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30 18:46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오목대] 축제다운 祝祭

어떤 공통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건이나 시기를 기념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축제’는 인류의 생활 양태만큼이나 다양하고 흥미롭다. 또 그 축제가 종교적이든 문화적이든 사회적이든, 신성하든 세속적이든, 세계적이든 세속적이든 구성원들에게 사회적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공동체를 결속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그때문인가. 민선자치시대가 열린 이후 각 자치단체들은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하면서 경쟁적으로 축제를 벌이고 있다. 자치단체 살림이야 결판이 나든 말든, 지역현안이야 곪아 터지든 말든 지역주민들로부터 환심을 사 다음 선거에서 표만 많이 끌어 모으면 된다는 심산인듯 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축제를 못해 안달이 난것처럼 주제도 변변찮고 잡상인만 들끓는 그렇고 그런 축제를 앞다퉈 열수 있단 말인가.도내에서 개최되는 각종 축제는 연간 80여개에 달한다. 벚꽃을 주제로 한 축제만도 3개나 되고 축제를 겸한 미녀선발대회도 3개에 이른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 도와 각 시군에서 주최하는 대표적인 축제 27개에만 무려 1백10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더군다나 요즘에는 한술 더떠‘세계XX’‘국제XXX’다 하여 거창하게 세계자(字)를 앞세워 실속없는 국제행사까지 도모하고 있다. 이미‘충주세계무술축제’와‘인천세계춤축제’등의 지역 국제행사가 실패작으로 끝났고 작년 세계소리축제 예비행사도 각가지 문제점만 쏟아놓고 엉망이 돼버렸는데도 뱃심좋게 올해는 예산까지 더 올려 추진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국 자치단체의 빚이 17조원을 넘어섰고 이대로 가다가는 곧부도나는 자치단체가 나오지 않을까 두렵다.이런 가운데서도 서울 성북구가 지역문화행사인‘아리랑축제’를 취소하고 행사비용 2억5천여만원을 저소득주민 지원사업에 쓰기로 해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야말로 진정‘사람을 위한 축제’가 아닐 수 없다. 이쯤해서 한번 되돌아 보자. 우리 경제사정이 그렇게 잔치판에 빠져도 될만큼 넉넉한지, 또 그 댓가는 누가 치러야 하는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5.07 23:02

[오목대] 전주 韓紙

종이의 기원은 일반적으로 약 4천년 전 이집트의 나일강변에 무성하게 자랐던 파피루스(Cyperus papyrus)라는 풀을 가늘게 쪼개고 물에 불린 다음 가지런하게 펴고 돌로 눌러서 말린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른바 파피루스는 서양종이의 원조이며, 중국의 종이 제조방법이 아랍세계를 통해 유럽으로 전해졌던 8세기 이전까지는 유럽 세계의 유일한 기록매체로서 사용되고 있었다.나일강의 습지대에는 파피루스라는 풀이 많이 자라고 있었으며 이 파피루스의 껍질은 배의 돛으로 이용하였고 줄기는 배를 만들거나 땔감으로 사용하였으며, 고갱이는 샌들이나 바구니 등을 만들었다. 바로 이 파피루스 풀이 종이의 원료가 되었던 것이다. 파피루스는 현대의 종이와 유사한 형태로 가볍고 동그랗게 말려서 가지고 다니기에 편리하게 만들었다. 이 파피루스가 바로 종이 즉 페이퍼(paper)라는 단어의 어원이 되기도 하였다.우리 나라에서도 이에 못지 않게 훌륭한 종이가 있다. 닥나무를 원료로 해서 만든 한지가 바로 그것이다. 한지의 우수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어서 굳이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물이고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닥종이, 즉 한지로 만들어진 것이다.우리 조상들은 삼국시대 때 이미 닥을 종이의 원료로 해서 1천2백년이 넘도록 보존 할 수 있는 그야말로 현대의 기술로도 만들기 어려운 품질의 종이를 제조하였다. 우리의 닥종이가 1천2백년 동안을 탑속에서 보내고도 그 형체를 보존하고 있다는 것으로 우리의 한지의 우수성을 알 수 있다.지금 전주한지의 우수성을 살리고 한지의 좀더 다양한 발전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서 지금 전주종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전주 한지의 옛 명성을 다시 살려내자는 취지일 것이다. 아무쪼록 전주한지의 전통성과 세계성을 알리는 행사로 자리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5.05 23:02

[오목대] ‘나비축제’

작은 몸체에 비해 크고 아름다운 빛깔의 날개로 나풀나풀 춤추며 들판의 꽃을 찾아 다니는 나비는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 곤충의 하나이다.나비는 예로부터 꽃가루를 매개해주고 낮에만 활동하는 습성으로 인해 인간들과 매우 친숙해 많은 문학작품과 설화·그림속에 등장하고 있다.공룡이 살던 중생대인 2억년전부터 지구상에서 살아온 나비는 세계적으로 2만여종이 서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8개과 2백10여종이 그리고 남북한을 합해서는 2백50여종이 발견되고 있다.축제의 계절 5월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다. 많은 축제중 전남 함평(咸平)군의‘나비축제’도 적은 경비를 투입하고도 성공을 거둔 지역축제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함평천 수변공원 노란유채꽃과 붉은 자운영 꽃밭에 6만여 마리의 나비를 방사하여 연출해내는 그림같은 모습을 보기위한 발길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매년 5월5일 어린이날 축제를 시작함으로써 가족과 함께 자연을 보고 느끼고 공부하는‘학습여행의 장’이 되기에 충분한 여건까지 갖추었다.첫해인 99년 60만명, 이듬해 2회때 83만명을 끌어 들이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한다.변변한 볼거리 하나 없어 관광불모지로 불려왔으나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나비’라는 차별화된 주제를 잘 살린 결과 전국적인 자연생태학습 관광명소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우리고장 무주군에서도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딧불이와 그 먹이인 다슬기, 그리고 서식지가 헌연기념물 제 322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지역특성에 착안하여 매년‘반딧불이 축제’를 개최하여 깨끗한 생태환경의 본고장임을 전국에 널리 자랑하고 있다.‘나비축제’에 2년 앞서 지난 97년 처음 시작하여 올해 6월이면 5회째‘반딧불이 축제’를 연다. ‘나비축제’도 결국‘무주 반딧불이 축제’를 벤치마킹한 셈이다.‘반딧불이 축제’나‘나비축제’는 지역축제를 그저 먹고 노는 단순한 이벤트성 행사가 아닌 독창적인 아이템을 활용한 자연축제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자연을 주제로한 2개 축제의 꾸준한 발전을 기대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5.04 23:02

[오목대] 博士 실업대란

박사실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특히 인문 사회과학의 경우에는 열명중 한두 명만이 고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고급인력의 취업난이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적체현상은 그 정도가 극히 심각한 편이다.이들 고급인력이 그나마 활용되고 있는 부분이 대학의 강사자리이다. 그러나 그 처우는 빈약하기 이를데 없다. 강의의 거의 절반을 담당하는 있는 그들의 수입은 전임들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비정규직 이어서 방학중에는 ‘무도동 무입금’이다. 그들의 신문은 조교보다도 열악하며 연금이나 보험 등에서도 소외되어 있다. 강사대우를 학기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현 대학의 사정을 고려해 볼 때 거리의 없다고 할 수 있다.그나마 최근 들어 이 엄청난 고급인력의 손실을 완화하기 위한 몇몇 조처들이 강구되고 있는 것이 반가울 뿐이다. 박사 후 연구원제도나 비전입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급하겠다는 학술진흥재단의 방침변화와 일부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우교수, 강의전담교수제가 미온적이지만 개선책이라 할 수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발표된 정부의 강사처우개선대책은 만시지탄이 있지만 획기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강사료를 현실화 하고 방학중에도 연구비를 지급하겠다는 방안은 지속적으로 실천만 된다면 그간에 자행된 착취의 ‘죄’를 보상해 줄 수 있을 것이다.문제는 일선 대학에서 이 방침을 제대로 수행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대학이 구조조정에 혈안이 되어 있고 고급인력의 공급과잉이 엄연한 현실인데 이 방안을 수용할지가 미심적은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지도단속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더 이상 고급인력이 낭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학문후속세대의 단절은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탕주의의 정책 발표에 안주하지 말고 좀더 치밀한 국가적 차원의 고급인력 수급계획을 종합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5.03 23:02

[오목대] '정의로운 暴力 ’

길을 가다가 싸움판이 벌어진 현장을 목격했을때 사람들은 어떻게 처신할까. 대부분 못본척 그냥 지나치거나 잠시 멈춰서서 구경꾼 노릇이나 하는것이 고작일 것이다. 불의(不義)를 보다 못해 싸움판에 끼어들거나 섣불리 말리려 들었다가는 되레 봉변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그럴 경우 자신도 폭력에 휘말려 경찰·검찰에 불려 다니는 일도 있을수 있고 영 재수없으면 돈을 들여 합의금을 물고도 폭력전과자가 되는 억울한 꼴도 당할수 있다. 그러나 아예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게 상책이라는 방관적 풍토가 만연할수밖에 없다. 청소년이 길거리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워도 나무라는 어른이 없고 부녀자나 노약자가 눈앞에서 소매치기를 당해도 애써 외면하는게 세태다. 도대체 정의감이니 시민정신이니를 논할 계제가 못되는 것이다.미국같은 나라에서는 시민이 현행법을 추격할 경우에는 경찰관과 똑같은 대우를 해 주는 법이 있다고 한다. 만일 그 시민이 불행한 일이라도 당하면 순직보상까지 해 준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의사자(議死者)규정이 있어 정의로운 죽음에 대해서는 법이 보상을 해주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 범위는 매우 협의적이다.예전에 검찰은 명백히‘정의감의 발로’가 인정되고 폭력은 입건조차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엊그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보면 검찰의 그런 발표가 얼마나 허구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한 대학생이 집단폭행을 말리려다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 과정에서 그도 일부 폭력을 행사했고 검찰은 그를 기소유해처분했다. 억울하다고 생각한 이 대학생이 헌법소완을 낸 결과 헌법재판소는‘싸움을 말리는 과정에서 상해까지 입은 그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사회정의에 반하는 것’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른바‘정의로운 폭력’은 처벌할수 없다는 명확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폭력의 횡포에 맞서는 정의로운 폭력은 보호돼야 한다. 그래야 시민정신이 살아나고 사회도 건강해 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폭력에 대한 획일적 법 적용 관항부터 고쳐야 함은 물론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5.02 23:02

[오목대] 생명존엄의 放生

불교의 대중적 의식(儀式)가운데 하나로 신도들에 의해 가장 널리 시행되는 것이 방생(放生)이다. 해마다 음력 삼월삼짇날과 팔월보름달을 기해 이루어 지는 방생은 비록 미물일지라도 그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기 위해 물고기나 생를 물이나 산에 놓아주는 신도들의 행위를 말한다.그러나 자비의 구체적 실천형태로 인정돼온 이 행위를 말한다.그러나 자비의 구체적 실천형태로 인정돼 온 이 행사가 근래 들어서는 오히려 살생과 자연 생태게 파괴를 부추긴다는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다. 베스나 청거북등 외래 어종을 시도때도 없이 발생해 토종어종이 멸종위기를 맞거나 한 겨울에 물고기를 풀어줘 죽게 하는등 본래 의미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실제로 80년대 후반부터 수입되기 시작한 블투길이나 베스같은 외래 어종들은 번식력이 뛰어나 이미 전국의 하천과 호수 저수지등을 점령하면서 토종 물고기와 양서류 수서(水棲) 곤충들을 포식해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데 불자(佛者)들의 방생이 결과적으로 이런 폐단을 조장하고 있다는 눈촉을 받고 있는 것이다.이 때문에 환경부는 방생법회때 가장 많이 놓아주는 청거북을 ‘생태계 위해 외래야생동물’로 규정하여 앞으로는 수입 판매를 적극 규제할 방침이며 문광부도 석가탄신일등 법회때 베스나 블루길등 외래 어종의 발생을 금해 줄것을 전국의 사찰과 불교신자들에게 당부하고 있기도 하다.이와 때를 같이하여 불교 조계종이 최근 포교원을 중심으로 ‘방생의 시행 방향과 개선점’에 대해 중단 내부의 의견을 종합한 ‘환경·인권·생명 방생프로그램’을 새로 마련한 것은 의의 있는 일이다. 조계종은 지금까지의 방생이 다분히 맹목적인 기복(祈福)행사에 머물고 있다는 사회적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여 앞으로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 실현을 위해 소외된 이웃에 대한 배려와 환경보호에 불교계가 적극 동참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지금까지의 물고기 발생같은 형식적인 방생행사에서 벗어나 불교계가 뭇생명의 존엄성을 살리는 현대적 의미의 자비정신을 실천하는데 앞장선다면 초파일 ‘깨우침의 빛’또한 훨씬 밝게 비칠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5.01 23:02

[오목대] 釋迦誕辰日

꽃보라 흩날리는 룸비니동산/한줄기 찬란한 빛이 우주를 덮고/거룩한 싣달태자 탄생하실때/유아독존 큰소리 누리 퍼지지네/사뿐히 자욱마다 바치는 연잎/태양보다 밝은등 높이드옵시고/사생의 모든 고난 녹여주시고/이세상에 오신날 사월초파일.인류의 큰 스승 석가모니(釋迦牟尼)가 이 땅에 온지 올해로 2545년째다.눈덮인 히말리야 산기슭의 룸비니 동산에 석가족(釋迦族)의 우두머리인 정반왕(淨飯王)과 마야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한 선인으로부터 “만약 집에 머물러 왕위를 계승하면 전세계를 통일하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고 출가하면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된다. 생후 7일만에 어머니를 여읜후 어려서부터 깊은 사색에 잠기기를 좋아했던 석가는 사람은 누구나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고 29세의 나이에 손수 머리카락을 자른 후 히말라야 산으로 들어간다. 6년에 걸친 설산에서의 고행과 수행끝에 마침내 정각(正覺)을 얻어 부처가 된 석가는 이때부터 고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중생들에게 ‘해탈의 길’을 설법하기 시작한다.석가는 인간은 누구나 그 스스로가 부처(覺者)라고 했다. 그러나 인간은 어리석게도 욕망의 노예가 되어 본래 자기안에 있는 법신(眞理)를 발견하지 못하고 육도 윤회를 거듭하고 잇어 이를 깨우쳐 해탈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8만의 법문(팔만대장경)을 토해냈다.45년 동안의 전도여행을 끝내면서 제자 ‘아난’에게 그 유명한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의 유훈을 남겼다. “너 스스로를 너의 섬(燈)으로 삼고 또 그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을 너의 의지처로 삼아서 살아라. 법(眞理)을 너의 섬으로 삼고 법을 너의 의지처로 삼아라. 그밖에 어느것도 너의 의지처가 아니다”깨달음이 모자라 명예와 재산과 권력의 노예가 되어 번뇌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큰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내일은 석가타신일이다. 화엄경에 이르듯이 믿음을 심지삼고 자비를 기름으로 삼으며 생각을 그릇으로 하고 공독을 빛으로 하여 삼독(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음)을 씻어내는 뜻깊은 날이 되기를 기원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4.30 23:02

[오목대] 票心은 民心

왕조시대에는 민심은 천심(天心)이라 하였다. 요즈음 민심은 곧 표심(票心)이다. 전국적으로 치러진 4.26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참패했다. 이고장은 선거 때마다 황색바람의 진원지였다. 그러던 곳이 황색바람은 온데간데 없고 그만 무소속 돌풍이 황색바람을 잠재우고 만 것이다.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다른 지역뿐만 아니라 군산과 임실에서마저 완패함으로써 민주당과 DJ를 바라보는 지역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을 넘어 아주 돌아선 것이 아닌가 할 정도이다. 돌이켜보면 전북을 텃밭으로 성장한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돌부처가 돌아앉았다고 생각해야 할 판이다. 그만큼 민주당과 현 정권이 지역 민심을 추스르고 잡는데에 역부족이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선거였다. 호남지역에서의 ‘민주당과 DJ불패’라는 신화가 여지없이 깨지고 만 순간이기도 하였다.이러한 민심이반 현상을 꼭 짚어 한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꼽아보라면 말못할 이유도 없다. 아직두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비민주적이며 상향식으로 이루어지는 공천이 이미 민주당 참패라는 결과를 예약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지팡이라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DJ신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전북지역 최대현안 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에 대한 지리멸렬하고 우유부단한 대응 또한 주민들의 신뢰를 빼앗아 가기에 충분한 것이었다.어찌 보면 이번 선거가 내년에 있을 4대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 큰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 시민들도 많이 달라졌다. 민주당과 현정권은 이 지역 주민들의 마음과 뜻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자치단체장이든 국회의원이든 간에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는 사람들이나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을 지팡이 세우듯 하는 공천은 구태이다.이번 4.26 재·보궐선거를 통해 엿본 이 지역의 민심은 과거와는 다른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이 지역의 바람은 언제나 ‘DJ와 황색바람’에 편승하는 순풍이 아니라 ‘민심’을 거역하면 언제든지 되돌아서 부는 역풍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4.28 23:02

[오목대] 민간인 宇宙여행

우주가 생성되고 인류가 이 땅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우주여행은 인간이 갈망해 온 최대의 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우주여행을 소재로 다룬 최초의 문학작품이 로마시대 ‘키케로’의 소설 ‘스키피오의 꿈’이다.그후 1865년 프랑스의 공상과학 소설가 J·베른은 길이 2백70m의 대포를 이용하여 탄환(彈丸)우주선을 달로 쏘아 올리는 이야기를 써 선풍적인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통해 많은 작가들이 상상력을 동원하여 우주여행에 대한 인간의 동경심을 자극해온 것이다.그러나 문학속 얘기를 떠나 실제로 인간이 하늘을 나는데 성공한 것은 1783년 프랑스인 ‘J·F로지에’가 기구(氣球)를 타고 파리상공을 25분간 8·8km 비행한 것이 처음이다.1903년 미국의 라이트형제는 자신들이 만든 비행기로 36m를 비행하는데 성공하여 마침내 인류 최초로 비상(飛翔)의 꿈을 실현했다.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비행기와 로켓의 성능은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여 1957년 소련은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우주상공에 쏘아올려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소련은 여세를 몰아 1961년 4월에는 또 다시 유인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발사했으며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유리 가가린’은 시속 2만9천km로 1백8분동안 지구궤도를 한바퀴돌고 무사히 귀환함으로써 당시 경쟁국가였던 미국의 콧대를 여지없이 꺾어놓았다.‘가가린’이 지구를 돌면서 ‘지구는 푸른 빛’이라고 한말은 인구에 회자되는 유명한 절구(絶句)가 되었다.‘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한지 꼭 40년만에 드디어 민간인이 우주관광 여행을 떠나는 시대가 열렸다. 미국인 백만장자 ‘데니스 티토’라는 사람이 그 주인공.러시아가 내일 국제우주정거장을 향해 발사하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에 나섬으로써 ‘티토’는 최초의 ‘우주관광객’으로 기록되게 됐다. 약 10일동안의 우주여행을 위해 그가 부담하는 경비는 무려 2천만달러(한화 2백5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이다.신비의 세계초만 여겨졌던 우주가 민간에게도 개방됨에 따라 앞으로 여행행선지에 우주가 등장할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4.27 23:02

[오목대] ‘텔레비젼 끄기 운동’

미국에서는 이번 주‘텔레비젼 끄기 운동’이 한창이다. 그것이 앗아간 참된 삶을 되찾자는 취지에서이다. 매년 4월의 마지막 주에 펼쳐지는 이 운동에서는 특히 그것이 제공하는 환상 혹은 가상현실(假想現實)에서 벗어나 보자는 차원에서 그 구체적인 실천방안까지를 제시하고 있다.이 운동이 전국적인 공감을 얻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아이들의 텔레비젼 시청시간이 늘어나면서 비만아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가시적 통계도 그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수동적이고‘머리를 비우는’경험의 후유증에 대한 염려와 관련이 있다. 그 대안으로 야외활동이나 독서 등 적극적인 활동을 권하는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먼 나라 얘기를 새삼 들추는 것은 텔레비젼 시청의 문제점을 선진국답게 잘 지적해주고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이다. 우리 부모들 고민 중 상당 부분이 이것과 연계되어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우리나라에서도 한 환경잡지에서‘단순하고 소박한 삶 운동’의 하나로 지난 3월 1일을 ‘텔레비젼 끄는 날’로 정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좋은 취지도 불구하고 하루 정도의 짧은‘절제’는 다른 많은 날들의‘과용’에 대한 변명의 구실로 작용할 수 있다. 견디기 쉽지 않은 기간동안‘금욕’을 해보아야만 일상적 삶에의 지배력이나 그 폐해 등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이다.텔레비젼은 분명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의 하나이다. 허나 그 자체로 유용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과하면 미치지 않음만 못하다. 수동적 편안함만을 조장하는 텔레비젼 시청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미국식 운동의 수입을 암시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그것이 취미를 넘어 삶의 중요한 영역까지 점유해버리는 불상사만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4.26 23:02

[오목대] 되살아 나는 ‘갯벌’

갯벌은 바닷물이 드나들며 생기는 ‘모래톱’을 말한다. 조수 간만의 차가 완만한 서·남해안에 주로 형성된다. 썰물때 바닷가에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톱은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들리는가/소라·고동의 울음소리…’ 시심(詩心)이 절로 우러나는 낭만의 현장이자 삶의 터전을 이루며 살아가는 갯가 어민들의 애환이 서린곳이 바로 갯벌이다.사람들이 흔히 ‘갯벌은 살아 있고 말하는 것도 얼핏 보면 죽은듯이 보이지만 갯벌안에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갯벌을 뒤지면 여기저기서 꿈틀대는 갯지렁이나 소라 따개비 우렁이등을 쉽게 볼 수 있고 때로는 제때 물살을 따라 나가지 못한 새우나 낙지까지도 잡힌다. 무한한 자연의 보고라 할만한 것이 바로 갯벌이다.더욱이 갯벌은 유기물의 제거능력뿐 아니라 질소나 인같은 영양염류의 제거에도 뛰어난 능력을 갖춰 생태계 보존에 절대적 기여를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지금 환경단체들이 새만금 사업 시행을 완강히 반대하는 이유도 바로 이처럼 유익한 갯벌의 파괴 때문이다. 반대론자들은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간척사업으로 조성되는 농지소득보다 월등하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생태 환경적인 가치를 고려해 해상공원으로 지정하는 추세라는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그러나 간척사업이 갯벌을 완전히 죽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재작년인가 새만금사업 현장인 만경강 하구에서 대규모 반지락 서식지가 새로 발견된데 이어 최근에는 이미 축조된 방조제 부근에 새로운 갯벌이 형성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방조제 공사로 사라진 갯벌대신 자연은 새로 그만큼의 갯벌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갯벌보존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개발도 절실하다. 자연의 순환법칙이 맞는 것이라면 새만금지구의 갯벌은 머지않아 다시 살아날수도 있을 것이다. 너무 호들갑 떨지말고 자연이 주는 교훈을 차분히 기다려보는 것도 지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4.25 23:02

[오목대] 臟器기증 유연

사람은 한번 태어나서 한번 죽음을 맞는다. 누구도 신(神)이 만든 이 대자연의 섭리를 어길 수 없다. 사회적 명성이 뛰어난 사람이든 억만금을 가진 재벌이든 여염의 포의(布衣)든 똑같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사람들을 죽음을 앞두고는 대개 유언을 남긴다. 인생이 끝없는 절망이었다고 토로한 염세주의 철학자도 있고 평생 일군 재화를 후세를 위해 보람있게 써달라는 유언을 남긴 재력가도 있다. 이름있는 고승(高僧)들이 남긴 임종게(臨終偈)는 그 자체도 불법의 큰 깨달음이 되기도 한다.그러나 미국의 링컨대통령은 자신이 변호사였지만 유언장을 미리 작성하지 않았대서 화제고 세인트 텔레나 섬에서 죽은 나폴레옹의 유서는 그의 사후 1백76년만인 지난 96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우리 돈으로 3억2천만원에 팔렸다. 하여 역시 화제를 모았었다.우리나라 사람으로 인상 깊은 유언을 남긴 이도 오래 기억되는 분들이 의사 공병우와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이다. 공박사는 무덤자리 한 평에 차라리 콩을 심는게 낫다며 자신의 시신을 기증하고 시신을 기증하고 떠났고 유박사 또한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빈손으로 떠난 사람이다.최근 묘지난이 심화되면서 화장(火葬)문화가 정착돼가는 추세다. 몇년전 천주교 사제들이 자신들의 사후 화장과 장기기증을 약속하는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이런 움직임이 각계로 확산되고 있다. SK그룹의 고 최종현회장이 화장 유언을 남겨 이를 실행했고 사회 지도급 인사나 종교게, 문화 예술계 인사들도 앞다퉈 장기기증과 화장 유언 남기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화장과 장기기증은 대개도 일한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그러나 필요한 사람은 많은데기증이 적어 매매사기사건까지 자주 일어나는 것이 장기기증이다. 아무리 본인의 뜻이라지만 유교적 관념이 뿌리깊은 우리 사회에서 유언으로나마 장기를 기증하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엊그제 부친상을 당한 전주의 김모씨가 부친의 유언에 따라 장기를 전북대의대 기증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욱 신선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4.24 23:02

[오목대] 選擧가 萬事

지난 95년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실시된 이후 지금까지 사법처리된 민선단체장 수는 민선1기에 21명, 민선2기에 46명등 모두 67명에 이른다. 비리유형은 전체 비리가운데 절반이 넘는 51%가 뇌물수수이고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제공하는 등의 선거법위반행위가 36%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민선단체장 부인이 인사청탁을 미끼로 직접 수뢰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특히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수뢰혐의로 사법처리된 단체장 수는 민선1기에 14명이던 것이 민선2기에는 21명으로, 선거법위반으로 사법처리된 단체장 수도 민선1기에 5명에서 민선2기에는 19명으로 오히려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같이 민선단체장들이 부패의 사슬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단체장 선거비용이 법정 비용을 훨씬 초과하다 보니 여기저기 신세를 져 당선된 뒤에는 당연히 이들의 편의를 봐주게 되고 다음 선거를 생각해 목돈욕심을 부리다 보니 자연히 비리와 가까워지게 된다. 인사권 역시 단체장에게 집중돼있어 공무원들이 단체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고 게다가 사법처리된 단체장이라 하더라도 확정판결이 날때까지는 결재권을 행사하며 버젓이 현직을 유지하기 때문에 공무원들에게는 여전히 두려운 존재(?)로 군림하는 것이 가능하다.다행히 지난 99년에 지방자치법을 개정, 옥중결재가 금지되고 부단체장이 권한을 대행할 수 있게 됐지만 단체장이 구속되면 행정공백은 말할것도 없고 각종 지역현안들이 터덕거릴 수 밖에 없어 그로인한 피해는 산술적으로 계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여기다 단체장 구속때마다 재·보궐선거에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잘못치른 선거 한번이 주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부담을 주는지 짐작할 만하다.세상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항용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더구나 인사권을 행사하는 단체장을 뽑는 일이야말로 그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 할 수 없을 것이다.기실선거(選擧)가 만사(萬事)인 것이다. 오는 26일은 군산과 임실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감성을 자제하고 냉철한 이성으로 투표를 하여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지는 뜻깊은 날이 되기를 바란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4.23 23:02

[오목대] 馬耳山

진안군의 진안읍과 마령면의 경계에는 두 개의 큰 산봉우리가 위치하고 있다. 우리가 부르는 마이산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이 산은 봉우리 두 개가 높이 솟아있기 때문에 용출봉(湧出峰)이라 하였으며, 동쪽을 아버지 서쪽을 어머니라 하였다.신라시대에는 서다산(西多山)이라고 불렀으나 조선시대 태종이 남행(南幸)하여 산의 모양이 말의 귀와 흡사하다고 하여 마이산이라고 이름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속칭 동쪽을 수마이산, 서쪽을 암마이산으로 부르고 있다.마이산은 그 특이한 형상 때문에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으며 특히 이갑용 처사가 25세에 마이산에 입산하여 솔잎을 먹으며 수도하던 중에 신의 계시를 받아 쌓았다는 만불탑(萬佛塔)과 80여기의 마이산탑사는 신비로울 정도이다.또한 산의 남쪽에는 은행나무에 조각된 목불좌상과 14위의 관음보살상이 소장되어 있다. 신라시대의 고찰 금당사가 있으며, 태조 이성계가 등극전 임실의 성수산에서 백일 기도후에 내려와 마이산에 말을 매어 놓았던 자리인 이산묘(이山廟)가 있다.뿐만 아니라 단군 성조와 태조, 세종, 고종의 위패를 회덕전과 조선시대 명신 그리고 거유를 모신 영모사와 함께 구한말의 지사와 의병장 33인을 모신 영광사를 품고 있는 명산이다.그런데 최근 이 지역에서 구전되는 전설과 설화에 비추어 볼 때 암마이산과 수마이산의 이름이 바뀌었다는 설이 대두되어 설왕설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 있고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역사적 문헌과 관련 사료 등을 통하여 철저하고 명명백백한 고증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전설 따라 삼천리와 같은 이야기로 자칫 정체불명의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4.21 23:02

[오목대] 지구의 날

미국의 가장 영향력있는 민간환경기구인 ‘월드워치 연구소’는 지난해 발표한 ‘특별환경보고서’에서 지난 1천년동안 세계 인구가 40억이상 늘고 에너지와 연료사용은 무려 10배 이상 늘어나는 등 환경을 파괴하는 성장이 계속됐다’며 지구를 환경친화적으로 재조직하지 않으면 큰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환경전문가들은 현재의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로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CO2)등에 의한 지구 온난화를 꼽고 있다.세계 환경전문가들의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범정부회의(IPCC)’는 세계 정치지도자들을 위해 작성한 보고서에서 1백년이후에는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현재의 5배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2100년 지구의 온도는 지금보다 3.5도, 해수면 수위는 95cm 상승한다고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세계 각국의 빠른 산업화와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유엔은 지난 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환경회의를 열고 지구온난화에 따른 재앙을 피하기 위해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다.이산화탄소에 의해 생기는 온실효과로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막기위한 노력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것이 협약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어 97년 일본 교토(京都)에서 38개국이 감축목표를 정한 교토의정서를 채택했고 83개국이 서명했으나 아직 발표는 안된 상태다.그런데 지난달말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돌연 교토의정서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 전 세계적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며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혀 EU나 러시아등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전문가들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를 내뿜고 있는 미국이 탈퇴할 경우 협약 자체가 무의미해질 뿐만 아니라 사실상 폐기처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오는 22일은 31번째 맞는 ‘지구의 날’이다. 1970년 4월 22일 민간환경운동의 시작이 되는 첫 행사를 가진 나라에서 지구환경보호를 위한 국제적노력의 발목을 잡는 것은 대국으로서의 금도(襟度)가 아닌 것 같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4.20 23:02

[오목대] 봄 같지 않은 봄

황사보다는 더 우리들 마음을 산란케 하는 일들이 싱그러운 봄날을 어지럽히고 있다. 부활하는 일본의 황구사관에 의한 역사왜곡이 그 첫 번째라면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한 진보적 지식인에 대한 매카시즘적 매도의 이념공방이 그 들이라 할 수 있겠다. 궁지에 몰린 보수족벌 언론이 미국의 패권주의에 힘입어 남북관계개선을 생트집하는 것도 불청객이라 할 수 있다면, 그런 언론과 야당의 끈질긴 공박을 견디지 못해 애먼 노동자들에게 화풀이를 해대고 있는‘국민의 정부’의 신경질도 반갑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春來不 春)는 말로 바로 이러한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바로 이러한 것이야말로 봄다운 것이 아닌가 한다. 언제 꽃샘추위나 황사, 그리고 짜증스러운 돌풍이 없는 봄이 있었던가?역사의 봄도 마찬가지였다. 순풍과 역풍이 함께 했던 것이다.‘서울의 봄’이 그랬고 민족해방의 봄도 그랬다. 5.18의, 4.19의 봄에도 군사독재 혹은 군사 쿠데타의 황사나 꽃샘추위가 뒤따랐다. 생명의 세상으로 거듭나려는 기운과 다시 죽음의 세계로 되돌리려는 반동의 징후가 언제나 공존했던 것이다.거창하게 부풀리면 세상사 모든 것이 다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다 좋을 수도 없고, 모두 다 나쁠 수만도 없는 것이다.일본의 역사왜곡이라는 황사 역풍에도 이를 계기로 일제청산을 게을리 한 것을 스스로 차분하게 반성하자는 순풍의 기운이 뒤따르고 있다. 이를 계기로, 또한 내정간섭까지 서슴없이 자행하는 미국 보수정권의 준동에 자극을 받아 외세에의 지나친 의존이나 그 문화적 침범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도‘꽃샘바람’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겠다.중요한 것은 봄이 왔다고 경거망동 나대지 않는 것이며, 또한 봄 같지 않다고 쉬 절망해버지도 않는 차분한 마음을 견지하는 일이리라. 어디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극즉반(極卽反)의 오묘한 자연의 이치를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며 되뇌어 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4.19 23:02

[오목대] 美人과 다이어트

파스칼이 그런 말을 했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도 이뉼의 역사가 달라 졌을 것’이라고 흔히 절세의 미인이라고 알려진 클레오파트라는 그러나 체구마저 날씬한 미인은 아니었던듯 싶다.대표적인 동양 미인의 전형처럼 알려진 양귀비 또한 사실은 살이 통통히 찐글래머였다고 한다. 중세 유럽에서도 미인의 기준은 얼굴은 예쁘되 몸은 풍만해야 미인반열에 들었다. 루불박물관에 걸린 모나리자의 미소띤 얼굴은 그 미소에 사비가 가득하지만 전체적인 체형 윤곽을 유추해 보면 역시 통통하게 살이 오른 풍만한 여인상을 느끼게 한다. 당시 여성들의 미의 전형은 많은 미술품이나 조각상에서 보듯 볼륨이 있는 넉넉함으로 대변되는 것이다.그러나 현대적인 감각의 미인은 역시 갸름하고 도톰한 얼굴 윤곽에 이목구비가 뚜렷해야 하고 체격 또한 날씬한 팔등신을 갖춰야 제격인듯 싶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외모보다는 내면적 미의 조건으로 우아하고 정숙한 태도를 꼽았지만 서구화한 체형의 미를 고려할때 ‘버들가지 같은 날씬한 허리’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그래서 그런지 요즘 신문이나 잡지, TV 할것없이 가장 인기를 끄는 광고가 바로 ‘다이어트’이다. ‘날씬한 몸매’를 원하는 여성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온갖 미사여구로 살빼는 약이나 도구를 선전하는 다이어트 산업이 호황을 누린다.그러나 1주일에 몇 kg을 뺀다거나 원하는 부위를 날씬하게 조절해 준다는 등의 다이어트 비법은 대부분 의학적으로 확인되거나 효능이 입증된 예는 드물다. 오히려 무리한 다이어트도 영양실조에 빠져 생명을 잃거나 우울증, 수면부족으로 정신병원 신세를 지는 일이 적지 않다.한 조사에 따르면 정상적인 체중을 가진 여대생의 1백%가 자신이 비민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마른 여생중 90%이상이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으로 느낀다고 한다ㅏ. 그러니 살을 빼겠다는 눈물겨운 다이어트 열풍이 쉽게 사그라들리 없다.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여성의 욕망이 인류문화를 살찌운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영국시인 존 데이비스라는 사람은 ‘미모란 외피(外皮)에 불과한 것’이라고 갈파한 바도 있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4.18 23:02

[오목대] `개인파산'시대

IMF이전 서울의 모 대학 교수 부인이 법원에 ‘개인파산선고’를 신청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이 부인은 사업을 하는 오빠가 은행 대출금을 물론 신용카드까지 빌려가 남발한 후 잠적하는 바람에 12개 금융기관과 사채업자들로부터 2억여원의 빚 독촉을 받게되자 파산 신청을 낸 것이다.버원이 이 부인의 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그녀는 결국 채무독촉으로부터는 해방될 수 있었지만 사회생활의 제한이라는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개인이 파산을 당하더라도 공무원이나 교원 전문직등에 종사할 수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파산선고시 이들 직종 선택은 사실상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남편의 봉급에까지 차압이 들어오자 최후 수단을 써야했던 이 부인은 그후 복권됐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는 자기 책임아래 쓴 신용카드 대금이나 가계빚을 갚을 길이 없어 자발적 개인파산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지난해 24건에 불과하던 소비자 파산선고가 올해 들어서는 벌써 63건에 이른다는 것이다.한국은행에 따르면 계속되는 경기불황과 전세값 급등, 주가하락, 소득감소등으로 지난해말 가계부채는 2백64조원으로 가구당 1천8백46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99년말에 비해 1년사잉 51조1천억원이 늘어난 액수이며 이중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다. 진 빚만 29조9천억원에 이른다니 놀랍다.구조조정등으로 늘어난 실업자들이 우선 현금을 빼내쓰기 쉬운 신용카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고 폭락한 주가를 만회하기 위해 은행대출을 받다보면 결국 빚을 내어 빚을 갚는 악순환에 되풀이 될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끝은 개인파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하고 잇는 2백50만명에 이르는 시뇽ㅇ불량자를 ‘잠재적 파산자’로 보는 근거도 그런 영유에서다.그러나 이것은 약과다. 은행 문턱을 못넘어 악덕 사채업자들로부터 연 1백%가 넘는 살인적 고금리에 시달리는 영세서민들은 또 어떤가. 신용사회의 정착은 커녕 온갖 사회불안 요소에 겹쳐 소비자 파산이 늘어나는 오늘의 경제현장을 너무나 참담하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4.17 23:02

[오목대] 차별과 역차별

특정 지역에 대한 차별이 사서에 실린 것은 고려 태조 왕건의 훈요십조(訓要十條)일 것이다. 훈요십조의 제8조를 보면, 차현(車峴)이남 공주강(公州江) 바깥은 산형과 지세가 모두 반대 방향으로 뻗어있고, 따라서 인심도 그러하니 그 아래에 사는 사람들은 국사에 참여시키지 말라는 기록이 있다. 어처구니없어 보이지만 역사적 사실이다.풍수지리설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회도 아니건만 여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요즘 우리 전북도에 대한 차별과 역차별에 대한 시비가 끊임없이 오가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지역개발문제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정부가 새만금사업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추진하고 있는 등 결정을 못 내리고 오락가락하는 동안 새만금사업의 조속 추진은 자꾸 뒤쳐지기만 한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전북도민들은 마치 짓다만 새만금 둑이 거센 물살에 유실되는 것을 지켜보는 듯한 심정일 것이다. 전북도의 최대 현안사업인 새만금사업은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할 국책 사업인 것이다. 이러한 사업이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반대나 소모적인 환경논쟁에 끝없이 밀려 대책 없이 떠다니고 있다.또한 서해안 문화관광벨트 조성사업과 전북 종합미술관 건립, 2001년 동계올림픽 유치, 전주신공항 건설사업 등 주요 현안사업도 청사진만 화려할 뿐 정부의 확실한 지원 의지가 불투명해 자칫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을까 적잖이 걱정이 되는 판이다. 이러한 판국에 호남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용역사업도 곧 발주될 예정이라고 하지만 본 공사는 오는 2007년에나 이루어질 전망이어서 전북도민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지금 시점에서 전북지역에 대한 역차별을 거론하는 것은 자칫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기고 지역갈등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겠지만 전북도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나 지금보다 더 깊은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국민의 정부가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4.16 23:02

[오목대] 서울대 症候群

서울대학교가 최근 2001학년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학(數學)과 영어(英語)시험을 치른 결과 상당수가 서울대에서 정상적인 수강을 할수 없을 정도로 기초학력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해서 언론과 교육계 안팎에서 온통 난리법석이다. 서울대가 공개한 시험결과에 따르면 수학은 자연대와 공대 신입생 1천4백44명 가운데 7.7%인 1백11명이 낙제점(1백점 만점에 30점 미만)을 받았고 영어는 신입생 4천2백65명중 22.4%인 1천1백7명이 기준점(1천점 만점에 5백점) 이하를 받아 대학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물론 우리나라 최고의 두뇌들이 몰리는 곳이요, 명실공히 한국을 떠받치는 동량지재(棟樑之材)를 배출하는 서울대에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보는 관점에 딸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 좀 더 넓게 보면 신입생 일부의 영수(英數)실혁이 다소 낮아졌다해서 그렇게 허탈하고 부끄러워해야할 일은 아닌것 같다. 서울대에 입학할 정도의 학생이라면 학교측이 자율학습이나 어학연구 소강좌 또는 우열반 편성등의 대책을 통해 충분히 학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시험이라는 제도 자체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모순을 고려할때 단 한차례의 시험으로 양단간에 재단을 하려 드는것은 신중한 처사라고 볼수가 없다.오히려 문제는‘서울대 지상최공주의’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반드시 우수한 학생만 서울대에 들어가야 한다고 전체하면 타 대학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서울대는 최고 점수를 받은 학생들을 싹쓸이 하겠다는 편협적인 사고를 버리고 재능과 자질이 있는 학생들을 선발해 전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것으로 생각된다.또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입상자를 비롯 최고의 수재들이 입학한 서울대에서 만점자 한사람도 나오지 않은 어려운 시험을 치르고도 기초학력 저하를 운운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쉬운 수능정책은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고 점수위주의 대입제도를 개선하는데 분명히 기여학 있다”는‘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모임’의 지적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4.14 23:02
오피니언섹션