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직업
엘리베이터 승무원이란 직업이 있었다. 1984년 준공 당시 호남 최고층(15층) 최신식 건물인 전북일보사 빌딩 엘리베이터 두곳에도 두명의 여 승무원이 배치됐다. 깃털이 달린 사관생도 모자에 제복 차림의 멋진 승무원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타고 내리는 승객(?)들의 편의를 도왔다. 일자리가 넉넉했던 호시절의 얘기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타이피스트와 전화교환원은 1960∼70년대만 해도 인기 있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0년 쯤 후엔 회계사, 슈퍼마킷 계산원, 콜센터 직원, 은행 창구직원, 파출부 등의 직업도 사라질 것이란 예측도 있다. 자동화 소프트웨어나 로봇 등이 일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대와 환경 변화로 새로 생기는 직업들도 많다. 노인복지 수요가 높아지면서 가족 대신 노인을 돌봐줄 '실버 시터(Silver sitter)', 노년 설계를 담당할 '실버 디자이너(Silver designer)'도 그런 직업이다. 실버 디자이너는 노인의 건강과 교육, 취업, 사회활동, 재산관리 등 전반적인 삶을 재설계한다. 기후변화로 재난재해가 빈번해지면서 재난 및 재해관리 전문가와 자원 컨설턴트, 질병방역 전문가 등도 수요가 많아질 직업이다. 과도한 경쟁과 자살률 1위의 환경 속에서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치유할 운동치료사, 정신상담사, 음악치료사 등도 인기 있는 직업이 될 수 있다(최재천의 '10년후 세상') 얼마전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신(新) 직업'이 눈길을 끈다. 향후 도입이 필요하거나 활성화가 가능한 직업 100개를 선별했다. 이를테면 이혼플래너, 냄새판정사, 디지털장례사, 댄스치료사, 장애인 여행도우미, 자살예방상담사, 정신대화사(말벗도우미), 자연치료사, 소셜미디어관리 전문가, 사이버언더테이커, 매매주택 연출가 등이다. 듣기에도 생소한 이런 직업들이 앞으로는 새로운 일자리로 자리잡는다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육신은 편안해 진다. 반면 정신은 피곤해지기 마련인데 새 직업군(群)도 정신치료 영역에 쏠려 있다. 우리나라엔 1만6000여개의 직업이 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직업의 수요는 늘 시대적 환경변화에 따라 명멸하기 마련이다. 지금 인기 직업이 언제 타이피스트나 전화교환원 신세가 될지 모른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