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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이다. 2001년에 제작된 이래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모은 이 만화영화는 열 살 소녀 치히로가 가족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모험 이야기다. 내용만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게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미야자키식 우화와 복잡한 상징들은 앨리스와는 또 다른 에너지와 독창성이 돋보인다. 영화가 개봉되었던 당시 일본관객들은 열광했다. 영화에서 그려진 일본의 토속 정령 문화가 일본인들의 향수와 추억을 불러일으켰던 덕분이다. 흥행기록도 화제였다. 지금까지 동원된 관객 2350만 명, 수입은 35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2002년)을 수상한 이 영화는 일본 국민들이 가장 많이 본 영화이기도 하다. 미야자키의 이름을 좀 더 친숙하게 기억하게 하는 것은 그의 첫 연출작 '미래소년 코난'이다. 이어 발표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집 토토로''원령공주''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그의 대표작들 역시 현실과 시대를 향한 메시지를 담아 현대인들에게 기억과 성찰의 미덕을 전해주었다. 일본이 자랑스러워하는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최근 아베 신조 정권의 헌법개정 추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자신이 운영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가 발행하는 '열풍' 최근호에 아베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헌법개정'과 관련한 글을 통해서다. "선거를 하면 득표율도 투표율도 낮은데, 정부가 혼잡한 틈을 악용해 즉흥적인 방법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당치않은 일"이라고 밝힌 그는 "정권의 역사인식 부재와 정견의 부재에 질렸다"며 "생각이 부족한 인간이 헌법 같은 것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낫다"고 질타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사죄·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 미야자키 감독의 날선 비판은 일본의 여론을 들끓게 했다. 즉각 대응에 나선 것은 역시 일본의 극우세력이다. 그들은 미야자키 감독이 '매국행위를 했다'며 신작 '바람 불다'의 홍보를 위해 무리수를 두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극우세력의 이런 비난에 한 영화평론가는 이렇게 조언한다. "미야자키의 전작들을 다시보라. 그의 작품은 언제나 기억과 반성, 조화와 균형에 관한 이야기였다." 사실 미야자키 감독은 보수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의 극우세력을 향한 감독의 일갈을 더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7.26 23:02

전두환 추징법

전두환은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1997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됨에 따라 추징금 2,205억 원을 내야 했다. 하지만 일부만 냈을 뿐이고 무려 1,673억 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지금까지 내지 않고 있다. 전두환은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며 버티기 중이다. 최근 전두환 추징금 공소시효가 임박했다는 여론에 몰린 국회가 전두환 추징법을 만들었고,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설치해 대대적인 추징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두환 거주지와 네 자녀의 집·사업체는 물론 전두환과 관련된 인물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부동산은 물론 미술품과 예금통장, 보험상품 등을 압수하고 있다. 전두환은 그동안 재산을 정리한 상태다. 하지만 전두환이 빼돌린 거액은 모두 처남인 이창석 등 주요 주변인물들의 관리 하에 운용되고 있으며, 네 자녀들이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는 것도 전두환의 뇌물이 종자돈으로 작용한 것으로 세상사람들은 믿고 있다. 실례로 전두환의 처남 이창석은 지난 2006년 12월 경기도 오산의 한 야산을 매각하면서 그 절반은 건설업자 A씨에게 500억원을 받고 넘겼다. 이씨는 나머지 절반의 땅은 전두환의 아들 전재용에게 28억원에 팔았다. 더욱 의아스러운 것은 전재용은 외삼촌 이창석으로부터 28억 원에 매입한 문제의 부동산을 A씨에게 400억원을 받고 팔았다는 사실이다. 전두환은 물론 전두환 주변 인물들의 이상한 재산 형성, 재산 거래 등으로 미뤄볼 때 전두환은 분명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는 늙은이가 아니다. 그는 권력을 휘두르는 과정에서 모은 엄청난 뇌물을 곳곳에 숨겨놓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국회와 정부가 전두환의 거액 뇌물수수사건 추징금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지 무려 15년도 넘은 지금에서야 소위 전두환 추징법을 만들어 추징금 강제 환수에 나서는 것은, 어찌 보면 우스운 일이기도 하다. 정부는 국회가 특별법을 만들기 전에 전두환 뇌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역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역대 정권 모두 전두환 뇌물 추징에 미온적이었다. 정치인들도 그동안 전두환을 맹비난하면서도 어찌된 일인지 권력을 제대로 압박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어쨌든 이번 전두환추징작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지금쯤 박근혜정부는 이번 추징작업이 전두환에게 면죄부가 되는 결과를 경계해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7.25 23:02

정동영 카드

정동영 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정치인도 없다. 고향 전주에서 15·16대 때 전국최다득표를 기록, 일약 스타 정치인으로 우뚝 섰다. 앵커 출신으로 DJ 후광을 받으면서 정계에 입문한지 4년만인 2000년에 최고위원으로 선출, 초재선 그룹의 리더가 됐다. 그는 DJ 면전에서 정풍운동을 주도, DJ정권의 2인자였던 권노갑 최고위원을 퇴진시켰다. 가히 상상할 수 없는 돌직구를 던진 것. 2002년 대선 때는 국민경선지킴이로 끝까지 완주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공동위원장을 맡아 노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 된 이후 2003년 열린우리당을 창당, 17대 총선서 152석의 거대여당을 탄생시켰다. 정작 본인은 노인폄하 발언으로 비례대표 후보직을 내놓아 국회의원 배지를 못 달았으나 참여정부 실세로 통일부장관을 역임,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도 했다.하지만 18개월간 행정부에서 대권 수업을 받은 그에게 혹독한 시련이 뒤 따랐다.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대패, 20%를 넘나들던 지지율이 3%에도 못미쳐 의장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지난 2007년 대선서 530만표 차로 낙선한 게 그 한테는 치명타였다. 18대 때 동작을에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선거에 나섰으나 패배했고 미국으로 건너간 후에도 조급증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어머니를 외치며 전주 덕진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었으나 이미 큰 정치인의 면모는 잃었다. DJ가 73세에 대통령이 된 것처럼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를 지냈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선거에도 출마치 않고 참고 기다렸어야 옳았다. 지난해 강남을서 출마한 것도 무리수였다.요즘 전주에서 그의 행보가 목격된다. 전주 신광교회 특강과 전주 KBS 토론회에 참가하면서 서대문 대신 전주 완산을 아니면 도지사 출마설이 그럴싸하게 퍼져 있다. 홍준표가 또 경남지사로, 박지원이 전남지사로 나서는 것처럼 말이다. 무관(無冠)인 그는 예전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못받아 답답해 보인다. 지금 김한길 대표와 그 사이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수 있다. 민주당은 호남서 부는 안철수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그를 필요로 하고 정동영은 그것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정서는 그게 아니다. 상당수 도민들은 대선 이후 그의 일관성 없는 행보에 실망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7.24 23:02

정당공천 존폐 논란

폭염 속에 민주당의 전 당원 투표가 가열되고 있다. 시장·군수와 시군의회 의원의 정당공천 찬반을 묻는 투표가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닷새간의 일정으로 진행 중이다. 투표 방법은 문자메시지와 ARS(자동응답전화) 방식이다. 투표권자는 최근 1년 동안 1회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이다. 전국적으로 14만 7128명이다. 전북 당원이 대략 30%를 차지한다.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정당 공천제의 순기능과 역기능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잘 드러나 있다. 순기능은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고, 우수 인재나 신인을 발굴할 수 있는 점, 비례대표제를 통해 정치 약자나 직능 대표 등을 정치에 입문시킬 수 있는 점 등이다. 반면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공천권이 사유화됨으로써 공천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점, 특정 정당의 특정 지역 싹쓸이가 고착화되는 것 등은 대표적인 역기능이다.공천제가 폐지되면 지역 토호세력들이 막강한 재력과 조직을 동원, 단체장과 의회를 장악할 개연성이 커지고 그럴 경우 비리가 확대될 수 있다. 인지도가 높은 현역 등 기성 정치인들이 지방정치를 독식할 가능성도 크다. 후보 난립과 여성들의 정치 참여도 후퇴할 것이다. 반면 공천 받기 위해 국회의원의 '몸종' 역할을 해야 했던 정치 수요자들이 그 굴레에서 해방되고, 돈 수요도 덜어질 것이다. 중앙당의 하향식 지시 일변도의 정치관행도 변하게 되고 또 중앙만 쳐다보던 풀뿌리 지방자치도 크게 강화될 수 있다. 어제 민주당전북도당이 이와관련한 토론회를 열었다. 하지만 핵심은 찬반이 아니라 약속이행의 문제라는 점이다. 기초 선거의 정당공천 폐지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대선 공약이었다. 얼마전 문재인 의원도 "대국민 약속인 만큼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던가. 새누리당은 공천폐지를 이미 당론으로 채택했고 4.24 재보선 때에도 공천하지 않았다.하지만 민주당은 공천제를 신주단지 모시듯 애지중지 했다. 여론이 좋지 않자 급기야는 당원들의 뜻을 묻고 있는 것이다. 공약을 내걸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당원들의 뜻에 따라 결정하겠다니 이 얼마나 비겁하고 무책임한 행태인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약속을 실천하려는 의지 만큼은 민주당이 새누리당한테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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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7.23 23:02

한옥마을의 갤러리 미루

"당신의 감미로운 사랑 떠올리면 너무도 풍요로워져/ 나는 내 자신의 처지를 왕과도 바꾸지 않으련다."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후견인을 찬양한 사랑의 노래(소네트) 마지막 부분이다. 운명에 버림받았다고 한탄하는 고독한 예술가가 '이 사람의 기술을 탐내고 저 사람의 역량을 부러워하며' 스스로를 경멸하다가도 자신을 후원하는 사람의 사랑을 떠올리며 자신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여기게 되는, 미묘한 극적 반전이 감동의 즐거움으로 이끄는 절창이다.대학 시절 이 시에 감명을 받은 한 여대생이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해나가면서 이제까지 드러나지 않은 자신의 '끼' 하나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그림에 대한 관심과 애정! 스스로 화가가 되어보겠다는 결심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나날이 새로워지는 열정만큼은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하여 그 열정을 화가들이나 그들 작품들의 유통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가게 된다. 남편이 운영하는 병원공간을 이용하여 작품 전시를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일을 벌려오다가 드디어 전주한옥마을에 번듯한(아직 그 열정에 비하면 성에 차지 않지만) 미술관 하나를 열게 된다.이름하여 갤러리 미루! 한 달에 열흘 정도는 예술유통 활성화를 위한 아트마켓으로 활용하겠다는 당찬 계획도 갖고 있다. 한때 예술인, 공예인들의 마을로 유명했던 전주한옥마을, 관광객이 밀려들면서 정작 이 마을을 활성화하고 유명하게 하는데 기여해온 이들은 턱없이 높아진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만다. 많은 공방이나 작업실이 하루가 다르게 카페나 음식점으로 변해가고 있다.이런 판국에 미술관 하나가 들어선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화예술의 '발전소' 역할을 하지 못하는 한 제 아무리 화려하고 유명한 관광지라 해도 그 명맥을 유지해나갈 수 없다. 미술관이나 쌈지 박물관, 아트스튜디오, 공방 등이 활성화되어야만 관광객을 견인하는 매력을 지속시켜나갈 수 있다.바람이 있다면 이 공간이 이런 문화예술 활성화의 중심으로 우뚝 섰으면 하는 것, 이를 계기로 음악인들이나 공예인들을 후원하는 연주장이나 전시공간을 갖춘 곳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으면 하는 것. 그리하여 이들 후견인들을 향한 찬양의 노래가 높이 울려 퍼지는 전주한옥마을이 세계적인 문화예술 발신지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하는 것! 뜨내기 관광객들로 북적대는 저자거리 같은 곳이 아니라!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3.07.22 23:02

슬로시티의 운명

슬로시티(Slowcity)의 시대다. 빠름이 최고의 가치가 된 디지털 시대에 느림을 추구하는 아날로그적 삶을 지향하는 일은 일종의 반전이다. 물론 슬로시티운동이 속도를 느림으로 대체하고 과거로 회귀하자것만은 아니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국제슬로시티공동체는 '빠름과 느림, 농촌과 도시, 로컬과 글로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간의 조화로운 삶의 리듬을 지키는 것'을 주목한다. 어찌됐든 분명한 것은 오늘날에 이르러 '느림'이 가치 있는 삶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인터넷 지식검색으로 슬로시티는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잘 보호하면서 자유로운 옛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운동'이다. 우리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느림을 추구하는 삶의 운동쯤이 되겠다. 운동이 시작된 곳은 이탈리아. 1999년 10월,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그레베 인 키안티의 파울로 사투르니니 시장과 4개 도시 시장들이 모여 슬로시티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유럽 여러 도시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지금은(2013년 6월 현재) 27개국 174개가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슬로시티는 국제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브랜드'다. 때문에 슬로시티 인증을 받는 일은 문화관광 도시를 향한 많은 도시들의 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전주한옥마을을 비롯한 10개 도시만이 가입되어 있는데 이 도시들이 누리는 '브랜드'의 가치가 톡톡하다. 최근 이들 우리나라의 슬로시티 도시들에 비상이 걸렸다. 전남의 장흥이 국제연맹의 재심사 과정에서 퇴출되고, 신안이 보류되는 수모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퇴출과 보류 원인은 과도한 관광 상품화다. 슬로시티 본래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관광 수익을 올리는데 만 급급했던 도시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실제 이 도시들은 '슬로시티'의 브랜드 효과를 제대로 누렸다. 이 두개의 도시를 포함해 4개의 도시가 2007년 말 슬로시티로 지정된 전남의 관광객 통계를 보면 지정 첫해인 2008년 42만9610명, 2009년 62만5796명, 2010년 118만7030명, 2011년 137만8900명 등 그 증가세가 놀라울 정도다. 그러나 이제 재심사에서 탈락한 장흥군은 슬로시티와 관련된 모든 사업을 중단해야하고, 신안군은 재인증을 받기 위한 노력을 다시 해야 할 처지다. 이 두 도시의 운명이 남 일 같지 않다. 점점 그 고유한 풍경을 잃어가는 전주 한옥마을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7.19 23:02

통합의 진정성

이병주의 소설 '지리산'에서 일제 경찰의 습격을 피해 은신처를 지리산 칠선계곡에서 함양군 북단 괘관산으로 옮긴 보광당 등 도령들은 산을 개간하며 장기전에 대비한다. 뒤이어 지리산 거림골과 반천골에 숨어 살던 도령 등도 괘관산으로 이주, 보광당 주변에 거처를 만들고 개간 작업 벌인다. 이들이 당시 개간한 면적은 1만평이 넘는다. 농사꾼보다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던 도령들에게 개간작업은 매우 힘들었을 것이지만,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일한다. 지리산 풀뿌리로 연명하더라도 일제의 앞잡이가 되지 않겠다며 절규한 도령들에게는 개간의 고단함 조차 호사일 뿐이었다.1945년 5월. 독일이 무조건 항복한 다음 날 괘관산의 도령들은 단합대회를 열어 단체를 통합했다. 통합 출범한 보광당을 이끌어갈 새 두령도 선출했다. 후보는 칠선골의 하준규 두령과 거림골의 차두령이다. 이어 거수 투표로 진행된 이날 통합 두령 선거에서 30명에 불과한 보광당의 하두령이 차두령을 누르고 새 두령에 선출된다. 거림골 도령 50명은 모두 자기편인 차두령에게 거수했지만, 무려 70표를 가진 반천골 식구들 대부분이 하두령에게 거수한 탓이다. 하준규가 반천골 식구들의 지지를 얻어낸 것은 당연했다. 칠선골의 보광당은 봄이 되자마자 맨 먼저 괘관산으로 이주, 개간 작업을 했다. 뒤늦게 이주한 거림골과 반천골 사람들은 개간일이 어려울 때마다 하준규를 찾아와 농기구를 빌려달라는 등 도움을 청했고, 하준규는 보광당 도령들 눈치보지 않고 농기구를 빌려주는 '동지애'를 보여주곤 했다. 평소 하준규가 보여준 리더십과 후덕한 모습을 보고 반천골 식구들이 이심전심으로 표를 몰아준 것이다.전주시의회가 최근 전원회의를 열어 '전주·완주 통합 무산'에 따른 '전주·완주 상생 조례' 존폐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존폐 여부를 처리키로 했다. 상생조례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힌 분위기다. 사실 통합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완주군민의 찬성표를 유도하기 위해 낯부끄럽게 만든 상생조례는 부적절했다. 과유불급이었다. 결국 통합이 무산되자 전주시 예산을 완주군를 위해 사용하는 조례 자체가 우습게 됐다. 이런 설익은 행태들이 전주 완주 통합을 가로막고 있는 진짜 걸림돌인지 모른다. 전주시가 진정 완주군 통합을 원한다면, 속보이는 당근을 내밀 것이 아니라 하준규처럼 평소에 진정한 마음을 내보여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7.18 23:02

선출직 자격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출마 예상자들의 이름이 자·타천 형태로 거론된다. 그간에는 민주당으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논 당상이었다. 하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전에 안철수 신드롬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전북을 포함한 호남권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갖고서는 안되니까 이제부터라도 안철수 신당쪽으로 선수 교체를 해야 맞는 게 아니냐는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그간 전북정치판은 지난 88년 대선 이후부터 민주당 일당 구조가 계속돼왔다. 민주당 아니면 선출직에 당선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 정서가 그렇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상당수 도민들이 제 역할을 못하는 민주당에 실증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실증적 사례는 전주 완주 통합 무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완주 군민들의 반대로 통합이 무산됐지만 상당수 도민들은 민주당 최규성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 때문에 결국 무산시킨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전주시민 92% 이상이 찬성한 것을 완주군민 유권자 55%가 반대표를 던져 무산시킨 것 때문에 민주당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 대다수 전주시민들은 그간 무한 지지를 받아온 민주당이 적극 나서서 찬성하지 못하도록 한 것에 엄청난 반감을 갖고 있다.통합 무산에 따라 전주시장 완주군수 출마 후보군이 뒤바꿔지는 인상이 풍긴다. 통합 됐더라면 통합시장 후보로 임정엽 현 완주군수가 가장 유리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통합이 무산되면서 임 군수는 완주군수 쪽으로 3선출마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군민들의 뜻을 존중, 연말께 정치적 거취를 밝히겠다는 그의 말에 관심이 쏠린다. 통합반대를 이끌어낸 국영석 상임의장은 강력하게 군수 출마 권유를 받지만 그의 진정성 때문에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돈승 공동대표나 소병래 도의원 정도가 나설 것으로 보인다.송하진 전주시장이 일찌감치 도지사 쪽으로 가닥을 잡고 표밭을 누벼 전주시장 자리가 무주공산 된 느낌이다. 지금 민주당 소속 몇 사람으로 후보군이 좁혀져 있지만 전주시민 여론상 그들 중 2~3명은 감이 안된다는 것이다. 여론 선도층이나 찜질방 쪽에서 현재 거명된 사람들에 호감을 갖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안철수 쪽도 있고 더더욱 감이 안된다는 것 때문에 그렇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7.17 23:02

항공 오지 전북

미군 비행장인 군산공항에 민항이 취항한 것은 1997년 무주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앞둔 전략적인 배려 때문이다. 당시 오지였던 무주는 외국 선수와 임원들의 교통편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는데 군산공항 활용이 해답이었다. 시일에 쫓겨 밤샘 횃불작업을 하면서 활주로와 공항청사를 완성시켰다. 당시 유종근 지사는 전북은 항공오지라는 말을 자주 했다. 청와대 회의 때 전국의 시도지사 중 가장 먼 곳에서 오는 사람은 전북지사라는 것이다. 제주도 지사 보다도 시간이 더 걸린다고 불평했다. 항공 서비스가 없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전북권 공항 추진이 시작되지만 지금도 제자리 걸음이다. 전북의 항공정책은 갈팡질팡 그 자체다. 미군공항의 한계 때문에 민간 전용공항을 모색한 것이 1998년이다. 공항개발 중장기 기본계획 변경 등 절차를 밟아 김제시 백산면 조종리 일원을 공항부지로 결정했다. 2001년 기본계획까지 고시됐지만 감사원이 2003년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감사결과를 내놓자 중단되고 말았다. 경제성 없는 공항이 한 둘이 아닌 데도 김제가 타깃이 됐다. 그뒤 새만금 국제공항, 군산공항 국제선 재추진 등 몸부림을 치지만 하세월이다. 이곳 쑤셨다가 안되면 다른 곳 쑤셔보기 식이다. 군산공항은 지리적으로는 우리땅이지만 소파(SOFA)협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우리땅이 아니다. 민항이 한차례 뜨고 내릴 때마다 40만원 안팎의 사용료를 미군 측에 내야 한다. 굴욕적이다. 보안과 안전의 문제도 있고, 도민 접근성도 떨어진다. 그런데도 미군이 반대하는 이 곳에 국제선 취항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항공 서비스가 있느냐 여부는 지역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투자유치와 바이어 왕래의 어려움, 인천공항까지 4시간씩 걸리는 시간 경제적 낭비 등 모두 도민이익과 관련이 있다. 그런 만큼 새 공항부지에 전북권 공항을 추진하는 게 옳다. 군산공항 카드를 놓고 미군한테 애걸복걸할 게 아니다. 김제 백산·공덕면 일원(157만3500여㎡)과 김제 만경읍 화포리 일대(990만㎡) 두 곳이 적지다. 다행히 국토부가 김제 공항부지 활용방안을 모색한다고 하니 이런 호기가 없다. 새만금과 혁신도시 등 미래수요도 많다. 항공 서비스야말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관철시켜야 할 사안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7.16 23:02

죽은 시인의 사회

안도현 시인이 절필을 선언했다.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고 맹세까지 했다. 유신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무법천지의 작금 사태에 절망과도 같은 분노를 느끼며 자신의 손과 발을 자르는 자해의 극한 선택을 한 것이다.국가기관이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여론조작 댓글을 달았다. 여당은 선거국면 전환을 위해 그 국가기관과 공모 은밀하게 남북정상대화록을 활용했다. 그 국가기관은 또 이 범법행위들을 덮기 위해 대화록 자체를 공개하여 NLL 이슈로 여론을 호도하는 등 국기문란의 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 하나하나가 정권의 정당성 자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탈법의 범죄행위들인데 이해 당사자이자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욱 답답한 것은 국민들이 이 말도 안 되는 지지율로 (이것도 조작?) 화답하고 있다는 것! 민감한 시인이 아니더라도 절벽을 맞대한 느낌인데 시인의 심정이야 오죽했을까?영국의 한 시인은 시인을 "인정받지 못한 세상의 입법자"라 칭한 바 있다. 세상이 나아갈 길을 밝히지만 사람들이 잘 인정해주지는 않는, 세상에 빛을 가져다주려 하지만 빛을 싫어하는 세상으로부터는 배척당하기 십상인 존재로 시인을 그리고 있다. 동료 시인이 25살 나이에 죽은 것을 이런 이유로 안타까워했는데 그 자신도 서른을 넘기지 못하고 죽고 만다. 시인을 지상으로 '추락한 천사'라 칭한 비슷한 시기의 미국시인도 세상에 버림받아 길에서 얼어 죽었다. 이름하여 '죽은 시인의 사회'! 시인에게 세상은 가시밭길이다. 절망의 늪이다. 이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식의 몸부림이 필요하다. 육신의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른 희생의 제물이 필요하다. 제물도 제대로 된 제물이라야 효험이 있다. 시인이 내놓을 수 있는 값진 제물에 무엇이 있겠는가!그래서 안타까워하면서도 시인의 선택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아니 또 다른 형태의 이 절절한 시에 감응하여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세상사에 눈을 뜨고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두려움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절필 선언 자체가 세상의 청맹과니들을 향한 절규의 시이자 죽음의 유혹을 떨치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다. 바람이 있다면 이 죽음과도 같은 절필의 기간이 하루 빨리 마감되는 것! 벌써 그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시가 그립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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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13.07.15 23:02

가나자와의 직인대학과 공방

전통문화도시로 이름난 일본 가나자와에는 특별한 대학과 공방이 있다. 장인을 배출하는 '직인대학'과 역량 있는 공예가를 키워내는 '우타츠야마 공예공방'이다. 전통 양식의 건축기법을 전승하는 직인대학에는 석공(石工), 와(瓦), 조원(造園), 판금(板金), 표구(表具)를 비롯한 9개 본과와 수리전공과가 있다. 수리전공과는 국가나 현 또는 시 지정 문화재를 맡아 수리할 수 있는 '문화재 건조물 기술'을 가르치는데, 본과 3년 과정을 수료해야만 다닐 수 있다. 수준 높은 건축기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커리큐럼을 갖추었다는 말일텐데, 연수생 대부분이 관련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갖고 있는 전문가인 것을 보면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 장인들의 전통양식에 대한 고민은 치열하다.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기술적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하기 때문인데, 그만큼 연구 성과도 크다. '우타츠야마 공예공방'은 도예, 칠기, 염색, 금속, 유리 등 5개 공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나자와의 수준 높은 공예문화를 이어가는 공예기술 전수관이자, 전문 공예가를 양성하는 명문 연수 기관으로 이름이 높다. 이제는 오랜 역사와 풍요로움 속에서 전통 공예 기술을 발전시켜온 가나자와의 자긍심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공방의 성공 비결 역시 탄탄한 전통 기술을 바탕으로 예술성과 창작성을 강조하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에 있다. 지난 89년 가나자와시 1백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이후 우타츠야마 공방은 주목받는 공예가들을 키워내는데 성공했다. 주목되는 것은 또 있다. 우타츠야마 공예공방의 콘셉트 '보여주고, 길러내고, 참여시키기'다. 전통 공예 역사와 작품을 언제나 보여줄 수 있는 전시실, 젊은 공예가들을 발굴·육성하는 연수관, 공예를 즐기려는 시민들의 창작과 체험실의 기능은 이러한 콘셉트를 철저하게 실현해낸다. 자연히 전통의 답습에 그치지 않고, 창조적 계승을 통해 현대와 미래와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가 돋보인다. 직인대학과 우타츠야마 공방의 오늘은 '사람'을 주목한 가나자와 문화정책의 성과다. 우리지역 자치단체들도 문화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그런데 그 정책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문화시설 늘리기에만 집중되어 있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현혹되어 추진한 문화정책의 실패사례가 이미 넘쳐나고 있는데도 현실은 그 뒤를 좇기 바쁘다. 이 대책없어 보이는 정책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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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7.12 23:02

얼리 버드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에서 태양인은 오장육부가 가장 강건한 건강 체질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제마 선생은 태양인 체질을 가진 사람은 게으르다고 했다. 태양인은 대부분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이유가 보통 밤 늦게까지 활동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한 때 '아침형 인간'이니, '새벽형 인간'이니 하는 말이 유행했다. 아침형 인간은 '부지런한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얼리 버드(early bird)라고 불리는 아침형 인간은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이 암시하듯 사업적 성공 가능성도 높다. 사실 성공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성공한 인물들을 말할 때 곧잘 얼리버드가 사용되곤 한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얼리 버드에 속했던 것 같다. 그는 학창시절 아침 5시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찬물에 세수하고 2시간가량 정신을 집중해 공부했다고 한다. 일반 학생들에 비해 그는 항상 2시간 정도를 더 공부에 열중한 셈이다.얼마 전 삼성 이건희 회장이 서초동 그룹 사옥으로 아침 출근을 재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주로 그룹 밖에서 업무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의 아침시간 출근은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가 지난 6월 '신경영 20년'을 기념하면서 '자만의 위기'를 경계했듯이 사원들에게 정신무장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 경영인 중 얼리버드의 표상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다. 그는 4시에 일어나 5시에 식사한 후 걸어서 계동 사옥으로 출근했다고 한다. 정몽구회장은 지난 2000년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취임 이후 13년동안 아침 6시30분에 출근했다. 최근에는 6시로 앞당겼다. 1965년 4월에 미국 통신 위성 회사 인텔샛이 쏘아 올린 최초의 상용 통신 위성 인텔샛1호의 애칭이 '얼리버드'다. 대서양 적도 위에 올려진 이 통신위성은 아침 일찍부터 미국과 유럽 간의 우주 통신에 부지런히 활용된다. 얼리버드는 쉴 사이없이 움직이는 부지런함이다. 장마와 무더위가 힘든 계절이다. 무더위가 거세지면 열대야가 괴롭힌다. 그래도 아침 시간은 서늘해 독서하기 적당하다. 아침일찍 일어나 독서하는 사람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독서하는 사람이 세상을 이끈다(Readers are Leaders!)고 하지 않는가.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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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7.11 23:02

지사 선거판

전주 완주 통합 무산으로 도지사와 전주시장 완주군수 선거전이 조기에 달궈졌다. 특히 지난 5월초부터 김완주 지사가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실패에 따라 본인 스스로가 3선 불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 입지자들이 지사선거에 경쟁이 치열하다. 일각에서는 김완주 지사 한테 지금도 3선 출마를 권유한 그룹도 있지만 최근 김 지사 자신이 내부적으로 불출마쪽으로 확실하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20년 가까히 민관선 단체장을 지내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 줄 기회가 온 것 같다"며 남은 기간 깔끔하게 임기를 마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탐문된다.지사선거에 의지가 강한 송하진 전주시장이 통합 불발로 내상은 입었지만 그래도 중앙정치권과 호흡을 함께하며 조직을 가동중에 있다. 일각에서 우유부단하다는 이야기가 나돌지만 전주시장 취임초 전임 김완주 지사가 추진했던 경전철 사업을 백지화 시킬 정도로 강단이 있다는 것. 송 시장은 재선하면서 마지막 목표를 지사선거에 걸고 열린시정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인지도면에서 다른 입지자 보다 앞서고 당원도 많이 모집해 경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통합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너무 완주군에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듯한 인상을 풍긴 건 분명 잘못이라는 지적도 있다.그간 송 시장과 공직에서 호형호제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유성엽 국회의원이 최고위원 진입에 실패한 이후 곧바로 전열을 정비해서 지사직 출마에 나섰다. 깔끔한 성품에 선이 굵다는 평을 받아온 재선의 유의원은 김완주 지사와 일전을 치른 경험을 갖고 있고 학경력면에서 뒤질게 없다는 입장이다. 정읍시장 시절 소신껏 시정을 펼친데다 논리력과 겸손함까지 갖춘 재선의원으로 정치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항간에는 "중앙에서 호남을 대표할 정도로 커 나갈 수 있는 재목이 굳이 지사선거에 나서는 모양이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문제는 현재까지 2강구도가 형성됐지만 안철수쪽에서 다크호스가 등장하면 선거판은 장담할 수 없다. 김 지사가 가족들과 제주도에서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면 어떤 형태로든 이달 중으로 불출마 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 불출마 선언이 있으면 곧바로 김승수 정무부지사의 전주시장 출마선언이 이어질 것이다. 달이 차면 기우는 것처럼 세상에는 영원한 게 없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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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07.10 23:02

충청권에 밀린 호남인구

옛날의 충청권은 호남권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인구조사가 처음 시작된 1925년 이후 호남권 인구는 줄곧 충청권을 앞질렀다. 당시 호남엔 352만 명이 거주했지만 충청권은 212만 명에 불과했다. 곡창에다 경제가 발달하고 문화가 풍성했다. 충무공 전서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란 말처럼 호남은 국가 유지의 주춧돌이었다. 1949년 전북 인구는 204만8951명이었다. 당시 전국 인구는 2017만 명이니 전북은 10.2%를 점유한 '힘 있는' 지역이었다. 이 점유율을 2010년에 대비시키면 전북인구는 487만5882명이 돼야 한다. 지난달 말 뉴스1전북본부와 전북대지방자치연구소가 주최한 지역창조포럼에서 전북대 신기현 교수는 이 수치를 제시하면서 균형발전을 꾀할려면 현재의 인구 기준만으로는 안되고 최소한의 보완적 배분을 위한 논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정치력도 인구에 비례하기 마련이다. 1949년 5.10 제헌의원 선거 당시 전북은 22개 선거구나 됐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나용균(정읍 갑), 백관수(고창 을), 조한백(김제 갑)씨 등이 정치에 입문했다. 전국총학생연맹 위원장인 이철승은 이때 27세 최연소 출마해 낙선했지만 훗날 거목으로 성장하는 입지를 굳힌다. 전북의 최다 인구는 1966년 252만4000명이다. '300만 전북도민'이라는 구호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이후엔 줄곧 내리막길이다. 지금 전북 인구는 187만1592명이다. 국회의원 선거구도 11개 밖에 안된다. 정치력도 약화돼 있다.마침내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 인구를 앞질렀다. 지난 5월말 기준 충청권 인구는 525만136명으로 호남권 524만9728명보다 408명이 많다. 건국 이후 처음이다. 세종시 출범으로 인구가 유입됐고 수도권 규제로 기업과 공공기관이 꾸준히 이전된 탓이다. 충북 진천군의 기업체는 전북 전체의 그것보다 많다. 충청 정치권은 벌써 선거구 수(25개) 증대를 거론하고 있다. 호남(30개)보다 적은 건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전북은 자꾸만 쪼그라들고 있다. 7대 도시 전주는 30대 도시로 밀려날 판이다. 이리 저리 밀리다간 안방까지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큰 걸 보지 못하고 제 앞가림 하기에 바쁘다. 모두 자신이 잘났다는 소리만 한다. 아, 옛날이여!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7.09 23:02

"창조의 오늘, 전통의 미래"

전통은 창조다!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그리움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조적 계승이 전제되지 않으면 전통은 곧 고루해진다. 어려웠던 옛날 일만 되뇌며 잔소리해대는 어르신들의 훈계처럼 따분해질 수 있다. 반복되는 비 오는 날 군대 축구얘기처럼!옛날과 정서가 달라져서 만이 아니다. 같을 수도 없겠지만 같다하더라도 동어반복으로는 감동을 이끌어낼 수 없다. 모방은 분명 창조의 바탕이 되지만 모방에 그쳐서는 문화도 예술도 살아남지 못한다. 아무리 멋진 비유라도 반복하면 관용구(클리셰)가 되고 그것이 바로 시의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그래서 문화예술에서는 "무엇을 의미하느냐?"보다 "어떻게 의미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물론 독창성만으로 감동을 연출할 수는 없다. 제대로 된 재해석이 보태져야만 전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진정성이 있어야만 과거를 끌어 미래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이다.20년 넘게 이 어려운 작업을 해온 무대가 있다.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 전통문화가 서자 취급도 못 받던 시절, 숨어 있는 장인들을 무대에 올려 막혀가는 귀를 열고 쇠락해지는 감수성을 되살려준 은근과 끈기의 무대. 이번 스물두 번째 무대에서도 그 열정은 고스란히 확인되었다. 비교적 전통에 충실했던 전반부와 현대적 해석에 비중을 둔 후반부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우리들 심금을 울린 것이다. 처음 위은영의 거문고산조와 박지윤의 판소리는 이 분야 연주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청중의 호응(추임새)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더디고 미온적이었다. 전주 특유의 텃세? 염려를 했는데 동남풍의 삼도풍물가락 연주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신명의 박수로 '혼을 담은 두드림'에 화답했다. 인색해서가 아니라 신중해서 그런 것임을 이내 확인할 수 있었다.이어진 퓨전의 무대는 특히 새로운 한국음악 젊은 팬들을 열광케 했다. 특히 백은선과 안태상의 연주는 우리 음악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케 해주었다. 같은 탄현악기로도 이런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 감탄과 더불어 편곡과 작곡을 맡은 안태상의 가야금 악기에 대한 융숭깊은 이해와 해석에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소리꾼 이용선의 장기가 묻혀버린 마지막 무대가 좀 아쉽기는 했지만그렇게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무대는 마무리되었다. 전통문화의 든든한 버팀목, 그 진정성과 열정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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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08 23:02

작은 도시의 선택

델프트(Delft)는 네덜란드 서부 조이트홀란트주의 작지만 고풍스러운 도시다. 1075년에 건설돼 1246년 자치시 인가를 받았으니 근대 도시로서의 역사가 짧지 않지만, 지금도 인구는 10만 명이 채 안 된다. 델프트는 그 어느 도시보다도 영화로운 과거를 갖고 있다. 국제법의 아버지라 불리는 휴고 그로티우스와 화가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의 고향이기도 한 델프트는 16~17세기 네덜란드 상업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18세기에 이르러 인접해있는 무역항의 도시 로테르담에 그 지위를 빼앗겼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보잘 것 없는 작은 도시로 전락하자 델프트 시는 주민들과 함께 도시 부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선택한 것은 도시의 규모가 아닌 도시의 정체성. 교육과 문화관광을 주목해 왕립학원으로 공과대학교를 세우고 수력학 연구소를 건립했으며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기 위해 도시를 재정비했다. 그 결과 델프트는 오늘날 공학도시이자 네덜란드의 여러 도시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관광지가 됐다. 델프트의 시가지는 대부분의 오래된 도시들이 그렇듯이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뉜다. 그러나 관광객들의 마음을 빼앗는 것은 역시 구시가지의 경관이다. 운하가 흐르는 구시가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색다른 정취지만 그로티우스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마르크트 광장이나 1618년에 지은 시청사와 중세의 탑, '히폴리투스부르트'라고 불리는 꽃가게와 박물관이 몰려있는 구교회 일대 등 과거의 역사 유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잘 정비되어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도시 경관만이 아니다. 이곳 시민들은 주로 버스와 트램을 이용하는데, 노선도 단 하나 뿐이다. 불편함이 예상되지만 이 역시 도시 미관과 대기환경을 고려한 선택이다. 도시 델프트란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이 또 있다. 주석을 입혀 윤을 낸 흰 바탕에 파란 글씨와 무늬를 새긴 도자기 '델프트 블루 (Delft Blue)'다. 델프트의 전통 특산품인 도자기는 공방 견학과 체험으로 이어지면서 델프트의 관광객 유치에 가장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다. 국가의 경제 중심지이자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몰락의 위기에 놓였던 델프트의 부흥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우리나라의 중소도시들에게도 모범이 될 만하다. 지난달, 전주완주 통합 추진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 여파가 아직 큰 만큼이나 완주 주민들의 선택이 전하는 메시지 또한 크다. 지역 발전 동력의 근원을 새삼 깨닫게 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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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7.05 23:02

물고기 건물

전주 한옥마을과 남부시장 사이에 자리 잡은 풍남문 옆에 거대한 '물고기' 모양을 한 건물이 한 채 들어서 있다. 유리 외장재로 마감된 이 건물은 전주 대건신협이다. 대건신협은 2011년까지만 해도, 지난해 완공된 '풍남문 광장' 자리에 있었다. 대건신협은 사옥이 40년 전 건물인데다 낡고 칙칙해 신축 이전한 것은 아니다. 전주시가 팔달로와 한옥마을 쪽에서 보이지 않는 풍남문을 시민과 관광객들이 잘 조망하고, 휴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풍남문 광장' 조성 계획을 추진하자 광장 옆으로 신축 이전한 것이다. 전주대건신협이 처음부터 물고기 형상을 한 건물을 짓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전주한옥마을과 풍남문이 자리잡고 있는 지역에 뭔가 특색있는 건물을 지으려고 했을 뿐이다. 대건신협으로부터 건축 디자인을 의뢰받은 전주 출신 건축사 주수웅씨가 완주군 이서면 반교리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진 다뉴세문경(多紐細紋鏡·청동거울) 문양에서 착안, 거대한 물고기 형상의 디자인을 내놓은 것이다. 전주대건신협이 다소 생뚱맞아 보이기도 하는 이 물고기 디자인 건물을 수용한 것은 과거와 현대를 조화시키고, 풍남문과 더불어 랜드마크 건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적 디자인으로 세련되게 세워진 물고기 건물은 인근의 고풍스러운 풍남문, 경기전, 전동성당, 한옥마을 건물들과 조화미를 잘 이루고 있다. 전주대건신협이 획일적인 사무용 사각 건물을 생각하지 않고, 랜드마크가 될 특색있는 건축을 계획해 실행한 것은 탁월했다. 게다가 전주시가 8억원이나 들여 조성한 풍남문 광장이 마치 물고기 건물의 부속 공간처럼 배치돼 있으니, 대건신협은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전주시가 풍남문 광장을 너무 썰렁하게 만들면서 물고기 건물의 일석이조 효과는 반감된 상황이다. 주로 석재 포장에 그친 풍남문 광장은 조경이 크게 부족하고, 시민과 관광객 휴식공간이라는 개념이 크게 부족하다. 전주시가 한옥마을 관광객 증가에 따라 풍남문과 남부시장을 연계해 뭔가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자 한 의도는 좋았다. 실제로 기존 건물들이 철거된 자리에 풍남문 광장이 들어서면서 풍남문은 확실한 가시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풍남문 광장 조성에 따른 전략적 효과는 실종됐다. 풍남문은 한옥마을과 남부시장을 연결하는 '고리'라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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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7.04 23:02

안철수의 행복한 고민

이상직 국회의원의 대법 판결에 정치권서 관심을 갖는 건 재선거 실시 여부 때문에 그렇다. 정치권은 재선거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일단 준비 작업 중이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안철수 쪽에서 누가 출마 하느냐다. 민주당 쪽서는 "안철수 쪽을 이겨 먹을 사람이 정동영 밖에 없다"며 전략공천 할 기미도 엿 보인다. 만약 10월 재선거가 있으면 민주당이나 안철수 쪽 한쪽은 죽게 돼 있다. 호남에서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는 민주당이 재선거에서 지면 간판을 내려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쪽도 그래서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을 각오하고 있다.최근 갤럽이 전국 성인 남녀 1천21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안철수가 창당할 경우 민주당 지지율은 9%로 떨어지고 호남의 지지율도 18%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전국 25% 호남 39%로 민주당 지지율 보다 2배 이상 높게 나왔다. 이 같이 계속 안철수 바람이 부는 건 민주당이 호남에서 신뢰를 완전히 잃었기 때문이다. 도민들은 "이대로는 안된다"며 "뭔가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안철수 신당에 도민여론이 좋지만 안철수 쪽서는 오히려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완산을 재선거에 출마할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것. 현재 지역서 거론되는 인사들로는 시민들의 새로운 정치문화에 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북 출신 가운데 서울서 내려 보냈다가는 낙하산 논쟁에 휩싸일 수 있어 이래저래 고민 된다는 것. 이처럼 도내에서 안철수 정치에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하는 건 그간 민주당이 너무 지역을 오래 장악하다 보니까 참신한 인물이 없더라는 것이다. 전주 완주 통합이 무산되면서 내년 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안철수 신당에 대한 도민들의 지지가 높게 나오자 각 입지자들도 어디로 줄서야 할지를 놓고 무척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10월 재선거가 있으면 그 결과 여하에 따라 움직이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안철수 쪽과 민주당을 놓고 저울질 해야 할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안철수 쪽서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보고 물밑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정도 후보를 내야 민주당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제부터 전북에서 경쟁의 정치가 시작됐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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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07.03 23:02

골프 한담(閑談)

"프로골퍼가 치면 볼이 '본대로' 나가고 아마추어가 치면 '친대로' 나가지만, 초보자가 치면 '걱정한 대로' 나간다." 골프실력에 따른 비유다. 슬라이스를 걱정하면 슬라이스가 나고 해저드를 걱정하면 해저드에 빠진다. 골프 좀 친 사람이라면 경험했을 명언이다. 골프처럼 핑계 많은 운동도 없다. 시속 150km가 넘는 공도 홈런을 날리지만 골프는 정지해 있는 볼도 컨트롤 하지 못해 에러를 낸다. 그럴 때마다 잠을 설쳤다는 둥, 감기 기운이 있다는 둥 갖가지 핑계를 대는데 물경 100가지에 이른다. 그러고도 맨 나중에 하는 말이 '오늘 이상하게 안 맞네'다. 이게 101번째 핑계다. 박인비(25·KB금융)가 어제 끝난 제68회 US여자오픈에서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우승했다. 세계여자골프에서 63년만에 메이저 대회를 3회 연속 우승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프로들은 연습량이 엄청나다. 하루에 볼을 1000개씩 때린다고 한다. 얼마나 잘 치느냐 보다는 미스 샷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지구력도 키워야 하고 평상심도 유지해야 한다. 아마추어로선 언감생심이다. 주말 골퍼들은 골프장에 갔다가 스트레스만 잔뜩 얻어올 때가 있다. 타수나 승부에 집착할 때가 그런 경우다. 집착할수록 목표는 더 멀어진다. 욕심 때문이다. 골프의 묘미는 샷이 마음 먹은 대로 안된다는 데에 있다. 이걸 어떻게 컨트롤 하느냐에 따라 즐거울 수도, 짜증날 수도 있다. 골프 4자 성어가 해답이다. 다타호타(多打好他), 다타호신(多打好身), 소타호심(小打好心), 소타호낭(小打好囊)의 자세가 그것이다. 타수가 많으면 동반자를 즐겁게 해주니까 기분 좋고(다타호타), 타수가 많으면 운동량이 많아지니까 건강에 좋고(다타호신), 타수가 적으면 마음을 즐겁게 해주니까 좋고(소타호심), 타수가 적으면 주머니(囊) 사정을 즐겁게 해 주니까 기분 좋다(소타호낭)고 생각하는 식이다. 전북은 '골프 천국'이다. 골프장이 많고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대중제 18곳, 회원제 6곳이 운영중이고 4곳이 공사중이다. 그런데 골프장마다 울상이다. 내장객이 매년 20%씩 줄고 있다. 최근 한국대중골프장협회가 공직자 골프 해금을 정부한테 건의한 것도 경영난 때문이다. 그 보다는 그린피인하 등 대중화시대에 걸맞는 제도적 조치들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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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7.02 23:02

천하 맹인이 눈을 뜬다

역시 눈뜨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기다림의 조바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눈을 뜨는 일 자체도 그렇지만 그 감동의 순간을 맛보기 위해서도 일정한 초조의 통과의례를 거처야 한다.지난 주말 전주한옥마을 소리문화관에서 펼쳐진 마당창극 〈천하 맹인이 눈을 뜬다〉가 똑 그렇다, 하루 종일 말짱하던 하늘이 행사시간이 다가오면서 갑자기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아열대성 폭우가 꽤 길게, 관계자들 애간장 녹이기에 충분할 만큼 쏟아졌다. 모처럼 별러 예매를 한 사람들도, '내가 보면 한국축구도 꼭 진다니까!' 해묵은 징크스를 떠올릴 만큼 지루하게 하필 마른장마 끝의 비가 행사를 코앞에 두고 추적거렸다.그리고 소리문화관 앞에서의 긴 줄서기! 입장을 하고도 잔치음식을 위한 더딘 기다림은 계속되고.... 그 기다림 속에서도 나누어준 우의를 입어야 할까 말까 고민을 반복해야 할 만큼 날씨는 참 얄궂었다.그러나 공연이 시작되면서 마음의 구름이 홀연 걷히기 시작했다! 진행자의 맛깔스런 재담과 신명난 풍물과 춤의 '여는 마당'은 하늘의 구름마저 저 멀리로 걷어내 버렸다. 기실 무대에 빼앗겨 눈 줄 틈이 없었다. 이어지는 한옥 대청문을 배경으로 한 영상. 우리 한지문이 저렇게 멋들어지게 쓰일 수도 있구나! 감탄도 잠시, 연못가 정자에 나타난 심황후의 탄식과 설렘에 우리는 또 넋을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재담과 해학의 놀이판. 참 거시기한 속셈의 뺑덕와 황봉사, 껄쩍지근함을 떨칠 수 없는 심맹인의 넉살스런 연기에 정신 줄 놓고 웃다가, '아니 연기도 좋지만 천하 명창들이 저렇게 망가져도 되나?' 걱정이 앞선다! 아무래도 미심쩍어 확인을 해보는데 틀림이 없다. 저 넉살좋은 황봉사 역은 전주대사습 장원에 빛나는 이순단명창이 맡았고 개그맨 뺨치는 연기로 뺑덕의 존재감을 당당히 뽐내는 이 역시 대통령상에 빛나는 김성예명창! 역시 프로구나! 맹인들이 눈을 뜨기도 전에 이미 그들 진정한 프로 명창들의 열정 세계에 눈을 뜨고 말았다. 그 다음 눈 뜨는 대목이야 무슨 객설을 더하랴? 왕기석명창의 땀을 뻘뻘 흘리는 열창이나 박애리명창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건만 또 숨을 죽이고 한숨을 쉬다가 눈물까지 찔끔거렸으니 맹인 눈뜨는 데 부조는 제대로 한 것! 더불어 마당창극과 판소리 그리고 한옥마을의 매력에 다시금 눈을 뜨게 되었으니, 심봉사 덕에 우리 모두 개평으로 눈을 뜬 것이렸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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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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