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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포바의 개명

러시아 출신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26, 세계 랭킹 3위). 실력에 미모까지 갖추어 '테니스 여신'이란 별칭을 얻으며 주목을 모아온 샤라포바가 이번엔 개명(改名) 해프닝으로 화제가 됐다. 갑자기 이름을 바꾼다는 것도 관심사였지만, 하루 만에 다시 '이름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 번복은 이번 해프닝의 절정이었다. 그런데 이 개명 해프닝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정황이 읽혀진다. 샤라포바가 이름을 바꾸기로 했던 배경을 보면 더욱 그렇다. 샤라포바가 개명하려고 했던 이름은 '마리아 슈가포바'. '슈가포바'는 자신이 투자한 사탕회사의 브랜드다. 미국과 영국 언론들은 샤라포바가 메이저 마지막 대회인 'US오픈'에 슈가포바란 이름으로 출전하기 위해 개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6일 개막하는 'US오픈' 기간 동안만 사용하고 다시 샤라포바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개명의 목적이 온전히 사탕회사의 홍보에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개명 계획은 하루 만에 철회됐다. 절차가 쉽지 않고 기존 후원사와의 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란다. 개명은 불발됐지만 어쨌든 샤라포바 해프닝을 세계의 수많은 언론들이 뉴스로 다루었다.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엄청난 홍보 효과를 본 것이 있다. '슈가포바'다. 아마도 이번 해프닝이 아니었다면 이것이 샤라포바가 출자한 회사의 사탕 브랜드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슈가포바 사탕 한 번 먹어보고 싶다" "이름 바꿔서 사탕 팔아요" 등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거운 것을 보면 정작 개명을 하지 않고도 당초의 목적이었던 브랜드 홍보 효과는 톡톡히 본 것 같다. 이쯤 되니 한편에서는 샤라포바가 자신의 사탕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일부러 '개명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이라면 이번 해프닝에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는 셈이다. 곧바로 이어진 샤라포바의'US오픈' 불참 발표는 이러한 정황을 부추기기에 족하다. 오른쪽 어깨 염증 때문이라지만 개명 해프닝을 둘러싼 일련의 행보와 구분 짓기엔 명쾌하지 않다. 2001년, 열네 살에 프로로 입문해 승승장구하면서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샤라포바는 올해 들어 유난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랭킹 3위까지 밀려난 것도 이 때문이지만 혹시 지나치게 상업적인 처세가 그 기운(?)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8.23 23:02

태풍

태풍은 강력한 힘으로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끼치는 반갑잖은 손님이다. 하지만 그 무소불위한 자연의 무력을 받아들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올해도 벌써 제12호 태풍 짜미가 필리핀과 대만을 강타하고 중국으로 빠져나갔다. 곧이어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제13호 태풍 페바가 북서진하고 있다. 페바는 주말쯤에 중심기압 960hPa, 최대풍속 40m/s 규모의 강한 중형급 태풍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페바의 강풍 반경만 400km에 이르니, 제주도에 상륙할 경우 한반도 피해는 매우 클 것이다. 페바가 우리나라를 피해간다 해도 연이어 북상할 것으로 보이는 태풍들 중에서 12개 정도는 한반도에 상륙할 것이 뻔하다. 현재 우리나라를 덮고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은 물러나면 태풍은 제집 드나들 듯 한반도를 향해 돌진해 올 것이다.문제는 태풍의 강도가 갈수록 세지고, 또한 대형태풍 발생 빈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중에서 가장 강력했던 것은 2003년 태풍 '매미'로 순간 풍속이 무려 60m/s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륙한 볼라벤의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51.8m였으니 매미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 들어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것은 기후 온난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태풍이 강력해지는 것은 화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많아진 인류가 자초한 것으로 '자업자득'이다. 과학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20세기 이후 화석에너지 소비가 많아지면서 오존층이 파괴되고, 대기 온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고,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높아진 해수면 때문에 총 7개의 섬 중에서 벌써 두 개를 잃고 말았다. 투발루는 섬 전체가 바닷물에 잠길 위험에 처해 있다. 지구 기온 상승으로 에너지를 풍부하게 공급받게 된 태풍은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한반도 주변의 태풍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태풍이 지나간 뒤 재해니, 인재니 따지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하겠다. 한편, 태풍은 대기와 바다, 육상의 쓰레기들까지 한꺼번에 휩쓸어 '대청소' 효과를 주기도 한다. 올여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제주도 주민들은 태풍이 몰고 올 단비를 기다리고 있다. 태풍 피해가 적지 않지만 생태계에 없어선 안될 존재이기도 한 셈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8.22 23:02

선출직 자질

선거를 겨냥해서 입지자들이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분주히 움직인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에 따라 선거결과가 확 달라질 것이다. 가장 흥미로운 건 1988년 이후 지역선거판을 독점해온 민주당에 안철수라는 복병이 나타났다. 그간 각종 선거에서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쉽게 당선될 수 있었다. 그래서 입지자들이 민주당 공천 받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내년 선거에선 그 같은 일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 선거는 모처럼만에 경쟁구도속에 치러질 것 같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된다고 해도 민주당 대 안철수 쪽 대결이 이뤄질 것이다. 현재 드러난 면면을 보면 거의가 민주당 성향이 강하다. 고위공직을 지낸 사람 중에는 안철수 쪽을 노크하는 사람이 있다. 현직들도 조심스럽게 안철수 쪽을 저울질 한다. 안철수 쪽에서 보면 참신하고 역량 있는 인재를 모으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 만큼 민주당이 오랫동안 지역을 장악해 거의 다 민주당 쪽에 경도돼 있기 때문이다.알아야 면장 노릇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 아무나 선거직을 할 수 없다. 지사 시장 군수 등 단체장은 전문적인 식견이 요구된다. 정치적 판단력은 말할 것 없고 중앙정치권과의 폭넓은 인적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 일예로 문화가 돈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들은 하지만 막상 구체적으로 실천방안을 내놓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은 자치단체를 창조적으로 이끌 사람이 필요하다. 도의원과 시군의원 몇 번 했으니까 단체장 선거에 나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면 그건 오만과 착각이다.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그 사람이 현직 때 어떻게 일했는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물론 이 부분은 언론이 검증할 사안이지만 무조건 고위직을 지냈다고 해서 면죄부를 줄 수 없다. 공직에 오래 근무하다 보면 꾀가 생겨 힘 있는 지역 유지의 민원을 편법으로 처리해 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 사람의 민원은 해결했을지 몰라도 자치단체와 주변에 폐해를 끼친 것이다. 지금 그런 공무원도 단체장에 나가려고 기웃거린다.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재산형성 과정을 엿보는 것이다. 그걸 보면 모든 걸 알 수 있다. 자신의 분수도 모른 채 도의원이나 기초의원 하면서 돈좀 벌었다고 단체장까지 넘본다면 그 지역은 어떻게 될까. 주민들은 그런 사람이 단체장 되는 걸 막아야 한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8.21 23:02

신(新) 직업

엘리베이터 승무원이란 직업이 있었다. 1984년 준공 당시 호남 최고층(15층) 최신식 건물인 전북일보사 빌딩 엘리베이터 두곳에도 두명의 여 승무원이 배치됐다. 깃털이 달린 사관생도 모자에 제복 차림의 멋진 승무원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타고 내리는 승객(?)들의 편의를 도왔다. 일자리가 넉넉했던 호시절의 얘기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타이피스트와 전화교환원은 1960∼70년대만 해도 인기 있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0년 쯤 후엔 회계사, 슈퍼마킷 계산원, 콜센터 직원, 은행 창구직원, 파출부 등의 직업도 사라질 것이란 예측도 있다. 자동화 소프트웨어나 로봇 등이 일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대와 환경 변화로 새로 생기는 직업들도 많다. 노인복지 수요가 높아지면서 가족 대신 노인을 돌봐줄 '실버 시터(Silver sitter)', 노년 설계를 담당할 '실버 디자이너(Silver designer)'도 그런 직업이다. 실버 디자이너는 노인의 건강과 교육, 취업, 사회활동, 재산관리 등 전반적인 삶을 재설계한다. 기후변화로 재난재해가 빈번해지면서 재난 및 재해관리 전문가와 자원 컨설턴트, 질병방역 전문가 등도 수요가 많아질 직업이다. 과도한 경쟁과 자살률 1위의 환경 속에서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치유할 운동치료사, 정신상담사, 음악치료사 등도 인기 있는 직업이 될 수 있다(최재천의 '10년후 세상') 얼마전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신(新) 직업'이 눈길을 끈다. 향후 도입이 필요하거나 활성화가 가능한 직업 100개를 선별했다. 이를테면 이혼플래너, 냄새판정사, 디지털장례사, 댄스치료사, 장애인 여행도우미, 자살예방상담사, 정신대화사(말벗도우미), 자연치료사, 소셜미디어관리 전문가, 사이버언더테이커, 매매주택 연출가 등이다. 듣기에도 생소한 이런 직업들이 앞으로는 새로운 일자리로 자리잡는다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육신은 편안해 진다. 반면 정신은 피곤해지기 마련인데 새 직업군(群)도 정신치료 영역에 쏠려 있다. 우리나라엔 1만6000여개의 직업이 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직업의 수요는 늘 시대적 환경변화에 따라 명멸하기 마련이다. 지금 인기 직업이 언제 타이피스트나 전화교환원 신세가 될지 모른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8.20 23:02

문화저널 통권 300호…

"전북지역의 찬란한 전통문화를 발전계승하며 우리의 구체적인 삶에 근거한 건강한 문화를 널리 보급함으로써 건전한 문화풍토조성에 기여한다." 이 지역 문화종합정보지를 꿈꿔온 '문화저널'이 표방하는 기치다. 1987년 6월 항쟁에 이은 노동자 대투쟁 등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문화저널구락부'라는 어색한 이름으로 창간호를 낸 [문화저널]이 300번째 책을 발간했다. 열악한 지역 여건 속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의 염려를 보란 듯이 뿌리치고 한 권의 결호도 없이 27년을 버텨왔다. '부채를 청산할 수 없어 그만둘 수 없다!'는 말이 말장난이 아닐 정도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수도권에서도 불가능했을 장한 일을 이 척박한 지역에서 일궈낸 것이다. 은근과 끈기! 이 보다 더 적합한 수식어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에만 머물렀다면 그 의미는 많이 퇴색했을 것이다. 살아남는 것에 급급하지 않고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뜻 깊은 성취를 이루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던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발굴해내고 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결국 하나의 정책으로까지 안착시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 잡지의 숨은 공이다. 이 잡지와 이를 발간하고 있는 [마당]이 전주가 전통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을 마련해주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제 [문화저널]은 역사가 되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이 지역의 역사는 물론 대한민국의 문화사를 연구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일차 사료(史料)를 간직하고 있다. 300호 권두칼럼에서 서울대학교 박명규교수가 지적한대로 '[문화저널]를 통해 본 전북의 사회사'라는 논문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하기까진 한 경지가 된 것이다.앞으로도 이 역사 쌓기는 지속될 것이다. 이제 내려놓기에는 너무도 소중한 깃발이 되었다. '문화권력'이라는 시샘어린 비아냥거림도 없지 않았지만 27년간 키워온 내공이라면 어느 정도의 '권력'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일 수 있다.문제는 이 잡지가 지니는 가치나 '권력'에 비해 독자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소중한 노력의 결실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그 동안의 노고에 대한 보답의 차원에서라도 300호 기념으로 폭발적인 구독자 증가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 스스로 이 지역의 문화를 가꾸는 일이요 우리들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길일 터이니.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3.08.19 23:02

반농반도(半農半陶)

'반농반도(半農半陶)'는 농사를 지으면서 도자기를 함께 굽는 일을 말한다. 미술사가 최공호교수로부터 '반농반도'의 삶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반농반도'의 가치를 공동체적 삶의 방식으로 들여놓아 함께 잘살 수 있는 길을 선택한 일본 벳부의 마을 이야기였다. 도자기를 생산해 먹고사는 이 도자기 마을에는 장인들이 모여 살았다. 각자 특성 있는 도자기를 만들어내 팔면 그뿐이었지만 도자기 수요는 한정되어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생산량의 수급을 조절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팔리는 것은 제한적인데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서로 내 것만 팔겠다고 만들어내다 보면 재고가 쌓일 것이고, 그렇다보면 빚도 쌓이고, 그 빚때문에 좌절하게 되고, 결국은 도자기를 만드는 제작의 역량까지도 잃게 되는 악순환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스스로 생산량의 수급조절을 시작했다. 마을에서 만들어지는 도자기를 필요로 하는 곳과 수요양을 일 년 단위로 측정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물론 마을의 도자기 생산능력은 이 수요를 훨씬 넘어섰다. 그때 주민들이 선택한 것이 '반농반도'의 가치였다. 반은 농사를 짓고 반은 도자기를 만들면서 자급자족의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들의 선택은 단순히 노동력을 분할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생태적인 농사법으로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배운 가치와 철학을 도자기에 담아냈다. 농사를 지어 마을단위로 자급자족하면서 그 쓰임새에 맞게 만들어내는 그릇은 일상생활에 훨씬 더 적합하고 효용성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농사를 짓고 그 경험 속에서 만들어낸 그릇으로 가치를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삶의 전체를 유기적 양태로 만들어가는 이 마을 사람들의 선택은 산업화에 밀려 자리를 잃어버린 우리 전통공예의 오늘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 지역에서도 '마을 살리기'가 한창이다. 마을마다 특산품 장려정책이 그 앞자리에 놓여있다. 농산품부터 공예품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성공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지금 당장 성공했다 해도 지속성을 보장받기 어렵다. 생산의 물량적 규모에만 집중되어 있는 탓이다. 수요에 맞게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노동량을 나누어 활용하는 '반농반도'의 지혜가 우리의 '마을 살리기'에도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싶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8.16 23:02

전북 기상도

1977년 9월 박정희 대통령과 전주 출신 이철승 신민당 총재 간에 골프 회동이 있었다. 게임 도중에 이 총재는 "공화당 정부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선거가 있을 때면 화려한 기공식을 갖고 주민들의 마음을 부풀게 만들고 있으나 선거만 끝나면 흐지부지하고 마니 정부여당의 신뢰가 말이 아닙니다."라고 직소했다. 박 대통령은 "그게 무슨 말이오. 언제 우리가 기공식만 하고 흐지부지했단 말이오."하고 정색했다. 이 총재는 '이 때다' 하고 이리공단 조성이 그렇고, 군산외항 건설이 그 좋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회동 다음 날 박정희 대통령은 헬리콥터 편으로 급거 내도, 이리공단과 군산외항을 시찰했다. 이렇게 해서 이리공단은 수출자유지역으로 지정되고, 군산외항건설도 매듭을 지을 수 있었다. 이상은 원로 언론인 정익환씨가 자신의 취재기를 토대로 펴낸 저서 '전북의 빛과 그림자'에서 소개한 사연이다. 이리공단은 1969년 초에 착공돼 1977년에 완공됐다. 정부지원이 지지부진하던 이리공단은 박대통령 방문 후 수출자유지역으로 지정돼 활력을 띄었다. 1968년부터 거론된 군산외항은 1974년에 겨우 착공됐지만 찔끔대는 정부예산 때문에 언제 완공될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 방문 후 급진전, 1979년 6월 완공됐다. 서슬퍼런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여당 정치인이 지역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지역출신 야당 총재가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무릇 일이란 칼자루를 쥔 정권 입맛에 맞아야 진전된다. 국가 균형발전은 순진한 공염불이다. 지지부진할 땐 권력가를 이해시키고 압박해야 움직인다. 당시 이철승 신민당 총재가 아니었다면 누가 박정희 대통령 옆구리를 찔렀을까. 전북 민심은 1988년 황색돌풍 이후 민주당 쪽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황색돌풍 27년이 됐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한 때 정권을 잡았지만 정치인 몇이 권력 중심부에 있었을 뿐이었다. 오히려 전북의 고립무원은 더했다. 획일적인 집단은 발전할 수없다는 것은 이미 인류역사와 생태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치열한 경쟁 과정에서 발전이 있다. 경쟁은 커녕 자극없는 무풍지대에서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지역 순회 방문을 하고 있다. 전북 방문은 맨 마지막 순서가 될 것 같다고 한다. 전북은 국가사업이 부진한데다 인재 등용도 안되고 있다. 대통령 방문마저 꼴찌다. 전북은 뭘 생각하고 있는가.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8.15 23:02

새로운 리더십

도민들이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 것 같다. 그저 이 같은 상황에서 오래 살다보니까 그 분위기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눈길을 영남권으로 돌리면 부산신항건설사업 등이 엄청나게 추진돼 경천동지할 정도다. 전북과 정치적 상황이 비슷한 광주와 전남만 해도 그렇다. 박준영 전남지사가 영산강을 4대강사업에 포함시켜 달라고 정부 여당에 요청해 이미 사업을 끝냈다. 박 지사가 이 사업을 위해 뛸 때 전북도의회는 전국 광역의회에서 맨 먼저 이 사업을 반대했다.각 광역단체들은 정치적 스펙트럼을 넘어 실리위주로 가고 있다. 중앙정치권과 굳이 대척점에 설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지역 발전에 관한한 여야를 넘어 총력전을 펼친다. 강원은 3선한 김진선 지사의 피나는 노력 끝에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쾌거를 올렸다. 동계오륜 유치를 위해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지난 19대 총선 때는 새누리당에 9석 싹쓸이 했고 대선 때도 박근혜 대통령한테 경상도 다음으로 높은 지지를 보냈다. 그 결과가 박대통령을 가장 먼저 강원도로 달려오게 한 힘이 됐다.현재 전북은 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 이후 고요하고 거룩한 밤이 계속되고 있다. 남들이 잘살기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조차 잘 모른다. 그저 현실에 안주하며 허송세월하고 있다. 겨우 새만금사업 하나에만 매달려 있다. 도민들은 역대 정권들이 새만금사업을 푸대접 했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이 정권도 제스처만 쓸 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에 표를 주지 않아 부담 느낄 필요가 없다는 눈치다.최근 강운태 광주광역시장이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를 놓고 좋지 않은 소식도 들리지만 분명 이 대회가 치러지면 광주는 또 변할 것이다. 지난해 여수 엑스포가 열리는 동안 여수가 확 달라진 것처럼 말이다. 이제 전북도 세상 돌아가는 것에 민감해져야 한다. 지역발전을 위해 할 일이 많지만 공항건설문제가 가장 급하다. 공항건설 없이는 새만금도 전북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이제 전북을 잠깨우려면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하다. 7월중 3선 출마여부를 밝히겠다던 김완주 지사가 이유 아닌 이유를 들먹이며 연말께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중 58.8%가 김 지사의 3선 도전에 반대했고 지역별로는 전주시에서 71.1%로 가장 높게 나왔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8.14 23:02

복(伏)더위 단상

태양을 구워 먹어도 시원치 않을 폭염. 일주일 전 입추가 지났는 데도 곳곳에서 수은주가 사상 최고로 치솟고 있다. 섭씨 33도를 넘으면 폭염주의보, 35도를 넘으면 폭염경보가 발령되는데 이런 폭염특보가 계속되고 있다. 폭염에 목숨을 잃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살인 더위다. 어제가 말복(末伏)이다. '삼복더위'라는 말처럼 1년 중 가장 더운 기간이다. 최남선의 '조선상식(朝鮮常識)'에 따르면 복날은 '서기제복(暑氣制伏)'의 뜻이 있다. 여름의 더운 기운(暑氣)을 제압, 굴복(制伏)시킨다는 의미다. 복(伏)자엔 엎드리다, 굴복하다의 뜻이 있기 때문이다.더운 기(氣)를 이길려면 체력이 튼튼해야 한다. 복날에 삼계탕 보신탕 같은 영양가 많은 음식을 먹는 까닭이다. 伏(복)자에 犬(견)자가 들어 있는 것도 우연치 않다. 개고기 애호가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사람이 다산 정약용이다. 다산의 개고기 예찬론은 흑산도에 유배중인 형 정약전에게 보낸 편지에 잘 드러나 있다. "섬 안에 산개(山犬)가 천마리도 넘을 텐데 저라면 5일에 한마리씩은 삶아 먹겠습니다…1년 365일에 52마리의 개를 삶으면 충분히 고기를 계속 먹을 수 있습니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세상에 1년에 개 52마리를 먹는다니 지독한 개고기 마니아가 아닐 수 없다. 다산은 "(형님이) 보내주신 편지에서 짐승고기는 도무지 먹지 못한다고 하셨는데 이것이 어찌 생명을 연장할수 있는 도(道)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유배중에 고기를 먹을 수 없다는 형님을 한탄하기까지 했다. 무덥고 무기력하면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게 느껴지는 법. 기운을 돋구고 폭염을 슬기롭게 이겨낼 지혜가 필요한 때다. 조선시대에도 어른들은 술과 음식을 마련해 산간계곡으로 들어가 하루를 즐겼다. 해안지방에서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냈다. 부녀자와 아이들은 수박 등 과일을 먹으며 물놀이를 하는 것으로 더위를 피하고 지친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예나 지금이나 피서방법은 똑같았던 모양이다. 당분간 폭염이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1994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의 더위다. 복(伏)은 제 주인 앞에서 벌렁 드러누워 있는 개처럼 낮게 엎드리라는 의미다. 폭염을 탓한 들 나만 스트레스 받는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8.13 23:02

효성과 상상력의 만남

시인은 시만 가지고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다. 살림살이 자체가 시인 악양 박남준 시인의 낭만적 청빈이야 더 말할 것이 없는 일이고 절필까지 선언하며 시대와 맞장 뜨겠다는 안도현 시인의 결기 뒤에 숨어 있는 수많은 '발견'의 일깨움!(확인하고 싶으면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사제와 시인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 걷기'에 참여해 보시라! 끝없이 이어지는 꽃과 나무와 풀들에 관한 이야기로 발걸음이 지칠 틈이 없다!), 김용택 시인의 뜬금없는 발언이 주는 돌연한 깨우침까지!지난 주말 전북작가회의 여름수련회에서도 김용택 시인은 예상 밖의 증언으로 진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처음 자신의 시작품에 관한 얘기는 횡설수설까지는 아니래도 끝맺음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는데, '시 말고 삶에 대해 말해보자! 시도 삶의 얘기니까!' 하며 꺼내든 어머니 얘기는 장내를 일거에 숙연하게 만들었다. 팔순을 한참 넘긴 시인의 어머니는 노인요양병원에서 생활하고 계신다. 현대의학의 도움으로 겨우 연명 수준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시인 부부는 이런 모습이 안타까워 계속 고민을 해왔던 것! 그러다가 평생 잘해오던 일이라면 지금 상황에서도 잘해나가리라는 생각에 천 조각과 실 바늘을 마련해 드렸다. 예상 적중! 약간의 치매 기운마저 있는 이 노인 양반의 삶은 그날부터 천지개벽, 다시 젊은 날의 능동적 삶을 회복했다. 이제는 그 병원의 모든 바느질거리를 도맡아 처리하며 천 조각을 이어 만든 식탁보 등은 내다 팔 수도 있는 수준! 급기야 별도의 작업공간까지 마련하게 되었으니 연명의 세월이 하루아침에 당당한 공예인의 창작활동으로 거듭난 것이다! 또 하나 시인 부부가 착안한 것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자는 것! 복잡하고 새로운 것은 오히려 부담,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어요?" "우리집 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올라요?" 등을 화두처럼 던지고 다음 만남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재미난 것은 그 답이 자주 변한다는 것. "애비가 교사 발령을 받았을 때!" "손주가 태어났을 때!" 등등. 이는 계속 생각을 한다는 것의 반증! 이는 치매의 진전을 막아줄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자연스럽게 정리해주는 이중 삼중의 효과가 있는 일이다.이 모든 것이 시인 부부의 지극한 효성과 놀라운 상상력이 있어 가능한 일, 상상력도 없고 효성도 부족한 나 같은 범부는 이 감동의 깨우침을 받고도 실현할 길이 없으니 이를 설워하노라!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3.08.12 23:02

장크트마르카르텐 채석장의 변신

유럽은 축제로 여름을 난다. 수십 년 연륜은 기본이고 백여 년 전통을 자랑하는 축제들이 즐비하지만 근래 많은 도시들이 축제 만들기에 나서면서 그 숫자는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가 됐다. 그중에서도 오스트리아는 단연 축제의 나라로 꼽힌다. 인구 820만 명을 겨우 넘긴 이 나라의 도시마다 축제가 차고 넘치는 까닭이다. 국민총생산량 중 문화관광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유럽에서도 으뜸인 오스트리아는 국가예산의 10%를 문화(음악)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국가재정이 어려워져 모든 분야의 예산을 삭감해야하는 처지에서도 이 분야만은 그대로 살려놓았을 정도다. 우리가 주목해볼만한 축제 또한 많은데, 신생축제임에도 세계적 축제로 성공한 예가 특히 그렇다. 그 중의 하나, '장크트마르가르텐 축제'가 있다. 장크트마르가르텐은 오스트리아의 동쪽 끝, 헝가리와 인접한 국경부근 부르겐란트 주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부르겐란트의 주도인 아이젠슈타트는 하이든이 이곳 에스트르 하지 궁전의 악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한 덕분에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이곳에서 자동차로 불과 15분 남짓한 장크트마르가르텐은 그 이름조차 생소하다. 신기한 것은 인구 1000명도 안된다는 이곳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여름축제에 매일 수천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온다는 사실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기발한 페스티벌 장소로도 꼽힐만한 장크트마르가르텐의 축제 장소는 낮은 산위, 바위로 둘러싸인 거대한 채석장이다. 이 돌산은 수백 년 동안 중부 유럽의 최고 채석장이었다. 빈의 쉰부른 궁전을 비롯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빼어난 건축물 대부분이 이곳의 돌로 지어졌다. 유럽에서도 가장 화려한 도시 빈의 오늘을 있게 한 마을이 장크트마르가르텐인 셈인데, 그 대가로 돌산에 남겨진 것은 돌이 모두 잘라져나가 흉측하게 남아있는 거대한 구덩이였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바위산의 구덩이를 오페라 공연장으로 만들자는 계획을 내놓은 것은 시다. 주민들이 합세해 오페라 공연을 처음 연 것은 지난 1996년. 놀라운 것은 이 축제가 불과 5년여 만에 연일 티켓이 매진되는 성공을 이루었다는 사실이다. 오페라 '라보엠'으로 축제가 중반에 접어든 지난 8월 2일에도 공연장 객석은 어김없이 꽉 찼다. 들여다보니 올해로 17년, 새롭게 만들어진 우리지역 축제들과 나이가 비슷하다. 이 신생축제의 성공 요인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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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8.09 23:02

비불외곡(臂不外曲)

팔은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 팔이 밖으로 꺾이면 부러지고, 불구가 될 수 있다. 팔은 원래 안으로 굽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세상 일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다. 청과 백으로 편을 나눠 벌어지는 운동경기에서도 응원단은 자기편 선수가 잘 할 수 있도록 응원한다. 상대방에 대해서는 야유까지 한다. 양팀이 몸을 부딪치며 열심히 싸우던 어느 순간, 선수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면 응원단끼리도 서로 다툰다. 동생이 친구와 다투다가 코피가 터졌다. 동생은 형에게 일러 바친다. 비록 동생이 잘못해 벌어진 싸움인 경우에도 형은 동생을 비호하고, (물론 모든 형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동생 친구를 나무란다.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갑작스럽게 비서실장을 교체했다. 과거 검찰총장, 법무장관, 3선 국회의원을 지낸 화려한 경력의 김기춘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세상이 시끌벅적했다. 그가 유신헌법 초안을 만들 당시 실무를 맡았던 검사였고, 1992년 대선을 앞두고 부산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관계기관장 모임에 참석해 '지역감정을 부추겨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고 발언한 장본인인데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보수 정치인의 상징처럼 돼버린 김기춘 비서실장은 1992년 초원복국집에서 한 '우리가 남이가' 발언 도청 사건으로 인해 극단적 지역감정 정치인의 대표 주자로 꼽혔다. 이를 두고 야당이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 장관과 달리 비서실장은 청문회 대상도 아니니 대통령이 야당이나 국민 눈치볼 것 없이 마음대로 임면을 하면 그만 아닌가. 실제로 청와대는 대통령직 수행을 잘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인물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인데 웬 잔소리가 많으냐는 분위기다. 그런데 내부 비판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새누리당 김용태의원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초원복집 사건은 민주주의가 훼손된 대표적 사건이다. 민주주의가 훼손됐다며 (국회 밖으로)나간 야당 입장에서는 정말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격일 것"이라고 비판했다.'우리가 남이가' 하며 팔은 안으로 굽혀야만 한다고 말했던 김기춘 비서실장. 국정을 폭넓게 보지 않고 '우리가 남이가'식으로 처리할까 우려스럽다. 어쨌든 첫 단추는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을 확인시켜준 인사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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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8.08 23:02

어중이떠중이

집행부 견제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상당수 도의원들이 내년 단체장 선거를 겨냥해서 표밭을 누빈다. 정치인들이 정치적 야망을 갖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본연의 역할도 충분히 못하면서 본인 앞에 큰 감만 놓으려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인구가 작은 무 진 장 임실 순창은 단체장과 도의원 선거구가 같아 도의원들이 얼마든지 단체장을 넘볼 수 있다. 김제 남원 정읍 완주 부안 고창은 도의원이 2명이어서 현직 단체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50% 정도 지분은 확보돼 있다.그간 언론서 나쁜 쪽으로 주목 받아온 강완묵 임실군수는 임기 내내 법정만 오갔기 때문에 일찍부터 경쟁자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이 지역은 전 현직 도의원을 포함 전 부군수 전 군의장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단체장들이 그간 줄줄이 구속돼 전국적으로 지방자치 실패지역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하지만 출사표를 던지고 뛰는 면면을 살펴보면 역시나 아니올씨다다. 중국 당나라 시대 이래로 지금껏 인물을 살피는 기준인 신언서판을 놓고 볼 때 그 사람들로서는 아니라는 것. 뭔가 새로운 인물이 나오지 않는 한 내년 선거서도 실패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최진호 도의장이 전주시장, 익산시장에 배승철 김연근, 군산시장에 문면호 이성일, 김제시장에 김현섭, 남원시장에 이상현, 완주군수에 소병래, 부안군수에 권익현, 고창군수에 임동규, 장수군수에 장영수, 순창군수에 오은미 도의원이 뛰고 있다. 몇몇 도의원은 정치력과 재력을 바탕삼아 나름대로 조직 관리를 해와 승산이 엿보인다. 하지만 의정활동을 부실하게 해 존재감도 없는 도의원이 단체장 선거전에 뛰어들어 주위로부터 손가락질 받고 있다.도지사나 시장 군수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정치력만 갖고서도 안 된다. 중앙정치권은 물론 정부 여당과 소통을 잘 할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임기 내 국가예산 확보를 잘해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 요즘 군산 익산 남원 장수 진안 부안 임실군 공무원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이들 지역 단체장 교체 여론이 비등하다. 하지만 어중이떠중이가 선거판을 흐려 물갈이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지금 입지자들은 안중근 의사의 유묵인'인무원려 난성대업'(人無遠慮 難成大業 멀리 내다보는 안목이 없으면 큰일을 이루기 어렵다)을 되새겼으면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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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08.07 23:02

김지사의 레임덕

레임덕(Lame Duck)은 기우뚱거리며 걷는 오리를 이르는 말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11월 초순에 대통령 선거인을 선출하고, 12월 중순에 이들 선거인이 다시 투표를 해 다음해 1월에 개표한다. 새 인물이 선출될 경우 약 3개월간 사실상의 국정 공백이 생기게 된다. 이를 기우뚱거리며 걷는 오리에 비유한 것이 레임덕현상이다. 대통령이나 단체장, 권력기관장 등의 이른바 '통치 누수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레임덕을 이유로 김완주 지사가 3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지난 1일 신문 3사와 방송 4사 등 지역의 7개 언론사 사장단 회동에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당장 정치적 진퇴 표명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3선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불출마를 공식화한다면 그야말로 레임덕 현상이 도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김 지사의 불출마설은 시중에 쫙 퍼져 있다. 중앙 부처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불출마설이 나온 뒤엔 장차관 만나기가 쉽지 않고 일부 부처는 새로운 지사와 논의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다. 전북은 지금 내년도 국가예산과 기금운용본부 이전, 전북연구개발특구 지정 등 꼭 실현시켜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결코 녹녹치 않은 현안들이다. 이행해야 할 공약사업들도 많다. 정치력에 따라 사업과 예산이 움쭉달쭉 할 수 있다. 레임덕은 도정 차질로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레임덕이 이미 와 있다는 데에 있다. 김 지사는 레임덕을 이유로 3선 진퇴 입장을 유보했지만, 레임덕은 김 지사 스스로 자초했다. 연말이나 내년 초 입장을 밝히겠다고 하면 될 것을 7월이라는 시점을 명시했고, 일찌김치 측근들에게 불출마 입장을 밝힌 것 등이 그런 예다. 또 언론사 사장단에게 이런 입장을 먼저 밝힌 것도 석연치 않다. 3선 출마여부는 도민 관심사안이다. 그렇다면 출입기자들에게 먼저 입장을 밝혔어야 옳다. 그런 뒤 사장단 만찬회동을 갖는 게 순리다. 출입기자들에겐 이런 입장을 밝히지도 않고 언론사 사장단에게만 입장을 밝힌 것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거나, 아니면 언론사 사장들이 잘 알아서 포장해 주겠지 하는 뜻이겠다. 이건 도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소통이 아닌 일방 통행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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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8.06 23:02

동학농민혁명기념일

정읍 조소마을의 전봉준 장군 고택에 가면 다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장군의 초상을 만날 수 있다. 영겁의 피안을 응시하는 듯 먼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시선은 격변의 파도를 온몸으로 맞으며 살다간 혁명아에게는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모습이다. 저런 눈으로 어떻게 완고한 봉건질서를 깨뜨리려 했단 말인가? 저런 눈빛으로 어찌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외세에 항거하고자 분연히 떨쳐 일어선 농민군들을 호령할 수 있었을까? 그 이후에 진행될 뒤틀림의 역사를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것일까? 일제와 그 이후 독재정권들에 의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사람들에 의해서 현재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축소와 전유(專有)의 왜곡을?역사는 언제든 왜곡될 수 있다. 혁명의 대의는 현실정치 속에서 소실되게 마련이고 성공한 혁명조차 '죽 쑤어 개 주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혁명정신에 가장 걸맞지 않은 박정희 전두환 두 독재자에 의해 조성된 황토재 기념탑과 기념관이 이를 웅변해주고 있다. 그것도 부족하여 다른 주요 유적지가 허허 잡초 투성이인 마당에 또 다른 기념관을 하필 그곳에 덩실 세운 것도 그렇다. 그곳에서 혁명정신과 무관한 사람들이 임원이랍시고 저지른 최근까지의 행태들은 더 말할 게 없는 일이고. 왜곡은 혁명 120주년을 앞두고도 현재진행형이다. 일본 한 대학 연구실에 방치되어 있던 농민군지도자 유해는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또 다른 형태로 유기되어 있다. 아직도 지역이기주의에 발목 잡혀 혁명기념일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20세기 동아시아 국제질서변화에 획기적 전기였으며 우리나라 근대 민족민주운동의 시발점이었던 이 역사적 사건을 조그만 고을의 일로 기리려는 왜곡은 두 번째 육십갑자를 앞두고도 끈질기게 진행 중이다.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농민혁명이 어느 특정지역의 전유물일 수는 없다. 과거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그 역사적 의미를 축소하려는 음모가 치열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 험한 시절에 역사를 지킨 공은 가상한 일이다. 그러나 그 공을 내세워 역사왜곡을 자행하는 것은 그 공조차 까먹는 일이 될 수 있다. 그 역사적 중요성에 공감하여 일본인 영화감독이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겠다고 나서는 판국에 우리가 기념일 합의조차 못하고 있어서야 어디 될 말인가? 전봉준장군의 처연한 눈빛을 제대로 대면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바로 세워야 할 일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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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05 23:02

마에다 겐지 감독

일본의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마에다 겐지씨(78)는 내놓고 말하는 '친한(親韓)인사'다. 일본의 전통문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만 2백편 넘게 제작했지만 흥행과는 무관한 주제를 다루는 덕분에 그의 제작 환경은 늘 척박하다. 더구나 그의 영화들은 일본에서도 썩 환영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작업은 동아시아의 도래문화와 역사를 주목, 일본의 문화 뿌리가 곧 한국임을 증명해내고, 일본의 역사 왜곡을 바로 잡는 연상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작인 '백만인의 신세타령' 역시 일제 치하에서 강제 징용, 강제 노동, 정신대 등 한국인 피해자들의 한 맺힌 육성을 담은 영상기록이다. 상영시간만 2시간 25분에 이르는 이 대작을 만들기 위해 그는 7년이라는 세월을 꼬박 바쳤다. 일본의 우익 입장에서 보면 그는 매국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는 의연하다. 극우파들의 해코지가 가해질 것이 빤한데도 그는 이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마에다 감독이 이번에는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다. 여전히 어려운 제작 환경에서 또다시 나선 그의 용기와 의지가 놀랍다. 그는 이 영화 제작의 취지를 이렇게 말한다. "동학농민혁명은 일본의 한반도 진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일본이 청일전쟁(1894∼95년)과 러일전쟁(1904∼05년)에서 승리하면서 조선 식민지화의 단초를 열었기 때문이다. 한국강제병합 100년의 뿌리가 된 동학농민혁명은 과연 무엇이었는가를 영상화해 동북아시아 뿐 아니라 온 세계 사람들에게 이 역사의 깊은 의미와 진실을 알리고 싶다." 마에다 감독은 이미 여러해 전부터 한국을 오가며 동학농민혁명의 현장을 답사했다. 주목되는 것은 이 기록영화에 담겨질 현장의 면면이다. 현지 촬영 계획을 보니 한국 전역과 북한, 중국, 일본 전 지역이 대상이다. 세상에 남은 모든 자료와 유품, 관계자와 후손, 지식인들의 증언을 수록하는 대장정이다. 이미 기초작업을 해놓은 덕분에 영화는 내년 7월에 촬영을 끝내고 10월쯤 발표할 계획이란다. 역사를 대하는 그의 열정을 대하면 '일본만큼 역사를 깊이 공부하는 나라가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물론 문제는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일삼는 일본의 역사왜곡일 것이다. 그래서 마에다 감독의 작업이 더 빛나 보인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맞는 내년, 우리는 일본인 감독의 큰 선물을 받게 된다. 그의 외로운 작업에 성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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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3.08.02 23:02

자동차 도시의 몰락

미국 최대의 공업도시로 잘 알려진 디트로이트시는 소위 '자동차 도시'다.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가 자리 잡았고, 돈이 차고 넘치면서 도시는 활기가 넘쳤었다. 하지만 세상에 항상 잘 나가는 일은 없다. 주식시장에서는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표현한다. 정치권에서는 '화무십일홍'이라고 경계한다. 디트로이트시는 지난 18일 185억 달러(21조 원)에 달하는 빚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미시간주 연방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디트로이트시의 빚 185억 달러는 과거 파산신청을 냈던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와 앨라배마주의 제퍼슨카운티를 크게 뛰어넘으면서 미국 지방정부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빚으로 기록됐다. 디트로이트시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가 185만 명에 달할 정도로 큰 도시였다. 디트로이트시에 자리잡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기업들이 고속도로를 질주하듯 고속 성장하였다. 당연히 시민들의 일자리는 넉넉했고, 높은 임금에 각종 복지 혜택도 좋았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 메이커들의 독점적 지위에 금이 가면서 디트로이트시도 멍들기 시작했다. 1960년대 일본 자동차가 미국에 상륙했고, 수입 자동차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디트로이트의 일자리도 조금씩 타격을 입었다. 어려워진 기업이 구조조정에 나서면 노동자 시민들은 저항했고, 호황기에 누렸던 복지 혜택을 양보하지 않았다. 파업이 잦아지고, 경쟁력은 서서히 떨어졌다. 기업을 둘러싼 분위기만이 아니었다. 디트로이트시정부는 부정부패로 얼룩졌고, 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감옥에 갔다. 기업들이 술렁였고, 타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업이 늘어갔다.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실업률은 높아졌고,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졌다. 강력사건이 증가하면서 급기야 디트로이트는 2010년 미국 제1의 위험도시에 선정됐다. 중산층 가구들이 다른 도시로 떠나면서 1950년대 185만 명이던 인구가 2010년 71만 명으로 줄었다. 부동산 소유자의 재산세 납부율이 53%에 불과할 정도가 되면서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얼마 전 군산 쉐보레 자동차가 신모델 생산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술렁거린 적이 있다. 현대차 전주공장은 교대근무로 생산 차질을 빚었다. 이들 자동차 기업이 전북을 떠난다면? 화무십일홍, 디트로이트의 일만이 아니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8.01 23:02

김지사 책임론

책임정치가 실종됐다. 정치인들은 일이 터질 때마다 책임 짓겠다고 말 하지만 막상 책임져야할 상황이 오면 아니면말고 식으로 비겁하게 빠진다. 그래서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다 자신의 탓이 아니고 남 탓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못된 버릇들이 있다. 그간 도내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고 있다. LH, 프로야구 10구단, 전주 완주 통합이 무산되면서 도민들에게 엄청난 상실감을 안겨줬는데도 지금껏 책임지지 않고 있다. 도민들은 서명해 달라고 요구하면 발 벗고 나서서 힘을 모아줬다. 이렇게까지 해줬는데도 정치권서는 실패에 따른 책임은 커녕 결국에 가서는 정권탓 등 남의 탓으로 돌리고 만다. 분명 김완주지사는 도민들을 기망했기 때문에 더 이상 미련을 가져선 안 된다.전주 완주 통합만 해도 그렇다. 김완주 지사가 송하진시장 임정엽군수와 함께 모처럼만에 의기투합해서 통합에 나섰다. 송 시장은 통합시장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배수진까지 치며 통합에 진정성을 보였다. 통합을 일궈내려고 모든 걸 완주군에 양보하며 올인했다. 2009년 선두에 서서 통합반대운동을 편 임 군수는 이번에는 찬성으로 돌아서 심신이 지칠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 그 이유는 전주 완주가 통합되면 정부로부터 10년간 2300억 원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지역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젖 먹던 힘까지 쓴 것이다.두 사람은 정치적 목적 달성 때문에 최선을 다 했다는 평을 듣지만 김지사가 보여준 태도는 그게 아니었다. 통합에 나선다는 시늉만 냈을 뿐 1년 동안 한 일이 없다. 김지사가 적극성을 띠었더라면 투표 결과는 달리 나왔을 것이다. 도에서 구체적으로 나서질 않아 통합이 불발로 그쳤다. 통합찬성측인 완주 전주상생발전 완주군민협의회가 지난 24일 김지사와 최규성의원을 맹비난하며 책임론을 제기한 것도 도에서 겉으로만 움직인 척 했기 때문이다.최규성의원이 뒤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사람들을 조종한 것도 통합불발 원인이 되었다. 이 때문에 도민들이 민주당을 싫어한다. 전주시민 92%가 뭘 몰라서 찬성한 게 아니다. 통합이 돼야만 살길이 만들어진다고 봤기 때문에 압도적으로 찬성을 한 것. 김지사는 지금이라도 석고대죄 해야 맞다. 그간 너무 도민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줬기 때문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7.31 23:02

골프 금지령

우리나라 역대 통치자 중 골프에 가장 너그러웠던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일 것이다. 재임 중 한번도 골프에 시비를 걸지 않았다. 한발 더 나아가 "농부도 골프를 치도록 하겠다."고 했다. 돈 있는 사람만 즐길 수 있는 사치 스포츠가 돼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 발언 이후 대중 골프장이 곳곳에 들어섰다. 골프 대중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골프는 공직자 기강의 잣대처럼 돼 버렸다. 1993년 집권한 김영삼 대통령은 당선 직후 "재임 중엔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골프 금지령이었다. 골프를 치다 감사팀에 적발돼 신세를 조진 공직자들이 수두룩하다. 노무현 정부는 노 대통령이 간간이 골프를 즐겼지만 이따금 자제령을 내렸다. 고위 공직자들이 몸을 사릴 수 밖에 없었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3.1절 기업인들과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 결국 총리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류우익 대통령실장의 부정적 발언이 골프 금지령으로 확대 해석되자 이동관 대변인이 나서서 "자기가 적절한지 검토해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고 진화했다. 박근혜 정부는 어떨까.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이제 골프를 좀 칠 수 있게 해달라."고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박 대통령은 웃기만 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얼마 전 주요 언론사 논설실장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지금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골프 금지령이 계속되고 있는 걸 보여준다. 최근엔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골프에 대해 두어 가지 지침을 내렸다. "휴가 때 꼭 치고 싶은 사람은 문제가 되지 않을 사람과 자비로 쳐도 된다." "웬만하면 필드보다는 스크린골프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 조건부 해금인 셈인데 대통령과의 조율 끝에 나온 지침은 아닌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3학년 어린아이들한테 "물가에 가지 마라, 물놀이 하고 싶을 때는 욕조 안에서 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골프를 쳐야 할지, 말아야 할지까지 대통령한테 물어보는 나라는 우리나라 말고는 없다. 더구나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만큼 대한민국은 한가롭지도 않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골프 가이드라인을 정해 주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꼭 어린아이들 노는 꼴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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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7.30 23:02

'천인 갈채상'

"전통문화중심도시 추진을 지원하고 전통문화의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민간차원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체계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또한 오랜 세월동안 체화된 민족고유 양식을 보존계승하여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서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전통문화중심도시 전주의 지지기반을 확대 및 확산해 나가는 민간차원의 홍보대사 역할도 꾸준히 수행해 나갈 것이다."전주를 사랑하고 전통문화를 아끼는 사람들의 모임인 '천년전주사랑모임'취지문 일부이다. 그 동안 이 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꾸리느라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전주시의 전통문화정책이 흔들리면서 상당한 동력의 상실을 겪고 있다. 특히 한옥마을이 최고의 관광지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런 활동의 필요성이나 명분이 약해졌다 여기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다.그러나 경계할 일은 관광에 기댄 문화정책이 항상 양면성을 지닌다는 점. 문예활성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지만 상업화의 빌미를 제공해준다는 것 또한 엄혹한 현실. 현재 한옥마을의 모습이 엄중하게 경고하는 바다! 그동안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것들을 희생하여 전주를 전통문화중심도시로! 한옥마을을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관광명소로! 키워온 문예인들은 이제 자본의 논리에 밀려 그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상업공간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이지만 주민들의 의식이 급격하게 배금주의에 휩싸이는 것은 훨씬 더 심각한 고민거리! 문화예술은 사랑과 정성이 있어야만 꽃필 수 있는 성장이 더딘 나무다. 일시적인 유행이나 반짝이는 기획 하나로 키워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돈의 논리에 휘둘려서는 금방 철지난 유행가 가락 되작이는 신세 되기 십상이다.그래서 필요한 것이 민간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다. 변덕스러운 관의 문화정책에 기대다가는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천년전주사랑모임'과 같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적 연대"가 절실한 것이다. '천인 갈채상'은 그런 취지에서 제안된 것!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사람 천명이 일 년에 만원씩을 모아 한 해 동안 가장 열심히 활동을 한 젊은 문화예술인 두 명에게 500만원씩을 상으로 주자는. 후원자들에게 만원은 별개 아니지만 500만원의 지원금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 아니 그 상징적 가치는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바라기는 이런 취지의 문화예술 후원활동이 다양한 형태로 지속되는 것. 그래야 전주가 명실상부 '가장 한국적인' 문화예술도시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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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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