조직을 위해 열심이 헌신해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기 보다는 뒤통수를 쳐서라도 이익만 취하려는 사람이 있다. 습관적으로 간만 보려는 사람은 주변에 사람이 없다. 항상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 하기 때문이다. 좁은 지역사회라 알게 모르게 서로를 잘 알고 있어 잔머리 굴려가며 세상 살기가 쉽지 않다. 한 두번은 속아 줄지 모르지만 영원할 수는 없다. 근본과 원칙을 지키며 진정성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영원한 승자가 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삶이 값지고 멋진 것이다.비우면 가볍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알면서도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왼손이 한일 오른손 조차도 모르게 하는 게 중요하다. 보시(布施)는 신앙인들만 하는 게 아니다. 남에게 줬다는 사실 조차도 머리속에서 잃어버려야 한다. 그게 바로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다. 우리가 땀흘려 이 만큼 살고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한번쯤은 뒤를 돌아다 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올 여름 모두가 더위를 이겨 내느라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에 맘의 여유를 갖기 위해서라도 보시를 했으면 좋겠다. 가장 계절의 변화가 심한 금화교역(金火交易)철을 맞아 심신건강을 위해 맘을 비우면 어떨까. 세상 이치가 진정으로 비우면 채워지는 법이라서 그렇다. 말로만 비운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 보여주기식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8.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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