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전주밥차'가 고민에 빠졌다. 본사를 서울로 옮겨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밥차는 영화나 드라마 CF제작을 위해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생활권을 벗어나 작업하는 현장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이동식당차다. 2002년 문을 연 전주밥차는 밥차의 선두주자. 지금은 전국적으로 수십 개 밥차업체가 생겨났지만 12년차 전주밥차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다. 아낌없이 시설에 투자하고 서비스 체계를 갖춘 운영노하우를 쌓은 덕분이다. 팔도강산을 누비면서 우리 밥상의 맛을 지키는 사람들을 찾아낸 '식객'의 만화가 허영만도 전주밥차를 눈여겨보고 '이것이야말로 진짜 밥차'라며 반가워했다. 전주밥차가 '식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바탕이다. 그런데 전주밥차에 드러내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 밥차의 정체성(?) 문제다. 전주밥차는 음식업 사업자가 아닌 도소매유통업 사업자다. 밥차사업을 시작했던 2002년만해도 '밥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음식업 사업자 등록이 불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환경이 변해 밥차는 엄연히 음식업의 한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전주밥차가 사업자 종목을 바꾸기 위해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채수영사장은 '밥차의 정체성으로도 그렇지만 유통업과 음식업은 세금 부과 기준이 달라 몇 배의 세금을 내야 하는 부당함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채사장의 시도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여건을 내세우는 구청과 세무서의 원칙론(?) 앞에 무너졌다. 채사장의 고민이 시작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밥차업체들이 어려움 없이 음식업 허가증을 받아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전주밥차 본사 이전'의 유혹(?)은 더 강해졌다. 전주밥차는 전국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서울 종로에 조성중인 '식객촌' 입점업체로 선정돼 오는 12월 새 공간을 갖는다. '식객촌'은 만화 '식객'의 주인공 업체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는 음식촌으로 제주도와 동부산에서도 '식객촌' 조성을 준비 중이다. 전주밥차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채사장은 지금껏 전주밥차의 본사는 꼭 전주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고향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그러나 지금은 세금 부담과 정체성이 모호한 유통업 사업자로라도 전주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졌다. 그는 이제 사업자 변경을 위한 마지막 시도를 계획하고 있다. '전주밥차'가 온전히 전주의 자랑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간의 욕심은 피를 동반하기 일쑤였다. 500년 전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저지른 정복전쟁은 문명 파괴를 넘어 원주민을 멸종에 이르게 할 정도로 잔인했다. 영국에서 건너온 청교도인과 프랑스 등의 세력에 의해 완전 제압된 북아메리카 인디언은 겨우 멸종을 면했을 뿐이다. 그 남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520년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1세 시절 정복자 코르테스는 유카탄반도(멕시코) 아즈텍 문명의 중심지 테노치티틀란에 쳐들어가 20만 명이 넘는 아즈텍인과 몬테수마 왕을 살해하고, 결국 아즈텍 문명을 멸망(멸종)에 이르게 했다. 얼마 후 역시 스페인의 정복자 피사로가 1532년 페루 잉카제국에 쳐들어가 아타왈파 왕을 죽이고, 잉카제국을 정복했다. 그로부터 500년 후 일어난 1·2차 세계대전이 지구촌 곳곳을 지옥에 떨어뜨렸다. 독일 나찌와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학살은 치를 떨게 했다. 인류사에서 2차 세계대전만큼 인명 피해가 많았던 전쟁은 없었다. 이 전쟁은 유럽 전역과 중국, 동남아시아, 북아프리카, 태평양 등 거의 세계 전역에서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 전쟁의 사망자는 5000만 명에 달했다. 나찌군의 유대인 학살로 500여만 명이 희생됐고, 일본군의 1937년 남경 대학살로 중국인 30여만 명이 잔혹하게 학살됐다. 일본이 중국과 한국에서 벌인 대학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일본은 전쟁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일본의 3대 영웅으로 말해지는 노부나가, 히데요시, 이에야스가 연이어 전국 패권을 호령하던 16세기말까지 일본은 피로 물들었고, 히데요시는 1592년부터 7년간 조선을 침략해 엄청난 살육을 저질렀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막부시대를 열게 된 결정적 전투, 1600년 9월 세키가하라전투는 피아군 10만여명이 몰살한 피의 승리였다. 우리 또한 전쟁의 역사를 안고 있다. 7세기까지 삼국간 패권다툼이 치열했다. 중국과 만주 일대의 수많은 종족들이 한반도를 침략했다. 14세기 몽골침략, 16세기 임진왜란, 20세기 초 서구 열강의 침탈과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강점, 그리고 1950년 6.25전쟁 등이 이어지면서 대학살의 피해를 입고 살아왔다. 6.25전쟁은 250만명을 살해한 엄청난 학살이었다. 그 중에서 양민 학살은 공포의 절정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과 경찰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양민학살과 보복학살은 결코 용서될 수 없다.김재호 논설위원
도내 정치권이 초선들로 물갈이가 돼 예전에 비해 힘이 빠졌다. 때문에 장년층을 중심으로 은근히 정동영·정세균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항간에는 전주 완산을서 재선거가 치뤄지면 정동영이 출마할 것이란 사람도 있다. 안철수 바람을 차단하려면 정동영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정동영이 지역으로 복귀할바에는 차라리 도지사 선거에 나오는 것이 나을 것이란 사람도 있다. 그 이유는 새누리당 대표였던 홍준표씨가 또 경남지사를 박지원씨가 전남지사로 출마한다면 굳이 못나올 이유도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모 언론사가 정동영을 지사후보군에 대입시켜 여론조사를 한 결과 25%로 수위를 달린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오늘 전주 완주가 통합되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내 정치권에서 빅뱅이 일어날 것이다. 지사 선거 못지 않게 통합시장 선거에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그건 안철수 신당에 어떤 사람이 출마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간 각종 도내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을 앞섰다. 이미 광주 전남쪽은 민주당을 포기하는 대신 안철수 신당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서도 이미 안철수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고 그쪽으로 줄서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일부 민주당 지지층은 "얼마 안가서 안철수 현상이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것처럼 사그러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민주당 쪽으로 다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낙관하는 사람도 있다.안철수 현상과 안철수 정치는 다르다. 과거 전주에서 7선 한 소석 이철승과 손주항도 낙선 때는 추풍낙엽 같았다. 조직도 무기력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민주당에서 이같은 조짐이 느껴진다. 그럴 경우 민주당 후보들이 바람 앞의 등잔불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김한길 대표체제로 바꾼 이후 이같은 사례를 알아'을의 정치'를 표방하고 나섰다. 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민주당은 자만심에 빠져 민심을 외면하고 갑으로 행세하는 정치를 해왔다. 분명 전주 완주 통합이 이뤄지면 도내 정치판은 새롭게 짜여질 것이다. 기존 낡은 민주당이 아닌 안철수 신당으로 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시점서 집권당 대통령 후보를 지낸 정동영 상임고문은 과거 같은 조급함에서 벗어나 중앙정치판을 멀리 내다보는 게 그나마 도민들을 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사즉생의 자세로 맘 비우면 기회는 온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행정구역 통합의 좋은 본보기는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 사례다. 통합 찬반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졌고 주민 의사로 통합이 결정됐다. 후유증도 적다. 작년 6월27일 청원군민 대상 주민투표에서 36.75%의 투표율에 79%의 찬성률을 보였다. 2004년 주민투표법 시행 이후 주민투표를 거쳐 통합을 결정한 최초 사례다. 청주시는 시의회의 만장일치로 통합을 결정했다. 내년 7월1일 인구 83만 명 규모의 통합시가 출범하면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하면 전국 7위의 도시가 된다. 1994년과 2005년, 2010년에도 통합을 추진했다가 무산됐지만 이제 중부권 최대 기초자치단체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반면 마산·창원·진해시의 통합은 지금도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2010년 마산·창원·진해시의회와 경남도의회가 행정구역 통합을 강행, 그해 7월1일 통합 창원시를 발족시켰다. 지방의회 의결로 통합을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분리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옛 마산이 지역구인 새누리당의 이주영 의원이 통합 창원시에서 마산시를 떼어내는 내용의 '마산시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어 국회의원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도 가세하고 있다. 통합시 청사는 창원에, 프로야구 9구단인 엔씨 다이노스의 야구장은 진해로 결정되는 등 마산이 소외당하고 정체성만 상실했다는 홀대 때문이다. 전주·완주 통합 여부가 내일(26일) 결정된다. 20년 해묵은 숙제다. 21·22일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투표율이 20.1%나 됐다. 투표함 개함 조건인 33.3%를 넘길지 말지가 관심사였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한때 투표함 개함 조건에 못미치도록 투표불참을 모색했던 통합반대 측이 투표참여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 주효했다. 반대기류가 강한 고산·비봉·운주·화산·동상·경천면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이 이를 방증한다. 문제는 후유증이다. 통합 찬반단체들의 활동이 극렬했고 대립각이 첨예했다. 통합 성사 여부에 정치적 복선도 깔려 있다. 정치인에게는 미래 운명을 좌우할 이벤트일 수도 있다. 통합이 성사되든, 불발되든 후유증은 극심할 수 밖에 없다. 투표 감정은 죽을 때까지 간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후유증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역지사지의 태도가 약이다. 손가락질 해대면 나머지 손가락은 자신을 향하는 법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데를 드디욜세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 데 졈그랄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현존하는 백제의 유일한 시가로 추정되는 '정읍사'. 행상을 나간 남편의 밤길을 염려하는 아내의 애절한 마음을 노래한 작자 미상의 가요로 한글 기록으로 전하는 시가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 절절한 마음을 기악에 실어 전하는 곡이 있다. '수제천(壽齊天)'! 문자적 의미로는 사람의 목숨(수명)이 하늘처럼 영원하기를 기원한다는 뜻. 이 곡은 외국인들이 특히 주목하는 우리 음악의 대표작으로 아름다운 가락과 독특한 장단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장중하면서도 화려한 곡이다. 무사귀가든 만수무강이든 그 간절한 염원을 신묘하게 그려낸 우리 기악합주곡의 백미라는 데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이를 다시 풍류 피아니스트 임동창이 서양 현악악기의 합주곡으로 되살렸다. 이미 피아노곡으로 만들어 본인이 직접 여러 차례 연주한 바 있지만 맛은 현악합주가 더 잘 어울려 보인다, 지난 주말 모악당에서 선보인 오케스트라 바람결의 '수제천'은 원곡 못지않은 감동으로 청중들 마음을 적셔주었다. 일상에 묻혀 잊었던 아주 먼 사랑의 마음을 되살려 주었다. 차분하게 스스로를 뒤돌아보게 하는 매우 소중한 감흥을 불러일으켜준 것이다.이어진 피아노와 현악오케스트라의 '아주 먼 곳으로부터', '설레임', '반짝이는 슬픔' 등도 살림을 핑계로 내팽개치고 살아온 사랑, 그 살림의 정신을 되뇌게 해주었다. '효재의 꿈'을 감상하면서 많은 여성들은 "효재(한복디자이너 이효재, 임동창 부인)는 좋겠다!" 했겠지만 남성들은 주눅 들어 억지 반성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 하'는 다시 '정읍사' '수제천'의 기다림, 그 간절한 염원으로 돌아간다. 중간 일종의 피아노 카덴자 부분에서는 임동창이 자신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청중의 기대에 부응했다.그렇게 '1300년의 사랑이야기' 연주회가 마무리되었다. 천년 시간을 초월한 사랑노래가 동서양을 넘나들며 일상에 찌들어 오그라든 우리들 사랑의 심금을 한껏 흔들어줬다. 변함없는 게 어디 사랑뿐이랴! 음악도 그렇고 그것에 취하는 우리들 마음도 그렇거늘! 문제는 그 마음을 괄호로 묶어 유보한 채 사랑도 음악도 모르쇠하는 우리들 진부한 타성에 있으리니!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전라감영 복원 사업이 여전히 더디다. 전라감영 부지 건물의 철거 주체와 예산 분담을 둘러싸고 도와 시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이제는 전라감영 복원 의미보다는 복원 사업 이면의 배경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는 모양새다. 그래서인지 전라감영의 역사성이 더 새삼스럽다. 전라감영의 수많은 기능과 역할은 오늘의 관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가치와 의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텐데, 그중에서도 대중들에게는 채 알려지지 않은 기능이 있다. '화폐 제작'이다. 전주에서 화폐가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는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이다. 조선시대 왕들은 저마다 화폐 정책을 새로 세웠다. 지방재정과 화폐의 운송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에 주전소를 두고 자체적으로 제작한 정책도 그중 하나다. 전라감영의 화폐제작과 관련해서는 세종과 숙종대의 주전소 설치 기록이 남아 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세종대의 '주전소 설치에 관한 행 호군 백환의 진언과 호조의 계'란 기록이다. '주전하는 곳을 널리 둘 것을 왕에게 보고하면서 전라도 내상에도 또한 주전소를 둘 것을 진언했고 그대로 따랐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료에도 불구하고 전주에서 화폐가 제작되었다는 사실은 역사전공자들조차 새롭게 받아들일 정도로 연구 작업은 미진했다. 전주의 화폐제조사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10년 전, 고전(古錢)전문가 한영달씨의 화폐문화사 정리 작업에서다. 우리나라 옛 화폐의 백과사전이라 할만한 '한국의 고전(古錢)'을 펴내기 위해서만 10여년을 쏟은 저자는 수집한 동전 중에서 '全'자나 '全左' '全右' '全兵' 등의 글자가 남아 있는 동전을 주목했다. 전라감영에서 주조된 동전들이었다. 당시 전북일보를 통해 한 씨가 공개했던 동전은 조선통보(朝鮮通寶)와 상평통보(常平通寶). 종류로는 9종, 형태별로 세분하면 92종이었다. 남아있는 전체 물량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양이지만, 당시 동전이 중앙관서 중심으로 제작됐던 것을 감안하면 전라감영에서 제작된 동전의 물량이 결코 적지 않았던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당시 연구자들은 전주를 비롯한 전라도 일원이 물산이 풍부해 경제적 활동이 활발했음을 보여주는 귀한 사료로 이 동전을 주목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더 이상의 연구 작업은 진전되지 않았다. 물론 유물 수집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역사적 실체와 관련된 콘텐츠 부재는 역사적 의미를 훼손시키기 일쑤다. 전라감영 복원 이후가 벌써부터 걱정되는 이유다.
요즘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고성과 정제되지 않은 막말, 그리고 지역구 민원성 질의가 난무하자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지난 17일 열린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대정부질문이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전두환 씨의 장인 이름이 뭐냐"고 정홍원 총리에게 묻자 정총리는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에 안의원은 "도대체 아는 게 뭐세요? 질의서 안보세요? 준비 안하세요?" 라고 언성을 높였다. 사실 이 같은 국회 내 고성과 막말은 큰 충격도 아니다. 본회의장에서 망치질 하고, 최루탄까지 터트리지 않았는가.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답변이 부실하고, 어물쩍 넘어가겠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이면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의사기록에 남고, 당장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에서 총리의 무성의한 답변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고성이 나오고, 끝내 막말까지 나올 것이다. 총리나 장관 입장에서는 정곡을 찌르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모조리 공개 답변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품격 떨어지는 질의 답변이 계속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대정부질문은 현안을 놓고 정부와 국회의원이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비열한 반칙은 하지 않고 정당해야 한다. 흥분은 자유지만 언행에 품격이 있어야 한다. 의회 내 품격 문제는 지방의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열린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안종호 진안교육장이 의원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불쾌하다"는 표현을 사용한데 대해 도의원들이 "도의회를 경시한 처사다"며 발끈, 도교육청에 인사조치를 권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도의회도 이날 진안교육청의 예산 편성과 업무추진비 사용의 부적정성 등을 놓고 강도높게 질타한 양용모 의원의 질문 방식, 말의 태도가 어떠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양의원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태도로 질문을 했다면, 질문 말미에 굳이 "(본의원이)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질의한 것으로 보느냐, 정상적인 질의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을 필요가 없다. 안 교육장이 "사적인 감정을 갖고 질의한 것은 아니지만 의회 때마다 저하고 안 좋은 관계로 인식되어서 기분이 좀 불쾌하다"고 답할 이유도 없었다. 안 교육장은 왜 의회 때마다 '도의원과 안좋은 관계가 있다'고 인식하게 됐을까. 의문만 가질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도내에 진정한 원로(元老)가 있을까. 쉽게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로란 사전적 풀이로 어떤 분야에 오래 종사하여 나이와 공로가 많고 덕망이 높은 사람을 말한다. 흔히들 원로교수, 원로목사, 원로시인, 원로작가 처럼 각 분야에서 오래동안 명성을 얻은 어른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분들이 꼭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분들이라고 여기진 않는다. 왜 그럴까. 부와 명예는 어느정도 얻을 수 있었겠지만 덕(德)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덕은 그냥 쌓이는 게 아니다.민선자치 5기를 맞아 전북은 가장 답답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치적으로 사방이 꽉 막혀 있는 형국이라서 그렇다.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을 정도로 지역이 무기력해졌다. LH와 프로야구단 10구단 유치 실패로 도민들은 상실감에 빠졌다. 지난 대선 때 약속한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도 난감하다. 심지어 정홍원 국무총리가 대정부 질의 답변에서 "기금운용본부 이전은 공약사항이 아니었다"고 답변해 도민들을 또다시 분노케 했다. 분명 새누리당측이 그 같은 약속을 했기에 선거 때 상당부분 표심이 움직였던 것이다.최근 전주·완주 통합 찬반투표를 앞두고 찬·반간에 대립각이 첨예하게 섰다. 죽느냐 사느냐 건곤일척의 싸움판으로 변했다. 각자가 정치적 생명줄과 연관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축제의 장으로 치러져야 할 통합작업이 살얼음판이 돼버릴 정도로 냉각, 그 결과 여부에 따라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통합은 LH와 프로야구단과 성격이 다르다. 순전히 지역문제라서 지역민들이 사전교감을 통해 충분하게 소통했더라면 이 같은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이 겉으론 주민들의 자율의사에 맡긴다면서 속으로 반대한 것이 일을 그르치게 했다.이 같이 지역이 험하게 돌아가는데도 그 누구 하나 나서서 이렇게 돼서는 안된다고 외친 사람이 없다. 지역에 진정한 원로가 없기 때문이다. 자칭 원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너무 지역에서 원로 대접을 안해 준다고 볼멘소리를 할 수 있다. 지금처럼 지역이 힘들때는 네탓공방 보다는 어른들이 팔을 걷어 붙히고 나서서 지역을 바르게 인도해야 맞다. 그렇지 않으면 전북은 백년하청격이 될 수 있다. 그간 지역 리더들이 누굴 위해 종을 울렸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혹시 지사나 시장 군수 쪽에 빌 붙어 자신의 안위만 구가해왔는지 반문해 볼 일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한국전쟁 참전국들은 6.25전쟁이 마치 자기 나라의 전쟁이었던 것처럼 자료를 전쟁박물관에 소중히 전시해 놓고 있다. 치열했던 전투와 전우들의 장렬한 죽음을 엄숙하게 추모하며 기린다. 참전용사 가족들도 남편과 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국가의 부름을 받아 희생된 유공자의 명예와 가치를 존중하기로는 미국이 단연 으뜸이다. 물질적 보상도 크고 유해도 끝까지 추적한다. 한국전쟁 때 행방불명된 220여 구의 유해를 1996년부터 북한에서 발굴해 냈다. 실종 미군은 약 8000여 명, 이중 5500여 명이 북한에서 실종됐다.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정신을 되새기자는 취지다. 1963년 처음으로 원호주간이 설정됐다가 1974년부터는 원호의 달로, 1989년부터는 호국보훈의 달로 명칭이 바뀌어 오늘에 이른다. 그런데 작년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25전쟁 연도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60.9%에 불과했다. 더구나 10대와 20대는 60%가 언제 발발했는지도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충일을 모르는 초등학생이 수두룩하고,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난 날로 응답하는 학생도 있었다. 웃어야 할지 찡그려야 할지….기관장이나 단체장들의 무관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람 많이 몰리는 행사장만 좇다 보니 호국보훈 행사는 외면 당한다. 지원에도 난색을 표하기 일쑤다. 그들의 가치판단의 가벼움은 보훈가족들을 화나게 하고, 누구를 위한 희생인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국가유공자들이 원하는 건 희생과 공훈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아주는 것이다." 김명한 전주보훈지청장의 설명이다. 그들의 참뜻을 알면 유공자들이 행사에 불참한 기관 단체장들을 욕해 대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도내에는 독립유공, 광복, 상이군경, 전물군경유족, 전몰군경미망인, 무공수훈자, 재향군인, 고엽제전우, 월남전참전자, 5.18구속부상자, 특수임무수행자 등의 보훈단체들이 있다. 이들의 국가유공자 가족은 200만 명, 전북은 12만 명에 이른다. 적지 않은 숫자다. 홀대하는 기관 단체장들에겐 연대해 힘을 과시할 필요도 있다. 6월 한달만이라도 호국보훈의 의미를 되새기고 보훈가족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자.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반대해온 정책이 실현되고 있을 때 이 관련 문제제기를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다. 때로 옹졸해 보이기도 한다. 괜한 트집 잡기로 여겨질 수 있다. 경기전 유료화를 반대한 입장에서 경기전 문제를 거듭 지적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껄끄러운 일이다. 잘코사니! 잘못을 오히려 반기며 조롱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경기전에 국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보물 제 931호만 있고 국보 제 317호는 없다. 적어도 진전(眞殿) 앞의 공식 안내판에서는 그렇다. 경기전에서 가장 비중 있는 표지판에 정작 가장 중요한 내용이 왜곡된 채 그 수많은 관람객들을 맞이한 것이다.2012년 6월 29일, 태조어진의 국보 승격을 함께 반기고 축하해온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허통한 일이다. 문화재를 제대로 관리하고 관람문화를 성숙시키며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며 유료 입장을 시행한지 1년이 넘었는데 무슨 일이 급해 이거 하나 챙기지 못했단 말인가? 무엇을 위한 유료화인가? 돈만 챙겼나? 이런 식의 문제제기가 있어도 한참 있을 일인데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유료화나 국보승격 1주년을 기념하는 취재를 하면서도 밝혀질 수 있고 이를 기념하는 자체 준비과정에서도 드러날 수 있는 일이다. 하기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일은 그 잘못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법. 여러 사람의 교정을 거치고도 교정되지 않는 게 바로 너무 중요하여 누구나 그럴 리 없다며 지나치기 마련인 당연사실 아니던가?그래도 이것은 아니다. 경기전은 전주 자존심의 핵심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이 왜곡된 채 전주정신을 운위할 수도 없다. 국보승격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대대적인 세밀 점검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 하나 진전에 전시되어 있는 어진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안내도 함께 주문하고 싶다. 현재로는 그것을 진본으로 여길 개연성이 높다. 그 앞에 사진촬영 금지 표지까지 있으니 안내자 없이 관람할 경우 이를 진본으로 여기며 국보를 왜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할까 의아해하며 돌아서기 십상이다. 어진박물관까지 꼼꼼히 살피면 해결될 일이겠지만 많은 관람객이 진전과 전주사고만 돌아보고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번을 계기로 경기전의 격과 국보 태조어진에 어울리는 합리적인 종합관리운영체제가 확실하게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전주한옥마을에 남천 송수남 선생(1938~2013)이 자리를 잡은 것은 3년 전 이다. 선생은 제자나 지인들과 한옥마을의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찾아다니셨다. 한옥마을 골목길과 카페에서 선생을 뵙게 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해보였지만 언제나 만나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공간과 사물에 대한 관심을 전했다. 그 즈음 선생의 기운이 한옥마을에 담아지기 시작했었던 것 같다. 노작가의 귀향은 그것만으로도 반가웠다. 전주한옥마을은 선생과 인연이 깊다. 한옥마을이 있는 교동은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봄이면 봄대로 꽃이 있었고, 가을이면 낙엽이 세상을 뒤덮었던'한옥마을에서 선생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림을 그리게 된 것도, 그림의 바탕에 한국적 정신이 숨 쉬고 있는 것도 어린 시절과 그 공간이 자리 잡고 있는 덕분이라고 선생은 늘 말했었다.선생의 원래 호는 '완산(完山)'이다. 물론 '완산칠봉'에서 따온 것이다. 후에 바꾸어 사용한 '남천(南天)-남쪽 하늘' 역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으니 고향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이 얼마나 컸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선생의 50여년 화력은 한국화의 지평을 넓혀놓은 수묵화운동에 놓여있다. 선생은 전통수묵의 장점을 일깨워 한국적 수묵의 현대화를 이어낸 1970~80년대 수묵화운동을 이끌었다. 한국적 정신을 표출하는 형식적 기반으로 수묵을 주목한 선생의 열정은 한국 화단은 물론 세계 화단에까지 가 닿았다. 그들은 수묵의 가능성에 환호했으며 '한국적 표현'의 의미에 감동했다. 수묵의 가능성에 눈을 뜨고 한국화의 현대화 작업이 힘을 얻은 바탕에도 선생이 주도한 수묵운동이 있었다. 대학교수를 정념퇴임하고 나서는 화폭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통산수로부터 수묵운동의 세계를 열었던 실험정신의 새로운 도발이었다. 간결하고 절제된 수묵의 아름다움이 놓였던 자리에 화려한 채색의 꽃그림이 놓여졌다. 추상 기법에 원색의 온갖 꽃들로 가득찬 그 꽃밭에서 선생은 다시 10여년을 보냈다. 귀향 이듬해, 선생은 그 꽃밭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작업실에 후배 제자들을 불러들였으며 근처에 살고 있는 후배예술인들과의 교유를 즐겼다. 한옥마을 안 미술관 건립도 초석을 놓았다. 지난 8일 선생이 영면하셨다. 급성 폐렴이 원인이라 한다. 그래서 더 죄스럽다. 갑작스러운 부음 뒤에 황망한 흔적이 너무 많다. 노작가의 열정을 미처 받들지 못한 자책의 소리가 들린다.
1400년 전 고구려와 백제, 신라는 패권을 쥐기 위해 팽팽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필요에 의해 협력하고, 때로는 배신도 했다. 광개토대왕이 수와 당을 무력화할 정도로 강력했지만 고구려는 신라에 의해 멸망했다. 신라가 당나라와 손을 잡았고, 백제와 고구려는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했다. 최근 종영한 TV드라마 '대왕의 꿈'에서 신라 왕 김춘추와 장군 김유신은 한반도 통일의 위업을 이룬 영웅으로 묘사됐지만, 외세를 끌어들여 목적을 달성한 행위가 얼마나 정당한 것이었는지는 고민해 볼 일이다. 고구려시대 한민족은 요동반도와 만주벌판에 이르는 광활한 땅을 호령했다. 과거 혼자 힘으로는 절대 고구려 벽을 넘을 수 없었던 중국은 자신들의 옛 치부를 숨기기 위해 동북공정을 통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그렇게라도 과거의 한을 씻고 싶은 것일 게다. 재정적 독립이 어려운 북한에 곡물과 원유를 조금씩 지원해 주면서 북한을 조종하려드는 것도 그 속내가 뻔하다. 미국을 방문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주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무기 개발을 강행하는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굴복시키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이 북한 쯤이야 손바닥 위에 놓고 충분히 조종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내지 교만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보다 경제적 독립을 위해 투자하고, 빗장을 벗겨낸다면 북한은 옛 고구려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저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자랑스런 고구려 민족의 후손 아닌가. 하지만 북한이 같은 민족인 대한민국은 외면하고 정작 외세인 중국과 미국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들이 우방으로 생각하는 중국도 과연 북한을 우방으로 생각할까. 북한은 과거 수와 당이 연전연패하는 수모를 당하면서 지독스럽게 고구려를 침공한 것을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북한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초병의 저격으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남북 사이에 빗장을 걸었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잘 나가던 개성공단까지 폐쇄하고 미사일 훈련을 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런데 이제는 대표의 '격'을 문제 삼으며 어렵게 합의한 남북회담을 무산시켰다. 이번 사태를 놓고 남과 북은 서로 '네 탓'을 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의 격식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격식 때문에 남북관계를 망치는 행위는 좋지 않다. 김재호 논설위원
도내 국회의원들의 의정 활동이 도민들의 기대에 못미쳤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지난 1년동안 선거법 위반으로 법정에 선 의원들이 있는가 하면 대선 후보 지원 관계로 의정활동을 제대로 못한 면이 많았다는 것이다. 7명이 초선이어서 경험 부족으로 상임위 활동이 부진했다는 평가다. 당초 출마때 보여준 패기는 오간데 없고 용각산 마냥 모기소리 조차 못냈다는 지적도 있다. 너무 존재감이 없다는 것이다. 길 설고 물 설어 그럴 수 있다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전북이 처한 정치적 상황을 보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국회는 철저히 선수(選數)를 중심으로 의정활동이 이뤄지지만 개인적으로 정치적 역량만 있으면 얼마든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그간 제헌의회 때부터 전북 출신들은 한국 정치의 중심에 우뚝 서 있었다. 그 만큼 정치력이 돋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표적으로 소석 이철승 전 국회부의장을 꼽을 수 있다. 박정희 정권 때 중도통합론을 내세워 비난을 사기도 했지만 야당 대표를 역임하는 등 지금까지 소석 만큼 중앙정치권에서 정치력을 발휘한 전북 정치인도 없었다. 전북 정치력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정점을 이뤘다가 지금은 존재감마저 없을 정도로 무기력해졌다.LH를 경남 진주로 빼앗겼을 때만 해도 4.11 총선 때문에 현역들이 똘똘 뭉쳤다. 당시만해도 그렇게 안하면 국회의원 배지가 날라갈 형국이라서 그랬던 것. 그 이후 국민연금공단 이전과 함께 기금운용본부까지 옮겨오기로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지만 김성주 의원을 제외하고 거의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MB서 박근혜 정권으로 바뀌는 동안 전북은 철저하게 외면 받았지만 그 누구 하나 강력하게 대응한 국회의원도 없다. 똑똑한 야당 국회의원 한명만 있었도 기금운용본부 이전 문제는 매듭지어졌을 것이다. LH를 빼앗기고도 지금까지 전북몫을 찾아오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은 각성해야 한다.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에게 13.2% 밖에 지지하지 않아 고립무원 상태에 빠진 전북이 국회의원들마저 무기력 해, 더 힘들어 지고 있다. 지금 도내 국회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 때 안철수 신당에 밀릴까봐 내심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 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안위만을 염려하는 의원들에 무슨 희망을 걸 수 있겠는가. 지역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국회의원들은 뭘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민의는 과연 제대로 정책에 반영되는가. 요즘 논란의 대상인 진주의료원 폐쇄와 경인 아라뱃길, 전주 종합경기장 개발 등은 자치단체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한 대표 사례다. 일방적인 정책 결정은 정당성이 결여돼 갈등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창원·마산·진해 통합시와 새만금 관할을 둘러싼 군산·김제·부안은 자치단체 간 다툼이 일고 있는 표본이다. 전주 종합경기장 개발은 롯데쇼핑이 컨벤션센터와 야구장 등을 지어 주고 그 대가로 복합쇼핑몰과 아파트를 건설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자치단체가 돈이 없기 때문에 민간기업에 상업적 이익을 제공하고, 필요한 시설물 설치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다. 김완주 도지사가 전주시장 당시 추진했고 송하진 전주시장이 집행하고 있다. 복합쇼핑몰은 대형마트 10개를 한꺼번에 짓는 규모와 비슷하고 연 1조원으로 추정되는 자금이 서울로 빨려 올라가 지역경제가 형해화될 것이라는 게 시민단체 주장이다. 중소 상인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구도심과 지역경제 살리기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는 터에 다른 한편으로는 이에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정책결정 단계에서 시민 참여와 그 의견이 반영됐느냐 여부일 것이다. 도지사와 시장·군수 등 정치적 대표들이 의사결정을 거의 독점하는 대의 민주제는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다. 시민참여가 제한되고 그런 정책은 정당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호·영남처럼 일당 지배 지역은 견제세력이 미미해 일방통행될 우려도 있다. 최근 한국정치학회 학술회의에서 오현철 전북대 교수는 "정책의 연속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 결정단계에서 시민들의 토의적 참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토의 민주주의를 제도화하면 정책에 대한 시민이해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갈등도 해소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지방정치도 발전할 것이다. 토의에 부칠 정책과 참여 시민들의 규모를 정하고, 조례를 제정하면 가능한 사안이다. 토의 민주주의는 정치적 대표가 모든 걸 혼자 결정해도 정당한 것으로 비치는 대의 민주제의 잘못된 관행을 보완할 유력한 장치다. 그런데 이런 방식을 통하지 않고 독단으로 결정되는 정책들이 너무 많다. 단체장이 확장해 나가야 할 영역이고 의지에 달린 문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퓨전이 크게 유행을 하고 있다. 음악은 물론 의상과 음식에서도 이 '뒤섞음'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함박스테이크와 같은 양식에 김치가 따르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한지로 만든 서양식 드레스가 패션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퓨전이란 말 그대로 이질적인 문화들이 하나로 섞여 용해된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어찌 보면 새로운 문화의 발달이 이런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할 수도 있다. 이질적인 문화의 유입이 전래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로 인한 일종의 변종결합체가 새로운 종류의 문화로 발전하거나 새로운 문화적 전통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하는 것이다.음악도 마찬가지다. 탄생배경이 다른 음악이 만나 새로운 음악적 질서로 용해될 때 우리는 그것을 퓨전이라 부른다. 예를 들자면, 재즈는 아프리카 음악과 유럽음악의 혼융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퓨전 재즈는 이러한 재즈와 록음악이 다시 뒤섞인 것이다. 서구음악의 유입을 통해 독특한 장르로 발전해간 한국가곡도 따지고 보면 이런 '퓨전 현상'의 꽤 괜찮은 결과물이라 할 것이다. 문제는 그 섞음이 얼치기 뒤범벅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문화적 코드가 다른 것들이 만나 처음부터 훌륭한 앙상블을 이루리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한국음악의 대중화, 세계화를 내세우며 시도한 많은 뒤섞음이 그 다양함만큼의 예술적 성취를 이루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세계화를 내세우며 보편적 정서에 호소한답시고 서양의 음계와 기법에 기대다가는 우리 전통음악이 지니는 고도의 예술적 특성을 저버릴 수 있다. 그 독특함을 버리고 세계화를 넘볼 수는 없는 일이다. 세계화는 나를 버리는 일이 아니라 나를 제대로 세우는 일이다. 퓨전이 한국음악의 영역을 넓혀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 곡이라 하여 우리 악기의 특성에 맞는 편곡과정을 거치지 않고 우리 악기로 연주하는 식으로는 결코 우리 음악을 살찌울 수 없다. 오히려 원곡의 감동까지 훼손하여 괜히 우리 악기에 무슨 결함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줄 수도 있다.음악의 영역에서도 독창성은 가장 중요한 무기이다. 얼치기 퓨전으로 우리 음악의 특성도 살리지 못하고 우리 악기의 독특한 매력을 오히려 얼버무리는 일이 한국음악의 대중화 혹은 세계화의 이름으로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창조적 혼융을 주문하고 싶은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근대화 과정의 가장 큰 산물은 도시 재편이다. 정치적 경제적 논리를 앞세워 이루어져온 개발사업의 결과다. 그런데 도시 재편이 가져온 문제가 의외로 심각하다. 새로 건설된 신도시에 인구가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구도심의 인구가 빠져나가 결국 구도심 공동화와 슬럼화를 가져오는 악순환의 폐해다. 우리보다 앞서 구도심 활성화를 해결해야 했던 유럽 도시들의 성공적인 도시재생프로젝트는 대부분 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추진된 예가 많다. 구도심의 낡은 건축물을 재활용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지역 주민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들의 전략이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도시들은 리모델링으로 얻은 문화공간을 세계적인 미술관이나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 지역의 자산으로 만들었다. 완주 삼례에 낡은 공간을 리모델링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이 생겼다. 지난 5일 문을 연 삼례문화예술촌이다. 전신은 일제 강점기에 사용했던 낡은 양곡창고.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일곱 동 양곡창고는 아트갤러리와 디자인박물관, 책박물관과 책공방북아트센터, 목공소와 문화카페로 변신했다. 역사와 현대를 새롭게 조화시킨 공간의 변신은 반갑다. 이 공간을 둘러보면서 영국 게이츠헤드의 발틱현대미술관이 생각났다. 2002년 문을 연 이 미술관의 전신도 제분공장의 곡물창고였다. 게이츠헤드는 산업이 쇠퇴하면서 가난한 도시가 됐다. 도시재생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1990년, 이때 시가 주목한 것이 문화와 교육이다. 시는 현대미술관 건립을 계획하고 타인강변에 30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곡물 창고를 그 대상으로 정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미술관이 선택한 운영방식이다. 개관 당시부터 세계적인 큐레이터를 관장으로 임명해 화제가 됐던 이 미술관은 소장품을 들여놓기 위해 예산을 투자하고 주력하는 대신, 새 로운 미술을 생산해내는 현대미술의 중심을 지향했다. 국제적인 예술인을 양성하는 프로젝트로 세계의 젊은 예술가들을 불러 모으고 지역예술인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현대미술 '공장'으로 정체성을 강화했다. 그 결과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은 이미 오래전에 연평균 100만 명을 넘어섰고, 세이지 음악당 등 주변의 문화공간까지 가세하면서 문화관광도시로 이름을 올렸다. 삼례문화예술촌도 이러한 미래를 기대해 볼만하다. 문제는 재생공간이 갖추어야 할 독창성과 생명력이다. 물론 지속적인 고민과 지혜로운 선택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호남고속도로 익산 구간에 들어선 자동차 여행객들은 잠시나마 코를 찌르는 악취에 시달린다. 요즘처럼 무덥거나 비가 올 것 같은 저기압의 날씨에는 더욱 심하다. 행정당국은 물론 많은 사람들은 악취의 진원지를 알고 있다. 하지만 악취는 제거되지 않고 주변을 괴롭히고 있다. 게다가 몇년 전부터는 새만금사업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가 됐다. 이 곳에서 배출되는 엄청난 양의 축산폐수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익산 왕궁축산단지는 원래 1948년 무렵 만들어진 한센인 집단촌이다. 이곳 주민들은 오로지 생계를 위해 돼지와 닭 등 가축을 사육했고, 그 규모가 커졌다. 6월 현재 왕궁축산단지의 3개 양돈 농장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무려 10만5000두에 달한다. 인근 학호마을 사육두수까지 합하면 13만5000두다. 축산폐수 배출량은 하루 700톤을 넘는다. 가장 많을 때는 800톤에 달하고, 보통 730톤 정도가 매일 배출된다. 행정당국은 1990년대에 폐수처리장을 건설했지만 처리 용량을 너무 낮게 잡아 무용지물이었다. 10년 이상 질질 끌며 처리용량을 올려 건설한 공공축산폐수처리장의 1일 처리용량은 700톤이다. 이 때문에 1일 배출량 중 30톤 가량의 폐수가 그대로 만경강으로 흘러나가고 있다. 전라북도와 익산시가 새만금호 수질 개선을 위해 왕궁축산폐수 잡기에 노력해 온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거액을 들여 돼지 농장을 사들이고 있다. 2012년까지 320억 원을 투입해 매입한 축사는 폐업축사 26만8000㎡와 현업축사 9만4000㎡에 달한다. 축산농가가 줄어든 것이다. 축산농가가 줄면 축산폐수가 줄어들어야 당연하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축산폐수는 줄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익산시는 기존 농장들이 사육두수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배출기준을 초과한 농가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지역 익산농장과 금오농장, 신촌농장 등 3개 농장협의회는 "전라북도와 익산시에서 공공처리시설 처리용량을 작게 설계한 결과"라고 반발하고 있다. 행정당국은 그동안 폐수처리장 건설, 축사 매입 비용으로 1000억 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고속도로에는 여전히 악취가 진동하고, 시커먼 축산폐수가 만경강에 흘러들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탁상행정이란 빈축만 사고 있다. 김재호 논설위원
선거 때마다 물갈이는 단골 메뉴다. 지난 4.11 총선 때도 도내 국회의원들을 대거 갈아 치워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결국 11명 중 7명이 물갈이 됐다. 국회의원 물갈이는 민주당에 대한 염증에서 비롯됐다. 대략 1년 전쯤부터 이 같은 여론이 생겨났다. 당사자들은 마치 찻잔속의 태풍인양 간과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천과정에서 이 같은 여론이 반영돼 물갈이가 이뤄졌다. 여론은 다수의 의견이지만 연예인의 인기 마냥 가변성을 갖고 있다. 여론 그 자체가 힘을 얻기 보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됐을 때 폭발력이 강하다.전북일보가 창간 63주년 특집으로 내년 지방선거 1년을 앞두고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궁금하게 여겼던 도민들의 정치 성향을 알 수 있었다. 그간 시중에 말로만 떠돌던 이야기들이 상당부분 사실로 들어 맞았다. 3연임해서 더 이상 출마를 못한 이강수 고창군수와 장재영 장수군수를 제외한 12명의 현직 시장 군수 가운데 9명을 갈아 치웠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난 19대 총선 때 63%를 물갈이 한 것 보다 높게 나왔다. 살아 남을 현직 단체장이 자뭇 궁금하다. 이건식 김제시장, 이환주 남원시장, 황숙주 순창군수만 한번 더 해도 괜 찮다는 응답이 나왔다.도민들은 LH를 경남 진주로 빼앗끼고 프로야구 10구단을 유치하지 못한 것에 분통해 하면서 상실감을 갖고 있다. 여기에 새만금사업이 어느 세월에 끝날지도 모르고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그간 25년간 여당이나 다름 없던 민주당이 지난 5.4전당대회서 친노 색깔을 빼고 김한길 의원으로 지도부를 교체했지만 미덥지 않게 여기고 있다. 그 이유는 야성이 약한데다 오히려 새누리당 보다 개혁을 꺼려 한다는 것. 대선 공약인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를 슬그머니 당원 투표로 처리하겠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민주당이 미워 그 출신 단체장도 함께 밉게 보고 있다. 오죽했으면 안철수 신당이 출범하면 45.4%의 지지를 보내겠다고 했겠는가. 민주당이 환골탈태 하겠다고 말해왔지만 도민들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금 전주 찜질방서부터 현역 단체장들에 대한 물갈이 여론이 퍼져 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뭔가 내년 지선을 통해 전북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도민들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민주당이 오랜 기간 굴욕을 맛보고 있다. 실체도 없는, 가상의 '안철수 신당'한테 쩔쩔 매고 있는 것이다. 텃밭이나 마찬가지인 호남의 내리막 민심은 5.4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60년 정통 야당인 민주당이 언제 태동할 지도 모르는 신당한테 겔겔거리는 모습은 보기에도 안타깝다. 본지가 창간 63주년을 맞아 지난달 26·27일 4500명을 대상으로 한 도민여론조사에서 지지정당을 묻는 질문에 '안철수 신당' 45.4%, 민주당 26.9%였다. 지난달 25·26일 도민 1000명 대상 KBS·MBC·전북도민일보 공동조사에서도 '안철수 신당' 45.0%, 민주당 22.89%였다. 이에 앞서 9·10일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뉴스1(통신사) 조사도 '안철수 신당' 45.5%, 민주당 32.3%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3월6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선일보의 호남지역 여론조사 역시 '안철수 신당' 34.4%, 민주당 24.1%였다. 김한길 대표체제 이전이나 이후 모두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한테 최고 22.2%에서 최저 10.3% 포인트 차이로 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은 총선과 대선을 망쳤고 정치쇄신 과제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국회의원 겸직금지, 세비 30% 삭감, 국회의원 '연금' 폐지, 정당 명부 비례대표제 시행, 기초 단체장·의원 공천폐지 공약이 그런 것들이다. 말로는 기득권과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구호에 그쳤다. 국민을 실망시켰고 진정성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30년간 전북에선 정당끼리 경쟁다운 경쟁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민주당 내 공천 경쟁만 있었을 뿐이다. 선거가 끝나면 민주당은 언제나 '갑'이었다. 그 결과 도민에 대한 정치서비스는 형편 없었다. 경쟁 없는 독점적 구도 때문이다.민주당은 '안철수 신당=야권 분열'로 몰아부친다. 이 명제는 민주당이 제 역할을 했을 때 가능하다. 그렇지 못하면 민심은 대체재를 찾는 법이다. 그 대체재가 '안철수 신당'이다. '안철수 신당'은 경쟁을 불러올 것이다. 그 수혜는 도민에게 돌아간다. 전북에서의 정당 간 경쟁과 정치서비스 향상은 야권 분열에 앞서는 상위 개념이다. 이걸 민주당이 간과해선 안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이 지역 거점대학인 전북대학교의 요즘 행사 진행모습이 이채롭다. 가장 한국적인 대학을 표방하는 것에 걸맞게 각종 행사에 전통문화를 결합시킴으로써 행사의 품격을 높일 뿐만 아니라 지역 및 대학 자체의 홍보에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 치른 제42회 전국교수테니스대회만 해도 그렇다. 1400여명의 교수가 2박 3일 동안 도내 일원에 머무르며 운동도 하고 음식 등 다양한 지역문화를 즐긴 것만 해도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경품이나 상품으로 지역특산품을 활용한 것도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가상한 일이라 하겠다. 더욱 주목할 일은 개회식에 이 지역이 자랑하는 전통문화의 옷을 입힌 것이다. 축하공연은 이 대학 출신들로 구성된 온소리예술단의 대규모 국악관현악단이 주도했다. 한때 국악신동으로 불리던 유태평양군의 퓨전 소리와 판타스틱 타악협주곡으로 흥을 돋우는 한편 명창 이용선씨가 등장하여 국악가요 '쑥대머리' 등으로 많은 교수선수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몇몇 대중가수를 불러 치른 예전의 고비용 '이벤트'와는 격과 질이 다른 공연을 선보인 것이다. 이어진 비빔밥 퍼포먼스도 일인분에 2~3만원 하는 도시락 등으로 때웠던 다른 대회의 만찬들에 비해 예산이나 만족도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때마침 국공립대학협의회에 참여한 대학총장들과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 및 이형택 선수 등을 비빔밥비비기에 참여케 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게 한 것에서는 참신한 기획력까지 엿볼 수 있다. 또한 상패로 전주 합죽선을 사용한 것도 이채롭다. 전통문화의 수요창출은 물론 이를 서예와 결합함으로써 스포츠의 격조를 높이기까지 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발성 기획이 아니라는 점. 지난 달 초 미생물국제학술대회에서도 전통문화 옷 입히기는 이어졌다. 일회용 커피 대신 고운 한복으로 단장한 차 사범들이 전통차로 참여자들을 맞이했다. 도립국악관현악단의 한국음악공연은 이어지는 갈채 때문에 이후의 행사진행을 방해할 정도였다. 노벨상수상자를 포함한 해외 저명학자들을 비롯한 국내 교수 및 연구자들이 한국의 전통문화와 이를 마련해준 주최 측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바람이 있다면 장식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았으면 하는 것. 스포츠든 학술대회든 진정으로 전통문화와 혼융될 수 있어야 명실상부 가장 한국적인 대학에 걸맞은 행사로 거듭날 수 있지 않겠는가? 성심을 잃지 않기 바란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기고]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 운영, ‘팔길이원칙’은 지켜지고 있는가
[오목대] 새만금 오픈카지노 도입
[오목대] 부자 전북, 가난한 전북
[청춘예찬] 네 운명을 사랑하라!
[사설] 자치권 강화, 전북특별법 개정안 신속 처리를
[전북칼럼] 살얼음길 걷듯, 조심조심 안전하게
[새 아침을 여는 시] 커피-임미양
[청춘예찬] 골목문구생활 ⑥다시, 쓰는 마음으로
[기고] 청와대는 아닙니다
[오목대] 노인일자리 사업의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