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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와 비보이 문화

브레이크댄스는 1970년대 초반, 뉴욕의 브롱크스(Bronx)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춤이다. 브롱크스는 한산한 거주 지역이었으나 2차 세계대전 이후 거주환경이 악화되면서 많은 백인들이 떠났다. 대신 소수민족, 특히 히스패닉계 흑인들이 대규모로 이주해오면서 구역을 두고 다툼을 벌이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자 흥미로운 일이 생겼다. 자신들이 즐기는 힙합을 출 때만은 서로 공격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이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힙합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상대방구역을 찾아가 다양한 기교와 기량을 뽐내며 춤추는 시위다.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남자아이들을 뜻하는 비보이(B-boy) 경연대회의 중심에 '배틀(Battle)'이 있게 된 배경이다. 힙합문화는 주류문화가 됐다. 한국의 힙합문화는 1990년대의 소산이다. 1세대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대중가수들의 춤과 음악이 통로다.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 힙합문화의 중심에는 비보이가 있다. 한국의 비보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경연대회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실력 있는 비보이들이 활동하는 나라라면 한국 독일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가 꼽히지만 한국은 그중에서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세계 5대 비보이 배틀을 석권한 덕분이다. 그들 정상의 비보이팀 중 '라스트 포 원'이 있다. '라스트 포 원'은 2002년 전주의 비보이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했다. 각종대회를 휩쓸면서 주목을 받았던 '라스트 포 원'은 서울로 근거지를 옮긴 2005년, 독일 '배틀 오브 더 이어(Battle of the Year)'에서 우승하면서 최고의 비보이가 됐다. '라스트 포 원'이 전주 출신 비보이들이라는 지역 연고가 알려지면서 전통문화의 상징적 도시 전주도 자유롭고 창의적인 젊은 문화도시란 새 옷을 입게 됐다. 전주시는 영화의 거리 입구에 '라스트 포 원' 광장을 조성하고 큰 규모의 비보이 대회를 만드는 관심으로 답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전주의 비보이 문화는 성장을 멈추었다. 지속적인 관심으로 그 가치를 빛내는 일에 등한했던 탓이니 비보이문화가 전주의 문화 아이콘으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다해도 섭섭해 할 일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비보이 전용극장은 딱 한 곳. 서울의 홍대 앞에 있는 '쿵'이다. 세계 최초의 비보이 전용극장이라고 한다. 한국 비보이의 고향을 자처하는 전주가 왜 먼저 나서지 못했는지 돌아보면 더 아쉽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5.31 23:02

뇌물일까

약 9년 전이다. 100만원이 든 돈봉투 사건이 2004년 추석절을 앞두고 터졌다. 그 해 9월10일 총리실 정부합동단속반이 농림부 김주수 차관 사무실을 덮쳤고, 현금 100만원과 골프공이 들어있는 박스를 확보했다. 김 차관은 나흘만인 14일 사표를 제출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수리했다. 당시 청와대 김종민 대변인은 이렇게 설명했다. "김 차관이 집무실에서 고교 선배로부터 현금 100만원과 골프공 한 박스를 건네받은 사실이 총리실 정부합동단속반에 의해 적발됐고, 추석을 앞두고 일부 고위공직자들의 금품수수 관행에 쐐기를 박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김 차관의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또 건네진 돈은 뇌물이 아니라 골프비용 명목이었고, 액수가 소액이지만 포괄적으로 업무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돼 사표 수리까지 이어졌다고 부연했다.김 차관에게 돈을 준 인물은 고교 선배였다. 후배는 농림부에 근무하고, 선배는 농업 관련 기업에 근무했다. 이 돈과 골프공이 뇌물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청와대는 아니라고 했고, 김 차관이 물러나고 끝났기 때문이다. 최근 전주지검의 한 검사가 책상 서랍에 5만 원짜리 현금 700여만 원을 보관하고 있다가 광주고검의 보안점검에서 적발됐고,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법무부에 해당검사의 중징계를 청구한 사실이 지난 27일 알려졌다. 지난해 2월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 전주지검으로 전보된 이 검사의 책상에서 발견된 현금 뭉치는 순천지역 기업의 상호가 적힌 봉투에 담겨 있었다. 범죄를 수사할 때 봉투에 적힌 상호는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매우 중요한 열쇠다. 하지만 해당 검사는 "수사 수당과 부모 등으로부터 받은 현금을 모아 놓은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감찰 결과, 검사는 순천지청 재직 당시 지인의 부탁으로 피고소인의 사건을 무단 조회하고, 수차례에 걸쳐 골프 접대를 받았다. 또 다른 지인의 부탁으로 구속 피고인을 검사실로 불러 접견하도록 했다. 봉투 속 현금뭉치의 진실은 뭘까.노무현 대통령은 100만원을 뇌물성으로 보고 농림부 차관을 엄벌백계로 다스렸다. 하지만 검찰의 조치를 보면 검사실에서 발견된 문제의 현금뭉치를 '수사수당과 부모 등으로부터 받은 현금'으로 인정해주는 듯하다. 스폰서검사, 벤츠여검사, 그랜저검사, 김학의 법무부 차관 낙마 등 부적절한 검사 사건이 계속되는 이유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5.30 23:02

야권 분열

최근 도내서도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돼 가고 있다. 상당수 민주당 지지자들이 안철수 쪽으로 움직이고 출마예상자들이 안 의원 쪽을 노크하고 있기 때문이다. 30~40대서는 거의 노골적으로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 대선 전에 형성됐던 안철수 신드롬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5.18 때 안 의원이 광주를 다녀간 이후 호남에서 지지세가 확산돼 가고 있다. 5.4 전당대회 때 도내 당원들이 김한길 의원을 대표로 만들었지만 주요 당직인선에서 도내 출신 의원들을 철저하게 배제시킨 게 잘못이었다.대선에서 패배한 도민들은 다른 지역보다 일찍 내년 지방선거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고창과 장수군은 군수가 3연임한 관계로 선거분위기가 조기 점화됐다. 민주당 텃밭이지만 참신한 인물이 안철수 신당 쪽으로 나오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 될 수 있다. 아직 창당도 안한 안철수 쪽의 지지도가 민주당 보다 두배 이상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친노가 2선으로 빠지고 비주류가 당권을 장악했지만 도민들은 더 이상 민주당에 기대를 걸 것이 없다는 생각들이다. 25년간 지역정서를 볼모로 잡고 정치를 쉽게 해온 민주당 사람들갖고서는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지역구 의원들이 지금 민주당 쪽으로 줄서 있어 조용해 보이지만 10월 재보선에서 안 의원쪽 후보가 당선되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과거 문국현의원의 사례를 들면서 제3당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지만 호남에서 만큼은 안 의원이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 호남 민심이 민주당을 떠났기에 내년 지방선거 때 안의원 쪽으로 출마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관료나 지역 명망가들이 안 의원 쪽의'정책네트워크 내일'출범에 관심을 쏟고 있다.노무현 정권 때처럼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탄생해서 152석을 휩쓴 것처럼 안 의원이 내년 지선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지도부가 의원 워크숍을 계획하는 등 집안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호남민심이 돌아서버려 안 쪽만 세력이 커졌다. 야권분열로 새누리당만 좋아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그간 민주당이 워낙 희망을 못줘 '형제의 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다 내년 지선 때 민주당 출신 현직들을 갈아치워야 한다는 여론이 세를 얻는 바람에 도내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예고 돼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5.29 23:02

허허벌판의 혁신도시

오는 8월 전북혁신도시에 이전할 지방행정연수원 임원 10여명이 현장을 둘러보고는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입주가 넉달 밖에 안 남았는데 벌건 황토 부지에 연수원 건물만 덩그러니 서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연수원은 상주 직원이 100여 명에 이르고 전국 각지의 공무원 12만명이 찾는 곳이다. 반면 기숙사 수용인원은 314명 밖에 안된다. 숙박·편의시설 등 정주여건이 제로라는 걸 보고받은 이경옥 안행부 차관이 얼마전 현장을 둘러보고 갔고 이번 주엔 김완주 지사가 현장을 찾는다. 11월엔 대한지적공사(LX)가 이전한다. 12개 공공기관 중 가장 먼저 기공식을 갖고 전북에 '애정'을 표시한 공기업이다. 유종근 지사 시절 전북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이성열 당시 사장의 배려가 컸다. LX이사들도 얼마전 혁신도시를 찾았지만 낙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고생한 것을 예로 들며 입주시기를 늦추자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김영호 사장은 "전북도민과의 약속"이라며 당초 계획대로 11월 입주를 지시했다. LX는 정부가 시행한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공기업인데 역시 '신사기업' 답다. 전북혁신도시는 전주 북서쪽·완주 이서면 일원 990만㎡(300만 평)에 수용인구 3만여명 규모로 조성중이다. 공정률은 93%다. 내년에는 농촌진흥청, 한국전기안전공사, 국민연금공단 등이 이전하고 2015년까지는 12개 기관이 모두 입주한다. 민간 분야 건물도 신축이 가능한데 현재 24건이 신청돼 있다. 문제는 정주 여건이다. 숙박·편의점·음식점·병원 등 민간분야는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확충될 테지만 우체국·소방 파출소·문화시설·체육시설 등 공공 지원시설은 사전 공급돼야 맞다. 그래야 불편이 없다. 미국 같은 선진국의 계획개발 지구는 공공시설과 심지어는 골프장 등의 편익시설이 먼저 확충된다. 주민 불편이 없도록 배려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파트 분양이나 기관이전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우리나라는 거꾸로다. 이제서야 우체국 부지를 매입한다는 둥, 소방파출소 신축 예산을 편성한다는 둥 법석이다. 사전에 할 일은 하지 않고 땅 팔아먹는 것만 신경 쓴 탓이다. 서둘러 입주하는 건 고맙지만 미흡한 인프라 때문에 전북의 이미지가 구겨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세종시처럼.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5.28 23:02

경기전의 '불편한 진실'

"문고장 정문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몇 개월째 붙어있는 경기전 동문의 안내표시. 고장이면 고처야지 왜 이렇게 방치하지?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아니 원래부터 전혀 고장이 아니다. 관리의 편의를 위해 고장을 빙자하고 있을 뿐이다.사연은 이렇다. 경기전 입장을 유료화하면서 정문에서만 출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동문과 서문은 출구로서의 역할만 한다. 그래서 안에서는 열 수 있지만 밖에서는 열 수 없는 문을 달았다. 그 안쪽에는 잠그면 안에서도 열 수 없는 문이 또 하나 설치되어 있다. 이 문이 입장 마감시간이 되면 고장이 난다. 관리인이 제 때에 퇴근을 하기 위해 관람객이 빠져나가기도 전인데 고장을 핑계로 잠가버리는 것이다. 한 사람의 편리를 위해 많은 사람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 지금 경기전에 가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인천시 남구의 교육장을 비롯한 장학사(관)들이 워크숍을 겸하여 학생들 수학여행코스를 개발하겠다고 전주한옥마을을 답사하며 안내를 부탁해왔다. 전통문화관에서 시작하여 경기전과 전동성당에서 끝맺으려 했는데 동절기 입장마감시간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6시까지인 줄 알고 5시 조금 넘어 도착한 것이다. 교육장이 공무원증까지 내보이며 사정을 해봤지만 요지부동. 수학여행코스 개발을 위해 전주 출신 장학사 한 분이 진전만 보고 나오겠다며 통사정을 해도 쇠귀에 경 읽기! 시간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잘못을 벌충하겠다고 알량한 옛날 직책까지 내세우며 거들어 보았지만 '그런 분이면 원칙을 더 잘 지켜야지요!' 핀잔만 듣고 말았다. 수경행권(守經行權 원칙을 지키되 상황을 고려하여 수시처변한다!)을 전주의 정신이라 내세우며 방금 전까지 자랑을 해왔는데, 그 반대의 실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말았다. 역사적 의미나 상징보다는 관리의 편의성만 쫓게 되지 않을까, 유료화를 반대하던 사람들의 염려가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러고 보니 유료화하면서 보완하겠다던 다양한 콘텐츠는 아직까지도 확인할 수가 없다. 관람 분위기 조성도 안내관람의 시간대가 너무 뜸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입장객 관리를 위해 동입서출(東入西出)의 원칙만 깨지고 정작 의도했던 많은 것들은 아직도 모색중인가 보다. 효율성,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경기전이 지니는 위엄에 걸맞은 관리가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3.05.27 23:02

판소리 대중화

2003년 쯤 이었던 것 같다. 매주 토요일 오후, 전주 덕진공원에서는 소리판이 열렸다. 돗자리 한 장, 북과 북채가 전부인 이 즉석 소리판의 시작은 소박했지만 그 끝은 언제나 화려했다. 공원에 나들이 왔던 관객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면 절로 객석이 만들어지고, 금세 신명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이 공연이 언제까지 계속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고정 관객들까지 생겼을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변변한 홍보물 하나 없이도 소리꾼과 관중이 자연스럽게 만나 흥을 나누는 즉석 소리판을 만든 사람은 김연 명창이었다. 판소리 공연이 활발해졌다고는 하지만 덕진공원 '즉석 소리판'처럼 소리꾼과 청중이 우연히 만나 신명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더구나 명창의 반열에 오른 소리꾼이라면 공연 여건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공간에서 소리로 청중들을 불러들이는 일에 나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일. 그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터다. 그즈음 전주에는 매주 정기적으로 판소리 공연이 열리는 공간이 있었다. 지금은 전주전통문화관으로 이름을 바꾼 전통문화센터가 여러 해 동안 운영했던 '해설 있는 판소리'다. 이 판소리 감상회 대부분도 객석이 차고 넘쳤다. 어느 때인가는 '해설 있는 판소리'가 '영문 자막이 있는 판소리 시연회 및 공개 토론회'로 바뀌어 열렸는데, 그때도 경업당 30여 평 객석은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찼다. 온몸으로 이뤄내는 '소리예술' 판소리가 대중들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사실 모든 장르의 문화가 혼재된 문화충돌의 시대에서 우리 음악의 자리 잡기는 그만큼 치열한 과정을 요구한다. 판소리 역시 대중화를 위한 '실천'이 치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 지난 주말부터 전주한옥마을 소리문화관에서는 마당창극 '천하맹인 눈을 뜬다'상설공연이 시작됐다. 관광객을 위한 상품답게 객석은 차고 넘쳤다. 그쯤 되면 판소리 대중화의 몫도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의 판소리 대중화 작업이 지나치게 외형적은 아닌가 싶다. 전통 판소리 공연을 외면한 채 화려한 엔터테인먼트의 힘에만 의존한 대중화는 그 본류를 빗겨가기 십상이다. '해설 있는 판소리'와 같은 상설 공연의 맥조차 지키지 못하는 오늘의 환경에서는 그 우려가 더 깊어진다. 그래서다. 전주가 언제까지, 무엇으로 판소리의 고장일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것은.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5.24 23:02

깜박이

교통안전공단이 조사해 발표하는 '교통문화지수'가 있다. 자동차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얼마나 잘 지키며 운전하는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국민 운전 성적표'다. 이 조사는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건수, 사망자수를 비롯해 △안전띠 착용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 △방향지시등 점등 △신호 준수 △운전 중 DMB시청 △보행자 신호준수, 어린이 노약자 사망자수 등이다. 운전자의 운전행태, 보행행태, 교통약자 보호 등 5개 역역 18개 항목을 평가한다. 교통문화지수 조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며, 결과는 교통 정책 개발 자료로 사용된다. 얼마 전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2012년도 우리나라 교통문화점수는 100점 만점에 75.20점으로 전년 대비 0.41점 올랐다. 164개 시·군 중 1위는 84.88점을 얻은 전남 고흥군, 꼴찌인 164위는 54.44점의 임실군이었다. 전북의 경우 군산이 80.18점으로 전국 21위에 올라 체면치레를 했을 뿐, 정읍 78.33(46), 전주 76.69(64), 순창 74.17(86), 남원 73.42(92), 장수 72.83(98), 익산 71.69(105), 고창 66.87(139), 김제 66.15(143), 진안 65.55(146), 부안 65.46(147), 완주 62.08157), 무주 60.65(158), 임실 54.44(164) 등 상당수가 민망스런 점수를 얻었다. 2012년 조사에서 1위를 한 고흥군은 2010년 조사 때 하위권인 130위였다. 주민들이 노력하면 교통문화 수준을 높이는 게 불가능한 도전은 아닌 것 같다. 올 들어 전북일보와 전북경찰청이 손잡고 '교통질서 UP, 교통사고 DOWN' 교통문화 향상 캠페인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린이와 노인 등 노약자를 보호하고, 음주운전, 안전띠 착용, 2륜차 안전모 착용 등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교통문화 수준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도로에 나가보면 전북의 교통문화지수 전선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안전띠 미착용, 신호위반, 마구잡이식 끼어들기 등 법규위반, 얌체운전이 판치고 있다. 많은 운전자들이 깜박이 등도 켜지 않고 차선을 넘나든다. 전북의 교통문화지수가 이 정도라도 유지하는 것은 난장판 도로에서 운전자들이 그나마 방어운전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5.23 23:02

민주당 지지 하락

도내 출신 국회의원들이 밥값을 제대로 못한다는 여론이 지역서 팽배하다. 의원수가 11명 밖에 되지 않아 숫적으로 열세를 면치 못한데다 7명의 초선들이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3선인 최규성·김춘진의원과 재선인 이춘석·유성엽의원이 나름대로 분발하고 있지만 중앙정치권서 영향력이 별반 크지 않다는 것이다. 중진들의 역할이 부진하면서 19대들어 전반적으로 전북정치권이 약화됐다. 민주당 당직 인선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 것만 봐도 그렇다. 선거 때 당선만 시켜주면 마치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의욕을 과시했던 의원들이 자신들의 앞가림도 못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을 상대로 한 내년도 국가 예산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청와대에는 채널이 없어 광주 출신인 이정현 정무수석에 의지하고 그나마 정부쪽은 김관진 국방부장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있지만 코드가 맞질 않아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이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앞뒤가 꽉 막혀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전북의 현안을 속시원하게 대변해 주는 것도 아니어서 도민들은 안철수 신당에 희망을 걸고 있다.문제는 민주당이 너무 무력증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지역서 핫 이슈가 돼 있는 전주 완주 통합에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최규성의원은 주민들의 자율적 의사에 맡긴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최 의원이 소극적 태도를 취함에 따라 도·군의원등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공천을 받지 못할까봐 통합을 반대한다. 결국 민주당이 반대하는 것으로 비춰져 도민들로부터 불신을 사고 있다. 지역문제에 등한시 해온 최의원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의원에 대한 실망은 이미 김제공항 건설을 반대할 때부터 생겼다.김제공항건설은 도민들의 여망이었다. 하지만 일부 지역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최의원이 부지까지 매입한 김제공항건설을 무산시켰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도민들의 숙원사업을 무산시킨 책임은 두고 두고 캐물어야 한다. 전주 완주 통합도 최 의원만 앞장서서 찬성하면 굳이 찬반 투표까지 갈 필요가 없다. 국고 낭비를 막으면서 축제 분위기속에 통합을 일궈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아직 신당을 창당하지 않은 안철수 신당에 도민들이 더 많은 지지를 보내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5.22 23:02

부부의 날 단상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한다는 말이 있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민음사)는 책도 있고 '결혼은 안 미친 짓이다'(북인)라는 책도 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어쨌든 결혼하라. 만일 휼륭한 아내를 얻으면 그대는 행복해질 것이고, 나쁜 아내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것이다."고 했다. 혹 나쁜 배우자를 얻는다 할지라도 지혜와 성숙을 얻을 테니까 밑질 게 없다는 것이다. 크산티페라는 악처를 둔 그가 결혼을 후하게 평가한 게 흥미롭다. 그 자신이 행복보다는 지혜를 얻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혼하면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사랑하고 존경하며 살겠노라고 다짐하지만 부부의 연을 맺고 살다 보면 신혼의 감정은 어느덧 사라지고 만다. 남편은 망부석 같은 부인, 아내는 영원한 신혼시절의 남편이길 바라지만 이건 그야말로 꿈이다. 행상 나간 남편이 밤길에 해를 입지 않을까 기다리다 망부석이 될 여인은 없다. 아내만을 사랑하며 신혼시절처럼 사는 남편도 없다. 돈과 자녀, 직장, 사업 어느 것 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다. 그래서 '인생은 영원한 고(苦)'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여가학자인 김정운 교수는 "연봉 2만달러 미만인 사람보다 9만달러 이상인 사람이 두배 이상 행복하지만, 5만달러 정도인 사람과 9만달러 정도인 사람 사이엔 행복의 차이가 없다."고 했다(그의 책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돈이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만 많이 벌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즐기며 재미있게 살라는 뜻이겠다. 오늘(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이 들어 있다.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되새기자는 의미다. 2007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그런데 혼인 건수는 해마다 줄고, 이혼 건수는 증가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월 혼인 건수는 2만88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 감소했다. 반면 이혼 건수는 9400건으로 4.4% 증가했다. 결혼을 하고 싶어도 결혼 할 수 없는 사회적 요인, 걸핏하면 이혼으로 이어지는 환경적 요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부부의 날 기념도 좋지만 부부의 연을 이어주고 부부관계를 훼손시키지 않을 대책도 중요하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5.21 23:02

빈대잡기 소동

요즘 소리문화전당 연주회에 가면 희한한 풍광이 눈길을 끈다. 하얀 남방 차림의 젊은이들이 공연 내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관람을 방해한다. 빈대를 잡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빈대들이 부척 늘었다. 그래서 빈대잡이들도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사내들로 바뀌었나 보다. 그 움직임은 공연분위기가 고조되면 될수록 분주해진다. 감동의 장면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담고 싶어 여기저기서 휴대폰을 들이대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이면 더욱 가관이다. 앵콜연주 때는 말 그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 무색할 정도다.덕분에 관객들은 정신이 없다. 무대에 집중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 사방에서 하얀 남방의 사내들이 무슨 비상사태라도 벌어진 양 뛰어다니는데 어떻게 오롯할 수 있단 말인가? 무대의 연주자가 혹시 이 모습에 짜증이라도 내지 않을까, 아니면 관객 중에 성질 좀 급한 이가 일어나 소리라도 지르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집중감상을 방해한다. 공연이 우선인지 빈대잡기가 더 중요한 건지 도대체 모를 일이다. 꼭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다.사전에 약속하지 않고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찍어대는 것은 물론 안 될 일이다. 공연 분위기도 해칠 수 있고 이웃 관객들에게도 분명 방해가 된다. 그러나 이처럼 뛰어다니는 소동에 비하겠는가? 초상권이나 저작권 운운할 수도 있겠지만 휴대폰으로 찍은 것으로 무엇을 어쩌겠는가! 오히려 SNS를 통해 연주자와 공연 자체를 널리 알리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외국영화들이 한국에서 첫 상영을 하려 하는 까닭을 눈여겨보라! 한국의 열성팬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홍보를 대신해준다지 않던가?)사진을 찍지 말라는 것은 사전 홍보로 족할 일이다. 관람객을 범죄자 취급하며 통로에 서서 지켜보고 있는 것도 예의가 아니며 더구나 공연 자체를 방해하면서까지 단속을 해대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태다. 관객들도 예를 갖추어야 한다. 늦어도 십여분 전에는 자리에 앉아 감상할 준비를 해야 하며(늦게 와서 하얀 남방의 안내를 받으며 우왕좌왕 자리를 찾는 법석은 또 얼마나 공연분위기를 망치는가?) 임으로 사진기를 들이대서도 안 된다. 그래도 이런 식의 단속은 아니다. 공연이 최우선이다. 저작권이고 초상권 문제도 그 뒤의 일이다. 값비싼 입장료를 감내하는 것은 최상의 공연을 즐기기 위해서다. 빈대잡기 소동이 없는 성숙한 공연문화의 정착, 진정 시급한 일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3.05.20 23:02

아름다운 순례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리서 〈택리지(擇里志)〉 저자는 조선 영조시대 실학자 이중환이다. 〈택리지〉는 저자가 이 나라 산하를 직접 걸어 돌아다니며 쓴 생생한 현장기록이다. 그는 젊은 시절, 사화(士禍)에 연루돼 유배당했지만, 고난의 시기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택리지〉는 그가 20년 동안 방랑생활을 하면서 온 국토를 뒤지고 다녔던 결실이다. 택리지는 새로운 지리지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동국여지승람〉처럼 군현별 백과사전식 지지에 우리나라를 총체적으로 다룬 팔도총론을 넘어 도별지지마다 주제별로 다룬 인문 지리적 관점의 지식을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택리지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난의 시대에서 사대부가 살만한 곳'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목표는 택리지의 본론인 '복거총론'에서 전개된다. 이른바 살만한 곳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서술한 부분이다. '복거총론'에서는 가거지(可居地)의 네 가지 조건이 제시되어 있는데'지리가 좋아야 하고, 생리가 있어야하며, 인심이 좋아야하고, 아름다운 산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라북도에는 종교인들과 자치단체가 뜻을 모아 일군 '아름다운 순례길'이 있다. '순례길'은 세계의 도보여행자들의 꿈의 코스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널리 알려진 덕분에 그리 낯설지 않다. 전북의 '아름다운 순례길'은 전주와 완주 익산 김제를 잇는 9개 코스로 연결되어 있다. 물론 어느 특정한 종교 성지만을 잇는 길이 아니다. 이 길들은 전라북도의 유교와 불교 원불교 개신교 천주교가 함께 마음을 열고 만들어낸 길이다. 전체 코스 길이는 240km. 그러나 지금도 코스마다 가장 적합한 길을 잇기 위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연결하는 작업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더러는 짧아지거나 길어질 수 있다. 주목을 끄는 것은 코스마다 우리의 삶을 새롭게 눈뜨게 하는 다양한 길의 모습이다. 가파른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함께 안고 있는 험한 산길, 눈부신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을 안아 흐르는 강둑 길, 자분자분 친구와 이야기 하듯 속살거리는 숲속 오솔길, 온몸으로 땡볕을 안고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가야하는 둑길까지. 돌아보면 우리 인생과 꼭 닮아 있다. '순례'는 종교성지를 여행하는 일이지만 전북의 아름다운 순례길은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길을 걷다가 마주치게 되는 작은 마을마다의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이다. 전북의 아름다운 순례길의 가치가 더 빛나보이는 것도 이 덕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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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5.17 23:02

결정적 순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작가다. 2004년 96세의 일기로 영면했을 때 세계 언론이 일제히 그의 소식을 전할 만큼 대단했 다. 그는 22세부터 아프리카와 스페인, 지중해 연안, 멕시코,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었다. 브레송은 '일상적인 리얼리티'를 작품에 잘 담아낸 작가로, 그는 1952년 사진집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을 통해 사람들에게 더욱 각인됐다. 1947년 출판한 '브레송 사진집' 이후 1974년 발표한 '러시아에 대하여'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들은 항상 주목을 받았다. 그는 또 1947년 헝가리 출신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를 비롯해 데이비드 시모어, 조지 로저 등과 함께 전 세계 사진 공급업체 '매그넘 포토즈'를 설립해 운영하기도 했다. '결정적 순간'은 일상의 특정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 작품화한 브레송의 사진 세계를 지칭한다. 이 말은 1952년 출판한 그의 사진집 '결정적 순간' 서문에 인용된 카르디날 드 레츠 추기경의 명구 '이 세상에 결정적 순간이 아닌 순간은 없다'에서 왔다. '결정적 순간' 서문은 브레송이 자신의 사진에 대한 생각과 '결정적 순간'의 미학에 대해 언급한 유일한 글이다. 브레송은 서문에서 사진 작품의 형식과 구성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진이 그 주제를 가장 밀도있게 전달하려면 형식의 관계도 엄격하게 수립돼야 하고, 구성이 훌륭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정적 순간'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진에는 새로운 종류의 조형성이 있는데 그것은 촬영 대상의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지는 순간적인 윤곽의 생성이다. 우리는 움직임의 조화 속에서 작업한다. 그러나 하나의 움직임 속에는 그 동작의 과정에서 각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는 한 순간이 있다. 사진은 바로 이 평형의 순간을 포착해 고정시키는 것이다"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대상, 그 일상적 움직임 가운데 생성된 질서와 균형, 평형의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한 작가야말로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진실이 담긴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대중은 끈질기게 기다리며 포착한 '결정적 순간'을 작품으로 자랑스럽게 내놓는 작가를 존중하고, 또 그의 작품을 사랑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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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5.16 23:02

왜 안철수

박근혜 정권 출범한지가 80일이 지났지만 전반적인 경제 상황 악화로 국민에게 큰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97년에는 우리나라만 환난에 처해 IMF 등으로부터 긴급 구제금융을 받아 문제를 해결했으나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미국 EU 등 세계 각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우리 경제가 쉽게 나아지질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속에서 박 대통령이 선택할 카드 폭이 제한돼 있다. 가장 힘 있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할 시기임에도 북핵문제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민주당도 5·4 전당대회를 통해 비주류였던 김한길 의원을 대표로 선출했지만 김 대표가 친노를 껴안는 당직 인선을 해버려 실망감을 안겼다. 대선과 재·보선에서 잇따라 패배한 민주당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야당으로서 거대 정부 여당을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부딪쳐 있다. 민주당의 모태나 다름 없는 호남에서 조차 난기류가 형성돼 있다. 호남을 소외시킨 민주당에 더 이상 믿음을 가질 수 없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은 지난 9일 통신사 뉴스1이 전북 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응답자 45.5%가 지지의사를 밝혔고 민주당은 32.3%만 지지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생겨난 안철수 신드롬이 대선을 거치면서 사그러 들지 않고 계속해서 힘 받고 있다. 특히 지난 4·24 재보궐 선거 때 노원병에서 안의원이 당선돼 국회로 입성하면서 더 많은 관심이 생겼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새누리와 민주당이 안철수 신드롬을 받쳐 주고 있기 때문이다. 양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정치를 했으면 이 같은 현상은 사라졌을 것이다.하지만 새누리도 그렇고 민주당은 더 희망을 못줘 도민들은 민주당보다 안철수 신당을 더 지지하고 있다. 안철수 신당은 10월 재보선서 자신들이 내세운 후보가 줄줄히 당선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것이다. 지금 도내서 민주당 보다 안철수 신당쪽을 노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만큼 안철수 신당쪽에 도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3선 출마를 할 경우 꼭 민주당만을 전제로 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는 시장 군수들도 민주당이냐 안철수 신당이냐를 저울질하며 양다리 걸치고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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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05.15 23:02

날아간 일자리 1000개

일자리 창출은 국가는 물론이고 자치단체의 최대 숙제다. 국가 지도자나 도지사, 시장 군수들이 기업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뛰고 있다. 일자리 때문이다. 아예 자치단체 조직에 일자리 창출 기구를 두는 곳도 많다. 전북도청 같은 경우는 부이사관급이 장(長)인 국(局)을 '민생일자리본부'로 개편하고 그 밑에 일자리정책관(서기관)과 일자리기획 담당(사무관)을 두고 있다. 일자리 만들기에 전념하겠다는 뜻이겠다.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들어 내는 곳은 단연 기업이다. 1000명 정도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지역사회가 혹 하지 않을 수 없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업 하고 싶다'는 젊은이들이 어디 한둘인가. 상용차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그런 곳이다. 그런데 안타깝다. 주간 1교대제인 트럭과 엔진라인을 2교대제로 바꾸면 1000여 명,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수천 명의 일자리가 생기는 데도 그러질 못하고 있다. 트럭·엔진은 라인 1셋트만 가동될뿐 일부 라인은 쉰다. 주문량은 5∼6개월씩 밀려 있는 데도 말이다. 노조반대로 근무형태를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노동조건이 열악해지고 특근수당도 줄기 때문에 반대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실제로는 9월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몇몇 노조계파가 강성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회사요구를 수용하면 어용으로 비칠 수 있어 패권장악의 저해요소로 보는 듯하다. 노-노갈등으로 비치자 대승적 결단을 요구하며 관심을 보인 자치단체들도 이젠 침묵하고 있다. 현대차전주공장은 국내 수요의 70%, 해외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글로벌기업이다. 근로자 3000명 중 연봉 1억 이상이 30%에 이르고 초임이 4000만 원 수준이다. 노조도 이젠 글로벌기업에 걸맞는 사고를 가져야 한다. 회사측과 대립해야만 강한 건 아니다. 사안에 따라 유연한 노조가 실은 강한 노조다. 현대차전주공장이 1994년 1월 기공식을 갖고 가동되기까지는 지역사회의 도움이 컸다. 인허가를 단 사흘만에 내주었고 20만평에 이르는 부지매각에도 주민들이 협조했다. 노조가 지역사회의 이런 공로를 나몰라라 해선 안된다. 울산·아산공장은 이러질 않는데 왜 유독 전주공장만 '배부른 투정'을 하는지 지역사회의 실망이 크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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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5.14 23:02

지울 수 없는 노래

박대통령 올해에도 518기념식 불참. 2013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며 불참했던 박대통령이 올해에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 내년쯤 이런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국가보훈처가 공식 기념곡을 만들기로 한 것이 발단이다. 당연 518의 흔적을 지우려는 시도라는 반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어제오늘이 아니다. 2010년에는 난데없이 '방아타령'이 연주되기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분명 있다. 419도 부마항쟁도 610 시민항쟁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세력이 이 21세기에도 엄존한다. 친일에 친미, 군사독재의 음덕으로 살아온 사람들. 그들 중에는 이 노래가 '김일성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매도하는 이까지 있다.'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황석영이 다듬은 백기완 시에 김종률이 곡을 부쳐 탄생한 '부끄러워 만든' 추모의 노래다. 518항쟁에도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그 때 산화한 윤상원과 들불야학의 박기순, 두 사람의 망월동 영혼결혼식에도 참여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창작노래극을 통해서라도 두 사람의 영혼을 기리자 하여 만든 '넋풀이' 속죄의 노래다.그 이후 이 노래는 노동, 농민, 여성운동 등 모든 민주주의 운동 현장에서 불리는 국민 아리랑이 되었다. 살아가야 하는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노래'가 된 것이다. '눈물로 쓴 편지'만 지울 수 없는 게 아니다. 피눈물로 만든 노래 또한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기억하지 못하면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 된다. 기억하기에 노래만한 것도 없다. 라틴아메리카의 뉴에바 칸시온 노래운동에서 확인할 수 있듯 기타가 총이라면 노래는 바로 그 총알이다. 민주민중운동을 꺼리는 세력에게 이 총알 노래는 분명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래서 더욱 빼앗길 수 없다. 국가보훈처는 본연의 임무에나 충실해라! 괜한 이념논쟁으로 불란 일으키는 것은 국정지표인 국민대통합의 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속죄의 노래라도 부를 수 있어야 대통합의 대열에도 낄 수 있는 것 아닌가? 지금이라도 역사를 거스르려는 작란(作亂)의 장난, 제발 멈추기 바란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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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민
  • 2013.05.13 23:02

도시재생의 진실 혹은 오해

박근혜 정부의 정책 중 '도시재생'이 큰 몫으로 부상해있다. 반가운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도시재생은 오래된 도시들의 한결같은 과제이기도 하지만, 낡은 것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 살려내는 좋은 계기가 된다. 그런데 며칠 전 도시를 연구하는 가천대 정석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기대가 우려로 바뀌었다. 재생은 '다시 되살린다'는 의미이고 '도시재생'은 '도시개발'의 상대적 개념으로 나온 것이지만 재개발도 도시재생의 형식이어서 우리가 생각하는 '재생'의 가치가 무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의 영역은 그 스펙트럼이 넓다. 사실 '도시재생 정책'은 이 정부에 들어서 등장한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도 '도시재생' 정책이 부상했다. 당시, 재개발을 내세운 '도시재생' 정책은 부산이 진원지다. 뉴타운 공약을 내세워 국회의원에 당선된 '뉴타운돌이'들이 사업 추진이 막히자 온몸으로 위기를 느낀 나머지 2011년부터 국토해양부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명 '커뮤니티 뉴딜'이다. 뉴타운 사업은 물 건너갔으니 마을만들기사업을 뉴딜사업처럼 하자는 취지였다. 이 사업을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까지 추진됐다. 특별회계를 만들어 쓰기 위한 목적이었다. 특별법 제정은 무산됐지만 이명박 정부 후기에 도시재생이 큰 이슈로 등장했던 배경이다. 물론 이들이 추진했던 재생의 바탕은 '재개발'이었다. 도시재생에 대한 기대가 우려로 바뀐 것은 이 때문이다. 더구나 도시재생 정책을 추진하는 주체의 틀은 이전 정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 재생의 방향이 '마을만들기' 같은 재생의 건강한 방식에 둘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낡은 것의 가치를 되살리는 재생이 아닌 재개발을 통한 도시재생은 무분별한 난개발의 또 다른 실행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뉴타운이나 재개발 건축 사업들은 프로젝트를 크게 만들어 큰 규모의 건설회사들이 독식하게 된다.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만들지 않으니 중소규모의 건설회사나 설계사무소를 비롯한 관련 업종의 작은 업체들이 일감을 맡을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든다. 불균형한 구조의 악순환이 지속되면 경제민주화의 실현 또한 멀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박근혜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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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5.10 23:02

편백나무

편백(hinoki cypress)은 노송나무, 회목(檜木)이라고도 부르는 상록비늘잎교목이다. 히노끼라는 일본식 이름에서 풍겨지듯 원산지는 일본이며, 우리나라에는 1927년 무렵에 들어왔다. 당시 일본에서 함께 들어온 것으로 알려지는 화백나무(chamaecyparis pisifera)와 상당히 비슷하다. 키가 40∼50m, 밑둥지름이 2m까지 자란다. 편백은 잎 끝이 뭉퉁하지만 화백은 뾰족하다. 편백은 마른 땅에서, 화백은 습한 땅에서 잘 자라며 편백은 잎 아래쪽 흰색무늬가 Y자형이지만 화백은 X자형이다. 그러나 편백과 화백의 가치는 '피톤치드' 때문에 결정적으로 엇갈린다. 모든 나무는 생존을 위해 피톤치드를 발산한다. 활엽수보다는 침엽수가 많고, 그 중에서 편백의 피톤치드 발산 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0을 기준으로 할 때 측백나무 소나무 향나무가 1.3, 전나무 2.1, 화백나무 삼나무 3.3, 구상나무 4.8인 반면 편백나무는 5.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해충이나 병원균, 곰팡이균 등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뿜는 일종의 방어 독소이다. 그러나 피톤치드 향이 좋은데다, 사람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도 뛰어난 효능을 발휘한다고 알려지면서 참살이 시대들어 편백은 '나무의 왕'처럼 대접받는다. 편백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흠뻑 흡수하려는 사람들의 건강욕구는 편백숲 삼림욕 러시로 이어지고 있다. 피톤치드가 왕성하게 뿜어져 나오는 시간은 낮 12시에서 오후 4시 사이라고 한다.또 살균과 탈취, 혈액순환, 면역력 증대, 항산화작용, 신진대사 촉진 등을 내세운 편백 가구 제작, 편백 실내 장식도 확산돼 있다. 피톤치드가 집먼지와 진드기를 퇴출하고, 항스트레스와 뇌파 안정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편백나무에서 정유성분을 추출, 피톤치드가 함유된 향장품(향료가 들어있는 화장품)을 생산하는 등 다양한 상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향장품 시장은 무려 6조 3000억 원 규모에 달하고, 최근 연간 13%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편백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너무 과한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편백 가구 제품은 일반 나무제품에 비해 가격이 크게 비싸다. 건강에 좋다고 소문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내에 장식된 편백나무가 얼마나 오랫동안 피톤치드를 왕성하게 발산할 수 있을까. 가격 대비 효과를 따져볼 일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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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5.09 23:02

홀대받은 전북정치권

민주당서도 전북이 찬밥이다. 최고위원 진입을 기대했던 유성엽 의원이 실패한 탓이 크다. 9개월만에 복당한 유 의원이 최고위원 진입에는 실패했으나 그 나름대로 의미는 있었다. 도내 3선 출신인 최규성·김춘진 의원이 깃발을 못 세우는 판에 재선인 유 의원이 선배들을 제치고 나선 것 부터가 정치적 약진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이번 기회를 통해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유의원은 1차 컷 오프 때가 더 걱정이었다. 다행히 김원기 전 의장의 도움 등으로 1차 관문은 통과했지만 전국적인 인지도 결여로 여론조사에서 7.81% 밖에 얻지 못해 최고위원에 진입하지 못했다. 대의원과 당원에서 14.51%,14.61% 밖에 얻지 못한 건 유 의원이 너무 친노를 강하게 공략한데다 차기 지사 선거 출마와 맞물리면서 도내 표를 제대로 얻지 못한 탓이 크다. 선거사무소 개소식 때부터 거물 정치인 보다는 한물간 정치인들이 에워싼 것도 패인이다.여기에 더 큰 것은 광주 전남 사람들의 외면이다. 전북 사람들은 그간 호남의 울타리 안에서 때로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광주 전남 출신들을 밀었다. 이번 선거에서 전남 사람들은 유 의원을 기대 만큼 밀지 않았다. 집안 단속이 잘안 된 것도 문제였다. 이춘석 의원을 중심으로 도내 의원들이 똘똘 뭉쳐 유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만들자고 해놓고서 딴짓을 해버린 것. 이래서 전북의원들이 의리가 없어 중앙정치권에서 홀대 받는다.유 의원은 최고위원 진입에 실패했으나 중앙정치권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민주당을 이대로 놔둬선 안된다는 그의 개혁 의지 만큼은 분명했다. 지금 도민들은 김한길 대표 체제에 반신반의 한다. 그간 선거에서 연전연패한 민주당을 그가 이끈 지도부가 구해 낼 수 있을지를 놓고서다. 그래서 양 다리 걸친 사람들이 많다. 무소속 안철수의원이 신당을 만들면 그 쪽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이 많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저울질 한다. 안 의원이 연구소를 만든 후 호남권 여론이 대선 때 처럼 받쳐주면 국회의원들도 안 의원 쪽으로 줄설 수 밖에 없다.겉으론 정치권이 조용해 보이지만 수면 아래서는 요동친다. 전주 완주가 통합되면 도내 정치권에서 빅뱅이 일어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단일대오로 가느냐 아니면 안철수 신당이 뜰 것인가는 10월 재보선서 판가름 나게 돼 있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5.08 23:02

토착 비리

"한 고을을 장악해 일 만들기 좋아하는 무리들이 시도 때도 없이 유향소(留鄕所)에 모여 수령을 헐뜯어 내쫓고, 백성을 괴롭히는 것이 교활한 아전보다 심하니 이를 모두 혁파해야 합니다." 이른바 지방 토호(土豪)들의 폐해가 조선시대에도 심했던 모양이다. 태종 때 대사헌 허응은 토호를 지방정책 수립의 걸림돌이 되는 적대적 세력으로 보고 시무칠조(時務七條)에서 혁파를 호소했다. 다산 정약용도 "토호의 무단적인 행위는 일반 백성들에게는 승냥이나 호랑이처럼 무섭다(土豪武斷 小民之豺虎也)"고 비판했다. 토호세력의 피해를 없애고 백성을 편안히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목민관의 책무라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목민관이 선출직으로 바뀌면서 지방 토호세력과의 유착이 더욱 큰 문제가 돼버렸다. 토호들은 자치단체의 인사, 공사입찰, 자재납품 등의 비리를 저지르고 말을 듣지 않으면 악소문을 퍼뜨린다. 임실군수 사건이나 5적(敵) 운운 하는 사례들이 대표적이고 관변단체 기관장과 권력화된 일부 생활체육동호인, 지방의원들이 입줄에 오르내린다. 단체장과 토호세력 간 역학관계를 잘 알기 때문에 공직자들도 알아서 긴다. 얼마전 감사원이 전국의 토착비리 70건을 적발했다. 상식으론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공무원들의 엉터리 일처리가 많다. 전북지역에선 전주·군산·부안·고창군 공무원들이 적발됐다. 정권이 바뀌면 맨 먼저 잡들이 하는 게 토착비리다. 감사원은 '자치단체 내에서 지방공직자와 토착세력(지역업체, 토호세력)이 유착하고 결탁해 이뤄지는 부정비리'를 토착비리로 정의하고 있다. 토착비리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3년, 청와대 민정수석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사정반이 '지방 토착비리'에 대한 감찰을 실시하면서 부터다. 이때 350건의 지방유지 및 지방공직 비리가 적발됐다.토착비리는 근절돼야 마땅하다. 공무원의 이익추구, 공무원과 토착세력 간 유착, 단체장의 재량권 남용, 공무원들의 단체장에 대한 맹종, 투명하지 못한 행정행위 등이 비리를 부추기는 요인들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칼날을 지방에 들이대는 건 문제다. 지방이 마치 비리 온상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 일회성 단속보다는 비리 가능성을 줄일 제도개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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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5.07 23:02

전주전통문화도시 유감

전통문화중심도시 전주가, 요즘 말로, 떴다! 전주한옥마을은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 한옥 구들에 누워 기와지붕의 정겨운 처마 선을 구경한다는 것은 거의 꿈같은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한옥마을이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으면서 포괄적인 전통문화도시정책은 점점 실종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관광에 치어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염려스러운 것은 문화의 뒤받침이 없으면 곧 관광도 사상누각이 되고 만다는 점. 문화발신지로 거듭나지 못하면 관광객의 발길은 곧 다를 곳을 향하고 말 것이다.애초 내세웠던 5대 핵심전략사업 중 '한옥마을브랜드화'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를 통해 '전통도시경관조성'도 어느 정도 성취했다고 할 수 있다. 아태무형문화의 중심이 되겠다는 포부도, 최근 운영인력과 예산의 대폭적인 축소로 염려스러운 바가 없지 않지만, 곧 문을 열게 될 국립무형유산원과 아태무형문화센터를 통해 실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업 두 가지는 실종되었거나 방향을 잃고 있다. 전주가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하겠다고 나섰을 때 다짐한 가장 중요한 명분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한국전통문화 체험교육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체험교육관 건립사업이 한옥마을 3대문화관 건립에 우선권을 내주더니 이제는 계획 자체가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의 얼과 혼이 서려 있는 전통문화는 민족 정체성의 표상이자 자긍심의 원천이다. 서구문화에 무분별하게 휘둘리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나, 새롭게 우리 구성원이 된 다문화가정에게도 이런 체험교육은 필수적이다. 자신들의 뿌리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해외동포 자녀들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고.사실 수요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와 경인지역의 수학여행단만 유치해도 연중 내내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다. 실제로 이 지역 교육청 관계자들이 그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수시로 답사를 온다. 그러나 200~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한스타일의 허브가 되겠다는 꿈도 포기한듯하여 안타깝다. 운영비타령으로 '한스타일진흥원' 이름까지 버린 것은 너무 무책임한 일이다. 전통문화의 일상화, 산업화, 세계화! 이를 유보한 채 어떻게 전통문화중심도시가 되겠단 말인가? 정녕 관광객 수에 취해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의 꿈을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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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민
  • 2013.05.0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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