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소리축제의 진로
10월은 5월과 함께 축제의 달이다. 그만큼 많은 축제들이 몰려있다. 5월은 만물이 소생하는 파종의 달이며 10월은 수확의 계절이다. 새로운 생명과 풍요를 얻기 위해 또는 풍성한 수확을 신에게 축원하거나 감사하는 계절이다. 전북에서도 10월에 많은 축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10월에 전주세계소리축제, 고창 모양성제, 김제 지평선축제, 전주 국제발효식품엑스포, 정읍사문화제, 남원 흥부제, 임실 소충사선문화제, 군산 오성문화제, 익산 서동축제, 세계서예비엔날레, 진안 마이문화제, 순창 고추장축제 등 많은 축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면단위 축제나 거리축제까지 합하면 전북에서 10월에만 50개가 넘는 축제가 행해지리라고 생각된다.이중 소리축제는 특이한 편이다. 세계를 목표로 하고 있고, 전통음악을 중심으로 한 축제이다. 다른 10월 축제들은 대체로 시민축제 형태이고 소수가 엑스포 형태이다. 이러한 차이점 때문에 소리축제는 단순히 대중이 많이 참여했다는 것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다른 시민축제들은 주민의 참여도, 주민 만족도, 관광객수가 중요하지만, 소리축제에서는 정체성, 공연의 질, 발전가능성도 중요시되어야 한다.소리축제는 이제 세계의 음악을 불러와서 판소리를 중심에 놓고 많은 주민이 흥겹게 즐기는 주민축제로 갈지 또는 세계 사람들이 참여하여 판소리를 중심으로 세계소리를 듣도록 하는 세계공연제로 갈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전자는 세계음악을 불러왔다는 의미에서 세계축제이지만 실제 내용은 주민축제이고, 후자는 세계적 수준의 축제로 간다는 의미에서 세계축제지만 주민과 조금은 유리될 수도 있다. 전자는 대중성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어야 하겠지만, 후자는 질 높은 초연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전자는 지금 바로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만 발전가능성이 후자에 비해 제한되어 있고, 후자는 지금은 사람이 적지만 앞으로 세계 사람이 북적거리는 세계축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전자보다 높다.물론 이 둘은 꼭 서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방향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인지는 이제 선택하여야 한다. 이 둘은 성격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둘 다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꿈이다. 한 쪽에 주안점을 두면 다른 쪽은 어느 정도 희생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