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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 찍힌 전북

긴 추석 연휴로 강운태 광주시장의 망언이 잠잠해졌지만 믿었던 사람한테 발등 찍힌 것 같아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광주 전남은 역사적으로 전주에 있는 전라관찰사의 지배하에 있었다. 전주감영은 제주도까지 관할구역이었다. 지금껏 전북 도민들은 광주 전남사람들을 친형제처럼 살갑게 대해왔다. 1988년 이후에는 DJ를 기필코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여망 때문에 정치적으로 공동 보조를 취했던 것. 그 결과 1997년에 DJ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2002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수평적 정권교체를 가져오게 했다.도민들은 DJ가 정권 잡으면 세상이 확 바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건 순진무구한 생각이었다. 노무현 때도 같았다. 지난 91년 착공한 새만금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도 DJ와 노무현정권 때 전남 실세 국회의원들이 뒷전에서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발목 잡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전북이 뒤처진 원인은 그 당시 전북 정치인들이 전남 실세들의 방해공작을 막지 못한 탓이 컸다.강시장의 망언은 그냥 나온게 아니다. 이미 수차례 광주 군공항 이전을 국방부장관과 협의해 왔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광주 전남 사람들은 자기네 이익이 걸리면 전북은 안중에도 없다. 그 같은 사람들을 형제처럼 여겨온 게 원망스럽다. DJ가 대통령 된 것은 도민들의 절대적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도 이제와서 광주 군공항을 군산미군공항으로 합치자고 제안했으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이제 도민들은 광주 전남사람들의 속내가 드러났기 때문에 우리도 자력갱생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간 광주 전남 정치인들이 전북을 한두번 애먹인게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제 도민들은 강원 충청인의 실용주의 노선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광주 전남과 정서적으로 묶여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이 광주 전남과 정서를 공유하는 한 전북 발전은 더딜 수 밖에 없다.8개월 앞으로 다가선 내년 지방선거가 중요하다. 지금처럼 존재감이 없어 보이는 전북 국회의원 같은 사람을 단체장으로 뽑아선 안된다. 그렇게 강시장 한테 무시당하고도 멍청스럽게 앉아 있는 꼴 자체가 싫기 때문이다. 성명서 한줄이나 기사 멘트 하나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당장 민주당 일변도의 정치지형을 경쟁구도로 바꿔 놓아야 된다. 그래야 험한 꼴 안보고 살 수 있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9.25 23:02

안철수 신당의 과제

추석 연휴 민심은 정치권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컸다. 경제가 어렵고 먹고 살기 바쁜데 여야 정치권은 대립각만 세우고 있으니 좋은 반응이 나올 리 없다. "서민 삶 팍팍한데 정치권은 싸움만"(전북일보) "먹고 살기 팍팍…싸움만 하니 폭폭"(전북도민일보) "민생에 관심은 있나, 쓴소리 봇물"(전라일보) "정치권 똑바로 하라 분발 촉구"(새전북신문) 등 전북일보를 비롯한 도내 지역신문의 정치기사 제목들이 성난 민심을 전하고 있다.정치 기사들을 보면 내년 지방선거가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철수, 지방선거 영향력 주목-기초선거 공천 폐지 여부 촉각' '민주, 안풍(安風) 미풍에 그칠 것' '내년 지선(地選) 올인 안철수, 도내 정치 세력화 박차-새인물 찾기 어려움 호소' '도내 고위 공무원 지방선거 출마 러시' 등의 기사들이 내년 지방선거에 쏠린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의 포인트는 기초선거 공천 폐지 여부와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일 것이다. 공천 문제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폐지를 결정했지만, 새누리당 쪽의 저항이 심해 간단치 않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의 공천 폐지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당 소속 의원 반발도 심하다. 결국 공약을 내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좌우될 것 같다. 신의가 박 대통령의 장점이라지만 이행을 하지 않으려는 공약이 하도 많으니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대선 이후 쭉 호남 지지율이 높은 '안철수 신당'은 여전히 지지율 수위를 달리고 있다. '리서치뷰' 여론조사(본지 23일자 3면)에서 정당지지도를 묻는 질문에 호남지역 유권자들은 안철수 신당(40.4%)을 가장 먼저 꼽았고 민주당(22.4%), 새누리당(7.8%), 정의당(3.4%), 통합진보당(3.3%) 순으로 응답했다. 전국적으로는 새누리당 36.8%, 안철수 신당 24.8%, 민주당 13.5%였다. 안철수 신당이 저변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안철수 신당을 쳐다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당 조직이 없는 고위공직자들이 특히 그렇다. 성패는 사람에 달려 있다. 안철수 의원은 "가치를 공유할 인재영입이 관건"이라고 했다. 그럴려면 찾아오는 사람만으로는 안된다. 인물을 찾아서 '모셔야' 한다. 이것이 을(乙)의 자세고 다른 정당과 차별화하는 길이다. 헌데 이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9.24 23:02

직녀에게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긴 기다림에 짧은 만남. 긴 한숨에 잠깐 동안의 웃음. 다시 끝 모를 이별, 한숨, 그리고 이어질 숨죽인 한스런 울음! 턱없이 아쉽지만 이런 장면이라도 기대하고 있었다. 광복 55주년을 기해서야 겨우 시작한 남북이산가족 상봉. 그동안 별별 핑계를 대며 중단하고 취소하고 연기하고 별짓을 다하다가 어렵게 다시 마련된 자리, 진정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려는 간절함을 조마조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민족 최대명절 직전의 날벼락! 도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이 땅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되는 것일까? 이념이 무엇이고 체제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애타는 가슴에 못질을 해대는 것일까? 그들의 '벼랑 끝 작전'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거대한 국가 예산을 물 쓰듯 하면서 초법적 사찰도 마다하지 않는 막강 정보력의 국정원이 이를 전혀 예축하지 못했다는 점. 우리의 소중한 권리까지도 유보한 채 키워온 괴물 기구가 있는데도 우리는 왜 예측불허의 날벼락을 수시로 맞아야 하는 걸까? 이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북측의 동향을 살피고 있지 않았단 말인가? 그들의 속성을 알면서도 손 놓고 있었단 말인가? 국정원 개혁의 목소리가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판국에 또 무슨 해찰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북한의 이런 "반인륜적" 변심을? 그래야 대북 경계심을 더 조장할 수 있고 국정원 존립의 당위성도 확고하게 다질 수 있을 테니까. 조짐이 없지 않았다. 살얼음 위를 걷는 마음으로 조신해야할 판국에 국방장관을 비롯한 고위층인사들은 북을 자극하는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종북세력'을 발본색원 하겠다는 매카시즘의 칼날은 유신군사독재시절을 주눅 들게 할 정도다. 이산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고려하지 않고 철지난 이념타령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몰린다고 이런 가락에 장단 맞춰주고 싶었을까? "군자는 자기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 했다. 소인배들이나 남의 탓 하며 빠져나갈 궁리를 한다. 제대로 된 외교라면 상대의 반응이나 전략까지 헤아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산가족상봉이 "인륜적"이라며 더 서둘렀어야 했고 기왕 합의를 했다면 더 성심을 쏟았어야 했다. 명절 끝 '직녀에게'나 흥얼거려야 하는 우리 꼴이 참 처량하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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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23 23:02

고향길

"돌아가신 할머니가, 넘실넘실 춤추는 꽃상여 타고 가시던 길/…현철이 아버지가 먼저 돌아간 부인을 지게에 싣고, 타박타박 아무도 모르게 밤길을 되짚어 걸어간 길/ 순한 바람 되어 헉헉 대며 오르는 길, 그 길을 따라/ 송송송송 하얀 들꽃 무리 한 움큼씩 자라는 길, 그 길을 따라/…우리 모두 돌아갈 길/ 그 길이 참 아득하다"민족작가회의 창립 회원인 윤중호 시인의 시 '고향길'이다. 자신도 몰랐던 지병으로 48세에 세상을 떠난 시인은 늘 그리던 고향의 정경과 정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로 표현했다. 꺼져가던 고향은 시인이 남겨놓은 시들 때문에 환하게 되살아난다. "왜정 때 부역질로 만들었다는 신작로 따라/ 고향을 떠나왔다/ 그 뒤로도 자꾸 신작로가 자라서/…칡넝쿨처럼 타고 넘더니/ 아는 얼굴들 모두 신작로 따라 대처로 떠나고/ 이제 내가 아는 얼굴 되어, 신작로 끝/ 빈집, 불 밝혀야 하나"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의 한 켠을 지키고 있는 건 농촌의 고향이다. 농촌은 곧 사라져버릴 것처럼 안타깝고 쓸쓸하다. 고령 인구에다 문패만 남겨진 주인 없는 빈집들, 오가는 사람 없이 정적만 흐르는 마을, 석면 투성이의 슬레이트 지붕들…. 농촌은 이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게으른 울음 우는 곳이 아니다.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라며 시인 정지용이 그리던 옛 고향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변한 지 오래다. 그럴 망정 고향은 누구나의 가슴에 살아 있다. 사랑하는 부모형제, 옛 친구들 그리고 추억이 묻어 있는 곳이다. 고향은 그리움이고 추억이다. 그래서 언제, 어느 때든 가슴 설레는 게 고향길이다.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대여섯시간씩 길 위에서 시달려야 하는 고행길이라지만 고향길은 설레이고 즐거운 여정이다. 돌아갈 고향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명절은 향수를 느끼게 해 준다. 향수란 내가 자라고 살았던 공간적 고향과 내가 살아오고 경험했던 시간적 고향에 대한 본능적 그리움이다. 다 떠난 농촌, 노인만 남아 있는 마을. 왜 이렇게 됐는지를 생각하면 분하다. 꿈엔들 잊힐 리 없는 옛 고향을 사람 냄새 나는 곳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인가. 우리의 삶에서 정말 소중하게 지키고 아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짚어보는 추석 고향길이었으면 좋겠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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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9.17 23:02

항아의 노래

"인간의 사랑을 믿지 못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 사랑 가득 차면 행여 남에게 넘칠까/ 다만 두려운 마음 이기지 못하였습니다./ 돌아가고 싶어요." "인간의 봄날은 짧았습니다"로 시작되는 월궁미인 항아(姮娥, 혹은 嫦娥)의 눈물어린 탄식 한 부분이다.그녀에 관한 전설은 중국 중추절(仲秋節)의 기원과 맞닿아 있다. 그녀의 남편은 백발백중의 신궁(神弓). 하늘에 열 개의 태양이 나타나 재앙이 심각해지자 그는 그 중 아홉을 활로 쏘아 떨어뜨린다. 그 공로로 그는 서왕모(西王母)로부터 불로초(不老草)를 얻는다. 이 약을 먹으면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부인을 차마 버릴 수 없어 먹지 못하고 그녀에게 맡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한 불한당에게 이 귀한 약을 강탈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급한 마음에 그녀는 한 입에 이 약을 털어 넣고 마는데. 그러자 몸이 둥둥 하늘을 향해 떠오르기 시작한다. 남편이 마음에 걸린 항아는 인간세상과 가장 가까운 달에 가까스로 올라 선녀가 된다.집에 돌아온 남편은 부인이 사라진 것을 알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밤길을 찾아 나선다. 그날따라 달이 유난히 밝았다. 그 달 안에 언뜻 항아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도 했다. 그리운 마음에 향을 피우고 그녀가 즐겨하던 음식을 그득 장만하여 제사를 지냈다. 그렇게 하여 중추절 제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해맑은 달을 대하며 어두운 생각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교교(皎皎)한 달을 바라보며 칙칙한 음모를 꾸미는 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달을 자주 대하다 보면 "차고 이우는 달을 닮아/ 채움과 비움이 자유자재한 영혼으로/ 사는"(고진하 시) 그런 아름다운 삶을 꿈꾸게 된다. 그 교교함을 거울삼아 자신들 삶을 잠시나마 뒤돌아보게 될 것이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중추가절의 참 의미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이른 새벽 홀로 앉아 향을 사르고/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빛을 볼 줄 아는 이라면/ 굳이 경전을 펼치지 않아도 좋다." 해안(海眼)스님이 권하는 '멋을 아는 사람'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다. 멋을 아는 아름다운 삶에 달 바라보기는 필수항목이다.달빛이 특히 좋은 계절, 밝고 커다란 한가위 보름달 바라보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어려운 이웃도 살필 줄 아는, 풍요로운 사랑의 마음 되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금 명인 원장현의 '항아의 노래' 연주가 멋들어진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3.09.16 23:02

농촌의 책마을

귀농 귀촌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듣기로는 언론사가 주관하는 강좌 프로그램에서도 '귀농 귀촌'강좌가 가장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귀농 귀촌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그 덕분인지 우리의 농촌마을에서도 다양한 변화의 물결이 감지된다. 사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버린 농촌의 황폐한 현실은 우리 것만이 아니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안고 있는 현실이고 과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전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마을살리기'가 이러한 현실을 증명한다. 마을살리기가 화두가 된 요즈음, 다양한 방식으로 마을을 살려낸 성공사례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유럽의 '책마을'도 그 대표적 예다. 책마을은 헌책방이나 고서점이 모여 있는 마을을 이른다. 유럽에는 현재 알려진 곳 만해도 20곳이 넘는 책마을이 있다. 대부분이 도시로 떠난 사람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고 마을공동체를 회복시킨 구심점이자 새로운 문화거점으로 성공한 예다. 미술평론가 정진국이 1년 동안 유럽의 책마을 돌아보고 쓴 여행기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에 소개된 책마을 24곳. 이 마을들을 들여다보면 책과 농촌 문화의 가치를 잘 결합시켜 새로운 문화로 진화시킨 지혜가 그저 부럽다. 더구나 1962년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책마을을 선언했던 영국 웨일스의 〈헤이온 와이〉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1990년대부터 조성된 마을이다. 불과 10-20년이란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셈이다. 전통마을이 붕괴된 이후 빠른 속도로 쇠락의 길을 가야했던 농촌이 이처럼 또 짧은 시간에 부활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스위스 발레의 생피에르 드 클라주는 1993년, 책마을을 출범시켰다. 상설서점만 13개인데, 대부분이 지역출신이 운영한다. 책마을 아이디어는 마을의 700주년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마을에 활기를 넣자는 취지였다. 주민들은 이 제안에 공감하고 책과 고향을 사랑하는 모임을 결성해 책마을을 만들었다. 이 마을은 여름이면 축제를 벌인다. 작가를 초청해 강연과 낭송회, 사인회를 개최하고 전시회와 영화상영, 책 제본 시연과 같은 책과 관련된 행사를 더하는데 축제기간동안에만도 2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우리지역에서도 '책마을'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럽의 책마을과 형태는 다르지만 지향은 같다. 고창 해리면 나성리 월봉마을의 폐교된 나성초등학교가 시작이다. 아직 갈 길이 먼 것처럼 보이지만 그 도전만으로도 반갑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9.13 23:02

강운태 망언

인간은 먼 옛날부터 말과 수레, 배를 만들어 공간 이동을 해 왔다. 사람은 물론 물자 이동이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을 닦아 역을 운영하며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말을 관리했다. 하천과 바닷가에는 나루터를 운영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에 이어 내연기관이 발명되고, 이것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자동차와 기차, 배, 비행기가 속속 만들어지면서 큰 변화가 나타났다. 단순한 이동 뿐 아니라 산업현장의 생산력이 크게 증가했고, 그 기술력은 전쟁의 승패도 갈랐다. 동력 관련 기술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지구촌'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워싱턴 공항, 또는 그 반대편에 있는 프랑스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데 11시간 정도면 되기 때문이다. 말이나 돛단배를 타고 여행하던 시절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우리나라 항공산업은 1969년 대한항공이 창립된 후 큰 발전을 거듭해 왔다. 여객기와 전투기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하지만, 최근 국산 초음속기를 수출할 정도가 됐다. 지난 10일 경남 사천 공군비행장을 출발, 7시간동안 5600㎞를 비행해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항공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최초의 국산 초음속 항공기 T-50i 2대다. 인도네시아와 계약한 물량은 16대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스웨덴에 이어 여섯 번째로 초음속 항공기를 수출하는 국가가 됐다.예나 지금이나 빠른 교통·통신은 승패를 결정짓는 주요인이다. 군사전쟁은 물론 경제전쟁에서도 마찬가지고, 생활현장에서도 그렇다. 특히 글로벌 세상에서 국제공항이 없는 지역은 경쟁에서 크게 밀린다. 모든 자치단체가 공항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광주공항을 살리겠다고 광주 군공항을 군산 미군비행장으로 이전시키려는 광주시의 태도는 심각한 집착증이다. 강운태 광주시장의 마음엔 광주공항 살리기 위해 군산공항의 입지를 어렵게 하는 음모만 가득해 보인다. 2007년 무안공항 개항 후 광주공항은 김포·제주노선만 존재하는 국내선 공항으로 전락했다. 그 바람에 예전에 비해 크게 썰렁하다. 무안국제공항도 상해 주4회, 심양 주3회, 마닐라 주2회 운항할 뿐이다. 무안공항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강운태 시장은 군산공항을 언급하기 전에 광주공항을 무안공항으로 통폐합, 공항 경쟁력 제고에나 신경쓸 일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9.12 23:02

MOU 체결의 허실

추석 앞두고 전통시장 살리자고 기관 단체장들이 어깨띠 두르고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이 부자연스럽다. 자신들 낯내려고 사진 찍어 신문 방송에 기사화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효과도 없는 보여주기식 캠페인은 안 하는 게 낫다. 전통시장 가서 홍어 들춰 올리며 사진 찍는 게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됐지만 볼썽사납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낯 간지러운 짓을 하는가. 그런 것 잘 했다고 일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표 먹고 사는 단체장들은 너나 할 것없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유치를 얼마 했다고 호들갑을 떤다. 구속력도 없는 MOU만 체결해 놓고 마치 기업이 유치된 것처럼 자랑이 대단하다. 그간 수없이 체결한 MOU가 얼마나 허당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기업유치는 기업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어 단체장들이 오라가라해서 되는 게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단체장들이 말하는 그대로는 아니다. 사실 전북의 기업유치 여건이 안좋다. 공항이 없는 등 SOC가 제대로 구축이 안돼 있고 숙련된 기술자 확보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다. 특히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정책으로 기업들이 평택 이남으로 내려 나가는 걸 싫어한다. 익산으로 주얼리업체들이 중국에서 U턴해온 것은 예외나 다름 없다. 경기도 안산시 공장부지가 평당 2백만원을 홋가하는데도 그곳에다 공장을 지으려 한다. 그 이유는 땅값 상승에 따라 이익이 커지기 때문이다.그간 희망의 땅으로 인식해온 새만금지구에 전북도가 체결한 기업유치 MOU만도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11년 4월27일에 삼성그룹과 체결한 MOU다. 당시 정부가 LH를 경남 진주로 이전키로 결정 해놓고 전북 도민을 달래려고 새만금에 삼성카드를 꺼냈다는 비난섞인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삼성그룹이 2021년부터 2040년까지 총 3단계에 걸쳐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2단계 예정부지 350만평에 20조원을 투자해서 새만금그린에너지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것. MOU 체결 때 김완주지사와 함께 있었던 임채민 국무총리실장 삼성측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등 주요 인사들은 현직에서 물러났다.지금껏 새만금사업과 관련해서 체결한 MOU가 10%만 제대로 추진됐어도 전북은 성공했다. 단체장들이 치적용으로 체결한 기업유치 MOU가 지금 와서는 폴란드 망명정부 지폐처럼 휴지조각이 돼 날린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9.11 23:02

시화호와 새만금

'죽음의 호수' 시화호가 살아나고 있다. 참게들이 다량 서식하고 철새들의 놀이터가 됐다. 산업시설이 꽉 들어찬 시화공단과 반월공단, 인구 75만 명의 안산시와 45만 명의 시흥시를 끼고 있지만 수질은 문제꺼리가 되지 않는다. 해수 순환과 하수처리시설 보강, 갈대 습지 조성 등 수질개선에 힘 쏟은 결과다. 지금은 수질이 양호한 COD 3.0ppm을 유지하고 있다. 시꺼먼 호수를 깨끗한 수질로 바꾼 과정과 기술, 노력 등이 이젠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죽었던 시화호'를 넘겨받아 재생시킨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견학 오는 전문가 집단과 국내 방문객들을 맞이 하느라 연일 바쁘다. 본사 논설위원들이 시화호 현장을 찾은 지난 6일에도 해외 방문객 등 6팀이 시화조력발전소를 방문했다. 시화호 수질이 개선된 가장 큰 요인은 해수 순환에 있다. 막았던 방조제를 일부 헐고 그 자리에 조력발전소를 세웠다. 하루에 두번씩 밀물과 썰물 때 발생되는 수위 차(9m)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처음엔 경제성 때문에 주저했지만 발전단가가 높아지면서 이 문제가 해소됐다. 조력발전은 1967년 프랑스가 랑스에 발전소를 세운 것이 처음이지만 지금은 캐나다 중국 등에서 운영 중이다. 시설용량 25만4000kw인 시화조력발전소(수차 10기, 수문 8문)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인구 40만명이 쓸 전기 량이다. 해수 유통량은 하루 1억4700만㎥으로 시화호 용량의 50%에 이른다.시화호는 해수 순환을 통한 수질개선과 친수 및 레포츠 공간, 갈대습지 조성, 송산 그린시티 등 새만금과 닮아 있다. 규모는 새만금이 훨씬 크지만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등 개발환경이 엇비슷하다. K-water가 개발하는 1000만평이 넘는 산업용지는 수도권 서남부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다. 이걸 보면서 수도권이나 해외기업들이 과연 새만금까지 내려 올른지 상념이 많았다. 착공 22년이 지났어도 수질 해결은 고사하고 바닷물도 다 빼내지 못한 새만금 아닌가. 변종만 K-water 전북본부관리처장은 공영개발이 해답이라고 했다. 참여기업간 경쟁과 재원, 속도를 낼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새만금개발청이 12일 문을 연다. 직원 모두가 미래형 친환경 복합도시 개발의 상징인 시화호 현장을 견학하길 권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9.10 23:02

체 게바라

"특히, 세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행해질 모든/ 불의를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갔으면 좋겠구나./ 누구보다 너희들 자신을 깊이 사랑하거라./ 그것이 혁명가가 지녀야 할 가장 아름다운 자질이란다." 불꽃처럼 살다 간 체 게바라가 자녀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의 한 구절. 또 다른 혁명을 위해 떠나면서도 자녀들에게 감히 혁명을 권하고 있다. 갖은 역경, 심지어는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는 혁명가의 길을! 정의와 사랑, 그리고 아름다움까지 함께하는 혁명적인 삶! 가정의 이름으로, 현실을 핑계로 꿈도 이상도 모두 포기해버린 우리들 일상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우리는 이런 '다름'을 '틀림'으로 호도하며 자위한다. 심지어는 그런 삶을 모욕한다. 그래야 스스로의 소시민적 옹졸함을 덮을 수 있으니까. 빛고을 '체 게바라 티셔츠' 해프닝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섣부른 이야기는 그를 모욕하기 쉽다. 혁명과 혁명가의 의미를 더럽힐 수 있다. 그 징후는 90년대 후반에 불기 시작한 '게바라 열풍'에서 확인된다. 영웅 없는 시대가 영웅을 부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그러나 그가 일생을 바쳐 저항했던 제국주의 미국의 심장부에서 아무런 반성 없이 그가 추모되고 있는 모습을 영 볼썽사납다. 사르트르가 평한 "우리 세기에서 가장 성숙한 인간"을 존중하는 진정성은 사라지고 그의 외모가 풍기는 '저항의 이미지'만을 취하는 선정적 열기만이 있을 뿐이다. 제임스 딘이나 마이클 조단에 대한 환호와 크게 다르지 않다.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를 이용한 상업주의의 횡행. 심지어 쿠바나 볼리비아 정부조차 이 추모열기를 이용하여 게바라 상품화에 여념이 없다. "그의 이념 따위는 필요 없다. 그의 반항적인 이미지와 얼굴만이 관심의 대상일 뿐이다." 검은 베레모에 아무렇게나 기른 머리칼, 덥수룩한 턱수염의 이미지만 남고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억압하게 하는 '그 무엇'에 대해 근본적으로 저항했던" 고독한 혁명가의 격정적인 삶은 사라지고 만 것이다.그냥 검은색이 필요해 입은 티셔츠 가지고 징계를 내세우는 매카시즘 색깔론도 그렇지만 '대중문화의 일부'일 뿐이라며 도망가기에 급급한 '무섬증'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스스로의 잘못을 얼버무리기 위해 국정원이 조장하는 공안정국에 야당은 물론 모든 언론이 일시에 백기를 들고 휘둘리는 꼴과 닮았다. 정녕 혁명의 시대는 끝났나 보다. 허기는 군사쿠데타가 혁명으로 둔갑하는 시대이다 보니.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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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13.09.09 23:02

도시 쇠퇴

전북지역 10개 시군에서 도시쇠퇴가 진행 중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국토부가 인구감소와 산업쇠퇴, 주거환경 악화지역 증가 등의 지표를 기준으로 전국의 228개 시군구를 조사한 결과다.도시쇠퇴는 인구 성장률과 총사업체 변화율 노후건축물 비율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번 조사에서는 최근 30년간 현재 인구가 20% 이상 감소, 최근 10년간 사업체 수가 5% 이상 감소, 준공 20년 이상 노후건축물이 전체 건물의 50% 이상 등을 기준으로 이중 2개 이상 해당할때 도시쇠퇴지역으로 분류됐다. 다행히 전주와 군산 완주 고창이 제외됐지만, 이 지역들도 이 세가지 요건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어서 '성장하는 도시'로는 꼽히지 못했다.사실 대부분의 시군에서 도시 쇠퇴가 진행되고 있다는 현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도시 노후화 징후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따지고보면 인간이 늙는 것처럼 도시가 늙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늙어가는 도시의 활력을 어떻게 하면 유지시킬 수 있느냐하는 문제일 것이다.한국의 도시들은 1990년대 도시안의 구도심들이 황폐화되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들마다 너나 할 것 없이 신도시 건설에만 집중했던 결과다. 그러나 불과 20여년 사이, 신도시 건설로 금세 도시가 새롭게 발전되리라던 예상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는지 증명되고 있다. 구도심 쇠퇴와 신도시 성장의 불균형은 다시 말하자면 '거품경제'의 실상과 같은 것이다. 도시전문가들이 구도심이 살아야 도시가 균형있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진단하는 이유다.그런데 구도심 공동화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일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구도심 문제 해결에 가장 먼저 앞세워지는 것이 재개발과 재건축이지만 요즘처럼 부동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썩 좋은 답이 될 수도 없다. 이미 여러 도시들이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시절에 재개발 재건축을 시도하거나 거창한 계획을 세워 추진했지만, 오히려 여러 가지 도시문제와 맞닥뜨려 곤혹을 치루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과제는 건강한 도시재생 패러다임을 찾는 일이다.우리보다 앞서 도시쇠퇴를 직면한 세계의 오래된 도시 중에는 문화적 관점으로 쇠퇴하던 도시를 살려낸 사례가 많다. 한 도시의 문화가 그 도시의 경제를 만들고 있는 오늘의 환경을 돌아보면 쇠퇴하는 도시들에게는 더 소중한 선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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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9.06 23:02

명절 교통사고

올 추석은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이어지는 5일간의 황금연휴다. 추석이면 민족 대이동이라는 수식에 걸맞게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다. 기차를 타고, 고속버스를 타고 가던 불편한 고향길은 어느 사이 승용차 고향길이 됐다. 그러나 시나브로 승용차 귀성객이 많아지면서 고속도로와 지방도로를 가리지 않고 교통체증이 극심해졌으니, 예나 지금이나 귀성길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다. 승용차는 단순한 고향 방문 수단이 아니다. 승용차는 오랜 만에 뵙는 부모님, 그리고 형제 자매들을 만나 전해 줄 선물 보따리를 실어 나르는 고마운 존재다. 게다가 고향을 떠나올 때 부모님들이 안겨주시는 쌀 등 농산물을 잔뜩 받아갈 수 있어서 그 용도가 매우 긴요하다. 하지만 명절 연휴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면 자동차 비극이 벌어지고 있으니 아찔한 일이다. 지난해 한국도로공사 자료에 의해 발표된 과거 10년간 설·추석 연휴동안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총 1,015건이었다. 이 사고로 57명이 사망했고, 59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상자도 110명에 달했다. 자동차가 많이 움직이니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인명피해도 적지 않았던 셈이다. 명절 교통사고는 점심시간 무렵 경부선 고속도로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고, 심야시간인 0시 무렵 사고도 많았다. 서해안과 경부선 모두 오후 4∼5시경 교통사고 발생 빈도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비용도 컸다. 물론 사망피해를 비용으로 환산하는 게 어려운 일이겠지만, 과거 10년간 발생한 연휴 교통사고로 인한 인적피해비용은 125억원에 달했다. 가장 큰 사고 원인은 졸음운전(28.32%)과 전방주시 태만(26.11%)이었다. 추석은 분명 가슴 설레게 하는 명절이다. 모든 귀성객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두르면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졸릴 때는 쉬었다 가야 한다. 운전대를 잡은 이상, 전방을 똑바로 주시하며 주행해야 한다. 졸면 죽는다. 추석명절을 맞아 가족들과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조상 성묘에 나서야 할 사람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병원에 누워 있게 된다면 그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 운전자들은 과속하지 말 것이며, 앞차와의 거리를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 전방을 똑바로 주시하면서 신호와 횡단보도를 예상해 운전해야 한다. 모두가 좌석 안전띠를 착용해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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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9.05 23:02

안갯속 지방선거

내년 지방선거가 아직도 안갯속이다. 여야 간에 기초선거에 대한 정당공천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았고 안철수 쪽에서 신당을 창당할지 여부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항소심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전주 완산을 이상직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9월말 이전까지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 받으면 오는 10월말에 재선거가 실시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세 가지 변수가 확정되지 않아 지역 정가에 각종 설이 난무, 혼란스러움이 가중되고 있다.김지사 3선 출마여부는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김승수 정무부지사가 사퇴하고 나온 게 김지사의 3선 불출마를 뒷받침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부지사는 16년간이나 김지사 옆을 따라 다니며 수족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전주시장 출마 때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김 지사가 있기에 김 전부지사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비서역할의 이미지와 한계를 벗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다. 아직은 전주 정서상 나이가 벼슬로 통하는 마당에 김 전부지사가 치고 나가기에는 버거울 것이란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문제는 도민들이 새 인물로 도지사를 갈아 치우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정치권서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느냐 여부다. 민주당이나 안철수 쪽이나 이 문제로 고민스러워 보인다. 민주당은 안철수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심지어 전략공천 카드를 꺼내 쓸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본인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상임고문의 출마설이 나도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재 도지사 출마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송하진 전주시장이나 유성엽 국회의원이 정동영카드로 확정될 때는 당내 입지상 딛고 일어설 방안이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안철수 신드롬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안철수 쪽에서 도지사 카드를 잘 빼면 풍향계는 달라질 수 있다. 당장 전주시장 선거구도 등이 민주당 대 안철수 쪽 양자대결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자·타천 형태로 전주시장 후보군이 폭넓게 형성돼 있지만 정당공천이 없을 경우 눈여겨 볼 대목은 임정엽 완주군수, 행안부 이경옥 2차관, 장세환 전 국회의원, 유대희 변호사 등이 꼽힌다. 민주당 쪽에서는 김승수 최진호 진봉헌 조지훈이 벼르고 있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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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09.04 23:02

작은 영화관

나이 50이 넘은 중년들은 학창시절 단체로 영화를 관람하던 추억이 있다. 시골 학교에서 읍내 영화관까지는 보통 7∼8㎞, 10㎞가 넘는 곳도 있다. 이런 먼 길을 2열 종대로 줄지어 산과 들판을 가로질러 갔다. 오솔길과 마실길로 전교생이 꼬리를 물고 이어가는 모습은 장관이다. 영화 보러 가는 날은 소풍 날처럼 들떴다. 주연배우와 영화 스토리는 두고두고 이야깃 거리가 됐다. 눈물 샘을 자극했던 리칭 주연의 홍콩 영화 '스잔나', 장대한 스케일의 서부활극 '치삼' '석양의 깽들', '벤허' 등 명화들이 많았다. 단체 영화관람은 무료로 도시문화를 접할 흔치 않은 기회였다. 당시 김제엔 영화관이 두곳이나 됐지만 지금은 모두 문을 닫았다. 읍 단위 영화관 사정이 똑같다. 컬러 TV와 비디오 보급, 컴퓨터와 인터넷의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이게도 귀농 귀촌인 등 농촌 사람들이 가장 갈망하는 것은 문화시설 확대다. 전북에 살면서 가장 불만스러운 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경제낙후(34.6%)와 일자리부족(26.5%) 다음으로 문화복지시설 부족(17.4%)을 꼽았다. 30대 이상은 경제문제를, 20대는 문화를 우선시켰다. 새해 본지가 실시한 도민의식조사에 나타난 반응이다. 아무리 농촌 활력을 부르짖은들 문화 인프라가 형편 없다면 삶의 질은 곤두박질 치고 말 것이다.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시작된 '작은 영화관'이 요즘 각광받고 있다. 작은 영화관은 농촌지역도 도시처럼 개봉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가 지원해 만든 영화관이다. 영화관이 없는 김제 임실 무주 고창 완주 진안 순창 부안에 들어선다. 작은 영화관 전국 1호점인 김제 '지평선 시네마'가 내일(5일) 개관한다. 김제 검산동의 청소년극장을 리모델링해 34석과 65석 두개 상영관을 조성했다. 하루 5회씩 상영하며 관람료는 5000원이다. 김제시민이 전주까지 나가 영화를 관람하고 식사까지 한다면 대략 10만원이 드는데 이젠 2만원이면 족하게 됐다. 전북이 시작한 이 사업은 정부의 '문화융성을 위한 지역정책사업'에 뽑혔다. 앞으로 영화관이 없는 전국 109개 시군에 작은 영화관이 조성된다. 전북의 아이디어가 전국으로 뻗어나간 케이스다. 유진룡 문체부장관이 다양한 기획 상영전 개최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 만큼 작은 영화관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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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9.03 23:02

수경행권(守經行權)

시민단체 임원취임을 위해 인감증명을 떼러갔다. 신분증을 요구하기에 공무원증을 내밀었더니 안 된단다. 규정에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만 된다고 되어 있단다. 신분증은 본인임을 확인하기 위한 거 아니냐? 이 공무원증에 사진이 붙어있고 생년월일도 명기되어 있다. 이것으로 본인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더구나 이것은 부동산 매매 등 금전거래와 관련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러니까 그 규정을 왜 만들었냐?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사람에게 증명서 함부로 발부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만든 거 아니냐? 해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동어반복의 '규정타령'뿐!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강의 요청이 왔다. 번거롭다는 거 잘 알지만 학생들의 평생학습에 대한 열의를 생각하여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학기 들어 새삼 재직증명서 제출을 요구한다. 지난 학기에도 강의를 했고 학점까지 주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규정이 새로 바뀌었단다. 내 신원을 확인하고 강의 요청을 한 거 아니냐? 해보지만 역시 여기도 '규정타령'! 수경행권(守經行權)이란 말이 있다. 원칙을 지키되 상황에 맞게 대처한다(권도를 행한다)는 뜻이다. 미생지신(尾生之信)과 대비되는 말로, 옛날 미생이란 사람이 다리 밑에서 만나자는 약속(규정)을 큰물이 났는데도 융통성 없이 지키려 하다가 물에 빠져죽은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형수가 물에 빠져 떠내려가고 있는데 남녀유별의 예(규정) 때문에 손 내밀어 구하지 않는 것은 더 큰 예를 놓치는 일이다. 요즘 한창 유행인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좋은 의사'는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병원규정에 대항한다. 규정에 얽매인 '의료기술자'에 맞서 참된 의료인의 길을 추구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울분을 대신 달래주고 있는 것이다.규정(원칙)을 지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유념할 점은 그것의 목적, 그 정신과 철학을 함께 새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규정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추구하는 가치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의사에게는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원칙이듯 공무원들이 보다 소중하게 지켜나가야 할 원칙은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것. 서류가 좀 미비하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민원인들을 돌려세워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공무원이 공무원한테 공무원증 때문에 곤욕을 치러서 그런지 객설이 좀 길다!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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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02 23:02

채용신과 초상

사람은 곧 역사다.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은 그 자체로 역사가 된다. 인물을 통해 역사를 읽어내는 일은 기록이나 유산으로 역사를 읽어내는 일과는 또 다른 의미의 역사 읽기다. 인물을 통해 역사를 읽어낼 수 있는 방식은 여럿이다. 당대의 화가들에 의해 그려진 초상(肖像)을 통해 역사를 읽는 방법도 그중 하나인데, 이 경우 초상은 그림으로 역사 속 인물을 만나게 하거나 인물을 통해 역사를 읽게 하는 흥미로운 통로가 된다. 초상은 물론 사진이나 그림 등에 나타낸 사람의 얼굴이나 모습, 혹은 비춰지거나 생각되는 모습을 이른다. 전통적으로 화맥이 탄탄한 전북에는 초상화로 이름을 널리 알린 화가가 있다. 근대 한국화단의 마지막 초상화가로 꼽히는 채용신(蔡龍臣 1848-1941 )이다. 그는 전통 초상화 기법을 계승하면서도 전통과 서양화법을 조화시키고 근대 사진술을 반영해 '채석지 필법'이라는 독특한 화풍을 개척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맥은 당대에서 끊기고 말았다. 채용신은 전북출신이 아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무과에 급제한 그는 여러 관직을 거쳤으나, 말년에 세상이 어지러워지자 파직하고 전북에 내려와 살면서 이 지역 곳곳을 다니며 자신에게 의뢰하는 인물들의 모든 초상을 그렸다. 정읍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가 남긴 초상은 적지 않다. 대표작은 역시 고종 어진이지만 당대의 유학자와 우국지사들의 초상이 그의 필선에 담겨 후대에 남았다. 최근 흥미로운 해설을 보았다. 미술평론가 조은정교수의 분석이다. "채용신의 인물 초상은 당대 사람들의 삶을 반추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강조하는 조교수는 그의 초상에 나타난 인물들이 공통으로 소유한 사상이나 교유관계로 엮어져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실제 채용신이 다룬 인물 중에는 학문적 뿌리를 함께 하며 동시에 의병?항일 활동 등으로 얽힌 관계에 있는 인물들이 많다. 조교수가 '그의 초상화를 통해 근대지사들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 뿐더러 일제 강점기 치열했던 민족적 구국의 일념들을 엿볼 수 있다'고 분석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전북도립미술관이 채용신의 초상부터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화가들이 남긴 초상을 한곳에 모은 전시 〈역사 속에 살다-초상, 시대의 거울〉을 열고 있다. 인물 초상을 통해 당대의 삶과 역사를 읽을 수 있는 즐거움이 크다. 전국 각지에서 어렵게 수집했을 초상화의 면면을 보면 놓치기는 더욱 아쉬운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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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8.30 23:02

수입차

최근 수입차들이 대거 약진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시장 점유율 10%를 넘어서더니 올 상반기에 벌써 11.88%를 기록했다. 상반기에 판매된 수입차는 총 7만4487대다. 전년동기 대비 19.7% 증가한 것이다. 인기 수입차는 BMW, 폭스바겐, 벤츠, 아우디다. 이들 4대 메이커의 상반기 판매대수는 폭스바겐 1만 798대, BMW 1만 665대, 벤츠 6656대, 아우디 5328대 등 총 3만3447대에 달했다. 상반기에 판매된 전체 수입차의 45%다. 나머지가 토요타, 혼다, GM 등이다.수입차가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것은 그들의 치밀한 전략 때문이다. 국산 자동차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FTA 효과가 나타나면서 '국산차-수입차' 가격 경쟁력이 엇비슷해진 시장에서 외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가격을 크게 내린 2000cc급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 게다가 연비 효율이 매우 뛰어난 디젤엔진을 장착, 소비자 마음을 열고 있다. 예전 중대형차 위주의 수입차 시장 판도가 크게 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수입차의 주요 고객층도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장년층 뿐 만 아니라 30대 전후의 젊은 층으로 대폭 확산됐다. 수입차 구매층의 30% 정도가 30대 전후의 젊은 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산차와 엇비슷한 가격이라면 연비가 좋은 수입차를 구입하겠다는 압력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커진 탓이다. 그러나 수입차의 매력을 좇다 낭패를 보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한국소비자원이 14개 수입 자동차 업체를 대상으로 국내 판매 자동차 1만대 당 소비자피해 접수 건수를 비교한 결과, 크라이슬러코리아(14.7건), 아우디코리아(13.7건), 지엠(GM)코리아(13.5건) 등의 피해 접수가 많았다. 물론 판매대수가 많아진 탓도 있겠지만, 2008년 56건에 불과했던 수입차 피해 접수는 2009년 107건, 2011년 161건, 2012년 187건 등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리비도 많이 든다. 수리 수요가 많은 3개 부품(앞범퍼, 뒤범퍼, 사이드미러)에 대해 '판매가 대비 수리비'를 비교한 결과,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차량의 수리비는 판매가의 10.6%나 됐다. 2000cc급 수입차의 1회 엔진 오일 교체 비용은 최고 26만2350원이나 됐다. 어쨌든 국산차가 파업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수입차들의 국내시장 잠식이 심각하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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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8.29 23:02

돈 선거 유감

민주당은 기초선거에 대한 정당공천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지만 새누리당은 아직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입지자들이 안절부절 한다. 그간 도내서는 민주당 공천장이 바로 당선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공천 받기 위해 국회의원한테 있는 돈 없는 돈 다 써가며 충성맹세를 다했던 것. 지역정서로 묶여 있는 정치상황에서는 정당공천제가 구미를 당기게 한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형식만 공천이지 사천(私薦)이나 다를 바 없었다.지방선거 때는 국회의원이 왕 노릇을 톡톡히 한다. 국회의원이 공천 때 갖는 권한이 막강해서다. 하지만 공천이 그냥 대충해서 이뤄지는 법은 없다. 국회의원한테 충성을 다했거나 아니면 정치자금을 갖다 바쳤든지 뭔가 구체적인 액션이 있어야 가능했다. 본인들은 한사코 금전거래 같은 건 절대 없었다고 자물쇠를 채우지만 돈 없이는 지방의원 되기가 쉽지 않다. 돈 공천은 비단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었다. 국회의원 되는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그 충당 방법으로 쉽게 공천 장사를 했던 것. 물론 돈 안주고 공천 받아 국회의원 당선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특수한 케이스고 일반적으로는 돈 아니면 안되었다. 이게 한국정치가 넘어야 할 숙명의 벽인 것이다.보통 기초의원하려고 해도 억대 쓰는 건 일도 아니다. 도의원은 더하고 시장 군수 등 단체장에 출마하려면 선거 자금 빼고도 공천 받는 데만 수억 원씩 쓴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 돼있을 정도다. 정치권서 오가는 돈은 영수증 처리도 안 해준다. 본인이 쓰는 경비를 제외하고 먹이사슬처럼 얽혀 있는 정치권서 공천 받아 배지라도 달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이 될 수밖에 없다. 액수도 정치력과 평판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공천 받을 때 뭉칫돈이 오간다는 게 일반적인 사실이다. 5만원권 고액권이 나오면서 실제로 건네는 돈의 액수가 종전보다 크게 달라졌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그나마 재력이 있으면 실탄 만들기가 쉽지만 그렇지 않고 남의 힘 빌리다 보면 강완묵 전 임실군수 같은 케이스가 만들어 진다. 오늘도 불나비 마냥 감도 안 되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배지를 달려고 경제력도 없으면서 선거판을 잔뜩 흐려 놓고 있다. 지금 배지 달고 큰소리치는 지방의원 중에는 낙선하면 당장 은행 차압 들어올 사람도 있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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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08.28 23:02

지방 3.0

2009년 11월 서울지역의 시내버스 운행 프로그램(앱)을 한 고등학교 학생이 개발, 보급해 화제가 됐었다. 공개된 서울과 경기지역 버스 정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버스노선도와 운행시간, 실시간 운행정보가 담긴 서울 버스응용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이 앱(App)은 한달여만에 4만건 이상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할 정도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공공정보를 잘 활용하면 생활 서비스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비슷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각 경찰서의 범죄율 데이터를 가져다 범죄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알려주는 예보 서비스도 만들 수 있고, 정부의 공중위생업소 인·허가 정보를 활용하면 이발소를 창업하려는 이들을 위한 입지선정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또 어린이집 관련 정보 이를테면 아동·보육교사 수, 특별활동비, 급식현황, 위반 처분내용 등을 공개함으로써 학부모가 제대로 된 어린이집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정부 기관이나 자치단체의 공공정보를 손쉽게 활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자는 공공정보 개방운동이 '정부 3.0'이다. 정부 1.0이 관 주도의 일방형이라면 정부 2.0은 제한된 공개와 참여의 쌍방향이고, 정부 3.0은 개방과 공유·소통·협력을 통한 맞춤형을 의미한다. 정부 3.0은 새 정부 핵심 국정과제 중의 하나다. 맞춤형 서비스 제공, 일자리 창출, 창조경제와 관련돼 있다. 정부는 출연기관 등으로 공개범위를 확대하고 매년 1억 건 이상의 공공정보를 개방할 방침이다.자치단체들도 '지방 3.0'을 내걸고 경쟁적으로 공공정보 발굴에 나서고 있다. 지방 3.0은 정부 3.0을 실천하는 자치단체의 대응과제다. 정부 3.0의 모든 일이 현장인 지방에서 이뤄지는 만큼 현장에서 주민과 소통하면서 문제를 깨닫고 주민과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자치행정의 본류라 할 것이다. 그런데 전북도는 자체 발굴한 공공정보가 50여 건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1700여 건) 경북 경남 광주 대구 등은 활발하다. 자치단체의 참여도가 정부 3.0의 성패를 좌우하고, 주민 편리 및 행복과 직결되는 만큼 전북도와 시군이 공공정보 발굴에 소홀히 해선 안된다. 공공정보 공개는 시내버스 앱처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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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8.27 23:02

'동학혁명' 5·16 그리고 10월 유신

"기금은 전북도, 도 농협, 정읍군에서 각각 1백만 원씩 내놓기로 했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당시 국가재건회의 교통체신위원장이었던 박두선(朴 斗先)장군(정읍출신)이 박정희 의장에게 건의하여 1백만 원을 얻어와 총 4백만 원의 기금이 마련됐다. 그 때, 4백만 원이란 돈은 대단히 큰 돈이었다."황토현의 갑오동학혁명기념탑이 세워질 때 그 기금(성금이 아니라)이 어떻게 마련되었는가에 대한, 당시 중심에 서있었던 이치백 원로언론인의 증언이다. 이 회고록에 의하면 이 사업이 처음 제안된 것이 1963년 7월. 도 단위 기관장들도 참여한 한 술자리에서 당시 전북 지사였던 김인(金仁, 현역 육군준장)에게 건의하면서 시작된다. 김지사는 "너무도 시원하게" 동의하고 다음 날 농협도지부장, 정읍군수, 도 공보실장과의 자리까지 주선해 준다.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우선 갑오동학혁명기념탑을 세우기로 이야기를 모으고 건립추진위원회를 조직했다."위원장에 가람 이병기선생이 추대되고 기념노래(작사 신석정, 작곡 김성태)까지 마련되는 등 "건립사업은 순조로이 진행되어 마침내 이해 10월 3일, 황토현 현지에서 제막식을 가졌다." 박정희 국가재건회의 의장이 "임석한" 가운데.1963년이면 비상시국이다. 5.16군사 쿠데타 이후 2년, 아직 민정이양 직전의 가파른 정국! 이런 시국에 동학난으로 불리던 사건을 기념하자는 제안은 거의 목숨을 건 모험이다. 그리고 제안 3개월 만에 그 많은 기금을 모으고 기념노래가 만들어지며 기념탑이 세워진다! 과연 국가(재건회의) 차원의 비상조처가 수반되지 않고도 가능했을까? 동학농민혁명100주년기념사업은 준비모임 하는 데만 2년 이상이 걸렸는데. 그리고 10년 후인 1973년, 10월유신 1년 후에 우금치 동학혁명군위령탑이 세워진다. 마찬가지로 건립위원회는 조직되었다. 그 비문에 왈 "님들이 가신지 80년 5,16혁명이래의 신생조국이 새삼 동학농민군의 순국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면서 빛나는 10월유신의 한 돌을 보내게 된 만큼 우리 모두가 피어린 이 언덕에 잠든 그 님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이 탑을 세우노니서기 1973년 11월 11일 제자 대통령 박정희" 그중 '5.16혁명' '10월유신' '대통령 박정희' 부분은 망치질로 지워졌다. 역사는 기리는 것 자체가 아니라 누가 어떤 정신으로 기리느냐가 중요하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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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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