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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역과 춘포역

2004년 7월 15일 전라선 개량화 2단계사업이 마무리 되면서 문을 닫아야 했던 오수역의 마지막을 취재한 적이 있다. 오수역 폐쇄는 전라선에 합류해있던 역사 중 마지막 이주였다. 당시 오수역은 면단위 역 중에서는 그나마 과거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었던 몇 남지 않은 역중의 하나였다. 오수역의 과거는 화려하다. 교통의 중심 거점 역할을 했던 오수의 지리적 여건 덕분이다. 오수역은 고려 이래 전북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고려는 전국에 걸쳐 역로를 22도(지금의 선)로 나누고 그 밑에 5백 25개의 역을 두었는데, 전라도권의 4개 도 중 하나이자 12개 역을 관할하는 남원도의 중심역이 바로 오수역이었다. 조선 후기까지도 오수역은 전라도 안에서 경양역 다음으로 규모가 컸다. 역은 추억의 상징이다. 그 역이 시골의 낡은 역사라면 낭만과 서정은 더 깊어진다. 지금은 없어진 풍경이지만 시골의 낡은 역사에 기차는 이별하거나 만나는 순간을 내려놓고 떠났다. 역은 고향을 떠나려 서성이는 사람들을 세상으로 나가게 하는 출구였으며,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하는 통로였다. 그러나 오늘날 화려하게 변신한 역들에서 그러한 추억을 돌이키는 일은 어렵다. 아름다웠던 낡은 역사는 폐쇄됐으며 대부분의 역사는 새집을 얻어 옮겨갔다. 공식적인 기록으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차역인 춘포역(1914년)을 역사 문화공간으로 재생시키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간이역인 춘포역은 지난 2005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승객이 줄어들면서 무인역이 된지는 이미 오래, 운영난을 이기지 못한 전국의 수많은 간이역들이 그랬듯이 춘포역도 지난 2011년 5월에 폐쇄됐다. 춘포역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는 특별하다. 간이역은 낭만과 서정, 추억의 상징이지만 그 역사를 들여다보면 한반도가 겪어야 했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철도가 일제강점기 수탈의 통로였다면 간이역은 그 전초기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간이역'을 펴낸 건축비평가 임석재교수는 간이역을 새로운 관점으로 볼 것을 주문한다. 임교수는 "아픈 역사를 배우고 그 아픔에 동의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에는 의외로 즐김이 유용할 수 있다. 즐기고 놀되 역사를 반추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다음에 느끼는 서정성은 한층 단단하고 성숙한 것이 된다"고 말한다. 춘포역을 문화공간으로 재생하는 작업에 꼭 담아둬야 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4.05 23:02

중동호떡

군산 사람들에게는 추억이 하나 있다. '중동호떡'을 사먹던 기억이다. 모내기를 하거나 보리베기, 벼베기 등 농사일을 하던 중 새참으로 중동호떡이 단골이었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중동호떡집은 군산터미널에서 내항과 째보선창 쪽으로 약300m 떨어진 군산시 중동의 한 골목에 있는 조그만 호떡집이다. 예전 가게는 허름했지만, 몇년 전 코앞에 신축 개업했다. 호떡은 싸고 맛있어서 대중들이 편하게 사먹는 길거리 음식이다. 반죽에 흑설탕을 넣어 철판에 익혀 낸 동그란 호떡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한다. 만들어 판매하기가 손쉽기 때문에 포장마차에서도 팔고, 일반 상점에서도 판다. 전주 시내 중심가에도 80년대까지 '장미호떡'이라는 유명한 호떡집이 있었다. 장미호떡같은 호떡집은 전국 어디에나 많았다. 하지만 80년대를 지나면서 호떡집이 크게 줄었다. 겨울철이면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호떡을 판다. 그마저도 찾기가 힘들다. 많은 이익을 내기 힘든 탓이다. 게다가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호떡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제과점이 채웠다. 대기업 탓도 있다. 요즘 길거리 곳곳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빵집이 즐비하다. 서민이 호떡으로 승부하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중동호떡의 유명세는 대단한 것이다. 오늘날 호떡집 치고 전국적 유명세를 타면서 택배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곳은 중동호떡이 유일한 것 같다. 중동호떡의 경쟁력은 일반 호떡과 차별성에 있다. 일반호떡이 철판에 기름을 두르고 호떡을 익히는 반면 중동호떡은 철판에 기름을 전혀 두르지 않는다. 밀가루 반죽을 미리 기름칠한 후 뜨거운 철판에 올리는 것도 아니다. 호떡에 기름이 묻지 않았으니 먹기도 좋다. 쫄깃하고 구수한 맛이 더해지니 더욱 인기를 끄는 요인이 됐다. 철판에 기름을 두르지 않은 채 태우지 않고 호떡을 구워내는 비결은 '반죽 기술'에 있다. 음식 비결은 자식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기름을 두르지 않고 철판에서 구워내는 중동호떡집의 반죽'은 중동호떡집의 3대째 비결이다. 사실 중동호떡집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요즘처럼 적극적인 영업을 하지 않았다. 준비한 반죽이 떨어지면 문을 닫았다. 가게를 찾았다가 허탕 치는 손님도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허탕칠 일이 없다. 대신 호떡을 사기 위해 번호표를 뽑은 후 몇시간도 기다려야 한다. 군산 중동호떡집엔 매일 불이 난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4.04 23:02

전북의 길

예나 지금이나 전북이 정치적으로 고립돼 있어 지역발전이 안되고 있다. 그나마 DJ와 노무현 정권 때가 절호의 찬스였지만 인접 광주 전남 출신 정치인들이 강하게 태클을 걸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다만 일부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들만 등 다숩고 배불렀다. 지금은 어떤가. MB 정권 연장선상이다. 무장관을 기록할뻔 했지만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유임돼 체면치레를 했다. 임실 출신인 김장관은 북중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고등학교와 육사를 나와 35사단장을 역임했기 때문에 자랑스런 전북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방부장관이라는 업무의 특수성은 있지만 전북 출신 고위공직자 모임인 삼수회 회장을 맡고 있어 어느 정도는 통로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지금 전북은 중앙과의 소통 창구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그리고 정부측에 전북 출신이 없어 전북의 이익을 대변할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과거 DJ 정권 때는 청와대와 정부 요로 곳곳에 전북 출신들이 박혀 있어 전화 한통화 만으로도 끝났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좋은줄 몰랐는데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아! 옛날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난다. 공직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사업가들도 인맥이 잘 구축돼 사업하기가 쉽고 편했다.지금은 불통이 아니라 아예 먹통이다. 서울 올라가서 아무리 주변을 살펴봐도 맥이 안 닿는다. 중간에 사람을 끼워 넣어야 가능할 정도니 그 만큼 일하기가 어렵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달리 방법이 없다. 국회의원들을 상머슴 부리듯이 하면 된다. 7명이 초선들이라서 길 설고 물 설은줄 알지만 가르쳐서라도 부려 먹어야 한다. 국가예산 확보하는 방법을 김완주 지사가 가르치면 된다. 김지사는 단체장만 20년 가까히 해 어떻게 해야 국가예산을 잘 확보할 수 있는지 그 길을 제일 잘 아는 귀신이다. 이미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전북도 관련 예산이 각 부처에 계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가예산을 확보하는데는 몇단계가 있지만 우선 정부 예산안에 편성시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 도 당국은 민주당은 물론이지만 새누리당에 더 매달려야 한다. 당사 문턱이 닳도록 쫓아 다녀야 한다. 등소평 말대로 쥐 못잡는건 고양이가 아니다. 아무튼 도내 국회의원들은 전북을 위해 일할 기회를 달라고 한 사람들인 만큼 예전보다 두세배 더 노력해야 한다.백성일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4.03 23:02

정당공천의 경쟁력

"공천을 '인질' 삼아 온갖 것을 요구하는 행태가 유괴범의 악행과 무엇이 다릅니까?" 2006년 재선에 성공한 황주홍 전남 강진군수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공천권을 끝까지 쥐려하는 중앙당과 국회의원을 '유괴범'에,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정치적 포로'에 고약하게 비유했다. 공천을 앞두고 수억원을 내라는 중앙당 고위 당직자의 요구를 거절하고도 당선된 그였다. 황 군수는 당시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를 맡아 1000만명 서명운동을 벌였다. 국회의원들이 미동도 하지 않기 때문에 투표권을 갖고 있는 국민들이 국회원들을 움직여야 한다는 뜻에서 서명운동을 벌인 것이다. 그는 3선을 한 뒤 작년 총선에서 국회의원(민주당=장흥 강진 영암)이 됐다. 국회의원이 된 뒤 입장 변함이 없는지 궁금했다. "지금도 국회내 '지방자치 포럼'을 통해 정당공천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지난주엔 광주 KBS와 MBC 토론, 그리고 지역신문 칼럼에서 정당공천제의 문제점을 적시하고 폐지를 주장했다. 전북 국회의원 중엔 유성엽 의원(민주당=정읍)이 기초단체장· 의원 정당공천 폐지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정당공천 폐지 사유는 대략 네가지다. 돈과 시간, 충성심, 약속이 그것이다. 공천을 받으려면 과다한 비용이 들고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는 지자제의 기능이 아닌 불필요한 낭비다. 또 주민에게 쏟아야 할 충성심이 공천권자에게 바쳐져선 안되고, 공천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풀뿌리 지방자치가 제대로 될려면 중앙정부와 중앙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건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정당공천이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자금과 조직을 보장해 주는 '밥그릇'이란 인식 때문이다. 과거에 정당공천을 없애는 공직선거법개정안이 제출됐지만 국회는 깔아뭉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금 또다시 기초단체장과 의원들 사이에 정당공천 폐지 요구가 일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오히려 정당공천이 폐지되면 토호세력이 발호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다. 기득권 내려 놓기가 참 어려운 모양이다. 공천을 인질 삼은 악행이 벌어져선 안된다. 이젠 국회의원들의 입장을 물어 폐지 반대자 명단을 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할 것 같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4.02 23:02

박근혜 정부와 '헌만금'

새만금사업이 갈수록 '헌만금'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박근혜 정부들어 더욱 그런 느낌이다.새만금사업은 오랜 세월 동안 진행되면서 '임자 없는 사업'처럼 돼버렸다. 1991년 노태우 정부때 방조제 기공식을 가진 이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까지 6명의 대통령을 거치고 있다. 하지만 야무지게 틀어잡고 내 일처럼 하는 정부가 없었다. 자신의 임기동안 성과가 확실히 드러날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그 중에선 그나마 이명박 정부가 나았다. 코드가 맞아 떨어진 탓인지 대운하(4대강), 국제비지니스벨트사업과 함께 국정 3대 중점사업으로 추진했다. 정부 출범 초반 청와대 홈피에 보면 왼쪽 상단 배너에 이 3대 사업이 떡 버티고 있었다. 그만큼 역점을 두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종합개발계획(MP)을 마련하고 특별법 개정안도 통과되었다. 예산 배정에 인색하다는 볼멘소리도 없지 않았으나 어쨌든 예산도 상당폭 늘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관심을 놓아버렸지만, 지금 보면 구관이 명관인 셈이다.새만금사업은 박근혜 정부들어 또 다시 찬밥 신세다. 그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원론적·추상적인 얘기에 그쳤다. 가장 구체적인 게 지난 해 10월 23일 새누리당 전북도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언급한 것이다. 박 후보는 당시 첫째 새만금이 중국의 특구들과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국가차원에서 해결할 것, 둘째 현재 6개 부처로 나눠진 새만금 업무를 한 곳에서 총괄토록 하고 동서와 남북 2축의 내부 도로망 건설, 동서횡단철도의 조기 착공으로 동서(영남과 호남) 동반 성장을 이끌어 낼 것, 셋째 새만금이 더 크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신항만 배후에 물류항만 복합단지를 만들어 전북 경제를 확실히 일으킬 것을 약속했다. 이 가운데 둘째 일부만이 새정부 정책에 반영되었을 뿐이다.그리고 전북을 들뜨게 했던 '임기(5년)내 조기완공'은 황우여 대표의 립서비스였다. 이 말대로 하면 2020년 완공의 1단계사업이 2017년으로 앞당겨지고 해마다 국비만 1조4000억 원이 투자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추세로는 3년을 앞당기기는 커녕 2020년 완공도 다행이다. 또 9월 설립 예정인 개발청의 경우 대통령의 의지가 실리지 않아 과연 얼마나 제 역할을 할지 미지수다. 새만금이 자꾸 '헌만금'이 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3.04.01 23:02

베를린의 명소 '타클레스'

1961년 동독정부가 서베를린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축조한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것은 1989년 11월이었다. 세계는 장벽의 붕괴로 운명이 바뀌게 된 도시 베를린을 주목했다. 예술인들에게도 통일된 독일의 전통 도시 베를린은 관심의 대상이었다.이듬해인 1990년 2월, 실험예술을 지향하는 젊은 예술가 그룹이 동베를린 지역에 방치되어 있던 한 건물을 발견했다. 과거 유태인들이 많이 거주했던 지역이었다. 폐허가 되다시피 한 이 건물의 전신은 쇼핑센터. 그러나 1907년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쇼핑센터가 파산하자 물건을 사고파는 다양한 기능의 공간으로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활용되었고, 2차 세계대전 때는 건물의 일부를 나치가 프랑스 전쟁포로를 감금하는 것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전쟁기간 연합군 공습으로 많은 부분이 부서져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었지만, 젊은 예술가들의 스콰트(squat, 불법점거)으로는 더없이 좋은 대상이었다. 집단으로 혹은 개인으로 몰려든 예술인들은 누더기가 된 건물을 점거해 실험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이 건물의 주인인 연방정부는 당초 이 지역에 재개발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예술가들의 집단창작촌이 되어버린 건물을 회수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특히 입주한 예술가들은 상상력 넘치는 실험 작업으로 주목을 끌었는데 그중에서도 그래피티(graffiti) 작업은 건물을 새롭게 변화시켰다. 건물 입구부터 계단과 난간, 복도와 벽, 천정까지 모든 공간이 그래피티로 채워진 건물의 디자인적 요소는 주변일대에 영향을 미쳤다. 건물마다 그래피티 작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벽화의 거리가 조성됐다. 예술가들은 퍼포먼스와 연극 등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면서 공간의 정체성을 살려나갔다. 정부는 이 공간을 국제적인 아트센터로 공식 인정하고 지원을 시작했다. 실험적 예술운동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은 베를린의 '타클레스'(Tacheles)가 만들어진 과정이다. 지금 '타클레스'는 단순한 집단창작촌이 아니다. 국가의 지원을 받아 임대료가 워낙 싼데다 창조성과 실험성이 존중되는 공간의 특성 때문에 세계의 젊은 예술가들이 몰려드는 창작촌 역할이 우선이지만, 갤러리와 샵, 카페와 극장, 댄스 교습장까지 갖춘 이 공간은 베를린을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놓치기 아쉬운 관광지가 됐다. 도시를 바꾼 예술가들의 힘을 눈여겨보게 하는 사례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3.29 23:02

사필귀정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정의가 결국 승리한다는 말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먹이사슬의 윗 단계에 속한 포식자가 거의 절대적으로 승리한다. 적자생존, 약육강식이다. 그러나 인간 세계에서는 꼭 그렇지 않다. 힘이 우위를 차지하는 형국이면서도 결국 정의가 승리한다. 지난 22일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유임됐다. 무장관 전북은 엉겁결에 장관 한 명을 얻었다. 별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인사 결정은 어쩔수 없는 고육지책이다.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가 부적절한 처신 때문에 결국 사퇴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허물이 있으면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허황된 과욕 부리다 자멸한 사람이 어디 한 둘인가. 지난 21일 임명 일주일 만에 법무부 차관직을 사퇴한 김학의 씨는 '고위층 성접대 의혹'에 연루돼 있다. 그는 법무차관을 욕심 내 일을 더 키웠다. 지난 25일에는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도 결국 물러났다. 권력을 등에 엎고 전횡을 저지르던 김재철 MBC사장도 결국 해임됐다.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 모두가 욕심 챙기려다 결국 잃을 것 모두 잃고 종국엔 물러났다. 무릇 수신제가치국평천하다. 자신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인물이 어찌 가증스럽게 봉사 운운하며 국민을 기망한단 말인가. 요즘 새 정부 주변을 보면 사욕에 눈멀어 부나방처럼 모닥불 잔치에 뛰어드는 가짜 '지식인' '인격자'들의 꼴이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국가를 위해 헌신할, 봉사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한다. 오죽하면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와 사퇴한 한만수, 김병관 씨를 향해 "자격은 없고 욕심만 남은 '오만병(傲慢病) 후보자'라고 했을까. 공안검사 출신의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고검장 승진을 못했지만 헌법재판소장 후보가 되는 횡재를 했다. 새옹지마다. 그러나 그 또한 야당으로부터 '장고 끝 악수'라는 비판과 함께 사퇴 압력을 받는 처지다. 요즘 분위기로 볼 때 박 후보자 처지가 새옹지마일지 호사다마일지 알 수 없다. 사람인 이상 견물생심을 갖게 마련이다.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양지만 보며 걸어온 자들은 책장에 꽂아둔 역사책을 다시 읽으며 타산지석 자세를 가져야 한다. 끝까지 부와 명예만 좇는다면 멸망이 있을 뿐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본 뒤 나아갈 길을 정하라. 인간사 사필귀정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3.28 23:02

뒷 모습

앞만 보고 사는 사람이 태반이다. 사회가 복잡하고 경제적으로 힘들고 경쟁관계가 심하다 보니까 뒤돌아다 볼 겨를이 없을 수 있다. 그래서 눈에 보인 것 위주로 사는 것 같다. 두눈으로 보는 건 한계가 있다. 16위 방위를 놓고 볼때도 앞부분은 제한적이다. 지금 세상을 한 방향으로만 보고 살 수 있을까. 직접 볼 수 없는 뒷모습이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기에 더 그렇다.뒤태가 아름다운 사람은 영성적으로 향기가 난다. 앞만 번지르 한 사람은 자기 이익 챙기기에 바쁘다. 옆에서 누가 고통 당하고 죽어 나간지도 관심 없다. 오직 나와 나의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심보다. 개인주의가 발달하면서 자기 희생은 커녕 괜스레 남의 허물만 잔뜩 늘어 놓는 사람이 많다. 인구 100만명이 안되는 전주 같은 도시는 익명성이 보장 안돼 밤 사이 일어난 일도 순식간에 회자된다. 입뉴스 처럼 빠른게 없다. 발 없는 말 천리 간다는 말이 실감난다.앞태 못지 않게 뒤태도 자신이 가꾸고 쌓아올린 인격이라서 중요하다. 누가 알아주든 안알아주든 조용히 뒷모습을 아름답게 정리해야 한다. 최근 장관급 인사청문회에서 아름답지 못한 뒷모습이 많이 지적됐다. 인사에서 낙마한 6명도 결국은 뒷모습이 아름답지 못한데서 빚어진 것이다. 그 사람의 도덕성 검증은 재산형성 과정만 보면 그만이다. 직위를 이용해서 부동산 투기를 했거나 위장전입 등을 한눈에 살피 수 있다.우리 사회가 갈수록 고위공직자들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도덕성은 그냥 확보되는 게 아니다. 본인이 살아오는 동안 스스로 만든 것이어서 그렇다. 손바닥 하나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영원히 감출 수는 없다. 거짓말로 그 순간을 얼렁뚱땅 넘기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진실을 외면할 수 없다. 4지(四知) 때문에 더 그렇다. 하늘·땅 그리고 너와 네가 알기 때문이다.공직자나 명예롭게 살려는 사람은 뒷모습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은 곳에 관심 기울여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을 내려 놓아야 한다. 흔한 말로 맘을 비워야 가능하다. 남을 헐뜯고 저주하는 사람은 뒤태 관리를 할 수 없다. 인격이 낙제점이라 그렇다. 큰 그릇은 모름지기 자신의 뒷모습을 잘 관리하기 위해 보이지 않게 노력한다. 그 만큼 뒷모습이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백성일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3.27 23:02

진영 장관의 경우

"못 견디겠다. 전주에 내려와 한마디라도 하는 게 좋겠다." 원로 언론인인 진기풍(88) 전 전북일보 사장이 얼마전 진영(63)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했다. 진영 국회의원이 새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되자 '무늬만 전북'이라며 지역여론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진 장관은 진기풍 전 사장의 친 조카다. 대개 부친 살던 곳을 고향으로 치는 관행 때문에 진 장관은 전북출신으로 분류됐다. 청와대도 그렇게 발표했다. 하지만 본인은 법조대관에 서울 출생으로 기재했다. 진 전 사장으로선 내심 '전북 맨'이나 다름 없는 그를 두고 폄훼성 말들이 오가는 게 거북스러웠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내각 인사를 두고 지역 여론이 싸늘하다. 탕평인사 약속은 식언이 돼 버렸고 전북은 냉대를 받았다. 새로 임명된 장관 중 전북출신은 진 장관이 유일하다. 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다. 박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판사 출신으로 서울 용산에서 내리 3선을 한 중진이다. 정책위 의장 시절엔 전북 공무원들이 그를 찾아 도움도 청했다. 전북도청의 한 간부 공무원은 "전북 현안을 갖고 찾아가면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필요하면 다음에 또 찾아오라."며 애정 어린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전북과의 연(緣) 때문일 것이다.문제는 출신지를 '세탁'해 발표하는 청와대의 태도다. 지역안배를 억지로 짜 맞추다 보니 당사자들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는다. 청와대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경우도 "선친이 군산출신으로, 지금도 군산 선영에 자주 간다."고 발표했다. 군색하기 이를 데 없다. MB 정부 첫 조각 때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도 그런 케이스다. 물론 과거엔 전북출신이라는 걸 숨긴 고위 공직자들도 있었다. 밉지만 당시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서글픈 현실도 이해는 된다. 전북은 지금 중앙에 대한 창구가 막혀 있다. 정치력도 열세다. 고립무원, 섬이 된 격이다. 이런 때일수록 배척하기보다는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다. 비단도 찢고 바수면 걸레가 된다. 진 장관의 답변은 깎듯 했다고 한다. "알았습니다. 지금은 업무 때문에 바쁘지만 시간이 나면 전북에 가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잘 살피겠습니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3.26 23:02

모악산(?) 김병종미술관

일본 나오시마(直島)는 일본열도 4개의 섬 중 가장 큰 혼슈와 가장 작은 시코쿠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이 섬은 문화예술이 지역에 얼마나 큰 활력을 불어 넣는가를 생생히 보여준다. 섬 둘레가 16km로 인구 3500명에 불과한 이 섬에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전 세계에서 해마다 4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것이다.이 섬이 각광받게 된 것은 베네세그룹이 섬 전체에 구축해 온 나오시마 프로젝트 덕분이다. 2004년 세계적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세계 최초로 땅속 박물관인 치추(地中)미술관을 만들었고 2010년엔 한국출신의 세계적 화가인 이우환미술관을 건립했다. 그리고 주변 6개 섬을 연계해 국제예술제를 열었다. 이에 앞서 1992년 미술관과 호텔을 합친 고급 리조트를 조성했다. 이같은 문화예술 콘텐츠를 통해 국내외 관광객은 물론 젊은이가 크게 늘었고 지역 이미지도 완전히 달라졌다. 올해 73세인 이화백은 서울대 미대를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획기적 미술운동인 모노하(物派)를 주도하는 등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이 미술관에는 그의 작품 15점이 전시돼 있다.대구시가 이를 벤치마킹해 '이우환 화백과 친구들 미술관'을 건립하고 있다. 지난 달 대구시는 이 화백, 안도 다다오와 미술관 건립을 위한 3자 협약을 맺었다. 대구시 달서구 2만6600㎡에 213억 원을 들여 건립하는 이 미술관은 이 화백과 세계적 화가 8명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문제도 없지 않은 듯하다. 대구가 고향(경남 함안 출신)이 아니라는 점과 2011년에 개관한 대구(시립)미술관이 아직 자리잡지 못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국내에는 백남준(용인)·이응로(대전)·이중섭(서귀포) 등 개인 작가 미술관이 들어서 지방자치단체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또 장욱진(양주)·박수근(양구)·김환기(신안)미술관이 건립 중이다.남원에서도 우리나라의 대표적 동양화가인 김병종미술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한동안 미적거리다 타지역에서 러브콜이 심해지자 부리나케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전북도 입장에서 보면 미술관의 입지는 모악산 자락이 적지가 아닐까 싶다. 경관이 수려한데다 도립미술관이 있어 시너지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나중에 송수남·박남재·하반영 화백 등도 모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전주 한옥마을(과거)- 새만금(미래)으로 이어지는 코스에 모악산 미술문화지구가 명소로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3.03.25 23:02

'반구대 암각화'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가 이슈다. 보존 대책 방식을 둘러싸고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서로 다른 입장으로 대립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반구대 암각화'는 박근혜대통령이 '세계유산 등재'를 공약하면서 전면에 부상한 모양새다. 변영섭 신임 문화재청장도 취임사에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무게를 실었다. 사실 미술사학자인 변 청장이 문화재청장에 발탁된 배경 역시 '반구대 암각화'와 관련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변 청장은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국가지정문화재를 국가가 직접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고, 박 대통령은 변 청장의 건의에 전적으로 공감해 공약까지 만들었다.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 상류의 반구대 일대 인공호 서쪽 기슭의 암벽에 새겨진 그림이다. 반구대에 새겨진 그림은 해양동물과 육지동물 등 300여점. 전문가들은 그림이 그려진 시기를 멀리는 7000여 년 전 신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미술사의 첫 장을 열었다하여 '한국의 알타미라벽화'로 불리지만,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걸작이다. 그러나 이 암각화가 정작 인류 앞에 선 것은 1971년 동국대 탐사반에 의해 발견되면서다. 안타까운 것은 1965년 하류지역에 사연댐이 조성되면서 해마다 댐 수위가 올라가는 7~8개월을 물에 잠겨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암각화의 급속한 훼손이 진행되어 보존대책이 절박한 상황이지만 댐 수위를 낮추어 암각화를 보존해야 한다는 문화계와 '식수부족'을 내세워 암각화 앞 생태제방 설치를 내세워 온 울산시의 입장이 달라 갈등을 빚어왔다. 어찌됐든 '반구대 암각화'는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던 보존 대책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문화재청은 '반구대 암각화 태스크포스'를 꾸려 보존대책을 적극 마련하겠다는 계획이고, 변 청장도 이미 "암각화도 살리고 주변 역사문화 경관도 훼손하지 않는 쪽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구체적 보존 방안을 밝혔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을 계기로 보여진 문화재청의 문화재 보호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반갑다. 문제는 그러한 의지의 실행일터다. 돌아보면 우리지역에도 훼손되어가는 문화재가 적지 않다. 변 청장이 내세운 '국가지정 문화재의 국가관리' 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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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3.22 23:02

대통령 권력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교수가 낸 책이 있다.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는 책이다. 대통령을 보좌했던 그가 대통령을 선출하는 국민들이 알아야 할 권력 주변의 이야기들을 전하면서 대통령의 제대로 된 임수 수행(또는 제대로 된 대통령 선출)을 위해 대통령(후보)과 정치권, 공무원, 일반국민들이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제시한다. 이 책에는 대통령이 좋은 정책이라며 의욕적으로 추진하지만 모든 게 대통령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대목이 있다. 물론 견제는 인정하지만 부당한 발목잡기가 지나쳐 대통령 권력으로도 일을 추진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학 연구의 권위자 노이슈타트(Rechard Neustadt) 교수는 '대통령의 권력(Presidential Power)'이라는 책을 썼다. 노이슈타트 저서에 나오는 이야기 한토막이다. 미국 33대 대통령 트루먼이 8년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나는 날, 그는 차기 대통령 아이젠하워를 불쌍하다고 말한다. "그가 곧 이 자리에 앉겠지. 그리고 이 것 저 것 하라고 하겠지. 하지만 되는 게 아무것도 없을 걸. 불쌍한 아이젠하워. 군대 같은 줄 알겠지만 천만의 말씀이지. 엄청 실망하게 될 거야.(He will sit here. and he will say, 'Do this do that'. And nothing will happen. Poor Ike. It won't be a bit like army. He'll find it very frustrating)"실제로 공화당 소속 아이젠하워는 지지자들의 기대에도 불구, 뉴딜정책을 근본적으로 어찌하지 못했다고 한다. 소득세율도 최고세율 90%를 그대로 유지했고, 나중에 겨우 1∼2% 내렸을 뿐이다. 이에 반해 '제왕적 대통령'를 쓴 슐레징거는 강한 대통령을 주장한다. 그는 닉슨이 초헌법적 권한을 행사한 것 등을 사례로 제시한다. 우리의 대통령 권력은 어떨까. 물론 박정희, 전두환 부류의 강압적 권력은 크게 사라졌다. 오히려 청와대 밖 정치권과 공무원 권력에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그러면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은 어떨까. 박 대통령은 원칙을 중시한다고 한다. 그 원칙이 사회 상규에 맞으면 권력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독재가 된다. 박 대통령의 원칙은 어디에 있는가.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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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3.21 23:02

김지사의 편지

전북이 정치적으로 갇힌 형국이라서 숨 막힌다. 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지역발전을 꾀할 수가 없다. 자존심 상할 노릇이지만 힘 있는 쪽에다 포커스를 맞춰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백년하청이 될 수 있다. 도나 일선 시군이 재정자립도가 낮아 국비나 교부세 등을 확보하기 위해 더 중앙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새 정권들어 전북몫을 확보하기 위해 통로역할을 할 전북 출신 장관은 한명도 없고 차관 2명 청와대 비서관 2명이 고작이다. 이 정도 갖고서는 명함도 내밀 수 없다. 대선 패배후 전북이 처한 상황은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우리 스스로가 만든 것이라서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지 않은가. 야속한 현실을 탓만 할 수 없기 때문에 뭔가 살길을 찾아야 한다. 대선 때 도민들은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 것 한가지에 매몰돼 몰표를 던졌다. 결과는 서울과 전남북이 정치적으로 갇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정치적 고도(孤島)가 된 셈이다. 현 정권 한테 탕평인사를 안해준다고 볼멘소리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냉철히 돌아보자. 지난 대선서 박근혜 대통령 한테 13.2%를 줬다. MB때 9.04% 보다 많지만 이 정도는 그냥 놔둬도 나올 표였다. 지역정서에 얽매이지 않고 나올 수 있는 보수표가 오히려 적게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열심히 새누리 쪽에서 운동한 사람들은 동의 않겠지만 이미 도내서도 두자리수가 나올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민주당에 식상해 반감을 가졌던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지금 당장은 도민들이 취할 묘책이 없다. 재보궐선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정쩡하다. 대선공약도 절반 이상이 물건너가 앞이 안 보인다. 도당국도 길을 못 찾고 헤매는 것 같다. 도 교육청만 코드가 맞다고 은근히 반기는 분위기다. 큰 틀에서 보면 우선 당장은 지역개발과 인재발탁에 큰 기대를 걸 수 없을 것 같다. 박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전문성을 확보한 사람들이 많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마냥 우는 아이 젖달라고 떼만 쓸게 아니라 김완주 지사가 진정성을 갖고 박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써야 한다. 지난번 MB한테 쓴 사은숙배(謝恩肅拜) 형식의 편지 양식과 확 다르게 쓰면 된다. 지금 같은 때는 이 방법이 상책일 수 있다.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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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03.20 23:02

박 대통령의 거짓말

"생전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동서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뜻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통합이 중요하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그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지역화합과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꼭 해야 할 두가지가 있다. 지역균형발전과 대탕평 인사다. 저와 새누리당이 완성하겠다." 지난 대선 때 전북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이다. 지역균형발전과 동서화합은 지속성을 갖고 임기내 풀면 된다. 하지만 인사정책은 그렇지 않다. 시기와 내용 모두 대통령의 의지가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각 부처와 외청장 등 주요 인선이 마무리됐다. 그런데 총리와 장·차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외청장 108명 중 전북출신은 차관과 비서관 각 2명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이 약속한 대탕평 인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모든 지역과 성별, 세대의 사람들을 골고루 등용하겠다"는 약속은 식언(食言)이 되고 말았다. 출신지 '세탁' 수법도 어쩌면 그렇게도 MB정부를 꼭 빼 닮았을까. 서울 출생인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를 두고 "군산의 선산을 매년 다니고 있다."고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설명했다.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을 서울이 아닌 전북출신으로 보도자료를 고쳐 배포했던 MB정부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에 입당은 하지 않았지만 박근혜 후보를 지지 선언했다. 동교동계 가신이었던 그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드라마틱한 뉴스 중 하나였다. 당시 그는 "박정희 대통령은 전라도 지지를 받아 당선됐는데도 전라도를 차별했다. 그러니 당선 되거든 아버지가 한 일을 보상하는 차원에서라도 전라도를 잘 발전시켜 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원칙과 신뢰다. 그런데 이 게 화장실 가기 전후가 영 다른 모양이다. 지지율에 따라 훼손돼도 괜찮은 가치인지, 10%대 지지율에 대한 보복인지, 아니면 거짓말을 쉽게 해야 대통합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박 대통령을 찍지 않은 48%를 안고 가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충고는 금언이다. 박 대통령의 인사는 너무 보수적이고 편협하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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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3.19 23:02

남원-마산 김주열 순례길

"마산상고 합격자 김주열이/ 경찰에게 타살된 3월/ 타살되어/ 아무도 몰래 물에 던져진 뒤/ 그 주검/ 가라앉았다가/ 그 주검에 매단 돌 풀어져/ 떠오른 뒤/ 거기서 4월 혁명은 시작되었다// 하나의 죽음이/ 혁명의 꼭지에 솟아 올랐다/ 뜨거운 날들이 이어졌다 목이 탔다// 이제 마산은 전국 방방곡곡이었다"고은 시인의 「만인보」에 나오는 '김주열'의 일부다. 시인의 말처럼 경남 마산상고(현재 용마고) 합격생 김주열의 죽음은 4·19 혁명의 도화선이었다. 그가 아니었으면 마산의 3·15 의거는 항쟁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우리 역사에 4·19도 없었을 것이다.당시의 상황을 되돌아 보자. 1960년 자유당 정권은 이승만과 이기붕을 정·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3·15 부정선거를 획책했다. 선거 당일 마산에서는 민주당 소속 도의원 부인이 투표소에 들어가 부정선거에 항의하던 중 투표함이 넘어졌다. 그런데 그 안에서 미리 투표한 투표지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사전투표 현장이 들통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시민들의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개표시간인 저녁 7시 마산시청 앞에는 1만 명이 넘는 군중이 모였고 경찰은 물펌프와 최루탄을 발포했다. 마침 전북 남원시 금지면 출신으로 마산상고에 합격통지서(당시 입학일은 4월 1일)를 받으러 갔던 김주열은 형과 함께 시위에 가담했다. 하지만 이날 밤 거처이던 이모할머니 집에 동생 주열은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다 27일이 지난 4월 11일, 김주열의 시신은 마산 중앙부두앞 바다에 떠올랐다. 그의 얼굴에는 직경 40mm, 길이 180mm의 미국제 최루탄이 박혀 있었다. 경찰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당시 부산일보 마산주재기자가 이를 찍었고, AP통신을 통해 전 세계로 타전되었다. 이를 전해 들은 마산시민들은 분노했고 궐기에 나섰다. 이어 서울에서 4·18 고려대학생 피습사건을 거쳐 4·19혁명으로 이어졌다.김 열사의 민주정신은 서울과 마산의 국립묘원과 생가가 있는 남원에서 해마다 기려지고 있다. 그는 살아서 호남의 아들, 죽어서 영남의 아들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영호남 화합의 아이콘이 되면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가 2007년 4월 9일부터 3일간 열었던 '화해와 소통을 위한 186(km) 김주열 대장정'을 확대 정비했으면 한다. 남원-마산간 도보길과 자전거길을 만들어 동서화합의 순례길로 활용하는 것이다. 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3.03.18 23:02

시스티나 성당

3월 13일 저녁(현지시간), 로마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새 교황이 선출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밤비 내리는 성베드로 광장에서 성당 굴뚝만을 바라보며 새 교황선출을 기다렸던 수많은 신도들은 환호했다.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비밀투표회의'(콘클라베)는 회의를 시작한지 이틀째, 다섯 번째 투표 끝에 아르헨티나 출신인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77) 추기경을 266대 교황으로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교황을 선출한 장소인 시스티나 성당은 교황 식스토 4세를 위해 건립됐다. 1473년부터 1484년까지 11년에 걸쳐 지어진 이 성당은 교황의 개인적인 성당이지만 가톨릭 신도들에게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미켈란젤로의 걸작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보티첼리의 '그리스도의 유혹' 등 이탈리아 대표 작가들의 수많은 프레스코화(벽에 그리는 그림)가 있는 르네상스 회화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로마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시스티나 성당은 빠트릴 수 없는 명소인 셈인데, 이 성당에 그려진 수많은 프레스코화중에서도 일반인들의 관심은 아무래도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 쏠린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을 받아 그린 것이다. 넓이가 800㎡에 이르는 천장화를 그리기 위해 미켈란젤로는 18미터 높이의 가설물을 만들고 그 위에서 선채로 그림을 그렸다. 그를 돕기 위해 피렌체의 기술자들이 동원되었지만 결국 대부분의 그림을 혼자의 힘으로 그려야했던 그는 4년 만에 작품을 완성시켰다. 이 그림이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은 1512년 11월 1일이다. 이후 500년 동안 시스티나 성당을 찾는 관광객들은 누구나 이 불후의 명작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머지않아 로마의 시스티나 성당에 가도 '천지창조'를 쉽게 만날 수 없게 될 것 같다. 천장화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천장화는 이전에도 훼손이 문제가 되어 1980년부터 14년 동안 대대적인 복원작업을 했었다. 부끄럽고 안타까운 것은 훼손의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천장화 훼손의 가장 큰 원인을 관광객들이 내뿜는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먼지, 쉴 새 없이 터뜨리는 카메라 플래시라고 지목했다. 현재 바티칸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약 500만 명, 시스티나 성당을 찾는 관광객은 하루 평균 2만 명이나 된다. 시스티나 성당이 입장객을 제한한다해도 불평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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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3.15 23:02

타이어

타이어는 자동차 부품 중 유일하게 도로면에 접하는 핵심 부품이다. 사실 사람 생명과 직결되는 부품은 타이어와 브레이크다. 자동차 운전자는 타이어와 브레이크 점검을 소홀히 하면 안된다. 타이어 점검을 소홀히 했다가 생명을 잃는 사람이 많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운전자들이 공기압 등 타이어 관리만 제대로 해도 연간 124명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이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타이어 때문에 사망했을 수 있다.타이어의 공기압이 표준보다 높으면 승차감이 떨어진다. 반대로 낮으면 연료 소모가 많다. 브레이크 제동도 원활하지 않다. 공기압이 낮은 상태에서 고속 주행을 하면 '스탠딩 웨이브' 현상이 발생, 타이어가 파열될 수 있다. 무게 중심이 펑크 난 바퀴 쪽으로 크게 휩쓸리면서 요동을 치다가 도로를 이탈하거나 전복돼 탑승자들이 사상할 수 있다. 맞은편이나 뒤편에서 주행하는 차량과 충돌하게 되면 훨씬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매년 여름철과 겨울철을 앞두고 타이어 점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매월 한 번은 타이어 점검을 받고, 마모 한계가 1.6㎜ 이하인 타이어는 교환해야 한다. 타이어는 지정된 공기압을 유지해야 하며, 여름철 고속도로 주행에 들어가기 전에는 공기압을 평소보다 10∼15% 높여 줘야 한다. 이와 반대로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철에는 공기압 저하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고속도로 주행시 타이어에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2시간마다 휴식하고, 상처난 타이어는 점검 후 새 타이어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물론 빗길 수막현상도 주의해야 한다.올해부터 3.5톤 이하 신차에는 TPMS(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라고 불리는 타이어 공기압 감지장치가 장착돼 출시된다. 타이어 파열 사고의 주범으로 공기압이 지목되면서 정부가 올해 출시되는 신차부터 이 장치를 장착하도록 법제화했기 때문이다. 이 장치는 공기압 센서 등을 이용해 타이어 내부 압력을 감지한 후 공기압 정보를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2014년 6월부터는 신차 뿐 아니라 기존 차량도 모두 TPMS를 장착해야 한다. 생명과 관련된 중요 장치이다보니 혼란도 있는 모양이다. 자동차 회사가 고급차량이나 고급형에 우선 적용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부자에게 생명 우선권을 주는 자동차 기업의 횡포다.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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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3.14 23:02

내 탓이오

새 봄과 함께 희망을 갖고 살기 위해선 정치적으로 새롭게 깨어 나야 한다. 도민들은 20여년 이상 특정 정당의 덫에 갇힌 관계로 세상을 바라다 보는 눈이 편협스러웠다. 아직도 농업이 근간을 이루는 전북은 산업화가 미진해 외부와의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연히 세상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에 둔감하다. 이래서는 안된다.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벗으려면 우선 자신들 생각부터 확 바꿔야 한다.가장 먼저 정치적 틀을 바꿔야 한다. 특정 정당 하나가 모든 걸 독식하는 형태로는 안된다. 독과점 정당 구도를 깨서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여당이나 다름 없는 민주당 갖고서는 더 이상 기대를 걸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선행조건이 있다. 도민들이 무작정 남의 탓으로 돌리는 습성을 버려야 한다. 지금껏 전북 발전이 안된 것은 내탓이 아니고 남의탓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없애야 한다.세상사가 남탓이 아니라 내탓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뭔일이 제대로 안되면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은 일차적 이유가 내안에 있다. 한마디로 내 잘못이 크다는 것이다. 항상 남탓으로만 돌리면 되는 게 없다. 부정적인 생각으론 성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도민들이 정치적으로 고립돼 단절감을 많이 느낀다.선거 때마다 민주당 일색으로 뽑아 놓은 게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지금 전북은 현 정권과 소통의 창구가 없다. 새만금사업이 어느 세월에 끝날지 모를 정도지만 그 누구한테 하소연 할 길도 없다. 김완주 지사가 백방으로 뛰어 다니지만 길을 못 찾고 있다. 새 정권과 소통할 창구가 없기 때문이다. 표도 안찍은 사람들이 장관만 안시켜 준다고 마냥 떼쓸 게 아니라 지역발전이 안되는 원인이 뭣인가부터 찾아야 한다. 그 원인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놓았다. 누구를 원망할 일도 아니다. 정치적으로 경쟁구도를 만들어 놓지 못한 탓이 제일 크다. 그 답은 국회의원 한명 쯤은 새누리당에서 보냈어야 옳았다. 항상 어리석은 사람은 뒤늦게 깨우친다. 지금부터라도 지역색을 탈피하자. 이런 정치적 환경이 계속된다면 희망을 걸 수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일변도로 가면 지역은 더 어려워진다. 2세들을 위해서라도 실리를 추구하는 정치 지형을 만들어야 한다.백성일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3.13 23:02

북핵(北核) 공포

핵무기의 효시는 1945년 7월16일 오전 5시30분 미국 뉴멕시코주 앨러모고도 북쪽 사막에서 실험에 성공한 원자폭탄이다. 미국이 2차 대전 중 비밀리에 추진한 '맨해튼 계획'의 산물이었다. 맨해튼이란 명칭은 당시 핵분열 연구가 주로 맨해튼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붙여졌다. 당시 실험 참가자들은 그 파괴력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오펜하이머는 원폭실험 현장에서 "나는 세계의 파괴자, 죽음의 신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 실험을 보고 원자폭탄을 일본에 투여하는 것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반대했다.하지만 오펜하이머와 핵 물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페르미 등 핵심 과학자들은 "핵폭탄은 죽음의 무기지만, 역으로 전쟁을 끝내고 인류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일본 투하를 결정했다. 살상의 끔찍함은 인류평화라는 명분에 가려졌다.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은 14만명, 사흘 뒤 나가사끼에 투하된 핵폭탄은 7만명의 인명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이 계획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은 줄줄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2만7000여개의 핵탄두가 지구를 덮고 있다. 핵 보유국도 9개에 이른다. 공식적인 핵 보유국은 미국·러시아·프랑스·영국·중국·인도·파키스탄 등 7개국이지만 이스라엘과 북한은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북한은 단일민족이면서 적대국이다. 맞닿아 있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섬짓하다. 지난 2월12일 3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정 이후 북한의 태도가 험악해졌다. "적진을 아예 벌초해 버려라" "방아쇠에 손을 걸고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 "각종 미사일은 경량화, 소형화되고 다종화된 핵탄두를 장착하고 있다" 등등. 북핵 공포가 한반도를 엄습하고 있다. 한방 터질 것 같은 분위기이다. 전방 복무중인 자녀 부모들의 걱정도 태산이다. 핵까지 보유하고 있으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장난을 칠 수도 있다. 체제가 불안하면 돌파 수단으로 가장 먼저 획책하는 게 도발이다. 원폭 과학자들처럼 그럴듯한 명분을 대며 우리사회를 실험하려 들지도 모른다. 설마가 사람 잡는 법. 정치권이 서로 으르렁 거릴 때가 아니다. 국방과 외교, 민심에 구멍은 없는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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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3.12 23:02

고달픈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의 수난시대다. 사회복지사들이 업무 중압감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올 들어 경기도에서만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2명이 목숨을 끊었다. 한 사람은 성남시 분당구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32살의 예비신부였고, 또 한 사람은 용인시청의 29살 청년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일이 힘들다'며 업무 과중을 호소했다.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전북도 2006년과 2008년에 심각한 업무 스트레스로 사회복지 공무원 2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최일선 현장에서 복지정책의 손발이 되고 있는 이들이 왜 벼랑끝 선택을 할까. 열악한 근무환경과 대민 스트레스, 낮은 임금 수준이 원인이다. 우선 근무환경은 깔때기 효과가 쉽게 설명해 준다. 보건복지부 등 17개 정부부처는 400가지가 넘는 복지정책을 쏟아낸다. 여기에 자치단체와 민간단체 등에서 복지와 관련된 정책을 세우면, 깔때기처럼 마지막 실행 책임은 일선 주민자치센터 직원들 차지다. 이들은 폭증하는 업무 뿐 아니라 민원인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개 민원인들은 혜택을 기대하며 사회복지 공무원을 만나러 온다. 그런데 '안된다'는 말을 들으면 행패 부리기 일쑤다. 이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도 없지 않다.우리나라에서 현재 활동하는 사회복지사는 7만4000여 명이다. 이 중 1만4000여 명이 공무원, 6만 여명이 민간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의 주(週) 평균 근로시간은 50.4 시간으로 근로기준법상의 40 시간보다 10 시간 이상 길다. 평균 연봉은 2360만 원이며 이직을 원하는 비율은 57.1%에 달한다. 박봉과 업무 과다로 57만 명의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 중 활동비율은 13%에 불과하다. 공공영역의 전달체계를 포함한 통계여서 그렇지 민간영역만 보면 더 심각하다. 임금 등 처우도 형편 없을 뿐 아니라 비정규직 등 신분이 불안한 경우가 많다. 민간위탁이 대세가 되면서 더욱 그렇다. 인건비와 사업비가 통합돼다 보니 인건비부터 줄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해마다 27조 원을 복지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중 정작 최일선에서 일하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복지사에게는 얼마나 쓰일지 궁금하다. 사회복지사는 한없이 퍼주는 자원봉사자가 아닌 전문직종이다. 이들이 행복해야 클라이언트도 행복해 질 수 있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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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3.03.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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