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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유해 먹거리

무역을 해야 잘 먹고살 수 있다고 해서 농축수산물을 제물 삼아 공산품 잔치를 벌이더니 온 나라가 외국농산물 천지가 되고 말았다. 땅은 분명히 내 나라 땅인데 신토불이 먹거리는 찾아보기 힘들고 온통 외국산 농산물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일반 도소매상은 말할 것도 없고 농어촌 현지까지 가서 사오는 물건도 까딱하면 국산으로 둔갑한 외국농산물을 사올 야! 이 청맹과니야, 그 덕에 우리나라가 세계 11위 무역강국이 돼서 이만큼이라도 잘 살고 있는데 무슨 시비냐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또 한국사람이라고 꼭 한국농산물만 먹어야 하느냐, 세계화 시대에 외국농산물 좀 먹는다고 그렇게 잘못된 일이냐고 핏대를 세우면 대체 그 말도 맞는 것 같다.그러나 먹는다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인식한다면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헛된 것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인체에 치명적인 먹거리를 먹고 무사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납덩이가 든 꽃게와 복어, 타르에 담근 검은깨, 농약과 유해물질로 뒤범벅이 된 고추와 과자, 방사선을 쐰 감자와 양파, 방부제로 분칠을 한 고사리와 도라지, 심지어 표백제를 넣어 찐 쌀에 발암물질이 든 붕어·잉어·장어까지 그들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먹겠는가 말이다.소득이 높은 선진국들은 자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여러가지 위생과 보건·안전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산업 폐기물이나 방사성 폐기물의 수입금지, 유해식품에 대한 수입제한, 자국의 안전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의 수입규정 등 다각도로 안전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는 것이다. 한데 우리나라는 농어민들을 속이기 위한 이면계약은 서슴치 않으면서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이면계약은 소홀히 하고 있다. 한심하다못해 우울해질 지경이다.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차례상에 올릴 제수거리를 사러 시장에 나가보면 어느 것이 우리농산물이고 외국농산물인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다. 혹시 젯상이 ‘침묵의 살인 식탁’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인체에 유해한 외국농산물은 농촌 죽이기에 앞장선 성장 지상주의자들이 모두 사가야할텐데 현실은 그와 정반대니 그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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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12 23:02

[오목대] 벌초대행

오늘이 벌초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마지막 주말이 아닌가 싶다. 다음 주 월요일이 추석인 관계로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벌초는 처서가 지난 다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여름 더위도 가시고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처서가 되면 따가운 햇볕도 누그러든다. 이쯤이 되면 풀도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추석을 앞두고 있어서 벌초하기에 적당한 때가 되는 것이다.추석 못지 않게 벌초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다. 성묘를 하러 가야 하는 마당에 벌초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조상에 대한 예의도 예의려니와 자신들이 보기에도 민망할 것이니 말이다.벌초의 세태를 간략하게만 짚어 보아도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낫을 들고 조상의 묘에 길게 자란 풀을 깎는 행위는 단순한 풀베기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었다. 조상의 묘소를 돌보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자부심도 느꼈을 터이다.그런데 묘소에서 굉음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그 굉음이 불경스럽게 생각되었겠지만 이내 사람들은 익숙해졌다. 예초기가 등장한 것이다. 그동안 여러 날을 잡아 벌초를 해야 했던 경험에서 보면 예초기로 작업하는 능률은 그 불경을 극복하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이쯤에서 일이 끝난다면 한국 사람이 아니다. 이어서 벌초를 대행하는 사업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이 일도 처음에는 조상을 홀대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다들 망설였을 것이다. 그래서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나 염치를 무릅 쓰고 벌초를 대행시키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조상 볼 낯만 좀 가리면 그보다 편리한 일이 또 없었던 모양이다. 하여 너도 나도 벌초를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벌초대행이 새로운 직업으로 등장하여 목하 성업 중이다.그런데 이런 벌초대행업이 세계 최초의 특별한 서비스를 시작하였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로 벌초 전후의 묘소 전경을 찍어 의뢰인에게 보내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인공위성의 도움을 받아 묘소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기록해 두었다가 다음해에는 전화 한 통만 하면 의뢰인의 묘소를 벌초대행업자가 ‘알아서’ 찾아간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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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10 23:02

[오목대] 안경

지금은 안경이 매우 흔하지만 예전엔 안경을 쓰는 것만으로 미움을 받던 때가 있었다. 조선 헌종때 이조판서를 지낸 조병구는 고도근시였다. 때문에 임금앞에서도 안경을 껴야 했다. 젊은 헌종은 자기보다 나이 많은 외삼촌이지만 자기 앞에서 안경을 벗지 않은 그를 괘씸하게 생각했다. 임금인 자신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조병구는 임금이 자기를 이해해 줄 것으로 믿고 공공연히 안경을 낀채 임금을 만나다가 크게 책망을 받았다. 충격을 받은 그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약을 마시고 자살해 버렸다.이처럼 예전에는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라든지, 자신보다 신분이 높거나 연장자 앞에서는 안경을 쓸 수가 없었다. 안경이 귀한 물건인데다 신분이 높은 사람이나 노인들만 쓰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시인인 괴테는 안경혐오증이 있었다. 안경을 쓰는 사람이면 무턱대고 싫어했다. 한번은 슈베르트가 그의 시에 곡을 붙이고 싶다고 청했다. 하지만 그는 한마디로 거절해 버렸다. 이유는 슈베르트가 ‘안경을 쓰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안경은 1280년께 이탈리아 베니스의 유리공들에 의해 최초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마르코 폴로(1254-1324)의 동방견문록에 “원나라의 늙은 신하들이 거북의 등껍질로 만든 볼록렌즈 안경을 끼고 있다”는 기록으로 보아 일찍부터 중국에도 안경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우리나라에도 임진왜란 전부터 안경이 있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안경이 1590년에 통신사로 일본을 다녀온 김성일의 안경인 점으로 미루어 그렇게 추정된다. 초창기 안경은 일명 ‘대못안경’으로 나무나 동물의 뼈로 만든 안경테에, 수정이나 유리로 된 둥근렌즈를 끼워넣은 단안경을 대못으로 연결시켰다. 이후 점차 개량돼 15세기에는 두개의 단안경을 연결한 브릿지 안경이 등장했다. 현재와 같이 귀에 다리부의 끝부분이 걸릴 수 있게 개발된 시기는 1850년 이후다. 최근 도교육청이 실시한 올 상반기 도내 초중고생 체질검사에서 초등생의 13.9%, 중학생의 30.3%, 고교생의 33.3%가 안경을 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생은 3명중 1명이 안경을 끼는 셈이다. 어린 사람이 안경을 끼면 무례하다고 생각했던 예전 어른들이 이를 보면 뭐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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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09 23:02

[오목대] 열섬현상

인류가 본격적으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지난 1백여년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약0.6℃ 가량 상승했다.그런데 이 기간 동안 세계 각지 주요 도시의 기온상승은 지구평균 기온상승을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도쿄는 3℃가,뉴욕은 1.5℃,서울은 1.7℃ 가량 상승했다.이같은 사실은 지구 전체의 온난화가 온실가스의 증가에서 비롯됐지만,도시의 기온상승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보다 급속한 도시화로 유발되는 효과가 훨씬 큰 것을 의미한다. 도시의 고도 성장은 무분별한 확장및 인구밀집 현상을 가져왔다.모든 도시는 아스팔트나 시멘트 등으로 뒤덮이면서 열 저장기능이 크게 커졌다.아스팔트 등은 낮에 뜨거운 태양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밤이면 서서히 뿜어내면서 도시를 뜨겁게 달군다.열대야(熱帶夜)의 원인이기도 하다.자동차의 배기가스를 비롯 에어컨 등에서 내뿜는 열기 또한 무시못할 정도이다.여기에 대형빌딩과 고층아파트도 바람길을 막고 있다.기상학자들이 이같은 원인으로 기온이 높아진 지점을 등온선으로 연결하니 섬모양이 됐고,이를 열섬(Heat Island)현상으로 부른다.열섬현상은 전주,대구와 같은 분지형 도시에서 확실하게 나타난다.그동안 여름철 최고기온을 이들 도시가 기록해온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특히 전주의 경우 1990년대 부터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주천과 삼천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바람길을 막아 열섬현상을 가속화시킨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반면 대구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대대적인 나무심기등을 통해 녹색도시로 거듭나면서 찜통도시의 불명예를 다른 도시에 내주었다.실제 지난 2001년 부터 4년 동안 7,8월 평균 최고기온 조사결과 전주가 30.3℃로 대구보다 0.2∼0.3℃씩 높게 나타났다.전북도가 뒤늦게나마 도심 열섬현상 저감에 적극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공동주택 사업 승인때 공기흐름에 영향을 주는 ㄷ자·ㅁ자형태 배치를 지양하고,옥외주차장을 지하에 배치하며,분수대등 수경시설 설치를 권장하는 방안등이다.독일 슈트트가르트시는 분지형태 도시로 1950년대 초부터 40년간‘ 바람길 계획’을 추진해 기상특성을 도시계획에 반영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도시기후를 보전하고 쾌적한 도시공간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자연기후의 순환 시스템까지 감안해야 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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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08 23:02

[오목대] 온(Onn)

현대는 브랜드 시대이다. 브랜드가 있는 상품은 믿고 사지만 그렇지 못한 상품은 싸도 사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이키가 원가의 10배 이상을 받는 것은 그 동안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에게 각인된 느낌 때문에 가능하다. 잘된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신뢰도를 상승시키고,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며, 관련 브랜드상품의 구매를 증가시키고 또한 지속적으로 그 브랜드를 구매하도록 한다. 따라서 모든 기업들이 브랜드에 기업의 사활을 걸고 있다. 브랜드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기관, 지방자치단체에도 해당한다. 이들의 생산품뿐만 아니라 이들의 이름도 하나의 브랜드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선호도를 제고하여 지역방문객을 늘리고 지역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여러 가지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전주에서는 전주천년명품의 브랜드를 Onn으로 할 모양이다. Onn은 온전하다의 온에서 따온 것으로 전주(全州)의 전자(全字)를 의미하기 때문에 전주와 어울린다는 것이다. Onn은 또한 전통적인 고유성을 살리면서 다른 문화들과 함께 어울릴 수도 있고, 실용성있는 아름다운 질 좋은 물건, 늘 품격이 넘치는 기분좋은 살림살이를 담고있다고 한다.그러나 온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별다른 이미지가 없는 말이다. 단어차제로 느낌이나 각인성이 떨어지는 단어이다. 온이라는 말을 듣고 완전하여 모자람이 없고, 순수하여 티가 없고, 모든 것이 어울린다는 느낌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구나 영어로 Onn이라는 단어를 듣고 그러한 느낌을 가지는 세계인은 아무도 없다.따라서 온에 담겨 있다는 의미를 사람들에게 각인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홍보를 해야할 것이다. 전주시가 얼마의 예산을 들여 Onn에 담겼다는 의미를 사람들에게 각인되도록 홍보할 것인지 궁금하다. 재벌같은 기업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자신들의 새로운 브랜드를 전국민에 바로 각인시킬 수 있지만 예산이 부족한 전주시가 그렇게 하기는 불가능하다.막대한 홍보예산이 없는 지자체나 기업은 낯설고 새로운 이름을 브랜드로 하기보다는 기존의 느낌에 의존한 이미지나 단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도 대부분 그렇게 한다. Anycall, Windows, Sony 등이 그러한 예이다. 그렇지 못한 Onn을 각인시키려면 엄청난 예산이 투입할 때만 겨우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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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07 23:02

[오목대] 나비

나비는 반딧불이와 함께 이 땅의 환경변화 지표생물로서 환경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곤충이다. 무분별한 농약 사용으로 나비의 수가 이미 크게 감소해 버렸으니 인간의 자연파괴 행위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맞는 말인지는 모르나, 나비라는 말은 나불나불 나는 모습에서 유래되었을 것이다. 옛날에 한 젊은이 총각이 예쁜 나비에 흘려 그 나비를 잡고자 정신없이 따라가다가 어느 대갓집에 뛰어 들어 미녀와 아름다운 사랑을 이루었다는 나비설화는 연인들의 아름다운 화합을 상징한다. 또한 암컷 나비는 단 한번만 짝짓기를 한다니 예로부터 나비를 절개를 상징하는 곤충이라 칭한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잘 알다시피 함평 사람들은 나비축제를 통해 사라져가는 나비를 광범위한 나비산업으로 발전시켰다. 한낱 곤충으로서의 나비가 아니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곤충으로 승화시킨 것이다.나비와 관련 재미있는 용어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매우 사소한 사건 또는 우연한 만남 하나가 그 당시에는 잘 몰랐으나 지나고 보면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킨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나비 효과라 한다.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미국 텍사스 주에 발생한 토네이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상학자 로렌츠가 카오스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나비 효과를 발견했다.끊임없이 불규칙하게 변화하는 것을 카오스라고 부른다. 카오스는 스스로 불규칙하게 변화할 뿐만 아니라 나비 효과와 같이 작은 일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카오스를 장기적으로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카오스의 변덕스런 성질과 카오스 속에 숨겨진 나비 효과 때문에 한달 후, 또는 일년 후의 일기예보는 불가능하다. 장기일기예보에 관한한 최첨단의 현대과학을 동원해도 관절염에 걸린 노인들의 예측과 비교할 때, 정확성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기예보이지만 이번 태풍 나비에 대한 예보에서는 모처럼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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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06 23:02

[오목대] 친일인사 명단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공동으로 조사한 친일인사 3천95명의 명단이 경술 국치일인 지난달 29일 발표됐다. 친일인사 선정위는 ‘을사늑약’전후부터 1945년 8월15일 해방 때까지 일제의 국권침탈과 식민통치·침략전쟁에 협력하여 우리민족 또는 타 민족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끼친 자를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친일인사로 지목된 인물중에는 이완용(을사조약시 총리대신)과 송병준(일진회 조직) 조중응(명성황후 시해 가담·고종 퇴위 종용)같은 조국에 씻지 못할 죄를 저지른 매국노와 함께 장지연(시일야방성대곡 필자) 박영효(태극기 제작자) 최린(민족대표 33인중 한사람)도 끼어 있다. 또 친일인사 명단에는 애국과 친일 사이를 오고간 경계선상의 회색지대 인물이 올라있는가 하면 그동안 교과서를 통해 항일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도 다수 포함돼 있다.친일인사 명단이 발표되자 국민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일제의 한반도 침략을 돕고 민족의 독립을 방해한 역사의 죄인들은 지금이라도 낱낱이 밝혀 후세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과 객관적 자료가 미흡한 상황에서 인민재판식으로 친일명단을 선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선정위에서조차 발표 직전까지 격론을 벌였다니, 친일인사기준 정하기가 얼마나 난감했을지 짐작할만 하다.사실 어떤 죄가 됐든 죄에는 경중이 있게 마련이다. 같은 폭행죄라도 사람이 죽었다면 살인죄가 추가돼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고, 경미한 정도에 그쳤다면 훈방조치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더구나 범죄유발의 불가피성이 중요한 잣대가 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일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후 사정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조건 같은 잣대를 들이댄다면, 말 못하는 혼령들이 땅을 치고 통곡할지도 모를 일이다.누가 알겠는가. 먼 훗날 그 때 선정된 친일인사 명단은 자의적 기준으로 작성됐으니 다시 역사적 진실을 찾자고 주장하는 세력이 나올지. 의욕이 자나쳐 애매한 사람까지 친일인사 명단에 올릴까봐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불변의 역사적 자료를 남기기 위해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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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05 23:02

[오목대] '립확도사'

‘師道確立’, 80년대 중반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 교무실 등에 걸려 있던 글귀 내용이다. 말 그대로 스승의 자세와 몸가짐 등을 바르게 하자는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 말의 가치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가르치는 이로서의 태도를 바르게 하자는 데 이의가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항상 그렇지만 반어(反語)와 역설(逆說)은 존재한다. 시도를 확립하자는 말은 사실 사도가 제대로 확립되지 못했음을 역설적으로 말해 준다. 사도립확립과 더불어 기억에 남는 표어 중 하나가 ‘새 시대 새 경찰’이다. 가는 곳곳마다 파출소 앞에 그 글귀는 있었다. 새로운 모습의 경찰이 되자는 내용에 딴지를 걸 사람은 없겠으나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비교해 봤을 때 그리 긍정적이지 못했다는 느낌이 남아 있다.당시 사도(師道)를 확립(確立)하자는 이야기 역시 역설적이었다. 사회 구성원들의 입장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교사의 잘한 면보다는 잘못된 면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점이 드러나고 이를 개선하는 과정은 반복적이다. 개선하면 또 개선한 대로 문제점은 불거지기 마련인 것이다. 이런 반복 과정을 통해서 사도가 확립된기는 커녕 그 권위만 땅에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교사들은 자신들의 철학과 양심에 따라 교육활동을 하기 보다는 사회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하는 데 더 신경을 쓰는 형편이 되어 버렸다.하지만 진짜 역설적인 것은 교사들의 눈에 이런 사도확립이 성적 지상주의를 대변하는 상징으로 비쳤다는 사실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한자(漢字)로 쓰인 ‘사도확립’은 가로쓰기 순서로 읽은 ‘립확도사’가 되어 취음(取音)은 ‘입학도사’와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 대입열풍을 쉽게 떠올리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사도확립’하자는 구호가 교육 현장을 지키는 교사들에게는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 즉 명문대학에 몇 명을 합격시키느냐 하는 문제로 겹쳐 보였다는 점이 역설적이었던 것이다.그런데 이런 ‘입학도사’를 원하는 분위기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것 같다. 요즈음에는 논술시험의 내용은 이러해야 된다고 해서 또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좋게 표현하면 우리는 에너지가 넘치는 민족이다. 좋은 대학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시간적인 부담을 아끼지 않는 것을 보면 쉽게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쯤이면 자녀를 편히 놔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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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03 23:02

[오목대] ‘서동(薯童)‘쟁탈전

서동요는 우리나라 최초의 향가다. 백제 30대 무왕(재위 600-641년)인 서동(薯童)이 신라 26대 진평왕의 셋째딸 선화공주를 아내로 삼기위해 만든 노래로 알려져 있다. 이두(吏讀)로 표기된 이 노래는 원문과 함께 설화가 삼국유사에 실려 전해온다.善化公主主隱/他密只嫁良置古/薯童房乙/夜矣卯乙抱遣去如(선화공주님은/남몰래 얼러두고/맛동방을/ 밤에 몰래 안고 가다)서동은 고구마 비슷한 마를 비롯 산약과 나물을 캐서 생활하는 소년을 지칭하는 보통명사다. 초동(樵童) 목동(牧童)등과 마찬가지다.이 노래에 대한 해석이나 배경은 구구하다. 백제와 신라간의 혼인동맹이라는 정치적 해석도 있다. 또 백제 멸망후 미륵사 승려들이 절을 구하고자 신라와 미륵사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지어낸 것이라는 연기(緣起)설화도 설득력을 갖는다. 백제의 스러진 꿈인듯 서 있는 미륵사는 무왕이 선화공주의 청으로 지은 절이기 때문이다. 모두 백제에 관한 명쾌한 사료가 부족한 탓이다. 서동은 정확한 출생년도를 모를뿐 아니라 출생지도 분분하다. 익산과 부여가 서로 자기 고장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한다. 27대 위덕왕의 아들(庶子)인지 29대 법왕의 아들인지도 분명치 않다. 다만 의자왕이 그의 아들인 것만은 틀림 없는듯 하다. 이러한 서동을 둘러싸고 익산과 부여의 쟁탈전이 치열하다. 익산은 1969년부터 실시해 온 마한민속예술제를 지난해부터 ‘서동축제’로 바꿨다. 서동을 시의 상징인 캐릭터로 선정했고 서동선발대회와 뮤지컬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경주에서 뽑힌 선화공주와 혼례식을 갖고 당시 백제와 왕래가 잦았던 일본과도 교류를 텄다. 이에 비해 부여는 2003년부터 서동과 선화공주의 만남 재현, 연극공연 등을 하고 있다. 또 서동이 마를 캤다고 주장하는 궁남지 일대 10만여평을 사들여 상징물을 설치하고 연못을 대대적으로 재구성했다.이러한 때에 5일부터 1400년 전 당시를 배경으로 한 TV드라마 ‘서동요’가 50부작으로 방영된다고 한다. 대장금, 상도 등을 연출했던 PD작품인데다, 두 사람의 극적인 로맨스와 백제의 과학문명 등을 재현한다고 하니 관심이 크다. 다만 드라마 메인 세트장을 두고 익산과 부여가 경쟁을 벌이다 결국 부여로 넘어간 것이 좀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5.09.02 23:02

[오목대] 허리케인

태풍은 중심부근의 최대풍속이 초속 17미터 이상인 강한 폭풍우를 동반하는 열대성 저기압을 말한다.발생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데 북태평양 남서해상에서 발생하는 것을 태풍(Typhoon),북대서양 카리브해 멕시코만에서 발생하는 것을 허리케인(Hurricane),인도양쪽에서 발생하는 것을 사이클론(Cyclone)이라고 부른다.엊그제 미국 남부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사망자가 계속 늘어나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어제까지 잠정 집계된 피해액만도 260억 달러에 달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될 전망이다.카트리나가 동반한 초속 77미터의 강풍으로 창문 대부분이 깨진 한 고층호텔 모습이 그 위력을 실감케 한다.초속 77미터는 바람의 등급중 가장 센 정도이다.우리나라의 경우 태풍 매미 때의 초속 60미터가 최고기록이다.‘미국판 쓰나미’로 까지 불리는 이번 피해의 긴급복구및 구조활동을 위해 미국 연방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다.웬만한 일로는 휴가일정을 조정하지 않는 부시 대통령도 인적·물적피해가 급증하자 일정을 이틀 앞당겨 어제 워싱턴으로 복귀,구조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이같은 참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영향으로 대서양 열대성 폭풍의 위력이 점점 커지면서 앞으로 카트리나급과 비슷한 허리케인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연례행사 처럼 치르는 허리케인 등의 기상재해에 첨단과학으로 우주 구석구석을 누비는 미국을 비롯 과학 선진국들이 손놓고 있지만은 않다.전세계 27개 국가가 기상조절에 관한 연계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인공강우를 비롯 안개소산,우박억제 등에 관한 기술은 상당량 축적돼 있고,또 어느 정도 성과도 거두고 있다.하지만 허리케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역부족이다.조그마한 태풍 하나가 방출하는 에너지는 수소폭탄 100개를 합한 것보다 크다고 한다.허리케인의 위력을 줄이기 위한 몇가지 방법을 시도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이번 카트리나의 위력에서 보듯 세계 제일의 과학문명 국가도 대자연의 재앙앞에서는 다른 후진국가와 마찬가지로 속수무책이다.이젠 국가안전망 구축을 환경오염과 자연의 재난에 까지 확대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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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01 23:02

[오목대] 친일명단의 발표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는■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1차 명단 3090명을 발표했다. 사전편찬위는 선정기준으로 일제의 국권침탈에 협력한 자, 식민통치기구에 참여한 자, 항일운동을 방해한 자, 황민화 정책■침략전쟁에 협력한 자, 항일운동의 경력이 있으나 변절하여 일제에 적극 협력한 자 등이라고 밝혔다. 이번 명단에는 과거 직책으로 표기해 보면 박정희 대통령, 민복기 대법원장, 정일권 국무총리, 김성수 고려대 설립자, 유진오 고려대 총장, 백낙준 연세대 총장, 김활란 이화여대 총장,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 방응모 조선일보 사장, 김성수 동아일보 사장, 이병도 교수, 작가 최남선과 이광수, 모윤숙, 예술가인 홍난파, 유치진, 현제명, 김기창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전북에서도 김연수, 서정주, 채만식 등 200여명이 포함되었다. 기라성같은 인물들이다.친일명단 발표에 대한 반발도 심하다. 안병직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직책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친일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고 주장하였고, 자유주의연대는 ■인민재판식 친일인사 선정과 발표를 중단하라■고 논평했다. 심지어 인터넷에는 친일보다 친북이 문제라며 한국에서 친북적 인사들을 먼저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타나고 있다.이들의 반발은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있다. 일제 시대에 높은 지위에 있었던 것은 자발적인 참여이지 강제 참여는 아니다. 스스로 그만 두면 되었을 것이다. 인민재판식 선정은 선정과정을 무시한 발언이다. 친일보다 친북이 나쁘다는 주장은 초점을 흐리는 한심한 발언이다. 지위는 낮았지만 악질적인 친일을 한 사람, 또는 고위직에 있었지만 독립에 도움을 준 사람 등은 자료를 검증하여 추가하거나 삭제하면 된다.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불의가 판치는 사회를 100년 이상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과거 역사를 연구하고 평가하는 것은 미래에 대해 역사적 두려움을 가지고 올바로 행동하라는 것이다. 이번 발표로 오랜만에 사회를 정의롭게 하는 청정제를 보는 듯 하다. 정의가 살면 사회적 신뢰도 높아진다.그러나 혹시 공이 있는데 무시되지는 않았는지, 친일이 너무 과장되지는 않았는지, 또한 사회적 분위기가 당사자가 아닌 가족에게까지 연좌제적인 책임을 추궁하는 일이 벌어지지나 않는지는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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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31 23:02

[오목대] 수돗물

물은 산소, 그리고 영양과 더불어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불가결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써 물이 없이는 생명을 지탱하기 어렵다. 물은 몸안의 독성을 희석시키고, 땀샘을 통해 몸 속의 수분량을 조절하고 체온을 조절하고 공복감을 줄여주고, 정신을 안정하게 해주며 몸속의 효소작용을 돕고, 혈액순환을 돕고, 각종 노폐물을 몸 안에서 배설하니 노화방지에 도움이 된다. 이 정도면 만병통치약이라고 해도 무방한 것이 아닌가 한다.또한 인류문명의 역사는 물과의 투쟁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의 범람과 극심한 가뭄이라는 자연의 도전조건에 대응하여 인류는 물을 다스리고 이용하는 응전의 과정을 통하여 문명을 발달시켜왔다. 인류 최초의 문명이 모두 큰 강 유역에서 발생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우리나라의 선사시대 문화를 살펴보면 일찍이 하천 연변에 전통적인 농경문화가 싹트기 시작하였으며, 농경을 위한 치산치수는 경국지대본이라 하여 통치의 관건이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식인 벼농사는 물의 농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은 벼농사에도 중요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이 모여사는 도시생활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도시 사람들은 주로 수돗물을 통하여 대량으로 물을 공급받고 있다. 그동안 수돗물과 관련된 많은 비판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것은 수돗물에 대한 비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여론은 상수원 관리나 수돗물 수질개선, 노후관 교체사업 등을 촉진시켰지만 이러한 사업을 한다해도 수돗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아질지는 의문이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수질의 문제인지, 관리의 문제인지, 인식의 문제인지, 행정서비스의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최근 전주시 상수도 업무의 수자원공사 위탁문제의 효율성을 놓고 행정당국과 시민 대책위 사이에 공방이 뜨겁다. 분명한 것은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다는 것이고, 또한 위탁이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수돗물을 마음놓고 마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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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30 23:02

[오목대] 부동산투기대책

노무현 대통령은 올 초 취임 2주년 국정연설을 통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집값과 땅값은 반드시 잡겠다”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노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을 챙기는 것은 근로의욕 저하와 물가 인상, 빈부격차의 심화와 같은 갖가지 부작용을 유발시키기 때문에 범죄행위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규정하기까지 했다.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노대통령의 단호한 투기억제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되레 춤을 추기 시작했다. 투기꾼들의 농간으로 수도권에서는 평당 3천만원짜리 아파트가 속출하고, 지방에서도 지역 경제력에 어울리지 지역 경제력에 어울리지 않게 평당 1천만원에 육박하는 아파트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간 작은 소시민들은 놀라서 경기를 일으킬 정도다.사실 이처럼 국정 최고책임자의 강력한 투기억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이 제멋대로 움직인 것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역대 정권에서도 부동산 투기를 공공의 적이요, 대표적인 망국병으로 죄악시하면서 근절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이유는 간단하다. 부동산 투기를 하면 힘들이지 않고 떼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성실한 월급쟁이나 자영업자가 평생 허리띠를 졸라매며 절약을 해도 만져볼 수 없는 큰 돈을 부동산 한번만 잘 굴리면 손쉽게 챙길 수 있는데 누가 싫다 하겠는가 말이다. 이득이 있는 곳에 사람이 꼬인다는 평범한 진리를 중하게 알았다면 아마 지금처럼 가진자들의 부동산 천국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오는 31일 발표될 부동산 투기 대책은 모처럼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 같다. 번만큼 세금을 철저하게 징수하는 것만 부동산 투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동산 투기는 각종 사회적 폐단을 야기시키면서 한탕 해먹는 것인데 세금 좀 무겁게 매긴다고 그렇게 잘못된 일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망국적인 투기를 막기 위해 부동산 관련 세금을 강화한다니까 벌써부터 부자 동네가 시끌벅적하다. 시장에 매물이 끊겨 집값이 더 오른다느니, 주택담보대출 받은 서민이 죽는다느니, 세입자 월세가 는다느니, 시장경제원리를 무시한다느니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다 고양이 쥐 생각하는 식의 항변에 불과하다. 만약 또 이번마저 밀린다면 서민들은 영 희망이 없는 나라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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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29 23:02

[오목대] 'ㅎ'이 싫다

‘ㅎ’은 ㄱ, ㄴ으로 시작하는 우리말 자음 글자 중에서 제일 끝에 있다. 대단히 주관적인 표현인 줄 알지만, 글자나 소리의 구분을 넘어서 이 ‘ㅎ’이 싫다. 이제 이렇게 단정을 했으니 그 이유를 설명해야 그나마 생뚱맞은 분위기가 누그러지지 않을까 한다.소리와 글자의 관계는 항상 하나씩 관계를 맺는 것은 꼭 아니다. 영어 알파벳 A의 경우는 10가지가 넘는 소리와 대응을 하니 말이다. 그 덕분에 ‘마데 인 코리아’라는 발음이 우스갯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영어 단어 made를 글자가 갖는 일차적인 발음대로 읽었으니 사실은 그 개그맨을 탓할 일도 아니다. 왜냐하면 글자와 소리는 일대일 대응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그런 관점에서는 당연히 ‘마데’로 읽어도 되기 때문이다.그런 글자와 발음의 관계로 따져도 ‘ㅎ’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영어 알파벳에 비하면 그 죄질이 훨씬 가볍기는 하지만 그래도 ‘ㅎ’은 소리나는 위치가 사실 불분명하다. 흔히들 목구멍에서 난다고 하지만 다른 자음들이 소리나는 위치인 입술, 잇몸, 입천장 등에 비하면 딱 부러지지 않는 위치인 것이다. 이런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이렇게 그 위치가 불명확하다는 것은 그래도 참을 만하다. 이 ‘ㅎ’이 다른 친구 자음을 만나면 줏대 없이 이리 저리로 거처를 옮기거나 투명인간처럼 사라져 버리는 부도덕한 행태를 보이는 점은 더 심하게 비난 받아야 한다. 사정인 즉 이렇다. 다른 자음 ‘ㄷ’을 만난 ‘ㅎ’은 제 본분을 망각하고 ‘ㄷ’과 부화뇌동하여 ‘ㅌ’으로 변신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라는 글자 무더기는 발음에서 ‘조타’로 읽히게 되는 것이다.‘ㅎ’의 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좋네’라는 표현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ㅎ’은 여기서도 변신의 귀재답게 뒤에 오는 자음 ‘ㄴ’과 타협을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자 아예 ‘ㄴ’에 동조하여 ‘ㄴ’으로 변신을 꾀한다. 결국 ‘ㅎ’이 ‘ㄴ’으로 바뀐 ‘존네’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변신을 사람들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알아도 이야기해 줄 수 없으니 양해를 부탁한다.하여 ‘ㅎ’은 유죄다. 그런데 이런 ‘ㅎ’이 사람들 입에서 고생이 심하다. 영어의 영향인지 ‘F’처럼 마찰을 강하게 하는 일부 몰지각한 인간들이 있어서 오히려 이들 인간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려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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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27 23:02

[오목대] 출산장려금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산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임(可姙)여성(15-49세) 1명이 낳는 평균자녀수인 출산율이 1.16명으로 대만 폴란드와 함께 세계 최저수준이다. 미국 2.04명, 프랑스 1.89명 등은 물론 사망자수가 신생아수를 웃돌아 충격에 빠진 일본 1.29명보다 낮다. 산모의 평균연령도 최초로 30세를 넘어섰다.“둘도 많다. 하나 낳아 젊게 살고, 좁은 땅 넓게 쓰자” 고 했던게 언제였던가. 10년 전인 1995년만 해도 출산 억제를 위해 셋째아이를 의료보험 혜택에서 제외했었다. 또 예비군 훈련시 정관수술을 받으면 훈련을 빼주었다. 당시 원자폭탄 보다 무서운 게‘인구폭탄’이라 했다.그러던 것이 이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인구늘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행정기구가 축소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더 혈안이다. 정부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만들고 ‘국민운동본부’까지 구성키로 했다. 또 지방자치단체들은 출산장려금, 축하금, 양육비 지원, 출산농가 도우미지원, 다복상(多福賞)시상 등 각종 출산장려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전북은 셋째아이 출산장려금으로 30만원(도비 30%, 시군비 70%)을 주고 있다. 어떤 자치단체는 신생아에 대해 20만원씩을 주기도 하고 경남 함안군은 둘째아이 출생시 50만원, 셋째아이 출생시 500만원을 지급한다. 마을이나 기업체 종교계 등에서도 출산축하금을 전달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지만 이런 대책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젊은 세대는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자식을 낳아 기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육아 교육 주택문제 등이 첩첩인데 돈 몇푼에 누가 아이를 낳을 것인가. 따라서 출산장려는 단순히 눈앞의 유인책으로는 어렵다. 영국은 1997년부터 빈곤아동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sure start’ 캠페인을 벌여 16세 이하의 아동에게는 동일조건의 복지혜택을 주고 있다. 프랑스도 2명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에 대폭적인 ‘가족수당’을 지급한다. 일본은 임신중인 예비엄마에게 까지 별도의 출산보조금을 주고있다.앞으로 출산장려정책은 인구수를 늘리는 접근보다 아동을 사회공동의 자산으로 생각하는데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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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26 23:02

[오목대] '발암 민물고기'

미국의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은 인류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대표적 고전이며,전세계에 환경운동을 촉발시킨 기폭제가 된 책이다.카슨은 이 책을 통해 당시 만능 살충제로 사용되던 DDT와 같은 유해물질 남용에 따른 생태계 파괴와 그것이 인간에게 미치는 치명적 피해를 적나라하게 고발했다.새 소리가 끊겨 침묵에 잠길 수 있는 봄을 더 늦기 전에 되찾자고 역설했다.최근들어 카슨의 경고가 철저히 무시당하는 사례가 우리나라에서 잇따라 빚어지고 있다.중국산및 베트남산 장어에 이어 중국에서 대량 수입되고 있는 붕어·잉어등 민물고기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실은 충격적이다.검출 사실이 홍콩 검역당국에 의해 발표된 뒤에야 조사에 착수하는 것이 우리 검역당국의 현주소이고 보면 한심할 따름이다.이번 민물고기에서 검출된 발암물질인 말라카이트 그린은 섬유·목재의 염색에 주로 쓰이는 염료로 양식장의 세균 곰팡이 방지용으로 사용돼 왔다.그러나 암 유발위험 때문에 현재 전세계적으로 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상태다.중국에서도 2002년 부터 사용을 못하게 하고 있지만 일부 어민이 암암리에 쓰다가 이번에 적발된 것이다.올들어 우리나라에 들여온 민물고기 물량만도 5종에 8천여톤에 달한다.이미 상당 물량을 소비자들이 먹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중국산 먹거리가 우리 식탁을 점령하다시피 한 현실에서 이밖에 얼마나 많은 유해 농수산물이 버젓이 검역을 통과하여 우리가 섭취했을까를 생각하면 참으로 아찔하다.농수산물은 국민의 건강에 직결되기 때문에 공산품 이상의 엄격한 검역과 통관절차가 필요하다.그런데도 우리의 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수입물량의 80% 정도를 서류및 육안검사로 통과시킬 정도라니 완벽을 기대하는 자체가 무리이다.일부 선진국들이 실시하고 있는 현지에서의 검사는 엄두도 못낼 지경이다.또 다른 문제는 이처럼 수입된 농수산물이 국산으로 둔갑 판매된다는 사실이다.원산지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차제에 정부당국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식탁에 앉을 수 있도록 중국산 농수산물 안전성 확보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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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25 23:02

[오목대] 민간위탁과 부가세

전주세무서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 대해 최근 3년간 전북도가 민간위탁금으로 지원한 돈에 대해 10억2,000여만원의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겠다고 소리문화의 전당측에 예고통지하였다. 한국에서 공공시설의 민간위탁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예고한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에 이번에 세금이 부과되면 모든 민간위탁시설에도 세금이 부과되어 민간위탁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전주세무서는 전북도가 3년 동안 지원한 민간위탁금 90여억원을 영리 목적인 용역의 대가로 받은 돈으로 보고, 부가가치세법 제7조(용역의 공급)의 규정에 따라 부가세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전주세무서는 “소리문화의전당 측도 스스로 영리성이 있다고 시인했다”고 말했다. 소리문화의 전당이 영리성이 있다고 시인한 것으로 본 것에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1기 위탁 때부터 공연과 관련된 표를 팔면서 부가세를 환급받으면 유리하기 때문에 부가세를 신고하고 환급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가지고 위탁 전체가 영리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것으로 생각된다.전라북도는 소리전당뿐만 아니라 16개 시설을 민간위탁하여 120억원을 지불하고 있고, 전주시도 10여개가 넘는 시설을 민간위탁 운영하고 있고 다른 시군에서도 민간위탁이 늘어나고 있다. 소리전당과 마찬가지로 이들 위탁업체는 전혀 이윤을 남기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즉, 돈이 남으면 도나 시군에 반납하는 비영리적 운영체계를 택하고 있다. 더구나 위탁운영비보다 초과 지출되는 경우 위탁업체의 돈으로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 즉, 손해는 볼 수 있어도 이윤은 전혀 남길 수 없는 구조이다. 이렇게 이윤을 전혀 남기지 않는 체계를 지닌 위탁을 영리목적의 용역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소리전당의 경우 도와의 위수탁 협약서 제7조 2항에도 ‘지원금은 위탁관리에 대한 대가가 아닌 소요경비의 실비보조금’으로 규정돼 있다. 다른 민간위탁시설도 비슷하다. 위탁시설의 관리운영을 위한 실비변상 성격의 보조금을 과세대상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그동안 이윤을 전혀 남기지 않는 체계로 문화시설과 복지시설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도움이 된 민간위탁을 이윤을 남기기 위한 용역으로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 국세청은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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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24 23:02

[오목대] 처서(處暑)

처서는 입추와 백로 사이에 드는 절기로 바로 오늘이다. 글자를 풀이한다면 '더위가 돌아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한풀 꺾이면서 아침 저녁으로 제법 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 하늘에 걸친 구름들이 매우 청명하게 보인다. 이 때가 되면 논둑이나 산소의 풀을 깎아 벌초를 하는데, 처서가 지나면 풀도 더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처럼 모기의 극성도 사라지고, 농부들은 여름내 매만지던 쟁기와 호미를 깨끗이 씻어 갈무리를 하기 시작한다.또 '입추에 비 오면 천 석을 얻고, 처서에 비 오면 십 리에 천 석을 감하고, 백로에 비 오면 십 리에 백 석을 감한다'고 할 정도로 처서의 맑은 날씨는 농사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하니, 비구름은 저만치 물러가 있어야 한다. 지난번 폭우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기도 버거운데 비가 계속해서 오락가락한다면 낭패일 수 밖에 없다.'어정칠월 건들팔월'이라는 말도 있다. 이는 칠월과 팔월이 어정어정 또는 건들건들하는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는 것이다. 호미씻이도 끝나고 이제 추수할 일만 남았으므로 이 무렵이 되면 농촌이 한가해진다는 것을 빗대어 이른 말이지만 요즘 농촌은 일년내내 바쁘기만 하다.시장이나 가게에 나가보면 요즘 여름과일들이 즐비하다. 처서 과일은 누가 뭐라해도 복숭아다. 중복에 참외, 말복에 수박, 처서에 복숭아, 백로에 포도가 제 철 과실로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도내 농촌의 어려움을 생각하여 제철 과일이라도 도민들이 많이 사주었으면 한다.이제 여름내내 흘렸던 땀과 수확에 대한 기대, 그리고 씻어 갈무리한 뒤의 여유 등 졸졸거리며 흘러가는 개울가의 물처럼 한가함이 느껴지는 계절이 다가오는 것이다. 이 때쯤이면 년초에 세웠던 계획들도 뒤돌아보고 남아있는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할지도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정치권만 지저분한 싸움판같은 뜨거운 여름철이다. 우리에겐 가을이 왔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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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23 23:02

[오목대] 넥타이

우리가 착용하는 복장(服裝) 가운데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액세서리 하나가 있다. 평상복을 입을 때는 별 상관이 없으나 정장을 할 때는 거의 필수품처럼 따라다닌다. 이 것을 매지 않으면 웬지 어색한 느낌이 들고, 맸다 하더라도 모양이나 색상이 어울리지 않으면 차림새를 구기기 십상이다. 바로 와이셔츠 목에 감아 매는 넥타이가 그것이다.넥타이는 크로아트(croate : 크로아티아의 경비병)가 루이 14세(재위기간 : 1643∼1715)를 받들기 위해 처음 파리에 왔을 때 목에 두르고 있던 천을 모방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후 1660년대에 영국으로 전해져 유행을 타기 시작했고, 점차 서유럽 남성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전세계로 퍼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넥타이의 모양은 디자인과 무늬 또는 매는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바뀐다. 스카프 형태, 띠 형태 등 수많은 형태의 넥타이가 매는 방식에 따라 모양이 각각 다르게 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넥타이 매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의 유행감각이나 성격까지도 알 수가 있다고 한다.정장을 하면 왜 넥타이를 매야 하는지 그 유래를 아는 사람은 드물지만 우리는 거의 습관적으로 아침 출근길에 넥타이를 맨다. 깃이 빳빳한 흰 와이셔츠에 약간 탄탄한 느낌이 들 정도로 넥타이를 매야 직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다. 어떤 멋쟁이는 목이 꽉 조이는 와이셔츠에 손가락하나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넥타이를 동여매기도 한다.그러나 넥타이를 너무 단단히 조여맸다가는 뜻밖의 화를 당할 수도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넥타이를 타이트하게 매면 혈액순환이 방해를 받아 뇌졸중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의학전문가들은 “깊은 곳에 있는 동맥과 달리 비교적 피부가 가까이에 있는 정맥은 넥타이를 매는 정도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뇌에서 심장으로 내려오는 혈액이 저항을 받아 뇌출혈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진다”며 넥타이를 맬 때 각별히 조심하라고 권고하고 있다.본디 우리 것도 아닌 넥타이를 가지고 왜 이렇게 속박을 당하고 있는지 정말 아이러니컬 하다. 품위를 잃지 않는 복장이라면 꼭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뒷말이 없는 의복문화가 하루빨리 뿌리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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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5.08.22 23:02

[오목대] 협의와 배려

협의(協議)의 정의는 이러하다. ‘〔명사〕 〔하다형 타동사〕 〔되다형 자동사〕 여럿이 모여 의논함. 서로 논의함. 협상. 대책을 협의하다. / 협의 사항을 알리다. (비슷한 말) 합의(合議). ’ 그리고 이런 협의를 위한 모임을 흔히들 협의회(協議會)라고 부른다.협의회란 명칭을 들으면 우리는 딱딱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대개 이런 이미지는 협의회 앞에 붙는 격식적인 수식어들 때문이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 경제단체협의회, 공익광고협의회, 국민생활체육협의회, 민족통일중앙협의회 등등의 명칭은 우리 서민들이 가까이 하기에는 좀 거리가 있는 단체들이어서 ‘협의’란 단어에서 근엄함마저 느끼게 되는 것이다.그런데 나라의 장래를 위한다거나 하는 거창한 모임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사실 자주 모임을 갖는다. ‘협의’의 정의가 그러하듯이 우리는 ‘여럿이 모여 의논’하는 일을 무심결에 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모임도 그러하고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취미, 종교 등으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굳이 따지고 보면 ‘협의’의 범주에 해당한다.달리 표현하자면 협의는 ‘모임’의 한 형태로 정리된다. 그 모임의 성격이 ‘의논’을 위한 자리라는 점이 다른 모임과 다를 뿐이다. 그런데 이런 의논하는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태도로 그 모임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본래의 의미대로 상대방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의논을 하는 모임도 있지만 상당수 모임은 분쟁의 장소로 바뀌고는 하기 때문이다.천국과 지옥에는 식사시간이 되면 모두 팔 길이보다 긴 젓가락을 들고 식사를 한다는 예화가 있다. 천국에서는 그 긴 젓가락을 들고 상대방을 먹여 준다고 한다. 하지만 지옥은 그 긴 젓가락으로 자신의 입에 음식을 넣으려다 결국 끼니를 거르게 된다는 것이다.흔한 예화이기는 하지만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천국과 지옥이 그 환경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이다. 바로 사람 그 자신이 주위환경을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만든다는 이야기이다.전라북도가 예전만 못 하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듣는다. 그 이유가 외부에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단히 높은 투서율과 근래 일어난 몇 가지 전국적인 사건 등을 보면서 어려울수록 상대방을 더욱 배려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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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5.08.2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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