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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요십조(訓要十條)는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이 후왕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가르치기 위해 남긴 10가지의 유훈(遺訓)이다. 훈요십조는 943년 왕건이 죽기 한달전에 신하에게 구술하여 작성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1010년 거란족의 침입으로 왕실의 모든 기록이 소실되고 만다.고려사(高麗史)에는 훈요십조가 실제로 기록된 시기가 태조 왕건때가 아닌 8대왕 현종때 고려실록을 재편찬한 최제안의 집에서 발견돼 재정리된 것으로 돼있다. 이 때문에 현종의 신임을 받았던 신라 혈통 출신의 최제안이 후백제계 신하들을 제거하기 위해 조각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훈요십조는 여덟번째 내용 때문에 지역차별의 원류로 지적돼 왔다. 제 8조는‘차현(車峴·차령산맥) 남쪽, 금강(錦江) 바깥은 배역(背逆)의 땅이므로 관직에 등용하지 말라’고 기술하고 있다.학계에서는 문제의‘배역의 땅’에 대해 후백제의 영토였던 호남지역 전체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차령산맥 남쪽과 금강 사이의 현재 공주·청주지역을 의미한다는 설등 여러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어느 쪽이든 훈요십조는 지역차별의 원류로 지목돼 호남지역 사람들을 천형처럼 괴롭혀온 것이 사실이다.최근 공전의 인기를 끌고 있는 KBS 역사드라마‘태조 왕건’의 스토리가‘지역차별’의 본류 문제에 접근하면서 제작진들이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훈요십조 관련 내용을 어떻게 다룰것이냐를 놓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훈요십조를 완전히 무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모양이다. 청주와 공주지역 등지의 반란사건은 개개의 사건으로만 취급하고 왕건에 대해서는 후삼국 통일을 이뤄낸 영웅으로 그려낼 계획이라고 한다.그렇지 않아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악마의 주술’같은 지역주의가 또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여야를 떠나 각 정파마다 출마예상 후보의 지역별 득표구도를 놓고 분석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년반이나 남은 시점에서 벌써 이 정도이니 막상 선거가 가까워 오면 얼마나 심각한지 지역주의의 폐해가 나타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가 정착되어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긴 계몽기간을 거치면서 아파트지역은 물론이고 일반주택 지역에서도 분리수거와 규격봉툴 사용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원의 재활용이라는 차원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그런데 이번 주 들어 전주시 이에 대한 집중단속을 시작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주택지역의 경우 수거함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이 아직도 많으며 하루에 한번 수거해 가리고 되어 있는 것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악취 등 적지 않은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요식업소의 불만은 더욱 크다. 의무화 되어 있는 감량화 기기가 비싸기만 했지 많은 음식물 쓰레기를 쏟아내는 우리의 음식문화에는 잘 맞지 않으며 또 고장이 잦은데도 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거의 방치되어 있다는 것이다.문제는 우리의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너무 많이 준비하고 너무 많이 버린다. 음식점에서도 음식의 가지 수가 양을 줄이게 되면 서비스 부족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음식의 고장이라는 자부심이 이 경우에는 오히려 심각한 덫으로 작용하고 있다.이제 음식문화도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할 때가 되었다. 보리고개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적게 먹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 이런 마당에 처치 곤란한 쓰레기를 양산하는 음식문화에 연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일 수 없다.분리수거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행정적인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요건이다. 여기에는 먹다가 남는 것이 있으면 버리면 된다는 안이한 의식의 혁명적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음식점에 가서도 여러 종류의 반찬을 기대할 일이 아니다. 주민도 반찬의 가지 수가 아니라 그 질로 손님들의 구미를 사로잡을 전략을 세워야 한다. 맛과 멋의 고장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음식문화를 모두 합심하여 선도해 나가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자동차 1천만대를 돌파한 우리나라의 교통문화 수준은 얼마나 될까. 연전에 한 연구단체가 주한 외국인을 상대로 자국(自國)의 교통문화 수준을 1백점으로 했을때 한국의 교통문화를 평가하라고 했더니 평균 40점이라는 답이 나왔다 한다.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유럽쪽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와 가까운 아시아 국가들까지도 점수가 별로였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굳이 외국인들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낙제점을 주고있다. 교통안전공단과 녹색교통운전이 전국 13대 시도의 교통문화지수를 평가한 결과도 1백점 만점에 50점을 넘은 도시는 단 한군데도 없었다는 것이다. 습관이 되다시피 한 과속·추월·끼어들기·신호위반·중앙선 침범등 운전자들의 법규위반에다가 자전거·오토바이·보행자들의 무질서까지 가세해 가히 ‘사고공화국’의 오명을 둘러 쓰고도 모자람이 없는것이 우리의 형편없는 교통문화수준이다.여기다가 불법·무단주·정차는 또 어떤가. 도로건 인도건 주택가 골목이건 가릴것 없이 틈만 있으면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는다. 아파트단지나 주택가에서는 밤이면 대형 화물트럭·관광버스·중장비 차량까지 침범(?)하여 주민들의 원성의 대상이 되고있다. 그러나 단속의 손길은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빤히 보이는 대로변 빼고는 경찰이나 구청 단속반도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전주시내의 경우 현재 등록 차량대수는 16만여대. 이중 승용차만 11만대에 달한다. 반면 주차면적은 노상·노외·건축물부설 주차장까지 모두 합쳐봐야 12만6천대 수준이다. 3만4천대의 차량이 차를 세워둘 곳이 없어 불법·무단주차 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차량이 먼저냐’ ‘주차장이 먼저냐’는 해묵은 과제다. 운전자 스스로 교통법규 준수에 힘쓰는 것이 최선이고 안되면 단속의 손길을 강화해서라도 바로 잡아야 그나마 숨통이 트일수 있다.정부는 교통신고 포상금제에 이어 앞으로는 주차위반 단속권한을 소방관·거리 미화원에게까지 부여한다고 한다. 이른바 ‘완장부대’를 대폭 확충해서라도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주·정차 질서를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제발 그렇게 해서라도 상습적 주차위반 얌제족들에게는 혼쭐을 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담배가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더 잘 안다. 흡연이 폐암의 주범이고 동맥경화나 심장질환등을 유발한다는 의학상식쯤은 그야말로 상식이다.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대머리가 될 확률은 두배, 머리카락의 변색 가능성은 4배에 이르며 여성흡연의 경우 피부두께를 얇게 해 주름살등 피부노화를 촉진시킨다는게 의학계의 경고이다.그런데도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번 피우기시작하면 중독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한 연구기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담배속에 함유된 니코틴 성분의 중독성은 헤로인이나 코카인 모르핀 아편에 이어 다섯번째로 높다고 한다. 일부 연예인이나 특수직 종사자들이 복용후 환각상태에 빠져 종종 사고를 일으키는 필로폰이나 대마초보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이다.흡연의 해악이 집중적으로 홍보되면서 담배를 끊는 사람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아직도 담배를 피우느냐’가 인사말이 될 정도다. 이제 골초들은 가정이나 직장, 공공기관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한다. 금연구역에서 잘못 담배를 피우다가는 망신 당하기 십상이고 꽁초를 함부로 버리다가는 거리의 파파로치들에게 좋은 밥이 되기도 한다.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흡연인구는 1천3백만명에 이르며 이 중 성인남자의 흡연률은 73%로 OECD 가맹국중 1위다. 아무리 주위의 눈총이 따가워도 ‘한 모금의 연기’를 못잊어하는 애연가들의 흡연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결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담배에 부과되는 교육세 부담을 생각하면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그렇게 배척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골초들일수록 세금 많이 내는 애국자라는 턱없는 자만심(?)을 웃어넘길 일만도 아니다.파탄위기에 처한 지역의보 재정지원을 위해 정부 여당이 담배에 붙는 건강증진기금을 현재의2원에서 1백50원으로 올릴 방침이라 한다. 당연히 담배값도 인상될 것이다. 차제에 금연하겠다는 골초들이 또한번 들썩이겠지만 일과성에 그칠게 뻔하다. 이래도 담배 피우는 사람을 천덕꾸러기로 몰아부칠텐가.
맥도널드(McDonald)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잘 알려져 있는 음식 체인점이다. 빅맥(Big Mac)은 맥도널드에서 판매하는 대표적인 햄버거로서 3단의 빵 속에 쇠고기가 곁들여진 햄버거이다. 빅맥은 전세계적으로 매일 수백만명의 점심을 대신하고 있지만 이러한 빅맥이 환율예측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영국의 유명한 경제전문지 에코노미스트(Economist)는 매년 빅맥지수라는 환율평가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빅맥지수란 맥도널드가 세계 1백여개 국가에서 동일한 질의 햄버거를 판해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개발한 것이다. 만일 동일한 상품에 대해서 각 국가마다 심한 가격차가 있을 경우 사람들은 싼 곳에서 사서 비싼 곳에 판다면 결국에는 모든 국가의 상품 가격이 균일하게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이런 논리에 따르면 환율은 장기적으로 각국에서 동일한 재화를 구매할 수 있도록 가격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빅맨지수에 의한 환율은 이러한 전형적인 한 사례로 전세계 1백여개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는 빅맥 햄버거의 가격을 서로 비교한 것이다. 즉 빅맥지수는 동일한 햄버거를 미국이나 한국에서 같은 비용을 치르고 구입할 수 있는 환율인 것이다.따라서 국가마다 빅맥가격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1달러가 조금 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달러 이상이고 스위스에서는 4달러가 넘는 일이 생기게 된다. 이는 중국의 위안화가 과소평가 되어 있고 스위스의 스위스프랑화는 과대평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물론 빅맨지수 하나만을 가지고 각국의 환율변동을 예측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처럼 간단한 빅맥지수가 수천 개의 방정식을 이용하고 슈퍼컴퓨터를 동원하여 이루어지는 고도의 경제예측 모형에서 나오는 환율변동 예측결과보다 더 정확하게 환율변동을 예측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지금 환율변동을 예측하기 위해서 값비싼 비용을 들이면서 연구소를 찾기보다는 당장 맥도널드 점포에 가서 빅맥 햄버거를 사서 먹으면서 포장지의 겉면에 적혀있는 가격을 간단히 게산해 보면 장차 원화가 인상될 것인지 인하될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올 가뭄은 우리나라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남한지역은 1백년만에 최악이요 북한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해 1천년만의 왕가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조선중앙TV에 출연한 북한 기상수문국의 한관계자가“이번 가뭄은 역사적으로 유래가 없는 1천년만에 한번이나 있을법한 왕가뭄”이라고 했다고 하니 가보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만 하다.요즘 농촌 들녘은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미철 모내기를 못한 논에 물대기를 하기 위해 9∼10㎞나 떨어진 곳에서 10단계 양수작업을 하고 포도 한그루, 고추 한포기 살리기 위해 물동이를 지고 들판을 누비고 있다. 물론 공무원·군인·정치인 할것없이 모두 힘을 보태고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소방차와 레미콘 차량까지 동원, 물대기를 하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공업용수를 농업용수로 제공하는가 하면 심지어 숙박업소 수도 꼭지를 틀어 타들어가는 농작물을 적셔주고 있다. 정말이지 눈물겹도록 고마운 일이다.그러니 단비가 내려 해갈만 되면 농촌은 다시 버림을 받는다. 중장기 급수 대책으로 중소형 댐 건설계획을 세웠다가도 환경파괴 운운하며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면 슬그머니 없었던 일로 돌려버리고 기왕에 파놓은 관정조차 제대로 관리를 못해 쓸모없이 만들어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어디 그뿐인가. 농민들은 풍년이 들면 풍년이 든대로, 흉년에는 흉년대로 걱정이고, 수매가에 울고, 수입농산물에 울고, 각종 불균형 정책에 비애를 느껴야 한다. 농가빚 또한 계속 늘어 지난 62년 통계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가구당 2천만원을 넘어섰다.농촌 실정이 이렇게 참담하다보니 탈농(脫農)현상이 계속 이어져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년전 대비, 무려 1천만명이나 줄어들었다. 마침내 우리나라도 농업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1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농촌에 아기 울음소리 그친지 오래고 초상이 나도 상여를 맬 젊은 인부가 없다고 한다. 이런 추세로 농촌의 공동화(空洞化)가 진행된다면 나중에는 국방의 의무를 치르듯‘농민의 의무’를 하나 더 추가해야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인간은 거주하는 지역의 주어진 기후에 잘 적응하면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나름대로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왔다.20세기초까지만 해도 인간의 힘으로 날씨를 조절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도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기후위성을 비롯 첨단과학이 발전하면서 날씨를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하게 되고, 기상조절을 위한 노력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1932년 러시아가 세계 최초의 인공강우 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현재 중국·미국등 세계 27개국이 기상조절의 한 방법인 인공강우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미국과 호주가 가장 활발하게 실용화하고 있다.인공강우란 구름 한점 없는 하늘에서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구름층은 형성돼 있으나 비를 뿌릴 정도의 기상여건이 되지 못했을때 그 여건을 만들어줘 강우효과를 얻는 것으로 ‘인공증우(人工增雨)’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즉 비가 오기 위해서는 구름속에 아주 작은 물방울을 모으는 얼음결정(結晶)같은 ‘구름씨’가 있어야 하는데 이 ‘구름씨’가 적어 빗방울을 만들지 못할때 항공기등을 이용해 드라이아이스나 얼음결정과 비슥한 요오드화은(銀)등 ‘인공 구름씨’를 구름속에 뿌려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그 원리이다.기상청은 지난 94∼95년 극심한 가뭄을 겪은뒤 95년 특정과제로 4년에 걸쳐 항공실험 8회와 지상실험 10회등 실험연구를 시도했으나 가능성만 확인한채 연구를 중단했었다.90년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으로 전 국토가 메말라가자 과학기술부와 기상청이 어제(14일) 오전 경남 서부내륙과 경북 북부내륙등 두곳에서 인공강우 항공실험을 가졌다. 기상청은 이번 실험이 당장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화 단계에 한발짝 더 접근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이젠 우리도 가뭄이 들었을때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수만 없다. 기상조절 기술발전을 위한 전문연구 인력 확보와 항공기등의 장비 도입등 중장기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해나가야할 때이다. 이번 가뭄이 제시해준 교훈이기도 하다.
50년대‘한국의 헐리우드’로까지 불렸던 전주가 다시‘영화의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디지털과 대안영화’를 주제로 한 전주국제영화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전주를 비롯한 전북 지역 일대가 새로운 영화 촬영장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 달부터 촬영에 들어가는‘백만 송이 장미’를 포함, 3편의 영화가 전주역 등을 그 주된 무대로 활용할 예정이며, 월드컵 한일공동주최 기념작인 한일합작영화가 군산 일대를 중심으로 촬영에 들어간다. 또한 퓨전 맬로물인‘렛잇비’등 10여 편의 영화도 조만간 전북지역 일대에서 촬영될 예정이라 한다.전주 일대가 이처럼 많은 영화의 촬영장소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일차적으로 이 지역이 안고 있는 풍성한 문화유적과 덜 손상된 자연경관 덕이라 할 수 있다. 경제개발에서 소외당했던 것이 아이러니칼하게도 더 풍요로운 문화의 텃밭으로 자랄 수 있게 된 것이다.또 하나,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영화의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제고시킨 점이나 장소 섭외와 기자재 조달 등 영화 제작과 촬영에 필요한 일들을 대행해주기 위해 설립된‘영상위원회’의 활발한 유치노력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그러나 자만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부산을 비롯한 타 지역의 노력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두 번째 영화제를 마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여러가지 잡음에 시달리고 있는 영화제조직위의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서 빨리 털고 일어나 내년 영화제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데 말이다.시설투자에 인색한 이 지역 극장가의 복지부동의 행태도‘영화의 도시’로의 거듭남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소라 할 수 있다. 투자는 하지 않고 그 결실만 따먹겠다는 얌체속성으로는 제대로 된 결실을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될‘영화의 도시’로의 부활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결집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위인(偉人)으로 추앙받는 인물들에게는 그가 쌓아 올린 업적 못지않게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도 많다. 인간은 신(神)처럼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보이지 않는 결점이 있게 마련이고 사람들은 그런 점까지도 일종의 카리스마로 삼아 존경의 염(念)을 늦추지 않는 것이다.그런데 현대과학이 이런 위인들의 기존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수 있고‘감춰진 사실’들을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다.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가 안암(眼癌)으로 사망했고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2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흑인 하녀와의 사이에 사생아를 뒀다는 사실등이 그것이다. 원래 DNA검사는 지난 85년 이집트의 미라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내면서부터 응용되기 시작했다. 당초에는 인류학이나 고고학 분야 연구에 그 목적을 뒀으나 과학자들이 이 검사 기법을 이용하여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위인들의 사생활 내용을 들춰내기 시작한 것이다. 악성(樂聖))베토벤이 매독으로 사망했고 미국의 링컨대통령 부부가 매독증세를 보였다는 사실도 바로 그들의 머리카락 DNA검사 결과였다. 이렇게 된데에는 호사가들과 황색언론의 상업성도 한 몫을 하고 있다.사람들은 이처럼 위인들의 개인정보가 속속들이 밝혀지는것을 보면서‘과학의 개가’에 찬사를 보내기보다는 위인들에 대한 존경심과 이미지에 상처를 입히는것을 더 안타까워 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품어왔던 위인들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 비애나 분노가 더 큰 좌절감을 안겨 줄수도 있기 때문이다.경우는 다르지만 이번에는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죽음이‘덜익은 돈가스’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와 또한번 화제다. 미국의 한 의사가 의학문헌과 모짜르트가 그의 아내에게 보낸 편지 내용들을 토대로 이런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우리에게 환상의 선율이 담긴 수많은 명곡을 선사한 그가 하필이면 선모충(旋선毛蟲)이라는 구질구질한 기생충에 감염돼 죽었다? 아무래도 등골이 스멀거리는 기분나쁜 소식이 아닐수 없다.‘요절한 천재’의 신비스러운 삶에 끝없는 동경심을 품었던 음악 매니아들에겐 더욱 그러하다.
예나 지금이나 날씨만큼 인간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드물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그때 그때 자연이 주는 일기변화에 적응하며 삶의 방식을 좀 더 낫게 발전시켜 온게 인류의 역사다.그런만큼 인간은 하늘이 어떤 조화를 부릴지를 미리 알고 이에 대비하는 지혜를 터득하는데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가령 개구리가 울거나 개미가 떼를 지어 이동하면 비가 온다거나, 종달새가 시끄럽게 지저귀면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고 예측하는 것이 그것들이다. 밤에 달무리가 붉게 물들면 비가 올것으로 내다보고 농부들이 논의 물꼬를 손질하는 것도 다 이런 경험칙에서다. 그러나 첨단과학 시대라는 지금도 기상이변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생물계의 미물들도 본능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것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아직도 이를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엘니뇨 현장이 사라졌다고 기상학계가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기상이변이 극성이다. 인도와 미국 남부에서는 때아닌 홍수로 비상사태까지 선포할 정도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내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가뭄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특히 우리의 경우 벌써 넉달째 비 다운 비 한번 내리지 않아 밭작물이 타 들어가고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는등 심각한 재난을 겪고 있다. 섬지방이나 도시 고지대에서는 먹는 물과 생활용수마저 부족해 주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96년이래 홍수와 가뭄이 번갈아 들면서 큰 손실을 입히고 있음에도 근본적 재난방지 대책을 세우지 못한 정부를 원망하는 소리도 높다.하지만 지금의 가뭄도 따지고 보면 천재(天災)다. 하늘이 비를 내리지 않는데 인간의 힘으로 어쩌랴. 정부가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여 가뭄 극복작전에 나섰고 농민돕기운동도 불이 붙었다. 작은 정성이라도 모두가 나서면 큰 힘이 된다. 속담에 ‘3년 대한(大旱)에 장마없을때 없다’고 했다. 장마전선이 다음주 쯤이면 북상한다고 하니 그때까지 잘 참고 견디자.
어느 시대에서나 이데올로기의 통합은 불가능하고 가치관의 혼재 또한 막을 도리가 없겠으나 요즘처럼 수많은 사상과 주장들이 난무한때도 일찌기 없었던 것 같다. 얼마전 고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도올 김용옥의 TV 논어강의가 지식인 사회에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오르다 결국 방송중단 사태를 맞게 된 것이나 작고한 스승 미당 서정주를 ‘극도의 이기주의와 무례한 자아군림주의의 시인 ’‘세상에 대한 수치가 결여된 체질’이라며 혹독한 비판을 한 시인 고은의 경우에서 보듯이 작금의 우리사회는 그간의 권위와 관행에 대한 패러다임의 균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최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한 종교계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지난 79년 박정희 전대통령을 시해한 혐의로 이듬해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민주화 유공자’인정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김 전부장에 대한 명예회복 추진 움직임은 간간이 있었으나 민주화 유공자로까지 인정하려는 시도는 처음이어서 박 전대통령 기념관 건립 반대운동과 함께 적잖은 사회적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김 전부장의 변호를 맡았던 강신옥변호사는 “해직기자들도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을 받는데 유신의 심장을 멈추게 하여 사실상 최고의 민주화 우동 주역이 된 김 전부장을 유공자에서 제외 시켜서는 안된다”며 “김장군은 재판과정에서 ‘나는 내란목적 살인죄로 사형을 당하지만 역사의 재판에선 반드시 정의로 기록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회 일각에서는 “사실상 권력 내부에 있던 김재규가 왜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받아야 하느냐”면서 “법원의 판결로 사형이 집행된 사람에 대한 평가를 번복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아직 박 전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미완의 상태다. 일반 국민들의 평가도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심하게 맞서 있다. 박 전대통령이 과연 이땅에서 절대 빈곤을 몰아내고 조국근대화를 앞당긴 위대한 통치자인가, 아니면 김전부장이 독재를 종식시킨 최고의 민주화 유공자인가 참으로 혼란스럽다.
스포츠 단일 종목으로 이 지구상의 열기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누구나 서슴없이 월드컵 축구라고 대답할 것이다. 온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하는 월드컵 축구가 우리 나라에서, 그것도 이 고장 전주에서 치러질 날도 머지 않았다.우리 나라는 축구와 인연이 많은 것 같다. 먼 옛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축구와 비슷한 ‘축국(蹴鞠)’이란 형태의 공차기 놀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882년 인천항에 상륙한 영국군함의 승무원들에 의해 현대 축구가 우리 나라에 전파되었고, 1921년 제1회 전조선 축구대회가 개최되었다. 1928년에는 조선 축구협회의 전신인 조선심판협회가 창립되어 한국에 정식으로 축구가 보급되고 발전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암울했던 일제 식민지 시기에는 축구를 통해 가슴에 쌓인 민족의 울분을 씻고 풀기도 했다.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의 이름으로 세계에 도전한 것이 우리나라가 월드컵과 인연을 맺게 된 시발점이었으며, 1954년에는 월드컵 본선에 최초로 진출하는 영광을 안았다. 또한 1986년부터 4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여 아시아 최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으로 부각되면서 이제는 아시아가 아닌 세계 수준의 한국 축구를 지향하게 되었다.월드컵 축구는 이제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잡은 지 오래이다. 특히, 우리 고장 전주에서 벌어질 월드컵 경기가 전북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야겠다. 우리 전주시민과 전북도민들은 전주 월드컵이 가장 한국적이고 세계적인 월드컵 대회가 되도록 모든 힘과 노력을 경주하여 이번 대회를 문화 월드컵대회로 승화시켜 전주가 세계 속의 문화도시로 부상할 수 있도록 빈틈없는 준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전주의 우수한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전북인의 자긍심을 높여 그 면모를 새롭게 하는데 이 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자기만 높은 점수를 받기위한 시험 부정행위를 가리키는 커닝(Cunning)은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제도와 함께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과거는 출세를 위한 지름길이었다. 응시자수가 많았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었기에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꾀를 냈던 것이다.조선조 후기학자 이긍익(李肯翊·1736∼1806)이 쓴 조선시대 여야총서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는 각종 커닝수법과 사례가 자세히 적혀 있다.붓통이나 도포자락, 버선등에 커닝페이퍼를 숨겨오는 수법은 물론 부정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기도 했다고 한다. 시험관이 응시생에게 미리 문제를 알려주거나 특정인이 답안지를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하는 방법등이 대표적이다.지난 5월 한국사회 최고 엘리트집단인 서울대의 올 신입생 20여명이 시험도중 속칭 ‘족보’를 베끼는 커닝을 저지르다가 타과생의 신고로 들통나 재시험을 치르는 소동을 빚었다.또 최근 미국에서도 ‘1백60년 무감독시험’이라는 전통에 빛나는 버지니아 국립대학에서 학생들이 보고서를 베껴내고 있다는 사실이 한 교수에 의해 밝혀져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커닝에 대한 유혹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심지어 요즘에는 PDA(개인휴대 단말기)까지 이용된다니 커닝도 첨단 정보통신기기의 발달과 역사를 함께 하는 모양이다.그런데 이번에는 사이버공간에서 커닝비법을 공모하여 물의를 빚었다. 한 PC통신업체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한 결과 기상천외한 방법이 게시판에 쏟아졌다고 한다.학문과 진리탐구에 몰두해야 할 상아탑안에서 단지 취업에 절대적인 학점관리만을 목적으로 한 커닝의 만연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저 캠퍼스내의 관행으로만 치부하기엔 주변에 미치는 파문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정직하게 실력껏 치른 학생보다 훨씬 좋은 점수를 받는다면 이같은 모순이 어디 또 있겠는가. 현 우리사회 기성세대의 ‘도덕적 해이’만을 탓하기 앞서 자신들의 행위도 뒤돌아 보는 자세가 아쉽다.
인문학의 위기를 외치는 목소리가 세를 더해가고 있다. 실용학문에 밀려 푸대접에 시달리더니 이제는 구조조정의 대상으로까지 내몰리게 되자 참다못한 인문학자들이 점잖음의 태를 버리고 항변을 하고 나선 것이다.인문학의 냉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현상도 아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의 상황변화가 너무나 급작스럽고 그 후유증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특히 인색하다는 점일 것이다.허나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인문학자들 스스로 인문정신을 저버림으로써 사회로부터 뿐만 아니라 학생들로부터 따돌림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자기 전공의 중요성만 강조했지 함께 키워가야 할 주변학문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으며, 구체적인 삶과의 연계성에 대해서도 고고한 냉소를 일삼았다. 자기 전공부뿐만 열심히 하면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화롭게 되리라는 비인문학적 기능주의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문학이 철학을 동한시하고 철학이 역사를 경시하는데 누가 그들을 챙겨주겠는가? 문학이론의 이름으로 문학을 ‘낯설게 하고’ 언어학의 이름으로 언어를 소외시키는 마당에, 구체적인 삶을 도외시하는 철학이나 현실역사에 아랑곳하지 않는 역사학을 무엇이 좋아 거들고 나서겠는가?이번 동학 국제학술대회에 대한 이 지역 인문학자들의 무관심은 이런 상아탑주의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전공과 연계성이 없는 많은 학자들이 일본과 중극 등지에서 참가를 했는데, 정작 이 지역에서는 역사학자들마저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자기 전공이 아니라는 것이다.그러면서 자기 전공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투자를 요구하는 것이 모순이 아닌가? 스스로 주변 인문학을 냉대하면서 인문학의 위기를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인문학 위기의 시대에 참다운 인문정신의 회복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萬人 가운데 하나를 만나기도 어려운 것인데/그같이 쉽게 만나기 어려운 사람으로/모든 겨레의 흠앙속에 살다가 가신 이/한 분 계셨으니/街人 金炳魯선생 그 이시다…’ 서울북한산 및 수유리에 안장된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선생의 묘비명(墓碑銘)중 한 구절이다.흔히 근대 사법 1백년 역사상 ‘법의 정의’와 ‘사법의 양식’을 확고하게 다진 법조계 큰 별로 꼽히는 가인 김병로(1887∼1964)는 ‘확류와 더불어 마주 싸우며 끝까지 지조를 굽히지 않은 사람’으로 평가된다. 풍운이 감돌던 구한말 순창군 복흥면 하리 사창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대학과 명치대 법과에서 수학했으며 일제하 변호사로 개업한후 식민지배에 고통받는 동포와 독립운동가들을 변호하는데 앞장섰다. 그는 또 당시 지식인들의 결성체인 신간회(新幹會)에도 참여하여 민중 계몽운동과 독립투쟁에 직접 나서기도 했었다.해방후 초대 대법원장으로 선출돼 사법의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의 독재에 맞서 사법부의 권위를 지켰으며 ‘법관을 독립하여 재판하는 것인만큼 이는 대법원장으로서도 간섭하거나 지시할수 없는 것’이라며 이박사의 압력을 당당히 뿌리친 일화는 지금도 법조계에 회자된다.흰 고무신에 두루마기, 지팡이 차림의 말년 그의 모습은 청빈과 근엄의 상징이었으며 ‘법관은 굶어 죽더라도 재물을 탐하지 말고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소신을 끝까지 실천한 사회의 스승이기도 했다.그런 가인선생의 순창 생가(生家)터가 고향에서조차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딱한 소식이다. (5일자 16면)생가터 입구에 안내표지판 하나가 달랑 서 있을뿐 어디에도 가인의 숨결을 읽을수 있는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4월15일 군민종합복지회관내 한켠에서 개관된 기념관조차 자료가 부실하고 일반 관람객마저 출입이 어렵게 돼있다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수 없다.전주시 덕진동의 호반공원에 ‘법조3성’의 한 분으로 가인의 흉상이 세워져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할수는 없다. 전북 출신 선각자를 기리고 흠모하는 일은 후학(後學)이나 도민 모두의 도리이다.
정치인을 평가하는 경구(警句)에 이런 말이 있다.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 ‘정치가’는 당리당략보다 국가 장래를 내다보는 큰 틀의 정치를 하는대신 ‘정치꾼’은 국가보다는 자신의 명리(名利)나 파당의 이익에 더 집착하는 소아병적 행태를 두고 한 말이다.정치인의 속성을 꼬집은 말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후르시스쵸의 익살은 유명하다. 미국을 방문한 그에게 한 기자가 정치인의 역할에 대해 묻자 그는 ‘정친인이란 공산주의국가나 민주주의국가나 똑같다’고 전제하면서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놓겠다고 허풍을 떠는게 정치인’이라고 꼬집었다.‘호랑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프랑스의 정치가 클레망소 얘기도 있다. 후배 정치인이 그에게 물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가장 나쁜 정치가는 누구인가?”이에 대해 만년의 그는 “최악의 정치가를 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 친구야말로 최악’이라고 점찍는 그 순간 그 보다 더 나쁜 친구가 반드시 나타나니까…”라고 대답했다. 물론 말쟁이의 우스개 소리에 불과 하겠지만 이 말속에는 촌철상인(寸鐵殺人)과도 같은 해학이 번뜩인다.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정풍(整風)요구로 촉발된 민주당 내분사태가 어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주재한 최고위원회의를 고비로 수습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이 최고위원회의 기능을 보강하는등 국정쇄신을 위한 복안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겠다고 했으므로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소장파 성명 발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정균환(鄭均桓)총재특보단장과 정동영(鄭東泳)의원간의 ‘거짓말 공방’은 정특보단장이 ‘정치인의 신의’문제를 다시 거론하고 나섬으로써 논쟁의 불씨가 되살아 나는 느낌이다. 여기에 김민석(金民錫)의원까지 가세하여 윤리위소집주장까지 나오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매듭을 짓긴 지어야 할 모양이다.논쟁의 중심에 있는 의원 두 명이 하필 우리도 출신이란 점이 안타깝긴 하지만 차제에 타깃이 되고 있는 ‘당내 최악의 정치인’과 ‘그 보다 나쁜 정치꾼’은 과연 누구인지 지하의 클레망소에게라도 물러봐야 하는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서울은 만원(滿員)이다’. 육군소장 박정희(朴正熙)가 군사혁명을 일으켜 국가권력을 장악한 뒤 모든 경제 정책을 고도성장 기조에 맞춰 추진함으로써 각종 산업과 인구가 서울로 서울로 집중하면서 60년대 말 인구에 널리 회자되던 말이다. 40여년전 당시에도 서울 인구가 결코 적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풍자적인 한담이었던 것 같은데 작금의 서울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전통적인 중앙집권적 정치체제와 그에 기초한 개발독재, 그리고 각종 SOC(사회간접자본)의 지원으로 인한 산업입지의 우위가 사회·경제적 기능과 인구의 집중을 가속화시켜 서울의 성장은 가히 폭발적으로 이뤄졌다. 게다가 산업의 중심이 농업에서 공업과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면서 농어촌 인구 대부분이 도시를 향해 떠났고 특히 서울은 이농인구를 빨아들이는‘블랙홀’현상을 일으켜 팽창일로로 치달았다.지난 60년 서울 인구는 2백44만5천4백2명으로 총 인구 비율이 9.7%였다. 이후 70년에는 5백44만3천2백98명으로 17.6%, 80년에 8백36만4천3백79명으로 21.9%, 90년 들어서는 1천61만2천5백77명으로 24.4%를 차지하면서‘서울공화국’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비대해졌다. 이처럼 거대 공룡의 모습으로 변한 서울은 어떤 정책을 써도 늘어나는 인구를 억제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고 마침내 넘치는 인구가 경기도로 흘러들어 작년말 수도권인구가 무려 1천9백66만명에 달한다는 놀랄만한 기록을 세우기에 이르렀다.이는 총인구 비율의 45.9%를 차지하는 것으로 도쿄의 수도권 32.2%와 런던 수도권 31.2%, 파리 수도권 18.9%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교통과 환경·공해·주택문제는 물론 시도때도 없이 발생하는 범죄등으로 사람살기가 힘들다고 호소하고 지방은 지방대로“경제적으로 낙후돼 먹고살기 어렵다. 정치·경제·문화등 모든 정책이 수도권 위주로 추진된다”며 폭발 일보 직전이다.이쯤해서 정부는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할것 같다. 말로만‘지방화다, 국토균형발전이다’하며 떠들것이 아니라 전국이 고루 잘살게하기 위해서는 지방에 과감히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nternational Management Development)에서는 해마다 각국의 국제경쟁력을 발표하고 있다. 1997년에 발표된 세계각국의 경쟁력과 우리나라의 경우를 비교하여 살펴보면 자못 흥미로운 점이 많다.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46개국 중 31위를 기록하고 있다.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국제경쟁력이 뛰어난 국가로 나타나 있고 과거 우리나라와 함께 네마리의 용으로 불려졌던 싱가포르의 국제경쟁력이 2위로 나타나 있는 것은 많은 교훈을 던져주기도 한다. 그 뒤를 이어 홍콩과 핀란드가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같이 아시아의 네마리 용 중의 하나였던 대만도 24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은 오히려 중국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또한 각 부문별 한국의 국제경쟁력을 살펴보면 국내경제는 11위로서 자본형성과 경제의 호황측면에서는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생활비용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제화의 측면에서는 40위로서 대상국 중 거의 바닥수준으로 최하위의 평가를 받고 있으며 문화적인 개방성 역시 매우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정부부문도 정부의 지나친 통제, 그리고 정부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상당히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금융측면 역시 자본을 쉽게 조달할 수 없는 점, 그리고 금융서비스의 낙후성 등에서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다. 사회 간접자본 부문도 에너지와 수송 인프라스트럭처, 그리고 기술과 환경의 인프라스트럭처 면에서 상당히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정부와 금융부문 그리고 사회간접자본 면에서의 낙후성은 한국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잠식하는 세가지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IMF 구제금융의 사태 이후, 수많은 기업들, 특히 내노라하는 재벌기업이 부도를 내고 도산하거나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른바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기업은 지난날 값싼 저임금을 배경으로 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에서 탈피하여 다시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나간다는 생각으로 세계 속에서 글러벌경쟁력을 다져야 할 때이다.
세균 크기의 초미니 로봇이 혈관을 타고 뇌속으로 들어가 뇌장애로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를 치료하는 내용을 다룬 ‘마이크로 결사대’는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공상과학 영화다.이같은 초소형 로봇을 비롯 손톱에 붙이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 머리핀 끝보다 작은 크기에 백과사전을 저장하는 초미니 반도체등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 실생활에서 활용이 가능할까. 과학자들은 머리카락 지름의 5만분의 1 크기의 물질을 만들거나 조작하는 초미세(超微細)첨단기술인 나노기술(NT, Nano-Technology)만 정복된다면 21세기에는 과학과 산업은 물론 인류생활 전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일치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나노(n)는 10억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로 고대 그리스의 난쟁이를 의미하는 나노스(nanos)에서 유래됐다. 기본단위 1나노미터(nm)는 1m쯤 되는 유치원생 키의 10억분의 1 정도로 그 길이를 짐작할 수 있다.나노기술은 비록 지금은 진입단계에 있지만 분명 미래첨단기술의 강력한 후보이며, 이같은 이유 때문에 선진 각국이나 대기업등에서 많은 투자와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나노기술에 국가의 미래를 걸고 있는 미국은 97년 1억5천만달러였던 연구예산을 매년 증액하여 올해는 5억달러대로 늘렸다.우리나라에서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앞으로 나노기술을 정보통신(IT), 생명과학(BT)과 함께 국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때맞춰 과학기술부는 최근 2010년까지 총 1조3천7백여억원을 투자, ‘NT10대 선진국’진입을 목표로 하는 ‘나노기술 종합발전 10개년 계획안’을 발표하여 관심을 끌었다.이 계획안에는 전문가들이 참여한 연구소와 기업을 집적시킨 ‘나노타운’을 조성하고, 대학에 나노 교과과정을 개설하는 한편 전문인력 1만3천명을 양성하는등 나노기술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이 포함돼 있다.인류에게 제2의 르네상스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나노기술 분야에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우수 연구인력 확보와 효율적인 투자등 국가차원의 지원대책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시점이다.
지식인은 속성상 기회주의적이기 쉽다. 나름의 전문지식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적 지식이 풍부하면 풍부할수록 변신의 폭도 넓으며 그 변신에 대한 변명의 설득력도 높게 마련이다. 때로는 전문성을 내세우며 기능주의에 함몰되어 긴박한 사회적 상황에 모르쇠하며 유유자적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대단한 선각자를 자처하며 아무 일에나 팔을 걷고 나서기도 한다.변혁의 시기에 재빠르게 반성문을 제출하는가 하면 새로운 권력의 구미에 맞는 거창한 이론들을 쉽게 개발해 주기도 한다. 상황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면서도 신중하여 변혁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며 그 전리품을 취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순발력을 발휘하기도 한다.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이처럼 탁월한 역량에 의한 기회를 애써 외면하면 올곧게 양심을 지켜내려는 지식인들이 엄존한다는 점이다. 굴종을 강요하는 각종 위협이나 유혹에 혼들림 없이 ‘할 만은 할’뿐만 아니라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편협한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나 민족주의 이념도 이들 앞에서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정의와 진리에 대한 믿음만이 이들의 험난한 항해를 이끌어주는 변이다.이번에 동학농민혁명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들이 바로 그런 전형적 예라 할 수 있다. 자국의 주변국에 대한 인권유립을 남들에 앞서 규탄하는 사람들, 일본의 역사왜곡이 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강조하며 피해지역에 가면 사죄의 몸가짐을 분명하게 갖추는 사람들, 그들이 있어 군국주의의 거센 물결이 뒤덮고 있는 일본 열도의 미래가 그나마 열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이런 의미에서 볼 때, 그들 중 한 분이 밝힌대로 “일본군이 동아시아에서 저지른 최초의 민중학살”인 동학농민군 진압의 터를 답사하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죄와 참회의 의미가 이 답사기행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일본 내에서 간판없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 지식인들의 용기 있는 언행일치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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