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이
교통안전공단이 조사해 발표하는 '교통문화지수'가 있다. 자동차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얼마나 잘 지키며 운전하는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국민 운전 성적표'다. 이 조사는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건수, 사망자수를 비롯해 △안전띠 착용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 △방향지시등 점등 △신호 준수 △운전 중 DMB시청 △보행자 신호준수, 어린이 노약자 사망자수 등이다. 운전자의 운전행태, 보행행태, 교통약자 보호 등 5개 역역 18개 항목을 평가한다. 교통문화지수 조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며, 결과는 교통 정책 개발 자료로 사용된다. 얼마 전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2012년도 우리나라 교통문화점수는 100점 만점에 75.20점으로 전년 대비 0.41점 올랐다. 164개 시·군 중 1위는 84.88점을 얻은 전남 고흥군, 꼴찌인 164위는 54.44점의 임실군이었다. 전북의 경우 군산이 80.18점으로 전국 21위에 올라 체면치레를 했을 뿐, 정읍 78.33(46), 전주 76.69(64), 순창 74.17(86), 남원 73.42(92), 장수 72.83(98), 익산 71.69(105), 고창 66.87(139), 김제 66.15(143), 진안 65.55(146), 부안 65.46(147), 완주 62.08157), 무주 60.65(158), 임실 54.44(164) 등 상당수가 민망스런 점수를 얻었다. 2012년 조사에서 1위를 한 고흥군은 2010년 조사 때 하위권인 130위였다. 주민들이 노력하면 교통문화 수준을 높이는 게 불가능한 도전은 아닌 것 같다. 올 들어 전북일보와 전북경찰청이 손잡고 '교통질서 UP, 교통사고 DOWN' 교통문화 향상 캠페인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린이와 노인 등 노약자를 보호하고, 음주운전, 안전띠 착용, 2륜차 안전모 착용 등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교통문화 수준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도로에 나가보면 전북의 교통문화지수 전선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안전띠 미착용, 신호위반, 마구잡이식 끼어들기 등 법규위반, 얌체운전이 판치고 있다. 많은 운전자들이 깜박이 등도 켜지 않고 차선을 넘나든다. 전북의 교통문화지수가 이 정도라도 유지하는 것은 난장판 도로에서 운전자들이 그나마 방어운전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